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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영화/텍사스 레인저

    말발굽 소리 속에 듬성듬성 총성이 울리고 화면 가득 흙먼지가 날리는 서부영화 한편이 찾아왔다.스티브 마이너 감독의 ‘텍사스 레인저’(Texas rangers·31일 개봉)는 첨단무기와 특수효과가 판치는 ‘요즘 액션영화’에 식상한 관객들에겐 반가울 작품이다.19세기 말 약탈자들의 횡포로 무법천지가 되자 미국 텍사스 주의회는 기마경찰대(레인저)를 조직한다.영화는 이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개성이 다른 청년들이 레인저로 뭉치는 과정부터 보여준다. 국경지역에서 살해된 장사꾼의 아들이자 변호사 출신인 더니슨(제임스 반더빅),총도 쏠 줄 모르면서 약탈자들에 대한 분노만으로 자원한 조지(애쉬튼커처),수비대 최고의 총잡이를 노리는 흑인 시피오(어셔 레이몬드)….텍사스 레인저를 지휘했던 실존인물 맥닐리(딜란 맥더모트)가 이 오합지졸의 풋내기 총잡이들을 이끌어 제몫을 하게 만든다. 이들이 살인과 갖은 약탈로 주민들을 괴롭히는 피셔 일당을 제압하는 과정이 영화의 얼개다.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한 영화에는 이렇다할 극적 흥미요소는 없다.전통적인 장르를 현대적 영상스타일로 변주했다는 것 말고는 신세대 관객들을 매료시킬 대목도 딱히 없어보인다.두 젊은 레인저가 한 여자를 놓고 사랑과 우정을 저울질하는 로맨틱한 설정이 감상포인트로 끼어든 정도다.시선을 잡아끄는 스타배우가 없다는 것도 영화의 약점이라면 약점. 그러나 ‘황야의 건맨’들이 말을 달리는 옛날 서부극을 향수해 왔다면 놓쳐선 아까울 듯하다.‘13일의 금요일’시리즈와 ‘멜 깁슨의 사랑이야기’등을 연출한 스티브 마이너 감독. 황수정기자 sjh@
  • 새 영화/ 새달 9일 개봉 ‘싸인’, 현대인 불안을 스릴러 포장

    ‘식스 센스’의 기막힌 반전으로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M.나이트 샤말란감독.초자연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종교에 귀의하게 됐나 보다.신작‘싸인’(Sign·새달 9일 개봉)은 중세식 예정설로 현대의 가치를 뒤흔드는 시대착오적인 작품이다.뭐,포교가 목적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종교적인 믿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마지막만 아니면 웬만큼 볼만하다.행복해 보이는 가족사진과 이를 가리는 불안한 남자의 얼굴로 시작하는 영화.첫 장면처럼 영화는 현대인의 불안과 공포를 스릴러로 포장한다. ‘왜 나한테만 불행이 덮칠까.’라며 자기만의 벽을 쌓는 주인공의 모습은,가치를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을 은유한다. 특히 유령이 출몰할 듯한 어둠침침한 분위기와 서서히 조여드는 공포를 잡아내는 감독 특유의 연출은,현대사회의 소외를 묘사하는 데 적격이다. 배경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시골마을.아내의 사고로 신부복을 벗은 그레이엄(멜 깁슨)은 어느날 옥수수 농장에서 ‘미스터리 서클’을 발견한다.누군가의 장난으로 보기에는 완벽하고도 정교한사인.그리고 TV를 통해 그 사인이 전세계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알게 된다.언론은 외계인의 소행이라고 연일 생중계하고,이를 부인하던 그레이엄도 서서히 이를 믿게 된다. “당신은 계속 노려보고 메릴(호아퀸 피닉스)에게는 크게 휘두르라고 해.”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죽은 아내,물이 오염됐다며 마시지는 않고 물이 담긴 컵만 방안에 늘어놓는 딸의 괴벽 등 영화는 계속 ‘미스터리’한 징조의 씨앗을 흩뿌린다.한편 외계인의 습격이 현실로 나타나고,그레이엄의 집에도 침입한다.해결의 열쇠는 그동안 불행과 파멸의 징조로 보이던 것에 있었는데…. 이번 작품에는 전작과 달리 유머가 가미돼 있다.그레이엄이 침입자를 겁주려고 집을 뱅뱅 돌며 떠드는 장면이나,외계인이 머리 속을 읽지 못하도록 온가족이 은박지 모자를 만들어 쓰는 장면 등 곳곳에 공포를 이완하는 장치로 웃음을 끌어낸다. 하지만 모든 것은 신의 계획된 뜻이니 믿음을 잃지 말라는 식의 결말은 단순도식에 불과하다.세기말의 종말론이 사그라든 21세기에 이같은 결론이 무슨 위안을 줄지 의문이다. 김소연기자 purple@
  • 토요영화/ 브레이브 하트 등

    ◆브레이브 하트(KBS2 오후 10시)= 13세기 말 스코틀랜드 왕이 후계자 없이 죽자 잉글랜드는 왕권을 요구한다.월레스는 처형된 애인에 대한 복수심과 폭정에 맞서 사람들을 모아 저항군을 결성한다.실패할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결연히 싸우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생각케 한다.제작·감독·주연을 도맡은 멜 깁슨에게 96년 오스카 감독·작품상을 안겨준 작품. 소피 마르소도 성숙된 여인으로 얼굴을 비친다. ◆야수인간(EBS 오후 10시)= 20세기 가장 위대한 영화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게임의 법칙’의 감독 장 르누아르의 1938년작.그가 주로 다룬 사회의 부패와 계급의 허상이 인간관계 속에 잘 녹아든 작품이다.남편의 일자리를 지키고자 그 상사와 정을 통하고,질투심에 눈이 먼 남편은 상사를 죽이고,비밀을 아는 다른 남자와 다시 불륜을 저지르는 과정을 냉정한 시선으로 지켜본다.19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에밀 졸라 원작을 영화화. ◆인디아나 존스(MBC 오후 11시10분)=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가운데 두번째 작품.신비의 돌을 찾는 고고학자 인디의 모험이 정신 없이 빠르게 전개된다. 선악의 구별이 명확하고 비현실적인 내용 탓에 평단의 지지를 얻지는 못했지만 ‘재미’만큼은 확실한 영화.스필버그 감독의 부인이된 케이트 캡쇼의 춤 장면도 감상할 수 있다. 김소연기자 purple@
  • 일요영화/ 프로듀서 외

    ◇프로듀서(EBS 오후2시) 미국 코미디계의 거인중 하나인 멜 브룩스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대박을 터뜨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늘 시달리는 브로드웨이 연극 제작자를 통해 연극계를 풍자한 영화.운이라고는 지지리도 없는 제작자 맥스 비알리스톡(제로 모스텔)은 재정상태를 호전시키고자 늙고 부유한 여자와 사랑을 나눠야 하는 처지.작품을 무대에 올리면 올릴수록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서,약간 모자란 맥스의 회계사 레오 블룸(진 와일더)은 맥스의 책을 들여다보다가 확실하게 일확천금을 노려보자는 엉뚱한 제안을 한다.결국 맥스와 레오는 히틀러의 정체를 비비꼬면서 웃음을 유도하는 ‘스프링 타임 포 히틀러’란 연극을 만드는 모험에 과감히 도전한다.68년작.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MBC 밤12시25분) 교통 의경 범수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여대생 현주를 보게 된다.며칠 후 무면허로 운전을 하다가 가로수를 들이받은 현주를 발견한 범수는 딱지를 떼는 대신 초등학교 운동장에 데리고 가 운전 연습을 시킨다.범수는 야구선수 대신 심판이 되기로 한 자신의 꿈을 현주에게 들려주고,현주도 연기지망생으로서의 소망을 이야기하며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그러나 어렵게 사랑을 고백하는 범수에게 현주는 유학 결심을 털어놓으며 프러포즈를 거절하고,두 사람은 멀어진다.임창정 고소영 차승원 주연. ◇로미오 이즈 블리딩(드라마넷 채녈 36 오후11시) 쾌락과 돈만 추구하는 뉴욕 시경 조직범죄소탕계 경관 잭 그리말디(게리 올드먼).어느날 살해사건 용의자로 섹시하고 잔인한 킬러 모나 드마르코(레나 올린)를 체포하면서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데…. 주현진기자 jhj@
  • 낮엔 고향…밤엔 월드컵‘따로 똑같이’

