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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일 벗는 쇼핑 플랫폼 ‘롯데온’, 이커머스 시장에서 승자 될까

    베일 벗는 쇼핑 플랫폼 ‘롯데온’, 이커머스 시장에서 승자 될까

    구매 빅데이터 AI 활용 맞춤형 서비스 ‘바로 배송’·‘엘페이’ 간편 결제 기능도 조영제 대표 “적자사업 할 생각 없다” 그룹 ‘핵심성장 동력’ 자리매김 주목 오프라인 ‘유통공룡’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이 28일 베일을 벗는다. 치열한 이커머스 세계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롯데온이 기존 업체들을 뛰어넘고 2020년대 그룹 유통사업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롯데쇼핑은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에서 ‘롯데온 전략 발표회’를 열고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닷컴·롭스·롯데홈쇼핑·롯데하이마트 등 롯데 유통 계열사 7개 쇼핑몰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날 롯데는 롯데온의 강점으로 온·오프라인의 고객 데이터 통합을 이용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꼽았다. 롯데멤버스 회원 3900만명의 구매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고 상품 속성을 400여가지로 세분화해 고객의 취향을 정교하게 파악해 상품을 추천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는 “한국에 있는 어떤 이커머스도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곳은 없다”고 자신했다. 계열사를 총동원한 배송 서비스도 돋보인다. 우선 롯데마트와 손잡고 ‘바로 배송’ 서비스를 선보인다. 롯데온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배송지 인근 롯데마트 매장에서 제품을 발송해 주문 후 1시간∼1시간 30분 이내에 제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또 롯데슈퍼 프레시센터와 손잡고 새벽배송을 제공하며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매장에서 바로 찾을 수 있는 ‘스마트 픽’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 롯데 계열사가 아니더라도 여러 판매자가 자유롭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오픈마켓 시스템도 도입한다. 롯데온 앱에는 간편결제 서비스 ‘엘페이’를 탑재해 전국 엘포인트 가맹점에서 엘페이 결제도 가능하도록 했다. 롯데온은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조 대표는 “적자를 내는 사업을 할 생각은 없다”며 “온·오프라인 통합으로 물류비용과 운영비용을 절감하고 이익구조를 개선해 2023년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후에는 이익을 내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2600만명 실직 때 377조원 늘린 갑부들

    아마존·MS·테슬라 CEO 포함 8명 최근 한달 새 10.5%이상 재산 증가 대기업들 슈퍼 구제금융 허점 이용 수백만弗 원조받아… 中企는 도산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책의 혜택이 계층 피라미드의 맨 위에 있는 상위 1%의 부자와 대기업으로 쏠리며 오히려 부의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디언은 미국에서 2600만명이 일자리를 잃는 사이 억만장자 계층들은 4주 만에 3080억 달러(약 377조 7000억원)의 부를 늘렸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진보 싱크탱크 ‘정책연구소’가 낸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18일부터 4월 22일 사이 미국 부호들의 재산이 1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부를 늘린 대표적인 인사로는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와 그의 전부인 매킨지, 스티브 발머 전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으로 이들을 포함해 8명의 갑부들은 각각 코로나19 위기 속에도 1억 달러 이상 자산을 늘렸다. 가디언은 이들 대기업과 부자들이 최근 미 정부가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내놓은 3490억 달러(약 430조원) 규모 구제금융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주식시장의 불균형도 결과적으로 부자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간 것으로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같은 날 보도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책을 통해 대기업들이 수백만 달러의 원조를 받는 사이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의 혜택이 부자기업들에 돌아가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미 최대 자동차 딜러 업체 오토네이션과 유명 햄버거 체인 쉐이크쉑 등 대형 식당체인들이 거액의 긴급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 끝에 결국 이를 반납하기도 했다. 특히 대출을 보증하는 중소기업청의 대상 기업 선정 과정이 은행을 통해 외주화돼 주먹구구식으로 대출 심사가 이뤄지며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 일부 회사들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재정 악화로 이번 구제금융책의 도움을 받는 와중에 경영진에게는 고액의 급여를 제공하며 ‘도덕적 해이’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자동차판매회사 오토웹은 최근 주가가 70% 이상 폭락했음에도 자사 CEO에게 2019년 급여 170만 달러를 포함해 2년치의 급여를 지급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사회적 거리두기로 SNS ‘집콕여행’ 영상 대유행

    사회적 거리두기로 SNS ‘집콕여행’ 영상 대유행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사는 기술자 필립 클라인 에레로는 최근 빙벽을 타고 눈 덮인 산에 올라 정상 비탈에서 스키 점프로 360도 회전을 시도하다 눈 속에 처박혔다. 에레로는 이 모험을 사회적 거리두기 규칙을 지키면서 아파트 안에서 해냈다. 매년 프랑스로 가던 가족 스키 여행이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적 이동 제한으로 취소되자 침대 시트와 스키 장비를 바닥에 늘어놓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을 이용해 동영상으로 가상 여행을 연출한 것이다. 에레로가 지난 3일 올린 유튜브 동영상(www.youtube.com/watch?v=_HrIVWziJ0Y)은 27일 현재 조회수 70만 건을 돌파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가 격리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에레로처럼 창의력을 발휘해 집 안에서 여행하는 장면을 연출해 올리는 놀이가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사람들이 집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을 본 에레로도 여기서 영감을 얻었다. 레딧에서 이 영상을 본 토머스 서베티는 말레이시아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침대 시트, 수건, 책꽂이를 사용해 서핑 여행을 재현했다. 이런 아이디어는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travelfrom home’ 또는 ‘#travelfrom home challenge’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하며 더 인기를 끌었다. 틱톡에서 해시태크를 처음 사용해 인기를 끈 영상은 ‘@jeroengortworst’라는 대화명 이용자가 지난 4일 올린 것으로 비행기로 세인트마틴 섬에 착륙하는 동안 와인을 홀짝이는 장면을 담았다. 사실 비행기는 세탁실 타일 바닥이었고 비행기 창밖의 풍경은 세탁기 유리문 안에 둔 노트북 화면이었다. 영상은 틱톡에서 조회수 4000만 건을 넘어섰고, 세인트마틴 관광 그룹은 이를 페이스북에 다시 게재했다. 이같은 ‘집콕 유희’는 여행 블로거들이 대거 동참하며 전세계로 퍼졌다. CNN은 특히 20초 정도의 짧은 동영상에 저작권이 있는 노래를 짧게 배경음악으로 사용할 수 있는 틱톡의 특성 덕분에 이런 놀이가 크게 유행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세인트마틴 영상을 만든 이집트계 캐나다인 디나 버티는 두바이에서 미국 보스턴에 사는 오빠를 만나러 가려던 계획이 무산되자, 아쉬움을 달랠 겸 밥 말리의 ‘Everything‘s Gonna Be Alright’을 담아 오빠에게 보내려고 영상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아이비리그 8개大 다 붙은 그녀석

