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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자연스럽고 당연한/조이한 아트에세이스트

    [열린세상] 자연스럽고 당연한/조이한 아트에세이스트

    몇 년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19세기 말 북유럽 여성 예술가의 작품을 원화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시간강사이고 잘 팔리지 않는 책을 쓰는 작가로서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북유럽 여행을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 일이 가능하게 된 건 우연한 시도 덕분이다. 뭐라도 해 보자는 심정으로 북유럽 4개국의 대사관에 메일을 썼다. 목적을 설명하고 자료를 모아 책을 쓸 계획임을 밝히면서 작품을 보기 위해 여행을 해야겠는데 여행비를 보조해 줄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다. 메일에 답이 올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노르웨이 대사관에서 답이 왔다. 그들은 첨부한 지원 서류를 작성해서 보내라고 했다. 서류는 복잡했고 내용을 자세히 써야 했다. 남이 볼까 민망한 영어 실력으로 일주일에 걸쳐서 힘겹게 서류를 채워 나갔다. 공관 서류 언어는 한국어로도 힘든데 영어로 된 서류는 외계어 같았다. 번역기를 돌려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여러 사람에게 물어 가며 한 칸씩 채워 나갔다. 그러다가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내가 하려는 내용과 계획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적어야 했지만, 개인 신상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생년월일, 성별, 학력을 기재하는 칸이 아예 없었다. 그 이유를 짐작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나이나 젠더, 학력으로 사람을 차별하거나 평가하지 않겠다는 의도일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 대사관에 메일을 쓰기 전 한국에서 지원받을 곳을 먼저 찾았다. 몇 군데 가능한 기관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아예 지원서조차 내지 못했다. 그간 내가 했던 연구나 저술 경력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원 자격에서 박사 학위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사람을 걸러내는 일차 기준은 학위였다. 그렇게 몇 군데서 실망하고 포기하려던 차에 별 기대 없이 쓴 메일에 답을 받은 거였다. 비록 연구 여행 비용 전체는 아니지만, 여행 계획을 실현할 수 있는 결정적이고 중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40일간의 긴 일정을 짰고 올해 6월 26일부터 8월 4일까지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의 수도와 주요 도시 몇 곳의 커다란 미술관 대부분을 방문할 수 있었다. 보고 싶었던 미술 작품을 실제로 본 것이 가장 커다란 성과지만 성평등 부분에서 선두를 달린다는 그곳의 일상을 부분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우습게도 화장실이다. 대부분의 미술관과 도서관 화장실에 성별 구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스톡홀름의 국립 미술관 화장실이다. 그곳에는 다섯 개의 아이콘으로 다양한 젠더를 표시해 놓은 표지판이 있다. 표시는 다섯 개지만 실은 그런 구분이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일 것이다. 내가 서 있는 화장실에서 남자가 나오는 일이 드물지 않아 처음엔 놀랍고 어색했지만 곧 익숙해졌다. 그들은 불법 촬영에 대한 두려움도 없고 남성이 서서 싸면서 화장실을 무참히 더럽히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두 번째 인상적인 일은 공공장소에서 아기에게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들을 본 일이다. 마치 누군가 내게 보여 주려고 계획이라도 한 것처럼 한 나라에 한 명씩, 한 번은 지하철 안에서, 두 번은 미술관, 또 한 번은 도서관 안에서였다. 아이가 칭얼대자 그들은 아이를 안고 자연스럽게 젖을 먹였다. 어떤 이는 손수건을 꺼내 가슴께를 가렸지만 아무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고, 딱히 시선을 의식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여성이나 남성의 몸이 차별적인 시선에 놓이지 않는 사회, 엄마가 당당하게 아이에게 젖을 주는 사회, 화장실이 공포스럽지 않은 사회, 그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사회가 아닌가.
  • 인류의 운명 바꿔온 우유 ‘1만년 여정’ 동행하다

    인류의 운명 바꿔온 우유 ‘1만년 여정’ 동행하다

    예로부터 성장기 아이들이 우유를 마시면 키가 큰다는 믿음이 있었다. 우유는 키를 크게 하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1(IGF-1)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IGF-1은 몸속에서 분해될 뿐 아니라 우유로 보충되는 양은 성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우유와 키의 상관관계에 대한 믿음은 아이들 키가 많이 자라는 시기에 우유를 많이 마신다는 우연의 일치와 맞물려 지속됐다. 현재는 일상에서 당연하게 마시는 우유가 오래전엔 금기시됐었고, 우유를 마시는 것이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것이었음을 아는 이 또한 많지 않다.음식에 대한 글을 써 온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마크 쿨란스키의 저서 ‘우유의 역사’는 이처럼 인류의 운명을 바꿔 온 우유와 유제품의 1만여년에 걸친 여정과 속설을 한 권에 담아냈다. 우유는 단순한 식음료가 아니다. 은하를 뜻하는 영어 ‘갤럭시’(galaxy)는 젖·우유를 뜻하는 그리스어 ‘갈라’(gala)에서 파생됐고 ‘은하수’를 뜻하는 ‘우유길’(milky way)이라는 별칭이 있다. 서아프리카 풀라니족은 세상이 거대한 우유 한 방울로 시작됐다고 믿고, 노르웨이 전설에 따르면 암소에서 흘러나온 네 개의 젖 줄기가 네 개의 강을 이뤄 이제 막 태어난 세상에 양분을 공급했다. 저자는 인류가 1만년 전 가축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수유 중인 동물의 젖을 아기에게 물려 유모처럼 활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처음에는 양젖으로 시작해 염소나 낙타, 소 등으로 다변화됐다. 젖소는 산유량이 가장 많은 동물이다. 우유는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인간이 이유기가 지나서도 젖을 먹는 것은 자연법칙을 무시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포유동물 새끼는 먹이를 소화할 준비가 되면 유전자가 개입해 우유 소화 능력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인간도 다른 동물처럼 ‘유당불내증’이 있었으나 낙농을 하게 된 중동, 북아프리카, 인도, 유럽인들을 중심으로 특정 유전자가 결핍되는 돌연변이가 생겨 성인이 돼서도 우유를 마실 수 있게 됐다.고대 로마인들은 우유를 많이 먹는 것을 미개하다고 생각했지만, 초기 교회에서는 우유가 그리스도의 피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져 신성시됐다. 하지만 중세 유럽에서는 동물의 젖을 먹고 자란 아기는 사람 젖을 먹은 아이보다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믿음이 있었다. 위생 관념이 부족했던 근대에는 수많은 사람이 우유를 마시고 목숨을 잃기도 했다.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사육장에서 키워진 소에게서 생산된 우유는 ‘하얀 독약’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1850년대 미국 뉴욕에서는 소에게 근처 양조장에서 나오는 맥주 찌꺼기가 섞인 구정물을 먹여 한 해 수천 명 이상의 아이들이 사망한 ‘구정물 우유 스캔들’이 일어났다. 광우병도 우유와 연관이 있다. 소가 초식동물이어서 고기를 소화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유 생산을 늘리기 위해 소먹이에 값싼 고기와 뼛가루를 섞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발상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저자는 문화유전학적 관점에서 미식의 전통이 강한 중국 음식에 유제품이 드물다는 점에 주목한다. 중국인들이 우유를 마시고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한 유당불내증이 심했음을 보여 주지만, 미국·인도 다음으로 세 번째로 큰 우유 생산국이 된 현재 중국 인구의 40%가 우유를 마신다는 점을 들어 인간이 환경에 맞게 진화했다고 단언한다. 우유를 더 안전하고 맛있게 즐기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냉장고의 발명이나 파스퇴르의 저온 살균 공법 등 눈부신 기술 발전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신화와 혁신의 기록으로 가득한 ‘인류의 젖줄’ 우유는 치즈, 버터,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등으로 변모해 다양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저자는 “역사는 우유에 관한 논쟁이 문명 발전에 따라 줄어드는 게 아니라 늘어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말한다. 전 세계 낙농가와 유제품 전문가, 유목민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주류 역사에서는 잘 다루지 않던 우유의 존재감을 일깨워 준 저자의 열정이 신선하다.우유의 역사 마크 쿨란스키 지음/김정희 옮김 와이즈맵/472쪽/1만 9000원
  • 한 字, 한 字 삼라만상 담는 붓끝…그의 서가는 향기로운 수련장[김언호의 서재탐험]

    한 字, 한 字 삼라만상 담는 붓끝…그의 서가는 향기로운 수련장[김언호의 서재탐험]

