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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올림픽과 국가주의/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열린세상] 올림픽과 국가주의/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올림픽이 뜨겁다. 참가한 선수들의 승리 이야기와 그들을 응원하는 함성이 열대야만큼이나 뜨겁다. 가장 감동을 주는 장면은 역시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승리의 소감을 이야기하는 선수들의 인터뷰다. 그런데 메달을 딴 선수들의 인터뷰에도 문법이 있고 격이 있어 보인다. 1972년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하계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의 리호준은 세계신기록으로 북한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후 “적의 심장을 겨누는 심정으로 쐈다.”고 했다. 국제사격연맹은 이 야만적인 인터뷰에 대해 북한이 사과하도록 하였다. 죽기 살기로 승리만을 추구하는 전사의 모습이었다. 40년 후의 런던 올림픽에서 북한의 안금애 선수는 유도에서 첫 금메달을 딴 후 “조국의 명예를 걸고 금메달을 땄다. 김정은 동지에게 금메달로 기쁨을 드렸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기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진화한 흔적이 뚜렷하다. 전투적 적개심이나 지배자에 대한 충성 다음 단계로 나타나는 것이 국가주의의 모습이다. 올림픽을 국가의 우월성이나 인종적 우수성을 과시하는 장으로 생각하고, 메달의 영광을 국가에 바친다는 언사를 서슴지 않는다. 본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나라별로 메달을 집계하여 국가 순위를 매기는 것조차 공식적으로 금하고 있다. 그럼에도 각국은 메달 수와 색을 따져 나라별 순위를 매기기에 정신이 없다. 한국은 금메달을 우선 고려하여 국가별 순위를 매기고, 미국은 전체 메달 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집계한다. 국가의 영광을 거론하는 것보다 더 보편적이고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은 불굴의 의지로 어려움을 극복한 인간승리의 이야기다. 유난히 눈에 띄는 참가자가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의족 스프린터, 26살의 피스토리우스다. 남자 육상 400m 준결승 조 경기에서 그는 꼴찌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그러나 1위로 골인한 키라니 제임스는 뒤로 돌아 배에 붙어 있던 이름표를 피스토리우스와 교환하고 손을 잡았다. “피스토리우스와 함께 여기 출전한 지금이 잊지 못할 순간”이라고 승자는 말했다. 피스토리우스는 “결승점을 통과하는 순간 우리는 모두 친구다. 그게 올림픽”이라고 화답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대체로, 민주주의가 성숙하고 발전한 나라일수록 올림픽의 열기를 국가주의로 직결시키지 않는다. 인간 자체가 존재론적으로 국가를 벗어나 생존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그냥 내버려 두어도 승리 일부는 국가의 몫이 되는 판에, 인위적으로 국가주의에 불을 지르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방식, 중계방송의 내용, 응원하는 사람들의 태도에서 그런 성숙함이 필요해 보인다. 중계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에 따라 어떤 종목은 아예 경기내용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승리, 그것도 국가의 승리에 대한 열망이 지나쳤다. 역시 백전노장의 차범근 전 감독이 해설하는 축구 중계는 무게 중심을 잘 잡고 있었다. 얼핏 국가의 승리에 대한 열망을 목이 터져라 외치는 방송이 누구보다 우리 사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나친 국가주의는 승리의 기쁨도 격을 낮추고, 패배했을 때 의연한 자세를 견지하기도 어렵게 한다. 올림픽의 본래 목적인 스포츠 정신과 지구촌의 축제 혹은 화합이 오갈 데 없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88올림픽이 있던 해 필자는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 지도교수는 처음 만났을 때 요크셔 지방의 육상선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서울 올림픽에 참가했던 영국의 육상선수 가운데 요크셔 지방의 선수 한 명이 지도교수 동네에 살았다. 영국보다 덥고 습한 서울 날씨에 대비하느라 그는 동네에 비닐하우스를 치고, 거기서 맹연습을 했노라고 지도교수는 이야기했다.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영국 사람들은 그런 선수를 높이 평가한다는 이야기였다. 마침 중국에서 체조선수로 키우려는 어린 아이의 다리를 찢고 밟는 사진이 외신에 실려왔다.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숭어처럼 찢어질 듯 입을 벌린 어린 아이의 모습이었다. 그 아이의 얼굴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돈다.
  • 그녀들 투혼, 우리를 울립니다