    아이비리그 8개大 다 붙은 그녀석

    공립 고등학교서 평점 4.98 유지 듀크, 조지아공대 등 9곳도 합격“엄마 고생에 더하고 싶지 않았다” 미국 북동부 명문 사립대를 가리키는 ‘아이비리그’에 속한 8개 대학에 모두 합격한 학생이 플로리다주에서 나왔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사는 크레이그 맥팔랜드(18)는 지난해 12월 예일대를 시작으로 프린스턴대, 컬럼비아대, 펜실베니아대, 브라운대, 다트머스대, 코넬대, 하버드대의 입학 허가를 받았다. 아이비리그 뿐 아니라 스탠퍼드대, 듀크대, 에머리대, 조지아공대 등 명문대를 포함한 다른 9개 대학에도 합격했으며, 플로리다주립대 등은 그에게 전액 장학금을 제시했다. 맥팔랜드의 필리핀 출신 어머니는 심장초음파사 일을 해서 혼자 3남매를 키웠다. 여유롭지 못한 환경에서도 그는 듀발 카운티 공립학교에서 평점 4.98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유지했다. 맥팔랜드는 “이미 너무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했던 어머니의 삶에 어떤 추가적인 스트레스도 더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여동생과 합격 통보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소리를 질렀고, 모두 합격한 뒤엔 춤을 췄다. 어머니 도너벨 산티아고는 “크레이그가 모든 학교에 합격할 거라는 걸 결코 의심하지 않았다”며 “그가 전화를 걸어 큰 소리로 말했을 때 너무 행복해서 울었고 매우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맥파랜드는 아직 어느 대학에 입학할지 결정을 하지 못했지만, 후보를 4곳으로 좁혔다. 그는 플로리다주립대,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예일대 중 한 곳을 선택할 작정이다. 언어를 매우 좋아해 고등학교에서도 프랑스어, 스페인어, 아랍어 수업을 들었던 그는 언어학이나 생화학을 공부할 계획이었지만 법학이나 의학을 선택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코로나 치료 휴가 끝낸 영국 총리 런던 관저로 복귀

    코로나 치료 휴가 끝낸 영국 총리 런던 관저로 복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6일(현지시간) 약 2주간의 휴가 끝에 런던 총리 관저로 복귀했다. AFP통신이 존슨 총리가 다우닝가 총리 집무실로 돌아왔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가운데 영국의 코로나 사망자가 4주 만에 가장 적은 숫자로 감소했다. 영국의 코로나 사망자는 413명 증가해 총 2만 732명을 기록중이며 이는 4월 들어 가장 적은 사망자 숫자다. 지난달 하루 사망자 수치가 가장 낮았던 날은 3월 31일로 38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 12일 병원에서 퇴원했으며 그동안 체커스의 지방 관저에서 휴식 기간을 가졌다.한편 영국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 조치가 아직 완화될 시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영국은 지난달 23일 봉쇄 조치를 시작해 이달 16일까지로 연장했으며 오는 5월 7일 봉쇄 조치 연장 등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달 27일 주요국 최고 지도자 가운데 최초로 코로나 감염이 확인돼 자가격리에 들어갔던 존슨 총리는 상태가 악화하자 이달 5일 저녁 런던 세인트토머스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다음날인 6일 그는 중환자실 병상으로 옮겨져 사흘간 산소치료를 비롯한 집중 치료를 받은 뒤 일반 병동으로 돌아왔다. 조지 유스티스 영국 환경 장관은 여당인 보수당을 중심으로 봉쇄 조치 완화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자 “호전되는 신호가 있긴 하지만 영국 국민건강서비스가 지속 가능하고 일관된 대처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의 코로나 확진자는 하루새 4463명이 증가해 15만 3000여명을 기록중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정총리 “늦어도 5월초, 등교 개학 시기·방법 알릴 것”

    정총리 “늦어도 5월초, 등교 개학 시기·방법 알릴 것”

    정세균 국무총리가 늦어도 5월초에는 등교 개학 시기와 방법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초·중·고 등교 개학과 관련해 “적어도 일주일의 준비기간은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의견”이라며 “교육부는 늦어도 5월초에는 등교 개학 시기와 방법을 국민들에게 알려드릴 수 있도록 제반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정총리는 “특히 입시를 앞둔 고3·중3 학생들을 우선 고려해 이들부터 순차적으로 등교하는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지시했다. 정총리는 “아이들의 안전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지만 기약없는 종식을 기다리면서 집에만 묶어둘 순 없다. 현재 수준의 안정적 관리가 유지되고 다른 분야가 일상으로 복귀한다면 등교도 조심스럽게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 “온라인 개학을 결정할 때와 마찬가지로 지역사회와 학부모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등교한다면 일선 학교에서 준비할 사항이 굉장히 많다”며 “선생님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할 것인지, 물리적 거리두기를 어떻게 유지할지, 급식위생은 어떻게 확보할지 한둘이 아니다. 적어도 일주일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게 현장의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총리는 오는 30일부터 시작되는 이른바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것도 언급하며 “생활 속 거리두기 이행의 마지막 고비다. 우리 사회가 방역과 일상을 조화롭게 병행할 역량이 있는지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면서 “어디를 가든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줄 것을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美해군 수뇌부 “부하들 구하고 잘린 크로지어 전 함장 복직시키자”

    美해군 수뇌부 “부하들 구하고 잘린 크로지어 전 함장 복직시키자”

    미국 해군 최고위층이 코로나19에 감염된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 호의 승조원들을 구하려다 쫓겨난 브렛 크로지어 함장의 복직을 국방부에 요청했다고 일간 뉴욕 타임스(NYT)와 AP통신이 보도했다. 마이크 길데이 해군 참모총장과 제임스 맥퍼슨 해군장관 대행은 24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만나 크로지어 전 함장을 복직시키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길데이 참모총장은 앞서 지난 21일에는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도 만나 같은 의견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길데이 참모총장 등의 복직 권유 보도가 나오기 직전 조너선 호프먼 국방부 수석대변인은 에스퍼 장관이 “대체로 해군 지도부의 결정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호프먼 대변인은 보도 후 다시 서면 입장문을 내고 에스퍼 장관이 루스벨트 호의 코로나19 감염 실태에 관한 예비조사 보고서를 받았다면서 “장관은 보고서를 철저히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관이 길데이 참모총장 등으로부터 최신 정보를 구두로 보고받았다”며 “해군 지도부와 다시 만나 다음 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덤 스미스(민주·워싱턴) 하원 군사위원장은 “크로지어 함장의 행동이 극단적이고 불완전하긴 했으나, 그가 단지 자신의 승조원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을 뿐이라는 점은 명백하다”며 복직을 지지했다. 크로지어 전 함장은 거의 5000명을 태운 루스벨트호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잇따라 나오자 지난달 30일 상부에 여러 차례 편지를 보내 “승조원들이 죽을 필요는 없다”며 신속한 대응을 호소했다가 다음날 언론에 편지가 공개되는 바람에 경질당했다. 그가 직접 편지를 언론에 유출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20∼30부의 편지를 상부에 돌린 것이 항명이나 지휘 절차를 무시했다는 것이 경질 이유였다고 토머스 모들리 당시 해군장관 대행은 설명했다. 루스벨트 호에서 하선하는 그를 배웅하러 갑판에 몰려나온 승조원들이 “캡틴 크로지어!”를 연호하며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크로지어 전 함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여론이 확실히 기울었다. 이런 상황에도 모들리 전 대행은 루스벨트 호가 정박한 괌까지 날아가 승조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크로지어 전 함장을 “지나치게 멍청”하다며 인신공격을 가했다가 역풍이 일자 결국 물러났다. 이날 현재 루스벨트 호의 승조원 가운데 856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한 명이 죽고 4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나머지 4200여 명은 괌에서 격리 중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美 연구진, 인간의 뇌를 모방한 핵심 전자칩 개발 중

