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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도현의 꽃차례] 아, 변산반도

    [안도현의 꽃차례] 아, 변산반도

    전북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 모항. 모항으로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였다. 1980년대에 부안읍 터미널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변산반도를 구불구불 몇 굽이 돌면 마음이 덜컹거리는 것 같았다. 오른쪽으로 펼쳐진 서해는 언제나 발끝으로 변산반도를 간질였다. 그러면 가만히 뻗어 있던 해안선이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국도 30호선을 따라 모항에 가는 일은 여행처럼 꽤 설레는 일이었다. 모항의 ‘모’는 띠풀을 뜻하는 ‘茅’를 쓴다. 봄에 삘기라고 부르는 띠의 어린 새순을 빨아먹으면 입안에 달콤한 맛이 감돌던 기억이 있다. 옛적에는 바닷가 풀밭에서 자라는 띠를 엮어 지붕을 올렸다. 모항 해수욕장 솔숲 뒤쪽 박형진 시인의 집에서 하룻밤 잔 적이 있었다. 나지막한 슬레이트집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마을에 그 흔한 횟집 하나 없었다. 우리는 무릎까지 바지를 걷어붙이고 집 바로 앞으로 펼쳐진 갯벌로 들어갔다. 갯벌에 난 구멍에다 소금을 뿌리면 대나무처럼 생긴 맛조개가 머리를 내밀었다. 어둑한 저녁에 숯불을 피워 놓고 그 맛조개를 구워 먹었다. 소주 한 잔에 간간하고 말캉한 바다를 한 입 삼키면서 수평선이 어둠 속으로 자신을 지우는 것을 바라보았다. 잠결에 파도 소리가 귀밑까지 밀려와 찰랑대는 소리가 들렸다. 바다를 옆자리에 눕히고 바다와 함께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바닷물이 사립문 안까지 밀려들어 왔다가 나간 흔적이 마당에 남아 있었다. 그 흔적은 거무스름한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경이로운 일이었다. “바닷물이 넘쳐서 개울을 타고 올라와서 삼대 울타리 틈으로 새어 옥수수밭 속을 지나서 마당에 흥건히 고이는 날이 우리 외할머니네 집에는 있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미당 서정주의 ‘해일’이 생각났다. 해일이 아니고 밀물이었지만 내 잠자리에서 불과 몇 걸음 앞까지 바다가 들어왔던 것이었다. 그 둥그런 밀물의 발자국은 아직도 뇌리에 뚜렷하게 찍혀 있다. 2월 중하순부터 3월 초순 사이에 변산에는 변산바람꽃이 핀다. 이 꽃은 한라산에서 피어도 변산바람꽃이고 설악산에서 피어도 변산바람꽃이다. 개체수가 그리 많지 않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아무렇게나 얼굴을 내미는 꽃이 아니다. 나는 변산반도에서 변산바람꽃이 피는 곳 한 군데를 안다. 몇 해 전 생태사진가 허철희 선생을 따라가서 알게 된 곳이다. 부안군 진서면 운호리 계곡 어디쯤이라고만 해 두자. 사람의 발소리는 언제나 변산바람꽃에게 해로울 뿐이다. 내 발소리를 듣고 겁먹은 그들이 자지러지게 울 것 같아서 변산바람꽃을 만나러 가는 날은 말소리도 크게 내지 않는다. 아쉽게도 올해는 그들과 대면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나에게는 아직 봄이 오지 않은 것이다.몇 년째 방학이면 노트북을 들고 찾아가던 변산바람꽃이라는 펜션이 있다. 공으로 방 하나를 얻어 열흘이고 보름이고 나를 격리시키던 곳. 서융이라는 이 펜션의 주인은 치과의사인데 나하고 동갑이다. 이곳에서 숙박을 하고 싶다면 고기를 구울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방에는 주방시설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다. 삼겹살 굽는 냄새를 기대하고 짐을 풀었다면 입을 삐죽 내밀 수도 있다. “집을 짓는 일은 제 꿈을 형상화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집의 쓰임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해 보지 않았어요.” 주인은 집에 대한 자신만의 고집을 숨기지 않는다. 내가 짓고 싶어서 지은 거지 손님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한심한 고집쟁이를 보았나! 집과 나무에 대한 그의 애착은 아예 나무를 심어 가꾸면서 목재를 얻어 볼까 궁리하는 데까지 이른다. 나는 그가 생전에 그 꿈을 실현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현실주의자가 아니라 낭만주의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상상하고 그 상상을 이야기하고 그 상상하는 일 때문에 행복한 그가 부럽다. 하지만 올겨울은 그곳에도 가 보지 못했다. 그것뿐이랴. 변산반도 가는 길에 반드시 들러 가는 부안시장 안 변산횟집을 가 보지 못하고 겨울을 보냈다. 그 식당에서 물메기탕을 세 번쯤 먹어야 겨울이 간다고 큰소리치고 다녔는데 나는 허풍선이가 되고 말았다. 아흐, 바야흐로 때는 3월이니 주꾸미 살이 오를 때구나.
  • [곽병찬의 역사 앞에서 묻다] 코로나19마저 정쟁화… ‘어우이개중’ 작태가 극성 부리는 한국 사회

