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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누아쿠-데이비스 갈등에 골머리…외국인 선수에 희비 엇갈린 모비스·소노

    오누아쿠-데이비스 갈등에 골머리…외국인 선수에 희비 엇갈린 모비스·소노

    공수 중심을 잡아야 할 외국인 선수의 팀 적응 여부에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와 고양 소노의 희비가 엇갈렸다. 소노는 치아누 오누아쿠와 디욘테 데이비스의 갈등이 경기 출전 거부 사태까지 이어지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노는 24일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3~24 프로농구 정규시즌 현대모비스와의 홈 경기에서 72-92로 졌다. 치나누 오누아쿠가 37분을 넘게 뛰면서 20득점 14리바운드 6도움으로 분전했으나 팀 동료들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2옵션인 디욘테 데이비스는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점수 차가 많이 벌어진 4쿼터 막판에도 김승기 소노 감독은 국내 선수 5명을 내보냈다. 지난 23일 원주 DB전에서 출전을 거부한 여파가 이날 경기까지 이어진 것이다. 김 감독은 현대모비스와의 경기 전 “두 외국인 선수가 (2016년) 미국프로농구(NBA) 신인 드래프트 동기인데 데이비스가 더 빠른 순위로 뽑혔다”면서 “데이비스가 오누아쿠의 백업으로 뛰는 걸 기분 나빠한다. 서로 대화도 하지 않는다. 외국인 선수 구성도 아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비스는 전체 31순위로 보스턴 셀틱스, 오누아쿠는 37순위로 휴스턴 로키츠에 입단했다.시즌 개막 직전 2013년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앤서니 베넷의 대체 선수로 소노에 합류한 데이비스는 지난달 중순 오누아쿠가 팀에 합류하면서 출전 시간이 대폭 줄었다. 이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데, 출전 거부 사태가 계속되면 소노도 교체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이번 시즌이 끝나고 선수를 보강해야 한다. 오누아쿠도 현재 선수단 구성에 불만이 있다”며 “단장님까지 나서서 창단 과정을 이해시켰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케베 알루마가 팀 내 최다 23득점 12리바운드로 맹활약했고 1옵션 게이지 프림이 11분 45초를 뛰며 8점을 올렸다.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외국인 선수 대결에서 우위에 있었다. 득점보단 에너지나 국내 선수들과의 호흡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면서 “알루마와 프림이 팀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부분이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박무빈(15득점)도 프림에 대해 “경기 중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한국 문화와 달라 놀랄 수 있다. 그러나 질타가 아니라 정신 차리자는 파이팅이다”라며 “작년보다 흥분도 덜 하고 있다. 프림이 스스로 인지하고 있어서 같이 더 신경 쓰고 맞춰가겠다”고 전했다.
  • 26년 만에 올린 결혼식…한총리, “김치! 참치! 꽁치!” 외친 이유