    美 연구진, 인간의 뇌를 모방한 핵심 전자칩 개발 중

    인간 뇌를 모방하는 핵심 전자칩의 개발이 생체 전자공학의 급격한 발전 덕분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뉴로모픽 컴퓨팅 칩’으로 불리는 이 핵심 연산장치는 인간 뇌의 뉴런(신경세포)들과 이들을 연결하는 부위인 시냅스(연접부)들의 구조를 모방해 기계학습을 수행하면 기존 컴퓨터에서는 할 수 없던 복잡한 의사결정을 인간 수준으로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술로는 이 칩을 가동하는데 최소 1V 안팎의 전압이 필요했다. 이는 인간 뇌가 필요로 하는 전압인 80㎷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전압이다. 하지만 뉴로모픽 컴퓨팅 칩의 최종 목표는 인간의 뇌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만큼 발전하는 것이므로, 이렇게 높은 전압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런데 미국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캠퍼스 연구진은 자신들이 개발하고 있는 뉴로모픽 컴퓨팅 칩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전압을 실제 뇌 수준인 40~100㎷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런 성과 덕분에 이 전자칩은 실제 뇌를 재현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을 돌파했다고 할 수도 있다. 또 적정 전압의 획득으로 손상됐거나 오래된 뇌세포를 대체하는 이른바 ‘뇌 바꾸기’도 실현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이번 저전압화를 가능하게 했던 것일까. 그 열쇠를 쥐고 있던 것은 뜻밖에도 세균에 있었다. 의사 시냅스의 구조 뉴로모픽 컴퓨팅 칩의 개발에 있어 가장 어려운 문제는 시냅스를 재현하는 것이다. 시냅스의 역할은 보통 전자회로의 스위치에 있는 온·오프 기능과 비슷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흐르는 전류가 많거나 적음에 따라 스위치로 기능하는 유연성을 갖는다. 기존 전화회로로는 이런 성질을 재현하기가 어려웠지만, 최근 10여년간의 급격한 기술 발전 덕분에 뉴로모픽 컴퓨팅 칩은 실제 시냅스와 같이 유연한 전류 조절을 재현하는 의사 시냅스를 탑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저전압화 실현에 핵심이 된 부분은 금속 환원 미생물(혐기성 세균)인 지오박터 설퍼레두신스가 만들어내는 단백질로 된 나노와이어다. 이는 단면의 지름이 1나노미터 정도의 극미세선을 말한다. 생물 호흡의 본질은 체내에서 생긴 잉여 전자를 버리는 데 있다. 산소를 이용하는 호기성 호흡의 경우 체내 전자를 산소에 부여해 이산화탄소로 대체 방출한다. 반면 금속을 이용하는 혐기성 호흡은 체내에서 생긴 잉여 전자를 금속에 버리는 방식으로 호흡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주목한 단백질 나노와이어는 혐기성 세균이 전자를 버리기 위해 금속(자연계에서는 광석)과 자신의 신체 일부를 연결하는 데 쓰인다. 이들 연구자는 의사 시냅스 사이를 이 혐기성 세균에서 채취한 나노와이어들로 채웠다. 그리고 의사 시냅스 전후 회선에 전압이 가해지면 나노와이어에 전자가 흐르고 주위에 부유시킨 은 이온을 은으로 바꿔 의사 시냅스 사이에서 은 덩어리가 생기게 했다. 분자 상태의 은이 모이면서 의사 시냅스는 접속돼 간다. 전기를 통하게 함으로써 수중의 은 이온(Ag+)이 단백질 나노와이어로부터 전자를 받아 은 덩어리를 형성하고 그 덩어리가 성장하면서 회로가 연결된다. 그리고 전기가 끊기면 집적된 은 덩어리는 다시 은 이온이 돼 수중에 녹아 연결이 끊어지는 것이다. 즉 혐기성 세균이 가지는 자연계 최소의 전선은 은과 은 이온으로부터 전자를 주고 받는 역할을 통해 생체 촉매와 같은 기능을 했다는 것이다. 생물이 지니는 촉매 작용은 매우 효율적이고 의사 시냅스의 작동에 필요한 전압을 극적으로 줄이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이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신경 연결은 기존 기술의 비세포적 성질과 단백질 나노와이어로 이어진 세포적 성질 양측 모두를 지닌 이른바 하이브리드 뇌라고 할 수도 있다. 비세포성 뇌 만들어내나 이 연구로 생체 전압 수준의 제어가 실현돼 손상된 신경을 비세포성 전자회로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배양한 세포와 달리 비세포성 회로는 거부 반응이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적정 전압은 대체할 신경을 중추신경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 뇌는 매우 생물학적인 조직이지만 신경 연결의 구조를 모방할 수 있으면 세포를 사용하지 않아도 모방할 수 있다. 손상됐거나 오래된 뇌세포를 이런 전자칩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또 최신 연구에서는 쥐의 손상된 뇌를 인간의 피부세포에서 배양한 뇌세포를 사용해 대체하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이런 잠정적인 대체 기술을 통해 뇌를 모든 전자회로로 대체하는 미래도 가능해질 것이다. 어쩌면 그 때가 오기 전에 세포가 만들어내는 감정과 전자회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신호(20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美실업자 2600만명 넘어… “180조원짜리 대책으로는 어림없다”

    美실업자 2600만명 넘어… “180조원짜리 대책으로는 어림없다”

    미국의 대규모 실업 사태가 민간에 이어 재정 절벽에 떠밀린 지방정부로 번지고 있다. 미국 의회가 주 및 지방정부에 1500억 달러 지원을 승인했지만 주지사와 시장 등은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라고 NBC방송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5주간 2650만명이 일자리를 잃은 데 더해 실직자 수가 더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경제 활동이 사실상 정지하면서 지방정부가 주요 수입원에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린다 빌머스 교수는 이날 NBC에서 유료 도로 이용자가 없어 통행료도, 교통 범칙금도 올릴 수 없는 실태를 전하며 “(지방정부가) 재산세, 소비세, 소득세를 거둘 수 없다”고 말했다. 지방정부에서는 프로젝트 중단과 관련자들의 일시 해고로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주는 2억 3500만 달러의 지출을 삭감했고,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주도 내년에 수십억 달러가 사라질 것으로 추정했다. 카운티 단위에서는 1500억 달러의 수익 증발이 예상된다. 주와 지방정부는 경찰·소방관·교사 등을 포함해 미국 인력의 10%를 고용하고 있다.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낸 웨일리 시장은 “코로나19 발생으로 수입이 줄어 시 직원 약 4분의1을 일시 해고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12~18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443만건을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직전 4주간 약 2200만명이 실직한 것을 감안하면 5주간 약 2650만명이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총리라 특별했냐고요? 최선을 다해야 하는 다른 환자였을 뿐”

    “총리라 특별했냐고요? 최선을 다해야 하는 다른 환자였을 뿐”