    [곽병찬의 역사 앞에서 묻다] 코로나19마저 정쟁화… ‘어우이개중’ 작태가 극성 부리는 한국 사회

    유몽인은 1618년 집권 대북 세력의 탄핵을 받자 즉각 사표를 내고 서산(지금의 고양시 송추)에 은거해 집필에 몰두했다. 그는 1621년에서 1622년 사이 ‘장자’의 우언적 기법을 빌려 시사와 학문 인륜을 아우른 야담집 10여권을 탈고했다. 문집 80여권도 정리한 뒤 두 책의 표제를 각각 ‘어우야담’과 ‘어우집’으로 했다. ‘어우’는 ‘장자’의 ‘천지편’의 “어우이개중”(於于以蓋衆) 곧 ‘허망한 말로써 백성을 속인다’는 대목에서 따온 그의 호였다. “자공이 하루는 길을 가다가, 항아리로 물을 길어 채소밭에 주는 노인을 보고 ‘왜 두레박을 이용하지 않느냐’고 안타까워했다. 노인이 물었다. ‘뉘시오.’ ‘공자의 문인입니다.’ ‘섣부른 지식으로 성인을 흉내 내며, 허황된 말로 사람들을 속이고, 홀로 현을 타면서 슬픈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천하에 명성을 팔려는 사람?’” 당대의 석학 공자는 졸지에 ‘혹세무민하고 곡학아세하는 자’가 됐다. 유몽인 시절, 공자는 석학 정도가 아니라 당대 지식인이 신앙하는 성인이었다. 유몽인은 그런 성인을 능멸하는 옛말을 제 호로 삼은 것이다. 그에겐 일찍이 응문, 간재 등의 호가 있었지만 50대가 넘어서면서 묵호자(말없음을 즐기는 이)나 어우를 많이 썼고, 50대 중반부터는 어우로 통했다. 절친인 월사 이정구는 그를 ‘유어우’라 했고 남창 김현성의 행장에서도 그는 ‘유어우’로 나온다. 유몽인은 두 저작이 지식인 권력자의 거짓과 허위의식을 남김없이 까발린 ‘매월당집’(김시습 저)의 뒤를 잇기를 희망했다.(‘천덕암 법견에게 남긴 글’) 유몽인은 거짓과 위선에 질색했다. 글쓰기에서조차, 당시 숭상하던 당송의 화장기 짙은 문장은 멀리하고 ‘질박하고 거친 말’을 사용해 심중의 진실을 꾸미지 않고 드러내는 것을 모범으로 삼았다. 그는 ‘어우’를 호로 삼아 허망한 말로 세상을 속이는 것을 경계했으며 동시에 끊임없이 분열하며 거짓을 일삼는 지식인들의 작태를 조롱했다.색목을 굳이 따지자면 그는 북인. 임진왜란 중 광해군을 호종하며 자연스럽게 남명 조식의 제자들과 가까이 지냈으며 북인의 대부 정인홍을 존경했다. 그는 한 번도 ‘북인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북인의 이해를 위해 신념을 팔지는 않았다. 1591년 서인의 영수 정철이 세자 책봉 문제로 궁지에 몰렸을 때 엄벌을 주장하는 당론과 달리 선처를 호소했다. 정철은 1589년 기축옥사를 통해 동인을 쑥대밭으로 만든 공적이었다. 그러나 세자 책봉 문제에 관한 한 이산해의 꾐에 넘어가 선조로부터 날벼락을 맞은 터였다. 동인은 그의 처리를 놓고 남인과 북인을 분열했다. 유몽인은 북인에 발을 담그고 남인의 온건론에 동조했다. 이후 북인은 1599년 홍여순의 대사헌 천거 문제를 놓고 대북과 소북으로 분열했다. 대북과 소북은 1608년 선조의 죽음을 전후로 왕권 승계를 놓고 생사를 건 암투를 벌였다. 정인홍, 이이첨 등 대북은 세자 광해군의 승계를 주장했고 유영경 등 집권 소북은 세 살배기 적자 영창대군의 승계를 추진했다. 유몽인은 도승지로서 선조의 유교를 있는 그대로 처리해 광해군이 승계할 수 있도록 기여했다. 광해군 즉위 후 대북은 정국을 주도했고 1613년 계축옥사를 계기로 권력을 장악했다. 대북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폐모살제’ 주장을 통해 일당 독재를 추구했다. 패륜 논란 속에서 대북은 육북, 골북, 중북으로 분열했다. 유몽인은 중북에 속했으나, 골북이나 육북에 속하지 않은 이들에게 붙여진 이름이었다. 기자헌이나 유몽인 등 중북은 서인, 남인과 입장이 같았다. 유몽인은 일찍이 서인의 정신적 지주였던 율곡 이이, 우계 성혼을 존경하고 마찬가지로 동인의 정신적 지주였던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의 학문과 삶을 흠모했다. 퇴계와 남명의 제자들이 남북으로 분열한 뒤에도 두 스승에 대한 마음은 변치 않았다. 서인이었던 백사 이항복, 월사 이정구 그리고 후일 인조반정의 주역 이귀 등과도 깊은 우정을 나눴다. 그의 성장 과정은 붕당과 거리가 멀었다. 유몽인이 등과한 1589년은 기축옥사와 함께 분당, 분열, 파쟁이 심화되던 시기였다. 그는 서인의 횡포, 동인의 집권과 분열, 동서남북 붕당의 공리공론과 분쟁을 지켜봤다. 당리당략에 따라 세상을 속이는 짓을 지긋지긋하게 경험했다. 1604년 월사 이정구가 세자책봉주청사로 명에 갈 때 준 전별사에는 이에 대한 분노가 잘 녹아 있다. “성인은 붕우의 의리를 오륜에 나란히 놓았다. 조정에서 사론(士論)이 나뉜 뒤부터 봉우의 의리를 평생 지키는 일이 어려워졌다. 벗 사귀는 도리는 하나인데 어찌하여 둘로 나뉘고, 둘도 불행한데 어찌하여 넷이 되고 다섯이 되었는가? 하나인 도리가 넷, 다섯으로 나뉘어 줄을 세워 사당을 만드니 …한편에 들어간 사람은 각기 하나의 세력이 되어 나머지 네다섯 편과 적이 되었다.” 이렇게 다짐하기도 했다. “… 나는 혼자다. 홀로 세상 길을 가는데 어찌 한편에 붙을 수 있을까? 한편에 붙지 않으므로 네다섯이 모두 내 친구가 된다. 파벌의 차가움은 얼음을 얼릴 정도지만 나는 떨지 않을 것이며 파벌의 뜨거움은 흙을 태울 정도지만 나는 불타지 않겠다. 될 것도 없고 안 될 것도 없으니, 오직 내 마음을 따르겠다.” 이런 태도는 계축옥사 이후 집권 대북, 그중에서도 육북이 제기한 영창대군과 인목대비 폐출론 속에서 그대로 관철됐다. 그는 이이첨 등 자신이 속한 붕당 지도부에 맞섰다. 곽재우, 기자헌, 정구, 이항복, 이덕형 등 일부 강개한 지식인들과 함께한 것이었다. 결국 그는 이이첨, 허균 등의 탄핵을 받아 면직됐다. 총애하던 광해군의 부름을 받아 곧 조정으로 돌아왔지만, 해주옥사 등에서 인목대비의 신원을 요구하다가 투옥된 이들의 석방을 위해 노력했다. 1618년 봄, 그는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넜다. 인목대비가 서궁에 유폐됐을 뿐 사실상 폐서인됐을 때였다. 한성부에 써놓은 ‘백주지창’이 문제였다. 시 중에는 이런 대목이 있었다. “…장사가 홀연히 장검을 들고 일어나니, 취중에 마땅히 노간의 머리를 베리라.” 이에 대해 “허균은 자신을 지칭하는 줄 알았고, 이이첨은 소북의 박승종을 지목했고, 박승종은 이이첨을 지목했으니, 소북 대북의 권간들이 모두 노하여 중상하는 말을 임금께 아뢰었다.”(‘광해군일기’ 중에서) 결국 정인홍, 이이첨은 “그가 원수를 잊고 역적을 비호한다. 목을 베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유몽인은 ‘코흘리개의 놀잇감’이 된 벼슬을 버리고 서산으로 들어갔다. 그가 문집을 정리하고 야담을 완성한 뒤 ‘어우’라 이름한 것은 그런 까닭이었다. 어우야담에는 ‘문장가와 도학 대가들의 당파성’이란 단편이 나온다. 중국 최고의 문장가라는 한유와 소동파, 최고의 도학자라는 주자 등이 ‘상대를 배척하는 데 온 힘을 다했다’는 옛이야기를 상기하고 퇴계와 남명의 제자들이 문묘종사를 놓고 싸우는 것을 한탄한 글이었다. 결론은 이러했다. “(두 사람의) 도학과 절의가 뛰어남에도 다투는 것은 양쪽 제자들의 재주와 지혜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단편 ‘고변이 성행하게 된 연유’에선 “밥숟가락이 남보다 조금이라도 큰 것을 보면 고변을 하는” 작태를 개탄했다. 고변의 주인공은 대개 글줄이나 읽고 쓰는 선비들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어우이개중’의 작태는 민주화 이후 표현의 자유를 방패 삼아 극성을 부린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코로나19마저 정쟁화하고 이념화하는 요즘의 작태는 어우당 시절의 극단을 재현한다. 일부 언론과 정당, 지식인 결합체는 마치 우군이라도 만난 것처럼 이 정부가 이 바이러스에 무너지도록 고사를 지냈다. 중국과의 관계 단절과 경제적 파탄을 노리기라도 하는 듯 중국인 출입금지를 줄기차게 주장했다. 공포와 불신을 확산시켜 생산량의 한계로 말미암은 마스크 부족을 대란으로 만들고, 대통령 탄핵까지 운위했다. 저 홀로 의로운 척, 차선을 죽여 최악을 키워야 정의가 산다고 떠드는 자들도 있다. 온갖 고상한 말로 400년 전 대북, 소북, 골북, 육북, 탁소북, 청소북의 분열과 상잔을 재현하려 한다. ‘슬픈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천하에 명성이나 팔고’ ‘허망한 말로 세상을 속이는 자’들이 아니고 무엇일까. 논설고문 kbc@seoul.co.kr
  • 관중도 없는데… 호날두, 혼자서 박수·하이파이브

    관중도 없는데… 호날두, 혼자서 박수·하이파이브

    이탈리아 프로축구 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가 코로나19 확산으로 관중 없이 열린 경기에서 마치 관중이 있는 것처럼 행동해 눈길을 끌었다. 호날두는 9일 새벽(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시즌 세리에A 26라운드 인터밀란과의 원정 경기에서 애런 램지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유벤투스의 2-0 승리에 기여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관중석이 텅 비워진 경기에서 호날두는 마치 관중이 있는 것처럼 굴었다. 경기장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린 뒤 드레싱룸으로 향하는 통로에서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듯한 마임(?)을 선보였다. 이 통로는 평소에는 팬들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이다. 호날두는 또 킥오프 전에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다가 빈 관중석 곳곳을 향해 양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박수를 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마치 관중이 있는 듯한 모습을 취한 것이다. 앞서 이 경기가 무관중 경기로 결정됐을 당시 호날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장에 팬들이 없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건강이 첫 번째다. 무관중 경기가 최선이라면 옳은 결정이라고 본다”면서 “사실 나는 팬들이 없다면 행복하지 않겠지만 책임감은 같다. 좋은 경기를 해서 승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날두는 이날 세리에A 신기록인 12경기 연속골에 도전했으나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이날 승리로 유벤투스는 라치오를 제치고 리그 1위를 탈환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정전협정 2주 앞두고 전사한 4명, 67년 만에 귀향

    정전협정 2주 앞두고 전사한 4명, 67년 만에 귀향

    6·25전쟁 종식을 불과 2주 앞두고 비무장지대(DMZ)에서 전투 중 사망한 국군 전사자 유해 4구의 신원이 올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9일 “지난해 DMZ 내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 중 국군 전사자 4명의 신원이 올해 처음으로 확인됐다”며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정영진 하사, 임병호 일등중사, 서영석 이등중사, 김진구 하사 등 4명”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들은 모두 제2사단 31연대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정전협상이 진행되던 1953년 7월 중순 화살머리고지 4차 전투에서 치열한 전투 끝에 전사했다. 정전협정 체결을 불과 2주가량 앞둔 시점에서 가족을 남겨 두고 숨져 안타까움을 더했다.유해의 대부분은 발굴 당시 개인호에서 부분 유해 및 골절된 상태로 발굴돼 전사하기 직전까지 목숨을 걸고 전투를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유해의 신원은 발굴 이후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 검사를 통해 확인됐다. 군 당국은 향후 유해에 대한 귀환행사와 안장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 하사의 부인 이분애(90)씨는 “남편의 시신을 못 찾아서 무덤이 없으니까 내가 죽거든 선산에 묻지 말고 뿌려 달라고 말해 왔을 정도로 오랜 세월 가슴 아파하며 살아왔다”며 “남편을 찾게 돼 앞으로 같이 묻힐 수 있다니 너무나 다행”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화살머리고지 군사분계선(MDL) 남측 지역에서 2000여점의 유해와 6만 7000여점의 유품을 발굴했다. DMZ에는 현재 1만여구의 유해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DMZ 내에서 발굴된 유해 중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총 7명이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춤추지만 편안하다…새롭지만 자유롭다