    ■李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충청권 ‘나들이’가 잦아지고 있다.양대선거에서 충청권이 전략요충지가 될것을 의식해서인지 충청권 행사는 직접 꼼꼼하게 챙긴다는것. 26일엔 고향인 충남 예산의 선영을 찾아 성묘하고 예산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동문체육대회 겸 고 학천 이태규(李泰圭) 박사 흉상제막식에 참석했다.이 박사는 이 후보의큰아버지로 미국 유타대 교수를 지낸 유명한 화학자였다.이 후보는 “대통령후보가 된 것은 고향 분들이 마음으로 후원해준 덕분이며 예산 출신으로서 자랑스러운 지도자가 되겠다.”고 ‘연고’를 부쩍 강조했다. 그는 27일에도 충남도지부 선대위 발족식(천안)과 대전시지부 후원회,충청미래발전연구소 창립기념식에 각각 참석한다.연구소의 발기인은 충청지역 대학교수,연구원 100여명및 변호사·회계사·교육계 인사 등 30여명이 포함됐고 측근인 윤여준(尹汝雋) 의원이 이사를 맡고 있다.이 후보는이 연구소의 ‘고문’직도 맡을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측이 이번 지방선거에서일단 충북권은 안정세를 굳힌 것으로 보고 자민련과 백중세를 보이는 대전·충남을 집중 공략,대선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盧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26일 모교인 부산상고를 찾아 다시 부산 표심몰이에 나섰다.부산상고 53회로지난 66년 졸업한 노 후보는 진구 당감동 교정에서 열린 개교 107주년 기념 체육대회에 참석했다. 체육대회장은 흡사 노 후보의 유세장 분위기였다.61회 동기회는 ‘노풍황제 백양만세(盧風皇帝 白楊萬歲)’라는 깃발까지 내걸었다.1000여명의 동문들은 앞다퉈 노 후보에게악수를 청했다. 노 후보도 평소보다 훨씬 진한 부산 사투리를 쓰며 동문들의 손을 굳게 잡았다.아버지를 따라 온 어린이들은 노 후보의 사인을 받기도 했다. 신상우(辛相佑·43회·전 국회부의장) 동창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부산의 분노를 이용해 콩을 튀겨먹으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를 겨냥한 뒤“노무현을 기수로 삼아 위대한 역사를 만들자.”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연단에 선 노 후보는 “여러 곳에서 환영받지만 이자리에서 받은 환대는 목이 멜 정도”라면서 “대학에 못간 것이 아쉽고 씁쓸할 때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사회에서 자리를 확고하게 잡을수록 부산상고만 졸업한 것이 자랑스러웠다.”고 동문들의 애교심을 자극했다. 부산 전영우기자 anselmus@ ■韓佛축구관람 두모습 한국과 프랑스 축구대표팀 평가전이 열린 26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도부도 수원 월드컵경기장으로 달려갔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와 서청원(徐淸源)대표는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 후보,김무성(金武星) 후보비서실장,남경필(南景弼) 대변인,정병국(鄭柄國) 비서실 부실장 등과 함께 수원 경기장을 방문,경기를 관람했다.그러나 ‘서민행보’의 일환으로,귀빈석 대신 일반석에 앉았다.이 후보는 한국대표팀 복장인 빨간색 운동복 상의를 입고 관중들과의 일체감을 과시했다. 반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노사모’ 회원들과함께 광화문으로 달려갔다.노 후보는김민석(金民錫) 서울시장 후보와 붉은 악마들에 뒤섞여 대형전광판을 보며 ‘오,대한민국’을 외쳤다. 진경호 전영우기자
  • 31일 개봉 밀리언달러호텔, ‘세상 삐딱이’들의 환상과 유희

    아일랜드 록 가수 보노가 시나리오를 쓰고,독일의 거장빔 벤더스가 메가폰을 잡고,주 출신의 할리우드 최고 스타 멜 깁슨이 연기를 하고,촬영은 그리스인이 맡고,배경은 미국의 LA인 영화.국적,예술·대중영화,영화·뮤직비디오의 경계를 넘는 이 알 수 없는 모호함은 영화 ‘밀리언달러 호텔’(Million Dollar Hotel·31일 개봉)을 관통한다.부유하는 공기의 입자처럼 잡히지 않는 이미지의 향연. 밀리언 달러 호텔은 20세기 초 LA에서 가장 이름난 호텔이었다.80년의 역사를 거쳐 객실마다 기막힌 사연이 있던이 호텔은 이제 도시 부랑자들의 임시 거처가 됐다.평화롭던 어느날 호텔의 옥상에서 언론재벌 2세인 이지가 떨어져 죽는다.이 사건의 수사를 맡은 FBI요원 스키너(멜 깁슨)는 호텔 투숙자들을 조사한다. 이지의 친한 친구이자 백치인 청년 톰톰(제레미 데이비스),세상과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살아가는 창녀 엘로이즈(밀라 요보비치),비틀스의 다섯번째 멤버라고 주장하는 딕시,이지가 자신의 약혼자였다고 주장하는 여인 비비안,할리우드의 환상 속에 빠져있는 쇼티,깨끗한 영혼의 소유자 인디언 제로니모 등 호텔의 투숙객이 모두 용의선상에 오른다.도대체 범인은 누굴까. 영화는 쉽사리 감성을 자극하는 뮤직비디오처럼 매혹적인 영상과 음악으로 씨줄을 엮고,이성의 문법을 작동시키는미스터리물처럼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로 날줄을 엮는다.하지만 이 영화는 뮤직비디오도 미스터리물도 아니다.등장인물이 벌이는 소동은 실체를 알 수 없이 상황을 뒤죽박죽 뒤섞는다.영화는 범인을 찾는데 주력하는 듯하다가도,시침을 뚝 떼고 이들의 소동을 전지적(全知的) 시점으로 관찰한다. 그 전지적 시점의 주인공은 백치 청년 톰톰.톰톰의 내레이션은 관객을 의문 속에 빠뜨린다.그가 정말 바보인지,혹시 그가 이지 자신은 아닌지,모든 것은 톰톰의 상상에서나온 것은 아닌지,영화의 첫 장면이었던 톰톰의 추락은 과연 뭘 의미하는 것인지 등등.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지듯관객의 의식도 미로 속에 갇힌다. 이 알 수 없는 영화의 주제를 굳이 찾아본다면 힌트는 호사스러운 호텔 이름과 구질구질한 실체의부조화에 있을듯하다.세계 최대 국가인 미국,그리고 최대 도시인 LA에대한 은유.미국에 대해 품고 있는 환상에 반하는 리얼리티를 통해 이 시대의 모순과 부조화를 그리고 싶었던 것 아닐까.아니면 호텔의 투숙객들 같은 이른바 ‘삐딱이’들의 환상과 유희가 예술의 본질임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모르겠다. 영화 ‘밀리언 달러 호텔’은 ‘베를린 천사의 시’의 길 잃은 천사들이 ‘파리 텍사스’의 황량한 도시로 거처를옮겨 겪는 모험담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빔 벤더스감독의 전작과 많이 닮았다.하지만 보다 감각적이고 보다유쾌하다.주제를 찾으려고 하면 머리 아픈 영화지만,그냥아무 생각없이 봐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최고의 섹시가이에서 천방지축 형사로,그리고 자유를 부르짖는 전사로 변신을 꾀하는 할리우드 스타 멜 깁슨의 새로운 연기를 보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강철같은 육체와 철두철미한 수사 기질을 가졌지만 점점 호텔의 투숙객들에게 동화되는 이중적인 모습을 잘 소화해 냈다.‘잔다르크’‘제5원소’에 출연했던 밀라 요보비치는 실체가 없는 듯한 신비스러움과 톰톰에게 사랑을 전하는 순수함으로 묘한 매력을 선사한다.2000년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작. 김소연기자 purple@
  • 5월 한국영화 각양각색 ‘만물상’

