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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하! 우주] “생일 축하해!”…허블우주망원경의 28년 탐사기

    [아하! 우주] “생일 축하해!”…허블우주망원경의 28년 탐사기

    지난 1990년 4월 25일. 우주의 심연을 들여다 보고 싶은 인류의 꿈을 담은 우주망원경 한 대가 미 항공우주국(NASA)의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힘차게 날아올랐다. 바로 다음 주 28번째 생일을 맞는 '허블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이다. NASA와 유럽우주국(ESA)이 개발한 허블우주망원경은 대기의 간섭없이 멀고 먼 우주를 관측하기 위해 제작됐다. 허블우주망원경의 지름은 2.4m, 무게 12.2t, 길이 13m로, 지금도 지상 569㎞ 높이에서 97분 마다 지구를 돌며 먼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최근 NASA는 허블우주망원경의 28번째 생일을 자축하는 환상적인 천체 사진을 공개했다. 매해 이맘 때 생일카드처럼 공개하는 이 사진은 물론 허블우주망원경이 과거에 촬열한 명작 사진이다. 이번에 공개한 사진은 별 탄생의 요람으로 알려져있는 '석호 성운'(Lagoon Nebula)이다. 마치 신이 물감으로 그린듯한 석호 성운은 지구로부터 약 4000광년 떨어진 궁수자리에 위치해 있으며, 작은 망원경으로도 관측이 가능할만큼 밝고 화려한 발광성운(發光星雲·주위의 열을 받아 스스로 빛을 내는 성운)이다. 특히 사진 속 중앙에는 십자 모양으로 빛나는 별 ‘허셀 36’(Herschel 36)이 자리잡고 있는데 우리 태양보다 4만 배는 더 뜨겁고 20만 배나 더 밝다. 사진 상으로는 아름답고 평화롭게 보이지만 사실 성운 속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가운데 별을 중심으로 강력한 가스와 먼지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데 놀랍게도 이 과정에서 수많은 별들과 천체들이 태어난다.   한편 허블우주망원경은 28년 간 100만 건이 넘는 관측 활동을 벌였으며 이를 통해 천문학자들은 1만 2000건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간 몇 번의 수리 과정을 거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허블우주망원경은 지상 천체망원경보다 10~30배의 해상도를 가진 사진을 지금도 충실히 전송해오고 있다. 그러나 허블우주망원경도 2020년이면 후임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에게 임무를 넘겨 줄 예정이다. 다소 생소한 이름의 JWST는 허블우주망원경의 후계자로 NASA를 비롯 ESA와 캐나다우주국(CSA)이 공동으로 참여해 개발했다. 차세대인 만큼 JWST의 성능은 역대 최강이다. 허블우주망원경과 비교해 보면 성능이 무려 100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JWST의 중량은 허블의 절반 수준인 6.4t이지만, 주경(primary mirror)은 허블보다 2.5배 큰 6.5m에 달한다. 이를 통해 NASA는 빅뱅 후 2억 년이 지난 초기 우주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의정부 직동ㆍ추동공원 민자개발… 60년 만에 ‘시민 품으로 ’

    의정부 직동ㆍ추동공원 민자개발… 60년 만에 ‘시민 품으로 ’

    ‘도시공원일몰제’ 시행이 2년 앞으로 다가왔다. 도시공원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공원) 용지로 지정해 놓고 2020년 6월 30일까지 수용 보상하지 않을 경우 그다음달 1일 도시계획시설에서 자동 해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1999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도입됐다. 전국적으로 이에 해당하는 도시공원 면적은 5억 1600만㎡에 달한다. 서울 전체 면적의 80%를 넘을 정도로 엄청난 면적이다. 일몰제가 시행되면 토지소유자가 공원용지를 자유롭게 개발이 가능해져 난개발이 예상된다.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매입하면 그만이지만 막대한 비용이 들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충분한 재원마련 대책 없이 공원을 과다하게 지정한 후폭풍이다. 공원 이외에 도로, 학교, 유원지, 광장 등으로 지정만 해 놓고 10년 이상 손을 못 대고 있는 다른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도 상당수에 이른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은 2016년 현재 152곳으로 서울시 전체면적의 16% 이상을 차지한다. 전국적으로는 전 국토(10만 188㎢)의 약 1%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사업비로 환산하면 2014년 현재 139조 2238억원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1억 1201만㎡로 가장 많고, 경북(1억 384만㎡), 경남(1억 346만㎡), 전남(8284만㎡), 충북(7207만㎡), 부산(6852만㎡), 서울(5956만㎡) 등 순이다. 도시계획시설별로는 공원이 5억 1639만㎡로 전체의 절반 이상(55.5%)을 차지한다.경기 의정부시에는 모두 183곳 320만㎡의 공원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돼 있으나, 이 중 공원으로 개발이 완료된 곳은 약 25%에 불과하다. 특히 면적이 가장 큰 직동과 추동근린공원은 1954년 공원부지로 결정고시했으나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의정부시가 60년 넘도록 공원으로 만들지 못했다. 그사이 공원부지 안에 있던 건축물들은 낡고 허물어져 갔다. 재개발이 안 되고, 새로 건물을 지을 수도 없게 되자 불법 건축물들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토지소유자들은 매매를 못 하는 등 재산권 행사에 큰 제약을 받아 왔다. 이보다 규모는 작지만, 같은 형편에 있는 공원부지가 의정부시에만 49곳이 더 있다. 다른 지자체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의정부시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60년간 묵혀 온 공원조성사업을 추진해 주목을 받고 있다. 공원부지 면적의 70%는 공원으로 조성하고 나머지 30% 이하에는 아파트를 지어 투자비를 회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도시공원일몰제에 대비하기 위해 2009년 12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특례조항을 신설, 법적 근거를 마련해 가능해졌다. 민간자본을 유치해 공원 조성을 추진 중인 곳은 직동과 추동근린공원이다. 직동근린공원은 의정부동·호원동·가능동 일대 86만 4955㎡ 규모로 1954년 5월 공원으로 결정고시됐으나 그동안 절반만 공원으로 개발했다. 의정부시는 2012년 6월부터 민간자본 1163억원을 끌어들여 나머지 공원부지 매입을 추진했다. 34만 3617㎡는 공원시설로 개발해 기부채납받고, 8만 4000㎡에는 아파트 1850가구를 신축 분양해 민간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경기도로부터 도시기본계획 변경을 승인받은 지 4년 만인 2016년 3월 마침내 공원 조성 및 아파트 신축공사를 시작했다. 위치가 좋아 아파트 분양경쟁률은 6대1에 가까웠다. 추동근린공원은 의정부 외곽인 신곡동·용현동에 걸쳐 있고 개발 규모는 직동근린공원의 2배이다. 71만 3496㎡는 공원시설로, 15만 4308㎡에는 3400가구의 아파트 등 비공원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민간업체는 2014년 10월 부지 매입비의 80%에 해당하는 1100억원을 현금 예치한 후 이듬해 의정부시와 협약서를 체결, 2016년 8월 공원 및 아파트 신축공사에 들어가 2020년 8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의정부시는 민간투자 방식의 두 공원조성사업 추진으로 토지보상비와 공원 공사비 약 2500억원을 절약하고 약 30억원의 취득세를 벌어들이게 됐다. 또 직동에서 7000억원, 추동에서 9800억원 아파트 공사가 진행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됐다. 어려움도 많았다. 민간사업자 공모에서 탈락한 업체가 각종 민원을 제기해 담당 공무원이 검찰수사를 받고 20건 이상의 토지보상비 증액 소송 등이 잇따랐다. 사업 초기에는 보상금을 둘러싼 토지주들의 오해로 공원 근처에 사업추진을 반대하는 현수막 100여장이 걸리기도 했다. ‘표’를 먹고 사는 민선 시장으로서는 작지 않은 부담이었다. 의정부시는 한국감정평가협회에 토지수용보상 평가업체 선정을 의뢰하는 방법으로 토지주들의 신뢰를 얻어 두 달 만에 80% 가까이 보상협의를 완료할 수 있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장기 미집행으로 행방불명된 토지주를 제외하면 사실상 연락 가능한 토지주들은 모두 쉽게 보상협의에 응해 주셨다”고 말했다.아파트 공사장 인근 빌라에 사는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슬럼화될 것을 우려하며 공동개발을 요구하기도 했다. 소음 및 비산먼지로 인한 피해보상 요구도 높았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솔직히 전국 최초로 이런 사업을 하다 보니, 비공원시설과 인접한 지역의 여건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현행 법률로는 인접 지역을 같이 개발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인근 빌라 주민들의 반발은 곧 수그러들었다고 시 관계자들은 말한다. 당초 주변 토지 값이 3.3㎡당 500만~600만원에 불과했으나 공원 조성 및 아파트 건설이 진행되면서 1000만원대로 올라 재개발 사업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황주성 민자유치과 주무관은 “다른 지자체에서는 환경성 문제와 인접지역 반대로 사업 초기단계에서 막히는 경우를 종종 본다”면서 “사업 진행 전에 비공원 시설의 적정 위치와 주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민간업체가 투자를 꺼리는 지방이나, 공동주택과 같은 사업성 높은 개발이 어려운 지역에 대해 황 주무관은 “공원부지가 외곽에 있는 경우에는 고급 빌라나 타운하우스, 펜션단지, 실버타운 또는 요양시설도 가능할 것”이라면서 “입지에 따라 다양한 비공원시설로 투자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정부시의 성공사례를 뒤따르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으나, 환경파괴와 공공성 훼손을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반발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의정부에 이어 수원, 용인 등 8개 지자체가 민간자본을 유치해 공원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나, 평택 모산골평화공원 등에서 공공성 훼손을 주장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인천도 12곳에서 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민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인천녹색연합 등은 “인천시가 충분한 검토 없이 대상지 선정부터 서두르는 등 임기응변식 대응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주장한다. 부산시에서는 1년 전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 자문회의’를 열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30% 개발부지에 아파트, 호텔 등이 들어서면 70% 공원부지 역시 연쇄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공공성이 강한 공원시설을 민간건설업체 자본을 끌어들여 개발하기 때문에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우려할 수 있으나, 시를 신뢰하도록 하면 문제 될 게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의정부시의 경우는 사업을 진행하기 전 사전 타당성 조사용역 단계 때부터 비공원 시설(아파트 등)의 위치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여론을 수렴해 환경성 문제를 피해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그림자 필경사 (이철주)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그림자 필경사 (이철주)

