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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저자 유홍준 교수

    “퇴계선생은 로맨스나 스캔들이 없었나요?” “왜요,단양의 기생 두향(杜香)이 하고 연애한 것은 유명하잖아요.” “낮퇴계,밤퇴계가 달랐다면서요?” “그런 속전이 있지.” “자네 퇴계선생의 매화음(梅花吟)이라는 걸 들어봤나?” “아뇨.” “퇴계의 사랑이 얼마나 뜨거웠는가를 알고 싶으면 매화에 관한 시를 읽어봐.돌아가시던 날 아침에 ‘저 매화나무에 물 줘라’하셨고 내내 아무 말 없다가 저녁에 일으켜 앉히니 앉은 채로 서거하셨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3’에서 저자와 한 퇴계연구가 사이에 오고 간 선문답이다. 혹자들은 100여년전에 ‘서유견문’의 유길준(兪吉濬)이 있다면 이 시대에는 ‘문화견문’을 쓴 유홍준(兪弘濬·55·명지대 미술사학)교수가 있다고 얘기한다.공교롭게도 둘은 이름의 ‘돌림자’도 같은 기계(杞溪)유씨 ‘충목공파’의 문장가 집안 출신이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 반도 구석구석 안 가본데가 없다.북한까지 다녀왔다.발품으로 일궈낸 밀리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2·3권이 이를 입증한다.1,2권만 합쳐 250만부나 팔렸다.작고한 소설가 이문구는 생전에 그를 가리켜 ‘문화재급 역마살’이라고 했다. ●‘살아 있는 국토 박물관’으로 불려 그는 지난 10년동안 ‘나의 문화유사 답사기’(이하 답사기)를 비롯해 ‘완당평전’‘화인열전’ 등 13권의 책을 집필했으며 대부분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려놓았다.특유의 감각적 글솜씨로 ‘해방후 최고의 베스트셀러’‘살아 있는 국토박물관’이라는 수식어가 곧잘 붙어다닐 정도로 평판이 높다. 시인 박노해씨는 옥중에서 ‘답사기’를 읽고 저자에게 다음과 같은 서신을 보냈다. “제 눈을 맑게 열어준 운명같은 마주침의 책,펼칠 때마다 선방의 죽비처럼 내 등짝을 때리는 책,내 마음속 가장 은밀한 자리에 꽂아둔 우리 시대 고전같은 책입니다.…유 선생의 ‘답사길’을 따라가다보면 내 속에 갇혀 있던 나 아닌 것들이 벌떼처럼 살아나서 나를 깨뜨립니다.나는 어쩔 수 없는 이 땅의 자식이구나,조상님들이 내속에 살아계시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소설가 박완서씨는 ‘답사기’를 읽고 이렇게 언론에 기고했다.“읽고 깨우친 바 기쁨이 하도 커서 말하고 싶은 걸 참을 수가 없다.기막힌 비경이나 특별히 맛있는 음식점을 발견했을 때 다른 사람에게 풍기고 싶어 입이 근지러운 심정이라고나 할까….” 지난 주말 명지대 행정관 4층 복도끝에 위치한 그의 연구실을 노크했다.한창 집필중인 ‘답사기’ 4,5권의 내용이 궁금했기 때문이다.연구실 문을 열자 ‘고색 창연한’ 냄새가 코끝에 확 밀려왔다. 산골 오지의 어느 노인이 밤새 새끼꼬아 촘촘히 기워만들었음직한 멍석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그위에는 낡은 궤짝 하나가 앙증맞게 놓여 있었다.또 양쪽 벽에 쭉 늘어진 책꽂이에는 ‘답사의 노정’을 말해주듯 때묻은 고서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1만권은 훨씬 넘지요.이쪽은 한국미술사,저쪽은 중국미술사,저기 저쪽에는 서양미술사 책자들이지요.여기저기 돌아다닐 때마다 중독처럼 사다놓은 결과물입니다.” 담배 하나 꺼내 물었다.97년 이전에 3년정도 끊었으나 북한을 다녀오면서 다시 피우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네모난 성냥곽에서 성냥개비를 꺼내 불을 붙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성냥은 충청도 어딘가에 있는 국내 유일의 공장에서 만든것입니다.그런데 자동이래요.이렇게 열었다 놓으면 뚜껑이 저절로 닫히니까.나원 참….”답사도중에 얻어온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한가지 놀라운 일,책상위에 당연히 있어야 할 컴퓨터가 없었다.600자원고지와 만년필이 대신해 있었다.그는 “컴퓨터로 글을 쓰면 이쪽저쪽에서 글을 퍼오기 때문에 신선도가 떨어진다.쓰다가 잘못되면 원고지를 과감히 버리고 다시 써야 글이 살아 숨쉰다.”며 특유의 ‘원고지철학’을 늘어놓았다.컴퓨터는 인문적인 것을 쏙 빼버린 기계적인 빠름일 뿐,고뇌도 없고 과정도 없으며,잃어버린 게 많다고 했다. 문득 독자들을 사로잡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했다.기다렸다는 듯이 “최고의 취미는 여행이다.여행이라는 매체를 넣고 글을 썼다.마침 독자들이 거기에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거침없는 답변이 계속됐다. ●“학자인지 문필가인지 나도 몰라” “가끔 내 자신이 학자인지,문필가인지,평론가인지를 물어보곤 합니다.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에겐 문사(文士)가 없어요.고행과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문사말입니다.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해서 문사일 수 없으며 지조있는 선비정신이 내재돼야 합니다.‘답사기’를 3권까지 썼지만 갈수록 글쓰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현재 절반쯤 진행중인 4,5권 집필도 더 어려운 작업이라고 토로했다.제주도를 답사했더니 4·3사건을 안 다룰 수가 없고,경상도를 갔더니 거창학살사건을 다시 조명해야 하기 때문이란다.이런 과정을 거쳐 ‘답사기’의 완결편 2권을 올 상반기중 마무리할 작정이다. 그런 다음 일생의 또다른 역작,즉 독자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어떤 강렬한 요구에 답을 해줘야 한다는 게 그의 새로운 다짐이다.그것은 온국민이 함께 읽을 수 있는 ‘한국미술사’를 집필하는 일이다.준비는 오래전부터 해와 곧바로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미술사는 문화사의 꽃입니다.학식과 학덕을 쌓은 사람이 그 시대의 역사관을 잘 반영했을 때 더욱 향기나는 꽃이 되겠지요.또 복잡한 현상을 단박에 단도질할 수 있는 깊이와 연구업적이 뒤따라야 합니다.영어로 쓰여진 한국미술사는 물론 번역할 수 있는 마땅한 텍스트도 없습니다.” ●한국인 대부분 문화적 자존심 강해 이곳저곳 강의 경험으로 볼 때 한국인은 대부분 문화적 자존심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그는 반면에 열등의식도 동시에 갖고 있다고 했다.결국 ‘짬뽕’식이 되다보니 단군 이래 세계문화를 주도해본 적이 한번도 없이 중심부가 아닌,늘 주변부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이제는 주변이 아닌 중심적인 문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동아시아문화의 ‘주주’로서 다른 나라에 문화적 영향을 줘야 한다는 필연이 도래했다고 역설했다.한국미술사를 집필하는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이란다. “일본은 동아시아를 주도할 기회가 있었지만 자기네들만 살려고 해서 실패했습니다.더이상 도덕적으로 동아시아를 주도하기는 틀렸습니다.중국사람들은 우리보다 5,6년 뒤져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한류가 퍼져나가는 것을 보십시오.대중의 힘은 어마어마합니다.미국의 문화가 오기전에 마를린 먼로가 우리들에게 가장 먼저 왔지 않습니까.이제는 세계에서 1등이 나와야 합니다.노무현 대통령도 동아시아물류중심국가를 외쳤는데 이는 반쪽에 불과합니다.물류와 문화가 합쳐진 그런 정책이어야 하지요.” 나이 40이 넘어가면 과거의 이력이 얼굴에 하나둘 새겨진다는 말을 꺼내자 그는 “파란과 곡절도 많았다.93년 이전까지는 정말 별볼 일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14년반만의 대학졸업,교수직 박탈,8년동안의 백수상태,운동권 이론가라는 제도권 교수의 따돌림 등만 떠올려도 그렇단다. ●고3때 담임선생님 권유로 미대 진학 청운초·중학을 나온 그는 경복고교 입학시험에 낙방했다.중동고로 방향을 튼 그는 1967년 고3때 국문학과를 택하려고 했으나 담임선생의 권유로 서울대 미학과에 진학했다.그러나 ‘예술학개론’‘예술비평’ 등의 딱딱한 강의가 많아 연극회에 가입해 유치진의 ‘토막’,천승세의 ‘만선’ 등 민족극 공연에 적극 참가했다.공부는 뒷전이었다.연출은 주로 서울대 미학과 선배인 김지하씨가 맡았다. 대학시절 그의 서울 종로구 창성동 집에는 소위 ‘의식있는’ 친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보안 경찰관에게 데모꾼 소굴로 인식됐다.결국 69년 4월 ‘3선개헌 풍자극’의 대본을 작성했다는 이유로 도피생활을 하다가 그해 7월 무기정학을 받았다.시련을 호되게 겪은 그는 서둘러 군입대를 하게 됐다.제대 후 한국미술사 연구에 필생을 걸고 뜻을 세우지만 74년 ‘민청학련’사건에 연루됐다.졸업 한 학기를 남겨두고 현상수배중이던 이철(전 국회의원)에게 남의 주민등록증을 빌려줬다는 이유로 구속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75년 2월 그는 형집행정지로 가석방됐다.방황하던 그는 7개월 뒤 군복무중 미술관에서 만난 부인과 결혼식을 올렸다.원래는 장준하 선생이 주례를 맡기로 했으나 의문의 실족사로 리영희 교수로 바뀌었다.결혼 후에는 금성출판사,공간사 등에 다녔다. 80년 10월,입학한 지 14년 반만에 겨우 졸업장을 받고 이듬해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술사 전공에 들어갔다.대학원을 마친 그는 건국대 교수로 채용됐으나 미복권 상태임이 밝혀져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이때 그는 ‘미술속에서 현실을 찾자’는 구상 아래 그 유명한 슬라이드강좌 ‘젊은이를 위한 한국 미술사’를 열어 떠돌이 생활로 대중속에 파고들기 시작했다.‘답사기’라는 역마살도 이때 시작됐다. “인세요? 한 15억원정도? 세금 한 4억 냈을테고….집사람한테 물어봐도 안 가르쳐줘요.장관이라도 돼야 정확히 알 수 있을란가?(웃음)” ‘답사의 달인’에게 꼭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해달라고 했다.고전문화의 진수는 경주,건축의 아름다움은 병산서원·부석사라고 했다.또 자연의 풍요로움을 느끼려면 제주가 으뜸이라고 했다.그러면서 “사랑하면 알게 되고,알면 보이나니,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고 했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유홍준 교수는 ▲1967년 중동고 졸.80년 서울대 미학과 졸.83년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98년 찰학박사(성균관대). ▲77년 공간 편집부.78년∼83년 중앙일보 계간 미술부 근무.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문 당선.91년∼2002년 영남대 회화과 조교수.2002년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문화예술대학원장.박수근미술관 명예관장.2003년 문화재위원. ▲저서 80년대 미술의 현장과 작가들,다시 현실과 비평에서,정직한 관객,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2·3,나의 북한유산 답사기,완당평전,화인열전 등. ˝
  • [씨줄날줄] 비만 치수/이상일 논설위원