    “그도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 하는 그저 다른 환자였을 뿐이죠.” 너무 당연한 얘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런던 세인트토머스 병원의 집중 치료 병상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인 뒤 회복해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퇴원하며 “뉴질랜드에서 온 제니” 덕분에 “완전히 다른 길로 갈 뻔한 상황을 피했다”고 말하며 각별한 감사를 표했던 뉴질랜드 간호사 제니 맥기가 23일 TV 뉴질랜드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털어놓았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그녀는 총리가 자신을 언급할줄 전혀 몰랐다며 “누가 집중 치료 병상에 오든, 우리에게 오는 환자들을 진지하게 대한다. 그들은 무척 무서워하기 때문에 우리는 절대로 가볍게 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총리를 대한다는 것에 움츠러들지 않았으며 “근무 중인 또다른 날이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10년 동안 집중 치료 병상에서 일했다는 맥기는 일부 환자들이 가족도 없이 쓸쓸히 세상을 떠나는 일을 보는 것이 가슴 아팠다며 자신이 하는 일의 “가장 서글픈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들이라면 환자들의 손을 잡아줌으로써 위안을 주고 싶어하는데 바이러스를 옮길까봐 그러지도 못하고,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의 병문안도 허용되지 않으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했다. 또 간호사라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상황에서도 “머리는 차갑게” 유지해야 하며 “밤을 새워” 환자를 돌보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맥기는 존슨 총리의 찬사는 “우울함을 완전히 떨쳐내게” 했는데 “텔레비전에서 그가 얘기하는 것을 들으며 믿을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친구들의 첫 반응은 자신을 엄청 놀리는 것이었다고 했다. 나중에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그녀를 영웅이라고 칭하며 감사하다고 했다. 맥기는 “그녀도 참 대단하다. 나 때문에 자랑스럽고, 조국이 나로 인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해줬다. 너무 가슴이 따듯해지는 얘기라 잊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루이스 왕자 손에 무지개가 떴네, 저녁 8시 손뼉 마주쳐요

    루이스 왕자 손에 무지개가 떴네, 저녁 8시 손뼉 마주쳐요

    23일은 루이스 영국 왕자의 두 번째 생일. 켄싱턴 궁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영국민들을 위로하고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환자들을 응원하는 무지개 그림을 그리다 아예 손바닥에 무지개를 잔뜩 담은 왕자의 천진난만한 사진을 공개했다. BBC는 왕자의 엄마인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홈스쿨링을 하던 중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미들턴 왕세손비는 최근 “부활절 휴일 동안 두 왕자, 공주와 홈스쿨링을 했다”며 “온라인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어렵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래 무지개 그림의 시작은 이탈리아였다. 코로나19로 도시가 봉쇄되고 사람들은 집에 갇혔는데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야”라는 문구와 함께 무지개 그림을 집 밖에 내걸어 서로 용기를 북돋고 희망을 나눴다. 영국에서는 30대 주부 앨리스 에스케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자”며 캠페인을 시작했다. 학교에 안 가는 시간이 길어지고 외출도 할 수 없는 어린이들에겐 창의적인 놀이도 된다는 이점이 있었다. 에스케는 페이스북에 ‘무지개 쫓기(Chase The Rainbow)’ 계정을 만들어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그린 무지개 그림을 공유하게 했다. 현재 페이스북에는 6만 5000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길거리와 주택 담 등에 ‘NHS(국민보건서비스)에 감사’와 같은 문구를 새겨넣기도 한다.BBC에 따르면 런던에 사는 헬렌과 토머스 이더리지 남매는 최근 무지개색 의상을 입고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주목 받았다. 디자인을 전공한 이들은 사진 한 장을 일곱 색으로 채우기도 하고 무지개색 가운데 하나로만 연출한 사진을 찍기도 했다. 헬렌은 BBC에 “무지개를 활용한 작품이 코로나19로 격리된 사람들과 소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데미언 허스트는 나비 날개 모양을 이용해 그린 무지개 그림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한편 무료로 배포했다. 내로라하는 작가가 무료로 그림을 나눠주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인데 허스트는 NHS 의료진에게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이탈리아와 스페인, 미국 등과 마찬가지로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한 박수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보살피는 이들을 위해 박수를’(Clap for Carers)이란 캠페인인데 매주 목요일 저녁 8시 각자의 위치에서 손뼉을 마주치는데 영국에서만 다섯 주째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덕분에 챌린지가 비슷한 캠페인이다. 오늘 저녁 8시 대구와 전국 곳곳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과 공중보건 종사자, 자원봉사자, 환자들을 위해 손뼉을 마주 쳐 보자.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코로나 피해 중소 브랜드 돕자”…현대百, 25일 첫 무관중 패션쇼

    “코로나 피해 중소 브랜드 돕자”…현대百, 25일 첫 무관중 패션쇼

    현대백화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중소 패션 브랜드를 돕기 위해 업계 최초로 무(無)관중 패션쇼를 연다고 22일 밝혔다. 경기도주식회사와 손잡고 여는 이번 패션쇼는 오는 25일 오후 7시부터 3시간 동안 현대백화점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며 글로벌비디오커머스협회와의 제휴를 통해 중국 온라인몰 타오바오, 동남아 온라인몰 쇼피 등 해외 온라인몰 라이브채널에서도 중계된다. 인플루언서 30명도 행사에 참여해 각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으로 라이브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다. 패션쇼에는 만지, 홀리넘버세븐 등 25개 브랜드가 참여하며 패션쇼 영상은 편집해 해당 브랜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디젤 엔진 대신 수소로 움직이는 대형 선박 개발될까?

    [고든 정의 TECH+] 디젤 엔진 대신 수소로 움직이는 대형 선박 개발될까?

    오일 쇼크가 한창이던 1970년대에는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화석 연료 고갈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당시 확보된 석유 매장량과 늘어나는 화석 연료 소비량을 생각하면 근거 없는 걱정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수소 같은 차세대 연료를 기반으로 기존의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인 예측을 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후 석유 회사들과 산유국들은 최신 기술을 통해 빠른 속도로 새로운 유전을 찾아냈을 뿐 아니라 셰일 혁명 같은 신기술을 통해 과거에는 추출하기 어려웠던 석유와 가스를 추출하는 방법을 개발해 오히려 생산량이 소비량 증가를 앞서 나가기에 이르렀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소비량이 급감하면서 원유 가격이 믿을 수 없는 수준까지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석유가 고갈되지 않았다고 해서 차세대 에너지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요구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 주요 기업과 연구소가 전기차 배터리나 수소 연료전지처럼 기존의 화석 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 저장 시스템 연구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연구가 이뤄지는 것은 차량용이지만, 최근에는 항공기, 기차, 선박처럼 다른 운송 수단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웨덴-스위스 기반의 다국적 제조사인 ABB와 프랑스의 수소 연료전지 관련 제조사인 하이드로겐 드 프랑스(Hydrogène de France, HDF)는 대형 선박용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의 목표는 메가와트(MW)급 선박용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입니다. 현재 해양 운송 부분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와 항공기에 비해서 적은 양이지만,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연간 배출량은 50%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장거리를 항해하는 대형 선박에 대형 디젤 엔진 대신 전기 배터리와 모터를 탑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배터리 성능이 좋아졌다고 해도 수만 톤에 달하는 선박으로 지구 반대편으로 항해할 만큼의 에너지를 저장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설령 그런 대용량 배터리가 존재한다고 해도 이를 충전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비됩니다. ABB와 HDF는 수소 연료전지가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소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물론 화석 연료보다도 에너지 저장 밀도가 높습니다. 수소를 저장하는 것이 문제지만, 대형 선박 내부라면 고압 수소 탱크를 탑재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수소를 오랜 시간 보관할 수 있는 안전한 선박용 저장 탱크와 대형 선박을 움직이는 데 충분한 출력을 내는 연료전지만 개발하면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18000TEU급 트리플 E 클래스 머스크(Triple-E class Maersk) 컨테이너선을 움직이려면 60MW의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현재 사용되는 디젤 엔진은 하루 8만 리터의 연료를 소비하면서 상당한 양의 오염 물질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만약 이를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바꿀 경우 온실가스 및 배기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수소 연료전지는 배터리처럼 소형화가 어렵고 수소라는 다루기 어려운 물질을 사용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빠르게 충전할 수 있고 에너지 저장 밀도가 높은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장점을 생각하면 트럭 같은 대형 차량이나 선박, 발전용으로 전망이 밝다고 생각됩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우주를 보다] 우주정거장서 오로라와 함께 포착된 ‘은하철도999’ 위성

