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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혁백 칼럼] 트럼프의 돈로주의와 한국의 대응

    [임혁백 칼럼] 트럼프의 돈로주의와 한국의 대응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5 국가안보전략(NSS)에서 19세기 먼로주의(Monroe Doctrine)의 트럼프판 외교 원칙인 돈로주의(Donroe Doctrine)를 선언했다. 먼로주의가 유럽 제국주의 세력의 서반구에 대한 개입을 금지하는 방어적인 고립주의였다면, 돈로주의는 서반구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간섭을 배제하고 서반구에서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을 통한 팽창주의를 추구하는 전략이다. 첫째, 2025 NSS에서 트럼프는 미국이 단독으로 세계의 안보, 해상교통로, 경제 질서를 ‘떠받치는’ 시대는 지나갔으며 더이상 전 지구의 안보를 지탱하는 ‘세계 경찰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겠다는 ‘아틀라스 시대의 종언’을 선포하고, 미국은 본토 방어와 서반구의 안보를 최우선적으로 추구하겠다는 미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 안보 원칙을 세웠다. 둘째, 트럼프는 2기 취임 연설에서 미국은 신의 섭리에 의해 영토를 확장하도록 운명 지어졌다는 11대 대통령 제임스 포크의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을 미국의 외교 원칙으로 부활시켰다. 트럼프는 자신의 영웅인 잭슨 대통령과 매킨리 대통령의 영토 팽창주의를 2기 트럼프 정부의 근간으로 삼고 화성에까지 미국 영토를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는 2026년 정초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 압송해 돈로주의적 영토 확장을 실행에 옮긴 후 그린란드, 캐나다, 파나마에 이르기까지 서반구에서 영토적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셋째, 트럼프는 유럽이 개방적 이민정책과 과도한 규제로 서구적 정체성을 상실해 20년 내에 ‘소멸될 문명’ (civilizational erasure)이 되었다고 조롱했다. 트럼프는 유럽 전역에서 반자유주의, 반이민주의 애국주의로 유럽적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애국적 극우 유럽정당’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NSS의 실행 계획인 국가방위전략(NDS)이 그리고 있는 동아시아 안보 구도는 첫째,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국을 적으로 명시하지 않으면서 억제 전략에 방점을 두고 있다. 북한을 미국 본토에 대한 분명하고도 현존하는 핵공격 위험 세력으로 보고 있으나 ‘북한 비핵화’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미국은 확장·억제를 통해 핵우산을 한국에 제공하고, 한국은 북한의 재래식 전력 공세에 일차적 책임을 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둘째, 미국은 ‘역외균형자’(offshore balancer)로서 동아시아 지역에 최소한의 개입을 하고 동아시아의 군사 그리고 경제 강국인 한국에 역외균형을 위한 외주를 준다. 북한 억지를 위한 1차적 책임을 한국에 맡기고 중국을 포위, 견제하는 제1도련선 방어에서 한국에 핵심적 역할을 부여한다. 미국은 역외균형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에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방위비 지출을 늘리게 해서 안보 비용을 분담시킨다. NDS는 한국군의 재래식 억제력을 공식 인증하고, 한미동맹 73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 전쟁 주도권을 맡기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자주국방 목표와 일치하며, 미국과의 거래에 있어서 한국이 갑의 위치로 올라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동아시아 역외균형 전략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게 되면서 한국은 북한과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할 수 있게 되었으며, 북한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게 되었고, 미국과의 방산 협력을 증대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이 치러야 할 위험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연루(entrapment)와 방기(abandonment)의 딜레마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딜레마가 일어날 수 있는 영역은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 한미연합훈련, 대만해협 사태 개입, 남중국해 갈등에 대한 참여 수준 조정 등이다. 이들 영역에서 한국이 지나치게 미국과의 동맹에 소극적으로 임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버림받게 되는 방기의 위험이 있고, 지나치게 맹목적으로 미국에 편승할 경우 원하지 않는 미중 간 갈등에 연루될 수 있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미국에 편승하면서도 중국의 요구 역시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절충적 편승을 통해 위험을 회피하는 헤징(hedging)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 트럼프 新국방전략도 ‘돈로주의’… ‘美 본토 방어·중국 억제’에 방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새 국방전략(NDS)은 ‘돈로주의’(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름과 먼로주의 합성어)에 입각한 아메리카 대륙 등 ‘서반구 우선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미군 전력을 본토 방어와 중국 억제에 집중하겠다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미 국방부(전쟁부)는 이날 공개한 NDS에서 서반구를 사실상 ‘미 본토’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북극에서 남아메리카에 이르는 핵심 지역, 특히 그린란드와 멕시코만, 파나마 운하에 대해 군사적·상업적 접근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을 추진하면서 주된 이유로 든 미국의 차세대 방공망 ‘골든돔’ 구상은 본토 방어를 실행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제시됐다. 본토 방어 다음 순위로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강력한 국가’라며 중국을 거론했다. NDS는 “인태 지역에서 유리한 군사력 균형을 유지한다”는 구상을 밝히면서도 “이는 중국을 지배하거나, 굴욕감을 주거나, 압박하려는 목적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이어 “미국에 유리하면서도 중국이 받아들이고 공존할 수 있는 조건의 평화로운 관계가 가능하다”며 무력충돌은 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제1 도련선(열도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을 따라 강력한 거부형 방어를 구축할 것”이라고 명시해 대만 방어 의지를 담았다. 이번 NDS는 “미군은 핵심적이지만 제한적인 자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다른 동맹에도 더 많은 ‘분담’을 요구했다.
  • [김흥종의 세계읽기] 지금은 신냉전이 아니다

    [김흥종의 세계읽기] 지금은 신냉전이 아니다

    최근 미중 갈등과 패권 경쟁, 전쟁과 제재, 관세와 공급망 압박을 설명하는 데 신냉전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인다. 그러나 지금은 신냉전 시대가 아니다. 신냉전으로 보는 순간 세계를 잘못 이해하게 된다. 현재의 국제 질서를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단순하며 심각한 오해를 낳는다. 냉전은 분명한 구조를 가진 질서였다. 이념을 중심으로 한 네 편과 내 편 진영의 고착, 군사·경제·외교 전반에 걸친 블록화, 그리고 상호 단절이 핵심이었다. 반면 오늘날의 세계는 이념보다는 이해관계가, 진영보다는 사안별 연합이, 전면적 단절보다는 선택적 분리가 지배하고 있다. 미중은 전략적으로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동시에 완전히 분리될 수 없는 상호의존관계에 놓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는 이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그 결과 양국 간 전면 충돌 가능성은 낮다. 한편 전쟁을 통해 오히려 존재감을 키운 러시아는 국제 안보 질서의 주요 행위자로 부상했다. 세 강대국이 마치 유리박물관에 들어간 코끼리같이 안에서 충돌하며 유리 조형물을 깨고 있다. 주변국이 흔들린다. 신냉전과 반대편에 있는 시각으로 ‘천하삼분지계’가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가 세계를 삼등분해 각자의 세력권을 구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역시 과장이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서반구를 자국의 세력권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먼로주의의 재림, 즉 신먼로주의다. 서반구에서 배타적 질서를 구축하되 다른 지역에서 이해관계가 위태로워질 경우 언제든지, 주저 없이 ‘하드 파워’로 개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세력권 안에서는 국제법이 무용지물이다. 베네수엘라,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가 그 사례다. 다만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감당할 의지가 없는 미국은 관세를 통한 압박이나 ‘외과 수술식 군사 공격’을 선호한다.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자기 세력권임을 주장하는 러시아의 인정투쟁이며, 중국은 대만을 포함한 동남중국해를 자신의 세력권으로 주장하지만 주변국의 억제에 직면해 있다. 결국 천하삼분지계는 러시아와 중국의 희망 사항에 가깝다. 세계 질서의 변화는 제3국 희생으로 나타난다. 그린란드는 지정학의 전면에 등장했고, 이란은 다시 시험지가 되었다. 반도체, 에너지, 식량은 안보의 언어로 재해석된다. 달라 보이는 사건들이 하나로 수렴한다. 20세기의 규칙 기반 자유주의 질서는 끝났고, 세계는 자강과 사안별 연대를 통해 균형을 추구하던 19세기 유럽식 국제정치로 회귀하고 있다. 이 질서는 냉전 시보다 중견국에 더 가혹하다. 진영이 분명했던 시대와 달리 지금은 한쪽을 택하는 순간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든다. 한국에 중요한 것은 줄서기가 아니라 자강과 독자적 설계다. 통상·외교·안보를 하나의 전략으로 엮고, 조롱받고 있지만 여전히 작동하는 다자 체제와 유럽연합(EU) 같은 지역 연합체, 경제 통합체를 동아줄 삼아 끝까지 버텨야 한다. 변하는 세계를 정확히 읽지 못하면 번영은커녕 생존도 위태로워진다. 김흥종 전 대외정책연구원 원장
  • [열린세상] ‘절대적 결의’ 작전이 몰고 올 후폭풍