    66세 vs 26세. 어느 기획사의 ‘섹시한’ 홍보문구가 아니더라도 5월 극장가는 비수기라는 속설을 깨고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한국영화들로 붐빈다.감독의 연령 스펙트럼만 한 세대를 넘어서는게 아니다.정통 예술화에서 코믹액션물,찐득찐득한 멜로부터 ‘양아치’영화까지 식성대로 골라보기 부족함 없는 식단이 펼쳐진다. ‘5월 붐’은 가깝게는 월드컵이란 외생변수 때문.세계적 축제와 ‘맞장뜨지’ 않으려 너도나도 개봉을 서두르다보니 온갖 외화 블록버스터까지 가세,일단 물량면에서 홍수다.조리개를 좀더 조이고 보면 어느새 훌쩍 웃자란 한국영화 자체가 이런 다양성의 젖줄임을 읽어내기 어렵잖다. 먼저 10일 막올리는 ‘취화선’과 ‘일단뛰어’.66세 거장임권택 감독과 26세 생짜 신인 조의석 감독의 한판 격돌인셈이다. 이 1라운드가 지나고 나면 영어 제목의 ‘오버 더 레인보우’(17일)와 ‘후아유’(24일)가 로맨스물의 왕좌를 놓고 한주차로 맞붙는다.기억을 잃어버린 한 청년의 옛사랑 찾아가기를 아련한 빗소리에 엮어 짠 ‘…레인보우’가 30대 취향이라면,현란한 온라인 화면이 오프라인과의 경계를 무시로넘나드는 ‘후아유’의 감각은 10년쯤 더 젊다.재밌는 점은둘 다 연애스토리 안에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속심으로 끼워넣는다는 점.이정재와 장진영(…레인보우),이나영과 조승우(후아유) 등 각 세대별 아이콘이 된 배우들이 관객 흡인력 지수를 한결 끌어올린다. 이 무지갯빛 연애담 사이엔 한국판 조폭영화의 적자를 자처하는 ‘4발가락’(17일)도 끼어들어 메뉴판을 키울 예정.시사회 반응을 전폭 수용,보다 스피디하게 손질하느라 예정 개봉일을 한 주 늦췄다.코믹과 액션을 적당히 버무린 부담없는 스크린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타깃이다.이미 개봉한 블루스풍 고급멜로 ‘결혼은,미친 짓이다’,온가족 감동영화 ‘집으로…’까지 가세,극장가는 가히 무한 경쟁체제다. 흥행 스타트라인에 도열한 한국영화들 표정이 유난히 상기된 데는 이처럼 조밀한 극장가 풍경도 한몫한다.닷새 전에 개봉했던 ‘스파이더맨’이 지난 주말 이틀간 전국 60만 관객을 훑어내며 내려친 흥행 거미줄을 누가 뚫느냐가 당장의 관건이다. 이후에도 ‘쇼타임’‘하트의 전쟁’(이상 17일),‘쉬핑 뉴스’(24일) 등 할리우드발 블록버스터급들이 첩첩산중을 이루고 있다. 흥행이 전부는 아니다.하지만 어느 장르보다 예술과 상업의경계선에서 줄을 타는 영화가 흥행성적표를 도외시하진 못할 터.개봉관에 일단 걸리고 나면 연공서열도,거대 자본력도특권이 되지 못한다.5월 한 달은 관객 입맛이 어디로 튀고있는지 가늠해볼 바로미터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성싶다. 손정숙기자 jssohn@
  • 프랑스 현대미술전 6월23일까지 아트선재센터

    프랑스 현대미술이 한국의 삶의 현장과 만났다.프랑스 미술작품을 그대로 한국으로 옮겨 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오늘,한국이라는 시공간에 와서 현실에 개입하여 그것을작품으로 만들어냈다는 뜻이다.27일 개막돼 6월23일까지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레스 오디너리(Less ordinary)-프랑스 현대미술전’은 프랑스에서 전개되고있는 일단의 현대미술 조류를 볼 수 있어 신선하다. 우선 참여 작가들이 젊다.12명 대부분이 30대 초반. 젊은 작가들은 젊은 미디어를 선호한다.25점의 전시작들은 대부분 사진,영화,디지털이미지,비디오,3차원 영상을 사용하거나 페인팅에 신문기사·사진의 콜라주 기법 등을 사용해 작품의 외형 자체보다는 언어를 중시하는 듯하다.또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예술과 사회,예술과 일상생활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제안하고 있다. 멜릭 오아냥의 ‘주변부 커뮤니티’란 작품.작가는 현실의 일부분을 있는 그대로 ‘일정시간과 공간’에 수용하고그 현실을 통해 다양한 변두리 사회의 정체성을 전달하고자 한다.이번 전시를 위해서 보름 전 한국에 와 힙합과 랩을 통한 한국인들의 외침을 비디오에 담았다.알랭 뷔블렉스는 이미지를 찍을 수는 없고 볼 수만 있는 자기만의 카메라 모형을 제작한 ‘인식 상자(Awareness Box)프로젝트’를 내놓았다.‘현장’에 있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는‘제일의’ 사실이 이런 카메라작품 제작의 이유라고 한다.또 마티유 마르시에는 전시장 안에 여러 색깔과 크기의원형 기둥을 세워 원래 있던 육중한 기둥들의 존재감을 약화시키는 마술을 연출했다. 전시를 큐레이팅한 김성원 동덕여대 겸임교수는 “국내 미술계에 다양한 비평적 시각을 일궈 내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며 “작가들의 개별성을 최대한 존중한 전시인 만큼 관람객들도 색다른 시각들의 비범함을 느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신연숙기자yshin@
  • 블록버스터들 잰걸음 ‘상륙’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유난히 잰걸음으로 국내 극장가를 찾아오고 있다.월드컵의 열기가 달아오르기 전에서둘러 간판을 걸겠다는 전략에서이다.당장 오는 5월3일에만도 흥행 우열을 점치기 힘든 2편,‘위 워 솔저스’(We Were Soldiers)와 ‘스파이더 맨’(Spider Man)이 격돌한다. ◆ 위 워 솔저스 ‘죽은 자(者)만이 전쟁의 끝을 본다’고 플라톤은 말했다.이야기를 만들고 기억하는 건 살아있는 자들의 몫이어서일까.할리우드의 전쟁 이야기는 끝날 줄을 모른다. 멜 깁슨이 주연한 ‘위 워 솔저스’는 30여년전 베트남전으로 새삼 시선을 옮겼다.1965년 베트남과의 전면전에 앞서 미국은 헬기 공습 시험전에 공수부대를 파견한다.395명의 풋내기 병사들을 이끌고 무어 중령(멜 깁슨)이 ‘죽음의 계곡’으로 알려진 아이드랑 협곡으로 뛰어든다. 영화는 생사를 넘나드는 72시간의 전투 과정을 담담히 순차적으로 그려내는 데 주력했다.‘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처럼 기록화인 듯 실감나는 전장(戰場)의 정밀묘사를 기대해서는 곤란하다.이름없이 죽어간 젊은 미군들의 모습을 후일담처럼 복원한 영화는,생사게임을 벌이는 개개인 ‘전사’(戰士)들의 살떨림보다는 가족을 떠나오고 떠나보내는 ‘인간’의 밑바닥 정서에 초점을 맞췄다.본격 전쟁액션을 표방하면서도 총성을 들려주기까지 근 1시간을 군인가족들의 심리 및 상황 묘사에 머문 건 그래서인 듯하다. 멜 깁슨 말고는 이렇다하게 도드라진 등장인물은 없다.할리우드 전쟁영화들이 두고두고 받아온 비난,즉 과도한 1인 영웅주의에 대한 시비를 의식해서일까.극을 주도하는 멜깁슨은 끝까지 살아남지만 영웅으로 홀로 우뚝 서지는 않는다.그러고 보면 미국 중심 이데올로기만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았다는 의도적 설정도 눈에 띈다. 그러나 과잉 감상주의가 전쟁액션의 기본 미덕인 박진감을 주저앉히기 일쑤다.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법.느린 화면의 육탄전 묘사가 너무 잦아 비장감을 오히려 반으로 꺾어놓는다.전사 통지서를 받아들고는 너나없이 하나같은 반응을 보이는 아내들의 모습을 일일이 복습시키듯 스크린에 풀어놓은 것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브레이브하트’,‘진주만’의 각본을 쓴 랜달 월레스 감독. ◆ 스파이더 맨 누가 자꾸만 까닭없이 지분거릴 때 어디서 엄청난 초능력이라도 전수받아 한방 먹여버리면 좋겠다는 생각,누구나한번쯤 해봤을 거다.‘꿈의 공장’ 할리우드가 이런 탐스러운 사냥감을 그냥 둘 리 만무할 터.미국 본토와 동시개봉하는 ‘스파이더 맨’은 할리우드가 잊을 만하면 쏟아내놓는 슈퍼맨류 블록버스터의 계보를 잇고 있다. 하늘을 가르는 거미가 ‘해결사’로 나선다.가난한 삼촌네에 얹혀사는 피터(토비 맥과이어).뭐 하나 내세울 게 없는 보통 고교생이다.옆집 사는 메리제인(크리스턴 던스트)을 10년 넘게 흠모했지만 뿔테 안경 너머 어리버리 웃는 게장기인 그에게 로맨스는 어림도 없다. 그런 피터가 하루,실험실 거미에 꽉 물리고부터 이상하게변모해 간다.안경을 벗어던지고,자기를 밥 취급해온 친구들을 혼쭐내고….제목 그대로 인간거미가 된 피터가 영웅적 무공으로 악당과 한판 사투의 수순을 밟으리란 걸 예견하긴 어렵잖다. 뭐니뭐니해도 눈길을 뺏는 건 현란한 와이어 액션.하얀 거미줄을 내뿜으며 뉴욕 마천루들 사이를 번지점프하듯 헤집는 거미인간은 중력에 묶인 관객들의 오랜 향수를 달래주기에 손색없다. 스토리 자체는 색다를 게 없다.우연히 초능력을 하사받은한 사내가 정체를 감춘 채 여자를 헷갈리게 하고,악당과의 대격돌로 도시는 쑥대밭되고,언론은 이 초인이 흑이냐 백이냐를 놓고 옥신각신대고….슈퍼맨,배트맨 등 선배들의궤적을 스파이더맨은 복제하다시피 되밟고 있다.만화가 나온 지 40년만에 영화화는 처음인데도 자꾸만 리메이크로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런 얘기들은 두고두고 먹힌다.고층빌딩 숲에서더욱 창백해진 사람들에겐 여전히 대리만족이 필요한 걸까.유례없는 한국영화 강세 틈에서 스파이더맨이 또다시 흥행기류를 탈지 두고볼 일이다.샘 레이미 감독. 황수정기자 손정숙기자
  • 할리우드 밑천 바닥났나

