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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의 길’ 석학 인터뷰(하)] “재벌기업 분리해야 한국형 히든 챔피언 많이 나올 것”

    [‘제3의 길’ 석학 인터뷰(하)] “재벌기업 분리해야 한국형 히든 챔피언 많이 나올 것”

    한국 경제의 문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재벌·대기업 중심의 구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소기업 진흥’, ‘창업 장려’ 등 다양한 정책이 쏟아졌지만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창조경제’의 중심에 한국형 히든 챔피언(대중적 인식은 낮지만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중소기업)을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중소기업 정책에 있어 해외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과 정확히 같은 길을 걸었던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의 헤르만 지몬(67) 박사는 한국의 길을 물을 수 있는 독보적인 존재다. 지몬 박사는 한국 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히든 챔피언’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만들었고, 지난해 말까지 13차례나 한국을 방문하는 등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기 때문이다. 서울신문은 지난해 12월 말 독일 본의 ‘지몬 쿠허 앤드 파트너스’ 본사에서 지몬 박사를 만났다. 그는 “독일과 한국은 사회, 문화, 정치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내가 완벽한 한국 중소기업 부흥책을 내놓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겸손해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한국의 현실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조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한국 정부는 중소기업 정책의 롤모델을 독일로 보고 있다. -두 나라는 5000만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국가 중 인구 1인당 수출액이 가장 높다. 2012년 기준 독일은 1만 7162달러, 한국은 1만 1276달러다. 일본은 6316달러, 미국은 4900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수출의 원천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국은 대기업이, 독일은 중소기업이 주도한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독일에서 미텔슈탄트(독일 중소기업)나 히든 챔피언이 번성하게 된 것은 100년 이상 이어진 오랜 역사적 배경이 있다. 독일의 중소기업 성공 요건은 한국에서 단기간에 벤치마킹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럼 한국은 독일이 아닌 다른 곳에서 중소기업 부흥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인가. -100% 같은 길을 그대로 가지 않고, 다양한 변수를 도입해 통제가 가능한 상황으로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한국 중소기업의 핵심 문제는 ‘최고의 인재를 선발할 수 없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한국에는 편견이 있다. ‘가장 높은 IQ’, ‘최고의 학력이나 학벌’ 등에 일차원적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독일의 히든 챔피언은 높은 학문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아이디어와 기업가적 역량을 갖춘 사람들에 의해 설립됐고 운영되고 있다. 굳이 독일이 아니더라도 현재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무기는 ‘학벌’이 아니다. 빌 게이츠, 마이클 델, 스티브 잡스 등이 명문대 졸업장으로 성공한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독일의 히든 챔피언은 대학에서 인재를 뽑지 않는다. 물론 뽑을 수 없는 것과 뽑을 필요가 없는 것이 복합적이다. →뽑을 수 없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간단하다. 독일에서도 최고 학벌의 인재들은 히든 챔피언의 근거지가 있는 시골지역에 살길 원치 않는다. 하지만 발상을 바꿔보자. 한국이 처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반드시 지적으로 뛰어날 필요가 없는 현명한 사람이 중소기업을 설립해 세계수준으로 키우는 체계를 만들면 해결된다. 난 이런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과잉 학력자로 에워싸인 대기업에서 최고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의 교육에 대한 높은 열의는 당사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부모의 문제이기도 하다. ‘좋은 대학을 가야 좋은 직장을 가지고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의 문제다. -사회가치의 문제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사회가치는 ‘롤모델’로 어느 정도 풀어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의 창업자들이 젊은 나이에 부자가 되고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의 롤모델이 되면 젊은이들의 목표가 ‘대학’에서 ‘창업을 통한 성공’으로 바뀔 수 있다. 성공한 기업가는 고용된 CEO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번다. 이 사실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귀감이 되는 인물이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귀감이 될 만한 인물은 있을 것이다. 단지 그들이 유명하지 않거나, 그들의 성공이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 않을 수 있다. →독일사회에서도 이 같은 롤모델이 있는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삼워 브러더 등의 젊은이들이 창업 인큐베이팅을 통해 10억 달러가 넘는 돈을 벌어들이면서 신생기업이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제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 젊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언론과 정부는 이 같은 젊은 기업가의 성공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정기적으로 젊은 기업가들과 만나 이들을 독려하는데, 이는 국가적으로 이 같은 시도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널리 알려주는 계기가 된다. →창업이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에서 보면, 공부를 많이 하고 사회적 역량을 갖춘 사람들은 여전히 많이 필요하다. -한국의 대학진학률 80%는 아무리 좋게 얘기해도 ‘과잉’이다. 현대사회에서도 고학력자뿐 아니라 충분한 자격을 갖춘 근로자와 육체노동자가 필요하다. 대량생산으로 제조업이 자동화되고 표준화될 수 있지만, 누군가는 점점 복잡해지는 제품을 더 잘 만들어야 한다. 독일의 히든 챔피언은 직업교육 체계에 토대를 두고 있다. 실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훈련되고 숙련된 기술명인은 고학력자보다 사회에 더 유용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미 독일의 기술명인들은 이론만 박식한 대학졸업자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정부가 과연 임금체계보다 더 나은 직업교육 장려책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 숙련된 기술명인들은 신생기업과 중소기업 활성화에도 중요한 원동력이다. →중소기업이나 창업을 부흥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할 계층이 있는가. -청년층의 절반은 여성이다. 남성 우위의 대기업에서 여성은 동등한 기회를 얻기 어렵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여성이 설립한 신생기업 비율은 낮다. 결국 여성의 성공을 독려할 수 있다면, 한국은 남들이 가지 않은 방식으로 중소기업이나 창업 부흥을 이룰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재벌이나 대기업 중심의 구조를 깨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재벌기업은 분리해야 잠재적인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중심회사는 장기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모두 성공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 독일과 미국의 사례에서도 분리는 새로운 성장 추진력을 만들어냈다. 지멘스, 바이어, 린데 등의 기업이 좋은 사례다. 이들 기업에서 대기업의 분리는 모기업이 핵심역량을 다시 집중할 수 있게 했고, 부수적으로 또 다른 대기업과 수많은 히든 챔피언을 만들어 냈다. →벤처기업이나 창업기업의 애로사항으로 투자를 받거나 재원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점을 거론하는 사람이 많다. -재원 확보는 중소기업이나 신생기업에게 중대한 문제이다. 한국정부의 역할을 명확히 알지 못하는 만큼, 독일 사례를 들어보겠다. 5년 전 독일은 민간기업과 더불어 HTGH라는 펀드를 조성했다. 200개 신생기업에 3억 유로가 투입됐고, 지난해 3억 유로가 다시 풀렸다. 이 자금은 자금 자체의 역할뿐 아니라 개인 공동투자자들이 이들 기업에 관심을 갖고 직접 뛰어들게 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정부는 이런 문제들을 ‘경제민주화’라는 원칙 안에서 풀어 나가고자 한다. -난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경제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어느 누구도 중앙집권과 지방분권 사이의 적정 수준이 어디인지 모른다. 한국을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에서는 경제력 중심점이 중앙으로 너무 많이 옮겨갔다고 확신한다. 중앙집중적 전략은 한국을 단기간 내에 성장시켰지만 미래에는 최상의 구조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본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지몬 박사는 독일 출신의 경영학자로 전략, 마케팅, 가격 결정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경제상황 및 예측에 대한 탁월한 식견으로 ‘유럽의 피터 드러커’로 불린다. 마인츠대 교수를 지냈고, 런던비즈니스스쿨 영구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전 세계 27개 사무소와 700명의 직원을 가진 글로벌 마케팅 전문컨설팅 회사 ‘지몬 쿠허 앤드 파트너스’를 창립해 회장을 맡고 있다. ‘강한 중소기업’의 정의와 성공 비결을 담은 베스트셀러 ‘히든 챔피언’의 저자로 유명하다.
  • [시간제 일자리-길을 묻고 답을 찾다] “정규직과 시간제 사이 거부감 없어야 경제가 건강해진다”

    [시간제 일자리-길을 묻고 답을 찾다] “정규직과 시간제 사이 거부감 없어야 경제가 건강해진다”