    [열린세상] ‘절대적 결의’ 작전이 몰고 올 후폭풍

    새해 벽두부터 미국의 전격적인 베네수엘라 기습 작전으로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작년 말 미국이 베네수엘라 앞바다에 병력을 집결시켜 마약 운반선과 유조선을 공격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은 됐으나, 이렇게 전격적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압송하는 작전을 벌일 줄은 몰랐다. 미국은 ‘절대적 결의’라는 작전을 통해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의가 확고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 줬다. 미국은 작년 12월 초 발간한 국가안보전략서(NSS)에서 이미 앞으로 ‘신먼로주의’, 소위 ‘돈로주의’를 추구할 것임을 명백히 했다. 즉 미국은 서반구로 불리는 미주 대륙을 자국의 세력권으로 삼아 이곳에서 지배권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서반구에서 중국 등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고 미국의 이익을 방어하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이번 ‘절대적 결의’ 작전은 이런 정책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대외 정책을 잘 분석해 보면 몇 개 하부 요소들로 구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외 정책은 즉흥적 공세주의, 거래주의, 선택적 개입주의, 신먼로주의와 트럼프 중심주의라는 요소들을 품고 있다. 이번 기습 작전을 보면 이 요소들이 다 내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마약 거래를 이유로 삼았으나 사실은 중남미에서 지배권을 확립하려는 신먼로주의와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거래주의가 작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이익이 있는 경우에만 골라 공격하는 선택적 개입주의, 협박을 가하다 갑자기 공격하는 즉흥적 공세주의가 그 안에 작동했다. 마지막으로는 이 모든 것을 본인이 TV 쇼하듯 진행했다고 발표하면서 트럼프 중심주의마저 드러냈다. 일단은 미국 관점에서 성공한 듯 보이는 이 작전은 여러 측면에서 앞으로 국제사회에 몰고 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작전으로 미국은 자신들이 만들었던 2차 대전 이후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밑동부터 무너뜨리고 있다. 나아가 국제 질서를 19세기 제국주의 시절로 퇴보케 할 문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한 국가의 주권을 송두리째 무시했다는 측면에선 주권 평등을 규정한 17세기 베스트팔렌 체제 이전 상태로 국제사회를 퇴보시킬 수 있는 실마리까지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차 대전 이후 우리는 법치와 보편적 가치에 기반을 둔 자유주의 국제 질서 하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이번 작전은 법치와 가치를 내팽개치고 오직 힘이 정의이며 판단 기준이라는 점을 공언한 셈이다. 미국이 2차 대전 후 없앴던 제국주의와 세력권을 스스로 복원하려 하고 있으니 19세기와 별다를 바 없는 세상이 전개될 수도 있다. 게다가 국민이 선거로 뽑은 대통령을 그 나라 영토를 침공해 체포한 후 다른 나라로 압송해 재판정에 세운다는 것은 자결권과 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다. 또한 자위권을 제외하고는 국가 간 무력 사용을 금지하는 유엔헌장과 각국의 주권은 평등하다는 주권 평등 원칙마저 미국은 훼손했다. 이로써 국제사회는 앞으로 심각한 균열과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러는 미국의 행동을 겉으로는 비난하지만 내심 이를 반길지 모른다. 미국의 행동은 19세기에 그랬던 것처럼 세계를 강대국들의 세력권으로 나눠 다스리자는 메시지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도, 향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게 돼도 미국이 간섭할 명분이 약해져 그들에게는 좋은 일이 된다. 미국의 행동에 비판적인 유럽과 미국 간에는 앞으로 더 균열이 발생할 것이고 이를 통해 국제사회는 다극 체제로 변해 갈 것이다. 미국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로 인해 각국은 자국의 안보를 위한 각자도생을 도모해야 하며, 이에 따라 군비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다. 대만과 한반도의 안보 지형도 더 험악해질 수 있으니 우리는 자강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호주대사
  • “美 ‘돈로주의’ 최대 리스크… 재정 풀기보다 ‘경제 파이’ 키워야”[월요인터뷰]

    “美 ‘돈로주의’ 최대 리스크… 재정 풀기보다 ‘경제 파이’ 키워야”[월요인터뷰]

    베네수엘라 사태 주목해야美 우선주의·패권주의 강화 흐름남미 내 ‘中 영향력’ 견제 강력 신호미중갈등, 대만까지 확산 가능성대외 의존 높은 한국경제에 위협원달러 환율 1400원 ‘뉴노멀’해외 투자 비중 늘어 달러 수요 증가국가 잠재성장률 높이는 게 ‘정공법’국내 금융산업 해외 수익 ‘5%’ 남짓투자 확대로 국부 창출에 기여해야 세계 경제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복합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근 발생한 베네수엘라 사태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불명확한 상태다. 이런 혼돈의 시기에 전광우(전 금융위원장·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의 식견은 무게감이 남다르다. 전 이사장은 세계은행(World Bank)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이명박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으로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최일선에서 방어했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시절에는 기금 운용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현재 8년째 세계경제연구원을 이끌고 있다.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등 세계 굴지의 금융 리더들과 소통하며 한국과 세계 금융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이사장은 11일 서울 강남구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무리한 재정 확대를 지양하고, 규제 혁파와 노동·기술·금융 등 핵심 구조개혁을 통해 민간경제의 활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중 패권 경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최대 변수가 됐다. 현재의 경제 안보 상황은. “남미, 그중에서도 베네수엘라 사태를 주목해야 한다. 19세기 미국의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주창한 ‘먼로주의(미국의 유럽대륙에 대한 불간섭·아메리카 대륙의 미국 우위)’가 ‘돈로주의(도널드 트럼프+먼로주의)’로 부활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와 패권주의가 강화되는 흐름이다. 미국은 중국이 일대일로 등을 통해 미국의 앞마당인 남미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미중 갈등이 대만 문제 등으로 확산할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최대의 하방 리스크가 될 것이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일시적 현상이 아닌 ‘뉴노멀’로 봐야 할까. “당분간 1400원대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의 해외 투자 확대와 ‘큰 손’인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비중 증가로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미중 갈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까지 겹쳐 달러 강세 요인이 우세하다. 정부가 미세 조정을 통해 환율 급등락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근본적으로는 국가 잠재성장률을 높여 원화의 가치를 회복시키는 정공법이다.” -일본 경제가 소위 ‘잃어버린 30년’을 딛고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점은. “일본 증시의 활황은 아베노믹스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시장 업그레이드를 꾸준히 추진한 결과다. 반면 우리가 절대 따라 해서는 안 될 점은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20~30년간 끊임없이 재정을 풀어대며 막대한 국가 부채를 쌓은 것이다. 현금을 살포하는 식의 재정 정책은 경기 부양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다. 일본은 기축통화국이자 대외 자산 부국이라 버티지만, 우리는 다르다. 일본의 사례는 ‘재정 풀기’보다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양이 더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국내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어느 수준인가. 금융위원장 재임 시절과 비교해 나아졌나. “냉정하게 말해 갈 길이 멀다. 국내 금융그룹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비중은 여전히 5% 남짓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의 미쓰비시 UFG(MUFG)나 미즈호 같은 은행들은 수익의 50~60%를 해외에서 창출한다. 우리 금융사들이 여전히 국내에서 이자 장사에만 안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진정한 생산적 금융을 위해서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기업 금융과 해외 투자를 확대해 국부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해법이 있을까. “억지로 대출 총량을 줄이는 것보다 소득을 늘려 갚을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려면 1%대로 추락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잠재성장률의 3대 결정 요소인 노동, 기술, 금융의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의 역동성 회복이 시급한 과제다. 현재 100%를 상회하는 가계부채 비율을 점진적으로 80% 수준까지 지속해서 낮추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부채의 덫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보험료율 인상’에만 매몰돼 있다. 수익률 제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는데. “수익률 1% 포인트 상승은 기금 고갈 시점을 5~8년 늦추는 효과가 있어 보험료율 인상 못지않게 중요하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합리적 자산 배분이 가능해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1500조원(1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증시 및 외환 시장 안정에도 역할이 기대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단기적 증시 부양이나 환율 방어 같은 정부의 정책 수단으로 동원돼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기본 원칙은 국민 노후를 위한 안정적 수익 극대화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연금은 이미 국내 자본시장 규모 대비 너무 커진 ‘연못 속의 고래’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약 7%를 단일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건 상황은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다. 고래가 좁은 연못에 계속 머물면 고래도 죽고 연못 생태계도 망가진다. 수익률 극대화와 리스크 분산을 위해 고래는 해외 및 대체 투자 등 확대를 위해 ‘태평양’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 중요한 이유는 향후 ‘엑시트(exit)’ 전략 때문이다. 언젠가 연금 지급액이 보험료 수입 및 투자 수익보다 많아지거나 투자 전략상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을 대량 매각하면 국내 증시는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받게 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3차 상법 개정에 대해 재계 반발이 크다. “주주 가치를 높이는 방향은 맞지만, 자사주 소각 등을 법으로 강제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기업이 경영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하되, 공시와 소통을 강화하는 선진국형 모델로 가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은 북한 리스크 같은 지정학적 요인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 결여와 정치적 후진성에 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공매도 규제나 외환 시장 접근성 등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족하려는 일관된 노력이 필요하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 -AI(인공지능) 열풍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거품론도 제기되는데 어떻게 보나.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투자전문가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현재의 AI 열풍을 ‘합리적 버블(Rational Bubble)’이라고 표현했다. 주가 급등이나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AI가 가져올 생산성 혁명은 실체적 근거가 있다는 뜻이다. 과거 인터넷 혁명처럼 AI는 인류 문명과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잠재력이 있다. 다만 천문학적인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는 시점이 지연될 경우 단기적인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금융권에서도 AI 도입이 화두다. AI가 금융 위기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만약 모든 금융사가 같은 AI 알고리즘을 사용해 자산 배분이나 투자를 결정한다면, 위기 시 동시에 매물을 쏟아내는 쏠림 현상으로 인해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순간 폭락)’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AI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비슷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제 당국은 알고리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각 금융사는 AI를 맹신하기보다 전문가적 경험과 판단을 결합한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기 속 한국 경제의 리더들에게 제언한다면. “국제질서 재편과 산업 대변혁의 세계사적 변곡점에서 한국 경제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섰다. 저성장 고착화를 숙명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구조 개혁을 통해 재도약할 것인가의 문제다. 경기회복의 마중물로서 재정의 역할은 살리되 무리한 재정 확대는 피해야 한다. 비기축통화국의 마지막 보루는 튼실한 재정이다. 정부는 규제 혁파와 함께 개혁에 박차를 가해 경제의 활력과 역동성을 되살려야 한다. 기업과 금융권 또한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한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해 우리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 전광우 이사장은 1949년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인디애나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영대학 교수를 거쳐 1986년부터 1998년까지 12년간 세계은행(World Bank)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하며 국제무대에서 금융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노무현 정부 국제금융대사에 이어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방파제 임무를 수행했다. 이후 제13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재임 기간 수익률 제고와 조직의 세계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좌교수를 거쳐 현재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 “美 ‘돈로주의’ 최대 리스크…재정 풀기보다 ‘경제파이’ 키워야” [월요 인터뷰]