    26년 만에 올린 결혼식…한총리, “김치! 참치! 꽁치!” 외친 이유

    한덕수 국무총리가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신신예식장을 찾아 결혼식을 올리는 부부를 위해 ‘깜짝 주례’를 섰다. 신신예식장은 창업주 고 백낙삼 전 대표가 지난 4월 별세할 때까지 50여년 간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무료 예식을 치러준 곳으로 유명하다. 아들인 백남문씨가 2대 대표를 맡아 고인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한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백 전 대표가 떠나신 뒤 부인과 아드님이 고인의 유지를 이어가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간이 나면 작은 힘이라도 꼭 보태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성탄절 이브인 오늘 인연이 닿았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26년간 함께 살다가 이날 신신예식장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리는 부부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주례를 맡기로 했다. 혹시 부부가 부담을 느낄까 봐 한 총리가 주례를 본다는 사실을 당사자와 그 가족들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한 총리는 “예식 전에 도착해 ‘오늘 주례를 맡게 됐다’고 인사드렸더니, 부부는 물론 따님과 아드님, 시누이 부부까지 온 가족이 깜짝 놀라며 좋아했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주례사에서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자식들 반듯하게 키우며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오셨으니 충분히 자부심 가지실 만하다”며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서로 의지하며 희끗희끗한 머리가 마저 파 뿌리 되도록 해로하시라”고 말했다. 백 전 대표가 생전 무료 결혼식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면 외쳤던 “신랑 신부님, 웃으세요. 김치! 참치! 꽁치!”라는 구호를 한 총리가 하자 결혼식장 곳곳에서 웃음이 나왔다. 한 총리는 “신랑·신부가 기념사진을 찍으며 쑥스러워하시기에 먼저 힘차게 외쳤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는 “신신예식장은 고단하게 사느라 웨딩드레스 입은 사진 한 장 없이 반백이 되신 분들이 애틋한 꿈을 이루는 곳으로, 돌아가신 백 전 대표님께서는 그 꿈을 이뤄주는 데 평생을 바쳤다”며 “예식장 벽면에 빼곡하게 붙은 신랑 신부 사진을 하나하나 살펴봤다”고 전했다. 이어 “사랑 중에 제일 애틋한 사랑은 오래된 사랑”이라며 “어려운 형편에도 열심히 일하며 온갖 풍파를 함께 견딘 분들이 서리 내린 머리로 식을 올리는 모습이 찡했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주례를 마치고 예식장을 떠나면서는 백 전 대표의 부인 최필순 여사와 아들인 백남문 현 대표에게 “부친의 뜻을 이어줘 고맙다”고 격려했다. 한편 고 백낙삼 전 대표는 1967년부터 신신예식장을 운영하며 신혼부부에게 예식장 공간 사용료와 의복 대여비, 기념사진까지 모두 무료로 제공했다. 고객 대부분은 값비싼 결혼식을 치르기 어려운 가난한 신혼부부였다. 선행이 알려지면서 백 전 대표는 국민포장,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2021년에는 LG 의인상을 받기도 했다. 백 전 대표는 지난 4월 28일 93세 일기로 1년간 투병 끝에 숨졌다.
  • [월드 핫피플] 30년전 미해결 독극물 중독사건…중국 칭화대 여학생 끝내 사망

    [월드 핫피플] 30년전 미해결 독극물 중독사건…중국 칭화대 여학생 끝내 사망

    1994년 중국 베이징의 최고 명문대인 칭화대 화학과 3학년생이던 주링은 탈륨에 중독됐지만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결국 30년 만에 사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3일 칭화대가 30년간의 투병 끝에 주링이 사망했다고 밝히자 미해결 독극물 중독 사건 피해자의 죽음에 안타까움과 분노의 물결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칭화대는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를 통해 지난 22일 밤 주링(50)이 오랜 투병 끝에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녀는 “용감하고 강한 사람”이었다며 “주링의 삶은 많은 동문과 사회, 대학의 보살핌과 지원, 격려와 함께했다”라고 애도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악명높은 독극물 중독 사건에 정의가 실현되지 못하고 영원히 미제로 남게 되자 1만 2000개 이상의 댓글을 올리며 슬퍼했다. 주링은 1994년 말 머리카락이 빠지고 통증이 있다고 호소했으며, 다음해 4월 의사들은 그녀가 감지하기 어려운 급성 독성 물질인 탈륨에 중독됐다고 확인했다. 탈륨에 중독된 주링은 몸이 마비되고 시력도 잃었으며 지적 능력도 저하돼 어린아이와 같은 지능을 갖게 됐다. 중국 지진관리국에서 은퇴한 엔지니어이자 현재 80대인 아버지가 그녀를 돌봤다. 주링이 어떻게 탈륨이 중독됐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그녀의 대학 룸메이트 중 한 명이 유일하게 탈륨에 접근할 수 있어 용의자로 의심됐지만, 조사를 받고 석방됐다. 1998년 베이징 경찰은 아무도 체포하지 않은채 주링의 독극물 중독 사건을 종결했다.용의자로 의심받은 주링의 룸메이트는 2005년, 2006년, 2013년 최소 세 차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녀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계속해서 자신을 비난하자 관심을 피하기 위해 이름까지 바꿨다. 주링의 부모와 친구들은 경찰에 수사를 계속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경찰은 주링의 룸메이트가 독살을 시도했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너무 걸려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주링의 독극물 중독 사건에 대한 관심은 2007년 중국 광업기술대학에서도 탈륨 중독 사례가 발생하고, 2013년 상하이 푸단대 학생의 독극물 중독에 따른 사망으로 다시 한번 불붙었다. 푸단대 의대 박사과정 학생인 황양은 2013년 4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황양은 기숙사에 있는 급수기에서 물을 마신 후 뒤 몇 시간 만에 중병에 걸렸다. 사건을 조사한 이들은 황양이 독성 화합물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을 섭취한 것으로 확인했다. 그 결과 NDMA에 대해 여러 논문을 썼고 황양과 의견 다툼이 있었던 룸메이트 린센하오가 유일한 용의자로 구금됐다. 린센하오는 2014년 고의적 살인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고, 다음 해에 처형됐다. 푸단대 의대생 사망 사건은 독극물이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웠고, 주링의 사건도 용의자를 처단해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는 희망을 낳았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한 네티즌은 “이 사건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는 제가 아주 어렸다”며 “너무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정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라고 분노했다.
  • 9년째 아픈 아이들에게 기쁨 전하는 70대 호찌민 ‘산타클로스’ [여기는 베트남] 