    저성장과 실업률 문제 등이 대두되기 시작한 지난 몇 년간 한국의 노동정책 수장들과 학자들이 가장 많이 거론한 인물이 바로 ‘페터 하르츠’다. 일부 장관들은 공식석상에 설 때마다 “한국의 하르츠가 되겠다”고까지 말한다. 하르츠는 철저한 현장형 인물이다. 박사 학위와 교수직을 갖고 있지만 모두 명예직이다. 한국의 전문대에 해당하는 ‘응용과학대’ 출신으로 폭스바겐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인사담당 사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하르츠 박사를 노·사·정 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은 그가 1993년 말부터 폭스바겐에서 시도했던 노동개혁의 성과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폭스바겐은 경영 실적 악화로 신음하고 있었다. 당시 폭스바겐 측이 추산한 잉여 노동력은 무려 3만명이었다. 하르츠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고’ 대신 ‘근로 방식 변경’을 택했다. 시간과 임금을 재조정해 노사 상생을 꾀하겠다는 것이었다. 급여 상한선을 책정하고 주 5일 근무 체제를 4일로 줄여 해고를 막았다. 개혁의 결과 폭스바겐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그룹으로 거듭났고 1994년에 비해 폭스바겐의 현재 고용 규모는 10만명 이상 늘었다. 하르츠위원회의 독일 노동시장 개혁 역시 성공적이었다. 개혁이 시작된 2003년 당시 500만명에 이르렀던 실업자는 불과 3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적어도 현재까지 하르츠 개혁은 ‘독일병’에 대한 완벽한 치료제였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르츠 박사는 인터뷰에서 폭스바겐 시절의 얘기에 대해서는 극도로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폭스바겐 관리이사 시절 노동조합 임원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스캔들이 뒤늦게 불거지면서 2005년 모든 직위에서 사임하고 형사 처벌을 받았다. 오랜 칩거의 이유이기도 하다. 리베이트 없이 폭스바겐의 개혁이 가능했겠느냐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자신의 근무시간과 임금을 줄여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는가. 설득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사측에서는 회사의 실상을 알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당시 폭스바겐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밖에 없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실업자가 되느냐, 일자리를 나누느냐, 둘뿐이었다. 회사는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나누기 위한 타당한 명분을 제시하고 당장 노동자들이 입은 손해를 미래에 보상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데 집중했다. →노동자들의 손해는 보상이 됐는가. -그렇다고 본다. 당시에는 폭스바겐 같은 대기업에서 이 같은 정책을 좀처럼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먼저 시도한 폭스바겐의 실적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났던 효과도 있었다.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신규 인력을 채용하게 됐고 경영 실적이 개선되고 판매량이 늘면서 임금 수준도 이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회사는 공통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고 볼 수도 있지만 국가는 다르다. 전면적인 국가 체질을 바꾸겠다고 모인 하르츠위원회 역시 내부적으로 복잡했을 것 같다. -모두가 100%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은 없다. 한쪽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없다. 결국은 끝이 보이지 않는 설득과 타협의 과정이다. 위원회라면 결론을 낼 때는 모두가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설득하지 못하면 나중에라도 문제가 생긴다. 하르츠위원회의 경우 발표하는 시점에서는 거의 만장일치였다. →이해관계가 다른데 어떻게 만장일치가 될 수 있는가. -위원회 참석자들은 500만명을 넘어서는 실업자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결하기 위해 모인 것이었다. 결국 나라를 바꾸는 것은 현실에 대한 직시와 위기감 공유다. 유럽을 놓고 볼 때 독일과 네덜란드는 개혁이 성공하지 않으면 모두가 망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고, 다른 국가들은 이를 애써 무시했다고 본다. 결국 오늘날 경제 상황의 차이는 그런 데서 생겨났다고 본다. 독일에서는 개혁 없이 경제 발전은 없다는 데 모두가 공감했다. 개혁과 새로운 경제 원동력은 형제나 마찬가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이들 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사이의 의견 차이 같은 부분도 있었을 텐데. -그런 간극을 메워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에 더 많은 임금 보조를 해 주는 등의 방안을 추가했다. →하르츠 개혁의 핵심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인데 미니잡(월 450유로), 미디잡(450~800유로) 등 현재 시행 중인 일자리들은 고용률 지표는 높이지만 노동자들의 생활을 담보하기에는 부족할 것 같다. 한국에서는 ‘정규직’이 무조건 좋은 일자리라는 인식도 있다.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결코 작은 금액이라고 할 수 없고 세금 감면 등의 복지 혜택도 있다는 점을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 아이가 있거나 재충전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시간제는 정규직보다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안정적이고 임금이 높은 일자리가 좋은 건 전 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모두가 정규직일 수는 없지 않은가. 노동 유연성이 중요하다. 경제 발전이 되면 시간제가 정규직이 되고, 상황이 안 좋아지면 정규직도 시간제가 될 수 있는 유연성이 경제를 건강하게 만든다. →하르츠 개혁을 처음 시작했던 슈뢰더 정권은 얼마 지나지 않은 2005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 체제로 바뀌었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개혁은 진행되고 있는데. -정당이나 수장이 바뀐 상태에서도 계속되는 것이 개혁이고, 그래서 처음 설계를 잘해야 하고 합의가 중요하다. 분명히 과거에 비해 상황이 나아진 만큼 지금 정부가 개혁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갖고 있다. →12년간 진행된 개혁을 보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깨달은 것이 있는가. -장기 실업자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 무조건 일자리를 보장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일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장기 실업자들에 대해서는 사고 전환에 주안점을 두고 교육과 심리상담 등을 병행해야 한다. 재능을 찾아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독일의 노동개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처음 입안 당시 위원회가 제안했던 최저임금 수준은 10년이 훌쩍 지난 지난해 말에야 의회를 통과했다. 글 사진 자르브뤼켄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시간제 일자리-길을 묻고 답을 찾다] 獨 노동자 20%가 ‘미니잡’…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 확대

    [시간제 일자리-길을 묻고 답을 찾다] 獨 노동자 20%가 ‘미니잡’…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 확대

    하르츠 개혁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2004년 독일의 고용률은 64.3%였다. 이후 노동시장 개혁이 진행되면서 4년 만인 2008년 고용률 70%를 넘어섰고 2012년 말에는 72.8%까지 빠르게 개선됐다. 정부가 독일의 노동개혁을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2년 64.2%인 고용률을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 말까지 7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의 ‘고용률 70% 로드맵’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목표 달성을 위한 중요 수단으로 ‘시간제 일자리’ 도입 및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나라 경제의 중심축이 수출이라는 점에서도 한국과 닮았다. 2000년대 초반 독일의 국내외 경제상황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1990년 10월 통일 이후 가중된 재정부담과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실업자가 대거 발생했다. 2001년 308만명(15~64세 기준)이던 실업자는 매년 증가세를 기록하며 2005년 최고점(457만명)을 찍었다. 유럽을 비롯한 국제 경제계는 통일 이후 10여년간의 성장 둔화와 실업률 상승, 경상수지 적자 등 부진한 독일 경제 상황을 ‘유럽의 병자’라고까지 표현했다. 이에 2003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당시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SPD) 정부는 노동시장과 사회보장제도 전반을 개혁하는 ‘어젠다 2010’, 이른바 하르츠 개혁을 꺼내 들었다. 페터 하르츠 박사를 위원장으로 재계 6명, 학계 2명, 정계 3명, 노동계 2명, 기타 2명 등 모두 15명으로 구성된 ‘하르츠 위원회’는 실업자 감축을 위한 방안으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 집중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된 정책이 시간선택제 일자리, 파견근로 등에 대한 차별 금지와 복지 개선 등이다. 위원회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방안 ▲연방노동청 기능을 일자리 알선 센터로 전환 ▲재정 악화 방지를 위한 실업급여와 사회부조 통합 등의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고용 형태의 유연화 및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 사용 기간을 2년 이내 3회까지 연장 가능토록 제한했던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 계약 형태를 단체협약으로 최대 기간 및 연장 횟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창업기업에는 4년간 기간제 근로계약을 허용토록 개정했다. 또 미니잡과 미디잡 등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시간제 일자리 확산에 집중했다. 미니잡은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면서 400유로(약 58만 2000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 시간제 일자리를, 미디잡은 400유로 초과 800유로 이하의 월급을 받는 직업을 의미한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부터는 주당 노동시간 조건을 삭제하고 미니잡의 월급 상한을 450유로 이하, 미디잡의 상한은 850유로 이하로 조정했다. 이 가운데 미니잡이 독일 고용지표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실업 여성들이 미니잡을 통해 대거 노동시장에 재진입했다. 독일 노동자의 20%인 740만명이 미니잡을 통해 시간제 근로를 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도소매업, 보건·사회 서비스, 음식·숙박업에 종사한다. 임금은 전일제 근무 정규직에 비해 훨씬 낮지만 정부가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 등을 지원한다. 슈뢰더 정부에서 시작된 하르츠 개혁은 2005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CDU)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뒤에도 계속됐다. 독일은 미니잡을 중심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크게 늘림으로써 1인당 국민소득도 2003년 2만 3277달러에서 2008년 3만 4400달러로 1만 달러 이상 높였다. 실업자 수도 해마다 급감하기 시작했다. 2005년 정점을 찍은 실업자는 2008년 313만명으로 감소했다. 2009년에는 전 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 탓에 322만명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경제 충격을 최소화했고 이어 2010년 유로존 재정 위기에도 독일만 경제 호황을 누렸다. 2012년 말 독일의 실업자는 231만명으로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 정부는 독일의 노동개혁 중에서도 특히 ‘미니잡’을 주목하고 있다. 독일의 미니잡을 국내 사정에 맞게 정비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양산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시간제 근로 보호법을 제정, 노동시간 비례 원칙에 따라 시간당 임금과 4대 보험 보장 등 기존 전일제 정규직과 차별 없는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독일의 미니잡은 독일 내부에서도 ‘저임금의 질 낮은 일자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고, 국내 노동계 역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아닌 저임금의 질 낮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게 될 것”이라며 시간제 일자리 도입에 반발하고 있다. 에센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2013년 뜬 별·진 별] 샛별보다 화려한 OB의 귀환… 정치·경제·외교 ‘엄마 리더십’

    [2013년 뜬 별·진 별] 샛별보다 화려한 OB의 귀환… 정치·경제·외교 ‘엄마 리더십’