    그녀들 투혼, 우리를 울립니다

    맏언니 이숙자(31)와 정대영(31·이상 GS칼텍스)은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김연경(24)과 한송이(28·GS칼텍스)는 펄쩍펄쩍 뛰며 어쩔 줄 몰랐다. 세계랭킹 15위의 한국 여자배구가 4위 이탈리아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이변이다. 김형실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8일 런던 얼스코트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강호 이탈리아를 3-1(18-25 25-21 25-20 25-18)로 제압했다. 2004년 아테네대회 예선에서 3-2로 이긴 뒤 무려 8년 만에 거둔 승리다. 1976년 몬트리올대회 첫 메달(동) 이후 36년간 침묵해 온 한국 여자배구는 이로써 8년 만에 다시 밟은 올림픽무대에서 두 번째 메달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월드클래스’ 김연경의 활약은 여전했고, 끈끈한 수비가 더해졌다. 1세트 후반 세터 김사니를 빼고 이숙자를 넣어 중앙 공격을 살리고 상대 눈을 어지럽힌 게 주효했다. 1세트를 18-25로 내주며 흔들린 대표팀은 2세트 후반부터 승기를 잡았다. 시소게임을 벌이다 김연경이 연속 득점하고 상대 범실까지 묶어 2세트를 25-21로 가져왔다.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3세트 들어 한국을 괴롭히던 시모나 지올리의 이동공격을 김연경이 블로킹한 뒤 황연주(26·현대건설)가 서브 득점을 올려 17-12로 점수 차를 벌린 한국은 센터 양효진(23·현대건설)의 중앙 속공으로 24-20 세트포인트다 만든 뒤 역시 양효진의 속공으로 마침표를 찍어 3세트도 가져왔다. 이후부터는 자신감이 가장 큰 무기가 됐다. 블로킹까지 살아났다. 4세트에선 단 한 차례도 리드를 뺏기지 않았다. 당황한 이탈리아 선수들의 범실이 이어졌고, 한국은 25-18로 또 빼앗은 4세트를 마지막으로 이날 경기를 매조지했다. 김 감독은 “이탈리아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무지개를 보려면 비를 봐야 한다. 메달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팀이다. 최선을 다하자’고 정신력 무장을 주문한 것이 먹혀들었다.”고 말했다. 주포 김연경은 “이탈리아와 8강에서 만난다는 얘기를 듣고 ‘어떡하지’란 생각이 들었지만 왠지 느낌이 좋았다.”면서 “지금 몸은 무겁지만 마음은 가볍다.”고 준결승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한국은 9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미국과 격돌한다. 김 감독은 “미국은 자타가 인정하는 우승 후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엔 절대 강자도 약자도 없다. 자신감을 갖고 한 번 대들어 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체육회, KABF 국제연맹서 제명통보 ‘쉬쉬’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대한아마추어복싱경기연맹(KABF)이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으로부터 제명 통보를 받은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경기력이나 판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데도 대한체육회는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은커녕, 이런 사실을 감추는 데만 급급했다. 펜싱 신아람 파문 이후 외교력 부재 지적도 재연될 조짐이다. 8일 체육회에 따르면 AIBA는 지난달 26일 영국 런던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KABF의 제명을 결정했다. 안상수 전 회장이 물러난 뒤 권한 대행을 맡고 있던 김영기 신임 회장(전 부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제명이란 초강수 징계를 단행한 것이다. 지난 4월 안 회장이 사퇴한 뒤 대의원총회가 네 차례나 무산되는 등 신임 회장을 선출하지 못하자 AIBA는 “정식 절차에 따라 7월 25일까지 신임 회장을 선출하지 못하면 제명시키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KABF는 지난달 10일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김 권한대행을 연말까지 회장으로 추대한다고 했지만 AIBA는 정관이 정한 회장 선거 관리 규정을 지키지 않고 회장직에 올랐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런던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될 위기에 처하자 AIBA는 KABF의 제명을 다음 총회에서 추인받는 것으로 해 한국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 잠정 징계 카드로 운영의 묘를 살린 셈이다. 그러나 연맹 내부의 불협화음 탓에 24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한 신종훈(23·인천시청), 한순철(28·서울시청)이 받아야 할 지원은 물론 올림픽 경기에서 있을지 모르는 판정 불이익 등에 대한 대비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더욱이 다음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체육회는 KABF의 제명이란 최악의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체육회 관계자는 “원래 복싱이 문제가 많아 여러 차례 경고를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우리도 처음 겪는 일이어서 얼떨떨하다. 꾸준히 회장 선거를 종용했지만 대의원들이 반기를 들어 일이 지연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자 체육회는 “AIBA와 KABF, 체육회 간의 합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보안이 유지돼야 할 내용이 유출된 것은 유감”이라며 입단속에 급급했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씨줄날줄] 절전(節電) 한일전/임태순 논설위원

    수요가 몰리면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는 쾌재를 부른다. 수요가 증가하면 매출이 늘어나고 더 많은 이윤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로 눈을 돌리면 수요공급의 법칙은 먼 나라 이야기다. 오히려 전력을 생산하는 제조사들이 제품을 쓰지 말아 달라고 애걸복걸하는 촌극이 연출된다. 그 이유는 장기 전력수요예측 잘못, 값싼 전기요금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전기가 저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규모 전력은 축전할 수 있지만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은 저장하거나 비축할 수 있는 기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따라서 남는 전력은 전선 속을 전전하다 사라지고 만다. 폭염 속에 전력사정이 연일 간당간당한다. 지난 6일과 7일 오후 2~3시 피크시간대 전력수요가 7429만㎾, 7426만㎾로 치솟아 주의보가 내려졌다. 공급전력에서 수요전력을 뺀 예비전력이 279만㎾, 264만㎾에 불과해 전력예비율이 3%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형 발전소 2, 3곳이 가동 중단되면 블랙아웃이 일어날 비상상황이었다. 그러나 같은 날 다른 시간대 전력은 한결 여유가 있었다. 전력 수요가 적은 아침시간대에는 전력예비율이 20%대를 넘어서면서 1500만㎾ 이상의 전력이 남아돌았다. 저장만 된다면 이 시간대 전력을 모아뒀다 피크시간에 공급하면 전력난은 가볍게 넘길 수 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절전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일본이 단연 앞서간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2년째 절전운동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경우, 올 6월 전력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13%나 줄었다.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력 공급이 10%가량 준 것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절전운동은 눈물겹다. 세탁물이 80% 이상 쌓여야 세탁기를 돌리고 가정 냉방 수요를 줄이기 위해 오후 1~4시대 수영장·박물관 등 공공시설을 무료 개방하는 지자체도 생겼다. 쿨 매트 소비가 늘어나고 건물 외벽에 넝쿨식물을 길러 열을 식히는 ‘녹색커튼’도 유행하고 있다. 덕분에 전력 수요 감소 폭은 가정용과 업무용이 10.2%, 13.0%로 산업용(5.6%)을 앞지른다. 반면 우리는 산업용 수요를 줄여 근근이 전력난을 메우고 있다. 기업체 절전의 대가로 지불한 보조금이 벌써 2400억원이나 된다.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어제 브라질에 지면서 한·일 두 나라가 동메달을 놓고 숙명의 대결을 펼치게 됐다. 축구에서도 이겨야겠지만, 절전에서도 라이벌 의식이 발동해야 하지 않을까.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김현우 “오른 눈 안보여…정신력으로 했다”

    김현우 “오른 눈 안보여…정신력으로 했다”

    상대 선수의 머리에 얼굴을 얼마나 받혔는지 그의 오른쪽 눈은 터질 듯 부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왼쪽 눈으로만 싸우고도 승리했다. 8일 엑셀 런던 노스아레나에서 끝난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6㎏급 결승에서 터마시 로린츠(헝가리)를 세트 스코어 2-0로 물리치고 한국 레슬링에 8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김현우(24·삼성생명) 얘기다. 다음은 일문일답. →금메달을 목에 건 소감은. -너무 기쁘다. 부모님이 너무 보고 싶다. 감독·코치님들 열심히 가르쳐 주셔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같이 고생한 선후배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나 혼자 이뤄낸 게 아니기 때문에 응원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눈이 많이 부었는데 지장 없었나. -결승 때 한쪽 눈이 안 보였다. 정신력으로 했다. 많이 거슬렸는데 개의치 않고 정신을 집중하자고 했다. 예선부터 계속 부딪혀서 준결승 때는 거의 안 보이는 상태가 됐다. →런던에 오기 전에 금메달을 예상했나. -솔직히 과연 내가 딸 수 있을까 생각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다 좋아지고 자신감도 생긴다고 감독님이 말씀하셨다. 몇년 전부터 시상대에 올라서는 것과 세리머니를 어떻게 할까 상상했는데 막상 올라가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지난 4년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안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훈련을 버텨낸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뿌듯하다. →금메달을 확정짓고서 매트 위에서 절을 했는데. -감독·코치님께 감사의 절을 올렸다. 태극기 앞에서 절한 것은 모든 국민이 응원해 주신 만큼 감사해서였다. 관중석에 삼성생명 코치님(김인섭)이 계셨는데 태릉에는 안 계시지만 밖에서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다. →김현우에게 레슬링이란. -삶의 전부다. 레슬링으로 내 인생이 바뀌리라 생각했다, 그만큼 열심히 했고 고생도 많이 했다. 체중 감량을 9~10㎏ 할 정도였다. 고생한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뒷바라지해 주신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부담 크지만 日은 깬다”…‘金’못잖은 혈전

