야, 발자국이다/동물 발자국 따라 주인공 찾아가기
온통 눈밭이 돼버린 겨울 숲 속.장난 같은 발자국들이 꾹꾹 찍혀 있다.어떤 건 길쭉하고 어떤 건 동글동글.발가락이 네개인 것도,다섯개인 것도 있고,또 저쪽의 것은 할머니 고무신처럼 길죽하고 뾰족뾰족.저건 새끼곰 발바닥,또 저건 암만 봐도 고양이 발바닥.
쉬잇! 누굴까…누가 지나갔을까?
어린이책 전문기획집단 도토리의 ‘야,발자국이다’(문병두 그림,보리 펴냄)는 겨울 산행을 직접 떠나는 듯한 현장감을 안긴다.숲 속에는 무슨 동물이 어떻게 살고 있을까.책은 단순히 사실나열식으로 그 궁금증을 풀어놓지 않는다.발자국의 정체를 일일이 문답식으로 우회해 귀띔하는데,그게 큼직한 매력이다.
“개울가에 난 발자국 좀 봐.발자국이 네개씩이고 발가락은 다섯개야.돌 틈을 지나서 나무 밑으로 빠져 나갔어.누굴까?” 꽁꽁 얼어붙은 개울 옆으로 이야기와 꼭 닮은 그림들이 펼쳐지고,책장을 넘기면 어김없이 ‘앙증맞은’ 똥 이야기가 또 기다린다.
“샛노란 오줌이랑 배배 꼬인 까만 똥이 있네.한쪽 끝은 뭉툭하고 한쪽 끝은 뾰족해.뼈다귀랑 털이 들어있어.누가 눴을까?” 이제 다음 순간,기다렸다는 듯 발자국의 주인공이 ‘쨘∼’ 정체를 밝힌다.
“나야 나,족제비야.”
등장동물은 청설모 족제비 멧토끼 너구리 고라니 수달 살쾡이 멧돼지 등 8종.모두 우리나라 산에 살며,동면을 하지 않아 요즘같은 겨울엔 산속 곳곳에 발자국이나 똥을 남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발자국 정체에 물음표를 찍고,발바닥 모양과 똥의 특징으로 주인공을 찾는 이야기 전개방식은 번번이 같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을 유혹할 대목은 사실적이고도 치밀한 책의 관찰력.새까만 튀밥처럼 생긴 고라니 똥,땅콩처럼 잘록하게 마디진 멧돼지 똥,꽈배기처럼 배배 꼬인 족제비 똥….산을 뒤져 모아 세밀하게 묘사한 똥 그림들이 재미있다.
소나무 밑,개울가,바위 주변 등을 샅샅이 훑은 덕분에 동물들의 생태도 생생히 녹아 있다.물가의 돌이나 바위 위에 똥을 눠 자기 영역을 알리는 수달,잣·솔방울·가래·도토리 같은 열매들을 좋아하는 청설모 등에 관한 설명이 책 끄트머리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야무진 독자라면 책을 덮기 전에 궁금해질 대목이 하나 더 있다.정겨운 입말체로 이야기를 끌어간 주인공은? 책의 초입에서 배낭을 메고 출발하는 두 사람이 아버지와 아들인지,삼촌과 조카인지.자연을 생각하는 건 ‘모두’의 몫이란 걸 웅변하고 싶었을까.
숲이 깊어질수록 파랗게 고개 내미는 댓잎,알싸한 겨울 산공기가 금방이라도 코끝을 찔러올 것만 같다.1만 1000원.
황수정기자 s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