    1. 눈먼 자의 윤리 때론 그림자가 더 많은 말을 건넨다. 긴장 가득 훈련된 표정을 지어도, 무시당하지 않으려 허리를 꼿꼿이 세워도, 불안은 그림자에 투영돼 존재를 누설한다. 가끔 속내를 들켜도, 환멸에 사로잡혀 생이 부대껴도 그림자는 결코 존재를 떠나지 않는다. 뒤틀리면 뒤틀린 대로, 어리석으면 어리석은 대로 한 생을 바쳐 따라다닌다. 삶과 함께 태어나 울고 웃고 몸부림치다 사라진다. 그러곤 어디에선가 누군가를 닮은 모습을 하곤 쓸쓸히 흘러다닌다. 생을 반복하고 따라하며 생이 이곳을 떠나도 홀로 남아 존재를 증거한다. 그림자의 이 헌신엔 쉽게 이름 붙일 수 없는 어떤 맹목이 있다.한편으로 그림자는 왕성한 식욕의 소유자다. 표정도, 색깔도, 음성도, 촉각도, 냄새도 모두 집어삼킨 채 존재의 맹점을 현상한다. 감각이 보증하는 확실성을 제거하고 정체불명의 검은 얼룩을 펼쳐 놓는다. 그림자는 시각 속의 동공이며 감각을 배반하는 충동이다. 그러니 그림자란 본디 외경의 대상인 것이다. 감각과 관념에 잘려 나간 세계가 역으로 이쪽을 바라볼 때, 맹목의 관계는 뒤집힌다. 그림자에 감염되어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은 기이한 갈증을 느끼며 한 생을 바쳐 따라다니는데 그들을 시인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들도 그림자와 함께 태어나 울고 웃고 몸부림치다 사라진다. 수억의 생들을 베끼고 반복하며 처연히 이해해 간다. 그림자의 맹목과 시인의 맹목. 어찌할 수 없음으로밖에는 풀이될 수 없는 이 눈멂은, 그러나 역설적으로 가장 진실한 이해의 방법이 된다. 불가해한 생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따라하며 존재의 자세를 닮아 버리는 것. 그 충분한 대가를 치르기 전까진 함부로 대상을 떠나지 못하는 무능이 그들이 가진 윤리이며 능력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국 시가 과연 이 충분한 맹목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2000년대 이후 이어진 일련의 실험적 시들이 관습적 문법의 경계를 뒤흔들고 시의 외연을 확장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 의지와 선언이 너무 앞선 나머지 관념과 이론이 시를 대신 살아 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유행하는 철학적 담론을 잘 소화한 시가 좋은 시가 아니듯, 시와 비평이 근거로 삼은 담론의 윤리성이 시의 윤리와 덕목을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말과 삶에 대한 치열한 응시와 질문. 좋은 시의 윤리와 덕목은 언제나 여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김소연의 시는 바로 이 점에서 시의 본연에 충실하고 있어 반갑고 소중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위태로운 추락의 한 시절을 통과하는 중이다. 좁고 피폐한 삶을 지켜 내기 위해 일말의 어둠도 쫓아내기에 급급한 지금, 육박해 오는 생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당당한 목소리가 절실하다. 이 눈 맑은 시인은 삶의 도처에 엎어져 있는 상흔을 읽어 내고, 고통의 결과 깊이를 삶의 구체적 언어로 더듬으며 섬세히 응시한다. 그림자가 한 생을 바쳐 삶과 동행하듯, 그의 시 역시 수억의 생을 바쳐 그림자에 한없이 가까워진다. 세상의 모든 그림자들을 성실히 몸에 새겨 넣으며 깊고 단단해진다. 그림자란 본디 맹점이며, 어떤 확신도 불가능하게 하는 절대적 무지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림자를 보았다고, 보인다고, 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림자로부터 ‘시선’의 능력을 빼앗았기 때문이며, 닮았다는 이유로 전부 이해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속여 온 탓이다. 마음의 눈꺼풀은 그렇게 굳게 닫힌 채 존재가 퍼붓는 질문으로부터 안전하게 물러난다. 김소연의 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그림자에게 외경을 되돌려 주고, 세련되고 아름다운 이론과 개념들이 생의 그림자가 될 수 없음을 몸소 증거한다. 김소연은 그림자의 시인이다. 그림자의 언어로, 그림자의 시선에 응답하며, 그림자가 남겨놓은 파문들을 뼛속 깊이 묻는다. 2. 그림자양식장 김소연의 시에서 그림자는 자아 내면의 복수적 형상으로 나타난다. 이를테면 그림자들의 양식장이라 부를 만한 공간에서, 시인은 말들을 먹이로 던져 주며 내면의 그림자들이 불러일으키는 파문을 응시하고 있다. 그림자의 차가운 비늘이 말에 닿아 번지고 마침내 말을 삼켜 버리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불화하는 내면에로 깊이 침잠한다. 차가운 환멸과 단호한 자기 부정은 김소연 시의 근본을 이루는데, 여기에는 뼈아픈 목도만이 있을 뿐 화해의 축이 부재한다. 타협 불가능한 절대적 자세로 삶의 피폐를 건넌다. 무참한 추락이 아무렇지도 않게 전시되는 이곳의 삶에 당당히 맞서 고통의 극한을 살아 낸다. 뜨거움과 차가움을 모두 통과한 그의 목소리는 가장 뜨거울 때조차 차가움을 예감하고, 가장 차가울 때조차 뜨거움을 끌어안는다. 이 현격한 열의 낙차가 일상의 무감각한 관성을 깨뜨리는 뇌관으로 작동한다. 사월은 차갑다/사월의 돌은 더 차갑다/사월의 돌을 손에 쥔 사람은 어째서 뜨거운가/그는 어째서 가까운가//마루 아래 요정이 산다고 믿은 적이 있다/잃어버린 세계는 거기서 잘살고 있다/이 사실만으로도 뜨거워질 수 있다//하나의 문장으로도 세계는 금이 간다/이곳은 차가우므로 더 유리하겠지 - 「열대어는 차갑다」 부분 (『아침』) 돌은 사월의 뜨거움을 기억하기에 더 차갑다.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워야 할 날들이기에, 그렇지 못한 현실을 더 비극적으로 비춘다. 화자는 마루 아래라는 가시성 바깥의 공간에 망각된 세상의 온기를 풀어놓고 있다. 현실과 ‘너머’의 세계가 빚어내는 처연한 온도차를 뜨거움으로 명명하는데, 그러므로 “이 사실만으로도 뜨거워질 수 있다”는 선언은 설익은 화해의 제스처로 읽혀선 안 된다. 세계에 금이 가는 이유는 이곳과 너머 사이의 아득한 거리 때문이지 희망과 열정 같은 추상적 개념 때문이 아니다. 불화를 불화로서 보존하되, 이들이 빚어내는 떨림과 파열을 섬세히 기록하는 것. 김소연 시의 이와 같은 분명한 자세는 화자가 실족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노출하는 장면에서 더 아프게 현상된다. 서로가 서로의 치부를 헛짚고 세계의 성감대를 헛짚은. 내리 빗나가던 선택들. 말하자면 기다림으로 독이 남는 자세. 시효를 넘긴 고독. 일종의 모독. 기다려온 우리는 치사량의 관성이 있을 뿐. 부패 직전의 끝물이다. - 「끝물 과일 사러」 부분 (『극』) 말의 파편들이 ‘끝’이라는 날카로운 선 앞에까지 밀려나 있다. 각 행의 끝엔 더 이상 남은 공간이 없다. 마침표조차 제대로 찍히려면 스스로가 끌어온 말들을 다시 과거로 밀어내야 한다. 미루고 미뤘던 삶의 초라한 진실이 단정하고 건조하게 한마디를 건넨다. “우리도 끝물이다.” 단단하게 요약된 이 사랑의 문장은 아프다. “치사량의 관성”으로 버텨온 관계의 맨얼굴, “끝물 과일”이 화자를 바라본다. 언어가 감정을 헛짚고, ‘사랑해’가 ‘미안해’를 대신하며 살을 찌워 갈 때, ‘끝’은 이렇게 언어의 은밀한 구석에 날카로운 뼈를 현상한다. 이럴 때 언어는 잔혹해진다. 한없이 위태로워 길들이지 않을 수 없는 짐승이 된다. 과녁에서 벗어난 말들의 사체가 한동안은 무심히도 쌓였을 것이다. 시인은 이 사랑의 폐허를 떠나는 중이다. 그러나 화자는 이를 “끝물은/아주/달아.”라는 감각적 긍정으로 전환해 낸다. 허위로, ‘헛짚음’으로 유지된 일상을 ‘끝물’에 비유하는 순간, “치사량의 관성”은 역으로 서로의 치부와 세계의 성감대를 더욱 선명하게 발설한다. 부재하는 여기를 정면으로 직시함으로써 몰락한 꿈의 순간들을 발굴해 낸다. 폐허엔 여전히 지독한 허기와 갈망이 어리겠지만 이를 부정하지 않고 생의 언어로 감각해 냄으로써 끝물은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도래해야 할 것으로 변모된다. 어떤 환상도 희망도 없이 뜨거움과 차가움을 반복하며 그의 문장은 단단하고 견고해진다. 그가 “차례차례 사랑이었던 것들과 한꺼번에/달디단 혼숙을 하는 것”(「달디단 꿈1」, 『극』)이 꿈이라며 부드럽게 말할 때에도 “이 조용한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치욕스럽다”(「학살의 일부12」, 『극』)며 “중무장된 평화”(「학살의 일부1」, 『극』)가 학살이라 선언할 때처럼 단호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의 시는 끊임없이 스스로의 불화와 혼숙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한 사람은 나를 바로 보지 않는다/소파와 구별되지 않게 소파 속에 있거나/반쯤 열린 문틈 안에서 베개를 돋워 돌아눕는다//한 사람은 나를 보다가 나를 태운다/그 온도는 태양과 다름없고/내 운명은 종이와 마찬가지라/돋보기 같은/그의 눈빛에 나는 새까맣게 타들어간다/대체로 나는 그 앞에서 나는 재만 남는다//또 한사람/꿈을 보기 위해/눈꺼풀을 오려냈다는 이 사람/밤새 두 손을 소담히 오므려서/잠든 두 눈을 나는 덮어주곤 했다// (중략) //축하보다는 축복을 받고 싶은 시월 아침에/오만 잡병의 숙주가 된 육체/속옷 벗듯 벗어둔 채/마음끼리 살을 섞는다 - 「세 사람과 한집에 산다」 부분 (『눈물』) 화자는 텅 빈 폐허 같은 방 안에서 자신의 갈라진 그림자를 응시하고 있다. ‘나’에게는 두 명의 폭군이 있는데, 하나는 나를 지우고 다른 하나는 나를 재로 만든다. 비록 관계의 양상은 다르나 결과적으로 나를 비존재로 만들어 버린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한 사람’이 더해진다. ‘꿈을 보기 위해 눈꺼풀을 오려 냈다는 사람’은 나에게 어떤 힘도 강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일하게 나를 존재로 만들어 준다. 화자는 눈꺼풀을 오려 낸 눈이 꿈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잠든 눈을 가만히 덮어 준다. 이 시가 평범한 시였다면, 이 세 번째 사람에게 시의 전권을 부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이 세 개의 그림자로부터 한발 물러나, 이 셋과의 공평하고도 평등한 혼숙을 명명한다. 물론 이는 화해라는 낭만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세 개의 그림자와 나 사이엔 살을 섞어도 결코 화해될 수 없는 아득한 거리가 여전히 냉정하게 놓여 있기 때문이다. 김소연의 문장은 자신을 거쳐간 수많은 그림자들을 마음에 풀어 놓고 그들이 일으키는 파문들에 눈을 충분히 단련시킨 자만이 얻어 낼 수 있는 ‘말’들을 건져 올리고 있다. 이 위태롭고 어려운 일을 그는 차분하고도 안정된 걸음걸이로 해낸다. 굉장한 내공과 섬세한 마음의 섭생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지나간 마음에 눈을 빼앗겨서도 안 되고, 잊어서도 안 되며, 섣부른 성찰로 도망쳐서도 안 된다. 꼬이고 뒤틀린 존재들이 서로를 밀어내고 뒤엉키며 팽팽한 긴장을 잃지 않는 것. 어떤 불화도 해소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해결될 수 없으리라는 삶의 진실 앞에 스스로를 담담히 열어 놓는 것. 김소연의 시는 이 선명한 규율들을 가슴에 품은 채 치열하면서도 아름다운 보폭으로 사유의 어긋남과 욕망의 비틀림 사이를 뚜벅뚜벅 걸어 나간다. 3. 유실영(影)보호소 김소연 시의 한 축이 자아 내부에 도사리는 복수적 그림자들의 불화를 매개하고 내부의 균열과 긴장을 풀어 놓는 데 있다면, 다른 한 축은 타자의 삶에 깃든 그림자에 대한 섬세한 응시로 나타난다. 그의 시에서 그림자는 철학적이고 개념적인 사유로 환원되지 않는데, 이는 무엇보다 그의 시가 삶의 구체적 실상과 인간의 유한한 조건들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자는 새로운 삶을 위해 전시해 놓은 그럴듯한 기념물이 아니라, 매일의 몰락을 견뎌 온 숨겨 온 자세들이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장소이다. 단단하게 고정시켜 놓은 표정들과는 달리 불가피하게 삶의 피폐가 누수되는 공간이며, 모두가 공평히 그런 누수 속에 강제되는 사건이다. 시인은 그렇게 누군가 흘려 버린 그림자들을 데리고 와 사라져 가는 존재들을 거두고 보호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처의 내력을 짚어 보며 삶이 사라지고 난 이후에도 남아 이곳을 떠도는 그림자들을 위무한다. 그녀는/바다에서 용이 머리를 치키고 올라올 때와 같이/담배 연기를 코로 뿜는다 여의주처럼/담배를 물고 앉아서/성긴 이빨을 자꾸 드러낸다// (중략) /그 노파는 세상 사람들이 그어놓은 줄들을/그런 모양으로 무시하듯 질펀히 앉아서 살아왔다//노오란 양지는 노파를 점점 비켜간다/노파는 그저 햇볕 안에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햇볕이 얼굴의 반을 부시게 하더니/점점 비껴서/이제는 그늘 안에 노파를 가둔다 - 「학살의 일부 10-이빨이 성긴 노파」 부분 (『극』) 노파는 퇴락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연함 속에 있다. 어느 누구도 함부로 개입할 수 없는 추락의 상흔이 이빨이 성긴 노파의 얼굴에 현상된다. 자신감 넘치는 낡은 몸 안에, 아무도 관심 없던 폐허 몇 개쯤 담담히 갖고 있을 노파의 눈빛이 화자를 응시한다. 함부로 이해해선 안 될 외경이 노파의 그림자에 어린다. 김소연이 “그 얼굴은 얼굴 외에 또 다른 것들이 겹쳐 있었다”(「1937년생」, 『극』)고 말할 때나, “우리 뒤에 깔린 반듯한 비단길을 아무도 걷지 말거라/벼랑 끝 노을이 우리 이마에 새겨주는 불립문자를/아무도 읽지 말거라”(「당신의 저쪽 손과 나의 이 손이」, 『빛』)고 진술할 때, 그가 끌어올린 그림자엔 어찌할 수 없는 외경이 실려 있다. 그가 외경을 표하는 그늘들엔 어쩐지 피 냄새가 짙다. 그늘은 찬란한 빛에 의해서만 어둠을 풀어내고, 어둠이 풀려날 때마다 추락은 반복된다. 수없이 깨지고 터져도 결연히 몸을 털고 일어난 생들은 하나같이 여전히 뜨거운 어둠을 품는다. 그 어둠의 무게가 어깨와 허리를 휘게 만들고, 그림자는 삶을 견디는 그들의 자세를 닮아 버린다. 이승에서 삼십 년/육신을 빠르게 쓰고 저승으로 이사한 아들 사진을//팔십 년째/육신을 아껴 쓰고 계시는 아버지가/느리게 문갑 문을 열어 만지고 계신다// (중략) //계시는 사진 한 장과 없어진 사냥개 사이엔/벽지처럼 살고 있다/앞모습을 보아선 아니 될/가족의 녹슨 얼굴들이 - 「계시는 아버지」 부분 (『눈물』) 여기에는 경솔히 이해해선 안 될 그늘에 머물기 위해 추락의 깊이를 가늠해 보는 시간이 현상돼 있다. 자식의 죽음을 그대로 안고 살아가기엔 상처는 너무 깊고 치명적이다. 그래도 삶은 이어져야 하기에 멍이 곰팡이처럼 들어선 낡은 방에 벽지를 바른다. 벽지를 뜯어내고 나면 그 자리엔 함부로 보아선 안 될 타인의 맨 얼굴이 저마다의 자세로 들어앉아 있다. 행복한 시절의 낙서처럼, 녹슬어 가는 얼굴들을 마냥 덮어 둔 채 가족의 삶은 이어진다. 벽지에 얼룩진 가족의 그림자는 이따금 마음을 괴롭히다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을 것이다. 그런 그림자의 앞모습을 요구하는 것은 폭력이며 불경이다. “엄마가 갑자기 보이지 않을 때에/아기들이나 지을 법한 표정”(「뒤척이지 말아줘」, 『눈물』)을 훔쳐보았다고 타인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에 대한 이해는 그러한 표정을 숨기고 있을 얼굴을 그림자를 통해서 바라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한 번 슬쩍 보고 건네는 동정이 아니라, 그림자를 평생 가슴에 품은 채 그림자가 건네는 추락의 내력을 오래도록 살아볼 때만 허락되는 일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시들이 쓰여진다. 살 수 없는 장소에서도 살 수 있게 된 사람이 있었다/ (중략) //그 창문으로 나는 지금 바깥을 내다본다/이토록 난해한 지형을 가장 쉽게 이해한 사람이/가장 오래 서 있었을 자리에 서서// (중략) /할 줄 아는 말이 거의 없는 낯선 땅에서/내가 느낄 수 있는 건 잠깐의 반가움과/오랜 두려움뿐이다//두려움에 집중하다 보면/지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배하고 싶었던 사람이/실은 자신의 피폐를 통역하려 했다는 것을/파리처럼 기웃거리는 낙관을 내쫓으면서/나는 알게 된다 - 「여행자」 부분 (『아침』) 화자는 지금 수십, 수백 년 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토록 난해한 지형”을 바라보던 누군가의 그늘에 머물러 있다. 누구에게도 발설한 적 없는 그늘을 지키기 위해 어떤 삶은 희망이 불가능한 곳으로 자신을 조용히 밀어 넣기도 했을 것이다. 상처를 애써 부정하지 않아도 되는 저녁을 위해 황무지뿐인 창밖을 오래 바라봐야만 했으리라. 화자는 낙관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지 않아도 충분히 잘살 수 있다는 마음으로 피폐한 문장들을 건져 올리고 있다. 타인의 전생이 한꺼번에 이곳의 삶으로 현상돼 번지고 부대끼는 일. 화자가 매개하고 있는 이 순간은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던 “파리처럼 기웃거리는 낙관”을 포기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나를 보호하던 관념들을 내려놓은 채 타인의 그늘을 만져 보는 일은 그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한다. 시인이 “기웃거리던 햇볕이 방 한쪽을 백색으로 오려 낼 때//길게 누워 다음 생애에 발끝을 댄다/고무줄만 밟아도 죽었다고 했던 어린 날처럼”(「먼지가 보이는 아침」, 『아침』)이라고 말할 때, 다음 생이란 희망적이고 추상적인 미래의 어느 때를 의미하지 않는다. 타자의 그림자를 밟는 일이란 이미 하나의 생이 끝나고 다른 생이 시작되는 경이로운 순간을 매개하기 때문이다. 김소연의 시는 하나의 그림자에 담긴 무게를 섬세히 읽어 내고 그 무게가 역으로 자아의 무게를 읽어 내는 경계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그의 시를 버림받은 그림자들의 보호소라고 할 때, 화자는 그림자들을 관리하는 주체도 아니고 동정을 베푸는 관광객도 아니다. 그의 시는 하나의 그림자가 다른 그림자를 관통하는 사건의 매개이며, 타인의 그림자로부터 또 하나의 생을 물려받는 상속의 증거이다. 그림자를 이해하며 그림자에 감염되어 스스로 또 하나의 그림자가 되어 간다. 길 잃은 그림자들은 그렇게 다음 생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4. 아포리아인형극 김소연의 시에서 그림자는 배우이고 관객이며, 공기이고 침묵이다. 그림자들에 잠재된 생의 근원적 형상을 발굴하고 혼을 불어넣는다. 잡힐 듯 잡히지 않던 생의 어둠들에 이름을 붙이고, 그들과 연극을 시작한다. 때로는 독백으로, 때로는 방백으로, 그림자인형들 사이에 무형의 그림자가 스미고 번진다. 연극은 비교적 순조롭게 시작된다. 하지만 말이 리듬을 타면 탈수록 그림자는 연출자의 의도를 넘어서 스스로 움직이고 발화하기 시작한다. 오려낸 눈동자의 텅 빈 어둠으로 삶이 역류하기 시작한다. 말에 자기를 꿰뚫리고 거꾸로 그림자에 응시당할 때, ‘이곳’은 어떤 강제성에 내몰린다. 자신에게 찾아온 이 낯선 질문들에 발가벗겨진 채 노출되는 것이다.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몸에 둘렀던 기호와 기표들의 강고함은 물거품이 되어 녹아 버린다. *현재까지 발간된 김소연의 시집은 『극에 달하다』(1996),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2006), 『눈물이라는 뼈』(2009), 『수학자의 아침』(2013)까지 총 네 권이다. 인용할 경우 면수는 생략하고 각각 『극』, 『빛』, 『눈물』, 『아침』으로 표기한다. 세상 모든 것들의 표정은 지워지고/자세만이 남아 있다//이따금 나는 무지막지한 덩치가 되고/이따금 나는 여러 갈래로 흩어지기도 한다//그의 충고를 따르자면/너무 빛 쪽으로 가 있었기 때문이다/여러 개의 불빛 가운데 있었기 때문이다// (중략) //그림자 없는 생애를 살아가기 위해/지독하게 환해져야 하는/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 「빛의 모퉁이에서」 부분 (『빛』) 그림자 없는 삶을 위해 끌어다 쓴 빛의 피곤이 필연적으로 ‘밤’을 끌어당길 수밖에 없다는 정확한 진술은 이러한 말과 그림자의 본질에 닿아 있다. 단적으로 말해 그림자 없는 삶이란 불가능하다. 가능하다면 그것은 유령의 삶일 것이다. 그림자는 사물의 물성을 증거하면서, 동시에 그 물성을 지워 버린다. 그림자 없는 물성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그만큼 물성이라 믿어 왔던 존재의 본질이 허약하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림자를 통해서만 사물의 사물됨을 알 수 있고, 말을 통해서만 자신의 자신됨을 실감할 수 있다. 그림자 없는 물성이 유령의 것이라면, 말을 부여받지 못한 내면 역시 비존재로 내몰린다. 그러나 어떤 그림자로도 어떤 말로도 존재의 본질은 포착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림자와 말은 환영 혹은 오류가 되어 존재의 본질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뿐이다. 그림자가 지닌 이 이중성. 존재의 물성을 실감하게 하면서 오히려 그 실감을 내파해 버리는 모호성에 삶과 말이 지닌 진실이 깃들어 있다. 그러니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림자를 수도 없이 베끼며, 그림자들 사이에서 진동하고 있는 어떤 목소리들에 귀 기울이는 일뿐이다. 밤마다/그녀였던 당신이었던/수많은 아이들이 찾아와요/거친 바람처럼 문을 흔들며 칭얼대요/하나같이 눈은 퉁퉁 부었고 손끝은 차고/고개는 숙였어요// (중략) //지낼 만한 노곤함과/돌아갈 만한 차비를 두 손에 움켜쥐고/칭얼대고 칭얼대다 사라지죠//들어줍니다 두 귀를 여행 가방처럼 활짝 열고서/쓰다듬지요 두 손을 세계지도처럼 판판히 펼쳐서 위로합니다 긴 밤을 꼬박 앉아서// (중략) //번번이 한 아이가 남아 있어요/벽에 걸어둔 시커먼 외투처럼 등 뒤에서/이 아이, 자기가 엄마라고 우깁니다// (중략) /누워서 그녀는 자기 젖을 빨아요/그러면 그녀는 잠이 오지요 - 「그녀의 생몰 연도를 기록하는 밤」 부분 (『눈물』) 김소연의 시에서 그림자는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보다도 밤의 시간에 더 스스로의 본질에 가까워진다. 낮이 강제하는 빛의 윤곽으로부터 풀려남으로써 그림자는 비로소 ‘경계’의 영역에 서기 때문이다. 그녀였던 당신이었던 수많은 그림자들은 태양의 폭정이 사라지고 난 뒤에야 이미 반쯤은 사라지고 투명해진 모습으로 찾아와 말을 건넨다. ‘그녀’가 그 수많은 그림자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젖을 물리며 그림자들의 해갈될 수 없는 결여에 응답하는 것뿐이다. 이 고된 노동. 그림자들을 위무하기 위해 역시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그녀’가 스스로의 젖을 빨 수밖에 없다는 운명론적 진술은 삶의 피폐성을 요약한 아포리아에 가까워진다. 그의 시에 잔혹동화와 같은 모티프들이 자주 동원되는 까닭 역시 동화가 압축해 내고 있는 생의 근원적 형식 때문이다. 그가 변용한 동화들 속에서 캐릭터는 오직 ‘자세’만으로 요약되는데, 무수히 많은 말들로 흘려보내도 끝끝내 남아 되돌아오는 ‘그림자’의 맹목적 갈망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 준다. 암늑대가 숲속에서 바람을 간호하는 밤이었대. 바람은 상처가 아물자, 숲을 떠나 마을로 내려갔대. 암늑대가 텅 빈 두 손을 호호 불며, 우듬지에 앉은 지빠귀를 올려다보는 밤이었대. 섭생을 위해서 살생을 해야만 하는 운명에 처한 늑대 이야기에, 한 아이는 밑줄을 긋고 있었대. 바람은 그 지붕 위를 저벅저벅 밟고 다녔대. 암늑대는 노란 지빠귀를 올려다보고, 노란 지빠귀는 늑대를 내려다보았대. 둘은 눈을 떼지 않고 서로를 쳐다보았대. 그래서 겨울밤은 감옥이 되기 시작한 거래. - 「눈물이라는 뼈」 부분 (『눈물』) 아이의 성장통을 비유하고 있을 이 시는 어떤 노래의 전승을 기록하고 있다. 새하얀 벽 위로 그림자들이 생을 공연한다. 섭생을 위해 지빠귀를 노리는 암늑대의 자세는 낮고 단단하다.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먹잇감을 낚아채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마음은 모두 잘라낸 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늑대의 눈빛에 어리는 검은 허공의 시간. 그 시간이 서서히 늑대를 물들여 간다. 암늑대를 내려다보는 지빠귀 역시 흔들림 없이 다가올 운명 앞에 눈감지 않는다. 공포에 몸을 맡겨 둔 채 자신도 그 시간의 일부가 되어 간다. 그리고 이들의 비극을 슬퍼하며 눈물 흘리는 바람과 아이가 있다. 이들이 빛과 어둠 사이에서 얽히고설키며 삶을 요약해내는 동안, 그 단단한 함축을 받아 먹고 돌들이 자란다. 하나의 비극이 있었음을,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생의 굴레에 의연하게 걸어 들어가 견뎌낸 그늘이 있음을 증거하고 제의한다. 김소연의 시는 그림자로 펼쳐 낸 한 편의 아포리아 인형극이다. 이 연극에는 무수히 많은 그림자들이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부재한다. 주인공이라 일컬을 수 있다면 아마도 그건 생 자체일 것이다. ‘삶’이 그려 내는 다양한 스펙트럼과 다변성 속에서도 결코 인간을 놓아 주지 않는 묵직한 생의 중력을 그의 시가 잘 포착해 내는 건 그림자야말로 생의 본질임을 잊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자는 원상의 형상을 얼마든지 왜곡도 하고 때론 숨어 버리기도 하지만 결코 달아나지 않는다. 원상 내부의 상처와 질곡에 악착같이 달려들어 생의 모서리를 현상해 낸다. 삶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무수한 그림자 기표들이 망각하고 있는 것은 그림자란 본디 원상의 것도 아니며, 원상과 무관한 것도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그림자란 한 편의 활시위와 같다. 원상의 중력과 그 중력을 넘어서려는 두 힘이 팽팽하게 긴장하며 휘어질 때, 그림자는 필연적으로 생의 근원에 가까워진다. 김소연의 문장이 지닌 안정된 흡인력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한다. 5. 판화적 글쓰기 인간이 맹점의 존재를 잘 느끼지 못하는 건 맹점에 의한 시야의 어둠을 다른 눈의 시각을 통해 메우기 때문이다. 언어의 눈, 그림자의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빛을 가득 채워 존재가 현현하는 곳을 봉쇄할 때, 우리의 삶은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감정과 생각이 어긋나고, 말과 빛이 허용하는 사유만이 폭거하는 메마른 불모지로 변모한다. 동일성의 사유에 항거하는 최근의 숱한 철학적 사유들이 그 윤리적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삶의 언어를 구원해 내지 못하는 건 이들 이론과 이미지의 현란함이 맹점의 파쇄가 아닌, ‘보완’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언어로 충분히 구체화되지 못한, 자신의 손과 발로 직접 일구어 내지 못한 이미지의 언어들은 스스로가 올바른 대체시각이며, 이 강렬한 빛으로 맹점과 어둠을 몰아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또한 뒤틀린 자만이며 확장된 동일성이다. 그러나 맹점은 우리 삶의 조건이며, 그 종착지이기도 하다. 인간의 조건은 부정되거나 개선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직시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세계와 인간 사이에 놓인 고유한 매개 방식이다. 그림자가 아무런 음성도 없이 지상에 잠시 내려앉은 검은 입으로 말을 건넬 때, 이를 가장 섬세하게 들어줄 수 있는 방법은 어둠을 어둠인 채로 내버려 두는 일이다. 시선의 한구석에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어둠을 받아들이고, 그 어둠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쩌면 인간은 영원히 이 조건을 벗어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하여도 그림자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은 유령처럼 태어나고, 그 절망적인 시도를 되풀이하며 말의 어긋남 속에서 더 진실한 말 하나를 길어 올린다. 이는 시인의 숙명이며, 시의 본질이기도 하다. 이를 김소연의 시적 방법론을 빌려 말하자면 판화적 글쓰기라고 명명해 볼 수도 있겠다. 이 성실하고도 마음 따뜻한 그림자 필경사는 그림자에 각인된 어둠의 지문을 숨죽여 더듬으며 그 굴곡과 깊이를 음화로 찍어 낸다. 어둠의 언어로, 어둠을 끌어안은 채, 어둠 속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삶의 근원적 자세들을 현상해 낸다. 안전한 거리에서 시각의 윤곽을 따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언어로 어둠에 밀착해 어둠을 살아 내면서 몸으로 찍어 내는 것이다. 그의 판화적 글쓰기에서 그림자는 언제나 모상(模像)이 아닌 원상(原象)일 수밖에 없는데, 시선의 권력을 그림자에게 돌려줌으로써 주체가 만들어 낸 일련의 위계상을 단번에 해체해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시가 지향하는 바와 전략이 너무도 명확한 만큼 쉽게 ‘코드’로 환원될 수 있다는 약점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의 시는 ‘코드’로 읽히지 않는다. 그림자를 통해서 ‘무언가’를 말하려 하기보다는, 언제나 그림자 ‘속’에서 그림자 자체를 경험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시는 구체적인 삶의 시공간을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삶의 실경이 굳건하게 뿌리박고 있는 시적 공간에서 그림자의 우화로 그림자의 눈빛에 노출되도록 만들 뿐이다. 태양에 흑점이 많을 때는, 역설적으로 태양의 활동이 가장 ‘극에 달했을’ 상태라고 한다. 내부의 격렬한 균열과 폭풍이 열의 흐름을 방해하여 상대적으로 어둡고 온도가 낮은 부분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고. 어쩌면 그림자에 대해서도 그와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그림자들은 가장 격렬한 생을 통과한 내상들이며, 그 내상이 건네는 말의 뒤틀린 방식이라고. 김소연의 시는 현실 너머의 추상적 피안이 아니라, 뜨거움과 차가움을 절실히 통과한 이후의 ‘이곳’을 그림자의 형상을 통해 추적해 낸다. 삶을 가장 치열하게 마주한 자의 뜨거움으로 그늘이 품은 울음을 읽어 내고 위무한다. 그러므로 그의 시를 일컬어 이렇게 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생의 흑점들로 이루어진 점자들이며, 생의 근원적 자세를 찍어 낸 판화들이라고.
  • 밤에도 공장 덮친다… 사드 보복보다 무서운 中환경감찰