    “부담 크지만 日은 깬다”…‘金’못잖은 혈전

    축구 경기가 원래 비장하기 마련인데 일본전은 더더욱 그렇다. 첫 메달을 향한 투지 만큼이나 ‘영원한 라이벌’ 일본을 향한 승부욕이 들끓고 있다. 향후 10여년 두 나라의 축구를 짊어질 젊은 선수들이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 자존심을 건다. 홍명보 감독은 8일 브라질과의 준결승을 마친 올드트래퍼드에서 “(동메달 결정전은) 좋은 마음으로 후회 없이 하고 싶다.”는 담백한 각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전통적으로 패싱게임을 한다. 미드필드 싸움이 중요한데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홍 감독은 또 “런던올림픽 본선 처음으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 기성용(셀틱)과 발을 맞추게 했는데 많이 삐걱거렸다.”면서“(원래 멤버인) 박종우(부산)가 돌아오면 중원 수비에서 훨씬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 감독이 꼼꼼하게 전술을 얘기하는 사이 김태영 코치는 “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무조건 이긴다.”고 알 듯 모를 듯한 웃음을 흘렸다. 선수들과는 살짝 온도 차가 있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젊은 태극전사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타도 일본”을 외쳤다. 주장 구자철은 “아무리 강한 각오를 내뱉는다 해도 말로 표현이 안 될 것 같다. 더 강하게 정신 무장을 해서 반드시 일본을 꺾겠다.”고 했다. 골키퍼 이범영(부산)은 “일본에는 못 진다.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기필코 막아내 승리한다.”고 눈을 빛냈다. 특히 기성용은 한·일전에 쏟아지는 관심과 긴장을 즐기는 눈치였다. 그는 “일본전은 항상 부담이 크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오겠나. 이럴 때 이긴다면 금메달 딴 것 못지않게 기쁠 것 같다.”고 승부욕을 드러냈다. “한·일전에서 지면 4강까지 올라온 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도 했다. 전·현 J리거들의 분석(?)도 이어졌다. 정우영(교토 상가)은 “일본은 점유율이 높지만 한 방이 없다. 우리 조직력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장담했고, 백성동(주빌로 이와타)은 “일본은 짧은 패스 위주의 조직적인 팀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이긴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오미야에서 활약했던 김영권(광저우 헝다)은 “일본은 브라질, 영국 정도로 강한 팀은 아니다. 멘탈이 약하다.”고 지적했고, 세레소 오사카에서 뛴 김보경(카디프시티)은 “세레소의 기요다케를 조심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맨체스터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폭염경보·가축 폐사 나몰라라 런던올림픽 놀러가신 시장님

    폭염경보·가축 폐사 나몰라라 런던올림픽 놀러가신 시장님

    연일 폭염 경보가 발효돼 시민들이 일사병에 쓰러지고, 닭·오리 등의 집단 폐사가 속출하는 가운데 도지사 직무 대행인 김성렬 경기 행정부지사와 최성 고양시장이 런던올림픽 출전 선수 격려를 빌미로 외유를 떠나 논란이 되고 있다. 8일 도와 고양시 등에 따르면 김성렬 도 행정부지사는 올림픽에 참가 중인 도내 시·군 소속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7일간의 일정으로 런던을 방문했다. 김문수 지사가 대권 경선출마를 위해 도정을 직접 챙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외유이다. 특히 김 부지사는 선수단 격려 이외에 세계 3대 박물관인 대영박물관과 로열오페라하우스·트라팔가 광장 등을 방문하는 등 관광성 일정을 포함시켜 비난을 사고 있다. 격려 대상 선수도 도가 아닌 시·군 소속이라 굳이 행정부지사가 가야 할 이유가 없었다. 지난 4일 9일간의 일정으로 런던을 방문 중인 최성 시장도 눈총을 받고 있다. 5758억원에 이르는 빚을 진 고양시에서 4400만원의 세금을 써 가며 현지 방문을 해야 했느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 시장이 케임브리지대학을 방문하는 시간에 고양시에서는 50대 건설노동자와 농민이 열사병에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다. 엽채류 등의 농작물은 말라 죽고, 지역 양계장에서는 닭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등 폭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반면 일부 지역 시장·군수들은 지역을 지키며 시민들과 공동응원전을 펼치거나 선수 가족들을 격려한 것으로 확인돼 대조를 이뤘다. 이석우 남양주시장은 지난 1일 금곡중학교 유도체육관에서 시민 150여명과 유도에서 금메달을 딴 송대남 선수를 응원했고, 이기원 충남 계룡시장은, 펜싱에서 은메달을 딴 신아람·최인정 선수 집을 방문해 가족들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고양지역 한 사회단체장은 “인구 100만 도시의 시장이 열흘씩이나 런던에 머물며 선수들을 응원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즉각 귀국해 민생을 돌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체조강국 ‘中心’ 흔들린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서구의 언론·대학·금융회사 등이 내놓은 금메달 전망은 중국에 견줘 미국의 판정승 쪽으로 조금 기울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금메달 40개로 중국(금 38개)을 누른다고 내다봤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미국 37개, 중국 33개의 금메달을 점쳤다. 반면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은 중국이 금 48개로 금 35개에 머문 미국을 제칠 것으로 예상했다. 8일 오후 5시 현재 메달 현황을 보면 중국이 금메달 34개, 미국이 30개로 박빙이다. 미국의 강세 종목인 육상이 한창인 점을 감안하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상황. 일부에서는 베이징에서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앞세워 첫 종합 1위를 차지했던 중국을 끌어내리고 미국이 8년 만에 선두를 탈환할 것으로 전망하는 까닭이다. 만약 중국이 역전을 허용한다면 기계체조의 부진이 가장 뼈아플 법하다. 육상(47개), 수영(34개), 레슬링·사이클(각 18개), 역도·사격(각 15개) 다음으로 많은 14개의 금메달(카누·조정·유도와 동일)이 걸린 중국의 전략 종목이다. 7일(현지시간) 런던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남자 평행봉·철봉, 여자 평균대·마루운동 등 4개 종목이 끝나면서 기계체조는 열흘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중국의 독무대였던 4년 전 베이징 때와는 크게 달라졌다. 당시 중국은 9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아 종합 1위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중국과 미국이 각축을 벌이는 대회 전체의 판도와 비슷했다. 두 나라가 각각 금메달 4개와 3개씩을 나눠 가졌다. 나머지 7개는 한국·일본·러시아·브라질·헝가리·네덜란드 등에 배분됐다. 중국은 남자 단체전과 남자 철봉·마루운동, 여자 평균대에서 우승했다. 베이징올림픽 3관왕 주카이는 이번에도 2관왕(단체·마루운동)에 오르며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여자단체·개인종합 2관왕 개브리엘 더글러스와 마루운동 챔피언 알렉산더 라이스먼 등 미국 여자 선수들의 선전이 눈부셨다. 한편 중국과 미국 독주에 고춧가루를 뿌릴 것으로 기대했던 일본과 러시아는 금메달 1개씩을 따내는 데 그쳤다. 일본은 개인종합의 우치무라 고헤이를 앞세워 단체전마저 넘볼 계획이었으나 중국의 벽에 가로막혔다. 러시아도 빅토리아 코모바, 알리야 무스타피나 등을 내세워 미국에 맞섰으나 이단평행봉에서만 우승했을 뿐 은메달 3개에 머물며 고개를 숙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마흔 여덟, 여덟번째 올림픽 물살…스톱워치는 나이를 묻지 않는다