    독서성(讀書聲)! 헤이리 내 서재를 빛내고 있는 하석(何石) 박원규의 작품이다. 이른 아침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 “옛사람이 말하기를 준마의 풀 뜯는 소리, 아름다운 여인의 거문고 타는 소리, 모두 듣기 좋지만 자식이나 손자의 글 읽는 소리만은 못하니라.” 석곡실(石曲室). 압구정에 있는 그의 연구공간이자 작업공간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 6시면 도착한다. 문을 열면서 서가에 세워 놓은 아버지·어머니의 사진에 예를 표한다.“오늘도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겠습니다.” 책과 붓으로 가득한 연구실의 창을 연다. 청소를 한다. 먹을 간다. 책을 펼친다. 염한(染翰) 60년, 서예를 시작한 지 60년이 되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세 시간씩은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합니다. 여행 갈 때면 가방에 공부할 책을 넣어 갑니다.” 서예가로서의 그의 삶은 배움의 길, 독서의 길이다. 서예란 삼라만상, 인간 세계의 이치를 문자로 구현하는 예술행위다. 배움 없이, 공부 없이, 서예는 당초부터 불가능한 인문예술이다. ●“서예, 필경사의 일 아니다” 공부에는 끝이 없다. 그는 늘 스승을 모시는 서예가의 삶을 꾸린다. 우리 시대의 전설적인 스승들로부터 고전의 세계와 사상, 오늘의 삶에 요구되는 실천윤리를 배운다. 1971년 제대하면서 가람 이병기 선생의 절친이자 호남의 거유였던 긍둔(肯遯) 송창 선생에게 배웠다. 한학과 보학에 밝았다. 월탄(月灘) 박종화가 역사소설 쓰다 막히면 긍둔 선생에게 물었다. 긍둔 선생은 하석에게 한학의 기초와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었다. 손님이 떠날 땐, 저 동산을 넘어가서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배웅해야 한다고 하셨다. 한학자이지만 우리말에 밝았다. 82세에 돌아가시어 2년밖에 모시지 못했다. 1983년 서울에 와서 월당(月堂) 홍진표 선생의 문하에 들어갔다. 유가보다 제자백가에 강한 스승이었다. 91년 돌아가실 때까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주일에 한 번씩 수유리 댁으로 가서 장자·노자를 공부했다. “선생님은 학덕(學德)을 말씀했습니다. 문기(文氣)란 독서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글씨는 손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지요. 서예란 필경사의 일이 아닙니다. 선생님의 연구실로 한 시간쯤 일찍 가서 선생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눕니다. 저는 절대로 지각하거나 결석하지 않는 학생이었습니다.” 스승이 돌아가시니 고아가 된 느낌이었다. 2000년 6월에 지산(地山) 장재한 선생의 문하에 들어갔다. “사서삼경, 사서오경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됩니다. 시경, 서경, 주역, 예기, 춘추를 2018년 선생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일주일에 세 번씩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의정부·구미 등지에서 요양하실 땐 일주일에 한 번씩 그곳으로 가서 공부했습니다.” 한학과 한문은 중국의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 것이다. 사서오경, 제자백가뿐 아니라 사서(史書), 시(詩), 간찰, 실록, 개인 저술 등 엄청난 문화유산·정신유산이 우리에게 있다. “한학과 한문을 공부하면 할수록 서예작품이 풍요로워집니다. 인구에 회자되는 처세어 같은 것만 가지고는 서예다운 서예를 할 수 없습니다. 서예는 기본적으로 철학과 사상과 역사입니다. 인문학 수련 없이 서예는 불가능합니다.”●취미로 잡은 북… 손꼽히는 고수로 하석은 1968년부터 98년까지 강암(剛菴) 송성용 선생에게 서예를 공부했다. 강암 선생은 서예뿐 아니라 큰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셨다. “우리 선생님은 처신이 달랐습니다. 걸인이 오면 한 상 차려 내주고 문밖까지 배웅했습니다. 상투를 틀고 두루마기를 입었지만 구체신용(舊體新用), 사고와 행동은 늘 열려 있었습니다.” 하석은 또 한 분의 스승을 모시고 있다. 서예와 그림에 능한 보산(寶山) 김진악 선생이다. 배재대학에서 정년한 보산 선생은 장서가다. 평생 모은 장서를 배재대학에 기증했다. ‘보산문고’가 되었다. 지금은 문화재로 지정된 김소월의 ‘진달래꽃’도 배재학당 박물관에 기증했다. 고등학교 교사 시절 자신의 월급으로 어려운 제자들의 공납금을 대신 내주는 선생님이었다. 제자 하석은 한 달에 두서너 차례 선생님을 찾아뵙고 식사자리를 마련한다. 그러나 식대는 꼭 선생님이 내신다. 여전히 사랑스런 제자다. ●집 판 돈으로 벼룻돌 사 벼루 제작 1988년 인사동에 예사롭지 않은 보령산 벼룻돌이 나왔다. 이 돌을 일본인이 구입해 가려 했다. 하석은 살고 있던 압구정동의 현대아파트를 4800만원에 팔아 700만원을 주고 이 돌을 구입했다. 귀한 우리돌을 일본으로 흘러가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연석으로 벼루 하나를 만들었다. 월당 선생이 ‘오금연’(烏金硯)이라고 이름 지어 주셨다. 2002년에는 손수 벼루를 만들었다. 당초 50개를 만들려 했지만, 돌의 질이 여의찮아 20개밖에 만들지 못했다. ‘무문석우’(無文石友)라고 이름 붙였다. 하석에게 선물받은 이 ‘무문석우’가 내 서재에 있다. 이 벼루에 먹을 갈 때마다 나는 하석의 예술정신을 느낀다. 하석의 석곡실에는 150여 년 된 통북이 있다. 하석은 북의 고수(高手)다. 80년대와 90년대 전국고수대회에 나가서 최종결승 3명에 뽑혔다. 그러나 스스로 기권해 3등이 되는 것이었다. “서예의 길이 내 직업이고 북은 취미지요. 국악인들의 진로에 내가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되지요.” 당대 최고의 고수 김명환 선생의 노량진 댁에 가서 북을 배우기도 했다. 아버지가 판소리를 좋아했다. 명창 임방울 선생이 집에 와서 겨울 한 철을 보내기도 했다. 자연 우리 소리에 눈뜨기 시작했다. 판소리 연구가 이기우·천이두 교수 등과 함께 서울에서 명창을 전주로 모셔와 판소리 감상회도 열었다. 나는 압구정의 석곡실에 수시로 드나든다. 큰 책을 펼쳐 독서에 몰두하거나 작업을 하는 하석의 모습은 아름답다. 묵향(墨香)과 서향(書香)이 가득한 석곡실에서 나는 붓을 들어 대가의 지도를 받으면서 몇 자 써보기도 한다. “30여 년 글씨를 썼던 50대에 이르러 붓을 의식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필법에 관한 책보다 인문학 책을 더 읽게 되었습니다. 20대부터 공부하던 자학(字學)이 또 다른 인문학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는 2010년 헤이리의 북하우스 전시공간과 한길책박물관 공간을 전부 할애해 하석의 대형서예전 ‘자중천’(字中天)을 석 달 열흘간 진행했다. 자중천! 문자의 세계, 문자의 하늘이다. 큰 서예가 하석이 저간에 해 온 작업의 여러 면모를 보여 주는 이 전시는 한국서예전시에 기록되는 사건 같은 것이었다. 전국에서 수많은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아이들과 글씨놀이하는 프로그램도 진행되었다. 나는 ‘자중천’과 함께 제자 서예가 김정환과의 대화로 ‘박원규, 서예를 말하다’를 펴냈다. 하석의 생각과 공부를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서예인문학이다. “나는 일필휘지의 서예가가 아닙니다. 조각가가 돌을 쪼듯이 한참을 노력해야 비로소 작품이라고 할 만한 것이 나옵니다.” 다시, 2011년 하석의 서예 절친 학정(鶴亭) 이돈흥과 소헌(紹軒) 정도준의 ‘서예삼협(書藝三俠) 파주대전’을 역시 석 달 열흘에 걸쳐 헤이리의 같은 공간에서 열었다. 서예전의 또 하나의 사건이었다. 붓의 대향연이었다. 서울에서 지방에서 관객들이 몰려왔다. 주말마다 세 서예가와 서예비평가들이 참여하는 담론이 펼쳐졌다. 나는 한국서단이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세 권의 대형도록을 출간했다. 2018년의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은 서예가 박원규의 진면을 보여 주는 작업이었다. 가로 150㎝, 세로 330㎝ 82장에 광개토대왕 비문체로 써낸 2162자의 ‘부모은중경’은 한국서예 사상 가장 장대한 작품이었다. 광개토대왕의 호방한 기상을 보여 주는 서체의 재현이었다. 광개토대왕 비문체는 그 이전 그 이후에도 존재하지 않는 서체다. 하석은 일찍부터 이 비문체를 주목하고 그 재현 작업에 나서고 있다. 하석은 당초 우리 종이로 작업하려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 규격의 종이 제작이 불가능해 중국에 특별주문했다. 먹도 우리 것으로 하려 했으나 질감이 마땅치 않아, 450년 역사의 일본 먹 제조원 고매원(古梅園)의 ‘금송학’(金松鶴) 50자루로 작업했다. 고매원도 금송학은 1년에 25자루 정도 제작해 내는 최고품질의 먹이다. 물은 하석의 후원자이자 ‘부모은중경’을 주문한 유성우 선생이 백두산 천지에서 길어왔다. 나는 하석과 의논하여 이 기념비적인 작업과 작품을 기리고 기록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작품에 나서는 시묵(試墨) 행사와 작업을 끝내는 세연(洗硯) 행사를 진행했다. 세연 땐 명창 안숙선의 소리에 하석이 북채를 들었다. 나는 다큐의 명가 인디컴시네마 김태영 감독에게 일련의 과정을 작품으로 만들자 했다. ‘압구정에는 21세기 선비가 살고 있다’고 제목 붙인 이 다큐는 지난 5월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은상을 받았다. ●대하소설 ‘혼불’ 최명희에게도 영향 하석은 대하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에게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혼불’의 내면세계에 하석의 자취가 느껴진다. 최명희의 수첩에 ‘숭란경’(崇蘭境)이라는 이름을 써주었다. 맑고 티 없이 고운 난초의 경지를 뜻하는 추사(秋史) 김정희의 문구로, 심산유곡에 피어 있어도 난초의 꽃향기는 십 리를 간다는 의미다. “우리 3000년 역사에서 나의 스승은 추사입니다. 나는 지금 추사와 씨름하고 있습니다.” 추사는 유불선, 사서오경에 통달한 독서인이었다. 그 독서가 그 작품을 출현시켰다. “추사가 위대해질 수 있는 바탕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학예(學藝)일치’가 바로 그것입니다. 학문과 예술이 별개가 아님을 추사는 오늘의 우리 서예가들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박원규, 전각을 말하다’가 곧 출간된다. 그러나 ‘박원규, 추사를 말하다’가 그가 갖고 있는 또 하나의 과제다.
  • “나쁜 X”…시어머니 우산 맞은 이은해, 3초간 쳐다봤다