    [우주를 보다] 우주정거장서 오로라와 함께 포착된 ‘은하철도999’ 위성

    마치 유명 애니메이션 ‘은하철도999’의 기차를 연상시키는 위성 ‘스타링크’(Starlink)의 모습이 우주에서도 포착됐다.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BC 등 해외언론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처음으로 떼지어 날아가는 스타링크가 촬영됐다고 보도했다. 스타링크는 민간 우주탐사업체 스페이스X가 쏘아올린 위성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전세계 대상 위성 인터넷망 구축을 위해 스타링크를 쏘아올리고 있는데 지난해 5월 24일 60기 발사를 시작으로 지난 3월 18일까지 6차에 걸쳐 총 360기의 위성이 하늘로 올라간 상태다. 지난 13일 ISS에서 포착된 스타링크는 ‘천상의 커튼’이라 불리는 오로라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포착됐다. 이날 ISS는 인도양 상공 약 440㎞를 날며 지구에 나풀거리는 오로라를 관측하고 있었으며 그 위에는 일련의 엇갈린 작은 줄무늬가 함께 촬영됐다. 이 줄무늬가 바로 스타링크인 것.물론 스타링크는 지상에서도 관측된다. 지난달 26일 아마추어 천문가 김창섭씨는 경기도 포천 상공에서 새벽 5시 16분부터 4분여 동안 총 37기의 스타링크 위성이 일렬로 하늘을 통과하는 모습을 촬영한 바 있다. 이처럼 스타링크는 하늘을 수놓는 특별한 그림을 제공하지만 누구나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우주 인터넷망 구축에 지나치게 많은 위성이 군집을 이뤄 천체 관측에 장애를 주고 전파방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구촌 누구나 ‘밤하늘을 볼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셈. 실제로 스페이스X는 지구촌의 인터넷 사각지대를 모두 커버하는 원대한 우주 인터넷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총 1만 2000개의 위성을 띄울 예정이다. 한편 우주에서도 관측 가능한 오로라는 태양표면 폭발로 우주공간으로부터 날아온 전기 입자가 지구자기(地球磁氣) 변화에 의해 고도 100∼500㎞ 상공에서 대기 중 산소분자와 충돌해서 생기는 방전현상이다. 오로라는 ‘새벽’이라는 뜻의 라틴어 ‘아우로라’에서 유래했으며 목성, 토성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데스크 시각] 코로나19, 4차 산업혁명 그리고 공존/김동현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코로나19, 4차 산업혁명 그리고 공존/김동현 경제부 차장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동안 생활이 바뀌었다. 주변 사람들과 자주 못 만나는 것은 물론 우리 세대에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재택근무도 경험했다. 대형마트를 찾는 대신 소셜커머스를 통해 생활용품을 샀다. ‘삼식이’(집에서 세 끼를 먹는 남편)가 되지 않기 위해 택한 것은 외식이 아닌 배달앱이었다. 유행과는 거리가 멀지만 요즘 대세라는 ‘언택트 소비’(비대면 소비)라는 것을 했다. 그러다 오랜만에 외식을 하러 갔다. 식당 테이블에는 못 보던 태블릿PC가 놓여 있었다. 식당 주인이 와서 이제 그걸로 주문하면 된다고 말했다. 둘러보니 예전보다 아르바이트생 몇 명이 줄어든 것 같았다. 손님과 접촉면을 줄이면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지난달 고용동향 기사에 썼던 20, 40대의 대량 실업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주인은 “코로나19가 끝나도 아르바이트생을 다시 쓸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어떤 이들은 코로나19가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제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선진국들은 현재 해외에서 조달하는 소비재들을 자국 내에서 생산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인건비를 낮추기 위한 공장 자동화는 가속화될 것이다. 제조업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서비스업도 코로나19로 4차 산업혁명의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생산력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코로나19가 인류의 생산력 향상에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과연 이렇게 늘어난 생산력이 우리의 삶을 더 행복하게 해줄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농업혁명 덕분에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식량의 총량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분의 식량이 곧 더 나은 식사나 더 많은 여유 시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고 기술했다. 생산력 향상이 삶의 질 향상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소규모 개방 경제라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밀려오는 4차 산업혁명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70년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갖추고, 코로나19 대응에서도 세계의 인정을 받는 것은 변화하는 세계 흐름을 한 박자 빨리 대응했기 때문이다. 반면 150여년 전 조선의 쇄국정책은 한국 사회를 뒷걸음치게 했고, 식민지와 분단의 아픔을 겪게 만들었다. 결국 코로나19로 더 빨라지게 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한국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는 이미 정해졌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집중할 문제는 ‘어떻게 하면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생산력 확대가 삶의 행복지수 개선으로 이어지게 할까’로 정리될 수 있다. 그리고 핵심 과제로는 일자리 유지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억만장자 빌 게이츠는 ‘로봇세’를 신설해 로봇을 많이 쓰고 노동 소멸에 책임 있는 스마트 공장들에 ‘기술 실업’의 비용 책임을 지우자고 주장한다. 또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안전망으로 ‘보편적 기본소득’을 전면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장이 여러 갈래로 보이지만 정리를 하면 결국 ‘공존’이 키워드다. 코로나19로 코앞까지 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떻게 경쟁에서 이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삶을 돌보는 정치인과 정책 당국이라면 지난달 일자리를 잃은 19만 5000명의 삶이 깨지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아야 한다. moses@seoul.co.kr
  • 코로나 스트레스?… 캐나다 최악 총기난사 17명 희생