    런던올림픽에 이탈리아 카누 국가대표로 출전한 조세파 아이뎀(48)이 여자 선수 가운데 올림픽 최다 출전 기록을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올림픽 출전 횟수는 8차례. 4년마다 올림픽이 개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28년이나 올림픽과 함께한 셈이다. 독일 출신인 아이뎀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서독 대표로 처음 출전해 카약 2인승 5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도 나왔지만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1992년 이탈리아인 코치 구글리모 구에린과 결혼한 아이뎀은 이탈리아 국기를 가슴에 달고 출전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현재 올림픽에 7회 출전한 여자 선수로는 커스틴 팜(스웨덴·펜싱), 하시모토 세이코(일본·스피드스케이팅·사이클), 멀린 오티(슬로베니아·육상), 지아니 롱고(프랑스·사이클), 야스나 세카리치(세르비아·사격), 레슬리 톰슨(캐나다·조정), 안키 판 그룬스벤(네덜란드·승마) 등 7명이 있다. 또 남녀를 통틀어 올림픽 최다 출전 기록은 이번 올림픽에도 출전한 캐나다 승마 국가대표 이언 밀러(65)의 10회다. 밀러는 이번 올림픽 장애물 비월 단체전에서 5위를 차지했다. 아이뎀은 8번째 올림픽 출전 소감을 묻자 “나이는 신경 쓰지 않는다. 스톱워치는 나이를 묻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난 7일 영국 버킹엄셔 이튼 도니에서 열린 여자 카누 카약 1인승 500m 예선에서 1분 52초 232로 결선에 진출한 아이뎀은 9일 5회 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홍명보와 아이들’ 첫 메달 도전은 계속된다

    ‘꿈의 극장’은 우리의 꿈을 이뤄주는 무대는 아니었다. ‘축구종가’ 영국을 꺾은 한국축구가 거침없는 질주를 4강에서 멈췄다. 8일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준결승에서 브라질에 0-3으로 완패했다. 골과 다름없던 완벽한 기회를 여러 차례 날렸고, 브라질은 적은 슈팅을 착실히 골로 연결했다. 홍명보호는 2년 전 광저우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에 0-1로 무릎을 꿇은 뒤 이어오던 무패행진(14승8무)을 22경기로 마감했다. 한국은 오는 11일 오전 3시 45분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영원한 라이벌’ 일본과 동메달을 놓고 겨룬다. 역시 브라질이었다. 전반 38분 호물루(바스코다가마)가 포문을 열었고, 후반 12분과 19분 레안드루 다미앙(인테르나시오날)이 연속골로 쐐기를 박았다. 네이마르(산토스)는 3골 모두 관여하며 ‘차세대 황제’의 면모를 뽐냈다. 초반 분위기는 우리가 압도했다. 투톱으로 선발 출장한 지동원(선덜랜드)-김현성(서울)이 날카로운 장면을 거푸 만들었다. 골과 다름없는 기회도 두세 차례 나왔고, 페널티킥을 얻을 만한 순간도 있었다. 올드 트래퍼드를 가득 채운 7만여명은 한국의 선전에 파도타기를 하며 들썩였다. 하지만 하늘은 우리 편이 아니었다. ‘배터리’도 말썽이었다. 사흘 전 영국단일팀과 연장까지 가는120분 혈투에 승부차기까지 치른 뒤 카디프시티에서 맨체스터까지 고된 여정을 한 홍명보호는 체력이 떨어진 모습이 역력했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홍명보호의 추동력인 압박이 헐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초반 좋은 리듬에 득점을 못하면서 몸놀림은 눈에 띄게 둔해졌다. 골키퍼 정성룡(수원)과 왼쪽 풀백 김창수(부산)가 부상으로 빠진 것도 수비를 흔들리게 했다. 홍명보 감독은 “아쉽다. 체력이 떨어졌고 집중력도 좋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희망은 있다. 젊은 태극전사들은 브라질전 완패 후 그라운드에 둥글게 모여 결의를 다졌다. 맏형 박주영(아스널)이 “끝까지 뛰는 모습을 보여주자. 아직은 고개 숙이지 말자.”고 후배들을 다독였다. 라커룸에 들어가서도 너나 할 것 없이 “아직 안 끝났다. 중요한 경기가 남았으니까 한 번 해보자.”고 의지를 다졌다. 8강 진출이 최고였던 한국의 올림픽축구 역사를 갈아엎은 이들은 첫 메달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과의 올림픽팀 전적은 4승4무4패인데 본선 맞대결은 처음이다. 현재 전력은 A대표팀의 짜임새에 뒤지지 않는다. 2년 뒤 브라질월드컵을 목표로 발빠르게 세대교체를 감행한 이유도 있지만 어린 선수들의 기량이 워낙 출중해서다. 맨체스터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8년만에 레슬링 금맥 캔 ‘사제의 힘’