    ■ 별들이 떴다(국내) 올해는 ‘올드보이’의 귀환이 도드라진다. 정치권뿐 아니라 수많은 스타들이 자고 나면 사라지는 가요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선 ‘가왕’ 조용필이 눈에 띈다. 올해 데뷔 45주년을 맞는 조용필은 10년 만에 19집 앨범 ‘헬로’(Hello)를 발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수록곡 헬로와 ‘바운스’(Bounce)는 이례적으로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고 앨범은 지난 4월 발매 이후 25만장 넘게 판매됐다. 조용필은 바운스로 23년 만에 지상파 방송사 가요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걸그룹 크레용팝도 ‘빠빠빠’로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헬멧을 쓰고 직렬5기통 춤을 추며 빌보드 K팝 차트 1위에 올랐다. 정치권에서는 장강의 물결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70대 인사’들이 눈길을 모은다. 지난 8월 청와대 입성 이후 ‘기춘대원군’으로 자리 잡은 김기춘 비서실장이 주인공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자문하는 원로그룹 ‘7인회’의 멤버였던 김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며 막강 실세로 군림하고 있다. 친박계 좌장이자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 출신인 서청원 의원도 10·30 재·보선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당내 최다선(7선)이자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그의 정치 일선 복귀는 ‘원로 측근정치’의 서막을 예고했다.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은 물론 차기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올해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은 사람으로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도 꼽을 만하다. 올해 정치권의 최대 이슈였던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뇌부의 은폐·축소 지시를 폭로했다. 이에 대해 국민들은 권 과장에게 편지와 꽃, 빵, 치킨 등을 보내며 열렬한 성원을 표시했다. 재계에서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임하며 비상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별들이 떴다(국외) 올 한 해 국제무대에서는 정치·경제·외교 분야에서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2005년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최연소 총리에 이름을 올린 앙겔라 메르켈(60) 총리가 9월 총선에서도 승리해 3선 연임을 달성했다. 이변이 없다면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제치고 유럽 최장기 여성 총리가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발판 삼아 독일을 유럽 최강국에 올려놓았고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엄마(Mutti) 리더십’으로 유럽연합(EU)을 지배하는 여제(女帝)가 됐다. 칠레에서는 장군의 딸, 유엔 여성기구 총재, 남미 최초의 직선 여성 대통령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진 미첼 바첼레트(62)가 ‘피노체트 독재정권의 딸’ 에벨린 마테이를 제치고 정권을 되찾았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등과 함께 ‘남미 ABC’(아르헨티나·브라질·칠레)를 이끄는 중도좌파 여성 지도자로 떠올랐다.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 의장에는 재닛 옐런(67) 연준 부의장이 임명됐다. 올해로 100년째인 연준 역사상 여성 의장은 최초다. 물가 안정보다 고용 확대를 더 중시해 ‘매보다 매서운 비둘기’로 불리는 옐런 예정자는 내년 1월 31일 임기가 끝나는 벤 버냉키 의장의 뒤를 이어 4년간 연준을 이끌 예정이다.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하다 탈레반 무장대원의 총에 맞은 파키스탄의 말랄라 유사프자이(16)는 영국에서 청소년 운동가로 새 삶을 이어가며 건재를 과시했다. “총으로 침묵을 강요할 수 없다”는 유엔에서의 명연설로 다시 주목을 받은 말랄라는 유럽의회가 주는 최고 권위의 사하로프 인권상을 받았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별들이 졌다(국내) 다사다난했던 2013년이 저물어간다. 우리와 함께 호흡해 왔던 스타들이 사고 혹은 지병 등으로 우리 곁을 떠났고 뜻하지 않게 명예가 추락한 인물도 있었다. 문화계에서는 한국 추상화의 대가인 이두식 홍익대 회화과 교수가 2월 23일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40년 넘게 한국 추상미술의 맥을 이어온 그는 우리 고유의 정서가 담긴 화려한 오방색(적·청·황·백·흑)을 사용해 밝고 역동적인 작업을 펼쳐온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계에서는 박철수 감독이 2월 19일 음주운전 차량에 치이는 비극적인 사고로 유명을 달리해 안타까움을 안겼다. ‘오세암’(1990년), ‘301, 302’(1995년), ‘학생부군신위’(1996년), ‘녹색의자’(2003년) 등 그의 영화는 소재도 장르도 다르지만 그만의 실험정신이 스며들어 있었다. ‘영원한 청년’인 소설가 최인호는 지병인 침샘암과 투병하다 9월 25일 ‘별들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고래 사냥’, ‘겨울 나그네’, ‘깊고 푸른 밤’ 등 그의 작품은 드라마와 영화 등으로 제작돼 사랑을 받았고 그를 ‘청년 문화의 기수’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방송가에서도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졌다. ‘국민 DJ’ 이종환은 5월 30일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별이 빛나는 밤에’, ‘지금은 라디오시대’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 국민을 울리고 웃겼다. ‘드라마계의 거장’ 김종학 PD는 7월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안겼다. 정치 분야에서는 ‘인턴 성추행’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 성과를 퇴색시킨 윤창중 전 대변인이 ‘진 별’로 꼽힌다. 이 사건은 해외 토픽에 소개되면서 윤 전 대변인의 명예를 추락시켰을 뿐만 아니라 나라까지 망신시켰다. 재계에서는 재계 서열 38위의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이 사기성 회사채 발행과 고의적인 법정관리 신청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불명예를 얻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별들이 졌다(국외) 올해는 전 세계인의 존경을 받거나 현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던 인물들이 대거 타계해 아쉬움을 줬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남성 지도자들에게도 암울한 한 해였다. 유럽 첫 여성 총리, 영국 헌정 사상 세 차례 연임 기록을 세우며 1979년부터 1990년까지 영국을 이끈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오랜 기간 지병을 앓다가 4월 8일(현지시간) 87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대처리즘’을 도입해 고질적인 ‘영국병’을 고쳤다는 업적과는 별개로 과도한 민영화로 사회불평등을 심화했다는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46년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를 무너뜨린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도 폐렴 합병증으로 고통받다 12월 5일 영면했다. 퇴임 후 화해와 포용을 몸소 실천하며 전 세계로부터 존경을 받은 만델라를 기념해 유엔은 그의 생일인 7월 18일을 ‘만델라의 날’로 지정했다.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완전 무상의료·무상교육 정책을 펼쳐 ‘빈민의 영웅’으로 추앙받았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유명을 달리했다. 중남미 반미좌파 동맹의 맹주로서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을 향해 “악마, 살인자”라고 일갈했던 그는 암으로 숨이 끊어지기 전 “제발 죽지 않게 해 달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20년간 세 번이나 총리직에 오르며 이탈리아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7)도 초라한 말년을 맞게 됐다. 지난 11월 세금 횡령 혐의로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을 받자 동료 이탈리아 상원은 즉각 그의 의원직을 박탈해 버렸다. 불체포특권을 상실한 탓에 미성년자 성매매 등 다른 형사재판 결과에 따라 감옥행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신재생에너지는 미래 먹거리”… 日원전사고 후 獨·中 등 세계가 뛴다