    “몸무게가 늘었는데도 같은 사이즈의 옷을 입는다.”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의류회사들이 옷사이즈를 왜곡한 사례를 지적한 바 있다.자신의 몸이 불었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환상에 영합하려고 기업들이 같은 사이즈의 옷을 점점 더 크게 만든다는 것이다.허리가 굵어져도 34인치 옷을 계속 입을 수 있는 이유다.따라서 인터넷에서 사이즈만 보고 옷을 주문하다가는 낭패 보기 쉽다. 사이즈에 관한 교묘한 용어도 등장한다.여성의 경우 ‘작은(petite)’‘보통(regular)’과 달리 ‘미시(missy)’는 초대형을 뜻한다.미국에서 ‘제로(0)사이즈’는 뚱보 여성이 입는 옷이라던가.남성들의 양복 구분에서 ‘중간(medium)’이나 ‘초대형(extra large)’의 구체적인 수치를 알기는 어렵다.다만 남자들은 다소 큰 옷을 입어 살이 덜 찐 것으로 보이려는 경향이 있다. 확실히 비만을 풍만함과 넉넉함,건강과 다산 가능성으로 치켜세우던 때는 지났다.오스트리아 빈 의과대학원의 마틴 보라섹 교수 등은 남성이 선호하는 여성스타일도 변화했다고 말했다.플레이보이 잡지 모델만 해도 가슴이 큰 ‘마릴린 먼로’에서 마른 스타일의 슈퍼모델 ‘에바 헤르지고바’로 바뀌었다는 것이다.비만은 미련함이나 ‘값싼 음식을 소비하는 하층계급의 증거’에다 병(病)으로까지 비하되는 시대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이 최근 발표한 체형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50대 남녀 2명 중 1명이 비만이며 사무직 남성과,생산직 여성이 상대적으로 뚱뚱해진 것으로 나타났다.또 전체 평균 키는 1979년보다 3∼6㎝ 커졌지만 몸무게는 8∼11kg,허리둘레는 8∼11㎝ 늘었다.기술표준원이 1년전 발표한 20대 미혼여성의 표준 체형도 비슷한 양상이다.키 162㎝,가슴 82㎝,허리 66㎝,엉덩이 둘레 90㎝로 지난 1986년보다 키와 다리가 각각 7㎝와 8㎝가 길어진 반면 엉덩이와 허리는 굵어졌다.젊은 여성의 70%가 자신의 체형에 불만을 갖고 있으며 보다 마른 몸을 표준형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어디 젊은 여성뿐인가.그러니 운동과 마라톤 열풍이 불고 몸짱 아줌마까지 뜨는 것이리라.제대로 다이어트나 운동을 하면 괜찮다.의류회사들의 비만치수 사기에 놀아나거나 살 빼려고 가짜 약을 먹어 몸을 망치지나 말 일이다. 이상일 논설위원˝
  • 마릴린 먼로 미공개 사진집 발간

    |파리 함혜리특파원|전설적인 여배우 마릴린 먼로의 미공개 사진 120점을 담은 사진집이 이달 말 베를린에서 발간된다. ‘마릴린 먼로-뉴욕 시절’이라는 제목으로 독일의 라르돈미디어사가 발간하는 이 사진집에는 미국의 사진작가 샘 쇼가 촬영한 마릴린 먼로의 사진 160커트가 실릴 예정이며 이 중 40여점만 공개된 작품들이고 나머지는 모두 새로운 것들이다. 샘 쇼는 지하철 출구 앞에서 바람에 날리는 흰색 드레스 자락을 잡고 있는 마릴린 먼로의 사진(영화 ‘7년만의 외출’의 한 장면) 등을 촬영했던 작가로 1999년 사망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미공개 사진들은 그의 유품 가운데 발견된 것들로 그의 아들 래리 쇼와 저작권 계약을 맺고 출간하게 됐다고 라르돈미디어사는 밝혔다. 사진들은 마릴린 먼로가 뉴욕에서 생활했던 1954년부터 1957년 사이 촬영된 것으로 1962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녀의 결코 행복하지 않은 짧은 인생 중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속한다. 몇몇 사진들에는 마릴린 먼로 자신이 짧은 글귀를 써 넣은 것들도 있다고 출판사측은 소개했다. 사진집은 오는 29일부터 발매되며 라르돈미디어사는 사진집 발간에 맞춰 이날부터 베를린 시내의 카페·전시장 ‘아인슈타인’에서 사진전시회도 가질 예정이다. lotus@
  • 책 / 얼굴