    8년만에 레슬링 금맥 캔 ‘사제의 힘’

    8일 엑셀 런던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급 결승. 오른쪽 눈은 손을 대기만 해도 터질 듯 부어올랐다. 한쪽 눈으로 상대와 맞서야 하는 최악의 조건에서도 김현우(24·삼성생명)는 터마시 로린츠(헝가리)를 야금야금 요리했다. 그레코로만형에서는 각 세트 1분30초 이후 30초 동안 벌어지는 파테르에서 공격자가 점수를 내지 못하면 수비자가 1점을 얻는다. 1세트는 파테르 수비 상황을 버틴 김현우가 챙겼다. 2세트 역시 0-0. 이번 파테르는 김현우의 공격 차례. 13초 만에 주특기인 측면 들어던지기를 시도했으나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심판진은 로린츠가 김현우의 다리에 팔을 걸어 버틴 걸 발견, 김현우에게 2점을 줬다. 세트스코어 2-0. 금메달을 확정지은 순간 김현우는 대표팀 코치진과 얼싸안고 포효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정지현(삼성생명)의 금메달 이후 8년 만에 한국 레슬링에 내린 단비였다. 베이징에선 동메달 1개에 그쳐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32년 만에 ‘노골드’ 수모를 겪었다. 김현우는 이어 관중석에 있던 검정 셔츠 사내에게 달려갔고, 사내는 대견한 듯 꼬옥 안아줬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그레코로만형 58㎏급 은메달리스트인 김인섭 삼성생명 코치였다. 둘의 인연은 김현우의 고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 태어난 ‘88둥이’ 김현우는 초등학교 때 유도로 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원주 평원중을 다니면서 레슬링으로 전향했다. 강원고 시절 김현우의 재능을 알아본 김인섭 코치는 소속팀 삼성생명으로 일찌감치 이끌었다. 유도로 시작해 레슬링으로 전업(?)했던 김 코치는 같은 시행착오를 겪은 제자에게 기술은 물론 심리적인 안정과 마음가짐까지 속속들이 전수했다. 김현우가 역경을 딛고 일어선 힘도 김 코치에게서 나왔다. 그는 국가대표 데뷔 첫해인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회전에서 탈락했다. 충격이 컸던 탓에 이듬해까지 마음을 잡지 못했다. 어느 날 김현우는 김 코치의 방을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김 코치는 울먹이는 김현우가 보는 앞에서 훈련 스케줄이 깨알같이 적힌 수첩을 북북 찢으며 “지금까지의 훈련을 모두 잊고 새로 시작하라.”고 어깨를 토닥거렸다. 그가 입단하자마자 만든 수첩에는 세계 정상에 서려면 어떤 길을 거쳐야 하는지 세세한 계획이 짜여 있었다. 마음을 다잡은 김현우는 지난해 9월 세계선수권 동메달로 부활을 알렸다. 그 대회에서 한국이 따낸 유일한 메달. 석달 뒤 런던 프레올림픽 정상에 서더니 마침내 본무대에서 레슬링의 금맥을 다시 캐낸 것. 김현우는 “코치님이 태릉선수촌에 계시지는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주셨다.”며 울먹였다. 이에 김 코치는 “현우는 정말 순수하고 진실한 친구”라면서 “기술적으로는 절반도 완성이 안 된 선수이기 때문에 올림픽을 계기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격려했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女배구 4강行… 36년만에 메달 사냥

    女배구 4강行… 36년만에 메달 사냥

    김연경(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한국 여자배구대표팀 선수들이 8일 런던 얼스 코트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런던올림픽 8강전에서 3-1로 역전승, 4강을 확정한 뒤 1976년 몬트리올대회 이후 36년 만의 메달 꿈을 부풀리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90) 서울 만리동 ‘손기정 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90) 서울 만리동 ‘손기정 나무’