    “이젠 환경감찰조가 밤에도 들이닥칩니다.” 중국 베이징시 순이구에 있는 베이징현대차 3차 협력업체 사장 김모(46)씨는 21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보다 환경감찰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사드 보복은 매출에만 영향을 미치지만 환경감찰에 걸리면 공장 문을 닫고 벌금이나 형사처벌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낮에는 문을 닫고 밤에 공장을 돌렸는데, 이제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고 하소연했다. 김씨처럼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교민들은 “중국의 강화된 환경규제를 충족할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중국 정부가 벌이는 환경감찰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폭풍 단속’이란 이름까지 붙었다. 중앙환경보호감찰조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중앙조직부가 총동원된 감찰이다. 지난 8월 7일부터 9월 11일까지 진행된 전국 차원의 감찰에서 1만 8000여개 기업이 적발됐다. 이들에 물린 벌금만 8억 7000만 위안(약 1495억원)에 달한다. 또 1만 2000명이 넘는 관리들이 문책당했다. 주중 한국대사관과 코트라 베이징 무역관에 따르면 베이징·톈진·허베이 등 수도권 지역은 사실상 상시 감찰을 받고 있다. 중앙 감찰이 끝나자마자 동계 대비 수도권 특별 감찰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 감찰 당시 베이징에서 적발된 기업만 5500여개에 이른다. 베이징의 행정기관이 대거 옮겨갈 퉁저우에서 조업했던 현대차 협력업체 3곳도 생산중단 명령을 받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전기공급까지 끊겨 더이상 버틸 수가 없다”면서 “기아차 공장이 있는 장쑤성 옌청으로 옮겨 갈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중단 명령을 받은 일부 업체들은 토지증과 건물허가증이 없는 게 문제가 됐다. 10여년 전 중국에 진출할 당시만 해도 현지 지방정부는 농지에 공장을 짓는 것을 눈감아 줬다. 하지만 환경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농지에 지어진 공장이 모두 철거 대상이 됐다. 그동안 지방 정부와 쌓아 온 유대 관계도 별 소용이 없다. 중앙 차원의 단속이라 업체를 감쌌다가는 지방 공무원들이 처벌받기 때문이다. 환경 감찰은 앞으로 더 강화될 전망이다. 베이징시는 최근 겨울 난방이 시작되는 11월 15일~익년 3월 15일까지 토목, 석재, 철거 공사를 전면 중단하는 통지문을 발표했다. 동절기 특별감찰에서 대기오염 해소 목표 달성 비율이 30% 이하면 지방정부 시장이, 초미세먼지(PM 2.5) 평균농도가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나면 당서기까지 문책을 받게 된다. 다음달 18일 개최하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7월 26일 환경오염과의 전쟁을 금융리스크 억제, 빈곤퇴치와 함께 3대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 지난 5월 환경보호부 부장(장관) 출신인 천지닝(陳吉寧)을 베이징 시장으로 앉힌 것은 “경제성장률이 떨어져도 베이징의 하늘을 맑게 하겠다”는 시 주석의 의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인사였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핵폭탄 떨어지면...라디오 찾아서 지하로 대피하라