    “어디 좀 새로운 이야기 없나?” 미국 할리우드가 소재빈곤에 허덕이는 기색이 역력하다. 올 들어 선보이는 할리우드 작품 목록들 가운데 굵직한 것들은 십중팔구 인물의 일대기,인기를 검증받은 원작소설을토대로 한 드라마,실화를 소재로 한 전쟁물이다.소재가 ‘뻔하다’는 것이 확연히 눈에 띈다. 지난 22일 개봉하자마자 흥행성적 1위를 꿰찬 ‘뷰티풀마인드’도 미국의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생애를 그린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드라마이다.개봉 한달째 흥행가도를달리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전쟁액션 ‘블랙 호크 다운’도 소말리아 내전에 참여한 미군의 일화에 살을 붙인 작품이다.로버트 레드포드가 군인 교도소를 무대로 주연한 휴먼드라마 ‘라스트 캐슬’도 실화에서 모티프를 따오기는마찬가지. 이런 조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뚜렷이 감지됐다.세계적흥행작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반지의 제왕’의 원작이 모두 화제의 판타지 소설이다. 조만간 개봉될 영화들을 일별해도 이같은 추세는 계속된다.‘알리’를 비롯해 주디 덴치와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한 드라마 ‘아이리스’(3월8일 개봉),드류 베리모어가 억척여인의 생애를 연기한 ‘라이딩 위드 보이즈’(3월8일개봉),알렉상드르 뒤마의 명작소설을 그대로 영화화한 ‘몬테 크리스토’(3월15일 개봉)등이 줄을 잇는다.‘아이리스’는 영국의 여류 작가이자 철학자로 명성을 떨친 아이리스 머독의 열정적 삶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라이딩 위드 보이즈’는 1990년 미국에서 출간된 비벌리 도노프리오의 실화소설이 원작이다.5월중 개봉할 멜 깁슨 주연의 전쟁블록버스터 ‘위 워 솔져스’도 베트남전을 다룬 미국베스트셀러 소설에서 출발했다. 할리우드 영화의 소재가 궁해진 덕분에 한국영화판이 알게 모르게 반대급부를 챙기는 것도 사실이다.최근 흥행하기가 무섭게 한국영화들의 리메이크 판권이 미국의 메이저 제작사쪽으로 팔려나가는 게 그 방증이다.지난해 ‘조폭마누라’가 미라맥스에 팔린 걸 시작으로 최근 ‘엽기적인 그녀’와 ‘달마야 놀자’가 드림웍스와 MGM에 각각 75만달러와 30만달러에 리메이크 판권이 팔렸다. ‘엽기적인 그녀’를 해외배급하는 아이엠픽쳐스의 한 관계자는 “할리우드의 소재 빈곤에다 최근 미국에 불어닥친 동양권 영화 붐에 힘입어 앞으로도 할리우드가 한국영화의 창의적 시나리오에 눈독을 들일 건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황수정기자
  • ‘팜므 파탈’ 화장법 뜬다

    맑고 투명한 피부에 와인처럼 붉은 입술.도발적이면서도강한 마력이 연상된다. 화장품 회사들이 올 겨울 유행할 것이라고 꼽은 화장법이다.그래서 이름붙인 화장법도 마력적인 여성이라는 뜻의‘팜므 파탈’(Femme Fatal). 4일 업계에 따르면 태평양·코리아나·LG생활건강 등 주요 화장품 업체들은 올 겨울에 유행할 메이크업 패턴을 잇따라 발표하고 본격적인 판촉전에 돌입했다. 태평양은 ‘입체감 있는 입술’에 역점을 뒀다.광택나게하는 액상형의 ‘라네즈 리퀴드 루즈’ 신제품을 지난 2일출시했다. 5가지 색상중에 ‘리얼 레드’라는 이름이 눈에띈다.그냥 붉은 색으로는 성에 안찼음이다. 로제화장품은 흰색 피부와 와인색 입술에 어울리는 눈화장으로 ‘스모키룩’을 제시했다.눈두덩 전체에 흰색과 은색의 스노우아이스를 펴 발라준 다음 실버 스파클 색상으로 음영을 주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주력 상품은 ‘크리시아’.강렬한 대비의 화장법이 각광받으면서 지난해부터유행한 립글로스도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다. 로제화장품 관계자는 “붉은색립스틱을 바른 뒤 립글로스를 살짝 덧발라주면 윤기가 나면서 도톰한 입술을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드리화장품의 ‘멜 레드 스토리’,LG생활건강의 ‘환타스틱 프로포즈’,한국화장품의 ‘눈덮인 겨울산속 한송이국화’(雪菊談) 등 이야기가 있는 화장법도 ‘팜므 파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렇듯 업체들이 절제되면서도 다소 화려한 화장법을 권유하는 것은 올 겨울 패션 경향이 단아한 검은색으로 흐를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금빛 위주의 ‘샤이니 메이크업’을 소개한 애경산업은이런 화장이 검은색 가죽패션에 잘 어울린다고 강조했다. 액세서리도 화려해질 전망이다. 눈에 띄는 회사는 코리아나.경쟁업체들과 달리 사랑스런이미지의 메이크업에 좀 더 무게를 뒀다.발랄하고 사랑스런 느낌의 로즈핑크가 올 겨울 유행색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대표 브랜드 ‘엔시아’의 주된 색조도 바이올렛·핑크 위주다. 코리아나 미용연구팀 신정규 대리는 “올 겨울에는 기본적인 정장 수트와 와이셔츠 등 심플하면서도 모던한 디자인에 블랙이주도할 것”이라면서 “여기에는 지난해부터각광받고 있는 라벤더 와인과 핑크 계열이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이들 색상이 대체로 투명하고 맑은 피부에서 돋보이는 만큼 피부화장은 자기 피부색보다 한단계 밝은 톤으로 하는게 좋다는 조언이다. 안미현기자 hyun@
  • 정통부, 濠 통신산업 벤치마킹