    “신재생에너지는 미래 먹거리”… 日원전사고 후 獨·中 등 세계가 뛴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녹색성장’ 기조를 외친 이명박(MB) 정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에서도 여전하다. 신재생에너지는 화석 연료를 대체할 미래 자원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정부는 내년 초 제4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를 즈음해 에너지관리공단과 서울신문은 신재생에너지 전문가들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짚는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특집 좌담회’을 개최했다. 지난 27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서울 한라룸에서 이도운 서울신문 부국장 사회로 열린 좌담회에는 한경섭 포스텍 교수, 남기웅 에너지관리공단 소장, 강혁기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과장, 소진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 박창형 신재생에너지협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도운 서울신문 부국장(이하 이) 새 정부 들어 녹색성장은 끝나겠구나 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눈치 볼 것 없이 좋은 말씀 부탁드린다. 강혁기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과장(이하 강) 지난해 국내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비중은 3.18%로 목표 대비 80~90%밖에 안 된다. 지금 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 있는데, 지난 3차 계획에서는 보급률 산정이 엄격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보급률이 낮게 나온 면이 있다. 이번 4차에는 경제성, 환경성, 입지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하고 전문가들이 1년 이상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한 결과 2035년까지 11%란 보급률 목표가 나왔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신규 시장 창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전기 사업자들에게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를 지우는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 제도를 열에너지, 수송 연료로 확대하고 2016년부터는 태양광-비태양광 시장을 통합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 해외 사정은 어떤가. 소진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이하 소)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은 1차에너지 대비 8.5%, 발전 부분은 20% 정도다. 1990~2012년 연평균 2.3%가 증가하는 등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은 메르켈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의 폐쇄를 결정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5%까지 올리는 ‘에너지 패키지’를 발표했다. 중국은 2010년 12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정부가 적극 개입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에너지기본계획 3차 개정에 그런 추세를 반영했다. 이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제일 중요한 목표는. 소 에너지 안보능력 강화와 신재생에너지 산업경쟁력 강화다. 중국은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른 에너지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국산원료인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해 에너지원을 다변화하고 에너지 안보능력을 키우려 한다. 또 이를 통해 내수 확대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기술혁신을 도모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 신재생에너지 보급의 성과와 한계는 어떤가. 남기웅 에너지관리공단 소장(이하 남)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아 산업폐기물이 풍부하고 이에 따라 폐기물 발전 비중도 높다. 증가율로는 연료전지, 태양광 부분이 급속히 커졌다. 절대량 자체가 적다 보니 수치가 큰 셈이다. 최근 5년간 산업현황을 보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기업의 수출은 8배, 민간투자는 6배가 됐다. 본격 성장궤도로 진입하는 단계로,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86% 정도다.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 기술 경쟁력 등 돌파 능력 있어야 되는데 한계가 있지 않나 싶다. 이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 시장은 수출을 위한 시험 무대인가, 아니면 우리나라에서도 신재생에너지가 의미가 있다고 보는 건가. 남 궁극적으로는 우리 후손들의 먹거리를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키우는 데 목표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모든 행위가 수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며 정책도 그런 쪽으로 계속 추진됐으면 좋겠다. 이 그런 점에서 11% 보급률은 가슴에 와 닿는 수치가 아니다. 국가적으로 산업을 키워 후손을 먹이겠다는 데 이걸로 가능한가. 회의적이다. 남 우리나라는 화석도 그렇지만 신재생에너지 부존자원도 여건이 좋지 않다. 또 전력망이 100% 완성된 상태라 신재생에너지가 뚫고 들어가기 어렵다. 대신 융복합 사업으로 건물 간, 형태 간 전력망을 형성하도록 하고 그런 부분을 해외에서 표준화하는 방법을 구상 중이다. 한경섭 포스텍 교수(이하 한) 연구·개발(R&D) 얘기를 하면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신재생에너지 연구를 열심히 했고 기본 방향도 잘 잡았다. 우리는 주로 풍력이면 3MW, 5MW 기계를 만드는 식의 시스템을 많이 개발했고, 최근에는 국산화율 제고를 위한 부품 산업 연구를 많이 한다. 특히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분야는 수준이 많이 올랐다. 그런데도 사업화 성과는 아직 미흡하다. 물건이 나쁘다기보다는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것이다. 이걸 팔려면 실적과 경험을 보여주는 ‘트랙 레코드’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걸 쌓을 수가 없으니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 미국이 유럽보다 신재생에너지에 덜 정열적인 이유가 석유 메이저 기업들, 가솔린차 업체의 공격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석유 한 방울도 안 나고 거대 석유 기업도 없다. 그런데도 2035년까지도 석유, 석탄을 때고 곁다리로 신재생에너지를 한다고 하면 이게 발전할 수 있겠는가. 강 풍력 등은 환경 입지가 까다롭다. 관련 부처와 협의하는 상황인데 조력의 경우 갯벌 보호나 어업권 보호 문제, 바이오 연료는 국내 산림자원 활용 문제 등이 얽혀 있다. 신재생에너지 자체가 기후변화에 기여하는 에너지원이다 보니 난개발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보급을 확대시켜야 한다. 남 정부는 지금까지 보급 보조로 시장을 끌어왔다. 하지만 재정 규모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이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이익을 공유하는 메커니즘을 개발하면 시장 확대, 보급률에 좋은 영향 미칠 것이다. 주민 출자형 시설에 가중치를 주고 금융 지원을 해주면 주민 참여도가 높아지고 설비 수용성도 높아지지 않겠는가 고민하고 있다. 이 주민 출자는 반가운 얘기다. 정부에서 매년 에너지 문제로 명동이나 강남역 상가를 단속하는데, 차라리 그들이 발전소를 만들어 쓰고 싶은 만큼 쓰도록 하는 프로젝트도 가능하겠다. 해안에 발전소를 지어 거기서 나오는 만큼 전기를 쓴다든지 지하에 연료전지를 둔다든지, 이런 일이 성공하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남 지방자치단체가 새로운 마을을 조성한다든지 할 때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 단계에서부터 녹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R&D는 정부와 기업 중 어디가 주도권을 가져야 하나. 한 분야마다 다르다. R&D도 결국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기업이 자기 돈 내서 하겠다고 하면 박수를 쳐주고, 정 나서는 곳이 없으면 나라에서 돈을 대야 한다. 박창형 신재생에너지협회 부회장(이하 박) 기업 사정을 말씀드리면, 이 분야는 2011년 유럽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다. 그런데 중국은 2~3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눈에 띌 정도로 태양광, 풍력 시장을 흔들었다. 우리는 튼튼한 내수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 진출방향은 주로 유럽 쪽이었는데 미국, 아프리카, 동남아 등으로 지역을 다변화해야 한다. 또 셀이나 모듈 등 단품 위주로 수출할 게 아니라 시스템으로 같이 나가면 부가가치도 높아지고 엔지니어링 역량도 강해질 것이다. 단품으로는 중국과 경쟁이 안 된다. 아울러 중국과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산유국 등에서는 조금 비싸도 신뢰성이 있는 한국 제품으로 전환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녹색기후기금에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포함시키는 등 정책 수립이 요구된다. 남 개도국은 사회주의나 독재 형태가 많다. 그런 곳은 기업 대 기업에서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 지속가능하려면 정부 대 정부의 국가적 전략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그러면 두 번째, 세 번째 시장의 가능성도 열린다. 고용, 교육, 산업 전체를 패키지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나라를 목표로 그 나라 전체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이미 다 아는 것 같다, 시행이 안 되는 게 문제다. 그게 잘되도록 정부에서 노력을 해야겠다. 강 신재생에너지는 국내 잠재량의 제약이 있고 보급도 한계가 있다. 정부에서는 보급이 제대로 되고 산업도 육성할 수 있도록 정교한 전략을 수립해 이번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 담을 것이다. RPS 이행률을 높이고 해외 진출, 비즈니즈 컨설팅도 고민하겠다. 규제 개선에 덧붙여 핵심 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개발하겠다. 박 MB 정부는 녹색성장 범위를 너무 넓게 봤다. 자전거 도로까지도 여기 포함했다. 그러면서 상승효과가 있는 분야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이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은 영속돼야 한다. 영국 카본 트러스터의 데이비드 빈센트 박사 말을 빌리면 나라마다 자원이 다르니 중점 개발하는 신재생에너지도 다르다. 우리는 석유도 없지만 신재생에너지 자원도 빈약하다. 에너지는 기술에서 나온다. 기술 개발을 열심히 해 신재생에너지가 우리 산업을 이끌어갈 먹거리가 됐으면 한다. 정리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서울신문 선정 국내외 10대 뉴스] 댓글 파문·장성택 처형에 놀라고… 美 도청·日우경화에 화나고