    대니얼 맥닐 지음 안정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펴냄 지구상에는 60억 이상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그들의 얼굴은 모두 다르다.이론적으로 가능한 얼굴의 수는 우주에 존재하는 소립자의 수를 능가한다고 한다.미국의 과학저널리스트인 대니얼 맥닐이 쓴 ‘얼굴’(안정희 옮김,사이언스북스 펴냄)은 이처럼 다양한 얼굴만큼이나 읽는 사람에게 다르게 다가온다.코를 미학적으로 혼란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눈을 살아 있는 생물처럼 느끼는 사람,여자의 입은 모름지기 작아야 한다고 고집하는 사람….저자는 시대와 지역과 분야를 가로질러 부위별로 ‘얼굴여행’을 떠난다. 가장 매력적인 코란 어떤 것일까.미국 여류작가 루이저 메이 올콧의 소설 ‘작은 아씨들’에서 에이미는 낮은 코를 최대의 불운으로 간주,어떻게든 높여보기 위해 빨래집게로 집는다.르네상스시대의 미학자 아뇰로 피렌주올라는 들창코를 흉한 것으로 규정했지만 영국 작가 새커리는 소설 ‘허영의 시장’의 여주인공 베키 샤프에게 들창코를 주었다.소설가 디킨스는 들창코를 비판하는 것은질투 때문이라고 보았다.과학자들은 남성은 작은 코를 가진 여성을 압도적으로 선호한다고 말한다.마릴린 먼로는 웃을 때 윗입술을 아래로 당기는 연습을 했다.그러면 코가 더 작아 보일까 해서였다.코에 관한 상징은 양극단을 달린다. 육체의 어느 부분도 눈만큼 내면을 잘 드러내지는 못한다.로마의 정치가 대(大)플리니우스의 말처럼 눈은 영혼의 창이다.그것은 얼굴의 심리적 중심이며 가장 섬뜩한 상징이다.마호메트는 카바 신전 안의 우상을 공격할 때 제일 먼저 눈을 표적으로 삼았고,남아메리카의 파린틴틴 인디언은 귀신이 앞을 보지 못하도록 죽은 적의 눈을 먹었다.여자의 커다란 입이 역사상 아름다움의 조건으로 인식된 적은 거의 없다는 점도 흥미롭다.반면에 작은 입은 종종 미인의 필수조건으로 간주됐다.특히 빅토리아 시대에는 작은 입을 품위 있고 우아한 것으로 여겼다.이 책을 읽으면 “모든 것이 얼굴에 있다.”는 로마 철학자 키케로의 말이 한층 설득력 있게 들린다.2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편집자문위원 칼럼] 全씨 소장품 경매보도 유감

    지난주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개인용품에 대한 경매가 화제에 올랐다.대통령기념관에 소중하게 보존돼야 할 전직 대통령의 물건들이 경매에 부쳐져 팔려나갔다는 보도를 보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수치감과 함께 씁쓸함을 느꼈을 것이다.이날 팔린 물건들은 서예작품,병풍,동양화 등 유명작가들의 작품들에서부터 TV,피아노,찻잔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49종이며 심지어 진돗개 2마리까지 포함돼 있었다. 대통령은 개인적 품성,언행,또는 치적의 차이 등을 불문하고 해당 임기중 국가와 국민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역사에 가장 중요한 인물로 기록된다.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소장품까지도 소중하게 간직되는 것이 일반적인 예다. 전 전 대통령의 경우는 재임시의 부정축재로 인해 두 번 국민을 놀라게 했다.첫 번째는 추징금이 2205억원의 천문학적 숫자라는 것이고,두 번째는 대통령을 지냈다는 사람이 법원의 판결에 대해 그렇게 무성의하고 뻔뻔스러울 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그동안 환수한 액수가 총액의 14%인 314억원에 불과한 상황에서,지난 6월 “가진 것은 29만 1000원뿐”이라는 법정 진술은 그동안 전 전 대통령의 씀씀이나 가족들의 호화스러운 생활을 보고 들었던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따라서 법원이 1890억원에 달하는 미납추징금 환수를 위해 전 전 대통령의 명의로 된 것은 모두 팔겠다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그러나 경매에서 비록 10배에 가까운 가격에 팔리기는 했어도 근본적 문제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에 그쳤다.결국은 상징성에 그치고 말았고 국민에게는 수모감만을 안겨준 꼴이 됐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본질에의 접근보다는 하나의 재미있는 읽을거리로 치부하는 데 그쳤다.법원의 경매발표를 다룬 9월27일자는 품목과 가격에 초점을 두었고,경매결과를 다룬 10월3일자 보도도 예상 외의 인파,감정가보다 10배 가까운 가격에 팔려나갔다는 사실에만 관심이 두어졌다.어느 신문에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전·현직 대통령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사설이나 칼럼 등을 볼 수 없던 것은 매우 아타깝다. 대한매일도 9월27일자에는 경매하게 된 경위와 품목 등에 중점을 두었고,29일에는 ‘씨줄날줄’에서 애견압류에 대한 칼럼이 게재된 데 이어 10월3일자에는 ‘전두환씨 살림 49점 경매,감정가 10배 1억 7950만원’이라는 제목 하에 낙찰자들의 면면과 그 주변 얘기를 소개하는 데 그쳤다. 미국의 경우도 3대 토머스 제퍼슨의 장서,5대 제임스 먼로의 사저 등 전직 대통령의 소장품들이 퇴임 후 직접 팔린 일들이 여러 차례 있다.부정축재를 환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활 궁핍 때문이었고 대부분 지인들이 구입해 다시 돌려보내졌다.이번 경매에서도 그같은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많아 아쉬움 속에서도 기대를 갖게 한다. 현재 우리에게 가장 큰 병폐는 똑같은 잘못이 되풀이된다는 점이다.부정축재나 대형 재난도 그렇고 천재지변에 당하는 것도 그렇다.일부 전직 대통령들의 부정부패도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은 사회와 권력에 대한 감시기능을 잠시도 늦춰서는 안될 것이다.그런 측면에서 이번 전 전 대통령의 소장품 경매는 그 사실 자체보다는 그를 통해서 현직 대통령에게,또 앞으로 대통령이 될 사람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하는 기회로 삼았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라 윤 도 건양대 교수 문학영상정보학부
  • “규제에 도전하는 것이 예술인”/美 ‘악마밴드’ 리드보컬 맨슨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관객모독 등 파격적인 공연행태로 ‘악마밴드’라 불리는 미국 출신의 세계적 쇼크록 그룹 마릴린 맨슨이 3일 우리나라를 찾았다.4일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릴 공연에 앞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리드보컬 맨슨(사진·34·본명 브라이언 워너)은 “한국 방문을 두 차례나 시도했었는데,더 늦기 전에 오게 돼 기쁘다.”고 첫 방한 소감을 밝혔다. 섹스심벌인 마릴린 먼로와 희대의 연쇄살인마 찰리 맨슨의 이름에서 따온 마릴린 맨슨은 5인조 밴드.1989년 결성된 이래 엽기적 공연 매너로 숱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지난 5월 발표한 5집 앨범(더 골든 에이지 오브 그로테스크)을 홍보하는 이번 내한공연도 종교계의 거센 반발 속에서 논쟁을 일으킬 행위를 일절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미성년자 관람불가’ 조건 아래 가까스로 성사됐다. 어렵게 공연이 이뤄진 데 대해 그는 “사회는 규제를 제시하고,규제에 도전하는 것이 예술인”이라면서 “미국문화를 비판하는 우리 밴드의 정서는 어쩌면오히려 한국인의 그것과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각서를 쓰면서까지 한국팬들을 만나고 싶었냐는 질문에는 “나는 오지 말라는 데 더 가고 싶어한다.”며 좌중을 웃겼다. 짙은 눈화장과 입술화장,문신 등 예의 강렬한 분장으로 나타난 그는 악마주의를 실제로 숭상하는지에 대해 묻자 “뭔가를 창조하는 것이 나의 종교”라면서 “철학자 가운데 니체를 좋아하며 그의 주장처럼 나 자신을 믿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독교 단체로부터 극심한 비난을 받는 것과 관련해서는 “믿음을 악용해 사람들을 괴롭히는 종교에 반대했을 뿐인데,그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내한 무대를 어떻게 꾸밀지 귀띔해달라고 하자 “다른 나라에서의 공연과 차이가 없으며,오락과 예술을 섞은 형태로 매우 화려하게 진행될 것”이라고만 잘라 말하고 “혼란한 세상에 휴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90년대 후반부터 음악이 순화된 듯하다는 질문에는 “세월이 가면서 우리의 음악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자신하며 “공연을보면 결코 순해지지 않았다는 걸 알 것”이라고 말했다.5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황수정기자 sjh@
  • 록 마니아 ‘시선집중’/새달 세계적 밴드 마릴린 맨슨·린킨 파크 내한