    코로나 스트레스?… 캐나다 최악 총기난사 17명 희생

    범행 당시 기마경찰대 순찰차·제복 위장 체포 이후 숨져 자살·타살 여부도 불분명캐나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최악의 총격 사건이 일어나 17명이 숨졌지만, 범행 동기를 포함해 의문점을 가득 남긴 채 용의자가 숨졌다. 현지 경찰은 코로나19로 인한 신병 비관이 동기일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캐나다 CBC 방송 등에 따르면 노바스코샤의 왕립 캐나다 기마경찰대(RCMP)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밤 수많은 총격 신고를 받고 작은 해변마을 포르타피크로 출동했고, 이튿날 직선거리로 약 55㎞(주행거리 약 100㎞) 떨어진 엔필드의 한 주유소에서 용의자를 확보했다. 사망자는 당초 10명 이상으로만 알려졌지만 사건 수습 과정에서 점점 늘어 17명이 발견됐다.RCMP는 숨진 총격범이 치과기공사 개브리엘 워트먼(51)이라고 확인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밝혀 내지 못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워트먼은 주변에 특별한 원한이 없는 온화한 주민이었다. 포르타피크 주민들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친절한 이웃이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2014년 암 완치자들에게 의치를 기증해 언론에 알려지기도 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노바스코샤 전역에 자택대기 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워트먼의 사업장도 비필수 업종으로 분류돼 폐쇄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포르타피크와 주 수도인 핼리팩스 인근 도시 다트머스 등에 의치 클리닉과 다수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범행 초기 워트먼의 행동도 수수께끼다. 그는 발견 당시 RCMP 제복을 입고 있었으며, 승용차를 RCMP 순찰차처럼 위장해 타고 다녔다. 브렌다 러키 RCMP 경찰국장은 “처음에는 동기를 갖고 계획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무차별 총격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트먼이 숨진 경위도 분명치 않다. RCMP는 처음에 워트먼을 엔필드의 주유소에서 체포했다고 밝혔지만, 이후엔 그가 숨졌다고 발표했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경찰 총격에 숨졌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희생자 중에 유일하게 공개된 희생자는 23년간 RCMP에서 근무한 하이디 스티븐슨으로 이번 사건에 대응하던 중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황제의 옥새9] 일본인 감시 피해 헤이그 특사 묘수 찾는 베델

    [황제의 옥새9] 일본인 감시 피해 헤이그 특사 묘수 찾는 베델

    서울신문은 조선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국인 독립운동가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을 주인공으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발굴했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입니다. 100여년 전 발간된 이들 소설은 일제 병합 직전 조선을 배경으로 베델이 조선 독립을 위해 모험에 나서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900년대 초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하는 거의 유일한 해외 소설이어서 사료적 가치도 큽니다. 서울신문은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년 출간·원제 The cat and the king)에 이어 ‘황제의 옥새’(1914년 출간·원제 The Great Cardinal Seal)를 연재 형태로 소개합니다.“그렇다면 조선의 황제가 어떻게 헤이그에 밀사를 파견할 수 있을까요? 이토 히로부미의 부하들을 피해 이곳을 빠져 나갈 수가 없는데...” 내가 말했다. “황제의 신임장이나 옥새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밀사들이 가짜 승인서를 들고 회의장에 들어갈 수도 없는데 말이죠.” 베델도 거들었다. “그게 숙제입니다.” 용 남작이 한숨을 내쉬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조선으로 오면서 이 일을 어떻게 성공시킬까 기차 안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늘 하기와라(훗날 조선의 2대 총독이 되는 하기와라 슈이치)의 감시를 받으며 궁궐에 갇혀 지내고 계시니까요. 심지어 폐하 혼자서는 황태자(순종)조차도 만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폐하를 만나 헤이그에 희망이 있음을 알리고 두 밀사(이준·이상설)가 가져갈 서신에 옥새를 찍을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우리가 할 일이 바로 그거였군요” 베델은 남작의 말을 받았다. “그런데...폐하를 설득해 비밀 서신에 옥새를 받는다고 칩시다.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조선을 빠져 나갈 수 있을까요? 일본인들이 거기로 가라고 순순히 허가하지 않을 텐데요. 당장 우리만 해도 독 안의 쥐처럼 늘 감시를 받고 있잖아요. 헤이그로 가야할 이들 또한 이미 ‘요주의 대상’으로 분류돼 있을 것이고요. 우리 같은 외국인은 조선인 노동자가 끄는 인력거만 타도 곧바로 그 사실이 경찰에 보고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증기선을 타려고 제물포나 부산으로 가는 것이 가능할까요?” 그의 말에 긴 침묵이 흘렀다. 용 남작이 기대에 차 실천에 옮기려고 했던 행동이 난관에 부딪힌 것 같았다. 황실의 권위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황제에게 남은 것은 사방을 둘러싼 일본 침략자들의 감시 뿐이었다. 간교한 뱀 같은 하기와라의 눈과 귀를 어떻게 속일 수 있을까? “폐하가 아직도 옥새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시오?” 베델이 특유의 호기심으로 질문을 이어갔다. “1905년 일본이 조선과 조약(을사늑약)을 체결할 때 황제가 옥새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일본인들이 아예 옥새를 쓰지 못하게 하려고 황제가 중요한 부분을 따로 떼어내 아무도 모르는 곳에 보관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던데요.” 이때였다. 문고리 위에 올려뒀던 자물쇠가 “쿵”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우리 셋 다 온 몸의 털이 쭈뼛 섰다. 다들 놀라서 말을 멈추고 문을 바라봤다. 베델이 코트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냈다. 왼손으로 램프를 들고 조심스레 문으로 걸어갔다. 귀를 문에 대고 조용히 소리를 들었다. 램프를 테이블에 내려 놓고 엉덩이 뒤 주머니에 권총을 숨겼다. 그리고는 곧바로 문을 활짝 열었다. 복도는 캄캄했다.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용 남작과 나도 문밖으로 나갔다. 베델이 램프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우리는 희미한 불빛이 비쳐 주는 모든 곳을 살폈다. 들리는 소리도 그림자도 없었다. 그런데도 우리만 아는 이 비밀 장치가 문고리에서 떨어지다니... 우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자물쇠가 중력을 이기지 못해 자연스레 미끄러졌을 수도 있었다. ‘우리가 너무 예민했나’ 하는 기분으로 씁쓸히 복도를 걸어왔다. 우리가 방 안으로 들어온 뒤 베델이 문을 닫으려고 할 때였다. “가만!” 용 남작이 고개를 숙이더니 문턱 바로 옆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베델이 불빛을 가까이 대 보더니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 역시 조선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을 자세히 바라봤다. 길고 꼬부라진 여성의 회색 머리카락이었다. 한 쪽 끝에는 머리핀이 달려 있었다. 이 호텔의 유일한 여성인 영국인 신지학자 데오도시아의 것이 아닌가. ‘황제의 옥새’는 10회로 이어집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황제의 옥새8] “조선 독립 요구 문서에 옥새 찍어 헤이그 보내야”

    [황제의 옥새8] “조선 독립 요구 문서에 옥새 찍어 헤이그 보내야”