    “美 ‘돈로주의’ 최대 리스크…재정 풀기보다 ‘경제파이’ 키워야” [월요 인터뷰]

    베네수엘라 사태 주목해야美 우선주의·패권주의 강화 흐름남미 내 ‘中 영향력’ 견제 강력 신호미중 갈등, 대만까지 확산 가능성대외 의존 높은 한국 경제에 위협원달러 환율 1400원 ‘뉴노멀’해외투자 비중 늘어 달러 수요 증가국가 잠재성장률 높이는 게 ‘정공법’국내 금융산업 해외 수익 ‘5%’ 남짓투자 확대로 국부 창출에 기여해야세계 경제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복합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근 발생한 베네수엘라 사태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불명확한 상태다. 이런 혼돈의 시기에 전광우(전 금융위원장·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의 식견은 무게감이 남다르다. 전 이사장은 세계은행(World Bank)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이명박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으로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최일선에서 방어했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시절에는 기금 운용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현재 8년째 세계경제연구원을 이끌고 있다.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등 세계 굴지의 금융 리더들과 소통하며 한국과 세계 금융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이사장은 11일 서울 강남구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무리한 재정 확대를 지양하고, 규제 혁파와 노동·기술·금융 등 핵심 구조개혁을 통해 민간경제의 활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중 패권 경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최대 변수가 됐다. 현재의 경제 안보 상황은. “남미, 그중에서도 베네수엘라 사태를 주목해야 한다. 19세기 미국의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주창한 ‘먼로주의(미국의 유럽대륙에 대한 불간섭·아메리카 대륙의 미국 우위)’가 ‘돈로주의(도널드 트럼프+먼로주의)’로 부활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와 패권주의가 강화되는 흐름이다. 미국은 중국이 일대일로 등을 통해 미국의 앞마당인 남미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미중 갈등이 대만 문제 등으로 확산할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최대의 하방 리스크가 될 것이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일시적 현상이 아닌 ‘뉴노멀’로 봐야 할까. “당분간 1400원대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의 해외 투자 확대와 ‘큰 손’인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비중 증가로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미중 갈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까지 겹쳐 달러 강세 요인이 우세하다. 정부가 미세 조정을 통해 환율 급등락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근본적으로는 국가 잠재성장률을 높여 원화의 가치를 회복시키는 정공법이다.” -일본 경제가 소위 ‘잃어버린 30년’을 딛고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점은. “일본 증시의 활황은 아베노믹스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시장 업그레이드를 꾸준히 추진한 결과다. 반면 우리가 절대 따라 해서는 안 될 점은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20~30년간 끊임없이 재정을 풀어대며 막대한 국가 부채를 쌓은 것이다. 현금을 살포하는 식의 재정 정책은 경기 부양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다. 일본은 기축통화국이자 대외 자산 부국이라 버티지만, 우리는 다르다. 일본의 사례는 ‘재정 풀기’보다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양이 더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국내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어느 수준인가. 금융위원장 재임 시절과 비교해 나아졌나. “냉정하게 말해 갈 길이 멀다. 국내 금융그룹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비중은 여전히 5% 남짓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의 미쓰비시 UFG(MUFG)나 미즈호 같은 은행들은 수익의 50~60%를 해외에서 창출한다. 우리 금융사들이 여전히 국내에서 이자 장사에만 안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진정한 생산적 금융을 위해서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기업 금융과 해외 투자를 확대해 국부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해법이 있을까. “억지로 대출 총량을 줄이는 것보다 소득을 늘려 갚을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려면 1%대로 추락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잠재성장률의 3대 결정 요소인 노동, 기술, 금융의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의 역동성 회복이 시급한 과제다. 현재 100%를 상회하는 가계부채 비율을 점진적으로 80% 수준까지 지속해서 낮추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부채의 덫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보험료율 인상’에만 매몰돼 있다. 수익률 제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는데. “수익률 1% 포인트 상승은 기금 고갈 시점을 5~8년 늦추는 효과가 있어 보험료율 인상 못지않게 중요하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합리적 자산 배분이 가능해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1500조원(1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증시 및 외환 시장 안정에도 역할이 기대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단기적 증시 부양이나 환율 방어 같은 정부의 정책 수단으로 동원돼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기본 원칙은 국민 노후를 위한 안정적 수익 극대화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연금은 이미 국내 자본시장 규모 대비 너무 커진 ‘연못 속의 고래’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약 7%를 단일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건 상황은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다. 고래가 좁은 연못에 계속 머물면 고래도 죽고 연못 생태계도 망가진다. 수익률 극대화와 리스크 분산을 위해 고래는 해외 및 대체 투자 등 확대를 위해 ‘태평양’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 중요한 이유는 향후 ‘엑시트(exit)’ 전략 때문이다. 언젠가 연금 지급액이 보험료 수입 및 투자 수익보다 많아지거나 투자 전략상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을 대량 매각하면 국내 증시는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받게 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3차 상법 개정에 대해 재계 반발이 크다. “주주 가치를 높이는 방향은 맞지만, 자사주 소각 등을 법으로 강제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기업이 경영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하되, 공시와 소통을 강화하는 선진국형 모델로 가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은 북한 리스크 같은 지정학적 요인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 결여와 정치적 후진성에 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공매도 규제나 외환 시장 접근성 등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족하려는 일관된 노력이 필요하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 -AI(인공지능) 열풍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거품론도 제기되는데 어떻게 보나.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투자전문가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현재의 AI 열풍을 ‘합리적 버블(Rational Bubble)’이라고 표현했다. 주가 급등이나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AI가 가져올 생산성 혁명은 실체적 근거가 있다는 뜻이다. 과거 인터넷 혁명처럼 AI는 인류 문명과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잠재력이 있다. 다만 천문학적인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는 시점이 지연될 경우 단기적인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금융권에서도 AI 도입이 화두다. AI가 금융 위기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만약 모든 금융사가 같은 AI 알고리즘을 사용해 자산 배분이나 투자를 결정한다면, 위기 시 동시에 매물을 쏟아내는 쏠림 현상으로 인해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순간 폭락)’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AI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비슷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제 당국은 알고리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각 금융사는 AI를 맹신하기보다 전문가적 경험과 판단을 결합한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기 속 한국 경제의 리더들에게 제언한다면. “국제질서 재편과 산업 대변혁의 세계사적 변곡점에서 한국 경제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섰다. 저성장 고착화를 숙명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구조 개혁을 통해 재도약할 것인가의 문제다. 경기회복의 마중물로서 재정의 역할은 살리되 무리한 재정 확대는 피해야 한다. 비기축통화국의 마지막 보루는 튼실한 재정이다. 정부는 규제 혁파와 함께 개혁에 박차를 가해 경제의 활력과 역동성을 되살려야 한다. 기업과 금융권 또한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한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해 우리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1949년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시간주립대 경영대학 교수를 거쳐 1986년부터 12년간 세계은행(World Bank)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하며 금융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노무현 정부 국제금융대사에 이어 이명박 정부 초대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방파제 임무를 수행했다. 이후 제13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재임 기간 수익률 제고와 조직의 세계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좌교수를 거쳐 현재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 [사설] 물불 안 가리는 美 ‘돈로주의’… 동맹 관리 이상 없나