    “나쁜 X”…시어머니 우산 맞은 이은해, 3초간 쳐다봤다

    ‘계곡 살인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이은해(31)씨가 법정에서 전 시어머니이자 피해자 윤모(사망당시 39세)씨의 어머니에게 우산으로 맞았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는 11일 살인 및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와 그와 공범인 내연남 조현수(30)씨의 5차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이 끝나자 윤씨 어머니는 퇴정하는 이씨를 향해 “이 나쁜 X”라고 외치며 이씨의 왼쪽 어깨를 우산으로 때렸다. 우산에 맞은 이씨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3초가량 윤씨의 어머니를 쳐다봤다. 돌발 상황에 교도관들은 호송하던 이씨를 데리고 재빨리 법정 대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때리면 안 된다’는 경위의 제지에 윤씨 어머니는 “왜 때리면 안 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피해자 윤씨 ‘수영가능’ 여부, 수상레저업체 사장 증인신문 이날 검찰은 이씨와 조씨가 계곡살인을 저지르기 1~2개월 전 피해자 윤씨를 데리고 자주 방문한 경기 가평균 ‘빠지’(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는 장소) 업체 사장 A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A씨는 “이씨와 조씨가 2019년 5월부터 6월까지 총 9차례 방문했다”면서 “이 중 피해자 윤씨와 함께 온 건 6~7번 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씨는 물을 아주 겁냈고 물에 들어가면 경직돼 굳어버려 허우적대지도 못했다”며 “수영강사 경험이 있던 직원 또한 윤씨는 ‘수영이 아예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어 A씨는 “윤씨는 처음에 웨이크보드를 타기 싫어했다”면서 “이은해가 윤씨에게 ‘안 탈거면 여기 왜 따라왔느냐’고 짜증과 화를 내자 약 20분 후 윤씨가 웨이크보드를 탔다”고 했다. 또 “초급자들은 봉을 잡고 웨이크보드를 타는데 윤씨가 타던 중 손에서 봉을 놓쳐 물에 빠졌다”면서 “구명조끼를 입고 있던 윤씨가 얼굴을 물에 전부 파묻고 엎드린 채로 경직돼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고는 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조현수씨는 A씨에게 계속해서 “윤씨가 탈 만한 ‘빡센’ 놀이기구가 없느냐”고 묻거나 “(놀이기구를 타다) 죽어도 좋으니 윤씨를 세게 태워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변호인은 계곡살인 약 7개월 전인 2018년 12월18일 윤씨가 이씨와 함께 베트남 나트랑으로 휴가 가서 찍은 사진을 제시하며 “윤씨는 수영이 가능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사진 속 윤씨는 수영장에서 물안경을 쓴 채 머리가 젖어있거나, 바다에서 패러세일링 기구를 탄 뒤 수면 위로 들어 올려지는 모습이다. 그러자 A씨는 “사진 속 수영장은 수심이 가슴 깊이 정도로 보인다”면서 “윤씨는 빠지에서도 뭍과 가까운 곳에 있는 미끄럼틀처럼 안전이 담보된 시설은 좋아했다”고 했다. 아울러 A씨는 이씨와 조씨가 윤씨를 빠뜨려 살해하려 했던 경기 용인시 낚시터 사진을 보고는 “뭍에서 7~8m 되는 거리에서 윤씨가 구명조끼 없이 수영해 올라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면서 “혹시 사다리 같은 것이 설치돼 있다면 올라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씨 등은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이씨의 남편 윤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물에 빠져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 피고인은 앞서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윤씨에게 독이 든 복어 정소와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3개월 후인 같은해 5월 경기 용인시의 낚시터에 윤씨를 빠뜨려 살해하려 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범행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 밤샘 구조도 헛되이, 佛 센 강에 갇혔던 벨루가 흰돌고래 숨져

    밤샘 구조도 헛되이, 佛 센 강에 갇혔던 벨루가 흰돌고래 숨져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센 강의 수문 안에 갇혀 영양 실조로 고통받던 벨루가 흰돌고래를 구조하기 위한 작업이 9일 밤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이어졌지만 결국 헛일이 됐다.  수의사와 해양동물 전문가, 잠수부, 소방대원, 경찰 등 모두 80명은 길이 4m에 무게가 800㎏에 이르는 흰돌고래를 해먹 모양의 그물에 담은 뒤 기중기로 끌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단계 작업에만 6시간이 걸렸다. 수의사들은 흰돌고래를 냉장 트럭에 싣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결국 흰돌고래를 다시 내려놓기로 결정했다고 영국 BBC가 10일 전했다. 강물에서 일주일 동안 먹지 못해 영양 실조에다 건강이 나빠져 이송 과정을 견딜 수 없다는 수의사들의 판단이 내려졌다.  프랑스 해양환경 보호단체는 “무거운 마음으로 벨루가가 살아남지 못했다는 것을 발표하게 됐다”며 “우리는 이렇게 될줄 알았던 비극적인 결과 때문에 황망해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응급 수의사인 플로렌스 올리브쿠르투아는 AFP 통신에 “그 동물이 충분한 공기를 얻지 못하고 눈에 띄게 고통받고 있었다”며 “이에 따라 우리는 그것을 (바다에) 풀어주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결정하고 안락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구조대는 흰돌고래를 냉장 설비가 된 트럭에 실어 바다와 가까워 염수가 들어오는 유역으로 옮겨 그곳에서 먹이를 제대로 공급받고 건강을 회복하면 드넓은 바다로 돌려보낼 예정이었다. 외르주(州) 당국 관계자는 “오랜 시간이 드는 구조작업으로 매우 전문적이고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전문가들은 벨루가 흰돌고래에게 냉동 청어를 먹이거나 살아있는 송어로 입맛을 살리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또 보트를 이용해 흰돌고래를 영국해협 쪽으로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왠일인지 한사코 흰돌고래는 머리를 돌리지 않았다. 결국 구조 당국은 몸이 약해진 벨루가에게 더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새로운 구조 방법을 짜내야 했다.  벨루가 흰돌고래는 태어날 때는 털이 어두운 청회색이나 검은색이지만, 4~5세가 되면 흰색이나 크림색으로 엷어진다. 어류·두족류·갑각류를 먹고 사는데, 5~10마리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주로 기름·가죽·고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사냥되며 북극지방에서는 사람이나 개의 식량으로 사용된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이 이들의 빼어난 지능을 활용해 스파이 요원으로 양성했다고 해서 큰 화제가 됐다.  그런데 이 벨루가 흰돌고래가 대서양 연안에서 130㎞나 깊숙이 들어와 파리에서 서쪽으로 70㎞ 떨어진 노르망디 지방의 생피에르 라가랭 수문 안에 갇힌 채 일주일을 지냈다. 센 강에는 먹을 것이 없어 나날이 앙상하게 말라가던 차였다.  외르주 당국은 벨루가의 안타까운 소식이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에까지 알려지자 뜻있는 이들과 동물보호단체의 기부금과 물자가 답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강둑에 많은 주민이 몰려와 응원하기도 했는데 헛일이 됐다.  벨루가는 북극해가 얼어붙기 시작하는 가을에 먹이를 찾아 남쪽으로 모험을 떠나지만 고향에서 이렇게까지 멀리 여행하는 일은 드물다. 바다 포유류를 전문으로 하는 프랑스 펠라기스 천문대에 따르면,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벨루가 서식지는 3000㎞나 떨어진 노르웨이 북부 스발바르 제도다.  프랑스의 강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은 지난 1948년 루아르 강 하구에서 어민의 그물에 걸리면서였다. 하지만 지난 5월에도 센 강에 범고래가 죽은 채 떠밀려 온 일이 있었다. 2019년에도 영국 그레이브센드 근처 템즈 강에서 고래 사체가 발견된 일이 있었다고 영국 관리들은 전했다. 아무래도 이런 드문 현상 모두 기후변화의 상서롭지 못한 전조가 아닌지 모르겠다.
  • 야영자 습격하고 총 맞고 달아난 북극곰, 부상 심해 결국 안락사