    핵폭탄 떨어지면...라디오 찾아서 지하로 대피하라

    만에 하나 핵전쟁이 발발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가까운 대피소를 알아두고 공습경보에 귀 기울여야 한다. 북한이 미사일이나 대포를 쏘면 수분 내 서울에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지하대피소를 알아두고 잘 모를 때는 일단 지하로 내려가는 것이 좋다.행정안전부는 `비상시 국민행동요령`을 배포해 전쟁이 일어나기 전 국민들이 숙지해야 할 사항을 알렸다. 주요 내용은 △비상시 대피소 찾기 △전시 필요한 물자 준비 △방독면 착용 방법 숙지 등이다. 통상 비상시 대피소는 지하철역, 지하주차장, 대형건물 지하실 등 빨간색 민방공 표지판이 부착돼 있는 지하시설이다. 국가재난정보 홈페이지(www.safekorea.go.kr)에서 전국 지역별 비상대피소를 확인할 수 있고, 이동 중 대피해야 할 경우 스마트폰 `안전디딤돌` 앱을 활용하면 현재 위치 인근의 비상대피소를 확인할 수 있다. 핵무기는 폭발 시 막대한 에너지를 발산하는데, 열 복사선으로 30%, 폭풍으로 55%, 방사선으로 15%가 나온다. 이 모든 것으로부터 피해를 가능한 한 줄일 수 있는 곳은 지하공간이고 이쪽을 대피해야 한다. 지하시설이 없는 경우에는 건물 중앙에서 튼튼한 탁자 아래에 엎드리는 게 최선이다. 지하공간에서는 천장이 무너질 때를 대비해 가장자리 쪽에 붙어 있어야 한다. 경보가 늦거나 대피 공간이 먼 경우에는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폭발을 맞을 수도 있다. 만약 강한 섬광을 인지한다면 2~3보 이상 발걸음을 떼서는 안 된다. 그 대신 핵폭발 지점의 반대 방향으로 지면 또는 도랑의 바닥 부분에 배를 닿지 않게 엎드려야 한다. 이때 입은 벌리고 눈·귀는 막아야 한다. 핵폭발로 발생한 섬광을 직접 보면 실명한다. 콘크리트 벽처럼 핵폭발로 인해 발생하는 충격과 바람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을 신속하게 찾아야 한다. 핵폭발 이후 파편물 낙하가 멈출 때까지는 엎드린 채 기다려야 한다. 이후 정부 안내에 따라 방사능 낙진 지역에서 대피하되, 비닐이나 우의 등으로 신체 노출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낙진은 핵폭발에 의해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먼지, 눈, 비 따위에 섞여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핵무기가 폭발하면 바람에 따라 다르지만 4시간 이내에 폭발 원점으로부터 15㎞ 지점까지 낙진으로 심각한 오염이 발생한다. 30㎞까지는 24시간 이내에 상당한 오염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안내에 따른 대피가 절실히 필요하다.만약 방사능 낙진에 몸이 오염됐다면 이를 즉시 제거해야 한다. 상처난 피부를 가장 먼저 씻어야 한다. 그다음에는 귀·입·코 등 신체에서 외부로 열려 있는 부분을 씻어낸다. 상처가 없는 피부는 그다음에 씻되 신체의 가장자리부터 시작해서 중심부 순으로 서서히 씻어내야 한다. 생리식염수와 과산화수소, 미지근한 물, 비누나 샴푸 등을 이용해서 씻는 게 방법이다. 방독면과 비닐옷 등을 평소 가정에 준비해두는 것도 중요하다. 갑자기 구매하려면 찾기 힘든 라디오와 배터리도 반드시 미리 준비해야 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유차 배출가스 인증 강화 1년 미룬다

    인증받은 車 내년 9월부터 적용 기준 미달땐 30%까지 판매 가능 환경부가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계기로 추진했던 강화된 경유차 배출가스 인증시험을 단계적으로 하기로 했다. 국내 자동차 제작사들이 ‘후폭풍’의 직격타를 맞게 된다는 점에서 준비기간을 부여하되 자발적으로 미세먼지 저감 대책 등을 추진하는 ‘상생’을 선택했다. 환경부는 27일 중·소형 경유차의 실내 인증시험 방법에 기존 연비·배출가스 측정방식(NEDC)이 아닌 국제표준 배출가스시험방법(WLTP)을 도입하는 내용으로 지난 6월 29일 입법예고했던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일부 변경해 28일 재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재입법안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새로 인증을 받아 출시하는 경유차의 배출가스 측정방법으로 WLTP를 도입하고, 앞서 인증받은 차량은 2018년 9월부터 적용하되 인증을 받지 못하면 전년도 출고량의 최대 30%만 팔 수 있게 된다. 당초 환경부는 인증을 받지 못한 차량에 대해서는 판매를 중단할 방침이었다. WLTP는 2014년 3월 국제기술규정으로 마련된 시험방법으로 가속·감속 패턴 등을 실제 운행 상황에 맞춰 검증하고 주행시험 시간을 20분에서 30분으로 늘리는 등 엔진사용 영역을 확대해 ‘임의설정’을 차단할 수 있다. 시험 조건이 강화되지만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기존 방식(0.08g/㎞ 이하)과 동일하다. 유럽연합과 한국이 처음 도입한다. 생산 중단 등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지만 합의안은 내년 9월부터 2019년 8월까지 한시 적용된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단독] 노후 화력발전 폐쇄 정책에 남동·동서발전 상장 올스톱

    [단독] 노후 화력발전 폐쇄 정책에 남동·동서발전 상장 올스톱

    “기업가치 떨어졌다” 판단… 강행 땐 ‘헐값 매각’ 논란 한수원 등 6곳도 미뤄질 듯… 기재부 “현 정책 방향 연동”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던 에너지 공기업 상장이 사실상 중단됐다. 가장 먼저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동서발전 등 2곳을 연내에 상장한다는 계획이 내년 이후로 미뤄진다. 새 정부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한 후폭풍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매출 대부분을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두 발전사가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다음 차례인 한국수력원자력 등 나머지 6개 공공기관의 상장도 연기가 불가피해졌다.정부 고위 관계자는 27일 “올 상반기에 남동발전을, 하반기에 동서발전을 기업공개(IPO)할 계획이었지만 연내 상장이 어렵게 됐다”면서 “상장을 하려면 제값을 받고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시장 투자자들은 노후 화력발전 폐지 정책이 발전사의 기업 가치를 떨어뜨렸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기업 쪽도 상장 지연을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남동발전 고위 관계자는 “정부 방침을 기다리는 상황인데 외부에서 민영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서 상장 시점이 올해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에너지 공기업 상장은 지난해 6월 박근혜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의 하나로 추진됐다. 당시 정부는 공공기관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자율적인 감시와 감독 강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남동발전, 동서발전, 남부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DN, 한국가스기술공사 등 8곳의 에너지 공기업을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상장하겠다고 했다. 이런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은 정권 교체 이후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 대책으로 30년 이상 된 석탄화력발전소 10기 가운데 8기에 대해 6월 한 달간 가동을 중단하고 임기 내에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발전 비용이 저렴한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면 발전사들은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시장에서 평가받는 공모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폐쇄 대상인 노후 화력발전소 10기는 상장 대상인 남동·동서·중부발전 3곳이 운영한다.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의 석탄화력 의존 비중은 각각 90%, 62%에 이른다. 정부는 공모가가 기대에 못 미치면 상장 시점을 연기한다는 입장이다. ‘헐값 매각’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개최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김종수 공운위원은 “내년에 2개 발전사를 무조건 상장할 필요가 없고 시장 상황이 아주 안 좋으면 연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순애 위원도 “실제 값보다 훨씬 더 적게 받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에너지 공기업 상장은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방향과 연동해 추진할 필요가 있어 상장 시점을 올해로 못박지 않고 시간을 두고 검토할 것”이라면서 “정산조정계수 제도 개선 등 상장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환경문제 해결의 골든타임, 지금이다/조경규 환경부 장관