    [사설] 물불 안 가리는 美 ‘돈로주의’… 동맹 관리 이상 없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유엔 산하기구 31개와 비(非)유엔 기구 35개 등 총 66개 국제기구에서 미국이 탈퇴하거나 지원을 끊는 내용의 포고문(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트럼프 집권 1기에도 미국은 유네스코 등을 탈퇴한 적이 있지만 이번 무더기 탈퇴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미국의 고립주의 행보에 국제사회는 아연실색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기구 탈퇴 선언은 예견된 행보였다. 내년 국방비를 1조 5000억 달러(약 2100조원)로 현재보다 50% 이상 늘리려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국제기구에 대한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셈법이다. 국제적 규범과 표준을 만들어 예측가능한 세계질서를 유지하는 데 있어 최대 기여국이었던 미국은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영화 같은 일들이 연일 실제 상황이 되고 있다. 한밤중 군사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하며 ‘돈로주의’(먼로주의와 도널드 트럼프의 합성어)를 선언한 트럼프 행정부는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도 손에 넣겠다고 대놓고 엄포를 놓는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미국에 팔지 않는다면 군사력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미국발 단발성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고립주의와 극단적 자국 우선주의에 세계 각국이 각자도생으로 생존 방향을 급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대립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 것이고 국제적 역학관계와 질서는 시시각각 급변침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는 냉혹한 국제 질서”라면서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지당한 현실 인식이다. 그러나 다짐만으로 실용외교를 구사할 수는 없다. 서반구에서의 미국 지배력을 확장하려는 트럼프식 돈로주의가 급발진을 계속하면 당장 한반도 안보 공백이 빚어질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부임 두 달여 만에 미국으로 돌아갔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된 지 1년이 넘었는데 신임 주한 미국대사 후보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북핵, 핵잠, 한미동맹 현대화 등 우리 입장에서는 현안들이 다급하지만 미국은 한국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는 위험한 신호일 수 있다. 과연 동맹은 공고한지, 이러다 한미 간에 심각한 소통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지 우려가 깊어진다.
  • 반미 중남미 국가에 노골적인 경고장

    반미 중남미 국가에 노골적인 경고장

    美이익에 반하는 정권 전복시켜전략적 우선순위 서반구로 이동 미국의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공습은 먼로주의로 대표되는 미국의 중남미 외교정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식 고립주의 외교정책인 ‘돈로주의’(도널드와 먼로주의의 합성어)로 옮겨 가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미 CBS뉴스는 이번 공습을 “미국의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오랜 군사 개입 역사의 연장선에 있는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먼로주의는 제임스 먼로 미 대통령이 1823년 의회에 제출한 연두교서에서 밝힌 것으로, 본래 유럽 열강의 미주 대륙에 대한 식민지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방어 논리였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서반구(남북 아메리카 대륙)를 유럽이 아닌 미국의 영향권에 놓으려는 논리로 확장됐다. 미국은 특히 중남미에서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무력 개입이나 정보기관을 동원한 비밀공작을 벌였다. 미국은 1954년 과테말라에서 하코보 아르벤스구스만 대통령의 개혁 정부를 붕괴시켰다. 선거를 통해 당선된 아르벤스구스만 대통령이 토지개혁 과정에서 미국 자본에 타격을 미치자 미 중앙정보국(CIA)은 반군 양성과 심리전 등 각종 공작으로 그를 실각시켰다. 1973년엔 칠레에서 민주 선거로 선출된 사회주의 정권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축출했다. 아옌데는 집권 후 미국과 충돌했고, 칠레에 많은 자금을 투자한 미국은 정권 붕괴 작전을 실행했다. 이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정권이 들어서 군부의 철권통치가 오래 이어졌다. 1979년 사회주의 혁명으로 니카라과에 들어선 산디니스타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CIA의 콘트라 반군 지원 작전은 일명 ‘이란·콘트라 사건’으로 비화했다. 이 일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탄핵 위기까지 몰렸으나, 니카라과에서는 1990년 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이번 베네수엘라 공습은 돈로주의의 본격적인 시작으로도 읽힌다. 전략적 우선순위를 서반구와 북미, 중남미에 두겠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립주의 성향이 무력으로 실현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 군사작전으로 구현한 ‘돈로주의’… 속셈은 막대한 원유 매장량

    군사작전으로 구현한 ‘돈로주의’… 속셈은 막대한 원유 매장량

    트럼프 “그들 석유사업 완전 실패”美 기업 통해 원유 생산 확대 주장서반구서 영향력 키우는 中 견제도NYT “지지층서 역풍 맞을 수도”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붕괴시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자국의 에너지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 진출해 원유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혀 이번 작전 단행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원유에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서반구에서 미국의 배타적 지배권을 다시 확보하는 이른바 ‘돈로주의’(도널드와 먼로주의 합성어)를 구현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에 힘을 과시하기 위해 베네수엘라를 본보기 삼았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말 중간선거를 앞두고 화려한 군사작전 성공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하려는 정치적 판단이 깔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을 대상으로 한 치명적인 마약 밀매로 뉴욕 남부연방지법에 기소됐다”며 “이번 작전은 그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 목적은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원유 매장량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은 오랫동안 완전히 실패했다. 잠재력에 비해 거의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했다”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석유 회사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심각하게 망가진 정제 인프라를 복구하고 베네수엘라에 수익을 창출해 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공격이 남미 등 서반구를 미국의 세력권으로 확고히 한다는 ‘돈로주의’에 입각한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에 대한 질문에 “그는 코카인을 만들어 그것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며 “그래서 그는 조심해야 한다”고 답하며 중남미의 다른 반미 국가들에도 경고장을 보냈다. 아울러 최근 서반구에서 영향력을 키워 온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대출을 해주고 원유로 갚게 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 왔는데, 이번 마두로 체포는 중국 에너지 수급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트럼프의 구상대로 미국 기업이 베네수엘라를 잠식하게 되면 베네수엘라의 대중국 원유 수출은 사실상 막히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군의 탁월한 군사작전 수행 능력을 선전하며 자국민들의 자긍심을 고취시켰는데, 지지율 상승 효과와 연계되기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정권을 무너뜨리면서 해외 군사개입을 반대하는 ‘미국 우선주의’ 지지층으로부터 역풍을 맞을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 원유와 지지율 반등 노렸나...트럼프 마두로 축출 배경은?

    원유와 지지율 반등 노렸나...트럼프 마두로 축출 배경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붕괴시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자국의 에너지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 진출해 원유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혀 이번 작전 단행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원유에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서반구에서 미국의 배타적 지배권을 다시 확보하는 이른바 ‘돈로주의’(도널드와 먼로주의 합성어)를 구현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에 힘을 과시하기 위해 베네수엘라를 본보기 삼았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말 중간선거를 앞두고 화려한 군사작전 성공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하려는 정치적 판단이 깔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을 대상으로 한 치명적인 마약 밀매로 뉴욕 남부연방지법에 기소됐다”며 “이번 작전은 그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 목적은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원유 매장량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은 오랫동안 완전히 실패했다. 잠재력에 비해 거의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했다”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석유 회사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심각하게 망가진 정제 인프라를 복구하고 베네수엘라에 수익을 창출해 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공격이 남미 등 서반구를 미국의 세력권으로 확고히 한다는 ‘돈로주의’에 입각한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에 대한 질문에 “그는 코카인을 만들어 그것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며 “그래서 그는 조심해야 한다”고 답하며 중남미의 다른 반미 국가들에도 경고장을 보냈다. 아울러 최근 서반구에서 영향력을 키워 온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대출을 해주고 원유로 갚게 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 왔는데, 이번 마두로 체포는 중국 에너지 수급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트럼프의 구상대로 미국 기업이 베네수엘라를 잠식하게 되면 베네수엘라의 대중국 원유 수출은 사실상 막히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군의 탁월한 군사작전 수행 능력을 선전하며 자국민들의 자긍심을 고취시켰는데, 지지율 상승 효과와 연계되기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정권을 무너뜨리면서 해외 군사개입을 반대하는 ‘미국 우선주의’ 지지층으로부터 역풍을 맞을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 [손열 칼럼] 을사년이 남긴 교훈