    야영자 습격하고 총 맞고 달아난 북극곰, 부상 심해 결국 안락사

    북극 근처에서 야영하던 여성이 북극곰에게 습격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8일(현지시간) AP, AFP통신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 중심부 스베아슬레타의 한 캠핑장에서 이날 오전 여성 관광객이 북극곰에게 습격당했다. 피해 여성은 현장에 있던 관광객 25명 중 한 명으로, 프랑스 출신이고 나이가 40대라는 점만 밝혀졌을 뿐, 사건 경위 등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캠핑장에 북극곰이 출몰했다고 밝혔다. 팔을 다친 피해 여성은 헬기에 실려 스발바르 제도 최대 도시 롱위에아르뷔엔 소재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 측은 환자의 부상 수준은 경상으로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습격 당시 총을 맞고 달아난 북극곰은 이후 당국에 발견됐을 때 부상 정도가 심해 결국 안락사됐다. 북극점에서 약 1000㎞ 떨어진 스발바르 제도에는 북극곰 약 300마리가 살고 있어 주민이나 관광객은 시내를 벗어날 때 총기를 휴대해야만 한다. 1970년 이후 지금까지 최소 6명이 숨지는 등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발생한 사망 사건도 불과 2년 전인 2020년이었다. 희생자는 네덜란드 38세 남성으로, 야영 중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 등 기부 변화의 영향으로 북극곰이 인간과 접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바다 위 얼음이 사라지면서 주식인 물범을 잡기가 어려워진 북극곰이 먹이를 구하고자 남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북극곰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취약(VU) 등급 멸종위기종이다. 현재 2만∼2만 500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침수 위험시 하수구 마개부터 닫으세요” 바퀴벌레 주의보

    “침수 위험시 하수구 마개부터 닫으세요” 바퀴벌레 주의보

    “집안 침수 경험만 3회입니다. 침수 위험이 있다면 당장 화장실 세면대 마개부터 닫으세요. 하수도 역류도 문제지만, 하수구 마개를 통과할 수 있는 온갖 것들이 기어들어옵니다.” 기록적인 폭우로 하수구가 역류하면서 바퀴벌레가 땅 위로 떠밀려 나오는 영상이 충격을 주고 있다. 거리 뿐만 아니라 침수 피해를 입은 집안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침수피해를 겪은 경험자들은 침수 위험이 있다면 세면대, 싱크대 하부 하수구 마개부터 밀봉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어둡고 습기 찬 곳을 좋아해 화장실 개수구나 부엌 싱크대 등 배관 주변은 완벽한 서식지가 된다. 바퀴벌레는 하수도에 연결된 가정관과 틈새로 유입된다. 물속성이라 물에서도 살아남는다. 여름철 맨홀 뚜껑이 깨진 곳을 찾으면 바글바글한 이유다. 주택가 정화조, 하수구 등지에서 알을 부화한다. 오래된 하수구는 시멘트 마감이 잘 되지 않아 집단적으로 알을 부화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실제로 퇴치업체가 공개한 하수구 안 영상에는 바퀴벌레가 다량으로 모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바퀴벌레는 한 곳에 머물러있지 않기 때문에 하수구, 배관 등을 타고 가정 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다. 만약 바퀴벌레가 나타나면 기어 나오는 잔구멍들을 실리콘 등으로 완전 봉쇄할 필요가 있다. 오래된 문틈, 창문 틈으로 외부 유입 될 수 있으므로 교체하거나 임시방편 삼아 테이프 같은 걸로라도 막아야 한다.놀라운 이동속도…질긴 생명 해충 바퀴벌레는 틈새로 마구 숨어들며 바퀴벌레 약으로도 완전한 박멸이 어렵다. 세균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해충으로 하수구, 쓰레기장 등 다니지 않는 곳이 없으며 이동속도도 엄청나다. 바퀴벌레는 머리가 없어도 일주일간 살아있으며 어디서나 살 수 있는 질긴 생명력을 지녔다. 대부분 성충으로 자라나므로 한두 마리 잡아 없앤다고 해도 쉽게 박멸되지 않는다. 한 마리가 들어오면 그 녀석을 최대한 빨리 잡고, 알집을 찾아서 파괴해야 한다. 집에 바퀴벌레가 군집을 이뤘다면, 뿌리는 살충제로는 힘들다. 방역업체를 부르는 것도 방법이다. 바퀴벌레는 박멸해야 될 해충으로 음식물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방 안에 개봉한 채 그냥 방치하면 안 된다. 반드시 음식은 냉장고 안에 넣어서 보관하거나 플라스틱 용기 등에 밀봉해서 보관해야 한다. 살충제 내성이 상당히 강한 편이라 일반 모기용 에프킬라 같은 걸로는 효과도 별로 없어서 뿌리는 즉시 빠른 속도로 도망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바퀴벌레용 살충제를 뿌리는 것이 좋다. 독 먹이 설치형은 바퀴벌레의 습성에 맞춰 적절한 곳에 사용해두면 한두 마리 보이기 시작하는 바퀴뿐만 아니라 군집까지 잡는 데 효과적이다. 바퀴벌레를 잡았을 때 변기에 살아있는 채로 버리고 물 내리면 정화조에서 바퀴가 대량으로 번식하는 사태를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죽인 다음에 버려야 한다. 
  • 안락사로 가나?…佛 파리 센강에 나타난 벨루가 구조작전 난항

    안락사로 가나?…佛 파리 센강에 나타난 벨루가 구조작전 난항

    북극해와 베링해, 그린란드 등 한대 해역에 서식하는 흰고래 ‘벨루가’가 뜬금없이 프랑스 센강에서 발견된 가운데 구조 작전이 난항을 겪고있다.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은 전문가들이 벨루가를 구조하기 위해 시간과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지금은 조금 희망이 있는 정도라고 보도했다. 지난 2일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약 70㎞ 떨어진 베르농의 수문 근처에서 발견된 이 벨루가는 지금까지 별다른 움직임 없이 바다로 나아가지 못하고 사실상 좌초상태에 있다. 문제는 극심한 영양실조와 담수로 인한 건강 악화로 목숨을 잃은 위기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벨루가의 영양 공급을 위해 먹이를 던져주고 있지만 입에 대지도 않고 있다. 현지 수의사들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식욕이 없는 것은 분명 다른 질병의 증상"이라면서 "현재 벨루가는 영양실조 상태로 이는 몇 주 전 바다에 있을 때 부터 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구조당국은 마땅한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벨루가를 강제로 강에서 꺼내 바다에 놓아주는 방법은 너무 위험해 배제했으며 그 반대로 안락사하는 것도 일단은 제외했다.국제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의 라미야 에셈랄리 프랑스지부 대표는 "벨루가 스스로 바다로 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이 가능성은 회의적"이라면서 "앞으로 최대 48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안락사 옵션은 현재로서는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일단 배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래목 일각과의 포유류인 벨루가는 온 몸이 새하얀 귀여운 외모로 사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지만 북극곰 등과 함께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에 올라있다. 한편 프랑스 센강에서 고래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도 노르망디 지역 센강에서 범고래가 발견됐으나 결국 목숨을 잃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소리 자극을 통해 이 범고래를 다시 바다로 되돌려 보내는 계획을 세웠으나 결국 실패했으며 사인은 중병이라고 결론지었다. 
  • 강남 마약 손님들 종업원 몰래 약 탔나, 위험성 안 알렸나