    [월요 정책마당] 환경문제 해결의 골든타임, 지금이다/조경규 환경부 장관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인터스텔라’는 인간이 살 수 없게 된 지구를 대신할 수 있는 행성을 찾아 우주로 떠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환경 파괴와 식량난으로 생존의 위협에 처한 사람들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한다.환경 파괴의 영향으로 인류는 옥수수만을 유일한 식량작물로 삼아 겨우 살아간다. 흙먼지 폭풍으로 일상의 평온은 깨어졌고, 날이 갈수록 비참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인류의 미래를 너무 비관적으로 그렸다고 볼 수도 있으나 이 영화는 역설적으로 ‘하나뿐인 지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지구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황폐화된다면 우리에게 대안이 있을까. 전기자동차 제작사인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지구 밖에 인간의 거주지를 건설하고자 시도하고 있으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이 같은 발상은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아직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생존과 번영의 터전인 지구를 살기 좋은 곳으로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자 우리들의 의무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깨끗한 물이다. 인류의 문명이 큰 강을 중심으로 발달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물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러나 근래 우리가 처한 물환경의 여건은 녹록지 않다. 잦아지는 가뭄과 수질오염 등으로 국민 생활에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 등 대기오염도 국민들이 심각하게 느끼는 환경문제다. 마스크의 판매가 평년보다 4배 이상 증가했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야외학습과 운동회도 취소되곤 한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 체감 오염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생물종의 감소도 매우 심각하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생물의 멸종 속도가 인간의 영향이 없을 때보다 1000배 이상 빨라졌다고 한다. 지질학자들은 현 지질학 시대인 ‘홀로세’를 잇는 ‘인류세’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향후 500년 내로 지구상에 여섯 번째 대멸종이 발생해 생물종의 50%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산업화로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현상이 엄습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활성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 온실가스 배출 증가 속도는 터키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환경문제를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쉽지 않지만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실천이 중요하다. 정부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 중단과 미세먼지 대책기구 설립 등 강력한 대응책을 추진하고 있다. 4대강의 생명성 회복을 위해 지난 1일부터 4대강 6개 보를 상시 개방했다. 또 수량·수질의 이원화된 관리 구조에서 탈피해 효율적인 물관리 정책의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동안 정부와 시민사회, 전문가가 보다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기울여 온 노력에 더해 환경정책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6월 5일은 유엔에서 지정한 ‘세계 환경의 날’로 45주년을 맞게 됐다. 유엔에서 정한 올해 주제는 ‘인간과 자연을 잇는다’(Connecting People to Nature)이다. 인간과 자연은 별개의 존재가 아니며, 자연의 일부이고 상호의존적으로 연결된 관계임을 나타낸다. 뫼비우스의띠가 안과 밖이 구별되지 않듯이 환경문제도 단순히 쾌적한 삶의 질을 보장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의 생명, 건강, 안전과 직결된 문제임을 의미한다. 춘추좌씨전에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말이 있다. 편안할 때도 장차 있을지 모를 위험에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환경은 파괴된 후 복원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많은 고통이 수반되기에 사전 예방적인 관리가 필수다. 생명과 환경 가치가 살아 숨 쉬는 지구를 만들기 위한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 유진 기태영 딸 로희, 집에서 장화 신고 워킹 ‘엄마 판박이 미소’

    유진 기태영 딸 로희, 집에서 장화 신고 워킹 ‘엄마 판박이 미소’

    가수 겸 배우 유진이 딸 로희의 근황을 전했다. 유진은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미세먼지 때문에 밖에 나가놀지 못하는 불쌍한 요즘 아이들. 엄마가 장마철 대비로 준비한 장화와 우비 꺼내와 신어보며 신나게 노는 딸내미~♡ 비오면 엄마랑 세트로 장화 신고 나가서 분위기 잡자~!”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속 로희는 분홍색 우비와 장화를 착용한 채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다. 폭풍 성장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한편 유진 기태영 부부는 딸 로희와 함께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 중이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4차 산업혁명의 ‘희망봉’, 우리의 해양/엄기두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

    [월요 정책마당] 4차 산업혁명의 ‘희망봉’, 우리의 해양/엄기두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

    예부터 바다는 고부가가치 상품 무역을 둘러싼 ‘경쟁의 장’이었다. 15세기 이후 세계를 사로잡은 상품은 단연 향신료였다. 후추향에 길들여진 유럽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유럽 각국은 해상 무역 유통로를 확보하는 데 혈안이 됐다. 포르투갈은 후추를 얻기 위해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에 있는 ‘폭풍의 곶’을 돌아 인도에 이르는 항로를 개척했다. 후에 이 항로를 ‘희망의 곶’이라고 부를 정도로 포르투갈 국력 성장의 기반이 됐다.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도 향신료를 얻기 위함이었으니 주력 수출품을 둘러싼 유럽 열강들의 경쟁은 대단했다고 할 수 있다. 해상 무역의 발전은 향신료에 이어 설탕, 차(茶) 등의 고부가가치 상품을 선점하고 이를 유통시키기 위한 항로를 개척하면서 본격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해운은 1990년대 이후 컨테이너 화물과 자동차, 선박 등 주력 수출품을 등에 업고 경쟁력을 확보했다. 여전히 우리 해운산업은 컨테이너 화물과 자동차 등에 의존하고 있으며 기존 수출입품의 물동량 유치 경쟁에 치중하고 있다. 국가 간 중심항 경쟁이 치열해지고 물류비용을 아끼려는 노력이 커지면서 항만 시설 확보에 의존한 항만 경쟁력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더욱이 해운·항만업계가 침체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운·항만산업의 전망도 밝지 않다. 저성장 기조로 물동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한진해운 사태까지 겹치면서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해운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15세기 향신료처럼 새로운 부가가치 영역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 해운산업에는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떠오를 고부가가치 아이템들이 많다. 예를 들어 이송·야드 장비를 완전 자동화해 별도의 인력이 필요 없는 ‘하역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육상 드론을 활용해 항만 경비 업무를 강화할 수 있다. 벌크 화물 등에서 발생하는 먼지나 대기오염을 최소화하는 클린 항만시스템 개발도 주목받는다. 해양수산부는 이러한 고부가가치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해 독자적인 연구개발(R&D)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 해운·항만 분야의 기능 개선과 고도화를 위해 고심해 왔고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2008년부터 253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3차원 고속컨테이너 검색기’가 대표적이다. 이 기술은 미국이 항만보안 정책을 강화해 예정대로 내년부터 수입 컨테이너 화물에 대한 전수검사를 의무화할 경우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검색기는 전량 수입되고 있다. 대당 약 1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33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컨테이너 검색기는 컨테이너를 개봉하지 않고 내부 화물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다. 수출 화물에 대한 전수검사가 시행되면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항만 혼잡이 가중되면서 체선과 체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새로운 검색기는 순환구조의 전자동 시스템을 도입해 1시간에 60대의 컨테이너를 지체 없이 검사할 수 있다. 또 입체적 투시를 통해 컨테이너 내부의 겹쳐진 화물들을 원근감 있게 판독할 수 있다. 이 3차원 기술은 컨테이너 화물 내 이물질에 대한 판독을 용이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해상 통신을 디지털화하는 기술 개발도 내년이면 완성된다.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통신은 쉽게 끊기고 통신 간 호환이 잘 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디지털 해상 통신기술 개발로 망망대해에서도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른 통신비용 절감 효과가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종이 문서에 기반해 이뤄지던 선박 입출항 업무를 전자 문서화하는 데도 획기적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 융·복합 기술에 기반해 기존 선박 운항 시스템을 고도화한 ‘e내비게이션’과 연계해 선박과 육상 간 행정 업무를 대폭 줄일 수도 있다. 조만간 해양에서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으로 국민 모두가 바다에서 행복을 실현하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 중구난방·좌고우면… 대통령 ‘입’만 쳐다보는 정부

    중구난방·좌고우면… 대통령 ‘입’만 쳐다보는 정부

    조선·해운 등 시급한 구조조정… 柳부총리 컨트롤타워 역할 못해 박근혜 정부 들어 ‘경제부총리’ 제도가 되살아났다. 개별 부처들이 우리 경제의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일관되고 체계적으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부총리제의 부활이 성공했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자꾸만 줄어가고 있다. 경제에 대한 인식과 대응의 일관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경제 주체들의 안정적인 변화를 유도하기보다는 혼란을 유발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인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등 공급 과잉 업종 구조조정만 봐도 그렇다. 업계에 구조조정의 방향과 강도에 대한 ‘시그널’을 보내는 주체가 누구인지가 우선 불명확하다. 이런 난맥상은 지난달 말 ‘철강·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에서 잘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관계장관회의 직후에 이를 발표하기로 돼 있는 상황에서 이틀 앞서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석유화학업계 간담회에서 내용을 공개했다. 구조조정을 포함한 중요 보고서가 정부에 제출되면 이를 관계 장관들이 모여서 논의한 뒤 부처 간 의견을 조율해 경제부총리가 발표하는 게 일반적인데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구조조정같이 중요한 사안을 무슨 ‘전야제’식으로 발표하느냐”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기재부에서는 “주무장관의 의욕이 앞선 것”이라고, 산업부에서는 “유 부총리에게 쏠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발표 시점을 미리 맞춘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폭풍에 대한 대책 마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때는 팀장을 어디에서 맡을지를 놓고 기재부와 해양수산부 사이에 서로 떠미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강남발(發) 재건축 광풍’에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요 억제카드를 담지 않았던 ‘8·2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투기 과열지구 지정과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6월에 나온 ‘미세먼지 대책’처럼 정책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여론의 추이를 보며 좌고우면하다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면 그제서야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도 반복되고 있다. 입법 이후 18개월이 지나서야 시행된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의 법령 해석 지원 TF가 법 시행 17일 만에 구성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달 28일부터 법이 시행되면서 화훼업계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정부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유관기관이 합심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지시하자 엿새 뒤인 17일에 황교안 국무총리가 당초 일정에 없었던 김영란법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TF를 구성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경제부처 수장들을 바꾸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라면서 “현 경제팀이 강남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강화처럼 문제 상황에 맞는 대책을 바로 실행함으로써 시장에 정부의 정책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WHO “세계 인구 10명 가운데 9명은 공기오염에 노출”

    전 세계 인구의 92%가 공기 오염 기준치를 초과하는 대기 환경 속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세계보건기구는 새로운 연구모델로 대기오염과 사망률의 관계를 추적해 펴낸 보고서에서 2012년 한해에만 650만명이 실내외 대기오염으로 숨졌으며 이는 전체 사망자 수의 11.6%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WHO의 대기오염 기준치는 미세먼지(PM-10·지름 10㎜ 이하 먼지)가 일평균 50㎍/㎥, 연평균 20㎍/㎥ 이하이고 초미세먼지(PM-2.5)가 일평균 25㎍/㎥, 연평균 10㎍/㎥이하 이다.  실외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300만명 정도로 추산됐지만 실내 공기 오염으로 숨진 사망자 수는 더 많아 실내 공기 관리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대기오염과 관련된 사망자의 90%는 남동 아시아, 서태평양 지역의 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에 살았고 49%가 심혈관계 질환과 뇌졸중, 만성폐쇄성 폐 질환, 폐암 등 질병을 앓았다.  공기오염의 주원인은 비효율적인 교통수단과 가정용 연료, 폐기물 소각, 화력발전, 산업 활동 등이었지만 사막 지역에서는 모래 폭풍 등도 공기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의 도시·교외 지역 연간 농도는 국가별 소득 수준에 따라 확연히 갈라졌다. 지름 2.5㎛ 이하로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인 초미세먼지는 호흡기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까지 침투하기 때문에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WHO는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다.  호주(6㎍/㎥), 캐나다(7㎍/㎥), 핀란드(7㎍/㎥), 덴마크(10㎍/㎥), 프랑스(12㎍/㎥), 독일(14㎍/㎥), 벨기에(15㎍/㎥) 등 부자 나라들은 연간 초미세먼지 중간값이 WHO 기준치를 밑돌았다. 한국은 26㎍/㎥로 페루(26㎍/㎥), 폴란드(24㎍/㎥), 니카라과(24㎍/㎥), 앙골라(27㎍/㎥) 등과 비슷했다.  일본(13㎍/㎥)은 벨기에보다 나은 공기 수준을 보였고 중국은 54㎍/㎥로 기준치를 훨씬 초과했다. 조사 대상국 중에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108㎍/㎥로 가장 높았다.  지역별로는 지중해 동부(104㎍/㎥), 남동아시아(59㎍/㎥), 서태평양 저소득지역(54㎍/㎥), 아프리카(37㎍/㎥) 등으로 나타났다.전 세계 평균은 43㎍/㎥였다.  한국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병 때문에 사망하는 수(남녀 합산)가 인구 10만명당 23명이었고 연령을 보정했을 때 16명이었다. 중국은 각각 76명, 70명이었고 일본은 24명, 9명이었다. 이번 조사는 103개국 2972개의 도시를 대상으로 위성과 지상 관측장비를 이용해 이뤄졌다.  한편 2008∼2013년 초미세먼지 농도는 매년 8% 가량 나빠졌다. 유럽과 서태평양고소득 지역은 공기질이 개선됐지만 다른 지역은 악화하는 등 경제력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플라비아 부스트레오 WHO 사무차장은 “공기 오염은 여성, 어린이와 노약자 등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인류의 건강을 위해서는 태어날 때부터 마지막까지 깨끗한 공기로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함부로 가혹하게… 제품들의 ‘극한 도전’