    9년째 아픈 아이들에게 기쁨 전하는 70대 호찌민 ‘산타클로스’ [여기는 베트남] 

    12월이 오면 은퇴 자금을 털어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푸짐한 선물 가방을 든 채 베티늠 호찌민의 소아 병동과 거리의 가난한 아이들을 찾는 70대 남성이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산타 복장을 하고 거리에 등장한 피에르 시넬(74)의 사연을 현지 언론 VN익스프레스가 소개했다. 현재 호찌민시 빈탄구에 거주하는 뉴질랜드인의 피에르가 12월의 산타가 된 것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주에서 코미디언으로 일했던 피에르는 2009년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했다. 그는 한 파티에서 만난 베트남 여성 킴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같은 해 결혼식을 올렸다. 2년 후 은퇴를 한 피에르는 아내와 함께 살기 위해 베트남 호찌민으로 이주했다. 그의 아내 킴은 노숙자들에게 빵을 나누어주는 자선 활동을 했는데, 피에르는 아내의 일을 도왔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거리에서 누더기를 입고 구걸하는 아이들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이 아이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2014년 크리스마스 때 친구들은 그를 보면서 “하얀 턱수염, 출렁이는 뱃살과 특유의 미소가 산타클로스를 닮았다”고 놀렸다. 피에르는 호주에 사는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소아병동을 찾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를 하곤 했다. 그때 그는 ‘이곳의 소아병동 아이들과 빈민 아동들을 위해 내가 산타가 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2014년 12월 그는 시장에 가서 커다란 사탕 꾸러미와 인형 등을 산 뒤 산타 복장을 하고 거리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거리에서 산타를 만난 아이들은 환호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을 도와 사회 보호시설에 있는 청각, 언어 장애 아동과 소아암으로 고통받는 아이들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후 매년 12월이면 피에르는 산타클로스가 되어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거리나 소아병동에서 아이들은 피에르를 보면 손뼉을 치면서 "산타클로스가 왔다!"고 외치며 즐거워했다. 피에르의 커다란 선물 가방에는 곰 인형, 장난감, 만화책 등으로 가득했다.한번은 소아암 병동에서 민머리 소녀를 만났는데, 수줍어하던 소녀를 위해 피에르 씨는 산타 모자를 벗고 민머리를 드러냈다.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나랑 똑같은 민머리”라면서 손뼉을 치고 활짝 웃었다. 소아암 병동의 아이들은 “산타클로스가 진짜 살아있고, 우리들처럼 머리카락이 없다”면서 즐거워했다. 어느 해에는 한 소년이 어머니와 함께 휠체어를 타고 다가왔다. 뇌종양을 앓고 있던 소년은 피에르의 수염을 쓰다듬고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 했다. 그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눈 뒤 용돈과 선물을 챙겨 주었다. 이후에도 종종 소년을 찾아가 선물을 주고 돌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소년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서 아픈 아이들의 삶이 얼마나 연약한지를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후 그는 더 많은 아이들이 산타클로스를 만나고 놀 수 있게 하기 위해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산타 복장을 하고 선물을 나눠주기로 결심했다. 피에르와 함께 10년째 자선활동을 하는 르 탄(40)은 “피에르 부부는 가슴 깊이 아이들을 사랑하고 돌본다”고 감탄했다. 하지만 1년 전 피에르는 심각한 폐질환을 앓았고, 병원에서는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기적처럼 건강을 회복했고, 이후 자선 활동에 더 열성을 보이고 있다. 그는 “살아남은 기적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퇴 후 결코 부유한 삶을 누리지는 못하지만, 피에르는 항상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의 밝은 미소가 언제나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라고 전했다.
  • 오페라글라스를 부르는 남자 ‘샤큘’의 치명적 매력

