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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칩’ 박희순 “‘가비’서 새로운 고종 표현할 것”

    ‘블루칩’ 박희순 “‘가비’서 새로운 고종 표현할 것”

    작품마다 변신을 거듭하는 연기파 배우 박희순이 3년이 넘는 사전작업과 환상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가비’(감독 장윤현, 제작 오션필름)에서 고종황제로 분한다. 영화 ‘세븐데이즈’, ‘작전’, ‘맨발의 꿈’ 등 매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는 박희순은 김탁환의 소설 ‘노서아 가비’를 원작으로 한 기대작 ‘가비’에 캐스팅돼 충무로의 ‘휴식없는 배우’임을 입증했다. ‘가비’는 구한말을 배경으로 고종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대피했던 아관파천 시기, 스파이들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려는 고종을 암살하기 위한 비밀작전을 그린 첩보 멜로물이다. 박희순과 주진모, 이다해, 유선 등 쟁쟁한 배우들이 모여 아우라를 발산할 화제작 ‘가비’에서 박희순이 맡은 역은 조선의 마지막 임금이자 암살의 위기에 처한 고종이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틀어 처음으로 왕을 연기하게 된 박희순은 “‘가비’의 원작인 ‘노서아 가비’를 읽었을 때부터 이 작품에 무척 끌렸다.” 며 “고종의 내면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심 중이다. 어렵기도 하지만 흥미로운 도전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가비’는 ‘접속’으로 유명한 장윤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3년이 넘는 사전 기획단계를 거친 충무로 최고의 기대작이다. 한편 현재 박희순은 ‘가비’에 앞서 법정 스릴러 ‘의뢰인’(감독 손영성, 제작 청년필름) 촬영에 한창이다. 박희순, 하정우, 장혁 연기파 배우 세 명의 만남으로 캐스팅 초반부터 화제를 모은 ‘의뢰인’은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를 두고 변호사와 검사 간에 펼쳐지는 치밀한 두뇌싸움을 다룬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현빈, 해병대 입대 전 임수정과 스크린 호흡

    현빈, 해병대 입대 전 임수정과 스크린 호흡

    배우 현빈이 오는 3월 해병대 입대를 앞두고 임수정과 함께한 스크린 멜로 호흡을 선보인다. 현빈과 임수정이 호흡을 맞춘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오는 2월 24일 개봉을 확정했다. ‘여자,정혜’, ‘멋진 하루’ 등을 연출한 이윤기 감독의 5번째 멜로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결혼 5년 차 남녀가 이별을 앞두고 벌이는 마음의 숨바꼭질을 그린다. 지난해 영화 ‘김종욱 찾기’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까지 섭렵한 임수정은 극중 다른 남자가 생겨 집을 나가겠다는 여자로 분한다. 또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통해 로맨틱한 ‘까도남’으로 사랑받고 있는 현빈은 세심한 배려로 속마음을 알 수 없는 남자를 열연했다. 앞서 임수정은 지난해 서울신문NTN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빈과 호흡을 맞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현빈은 3월 입대 전 마지막 영화인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를 통해 관객들과 만날 전망이라 관심을 높이고 있다. 한편 현빈이 중화권 톱 여배우 탕웨이와 호흡을 맞춘 영화 ‘만추’ 역시 올 상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만추’ 홍보 관계자는 “2월 개봉을 예상하고 있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보다 먼저 개봉할지 후에 개봉하게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
  • [11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우수에 찬 눈동자, 날렵한 턱선을 가진 꽃미남 황태자가 황태마을에 떴다. 진부령 끝자락에 고즈넉히 자리 잡은 황태마을 용대리.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집안 어르신들의 명을 받아 2년 전 고향으로 내려온 이상진씨. 칼바람 황태덕장의 말단 노릇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하루하루가 시험날인 상진씨의 24시간을 만나본다. ●꼬마과학자 시드(KBS2 오후 3시 5분) 시드는 가수와 과학자를 함께 하고 싶은 꼬마 과학자다. 시드는 판다 박제가 운동장 비탈길의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꾸미고 싶다. 이를 위해 시드와 친구들은 바퀴, 경사면, 지렛대, 도르래와 같은 기계들을 사용할 계획을 세운다. 과연 시드는 판다 박제를 꼭대기까지 올려 보낼 수 있을까. ●몽땅 내 사랑(MBC 오후 7시 45분) 김 원장은 새로 생긴 필승학원이 홍보에 열을 올리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승아에게 밖에서 홍보하라고 다그친다. 태수는 추운 날씨에 밖에서 전단지를 돌리는 승아를 보고 마음이 아파 도와주려 하지만 번번이 우진에게 선수를 뺏긴다. 한편 태수는 정 집사를 골탕 먹이기 위해 영옥 할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을 정 집사에게 보여준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 30분) 한 지붕 아래 1분 1초도 함께할 수 없는 부자가 있다. 매일같이 집안이 떠나가라 들리는 소리, “아빠 나가.” 아빠에게 반경 1m 내 접근금지 명령을 내린 주인공은 바로 5살 어진이다. 가족 모두가 5년 동안 꼭꼭 숨겨온 비밀이 어진이와 아빠를 멀어지게 했다는데…. 도대체 어진이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세계테마기행(EBS 오후 8시 50분) 방글라데시 제2의 도시이자 가장 큰 항구도시 치타공에서는 30년 경력의 전문 서커스단원 부모와 함께, 방글라데시 방방곡곡을 다니며 서커스를 하는 아홉 살 소녀 루마가 있다. 공중곡예를 펼치는 것이 일상생활인 루마에게 학교는 꿈나라 속 일일 뿐이다. 하지만 루마에겐 이루고픈 소망이 하나 있다고. 루마의 꿈은 무엇일까. ●멜로다큐 가족(OBS 오후 11시 5분) 양지서당에는 조선시대에나 있을 만한 훈장님 가족들이 있다. 주인공 가족은 큰 훈장님을 비롯해 둘째 아들 정우, 셋째 아들 정욱 등인데, 모두 훈장님들이다. 훈장님이라고 해서 옛날 구식 훈장님들이 아니다. 휴대전화 사용은 물론 카레도 맛있게 먹을 줄 안다. 계룡산 깊은 골짜기, 개성 넘치는 신식 훈장님 삼총사를 만나본다.
  • 새해 공연가 ‘브리티시의 공습’

    새해 공연가 ‘브리티시의 공습’

    새해 벽두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 공습 경보가 울렸다. 영국 음악을 대표하는 뮤지션들이 잇달아 한국을 찾는 것. 가장 먼저 팝 스타 스팅(59)이 6년 만에 한국에 온다. 1998년, 2005년에 이어 세 번째다. 오는 11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무대에 선다. 스팅은 1977년 록 밴드 ‘더 폴리스’를 결성해 메인 보컬과 베이스를 맡았다. 팝과 록, 펑크와 레게 등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던 폴리스는 ‘에브리 브레스 유 테이크’ 등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1985년 솔로로 전향한 스팅은 서정적인 멜로디와 깊이 있는 노랫말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1993년 발표한 노래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가 영화 ‘레옹’에 깔리며 큰 인기를 누렸다. ‘잉글리시 맨 인 뉴욕’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곡. 폴리스 시절까지 합치면 현재까지 1억장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미상도 16차례나 받았다. 이번 공연은 자신의 히트곡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재편곡해 발표한 13집 ‘심포니시티스’ 월드 투어의 일환이다. 새 앨범 컨셉트에 맞춰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7만 7000~23만원. (02)2167-6419. 지미 페이지, 제프 벡과 함께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에릭 클랩튼(65)도 1997년, 2007년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 무대에 선다. 2월 20일 오후 7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이다. 1970년 솔로로 데뷔한 클랩튼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록, 블루스 기타리스트다. 그가 거쳤던 야드버즈, 크림, 블라인드 페이스, 데렉 앤드 도미노스 등 역사적인 밴드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레일라’, ‘원더풀 투나잇’, ‘티어스 인 헤븐’, ‘체인지 더 월드’ 등으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션 반열에 올라 있다. 최근 19집 ‘클랩튼’을 냈다. 기존 히트곡은 물론 블루스, 컨트리, 팝, R&B 등 다양한 장르를 들려줄 예정이다. (02)332-3277. 6만~18만원. 3월에는 브리티시 헤비메탈의 전설이자 트윈 기타의 교과서로 불리는 아이언 메이든이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10일 오후 8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이다. 1975년 결성됐고 4년 뒤 정식 데뷔 앨범을 발표한 메이든은 그동안 정규 앨범 15장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850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슈퍼 밴드다. 주다스 프리스트와 함께 영국 헤비메탈의 자존심으로 군림하고 있다. ‘에이스 하이’, ‘홀리 스모크’, ‘런 투 더 힐’, ‘피어 오브 더 다크’ 등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스티브 해리스(베이스), 브루스 디킨슨(보컬), 데이브 머레이, 애드리안 스미스, 야닉 거스(이상 기타), 닉코 맥브래인(드럼) 등 초창기 멤버 대부분이 건재하며 현재 트리플 기타 라인업이다. 지난해 4년 만에 발표한 새 앨범 ‘더 파이널 프런티어’는 28개국에서 앨범 차트 1위에 올라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했다. 이번 투어는 2월 11일 모스크바를 시작으로 5개 대륙 13개국 26개 도시에서 진행된다. 디킨슨이 직접 조종하는 보잉757 전용기로 무대, 조명, 특수 효과를 비롯한 초대형·최첨단 공연 장비가 공수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9만 9000원. (02)3141-3488.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2011년 빛낼 스포츠 스타] 동계AG 스키점프 대표팀 강칠구

    [2011년 빛낼 스포츠 스타] 동계AG 스키점프 대표팀 강칠구

    ‘겁내지 마. 할 수 있어. 뜨겁게 꿈틀거리는 날개를 펴. 날아올라. 세상 위로…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달리는 강칠구(27·하이원)의 귓가에는 익숙한 멜로디가 흐른다. 영화 ‘국가대표’ OST. 들을 때마다 심장은 열정을 펌프질한다. 지난 2일 만난 강칠구는 절정과 추락을 맛봤던 지난날을 담담하게 회상했다. 장밋빛 미래를 말하면서 목소리는 부쩍 커졌다. ●아픈 만큼 성숙해졌다? 강칠구는 지난해 2월 밴쿠버올림픽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별 어려움 없이 두번이나 나갔던 올림픽이라 당연히 되는 줄 알았는데 포인트가 부족했다. 충격이었다. 그는 선수가 아닌 관중이 됐다. 한국은 단체전(4명)도 못 나갔다. 영화 국가대표 흥행 후 관심이 집중됐던 때였다. 환호하던 관중들은 차갑게 등을 돌렸다. 강칠구의 감정은 ‘미안함과 속상함과 부러움’, 그 어딘가에 있었다. 위기였다. 하지만 오히려 독을 바짝 오르게 했다. “밴쿠버는…‘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라고 하면 될 것 같아요. 당연하던 올림픽에 못 나가니까 충격이 컸어요. 새삼 긴장하게 됐고 마음가짐도 새롭게 했습니다.” 사실 강칠구의 스키점프 인생은 첫 끗부터 대박이었다. 설천고 3학년이던 2003년, 한국 겨울 종목의 한 획을 그었다. 이탈리아 타르비시오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이 쇼트트랙 외에 세계 규모의 동계종합대회에서 딴 첫 금메달이었다. 그해 아오모리 아시안게임에서도 단체전 골드를 목에 걸었다. 무서운 것도, 거칠 것도 없었다. 탄탄대로였다. “그때는 멋모르고 뛰었던 것 같아요. 아무 생각도 없이 정말 잘했어요. 우쭐했던 것도 사실이죠.”라고 돌아봤다. 연습을 안 해도 1등이었다. 굳이 열심히 할 필요성도 못 느꼈다. 철도 없었고, 미래는 불투명했다. 지난해 하이원에 둥지를 틀기 전까진 실업자였다. 국가대표 훈련 수당 360만원이 연봉이었다. 시간을 쪼개 막노동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이어진 방황, 어느 순간 슬럼프가 왔다. “언제부턴가 점프가 안 됐어요. 안 되니까 잡생각은 더 많아졌고요. 점프대를 내려오는 몇 초 동안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는지 몰라요.” 그러다 밴쿠버를 놓쳤다. ●12일부터 FIS대륙컵 출전… 컨디션 조절 하지만 쓰라린 아픔은 다 잊었다. 머릿속엔 이달 말 카자흐스탄(알마티·아스타나)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뿐이다. 2007년 창춘 아시안게임 때는 스키점프 종목이 없었으니 8년 만에 잡은 기회. 2003년 대회에 이어 단체전 2연패를 노린다. 강칠구는 “매일 꿈꿔 왔던 아시안게임이에요.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을 때도 5분, 10분 더했던 게 아시안게임 때문이었어요. 단체-개인전 금메달이 목표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일본·카자흐스탄 3파전인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딸 가능성은 높다. 강칠구와 최흥철·최용직·김현기(이상 하이원)의 기량이 골고루 준수하다. 일본은 1.5군이 출전하고, 카자흐스탄은 최근 컨디션이 별로라는 설명. 다만, 개인전은 ‘집안 싸움’이다. 개인전엔 나라당 2명만 나간다. 10년 넘게 한솥밥을 먹은 친형제 같은 선수들은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대회 직전 알마티 점프대에서 뛰어보고 2명을 추릴 예정이다. “살짝 떨리긴 하는데 안 된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그저 시상식에 서겠단 마음뿐이에요.” 강칠구의 목소리에서 간절함이 느껴진다. 이들은 오는 12~13일 평창에서 열리는 국제스키연맹(FIS) 대륙컵에서 하늘을 난다. 아시안게임 전초전. “아픔과 아쉬움은 훌훌 털어버리고 카자흐스탄에서 비상하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씩씩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4일 TV 하이라이트]

