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 우승으로 본 역대 황금세대들 [박현진의 클리닝타임]
한국이 2018년 이후 8년 만에 아시아청소년(U-18)야구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우승 주역들은 이제 21일 열리는 2027 KBO리그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다. 차세대 프로야구를 이끌 ‘황금세대’로 등장할 시간이다.
먼저 에이스 하현승은 한국이 치른 6경기 가운데 3경기에 나서 15와 3분의 2이닝을 던지며 3승 무패를 기록했다. 25개의 삼진을 솎아냈고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특히 일본과의 결승전에서는 7이닝 8탈삼진의 완봉승을 거뒀는데 안타 1개를 내줘 노히트노런을 놓친 것이 아쉬웠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진출을 확정지은 엄준상은 투타에 걸쳐 돋보이는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호민은 0.429의 맹타를 휘두르며 7타점을 뽑아 타점 공동 1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강인규는 단 6차례 타석에 들어섰지만 4안타로 6타점을 수확하는 폭발력을 과시했다.
굵직한 국제대회를 성공으로 이끌고 한국야구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대표적인 황금세대는 누가 있을까. 역대 최고 멤버로 첫 손에 꼽히는 건 2000년 세계청소년야구선권대회 우승을 이끌었던 선수들이다. 대회가 캐나다의 에드먼턴에서 열렸다고 해서 ‘에드먼턴 키즈’로 불렸다. 추신수, 이대호, 이동현, 김태균, 정근우, 김동건, 정상호 등이 고스란히 한국야구의 대들보로 성장했다. 대회 당시엔 추신수와 이대호 등은 투수로도 활약했지만 멤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야수진이 훨씬 탄탄했다. 당시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역대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평가받는 오승환도 동갑내기다.
이들은 프로야구가 태동한 1982년에 태어나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3위,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WBC 2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 프리미어12 우승 등 한국야구 최고의 순간을 빛냈다. 이대호와 김태균, 오승환의 배번은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의 영구결번이 됐다. KBO리그에서 영구결번 선수가 모두 18명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들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2006년 세계 청소년 야구 정상에 올랐을 때는 투수진이 유독 화려했다. 김광현(SSG 랜더스)과 양현종(KIA 타이거즈), 임태훈(전 두산 베어스), 이용찬(두산), 이상화(전 kt 위즈), 이재곤(전 kt) 등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부했다. 야수로는 김선빈(KIA)과 임익준(전 삼성) 정도가 돋보였다. 1988년생들이 주축이었던 멤버들의 우정은 특히나 끈끈했는데 대퇴골두육종으로 요절한 이두환(전 두산)을 기리기 위해 매년 자선행사를 열고 있다. 양현종은 모자창에 이두환의 이니셜 DH를 새기고 공을 던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8년 대회에서 우승할 때는 야수들 풍년이었다. 허경민(kt), 김상수(kt), 안치홍(키움 히어로즈), 오지환(LG 트윈스) 등 내야수는 물론 정수빈(두산), 박건우(NC 다이노스) 등 외야 자원도 넉넉했다. 김상수, 안치홍, 오지환 등은 프로 입단 첫해부터 팀의 주전 내야수 자리를 꿰찼을 정도로 기량이 출중했다. 다만 에이스였던 성영훈(전 두산)은 프로 무대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는 1981년 시작됐는데 초대 챔피언이 한국이었다. 선동열, 김건우, 조계현, 이효봉 등이 마운드를 호령했고 강기웅, 구천서, 조양근 등 야수진도 탄탄했다. 황금세대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멤버 구성 만으로 보면 1991년 세계청소년선수권에 출전한 대표팀도 만만찮았다. 비록 5위에 그쳤지만 손민한, 주형광, 이대진, 노장진 등이 마운드를 지켰고 강혁, 송재익, 진갑용, 백재호, 최만호 등 재능있는 타자들도 즐비했다.
초대 대회에 이어 14년 만에 세계청소년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1994년엔 김선우와 이승엽, 박정진, 김건덕 등이 맹활약했다. 그런데 이듬해엔 2년 연속 출전한 김선우와 김병현, 서재응, 정현욱 등 내로라는 투수들이 출전했지만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우승컵이 없는 최고의 황금세대는 1973년생, 92학번 세대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인 박찬호를 배출했고 조성민, 임선동, 염종석, 정민철, 차명주, 손혁 등 투수들이 한 시대를 풍미했다. 박재홍, 송지만, 김종국, 홍원기 등 야수들도 프로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정민철, 손혁 등 프로구단 단장 2명을 배출했고 김종국, 홍원기 등 프로야구 감독도 2명이나 나왔다. 성적은 물론 은퇴 이후의 활동력도 다른 어떤 세대보다 왕성하다.
세계청소년대회에서 마지막으로 성적으로 낸 것은 2017년 준우승이었다. 곽빈(두산), 양창섭(삼성) 등이 투수진을 이끌었고 강백호(한화)와 배지환(내슈빌 사운즈로스터) 등이 야수로 활약했다.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는 2018년에 5번째로 정상을 밟았다. 원태인(삼성)과 정해영(KIA)이 마운드의 주축이었고 노시환(한화)과 김대한(두산)이 타선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