    오페라글라스를 부르는 남자 ‘샤큘’의 치명적 매력

    늙어 백발이 성성하고 피부가 나무껍질보다 메마르게 갈라진 드라큘라 백작이 흡혈을 마치자 그의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 잔혹하면서도 아름답고 황홀한 변신의 순간이 다가오면 수많은 관객이 일제히 오페라글라스를 꺼낸다. 인간이라면 이미 죽을 나이를 훌쩍 지나 징그럽기까지 했던 늙은 외모가 한없이 고운 미모의 청춘으로 재탄생하는 그 찰나를 보는 것은 뮤지컬 ‘드라큘라’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특히 이제는 한국판 드라큘라 백작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 된 ‘샤큘’(시아준수+드라큘라) 김준수(37)의 변신은 많은 관객에게 그의 영원한 젊음을 열망하도록 만든다. 오페라글라스로 확대해서 봐도 굴욕 없는 피부는 김준수가 정말로 늙지 않을 것만 같은, 언젠가 늙더라도 다시 언제라도 청춘으로 돌아올 것 같은 환상을 준다. 빨간 머리가 이토록 매력적인 캐릭터가 또 있을까 싶다. 2014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온 뮤지컬 ‘드라큘라’가 지난 6일 다섯 번째 시즌의 문을 열었다. 관객들이 드라큘라 백작의 매력에 빠져드느라 이번에도 어김없이 수많은 오페라글라스가 등장하는 것도 그대로고 영상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블랙 스크린, 국내 최초로 도입된 4중 턴테이블 무대 기술 장치,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강렬한 색채의 조명과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특수효과 등도 여전해 연일 예매순위 상위권을 달리는 작품이다.시그니처인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행동이 워낙 유명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캐릭터지만 막상 작품을 보지 않으면 ‘드라큘라’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다. 원작은 아일랜드 작가인 브램 스토커(1847~1912)의 것으로 동유럽의 흡혈귀 설화에서 영감을 얻어 1897년 출간됐다. 모티브가 된 인물은 살아있을 당시 드라큘라라는 별칭으로 불린 블라드 체페슈(1431~1476?)로 그는 전쟁포로들을 꼬챙이나 말뚝에 박아 극도의 고통 속에 죽게 했으며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여흥 삼아 봤다는 인물로 전해진다. 소설 원작은 흡혈귀 관련 문학의 새 역사를 쓴 작품으로 당시 실제로 드라큘라가 있을 것이라 믿는 사람들이 생겨났을 정도로 엄청난 이슈였다. 흡혈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입체적인 이야기로 문학적인 수준도 빼어난 작품이다. 단순 공포물이 아니라 당시 영국의 사회적 모순과 인간이 가진 내밀한 욕망을 녹여냈다는 평가와 함께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으며 수많은 재창작물을 생성하고 있다. 빅토리아 시대(1837~1901)가 끝나갈 무렵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트란실바니아의 영주 드라큘라는 이주를 위해 영국의 토지를 매입하고자 한다. 이 일을 위임받은 젊은 변호사 조나단과 약혼녀 미나가 드라큘라 백작의 초청으로 그의 불가사의한 성에 도착한다. 미나를 마주한 드라큘라는 미나가 자신이 오랫동안 기다려 온 사랑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금지된 사랑을 쟁취하려는 드라큘라 백작과 이미 그에게 사랑하는 이를 잃었던 반 헬싱 교수가 사람들을 이끌고 드라큘라 백작을 처단하려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얼핏 보면 선악구도의 대결 같지만 드라큘라 백작의 사연은 마음을 기울게 한다. 한때 연인 엘리자베스를 사랑했던 순수했던 소년이었고 사랑을 위해 자신의 전부를 내놓을 수 있는 순정남 드라큘라를 보면 결코 사탄 같은 존재로만 볼 수 없게 한다. 사랑 앞에 한없이 진실했으나 그것으로 끊임없이 고통받는 드라큘라 백작의 고뇌에 관객들은 연민을 품게 된다. 수많은 노래와 추악한 욕망부터 처연한 애정까지 폭넓은 감정을 오가는 연기는 드라큘라의 매력을 한껏 돋운다. 김준수는 말할 것도 없고 같은 배역을 맡은 전동석(35)과 신성록(41)의 드라큘라 백작에게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요소가 가득하다. 헬싱 교수와 드라큘라의 대결에서 오는 팽팽한 긴장감, 선악 구도 속에 인간의 깊고 복잡한 내면을 표현한 캐릭터들, 미나의 자기희생에서 느껴지는 숭고함까지. 뮤지컬 ‘드라큘라’는 인류가 오래도록 쌓아온 이야기의 요소들이 치밀하게 얽혀 있고 여기에 빼어난 무대 연출까지 더해지면서 작품의 서사를 탄탄하게 완성한다. 판타지의 세계를 생동감 있게 만드는 배우들의 명품 연기력과 작품성까지 두루 갖춘 명작이다.이번 시즌 ‘드라큘라’를 꼭 봐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빨간머리 샤큘은 마지막이기 때문. 김준수는 “드라큘라가 피를 마신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명료하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빨간 머리를 고수하는 이유를 밝혔다. 일주일에 한 번씩 염색해야 해서 관리가 쉽지 않지만 그는 “10주년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마지막으로 빨간 머리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연은 내년 3월 3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165분. 미세한 표정 하나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드라큘라 백작의 매력에 흠뻑 빠지려면 당연히 오페라글라스는 필수다.
  • ‘병역 기피’ 선처해줬더니 재차 입영 거부한 20대 철창행

