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공기업탐방] (36)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환경은 장소나 시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까지 진행됐다. 하지만 유비쿼터스 시대에도 정보 취약계층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은 19일 “양적·질적으로 정보 격차를 없애는 것이 KADO의 기본적인 사명”이라면서 “특히 전 국민이 생산적으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손 원장은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을 이끌면서 IT 외교관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울신문 오풍연 공공정책부장이 손 원장을 만나 기획예산처 경영평가 1위를 차지하게 된 비결을 들었다.
▶KADO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 기관인가.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전담기관이다. 지난 2002년 말 개정된 ‘정보격차 해소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3년 1월2일 KADO의 전신이었던 한국정보문화센터가 KADO로 승격했다. 이에 따라 정보격차 해소 관련 사업들, 예를 들어 무료 PC 보급, 정보접근센터 구축,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정보화 교육, 해외 청년인터넷봉사단 파견, 국내외 정보문화 확산사업을 확대·강화해 오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지식정보자원관리사업을 한국전산원으로부터 넘겨받아 2단계 국가지식정보관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보격차는 구체적으로 뭘 말하나.
-정보통신기기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일반적인 정보격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은 정보통신기기에 접근하더라도 이를 이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정보격차라고 본다. 그러나 KADO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정보통신기기에 접근해 생산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것을 임무로 삼고 있다.
▶정보 이용에도 생산적 이용과 소비적인 이용이 있다는 말인가.
-물론이다.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는 있지만 하루종일 게임만 한다면 이는 분명 소비적인 정보이용이다. 반면 생산적 이용은 삶의 질을 높이고, 일상생활의 편익을 높이는 데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IT 강국이다. 그래도 정보격차 해소가 시급한가.
-우리는 아직도 500여만명을 정보취약계층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KADO는 오는 2008년까지 저소득층, 장애인, 노인계층을 정보화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장애인을 위해 발마우스, 스크린리더 등 보조기구를 보급해 교육을 하고 있다. 컴퓨터를 배우고 싶은데 강사가 없다는 곳에는 강사를 파견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서도 활발히 활동한다고 들었다.
-국가간 IT 협력 강화를 위해 2001년부터 매년 개도국을 중심으로 해외 인터넷 청년봉사단을 파견해 왔다. 올해까지 54개국 356팀 1346명의 봉사단을 파견했다.1998년부터는 ‘해외 IT 전문가 초청 연수’를 해오고 있다. 현재까지 아시아,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등 87개국 1700명의 교육 수료생을 배출했다. 캄보디아, 베트남, 이집트, 라오스 등 8개 개도국에는 다목적 정보접근센터를 구축해 줬다. 우리가 기술을 전수한 개도국이 ‘친한파(親韓派)’가 될 수 있다.IT 외교랄 수도 있는데, 특히 이들 국가가 우리 기술을 선호하게 돼 국가적으로도 큰 보탬이 된다.
▶최근의 혁신활동을 소개한다면.
-외부 기관에 의뢰해 기관장에 대한 내부 직원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고, 각 사업단별 50여명에 달하는 정책자문단을 통해 사업수행에 대한 평가 및 조언을 받고 있다. 또 간부회의를 전 직원에게 생중계함으로써 경영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회의 중 건의사항이 있는 직원은 메신저를 통해 실시간 회의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이외에 반부패·윤리경영 강화를 위해서는 클린카드제를 도입해 법인카드 관리 및 사용지침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고객기관 체험근무나 원장실 체험근무 같은 직원 대상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한 이유는 뭔가.
-KADO는 장애인, 고령층 등 정보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정보화 사업을 진행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우리가 먼저 그들의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가 같이 생활해 고객기관의 고충이 무엇인지, 애로점은 없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원장실 체험근무는 말 그대로 ‘직원도 CEO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경영의 기본지침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모든 직원이 기관장처럼 생각하고 업무에 임한다면 책임감이 더 커지고 적극적인 사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관장 평가를 자청했는데.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스스로 기관장 평가를 받는 것이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채워 나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했다.6명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로부터 ‘기관장 평가’를 실시했다. 리더십 및 전략기획, 경영 및 운영, 사업관리 및 성과측정 등 3개 부문에 걸쳐 서면 평가와 인터뷰 평가를 받았다. 다행히 평가결과는 좋게 나온 편인데, 리더십 및 전략기획, 경영 및 운영은 A, 사업관리 및 성과측정은 B+를 받았다.