    [손열 칼럼] 을사년이 남긴 교훈

    새해를 맞을 때면 작년보다 올해가 더 힘든 해가 될 거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트럼프 리스크로 숨 가빴던 작년보다 더 어려운 국제정세를 맞이할 것인가. 작년 새해 주요 기사들의 전망은 대체로 트럼프 변수에 초점을 맞췄다.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미국의 패권 쇠퇴가 가속화되고 국제질서는 혼란에 빠질 것이란 점과 이에 따라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면서 무역전쟁 등으로 양국은 돌이킬 수 없는 디커플링 상태로 진입할 것이라는 점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현시점에서 첫 번째는 맞고, 두 번째는 틀렸다. 트럼프 정권은 관세를 만능 도구로 삼아 시장 보호, 투자 유치, 재정 적자 보전, 타국 외교정책 개입 등을 추구했다 자국이 제정한 국제규범과 규칙을 다반사로 무시하고 위반했다. 이제 미국은 패권국으로서의 책무 즉, 지구적 의제를 추진하거나 질서 유지에 기여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공표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은 대외 관여를 선별적으로 축소하고 서반구 관리를 중시하는 트럼프식 먼로주의를 선보였다. 미주 대륙을 중심으로 이민과 마약, 중국의 우회수출로를 차단하고 상업적 이권과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하는 자국우선주의의 결정판이다. 한편 ‘관세맨’은 중국에 대해 지난해 4월 사실상 금수 조치인 145% 관세로 위협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부문에서 대중 수출 및 투자 제한, 화웨이 반도체 수입 제한 등 중국의 AI 개발 억제를 위한 압박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희토류 수출통제란 보복 조치로 반격하자 트럼프는 관세 부과를 3개월 유예하며 후퇴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부산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이 희토류 및 기타 핵심 광물 수출통제 조치를 1년 연장하는 대가로 관세 유예 조치를 1년 연장하고, 펜타닐 관련 징벌적 관세를 10% 삭감해 주었다. 관세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일본, 나토 회원국 등 동맹국이다. 이들은 동맹을 거래로 여기는 트럼프 정권과 잔혹한 협상을 치렀다. 안보 면에서 미국에 과잉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다. 관세 10% 삭감의 대가로 유럽연합(EU)은 6000억 달러, 한국은 3500억 달러, 일본은 5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동시에 나토국은 GDP 대비 5%, 한국은 3.5%, 일본도 한국에 근접한 수치로 국방비 증액을 약속할 형편이다. 결국 미국에 ‘카드’를 갖지 못한 동맹국들은 1970년대 닉슨 쇼크와 유사한 트럼프 쇼크를 막기 위해 경제적 희생을 감수한 반면 카드를 가진 중국은 관세 폭탄을 피해 갔다. 중국을 국제질서 수정 세력이자 미국의 유일한 경쟁상대라 지목한 바이든 정권과 달리 트럼프 정권은 자국의 무역 재균형과 경제자립, 경제적 미래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적 거래 상대로 간주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전술적 데탕트’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올해 11월 중간선거에 정치생명이 달려 있는 트럼프는 중국의 경제 보복을 경계하며 협조적 자세를 지속할 것이다. 내년 제21차 당대회에서 4연임을 획책하는 시진핑 국가주석은 침체된 경제 부양을 위해 대미 관계의 안정화를 꾀할 것이다. 양국은 오는 4월 예정된 트럼프의 베이징 방문을 거치며 유화 국면을 이어 갈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한국 등 동맹국은 안보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대국이 강압에 나서지 못하도록 억지 혹은 협상 카드를 보유해야 한다는 점도 깨달았다. 국내에서는 핵무장 등 ‘자립’론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의 자율성은 상호의존의 축소 및 차단을 의미하는 자립만으로 얻어지기 어렵다. 핵무장과 같은 군사적 자립은 머나먼 여정이고, 경제적 자립은 불가능하다. 적정한 수준의 상호의존으로 재균형을 추진하는 동시에 중국의 희토류와 같은 카드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의 안보·경제 투자는 단순히 미국의 억지력이나 인프라 재건의 보완재가 아니라 미국에 대체 불가한 필수재, 급소(chokepoint)가 될 수 있는 재화를 만들어 가는 전략적 선택이어야 한다. 미국에 대해 카드를 가져야 필수불가결한 동맹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한국, 무임승차 안돼…국방지출 늘려야” 트럼프의 新국가안보전략

    “한국, 무임승차 안돼…국방지출 늘려야” 트럼프의 新국가안보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만 유사시 억제를 인도·태평양 최우선 안보 과제로 규정하고, 이에 필요한 동맹국의 역할 증대와 국방비 확대를 전면적으로 요구하는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을 공개했다. 백악관은 5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경제·군사 전반의 전략 지침을 담은 NSS를 발표했다. 미국이 공식적 안보전략을 제시한 것은 2022년 바이든 행정부 이후 3년 만이다. 새 NSS는 아시아 파트에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함으로써 대만 분쟁을 억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명시했다. 특히 “제1도련선 어디에서든 침략을 저지할 수 있는 군대”를 구축하겠다고 천명하며, 대만을 중심으로 한 지역 억제력을 미군·동맹군의 결합된 임무로 규정했다. 제1도련선 안에는 한국이 포함되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 방어를 위한 한국의 역할 강화를 지속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것도 그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NSS는 그러나 “미국은 이를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동맹국의 국방비 증액을 강하게 압박했다. 특히 “동맹은 집단 방어를 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미국의 외교는 제1도련선 내 동맹국에게 시설 접근권 확대·자체 방위지출 증액·억제 역량 강화에 투자하도록 촉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NSS는 또 “제1도련선을 따라 해양안보 문제를 연계시키면서 대만 점령 시도나, 대만 방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저지할 미국과 동맹의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의 비용 분담 증가를 강력히 요구함에 따라, 우리는 이들 국가에 적국을 억제하고 제1도련선을 방어하는 데 필요한 역량에 초점을 맞춰 국방 지출을 늘릴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일 양국에 대한 국방비 증액 요구가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제하기 위한 대중국 견제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앞서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에는 “한국의 국방비를 GDP 대비 3.5%로 조속히 증액한다”는 합의가 명시된 바 있어, 실제 압박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또한 중국을 직접 거명하는 문장은 제한했지만, NSS는 ▲국가 주도의 산업전략·보조금 ▲불공정 무역관행 ▲지식재산권 도용 ▲희토류 등 공급망 위협 ▲펜타닐 원료 수출 등을 거론하며 사실상 중국 견제를 전면화했다. 미국은 또한 “남중국해 장악 가능성”을 거론하며 일본·인도 등 역내 파트너와의 해양안보 협력 강화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전략에서 ‘서반구 우선주의’, 즉 트럼프식 먼로주의(돈로주의·Donroe Doctrine)를 공식 천명했다. NSS는 “미국이 아틀라스처럼 세계 질서를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며 “서반구의 안정과 미 국토 접근권 보호를 위한 먼로주의를 재확인·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높이고 파나마 운하에 대한 영향력 확대 의지를 보임으로써 제기된 이른바 ‘돈로주의’를 미국의 외교·안보 원칙으로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민 정책에서도 NSS는 “대규모 이민의 시대는 끝났다”며 국경·마약·인신매매 대응 등 강력한 통제 기조를 재확인했다. 한편 29페이지 분량의 이번 NSS에서 한국은 단 3회 등장했으며, 북한은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의 2022년 NSS에 북한이 3차례 등장하고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발표한 NSS에 북한이 17차례나 등장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구체적인 안보 전략 수립의 가이드라인이 될 이번 NSS에 북한이 등장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외교·안보 우선순위에서 북한이 상대적으로 밀린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향을 여러 차례 밝힌 것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어 보인다.
  • 美정부, 카리브해에 항모까지 배치… 마약 빌미로 중남미 좌파국가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마약 밀수 차단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등 중남미 좌파 국가들을 외교·군사적으로 옥죄고 있다. 이들 국가가 ‘정권 흔들기’라고 반발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남미에 영향력 확대를 위해 ‘돈로주의(Donroe Doctrine·트럼프식 먼로주의)’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숀 파넬 전쟁부(옛 국방부) 수석대변인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엑스(X)에 올린 성명에서 “대통령 지시로 제럴드 R 포드 항모전단과 항모 항공단이 미 남부사령부(USSOUTHCOM) 관할 지역에 배치됐다”며 “‘초국적 범죄 조직들’(TCOs)을 해체하고 마약 테러리즘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앞서 남부사령부 관할 미군은 최근까지 마약운반선이라고 주장한 선박 10척을 격침했는데, 항공모함 배치로 전력이 한층 강화된 셈이다. 미 공군도 전날 베네수엘라 인근 상공에 B-1B 스텔스 폭격기를 띄웠고, 지난주엔 미 공군, 해병대가 B-52 폭격기, F-35B 전투기를 동원하는 등 무력 시위를 이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중앙정보국(CIA)의 ‘베네수엘라 비밀작전’을 승인한 데 이어 지난 23일엔 “베네수엘라에 곧 지상작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항모 배치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축출을 위한 전격적인 지상 작전 전단계라는 관측이 나온 이유다. 또 미 재무부는 지난 24일 마약 밀수조직 방치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부부와 아들들, 아르만도 알베르토 베네데티 내무장관 등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콜롬비아는 한때 미국과 가까운 파트너국이었으나 트럼프 2기 들어 이민자 송환 거부, 맞불 관세 부과 등으로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달 미 정부는 유엔총회 참석차 방미 중이던 페트로 대통령의 비자를 전격 취소하며 양국 간 외교 충돌로까지 비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경찰’ 역할을 거부하면서도 남미 좌파 정권을 조종하고 미국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돈로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돈로주의는 1823년 미 고립주의를 주창한 제임스 먼로 제5대 대통령의 ‘먼로 독트린’에 ‘도널드’를 합친 신조어다. 아메리카 대륙 내 미 영향력을 확대하되, 그 외 지역 군사개입은 자제하는 트럼프식 외교정책을 의미한다.
  • [서울광장] 트럼프 ‘미치광이 전략’의 뿌리