    ‘병역 기피’ 선처해줬더니 재차 입영 거부한 20대 철창행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20대 남성이 재차 병역을 기피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염기창 엄기표 이준규)는 최근 병역법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항소한 A(29)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1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로 입대하라는 경인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소집일로부터 3일이 경과한 날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또 이런 일을 해서 부끄럽고 죄송하다”, “머리를 밀며 입대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기회를 준다면 이와 같은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고 입대 후 성실히 훈련에 임하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씨는 앞서 지난해 10월 같은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가 향후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다짐한 점 등이 참작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선처를 받았음에도 또다시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자동구속되자 A씨는 돌연 “동성애적 성정체성을 지닌 사람으로 개인의 인격과 생명에 대한 절대적 존중이라는 평화주의 신념에 근거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했다”고 주장하며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전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받았을 때와 원심에 이르기까지 항소이유와 같은 주장을 하지 않고 공소사실을 인정했다가 1심에서 법정구속을 당하자 동성애자임을 내세우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고 있다”며 “그 근거로 피고인의 진술서와 가족, 지인들의 탄원서를 냈으나 피고인의 태도와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진술서와 탄원서만으로는 주장을 선뜻 믿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의 성정체성에 관한 주장과 주관적 신념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안보 상황과 병역의무의 충실한 이행을 통한 국가안보 확립 등 우리나라가 처한 제반 사정을 살펴보면 이를 종교적 이유에 의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트럼프, 지지율 상승세 헤일리 부통령 제안 검토…“가짜뉴스라더니”