    춤추지만 편안하다…새롭지만 자유롭다

    나는 프랭크 게리 선생의 건축을 특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내 스타일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우연히 혹은 일부러,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그의 작업에 노출되면서 친숙해졌다. 그의 이름은 구찌처럼 일종의 잘나가는 유명 브랜드이고, 미국의 심슨쇼에 등장하기도 한, 일반인도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는 특별한 존재다. 그는 자유롭고, 율동하면서도, 서로 충돌하는 형태들을 통해 사뭇 경직되고 딱딱한 현대건축으로부터 해방감을 주었다. 동시에 그는 건축을 통해 ‘어떤 감정’(E_MOTION: 마음을 움직이는)을 불러일으키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그의 건축물은 직접 방문했을 때 느끼게 되는 ‘따뜻함’이 있다.●딱딱한 현대건축에 해방감을 주다 게리의 작업을 보고 마치 쓰레기통에 던져진 구겨진 종이 더미 같다고 놀려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언뜻 그럴싸한 표현이라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실은 절반도 안 맞는 이야기다. 일례로 뉴욕에 지은 고층건물의 경우 껍데기는 복잡한 파도의 형상을 띠어 엄청 비싸고 시공이 어려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슷한 규모의 직각 건물 공사비와 별반 차이가 없는 건물로 발표돼 있다. 왜일까? 다름이 아니라 컴맹인 게리 선생은 모순적으로 ‘카티아’(CATIA)라는 아주 복잡한 형태를 쉽게 요리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오래전부터 써 오고 있고, 복잡한 건축을 효과적이고 경제적으로 짓기에 적합하도록 발전시키고 있는 주인공이다. 동료 건축가인 장 누벨 등에게도 적극적으로 공유했다는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내가 대학 다닐 때는 포스트모더니즘은 유행 끝자락이었고, 대학원에 들어설 무렵에는 해체주의가 한창이었다. 어느 날 건축 잡지를 보는데 거대한 망원경을 닮은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 또 미술관 외벽에는 실제 비행기가 매달려 있기도 했다. 참 이상한 건축가를 처음으로 대면한 것이었다. 바로 프랭크 게리였다. 동시대의 엄청 유명했던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사시미 미니멀리즘’에 잠시 경도돼 있던 나에게 강렬한 대척점에서 자극이 됐음은 분명하다. 그러곤 별로 크게 와닿지 않는 대형 건축가로 스쳐 지나갔다. 한참 세월이 지난 후 전 세계는 게리의 빌바오 미술관을 보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으며, 단순히 건축뉴스가 아닌 지역경제를 살려내는 ‘빌바오 이펙트’라는 고유명사를 만들어 내면서, 전 세계 문화계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건축가로서 그는 나에게 다시 다가왔다.내가 게리 선생의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없어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사진을 통해서 혹은 들은 얘기를 통해서 판단해 보면, 게리 사무실은 수없이 많은 모형 작업을 통해서 설계하는 공간을 미리 살펴보는 것 같다. 나도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는 무조건 모형 작업을 위주로 했고, 도면을 제출하는 데는 지극히 소극적이었다. 도면보다는 모형이 훨씬 건물에 대한 이해를 돕기 때문이다. 게리의 건축물처럼 형태가 구불구불한 3차원의 충돌체인 경우는 특히 그림으로 표현하기엔 너무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게리 사무실에선 ‘트라이얼 앤드 에러’ 방식으로 마구 해보고 또 해보는 방식을 통해 원하는 지점에 다다르는 매우 감각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고, 그런 감각적인 형태를 비교적 저렴하게 시공하기 위해 컴퓨터 기술이 적극 개입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조각가의 작업방식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실제로 그는 주변에 많은 예술가들을 친구로 두고 있다고 한다. 게리 선생의 형태를 애써 무시하고, 평면을 잘 응시해 보면 주변의 일반적인 모더니스트들과 그렇게 다르진 않다. 이는 그가 주변의 맥락을 잘 살피고, 도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간을 설계한다는 말이니 그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나는 하고 있는 거다. 즉 껍데기만 보면 정신 사납지만, 게리는 건축 본연의 영역들에 대해서 매우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조각처럼 보이지만 분명히 기능을 하는 제대로 된 건축인 것이다.●90세 넘은 나이에도 멈추지 않는 열정 90세 넘은 노인인 게리는 최근 방송에 나와서 밝히기를 자기는 아직도 제일 일찍 사무실에 나오고 가장 늦게 퇴근한다고 한다. 그가 하지 않은 말에 대해 상상해 보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싶다. “너무 오랫동안 해온 일이라서, 어떻게 멈추어야 할지 몰라서 계속 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스케치한 것들을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이 수없이 다양한 가능성의 모형 제작 및 실험을 통해 건축화하고, 그것을 보는 것 자체의 재미가 매우 쏠쏠하다. 이렇게 재미있는 놀이가 어디 있겠나. 낙서가 모형과 도면으로 변하고 그것이 자본과 인력을 통해서 건물이 되고, 또한 도시의 일원이 되면서 활력을 주니 이보다 더 큰 즐거움이 있겠는가?” 어찌 됐건 나는, 그의 열정이 놀라울 따름이다. 게리의 건물 중에 몇몇을 우연히 무계획적으로 방문하게 됐는데, 그중 내 마음에 남는 몇 건물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우선 몇 년 전 체코 프라하를 들렀다가 이른 새벽에 블타바강 주변을 산책하던 중 갑작스럽게, 그리고 놀랍게 게리 선생의 춤추는 집 건물과 맞닥뜨리게 됐다. 수없이 이미 사진을 보아 왔지만, 신기하게도 실물이 훨씬 멋있었다. 외부조명이 비추는 덕에 건물의 율동감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고, 알려진 이름처럼 정말로 춤을 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놀랍게도 주변 건물과 꽤나 잘 어울렸다. 게리 선생의 작업치곤 작은 건물이지만 역시 의외의 즐거움을 주는 건물이다.호주 시드니에서 건축가 친구와 같이 가본 ‘브라운 페이퍼백’이라는 별명을 가진 대학 건물도, 멀리서 볼 때부터 나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정말 구멍이 뽕뽕 뚫린 종이봉투같이 보였지만 가까이 가보니 복잡한 외벽 모조리 벽돌로 돼 있어서 다시 한 번 놀랐고, 안에 들어가 보니 아주 거대한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학생이 창턱에 앉아서 책을 읽는 장면, 과장된 스케일의 나무 부재들 등이 매우 온화하고 편안한 기분을 들게 해 주었다. 미국 MIT에 있는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생물학연구소 율동복합체는 매우 복잡하며 규모가 크다. 내부는 그에 걸맞게 엄청 다양한 스케일의 공간과 빛의 연출로 이루어져 있고, 여기서는 특히 흔한 말로 ‘혼자 편하게 짱 박힐’ 수 있는 공간들로 넘쳐났다. 난간을 포함해 모두 다 구불구불 개성을 뽐내고 있었고, 직각이라고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다.●통제받지 않은 자유로운 에너지가 깃들어 그렇다! 게리의 건물은 분명 편안함을 주는 부분이 크다. 통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가 그 공간 안에 녹아 있다.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디즈니 홀은 겉에서만 관람했는데, 내 기준에선 게리의 작업 중에 제일 멋있는 건물인 것 같다. 재료를 한 가지로 통일해서 복잡한 형태들의 군집이 잘 정리됐고, 형태의 율동성도 아주 적당한 선들에서 절제돼 있어 균형이 아주 잘 잡힌 건물로 보인다. 나는 분명 게리보다 한술 더 뜨는 사람이다. 더 제멋대로이고, 일상에서 그리고 건축과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곳에서 영감을 받고, 찾아오는 의뢰인으로부터도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좋게 이야기하면 건축에 대한 경계가 별로 없는 사람이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틀 없는 건설노동자 같은 사람이다. 최근에는 아마추어 건축가와 그들이 지은 놀랍고도 엉성한, 혹은 치밀한 집들을 경험한 덕분에 더더욱 건축의 경계에 대한 생각이 더 흐물흐물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2000년에 사무실을 오픈했으니 벌써 20년차다. 그동안 대략 50여채의 건물을 지었고, 또 대략 그 두 배 정도의 계획안을 하지 않았나 싶다. 스페인 투우가 인상적이었다는 의뢰인 덕에 건물에 뿔을 달아 보기도 하고(락있수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건물을 지어 달라는 의뢰인의 욕망 덕분에 우주오리가 탄생하기도 했다(사실 나는 바람에 날리는 여인의 머리와 머리칼을 상징하려 했지만…). 전생에 드라큘라였다고 하는 의뢰인에게는 ‘드라큘라의 성’(상상사진관)을 선물했다. 영화 ‘투문정션’에 깊은 감동(?)을 받은 의뢰인 덕에 영화 제목과 동일한 건물도 탄생했다.●건축, 무한한 가능성을 품다 평소 그리던 그림들이 뉴욕 현대미술관(MOMA), 국립현대미술관에 영구 소장되는 행운을 맞이하기도 했고, 최근엔 무유기라는 새로운 협동체의 디자인 디렉터로 2020 두바이엑스포 한국관 공모전에 당선되기도 했다. 대학원 설계수업 발표 때 많은 일이 벌어지곤 했는데, 우선 내가 제작한 거대하고 벌건 모형 앞에 서면 왠지 설명하기가 싫어졌다. 모형이 이미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했고, 설명은 대체로 오해를 낳는다고 믿었었다. 말의 차원을 넘어서 무언가를, 하물며 작은 감동이라도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간혹 짧게 한마디씩 하곤 했다. “아이 원투 겟 어크로스 섬 이모션스 스루 아키텍처.” 이런 말을 하고 나면, 크리틱으로 온 미술계 쪽 인사는 나를 무척 옹호하고 칭찬했으며, 기존 건축계 인사들은 매우 비판적이면서 불편해했다. 결국 나는 스스로 관객이 돼 버리고, 그 두 분야의 인사들끼리 언쟁을 나누는 장면을 바라보곤 했다. 나는 건축가(?)로서 건축이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고, 최고의 걸작을 짓는다는 마음보단 항상 새롭고, 신선하며, 재미있으면서 따뜻하고, 순간 숙연함의 영역을 엿볼 수 있는 가능성의 충만체로서 미완의 건축을 바라보고 있다. 온 세상을 건축이라는 꼬치에 꽂아 조금씩 야금야금 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들 건축가는 50대에 성숙한다는 말이 있는데, 성숙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초심자처럼 항상 설렘을 가지고 일하고 싶다. ‘오춘기 소년’처럼 말이다. 건축가 문훈
  • “이게 편해?” 어느 여객기 앞좌석 위로 맨발 올린 女승객들