    ●러브인 아시아(KBS1 오후 7시 15분) 5년 전 한국으로 귀화해 중국인 ‘장진룽’에서 한국인 ‘장금영’이 된 것은 그 전해 한·중 친선대회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김대경씨와의 결혼 때문이다. 한국으로 오면서 11살 때부터 잡은 소총을 잡을 수 있을지 불확실했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사격 선수 출신 남편의 응원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장금영씨를 만나 본다. ●뛰뛰빵빵 구조대(KBS2 오후 4시 30분) 쉬퐁이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 거울을 보는데, 얼굴에 수염이 났다. 우연히 쉬퐁의 집 앞을 지나가던 레비레스 때문에 온 마을에 소문이 퍼지고, 쉬퐁은 슬픔에 잠긴다. 톡톡이는 쉬퐁이 염소버섯을 먹어 수염이 난 것을 알아차리고, 해독제인 수염 열매를 찾으러 혼자 허리버리 타운 숲속으로 떠난다. ●뽀뽀뽀 아이조아(MBC 오후 4시 10분) 뽀뽀뽀 동산에는 어떤 신나는 일이 있을까. 뽀뽀뽀 친구들이 소개해 줄 오늘의 이야기. 똑똑 수학 놀이터 ‘노래하는 요술 냄비’. 가장 넓은 뗏목을 타고 가장 좁은 길을 지나 둥둥이랑 함께 보물 찾으러 떠나자. 두 번째 이야기, 잉글리시 매직 세븐. 소리 없이 정답을 맞혀라. 동그리동, 뽀미 언니가 내는 퀴즈를 엄마와 함께 풀어 보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 30분) 지난해 화제의 주인공들을 만나 본다. 등교거부에 수업거부, 엄마는 교실 앞 5분 대기조다. 선생님과 맞짱뜨던 8살 ‘도헌이’. 공부가 죽기보다 싫은 8살 ‘동현이’. 매일 끝나지 않는 밥상머리 전쟁, 밥을 거부했던 ‘예슬이’와 ‘다원이’ 등 온 국민을 경악시킨 최고의 악동들이 돌아왔다. ●세계테마기행 대자연의 매혹, 서호주 2부(EBS 오후 8시 50분) 핫핑크 색깔로 시선을 사로잡는 핑크 염전과 전 세계로 수출되는 서호주의 특산물 록 랍스터 수확 현장에서 훼손되지 않은 청정바다 인도양의 진가를 확인한다. 또 풍요로운 자연환경과 이를 보전하면서도 지혜롭게 바다를 이용하며 넉넉한 삶을 일궈온 호주 사람들을 만나 본다. ●멜로다큐 가족(OBS 오후 11시 5분) 학교를 다니지 않는 13살 소년 ‘류옥하다’는 충북 영동군에 위치한 폐교를 개조한 곳에서 살고 있다. ‘류옥하다’의 선생님은 어머니 옥영경(44)씨. 그리고 자연이다. 언뜻 보면 13살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큰 덩치에 틀에 박힌 교육을 거부한 소년, 자유로운 촌 아이 류옥하다는 어떤 아이인지 만나 본다.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등장인물 꾸부정 지금 막 해고된 초보 해고자. 40대 후반. 키 크고 꾸부정하다. 대머리 해고된 지 1년이 넘은 베테랑 해고자. 40대 후반. 키 작고 대머리다. 단발 꾸부정의 아내. 40대 초반 파마 대머리의 아내. 40대 중반 *연출에 따라 남편들이 부인들의 역할을 겸하는 2인극이 가능하다. ●시 간 현대 ●무 대 놀이터. 놀이터를 구체적으로 꾸밀 필요는 없다. 그네 두 개만으로도 연출이 가능하다.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으면 좋다. #1 해가 질 무렵의 저녁, 놀이터. 양복 차림의 남자가 힘없이 놀이터로 걸어 들어온다. 고개를 푹 숙이고 꾸부정한 모습으로 보아 무언가 고민이 있는 듯하다. 꾸부정한 이 남자, 그네에 주저앉는다.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어색하게) 여…… 여보… … 나 오늘, 해, 해, 해고……. 고개를 흔들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여보, 훌쩍, 나 오늘 해고당했어. 머리통을 때리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호탕하게 웃으며) 사랑하는 여보! 나! 오늘 짤렸어! 멋지지? 하하하!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저앉는다. 한참을 그렇게 쥐어뜯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히 일어나 열정적인 독백을 시작한다. 꾸부정이 열심히 말하는 동안, 양복 차림의 대머리가 천천히 걸어 들어와 옆에 있는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자기 상상에 빠진 꾸부정은 대머리를 눈치채지 못한다. 꾸부정 여보. 우리가 결혼한 지 이십 년이 넘었구나. 단칸방으로 시작해서 전세를 거쳐서 우리 집을 갖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어. 비록 평수는 작지만 우리 집이라는 게 중요하지. 애들도 건강하게 잘 컸어. 얼마 안 있으면 큰애는 대학에, 작은애는 고등학교에 가겠지. 이 정도면 우린 잘 산 거야 그렇지? 당신,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아니? 뭐라고? 내가 제일 고생 많았다고? 십오 년을 변함없이 회사에 다녀주어서 고맙다고? 때론 가기 싫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을 텐데 가족을 위해서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아이, 당신도 참 부끄럽게…… 뭐라고? 이제 나이도 먹고 간도 안 좋을 텐데 생각 같아서는 한 몇 년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이럴 수가, 당신이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정말 고마워 여보! 하하하하……말이 나와서 말인데 여보……사실……내가……오늘……회사에서. 대머리 (불쑥) 소용없을 겁니다. 꾸부정 (화들짝)네 넷? (돌아본다) 아니, 언제부터 거기? 대머리 죄송하군요.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닙니다만. 꾸부정 괘 괜찮습니다. 그런데 방금……소용없다고……. 대머리 (단호) 네, 소용없습니다. 불쌍하게 말하든 호탕하게 말하든 부드럽게 말하든 소용없습니다. 해고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는 순간 부인께서는 엄청난 쇼크를 받으실 겁니다. 부인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휘청거리거나 털썩 주저앉거나 뒤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부인이 건강하신가요? 꾸부정 아……아니요, 혈압이 조금. 대머리 혈압이라, 뒤로 넘어가겠군. 꾸부정 새……생각해보니 골다공증도.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겠군. 꾸부정 얼마 전부턴 심장이 답답하다고.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다음 호흡 곤란을 일으키겠군. 꾸부정 뭐……뭐라구요! 대머리 집이 몇 층이죠? 꾸부정 시……십오층인데? 대머리 완벽하군요. 해고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선생의 부인은 혈압이 높아져서 뒤로 넘어지고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진 다음, 심장 이상으로 호흡 곤란을 일으킬 겁니다. 놀란 선생은 어떻게든 해보려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혈압과 뼈와 심장이 동시에 문제를 일으켰거든요. 우물쭈물하다가 선생님은 119에 전화를 하겠죠. 119 요원들은 잽싸게 아파트에 도착하지만 선생님의 집은 십오층입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맨 꼭대기 층에 있군요. 요원들이 계단을 뛰어올라 옵니다. 일층 이층 삼층 사층 선생의 부인은 점점 호흡이 가빠집니다. 오층 육층 칠층 더더욱 가빠집니다. 팔층 구층 부인의 의식이 점점 없어집니다. 십층 십일층 선생이 말합니다. 여보, 조금만 참아. 십이층 십삼층 선생이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여보, 제발 조금만 더 참아. 그렇게 십사층을 지나고 십오층에 도착해 마침내 선생의 집으로 왔을 때 선생의 부인은 이미……. 꾸부정 (이야기에 몰입해 있다가)아……안 돼! 안 돼! 여보오! 꾸부정, 털썩 쓰러진다. 대머리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는 없겠죠. 해고는 해고니까요. 이왕이면 부인의 컨디션이 최상일 때, 119가 바로 올 수 있는, 뒤로 넘어가도 뼈가 부러지지 않을만한 장소에서 하시죠. 부드러운 모래라든가……이 놀이터가 딱이로군요. (다시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한참의 정적. 꾸부정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죠? 대머리 사실 저도 해고잡니다. 꾸부정 동업자…… 아니…… 동반자셨군요. 대머리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꾸부정 고참…… 이시네요. 혹시……선생님 부인께서도 뒤로? 대머리 아니요. 꾸부정 뼈가? 대머리 전혀. 꾸부정 호흡 곤란이라든가. 대머리 천만에요. 멀쩡합니다. 멀쩡함을 넘어 건강하죠. 김치찌개에다 밥을 두 그릇이나 비운 다음, 남은 찌개를 밥통에 넣고 비벼먹으니까요. 꾸부정 ……대단하군요. 대체……비결이……. 대머리 간단합니다. 해고됐단 얘기를 안했으니까요. 꾸부정 그, 그럼? 대머리 계속 다니는 줄 압니다. 꾸부정 아니 그게 일 년 넘게 가능한가요? 대머리 보통 사람은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하지만 선생님은? 대머리 전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영특, 기특,똑똑, 비범이란 말을 달고 다녔으니까요. 한마디로 머리가 좋았죠. 꾸부정 (대머리의 머리를 한참 쳐다본다) 대머리 지금, 대머리 주제에 머리가 좋아봤자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어쨌든, 저 정도의 두뇌라면 충분히 속이는 게 가능합니다. 분명한 원칙 규칙 법칙만 확립한다면 말이죠. (시계를 가리키며) 이 시계도 그런 원칙 중의 하납니다. 퇴근시간 여섯시, 전철 타고 내리면 여섯시 삼십분, 역 앞에서 버스 타고 동네까지 오면 여섯시 오십분, 동네에서 아파트까지 오는 데 여섯시 오십오분, 아파트에서 우리 집까지 오면 딱 일곱시, 그렇지만 시간을 너무 딱 맞춰 오면 이상하니까 적당하게 일곱시 삼분 정도……마침 지금이 일곱시 삼분이군요. 더 늦으면 어색합니다. 그럼 이만. 대머리, 일어나서 가려고 한다. 꾸부정 (벌떡 일어나며) 자……잠시만요. 대머리 ……. 꾸부정 저한테도 그……원칙 규칙 법칙을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대머리 (위아래로 훑어보며) 딱 보니 보통 사람이시군요.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앞을 막아서며) 부탁드립니다.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꾸부정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대머리 미안합니다. 늦으면 의심합니다. (가려고 한다) 꾸부정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며) 제발요, 제발. 이렇게 빕니다. 우리 집사람이 뒤로 넘어가고 뼈가 부러지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 사람은 저 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랑……결혼을 해준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일분일초라도 더 웃게 해주고 싶습니다. (무릎 꿇으며) 허락하실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겠습니다. 무릎 꿇은 꾸부정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대머리. 꾸부정, 점점 다리가 저려온다. 대머리 다리 저리죠? 꾸부정 ……조금. 대머리 이쯤 되면 좀 봐주지 저 대머리 진짜 독한 놈이다,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요? 대머리 다리 저리면,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아……아닙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대머리 괜찮습니다.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그럼……조금만 꼼지락을. 꾸부정, 슬며시 꼼지락거린다. 대머리 (시계를 들여다본다) 시간이 꽤 지났군요. 어중간한 시간입니다. 지금 들어가면 뭔가 부조리합니다. 이럴 때는 회식을 한 것처럼 아예 늦게 들어가는 게 좋은 방법이죠. (전화를 건다) 나야, 별일 없지? 부장님이 딱 한잔만 하자고 하시네. 당신도 알잖아 부장님이 회사일 힘들면 나한테 털어놓는 거. 일찍 갈 테니까 밥은 먼저 먹어. (전화 끊자마자 가방에서 반병 정도 남은 소주를 꺼내 한 모금 마신다) 회식이라고 했기 때문에 입에서 술 냄새가 나야 됩니다. (오징어 다리를 꺼내 우물우물 씹는다) 술 냄새만 나면 이상하니까요. 자, 그럼, 훈련을 시작해 볼까요? 꾸부정 (기쁨) 저……정말이십니까? 대머리 시간이 없으니까 3단계로 요약 학습을 하죠.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꾸부정 (차렷 자세로) 옛! 대머리 가장 중요한 1단계는, 변화입니다. 꾸부정 변화? 대머리 많은 해고자들이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만 대부분 들킵니다. 왜일까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떠한 행동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한숨을 쉰다든가, 소파에 푹 주저앉는다든가, 밥 먹다가 숟가락을 멈추고 한참을 멍하니 있는다든가, 밤이 깊도록 식탁에서 소주를 마신다든가, 아들한테 사립대 말고 국립대로 가는 건 어떠냐고 한다든가, 잠자리에서 등을 돌린 후 웅크리고 잔다든가, 자다가 자기도 모르게 흐느낀다든가. 이런 변화들이 해고를 들키는 가장 큰 이유죠. 꾸부정 (감탄) 그렇군요. 대머리 변화되지 않는 것. 일상적인 평범함을 유지하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꾸부정 (감탄의 연속) 으음……. 대머리 이론만 가지고는 감이 안 옵니다. 실전훈련을 해보죠. 이 놀이터가 집이고 제가 부인이라고 설정을 해봅시다. 선생은 회사 일을 마치고 막 퇴근한 상탭니다. 바깥에서 벨을 눌러보세요. (꾸부정이 멍하니 있자) 시간 없습니다. 빨리. 꾸부정 (얼떨결에) 예…… 옛! (바깥으로 달려 나가) 띵동! 대머리 (부인 흉내)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대머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풉……. 대머리 ……. 꾸부정 그게……집사람이 대머리라고 생각을 하니까 너무 웃겨서……. 대머리 ……. 꾸부정 죄……죄송합니다. 제대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아, 먹었어. 대머리 (손을 잡으며) 고생 많았지? 꾸부정 …… 흐흑. (흐느낀다) 대머리 뭡니까? 왜 울죠? 꾸부정 (흐느끼며) 집사람이 손을 잡아주니까 갑자기 미안하고, 고생만 시킨 것 같고, 젖은 손이 애처롭고……. 대머리 어허, 이러니까 들키는 겁니다. 마음을 강하게 먹으세요. 돌부처처럼! 꾸부정 네……넷! 돌부처! 다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과장되게) 밥? 먹었지! 아주 많이! 대머리 (손을 잡으며) 별일은 없었어? 꾸부정 (더더욱 과장되게) 별일은 무슨, 평소랑 또오오옥 같았어 하하하하! 대머리 잠깐, 왜 이렇게 들떠 있죠? 회사에서 좋은 일이 있었나요?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월급날입니까?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부인 생일인가요? 꾸부정 아니요……별일 없었는데 대머리 그런데 왜 그렇게 오버를 합니까? 별일 없었는데 그렇게 오버 하면서 별일 없었다고 하니까 마치 별일이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꾸부정 아……거기까지는 차마. 대머리 자, 눈을 감으세요. 상상을 해봅시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반복적인 회사의 하루, 위에서 눌리고 밑에서 치이고 정리해고의 소문이 뒤숭숭하게 들려오고, 선생은 그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하루를 버티고 퇴근을 합니다. 지하철이 붐빕니다. 버스가 막힙니다. 심신이 지쳐있습니다. 터덜터덜 걸어옵니다. 그 상황에서 초인종을 누릅니다. 띵동! (부인 목소리) 당신 왔어? 별일 없었지? 꾸부정 (상상하다가 정말 지친 듯, 무심하게) 뭐, 똑같지 뭐. 대머리 나이스! 그겁니다! 하니까 되잖아요? 꾸부정 아? 정말? 정말 되네? 환호하는 꾸부정. 대견한 듯 지켜보는 대머리. 대머리 (느닷없이)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재빨리)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능숙하게)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완전 능숙) 뭐, 똑같지 뭐.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대머리. 대머리를 부둥켜 안는 꾸부정.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2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초조한 듯 그네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상하게도 잠옷 차림. 그의 발밑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들. 대머리가 체육복 가방을 들고 놀이터로 들어온다. 그네에 타고 있는 꾸부정을 의식 못한 채 양복바지와 윗도리를 벗는다. 아아, 그 속에 입고 있는 축구 유니폼. 대머리 (부인에게 전화하는 듯) 나야. 사내 축구대회가 이제 끝났어. 오늘은 두골밖에 못 넣었어. 부장님은 후보였지 뭐. 밥?……부장님이 같이 먹자고는 했는데…… 정 그렇다면 집에서 먹지 뭐.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모래밭에 뒹굴며 유니폼을 더럽히는 대머리. 만족한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꾸부정을 발견하고는 놀란다. 대머리 뭐……뭡니까? 꾸부정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대머리가 꾸부정을 잡아채어 그네 밑으로 숨는다.(숨어질 리가 없으니 웃기다) 대머리 오랜만? 헤어진 지 하루 만에 만났는데 오랜만이라구요? 꾸부정 오랜만은……아니네요. 대머리 이 놀이터는 제가 찜했으니까 다른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우라고 몇 번을 말했습니까? 꾸부정 그건……알지만. 대머리 대체, 40대의 못생긴 남자 둘이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다는 게 주민들이 봤을 때 얼마나 평범하지 않은 일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방금, 솔직히 이 대머리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는데 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쌓여있는 담배를 본다) 맙소사, 이 아까운 담배. 이 담배값이면 김밥이 두 줄이거늘…… 왜 이런 비행을 일삼는 겁니까? 혹시…… 걸린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세상에, 하루 만에 걸리다니……시키는 대로 안 했죠? 꾸부정 아…… 아닙니다. 배운 그대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변수가 있었어요. 대머리 변수라니요? 꾸부정 스승님께 배운 1단계를 계속 되뇌면서, 심호흡을 하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대머리 순간? 꾸부정 첫째 둘째가 쪼르륵 달려오더라구요. 그러고는 갑자기……. 대머리 갑자기? 꾸부정 아빠 생일을 축하한다면서 첫째 놈이 어깨를 주무르고 둘째 놈이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러면서 .(갑자기 목이 멘다) 대머리 세상에……본인 생일인지도 몰랐나요? 꾸부정 저는 집사람이랑 애들이랑 부모님이랑 장인 장모랑 부장님 상무님 전무님 사장님 생일밖에 모릅니다. 대머리 ……. 꾸부정 자식들이 생일노래를 불러주는데 어떤 아빠가 목이 안 멥니까. (흐느낀다) 대머리 잠깐, 이상하군요. 선생 말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들은 자녀들이 생일을 챙겨줄 때 웁니다. 자녀들의 생일 축하에 감동한 아버지가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운다. 이건 튀는 게 아닌데? 평범한 건데? 꾸부정 조용히 운 게 아니라……. (갑자기 바닥에 뒹굴며 통곡한다) 대머리 음 ……그렇게 울었군요. 꾸부정 (끄덕이며 계속 통곡) 대머리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나 할 법한 울음을 생일 축하를 받는 자리에서. 꾸부정 (더 크게 통곡) 대머리 가족들은 가장의 뜬금없는 대성통곡에 당황했을 테고. 꾸부정 (그야말로 대성통곡) 대머리 그래서……그 다음 행동은? 꾸부정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도망치듯 안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대머리 도망치듯 이라, 이런. 꾸부정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안방 문을 잠그고. 대머리 맙소사. 꾸부정 밖에서 두들겨도 열어주지 않다가 . 대머리 하느님. 꾸부정 눈을 떠보니 아침이더군요. 대머리 ……부인은? 꾸부정 ……거실에서. 대머리 ……. 꾸부정 눈을 뜨자마자 너무 당황스러워서……몰래 집을 나왔습니다. 대머리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더군다나……잠옷 차림. 꾸부정 공원에 계속 숨어 있다가 시간 맞춰서 나온 겁니다. 스승님…… 저 어쩌죠?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했거늘. 꾸부정, 흐느낀다. 대머리, 눈을 감은 채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천천히 축구 유니폼을 벗는다. 속옷 차림으로, 꾸부정에게 축구 유니폼을 건네는 대머리. 대머리 회사원인 남자가,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나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러나 체육대회를 했다면 알리바이가 생기죠. 입으세요. 꾸부정 ……하지만……스승님도……. 대머리 저는…… 심판 봤다고 하겠습니다. (가방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목에 걸며) 이건……다음 달에 쓸 거였는데……. 꾸부정 이 은혜……잊지 않겠습니다. 스승님. 대머리 들어가자마자 아버님 사진을 꺼내세요. 꺼내자마자 사진 부여잡고 우세요. 어제 선생은, 돌아가신 아버님 때문에 울었던 겁니다. 꾸부정 (경이로움) 과연……스승님은……. 대머리 이제, 뒹구세요! 꾸부정, 열심히 모래바닥에 몸을 뒹군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3 불이 켜지면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놀이터에 서 있다. 그녀는 양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다. 단발 (냉랭하게) 여보, 솔직히 말 안 하면 나, 집 나갈 거야……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울먹이며) 당신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빨리 말해?