    ‘온다’‘못 온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해외 록그룹 두 팀의 내한공연이 코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세계에서 안티 팬이 가장 많다는 ‘악마밴드’ 마릴린 맨슨과,차세대 랩코어의 최고 밴드 린킨 파크. 엽기적인 분장과 무대매너로 악명높은 맨슨은 새달 4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한국계 DJ 조한(Joe Hahn)이 멤버여서 국내팬들에게 더욱 친숙한 파크는 새달 29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각각 공연한다. 두 밴드의 공연은 화제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우선 세계적인 밴드들의 첫 내한무대라는 점이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고 또 하나는 두 밴드가 너무나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맨슨이 성행위를 흉내내고 성조기를 불태우는 등 아찔한 무대매너의 ‘청소년 유해 밴드’라면,파크는 비흡연에 문신·피어싱·마약·술·파티를 멀리하는 ‘범생이 밴드’다. ●‘악마밴드' 국내 첫 연소자 관람불가 딱지 맨슨의 내한에는 뒷말이 무성하다.일부 종교계의 거센 반발 속에 가까스로 내한하면서 무대에는 국내 최초로 ‘연소자 관람불가’ 딱지가 붙는다. 섹스심벌인 마릴린 먼로와 희대의 연쇄살인마 찰리 맨슨에서 이름을 따온 이 밴드는 맨슨(34·본명 브라이언 워너)이 이끄는 5인조. 지난 99년 2차례,2000년 1차례 등 모두 3차례나 국내공연을 시도했으나 영상물등급위의 허가를 얻지 못했다. 공연기획사인 엑세스엔터테인먼트측은 “이번 무대는 성적행위,관객모독 등 5개 항목에 걸친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성사됐다.”고 밝혔다.따라서 공연에서 생기는 일체의 불미스러운 사태는 공연기획사에서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이들의 마니아층은 두껍다.내한공연을 보기 위해 국내 록마니아들이 서명운동을 벌였을 정도.이들은 지난 5월 내놓은 앨범 ‘The Golden Age of Grotesque’의 분위기에 맞게 이번 무대는 경쾌하고 흥겹게 꾸밀 예정이다.맨슨과 마돈나 웨인 개이시(키보드),팀 스콜드(베이스),존5(기타),진저 피시가 출연한다. ●‘린킨 파크'는 순한 양같아 대조적 이들에 비하면 린킨파크는 순한 양같은 록밴드.지난 2000년 데뷔해 단 2장의 앨범으로 록시장을 가볍게 장악해버린 6인조다.데뷔앨범 ‘Hybrid Theory’(잡종 이론)로 하드록·메탈·힙합·랩·일렉트로닉 등 이질적인 장르를 뒤섞은 새 음악을 선보였다. 2002년에는 그래미상 ‘베스트 하드록 퍼포먼스’부문에 올랐다.조한은 한국계 3세.한국인 최초의 그래미상 수상자로,지난해 내한해 팬사인회를 갖기도 했다. 지난 3월 발매한 2집 ‘Meteora’도 들려준다.두 공연 모두 문의는 (02)3141-3488. 황수정기자 sjh@
  • 부시, 라이베리아 파병지시

    |먼로비아 워싱턴 외신|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 서부 라이베리아 해역에 병력 파병을 지시한 가운데 26일 수도 먼로비아를 장악하기 위한 반군과 정부군간 전투가 계속됐다.반군과 정부군간 충돌은 수도 먼로비아에서 남동쪽에 위치한 제2의 항구도시 부캐넌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영국의 BBC방송이 보도했다. 26일 새벽(현지시간) 수백명의 피란민이 수용돼 있는 먼로비아의 한 교회에 6발의 박격포탄이 떨어져 최소 15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고 목격자들이 밝혔다. 앞서 지난 25일에도 먼로비아 미국 대사관저 인근의 가옥과 학교에 포탄이 떨어져 최소 26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미 대사관저 폭탄 사건 직후 부시 대통령은 지중해에 정박해 있는 전함 3척에 대해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평화유지군을 지원하기 위해 라이베리아 인근 해역으로 이동하도록 지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ECOWAS 평화유지군 파병을 지원하기 위해 제한된 범위의 병력 파병을 지시했다.”며 “라이베리아인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가능한 여건을 만들기 위해 미군이 평화유지군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부시 대통령은 이어 찰스 테일러 대통령에게 라이베리아를 떠나라고 거듭 촉구했다. 라이베리아 해역에 파견될 미국 전함 3척중 하나인 ‘이오지마’호에는 해병과 수병 등 4500명이 승선하고 있다. 한편 테일러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26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행한 연설에서 “평화유지군이 도착하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재확인했지만 구체적인 하야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ECOWAS는 28일쯤 라이베리아에 평화유지군 파병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 ‘수호신’ BK / 공 14개로 마무리… 4경기연속 세이브