    “이게 편해?” 어느 여객기 앞좌석 위로 맨발 올린 女승객들

    어느 한 여객기에서 두 여성 승객이 앞 좌석 등받이 위쪽으로 맨발을 당당하게 올려놓고 있는 모습이 인터넷상에 공유돼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익스프레스 등 외신에 따르면, 논란의 사진 한 장은 인스타그램에서 ‘패신저 셰이밍’(Passenger Shaming)이라는 계정에 공유된 것으로, 네티즌들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들 여성을 맹비난했다. 사진은 한 상업용 여객기의 이코노미석에서 촬영된 것으로, 나란히 앉은 이들 여성은 각각 앞 좌석 등받이 위쪽으로 당당히 맨발을 올려놓고 있는 모습이다. 좌석 위로 우뚝 솟아 있는 이들 여성의 맨발은 다른 승객들에게 불쾌감을 주기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두 여성의 얼굴은 좌석에 완전히 가려져 있어 공개적인 망신은 피한 모양이다. 지금까지 500개가 넘는 댓글과 8000개가 넘는 추천을 받으며 공유된 이 사진에는 이들 여성의 무례한 행동을 맹렬하게 비난하는 댓글이 대다수다. 그중에는 “더럽다”, “추잡하다” 같은 일차원적인 비난 외에도 “비행 중에 무료로 산부인과 검진이라도 받는 것이냐”와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왜냐하면 사진 속 두 여성의 자세는 보기에도 불편해 보이기 때문이다. 패신저 셰이밍은 전직 객실승무원이었던 숀 캐슬린이 일반 승객이나 다른 승무원들에게 제보받은 진상 승객들의 행태를 공유함으로써 비판을 이끌어 기내 문화를 개선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인스타그램 계정이다. 여기에는 맨발을 등받이에 올리는 행동 외에도 좌석 등받이를 뒤로 젖히거나 긴 머리카락을 좌석 뒤로 넘기고 앉고 맨발을 앞좌석 팔걸이 쪽에 올리는 등 가지각색 민폐 행위가 공유된다. 이에 대해 캐슬린은 지난해 초 호주 유명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민폐 행위는 시간이 지나면서 늘고 있는데 이는 점점 더 많은 승객이 특권 의식을 지니게 되면서 행실이 더 나빠진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사진=패신져 셰이밍/인스타그램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이제야 같이 묻히겠구려”…67년만에 돌아온 남편의 유해

    “이제야 같이 묻히겠구려”…67년만에 돌아온 남편의 유해

    “남편의 시신을 못 찾아서 무덤이 없으니까 내가 죽거든 선산에 묻지 말고 뿌려 달라고 말해 왔을 정도로 오랜 세월 가슴 아파하며 살아왔습니다. 남편을 찾게 돼 앞으로 같이 묻힐 수 있다니 너무나 다행이네요.” 6·25전쟁에서 남편 김진구 하사를 여읜 부인 이분애(90)씨는 9일 지난해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굴된 유해 가운데 남편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소식에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6·25전쟁 종식을 불과 2주 앞두고 DMZ에서 전투 중 사망한 국군 전사자 유해 4구의 신원이 올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이날 “지난해 DMZ 내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 중 국군 전사자 4명의 신원이 올해 처음으로 확인됐다”며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김 하사를 포함해 정영진 하사, 임병호 일등중사, 서영석 이등중사 등 4명”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들은 모두 제2사단 31연대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정전협상이 진행되던 1953년 7월 중순 화살머리고지 4차 전투에서 치열한 전투 끝에 전사했다. 정전협정 체결을 불과 2주가량 앞둔 시점에서 숨졌다. 특히 이들은 부인과 아이들을 피난길에 남겨둔 채로 전장에서 홀로 전사해 안타까움을 더했다.유해의 대부분은 발굴 당시 개인호에서 부분 유해 및 골절된 상태로 발굴돼 전사하기 직전까지 목숨을 걸고 전투를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유해의 신원은 발굴 이후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 검사를 통해 확인됐다. 군 당국은 향후 유해에 대한 귀환행사와 안장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군 당국은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화살머리고지 군사분계선(MDL) 남측 지역에서 2000여점의 유해와 6만 7000여점의 유품을 발굴했다. DMZ에는 현재 1만여구의 유해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DMZ 내에서 발굴된 유해 중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총 7명이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신천지 측이 밝힌 신도 ‘생활치료센터 도주 난동’ 이유

    신천지 측이 밝힌 신도 ‘생활치료센터 도주 난동’ 이유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거부하고 도주하는 등 난동을 부린 신천지 신도에 대해 대구 신천지 측이 “조현병 전력이 있는 신도”라고 해명했다. 대구 신천지 측은 9일 “생활 치료센터 입소를 거부하고 소동을 일으킨 교인 A(67)씨는 조현병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대구 신천지 관계자는 “A씨는 10년 전 조현병 치료를 받았고, 최근에는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해 자신을 통제하지 못했다고 가족이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천지 측도 A씨의 과거 병력을 알지 못했으며 국민 여러분의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진자인 A씨는 지난 8일 오후 8시 20분쯤 경북대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되던 중 센터 앞에서 난동을 부렸다. 방역당국은 A씨가 난동을 부리자 당초 격리 입원 중이던 대구의료원으로 다시 데려왔다. A씨는 병실 이동 과정에서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 머리채 등을 잡아당긴 뒤 도망갔다. 당시 인근에는 경찰 등도 있었으나 방호복이 없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방호복을 착용한 경찰 등이 오후 9시 20분쯤 대구의료원 인근에서 A씨를 붙잡았다. 방역당국은 A씨를 대구의료원에 재입원시켰다. 추후 업무방해 및 폭행,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법적 검토를 거쳐 고발할 방침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MH17편 미사일 격추 5년 반 만에 9일 헤이그에서 재판 시작