    ‘사업자 자율로,안되면 정부가’ 정보통신부가 통신산업의 비대칭 규제(차등규제)를 놓고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호주가 벤치마킹 모델로 급부상하고있다. 정통부는 유력 사업자와 비유력 사업자를 차등 규제한다는 원칙만 밝히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관심을 끈다. 호주의 연방규제기관은 ACCC(Australian Competition andConsumer Commission)로 멜버른에 본부를 두고 있다.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와 기업간 인수합병,물가 등을 감시하는기능을 갖고 있다.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와 소비자보호원기능을 겸한 셈이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이동통신 산업에서도 ACCC의 권한은 강력하다.사업자간 접속료 산정문제에서 이런 점이잘 드러난다.ACCC는 사업자간 자율 합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합의가 안될 때 개입한다. 그러나 더글러스 캠벨 정보통신 국장은 “사업자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적이 단 한차례도 없다”고 말했다.자율합의가 무산되면 오히려 더 손해가 뒤따른다.이 때문에 사업자들은 정부가 나서기 전에 서로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낸다. 호주는 지난 3월 현재 인구 1,900만명 중 이동전화 가입자가 1,110만명으로 보급률이 59%에 이른다.ACCC는 선발사업자와 후발 사업자간 차별적 규제를 강력히 시행하고있지만 차등규제나 비대칭규제 등의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 올 초 호주에서는 2위 사업자 옵터스를 놓고 치열한 인수경쟁이 불붙었다.3위 사업자 보다폰이 강력히 인수를 추진했지만 ACCC는 합병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51%를 초과한다는 이유로 불허했다.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신세기통신 인수를 허용했던 것과 대조된다. 당시 보다폰은 옵터스를 인수해도 점유율이 51%를 넘지않도록 가입자 100만명을 4위 사업자 허치슨사에 양도하는조건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ACCC는 불허했고, 옵터스는 외국기업인 싱가포르텔레콤에게 팔렸다.특정기업의 시장지배를 허용치 않는 호주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는 대목이다. 멜버른 박대출특파원 dcpark@
  • [클린 사이버 2001] (16)우후죽순 엽기 동호회

    폭력과 광기,잔혹,일탈 등 엽기(獵奇)를 추구하는 인터넷동호회들이 자살과 폭탄테러,매춘,마약 등 범죄 행위를 부추기는 반(反) 사회적 놀음으로 치닫고 있다. 이들 ‘막가파식’ 동호회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할렘가’를 이루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저항과 일탈만 있을 뿐 올바른 네티즌 문화는 실종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브레이크 없는 인터넷 동호회=‘죽고 싶은 사람은 멜 보내.짱 고통없이 도와줄께.(자살사이트 동호회의 게시물)’‘나만의 개성있는 사제 폭탄을 제조하는 방법 51가지(군사무기 사이버카페의 공지)’‘광란의 파티는 범죄가 아니다. (마약파티를 소개하는 인터넷 동호회 안내문)’ 최근 해외 서버를 이용해 서울의 호텔과 테크노바에서 엑스터시 등 마약을 복용하며 벌이는 환각파티를 주선하는 인터넷 동호회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인터넷이 마약 유통의 새로운 루트가 된다면 인터넷 인구가 3,000만명을 넘어선 우리나라에서 마약이 각 부문에 침투하는 것은 시간 문제.지난 5월에는 명문대 출신 학생들만을 회원으로 가입시키는 인터넷 동거사이트가 등장해 우리사회의 비뚤어진 성의식과 학벌 풍토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최근에는 10대들을 중심으로 ‘조폭(조직폭력) 동호회’가 인기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영화 ‘친구’가 조폭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대형 포털사이트에는 ‘조폭’이나 ‘깡패’라는 이름으로 결성된 동호회만 수백여개에 이른다.조폭 동호회는 대부분 10대 중고생들이 회원이며 ‘전국 학생조폭모임’‘전국구 86년생 깡패들 모여라’ 등의 이름을 내걸고 싸움 기술을 전수하는 등 학교 폭력이 인터넷에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말 회원들의 잇따른 동반자살로 파문을 일으켰던‘자살사이트’는 인터넷이 낳은 대표적인 폐해 사례.수사기관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친목 모임을 위장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현재 인터넷에 개설된 동호회의정확한 숫자를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1∼5명의 미니 동호회까지 합치면 최소한 150만개가 넘는다는 것이 인터넷 커뮤니티 업체의 분석이다.한 인터넷 포털사이트관계자는 “매일 새로운 동호회가 3,000여개씩 생겨나고수백여개가 소멸된다”고 말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지난 1월부터 자살 사이트등 650개의 유해 사이트 및 동호회 사이트를 적발,344개를폐쇄시켰다.지경연 경위는 “유해 사이트를 찾아내기 위해수십명의 전문 경찰관들이 인터넷을 뒤지지만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하는 것조차 버거운 실정”이라고 말했다.별다른절차없이 사이버 카페나 동호회를 쉽게 등록하고 만들 수있기 때문이다.반사회적 동호회는 주로 개인 홈페이지와 수십만개의 동호회를 지닌 대형 포털사이트에 기생하고 있다. ◆반윤리 심리를 부추기는 콘텐츠=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30초이상 화면을 지켜보기 힘들 정도로 잔혹한 내용을 담은 사이트도 적지 않다.회원의 90% 이상이 10대라는 ‘kill’이라는 이름의 ‘잔혹 동호회’는 죽은 아이의 시체를 토막내 접시에 올려놓은 사진 등을 실고 있다.‘자신의 악마성을 확인하자’며 엽기즌(엽기를 좋아하는 네티즌)들의 잔인성을 부추기고 있다.또 ‘P살인길드’라는 가상 살인동호회는 회원들이 가상 공간에서 살인자로 변신해 같은 회원들을 죽이고 매월 살인 순위를 매긴다.엽기·잔혹 사진 동호회는 회원들끼리 e메일을 통해 수집한 사진들을 주고 받는다. 30대 외국인 남자가 자신의 손가락를 칼로 자르는 장면을담은 동영상,토막 시체들의 사진모음 등 해외 와레즈 사이트를 떠돌아 다니는 잔혹한 사진과 동영상이 회원들의 주요 수집품이다. 회원인 최모군(17)은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사진일수록다운 횟수도 많고 인기도 높다”면서 “경쟁적으로 해외 사이트를 뒤지며 서로의 수집품을 주고 받는다”고 자랑했다. 지난 3월 12세 초등학생이 게임사이트와 자살사이트를 드나들다가 ‘살인충동’에 휩싸여 동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한 사건이 발생했다.인터넷 콘텐츠가 현실 범죄와 직결되는 사례다. ◆반윤리 콘텐츠 피해자와 생산자=포르노 사이트에 중독된중 3년생 윤모군(15)은 매주 한번씩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성적이 전교 5등 이내였던 윤군이 처음 음란 사이트에접속한 것은 지난해 겨울방학.인터넷의 ‘야사(야한 사진)동호회’에 우연히 접속하면서 윤군의 생활태도는 급격히바뀌기 시작했다.매일 밤마다 5∼6시간씩 야동(야한 동영상)·야사 동호회를 서핑하며 자위행위에 몰두했다.성적은 자연히 곤두박질쳤다. 기존 질서의 반감과 주류 문화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엽기.신세대의 문화적 코드로 공유됐던 엽기문화가 음란,살인,죽음 등에 탐닉하면서 극단적인 것에 대한 추구로 변질되고 있다.문제는 사이버 동호회들이 이들 키치(kitsch)문화의 1차 수요자이자 전파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단속을 피해 게릴라식으로 곳곳에서 생겨나는데다 입소문으로회원들을 받는 폐쇄성 때문에 정보인터넷 업체들로서는 늘뒷북치기 일쑤다.게다가 이들 동호회는 정보 교류 차원을넘어 반사회·반인륜적인 콘텐츠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밖에 화상 채팅사이트의 비밀 소모임은 자신의 알몸을보여주고 서로의 누드 영상을 주고 받으며 즉석 화상섹스를 한다.정회원 가입을 하려면 반드시 자신의 누드 영상을 기존 회원들에게 e메일로 보내야 한다.국내외 음란 사이트를무대로 애인과의 성관계를 담은 동영상이나 투고 사진을 주고받는 ‘자작 동호회’도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클린카페 캠페인' 다음 임준우 기획이사. “사람의 향기가 가득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겠습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75만여개의 인터넷카페 및 동호회를 상대로 ‘밝고 깨끗한 인터넷세상 만들기-클린카페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임준우(30) 기획운영 총괄이사는 캠페인의 목표를 이같이 요약했다. 그는 “불과 1%도 안되는 유해사이트 때문에 99%의 건전한 사이트까지 매도당하고 있다”면서 “인터넷 세상을 건전하게 가꾸려는 네티즌의 노력을 지켜봐 달라”고 주문했다. 지난 달 11일부터 시작한 ‘클린카페 캠페인’은 네티즌의 자발적인 노력이 돋보인다.자원봉사에 나선 100명의 ‘카페 파수꾼’들은 불건전한 동호회 및 유해사이트를 적발,신고함과 동시에 문제 동호회의 운영자와 토론을 나누며 함께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캠페인이 시작된 뒤 하루평균신고건수가 2배 가량 증가했다. 임 이사는 “동호회 폐쇄나 법적 처벌만을 강조하면 불법적인 동호회나 사이트를 음지로 더욱 깊숙이 숨도록 하는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네티즌이 자신들의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의지와 풍요로운 인터넷 문화를 만들려는 의식”이라고 강조했다. 네티즌들에 대한 그의 믿음은 지난해 11월 ‘노스팸(No-Spam)캠페인’을 시작으로 ‘사이버 포도청’‘참 인터넷 세상만들기’ 등의 캠페인을 통해 더욱 확고해졌다.캠페인에대한 네티즌들의 참여와 관심을 뜨겁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임 이사는 “가정과 학교에서는 윤리교육을 통해 인터넷에 음란·테러물 등 반윤리적인 내용이나 남을 비방하는 내용을 유포하는 것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를일깨워야 한다”면서 “네티즌과 관련업체,시민단체 등 우리 모두가 올바른 인터넷 세상을 만드는 주인공임을 잊지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안동환기자
  • [클린 사이버 2001] (12)오염된 통신언어