    김병현(사진·보스턴 레드삭스)이 4연속 세이브를 올리며 보스턴의 ‘수호신’으로 자리잡았다. 김병현은 13일 미국 디트로이트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팀이 4-2로 앞선 연장 11회 말 등판해 비록 안타 2개를 내줬지만 삼진 1개를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버텼다.모두 14개의 공을 던져 11개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넣었다.전날에도 디트로이트전에서 세이브를 올리며 5-3의 승리를 지킨 김병현은 이로써 지난 9일 토론토전부터 4경기 연속 세이브 행진을 이어갔다. 김병현은 보스턴 이적 후 2승2패5세이브(시즌 통산 3승7패5세이브)를 올렸고 방어율도 3.57에서 3.48로 낮췄다.4경기 연속 세이브는 이전 소속팀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 두 차례 세웠던 최다 연속 세이브와 타이 기록. 선발 페드로 마르티네스 등에 이어 팀의 5번째 투수로 등판한 김병현은 첫 상대인 에릭 문손에게 외야 좌중간으로 뻗어가는 안타를 내줘 불안하게 출발했다.다음 타자 크레이그 먼로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곧바로 셰인 홀터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해 1사 1,2루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매트 월벡을 볼카운트 2-1에서 낮게 깔리는 각도 큰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아내 기세를 올린 뒤 안드레스 토레스마저 2루수 땅볼로 잡아내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보스턴은 2-2로 맞선 11회 초 자니 데이먼의 1타점 적시타와 제이슨 배리텍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뽑아내 김병현의 세이브 추가 기회를 만들어줬다. 한편 봉중근(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은 시카고 컵스전에서 1-7로 뒤진 5회 말 팀의 3번째 투수로 나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4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고 방어율도 4.00에서 3.83으로 좋아졌다.‘거포’ 최희섭(시카고)과의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고 애틀랜타는 3-7로 졌다. 서재응(뉴욕 메츠)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전반기 마지막 선발 등판경기에서 6이닝동안 삼진 4개를 뽑아내며 2실점했지만 팀 타선이 터지지 않아 승수추가에 실패했다.서재응은 1-2로 뒤진 7회 초 마운드를 내려왔고 메츠는 11회 연장끝에 2-4로 졌다.4번째 6승 도전에실패한 서재응은 전반기를 5승5패 방어율 3.64로 마쳤다. 박준석기자 pjs@
  • ‘로마의 휴일’ 그레고리 펙 전설속으로 / 12일 87세 일기로 타계

    ‘스크린의 영웅’에서 ‘영원한 할리우드의 전설’로. 20세기를 대표하는 할리우드 ‘별중의 별’ 그레고리 펙(사진)이 12일(현지시간) 87세의 나이로 타계했다.펙은 이날 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자택에서 프랑스 언론인 출신의 아내 베로니카 파사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그의 공보담당 먼로 프리드먼이 밝혔다. ‘미남배우의 전형’인 펙은 큰 키에 훤칠한 외모로 버클리 대학 재학시절 이른바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우연한 기회에 연기를 시작,평생 60여편의 영화에 출연해 ‘망각의 여로’‘케이프 피어’‘모비딕’‘오멘’등 수많은 히트작들을 남겼다. 우리 영화팬들에게는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에서 일탈을 꿈꾸는 공주(오드리 헵번 분)와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한 기자로 더 친숙하지만 펙은 “영웅의 이미지에 가장 걸맞는 배우”라는 평을 들어왔다.특히 퓰리처상 수상작을 영화화한 62년작 ‘앵무새 죽이기(일명 앨라배마 이야기·To Kill a Mockingbird)’의 주인공 ‘에티커스 핀치’는 자타가 공인하는 그가 맡은 최고의 배역.이 영화로 같은 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스크린 밖에서도 그는 뛰어난 인간이었다.한때 캘리포니아 주지사 후보로 거론됐었고,67년부터 3년간 아카데미 영화예술과학협회 회장을 역임했다.55년 첫 부인 그레타 라이스와 이혼한 뒤 두 번째 부인 베로니카와 재혼했으나,별다른 스캔들 한번 일으키지 않고 40여년간 모범적인 가정을 꾸려왔다. 1916년 4월5일 캘리포니아 라 졸라에서 태어난 펙은 42년 연극 ‘모닝스타’로 브로드웨이에 먼저 데뷔했으며,2년 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광의 날들’로 헐리우드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28세 때 찍은 두 번째 영화 ‘왕국의 열쇠’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처음으로 노미네이트된 이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5차례나 이름을 올렸다.이밖에 아카데미 인권상을 비롯 골든글러브 남우주연상을 2차례 석권했고,99년 83세의 나이로 골든글러브 남우조연상을 수상,노익장을 뽐냈다. 박상숙기자 alex@
  • 이런 책 어때요 / 도둑의 문화사

    와타나베 마사미 지음 송현아 옮김 / 이마고 펴냄 불을 훔친 신화 속의 프로메테우스부터 마릴린 먼로의 팬티를 훔친 소매치기까지 다양한 시대와 문화를 반영하는 도둑질을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조망.로캉볼·네즈미코조 등 문학작품의 주인공으로 억눌린 대중의 불만을 해소시켜주며 인기를 얻었던 의적들,스스로에게 계급을 부여해 사회의 일원으로 수용되고자 했던 영국의 소매치기들,훔치는 농작물에 신성을 부여해 도둑질을 정당화한 일본의 농촌풍습 등을 통해 도둑질이 인류의 역사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살핀다.‘훔치다’라는 뜻을 지닌 350개의 영어동사도 소개해 눈길을 끈다.1만 3000원.
  • 국제 플러스 / “케네디도 백악관 인턴과 性관계”

    |뉴욕 DPA 연합|역사학자 로버트 댈럭은 이번주 미국에서 시판될 케네디 전 대통령의 새 전기 ‘끝나지 않은 인생’에서 여배우 마릴린 먼로를 비롯한 많은 여성들과 염문을 뿌렸던 케네디 전 대통령이 40년 전 19세의 매력적인 백악관 인턴과 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댈럭은 지난 주말 NBC TV에 출연해 “그녀가 가진 유일한 기술은 케네디 전 대통령의 백악관 내에서 그와 성관계를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 책꽂이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해라(이청 엮음,아침나라 펴냄)지난 95년 발간했다 절판된 조계종 서암 큰스님(8대 종정)의 회고록 ‘도가 본시 없는데 내가 무엇을 깨쳤겠나’를 증보해 다시 펴냈다.엮은이가 경북 봉화군 물야면의 조립식 암자에 칩거하던 스님을 찾아가 인터뷰한 내용이 추가됐다.‘(스님들은)돈이 필요없는 생활을 해야’‘중 아닌 사람이 중노릇을 하기는 어렵다’등 충격적이랄 수 있는 내용들이 실렸다.8500원. ●마릴린 몬로,My Story(마릴린 먼로 지음,이현정 옮김,해냄 펴냄) 192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마릴린 먼로의 본명은 노마 진 베이커.예명인 마릴린 먼로 중 ‘마릴린’은 영화사에서,‘먼로’는 어머니의 이전 성을 따서 지은 것이다.어린 시절의 성폭행과 가난은 평생토록 그녀를 외로움의 감옥에 가둬뒀다.9개월만에 끝난 야구 스타 조 디마지오와의 결혼,그후 극작가 아서 밀러와의 결혼,1962년 36세로 느닷없이 끝난 삶.이 책은 먼로가 직접 쓴 미완의 자서전이다.1만원. ●위기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이연 지음,학문사펴냄) 한국과 미국,일본의 위기관리체제와 재난보도 시스템을 비교한 연구서.로스앤젤레스시가 1994년 노스릿지 지진 때 재해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데는 주지사 직속의 긴급업무부(OES)라는 캘리포니아주의 독특한 조직이 있었기 때문이다.2만5000원. ●나는 작은 우주를 가꾼다(다이앤 애커먼 지음,손희승 옮김,황금가지 펴냄) 조화와 포용의 철학을 담은 생태에세이.미국의 시인인 저자는 정원을 가꾸면서 지켜본 생물의 성장과 소멸에 관해 적었다.‘남의 정원에 훈수를 두지 마라’‘다른 이의 정원에서 시든 꽃을 꺾지 마라’‘꽃들에게는 사슴이 테러리스트’등 독특한 비유의 금언들이 담겼다.1만5000원. ●고사리야 어디 있냐?(도토리 기획,장순일 그림,보리 펴냄)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는 산나물 이야기.산나물 24가지의 세밀화 등 소박하고 정다운 수채화.6세 이상.보리 1만1000원. ●너는 내 친구야(벤 쿠이퍼스 글,잉그리드 고돈 그림,나누리 옮김) ‘천적’인줄로만 알았던 양과 늑대가 단짝친구가 되기까지의 감동과 웃음.2003년 오스트리아 아동문학상 수상작.7세 이상.달리 7000원. ●특별한 손님(에릭 바튀 글·그림,이진경 옮김) 소박한 왕궁과 옷차림의 ‘왕중의 왕’을 통해 겉치레는 무의미한 것임을 귀띔.5세 이상.행복한아이들 8000원. ●닷새장 가는 길(유경환 글,김민정 그림) 시집처럼 서정짙은 단편동화집.표제작은 겨울날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장에 가는 길의 에피소드.초등 저학년.예림당 7000원.
  • [외교관 통신] 김일수 주영공사