    [서울광장] 트럼프 ‘미치광이 전략’의 뿌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언행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앞뒤가 안 맞는 ‘미치광이 전략’으로 불렸던 불예측성의 정치 행보도 마찬가지다.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혜성처럼 등장한 이후 2024년 11월 대선 승리까지 그를 지켜본 지구촌 일원의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그가 주창해 온 정책들은 뚜렷한 정치 철학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집권 1기의 정책들이나 ‘트럼프 2.0’ 대선 공약들을 살펴보면 일관성 있는 전략적 사고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의 정책 대부분은 1980년대 이후 40여년간 세계 정치·경제 질서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 기조에 대한 강한 반발에 기초한다. 냉전 종식 이후 세계평화나 민주주의 확산, 분쟁 방지 등을 위한 무분별한 개입이 미국의 국력을 소모시켰다는 인식이다. ‘정치적 올바름’(PC 주의)만을 훈장처럼 내세운 워싱턴 기득권 세력에 반발한 유권자들을 대표한다. 트럼프의 핵심 캠페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1960년대 이래 미국 강경 보수주의자들의 좌표였다. 혼란스럽고 쇠퇴한 현재의 미국을 최고의 전성기로 돌려놓겠다는 목표다. 이런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의 뿌리는 멀게는 국제문제 개입에 반대하는 먼로주의(고립주의)에 닿아 있고 가까이는 시카고대의 존 미어샤이머 교수가 2016년 발표한 ‘역외균형 전략 예시: 미국의 대전략’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가 제시한 주요 정책들은 ‘유럽·중동 문제에 관여하지 말고 중국 견제에 집중하라’로 요약된다. 트럼프의 친러시아 성향엔 주적인 중러의 밀착을 막아 중국을 공략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냉전 시대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끌어들여 소련을 견제하고 붕괴시킨 사례를 벤치마킹한 흔적이 있다. 트럼프의 대외 정책은 외국 분쟁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되 동맹국 자체 방위 부담을 늘리고 미국은 핵심적 이익이 위협받을 때만 개입할 개연성이 높다. 트럼피즘은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버락 오바마에 대한 반발의 의미가 있다. 오바마는 금융위기 상황에서 월스트리트와 대기업에 엄청난 규모의 세금(공적자금)을 몰아주면서 블루칼라 계층이 몰려 있는 러스트 벨트를 몰락시킨 장본인이다. 오바마를 지지했던 중하층 백인들의 배신감은 컸고 이것이 트럼피즘의 원동력이 됐다. 국제 정치의 출발점은 국내 정치이다. 트럼피즘의 역외균형 전략의 출발점은 국내 제조업의 부활과 이에 따른 ‘공고한’ 일자리 창출이다. 미 우선주의의 성공 여부는 미국 제조업 부활 여부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그 핵심은 생산의 필수 요소인 에너지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비싼 친환경 에너지 대신 가성비 높은 석유와 셰일가스 등 화석연료에 집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기 행정부의 인선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대외 코드는 강성 매파의 전면 포진이다. 중국·북한·이란 등 적성국에 대한 강경파가 장악했다. 국무장관 지명자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의회 내 대표적인 반중 정치인이다.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지명된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대중·대북 매파 성향이 짙다.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정세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노선은 압박과 협상을 통해 진행된다.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하는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할 게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한미 연합훈련 축소나 주한미군 감축 등의 압박 카드를 꺼낼 개연성이 높다. 우리는 ‘트럼프 스톰’이란 거대한 파고에 직면해 있다. 보호무역주의 심화, 미중 무역전쟁 등 곳곳에 암초가 즐비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 달 만에 우리나라 내년 경제성장률을 0.2% 포인트 낮춘 2.0%로 예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 우선주의’의 관점에서 국가를 이끄는 것이 트럼프 실용주의다. 우리도 철저한 실리주의 노선으로 맞서 우리가 얻을 실익을 토대로 정교한 대응 시나리오를 짜야 한다. 오일만 논설위원
  • “이분법적 외교 벗어나 국익 극대화 전략 필요… 자강·공존이 해법” [논설위원실의 새 정부, 이것만은 하자]

    “이분법적 외교 벗어나 국익 극대화 전략 필요… 자강·공존이 해법” [논설위원실의 새 정부, 이것만은 하자]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시대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해법은 한미 동맹의 틀 속에서 해결 가능했다. 하지만 새롭게 직면한 미중 패권 경쟁시대는 새로운 발상과 접근법이 요구된다. 미중 간 전방위적 갈등이 격화되는 현 상황에서 새로운 외교안보 전략의 좌표 설정이 절실하다. 3·9 대통령선거에서 탄생할 차기 정부의 향후 5년은 국가의 지정학적 운명을 좌우하는 엄중한 시기다. 힘이 지배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이분법적 진영 논리를 벗어난 국익 극대화 전략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17일 미중 패권시대 새로운 방향과 정책을 모색해 온 김흥규(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중정책연구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차기 정부의 바람직한 외교안보의 방향을 짚어봤다.-세계 패권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중국의 거센 부상에 대응해 미국이 대중 정책을 전환했지만 신냉전으로 빨려들기를 원치 않는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저평가했고 정밀한 전략적 계산이 없었다. 위협하고 압박하면 중국이 손 들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트럼프 정권 말기에는 신냉전 수준으로 전선을 확대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금은 미중 전략적 경쟁으로 봐야 한다.” -2018년 7월 미중 무역전쟁 이후 양국의 손익을 따지면. “트럼트 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은 대중 무역역조도 시정하지 못했고 동맹국들의 신뢰도 얻지 못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대중 압박·위협 카드가 우려했던 것보다 강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양한 무역제재와 외교적 공세, 군사적 압박 카드까지 동원했지만 중국으로선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이 고통을 당하는 만큼 미국도 고통을 받는 구조 때문이다. 중국은 체제 특성상 미국보다 긴장과 갈등을 잘 견딘다.” -중국에 대한 평가는. “미국은 처음으로 자신의 역량과 가장 근접한 적과 마주하고 있다. 과거 냉전 시절 잘나가던 소련도 미국 국력의 60% 정도였지만 중국은 이미 70%를 넘어섰다. 14억명이 넘는 인구와 미국보다 깊고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영토 대국이다. 미국의 건국 이래 가장 강력한 국가와 대립하고 있다. 섬세하면서도 질기고 인내심 강한 중국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게 현실이다. 미국 외교안보를 주무르는 제이크 설리번 안보보좌관 등 천재 전략가들도 당혹스러워할 정도다.”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 변화는. “트럼프 행정부보다 정교해졌다. 과도한 경쟁·충돌 비용을 고려해 신냉전 수준까지는 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동등한 경쟁자로 중국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무리한 군사적 충돌 대신 전략적 경쟁으로 전환했다. 미국의 동맹과 우방을 최대한 동원해 중국의 약점을 최대한 공격한다는 전략이다. 미래 경쟁의 핵심인 과학기술·반도체 분야에서 최대한 중국을 압박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아울러 소프트 파워국인 미국의 가치와 이데올로기 대결 구도로 전환해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체제의 대결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의 대응 방향은. “중국은 장기전으로 가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9년 7월 중앙당교 공개 연설에서 미중 패권경쟁을 장기 전쟁이라 진단했다. 중국은 이미 전쟁에 준하는 심리 상태로 들어갔고 100년 만의 대변동 상황임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군사적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태평양, 즉 하와이 서쪽의 일본과 대만, 동남아, 한국으로 이어지는 영역(제2열도선)에서 최근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과 대등하거나 뛰어넘었다는 평가도 있다.” -기존 패권국으로서 미국의 고민은. “미국의 국내 정치가 변수다. 현재로선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패하고 공화당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의 고립주의 노선이 강화되면 국력에 맞도록 해외 영향력을 축소해야 한다는 먼로주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미국의 대외 영향이 축소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중국에 승산은 있는가. “미중 양국 모두 장기전에 대비해 자신의 내구력을 강화하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 중국은 쌍순환(수출·내수 활성화) 정책을 통해 버티기 전략에 돌입했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준군사적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려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미국의 군사적 압박을 버텨 내려는 조치다. 반대로 미국은 동맹의 재구축과 최강의 과학기술, 반도체 공급망 등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중국을 고립시키려 할 것이다.” -미중 패권에 낀 미국의 한반도 전략 변화는. “미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업그레이드하는 등 이미 미사일 방어체제 재구축 계획에 착수했다. 미 육군의 핵심 전투전력이 주한미군인데 미중 패권 전략 속에서 분산 배치하겠다는 의지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중 패권경쟁이 최우선 정책이 되면서 북핵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북한을 다루면 다룰수록 손해이고 11월 미 중간선거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에 한국은 매우 중요하다. 대중 레버리지가 제한된 상황에서 중국과 싸우려면 일본이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이 영국과 한국 정도다.”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는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대중 전략 경쟁의 핵심 자원인 반도체 생산국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을 영향권에 확실하게 넣으면 대중 전선에서 실탄을 갖는다는 의미다. 반도체 역량이 부족한 중국도 한국을 끌어들여야 4차산업 혁명에서 대미 우위에 설 수 있다. 미중 패권경쟁 시대 한국은 미중 모두에 핵심 축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의 한국에 대한 구애와 압력 모두 앞으로 엄청나게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대비해야 한다.” -대선이 다가왔다. 이재명·윤석열 유력 후보들의 외교안보 정책을 평가하면. “두 후보 모두 국내 정치적 이해관계를 토대로 외교안보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들의 지지 기반과 기존의 이데올로기를 우선 반영한 정책이지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국내 정치적 연장선상의 외교안보 정책은 매우 위험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연장선상에서 북한 문제 중심으로 외교안보 전략을 재구성했다. 실용주의 외교노선을 주장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전략이 결여돼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한미 동맹 위주로 외교안보 정책을 재구성했지만 미국을 과거 최강으로 착각하고 있다. 미국은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우리를 지켜줄 수 없다. 지금은 오히려 우리가 도와야 하는 동맹이 됐다는 점이 다르다.” -바람직한 관계 설정 방향은. “현재의 미중 관계는 위계적인 질서가 아니라 그 영향력이 뒤집어질 수 있는 구조다. 우리가 미중 패권경쟁의 최전선에 놓인 상황에서 미국의 헌팅독(사냥개)이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대외 환경의 복잡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감정에 치우친 정책이 현실화되면 우리에게 청구되는 비용과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다. 일례로 윤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등이 구체화되면 중국과 심각한 충돌이 불가피하다. 중국은 우리가 수입하는 물품 1800여개를 무기화할 수 있다. 요소수 대란에서 보듯 정교한 대비가 필요하다.” -국익 극대화를 위한 외교안보 전략은. “과거의 냉전이나 새로운 냉전으로 현재를 바라보는 이분법적 시각은 위험하다. 세계질서는 과거처럼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기 어렵다. 미중 모두 공존의 여지를 인정하고 경제적 협력을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냉전의 세계관을 상정하고 중국을 적으로 돌리는 외교안보 전략은 현명하지 못하다.”-차기 정부가 지향할 핵심 키워드를 꼽는다면. “한마디로 자강과 공존이다. 강대국이 아무리 강해도 내부에서 단합된 나라는 못 건드린다. 국제적으로 미중에 공존의 해법 제시를 요구하면서 우리의 외교안보 공간을 넓혀야 한다. 친미, 친중, 친러 등으로 뿔뿔이 흩어지면 안 된다. 미중 패권경쟁 시대 통합의 공존을 통해 우리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미중 전략 경쟁 과정 속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은 자강에서 온다. 동맹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김흥규 소장은 보수·진보를 망라한 60여명의 외교안보 전문가들과 함께 ‘플라자 프로젝트’를 결성, 2019년부터 4년째 격월 토론회를 열어 정책제언의 형식으로 결과를 공유해 왔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정치외교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국방부 전문위원, 동북아연구재단 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 “지지” 통화까지… 트럼프, 과이도에 힘 싣는 이유는