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화통하게) 호호호호! 괜찮아 여보! 딱 보니까, 짤렸네? 호호호호!! 힘없이 주저앉는 단발머리.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차분하게 독백을 시작한다. 단발머리가 독백을 하는 동안 파마머리를 한 여성이 조용히 들어온다. 그러고는 옆 그네에 앉아 벼룩신문을 보기 시작한다. 단발 (이성적으로) 여보, 나 당신과 지금까지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거야. 당신도 알겠지만 우린 부부야. 부부가 뭔데? 비밀이 없는 게 부부야. 내가 열을 셀 동안 당신이 끝까지 비밀을 말 안 해준다면 나……집 나갈 거야. 이게 당신의 마지막 기회야.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넷……. 파마 (불쑥) 대답 안 할 거예요. 단발 (화들짝) 네 넷? 파마 그쪽 아저씨한테 짤렸냐고 추궁해도 대답 안 할거라구요. 단발 ……. 파마 오히려 추궁하면 추궁할수록 그쪽 아저씨는 위험해질 거예요. 단발 위험해……진다구요? 파마 남편 성격이? 단발 조금……소심해요. 파마 소심하다라……열을 세자마자 바로 집을 뛰쳐나가겠네. 단발 약간 다혈질이기도. 파마 다혈질이라……바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뛰어내릴 수도 있겠네. 단발 조금 고전적인 면도. 파마 고전적이라……고전적으로 약국마다 돌면서 수면제를 살 수도 있겠네. 단발머리, 비틀거리다가 그네에 주저앉는다. 파마 너무 걱정하진 말아요. 뛰쳐나가면 잡으면 되고 옥상 문은 잠가놓으면 되고 약 먹어도 응급실이 있으니까. 그래도……상처는 남겠죠. 돈 없어도 살지만 자존심 없으면 못사는 게 남자니까. (일어나며)그럼 이만. 단발 저……저기……. 파마 ……. 단발 어떻게……그렇게……잘……. 파마 우리 아저씨도 짤렸거든요. 그것도 1년째. 단발 그쪽 아저씨가 혹시……뛰쳐나가셨나요?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옥상에서?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약을? 파마 전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건조하고, 재미없고, 대머리고. 단발 그게 어떻게 …… 가능하죠? 파마 모르는 척 했거든요, 해고당한 걸. 단발 모르는 척……그게……그렇게 쉽게……. 파마 평범한 주부들은 안 돼요. 어느 정도 비범해야만 가능하죠.(시계 본다)늦었네요. 잠시 후면 우리 아저씨가 이 놀이터로 올 거예요. 항상 여기 들렀다가 시간을 맞춰서 퇴근한 척하거든요. 파마머리, 벼룩시장을 챙겨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단발 사모님! 파마 ……. 단발 저도……저도 비범하게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파마 일반 주부가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에요.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단발 (무릎 꿇으며) 부탁이에요, 사모님. 저희 남편이 때때로 소심하고 때때로 한심하고 때때로 답답하기는 하지만……좋은 사람이에요. 오로지 집이랑 애들이랑 저밖에 모르는……그 사람이 옥상으로 올라가거나 약을 사러 돌아다니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그 사람이 계속해서 맘 편히 집으로 오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무릎 꿇으며) 부탁드려요! 한동안의 정적. 파마 제자로 받아주면……가끔 소금 설탕 간장 같은 거 빌려줄 수 있어요? 단발 그럼요! 파마 맛있는 반찬 하면 나눠줄 수도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그쪽 애들 통닭이나 피자 시켜주면 우리 애들도 불러 먹일 수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제자님이 그렇게 해주면 나도 제자님한테 그렇게 해주겠어요. 서로 서로 나눔으로써 감소된 경제력을 최대한 이겨내는 거예요. 단발 방금, 제자라고? 파마 그래요. 제자로 받아주겠어요. 단발 (큰절) 스승님! 파마 (대머리에게 전화하는 것일까) 여보, 퇴근하는 중이지? 미안한데 올 때 계란 좀 사다줘요. 동네 슈퍼 말고 꼭 유기농 파는 데로 가서, 그래 큰길가에 있는, 고마워요. (전화 끊는다) 우리 아저씨가 놀이터로 오는 시간을 지연시킨 거예요. 수업을 해야 하니까 단발 그런 깊은 뜻이! 그럼 저도 전화할까요? 파마 비싼 거 말고, 계란이나 당근처럼, 싸면서도 깐깐하게 골라야 하는 걸로, 그래야 남편에게 부담이 안 가면서 시간도 벌어지니까. 단발, 꾸부정에게 열심히 전화한다. 파마, 대견하게 지켜본다. 통화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는 두 사람. 파마 상태 체크부터 해보죠. 그쪽 아저씨가 해고당했을 거라는 판단을 하게 된 이유는? 단발 그게……집에 왔을 때만 해도 평소랑 똑같았어요. 별일 없었냐고 물어보니까. 파마 “뭐, 똑같지 뭐.” 라고 했죠? 단발 (놀란다) 그걸 어떻게? 파마 그게 1단계니까요. 단발 그런데 그날이……남편 생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애들이 노래를 불러줬어요. 그런데. 파마 그쪽 아저씨가 한참을 가만있다가 대성통곡을 한 거죠? 단발 맞아요! 파마 그러다 울먹이면서 안방으로 뛰쳐들어갔을 테고. 단발 맞아요! 파마 문을 잠가놓고 밤새 안 열어주다가 다음 날 아침에 잠옷 바람으로 나갔는데 들어올 때는 축구 유니폼을 입고 들어오더니 아버님 사진을 꺼내놓고 울지는 않던가요? 단발 맞아요! 그것도 멀쩡히 살아계신 아버님을……. (흐느낀다) 파마 분석을 해보니, 짤린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오는 증상이네요. 지금이 가장 위험할 때에요. 걸릴까 말까 말할까 말까 집에 들어올까 말까를 가장 고민할 때죠. 단발 그……그러면……어떻게? 파마 제자님이 실력을 발휘할 때인 거예요 일명 ‘모른 척’의 실력을. 단발 모른 척의 실력? 파마 생각해봐요. 남편들이 “아, 걸릴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언제 하게 될까요? 단발 글쎄……. 파마 바로 ‘눈빛’이에요. 단발 눈빛? 파마 가장들이 고달프고 괴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힘이 뭘까요? 그건 바로 가족들의 눈빛이에요. 힘들게 일을 마치고 돌아 왔을 때,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가족들의 애정 어린 눈빛. 그럴 때 가장들은 힘을 얻는 거예요. 단발 아! 그렇다면, 앞으로 그 눈빛을 더 열심히 보내주면 되겠네요? 파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그건 그 사람들이 ‘일’을 할 때잖아요. 단발 ……. 파마 지금은 일을 못 하고 있는 상태죠. 일을 못 구해서 미안하고 돈을 못 버니까 미안하고, 그런 가슴 아픈 상태에서 집에 들어왔는데 가족들이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낸다고 생각해봐요. 어떻겠어요? 단발 (서서히 깨달음을 얻는다) 아아……. 파마 애들이 노래를 불렀을 때 그쪽 아저씨가 왜 대성통곡을 했는지 알겠죠? 단발 (깨달음) 이제야 알겠습니다. 스승님. 파마 그렇기 때문에 그 1단계가 바로 ‘눈빛 돌리기’ 인 거예요. 단발 눈빛 돌리기! 파마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 봐요. 남편이 퇴근한 척하고 집에 들어왔어요. 대꾸를 해 보세요. “여보, 나 왔어.” 단발 (눈빛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으……응……별일 없었어? 파마 그렇게 어색하게 눈빛을 돌리면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느낌이 바로 오잖아요. 단발 그렇네요. 파마 다시 한 번 해봐요. “여보, 나 왔어.” 단발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며) 응, 별일 없었지? 파마 그렇게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면서 얘기하면 냉랭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단발 아아…… 어렵네요. 파마 눈빛을 피하되, 의도적이지도 냉랭하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피해야 되는 거예요. 상상을 해봐요. 남편이 집에 왔을 때 눈빛을 돌리고 있을만한 자연스러운 무엇. 단발 자연스러운 무엇이라……. 파마 시범을 보여주죠. 역할을 바꿔 봐요. 단발 (남편 흉내) 여보, 나 왔어. 파마 (뒤돌아 요리하는 척) 왔어? 계란 사왔어? 단발 (계란 건네주는 척) 응, 여기. 파마 (계란 받자마자, 다른 곳으로 가며) 빨래가 다 됐나? 당신은 빨리 씻어. 단발 (씻으러 가는 척) 응, 그래. (씻으러 들어갔다 나온 듯) 다 씻었는데? 파마 (식탁을 가리키는 듯) 밥 차려놨어. 단발 당신은? 파마 당신 기다리다 배고파서 먹었어. 아이고, 내 정신? 드라마 녹화해 놨는데. (거실로 달려가는 시늉) 단발 (껄껄 웃는다) 허허 당신도 참! (편하게 밥을 먹는 시늉을 하다가) ……어머? 한 번도 안 마주쳤어요! 파마 그리고 자연스럽죠? 단발 남편 입장에서도 정말 자연스럽고 편하겠어요! 파마 이 1단계를 여러 가지로 조합해서 써먹으세요. 요리-빨래-드라마, 드라마-요리-빨래 같은 식으로. 여기서 중요한 건, 요리가 맨 마지막에 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밥을 같이 먹게 되고, 같이 먹게 되면 눈이 마주치게 되니까. 단발 (경이로움) 스승님……. 파마 통닭 시키면, 꼭 우리 애들 불러줘요. 단발이 파마를 껴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4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대머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머리가 생일 때 쓰는 고깔모자를 쓰고 천천히 걸어온다. 꾸부정 스승님! 대머리 (고깔모자가 부끄러운 듯) 오늘, 생일이거든요. 오늘 컨셉은 직원들이 해준 생일파티 컨셉입니다. 1년에 한번밖에 못 써먹는 게 아쉽긴 하지만…… (꾸부정의 상태를 보고) 좋아 보이는군요. 꾸부정 그럼요! 집사람이 완전히 속아 넘어갔습니다. 우연의 일치이긴 하지만 집에 갈 때마다 빨래를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구요. 눈이 안 마주치니까 더더욱 마음이 편합니다. 하하하하! 대머리 참으로……대단한 우연의 일치로군요. 꾸부정 네? 대머리 아닙니다. 그런 우연이 겹칠 때가 있죠……저도 그랬으니까. 어쨌든 다행입니다. 꾸부정 (비닐봉지를 내밀며) 저어……이거……. 대머리 이건? 꾸부정 스승님 생신 선물입니다. 대머리 ……해고자들끼리는……경조사를 모른 척 하는 게 불문율인데……. 꾸부정 그건 알지만, 스승님의 생신이니까요. 자판기 커피를 서울역에서 영등포 쪽으로 옮기니까 50원이 절약되더라구요. 그걸 두 달 동안 모아서 산 겁니다. 대머리, 천천히 봉지를 열어본다. 그 안에는 소주 한 병이 들어있다. 꾸부정 한 달 치 회식 아이템입니다. 대머리 ……직원들도……챙겨준 적 없었는데……선물……. 꾸부정 ……약소합니다. 한동안 말없이, 소주병을 만지작거리는 대머리. 대머리 (분위기 전환) 흠흠, 두 달이 지났으니 2단계로 들어갈 차례로군요. 꾸부정 그 생각을 하니까 두근거려서 잠이 안 왔습니다. 대머리 배우고 익히면 때때로 즐겁지 아니하죠. (선물 받은 소주를 따서 권하며) 일단, 한 모금 하시죠. 꾸부정 하지만……이건 스승님의 대머리 오늘은 제 생일이니까 특별히 보름치만 마시죠 (오징어 다리 네 개를 꺼내며) 안주도 사치스럽게 1인당 무려 두 개씩. 소주병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맛있게 소주를 마시는 두 남자. 대머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꾸부정 글쎄요, 명함? 대머리 (고개 흔든다) 꾸부정 그럼, 양복이나 작업복? 대머리 이렇게 물어보죠. 직장에 다니는 이유가 뭡니까? 자아실현 같은 뻔한 답 말고. 꾸부정 돈을 벌기 위해서죠. 돈을 벌어야 가족들 먹여 살리고 집도 사고. 대머리 그렇습니다. 돈, 바로 월급이죠. 직장을 다닌다는 가장 큰 증거는 바로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입니다. 꾸부정 (이마를 치며) 아아 그렇구나. 대머리 선생이 그 어떤 실수나 튀는 행동을 하더라도 월급을 꼬박꼬박 가져다주는 한 쉽게 의심받지 않습니다. 1단계보다 더 강력한 2단계는 바로 ‘월급’입니다. 꾸부정 월급이라……무슨 수로 월급을……. 대머리 퇴직금과 저축과 비자금을 포함하면 얼마나 됩니까? 꾸부정 한……삼천 정도…….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당겨쓰는 바람에……. 대머리 월급은? 꾸부정 이백이 조금…….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성과급제 인지라……. 대머리 봅시다, 재취업의 목표를 일 년으로 잡았을 때, 총자본 삼천에서 하루 용돈 만원 곱하기 365해서 빼면 2635만원. 중간 중간 부인과 아이들 생일 선물 챙겨주고, 가끔 부모님 외식도 시켜드리고, 아프면 병원 가야되고, 친구 만나면 술 한잔도 해야 되니까 100만원 빼면 2535만원. 이걸 열두 달로 나누면 211. 25만원. 딱 맞아떨어지는군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맞아 떨어지다니! 대머리 아직 감탄은 일러요. 변수를 따져봅시다. 올해 안에 큰돈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뭐가 있죠? 꾸부정 음……올해 봄에 어머니 금니를 해드리기로.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임플란트 해드린다고 하세요. 꾸부정 음……올해 여름에 가족들하고 제주도를.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하와이 가자고 하세요. 꾸부정 처제가 연애를 하는데 가을쯤 결혼하고 싶다고. 대머리 어떻게든 둘이 깨지게 만드세요. 꾸부정 겨울에 큰애가 수능을 보는데 그럼 대학 등록금을. 대머리 어떻게든 재수하게 만드세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쉽게 해결되다니! 선생님은 천재예요! 대머리 지금 당장, 은행으로 가서, 입금 하세요. 꾸부정, 대머리를 부둥켜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5 불이 켜지면, 단발과 파마가 그네에 앉아있다. 단발은 통닭을, 파마는 장조림 통을 들고 있다. 그들의 발밑에는 반쯤 남은 소주병(남자들이 마신)이 남아있다. 단발 다 먹으면 살찐다고 애들한테 강제로 뺏어 온 통닭이에요. 파마 우리 애들 좋아하겠네. 이건 우리 엄마가 보내준 장조림이야. 단발 이 귀한 걸. 파마 미국산일 거야. 단발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죠. 두 여자, 웃는다. 단발 (소주병을 내려다보며) 회식을 보름치나 빠뜨려놓고 갔네요. 불쌍한 그이. 파마 남은 보름은 축구대회로 때우겠지. 모래판에 뒹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파. 단발 이번 달엔 월급을 두 번이나 입금했더라구요. 파마 우리 아저씨는 실수로 우리 딸한테 입금한 적도 있어.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월급날이니까 당당하게 들어오겠네. 오랜만에……하자고 할지도 몰라. 단발 어머, 스승님도. 파마 안 좋아도……좋은 척해 줘야지 뭐. 단발 난 그냥……좋은데. 파마 역시, 젊구나.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소주병 집으며) 이 회식 보름치는, 우리가 마시자구. 곗날이었다고 하지 뭐. 단발 곗날이라……짤린 지 1년 넘은 곗날. 파마 난 2년. 두 여자, 한참을 웃다가, 사이좋게 소주를 나눠 마신다. 파마 그 아저씨들…… 앞으로 1년 버티기도 간당간당할 거야. 퇴직금은 한계가 있지. 단발 우리 남편은…… 당겨썼을 텐데. 파마 중간에 큰돈 들어갈 일 있으면 알아서 짤라줘. 어머니 금니라든가 제주도로 떠나는 가족 여행이라든가 자식들 학자금이라든가 동생 결혼식 같은 것들 있잖아. 단발 어머?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파마 사는 게 비슷비슷하니까 돈 들어가는 것도 비슷비슷하겠지 뭐. 단발 정말이지……스승님은. 파마 대놓고 짜르면 의심하니까 자연스러워야 돼. 나 같은 경우는 뉴스를 많이 활용해. 요즘 뉴스에 경제 어렵다는 얘기 많이 나오잖아. 등록금에 목숨 끊고 효도 못 해 목숨 끊고 결혼 못 시켜줘서 목숨 끊고……그런 뉴스 나올 때마다 호들갑을 떠는 거야. “어머머머, 저걸 어떡해? 우리라고 안심하면 안 되겠네. 여보, 경제도 어려운데 당분간 허리띠 좀 졸라맵시다.” 그럼 남편이 그러겠지. “그래도……할 건 해야 되잖아?” 그럼 이러는 거지. “그거 안 한다고 당장 죽어? 다 내년에 합시다. 금니는 임플란트로, 제주도는 하와이로, 그리고 첫째 너는 조금만 더 공부하면 ‘인 서울’ 가능해. 그냥 재수해. 그리고 동생 결혼식은……으이그 나 그 남자 맘에 안 들어!” 두 여자, 배꼽을 잡다가, 다시 기분 좋게 마시는 소주. 파마 자기도…… 빨리 일을 구해야 돼. 단발 ……그래야죠. 파마 일을 구할 때도 튀지 말아야 돼. 집에만 있으니까 갑갑하다, 옆집 엄마들이 마트에 가서 일하니까 돈도 벌어 좋고 심심하지도 않아서 좋지 않느냐, 일도 엄청 편하다더라…… 물론 편하지는 않지……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단발 ……. 파마 그래도 마트를 구하면 다행이야. 술집을 돌면서 전병을 파는 아줌마들도 있어. 단발 ……. 파마 더 심하면……도우미로 나서는 거지. 단발 ……. 파마 남자들도 마찬가지야……일을 도저히 못 구하면 아빠방 같은 데로 가기도 하거든. 알지? 그, 남자 도우미 같은……. 단발 ……. 파마 대단한 거야……그렇게 해서 가족이 유지되니까. 단발 대단하네요……저로서는 엄두도 못 낼……. 파마 더 지나면……엄두가 날 거야……. 단발 ……. 파마 ‘뭐든’이라는 단어가 중요해. 뭐든. 단발 ……뭐든. 파마 2단계가 바로 그 ‘뭐든’ 이야. 단발 ……. 파마 (벼룩시장을 건넨다) 생일 축하해. 선물이야. 단발 ……고마워요. 파마 꼼꼼히 읽어 보면 일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소주병을 들고) 마시자고……곗날인데 말없이, 소주를 마시는 여자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6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축구 유니폼 차림으로 모래판에 열심히 뒹굴고 있다. 잠시 후,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대머리. 그러나, 대머리가 아니다. 윤기 흐르는 리젠트 헤어스타일에 삐까번쩍한 양복, 광나는 구두. 그러나, 왠지 어색한.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운. 꾸부정 스승님! …… 머리가? 대머리 가발입니다. 꾸부정 결혼식이라도?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이제, 완벽하게 홀로서기를 하셨군요. 꾸부정 스승님 덕분이죠……덕분에 집사람이 뒤로 자빠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네요.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어머니 금니도 가족들 여행도 다 내년으로 미뤄졌어요. 처제는 결혼 상대가 갑자기 마음에 안 들고 아들놈은 갑자기 ‘인 서울’을 노리겠다더군요. 4년제도 힘든 놈이……. 대머리 그건 정말로……완벽한 행운이군요. 꾸부정 예……그야말로 완벽한……. 대머리 ……. 꾸부정 집사람이 일을 시작했어요. 집에만 있으니까 심심하다면서. 대머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겠군요. 꾸부정 전병을 팔고 있더라구요……술집을 돌아다니면서.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하다고 할 만할 일일까요……전병을 파는 게…….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해서겠죠……분명……. 좋은 건지, 씁쓸한 건지 모를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네를 타는 두 남자. 대머리 마지막 3단계를 배울 차례로군요. (양주를 꺼낸다) 양주 한잔 하시죠. 꾸부정 양주가……어디서?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졸업 선물입니다. 어떠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양주를 받아 마시는 꾸부정. 대머리 3단계는 ……시간입니다. 꾸부정 ……시간. 대머리, 그네에서 일어나 놀이터를 천천히 거닌다. 대머리 어릴 때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꾸부정 ……. 대머리 의사도 됐다가 선생님도 됐다가 과학자, 대통령, 경찰관, 소방관, 백화점 사장, 옷가게 사장, 슈퍼마켓 사장……그렇게 소꿉놀이를 하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시간이 더 많으면 나는 더 많이 놀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생각했죠. 시간이 많다는 게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걸……이제야 깨닫게 되는군요. 꾸부정 ……. 대머리 선생님이 해고된 순간부터 선생님에게는 엄청난 시간이 생겼습니다. 이제 선생님은 직장을 구할 때까지 평범함을 연기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시간과 싸워야 합니다. 늦잠을 잘 수 없습니다. 출근 하는 척해야 되니까요. 밖에서 시간을 때워야 합니다. 퇴근 시간이 되어야 집에 갈 수 있으니까요. 밥도 혼자 먹어야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직장에서 먹으니까요. 비싼 걸 먹으면 안 됩니다. 돈이 없으니까요. 꾸부정 ……. 대머리 동네 주변에 있으면 안 됩니다.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극장도 있고 피씨방도 있고 커피숍도 있지만 갈 수 없습니다. 돈이 드니까요. 아침이 되면 꾸역꾸역 밖으로 나가서 저녁이 될 때까지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돈 안 드는 방법을 택해서 시간을 죽여야 됩니다. 시간이 많다고 책을 읽어서도 안 됩니다. 취직을 위해서 교차로 벼룩시장 가로수만 죽어라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합니다. 매일매일 그런 시간과 싸워야 됩니다. 그게……마지막 3단계입니다. 꾸부정 ……. 대머리 (놀이터를 둘러 본 후) 어릴 때는 이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놀이터에서 대머리의 어른이 미끄럼틀을 타고 있으면 웃기잖아요……어른이니까……. 꾸부정 ……. 대머리 (시계를 본다) 이제 가야겠군요. 저도 오늘은 축구대회라고 한지라 ……. 대머리, 가발을 벗고, 비까번쩍한 양복을 벗으면, 그 안에 입혀져 있는 유니폼. 그 상태로 모래바닥에 사정없이 뒹굴고, 꾸부정도 말없이 뒹굴고. 꾸부정 (뒹굴면서) 스승님……우리…… 소꿉놀이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어릴 때처럼? 대머리 (역시 뒹굴면서) 우리 같은 중년의 가장에겐……조금은 괴로운 소꿉놀이군요. 그런데……어릴 때 소꿉놀이 할 때는 왜 한번도……회사원 역할을 안 했을까요. 꾸부정 ……. 대머리 시시해서였을까요? 꾸부정, 말없이 더욱 열심히 뒹굴고, 대머리도 그런 꾸부정을 보며 더더욱 열심히 뒹굴고……. 암전. 잠시 후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두 남자의 목소리. 목소리 나 왔어…… 별일은 무슨…… (심호흡을 한번 하고) 뭐, 똑같지 뭐. 작은 멜로디. -막-
  • 마케팅에 휘둘리는 미술계 속살