    ‘부시의 푸들’이라는 비난까지 들어가며 미국의 대 이라크전을 함께 치르고 있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지난 20일 대 이라크 개전 이후 시민들의 거센 반전 압력을 받고 있다.지난달 런던에선 100만명이 모인 가운데 반전 시위가 열렸다.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그럼에도 그는 결국 자국 군대의 4분의1에 달하는 4만 5000명의 병력을 대 이라크 전에 파병했다.자신이 소속된 노동당 의원의 3분의1이 반대하는 가운데 야당인 보수당의 지지로 하원에서 이라크전 참전안을 관철시킨 것이다.블레어 총리가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 미국의 동맹국 역할에 충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과 미국의 관계는 소위 ‘특수관계(special relations)’로 불린다.자조적인 해학을 즐기는 영국인들은 특수관계라는 용어가 미국보다는 영국에서 더 자주 쓰인다며 영·미 관계는 특수관계가 아닌 짝사랑의 관계일 뿐이라고 하기도 한다.그러나 양국 관계를 무엇으로 규정하든 간에 그 내용을 보면 영·미 관계는 특수 관계임에 틀림이 없다. 영국은 미국의 식민 모국이었고 19세기 초 영·미 전쟁 당시에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점령,불을 지른 나라이기도 하다.신생 미국이 유럽의 구질서와 그 영향력으로부터 미대륙을 격리시키기 위해 먼로 독트린을 발표했을 때 가장 염두에 둔 나라는 당시 최고의 해군력을 지니고 있던 영국이었다.20세기 들어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양국 관계는 역전됐다. 미국은 두 차례나 독일의 군사력 앞에 위기에 처한 영국을 구원했다.2차 대전 후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가 형성되어 갔지만 영국이 미국에 대해 오랫동안 지니고 있던 식민 모국으로서의 우월감에 대한 환상이 마지막으로 깨진 계기는 1956년 수에즈 운하 사건이었다.영국과 프랑스가 담합,수에즈 운하를 점령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결정적인 이유는 당시 미국의 아이젠하워 정부가 이러한 영·불의 군사 작전을 이집트의 민족 자결주의에 반한 식민제국주의로 규정해 지지를 거부했기 때문이다.수에즈 운하 사건 이후 영국의 대미 정책은 미국의 주도권을 인정하고 미국과의 동맹·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영국은 걸프전,보스니아·코소보 사태,아프간 전쟁은 물론 이번의 대 이라크 전쟁에 이르기까지 베트남 전쟁을 제외한 미국의 모든 전쟁에 전투 병력을 파견,동참하는 가장 실질적인 군사 동맹국이다.양국 정보 기관간 긴밀한 정보 교환과 상호 협력은 프랑스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샘을 낼 정도다.경제적으로도 양국은 상호 투자액 합계가 4500억달러로 서로에 있어 최대 투자국이다.양국간 교류는 공식적 정부 인사 교류 인원만도 연 5만명이 넘을 정도다. 정치,경제,군사,정보,문화 등 분야에서 영·미간 각별한 관계는 영국의 유럽공동체 참여에 장애가 될 정도였다.영국은 공동체 창설 후 20여년이 지난 1973년에야 가입했다.영국 내에도 영·미 특수관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있다.영국 장래는 유럽 통합에 있는데 미국과의 특수관계가 장애가 된다는 주장이다.그러나 영국 정부의 입장은 명쾌하다.영국은 영·미 특수 관계가 미국과 유럽을 연결시키는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미국과 유럽 대륙을 위해 모두 유익하다고 여긴다. 블레어 총리가 미국과 손을 잡고 이라크전을치르는 것은 사담 후세인 제거에 대한 신념이나 미국에 대한 맹종 의식만이라고 하기는 어렵다.특히 냉정,침착이 국민성의 모토인 영국이 감정에 치우쳐 미국을 지원한다고 말하기는 더욱 쉽지 않다.결국 영국은 미국과의 협력이 자신의 국익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경제적으로 미국과 거의 공동 운명체에 있을 뿐 아니라 영국의 유럽 연합내 발언권은 다른 요소도 있지만 미국과의 친밀한 관계에 기인하는 부분이 많다.실제 영국은 GDP 규모에서 전통적인 경쟁자인 프랑스를 처음으로 앞질러 세계 4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북아일랜드 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고 북아일랜드 공화군(IRA)의 테러가 옛일로 여겨지게 된 데는 냉전 종식 환경 속에서 미국과의 협조 관계를 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큰 몫을 했다. ●김일수(金一秀·48) 서울대 경제학과,미국 1등 서기관,동구1과장,러시아 참사관,사우디 공사참사관,구주국 심의관
  • 부자/3000만년간 진화한 종족?

    동물학자가 추적한 ‘그들에 대한 궁금증' 베스트셀러 책의 제목대로,남자는 화성에서 왔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면 부자(富者)는? 백만장자,억만장자도 외계 어느 곳에서 온 생명체는 아닐까. 동물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리처드 코니프의 ‘부자’(이상근 옮김,까치 펴냄)는 그 오랜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는 책이다.먼저 결론.부자는 보통사람들과 다른 지배적인 종(種)이란 주장이다.이름하여 ‘호모 사피엔스 페쿠니오수스’(Homo sapiens pecuniosus,부자). 학계의 동의를 거친 공식 학명이 아닌 이상 책 속에 지은이의 주관이 완전 배제될 수는 없다.그러나 시대를 풍미한 유명 거부들을 실제사례로 들어가며 그들의 세계를 규명하는 작업에는 동물·사회학 이론이 과학적 근거로 두루 제시됐다. 오늘날의 부자가 무려 3000만년에 걸쳐 사회적 신분상승을 이뤄온 결과물이란 논리는 무엇보다 흥미롭다. 인간으로 진화하기 이전의 유인원 시절부터 특정 계층은 사회적 지위와 신분상승을 꿈꾸는 욕망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는 것.영장류 중에서도 정치적인 종으로 꼽히는 침팬지의 세계만 봐도 그렇다. 주목할 대목은,영향력 있는 개체들이 음식과 재원을 나눔으로써 위신과 하위등급 개체들의 지지를 축적하려 한다는 점.사회적 특권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는 풀이다. 동물학자인 지은이의 해박한 지식 덕분에 ‘부자학’의 논리는 한층 더 견고해진다.예컨대,부자들의 ‘낭비적인’ 과시행동도 영장류들의 이미지와 오버랩된다는 진화심리학적인 견해.마릴린 먼로가 손을 입술에 갖다댔다가 ‘쪽’소리를 내며 날리는 키스는 침팬지의 유화(宥和)제스처와 흡사하다.목 부분의 화려한 프릴을 과장되게 강조한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의상도 마찬가지.목 둘레에 긴 털이 있는 마다가스카르산 여우원숭이와 신기하게 닮았다. 세계적 부자들이 줄줄이 연구대상에 올랐다.폴 게티,테드 터너,빌 게이츠,록펠러 1세,J P 모건,래리 엘리슨 등. 부자의 개념정의와 관련한 여러 제언들도 책의 흥미를 드높인다.부자의 상징단어인 ‘백만장자’도 서둘러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주장이 그중 하나.현재 미국에만도 500만 달러의 부자가 59만명,2004년까지는 390만명으로 늘어난다는 조사치를 들이민다. 부자들에게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십중팔구가 돈에는 별로 관심없다고 말하는 것도 그렇다.책은 이를 “위대한 전통을 가진 거짓말”이라고 꼬집는다. 그렇다면,난감해진다.돈에 대한 관심을 있는 대로 까발리는 로또복권 열풍은 어떻게 설명될지.우리는 ‘호모 사피엔스 페쿠니오수스’에도 들지 않는,전혀 새로운 개념의 ‘신인류’란 걸까.1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
  • 알파치노 주연’시몬’ 세상을 속인 사이버 여배우 헛된 이미지만 좇는 현대인