    과이도·美, 마두로 미국내 자산 인수 논의 ‘세계 경찰’이기를 거부하고 시리아 등 분쟁 지역에서 미군을 철수시킨 ‘미국 우선주의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베네수엘라 정권 전복에 나선 것은 국내외 정치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디언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최근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국가 사안에 개입하는 것을 싫어하기는 하지만, 중남미에 대해서는 매우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고 전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개입은) 남미 국가 내정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간섭하는 ‘먼로주의’에 따른 발상이다. 미국은 남미를 자국의 뒷마당으로 본다”고 풀이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사태에 강경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 그것은 러시아의 미 대선 스캔들로 수사를 받고 탄핵설에 휩싸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전쟁은 대중의 시선을 분산시킨다. 게다가 돈이 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 선언을 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과 30일 직접 통화해 지지 의사를 거듭 표했다. 세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의) 역사적인 대통령직 인수를 축하하고 민주주의를 복원하려는 베네수엘라의 싸움에 강력한 지지를 강화하고자 과이도 임시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과이도 의장은 미국에 특사를 보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의 미국 내 자산 인수 논의에 착수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마두로 정권을 ‘마피아’로 규정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마두로 마피아에 의해 베네수엘라 국민이 도난당한 금, 석유 또는 기타 베네수엘라 상품들을 거래하지 말라”는 글을 올렸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미 지난해 5월 합법적 대선이 치러진 만큼 차기 대선인 2025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면서 “(8일 내에 대선 계획을 밝히라는) 서방의 최후통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사퇴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해저 오일로드따라 新함포외교 시대로

    해저 오일로드따라 新함포외교 시대로

    “사이버전쟁과 무인전투기 시대인 21세기에 역설적이게도 19세기 유산 취급을 받던 ‘함포(艦砲) 외교’가 새롭게 열리고 있다.” 19세기에는 열강 간의 식민지 쟁탈전이었다면 21세기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남키프로스와 터키 등의 해상 영유권 갈등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최전선은 어디일까. 막대한 지하자원이 매장된 남중국해 해상이다. 뉴욕타임스 13일(현지시간)자 보도에 따르면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새로운 해양 대결 시대를 예고한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베트남 하노이에 보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서 중국과 대립하는 동남아 국가들을 지지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국은 당시 내정간섭이라며 격하게 반발했다. 해군력이 중요해지는 것은 전 세계에서 하루 생산되는 원유 가운데 3분의1인 2900만 배럴이 연근해에서 나오고 이 비율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과 밀접히 연관된다. 남중국해의 석유 매장량은 610억 배럴로 추정된다. 북극해는 천연가스 매장량 추정치가 무려 2380억 배럴이나 된다. 해상영유권 문제가 갈수록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영유권 갈등이 첨예한 남중국해, 동지중해, 북극해 세 곳에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 사이에 해군력 증강이 두드러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전략연구소(IISS)에 따르면 냉전시절만해도 구축함이 두 척뿐이었던 중국이 이제는 현대식 구축함 13척을 보유하고 항공모함까지 건조하는 등 대양해군을 건설하고 있다. 여기에 위협을 느낀 말레이시아나 베트남 등은 소형 구축함과 잠수함을 도입해 해군력을 증강하려 한다. 데이비드 골드윈 전 미국 국무부 에너지특사는 “각국은 자신들이 해상자원을 개발하고 해상 무역로를 보호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하길 원한다.”고 지적했다. 해군력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은 단연 미국이다. 더구나 하와이와 인도네시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오바마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태평양을 중시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전통 우방인 일본·한국은 물론 인도와 관계를 강화하고 호주에 미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모두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최근 ‘아시아판 먼로주의’를 내세우며 미국의 움직임에 저항한다. 남중국해가 약한 불에 서서히 끓어오르는 상황이라면 동지중해는 펄펄 끓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남키프로스와 이스라엘은 천연가스 시추를 추진해 터키를 분노하게 했다. 여기에 레바논 강경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가스전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그나마 북극해가 상대적으로 긴장이 덜한 것은 대부분 지하자원이 200해리 경제수역 안쪽에 위치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북극해에서도 해빙에 따른 북서항로 개척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갈등 요소가 갈수록 커지는 실정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미국 외교 흐름 꿰기

    미국과 미국인의 성향은 카우보이를 통해 잘 드러난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친분이 두터운 주요 인사들을 자신의 텍사스 목장으로 초대해 우정을 과시하기도 한다. 부시의 ‘카우보이 외교’는 황량한 서부에서 홀로 소를 모는 카우보이처럼 외롭고 일방적이다. 미국외교 전문가인 김봉중 전남대 교수가 쓴 ‘카우보이들의 외교사’(푸른역사 펴냄)는 먼로주의에서 부시 독트린까지 미국 대통령들의 외교전략을 분석, 미국 외교의 흐름을 통찰한다. 조지 워싱턴에서부터 제임스 먼로, 시어도어 루스벨트, 해리스 트루먼, 존 케네디,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조지 부시에 이르기까지 미 대통령들은 외교에 울고 웃어왔다. 케네디는 강경파에 밀려 베트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암살되는 비운을 겪었고, 부시는 예상을 깨고 클린턴과 비슷한 외교를 펼치다가 2001년 9·11테러를 계기로 강력한 카우보이 외교로 급반전한다. 냉전시대의 진정한 카우보이였던 레이건을 비롯, 아이젠하워·케네디·존슨·닉슨 등도 서부극 ‘하이눈’을 즐겨보며 카우보이에 가까운 외교인식을 보였다. 그러나 역대 미 대통령들이 모두 카우보이형은 아니다. 워싱턴과 애덤스·제퍼슨·매디슨 등 초기 대통령들은 신중한 고립·중립주의자들이었다. 윌슨은 제국주의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이상주의 외교를 펼쳤으며, 카터는 이상주의를 도덕주의로 한 단계 올린 인권·도덕외교의 창시자였다. 카터는 실리와 현실을 무시했다는 비판과 함께, 세계 곳곳에서 고통받은 사람들을 관심의 대상으로 올려놨다는 평가도 동시에 받았다. 저자는 미국 외교, 나아가 세계 외교의 열쇠를 쥔 미 대통령들의 전략을 파악하더라도 변화무쌍하고 모호한 미 외교의 실체를 규정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미 외교의 곡선이 대통령들의 선택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리고 그 대통령을 선택한 미 국민의 여론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들여다봄으로써, 있는 그대로의 미 외교를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외교의 방향을 주도하는 존재는 대통령이지만 그 대통령은 국민이 선택하기에, 미 국민의 정서와 여론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것도 미 외교를 전망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1만 8000원.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우드로 윌슨(미국의 대통령 문화:13)