    [서울신문 선정 국내외 10대 뉴스] 댓글 파문·장성택 처형에 놀라고… 美 도청·日우경화에 화나고

    2013년 국내외에서는 다양한 일들이 일어났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정치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이 불거져 온 나라를 뜨겁게 달궜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댓글 파문’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과 RO(혁명조직)가 연루된 내란 음모 사건이 정국을 흔들었다. 갑을 논란과 숭례문 부실 복원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북한에서는 권력 2인자였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사형 판결 나흘 만에 처형되는 등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전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미국은 그간 전 세계를 상대로 무차별적인 전화 도청과 이메일 해킹을 해 온 사실이 들통 나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중국은 동중국해 상공에 우리나라 및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구역을 포함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해 아시아 국가들의 불만을 촉발시켰다. 건강보험개혁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정지)되기도 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타계했다. 편집국 종합 ■ 국내 뉴스 ①장성택 처형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핵심 후견인에서 ‘현대판 종파의 두목’으로 전락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의 비참한 말로는 북한 권력의 냉혹함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장성택을 처단한 김 제1위원장은 김정일 사망 2주기를 계기로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②사초 실종 논란 ‘사초(史草) 실종’으로 불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다. 논란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지시로 참여정부 인사가 고의로 폐기하고 이관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내리면서 일단락됐다. 노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③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사건 지난 8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진보 인사들이 ‘혁명조직’(RO·Revolution Organization)을 결성해 전시에 남한 체제 전복을 모의했다는 ‘내란 음모’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국회가 지난 9월 본회의에서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통과시키고 국정원이 이 의원 등 7명을 기소하면서 내란 음모 혐의로는 33년 만에 재판이 시작됐다. ④국정원 댓글 파문 지난해 대선에서 국정원이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로 인터넷과 트위터 등을 통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국정원 댓글’ 파문이 정국을 강타했다. 여기에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이 사건 수사의 축소, 은폐를 지시했다는 의혹까지 끊이지 않았다. 수사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적용을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총장의 내분, 수사팀에 대한 수사 외압 의혹과 항명 사태에 이르기까지 검찰 내부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⑤전두환 추징금 환수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전담팀을 구성해 16년간 끌어 온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도 미납됐던 추징금 230억원을 납부함으로써 추징금 2628억원 전액을 완납했다. ⑥경제민주화와 갑을 논란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이었다. ‘재벌 빵집’으로 상징되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일감 몰아주기’ 등 부의 편법 승계, 대리점주에게 ‘물건 떠넘기기’ 등의 횡포를 부린 남양유업 사태 등으로 ‘갑의 횡포’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⑦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를 둘러싼 갈등이 올 5월부터 주요 사회문제로 재부각됐다. 경남 밀양시 일원에 건설되는 765킬로볼트(kV)의 고압 송전선 및 송전탑 설치를 두고 벌어진 주민과 한전 간의 갈등은 2008년 7월 이후 계속되고 있다. 국회 차원의 논의 등을 거쳐 가까스로 지난 10월부터 공사는 재개됐으나 희망버스 방문 등으로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다. ⑧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 아들 의혹으로 낙마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 아들’ 의혹으로 낙마하면서 검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가 부각됐다. 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선거법 적용을 강행한 채 전 총장은 외형상으로는 혼외자 의혹 제기로 낙마했지만 사실상 정권의 ‘찍어내기’로 물러났다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⑨숭례문 복원 및 부실 복구 국보 1호인 숭례문이 5년간의 복원 공사 끝에 지난 5월 완공됐으나 완공 5개월 만에 20여곳의 단청이 떨어져 나가면서 부실 복원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논란은 단청뿐만 아니라 목재, 기와, 성벽 등으로 확산돼 급기야 변영섭 문화재청장 경질로 이어졌다. 숭례문 복구 때 철저한 고증과 전통 기법을 사용했다고 하지만 국내 전통 기법 대부분이 명맥이 끊긴 데다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완공을 서두르다 졸속 복원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⑩박근혜 대통령 취임 지난해 12·19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대통령이 2월 25일 제18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자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부녀(父女)가 모두 국가 정상에 오르는 진기록도 세웠다. 경제 부흥과 국민 행복, 문화 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 등 4대 국정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취임 첫해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30개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외교 지평을 넓혔지만 소통 부재 등의 지적도 만만치 않다. ■ 국제 뉴스 ①적나라하게 드러난 미국의 치부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의 치부가 유난히 커 보인 한 해였다. 컴퓨터 기술자 에드워드 스노든은 6월 국가안보국(NSA)이 전 세계를 상대로 전화 도·감청과 해킹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미 육군 브래들리 매닝도 8월 미군 헬리콥터가 민간인을 공격하는 동영상 등을 ‘위키리크스’에 제공한 혐의로 35년형을 선고받았다. ②세계에 불어닥친 ‘우경화’ 바람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우클릭’ 행보가 거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 집단적 자위권 부활 등을 밀어붙여 주변국의 반발을 샀다. 호주와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 주요 국가들에서도 잇따라 우파 정당이 정권 교체를 이뤄내고 독일도 우파 연합이 재집권하며 ‘보수 회귀’ 경향을 부채질했다. ③베네딕토 16세 퇴위와 새 교황 프란치스코 취임 교황 베네딕토 16세(85)가 건강상의 이유로 2월 퇴위한 뒤 그다음 달 열린 콘클라베(교황 선출 회의)에서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76) 추기경이 제266대 교황에 선출됐다. 1282년 만에 비(非)유럽권 출신 교황이 된 그는 청빈한 삶과 겸손하고 대중 친화적인 행보, 개혁적인 성향으로 주목받고 있다. ④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타계 세계 인권운동사에 큰 획을 그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12월 5일(현지시간) 95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백인 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차별) 정책에 맞서 투쟁하다 27년 동안 옥살이를 했던 그는 남아공 민주화의 증인이자 건국의 아버지로 불렸다. 흑인운동 공로로 노벨평화상도 수상하는 등 세계의 존경을 받았다. ⑤온난화의 저주? 필리핀 슈퍼 태풍, 베트남 폭설 올해도 지구 온난화의 전조로 여겨지는 재해가 많았다. 11월에는 역대 최고 수준의 위력을 갖춘 슈퍼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 중부 지역을 강타해 최소 6000여명이 숨지고 1779명이 실종되는 등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반면 연평균 기온이 24도인 베트남에는 이달 들어 최대 20㎝에 달하는 폭설이 내리기도 했다. ⑥‘아랍의 봄’ 뒤에 찾아온 아랍의 겨울 민주화 바람이 거셌던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올해 역풍을 맞았다. 이집트는 7월 이슬람주의자인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강제 축출되면서 무르시 지지 세력과의 충돌이 일어나 1000명 넘게 숨졌다.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튀니지, 리비아, 예멘에서도 유혈 사태가 계속되면서 ‘아랍의 봄’이 ‘아랍의 겨울’로 다시 바뀌었다. ⑦전 세계에 부는 여풍(女風) 올해는 여성 엘리트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9월 독일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3선 연임에 성공했다. 칠레에서도 미첼 바첼레트가 당선되면서 남미 3대 강국(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의 수장이 모두 여성으로 채워졌다. ‘세계 경제 대통령’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새 의장도 여성인 재닛 옐런 부의장이 맡게 됐다. ⑧동북아 방공식별구역 설정 갈등 중국이 11월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면서 아시아 지역의 위기가 커졌다.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은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지역뿐 아니라 한국의 이어도 상공까지 포함해 주변국들의 반발을 샀다. 세계 2대 강국(G2)인 미·중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⑨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디폴트 논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으로 예산안이 제때 통과되지 못해 2014회계연도가 시작된 10월 1일부터 연방정부가 셧다운돼 16일간 업무와 기능이 부분적으로 정지됐다. 세계 경제를 볼모로 한 양측 간 대립으로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기도 했다. ⑩시리아 화학무기 참사와 폐기 시리아 내전이 3년째 이어지면서 200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가운데 정부군 소행으로 추정되는 화학무기(사린가스) 공격이 발생해 어린이와 여성 등 민간인 1000여명이 사망했다. 국제사회의 제재 논의 끝에 시리아는 화학무기 폐기에 합의했고 유엔과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주도 아래 관련 절차가 진행됐다.
  • ‘메르켈의 후계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의 차기 여성 총리?’(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앙겔라 메르켈(59) 독일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세 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하는 가운데 15일 독일 등 유럽 언론의 관심은 일제히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55) 독일 노동사회부 장관에게 쏠렸다. 메르켈 총리가 그동안 자신의 정책에 반대해 온 ‘정적’인 폰데어라이엔 장관을 핵심 요직인 국방장관에 임명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독일은 사상 첫 여성 총리에 이어 첫 여성 국방장관을 맞이하게 됐다. 이번 국방장관 임명이 파격인 것은 폰데어라이엔 장관이 군 관련 경험이 전혀 없는 의사 출신 7남매의 엄마라는 것뿐만 아니라 메르켈 총리가 자신의 정책에 맞서 목소리를 내 온 진보 성향 인사에게 차기 총리가 될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다. 인디펜던트는 “메르켈 3기가 끝나는 2017년에는 폰데어라이엔이 차기 총리가 되기 위해 총선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5년부터 가족여성청년장관, 노동사회장관을 맡아 온 폰데어라이엔은 집권 기독민주당(CDU) 내에서 메르켈 총리와 경쟁해 온 진보파로, 슈피겔은 그가 “CDU의 왕위를 이을 공주 자리에 앉게 됐다”고 평했다.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특히 일하는 여성을 위한 보육시설 확충을 비롯해 남성 유급 육아휴직, 여성 임원 쿼터제, 최저임금제 등 야당이 선호하는 진보적 사회복지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때때로 메르켈 총리와 충돌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해 메르켈 총리를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정치인이라는 평도 나온다. 저명한 정치 가문에서 태어난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의대를 졸업한 뒤 의사와 교수로 일하다 아버지 뒤를 이어 정치에 입문했다. 의사인 남편과의 사이에 7명의 자녀를 둔 ‘슈퍼 맘’으로, 2009년 노동사회장관으로 임명된 뒤 세계 최저 수준인 독일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반대 세력과의 힘든 싸움도 마다하지 않아 ‘저출산 파이터’로 통한다.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남편이 7남매를 돌보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낸다”며 “일하는 여성들이 육아와 직장 내 경력 쌓기를 함께 해 나갈 수 있도록 더 많은 남성들이 내 남편의 모범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장관에게 거는 기대는 높지만 메르켈 총리의 뒤를 잇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국방장관으로서 병력난을 겪는 독일군을 관리하고 아프가니스탄 파병 군 감독, 예산·조직 개혁 등 민감한 일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또 메르켈 총리보다 친(親)유럽적인 그는 “스위스(연방), 독일(연방), 미국(미합중국)처럼 통합국가로서의 유럽을 보고 싶다”고 언급하는 등 유럽연합(EU) 회원국들 간 통합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폰데어라이엔 장관이 국방장관보다 외교장관직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켈 총리는 15일 3기 내각 명단을 발표하면서 “폰데어라이엔은 사회정책뿐만 아니라 국제 이슈에도 항상 관심을 기울여 왔다”면서 “도전으로 가득 찬 이 흥미진진한 (국방장관) 자리를 잘해 내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오늘의 눈] NSA와 국정원 그리고 거짓말/최재헌 국제부 기자

    [오늘의 눈] NSA와 국정원 그리고 거짓말/최재헌 국제부 기자

    올 한 해 국제뉴스의 최고 이슈메이커를 선택하라면 단연 에드워드 스노든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1년 5개월 남짓 국제부 기자로 일하면서 단일 인물·사건으로 스노든을 가장 많이 기사화하기도 했지만, 그의 폭로로 전 세계에 불어닥친 파문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의 전직 컴퓨터 기술자인 스노든은 지난 6월 10일 영국 가디언을 통해 NSA가 ‘프리즘’이라는 감시 프로그램을 이용해 전 세계적으로 무차별적인 전화 도청을 시도하고 컴퓨터를 해킹, 이메일을 들여다본 사실을 폭로해 국제사회를 경악하게 했다. 가디언 보도 직후 미 정보당국은 즉각 성명을 발표했다. 스노든의 주장은 과대망상에서 비롯됐으며, 자신들은 합법적인 정보수집 활동을 했다는 해명이었다. 하지만 성명이 거짓말로 드러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디언은 스노든의 1급 기밀문서를 인용, 전 세계 970억건의 도·감청이 이뤄진 지역과 국가별 정보 수집 빈도를 담은 ‘첩보감시 세계지도’를 세상에 공개해 버렸다. 다급해진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프리즘이 미 의회가 허가한 비밀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고 실토했다. 그러자 화살을 맞은 공화당은 스노든을 국가 기밀을 국외에 넘긴 ‘반역자’로 지목, 무차별 색깔론으로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스노든의 폭로는 미 워싱턴포스트와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을 통해 점점 더 확산됐다. 주미 대사관을 포함해 38개국의 외국 공관 인터넷과 팩스가 도청당한 사실이 드러났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전 세계 35개국 정상의 개인 통화도 감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메르켈이 도청당한 사실을) 알았다면 미리 말렸을 것”이라면서, 짐짓 자신은 몰랐던 일이라고 변명한다. 결국 이 해명도 NSA의 내부 고발자들에 의해 거짓말로 밝혀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NSA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며 불법 도·감청 행위를 시인하기에 이른다. 이 대목에서 또 다른 현재 진행형인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 조사로 댓글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나면서 이 사건이 ‘국가 기관의 대선 개입을 위한 의도적인 여론 조작’이라는 증거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개인적 일탈’이라는 변명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국익을 위한 합법적인 활동’이라는 두 정보기관장의 뻔뻔한 해명에도 수법과 전문성 그리고 정치적 의도에서 너무나 판이한 두 사건을 보고 있자면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그나마 미국은 뒤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개혁의 길을 선택했다. 거짓은 숨길수록 나중에 치러야 할 대가는 더 커진다는 사실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직접 경험했던 역사적인 교훈 덕분이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2013년 12월 국정원과 대한민국의 솔직한 고백이 필요한 때다. goseoul@seoul.co.kr
  • [위클리 포커스] 사민당과 대연정 합의 마무리… 메르켈 ‘3기 리더십’ 시험대에