    MH17편 미사일 격추 5년 반 만에 9일 헤이그에서 재판 시작

    코로나19 방역에 지구촌 전체가 온 신경을 집중한 가운데 슬프고도 희한한 재판이 9일(이하 현지시간) 네덜란드에서 시작된다. 바로 2014년 7월 17일 러시아제 미사일에 격추된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 MH17 격추에 책임있는 4명에 대한 재판이다. 당시 보잉 777 기종에 탑승했다 희생된 사람은 10개국 298명이다. 러시아가 지원하는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하다 미사일에 산화(散華)했다. 네덜란드인이 희생자의 3분의 2를 차지해 네덜란드 검찰이 국제 수사팀을 이끌었고, 재판도 헤이그에서 열린다. 희생자의 국적은 네덜란드 193명, 말레이시아 43명(승무원 15명 포함), 호주 27명, 인도네시아 12명, 영국 10명, 독일과 벨기에 4명씩, 필리핀 3명, 캐나다와 뉴질랜드 한 명씩이다. 네덜란드 수사팀은 러시아 군기지에서 북(Buk) 미사일 요격 시스템에 따라 미사일을 발사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4명의 피고인은 사고기가 이륙했던 스키폴 공항 활주로에 가까운 곳에 있는 법정에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3명은 러시아 국적이고, 한 명은 우크라이나 동부 출신이다. 두 나라 모두 피고인들을 추방하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인 피고 한 명의 변호인들이 재판부와 상의해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진술하기로 했다. 러시아 정부는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 왔음은 물론이다. 애나 홀리간 BBC 헤이그 특파원은 앞으로 2주 동안 피고 없이 재판을 진행하는 게 타당한지 따져보게 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희생자 유족 등은 법정에 시신이나 유품도 제대로 찾지 못해 얼마나 자신들의 삶이 엉망이 됐는지 호소하고 어떤 처벌이 적정한지 의견을 털어놓을 수 있다고 했다.예를 들어 피엣 플로엑은 조카의 시신이 80조각으로 발견됐다며 목록을 보내와 자신의 금고에 보관했다. 동생 알렉스의 유해는 한 조각도 찾지 못했다. 플로엑은 피고인들이 화상회의 를 통해 얼굴을 비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재판이 자신이나 다른 유족들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숨겨진 진실을 여는 유일한 열쇠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어떤 일이 진짜 일어났는지,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세계가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언론은 3명의 판사로 구성된 재판부 앞에 13명의 증인이 진술할 예정이라며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고 보도했다. 재판부는 이미 검찰에 충분한 진술을 마친 이라면 법정에 꼭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또 익명으로 진술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재판에는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두 피고인은 러시아 군 첩보기관 GRU 요원인데 각종 사이버전 음모와 영국 솔즈베리 신경가스 테러를 주도한 조직이다. 4명의 이름과 전력은 다음과 같다. --이고르 지르킨, 일명 스트렐코프. 러 연방첩보국(FSB) 대령 출신.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를 장악한 반군 조직의 국방장관으로 불린다고 검찰은 파악. --세르게이 두빈스키, 일명 크무리. GRU에 취업한 전력이 있다고 검찰은 파악. 지르킨의 부관이며 러시아와 정기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있음. --올레그 풀라토프, 일명 기우르자. GRU 산하 특수부대 병사였다가 도네츠크 정보국 부국장으로 변신한 것으로 알려짐. --레오니드 카르첸코, 일명 크롯. 우크라이나 동부 반군의 지휘관으로 전투를 지휘하지도, 군 배경도 없는 우크라이나인으로 검찰은 파악.재판부는 4명 모두에게 소환장을 보냈으나 이들이 수령했는지 파악되지 않았다며 재판 초기에 이들에게 소환장을 전달하기 위해 더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게 된다. 변호인을 대신 내보낸다고 밝힌 피고인은 풀라토프로 재판부는 이를 궐석 재판으로 인정해야 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지르킨은 BBC에 법정의 정통성이 의심된다고 했다. 스티브 로젠버그 BBC 모스크바 특파원은 최근 러시아 정부는 무조건 부인하고 보는 경향을 보이는데 MH17도 예외가 아니라고 했다. 자신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주장하며 네덜란드 재판의 정당성을 훼손하려 애쓰고 있다.마리아 자카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정치적 이유가 지배한다는 것을 100% 확신한다”며 네덜란드 수사팀에 “엄청난 양의 자료를 넘겼는데 이런 노력은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로젠버그는 지난해 3명의 자국민 피고에게 국제 체포영장이 발부됐을 때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으며 러시아 헌법에 따르면 자국민을 추방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수사팀은 러시아가 넘긴 자료들은 “여러 요소들에 관해 팩트가 부정확하다”고 반박했다. 지난 연말 수사팀은 미사일 발사 지점 근처의 반군 방공대를 지휘한 우크라이나인 용의자를 체포하라고 러시아에 요청했는데 러시아는 이 남자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여행하게 허용했다. 네덜란드와 호주 정부는 2018년에 러시아가 여객기를 격추한 북 미사일 발사대를 배치하는 데 책임이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당시 수사팀이 확보한 교신 녹취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반군은 러시아 군과 정규적으로 접촉했으며 자칭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우두머리는 전날 밤 “명령을 실행에 옮겨 하나 뿐인 국가, 러시아연방의 이익을 보호하겠다”고 다짐한 내용도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빈관중석 향해 박수...호날두가 무관중에 대처하는 방법

    빈관중석 향해 박수...호날두가 무관중에 대처하는 방법

    9일 새벽 세리에A 유벤투스-인터밀란전 무관중으로 열려호날두, 마치 관중이 있는 것처럼 수 차례 행동해 눈길 끌어유벤투스는 2-0 승리해 라치오 제치고 리그 선두 자리 탈환호날두, 어시스트 1개만 기록...12경기 연속골 신기록 실패이탈리아 프로축구 유벤투스의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관중 없이 열린 세리에A 경기에서 마치 관중이 있는 것처럼 행동해 눈길을 끌었다. 호날두는 9일 새벽 이탈리아 토리노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시즌 세리에A 26라운드 인터밀란과의 원정 경기에 출전해 애런 램지의 선제골을 어시스트 하는 등 유벤투스의 2-0 승리를 거들었다. 원래 지난 주 예정된 경기가 미뤄져 이날 열렸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관중석을 텅 비워 놓고 개최된 경기에서 호날두는 마치 관중이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경기장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린 뒤 드레싱룸으로 향하는 통로에서 마치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듯한 ‘마임’(?)을 선보였다. 드레싱룸으로 가는 통로는 평소에는 팬들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이다. 호날두는 또 킥오프 전에는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다가 빈 관중석 곳곳을 향해 양 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박수를 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마치 관중이 있는 듯한 모습을 취한 것이다.  앞서 이 경기가 무관중 경기로 결정됐을 당시 호날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장에 팬들이 없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건강이 첫 번째다. 무관중 경기가 최선이라면 옳은 결정이라고 본다”면서 “사실 나는 팬들이 없다면 행복하지 않겠지만 책임감은 같다. 좋은 경기를 해서 승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램지와 파울로 디발라의 연속골을 앞세워 승리를 챙긴 유벤투스는 승점 63(20승3무3패)을 기록하며 라치오(승점 62·19승5무2패)를 제치고 리그 1위를 탈환했다. 호날두는 이날 세리에A 신기록인 12경기 연속골에 도전했으나 무득점에 그쳤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오스트리아 돌로미티 두 곳 눈사태로 적어도 6명 사망

    오스트리아 돌로미티 두 곳 눈사태로 적어도 6명 사망

    오스트리아 알프스(돌로미티) 두 군데에서 눈사태가 일어나 적어도 6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잘츠부르크에서 남동쪽으로 80㎞ 떨어진 닥슈타인 산악 지대의 해발 고도 2800m에서 체코 관광객 5명이 설피 투어를 즐기다 눈사태를 만나 변을 당했다고 영국 BBC가 8일(현지시간) 전했다. 헬리콥터 7대가 떠 수색 작업에 투입된 100명 가량을 태워 날랐다고 헤리베르트 에이슬 구조대장이 말했다. 그는 “산의 들머리인 랑크루프트 바로 아래 닥슈타인의 북사면에서 눈사태가 일어났다. 동원 가능한 인원을 끄러모았지만 불행하게도 해피엔딩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월에도 람사우 암 닥슈타인에서 밤 사이 눈사태가 호텔을 덮쳐 손님 60명이 부상을 입은 채 탈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눈사태는 위력이 대단해 달리던 자동차들을 도로 위에서 튕겨내고 유리창을 깨고 차 안에까지 눈을 밀어넣었다. 이 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스키장에 4만명 이상이 갇히게 만들었다. 또 남부 카린티아 지역에서 다른 눈사태가 일어나 33세 경찰관이 목숨을 잃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숫자 3과 사람·만물의 소생