    서울신문은 조선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국인 독립운동가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을 주인공으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발굴했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입니다. 100여년 전 발간된 이들 소설은 일제 병합 직전 조선을 배경으로 베델이 조선 독립을 위해 모험에 나서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900년대 초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하는 거의 유일한 해외 소설이어서 사료적 가치도 큽니다. 서울신문은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년 출간·원제 The cat and the king)에 이어 ‘황제의 옥새’(1914년 출간·원제 The Great Cardinal Seal)를 연재 형태로 소개합니다.나와 베델은 용 남작이 매우 중요한 일을 말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었다. 변장을 했어도 그에게서는 신사의 기품이 느껴졌다. 보통의 조선 양반에게서 흔히 볼 수 있던 어리석음이나 게으름 같은 느낌이 없었다. 넓은 이마는 지성인의 면모를 보여줬고 달걀형 얼굴 또한 그가 상류 계층에 속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 곱고 예리한 눈과 넓은 미간, 반듯한 코와 입술의 모양에서 애국의 열망이 묻어났다. 이 우울한 조선 땅에 용 남작 같은 이가 몇 명만 더 있었어도 역사는 지금과 같지 않았을 텐데... “존경하는 베델과 빌리!” 그는 열정에 가득 차 있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제가 오늘 조선을 구할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 기회를 잘 살린다면 우리에게도 새로운 길이 열릴 것입니다.” 베델은 더 이상 그가 말을 하지 못하도록 손가락으로 입을 막았다. 다른 한 손으로는 목소리를 높이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우리는 작은 램프로 더 가까이 얼굴을 맞댔다. 그림자가 더 크게 만들어졌다. 남작은 속삭이는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한 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묘수를 찾았어요. 오는 9월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국제회의(제2회 만국평화회의)가 열립니다.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가 주재해요. 그곳에 대한제국 대표가 참석해 전 세계에 정의를 촉구하며 도움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조선의 생존이 달린 일이죠.” 베델이 급하게 끼어 들었다.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회의죠? 조선 특사가 헤이그에 가도록 일본이 가만 내버려 둘까요?” “제 말을 천천히 들어 보십시요.” 조선의 젊은 친구가 영국인 편집자를 제지했다. “앞서 제가 유럽과 러시아에 다녀온 사실을 두 분은 잘 알고 계시죠. 사실 저는 그때 폐하(고종)의 서신을 갖고 세상 밖으로 나갔습니다. 제 신발 속에 숨겨 지구의 반을 돌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고위층에게 전달했습니다. 조선의 독립을 도와 달라고 말이죠.“ 용 남작은 니콜라이 2세의 비밀 평의회 의원 한 명의 이름을 말했다. 그는 지금(이 소설을 발간한 1914년)도 유럽 외교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에 여기서는 가명을 쓰고자 한다. ‘애스터리스크(‘*’표시, 작은별을 의미) 왕자’쯤으로 해 두자. “그는 저에게 ‘조선에서 자행되는 일본의 행위들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조선이 국제 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한다면, 그리고 동양의 작은 독립국에 서서히 칼을 들이대는 일본의 진실을 폭로할 수 있다면 차르(니콜라이 2세)가 분명 뒤에서 도울 것’이라고 확언했습니다. 일본이 손에 끈을 들고 이 나라의 목을 조르고 있음을 모두에게 알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날 밤 희미한 전등 불 아래서 무너져 가는 나라에 찾아온 마지막 희망을 잡아보고자 열망에 가득찬 눈빛으로 열변을 토하는 그 애국자를 다시 한 번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 남작과 자리를 함께 한 영국인(베델)과 미국인(빌리)은 마치 전 세계의 운명이 자신들의 손에 놓여 있는 것같은 전율을 느꼈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기나긴 항해 끝에 신대륙을 발견하고 찬송가를 부르던 그때만 해도 조선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던 나라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둠 만이 가득한 곳으로 변했다. 아무 힘도 없는 우리 세 명이 이 땅을 구하고자 머리를 맞대고 있다. 현실적으로 지금 기댈 수 있는 곳은 러시아 차르 뿐이었다. 그만이 일본인 교살자의 손에서 조선을 구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용 남작을 지원할 수 있었다. 악인들의 감시 속에서 무섭고도 지루한 삶을 지내던 우리들에게 그 사실은 새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난 러시아가 이번 게임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잘 모릅니다. 조선을 도우려는 약속 뒤에 분명 뭔가 노리는 것이 있겠죠. 다만 이분(애스터리스크 왕자)는 뭔가를 함부로 말하지 않으며 일단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분입니다. 그를 믿고 이 모험을 감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황제의 옥새’는 9회로 이어집니다. 번역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황제의 옥새7] 넝마옷 입고 베델 찾아 온 조선의 우국지사

    [황제의 옥새7] 넝마옷 입고 베델 찾아 온 조선의 우국지사

    서울신문은 조선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국인 독립운동가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을 주인공으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발굴했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입니다. 100여년 전 발간된 이들 소설은 일제 병합 직전 조선을 배경으로 베델이 조선 독립을 위해 모험에 나서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900년대 초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하는 거의 유일한 해외 소설이어서 사료적 가치도 큽니다. 서울신문은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년 출간·원제 The cat and the king)에 이어 ‘황제의 옥새’(1914년 출간·원제 The Great Cardinal Seal)를 연재 형태로 소개합니다.그녀는 식사를 마치자 곧바로 등을 가져 달라고 하더니 비걱거리는 계단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나와 베델은 서울의 외로운 밤에 지쳐 있었다. 루이가 천장에 달아놓은 단 하나의 등불에 의지해 그림자의 정글에서 당구를 쳤다. 9시가 조금 지났다. 거실에 우리 둘만 남았다. 호텔 밖 거리에서 야경꾼들이 돌아 다녔다. 그들이 발에 차고 다니는 작은 물체가 부딪치며 고드름이 우지직 떨어지는 듯한 금속성 소리를 냈다. 게임 열기 때문인지 크지 않은 공간이 금세 더워졌다. 우리는 바에 있던 창문 3개를 모두 열었다. 그러자 이 도시의 온갖 냄새가 호텔 안으로 들어왔다. 11시쯤 됐을까...그때까지도 우리는 당구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갑자기 작지만 다급한 목소리로 누군가가 “베델”을 불렀다.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뭔가가 들어왔다. 베델이 곧바로 입으로 바람을 불어 램프를 껐다. 침묵과 어둠만이 가득했다. 베델의 거친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용 남작께서 오셨습니까?” “예, 접니다.” “용 남작, 이리로 와서 내 친구 빌리와 인사하시오, 이제 두 분은 제 손을 잡고 이동하시죠.” 나는 어둠 속에서 베델의 손이 내 손을 찾으려고 테이블 가장자리를 따라 더듬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쉿! 밖에서 일본인들이 우릴 감시하고 있는 거 다들 아시죠?” 그는 속삭이며 말했다. 그는 나와 어둠속의 유령같은 낯선 이의 손을 잡고 당구대를 떠났다. 베델이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도 그와 보조를 맞춰 계단을 걸어갔다. 침실이 있는 긴 복도를 기어가듯 지난 뒤 베델의 방으로 들어 갔다. 지독한 담배 냄새 덕분에 일부러 알려주지 않아도 그의 방임을 알 수 있었다. 성냥을 그어 불을 켠 뒤 침대 옆 램프 심지에 작고 약한 불을 붙였다. 베델이 방문을 걸어 잠갔다. 호주머니에서 자물쇠를 꺼내 문 손잡이 위에 올려놓은 뒤 정교하게 균형을 잡았다. 그만이 할 수 있는 아주 오래된 스파이 탐지 방법이었다. “누구라도 엿듣는 사람이 있으면 바로 알아 챌 수 있어요. 문 밖에서 손잡이를 조금만 움직여도 이게 밑으로 떨어지니까.” 꼭 코미디 오페라의 한 장면 같았다. 악당이 나오고 으시시한 음악이 나오는 오페라 말이다. 작고 아늑한 방 5개와 욕실, 어수룩한 웨이터와 관리인, 그리고 으스스한 분위기까지...이런 것들이 코믹 오페라의 필수 조건이니까... 나와 베델은 언제 터질 지 모를 일촉 즉발의 화염에 성냥을 들이 댄 바보들이었다. 자신의 능력은 생각지 않고 정의감에 약자부터 보호하겠다고 큰소리치는 앵글로 색슨 특유의 으스댐과 건방짐으로 대한제국 일에 무모하게 뛰어들었다고나 할까. 희미한 불빛 아래서 나는 베델을 찾아 온 미지의 손님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용 남작’(baron)으로 불리던 조선의 유명 지식인이었다. 야간 작업자들이나 입는 더러운 흰색 넝마를 입고 왔으니 그의 실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더러운 누명 옷을 반쯤 걷어 올리고 양말도 신지 않았다. 옷에는 하층민의 직업을 뜻하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머리에 튼 상투가 그의 신분을 말해줬다. 그는 잘 생겼고 키도 커 눈에 확 띄었다. 정장을 입고 이리로 왔다면 일본 경찰의 눈을 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의 본명은 ‘용치선’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흥선대원군 시절 영의정을 지낸 거물이다. 치선은 미국 남부의 가장 큰 대학 가운데 한 곳에서 공부하고 프랑스 파리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머물며 국제 정세를 익힌 뒤 귀국했다. 그는 조선에 얼마 남지 않은 애국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한때 그는 일본이 조선을 점령한 암흑 속에서도 애국단체인 ‘일진회’에 가입해 열정을 바쳤다. 원래 일진회는 이웃 섬나라에서 들어온 점령자(이토 히로부미)를 비난하려고 설립됐지만 언제부터인가 일본의 자금력에 굴복해 지금은 침략국을 옹호하는 단체로 타락했다. 그는 나와 베델을 만나고자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일본인들이 이 영국인 편집장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던 터라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번역자주:소설에 등장하는 일진회는 1904년 8월 독립협회 관계자들이 주축이 돼 사회개혁을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러일전쟁 뒤로 일본에 매수돼 친일행각을 일삼는 단체로 전락했습니다. 조선 병합의 뜻을 이룬 일제는 1910년 9월 이를 해산시켰습니다. 일진회는 조선의 망국을 이끈 대표적 매국집단으로 평가됩니다.) ‘황제의 옥새’는 8회로 이어집니다. 번역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황제의 옥새6] 옥살이 마치고 돌아온 대한매일신보 편집장 베델

