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러까지 상륙… WHO “신체접촉 없어도 감염”/ 사스 확산 아시아 ‘공황상태’
아시아 전역을 강타하고 있는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가 일본까지 상륙했다.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관방장관은 4일 일본에서 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환자가 17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앞서 일본 후생노동성은 사스를 ‘신 감염증’으로 취급키로 했다.
미국이 홍콩·베트남에 이어 중국에서까지 공관원 철수를 허용할 정도로 아시아 전체가 공황 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4일 러시아·라오스에서도 사스로 의심되는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해 이제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만 안전지대로 남은 셈이다.
한편 리리밍 중국질병통제센터 소장은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이 초기 대응을 잘못해 사스 확산을 예방하지 못했다고 공식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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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3일 현재 사스 감염이 확인된 환자는 18개국 2270명에 이른다.공식 보고된 사망자는 82명이다.
사스가 처음 발견된 중국 광둥성 푸샨에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는 WHO조사팀의 크리스 파월 대변인은 4일 “사스 감염 사례 24건을 조사한 결과 5건은 전혀 신체 접촉이 없는 상태에서 감염됐다.”면서 “이는 가구나 엘리베이터 등 감염균이 묻은 물체를 통해서도 감염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한다.”고 밝혔다.
미국 보건부 수석의료고문 도널드 헨더슨 박사도 “처음에는 사스가 환자의 재채기,기침 같은 비교적 큰 체액방울을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홍콩의 33층짜리 아파트에서 집단적으로 환자가 발생한 것을 보면 바이러스가 물 또는 공기 중에 떠도는 아주 작은 체액방울을 타고 다닌다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공기를 통해 사스가 전파되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스 예방이 매우 어려우며 급속한 확산 가능성을 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매우 우려된다.
한편 홍콩 메트로폴호텔에서 사스에 감염된 투숙객 10여명이 홍콩을 떠나면서 바이러스를 다른 나라로 옮겼는데 정작 호텔 직원들은 한 명도 감염된 사람이 없는 것도 이상한 일이라고 헨더슨 박사는 지적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보건대학의 로빈 거슨 박사는 “바이러스는 갖고 있지만 증상이 전혀 없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병원균을 퍼뜨리며 다니는 ‘증상 없는 보균자’들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함혜리기자 lo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