    [위클리 포커스] 사민당과 대연정 합의 마무리… 메르켈 ‘3기 리더십’ 시험대에

    14일(현지시간) 독일 여당 연합과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사민당) 간 대연정 합의가 마무리되면서 앙겔라 메르켈(59) 총리의 3선이 확정됐다. 집권 3기 그의 행보에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사민당은 메르켈 총리의 기독교민주당(기민당)-기독교사회당(기사당) 연합과 타결한 대연정 합의안을 전체 당원 투표에서 76%의 찬성으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메르켈 총리는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17일 열리는 연방 하원 회의에서 3선 총리로 선출된다. 이번 대연정으로 메르켈 총리는 독일 역사에 남을 ‘역대급’ 정치인이 됐다. 독일에서 3선에 성공한 총리는 초대 총리 콘라트 아데나워(1876~1967)와 독일 통일을 이룬 헬무트 콜(83) 등 3명뿐이다.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엄마(Mutti) 리더십’을 통해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인 마거릿 대처(1925~2013)를 넘어서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특히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독일을 유럽 최강국으로 올려 놓으면서 그는 유럽연합(EU)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여제(女帝)가 됐다. 다만 17일부터 시작되는 그의 집권 3기가 순조로울지는 불투명하다. 기민당·기사당 연합은 사민당과의 대연정에 성공하면서 전체 630석 가운데 503석을 장악하며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펼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사민당은 메르켈 1기(2005~2009년) 당시 대연정을 함께한 뒤 2009년 총선에서 참패한 경험이 있다. 경제위기를 잘 이겨내고도 ‘메르켈에 끌려다니며 본래 색깔을 잃었다’는 비판이 컸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사민당이 3기 집권기에는 ‘여당과 차별화된 색깔 내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여기에 EU 탈퇴 여부를 고민 중인 영국과, 유럽 내 패권을 빼앗기고 절치부심하는 프랑스를 어떻게 달래가며 유럽 대륙을 이끌어 갈지도 그의 리더십을 시험하는 과제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씨줄날줄] 아편전쟁 이후 170년/서동철 논설위원

    1982년 9월 마거릿 대처 총리는 영국 정부 수뇌로는 처음 중국을 찾았다. 영국이 지배하고 있던 홍콩의 주권 이양 문제를 중국의 실권자 덩샤오핑과 논의한 것이다. 중국은 이른바 아편전쟁에서 참패하며 홍콩을 1997년까지 영국에 넘기는 조약을 1842년 ‘유니언 잭’을 휘날리며 난징 앞바다에 정박한 적국 군함 콘월리스 선상에서 맺어야 했다. 대처는 “홍콩의 영토는 반환하되 관리는 영국에 맡겨 달라”고 했지만, 덩은 오히려 “불가피하다면 무력으로 홍콩을 수복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대처는 얼굴을 붉힌 채 인민대회당을 나서다 계단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지금도 중국은 영국과의 불평등한 관계를 비로소 해소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이 해프닝을 바라본다. 지난 2일부터 사흘 동안 중국을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역시 환대받지 못했다. 대처 방문 당시와 비교해도 확연히 위상이 높아진 중국이다. 캐머런이 지난해 5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접견한 이후 중국은 줄곧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과의 불화는 영국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글로벌 타임스는 ‘캐머런 총리가 방중했다고 양국 간 갈등이 마무리되지는 않는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이니 정부의 공식 반응이나 다름없다. 나아가 ‘영국은 여행이나 공부를 하는 데 적합한 늙은 국가일 뿐’이라며 ‘캐머런 행정부는 영국이 더 이상 강대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19세기 서구 열강에 치욕을 당했던 중국이다. 하지만 이제 유럽에는 더 이상 무서운 상대가 없는 듯하다. 프랑스는 1856~1860년 영국과 연합하여 톈진과 베이징을 무력으로 점령하고 유린한 제2 아편전쟁의 당사국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6월 EU가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반덤핑 관세를 매기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가 세상의 변화를 실감했다. 당장 중국이 프랑스산 포도주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자 해명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프랑스 포도주의 최대 수입국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아예 자국 승용차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과 EU의 무역 마찰을 해소하는 데 앞장섰다. 중국이 과거 치욕을 안겼던 유럽 각국에 우위를 과시하며 큰소리치는 모습은 묘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1866년 프랑스가 강화도를 침범해 외규장각 도서를 탈취하고 곳곳에 불을 지른 것이 병인양요다. 영국은 1885년부터 남해의 섬을 2년 동안이나 불법적으로 점령한 거문도 사건을 일으켰다. 한국과 유럽의 관계도 그때와는 분명 다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獨, 최저임금제 도입·연금제 개혁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CDU·기민당)이 사회민주당(SPD·사민당)과의 ‘끝장 협상’ 끝에 대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27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기민당과 기민당의 자매 정당인 기독교사회당(CSU·기사당), 사민당 등 3당 소속 간부 75명은 지난 26일 저녁부터 17시간 동안 이어진 마라톤협상에서 타결안을 마련했다. 사민당이 요구한 핵심 쟁점인 시간당 8.5유로(약 1만 2200원)의 최저임금제는 2015년부터 전국적으로 도입하기로 하고 독일에서 태어난 이민자 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이중 국적을 허용하기로 했다. 연금제도 개혁에는 사민당과 기민당의 주장이 모두 반영됐다. 사민당이 주장한 대로 45년간 연금을 납부한 경우 연금 수령 시기를 67세에서 63세로 낮추기로 하고 2017년부터 저소득층이 ‘사회통합연금’ 형태로 최대 월 850유로의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1992년 이전에 출산한 여성에게 연금을 확대하자는 기민당의 요구 역시 수용됐다. 재정 증액 규모의 경우 애초 사민당이 300억 유로를 제시했으나 기민당은 초등학교 전일제 수업 시행, 초고속 인터넷망 확충 등의 안을 배제한 뒤 230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각료직 배분은 기민당과 사민당이 각각 6개의 장관 자리를 차지하고 기사당에는 3개의 각료직을 배정하기로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사민당이 기민당과의 협상 타결안에 대한 당원 승인 투표를 하는 다음 달 14일 이후 추가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대연정 구성을 위해서는 사민당이 약 47만 5000명의 전체 당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투표에서 타결안이 통과돼야 한다. 일부 사민당 당원은 2005~2009년 메르켈이 주도하는 대연정에 참여한 이후 총선에서 참패한 탓에 대연정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사민당이 내세운 요구 조건 중 ‘부자 증세’ 등 세금 인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용돼 협상 타결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사민당이 타결안을 승인할 경우 다음 달 17일 메르켈 3기 정부가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17년에는 국민의 삶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며 “증세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중산층과 중소기업에 좋은 일이고 특히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과 기사당 연합은 지난 9월 22일 총선에서 41.5%에 달하는 높은 득표율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현재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이 원내 의석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사민당과 지난 두 달간에 걸쳐 대연정 협상을 벌여 왔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위클리 포커스] 기민·기사·사민당 협상 난항

    [위클리 포커스] 기민·기사·사민당 협상 난항

    차기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을 지난 두 달간 벌여온 독일 기독교민주당(CDU·기민당)과 사회민주당(SPD·사민당)이 오는 27일 협상을 종결하기로 한 가운데 110개가량의 정책이 아직 합의되지 못해 막판까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 자매정당인 기독교사회당(CSU·기사당), 야당인 사민당은 26일 당 지도부회의에 이어 75명이 참석하는 간부 연석회의를 열 예정이다. 사민당은 협상 타결 내용을 승인받기 위한 당원 투표일을 다음 달 6~12일로 잡아놓은 상태다. 협상 종결 시한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지난 두 달간 진행된 협상에서 타결된 내용은 미진하다. 기민당은 사민당이 요구한 핵심 쟁점인 시간당 8.5유로(약 1만 2100원)의 최저임금제 도입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시행 시기를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석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의 시행 속도를 완화하는 안과 주택 임차료 인상에 상한선을 두는 안에 대한 합의는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졌다. 그러나 기민당과 기사당은 사민당이 요구한 부자 증세 등 세금 인상에 대해 한치의 양보도 못한다는 입장이다. 또 기사당이 주요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외국인 차량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부과하는 안은 기민당과 사민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와 함께 금융시장 규제 강화 등 경제 분야 쟁점을 포함해 110개 정도 되는 정책이 아직 합의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연정 협상 초기부터 가장 까다로운 문제로 손꼽혔던 각료직 배분 협상은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사민당은 앞서 차기 정부의 재무장관직을 비롯해 가족장관, 노동장관 등 6개 주요 장관직을 요구한 바 있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메르켈 총리는 지난 22일 뮌헨에서 열린 기사당 전당대회에 참석, “앞으로 며칠이 매우 힘들겠지만 우리는 협상을 마무리하려고 시도할 것”이라며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분명할지라도 (차기 정부 구성을 위해) 타협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 간 일괄 타결 가능성도 거론된다. 굵직한 쟁점들을 묶어 타결하고 곁가지 주제들은 차기 정부의 미래위원회에 넘기는 방안이다. 한편 독일 일간 빌트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사민당원 중 대연정을 원한다는 응답률이 49%로, 반대(44%)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그마르 가브리엘 사민당 당수 역시 대연정 참여 의지가 강해 종국에는 협상이 타결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푸틴, 자신에게 달려오는 ‘나체시위女’ 향해…