    함부로 가혹하게… 제품들의 ‘극한 도전’

    ‘함부로 가혹하게.’ 30도를 훌쩍 넘는 폭염에 기진맥진한 사람들과 다르게 기계들은 잘 버텨 주고 있다. 길에 퍼지는 자동차도, 더위 먹고 과부하가 걸려 고장나는 선풍기나 에어컨도 없다. 퍼진 자동차를 상상하는 자체가 ‘옛날 사람’임을 인증한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에게 폭염 때문에 ‘메이드 인 코리아’가 고장날 수 있단 생각은 낯설다. 이유는 ‘한국 제품 좋다’는 6글자로 쉽게 압축되지만, 이면을 보면 그 바탕에 깐깐한 품질·제품 안전성 시험 과정이 숨어 있다. 다 만든 제품에 불을 지르는가 하면, 제품을 모듈별로 분해해 혹한·폭염·소금물에 방치하는 과정들이다. ●고문하듯… 칼로 긁고 침수시키는 스마트폰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애지중지하지만, 유독 스마트폰에 냉담한 이들도 있다. 제리릭은 ‘제리릭에브리싱’이란 계정으로 유튜브에 신형 휴대전화 테스트 영상을 올린다. 애플의 아이폰,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LG전자의 최근 모델인 G5 등이 모두 제물이 됐다. 제리릭은 스마트폰 화면과 카메라 렌즈를 면도칼로 긁어 보고, 화면에 라이터를 대 보고, 있는 힘껏 구부러뜨린다. 이런 영상들이 아이폰의 휨 현상(밴드게이트) 논란을 부른 적도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제리릭보다 더 높은 강도의 시험을 통과한 제품을 출고한다. LG전자는 “낙하 시험, 고온·저온 시험, 습기 시험, 터치스크린 시험, 키 프레스 시험 등 다양한 조건에서 각종 내구성 관련 시험을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몇 년 전 갤럭시 시리즈에 가하는 신뢰성 시험 4종류를 뉴스룸에서 전격 공개했다. 1㎏ 하중의 압력으로 0.5초에 한 번씩 홈키를 20만번 눌러 보고, 100㎏ 몸무게의 사람이 깔고 앉았을 때를 가정해 100회 깔아 보고, 좌우로 25차례 이상 비틀어 보고, 작은 세탁기통 같은 곳에 날카로운 실리콘과 스마트폰을 함께 넣고 돌려 흠집이 나는지 파악하는 ‘극한 4종’의 영상은 금세 입소문을 탔다. 여기에 더해 소비자가 시간당 60㎖ 빗속에서 최소 1회 이상 통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침수 기준에 따른 시험, 10여분간 비를 맞힌 스마트폰을 정상 작동시키는 시험, 12ℓ의 물을 35초간 스마트폰에 쏟아붓고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시험이 진행됐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S7과 19일 시판된 갤럭시노트7은 방수폰으로 이보다 더 가혹한 침수 시험을 거쳤다. 갤럭시노트7에 대해 삼성전자는 물속에서 사용하는 체험 행사를 진행, 소비자들에게 갤럭시노트7을 함부로 다룰 기회를 줬다. 스마트폰을 대하는 소비자 태도가 가혹해질수록 부품사는 긴장한다.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공급업체인 LG이노텍과 삼성전기의 안전 테스트가 경쟁하듯 진화하는 이유다. LG이노텍은 누군가가 손을 부들부들 떨며 스마트폰 셀카를 찍는 상황, 하필 카메라 렌즈 쪽이 바닥에 닿게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때, 정전기로 무장한 먼지가 렌즈에 찰싹 달라붙었을 때 등을 ‘머피’처럼 생각하고 시험을 설계한다. LG이노텍 측은 “업계 최초로 손떨림 테스트 장비를 자체 개발해 수십대 검사 장비 안에 카메라 모듈을 넣어 스마트폰을 6개 방향에서 수백번씩 흔들며 촬영하는 가혹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여러 기후를 가정해 이런 시험을 반복하고, 낙하·분진 내구성도 다양하게 시험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반도체 생산라인에 버금가는 ‘10존 클린룸’을 운영하는데, 10존이란 2800㎤의 공간에 0.0005㎜ 크기의 먼지가 10개 이하인 상태를 뜻한다. ●극한 환경… 80도 고온·영하 40도 살아남고 삼성전기의 카메라 모듈 역시 극한 환경을 모두 경험하고도 제 모습과 기능을 유지했을 때 스마트폰·태블릿·자동차 등에 탑재된다. 탑재되는 기기뿐 아니라 브랜드별로 천차만별인 시험 조건을 모두 충족했을 때 제품이 되는 것이다. 삼성전기에서도 가혹한 상상은 필수다. 요즘 같은 날씨에 밀폐된 차에 휴대전화를 방치했을 경우를 생각해 80도 고온에서 4일(96시간) 보관해 보고, 사우나를 생각해 60도·습도 90% 환경에 4일간 카메라 모듈을 두기도 한다. 역으로 극지방 날씨인 영하 40도에 4일 보관해 본다. 영하 40도에 30분간 모듈을 둔 뒤 즉시 80도로 온도를 높여 30분간 보관하는, 지구 멸망의 날이나 우주로 로켓을 발사하는 환경처럼 이례적인 상황을 감안한 듯한 시험도 이 회사는 감행한다. 낙하 시험은 8㎝ 높이에서 전·후면 합쳐 5000회 실시되고, 1.5m 높이에서 12차례 떨어뜨리는 시험도 이뤄진다. ●시련의 질주… 신형車 세계 각지서 극한 주행 가전제품들이 실내에서 ‘고문’을 당한다면, 자동차는 아주 척박한 곳에서 ‘시련’에 처한다. 현대·기아차는 세계 각지의 다양한 주행시험장에서 차량 테스트를 진행한다. 특히 독일 프랑크푸르트 서쪽으로 약 170㎞ 떨어진 ‘뉘르부르크링 서킷’은 20.8㎞의 코스에 총 73개의 코너와 급경사가 반복되는 가혹한 도로로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벤츠, BMW, 포르셰 등의 테스트센터가 모여 있다. 지난해 출시된 현대차의 ‘제네시스 EQ900’은 이 서킷을 하루 30바퀴씩 달리며 주행 성능을 시험했다. 미국에 있는 현대·기아차의 ‘모하비주행시험장’도 험난한 환경으로 명성이 높다. 사막 한가운데 여의도 면적의 6배인 1770만㎡ 규모로 2005년 완공된 이 시험장에서 2013년 출시된 2세대 제네시스가 단련됐다. 여름 기온이 39~54도에 이르고, 폭풍이 오면 비와 눈이 몰아치는 환경이 특징이다. 현대·기아차는 요즘 ‘감성 품질’ 향상에 매진 중이다. 고객의 편안함을 극대화시키는 게 ‘감성 품질’의 핵심이지만, 정작 차량엔 한결 엄격한 시험이 실시되고 있다. 지난 3월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 설립된 시트개발연구소인 ‘시트 컴포트랩’에서는 전선·센서가 달린 옷을 입은 연구원들이 개발 단계 시트에 앉아 주행 시 진동·충격을 확인하는 시험을 한다. 남양연구소의 ‘소음진동개발센터’에서는 이른바 ‘소리 디자인’이 한창인데 시동 거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방향지시등 소리까지 아름답게 만드는 시험이 반복되고 있다. ●가혹의 끝… 관통하고 불내는 전기차 배터리 미래 자동차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안전성 시험은 가혹함의 끝을 보여 준다. 삼성SDI의 울산사업장에 설치된 배터리 내구성 시험장인 ‘안전성 평가동’에서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적용되는 중대형 배터리 성능을 집중 테스트한다. 이 안에서 배터리는 압축, 관통, 낙하, 진동, (자동차) 급정거, 전복 사고 시 회전, 높은 전류로 충전하는 과충전, 고열, 열충격 등을 시험받는다. 그러니까 1t 이상 무게로 눌러 보고, 긴 못으로 배터리를 찔러 관통시키고, 일부러 충전 단자도 잘못 꽂아 보고, 가끔 배터리에 불도 낸다. 삼성SDI 관계자는 “차량 사고가 나거나 전복됐을 때 배터리가 폭발해 2차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자체로 비극일 뿐 아니라 전기차 산업 자체가 수요를 잃을 수도 있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안전한 배터리를 만드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종 시험을 토대로 삼성SDI는 튼튼한 알루미늄 케이스에 배터리 소재를 넣는 ‘캔 타입’ 기술, 내부 가스 방출 기술 등을 개발했다. 다양한 제품의 ‘가혹 테스트’는 얼마나 자주 시행될까. 제조사들은 “시간과 비용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많이”를 외쳤다. 예컨대 올레드TV를 생산하는 LG전자 구미사업장의 시험실은 포장까지 끝난 제품 창고 앞에 있다. 이 시험실에서 무작위로 선택한 올레드TV의 포장을 뜯어 72시간 동안 껐다 켜기부터 고온에 방치하기까지를 반복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미세먼지로 못 간 마라톤… 환불 없다네요

    미세먼지로 못 간 마라톤… 환불 없다네요

    야구경기도 규정 있지만 ‘사문화’ 환경부는 실외 활동 자제 강령만 서울시 ‘경보 따라 취소’ 조례 발의 농도 등 연계 환불규정 정비 시급 “미세먼지가 극심한 날이어서 도저히 마라톤을 할 수 없었죠. 주최 측에 환불을 요청했더니 미세먼지는 천재지변이 아니기 때문에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참가비만 날린 거죠.” 지난해 마라톤을 시작한 직장인 김모(30)씨는 15일 “4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린 마라톤 대회의 경우 전날부터 서울 하늘이 미세먼지로 뿌옇게 뒤덮이더니 전국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며 “이날 서울 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 수준인 165㎛/㎥였다”고 말했다. 대회 당일에도 미세먼지 농도가 심할 것이라는 예보를 본 김씨는 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참가비 2만원을 환불해 달라고 주최 측에 요청했다. 하지만 그는 “취소 환불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답만 들었다. “미세먼지 농도가 아무리 심해도 천재지변이나 자연재해가 아니기 때문에 환불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결국 대회 출전을 포기했는데 대회 당일 오전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인 146㎛/㎥였어요.”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증가하면서 극심한 미세먼지의 경우 우천이나 폭염처럼 천재지변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참가비나 입장료 등을 돌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소비자원의 환불규정에는 기상청이 강풍·풍랑·호우·대설·폭풍해일·지진해일·태풍 주의보 또는 경보를 발령할 때 입장료·참가비의 일부 또는 전체를 환불하도록 돼 있지만 미세먼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지난달 자녀들과 함께 프로야구를 관람하려던 서모(33·여)씨는 경기 당일 미세먼지 농도가 심해지자 티켓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나 ‘예매 취소는 경기 4시간 전까지만 가능하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서씨는 “비가 와서 경기가 취소되면 자동 환불 처리되는데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는 게 황당했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 관계자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경기를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은 있지만 현재까지 미세먼지로 인해 경기를 취소한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행사가 미세먼지 농도와 무관하게 강행되는 것도 문제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121~200㎛/㎥) 이상이면 실외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환경부의 행동강령이 있지만 강제 조항이 아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세먼지 주의보, 경보 발령은 권고 사항일 뿐 행사 취소 여부는 주최 측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의회에서는 미세먼지 주의보·경보가 발령되면 시에서 주최하는 야외 행사를 취소·중단하는 내용의 조례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정윤선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은 “민간이 진행하는 행사 등은 강제 취소가 어려운 만큼 미세먼지 주의보·경보가 발령되면 적용할 환불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미세먼지 줄이기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미세먼지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는 방안도 논의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이른 더위·미세먼지… 무풍에어컨 ‘폭풍 매출’

    이른 더위·미세먼지… 무풍에어컨 ‘폭풍 매출’

    8일 삼성 디지털프라자 서울 강서본점을 찾은 고객들이 삼성전자 ‘무풍에어컨 Q9500’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무풍에어컨을 출시한 지 4개월 만에 10만대를 팔았다고 밝혔다. 더위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데다 미세먼지로 공기 청정 기능을 갖춘 에어컨 수요가 늘면서 에어컨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우주를 보다] 8분 음표로 연주되는 ‘별들의 고향’ N55

    [우주를 보다] 8분 음표로 연주되는 ‘별들의 고향’ N55

    심우주의 생(生)과 사(死)가 교차하는 장엄한 모습이 환상적인 천체사진과 영상에 담겼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유럽남방천문대(ESO)는 칠레에 설치한 초거대망원경(VLT)으로 촬영한 아름다운 성운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 속 성운의 이름은 'LHA 120-N55'(이하 N55)로 지구와의 거리는 무려 16만 3000광년. 성간 가스와 먼지, 그리고 막 태어난 별들로 이루어진 N55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인 마젤란 은하에 속해있다. 우리 은하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마젤란 은하는 마젤란 구름(Large Magellanic Cloud)이라고도 불리며 대마젤란은하와 소마젤란은하로 구성돼 있는 불규칙 은하(일정한 모양을 갖추지 않은 은하)다. 전체적인 모습이 마치 8분 음표와 닮아 '8분 음표 성운'(Eighth Note Nebula)이라고도 불리는 N55는 '슈퍼버블'(superbubble)이라 불리는 LMC 4 안에 위치해있다. 무려 수 백 광년에 걸쳐져 있는 슈퍼버블은 초신성(超新星) 폭발과 항성풍으로 생성된 것이다. 초신성은 이름만 놓고보면 새로 태어난 별 같지만 사실 종말하는 마지막 순간의 별이다. 일반적으로 별은 생의 마지막 순간 남은 ‘연료’를 모두 태우며 순간적으로 대폭발을 일으킨다. 이를 초신성 폭발이라고 부르며 이 때 자신의 물질을 폭풍처럼 우주공간으로 방출하며 이 과정에서 거대한 거품이 만들어진다. ESO 측은 "N55는 고밀도 가스와 먼지가 뭉쳐져 있어 이 속에서 수많은 별들이 탄생한다"면서 "사진 속 파란 혹은 흰색으로 빛나는 것이 바로 이곳에서 태어난 별들로 불과 수백 만 년 정도의 나이 밖에 되지 않을 만큼 어리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다이노+] 왜 새는 공룡과 함께 멸종하지 않았나?