    포름알데히드에 박제시킨 상어가 1200만 달러에 팔리고, 알루미늄판에 에나멜로 철자를 쓴 단순한 글자 그림이 124만 달러에 팔린다. 상식을 뛰어넘는 이런 사례는 현대미술시장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현상중의 일부일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예술성이 아니다. 누구의 작품이냐다. 박제 상어는 데미안 허스트, 글자그림은 크리스토퍼 울의 작품이다. 루이 비통이나 샤넬 같은 명품처럼 이들의 이름은 돈많은 컬렉터들을 매혹시키는 인기 브랜드다. 경제학자이자 미술품 컬렉터인 도널드 톰슨의 저서 ‘은밀한 갤러리’(김민주·송희령 옮김, 리더스북 펴냄)는 “무엇이 특정 작품의 가격을 그처럼 끌어올리는지, 왜 어떤 작품의 가격은 25만달러가 아닌 1천200만달러, 나아가 1억 달러에 이르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 책이다. 해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1년간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 세계 유수의 경매사와 래리 가고시안, 화이트 큐브 등 유명 화랑, 딜러, 미술작가, 현대미술품 컬렉터들을 인터뷰했다. 책은 이를 바탕으로 현대 미술 작품과 딜러, 경매사를 연결하는 경제 논리와 작품 거래를 둘러싼 이면의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낸다. 미술품 가격 책정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브랜드다. 유명 경매회사, 대형 미술관, 유명 화랑에서 거래되거나 전시된 작가라면 일단 가격 책정에서 우위를 점한다. 또 어떤 작가의 이름이 브랜드화한 경우 시장은 그 작가가 어떤 작품을 내놓아도 작품의 질에 상관없이 모두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컬렉터의 불안감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전문가들도 현대미술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컬렉터들은 자신의 안목과 판단에 확신을 갖기 어렵다. 컬렉터의 불안함과 정보 부족은 유명 작품으로 쏠리는 결과를 낳는다. 현대미술계가 비즈니스와 아트마케팅에 휘둘리게 된 배경이다. 가장 비싼 생존 미술작가중 한명인 데미안 허스트나 제프 쿤스는 마케팅과 브랜딩 능력이 탁월한 인물로 유명하다. 책은 경매회사가 전략적으로 미는 스타 작품의 배치 순서, 낙찰에 실패한 작품들을 되살리는 방법 등 작품가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과 유명 딜러들이 컬렉터와 작가를 관리하는 방법 등을 실제 사례를 들어 소개한다. 돈이 작품을 만들고, 작품은 다시 돈을 만들어주는 현대미술의 은밀한 세계는 들여다볼수록 씁쓸함을 남긴다. 2만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유세윤 “슬럼프 빨리 왔으면 좋겠네”