▶퇴근시간 통보 서비스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직원이 퇴근을 하면서 사원증을 단말기에 찍으면 해당 직원의 부인이나 남편, 부모님 등의 휴대전화에 퇴근 시간이 문자 메시지로 통보되는 시스템이다. 이번 통보 서비스 이후 야근을 핑계로 동료들과 술을 마시던 문화가 많이 줄었다. 일부 직원들의 푸념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이 만족해하고 있다.IMF 사태를 거치면서 어려울 때일수록 가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새삼 실감했으리라 생각한다. 최소한이나마 가족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실시하게 됐다.
▶지난 6월 기획예산처에서 실시한 정부산하기관 2004년 경영실적 평가에서 문화·국민생활 부문 1위를 차지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사업 위주로 사업기능을 개편한 점과 계층별 교육 사이트 구축, 법인카드 처리·관리 시스템 구축 등의 경영정보관리 시스템이 높게 평가됐다. 또 기관장 평가를 통해 미진한 부분을 채우고 책임경영 체제 구축도 다른 기관에 비해 좋은 점수를 받은 요인이었던 것 같다.
대담 오풍연 공공정책부장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국가지식정보화 사업이란
진정한 정보화는 각 부처에 널려 있는 각종 정보를 사회 구성원이 공유해 새로운 지식정보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산적 정보활동이다. 국가의 경쟁력도 고품질의 지식정보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공유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이를 위해 지난 1999년부터 과학기술, 교육학술, 문화, 역사, 정보통신 등 5대 전략분야의 지식자원을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3000억여원을 투입해 2억 5000만건을 DB화했다.
이같은 막대한 정보자원은 2001년 8월에 구축한 국가지식포털(www.knowledge.go.kr)을 통해 검색할 수 있다. 국가지식포털에는 718개 기관이 축적하고 있는 각종 논문, 동영상, 보고서, 사진 등이 연계돼 있다. 모든 자료는 무료지만 극히 일부 지적재산권이 있는 자료만 유료다.
국가지식포털은 국회도서관은 물론 정부기관인 각종 연구소 자료까지 검색할 수 있어 네이버, 엠파스, 다음, 야후 등 민간 검색 사이트보다 질적·양적인 면에서 낫다는 평이다.
진흥원은 국가지식포털의 일부 기능을 보완, 검색속도가 2∼3초면 되도록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또 원스톱 통합검색 시스템을 구축해 시스템의 안정화와 이용의 편의성을 높였다.
정보자원이 축적될수록 국가지식포털을 이용하는 검색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초창기인 2001년에는 매월 290만건에 불과했던 검색건수가 지난해에는 823만건에 달했고, 올해는 매월 1000만건을 넘을 전망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국가지식포털이 제대로 운용되려면 산업·경제적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는 자료를 선별해 DB화하는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DB화 사업이 극대화되도록 활용가치가 있는 자료를 축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손연기 원장은
손연기 원장은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의 정체성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KADO의 전신이었던 한국정보문화센터가 방향성을 잃고 계속되는 구조조정 위기에 처했을 때 방향을 잡아 제자리를 찾도록 했기 때문이다.
손 원장은 1995년부터 KADO의 전신인 한국정보문화센터에서 정보문화기획본부장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그는 IMF때 전체 직원 150명 가운데 70여명이 구조조정되는 아픔을 지켜봐야 했다. 손 원장도 1999년에는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를 맡으면서 센터를 떠났다. 손 원장은 “센터 간부로서 후배들을 지켜주지 못해 결국 그들이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3년 뒤 손 원장은 정부로부터 한국정보문화센터 소장직을 맡아 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고 선뜻 수락했다. 센터 소장을 맡아 독립법인으로 만드는 것이 후배들에게 빚을 갚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센터는 손 원장의 구상대로 2003년 1월 독립법인인 한국정보문화진흥원으로 승격했다.
▲강릉(47) ▲경신고·고려대 심리학과 ▲한국정보문화센터 본부장 ▲숭실대 교수 ▲한국정보문화센터 소장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