    주연배우 캐스팅으로 골치를 앓는 영화 제작자라면 이런 상상을 해 보지 않을까.할리우드 스타 줄리아 로버츠와 꼭 닮은 팔등신 미녀를 붕어빵 찍듯 찍어낼 수 있다면? 은퇴선언한 심은하보다 더 매력있는 사이버 여배우를 만들어낸다면? 알 파치노가 주연한 영화 ‘시몬’(Simone·17일 개봉)은 정확히 그 상상을 밑천으로 몸집을 부풀린 코믹드라마다. DNA도 복제하는 마당에 사이버 배우를 대중스타로 띄워올린다는 설정쯤은 그닥 참신할 게 없다고 일축할 수도 있겠다.그러나 특수효과·판타지·대형액션 등 자본과 크기를 자랑삼는 할리우드 영화에 진력나 재치있고 사려깊은 영화를 기다렸다면 꼭 챙겨봄직한 작품이다.유쾌한 상상력에 진중한 메시지를 균형있게 버무렸다. 할리우드 영화감독 빅터(알 파치노)는 흥행에 계속 실패한다.제작사도 배우도 그에게서 등을 돌릴 수밖에.유력한 제작자인 부인에게마저 외면당한 위기상황에서 열성 팬을 자처하는 컴퓨터 엔지니어가 사이버 여배우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담은 시디롬을 선물한다.캐스팅에 허덕이던 빅터는 결국 가상의 여배우 시몬(‘Simulation One’의 약자)을 주인공으로 새 영화를 찍는다.세상은 감쪽같이 속아넘어가고 시몬의 인기는 끝없이 치솟는다. 스튜디오에 숨어 컴퓨터 키보드로 시몬의 일거수일투족을 연출하는 빅터.양심에 갈등하면서도 점점 더 이미지의 마력에 젖어가는 그의 심리에 카메라는 시선을 고정시킨다.알 파치노의 일인극을 보는 듯한 느낌은 그 때문. 실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신비의 배우’시몬이 향수모델에 가수,TV 토크쇼 출연자로까지 변신하는 기상천외한 설정,이를 조정하는 알 파치노의 심리연기가 주요 감상포인트다.비밀 스튜디오에서 연출되는 위선은,별거중인 부인과 딸을 되찾기 위해 진실을 회복해야 한다는 빅터의 또다른 내면과 끊임없이 갈등한다.범접할 수 없는 윤리의 상징적 덕목으로 가족애가 끼어든 셈. 단순한 등장인물,담백한 드라마 구도의 영화인데도 신통하게 대목대목에서 진지한 성찰을 부추긴다.후반부 시몬이 세계적인 콘서트 무대에 홀로그램으로 등장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새삼 ‘생활의 발견’에소름이 돋을지 모른다. 오늘 우리들 속에서 이미지의 허상이 어떤 모습,얼마만큼의 위력으로 살아 있는지를 통렬히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잉글리드 버그만·오드리 햅번·마릴린 먼로를 뒤섞은 듯한 ‘3D 여배우’시몬에게는 실제모델이 따로 있다.캐나다 출신의 모델 레이첼 로버츠.그의 얼굴에 할리우드 대표 여배우들의 얼굴을 합성했다.‘트루먼 쇼’의 앤드류 니콜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황수정기자 sjh@
  • 로댕전 등 전시회 ‘빅4’

    겨울방학을 맞아 학생들에게 꼭 구경하라고 권할 만한 전시는 4가지.각각특장을 지닌 ‘빅4’는 학부모에게도 충분히 가치 있는 전시다. ●로댕전 현대조각의 창시자인 로댕의 조각 66점과 드로잉 8점 등 74점을 전시했다.미국 뉴욕의 브루클린미술관과 필라델피아미술관 소장작이다.대표작인 ‘칼레의 시민들’‘발자크’‘지옥의 문’등이 포함됐다.‘칼레의 시민들’을완성하고자 별도 제작한 실험작 15점과,‘발자크’의 중간작품 6점도 나왔다.‘지옥의 문’제작 과정에서 독립 작품으로 만든 ‘늙은 투구공의 아내’등도 있다.한가람미술관(02)789-3788. ●밀레의 여정 ‘이삭줍기’등으로 널리 알려진 ‘바르비종파’밀레의 작품과 세잔·고흐·피사로 등 16∼19세기의 유화·판화·드로잉 150여점.19세기 파리 외곽의 농촌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들이다.밀레의 작품을 그대로 베낀 고흐의 작품을 비교해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자비심’‘어머니와 아들’‘여름,세레스’등이 대표작.서울시립미술관(02)2124-8991. ●특별기획전 고구려 ‘연가7년명 금동일광삼존상’‘3세기 청동말’‘해뚫음무늬금동장식품’등 평양의 고구려시대 국보 유물 4점이 서울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전시다.청룡·백호·주작·현무 등 사신도가 그려진 ‘강서 큰 무덤’,고구려 생활 풍속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안악 3호 무덤’등을 실물 크기로 완벽하게 재현해 놓아 훌륭한 역사·문화 학습장이 됐다.코엑스 특별전시장(02)3443-2511. ●팝아트전 1960년대 대표적 팝아트 작가인 앤디 워홀과 재스퍼 존스·로버트 라우젠버그·짐 다인·톰 웨슬먼 등 작가 12명의 작품 52점.미국 사우드플로리다대학 그래픽스튜디오와 로미술관의 소장품이다.팝아트는 사색적·관념적인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발에서 나와 극사실주의 등 현대미술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마릴린 먼로 등 유명 여배우나 코카콜라 등 상업광고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한가람미술관(02)580-1517∼8. 문소영기자 symun@
  • 네 정신에 새로운 창을 열어라/아방가르드와의 신선한 만남