    [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숫자 3과 사람·만물의 소생

    좋아하는 숫자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바로 삼(3)이라 대답한다. 3이 좋아서가 아니다. 어려서부터 3이란 숫자를 하도 많이 듣고 보고 쓰다 보니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가 3이라 한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셋째 딸은 선도 보지 않고 데려간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속담만이 아니다. 삼년상, 삼고초려, 내기를 해도 꼭 삼세번, 경기도 삼판승, 메달도 금은동, 방망이도 세 번 탕탕탕, 관제도 우의정·좌의정·영의정 3정승, 상중하. 이처럼 숫자 3은 우리 문화와 생활 속에 완전한 숫자로 자리잡고 녹아 있다. 왜 그럴까. 첫째, 3은 완성, 완벽, 안정을 상징하는 숫자이다. 하나만 있으면 불안정하고 둘은 구분이나 대립은 될 수 있지만 1과 마찬가지로 생성할 수 없는 불완전 상태이다. 1과 2를 합한 3은 더하거나 뺄 것이 없는 완벽하고 안정적인 구조를 가진다. 천지인의 세 가지를 기본으로 창제한 훈민정음도 그렇고 단군신화에 보이는 풍백·우사·운사의 3신, 천부인 3개, 무리 3천, 고구려 건국을 상징하는 세 발 달린 삼족오, 불가에서 말하는 삼존불, 성서의 성부·성자·성령의 삼위일체 등은 숫자 3의 완벽함을 말해 준다. 둘째, 3은 반복, 강조, 금기의 해제 등을 의미한다. 복잡하고 긴 것도 셋으로 구분하고 반복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강력한 강조의 효과를 낸다. 논문의 서론·본론·결론, 하루를 아침·낮·저녁, 신체의 구조를 머리·몸통·다리 등으로 구분하면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기억하기도 쉽다. 단군신화에 곰이 굴에 들어가 삼칠일(三七日※ 21일) 즉 세이레(한이레※ 7일) 만에 금기가 해제돼 사람이 된 것이나 출산 때 친 금줄을 세이레 만에 걷는 것도 금기의 해제를 뜻한다. 셋째, 3은 많음, 탄생, 만물의 소생을 의미한다. 이런 숫자 3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도덕경’에 따르면 3은 천지인의 도라 했다. 도는 1에서 시작되지만 1은 아무것도 낳을 수가 없어 음양으로 나뉘어 음과 양이 되고, 이 음과 양이 화합해 만물을 만들어 낸다. 고로 ‘1은 2를 낳고, 2는 3을 낳으며, 3은 만물을 생성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물을 이루는 천지는 3개월을 한 계절로 삼기에 제사 때 밥이나 술을 세 번 올리는 것을 예로 삼고, 군대는 기를 세 번 흔드는 것을 제도로 삼았다는 것이다. 또한 3은 음과 양을 함께 품은 수로서 1은 양인 하늘, 2는 음인 땅, 3은 사람으로 천지인을 품은 완전한 숫자이다. 숫자 1은 남자(양)를 뜻하고 2는 여자(음)를 뜻해, 남녀가 혼인해 아이를 낳듯이 1과 2를 더한 3은 생명의 탄생을 의미한다. 사람의 임신 10개월도 3에서 나온 것이다. 회남왕 유안(B.C 179∼B.C 122)이 지었다는 ‘회남자’에 따르면 천지인 3에 사람인 숫자 3을 곱하면 9이다. 여기에 9×9=81로 1은 해를 주관하며, 해의 수는 10이고, 해가 사람을 주관하므로 사람은 열 달 만에 태어난다는 것이다. 태아의 형태를 갖추는 것도 임신 3개월째이다. 첫달에는 기름덩어리가 생기고 2개월째는 살덩어리가, 3개월째는 태아의 형체를 갖추고 4개월째는 피부가 생기고 5개월째는 근육이 생기고 6개월째는 뼈가 굳어지고 7개월째는 모양새가 갖추어지고 8개월째는 움직이며 9개월째는 놀고 10개월째는 태어난다고 한다. 사람은 음양으로 이루어졌다.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양)을 닮은 것이고 발이 네모난 것은 땅(음)을 닮은 것이다. 또 사람에겐 9개 구멍이 있다. 입술 사이의 인중을 중심으로 위로 눈 2개, 귓구멍 2개, 콧구멍 2개 모두 숫자 2로 음을 상징한다. 인중 밑으로는 구멍이 한 개씩으로 입 1개, 배꼽 1개, 항문 1개, 요도 1개 등 모두 숫자 1로 양이다. 이처럼 사람은 한몸에 음양을 함께 갖고 있다.
  • [근대광고 엿보기] 독립운동가의 발명특허 1호-말총모자/손성진 논설고문

    [근대광고 엿보기] 독립운동가의 발명특허 1호-말총모자/손성진 논설고문

    고종의 조칙(詔勅)으로 단발령이 내려진 것은 을미사변 직후인 김홍집 내각 때였다. 남자들이 머리카락을 자르자 상투가 없는 머리에 얹을 모자가 외국에서 들어와 인기를 끌었다. 대한매일신보 1909년 8월 24일자에 중산모자, 중절모자, 운동모자, 학생모자, 부인모자, 예복모자, 상복모자 등 모자를 종류별로 소개한 광고가 실렸다. 이 모자들은 보통 모자가 아니라 말총으로 만든 말총모자다. 말총이란 말의 갈기나 꼬리의 털을 뜻하는데 질기고 촉감이 좋아 예전부터 갓, 망건, 탕건, 관모, 허리띠 등을 만드는 데 쓰고 있었다. 광고 위쪽에는 등록상표인 비둘기 문양이 있다. 그 아래에 남성이 모자를 물로 씻는 모습이 있듯이 말총모자의 장점은 심하게 구겨져도 물에 담그면 잘 펴지고 세척이 쉽다는 점이었다. 땀으로 더러워진 부분과 먼지, 때를 비누와 솔로 문질러 씻으면 새것처럼 쓸 수 있다고 광고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전통 갓을 만드는 재료인 말총을 이용해 만든 서양식 모자는 광고에 써 놓은 대로 발명특허를 받은 제품이었다. 광고를 내기 5일 전인 1909년 통감부 특허국에 특허 제133호로 등록됐으며 한국인 특허로는 1호였다. 말총모자를 만들어 특허를 받은 인물은 정인호(1869~1945) 선생이다. 그런데 광고에 보면 좌우에 서양식 복장을 하고 모자를 쓴 남녀가 ‘옥호서림광고’(玉虎書林廣告)라고 적힌 글자판을 들고 있어 의아하게 한다. 정인호는 궁내부 감중관이라는 관직과 청도군수 등을 지내다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자 사직하고 1906년 고향 양주에 동흥학교를 세워 교장을 지냈다. 또 교과서를 저술하는 등 교육을 통한 구국운동에 헌신한 사람이다. 구세의원이라는 병원을 세워 운영하기도 했다. 1908년 선생은 ‘초등대한역사’, ‘최신초등소학’ 등의 교과서를 저술, 이 교과서들을 옥호서림에서 펴냈는데 옥호서림의 주인이 바로 정인호였다. 모자를 책과 함께 옥호서림에서 판매한 것이다. 선생은 말총으로 모자뿐만 아니라 핸드백, 토시, 셔츠 등의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일본, 중국 등에 수출도 하며 민족기업으로 키웠다. 그렇게 번 돈은 구국활동에 썼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독립운동에 본격적으로 투신, 구국단이라는 비밀결사를 조직하고 단장을 맡아 상하이 임시정부의 활동을 지원했다. 특히 부자들을 상대로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하는 데 힘을 쏟았는데 1920년 12월(음력) 충남의 부호 임병철에게 군자금 납입을 요구하다가 일경에 붙잡혀 징역 5년을 선고받아 옥고를 치렀다. 정부는 선생의 공훈을 기리어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sonsj@seoul.co.kr
  • 한·미·일 프로야구 동시에 ‘패닉’

    한·미·일 프로야구 동시에 ‘패닉’

    韓, 코로나에 구단들 훈련 일정 골머리 美, 고위험국가 방문 땐 구장 출입 제한 日, 정규리그 개막 2주 연기 방안 검토코로나19 확산으로 한미일 프로야구가 모두 패닉에 빠졌다. 한국 프로야구는 코로나19로 구단들의 스프링캠프 일정이 변경되는 등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 중이던 삼성과 LG의 타격이 컸다. 일본 정부가 한국·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에 대해 2주간 격리 및 대중교통 이용 금지 조치를 내렸고, 이로 인해 국내 항공사들이 9일 0시를 기준으로 도쿄와 오사카 이외 지역의 항공편을 모두 취소시킨 탓에 삼성과 LG는 스프링캠프 연장을 포기하고 급하게 귀국을 결정했다. 그런데 이미 귀국한 팀도, 귀국을 앞둔 팀도 이후 일정이 더 큰 문제다. 대규모 선수단을 집으로 돌려보냈다간 어디서 어떻게 감염될지 모르고, 그렇다고 합숙 훈련을 하자니 집단 감염 가능성이 있다. 특히 8일 귀국한 삼성은 연고지인 대구·경북 지역에서 가장 많은 확진환자가 발생해 초비상이다. 삼성 관계자는 “선수단 규모가 100명이 넘기 때문에 합숙할 공간이 부족하다. 일부는 출퇴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라이온즈파크와 경산볼파크 모두 방역을 철저히 하고 외부 출입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들은 대부분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 해외에서 따로 훈련한다. LG의 타일러 윌슨은 모교인 미국 버지니아대학에서, 케이시 켈리는 친척이 코치로 재직 중인 미국 애리조나대학에서 연습한다. 멕시코로 돌아간 로베르토 라모스는 집 근처 야구 연습장에서 훈련을 이어 간다. 키움의 제이크 브리검, 에릭 요키시, 테일러 모터는 미국 플로리다로 떠나 함께 훈련하고, 미국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른 kt는 3명의 외국인 선수들을 애리조나에 남겨두기로 했다. 삼성은 외국인 선수들 모두 나리타공항을 거쳐 미국으로 떠났으며 개막 2주 전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마친 한화 역시 3명의 외국인 선수만 따로 미국에서 개인 훈련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이날 일본 미야자키 캠프를 마친 두산의 외국인 선수들은 동료들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와 시즌을 준비하기로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코로나19 고위험 국가(한국, 중국, 이탈리아, 이란 등)에 2주 이내 방문한 취재진 등 모든 이들에게 MLB 시설을 찾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8일 CBS가 보도했다. 일본프로야구(NPB)는 코로나19로 인해 오는 20일로 예정된 정규시즌 개막을 2주 늦춰 4월 초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12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닛칸스포츠가 8일 보도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대학의 이름으로… 청춘의 기부행렬