    푸틴, 자신에게 달려오는 ‘나체시위女’ 향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한반도 주변 4강(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정상 가운데 최초로 한국을 찾은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과거 푸틴 대통령이 독일에서 겪었던 황당 사건이 함께 화제가 되고 있다. 문제의 사건은 지난 4월 독일 2013 하노버산업박람회장에서 벌어졌다. 당시 현장을 찾은 푸틴 대통령은 관람 중 ‘나체 시위’로 유명한 우크라이나 여성 인권단체 ‘피멘(FEMEN)’ 회원들의 기습(?)을 받았다. 갑자기 알몸 여성이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황당한 상황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무모한 여성의 용기를 칭찬한 것인지, 그녀의 몸매에 찬사를 보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푸틴 대통령의 대범함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반면 푸틴 대통령과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피해 대조된 모습을 보였다. 옆에서 수행하던 독일 주요 인사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장면도 카메라에 담겼다. 당시 푸틴에게 달려들던 여성의 등에는 푸틴 대통령을 모욕하는 욕설이 적혀있었다. 이 여성은 몸에 ‘비열한 독재자’ 등의 글을 쓴 다른 2명의 여성 시위자들 역시 마찬가지로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갔다. 푸틴 대통령은 전시장을 돌아본 후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합동 기자회견장에서 시위에 대해 “시위 여성들이 뭐라고 말하는지는 알아듣지 못했다. 퍼포먼스가 좋긴 했지만 정치적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면 옷을 갖춰 입는 게 나을 것이다. 경호원들만 좀 더 부드럽게 대했다면 행사 프로모션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는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각왕’ 푸틴에 정상회담 30분 지연…한잔 하느라 늦은 적도

    ‘지각왕’ 푸틴에 정상회담 30분 지연…한잔 하느라 늦은 적도

    언제나 예정된 시각에 늦게 도착해 ‘지각왕’으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한-러 정상회담에도 지각을 했다. 이날 오후 1시에 도착할 예정이던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장소인 청와대에 30분 늦은 오후 1시 30분쯤 도착했다. 푸틴 대통령의 지각으로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 공식오찬 등의 일정이 모두 30분씩 지연됐다. 푸틴 대통령의 지각은 한국 정상과 만날 때마다 되풀이됐다. 지난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 때에도 박 대통령은 1시간 넘게 푸틴 대통령을 기다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2000년 한-러 정상회담에는 45분,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는 40분 늦었다. 그러나 한국만 푸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푸틴 대통령의 지각에 안 당한 나라가 없을 정도다.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 자리에 푸틴 대통령은 40분 늦게 나타났다. 사울리 니니스토 핀란드 대통령은 2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40분 동안 푸틴을 기다렸다. 심지어 지난주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무려 4시간이나 늦었다. 더 가관인 것은 늦게 도착한 이유. 푸틴 대통령은 회담장으로 오는 길에 우연히 만난 러시아 오토바이족들과 한잔 하느라 늦은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글로벌 중심인물들 애타는 ‘中心 잡기’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글로벌 중심인물들 애타는 ‘中心 잡기’

    “중국의 자본을 유치하라.” 세계 경제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스, 인도 등 세계 각국에 내려진 특명이다. 이들 국가는 3조 6600억 달러(약 3885조원·2013년 9월 말 기준)에 이르는 세계 최대 외환 보유고를 바탕으로 ‘묻지마 투자’에 나선 중국의 투자자금을 끌어들여 제조업 재건과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경제 살리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메리어트와드먼파크호텔. 중국 등 세계 60여 개국 1200여명의 최고경영자(CEO), 투자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외국인 투자 유치 설명회 ‘선택 미국 2013 투자 서밋’(SelectUSA 2013 Investment Summit)이 열렸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개막 연설을 통해 “세계에서 미국보다 더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나라는 없다”며 미국에 투자해 줄 것을 ‘애타게’ 호소했다. 투자 서밋에는 오바마 대통령 외에도 제이컵 루 재무장관, 존 케리 국무장관, 마이클 프로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페니 프리츠커 상무장관 등 미 고위 경제관료들이 총출동해 투자 유치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이번 미국의 투자 서밋은 사실 중국 자본의 투자를 정조준한 것이다. 중국 민영기업인 푸싱(復星)그룹은 지난달 JP모건체이스로부터 뉴욕 맨해튼의 ‘원 체이스 맨해튼 플라자’를 7억 2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부동산 개발 기업인 루디(地)그룹 역시 뉴욕 브루클린의 상업 및 주거지구 개발에 5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중국이 ‘큰손’으로 등장한 덕분이다. 미 정부는 앞서 9월 중국의 돼지고기 가공업체 솽후이(雙匯)가 동종 업체인 스미스필드를 인수하는 것을 승인하는 등 중국 자본 유치를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미국은 우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阿里巴巴)의 상장을 뉴욕 증시로 유치하는 데 승부수를 던졌다. 알리바바는 구글과 아마존에 이어 시가 총액이 무려 1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IT 공룡이다. 하지만 현 상황으로는 미국이 안심할 처지가 못 된다.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런던시장 일행이 알리바바 경영진을 만나 런던 증시 상장을 타진하자 알리바바 측도 적지 않은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은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을 대표로 하는 투자유치단을 베이징에 파견했다. 지난달 13일부터 5일간 베이징 등을 방문한 투자유치단에는 찰리 빈 영국중앙은행(BOE) 부총재,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과 영국 정보기술(IT)기업 대표들이 참가해 투자 유치 활동을 벌였다. 영국 정부는 이를 위해 1주일 이상 걸리던 비자 발급 시간을 24시간 이내로 줄이는 ‘최우선 비자’제도를 도입했다. 중국 은행의 지점 설립을 허용하는 파격적인 금융 규제 완화 정책도 제시했다. 지난 6월 영국은 중국과 200억 파운드(약 34조 2522억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약을 체결하는 등 선심 공세를 폈다. 영국의 ‘러브콜’에 중국은 대규모 투자로 화답했다. 중국 베이징 젠궁(建工)공사는 오즈번 장관의 출국에 맞춰 맨체스터공항 상업지구 개발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 8억 파운드 규모로 1만 6000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오즈번 장관은 “런던올림픽 이후 최대의 개발 사업”이라고 적극 환영했다. 이달 3일에는 상하이에 본사를 둔 부동산 기업 중룽(中融)그룹이 5억 파운드를 들여 1936년 불타 버린 수정궁을 런던 하이드파크에 복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수정궁은 1851년 만국박람회를 위해 건설된 유리벽 건물로 영국 현대 건축물의 자존심으로 불린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華爲)도 영국에 1억 2500만 파운드를 투자해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출범한 이후 서방 주요 국가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환심을 샀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 4월 프랑스 정·재계 인사 100여명을 이끌고 베이징으로 날아가 시 주석과 양국 간 통화 스와프협정을 체결하고 항공 및 에너지, 환경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중국은 에어버스가 만든 항공기 A320 42대와 A330 18대 등 80억 달러 규모를 구매하는 데 합의해 프랑스에 ‘통 큰 선물’을 했다. 독일은 안방에서 ‘중국 손님’을 환대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5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를 접대하기 위해 휴일까지 반납하고 그를 극진히 모셨다며 “리 총리가 받은 예우는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누려보지 못한 환대”라고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가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헬리콥터를 타고 베를린에서 북쪽으로 70㎞ 떨어진 영빈관 메제베르크궁까지 날아가 리 총리에게 만찬을 베푼 뒤 다음 날 조찬도 함께 했다. 현재 중국 위안화 국제 거래의 허브 유치를 목표로 뛰고 있는 프랑크푸르트시는 독일의 경제·금융 중심지라는 강점을 내세워 홍보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려 구제금융으로 연명하고 있는 그리스도 발벗고 나섰다.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지난 5월 베이징을 방문해 리 총리와 주요 기업인들을 만나 그리스가 추진하는 500억 유로(약 71조 3570억원) 규모의 국유자산 매각에 중국이 적극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반대급부로 중국 선박 142척을 수주했다. 2400억 유로의 구제금융 지원금을 받은 그리스는 중국의 자금을 유치해 경제 회생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중국과 ‘앙숙’ 관계인 인도는 중국 전용 공단 건설을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달 22~24일 베이징을 방문한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리 총리 등 중국 지도부와 만나 인도 내 중국 기업 전용 공단 7곳을 조성하는 문제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 총리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와 구자라트주 등 7개 주를 ‘중국 특구’ 후보지로 제시하며 전자·제약업체 등의 입주와 서비스센터의 설립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khkim@seoul.co.kr
  • 獨 “美 - EU 무역 협정에 정보보호 규정 강화하라”