    유세윤 “슬럼프 빨리 왔으면 좋겠네”

    “슬럼프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MC는 정말로 하기 싫다.”, “사람을 웃기는 것이 싫어졌다.” 개그맨 유세윤(30)과의 인터뷰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마치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예상을 뒤엎는 폭탄 발언이 팡팡 터졌다. 올해 네티즌에게 ‘뼈그맨’(뼛속까지 개그맨)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대한민국을 웃긴 유세윤. 힙합 듀오 UV를 결성해 가수로서 새로운 즐거움을 준 그와 함께 2010년을 정리해봤다. →‘뼈그맨’이라는 별명을 어떻게 생각하나. 레게 머리를 하고 ‘통 큰 치킨’을 사기 위해 한 마트에서 줄을 선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나도 인터넷 검색어에 떴기에 찾아봤다. 그런데 네티즌이 합성한 사진이었다. 그만큼 내가 친근한 이미지이긴 한가 보다. ’뼈그맨‘이라는 말은 귀엽긴 하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는 별명이다. 좀 지나치기도 하고, 맨날 웃겨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생기기도 한다. →올 한해 ‘유세윤’ 이름 석자만 떠올려도 입가에 미소를 짓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본인은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었나 보다. -방송할 때는 (웃겨야 한다는) 부담이 크지만, 평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휘둘리는 성격도 아니고…. 하지만 언젠간 실망시켜 드리겠다. 내년쯤 슬럼프가 올 것 같은데, 어차피 올 거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내가 슬럼프를 겪으면 사람들이 재미있어할 것 같다. 누구나 가끔은 우울해지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 슬럼프를 겪고 나면 모든 게 지워지고, 새 출발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수 뮤지와 함께 올해 결성한 그룹 UV가 데뷔곡 ‘쿨하지 못해 미안해’부터 대박을 치는 등 가수로서도 활약이 대단했다. -행복했던 한해였다. 회사나 방송 등의 많은 통제 속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누린 해였다.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크리스마스 캐롤을 무료로 배포했다. 난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진 사람이지, 꼭 개그맨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연기, 연출, 코미디, 음악은 모두 하나의 예술이다. 그런 면에서 난 예술인, 아티스트를 지향한다. →UV의 음악은 중독성 있는 힙합 멜로디에 독특하고 코믹한 가사들로 ‘퍼니 팝 소울’이라는 장르로 분류되기도 한다. 어떤 음악을 지향하나. -특정 장르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고, 즐거운 음악이면 된다. 평소 좋아하는 1990년대 음악을 계속 가져오자는 생각은 있다. 요즘은 80년대 디스코 음악에 빠져서 ‘런던보이스’와 ‘할렘 디자이어’의 음악을 자주 듣고 있다. 책을 많이 안 읽어서 구사할 수 있는 어휘의 폭이 좁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가사의 표현이 더 직설적이고 솔직해진 것 같다.(웃음)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소재로 한 ‘편의점’, 어머니를 소재로 한 ‘Mom’ 등 사랑에만 국한되지 않는 내용도 인상적이다. ‘개그콘서트’ 때 했던 음악 개그 ‘닥터 피시’의 연장선이라고 봐도 되나. -음악은 다르지만, 캐릭터 자체는 연장선에 있는 것이 맞다. 개인적으로는 ‘쿨하지 못해 미안해’의 도입부 가사 ‘정말 예쁘게 아름답게 헤어져놓고 드럽게 달라붙어서 미안해’가 가장 맘에 든다. ‘편의점’은 편의점에서 일하는 분들이 울컥할 때를 표현했고, ‘Mom’은 클럽에서 놀 때 들을 만한 음악인데 ‘효’를 접목해 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가수로는 TV나 라디오 출연을 일절 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방송을 하면서 PD나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웃기는 것이 싫었다. 웃기기 싫을 때도 웃겨야 하고…. 음악도 그렇게 남이 원하는 방식으로 변질될까 봐 두려웠다. →‘집행유애(愛)’, ‘인천대공원’ 등 1980~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복고풍 뮤직비디오도 화제였다. 올해 뮤직비디오 감독으로도 정식으로 데뷔했는데. -일부러 뮤직비디오를 촌스럽게 찍었다. 원래 촌스러운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영상이 촌스러우면 음악이 비교가 돼서 더 살아나는 것 같다. 영화 연출에도 관심이 많다. 내년에는 상영하지 못하더라도 단편 영화를 찍어보거나 영화에 출연해보고 싶다. 그렇다고 영화가 내 꿈이라고 말할 만큼 그렇게 욕심이 많은 성격이 아니다. →강호동, 유재석을 잇는 차세대 MC로 꼽히는데. -MC는 정말 안 하고 싶다. 나와는 안 맞는 옷인 것 같다. MC는 이미지 관리를 잘 하고 사생활 노출도 많이 해야 하지만, 나는 은둔형에 가깝다. 재석이 형이나 호동이 형을 봐도 MC는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맞춰 가며 그 속에서 전략적으로 재미를 끌어내야 하는데, 난 그런 데서 별로 보람을 못 느낀다. 자꾸 (MC) 시키면 도망가 버릴지도 모른다. →그럼 어디서 보람을 느끼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음악이든 코미디든 표현하는 사람이 행복하고 즐거워야 그것이 대중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하지만 제도권에서는 계속 어떤 아이디어를 요구하고, 그들의 의지를 개입시키려고 한다. 방송이나 매니지먼트 시스템 하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예술성을 맘껏 펼치기가 힘들다. 난 언젠가는 예술인이 될 거다. →얼마 전 아들이 태어났다고 들었다. 지금이야 CF도 많이 찍고 인기가 상한가이지만, 가장으로서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우리 가족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를 바라고, 그래야 업그레이드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주위 사람들도 잘 안다. 제도권만 모를 뿐이다. 큰 가난을 겪어보지 않아서 그런지 돈 욕심도 별로 없다. 솔직히 CF는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래서 출연료를 높게 불렀더니 어째 몸값이 더 올라가더라.(웃음) 그가 종종 방송에서 ‘할매’라고 부르는 네살 연상의 아내에게 자신은 “참 비위 맞추기 힘든 남편”이라고 털어놓는 유세윤. 올해는 정통 코미디를 하고 싶어도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는 그는 내년엔 라디오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10년지기 유상무, 장동민과 함께 ‘옹달샘쇼’라는 공연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새해 덕담을 부탁했다. “여러분, 새해엔 크든 작든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하세요. 그럴 만한 여건이 안 된다면 그 안에서 충분히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즐기세요.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는다구요? 그런 건 위에나 줘버려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21일 TV 하이라이트]