    [다이노+] 왜 새는 공룡과 함께 멸종하지 않았나?

    오늘날 새들의 조상이 되는 일부 공룡이 대재앙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씨앗을 쪼아먹는 단순한 식이행동 덕분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금으로부터 6600만 년 전쯤, 우리 지구에는 거대 소행성 또는 혜성이 충돌해 대량 멸종이 일어났다. 우리가 잘 아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나 트리케라톱스와 같은 덩치 큰 공룡뿐만 아니라 새와 닮은 작은 공룡들도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새를 닮은 공룡 중 일부는 어떤 연유로 백악기 말기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고, 이후 오늘날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는 새들로 진화했다. 과학자들은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치아가 없는 부리를 가지고 있어 씨앗을 먹는 음식 섭취 습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론과 함께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 이번 이론은 왜 오늘날 살아남은 새 중에는 치아가 있는 부리를 가진 종이 없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데릴 라슨 캐나다 토론토대 박사과정 연구원은 “백악기 공룡 마니랍토란은 잘 알려진 그룹이 아니지만 오늘날 새와 가장 가까운 친척 중 일부다”면서 “백악기 말기에 이들을 포함한 많은 공룡이 멸종했지만, 일부는 살아남아 오늘날 대표하는 새들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서로 비슷한 마니랍토란 그룹에서 왜 차이가 있었느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오늘날 새와 한 계통군에 속하는 마니랍토란 4종에 관한 수집된 이빨 화석 3000여점의 자료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마니랍토란의 생물 다양성이 바로 백악기 말기까지만 지속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때 하나의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해 대량 멸종을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오늘날 새들의 식이 습관 정보와 이종 간 관계 등을 포함한 발표 연구를 사용해 새의 조상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추론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연구로 오늘날 새들의 최종 공통 조상(LCA)은 치아가 없는 부리를 가져 씨앗을 먹는 이들이라는 가설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라슨 연구원은 “부리를 가진 새들의 일부 그룹은 씨앗을 먹을 수 있었으므로 대량 멸종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거대 소행성이나 혜성의 충돌은 일시적으로 지구 기후를 변화시키고 먼지 폭풍을 일으켜 햇빛을 가렸다. 이로 인해 대부분 식물이 죽게 되면서 많은 초식 공룡이 굶어 죽고 더 나아가 이들을 먹고사는 육식 공룡들도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지구 상에는 껍질이 단단한 씨앗이 남았고 치아가 없는 부리를 갖고 있어 씨앗을 먹는 식이행동을 가진 일부 공룡은 세상이 회복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연구팀은 추정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다니엘 디폴트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아하! 우주] ‘우주 최대 드라마’ 초신성은 ‘신성(新星)”이 아니다

    [아하! 우주] ‘우주 최대 드라마’ 초신성은 ‘신성(新星)”이 아니다

    ​별이 없던 곳에서 갑자기 밝은 별이 하나 나타나 온 하늘의 별들을 압도할 정도로 눈부시게 반짝인다. 예로부터 이런 별을 가리켜 초신성이라 했지만, 사실 '신성'은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늙은 별의 임종이다. ​ ​나사(NASA)의 발표에 따르면 초신성은 우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폭발이라고 한다. 이 같은 초신성은 우리은하 크기의 은하에서 평균 50년에 한 번꼴로 나타난다. 이는 곧, 우주를 통털어 볼 때 별들의 폭발은 매초 또는 몇 초마다 일어난다는 뜻이다. 다만 너무나 먼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우리가 관측할 수 없을 따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잠시 머물렀다 사라진다는 의미로 객성(客星·손님별)이라고 불렸다. 기록에 남아 있는 최초의 초신성은 185년에 중국의 천문학자들에 의해 관측된 것이다. 1006년에 관측된 초신성은 지금까지 가장 밝았던 초신성으로 추정되며 중국과 이슬람의 천문학자들에 의해 자세히 기록되었다. 1054년에 나타난 초신성은 중국의 천문학자에 의해 관측되었으며, 그 잔해는 게성운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1572년의 초신성은 튀코 브라헤(1546~1601)에 의해 관측되어 튀코 초신성이라고 불리고, 그로부터 30년 뒤인 1604년의 초신성은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에 의해 관측되어 케플러 초신성이라고 불리는데, 우리은하에서 가장 최근에 관측된 초신성이다. 그러니까 50년에 한 번 꼴로 터진다는 초신성이 400년이 넘도록 한 번도 터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위대한 천문학자가 있을 때만 초신성이 터진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1572년과 1604년에 관측된 초신성들은 유럽에서 천문학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아리스토텔레스(BC 384~BC 322)는 세계를 달을 경계로 하여 천상과 지상으로 나누고, 천상의 세계는 영원불변하며, 지상의 세계는 덧없고 변화무쌍한 세계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튀코는 초신성이 그 '천상의 세계'에서 일어난 사건임을 밝힘으로써 아리스토텔레스의 분류법은 덧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 초신성, 왜 폭발하는가?​ 거대한 덩치의 별이 생애의 마지막 지점에 이르러 남은 연료를 태다 우고 나면 이 이상 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내부의 압력과 중력의 균형이 무너짐으로써 급격한 중력붕괴를 일으켜 대폭발을 일으키는 것이다. 거대한 별이 한순간에 폭발로 자신을 이루고 있던 온 물질을 우주공간으로 폭풍처럼 내뿜어버린다. 수축의 시작에서 대폭발까지의 시간은 겨우 몇 분에 지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동안 빛나던 대천체의 종말 치고는 허무할 정도로 짧은 순간에 끝난다. 이것이 바로 초신성 폭발인 것이다. ​초신성 폭발 순간에는 태양이 평생 생산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분출시키며, 태양 밝기의 수십억 배나 되는 광휘로 우주공간을 밝힌다. 빛의 강도는 수천억 개의 별을 가진 온 은하가 내놓는 빛보다 더 밝다. 우리은하 부근이라면 대낮에도 맨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초신성 폭발은 은하 충돌과 함께 우주의 최대 드라마다. ​약 1000만 년 전에 한 무리의 초신성이 '국부 거품(Local Bubble)'이라고 불리는 가스 구덩이를 만들었는데, 땅콩껍질을 닮은 이 구덩이는 우리은하의 오리온팔에 있으며, 폭이 무려 300광년에 달한다. 우리 태양계도 이 속에 잠겨 있다. ​별도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 것은 인간처럼 다를 바가 없지만, 그 종말의 모습이 다 같지는 않다. 별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오직 하나, 별의 질량이다. ​ ​태양 같은 작은 별들은 대체로 조용한 임종을 맞지만, 태양보다 9배 이상 무거운 별에게는 다른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임종에 가까워지면 격렬한 중력붕괴를 일으킨 후 대폭발로 장렬한 최후를 맞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초신성 폭발이다. 그런데 초신성에도 다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 *Ⅰ형 초신성: ​주변의 별 물질을 빨아들여 한계질량에 이르면 폭발하는 초신성. *II형 초신성: 별 자체의 질량이 커서 스스로 중력붕괴를 일으켜 폭발하는 초신성. ​ ​중력붕괴로 폭발하는 II형 초신성 일반적으로 초신성은 태양 질량의 9배 이상의 별이 항성진화의 최종 단계에서 자체 중력에 의한 붕괴로 폭발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초신성의 밝기는 별의 질량에 따라 달라진다. 이것이 II형 초신성이다 ​. 별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은 핵에서 수소 융합반응에 의한 것이다. 융합반응은 원소번호 순으로 일어난다. 수소가 다 타서 헬륨이 되면, 헬륨이 융합반을을 시작하고, 탄소, 산소, 네온, 마그네슘, 실리콘, 그리고 끝으로 원자번호 26번인 철로 융합된다. ​그리고 별 속에서 만들어진 원소들은 양파 껍질처럼 별 속에 켜켜이 쌓인다. 모든 핵 가운데 가장 강하게 결합하는 것이 철이기 때문에, 철보다 가벼운 원소는 융합으로, 철보다 무거운 원는 분열로 핵 에너지를 방출한다. 그럼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모두 초신성 폭발 때 엄청난 고온과 압력으로 순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양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금이 쇠보다 비싼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 만약 당신의 손가락에 금반지가 끼워져 있다면, 그것은 어떤 초신성이 폭발할 때 만들어져 우주공간을 떠돌다가 지구가 생성될 때 끌려들어와서는 광맥을 형성했고, 그것을 광부가 캐내어 금은방을 거쳐 당신 손가락에 끼워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 ​무거운 별은 초신성 폭발 후 중력붕괴를 일으켜 고밀도의 별이 되는데, 여기에서도 질량에 따라 운명이 갈라진다. 그 질량이 태양질량의 1.1배 이하가 되면 백색왜성으로 주저앉고, 1.1~3 배 사이가 되면 중성자별이 된다. 중성자별은 우주에서 존재하는 천체 중 가장 고밀도이다. 하지만 덩치는 아주 작다. 거의 한 도시 크기만한 몸집에 태양의 질량의 두 배에 달하는 엄청난 질량을 쑤셔넣어 가지고 있다. 찻술 하나의 중성자별 물질 무게는 약 10억 톤에 달한다. 백색왜성의 중력을 받쳐주는 것은 전자의 축퇴압인 데 비해, 중성자별의 중력을 맞받고 있는 것은 중성자 축퇴압이다. 그래서 고밀도이지만 이상 더 붕괴하지 않고 평형을 이루어 유지된다. ​중성자별이 최초로 발견된 것은 1967년, 영국 천문학과 학생 조셀린 벨에 의해서였다. 그녀는 CP 1919에서 오는 일정한 전파 펄스를 발견하여 중성자별 존재를 확인한 후,지도교수인 안토니 휴이시와 같이 제2저자로 논문을 썼는데, 그 업적으로 휴이시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으나, 벨은 제외되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태양질량보다 20~30에 이르는 초거성은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지 않고 중력붕괴 후 곧바로 블랙홀이 된다고 천문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중성자 축퇴압으로도 자체 중력을 버티지 못해 극한 밀도로 뭉쳐지는 것이다. 표준 촛불인 I형 초신성 우리 태양 같은 별은 질량이 작아서 요란스러운 폭발로 종말을 맞지는 않고 비교적 조용히 생을 마감한다. ​앞으로 20억 년쯤 후면, 태양은 연료를 거의 소진하고 점점 뜨거워져 적색거성의 길을 밟는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는 서서히 식어서 백색왜성으로 낙착되겠지만, 그전에 지구의 바닷물은 모두 증발되고 지구상의 모든 것들은 숯덩이처럼 타버리고 말 것이다. 그리고 이윽고 자신의 외각층을 우주공간으로 뿜어내고 마는데, 그것은 거대한 가스 고리를 만들어 명왕성 궤도에까지 이를 것이다. 이 단계를 행성상 성운이라 한다. 한때 지구 행성에서 인류가 일구어온 문명의 잔해들도 틀림없이 그 속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천천히 식어가는 백색왜성으로서 생을 마감하는 ​별에 어떤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다. 별들은 대체로 동반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동반성이 많은 물질을 방출하는 적색거성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적색거성에서 방출된 물질은 백색왜성으로 끌려들어가 백색왜성의 질량이 폭증하는 사태가 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백색왜성이 물질을 무한정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과식금지의 한계선이 있는데, 그것은 태양질량의 1.44배로서, 찬드라세카르 한계라 한다. 인도 출신의 물리학자 찬드라세카르가 밝힌 것으로, 그는 이 발견으로 1983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백색왜성의 질량이 이 한계에 이르면 이떤 일이 벌어지는가? 별의 중력을 버텨주는 힘, 곧 별 물질의 전자들이 서로를 밀어내는 축퇴압이 더 이상 감당을 못해 격렬한 중력붕괴를 일으키면서 폭발하고 마는 것이다. 일정한 증가하게 되고, 백색왜성의 질량이 찬드라세카르 한계에 이르게 되면 더 이상 축퇴압으로 버티지 못하고 붕괴되면서 폭발하게 된다. 이렇게 폭발하는 별이 바로 1a형 초신성이다. 1a형 초신성은 비슷한 질량을 가진 상태에서 폭발하기 때문에 폭발시의 최대 밝기가 거의 일정하다. 따라서 1a형 초신성의 겉보기 광도를 재면 그 거리를 알 수 있게 된다. 천문학은 이로써 우주를 재는 중요한 잣대를 하나 마련한 셈이 되었다. 그래서 1a형 초신성을 표준 촛불이라고 한다. 별과 당신의 관계 ​1929년 에드윈 허블(1889~1953)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한 이후, 최대의 관심사 중 하나는 우주의 팽창속도가 일정한가 변화하는가라는 문제였다. 이 문제에 답을 준 것이 다름아닌 바로 초신성 1a였다. ​과학자들은 멀리 있는 1a형 초신성 수십 개의 거리와 후퇴속도를 분석한 결과, 우주가 일정한 속도로 팽창하는 경우에 비해 밝기가 더 어둡다는 사실이 밝혀냈다. 이것은 이 초신성들이 예상보다 더 멀리 있다는 뜻이며, 그 원인은 단 하나, 우주의 팽창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전까지는 우주의 팽창속도가 결국에는 우주에 있는 물질들의 인력 때문에 줄어들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실제 관측 결과는 이와 정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최근의 우주론에서 가장 획기적인 발견으로 인정되고 있는 이 관측 결과는 1998년 두 팀의 천문학자들에 의해 독립적으로 발표되었고, 그들은 후에 이 업적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렇다면 우주의 팽창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존재는 무엇인가? 과학자들이 가장 강한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암흑 에너지(dark energy)'다. '암흑'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것만으로 알 수 있듯이, 이것은 복면을 쓴 정체불명의 진공 에너지다. 더욱이 이 암흑 에너지는 우주가 팽창할수록 더 커지는 성질을 갖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좀 따분하겠지만 앞으로도 영원히 가속팽창하는 우주를 하염없이 바라보아야 할 운명이다. 어쨌든 이런 놀라운 우주의 비밀을 밝혀준 것이 바로 초신성인 것이다. 그런데 초신성에 대해서 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중요한 햇심은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원소들, 곧 피 속의 철, 이빨 속의 칼슘, DNA의 질소, 갑상선의 요드 등 원자 알갱이 하나하나는 모두 별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수십억 년 전 초신성 폭발로 우주를 떠돌던 별의 물질들이 뭉쳐져 지구를 만들고, 이것을 재료삼아 모든 생명체들과 인간을 만든 것이다. 우리 몸의 피 속에 있는 요드, 철, 칼슘 등은 모두 별에서 온 것들이다. 이건 무슨 비유가 아니라, 과학이고 사실 그 자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알고 보면 어버이 별에게서 몸을 받아 태어난 별의 자녀들인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별먼지로 만들어진 ‘메이드 인 스타(made in stars)'인 셈이다. 이게 바로 별과 인간의 관계, 우주와 나의 관계인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우주의 일부분이다. 그래서 우리은하의 크기를 최초로 잰 미국의 천문학자 할로 섀플리(1885~1972)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뒹구는 돌들의 형제요 떠도는 구름의 사촌이다’. 바로 우리 선조들이 말한 물아일체(物我一體)이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원자의 2/3가 수소이며, 나머지는 별 속에서 만들어져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우주에 뿌려진 것이다. 이것이 수십억 년 우주를 떠돌다 지구에 흘러들었고, 마침내 나와 새의 몸 속으로 흡수되었다. 그리고 그 새의 지저귀는 소리를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서 내가 듣는 것이다. 초신성이 폭발하여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우주로 돌려주지 않았다면 당신과 나 그리고 새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우리가 별에 한없는 동경과 사랑을 느끼며 바라보는 것은 어쩌면 우리 DNA 속에 이러한 별에 관한 오랜 기억이 심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초신성에 관한 뒷담화는 대략 이쯤에서 끝나지만, 마지막으로 우리은하에서 조만간 초신성으로 터질 후보 별 몇 개를 소개하기로 한다. 조만간이래야 1백만 년 이내지만, 대표 선수로는 카시오페이아자리의 로, 용골자리의 에타,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 그리고 안타레스, 스피카 등이 대기하고 있고,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초신성 후보는 페가수스자리의 IK(HR 8210)로, 약 150 광년 떨어진 거리에 있다. 이 별은 백색왜성과 주계열성이 쌍성계를 이루고 있는데, 태양질량의 1.15배인 이 백색왜성이 Ia형 초신성이 될 만큼 질량을 누적하는 데는 수백만 년이 걸릴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숨만 턱턱 막힌다고? 황사는 조금 억울하다