    “이제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는 보르헤스의 결론을 굳이 빌릴 것도없겠다.통제불능의 유행과 스캔들이 새로운 사유의 허리를 괴물처럼 뚝뚝 잘라먹는 현대.모방과 복제와 답습에 아방가르드가 짓눌린 지 오래인 오늘.간단없이 새로운 사유를 해야 한다고 전방위에서 담금질하는 책은 그래서 더반갑다. 민음사가 펴낸 ‘네 정신에 새로운 창을 열어라’(최승호 등 지음)는 현대지성·예술계를 움직인 전위적 사상가와 예술가 30명을 내세워 ‘아방가르드 정신’을 찾자고 채근한다.미래를 소유하기 위해 한순간도 닻을 내리지 않은 책 속 등장인물들의 면면은 다양하다.랭보나 카프카 같은 고전적 개념의아방가르드에서부터 프랑스 누벨바그를 이끈 장 뤼크 고다르,해체주의 건축철학을 실천하는 피터 아이젠만 등 이 순간에도 실험을 멈추지 않는 현재형의 아방가르드까지.필진의 스펙트럼도 그에 못잖게 다채롭다.시인 최승호·김혜순·김승희·신현림,문학평론가 박철화·박성창·서동욱,소설가 함정임·원재길,화가 김병종·김미진 등 저마다 다양한 관심사로 창조적 미래를 좇는 30∼40대 논객 30명이다. 책을 열면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앙상하게 뼈만 남은 청동 여인상이먼저 반긴다.시인 최승호가 자코메티의 조각 앞에서 받은 영감을 날카롭고능란한 수사로 거침없이 쏟아낸다. 다음 순간 바통을 이어받은 소설가 함정임은,20년 남짓한 연주 경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천재성과 실험정신으로 초점을 옮긴다.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천재적으로 연주하기까지 굴드가 견지한 삶의 철학은 “세상 속에 있으되,그러나 세상에 속하지는 않는 것”이었다.“예술은 정신적 초월의 세계이므로 물질세계와 모든 권력구조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웅변한 굴드였다. 책의 매력은 아방가르드 대표주자들의 삶과 사상이 보기좋게 정리됐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글쓴이의 접근방식에 따라 읽는 재미도 각양각색이다.화가이자 소설가인 김미진은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삶과 작품세계를 한편의 매끈한 단편소설로 묶어낸다.1960년대 초반 캠벨수프 깡통과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 작업으로 하루아침에 유명해진 워홀의 전위정신은 어디서 나왔을까.워홀의 작업실을 찾아간 가상의 인물 ‘나’는 말한다.“(워홀은)너무 일상적이라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부분을 건드린 거예요.그가 주목한 것은 사라지는 것과 기호화된 이미지로 남는 것 사이의 아이러니예요.” 멕시코 최고의 벽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여인으로 각인된 여류화가 프리다칼로.소아마비에 거듭된 낙태 등 불운으로 얼룩진 칼로의 격정적 삶을 돌아보는 길목에서 시인 김승희는 문득 자기고백을 하기도 한다.“여성의 육체를 남성 욕망의 응시가 아니라 주체적인 여성 시선으로 냉혹하리만큼 리얼하게 바라본 혁명적인 화가”라고 칼로를 정의한 뒤 “그녀에게서 나는 여성이자기의 상처를 말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지식과 예술에서 전위에 섰던 인물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작업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20세기 초현실주의를 이끈 앙드레 브르통,현대 사진예술의 개척자 만 레이,현대 시 언어를 바꿔놓은 천재 아르튀르 랭보,세계를라틴아메리카 문학으로 빨아들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순서없이 잡히는 대로 펼쳐 읽어도 좋다.분방한 사유에 삶을 맡긴 30명의아방가르드 주자들이 분주히 다시 움직인다.삶이 밋밋하다는 독자들을 위해진부한 일상의 창가에 새로운 창문 하나를 뚫어주고자.3만원. 황수정기자 sjh@
  • 호암갤러리 ‘미국현대사진 1970∼2000’전

    사진예술이 판화에 이어 세계 현대미술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것은 지난 70년대이다.세계 미술관과 개인들이 다투어 소장하면서 인기 작가의 작품은 수십만 달러에 거래되는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현실의 재현’에서 ‘예술작품’으로 진화된 사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열린다. 호암갤러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이 소장한 1만2000여점 가운데 113점을 골라 ‘미국현대사진 1970∼2000’전을 내년 2월2일까지 연다.작가는 신디 셔먼,셰리 르빈,리차드 프린스 등 40명.70년대 이후 포스트모던 이론의 핵심적 쟁점인 현실과 정체성,일상이 소주제다. 전시장 초입에서 관객을 맞이하는 것은 ‘현실(The Real)’.그러나 진짜 현실은 없고 조작되고 모방된 가짜 현실이다.셰리 르빈의 ‘워커 에반스 모작(Afer Walker Evans)’연작은 사진작가 워커 에반스의 작품을 재촬영한 작품이다.필립-로카 디 코르시아의 ‘28살의 마릴린,네바다주 라스베가스;$30’은,30달러의 모델료를 지급한 모델에게 원하는 자세를 요구한뒤 거리에 조명 장치를 설치하고 찍은 조작된 현실이다.‘차용 미술의 선두주자’였던 리처드 프린스의 ‘무제(고개 숙인 세 여인)’ 연작도 잡지 광고를 재촬영한 작품이다.이들은 계속 ‘우리 앞의 현실이 뭐냐.’며 의문을 제기한다.샌디 스코클런드의 ‘결혼’은 붉은 딸기잼으로 벽을,노란 마멀레이드로 바닥을 발라 연출했다.달콤하지만,한편 질척거리는 결혼의 양면성을 불온하게 보여준다.신부가 살짝 들어올린 발바닥에 흘러내리는 진득한 액체를 잘 살펴보도록. 정체성 탐구는 존 코플란즈의 ‘자화상’에서 시작한다.맨 등을 잔뜩 구부린뒤 주먹을 어깨로 올린 작가의 누드는 더듬이를 올린 달팽이의 얼굴같다.60살부터 찍었다는 그의 나체에서 ‘나는 늙은이가 아니라 나다.’라는 메시지가 강렬하다.마약 중독자 등 소외계층을 소재로 즐겨찍던 낸 골딘의 ‘구타당한 낸,종속의 발라드 중에서’는 남자친구에게 얻어맞아 눈이 충혈되고 멍든 작가 자신의 얼굴이다.포스트모더니즘 사진의 대표작가 신디 셔먼의 ‘무제 필름 스틸’연작은 B급 영화 속의 여배우로 분장한 작가가 매맞는 아내,악녀,마릴린 먼로 등 정형화된 여성의 역할을 선보인다.현대의 이미지는 매스미디어가 제공한 이미지들의 변형이자 차용이라는 점을 고발한다. 이 밖에 컬러사진의 장을 연 윌리엄 이글스턴,인간의 자연파괴를 조작된 사진기법으로 고발하는 빌 오웬스,아동학대 논란을 빚은 샐리 만의 작품이 출품됐다.(02)750-7990. 문소영기자 symun@
  • 사망 40주기 맞아 추모음반 출시, 가수로 부활한 ‘마릴린 먼로’

    지난 5일 사망 40주년을 맞은 ‘20세기의 섹스 심벌’마릴린 먼로.그가 출연한 영화에서 직접 부른 노래들을 추린 음반 2장과,그를 추모하는 헌정음반 1장이 나란히 출시됐다. 먼로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7년만의 외출’‘뜨거운 것이 좋아’등 총 30편의 영화에 출연해 연기로 두각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주제곡도 대부분 직접 부른 다재다능한 연기자. 최근 발표된 ‘Marilyn’과 ‘Heat wave’는 히트 영화속 먼로의 이미지를 육성 노래로 추억해 볼 수 있게 하는 앨범들이다.‘Marilyn’에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삽입곡 ‘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s’,‘뜨거운 것이 좋아’삽입곡 ‘I wanna be loved by you’,‘나이아가라’의 ‘A fine romance’등 14곡이 담겼다.‘Heat wave’에는 ‘돌아오지 않는 강’(The river of no return)등 12곡이 수록됐다. 헌정음반 ‘My Marilyn’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위스 출신의 재즈 연주자 데이비드 클레인이 재즈를 사랑한 먼로를 위해 그의 노래들을 재즈로 편곡해 실은 것.노래도 노래지만,앨범 속 책자에 담긴 먼로의 사진,관련 사이트,책등에 관한 정보도 녹녹치 않다. 먼로는 고아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16살에 결혼했으나 4년만에 이혼하고 사진 모델로 활동하던 중 영화계에 진출했다. 케네디 대통령과의 염문설 등 숱한 화제를 뿌리며 은막 스타로 인기를 누렸으나 36세때인 1962년 자택 침대에서 나체로 전화기를 든 사체로 발견됐다. 주현진기자 j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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