    트럼프, 지지율 상승세 헤일리 부통령 제안 검토…“가짜뉴스라더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공화당 경선에서 상승세를 보이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에게 부통령 러닝메이트 자리를 제안하는 방안을 두고 주변 측근과 상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와 CBS뉴스 등은 22일(현지시간) 사안을 잘 아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헤일리가 여론조사 상승세를 보이자 자신의 캠프 외부의 몇몇 인사들에게 “니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며 의견을 물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닝메이트로서 헤일리 전 대사에 관심을 드러내자 트럼프 골수 지지층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 사이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를 비롯해 측근들은 헤일리가 캠프의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며 ‘헤일리 영입설’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의 ‘책사’로 유명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지난 주말 열린 공화당 행사에서 트럼프가 헤일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는 것을 공화당 지도부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언급을 내놓지 않았으며 헤일리 전 대사 대변인 역시 답변을 거부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한편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앞서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오차범위 내까지 따라붙으며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캠프의 한 고위 관계자는 CBS뉴스에 헤일리 전 대사가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 근소한 차로 뒤지거나 그를 제치고 2위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그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의 상승세를 보여준 여론조사를 “가짜 뉴스”라고 비판하며 헤일리를 위협적인 경쟁자로 여기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론조사 기관인 아메리칸 리서치 그룹이 지난 14~20일 뉴햄프셔주 공화당 예비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유권자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33%로 헤일리 전 대사(29%)와 격차가 4%포인트였다. 이 조사의 오차범위는 ±4%포인트다. 전국 단위 조사에서 50~60%의 당내 지지율을 기록하던 공화당 유력 대권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대사의 격차가 여론조사 오차범위 안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조사에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13%,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6%, 비벡 라마스와미 후보는 5%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헤일리 전 대사측은 “이제 두 사람 경쟁임이 분명해졌다”고 평가했다고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전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최근 아이오와 및 뉴햄프셔주에서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세인트 앤셀렘 칼리지 서베이 센터가 전날 공개한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44%)과 헤일리 전 대사(30%)의 격차는 14%포인트였다. CBS 방송의 8~15일 뉴햄프셔주 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44%)과 헤일리 전 대사(29%)의 지지율 격차는 세인트 앤셀렘 칼리지 서베이 센터와 비슷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아이오와주에서의 지지율도 9월에 비해 10%포인트 정도 상승한 17%(에머슨 칼리지 조사)를 기록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주 공화당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50%의 지지를 받으며 압도적 우위를 유지했다. 미국 대선 후보 경선은 당원만 참여할 수 있는 코커스(당원대회) 방식 및 당원뿐 아니라 일반 유권자도 참여하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방식으로 각각 주별로 진행된다. 공화당은 내년 1월 15일 아이오와주에서 첫 코커스를, 같은 달 23일 뉴햄프셔에서 첫 프라이머리를 진행한다. 두 주(州)는 50년 동안 경선 초기 판세를 보여주고, 선전한 후보가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선거운동의 모멘텀을 얻게 된다는 점 등의 이유로 미국 대선에서 중요한 상징성을 갖고 있다. 다만 두 지역은 대의원 숫자 자체가 적어서 전체 경선 판도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지 않고 인구 구성에서 백인 비율 등이 높다는 점에서 대선 표심을 정확하게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아이오와 및 뉴햄프셔에서 각각 4위, 5위를 기록했으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반전에 성공한 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됐다. 민주당은 이런 이유로 공식적인 첫 대선 경선 지역을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변경했으나 뉴햄프셔주는 이에 반발해 1월 23일 프라이머리를 강행하기로 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혐의에 대한 형사상 면책 특권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해달라는 잭 스미스 특별검사의 요청을 연방대법원이 거부했다. 대법원은 별다른 설명 없이 거부 방침만 밝혔다. 이에 따라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등의 혐의로 형사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 재판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미국 언론이 전망했다. 앞서 이달초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6일 지지자들에게 의회 난입을 부추긴 연설을 한 것은 “대통령 후보라는 개인 자격”으로 행동한 것이기에 면책특권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의회 경찰 2명과 민주당 의원 10여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를 도둑맞았다며 폭동을 촉발하는 바람에 자신들이 피해를 보았다면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측이 공무수행이었다며 면책특권을 주장하자 연방법원이 이렇게 판단하고 재판을 계속하도록 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판결에 대해 항고하면서 이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법정 절차를 모두 보류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렇게 되면 항소법원을 거쳐 연방 대법원 순으로 절차가 진행될 경우 재판이 지연될 수 있다고 보고 스미스 특검은 지난 11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직 시에 발생한 범죄 혐의와 관련해 면책 특권이 있는지를 신속하게 결정해줄 것을 연방 대법원에 직접 요청했다. 워싱턴DC 항소법원은 내년 1월 구두변론을 시작할 예정이다. 스티브 블라덱 텍사스대 법과대학 교수는 CNN 인터뷰를 통해 “내년 3월에 트럼프 재판이 시작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면서도 “연방 대법원이 항소 재판을 먼저 진행하려는 의지가 분명하기 때문에 3월 재판이 그대로 시작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졌다”고 말했다.
  • 목공을 한다면 무조건 배워야 할 ‘스케치업’[김기자의 주말목공]

    목공을 한다면 무조건 배워야 할 ‘스케치업’[김기자의 주말목공]