    지구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잇단 영웅 탄생 소식이 식을 줄 모르는 폭염에 지친 몸을 달래는 날들이다. 대한민국 올림픽 영웅 탄생의 신화는 76년 전의 바로 오늘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6년 8월 9일은 청년 손기정이 베를린의 영웅으로 태어난 날이다. 그러나 청년 영웅은 기쁨을 고스란히 드러내지 못했다. 조국을 빼앗기고, 침략자의 국기를 가슴에 달아야 했던 절망과 치욕이 기쁨에 앞섰던 까닭이다.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건 청년은 부상으로 받은 작은 나무로 일장기를 드러낸 가슴을 가렸다. 그 순간 나무는 애끓는 통한을 보듬어 주는 어머니와 같은 조국이었고, 그로부터 1000년을 더 살아서 이 땅에 새로 탄생할 영웅을 기다리는 신화의 상징이었다. ●손기정 품에 안겨 귀국… 모교 양정고에 자리잡아 청년 손기정의 손을 타고 고국에 돌아온 한 그루의 나무는 손기정을 영웅으로 키운 그의 모교에 심어졌고 사람들은 나무를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라고 불렀다. 나무는 청년 영웅과 그의 뒤를 이어갈 새 영웅 신화를 꿈꾸는 이 나라 모든 젊은이들의 바람을 담아 도담도담 자랐다. 서울시 기념물 제5호인 이 나무는 독재자 히틀러에게서 마라톤 우승의 기념으로 선물받은 나무라고 하지만 이는 엄밀하게 보아 틀린 이야기다. 당시 베를린 올림픽 주최국인 독일의 통치자가 히틀러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손수 손기정에게 나무를 선물하지는 않았다. 나무 화분은 월계관을 받은 마라톤 우승자에게 부상으로 수여하는 것이지, 히틀러가 특별히 선물한 나무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청년 손기정은 일장기를 달아야 했던 자신의 부끄러운 가슴을 가려 준 한 그루의 나무를 바라보며 조국의 운명을 생각했고, 1000년을 살아갈 나무에 조국 광복의 꿈과 새 영웅 탄생의 꿈을 담았다. 40여 일에 걸쳐 배를 타고 고국으로 돌아오는 동안 그는 화분에 담긴 어린 나무를 정성껏 보살폈다. 아침이면 물을 주고, 저녁이면 성의를 다해 온몸으로 바라보았다. 고국에 돌아온 건 10월이었다. 추위를 앞두고 어린 나무를 낯선 노지에 옮겨 심을 수 없었다. 그때 마라톤 영웅을 키워낸 그의 모교 양정고의 교사 가운데에는 무교회주의자로 잘 알려진 김교신 선생이 있었다. 나무를 잘 보호하기 위해 식물원으로 옮기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김교신 선생은 겨울 동안 자신이 나무를 보살피고, 봄바람 따뜻해지면 교정에 심자고 주장했다. 결국 김 선생 집에서 겨울을 무사히 넘긴 손기정 나무는 이듬 해 봄, 당시 서울 만리동의 양정고 교정에 심겨졌다. ●개최국 獨, 월계수 없어 참나무 화분으로 부상 줘 1988년 들어 양정고가 새 교사로 옮겨간 뒤로, 옛 양정고 자리는 ‘손기정 체육공원’으로 다시 정비됐고, 치욕의 기억을 간직한 손기정의 나무는 조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 우뚝 서서 영광의 순간을 상징하며 남았다. 여느 나무에 비해 훨씬 빠르고 늠름하게 자란 나무는 이제 키가 17m를 넘었고, 줄기 둘레도 2m 가까이 굵어졌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들어 온 손기정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나무다. 참나무 종류에 속하는 이 나무는 북아메리카 지역에서 자라는 ‘대왕참나무’로,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다. 미국인들이 흔히 ‘오크’(Oak) 즉 ‘참나무’라고 부르는 대표적인 나무다. 원래 올림픽 우승자에게는 월계수로 만든 월계관을 씌워야 했고, 당연히 월계관을 만드는 월계수를 부상으로 수여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당시 월계수를 구할 수 없었던 독일에서는 대왕참나무로 월계관을 만들었고, 부상도 대왕참나무로 대신했다. 대왕참나무는 우리 참나무처럼 도토리를 맺는 나무이지만, 나뭇잎이 화려하다. 크고 길쭉한 잎사귀의 가장자리에 여러 차례로 깊이 팬 결각이 매우 독특하고 각각의 꼭짓점에는 날카로운 바늘이 돋는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핀오크(pin-oak), 즉 바늘참나무라고도 부른다. 잎이 독특하다는 것 때문에 당시 양정고 학생들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있다. 당시에는 나뭇잎을 책갈피로 쓰는 게 유행이기도 했지만, 대왕참나무의 잎을 책갈피로 쓰는 건 영웅의 후예인 양정고 학생들만의 자랑이었다. 학생들은 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질 때면 잘생긴 잎사귀를 줍느라 법석이었다. 심지어 가을이 되기 전에도 성마른 학생들은 나뭇가지 위로 신발을 던져서 잎을 떨어내려고도 했다. 학생들의 극성이 심해지자, 학교에서는 나무에 신발을 던지는 행위에 대해 징계를 내리기까지 했다고 양정고 동창생들은 당시를 회고한다. ●양정고교 후배들 굽어보며 ‘영웅의 혼’ 전해 “지난해에 나무가 무척 힘들어 했어요. 잎이 시들시들하면서 생육 상태가 매우 나빴지요. 뿌리가 멀리 뻗으면서, 그 위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뿌리 호흡이나 물빠짐에 문제가 생겼던 겁니다. 서둘러 조치를 취해 그나마 이만큼 회복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보호 대책이 필요합니다.” 손기정의 외손이며, 손기정 기념재단의 사무총장인 이준승(45)씨의 이야기다.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는 단지 식물로서의 나무가 아니라, 이 땅에 오래도록 이어가야 할 조국 수호의 혼과 영웅 신화의 상징으로 오래 지켜야 할 일이라고 이씨는 덧붙인다. 베를린 올림픽의 영웅 손기정은 한 그루의 나무를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다. 그리고 이 즈음 다시 또 런던에서는 금빛 영웅들의 쾌거가 연이어 온 국민의 가슴을 파고든다. 영웅의 혼으로 제 몸을 키운 손기정 나무를 바라보는 느낌이 새롭지 않을 수 없다. 떠난 영웅이 남긴 나무를 바라보며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화두가 떠오르는 것도 그래서다. 글 사진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서울 중구 만리동2가 6-1번지 손기정체육공원 내. 손기정 나무는 서울역에서 1㎞ 쯤 거리에 있는 곳이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역까지 가서 걸어서 찾아갈 수도 있다. 물론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손기정체육공원의 주차장도 따로 있으니 비교적 편리한 편이다. 서울역에서 만리동 고개 쪽으로 300m 쯤 오르다가 오른편으로 난 ‘만리재로 31길’을 안내하는 교통안내판을 찾을 수 있다. 이 길로 들어서면 곧바로 손기정체육공원 주차장에 닿는다.
  • 노르웨이, 4년 전 패배 갚아주마

    노르웨이, 4년 전 패배 갚아주마

    다시 노르웨이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 결승의 문턱에서 심판의 명백한 오심을 등에 업고 한국 여자 핸드볼에 통한의 패배를 안긴 그 노르웨이를 이번에는 런던으로 무대를 옮겨 만난다. 상황도 4년 전과 빼닮았다. 준결승전. 한국은 이번 올림픽 조별 예선전부터 매 게임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다. 준결승 상대인 노르웨이와는 이미 지난 1일 한 차례 맞붙어 후반 종료 직전 골을 넣으며 27-27 무승부를 만들었고, 또 다른 유럽의 강호 덴마크와는 25-24로 1점 차 신승을 거뒀다. 8강전 상대는 한국보다 세계 랭킹이 6단계 높은 2위의 러시아였다. 선수 평균 신장이 179.8㎝로 한국보다 7㎝ 이상 큰 팀이다. 지난해 12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5골 차이로 완패한 쓰라린 기억 때문에 ‘트라우마’도 우려됐다. 8강전이 열린 8일 런던 올림픽파크 코퍼 복스. 우려한 대로 시작은 불안했다. 한국은 경기 시작 후 7분이 다 되도록 한 골도 넣지 못하고 0-2로 끌려갔다. 그러나 한국의 변형 수비가 러시아의 공격을 흔들면서 기회를 잡기 시작했고, 전반을 14-11로 마쳤다. 후반까지 팽팽한 경기가 계속됐다. 종료 50여초를 남겨 둔 상황에서 러시아는 24-23으로 따라붙었고, 종료 신호음이 울리기 직전 한국의 반칙으로 ‘9m 프리드우’ 기회를 잡았다.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전에서 경기 종료 이후 골문을 통과한 노르웨이의 슛으로 억울한 패배를 당했던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러시아 빅토리아 질린스카이테의 손을 떠난 공은 한국 수비벽에 막혔고, 동시에 경기도 끝났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이날 승리로 1984년 LA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은메달을 따낸 뒤 올림픽 8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1988년 서울대회와 1992년 바르셀로나대회에서는 2회 연속 결승전에서 노르웨이를 꺾으며 금메달을 차지했고, 1996년 애틀랜타와 2004년 시드니에선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오심으로 결승 진출이 좌절된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을 땄다. 한국이 메달권에 들지 못한 대회는 역시 노르웨이에 져 4위에 그친 2000년 시드니올림픽이 유일하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조은지 기자의 런던 eye] 2년 전 ‘우생순’ 넘자며 울던 아이들 해냈다