    ◎‘민족자결주의’ 제창 국제평화 기본틀 다져/독점기업·세제 등 개혁… 노동자보호 앞장/‘이상주의자’ 평가속 20년 노벨평화상 수상 【스톤튼(미버지니아주)=나윤도 특파원】 민족자결주의로 한국민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는 28대 미국대통령 우드로 윌슨은 이른바 ‘버지니아왕조’,즉 버지니아주 출신 대통령 8명중 마지막 대통령 이다. 프린스톤대 총장을 지낸 학자 출신의 이상주의자로 알려진 윌슨 대통령은 1차대전의 와중에서 미국익의 성실한 수호자역을 맡아 국제정치의 무게중심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 놓은 훌륭한 대통령으로 평가되고 있다.대통령은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명실공히 국가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던 그는 온화한 외적 분위기와는 달리 강력한 지도력을 행사했다. 그의 생가가 있는 스톤튼은 애팔래치아산맥 동부의 빼어난 절경인 셰난도계곡 복판에 위치해 있으며 윌슨의 도시로 유명하다.이 작은 도시에서는 도시 설립 250주년을 기념,지난해 9월부터 올 1월말까지 5개월 동안 생가에서 ‘스톤튼의 이야기들’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가졌다. ‘윌슨시대의 도시(1855­1912)’라는 부제가 붙은 이 전시회에는 윌슨이 이곳 장로교회의 목사관에서 태어나 자라고 대통령이 되어 이 도시를 떠났던 때까지,사진과 각종 유품 등 당시의 생활상을 상세히 진열해 윌슨을 키워낸 이 도시의 어제와 오늘을 잘 살펴볼수 있게 했다. ○한국독립 운동에 침묵 이곳의 윌슨 사적지에는 그의 생가가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새로 지은 박물관과 부친 조셉이 시무하던 교회,설립한 대학 등이 시가지 곳곳에 그대로서 있다.우드로 윌슨 재단에 의해 사적지 내에 세워진 박물관에는 윌슨의 존스 합킨스대 박사학위논문을 책으로 펴낸 ‘의회 정부론’를 비롯,‘민주주의 국가론’‘분열과 통합론’‘조지 워싱턴’‘미국 민중사’ 등 그의 명저들을 비롯,1차대전과 관련된 많은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프린스톤 총장에 이어 뉴저지 주지사를 역임했던 윌슨 대통령은 총장 당시 리승만 대통령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함으로써 한국과의 인연을 시작했다.그러나 3·1운동 이후 임시정부수반으로조선독립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리승만의 거듭된 주장에 그는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한국민에게는 섭섭한 감정을 남기고 있다. 20세기 초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에 의해 미국내 일기 시작한 혁신주의운동은 정당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윌슨에 의해서도 계승됐다.남북전쟁 이후 경제적 사회적 침체와 함께 사회 도처에 만연된 부정부패를 일소하여 미국을 진정한 민주사회로 개혁하자는 이 운동의 가장 큰 목표는 당시 모든 폐해의 근원이 되고 있던 국내의 독점기업을 타도하는 것이었다. 윌슨이 내세운 정강은 바로 이같은 사회적 욕구를 반영한 것으로 기업의 독점을 와해시켜 시장원리에 따른 자유경쟁을 부활시키자는 이른바 ‘신자유(New freedom)’였다.‘신자유’는 대대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재선을 꾀하던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은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는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대중을 독점기업의 강력한 지배로부터 해방시키고 개개인을 모든 형태의 압제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한 정책을 내세웠고 이를 위해 개혁주의자들을 전면에 포진시켰다.대표적인 정책으로는 관세인하,연방소득세 신설 등 세제개혁과 연방지불준비법 등 은행제도의 개혁이 있었다.루즈벨트 시대의 셔먼법보다 훨씬 강화된 독접 규제법인 ‘클레이턴 트러스트 금지법’도 제정했다. ○전쟁중 경제활황 재선 윌슨 대통령이 이같이 국내문제에 심혈을 쏟고 있는 동안 1914년 보스니아 사라예보의 총성으로 인해 발발한 1차대전은 미국에 국제정치의 중심역할을 맡게하는 계기를 가져왔다.초기에 미국은 중립을 선언했고 급증하는 군수수요는 미국의 경제활황을 가져다 주었다.이같은 상황에서 16년 그의 재선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그러나 독일군 잠수함의 집요한 미국 상선 공격은 1917년 4월 마침내 미군의 참전을 불러오게 했다.미해군과 육군의 참전은 전세를 급속히 반전시켰으며 이듬해 1월 윌슨은 1차대전 이후 국제평화의 기본틀이 된 유명한 ‘14개항 원칙’을 발표했다. 자유주의와 민족자결주의의 원칙에 따라 전후의 세계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가 담긴 이 선언의 주요 내용은 ▲공개외교 ▲평화시나 전쟁시 항해의 자유 ▲군비축소 ▲자유무역의 원칙 ▲식민지 요구에 대한 공정한 판결 ▲영토본전을 위한 국제연맹 창설 등으로 돼있다. 이 선언은 파리평화회의를 가져왔고 이 회의에서는 국제연맹규약이 포함된 베르사이유조약을 도출해 냈다.그러나 집단안전보장을 골자로 하는 국제연맹의 설립은 윌슨에게 뜻하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안겨주었다.공화당이 가맹국의 내전에 간섭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상호 불간섭의 원칙을 표방했던 먼로주의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반대입장을 밝혔다. 윌슨은 국민들에의 직접 설득을 통해 이를 돌파하려 애썼지만 국제연맹 가입안은 미상원에서 부결됨으로써 막상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이 가입을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던 것이다.이같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여러차례 윌슨은 겪어야 했고 이때문에 그는 시대를 앞서가는 지나친 이상주의자라는 평을듣고 있다.그러나 그의 이상주의는 1920년 노벨문화상수상으로 보상 받은 셈이 됐다. ◎룰라 브룩스 윌슨박물관 큐레이터/“도덕정치·개혁 실천한 지도자”/“이상주의 추진” 용기와 노력 본받을만/첫부인 앨런과 사별… 재임중 재혼 기록 【스톤튼(미버지니아주)=나윤도 특파원】 ‘스톤튼의 이야기들’전시회를 주관했던 우드로 윌슨 박물관의 엘렌 시아 큐레이터는 “5개월간의 전시기간중 많은 관람객들로 붐벼 윌슨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데 놀랐다”며 말문을 열었다. ­.윌슨 대통령의 성품에 대해 설명해달라. ▲윌슨을 흔히 미국의 마지막 지성인 대통령이라고 한다.그는 높은 도덕정치와 과감한 개혁을 동시에 행한 지도자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이때문에 그는 라이딩스의 대통령 랭킹에서 42명중 6위라는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지나친 이상주의자라고 비난을 받기도 하는데. ▲오늘날 생각하면 그의 생각들은 모두 옳은 것이었다.한 예로 그의 세계정부론은 선견지명이 있던 것이다.그러나 당시의 수준에서는 너무 앞선 것이어서 인정을 받지 못했을 뿐이다.이상을 실현하려는 그의 용기와 노력은 우리가 본받을만 하다. ­.어린 시절은 어떠했는가. ▲아버지가 장로교회 목사 였기 때문에신앙이 좋고 매우 검소한 분위기에서 성장했다.특히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아버지의 임지에 따라 남부의 여러곳을 다니며 성장했다.그러나 출생지인 스톤튼에 대한 애정은 남달라 성장후에도 틈틈이 찾아왔던 기록이 있다. ­.가족관계는 어떠했는가. ▲첫부인인 앨런과 사이에 세 딸을 두었다.대통령 취임 2년만에 그녀가 죽고 불과 9개월만에 에디트 갈트와 재혼,재선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하는 측근들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타일러,클리브랜드와 함께 대통령 재임중 결혼의 기록을 남겼다.
  • 미 역사학자 앰브로즈저 「국제질서와 세계주의」

    ◎1938∼1991 미의 대외정책 영향 분석/고립주의서 세계주의 전환,해외 병력 배치/“파괴력이 반드시 통제력 아니다” 미국인에 교훈 현대 미국외교사를 다룬 책 가운데 대표적인 저작물로 꼽히는 「국제질서와 세계주의」(원제 「세계주의의 부상­1938년이후 미국의 외교정책」)가 최근 번역돼 나왔다(스티븐 앰브로즈 지음,을유문화사 간).이 책은 제2차세계대전 발발 1년전인 1938년부터 부시대통령 당시 걸프전에 이르기까지,미국이 세계의 주역으로 등장한 뒤 수립한 대외정책과 그 영향을 분석했다.미국 뉴올린스대학 석좌교수로 있는 지은이는 아이젠하워·닉슨 전대통령 전기를 비롯해 현대 군사·외교정책에 관한 저서를 10여권 낸 저명한 역사학자다. 미국 외교는 20세기초까지 고립주의를 원칙으로 삼았다.이는 1823년 「외국에 대해 간섭하지 않으며 아울러 식민지도 추구하지 않는다」는 먼로주의에서 비롯됐다.1904년 테오도르 루스벨트 대통령이 『서반구에서 국제경찰력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하긴 했지만 1차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도 미국은 아메리카대륙권으로 복귀하는 데 그친다. 지은이는 그 까닭을 『자본주의 후발국인 미국이 경제적으로 급성장함에 따라 아메리카대륙에서는 제국주의를,유럽 열강과의 관계에서는 반식민주의를 주장하게 만들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2차대전 종전후 미국은 대외정책에서 「세계주의」로 탈바꿈한다.2차대전을 겪으면서 미국인은 자국의 취약성을 알게 됐고,전쟁발발 가능성은 해외에서 초기에 차단해야 한다는 믿음을 굳히게 됐다.이때부터 미국은 전쟁재발을 막기 위해 대규모로 재무장하는 한편 집단안보정책을 수립,병력과 미사일을 해외에 배치하게 된다. 그렇다고 「세계주의」가 공산주의에 대한 반작용이나 경제적 필요 때문에 등장한 것만은 아니라고 지은이는 분석한다.미국은 2차대전중 스스로 「힘의 위대함」을 깨닫고 일종의 사명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는 『자유가 모든 곳을 지배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자유의 십자군」을 발진시키는 결과를 불러왔다. 하지만 60년대말에는 힘의 한계를 느끼게 되고 70년대 들어서는 중국,검은 아프리카,남아메리카에 대해서도 진정한 관심을 갖게 된다.『1980년대말 미국은 역사상 어느때보다도 더욱 부유하고 강력하지만,더욱 취약하기도 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지은이는 결론짓고 있다. 이 책은 역사서가 갖춰야 할 객관성과 주관성을 잘 조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미국 학계가 현대사를 해석하는 두 관점,곧 전통주의와 수정주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지은이가 인간주의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한다는 데 있다.베트남에 대한 정책실패로 재출마를 포기한 존슨전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 지은이는 『존슨은 동남아시아에 민주주의와 번영을 가져다주기를 원했지만 단지 죽음과 파괴만을 가져다주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그리고 「파괴력이 반드시 통제력은 아니다」라는 교훈을 미국민에게 주고 있다.〈이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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