    숨만 턱턱 막힌다고? 황사는 조금 억울하다

    “하늘의 신이 화가 나서 비나 눈이 아닌 흙가루를 땅에 뿌리는 우토(雨土)를 내려 왕과 신하들이 몹시 두려워했다.” - 신라 아달라왕 21년(174년), 삼국사기 중에서. “한양에 흙비가 내렸다. 전라도 전주와 남원에는 비가 내린 뒤에 연기 같은 안개가 사방에 꽉 끼었으며 지붕과 밭, 잎사귀에도 누렇고 허연 먼지가 덮였다. 쓸면 먼지가 되고 흔들면 날아 흩어졌다. 25일까지 쾌청하지 못하였다.” - 조선 명종 5년(1549년) 3월 22일, 조선왕조실록 중에서. 겨울이 끝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이 ‘황사’다. 올해에도 꽃샘추위가 끝나고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린 뒤 이 불청객이 우리나라를 엄습했다. 기상청은 중국에서 발생한 황사가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쳐 8일 오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예보했다. 황사는 몽골과 중국의 사막 지역, 황하강 중류의 건조지대·황토고원, 내몽골 고원 등에서 발원한다. 한랭전선 뒤에서 부는 강풍이나 지형적 영향으로 발생하는 난류로 인해 위로 날려 올라간 미세 모래먼지가 하늘에 퍼져 있다가 서서히 땅으로 떨어지는 게 황사다. 일반적으로 저기압 활동이 왕성한 3~5월 봄철에 많이 발생하고, 강한 서풍을 타고 한반도를 거쳐 일본, 태평양, 멀리는 미국과 캐나다 지역까지 날아가는 경우도 있다. 황사와 달리 늦가을부터 초봄 사이에 우리나라에 자주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는 산업, 운송, 주거활동으로 인한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는 인공적 요소 때문에 발생한다. 본격적으로 산업화가 이뤄지기 시작한 20세기 들어 비로소 나타난 현상인 것이다. 반면 황사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 1506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된 기상현상이다. 당시 중국 문헌에 처음 등장한 황사 현상은 ‘흙이 떨어진다’는 뜻의 ‘우토’(雨土)로 표현됐다. 우리나라에서 관측된 황사 현상의 최초 기록은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에 적힌 신라 8대 왕 아달라왕 21년이었던 174년의 기록이다. 황사 현상에 대한 정의가 처음 등장한 것은 고려 때 ‘서운관지’에 “우토 때문에 사방이 어둡고 혼몽하여 띠끌이 내리는 것 같다”라고 기록된 것으로 관측 방법까지 자세히 기술돼 있다. 조선시대 들어서야 우토 대신 ‘토우’라는 표현이 사용됐고 현재와 같은 황사라는 표현은 1915년 3월 4~5일에 걸쳐 관측된 황사 현상에서 처음 사용됐다. 중국에서는 ‘모래폭풍’, 일본에서는 ‘코사’라고 부른다. 아프리카 북부 사하라사막에 나타나는 모래폭풍 현상은 ‘사하라 먼지’라고 부르며 황사와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건조 지대와 반건조 지대에서 모래폭풍이 일어나면 모래나 먼지 입자들이 공중으로 올라가고, 올라간 입자 중에서 크고 무거운 입자들은 더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부근에 떨어진다. 건조하고 가벼운 입자는 대기 상층까지 올라가 떠다니다가 상층기류를 타고 멀리까지 날아가게 된다. 이런 가운데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면 지표가 뜨거워지면서 상승대류가 생겨 더 높이 올라가게 되고,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다. 국내에 영향을 주는 황사의 발원지는 중국 북부 내륙과 내몽골처럼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건조하고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들로 연간 강우량이 200㎜가 안 되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에는 주로 내몽골 고원과 황토고원의 흙먼지가 영향을 준다. 타클라마칸사막은 한반도와 멀리 떨어져 있어 우리나라에 주는 영향은 적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봄철 황사는 발원지에서 짧게는 하루, 길게는 닷새 전에 발생한 것으로 국내에 도착하는 속도는 상층 바람의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발원지에서 떠오른 먼지의 30%는 바로 떨어지고 20% 정도는 주변 지역에, 나머지 50% 정도가 한반도를 비롯해 멀리까지 이동한다. 이 양이 많게는 2000만t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황사는 한반도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산업 및 생활 분진 등 미세먼지와 결합되면서 독성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자나 노약자들은 황사가 강하게 발생하는 날은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항상 황사는 우리에게 불청객일까. 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황사 속에 섞여 있는 석회와 같은 알칼리성 성분이 산성화된 토양이나 산성비를 중화시켜 토양이나 담수의 산성화를 막고 식물이나 해양 플랑크톤에 유기염류를 제공해 생물학적 생산성을 높인다는 이점이 있다. 또 황사 입자가 소나무 숲을 황폐하게 만드는 송충이의 피부에 붙으면 숨구멍을 막아 죽게 만들기도 하는 등 유용한 면도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최초 화성인 여자 후보 4명 면면 공개…의사, 해병대, 헬기 조종사 등

    최초 화성인 여자 후보 4명 면면 공개…의사, 해병대, 헬기 조종사 등

    앞으로 15년 뒤 우주선을 타고 화성에 갈 여성 후보 4명의 근황이 공개됐다. 미국 휴스턴에 있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존슨 우주센터에서는 여성 우주 비행사 4명이 최초의 화성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미 패션지 글래머가 전했다. 4명 중 최소 한 명 이상 화성인에 포함된다. 2013년 NASA 우주 비행단에 최종 선발된 이들 4명은 바로 전투기 조종사인 니콜 오나푸 맨(38) 해병대 소령, 헬리콥터 조종사인 앤 매클레인(36) 육군 소령, 제시카 메어(38) 하버드 의대 교수, 국립해양대기국(NOAA)의 크리스티나 해먹 코흐(37) 국장이다. NASA는 5년에 한 번씩 우주 비행사를 신규 채용하고 있는 데, 2012년 초 우주 비행사 선발 공고 당시 지원한 6100여 명 가운데 이들 여성이 선발된 것이다. 특히 이들은 함께 우주 비행단으로 선발된 합격자 8명 가운데 절반을 차지해 크게 주목 받았다. 이에 대해 NASA는 우주 비행사로서 가장 적합한 인재를 뽑은 결과 이렇게 됐다는 취지의 견해를 발표하기도 했다. 육군 소령 출신 앤 매클레인은 인터뷰에서 “아직도 내가 선택됐는 전화를 받았던 순간을 기억한다. 숨을 쉴 수 없고 말을 할 수 없었다”면서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라크에서 15개월간 헬기 조종 임무를 맡았다는 매클레인 후보는 “의무감에 입대했었지만 우주 비행사가 될 기회를 알고 운명이라 생각했다”면서 “세상엔 너무 많은 갈등이 있지만 우주 탐사는 이를 해소하는 희망의 등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주에서는 인종이나 종교, 국적의 차이를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우리는 모두 단지 ‘팀 휴먼’(Team Human)의 일원일 뿐이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후보자인 제시카 메어 박사는 하버드 의대 교수 출신으로, 자신은 미 메인주(州)에 있는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항상 멀리 떨어진 곳을 꿈꾸며 그리워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화성 탐사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는 것. 반면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국장 출신 크리스티나 해먹 코흐는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항상 우주 비행사가 될 것을 알았고 NASA를 위해 일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니콜 오나푸 맨 해병대 소령은 “난 아마 어렸을 때 하고 싶은 일을 알지 못한 몇 안 되는 우주 비행사 중 하나일 것”이라면서 “우주 비행사는 억지스러운 꿈처럼 보였었다”고 회상했다. 캘리포니아 출신인 그녀는 이라크에서 전투기를 조종하기 전까지 자신은 좋은 후보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NASA는 2030년대 화성에 유인 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다. 지구에서 수천 만 km 이상 떨어진 화성까지 왕복하는 데만 3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성에 가게 될 4명의 우주 비행사는 먼지 폭풍과 극저온, 암을 유발하는 방사선을 견뎌야만 한다. 하지만 이득은 엄청날 수 있다. 메어 박사는 “화성은 우리 지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많은 것을 가르쳐 줄 것”이라면서 “그건 놀라운 일이다”고 말했다. 이들 우주비행사는 한 해 6만4000~14만1000달러(약 7720만~1억 7000만원)의 보수를 받으면서 임무 수행에 필요한 훈련과 준비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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