    2년 전 크리스마스는 악몽이었다.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나선 여자 핸드볼팀이 카자흐스탄에 져 2위로 대회를 마쳤다. 트로피와 메달, 마스코트 인형을 받으면서도 선수들은 어색하게 웃었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20년간 지켜 오던 챔피언 자리를 내준 지 두 달 뒤의 일이다. 설욕하리라 다짐했고, 정상을 되찾으리라 확신했지만 우승을 못 했다. 모두 착잡했다. 강재원 신임 감독이 사령탑에 앉은 지 막 3주가 지났을 때였고, ‘이모’에 가까운 언니들이 떠나고 새파란 젊은피가 ‘대세’로 자리 잡을 무렵이다. 시상식이 끝난 뒤엔 교민집에서 거나하게 저녁을 먹었다. 어차피 대회는 끝났고 회포를 푸는 자리라 분위기는 밝았다. 막내 조효비(인천시체육회)는 트로트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고, 정지해(삼척시청)는 경쾌한 리듬으로 피아노를 쳐 댔다. 선수들은 “다음엔 더 잘할게요. 죄송해요.”라고 눙을 치며 강 감독에게 러브샷을 권했다. 숙소로 돌아와 회의실에 모였다. 6시간 전까지 상대 분석에 열을 올렸던 곳이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결과가 바뀔 수 있을까. 선수들은 갑자기 먹먹해졌다. 강 감독이 선수들 앞에 섰다. 진지하고 따뜻한 눈길로 “너희들 정말 잘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선수 구성도 제대로 못 했고 부상도 있었는데 열심히 따라와 줘서 고맙다.”고 했다. 하나둘 훌쩍이기 시작했다. 강 감독은 촉촉한 눈으로 “우생순이 뭐냐. 벌써 6년 전 아테네올림픽 때 얘기다. 이제 여기 그 사람들은 없다. 우리가 더 전설적인 팀이 돼 보자.”고 했다. 저녁 자리에서 애써 밝은 척했던 선수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 냈다.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우생순보다 더 전설적인 팀이 되자.”고 했을 때 반신반의했다. 어린 선수들은 경기마다 바짝 쫄았다. 낯선 상대 앞에선 바로 주눅이 들었다. 경험 부족이었다. 그러나 런던에서 만난 선수단은 2년 전 꼬맹이들이 아니었다. 크고 무거운 유럽 언니들을 상대로 부서져라 몸을 던진다. 그러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운다. 이렇게 잘하는 게 너무 신기하고, 서로가 정말 고마워서다. 그렇게 한 경기씩 끝내다 보니 어느새 8회 연속 4강이다. 2년 전 카자흐스탄에서 흘린 눈물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강산이 한 번은 변할 동안 한국 여자 핸드볼이 박동 칠 윤활유다. ‘우생순’보다 더 전설적인 팀이 될 것 같냐고? 아시아에서도 벌벌 떨던 꼬맹이들은 이미 ‘전설’이다. zone4@seoul.co.kr
  • 병역 특례 ‘불편한 진실’

    올림픽축구 대표팀이 11일 일본과의 동메달결정전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야 할 이유로 두 나라의 자존심이 걸린 라이벌전이란 점 말고도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이번 대회에 참여한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가 이 한 경기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병역법 시행령에는 올림픽 동메달 이상이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선수는 4주 동안의 기초군사교육을 이수한 뒤 3년 동안 해당 종목의 선수나 코치로 활동하면 병역 의무를 끝낸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돼 있다. 브라질전 패배는 한국축구의 첫 올림픽 결승 진출 무산이란 아쉬움을 남겼지만 선수 개개인에게는 선수 생명의 지속성 유지와 해외 진출에 큰 걸림돌로 여겨지는 병역 문제를 해결할 첫 번째 기회를 놓친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11일 올림픽 첫 4강 신화를 일군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으로 돌아가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따내면 선수들은 병역 혜택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기성용(셀틱)과 지동원(선덜랜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해외파 선수들은 런던올림픽 폐회와 맞물려 본격화될 여름 이적시장에서 운신의 폭이 한결 넓어질 수 있다. 특히 모나코에서 10년 장기 체류권을 받아 병역 기피 의도가 있었다는 의심을 받은 박주영(아스널)도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한꺼번에 털어버릴 수 있다. 물론, 일본에 지면 희망은 사라진다. 되돌아보면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이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에서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 특히 현재 런던올림픽에 참가하는 ‘홍명보호의 아이들’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4강에서 탈락해 동메달에 그쳤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그 뒤 일각에서는 “병역 문제를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부담감 때문에 몸과 마음이 굳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심지어 “당근으로 내놓았던 병역 혜택이 오히려 독약이 됐다. 혜택에 대한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순수해야 할 스포츠에 병역 문제를 결부시키는 건 어쩌면 ‘불편한 진실’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지금 런던의 상황은 광저우 때와 비슷하다. 선수들은 “광저우에서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자.”고 의지를 다지고 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사격대표팀 첫 금의환향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등 역대 최고 성적과 함께 첫 종합우승의 쾌거를 이룬 사격 대표팀이 7일(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랐다. 고의 패배 혐의로 실격, 지난 4일 불명예 귀국한 여자 배드민턴 대표 4명을 제외하면 런던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 가운데 메달리스트가 포함된 첫 귀국이다. 또 애초 폐막 이후인 13일 일제히 함께 귀국하기로 했던 메달리스트들은 10일 자율적으로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총기 반출기간 때문에 먼저 귀국 사격 대표팀이 맨 먼저 귀국길에 오른 이유는 총기 반출 기간 때문이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선수들 총기를 일괄 관리하고 있는 대회 조직위원회가 우리 선수단의 총을 이미 한국에 보냈다.”며 “총기 관리 규정상 선수들이 반드시 한국에서 총기를 수령해야 하고 해외 반출 기간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예정대로 귀국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체육회의 방침 변경에 따라 7일 귀국할 예정이었던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23·SK텔레콤)은 일정을 늦춰 10일 오후 런던을 떠난다. 박태환은 메달리스트는 모두 함께 귀국하도록 하자는 체육회의 당초 방침에도 “여기에서는 도저히 못 견디겠다. 도망이라도 쳐서 무조건 한국으로 가겠다.”며 반발했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은 체육회가 경기단체 방침과 선수 개인의 의사에 따라 10일부터 귀국길에 오를 수 있도록 한발 물러났고 박태환도 체육회의 남은 일정을 따르기로 한 것. ●박태환, 내일 세인트 폴 성당 참배 이에 따라 박태환을 비롯한 메달리스트들은 선수촌 등에 머무르며 경기에 나서는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고, 9일에는 6·25 참전 용사비가 있는 런던의 세인트 폴 성당을 찾아 참배할 계획이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귀국 환영 행사 참가 등을 이유로 메달리스트들의 귀국 일정을 제한했고,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박용성 회장과 체육회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졌다. 체육회는 4년 전 베이징올림픽 때도 같은 이유로 메달리스트의 귀국을 막아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황색 탄환 또 불발… 류샹, 110m 허들 예선 탈락