    대학의 이름으로… 청춘의 기부행렬

    ‘치킨 먹는 대신 기부합니다.’ ‘통장에 10만원밖에 없어서 만원만 기부해서 미안해요.’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입금했습니다.’ 개강이 연기된 대학가에서는 코로나19 극복에 힘을 보태려는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이맘때와 달리 캠퍼스는 텅 비었고 수업은 열리지 않지만, 온라인에서 학생들은 쌈짓돈을 모으고 머리를 맞댄다. 학생들을 대표해 학교 이름으로 기부금을 모으겠다는 ‘총대’ 자원자도 여럿이다. 대학가에서 기부 운동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경희대다. 지난달 26일 박민희(21), 문수현(21), 송유빈(21)씨는 “경희대 이름으로 코로나19 모금하면 참여할 사람이 있느냐”는 글을 대학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올렸다. 오픈채팅방을 통해 입금과 기부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부 캠페인을 벌이자는 아이디어였다. 기부처에 현금을 보낼지, 밥차를 보낼지도 논의하자고 이들은 제안했다. 글이 올라오자 기부 대상과 사용처를 정하자는 댓글이 달렸고 기부는 급물살을 탔다.박씨는 “모금 계좌 내역을 열어보고 놀랐다”면서 “1만~3만원 기부가 가장 많았고 교수님 이름으로 120만원도 들어왔다”고 말했다. 지난 3일까지 1500여명이 4672만원을 모았다. 학생들이 모은 기부금은 곧바로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전달됐다. 지난달 27일에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100만원을, 28일에는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와 대한적십자사에 각각 1000만원을 보냈다. 박씨는 “손수레를 끄는 주변의 노인분들에게 마스크를 소량으로 나눠 드리다가, 학생들이 단체로 기부에 나서면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기부 대상 기관들의 조건과 상황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뿌듯하다”고 전했다. 경희대 학생들의 선행이 알려지자 고려대, 숙명여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 다른 대학에서도 총대가 손을 들었다. 숙명여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지난달 28일 시작해 지난 6일까지 8일 동안 7838만원을 모았다. 5000만원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고 나머지는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부했다. 마스크를 직접 사서 전달하고 싶었지만, 전국적인 마스크 품귀현상에 대량 구매가 만만치 않아 현금 기부를 결정했다.숙명여대에서 모금을 시작한 전신영(21)씨는 “뉴스를 보면 남 일 같지 않았다. 며칠 뒤면 들어올 아르바이트 월급을 생각하다가 학교 이름으로 기부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글을 올렸다”면서 “소액 모금이 대부분이었는데도 글을 올린 지 3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1000만원이 모였다”고 전했다. 기부한 학생들은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송금 인증사진과 카드뉴스를 올려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냈다.신세희(22)·구채린(21)·오민영(21)씨와 함께 고려대 코로나19 기부 캠페인을 벌인 이수연(24)씨는 “다들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기부할 플랫폼을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면서 “학교 단체 채팅방이나 학교 커뮤니티는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어서 기부 참여가 활발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취업준비생인 이씨는 “겨울방학 동안 따려고 준비하던 자격증 3개가 시험이 다 취소돼 낙심했는데 통장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서 보낸 기부자의 사연이나 만원만 보내 미안하다는 글을 보고 감동과 위안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장애인들을 위한 모금도 진행됐다. 숭실대 동아리 ‘숭실대의 선한 영향력’은 지난 2일 확진환자이거나 자가격리된 장애인들을 위해 모금을 벌였다. 그 결과 지난 7일까지 모인 약 230만원을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에 기부했다. 김지찬씨는 “장애인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자가격리됐는데 생활에 불편을 겪는다는 기사를 보고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들을 돕고자 했다”면서 “급박한 상황에 처한 장애인들을 돕고자 20만원, 30만원이 모이는 대로 송금했다”고 말했다. 이 동아리의 이제혁 대표는 “기부금으로 대구나 다른 지역에서 자가격리된 장애인을 돕는 활동지원사 등을 위해 방호복이나 마스크, 손소독제를 살 예정이라고 들었다”면서 “우리보다 더 어려운 분들을 생각하고 돕자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한국인 학생들만 기부에 동참한 것은 아니다. 단국대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 97명은 모바일 메신저 ‘위챗’으로 이틀 동안 약 230만원을 모았다. 박사과정생인 천링윈(37)과 류원하오(34)는 중국에 다녀온 뒤 격리된 상황에서 단국대 중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위안화로 기부할 수 있는 QR 코드를 만들어 배포했다. 모금에 참여한 리하이싱(32) 단국대 박사과정생은 “중국에서 코로나19로 힘들어할 때 한국 정부가 제일 먼저 도움을 준 만큼 한국이 힘들 때 돕고 싶어서 기부했다”면서 “처음에는 마스크를 사서 기부하고 싶었는데 구매가 어려워서 학교에 기부를 도와 달라고 요청했더니 100만원을 보태 줬다”고 말했다. 대구 등 코로나19 의료 현장에 마스크나 방호복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병원이 필요한 물품을 직접 사서 기부하는 움직임도 있다. 서울대는 현금 기부 방식의 모금을 물품 기부로 바꿨다. 물품을 직접 기부하자는 의견이 많아서다. 지난 3일부터 7일 동안 1035명이 참여해 4171만원을 모았다. 이 돈으로 포항의료원,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원주의료원, 안동의료원, 대구의료원, 대구 경북대병원 등에 방호복 2075벌과 장갑 2만 7000개, 손소독제 100통을 보냈다. 일부 업체는 학생들의 기부 운동에 방호복 수십 벌을 기부하기도 했다.서울대 물품 기부를 제안한 손주승(21)씨와 기부금 내역을 공개하는 홈페이지를 만든 17학번 김영민씨는 구매처와 기부할 곳을 찾으려고 5일 동안 1000통이 넘는 문자와 100번이 넘는 통화를 했다. 급박한 의료 현장의 상황을 실감했고 현장의 일손을 조금이나마 도왔다는 보람도 느꼈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손씨는 “개인적으로 100만원을 기부하려고 기부처를 찾다가 경희대의 기부 캠페인 소식을 접하고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도 제안하게 됐다. 예상보다 반응이 긍정적이었고, 도와주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고려대 이수연(24)씨도 “병원이나 선별진료소에 연락해 보니 ‘돈도 감사하지만 제일 필요한 것은 마스크’라고 하더라”면서 “기부처를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가능하다면 마스크처럼 현장에서 필요한 물품을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번진 코로나19 기부 활동을 계기로 대학가와 우리 사회에 기부 문화가 정착될지 주목된다. 지난달 29일부터 고려대와 연세대의 공동 모금을 주도하고 있는 고려대 박찬민(20)씨는 “학교 동문은 아니지만 100만원을 기부하겠다는 분도 계셨고 선후배들이 공동으로 기부한 경우도 있었다”면서 “이번 모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기부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꾸준히 캠페인을 이어 가고 싶다”고 밝혔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확진’ 신천지 교인 난동후 1시간 도주극

    ‘확진’ 신천지 교인 난동후 1시간 도주극

    코로나19 확진환자인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이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거부하며 난동을 부린 뒤 도주했다가 다시 붙잡혔다. 8일 대구시에 따르면 오후 8시 20분쯤 경북대 생활치료센터로 이송 중이던 코로나19 확진환자 A(67)씨가 센터 앞에서 난동을 부렸다. A씨는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으로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A씨가 난동을 부리자 대구의료원으로 이송했으나 A씨는 병실 이동 과정에서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 머리 등을 잡아당긴 뒤 도망갔다. 방호복을 착용한 경찰 등은 오후 9시 20분쯤 대구의료원 인근에서 A씨를 붙잡았으며 이곳 병실에 재입원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방역 당국은 업무방해 및 폭행,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에 대한 법적 검토를 거쳐 A씨를 고발 조치할 방침이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간호사 머리 잡아당기고…코로나19 확진 신천지 신도 도주