    ●러브 인 아시아(KBS1 오후 7시 30분) 17년 전, 의사의 꿈을 품고 한국 땅을 밟은 네팔 청년 라제스는 개인 과외를 하면서 10살 어린 세영씨를 귀여운 동생으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성인이 된 세영씨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함께 떠난 네팔 여행에서 대형 사고를 치고 마는데…. 꿈과 사랑, 둘 다 얻은 행운의 사나이 라제스를 만나본다. ●1대100(KBS2 오후 8시 50분) 명품 연기 배우 안석환, 필리핀 명문의대 출신 이자스민이 각각 1인으로 도전한다. 연예인 퀴즈 군단, 유치원 체육교사들, 안석환 카페, 함께하는 성남의 ‘주부 모임’, 사랑의 불을 지피는 ‘연탄은행’, 도시설계팀, 전주 KBS 리포터들, 중앙대 영문학과 음악 모임 ‘포엠’, 선거관리위원회, 그리고 55명의 예심 통과자들이 100인으로 도전한다. ●TV특종 놀라운 세상(MBC 오후 6시 50분) 하루 총 세근의 삼겹살을 거뜬히 비워내는 식신 효선씨. 삼겹살 챙겨 먹기 비법으로 100일 만에 20㎏ 감량한 다이어트 성공 신화의 주인공, 이효선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책 한권을 읽어 주면 하나도 틀리지 않고 또박또박 암기한다는 이제 겨우 만 2살인 어린 예지. 다양한 종류의 책을 줄줄 외워 읊어대는 예지를 만나본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 30분) 365일 집을 거부하는 4살 가람이는 ‘집에 가자’ 한마디에 괴성을 폭발시키며 다리의 힘을 풀고, 바닥과 일심동체가 되어 버린다. 내 집은 물론 할머니 집, 친구 집, 어디든 들어가기를 거부한다. 전쟁 같은 하루를 치르다 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버리는 엄마, 아빠. 가람이는 왜 집에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걸까. ●세계의 교육현장(EBS 오후 8시) 최근 중국에서 뛰어난 기억력을 가진 8살 소녀가 주목을 받고 있다. 100개의 숫자를 한번만 듣고 다시 정확하게 기억해내는 신동 소녀는 ‘중국 허난 성을 감동시킨 10대 인물’에 선정이 될 만큼 화제라고 한다. ‘왕후청궁’을 찾아가 직접 기억력 테스트는 해보는 것은 물론 청궁이의 기억 비법과 신동이 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살펴본다. ●멜로다큐 가족(OBS 오후 11시 5분) 충남 예산군 삽다리, 한적한 읍내에서 떠들썩한 소리를 따라가 보면 한 미용실 앞에 멈춰 서게 된다. 시원시원한 목소리의 가수왕 아내 김도환(56)씨와 불편한 건 못 참는 발명왕 남편 임구순(65)씨가 오늘도 티격태격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범상치 않은 두 부부가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사연을 들어본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사 사정에 따라 바뀔 수도 있습니다. KBS 02-781-1800 MBC 02-780-0015 SBS 02-2113-3190 OBS 032-670-5000 EBS 02-526-2000 서울신문STV 02-777-6466
  • [2010 베스트&워스트 어워즈 (3) 연극] 나이 잊은 연기혼 윤소정 ‘베스트’ 명성만 기댄 무대 아쉬워 ‘워스트’

    [2010 베스트&워스트 어워즈 (3) 연극] 나이 잊은 연기혼 윤소정 ‘베스트’ 명성만 기댄 무대 아쉬워 ‘워스트’

    올해 최고 연극은 ‘에이미’와 ‘잠 못 드는 밤은 없다’로 낙착됐다. 한 해 100편 이상의 작품을 보는 8명의 연극광들은 올해 베스트 세 작품을 꼽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 두 작품에 5표씩을 던졌다. ●윤소정 주연 ‘에이미’·‘33개의 변주곡’ 베스트 톱 10 올라 ‘에이미’는 연극배우 장모와 영화감독 사위 간의 날선 대화를 통해 공연예술의 의미와 신구세대 간 갈등을 보여준 작품이다. 최용훈 연출의 견고한 연출력에 대한 칭찬도 있었지만, 특히 장모 역을 맡은 배우 윤소정에 대한 극찬이 넘쳤다. “예순이 넘어가는 나이임에도 놀랍게도 계속 발전하는 배우”(전정옥), “관객과 능숙하게 소통하는 연출도 좋지만 무엇보다 윤소정의 내면 연기가 일품”(엄국천) 등의 찬사가 쏟아졌다. 말레이시아로 은퇴 이민을 떠난 일본인 부부(정재진·예수정)를 통해 현대인의 병폐를 그려낸 ‘잠 못 드는 밤은 없다’의 평은 사뭇 흥미로웠다. “현대인의 소외, 고독, 단절을 섬세하게 짚어냈다.”(허순자)는 데는 별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연출임에도 극작이 너무 매력적”이라는 평가와 “어려운 극사실주의 작품임에도 연출로 위트를 살려냈다.”는 평이 엇갈렸다. 결국 “히라타 오리자 작가와 박근형 연출은 서로 다른 개성을 보이는 인물임에도 이 작품에서만큼은 절묘하게 섞였다.”는 얘기다. 3위는 4표를 얻은 ‘1동 28번지, 차숙이네’가 차지했다. 공동 1위 원작이 영국, 일본이라는 점과 베스트 순위권의 다른 작품이 이미 이름 깨나 있는 라인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예 연출가 최진아가 직접 쓰고 연출한 이 작품이 반갑다. 자식들이 이차숙 여사에게 새 집을 지어주는 게 연극의 핵심 골격. 무대 위에 실제 집 짓는 장면을 연출해 더 화제가 됐다. 최 연출은 실제 공사판을 서너달 관찰한 끝에 대본을 완성, 사실성을 높였다. 덕분에 “살아가는 얘기를 ‘사람’이 아니라 ‘집’으로 풀어낸 연출의 시선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거나 “전문 정보를 전달하는 렉처 퍼포먼스와 드라마가 잘 결합한, 희곡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참신한 작품”(이진아)이라는 호평을 끌어냈다. 베토벤 말년의 비밀을 좇는 음악학자 캐서린의 얘기를 다룬 ‘33개의 변주곡’과 안중근과 아들 안준생의 비극적 사연을 그린 ‘나는 너다’는 각각 2표씩을 얻어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33개의 변주곡’이 단독 4위에 더 가깝다. ‘나는 너다’가 얻은 두표 가운데 한표는 “예상보다는 낫다.”라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33개의 변주곡’은 “극본 자체는 지루한 감이 있었으나 연출의 힘, 적역배우들의 호연으로 이를 잘 극복했다.”(구자흥)는 평을 들었다. 차근호 작가의 밀도 높은 창작희곡으로 관심을 모은 ‘루시드 드림’,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 리홀이 미술을 통해 노동과 예술의 의미를 질문하는 ‘광부화가들’ 등도 베스트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벚꽃동산’ 해외연출가 초청 제작시스템 문제제기 반면, ‘워스트’ 선정 작업은 어려웠다. 워스트가 ‘최악이라기보다 기대에 못 미쳐 아쉬운 작품’이라는 점을 극구 강조했음에도 연극광들은 주저했다. 안 그래도 어려운 연극계 현실에서 애써 노력하는 ‘연극쟁이’들의 열의를 꺾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단 도마에 오른 작품은 ‘벚꽃동산’. 한때 국립극단 예술감독 물망에 올랐던 그리고리 지차트콥스키의 연출작이었음에도 “해외 연출가 초청 제작 시스템을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 제기를 낳았다. 이윤택이 연출한 연희단거리패의 ‘경성스타’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친일 연극인의 모습을 그려내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연극 만세, 연극인 만세’를 외치는 점은 불편했다는 지적이었다. 강화정 연출의 ‘방문기×’도 이런 범주에 들었다. 그간 보여온 실험적 작품으로 기대치를 한껏 부풀려 놓았는데, 정작 본게임에서는 새로운 성취를 선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을 1940년대 경북 안동으로 무대를 옮겨와 재해석한 ‘왕벚나무동산’ 역시 시도는 좋았으나 몸짓과 움직임을 강조하는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스타일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는 쓴소리를 들었다. 전인철 연출의 ‘순우삼촌’은 지나치게 상투적이었다는 평을 받았으며, 예수정·서인석 등 출연진이 화려했던 ‘메카로 가는 길’은 과잉연기로 인해 좋은 희곡이 멜로물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심사위원 구자흥 명동예술극장장 구히서 연극평론가 김방옥 동국대 연극학부 교수 엄국천 한국공연예술센터 공연기획부장 이진아 숙명여대 국문학과 교수 이소선 남산예술센터 기획제작PD 전정옥 연극평론가 허순자 서울예대 연기과 교수
  • [2010 베스트&워스트 어워즈 (2)대중가요]이적·2AM·이효리 성적은?

    [2010 베스트&워스트 어워즈 (2)대중가요]이적·2AM·이효리 성적은?

    ‘베스트는 이적, 워스트는 이효리’ 올해 대중음악계는 고만고만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까닭에, 베스트 부문에서 2표 이상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레짐작을 깨고 싱어송라이터 이적이 지난 9월 말 발표한 4집 앨범 ‘사랑’으로 3표를 얻으며 도드라졌다. 모두 사랑이 주제였던 수록곡들은 고르게 음원 순위에 올랐고, 앨범은 단숨에 3만장 이상 팔렸다. “무르익은 싱어송라이터의 원숙미 넘치는 수작”(성시권), “이적은 급이 다른 아티스트”(이헌석) 등의 찬사가 이어졌다. 이적 외에는 베스트가 한표씩 분산됐다. ‘라이브 황제’ 이승철이 부른 ‘그 사람’도 1표를 얻었다. 시청률 50% 대박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주제가다. “16주 연속 음원 및 벨소리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요즘 보기 드물게 장수한”(강태규) 공을 인정받았다. ●2AM “음악으로 승부” 2PM “ 발전 없다” 한국 록 역사의 산증인 엄인호, 최이철, 주찬권이 뭉친 프로젝트 밴드 ‘슈퍼세션’의 동명(同名) 앨범은 “주류 음악계에 대한 노장들의 강렬한 카운터 펀치”라며, 국내 솔의 대부 바비 킴의 3집 ‘하트 앤 솔’은 “정돈된 음악 세계를 보여줬다.”(이상 임진모)며 각각 1표를 얻었다. 랩·힙합 쪽에서는 가리온 2집 ‘가리온2’가, R&B 쪽에서는 여가수 보니의 데뷔작 ‘누 원’이, 재즈 쪽에서는 나윤선 7집 ‘세임 걸’이 보석으로 언급됐다. 아이돌에 대한 칭찬도 있었다. ‘죽어도 못 보내’의 2AM은 “남성 아이돌도 음악으로 승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이헌석)는 호평을 받았다. ●에피톤프로젝트 등 인디·언더 좋은 평가 대중음악 평론가들은 인디 또는 언더그라운드 쪽 뮤지션에 1표 이상을 던지는 공통점도 보였다. 한국 대중음악의 대안이 인디 또는 언더에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차세정의 1인 밴드 에피톤 프로젝트의 1집 ‘유실물 보관소’는 “인디가 국내 가요의 튼튼한 자산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작품”(이헌석)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뉴포크 계열의 싱어송라이터 하이미스터메모리의 2집 ‘내가 여기 있어요’는 “언더그라운드의 진정한 고수가 내놓은 멋진 음반”(성시권)이라는 칭찬을 끌어냈다. 로큰롤 밴드 갤럭시익스프레스의 2집 ‘와일드 데이즈’는 “2010년 한국 록의 대성과”(임진모)라는 짧고 굵은 칭찬이 달렸다. 감성이 돋보이는 모던록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2집 ‘졸업’은 “좋은 음악은 멜로디와 더불어 가슴 찡한 가사로 완성된다는 것을 입증시킨 앨범”(강일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씨엔블루·손담비 등 표절 시비 얼룩 워스트 키워드는 단연 표절이었다. ‘섹시퀸’ 이효리가 4월 발표한 4집 ‘에이치(H). 로직’이 압도적으로 4표를 얻어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형사 고소로 번진 표절 탓이 컸다. 이미 2006년 2집 때 타이틀곡 ‘겟차’로 홍역을 치렀던 이효리는 4집 발표 당시 표절 여부를 꼼꼼하게 검증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두달 만에 작곡가 이모(예명 바누스)씨에게 받은 6곡이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표절 노래를 창작곡으로 속여 제공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누스는 1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 평론가는 “앨범 수록곡 절반 가까이가 표절, 아니 번안곡들이니 더 이상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촌평했다. 또 다른 이는 “프로듀서까지 하며 음악인이 되고 싶었던 이효리가 표절 파문으로 추락했다.”고 말했다. 아이돌 밴드 씨엔블루와 손담비는 ‘표절 논란 시즌 2’라는 냉소의 2표를 받았다. 씨엔블루는 첫 히트곡 ‘외톨이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인디밴드 와이낫의 노래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샀다. ‘외톨이야’ 작곡가와 와이낫은 표절 여부를 놓고 팽팽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 법정 공방중이다. ‘차세대 섹시퀸’ 손담비의 복귀작 ‘퀸’은 뮤직 비디오가 미국 드라마의 일부 장면을 베꼈다는 논란이 일었고, 노래 자체도 비슷한 외국 곡들이 많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세븐도 복귀는 야심찼으나 이전과 같은 강렬함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평론가는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거나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면서 “결과적으로 흥행 성적도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소녀시대 베스트·워스트 두쪽 다 속해 걸 그룹에 대한 평가는 다소 인색했다. 소녀시대는 일본에서 신한류 불씨를 지핀 공을 인정받아 베스트 1표를 얻었으나 워스트에서 2표를 받았다. “최소한 남은 음악적 매력마저도 폭파됐다.”, “연예인이지 음악인은 아니다.” 등의 이유에서다. 2NE1은 “후크송의 끝자락을 붙잡았다.”는, 티아라는 “식상한 섹시 컨셉트와 공장에서 기계로 통조림을 찍어낸 듯한 노래”라는 혹평을 받았다. ‘국민 남동생’ 이승기와 ‘짐승돌’ 2PM도 “음악적 발전이 없다.”는 이유로 워스트 1표를 각각 받았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심사위원 강일권 강태규 성시권 이헌석 임진모 (이상 대중음악평론가)
  • ‘쫓는 자’ 웃었소 ‘쫓기는 자’ 울었소