    “술먹어서 그런지…눈은 게슴치레 촛점은 엄꾸.가끔은 헛구역질을 하더군여.우우우욱…-_-말짱한 정신이면 정말 괜차는 아가씨 여씀다…” PC통신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뒤 영화로도 만들어진 ‘엽기적인 그녀’의 시작 부분이다. 통신언어의 특징인 소리나는 대로 적기,음절 줄이기,이어적기,의도적 단어변형,이모티콘(emoticon·감정을 표현하는기호)등은 이 통신소설의 인기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아이,졸라 짱나(짜증나)” 요즘 10대들이 가장 많이 쓰는 비속어가 섞인 줄임말이다. 북서울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이경옥 교사(39)는 이런말을 들을 때마다 욕설을 쓰지말라고 타이르지만 아이들은“재밌잖아요”라고 대꾸하며 눈을 동그랗게 뜰 뿐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한글이 파괴되고 있다.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통신 환경의 제약을 극복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는 이용자들의 욕구에 의해 일상 언어와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통신언어의 현황 및 특징=타수를 줄여 빠르고 편리하게 글자를 적으려는 절약경제적 동기는 소리나는 대로 적기,줄여쓰기 등을 만들어냈다.예를 들어 ‘좋아’가 ‘조아’로,‘많아서’가 ‘마나서’,‘축하’는 ‘추카’로 적는 것이다. ‘게임방’은 ‘겜방’,‘메일’은 ‘멜’,‘그렇군’은 ‘글쿤’등으로 인터넷에서는 한글의 줄여쓰기가 통용되고 있다. 일상어와 달리 형태를 바꾸어 통신 분위기를 재미있고 편하게 만들어 친밀감을 나누려는 표현적 동기는 ‘알지’가 ‘알쥐’로,‘안녕’이 ‘안뇽’으로,‘해요’가 ‘해여’등으로 변형된 바꾸어 적기를 만들어냈다.이는 현실 공간의 언어 사용에서 벗어나 사이버 공간에서 자유로움과 새로움을 경험하려는 사회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또 ‘뭔일?’‘방가^^’등 서술어없이 한두 단어로 대화를나누는 완결되지 못한 문장,‘번개해봤음?’‘인사안해줘서삐짐’등 종결어미의 변용 등도 통신언어의 특징이다.어휘면에서도 ‘여자친구’를 뜻하는 ‘깔’,‘무시당하다’를의미하는 ‘씹혔다’등의 비속어,은어 등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지난 12월 펴낸‘바람직한 통신언어 확립을위한 기초연구’ 보고서에서 통신언어 사용실태를 세대별로조사한 결과 대화방에서 비속어 사용 비율은 10대 48.8%,20대 16.3%,30·40대 각각 17.5%로 나타났다.이는 컴퓨터 통신망,인터넷 등에서 A4용지 약 1,000매 분량의 자료를 분석,수집한 결과다. 전국국어교사모임의 김주환 회장(39)은 “학생들이 통신 어투를 쓰지않으면 또래 집단에서 따돌림당한다”면서 “언어는 습관이므로 표피적·형식적인데다 상대를 비하하는 언어생활이 내면화되지 않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또 인터넷 상에서 쓰이는 언어가 의사 소통의 불완전성,상호이질화,다른 사람에 대한 불쾌감 등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경옥 국어 교사는 “학생들이 국어 맞춤법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채팅 언어를 쓰다보니 통신언어 사용이 그대로 굳어지고 있다”고 말했다.또 대화의 진지함이 없고 욕설,비속어를 쓰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욕이섞이지 않으면 아이들끼리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평소 자주 쓰는말을 10개씩 쓰라는 숙제를 내준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단어가 ‘열라’‘졸라’등 비속어나 욕으로 드러나 선생님은 물론 학생들도 민망스러워 한 일이 있었다. ●통신언어 사전등록?=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인터넷과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쓸 때 애용되는 축약어를 실은 사전을 지난 12일 발간했다.‘B4(Before·전에)’‘HAND(Have ANice Day·좋은 하루가 되길)’‘TX(Thanks·고맙습니다)’등이 영어로 인정받았다.기쁘다는 뜻의 :-),우울하다는 뜻의 :-(,놀랍다는 뜻의 :-O 등의 이모티콘도 사전에 올랐다. 이에 반해 국립국어연구원의 김문호 학예연구사(37)는 “일부 젊은층에서 개성발휘를 위해 사용하는 통신언어를 사전에 등록하는 것은 일시적 유행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국어를 바르게 쓰도록 계도해야지 경박하고 품위없는 언어사용을 사전에 반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의 이봉원 회장(34)은 “영어순화운동이 치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영국과 잘못된 단어가 국어사전에 버젓이 등록되어 있는 우리는 실정이 다르다”면서 “무조건 통신언어를 쓰지말라고 할 수 없지만 우리말을 바로잡는 것부터 먼저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른 국어사용을 위한 대책=문화관광부 국어정책과는 8월말부터 EBS에서 국어환경 개선을 위한 올바른 우리말을 가르치는 강좌를 방송할 예정이다.또한 통신상에서 사용되는 비속어,줄여쓰기 등 각종 잘못된 용어와 신조어 등을 등록한사전도 펴낼 계획이다. 자살사이트가 사회문제화되면서 지난 2월 교육인적자원부는 정보통신윤리교육을 강화했지만,일선 학교에서는 교실 뒤게시판에 반사회적 사이트 접촉 예방지도대책을 붙여 놓는‘탁상행정’으로 끝나고 말았다.또 이 윤리교육에서도 바른 언어사용에 대한 항목은 없었다. 이정복 대구대 국문과 교수는 “그냥 내버려두면 무분별한통신언어 사용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교육을 통해 적절하게 이끌어주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 ■ “영어 철자 관심만큼 우리말에도 애정을”. “영어의 철자를 실수하면 비웃으면서 우리나라말은 일부러 철자를무시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모임으로 발족한 ‘한글문화연대’(www.urimal.org)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그맨 정재환씨(40)는인터넷 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법,국어 파괴 현상에 아연실색했다. “수천년동안 쌓아놓은 문법이 마구 무너지고 있는데 너무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문법과 철자를 파괴하는 것은 쉽지만 제대로 된 문법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 수백년이 걸립니다” 지난해 성균관대 인문학부에 진학한 그의 우리말 사랑은 각별한다.학교내에도 ‘성균관 한글문화연대’를 만들었다.매주 금요일 모여서 회의를 하고,교내 승강기에 ‘우리말 더듬이’라는 판을 만들어 잘못된 말을 바로잡아 올린다. “될 수 있으면 줄인말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한글문화연대’를 ‘한문연’이라고 하면 한글이 아니라 한문(韓文)연구하는 곳 같죠? ‘성균관한글문화연대’도 ‘성한연’(성한년)이라고 하면 이상하잖아요.” 정재환씨의 또박또박한 말투와 깔끔한 외모가 마치 한국어처럼 단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학적인 글자라고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지키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문법과 철자를 마구 파괴하면서도 뜻만 통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최근 ‘우리말은 우리의 밥이다’라는 책을 냈다.이것이 처음은 아니다.‘자장면이 맞아요,잠봉은?’이라는 책도몇 년전 펴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여러 곳에서 ‘우리말사랑’을 주제로 강연도 하고 있다.25일에는 충남 공주에서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저보다 학식있는 분들이 강연이 듣고 나서 감동받았다고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정재환씨는 머쓱한 듯 빙그레 웃는다. “‘우리나라 말 사랑하세요?’하면 열이면 10명 모두 그렇다고 대답합니다.그런데 ‘그 사랑을 어떻게 실천하세요?’그러면 어른들은 대답을 못해요.오히려 아이들은 ‘바르게쓰면 돼요”라고 정답을 말하지요”이송하기자 songha@
  • ‘전화방’ 이젠 인터넷서 ‘우후죽순’