    간호사 머리 잡아당기고…코로나19 확진 신천지 신도 도주

    생활치료센터 입소 거부하며 난동…고발 방침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인 신천지 신도가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거부하며 난동을 부리고 도주했다가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8일 오후 8시 20분쯤 경북대 생활치료센터로 이송 중이던 코로나19 확진자 A(67)씨가 센터 앞에서 난동을 부렸다. A씨는 신천지 대구시설 신도로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A씨가 난동을 부리자 당초 격리 입원 중이던 대구의료원으로 다시 데려왔지만, A씨는 병실 이동 과정에서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 머리 등을 잡아당긴 뒤 도망갔다. 인근에 경찰 등도 있었지만 방호복이 없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호복을 착용한 경찰 등은 오후 9시 20분쯤 대구의료원 인근에서 A씨를 붙잡았으며 이곳 병실에 재입원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방역 당국은 업무방해 및 폭행,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에 대한 법적 검토를 거쳐 A씨를 고발 조치할 방침이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접촉 대신…코로나 사태 속 中 미용실 ‘거리두기 서비스’ 눈길

    접촉 대신…코로나 사태 속 中 미용실 ‘거리두기 서비스’ 눈길

    7일 중국 본토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50명 밑으로 떨어지는 등 확산세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긴 하지만, 감염 불안감은 여전하다. 특히 상대적으로 바이러스 노출 가능성이 높은 대면 서비스직 종사자들의 부담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감염의 우려 속에서도 생계를 위해 업무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이들은 창의적인 방식을 고안해 고객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이 불가능한 중국 미용업계의 '사회적 거리 두기' 방식이 가장 눈에 띈다. 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미용실의 달라진 서비스 매뉴얼에 주목했다.웨이보 등 중국 SNS에는 최소 1.5m의 거리를 두라는 당국의 권고에 따라 창의적인 방법으로 대면 서비스를 수행하는 미용실의 모습이 줄을 잇고 있다. 쓰촨성 루저우시의 한 미용실 직원들은 마스크를 쓴 채 긴 막대기에 빗과 헤어드라이어를 테이프로 칭칭 감아 먼 거리에서 고객들의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이 미용실은 "아직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라며 관련 영상을 공유해 큰 관심을 받았다. 또 다른 미용실에서는 머리를 깎고 감기는 작업에도 모두 막대기를 이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허난성 출신의 이발소 주인은 "손질이 잘 되지는 않지만, 손님이 안심하실 수 있도록 최소한의 조처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거리 두기 서비스는 손님이 원할 때만 제공된다. 접촉 없이는 서비스 제공 자체가 불가능한 미용실의 특성 탓에 우리나라 미용업계의 한숨도 짙다. 대전 지역의 경우 4000여 개의 미용실과 150여 개의 이발소 중 20% 이상이 문을 닫았고, 나머지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여기는 호주] 코로나19 공포에 화장지 사재기로 몸싸움하는 여성들

    [여기는 호주] 코로나19 공포에 화장지 사재기로 몸싸움하는 여성들

    호주 내 코로나19 공포로 두루마리 화장지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시드니에서는 화장지를 두고 세여성이 몸싸움을 벌여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있었다. 호주 채널7 뉴스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이번 사건은 지난 7일 (현지시간) 오전 7시경 시드니 서부 추롤라 지역의 대형 슈퍼마켓인 울워스에서 발생했다. 몸싸움은 비슷한 회색 웃옷을 입은 23세와 60세 모녀가 쇼핑 카트에 많은 양의 두루마리 화장지를 사재기하자 제3의 여성(49)이 화장지 한 팩이라도 양보하라고 요구하면서 싸움이 벌어졌다. 쇼핑 카트에서 화장지 한 팩을 집어 들려는 제3의 여성을 딸인 여성이 주먹질했고 맞은 여성도 맞서 싸우자 엄마인 여성까지 합세해 3명의 여성이 화장지를 둘러싸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고성을 지르며 주먹다짐하는 상황이 연출됐다.직원이 개입하면서 몸싸움은 중단됐고, 제3의 여성이 모녀에게 "한 팩만이라도 달라"고 부탁했지만, 엄마인 여성은 "한 개도 줄 수 없다"라며 단호히 거절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손님은 "개인당 구매량 한계가 있는 거 모르냐"며 모녀를 비난하기도 했다. 결국 직원도 이들 모녀에게 "이런 식으로 사재기하면 안된다. 이러니 싸움이 난다"고 설명했지만, 모녀는 막무가내였다. 앤드루 뉴 뱅스타운 경찰관은 " 지금은 매드 맥스(핵전쟁 후의 약육강식을 다룬 호주 영화) 상황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이런 행동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시민들은 침착하게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뱅스타운거주자인 이들 모녀는 폭행 혐의로 기소가 되어, 4월 28일 뱅스타운 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한편 호주에서는 8일 현재 76명의 코로나19 확진자와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호주 파이낸셜 리뷰의 보도에서 팀 우즈 '인더스트리 에지' 마케팅 디렉터는 "호주가 수입하는 펄프의 15%만이 화장지를 만드는 데 사용되며, 펄프 수입은 뉴질랜드, 브라질, 칠레, 스웨덴, 핀란드 등 15개국에 하고 있고, 또한 호주는 화장지 자체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어 중국에서 수입이 줄어도 충분한 공급 물량을 생산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호주 자체 화장지 브랜드인 '퀼튼'을 생산하는 ABC 티슈와 '크리넥스'를 생산하는 킴벌리 클라크, 퀸즐랜드 티슈 회사들은 SNS를 통해 엄청난 화장지 비축분을 공개하며 호주 시민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그러나 호주 사회에 코로나19 공포로 일부 생필품 사재기가 시작하더니 '이러다 나만'이라는 불안감과 군중 심리가 전염병처럼 퍼지면서 화장지 사재기 광풍이 불고 있다. 결국 울워스 콜스 알디 같은 대형 슈퍼마켓은 한 사람당 구매량 제한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시드니 등 대도시의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오후가 되면 화장지, 쌀, 세정제, 파스타 등이 동이 나는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대구 신천지와 숨바꼭질에 절절…경기 종교집회 금지 검토

    대구 신천지와 숨바꼭질에 절절…경기 종교집회 금지 검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의 주범으로 지목된 대구 신천지 신도들의 비협조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7일 0시 기준 대구 확진자는 5084명이며 이중 3500여명 가량을 신천지 교인이 차지하고 있다. 검체검사를 피한 잠적, 격리시설 입소 거부, 방역 가이드라인과 배치된 집단생활 행태 등이 잇따르면서 대구시 방역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신천지 신도는 일반시민에 비해 감염비율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돼있다. 이때문에 대구시는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신천지 교인들이 의도적으로 연락을 끊거나 조사를 거부하고 있어 행정·방역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뜩이나 부족한 행정력과 의료진이 신천지 교인들과 숨바꼭질에 허비되고 있다. 결국 권영진 대구시장은 “아직 진단검사를 받지 않은 분들은 오늘 중으로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대구 신천지 집단거주지 10여곳 역학조사 대구시가 강제조사 방침을 밝혔지만 한정된 인력을 감안하면 음지로 숨어든 신천지 교인들 전수조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은 가늠하기 힘들다. 확진 판정을 받은 신천지 교인들도 말썽이다. 대구시는 의료시설 부족의 대안으로 생활치료센터를 개소했지만 입소를 거부하는 신천지 교인이 5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신천지 신도들은 ‘2인실이 싫다’며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거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인실이냐 2인실이냐 등을 결정하는 것은 방역대책본부의 영역이지 환자의 선택 사항이 아니다”라고 협조를 촉구했지만 뾰족한 대응책이 없어 애만 태우고 있다.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신천지 교인들의 행동패턴도 여전하다. 코로나19는 감염력이 매우 높아 대인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예방 및 감염확산의 핵심인데 신천지 교인들은 단체 생활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통째로 봉쇄되는 코호트 격리 조치를 받은 대구 임대아파트의 경우 입주민 142명 중 94명이 신천지 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세대에 불과한 아파트에 3분의 2가량이 특정 종교인이 집중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경기도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 검토 대구시는 현재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거주지가 1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곳을 상대로 역학조사를 진행한 뒤 확진자가 다수 발견될 경우 추가로 코호트 격리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권영진 시장은 “신천지 명단을 확인한 결과 의심되는 곳 10군데 정도를 찾았고, 추가 역학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신천지 교인들이 거주하는 집단시설은 시민들이 적극 제보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을 검토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경기도는 신천지 신도 및 시설 전수조사, 민관 행사 취소, 노인 등 집단시설의 예방적 코호트 격리 등 위험영역에 대한 철저한 예방 및 사후 조치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며, ‘실내공간에서 2미터 이내 밀접접촉’이 방역당국이 밝힌 코로나19 전파경로라고 설명했다. 이어 “종교행사의 특성으로 인해 종교집회가 감염취약 요소로 지적되고 실제 집단감염 사례도 나타나고 있으나,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활동자유의 제약이라는 점에서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회 중 2247곳은 가정예배를 결의했지만 전체 교회 중 56%에 해당하는 2858곳이 집합예배를 강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종교집회를 강제금지할 경우 엄청난 반발과 비난이 예상되나 이번 주말 상황을 지켜보면서 경기도내 종교집회 금지명령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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