    강남 마약 손님들 종업원 몰래 약 탔나, 위험성 안 알렸나

    해마다 마약사범이 1만명을 웃돌면서 강제 투약 피해 사건도 늘고 있다. 지난달 5일 서울 강남의 유흥주점에서 발생한 ‘마약 사망 사건’도 결국은 손님이 건넨 술이 문제였다. 숨진 여성 종업원의 유족 측은 술자리에 동석한 나머지 손님들도 처벌해 달라는 입장이지만 경찰은 이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남은 수사의 핵심은 동석자들이 실제 강제 투약 과정에 관여했는지다. 상대를 속이고 마약을 사용한 고의성과 과다 투약의 위험성 인식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실제 범행에 가담했다면 상해치사나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례를 보면 술자리에서 몰래 마약을 섞은 술을 피해자에게 먹인 경우 상해죄로 처벌을 받았다. B씨는 서울 용산구의 한 클럽에서 지인에게 숙취해소제라고 속이고 엑스터시 한 알을 먹여 응급실로 실려 가게 만든 혐의로 지난해 2월 징역 1년 2월을 선고받았다. 피해자가 마약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해도 과다 투약으로 사망했다면 과실치사죄로 처벌될 수 있다. C씨는 지난해 2월 서울 서초구의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필로폰을 섞은 음료수를 나눠 마셨는데 제대로 계량을 하지 않아 투약 5시간 후 여자친구가 약물 중독으로 인한 심정지로 숨졌다. C씨는 여자친구가 자발적으로 음료를 마셔 위험을 자초했다며 책임을 회피했지만 재판에서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되면서 징역 2년 6월이 확정됐다.
  • 북극 사는 ‘벨루가’, 파리 센강서 식음전폐 왜?

    북극 사는 ‘벨루가’, 파리 센강서 식음전폐 왜?

    프랑스 수도 파리를 관통해 영국 해협으로 이어지는 센강에서 발견된 벨루가(흰고래)가 식음을 전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차가운 북극해에서 주로 서식하는 벨루가가 따뜻한 센강까지 거슬러 올라온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질병을 앓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마른 벨루가는 몇 달 전부터 영양실조 상태에 빠졌을 것이라고 해양 생태계 보전운동을 펼치는 비정부기구 시셰퍼드의 라미야 에셈랄리 프랑스지부 대표가 7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밝혔다. 에셈랄리 대표는 벨루가가 스스로 헤엄쳐 바다에 돌아갈 충분한 힘이 없다며, 보트로 벨루가를 실어 바다로 옮겨 나른다고 해도 위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벨루가에게는 머리를 돌리거나, 외부 자극에 반응을 보일 정도의 에너지가 남아있지만, 얼린 청어나 살아있는 송어를 건네도 입에 대지 않고 있다. 한때 벨루가를 안락사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이날 관계 당국과 회의를 마치고 나온 에셈랄리 대표는 안락사는 현재 논의 테이블에서 빠졌다고 전했다.다만, 바다에서 살아야 하는 벨루가를 계속 센강에 가둬둘 수는 없는 만큼, 비타민을 투약해 다시 바다로 돌려보낼 만큼 기운을 차리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북극해에 사는 벨루가가 가을철에 먹이를 찾으러 남쪽으로 내려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사례는 찾아보기 드물다. 현재 프랑스와 가장 가까운 벨루가 서식지는 센강에서 3000㎞가량 떨어진 노르웨이 북쪽 스발바르 제도다. 프랑스 강가에서 벨루가를 발견한 것은 1948년 루아르강 하구에서 한 어부의 그물에 벨루가가 잡힌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 쓰레기 집에 고양이 30마리와 동거…‘유명가수’ 누나였다

    쓰레기 집에 고양이 30마리와 동거…‘유명가수’ 누나였다

    철거 직전 쓰레기로 가득찬 집에서 고양이 30마리와 함께 사는 여성의 사연이 공개됐다. 최근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재개발로 철거를 앞둔 집에서 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김미숙(가명)씨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공개된 김미숙씨의 집은 고양이 배설물과 쓰레기로 가득 차 신발 없이는 들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 김미숙씨는 전등도 켜지지 않고, 온수도 나오지 않는 집에서 10년째 고양이들과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초생활수급비로 받은 돈을 모아 고양이를 각별히 챙기고 있었다. 아픈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갈 여력이 되지 않아 집에서 직접 치료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해외에서 구입한 유산균, 지사제 역할을 하는 숯 등을 구입해 먹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미숙씨는 자신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기는 상황에서 고양이를 살뜰히 챙겼지만 생활 환경은 썩 좋지 않았다. 30마리의 고양이들은 오물로 뒤덮인 지저분한 방안에서 생활하거나 좁은 케이지 안에서 지내고 있었다. 유명 가수 동생 뒀지만…“방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 김미숙씨를 돕거나 보살펴 줄 가족은 없는 걸까. 김미숙씨의 한 지인은 “가족이 동생 하나다. 그런데 그 동생이 공인이다. 언니는 가족들한테 폐를 끼칠까봐 얘기만 나와도 부들부들 떤다”고 전했다. 김미숙씨의 유일한 가족은 80년대 이름을 널리 알린 유명 가수 김모씨였다. 김모씨는 제작진과 통화에서 “누나의 상황을 알고 있다”면서도 “대화 자체가 안 된다. 방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생활비를 계속 대줬었는데 누나가 모든 것들을 고양이한테 집중하더라. 자기 건강을 해치면서도 그러더라”며 “아파트를 얻어서 계약을 해줘도 고양이 때문에 안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활비를 끊은 지는 몇 년 됐다. 생활비를 주니까 훨씬 더 많은 고양이를 데리고 오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누나 김미숙씨가 고양이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혼자 살면서 고립돼 뭔가 외로움에서 기댈 곳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추측하며 “누나가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동생 독립 후 남매 사이에 금갔다”…고양이 향한 집착 이유는? 그러나 김미숙씨의 사촌언니는 “미숙이는 원래 동생들 챙기고 식구들하고 같이 사는 거 이상의 욕심이 없었다. 그런데 동생이 조금씩 수입이 늘어나고 결혼을 하면서 남매 사이가 금이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미숙씨는 과거 만화영화의 그림을 20년 간 그린 애니메이터로 활발한 경제 활동을 해온 인물이었다. 그러나 김미숙씨는 “누나니까 가족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동생의 독립 후 아프고 버려진 고양이들에 집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귀여워서 주워오는 게 아니다. (고양이가) 아프면 그냥 죽지 않나. 죽으면 너무 안 됐지 않나. 내가 아직 여력이 있으니까 데려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제작진이 “혹시 고양이를 입양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어떻게 하실 거냐”라고 묻자, 김미숙 씨는 “정말 좋은 분이고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 나도 괜찮다. 나한테 있는 것보다 낫지 않겠나”라며 앞으로는 자신을 위해 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오랜 설득 끝에 김미숙씨는 더 나은 환경으로 고양이들을 보내주기 위해 소유 포기 각서를 썼고, 지자체와 동물보호단체, 지역 동물병원까지 나서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김미숙씨가 보살피던 동물들은 당분간 보호시설에 머물며 치료를 받은 뒤 입양을 보내기로 했다. 또 지저분했던 집 역시 깨끗하게 정리를 마쳤고, 지자체의 도움으로 새 보금자리로 이사하며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
  • 1살 아기 뒷목잡고 보드카 먹이는 母…“온몸 빨개져”(영상)

    1살 아기 뒷목잡고 보드카 먹이는 母…“온몸 빨개져”(영상)

    생후 1년도 채 안 된 어린 아기에게 보드카를 먹이는 부모의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사고 있다. 4일 영국 다수 매체에 따르면 켄트 경찰은 아기에게 술을 주는 남녀를 아동학대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앞서 온라인에는 14초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에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함께 아이 엄마로 추정되는 여성이 등장한다. 여성은 보드카 병뚜껑에 술을 따른 뒤 앞에 앉아있는 아기의 목을 잡고 머리를 뒤로 젖힌다. 이어 아기의 입에 병뚜껑을 갖다 대고 술을 먹인다. 이들 뒤에는 반바지에 트레이닝 셔츠를 입은 남성이 서 있었고, 매체는 이 남성이 아이의 아버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남성은 아기에게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의식하지 못하고 그저 아기를 쳐다볼 뿐이었다. 아기는 이미 보드카를 마신 상태인 듯 얼굴을 비롯해 팔다리가 빨개진 상태다. 매체는 “아기는 태어난 지 약 8개월에서 1년 정도 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켄트 경찰은 이 영상을 보고 즉각 수사에 나섰고, 켄트주 도버에 있는 한 주택가에서 두 사람을 아동 학대 혐의로 붙잡았다. 그러나 이들은 보석으로 풀려난 채 조사를 받게 됐으며, 아기 역시 여전히 이 부부와 함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 2019년에도 한 러시아 여성이 생후 8개월짜리 아들에게 보드카를 먹이고 사망하도록 방치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 이천 관고동 병원 건물서 불나 5명 사망…슬픔 잠긴 유가족 (종합)