    회사원 이지영씨(가명·27)는 얼마 전부터 음란전화에 시달려야 했다.특정 시간만 되면 전화벨이 울렸고,그것도 한사람이 아닌 각기 다른 사람들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했던 이씨가 밝혀낸 것은 얼마전 가입한한 인터넷 전화상담 사이트.“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자신의 전화번호를 올려놓은 게 화근이 된 것이다.이씨는 곧바로 회원 탈퇴 신청을 했고,그 후론 더 이상스토킹이 없었다.이처럼 전화 상담 서비스등을 내세운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했다가 엉뚱하게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윤락 알선,퇴폐풍조 조장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전화방’사업이 인터넷으로 활동반경을 넓혀 일어난 현상이다. 인터넷을 통한 전화방 서비스가 등장한 것은 올해 초부터다.인터넷 전화방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을 빼면,오프라인의 일반 전화방과 비슷한 모양새다. 우선 통화 상대자인 이른바 ‘도우미’를 웹 상에서 모집하고,이 정보를 가진 서비스업체는 인적사항과 전화를 연결해주는 대가로 사용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요금은 5,000원에서 1만2,000원선이지만 대다수가 핸드폰을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일반 전화방과 비슷한 수준이다.물론 전화를 거는 쪽에서 요금을 부담한다. 이 서비스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가 있다.굳이 전화방을찾지 않아도 돼 남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요금도 핸드폰 결제방식으로 이뤄져 한결 편하다. 문제는 이렇게 간편한 인터넷 전화방 서비스가 대부분 탈선으로 흐른다는 점이다.물론 업체들은 폰섹스를 정면에내세우지 않는다.현행법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등의 단속 대상이 되기 때문.이런 이유로 가입절차를 통해 성적이거나 음란한 대화는 나눌 수 없다는 공지사항을 밝히고 있지만,사실은 관리나 감독이 안되고 있다. 결국 생활 상담을 하거나 친구를 만들어 본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무관하게 불륜이나 매매춘을 조장하는 공간이되고 있다.실제로 도우미로 가입한 회원의 개인정보를 보면 황망할 지경이다. “원하는 미시만 저에게 멜을 남겨 주세요.그대가 원한다면 관계를 가져볼까요” ID:youngsu이 정도는 아주 약한 수준.이와 관련, 한 전화방 사이트관계자는 “이곳에 접속하는 사람들 역시 성적인 대화를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밝히면서,“1대1 대화라는형식 때문에 구체적인 제재나 관리가 어렵다”고 시인한다. 이처럼 인터넷 전화방은 악용되고 있지만,사이트 관계자들은 법적 책임을 지기는 곤란하다는 식이다.전문가 상담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관계자는 “업체가 성을 매개로 돈을 벌고자 하는 사고만 버린다면 부작용은 충분히 막을 수있다”며,“전화상담 분야가 불분명하고,전문가 집단이 아닌 전화 서비스는 의심해 볼 여지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재 인터넷 전화방을 찾는 이들은 주로 20대,30대 남성이다.전화방 서비스를 하고 있는 J사이트의 경우 남자 회원의 수가 여자 회원의 10배의 이른다.여자 회원들이 적다는 회원들의 불평이 잇따르자,사이트 관계자는 “현재 오프라인에서 직업여성들을 대상으로 모집을 고려 중이다”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사이버 수사대 변진선씨는 “현행법상 윤락이나 원조교제등 실정법위반 혐의가 포착되지 않는 한 제재할 방법은 없다”면서 “최선의 방법은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는데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유영규 kdaily.com기자 whoami@
  • 제55회 토니상 시상식