    테이블을 만든다고 해보자. 설계도부터 그려야 한다. 우선 모눈종이부터 꺼낼 것이다. 입체도형을 그릴 때는 평면도, 정면도, 측면도를 함께 그리는 삼각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5㎜ 한 칸을 100㎜로 잡고 20대 1배율로 그려본다. 치수를 기재해야 하는데 슬슬 복잡해진다. 그래도 정성을 다해 입체도에 도전한다. 뿌듯한 마음도 잠시,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정확한 설계도는 목공 작업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그래야 이후 과정도 순탄하게 갈 수 있다. 간단한 테이블을 예로 들자면, 숫자만 대충 적어놓고 시작하곤 한다. 그러다 수치 계산을 잘못하면 목재를 잘못 재단해 낭패를 겪을 수 있다. 부실한 설계도대로 조립하다 조립을 할 수 없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이런 이들을 위해 추천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스케치업’이다. 가구, 인테리어, 건축에 특화된 3D 모델링 프로그램이다. ‘3D’라고 하니 지레 겁부터 먹는 이들이 있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아침에 배워 저녁에 그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주 쉽게 배울 수 있다. X, Y, Z 3개의 축으로 된 공간에 선을 그린 뒤 이걸 면으로 만들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하면 된다. 특히 판재와 각재를 재단해 조립하는 가구제작의 경우 이 과정 자체를 그대로 그리는 것이어서 초보자에게 아주 요긴하다.스케치업의 장점은 여러 가지다. 우선 손으로 직접 그리는 것과 달리 고치기 쉽고, 입체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정확한 치수를 기재해주기 때문에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종이에 그린 뒤 목재 치수를 계산하다 틀릴 때가 있는데, 스케치업으로 제대로 그린다면 오류가 나올 수 없다. 특히 키 가운데 ‘디멘션’(dimension)을 사용하면 자동으로 계산해 보여준다. 일정하게 간격을 나누어주는 기능도 꽤 유용하다. 예컨대 테이블 상판을 받치는 에이프런 사이에 2개의 받침목을 넣는다고 해보자. 목재 두께까지 고려해 전체 길이를 삼등분해야 하는데, 스케치업으로 ‘/3’이라고 치면 알아서 2개의 받침목을 그려주는 식이다. 자주 하는 작업 등을 저장해놓고 불러서 고칠 수도 있다. 그리고 작업 결과물은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수첩에다 이런저런 디자인을 손으로 그려놓고 다시 찾아보는 일이 재밌긴 할지 몰라도, 효율성 측면에선 아무래도 프로그램을 따라가진 못한다.간단하게 실제 테이블을 그리는 과정을 설명하면 프로그램에 대해 대략 알 수 있을 터다. 우선 상판을 만들어보자. 길이가 1200㎜에 폭이 600㎜, 두께가 20㎜이다. 축이 몰려 있는 0점에서 ‘펜(L)’ 아이콘으로 선을 네 번 그어 사각형을 만든 뒤, 화살표로 선택한 다음 ‘푸시/풀(P)’ 키를 눌러 20이라고 치고 엔터 키를 누르면 바로 입체적인 상판을 만들 수 있다. 이 과정이 고작 10초도 걸리지 않는다. 하나의 개체를 만든 뒤엔 오른쪽 버튼을 눌러 ‘컴포넌트’(component)로 잡아주는 게 좋다. 이제 다리를 그릴 차례다. 45㎜ 두께로 4개를 만들어야 한다. 좀 전에 그린 상판 끄트머리에서 ‘tape measure’(줄자)를 이용해 20㎜ 정도 떨어진 지점에 변의 길이가 45㎜인 네모를 ‘펜(L)’으로 그린다. 마찬가지로 ‘푸시/풀(P)’을 사용해 쭈욱 늘려준다. 이동할 때는 ‘무브(M)’ 키를 사용하는데, ‘컨트롤’(ctrl) 키를 함께 사용하면 복제 이동할 수 있다. 이걸 정해진 위치에 갖다 놓으면 된다.다리와 다리 사이에는 에이프런을 넣는다. 두께 18㎜, 폭은 70㎜ 정도가 좋겠다. 우선 세로 에이프런을 그린 뒤 ‘무브(M)’ 키를 눌러 이동시키고, 역시 ‘컨트롤’(ctrl) 키로 복제해 이동한다. 세로 에이프런 중간에 2개의 받침목을 넣어야 하니 ‘/3’이라고 넣으면 3등분을 하면서 2개의 받침목이 생긴다. 가로 에이프런을 만들고, 중간 받침목 길이를 ‘푸시/풀(P)’ 키로 조정해주면 끝이다. 책상 하나 그리는 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설계하는 도중 ‘오비트(O)’ 키로 이리저리 돌려보고, ‘시프트(shift)’ 키로 상하좌우로 움직여본다. 마우스 휠을 돌리면 확대, 혹은 축소해서 볼 수 있다. 자주 쓰는 키들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몇 번 사용해보면 익숙해진다. 프로그램의 개념을 이해하고 사용법에 익숙해지기까지가 초보자에겐 다소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만 넘으면 정말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제작사인 트림블사 홈페이지를 방문해 웹에서 무료로, 정식 버전은 7일 동안 무료로 써볼 수 있다. 프로 버전으로 사도 좋겠지만, 간단한 가구 정도는 무료 웹 버전으로도 충분하다. 다만 스케치업은 곡선 도형을 그리기 다소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시중에 사용법을 알려주는 여러 책이 출간됐지만, 이쪽 일을 업으로 하지 않는 한 굳이 책까지 사서 배울 이유가 없다. 전문가들이 그려놓은 화려한 작업물에 괜히 기죽을 필요도 없다. 유튜브에 스케치업 강좌가 많이 올라와 있다. 테이블이나 서랍장과 같은 기본 가구 설계를 가르쳐주는 동영상으로 우선 배워보길 권한다. 목공을 하겠다면 반나절 정도만 투자하시라. Just do it!
  • “재벌 배우자 기(氣), 엄마가 막아” 친모 살해한 세 딸…악마의 가스라이팅[전국부 사건창고]