    이천 관고동 병원 건물서 불나 5명 사망…슬픔 잠긴 유가족 (종합)

    경기 이천시 관고동에 있는 4층 건물에서 불이 나 5명이 숨지고 42명이 다쳤다. 화재경보는 정상적으로 울렸으나, 움직일 수 없는 투석 중 환자가 다수 있던 최상층 병원에서 많은 인명피해가 났다. ● 3층 스크린골프장 철거 현장서 불자욱한 연기 쌓인 4층 병원경찰과 소방당국, 서울신문의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이날 불은 오전 10시 17분 이천 관고동 학산빌딩 3층에서 시작됐다. 해당건물은 연면적 2588㎡ 규모로 2004년 사용승인을 받았다. 3층에는 폐업한 스크린골프장이 있었는데, 불이 날 당시 근로자 수명이 철거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작업 중 천장에서 튀는 불꽃을 보고 자체 진화를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자 대피 후 119에 신고했다. 화재는 스크린골프장 입구 부근 1호실에 집중됐다. 불이 번진 곳은 3층 일부에 국한됐지만, 많은 연기가 발생하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위층에는 열린병원이 있었다. 당시 병원에는 환자 33명과 의료진 13명 등 46명이 있었다. 이번 불로 숨진 5명 모두 이곳에서 발생했다. 스크린골프장과 투석전문병원 외에도 이 건물에는 사무실과 한의원, 당구장 등이 있다. 사망자 외 총 42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에 이송됐으며, 이중 3명은 중상자로 분류됐으나 의식과 자가호흡을 하고 있어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신고를 받고 소방인력 110명과 장비 40대를 동원해 화재 발생 1시간 10분만인 오전 11시 29분 화재를 진화했다. ● 거동 불편한 투석 환자환자 곁에서 숨진 간호사인명피해가 집중된 4층 열린병원은 투석전문병원으로 사고 당시에도 투석을 받는 환자가 다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석은 신체 내 혈액을 호스로 흘려보내 투석기를 통해 제거하는 치료행위다. 주로 신장 등의 이상으로 혈액 내 불순물을 스스로 제거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받는다. 한번 투석을 시작하면 수 시간을 움직이지 못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이날 투석을 받는 환자는 대피경보에도 즉각 대피하지 못했다. 병원 관계자는 취재진에 “투석기는 작동 도중에 빠지지 않아 팔목에 연결된 관을 가위로 잘라 환자들을 대피시켰다”며 “거동이 어려우신 분들은 부축을 받았으나 변을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망자는 60대 남성, 70대 여성, 80대 남성 2명 등 환자 4명과 함께 50대 여성 간호사 1명도 포함됐다. 간호사는 충분히 대피할 수 있었으나,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가 대피할 때를 놓쳐 변을 당했다. 장재구 이천 소방서장은 “연기가 서서히 차오고 있었기 때문에 간호사분은 충분히 대피할 시간이 있었다”며 “현장에 도착해보니 연기가 차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의료진들은 환자들 옆에서 계속 뭔가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중간에 투석을 끊을수 없던 환자들을 최대한 보호하려고 남아 있지 않았나 추정한다”고 말했다. 사망자들이 이송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은 울음바다로 변했다. 환자 곁을 지켰던 50대 간호사의 남편도 있었다. 그는 연합뉴스의 질문에 “아내는 ‘막노동’으로 불릴 정도로 고된 투석병원 일도 오랜 기간 성실히 해내던 사람”이라며 “병원에서도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일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환자를 살뜰히 챙기던 성격상 불이 났을 때도 어르신들을 챙기느라 제때 대피하지 못했을 것 같다”면서 울먹이며 딸과 군복 입은 아들을 다독였다. 군복을 입은 아들도 “오늘 엄마 퇴근하면 같이 안경 맞추러 가기로 했는데”라고 뒷말을 삼켰다. 사고 현장을 찾은 김동연 경기지사와 정부 관계자들은 재발 방지를 말했다. 김 지사는 “고인의 명목을 비며 유가족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민선 8기 도정에서는 이와 같은 사고가 또 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역구 송석준 국회의원과 함께 사고 현장을 찾아 “지자체와 소방, 경찰 등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 사상자와 그 가족 지원 등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 [포착] 네가 왜 거기서 나와…파리 센강서 흰고래 ‘벨루가’ 발견

    [포착] 네가 왜 거기서 나와…파리 센강서 흰고래 ‘벨루가’ 발견

    북극해와 베링해, 그린란드 등 한대 해역에 서식하는 흰고래 ‘벨루가’가 뜬금없이 프랑스 센강에서 발견됐다. 5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현지언론은 벨루가 한 마리가 현재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약 70㎞ 떨어진 베르농의 수문 근처에서 발견돼 프랑스 당국이 구조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래목 일각과의 포유류인 벨루가는 온 몸이 새하얀 귀여운 외모로 사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지만 북극곰 등과 함께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에 올라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벨루가는 처음 목격된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저체중 상태로 보여 건강 상태가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벨루가를 구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벨루가를 직접적으로 강에서 꺼내 바다로 이동시키는 방법이 극히 위험하기 때문.국제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Sea Shepherd) 측은 "벨루가를 강제적으로 강에서 꺼내는 것은 너무 위험해 구조 방법에서 배제해야 한다"면서 "계속 먹이를 주면서 바다로 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이 벨루가가 왜 한대 해역을 버리고 먼 센강까지 헤엄쳐 왔느냐는 것도 미스터리다. 벨루가가 평생 집단생활을 하는 것을 감안하면 의문스러운 일이기 때문. 한편 프랑스 센강에서 고래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도 노르망디 지역 센강에서 범고래가 발견됐으나 결국 목숨을 잃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소리 자극을 통해 이 범고래를 다시 바다로 되돌려 보내는 계획을 세웠으나 결국 실패했으며 사인은 중병이라고 결론지었다. 
  • 성난 민심 “공론화도 국민 세금으로”… 교육부 “확정적으로 알려진 건 저희 불찰”

    성난 민심 “공론화도 국민 세금으로”… 교육부 “확정적으로 알려진 건 저희 불찰”

    정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 개편안’을 두고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학부모와 교사, 교육청과 교육부가 함께 만나는 자리가 열렸다. “아동 발달 특성을 무시한 처사”, “공론화도 국민의 세금으로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가운데 교육부는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당 국회의원 47명과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토론회에는 유아교육학계, 유치원교사노조, 교육 단체 연구자들과 함께 고효선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과 장홍재 교육부 학교혁신정책관이 참여했다. 토론자로 나선 권정윤 성신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만 5세 유아의 발달 특성을 무시하고, 삶과 성장을 희생시키는 경제 논리에만 맞춘 무리한 학제 개편안”이라며 “만 5세를 조기 취학시키면 학교 부적응아들을 더 많이 양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유아 학부모인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초포자’(초등학교 포기자), ‘7세 경단녀’ 라는 단어가 곳곳에서 등장한다”며 “지금도 영유아들은 조기인지교육에 과도하게 노출되고 있다. 사교육 시장만 벌써 들썩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거듭 공론화를 언급하는 정부가 무책임하다는 질타도 나왔다. 임미령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포럼대표는 “공론화도 국민의 세금으로 하는 것”이라며 “국정과제에도 없던 정책을 툭 던져놓고 온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학부모들과는 연이어 간담회를 가지면서도 교원들에게는 의견은 묻지 않는 교육부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박다솜 교사노조연맹 산하 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위원장은 “(교육부가) 학부모들과의 간담회는 하면서 우리 교사들은 만나려 하지 않는다”고 따져 물었다. 객석에 있던 한 사립 유치원 교사는 “교육부는 왜 출발선의 평등을 조정하는 학교급에 유치원을 포함시킬 생각조차 하지 않느냐”면서 “사립유치원 이직률이 어마어마하게 높은데 국가에서 의무교육으로 품어주기를 바란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교육부는 공론화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장 정책관은 “마치 확정적으로 2025년부터 시작하는 것처럼 알려지게 된 건 (교육부의) 불찰”이라며 “절차적으로 시도교육청이나 학부모, 관련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가교육위원회 등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나 논의를 시작하려고 했던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 돌고래쇼하던 비봉이, 17년 만에 제주바다 품으로…“활기차게 헤엄”

    돌고래쇼하던 비봉이, 17년 만에 제주바다 품으로…“활기차게 헤엄”