    ‘아시아 육상의 희망’ 류샹(29·중국)이 4년 만에 또다시 올림픽 불운에 고개를 떨궜다. 류샹은 7일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 남자 110m 허들 예선 6조에 출전했으나 첫 허들에 걸려 넘어졌다. 8년 만에 정상을 노리던 꿈도 산산이 부서졌다. 4번 레인을 출발한 류샹은 첫 허들에 걸려 넘어진 뒤 오른발을 쓰다듬었다. 다른 주자들이 레이스를 마치는 모습을 허망하게 쳐다봤다. 힘겹게 일어선 류샹은 실의에 빠진 표정으로 왼발만을 이용해 경기장 옆문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는 올림픽 도전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완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이었고 8만여 관중은 기립박수로 그를 위로했다. 류샹의 올림픽 악연은 예고된 일이었다. 대회 개막을 2주 앞두고 독일 전지훈련 도중 고질적인 오른발 부상이 도졌다. 실제로 류샹은 이날 경기장에 오른발에 테이핑을 한 채 들어와 발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보여줬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이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레이스를 펼쳐 보지도 못한 채 물러났다. 지난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선 옆에서 달리던 라이벌이자 세계기록(12초87) 보유자인 다이슨 로블레스(쿠바)의 팔에 부딪혀 속도가 떨어져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나중에 로블레스가 실격 처리되면서 2위를 차지했다. 이날 예선 4조에서 뛴 로블레스는 13초33으로 1위를 차지, 준결선에 진출했다. 애리스 메리트(이상 미국)는 출전선수 중 가장 빠른 13초07로 준결선에 올랐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20년 태극마크 후회 없지만 후배에 도움 못 줘 미안할 뿐 기회 되면 지도자로 재도전”

    “20년 태극마크 후회 없지만 후배에 도움 못 줘 미안할 뿐 기회 되면 지도자로 재도전”

    올림픽 첫 경험이었던 1992년 바르셀로나대회는 ‘별천지’였다. 경희대학교 1학년 때 올림픽을 경험한 청년은 “딱 두 번만 (올림픽에) 나가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워낙 대단한 무대였다. 그랬던 막내는 당시 룸메이트였던 최석재(46) 선배가 감독이 될 때까지 변함없이 코트를 지켰다. 두 번이면 족했는데 무려 다섯 번이나 올림픽을 밟았다. 편파판정으로 출전권을 얻지 못한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을 뺐는데도 그렇다. 4년 전 베이징대회를 끝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으려 했지만 그는 “심장이 태극마크를 부른다.”는 말과 함께 복귀했다. 이번엔 기수로 선수단의 얼굴까지 맡았다. ‘월드스타’ 윤경신(39·대한핸드볼협회)이다. 축구로 치면 펠레, 농구로 치면 마이클 조던으로 평가받는 ‘핸드볼의 전설’ 윤경신이지만 올림픽 메달이 없다. 심지어 플레잉코치로 마음고생을 톡톡히 한 이번 대회에서는 단 1승도 못했다. 크로아티아·헝가리·스페인·덴마크·세르비아 등 유럽 강호들에 조별리그 전패를 당한 뒤 쓸쓸하게 짐을 쌌다. 대표팀 고별경기라 더 승부욕을 불태웠던 6일 덴마크전도 24-26으로 졌다. 윤경신은 5경기 4골로 세월의 무게를 실감했다. 그는 “20년 넘게 태극마크를 달았는데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그렇더라. 시원섭섭하다.”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런던 전까지 윤경신이 꼽은 ‘잊지 못할 올림픽’은 2004년 아테네대회였다. 8강에서 헝가리에 역전패했다. “아쉽게 졌던 게 잊혀지지가 않는다. 4년마다 몸도, 마음도 달라지는데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하지만 마음같지 않았다. 우리 나이 마흔에 ‘덩치’들과 부대끼다 보니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힘을 아끼려 벤치에 있다 투입되면 코트밸런스를 잡기가 녹록지 않았다. 더욱이 윤경신에게 당했던 유럽 팀들의 철벽 방어도 발목을 잡았다. 가장 아쉬운 올림픽은 이제 아테네 대회가 아닌 런던 대회가 됐다. 윤경신은 “후회는 없지만 후배들에게 도움을 별로 못 줘서 미안한 마음이다. 체력도 떨어졌고 움직임도 상대에게 많이 읽혔다.”고 자책했다. 그러나 이내 “대표팀에서 은퇴하지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지도자로 올림픽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두산과 계약이 만료된 뒤 소속팀이 없는 윤경신은 선수생활을 계속할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일단 박사논문을 마무리하는 데 전념할 작정이다. 런던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펠프스, 모델 여자친구 첫 공개

    펠프스, 모델 여자친구 첫 공개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오른쪽·27·미국)가 여자친구와 함께 공개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 화제를 모았다고 일간 USA 투데이가 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펠프스는 런던에서 열린 한 수영복 브랜드 행사에 연인 메간 로스와 다정한 모습으로 레드 카펫을 밟아 눈길을 끌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로스는 5개월 전부터 펠프스와 사랑을 키워온 것으로 전해졌다. 펠프스는 그동안 결혼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웃으면서 대답을 회피했다. 반면 로스는 사진 전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펠프스와 함께 찍은 사진과 결혼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는 등 펠프스와의 관계를 솔직하게 밝혔다. 펠프스는 은퇴 무대인 런던올림픽을 포함, 4차례 올림픽에 출전해 세 번의 올림픽에서 22개의 메달을 수집해 올림픽 사상 최다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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