    [뉴욕 연합] 브로드웨이 최고의 흥행작 ‘더 프로듀서스’(The Producers)가 3일(현지시간) 뉴욕의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55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작품상을 비롯,12개 부문을 석권하며 최다 수상기록을 세웠다. 전에는 1964년에 무대에 올려진 ‘헬로,돌리!’(Hello,Dolly)의 10개 부문 석권이 최고기록이었다. 1968년에 제작된 멜 브룩스의 코미디 영화를 뮤지컬로 제작한 프로듀서스는 뮤지컬 작품상과 각본상,작곡상,남우주연상,남·여 조연상,무대디자인상,의상디자인상,안무상,연출상,관현악 편곡상 등 뮤지컬 부문에서 사실상 모든 상을휩쓸었다. 프로듀서스는 파산한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제작자가 후원자들의 돈을 떼어먹기 위해 3류 배우와 감독으로 실패할 것이 뻔한 ‘히틀러의 봄’이란 엉터리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지만 예상과 달리 공전의 히트를 한다는 내용으로, 영화와 똑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뮤지컬 작품상 ‘프로듀서스’ ▲연극 작품상 ‘프루프’ ▲리바이벌 연극상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리바이벌 뮤지컬상‘42번가’ ▲연극 부문 연출상 대니얼 셜리번(프루프) ▲뮤지컬 부문 연출상 수전 스트로먼(프로듀서스) ▲작곡상 멜 브룩스(프로듀서스) ▲각본상 멜 브룩스-토머스 미헌(프로듀서스) ▲안무상 수전 스트로먼(프로듀서스) ▲뮤지컬 남우주연상 네이선 레인(프로듀서스) ▲뮤지컬 여우주연상 크리스틴 에버솔(42번가) ▲연극 남우주연상 리처드 이스턴(더 인벤션 오브 러브) ▲연극 여우주연상메리-루이스 파커(프루프)
  • 유명 팝뮤지션 잇단 내한무대

    해외 유명 팝 뮤지션들의 방한이 잇따르고 있다.새 앨범 홍보차,혹은 국내 유수 기획사들의 초청으로 한국 팬을 찾는이들은 10대들의 구미에 맞는 발라드 무대부터 정통 재즈 피아노 연주까지 다양한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주목 할 만한 팝 무대를 소개한다. ◆웨스트라이프(westlife) =31일 오후8시 잠실실내체육관.98년 7월 결성된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최고 보이밴드.감미로운 멜로디와 편안한 리듬,드라마틱한 곡의 구성,미성이 어우러지는 하모니가 일품이다.싱글 ‘마이 러브’는 지난해 가을 국내 라디오 전파를 가장 많이 탄 곡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김대중 대통령 노벨상 수상 축하공연 무대에 함께 섰다. ◆비디벨&부게= 29일 오후7시30분 서울 대학로 폴리미디어씨어터.재즈,팝,테크노에서 앰비언트까지 넘나드는 신선한 사운드로 주목받는 노르웨이의 신예 비디벨과 일렉트로닉스·테크노를 혼합한 노르웨이의 재즈 아티스트 부게 베셀도프트의 만남.비디 벨의 새 앨범 ‘홈’의 국내 발매 기념공연이다.비디 벨은 지난 99년결성된뒤 언더그라운드에서 인정받아 세계적인 스타가 된 듀오.키보드의 부게와 DJ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주목된다◆백개의 황금손가락= 12일 오후8시 LG아트센터.2년마다 세계 정상급 재즈 피아니스트 10인이 결성돼 마련하는 정통 재즈콘서트.재즈의 살아있는 신화라고 불리는 거성들과 젊은 재즈 뮤지션들이 한자리에 모여 재즈 피아노의 스펙트럼을 조망할 수 있는 무대다.네번째 한국 무대.재즈계의 살아있는전설로 불리는 하드 밥(BOP)의 대가 멜 왈드런이 멤버의 중심.주니어 만스,레이 브라이언트,돈 프리드맨,케니 배런,제임스 윌리암스,게리 알렌.사이러스 체스트넛,베니 그린,에릭 리드가 함께 한다. 김성호기자
  • ‘실리콘유방’ 배상금 내년초 받는다

    [시드니 DPA 연합] 미 다우코닝사의 잘못된 실리콘 유방삽입물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10여년간 법정 싸움을벌여온 호주 여성 3,000여명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다우코닝으로부터 배상금을 받게 됐다고 21일 피해자측 변호인들이밝혔다. 멜버른 소재 법률회사 슬레이터 앤드 고든은 이날 “멜버른법원이 3,800만호주달러(2,000만달러,한화 260억원 상당)에달하는 배상금 지불을 승인하면 이르면 내년 초 다우코닝으로부터 배상금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여성들이 받게 될 배상금은 1인당 최고 5만호주달러(약 3,380만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다우코닝은 지난해배상금 지급에 동의했었으나 배상금 마련을 위해 재정구조개편을 진행하면서 배상금 지급이 지연돼 왔다. 다우코닝이 제조한 잘못된 실리콘 유방 삽입물로 인해 약 20만명의 여성이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고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어둠’이 암 억제?

    어둠이 암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ABC방송은 17일 광(光)생물학자인 조앤 로버츠 박사가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작동시키는 데 어둠이 필요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우리 몸은 어두워야만 유방암과 전립선암등 질병을 치료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을 생산하기 때문이다.한편 로버츠 박사는 밤늦게까지 TV를 보는 것이 낮에만활동해야 하는 호르몬들을 활동·소모시킴에 따라 감기에잘 걸리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덧붙였다. 멜라토닌은 뇌중간 밑에 있는 콩알만한 크기의 송과선에서 저녁부터 만들어지며 아침이면 분비가 멈춘다.밤이 되면 망막에 맺히는 빛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따라서 밤이라도 밝은 조명 아래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전경하기자 lark3@
  • [사라지는 것을 찾아] 亡者 길안내 40년 이봉근옹

    ‘예예예∼이∼야 허∼허∼허디∼하오’선창자의 구슬픈상여소리를 꽃상여를 어깨에 맨 상두꾼들이 일사불란하게따라한다. 상여소리를 선창하면서 상여를 묘지로 인도하는 상여소리꾼을 전라도에서는 ‘공포’라 부른다. 전남 장흥군 장평면 용산리의 이봉근(李鳳根·76)할아버지는 근동에서 알아주는 공포다.상여소리꾼이 드문 요즘초상난 집안이 ‘삼고초려’로 모시고자 애쓰는 이 할아버지는 40년 동안 상여소리와 함께 상여를 이끌었다. 한때 공포는 ‘천한 짓’으로 치부됐다.그러나 이 할아버지 생각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망자는 잘났건 못났건 이승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을 두고 떠나기 마련이지.마지막가는 길에 극락왕생을 빌어 주는 거 좋은 일 아니냐”며웃는다. 농촌이 지금처럼 썰렁하지 않았던 지난 시절 출상 전날밤.공포는 빈 상여를 멘 상두꾼들과 한두 시간 간격으로초상집 마당을 세번 돈다.발을 맞춰보는 예행연습이다.마당 한 켠에 장작불을 피우고 커다란 솥에 돼지고기 국과닭죽을 끓이는데 마을사람들은 여기서 저녁을 같이 먹는다.공포는 집에서 묘지까지 가는 동안 망자에 대한 애도 분위기를 살려내면서 동시에 재치있는 입담으로 죽은 사람을묻으러 가는 매장행위의 무거움을 떨어낸다.오른손에 든요령을 흔들면서 추임새를 섞어 슬픈 가락을 뽑는다.목젖을 젖혀 ‘허늘∼ 허허허늘∼ 얼가리 넘자∼ 허화늘’하면상두꾼들이 따라하며 어깨 아픈 것을 잊는다. 이어 ‘사설’에서 공포의 진가가 나온다.망자 생전의 한맺히고 억울했던 사연,아내와 자식을 두고 이승을 떠나야하는 아픔을 특유의 가락에 섞어 읊는다. 상여가 묘지 가까운 가파른 언덕길에 접어들면 공포의 움직임이 갑자기 긴박해진다.‘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로운을 뗀 뒤 ‘헤야 헤야 데야 맹이야 장이야’를 짧고 굵게 반복하면서 상여가 관이 묻힐 광(壙) 바로 앞에 편안하게 닿도록 인도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사라진 시골에는 상여를 멜 상두꾼이 없다.지역 농협 등에서 장제사업을 대행하며 마을 입구에서상여를 트럭에 싣고 묘지로 떠난다. 또 공포 역할은 상여에 동여맨 녹음기가 대신한다.지난시절 두서너 마을에걸쳐 능숙한 상여소리꾼이 반드시 한명은 있었지만 이제는 맘먹고 여러 고을을 수소문해도 찾기 힘들다. 글 장흥 남기창기자 kc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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