    ‘쫓는 자’ 웃었소 ‘쫓기는 자’ 울었소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뽑힌 ‘추노’(5표)는 대본, 연출, 연기의 3박자가 잘 맞았을 뿐만 아니라 주제의 형상화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추노’의 곽정환 감독-천성일 작가 콤비가 재도전한 ‘도망자’는 가장 아쉬운 작품으로 뽑혀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감도 컸음을 보여줬다. ‘2010 베스트 & 워스트 드라마’는 올해 종영한 드라마를 기준으로 했지만, 현재 방영 중인 작품을 꼽은 응답자도 있었다. ●‘추노’ 대본·연출·연기 3박자 척척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추노’를 베스트로 추천한 이유에 대해 “조선 시대 경제 하층인 노비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신자유주의 체제 속의 양극화 문제를 돌아보게 했다.”면서 “영상 미학적인 부분에서 기존에 볼 수 없던 영상으로 드라마에 현대사를 투영시킨 주제 의식도 돋보였다.”고 호평했다. 장근수 MBC 드라마국장은 “새로운 방식으로 땀 흘리고 공들인 것이 마치 MBC 예능 프로그램의 ‘무한도전’ 같았다.”면서 경쟁사 드라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 국장은 “완전히 사전 제작으로 만든 작품은 아니지만 충분히 찍고 충분한 호흡으로 만든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수현 작가 가족드라마 가치 지켜내 2위를 차지한 SBS ‘인생은 아름다워’(3표)는 동성애 등 파격적인 주제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막장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가족 드라마의 가치를 지켜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정덕현 평론가는 “재혼 가정, 동성애 등의 소재를 자극적으로 이용하기보다는 가족 드라마의 틀 안에서 부드럽게 풀어내고, 가족의 시선으로 끌어안는 과정을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공동 3위를 차지한 SBS ‘자이언트’(2표)는 모처럼만에 힘 있는 드라마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영탁 KBS 드라마국장은 “강남 개발사를 통해 얼룩진 현대사를 정면으로 담아낸 것도 좋았고, 등장인물 묘사와 배우들의 연기 등 극적 효과도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성균관 스캔들’(2표)은 시청률은 낮았지만, 한동안 침체된 청춘 멜로물을 부활시키는 동시에 잘 만든 ‘웰 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사건을 풀어나가는 구조나 등장인물의 캐릭터 구축이 굉장히 모범적이었다.”면서 “희망 없는 젊은 세대의 열정을 부각시키고, 과거 정치 권력의 문제를 현재의 상황에 절묘하게 연결시킨 것도 주목할 만했다.”고 말했다. 각 방송사별로 시청률 면에서 성과를 거둔 작품들도 베스트 드라마에 이름을 올렸다. KBS ‘제빵왕 김탁구’(1표)는 “중간에 막장의 요소가 첨가되긴 했지만, 정의가 이긴다는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MBC ‘동이’(1표)는 궁중 사극과 서민 사극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은 것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베스트 ‘추노 명콤비’ 워스트까지 차지 올해 가장 아쉬웠던 드라마로 뽑힌 KBS ‘도망자’(5표)의 문제점으로는 의욕 과잉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뭔가 보여주려는 의욕이 너무 앞서다 보니 연기, 연출, 극본에 힘이 들어가면서 전체적인 드라마 톤의 안배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200억원대의 제작비를 투입했지만, 같은 제작진이 1년에 두 작품을 만들다 보니 준비 기간 부족으로 숙성된 작품이 나오기 힘든 구조였다는 지적도 있었다. ●‘로드 넘버원’ 호화 캐스팅에도 부진 2위를 차지한 MBC ‘로드 넘버원’(3표)은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하고, 소지섭·김하늘·윤계상 등 호화 캐스팅을 자랑했지만, 기본 줄거리와 배우들의 연기가 겉돌아 드라마가 마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6·25 60년 기념 드라마였지만, 전쟁의 비참함이나 평화의 메시지가 약해 전쟁을 소재로 한 멜로 드라마에 그쳤다는 비판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두 드라마 모두 아무리 톱스타와 거액의 제작비를 투입해도 스토리가 빈약하면 볼거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고 입을 모았다. 3위를 차지한 MBC ‘장난스런 키스’(2표)는 대본, 연출, 연기 면에서 특별히 보여준 것이 없다는 혹평을 받았다. 한 평론가는 “해외(일본·타이완)에서 이미 검증된 콘텐츠였음에도 ‘장난스런 키스’가 실패한 것은 실험성과 창의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자체 기획 드라마가 실패한 것보다 더 큰 책임이 따른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밖에도 SBS ‘대물’(1표)과 MBC ‘동이’(1표)는 대표적인 용두사미형 드라마로 꼽혔으며, MBC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1표)는 “스타 시스템에만 의존한 블록버스터는 시청자에게 외면받는다는 교훈을 확인시킨 사례”로 지적됐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심사위원 고영탁 KBS 드라마국장, 장근수 MBC 드라마국장, 허웅 SBS 드라마국장,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드라마 평론가),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14일 TV 하이라이트]

    ●러브 인 아시아(KBS1 오후 7시 30분) 한 기업체와 이주여성센터가 주최한 ‘베트남 이주여성 수기 공모’에 당선된 29쌍의 가족들. 이들에게는 베트남행 비행기 티켓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저마다 그리움을 품고 고향으로 향하는 사람들. 그중, 꿈 많은 베트남 새댁, 여티투와 베테랑 주부 도티빗프엉 두 가족의 귀향길을 함께해 본다. ●클래식 오디세이(KBS2 밤 12시 35분) 암을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한 열정의 피아니스트 서혜경. 그가 지난 10월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이반 피셔의 지휘로 세계 10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했다. 뜨거운 러시아의 시정이 흘렀던 실황 무대를 클래식 오디세이에서 만나본다. ●일일시트콤 몽땅 내사랑(MBC 오후 7시 45분) 마침내 김 원장과 결혼한 미선은 김 원장의 집에 비밀의 방이 있는 것을 알게 되어 호기심을 느낀다. 금지는 김 원장의 딸이 되었지만 자신을 무시하는 태수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한편, 김 원장은 자신이 미선에게 준 카드의 결제 메시지가 휴대전화로 들어오자 서서히 화가 나기 시작하는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 30분) 집이건 길바닥이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슬라이딩 쇼를 펼치는 5살 홍관이. 이유도 없고 말릴 수도 없다. 일단 원하는 게 있을 땐 말보다 빠른 슬라이딩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제 한 몸 혹사시키는 것도 모자라 죄 없는 동생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는 홍관이가 진짜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다큐 프라임 (EBS 오후 9시 50분) 끈질기게 먹잇감을 추적해 날카로운 발톱으로 난자해 죽이는 사냥꾼, 참매(천연기념물 323호). 그런데 난데없이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324호)가 참매의 먹이를 강탈했다. 야행성인 수리부엉이가 낮에 나타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먹이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최상위 맹금류의 팽팽한 대치 현장을 찾아가 본다. ●멜로다큐 가족(OBS 오후 11시 5분) 비빔밥으로 유명한 전주에 ‘비빔’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별난 가장 유비빔(47)씨. 세상이든 가족이든 서로 비벼져야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그의 ‘비빔’ 세상 속을 들여다본다. 먹는 것에서부터 입는 것까지 ‘비빔’ 자가 빠지면 서운하다는 비빔씨. 어느 날 운명적으로 ‘비빔’의 세계에 빠지게 되었다는데….
  • 뻔~한 신데렐라 드라마는 가라, 오! 묘한 로맨틱 판타지가 왔다

    뻔~한 신데렐라 드라마는 가라, 오! 묘한 로맨틱 판타지가 왔다

    요즘 안방극장이 모처럼 달달하다. SBS 주말 드라마 ‘시크릿 가든’ 덕분이다. 지난 8일 경기 여주 마임 비전빌리지의 ‘시크릿 가든’ 촬영 현장에서 주인공들에게 인기 비결을 직접 물어봤다. ●까도남·까도녀의 달콤쌉싸래 로맨틱 코미디 “나에게는 이 여자가 김태희고, 전도연이다.”라고 외치는 까칠한 재벌2세 김주원(현빈)과 “삼신 할머니 랜덤 덕에 부모 잘 만나 세상 편하게 사는 남자와는 놀 주제가 못 된다.”고 받아치는 길라임(하지원). 그렇고 그런 신데렐라 스토리로 갈 뻔한 드라마는 직설적으로 표현되는 로맨틱한 대사와 지극히 현실적인 반응 사이에서 두 인물의 로맨스를 긴장감 있게 잡아낸다. ‘삼식이’에서 ‘까도남’(까칠하고 도도한 남자)으로 업그레이드된 현빈과 어떤 역이든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하지원의 연기력은 이들의 로맨스에 묘한 설렘을 더한다. 보이시한 매력의 여주인공을 연기하는 하지원은 “시나리오도 좋고 현장 분위기도 좋지만, 설렘을 느끼게 하는 것이 ‘시크릿 가든’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오스카 역을 맡은 윤상현은 “첫눈에 반한 남녀의 두근거리는 감정을 섬세하게 잡아내는 연출력이 긴장감의 원천”이라면서 “오스카는 그런 긴장감을 풀어주는 존재다. 쥐었다 풀었다 하는 매력이 있는, 첫사랑을 기억나게 하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까도남’ 캐릭터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삼식이’라는 별명도 이때 붙었다)이후 5년 만에 전성기 때의 인기를 회복한 현빈은 “주위에서 ‘김삼순’ 때보다 더 좋다고들 해 놀랐다.”면서 “그때는 아무것도 없던 시절이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태여서 그런지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털어놓았다. 대사 못지않게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들도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배우들은 주원과 라임의 ‘윗몸일으키기’ 장면을 최고로 꼽았다. 주원이 윗몸일으키기 훈련을 하면서 자신의 발을 잡아주는 라임의 코 앞까지 얼굴을 들이대며 마음을 간접적으로 고백하는 장면이다. 하지원은 “그 장면을 찍을 때 실제로 살짝 설레였다. 주원이 ‘길라임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라고 말하는데 그 대사도 너무 좋았다.”면서 함박 웃음을 지었다. ●영혼 바뀌는 판타지에 코믹코드까지 중무장  또 하나의 인기 비결은 주원과 라임의 영혼이 뒤바뀌면서 빚어내는 판타지다. 오세강 책임 프로듀서(CP)는 “한동안 판타지가 뜸했는데, 희소성이 인기에 큰 작용을 한 것 같다.”면서 “성별은 물론 계층 간의 이동에서 오는 코믹 요소도 기존 멜로와의 차별화를 끌어냈다.” 고 자평했다.  ‘파리의 연인’ ‘온에어’ ‘시티홀’ 등을 잇따라 히트시킨 김은숙 작가는 ‘시크릿 가든’에 로맨틱 판타지 장르를 차용함으로써 식지 않는 감각을 과시했다. 배우들은 판타지 연기의 재미와 어려움을 동시에 털어놨다.  원래 판타지를 좋아해서 몸이 바뀌는 상황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는 하지원은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훨씬 고민이 되고 힘들어서 비록 다른 사람들이 허구라고 생각할지언정 최대한 오버하지 않고 진지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스트레스 때문에 남자로 바뀌는 꿈까지 자주 꾸지만 굉장히 재미있게 찍고 있다.”고 말했다.  촬영 현장에서 현빈의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꼼꼼히 뜯어 본 하지원은 녹화 필름을 돌려보며 현빈의 표정, 눈빛, 팔짱끼는 모습, 말투 하나하나를 연습했다고 한다.  현빈은 “한쪽 입꼬리를 무의식적으로 올리거나 기분 나쁜 웃음을 짓는 저의 모습을 하지원씨가 그대로 따라해 무척 놀랐다.”면서 “저의 경우, 라임의 본래 모습을 보여주면 또 다른 남자를 연기하게 될 것 같아 실제 라임이보다 여성스럽고 소녀같은 모습을 부각시켰는데 나중에 (연기 장면을) 모니터해보니 계산착오였다.”고 털어놓았다.  “워낙 바뀐 연기에 몰두하다보니 영혼이 제 자리로 돌아온 뒤에도 계속 상대방 말투로 대사를 하는 바람에 NG도 많이 냈다.”며 두 사람은 환하게 웃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프레지던트 vs 대물, 안방 대권경쟁 승자는?