    [황제의 옥새6] 옥살이 마치고 돌아온 대한매일신보 편집장 베델

    서울신문은 조선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국인 독립운동가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을 주인공으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발굴했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입니다. 100여년 전 발간된 이들 소설은 일제 병합 직전 조선을 배경으로 베델이 조선 독립을 위해 모험에 나서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900년대 초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하는 거의 유일한 해외 소설이어서 사료적 가치도 큽니다. 서울신문은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년 출간·원제 The cat and the king)에 이어 ‘황제의 옥새’(1914년 출간·원제 The Great Cardinal Seal)를 연재 형태로 소개합니다.나는 그녀가 여성 인권 운동가나 스웨덴식 마사지 치료사, 백과사전 집필자 같은 직업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대한제국에서 생각지도 않은 신지학자를 만나다니...루이는 나보다도 더 놀란 듯 했다. 사실 그가 이 단어(theosophy)를 들어본 적은 있는지도 궁금하다. 설사 들어봤다고 해도 이게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모를 것 같은데... 호텔 주인은 사무실 문 안으로 머리를 들이 밀고는 입을 삐죽거리며 나에게 도와 달라고 눈빛을 보냈다. 나는 사무실을 한 번 둘러보고는 ‘알아서 잘 하라’는 의미로 쓴 웃음을 지었다. 당신의 능력을 믿는다는 뜻으로 손까지 흔들어 보였다. 사실 나도 일본어를 할 줄 몰라서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호텔 현관문이 열리며 누군가 저벅저벅 걸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감옥에 가 있던 베델(대한매일신보 설립자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이었다. “다들 왜 이리 시끄럽죠? 무슨 일이 있나요? 어! 오...부인, 저는 베델이라고 합니다. 조선에서 발행하는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데일리뉴스’(KDN)의 편집장이죠. 일본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살다가 출소해서 돌아오는 길입니다. 남들이 뭐라든 저는 이 일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죠. 어쩌다보니 내가 누구인지 다 설명이 됐네요. 그런데 지금 무슨 일이 있나요?” “네, 이 지적이고 인내심이 강한 분(일본인 정보요원)께서 제가 오늘 점심 때 무엇을 먹었는지까지도 다 알고 싶어 하셔서요.” 데오도시아는 생각지 않은 서양인 한 명을 또 만나게 돼 너무도 반가웠던 것 같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본인 정보요원과의 에피소드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상황을 이해한 베델이 유창한 일본어로 멋지게 통역을 시작했다. (번역자주: 영국인인 베델은 1888년 아버지와 이모부의 사업을 돕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습니다. 고베에서 16년간 살면서 경제적 성공과 실패를 모두 맛봤습니다. 이때 일본어도 배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델이 사전을 찾아 일본인에게 신지학이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해줬다. 정보요원은 자신의 노트에 표의문자 같이 생긴 언어로 몇 자 적은 뒤 호텔을 떠났다. 그제서야 데오도시아는 자유로워졌다는 듯 호텔 전체를 누비고 다녔다.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코를 킁킁거리며 거북하리만치 철저히 냄새를 확인했다. 이를 보고 있던 베델이 나에게 물었다. “빌리, 저 고상하신 여자분 좀 이상하지 않아? 딱 보니까 영국인이던데...근데 눈을 봤어?” 다혈질인 이 편집장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소년같은 관심으로 눈을 반짝였다. “오 끝내주는데...바로 그거야. 나이든 여자의 얼굴에서 소녀 같은 눈빛이라...일본인들 표현으로는 ‘돌을 품은 꽃잎’이라고 하지.” 우리가 식당에 자리를 잡자 까다로운 영국 여성이 테이블 저 멀리에 앉아 있었다. 베델이 그녀의 얼굴을 보고자 자리를 옮겼다. 우리는 눈빛과 헛기침 등으로 스코트랜드 모자를 쓴 복숭아빛 피부의 여인이 우리를 인식하고 말을 걸어주길 바랬다. 하지만 여행광이자 신지학을 추종하는 그녀는 더 이상 우리와 친해지려고 노력하지 않는 듯 했다. 식당에는 우리 셋밖에 없었고 그녀는 유일한 여성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와 금세 친해질 수 있었지만 그녀는 우리와 계속해서 거리를 유지했다. 형식상의 안부 인사조차도 건네지 않았다. 우리는 그녀와 아무것도 소통할 수 없었다. ‘황제의 옥새’는 7회로 이어집니다. 번역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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