    국내 수족관에 남아있던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고향 제주 바다로 돌아가 본격적인 야생적응훈련에 돌입했다. 해양수산부와 제주도는 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설치된 적응훈련용 가두리에 비봉이를 옮겼다. 2005년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용 그물에 혼획돼 서귀포시 중문동 퍼시픽리솜에서 공연을 하며 지낸 지 무려 17년 만이다. 비봉이는 이날 오전 퍼시픽리솜에서 가두리 훈련장이 설치된 대정읍 앞바다까지 약 28㎞ 거리를 대형트럭에 실려 왔다. 이어 크레인을 이용해 어선으로 옮겨져 해안선과 200m 떨어진 가두리 훈련장을 향했다. 비봉이는 직경 20m 원형 가두리 훈련장에서 수족관에서보다 더욱 활기차게 헤엄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갔다.비봉이는 앞으로 가두리 훈련장에서 활어 먹이 훈련, 야생 돌고래 개체군과의 교감 등 야생적응 훈련을 거쳐 제주도 인근 해역에 방류된다. 방류 시 비봉이의 위치추적 및 행동 특성 파악을 위해 위치정보시스템(GPS) 장치를 부착해 1년 이상 모니터링하게 된다. 해양수산부는 비봉이 방류와 관련한 모든 과정에 대해 일반인의 출입 및 접근을 최소화하고, 방류도 최대한 조용하게 진행할 방침이다. 제주도 연안에서 120여 개체가 서식 중인 것으로 알려진 남방큰돌고래는 최근 ENA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인 우영우 변호사가 “언젠가 제주 바다에 나가 남방큰돌고래를 보고 싶다”고 말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국제적 멸종 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는 2012년 국내에서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됐다. 당시 국내 수족관에 총 8마리가 있었으나 2013년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총 7마리가 자연으로 돌아갔다. 비봉이가 이날 고향 제주 바다로 돌아가면서 국내 수족관에는 남방큰돌고래가 남아 있지 않다.
  • [포착] 해조류에 질식하는 카리브해…“악취나는 유독가스 방출”

    [포착] 해조류에 질식하는 카리브해…“악취나는 유독가스 방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휴양지로 꼽히는 카리브해가 해조류에 잠식됐다. 푸에르토리코를 포함해 카리브해 일대 섬들이 기록적인 해조류의 영향으로 관광업과 건강에 큰 타격을 받았다고 뉴욕포스트 등 해외 언론의 3일 보도했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학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 동안에만 무려 2400만t에 달하는 모자반류가 대서양을 뒤덮었다. 이는 기존에 가장 많은 해조류가 관측된 2018년에 비해 20% 증가한 수치다. 해조류 중에서도 갈조류에 속하는 모자반류는 이들은 태풍이 발생하면 해안가로 떠밀려 수거에 애를 먹이는 대표적인 해조류에 속한다. 카리브해에 밀려든 다량의 갈조류로 일부 해변은 평소의 아름다운 에메랄드빛을 잃고, 황갈색으로 변해버렸다. 뿐만 아니라 악취가 나는 유독가스까지 내뿜어 생태계와 주민의 건강을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 관광업 비중이 높은 카리브해 지역은 이례적인 양의 갈조류 탓에 지역경제가 완전히 멈춰 섰다. 카약이나 스노클링, 서핑 같은 해양 스포츠도 금지됐다. 일부 리조트는 해변을 뒤덮은 엄청난 양의 해조류 탓에 1년 중 몇 개월은 영업을 하지 못하는 정도다. 카리브해 북동부 세인트마틴섬에서 패들링 사업체를 운영하는 오스웬 고벨은 AP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지난달 22일에 가게 문을 닫았고, 아마도 10월까지는 문을 열지 못할 것 같다”면서 “해조류로 영업을 못하면서 적어도 1만 달러(한화 약 1310만 원) 이상을 손해봤다”고 말했다.바베이도스 어민들은 해조류의 영향으로 어획량 자체가 감소했다고 밝혔고, 프랑스령 마르티니크에서는 해조류 탓에 물고기 수천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거나, 멸종위기 바다거북이 해조류에 몸이 뒤엉켜 폐사하는 등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리브해 일대에 해조류가 무성해 이유로 기후변화를 꼽는다. 기후변화 탓에 수온이 상승했고, 여기에 조류의 먹잇감이 되는 질소 성분의 비료 및 오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대규모의 해조류를 만들어낸 것으로 분석했다. 플로리다대학 연구단체인 ‘플로리다 씨 그랜트’(Florida Sea Grant) 리사 클림스키 박사는 “막대한 양의 해조류는 부패하면서 수온과 해수의 수소이온농도(pH)의 균형을 바꾸고, 해초와 산호 등의 해양생물 개체 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이어 “현재 기록적인 해조류과 관측되는 지역의 해양생물들은 ‘질식’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이런 양의 해조류는 해안 환경에 절대적으로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해조류가 부패하면서 계란이 썩는 듯한 악취를 지닌 황화수소 가스를 내뿜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황화수소 가스는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실제로 해조류가 집중돼 있는 카리브해 동부의 프랑스령 과델루페는 지난달 발 해조류로 인한 피해에 주의를 당부하며 건강주의보를 내렸다.
  • [문화마당] 날씨의 문학, 문학의 날씨/손택수 시인·노작홍사용문학관장

    [문화마당] 날씨의 문학, 문학의 날씨/손택수 시인·노작홍사용문학관장

    기상정보에는 이야기가 없다. 이야기는 관계가 맺어질 때 태어난다. 관계란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 사물들이 우연한 나열을 벗어나 친숙한 대화의 망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제비가 낮게 나는 걸 보니 비가 올려나 보다. 제비가 낮게 날면 새끼들에게 제 살을 먹이로 다 내어주고 빗물에 떠내려가는 어미 고동의 껍질을 볼 수 있단다. 우리 집으로 치면, 사립문으로 들어온 바람이 뒤란으로 빠져나가서 삼인산 쪽으로 휭허니 불어가면 비구름이 몰려온다는 뜻이지.’ 유년시절 나의 기상캐스터는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의 기상위성은 제비와 논고동과 당신의 몸이 확장된 집이었다. 마당귀를 흔들고 가는 미미한 바람결에서도 기상의 변화를 읽는 농경사회의 날씨 감각 속엔 현대인이 넘보기 힘든 우주 자연과의 교감 능력이 있다. 거기엔 무엇보다 자신이 뿌리내린 장소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와 함께 생의 구체적 실감과 직관이 돋보인다. 아마도 어린 나는 논고동 껍질을 보며 막연하게나마 대지와 인간의 관계를 모계의 질서와 같은 선상에서 유비하며 성장기를 보냈을 것이다. 농부의 아들이었으나 도회로 온 아버지의 기상캐스터는 중후한 정장 차림의 남성이었다.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니다’라는 계몽의 주술이 전국 방방곡곡 가가호호에 울려 퍼지는 9시 뉴스 뒤의 예보까지 자장가처럼 듣고 난 뒤에야 우리 부자는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점성술 시대를 물리친 과학과 이성에 바탕한 강력한 권위를 따라 도시 이주민이 된 뒤에도 가끔씩 아버지는 제비를 그리워했다. 농사와 전혀 무관한 삶을 살면서도 날이 가물거나 장마가 올 땐 좀처럼 근심을 내려놓질 못했다. 아버지의 날씨엔 고향을 지키는 가족들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묻어 있는 것이었다. 뉴스는 보지 않아도 일기예보를 보는 건 삼대를 이어 온 가계의 전통이 되었다. 이제 나의 기상캐스터는 날마다 패션을 바꾸는 여성이다. 신화 속 세이렌의 노래에 홀린 듯 구름처럼 천변만화하는 패션에 감탄하면서 나는 새로 나온 기상보험 상품을 꼼꼼히 뜯어보기도 한다. 그사이, ‘내일은 비가 오겠습니다’란 확정적 정보는 ‘내일은 비가 올 확률이 몇 퍼센트입니다’로 바뀌었다. 권위를 버린 대신 슈퍼컴퓨터를 동원한 일기예보는 인간의 한계에 대한 겸손한 고백 같기도 하고, 확률 너머의 미지에 대한 불안 같기도 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묻는 말도 취침 전 관심사도 틀림없는 날씨인데 하늘 한 번 쳐다본 적이 없이 하루가 간다. 날씨 인사 없인 말을 틀수가 없으니 내 사회성의 9할 역시 날씨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 해야겠건만 계절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를 잊고 산다. 할아버지의 논고동은 노트북 자판의 @에 지나지 않아 수없이 자판 위의 논고동을 두드리며 헛도는 관계들만 맴돌다 지친다. 일출의 전조로서 일몰을 바라보는 농부와 어부와 염부들의 간절한 시선과 도시 생활자의 시선이 어찌 같을 수 있겠나 변명을 하면서도 아쉬운 건 이 행성과 나의 관계가 점점 더 추상화되어 간다는 것이다. 날씨는 이제 ‘계절의 시대’에서 ‘일기예보의 시대’로, ‘기후변화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 점점 더 기상정보의 가치가 중시되어 가고 있는 셈이다. 정보만 있는 일기예보에 시구나 소설의 배경 묘사에서 따온 대목을 함께 소개해 보면 어떨까. 수많은 고전들이 머리를 스친다. 날씨의 문학이 펼쳐질 법하다. 아니, 문학의 날씨라고 해도 좋겠다.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끈끈한 액체, 식물의 생존전략/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끈끈한 액체, 식물의 생존전략/식물세밀화가