    세계 3대 자유무역협정(FTA) 가운데 하나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이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EU의 맏형인 독일이 최근 미 국가안보국(NSA)의 35개국 정상 도청 파문과 관련해 협정 조건으로 강화된 정보보호 규정 도입을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이 지난 7월 협상을 시작한 미·EU 간 TTIP 협정문에 한층 강화된 정보보호 규정을 삽입하도록 협상 주체인 EU 집행위원회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최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미 정보기관으로부터 휴대전화 통화를 도청당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4~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도 미국의 무차별 정보수집 행위가 주요 의제로 두드러져 각국이 성토를 벌인 바 있다. 하지만 독일은 이와 별개로 지난달 30일 미국에 정보기관장을 직접 파견, 양자 간 스파이 행위 금지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뜬금없이 이번 사안을 EU 전체 차원의 문제로 확대한 것은 독일의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U 최대 경제 대국으로서 협상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을 막아야 한다는 설명이 대표적이다. 실제 독일 기업들은 정치권을 상대로 “TTIP 협상 테이블에서 산업 스파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보호 규정을 ‘정치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압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정보보호 규정에 대한 독일과 미국의 입장이 상충하고 있어 EU와 미국 간 TTIP 협상이 난항을 겪거나 최악에는 결렬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U 집행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잠재적인 위험이 크다”면서 “TTIP 협상에도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으며, 미국과의 대화가 완전히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獨 등 유럽 국가도 대규모 정보수집”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외국 정상 등에 대한 무분별한 도청에 강력하게 항의했던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비슷한 방법으로 대규모 정보수집 활동을 하고 있으며 영국 정보기관과 긴밀히 협력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일(현지시간) 가디언은 미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제공한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의 내부 자료를 토대로 독일,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 등 유럽 국가 정보기관들의 대규모 감시 의혹을 폭로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5년간 GCHQ와의 긴밀한 기술적 협력을 통해 인터넷, 전화 트래픽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GCHQ가 운영하는 ‘템포라’라는 프로그램처럼 광케이블을 직접 해킹하거나 미 NSA가 운영하는 ‘프리즘’과 같이 통신업체의 협조로 정보를 빼내는 방법 등이 거론됐다. 특히 GCHQ는 외국 정보기관들에 감시 활동을 제한하는 법규를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 도청 의혹으로 얼굴을 붉히고 있는 미국과 독일은 서로 감시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양자 협정을 맺을 예정이라고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을 인용해 AFP통신이 2일 보도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세계 영향력, 반기문 32위 이건희 41위 박근혜 52위

    세계 영향력, 반기문 32위 이건희 41위 박근혜 52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제치고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정상에 올랐다. 포브스는 30일(현지시간) 전 세계 인구 1억명당 1명꼴로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72명을 선정한 결과 푸틴 대통령이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위였던 오바마 대통령은 3위였던 푸틴 대통령에게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포브스는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정부 일시폐쇄(셧다운),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파문 등이 잇따라 터지며 권력 누수를 겪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사태 해결 등에서 리더십을 보인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지배력도 공고하게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함께 세계 양대 강국(G2)으로 떠오른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3위에 올랐고 프란치스코 교황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이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인으로는 반기문(32위) 유엔 사무총장과 이건희(41위) 삼성전자 회장, 박근혜(52위) 대통령 등 세 명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계 인사로는 손정의(45위·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김용(50위·미국) 세계은행 총재가 포함됐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46위로, 지난해보다 2계단 떨어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사설] 美 도청 파문, 우리 정보전력 강화 계기 삼길

    주요국 정상들에 대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활동 의혹으로 지구촌이 술렁대고 있다. 미 NSA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10년 넘게 도·감청하는 등 적국과 우방을 가리지 않고 38개국의 정부와 해외 공관 등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불법 정보수집 활동을 벌여왔다는 게 전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내용이다. 심지어 독일 슈피겔지는 미 NSA와 CIA가 유럽 19개국 등 전 세계 80여개 국가에 도·감청 시설을 두고 해당국 정상 등 주요인사들의 활동을 감시해 왔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감시망에서 동맹인 우리 정부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주미 한국대사관 도청 의혹에 대한 우리 외교부의 해명 요청에 미 정부는 “동맹국들의 우려를 이해한다”면서 “지금까지의 정보활동을 재검토할 것”이라 밝혔다고 한다. 사실상 도청 사실을 시인한 셈이다. 스노든의 폭로 자료를 갖고 있는 영국 가디언지는 조만간 한국 정상 등에 대한 도청 등 추가 폭로를 예고한 바 있어 파장이 커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뒤로는 동맹국과 우방의 정상들까지 감시하는 터에 앞으로는 사이버 정의를 외치는 미국의 행태는 위선적이다. 그러나 미 정부를 부도덕한 집단이라고 비판만 하면서 우리의 안보 현실에는 눈 감아서는 안 될 말이다. 제임스 클래퍼 미 국방정보국(DNI) 국장이 어제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동맹국들도 미국 대통령에 대해 도청 행위를 해 왔다”고 볼멘소리로 말했듯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이 오늘날 지구촌 정보전쟁의 현실이다. 이번 파문을 계기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밝혔듯 미국의 정보 활동은 다소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방국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다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다. 훨씬 더 은밀하고 정교해질 것이고, 이는 다른 나라들 또한 마찬가지라고 봐야 한다. 차세대 전쟁의 승패는 핵이 아니라 정보능력에서 갈린다고 한다. 미 정부를 비난하는 데 그칠 일이 아니다. 피아(彼我)가 따로 없는 정보전쟁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정보전에 임하는 우리의 창과 방패를 더욱 강화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 [하나의 유럽 20년] 獨 독주·유로화 불신 가장 큰 난제로… ‘유럽시민’ 아직 멀었다

    [하나의 유럽 20년] 獨 독주·유로화 불신 가장 큰 난제로… ‘유럽시민’ 아직 멀었다

    “우리는 독일의 유럽이 아니라 유럽의 독일을 원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만은 1953년 함부르크대학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이 유럽 내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목표를 제시했다. 통일을 이끈 독일의 헬무트 콜 총리 역시 이 말을 공식석상에서 자주 인용했다. 유럽연합(EU)은 ‘하나의 유럽’이라는 슬로건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체제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의 가장 큰 화두는 독일이 다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 때문에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는 1951년 독일을 끌어들여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출범시켰다. 전쟁의 근본이 되는 석탄과 철강을 공동관리 영역으로 묶어 후환을 없앤 것이다. 이후 1965년 유럽공동체(EC)가 탄생했고 로마조약 등 수많은 조약과 회원국 확대를 거듭해 현재의 EU 모습이 갖춰졌다. 탄생 배경이 무색하게 현재 EU의 가장 큰 고민은 ‘독일의 독주’다. 정치력에서 독일을 앞서며 EU의 맹주를 자처했던 프랑스는 높은 실업률과 저성장으로 신음하고 있고, 다른 국가들은 존재감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독일은 전범국가라는 인식을 60년 만에 완전히 벗어던졌고, 호황까지 구가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전 유럽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EU대표부 한국대사관 김희상 참사관은 “독일이 현재 EU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게 잡아도 50% 이상”이라며 “앞으로도 독일을 견제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작 독일 국민들 사이에서는 EU에 대한 반감이 크다. 독일인 수잔나 셰퍼(28·여)는 “독일의 경제성장은 국민들이 실업급여와 수급기간을 줄이고, 복지혜택을 낮추는 등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한 결과”라며 “자국민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지, 방만하게 국가를 운영한 다른 나라 정치인들을 도와주는 데 세금을 쓰면 안 된다”고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다른 EU 국가 국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탈리아인 다니엘라 반니(33·여)는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역내 장벽이 없어지면서 셀 수 없이 많은 혜택을 입었고, 독일이 벌어들인 돈 대부분이 EU 국가들의 것”이라며 “독일이 유럽의 중국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라고 반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EU가 처한 또 다른 위기는 EU의 근간인 유로화에 대한 불신이다. 한때 미국 달러화를 대체할 것으로까지 여겨졌던 유로화는 계륵 취급을 받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 독일인 65%는 유로화가 없으면 더 잘살 것 같다고 답했고, 심지어 49%는 EU 소속이 아닌 독일이 좋다고 답했다. 프랑스에서는 유로화가 탄생한 마스트리흐트조약을 놓고 오늘 다시 투표한다면 반대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64%에 달했다. EU 28개국 중 유로화를 사용하는 나라는 17개. 내년 라트비아가 추가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에 가입한다. 하지만 나머지 EU 회원국 대부분은 유로존 가입에 소극적이다. 재정위기가 유로화 때문이라는 시각 탓이다.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스위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이 유로존 국가들에 비해 빨리 경제위기에서 탈출했다는 점이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KOTRA 부다페스트무역관 관계자는 “EU에 늦게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EU에 가입하는 순간 독자 행동이 어려워지면서 개별 국가들이 감내해야 하는 외교적 마찰도 빈발하고 있다. 한 예로 EU는 경제규모가 큰 우크라이나를 주요 교역상대로 삼으려고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이를 못마땅해하는 러시아는 EU 대신 순회의장국인 리투아니아에 보복 조치를 가하고 있다. EU 차원에서 공식 대응하기가 쉽지 않아 리투아니아는 속만 태우고 있다. EU가 유럽 내 장벽은 철폐했지만, 이민자 등 외부인에 대한 장벽은 더욱 높이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상당수 국가는 재정적자의 원인으로 ‘저소득층 이민자에 대한 복지 혜택’으로 화살을 돌리며 국민의 비난을 피하고 있다. EU는 마스트리흐트조약 발효 20주년인 올해를 ‘유럽시민의 해’로 선포했다. 본격적으로 ‘유럽시민’이라는 인식을 심겠다는 것이다. 지난 5월 EU 공식 여론조사 기관인 ‘유로바로미터’는 “EU 회원국 국민 62%는 자신이 유럽 시민이라고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조사에서 유로화에 대한 지지율은 51%였다. 하지만 이 같은 EU의 발표는 구성원들의 생각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안드레아 만츠 독일 자를란트대 교수는 “스스로 어느 나라 국민이라고 생각하지 유럽 시민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사실상 0%”라며 “각자 자신의 나라에서 자신의 언어를 쓰고 사는데, 어떻게 동질감을 느끼겠나”라고 반문했다. EU 한가운데에 위치한 비회원국 스위스는 특히 냉소적이다. 스위스인 페어 뢰트만(44)은 “자체적으로 잘 살아가는 강소국들은 유로존에 가입할 경우 돈만 많이 내고 기득권은 모두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EU에 가입하려고 시도도 하지 않겠지만, 유럽인보다는 스위스인이 더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글 사진 브뤼셀·프랑크푸르트·부다페스트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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