    프레지던트 vs 대물, 안방 대권경쟁 승자는?

    수·목 안방극장의 대권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KBS는 오는 15일부터 ‘도망자’ 후속으로 새 수목드라마 ‘프레지던트’를 방송한다. 이 작품은 대권을 소재로 한 데다 동시간대 방송된다는 점에서 현재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대물’과 맞대결이 불가피하다. 3선 국회의원 장일준(최수종)이 당내 경선을 거쳐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프레지던트’는 대권에 도전한 기성 정치인의 인간적 고뇌에 초점을 맞춰 여성 대통령의 탄생기를 다룬 ‘대물’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치과정과 함께 개인 가족사가 이야기의 또 다른 중심축을 형성하는 것도 특징이다. 김형일 PD는 “영화 ‘대부’가 갱 영화이면서 가족 드라마인 것처럼 우리 드라마는 대통령이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고 말하는 드라마”라면서 “‘대물’은 가족보다는 멜로가 강조됐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최수종의 상대역인 조소희 역에는 실제 부인인 하희라가 출연한다. 조소희는 당찬 여권주의자이자 대학교수로 뛰어난 정치감각을 앞세워 남편의 선거 운동을 적극적으로 이끈다. 최수종·하희라 부부가 한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결혼 전인 1991년 영화 ‘별이 빛나는 밤에’ 이후 19년 만이다. 최수종은 “집문 밖을 나서는 순간 하희라는 배우 하희라다.”라면서 “하희라씨와는 집안에서 한번도 대사를 같이 맞춰본 적도 없고,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현장에서 리허설을 하면서 상대역에 대해 알아간다. 부부 간 대립하는 장면이 많은데 진짜 눈에 핏발을 세우면서 싸운다.”고 말했다. 남편이 상대역이어서 처음에 출연 제의를 고사했다는 하희라는 “조소희는 남편을 통해 강한 야망을 이루고자 하지만 동시에 야망이 가족의 가치를 넘어설 수 없는 여자”라면서 “100% 모른 척할 수는 없지만 현장에 와서는 남편과 배우 대 배우로 만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장일준, 조소희 부부의 아들역은 그룹 ‘슈퍼주니어’의 성민이 맡았으며, 장일준의 숨겨진 아들인 유민기는 그룹 ‘트랙스’의 제이가 맡았다. 장일준의 수행비서이자 양녀인 장인영은 왕지혜가 연기한다. ‘프레지던트’의 원작은 일본계 미국인이 미국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일본 가와구치 가이지의 만화 ‘이글’이다. 인물과 상황은 한국 특성에 맞춰 바꿨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대중음악

    ●2010 꿈의숲 오후의 휴식 7080 콘서트Ⅱ -‘내게도 사랑이’, ‘카스바의 연인’의 함중아 14일 오후 3시 서울 번동 꿈의숲 아트센터 콘서트홀. 5000원. (02)2289-5401. ●2인조 인디 밴드 페퍼톤스 2010 연말정산 콘서트 ‘캠프파이어’ 17일 오후 8시, 18일 오후 6시, 19일 오후 5시 서울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1관. 5만원. (02)762-0010. ●공통분모 감성으로 뭉친 밴드 메이트, 10cm, 안녕바다 윈터 스페셜 콘서트 17일 오후 8시 서울 서교동 브이홀. 3만 3000원. (051)752-5547. ●감성 멜로디의 1인 그룹 에피톤프로젝트 콘서트 ‘유실물보관소 오퍼스2’ 17일 오후 8시, 18일 오후 7시, 19일 오후 6시 서울 화양동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 6만 6000원. 1544-1555.
  • [문화마당] ‘여전사 ’의 등장을 기대하며/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문화마당] ‘여전사 ’의 등장을 기대하며/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대중매체에서 ‘여전사’ 캐릭터는 이제 꽤 익숙한 개념이 되었다. ‘아마조네스’를 연상시키는 이 말은 특히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을 통해 강한 여성의 상징으로서 본격적으로 유포되었다. 물론 할리우드 영화들은 여전사조차 아름다워야 하고 성적 매력을 갖춰야 한다. 앤절리나 졸리(‘툼 레이더’)나 밀라 요보비치(‘레지던트 이블’), 제니퍼 가너(‘엘렉트라’), 우마 서먼(‘킬빌’), 케이트 베킨세일(‘언더월드’) 등은 한결같이 미모와 멋진 몸매 그리고 섹시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 매력은 피투성이 트레이닝복을 입든, 가죽으로 온몸을 감싸든 가려지지 않는다. 그런데 여전사 계보에서 가장 앞에 서 있는 배우 시고니 위버에게는 이들과는 다른 매력과 아우라가 있다. 그는 눈에 확 띄는 미모도 아니고 멋진 몸매의 소유자라고 보기도 좀 그렇다. 182㎝의 큰 키와 마른 체격으로 섹시함보다는 지적이고 중성적인 매력이 돋보인다. ‘에이리언’ 시리즈 1~4(1979~1997)에서 강력한 우주 괴생명체와 싸우던 시고니 위버는 섹시하지 않아도 여전사가 얼마나 멋진 존재인지 보여주었고, 포악하고 영리한 최강의 적 앞에서 두려움과 공포를 떨쳐내고 적을 물리치는 기개와 슬기로움으로 강한 여성을 구현했다. 그 여전사 시고니 위버가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방문 목적은 영화 홍보가 아니라 ‘세계 여성 리더십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온 것이다. 11월 29~30일 이틀간 열린 콘퍼런스에서 그는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 제니 시플리 전 뉴질랜드 총리 등과 함께 특별 연사로 참석했다. 그는 연설에서 지구환경의 중요성과 여성의 역할에 대해서 언급했다. 할리우드의 여전사가 환경운동가로 돌아온 것이다. 이미 그는 ‘정글 속의 고릴라’(1988)에서 인류학자이자 고릴라 보호운동가인 다이안 포시의 역할을 한 적이 있다. 다이안 포시는 밀렵꾼들에 의해 죽음을 당함으로써 충격을 주었는데, 시고니는 “박사의 죽음을 헛되이하지 않기 위해 그녀를 연기하고 싶었다. 그녀의 믿음과 열정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며 추모의 마음을 나타냈다. 이를 계기로 ‘다이안 포시 고릴라재단’ 명예회장을 맡으면서 환경운동가로 활동에 나서게 된다. 또한 바다생태계에도 관심을 가져 2006년 유엔 총회에 앞서 저인망 어업에 따른 문제점을 환기시키고 개선하려 노력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에이리언’의 여전사 시고니는 ‘아바타’(2009)에서 지구인들의 약탈로부터 판도라 행성의 생태계를 지키려는 과학자 그레이스 박사로 모습을 나타낸다. 조연이고 분량은 많지 않지만 맞춤 배역이었고, 예순의 나이에도 여전히 강하고 외려 더 현명해진 그의 존재감은 충만했다. 한국영화와 드라마에도 여전사 캐릭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드라마 ‘아이리스’의 첩보원들(김소연, 김태희)이나 ‘태왕사신기’의 여전사들(문소리, 이지아), 영화 ‘쉬리’의 이방희(김윤진), ‘형사’의 다모(하지원) 등이 그런 캐릭터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들은 처음 주체적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주체성이 사라지고 여느 멜로드라마의 여성 주인공과 다를 바 없게 되어 여전사로서의 선명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한국 대중매체에서 여전사 캐릭터를 운위하기가 망설여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고니 위버는 영화에서 “의도적으로 강인한 여성 역할을 하지 않으며, 남자가 다가오기 전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여성을 그렸을 뿐”이라고 말한다. 결국 이러한 주체성이 캐릭터 표현에 있어서나 자신의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시고니의 선택을 돋보이게 한 것이며, 오늘날 글로벌 여성 리더로서의 위상을 부여한 것이고,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현실에 참여하고 발언하는 활동가로서의 면모까지 만들어 준 것이리라. 그를 보면서 한국 대중문화에도 작품에서나 현실에서 명실상부한 ‘여전사’가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 [7일 TV 하이라이트]

    ●러브 인 아시아(KBS1 오후 7시 30분) 과테말라에서 살았던 헬렌 부부는 3년 전 온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다. 익숙지 않은 한국 생활. 힘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부는 그중에서도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초등학생 남매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교육을 위해서는 아빠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 하지만 아빠 역시 일이 바빠 남매에게 신경 쓰기 쉽지 않다. ●1대100(KBS2 오후 8시 50분) 가수 하하, 예심 고득점자 고원일이 각각 1인으로 도전한다. 연예인 퀴즈군단, 한국수력원자력, 서울대 석사모임, 단신 모델들, 행정고시 51회· 52회 합격자들, 평균 나이 65세의 실버합창단, 고대 아이스하키 동아리 ‘티그리스’, 삼성서울병원 핵의학과 의국 사람들 그리고 60명의 예심 통과자들이 100인으로 도전한다. ●주홍글씨(MBC 오전 7시 50분) 이제 정말 끝내자고 혜란에게 말하는 재용. 재용은 경서를 협박하겠다는 혜란의 말에도 동요하지 않는다. 경서는 재용의 병원을 찾아가 하니를 돌봐달라고 부탁하려 하지만, 기자들이 몰려와 전하지 못한다. 영림은 혜란 몰래 재용에게 경서의 범행을 입증할 녹음기가 자신에게 있다며, 작품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말을 한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 30분) 6살 규민. 유치원 가는 것이 무조건 싫다며 이핑계 저핑계 댄다. 말은 또 청산유수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살벌한 말대꾸. 일장연설로 요리조리 꼼수 쓰기 대장. 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충격적인 사연. 아이에겐 이유가 있었다. 과연 유치원을 거부하는 규민이는 달라질 수 있을까. ●세계 테마 기행(EBS 오후 8시 50분) 여성들이 목에 긴 링을 끼고 살아가는 ‘카렌족’은 미얀마의 소수민족이다. 미얀마가 영국에서 독립한 이듬해인 1949년, 카렌족은 미얀마 정부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면서 군정의 핍박을 받아왔고, 이를 못 이겨 태국으로 와서 정착한 이들이다. 희망적인 내일을 꿈꾸며 사는 카렌족 소녀를 만나본다. ●멜로다큐 가족<눈 먼 할미꽃과 쌍둥이 형제>(OBS 오후 11시 5분) 앞을 볼 수 없는 정기복(77) 할머니는 최근 들어 귀도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할머니는 자신보다 12살 쌍둥이 손자들 걱정이 앞선다. 쌍둥이 형제 주희, 권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를 치는데…. 65세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친구 같은 할머니와 손자들의 아웅다웅 사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 [새 음반]

    ●더 비기닝 지난해 ‘붐 붐 파우’, ‘아이 가타 필링’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26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운 힙합그룹 블랙아이드피스가 6집을 갖고 돌아왔다. 앨범 제목에서 전작 ‘디 엔드’의 연장선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더티 댄싱’의 주제가 ‘더 타임 오브 마이 라이프’의 멜로디를 빌린 머리 곡 ‘더 타임(더티 비트)’부터 흥겹게 귀를 사로잡는다. 유니버설뮤직. ●로스트 인 타임 R&B·솔 보컬의 교과서 에릭 베네가 5집 앨범을 냈다. 전작 ‘러브&라이프’ 이후 2년 만이다. 끈적하면서도 세련되고 한편으론 복고적인 사운드가 빛난다. 베네는 “R&B와 솔 장르가 호황을 누렸던 1970년대의 느낌이 났으면 한다. 전자음이 난무하는 요즘 음악에선 듣기 힘든 실제 악기의 생생함과 보컬의 조화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특유의 화려한 음역 변화가 돋보이는 ‘네버 원트 투 리브 위드아웃 유’ 등 11곡이 수록됐다. 워너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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