    평소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재배 방법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물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또 분갈이를 해 줘야 하는지, 식물이 시들어 가는 이유는 무엇인지와 같이 보편적인 방법을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간혹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구체적인 질문도 있다. 가령 고무나무를 재배하다 시든 줄기를 꺾었더니 절단면에서 흰색의 끈적한 액체가 나왔다며, 액체의 정체는 무엇이며 피부에 안전한지를 묻는 경우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 화훼시장에서 유통되는 관엽식물이 방출하는 액체는 인체에 특별히 위험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유포르비아속과 같은 식물 중에는 경미한 피부 염증이나 눈 염증을 유발하는 것도 있다. 이러한 관엽식물들이 방출하는 흰색 유액은 라텍스로서 물, 단백질, 탄닌, 당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알칼리 함량이 높은 고독성 수액을 방출하는 식물일수록 인체에 유해하다.집에서 재배하는 관엽식물이 흰색 유액을 방출하는 이유는 이들의 고향인 사막은 너무 척박해서 식물이 동물들의 먹이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동물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식물은 동물에게 유해한 성분을 방출하고, 동물에 의해 손상된 줄기와 가지, 잎 절단면을 재빨리 치료하기 위해 상처 부위에 라텍스를 방출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나 체액 손실로부터 조직을 지켜 내야 했다. 나는 식물을 관찰하고 그림으로 그릴 때마다 손으로 식물을 만진다. 줄기와 잎, 꽃과 열매를 세밀하게 해부하고 관찰하다 보면 식물의 향기가 손에 물들거나 식물에 붙어 있던 흙이나 곤충이 달라붙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관찰 중간중간 손을 깨끗이 씻는 버릇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하, 라벤더와 같이 향이 아주 짙은 허브 식물은 특유의 향이 며칠이고 손에 남아 있던 적도 있다. 잣나무를 그릴 때에는 시원한 바늘잎나무의 향기에 취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잣나무의 점액질에 의한 끈끈한 촉감이 문제였다. 잣나무 가지에 달린 구과가 녹색으로 익어 가는 모습을 그리기 위해 막 채집해 온 잣나무를 사무실로 가져와 스케치했다. 왼손으로 구과가 달린 나뭇가지를 들고, 오른손으로 스케치를 하다가 잎을 떼고 열매를 이리저리 정신없이 관찰하던 중, 거미줄과 같은 끈끈한 액체가 내 손과 연필, 종이를 휘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잣나무 구과에서 나온 점액질 때문이었다. 곧바로 관찰을 멈추고 손을 씻었지만 액체는 잘 씻기지 않았고, 점액질이 가진 강력한 끈끈함은 며칠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나무가 방출하는 액체를 흔히 수액이라고 한다. 수액에는 레진이라는 끈적한 접착 성분이 있다. 레진은 상처가 난 부위를 보호해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를 막아 내는 역할을 한다. 나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셈이다. 잣나무가 속한 소나무과 식물에게서 방출되는 수액은 흔히 송진이라고 한다. 식물이 방출하는 수액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수단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지만 때때로 생존을 위한 공격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내 작업실에는 긴잎끈끈이주걱이 있다. 7년 전 벌레잡이식물을 연구하는 동료가 선물한 개체가 세 개의 화분으로 번식했다.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 이들은 끈끈한 점액질이 잎 표면의 선모 끝에 동그랗게 뭉쳐 있다. 이 점액질은 고무나무나 잣나무의 점액질과는 다르게 식물의 양분을 충족해 줄 작은 동물, 곤충을 잡아먹기 위한 공격 수단이다. 척박한 습지가 고향인 끈끈이주걱은 종종 다가오는 곤충이라도 잡아먹으며 양분을 충족해 살아야 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 곤충을 잡기 위해서 강력접착제와 같은 점액질을 표면에 방출해 지나는 곤충을 붙잡았고, 점액질에 의해 잎에 달라붙은 곤충은 차츰 녹아 식물의 양분을 충족해 줄 먹이가 됐다. 인간은 식물의 생존전략조차 인간의 방식대로 이용해 왔다. 화학 접착제가 발명되기 전 자작나무 수액을 접착제로 이용하고, 고무나무의 라텍스로부터 고무를 발명했고, 그렇게 문명이 발달했다. 소나무의 수액이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 줄 거라는 소망으로 송진을 약으로 먹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그림을 그리다 만나는 식물의 끈끈한 액체는 마치 식물의 경고처럼 느껴진다. 자신을 함부로 채집하지 말라는 경고, 또 함부로 만지지 말라는 경고. 포인세티아를 그릴 때 내 손바닥을 흰색으로 물들였던 흰 점액질, 애기똥풀을 관찰할 때 스케치 종이를 노랗게 만들었던 노란 수액 그리고 잣나무를 그리는 동안 나를 꿉꿉하게 했던 끈끈한 액체 모두 동물을 향한 식물의 저항이었다.
  • 우영우씨, 수족관 속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17년 만에 고향 가요

    우영우씨, 수족관 속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17년 만에 고향 가요

    국내 수족관에 남은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간다. 2005년에 제주 비양도 근처에서 붙잡혀 17년 넘게 수족관에 갇혀 지냈던 비봉이는 제주 연안에서 야생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이르면 올해 안에 바다에 방류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는 3일 비봉이의 해양 방류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조만간 제주 퍼시픽리솜(구 퍼시픽랜드)에 있는 비봉이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인근 연안에 설치된 가두리로 이송해 야생 적응 훈련을 진행하고 야생 돌고래 무리와의 접촉 및 교감을 시도할 계획이다. 비봉이의 해양 방류는 방류 가능성 진단, 사육 수조 내 적응 훈련, 가두리 이송, 가두리 내 야생 적응 훈련, 방류 및 사후 모니터링 등 다섯 단계로 진행된다. 비봉이는 건강 상태가 양호해 해양 방류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사육 수조 내에서 살아 있는 먹이를 직접 사냥해서 먹는 등 1·2단계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해수부는 방류 시기를 사전에 정하지 않고, 방류 기술위원회가 건강 상태 및 훈련 성과 등을 종합 평가해 결정하기로 했다. 훈련과 평가가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빠르면 올해 안에 방류될 것으로 보인다.다만 비봉이가 수족관에서 생활했던 기간이 17년으로 너무 길어 야생에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해양에 방류돼 야생 무리에 합류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 태산이, 복순이 등 다섯 마리는 수족관 생활 기간이 4~6년이었다. 반면 수족관 생활 기간이 각각 19, 20년이었던 금등이와 대포 등 두 마리는 2017년 방류된 이후 지금까지 실종된 상태다. 이에 해수부는 비봉이를 방류할 때 위치추적장치(GPS)를 부착해 향후 1년 이상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이다. 또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도록 등지느러미에 인식번호 ‘8번’을 표시하고, 선박이나 드론 등을 통해 야생 생태계 적응 여부에 대한 관찰도 지속 실시한다. 아울러 야생 적응 훈련 과정에서 비봉이의 해양 방류가 불가하다고 판단될 경우에 대비해 별도의 보호·관리를 위한 대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국제적 멸종 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는 2012년 국내에서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됐다. 지정 당시 국내 수족관에는 비봉이를 포함해 8마리가 사육되고 있었는데, 모두 퍼시픽랜드가 불법 포획된 돌고래를 구입해 사육하거나 서울대공원 등에 넘긴 경우였다. 대법원은 2013년 판결을 통해 2009~2010년 불법 포획된 복순이와 춘삼이, 태산이, 삼팔이를 퍼시픽랜드로부터 몰수했지만, 2005년 포획된 비봉이는 오래전에 잡몰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춘삼이, 삼팔이 그리고 서울대공원에 있었던 제돌이는 2013년, 태산이와 복순이는 2015년 바다로 돌아갔고, 1997년과 1998년 각각 포획된 대포와 금등이도 2017년 방류됐다.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이자 ‘고래 마니아’인 우영우가 ‘제주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들을 언젠가는 꼭 보러 갈 것’이라고 지칭했던 돌고래가 바로 이 돌고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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