    “재벌 배우자 기(氣), 엄마가 막아” 친모 살해한 세 딸…악마의 가스라이팅[전국부 사건창고]

    절굿공이 폭행 후 8시간 방치흉기 찔린 것처럼 내부출혈 다량모친 30년 친구의 가스라이팅 “저희 엄마가 많이 아파요. 빨리 와줘요.” 2020년 7월 24일 오전 11시 30분쯤 경기 안양시 119에 한 여성의 전화가 걸려왔다. 119 구급대가 안양시 동안구의 한 카페에 출동해 신고자의 어머니 박모(당시 68세)씨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곧 숨졌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박씨는 맥박과 호흡이 없는 상태였다. 박씨의 몸은 눈으로 보기 참혹할 정도로 폭행 흔적이 있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박씨의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그 결과 박씨 사인은 둔력으로 인한 내부 출혈이었다. 부검의들은 “통상 누워있으면 등 뒤에 시반이 형성되는데 너무 넓게 퍼져 절개했더니 다 피하출혈이었다”며 “무차별 폭행을 지속적으로 당한 흔적”이라고 분석했다. 경찰은 신고자인 박씨의 큰딸 A(당시 43세)씨를 조사해 범행을 자백받았다. 경찰은 A씨를 구속하고 박씨의 둘째딸 B(당시 40세)씨와 셋째딸 C(당시 38세)씨를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A씨만 주도한 게 아니라 둘째딸 B(당시 40세)씨와 셋째딸 C(당시 38세)도 적극 가담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24일 오전 0시 20분부터 오전 3시 20분까지 자신들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친모인 박씨를 3시간 동안 둔기로 집단폭행해 숨지게 했다. 이들은 전날 밤 카페로 모였다. 나무 절굿공이 등 범행 도구도 챙겨왔다. 카페에서 딸들을 도와주던 엄마 박씨가 나오자 세 딸은 폐쇄회로(CC)TV가 찍히지 않는 사각지대로 데려가 무자비하게 온몸을 끊임없이 폭행했다. 그런데도 박씨는 날이 밝자 아픈 몸을 끌고 다시 카페로 나왔다. 세 자매는 엄마가 식은땀을 흘리며 일하는데도 또다시 폭행했다. 큰딸은 손으로 머리를 때렸고, 막내딸 C씨는 종아리를 발로 찼다. 8시간 전 3시간 동안 폭행을 당했던 박씨는 결국 쓰러졌다. 세 자매는 그제서야 119에 신고했다. 검찰은 세 자매의 휴대전화를 모두 압수해 포렌식해 수천 페이지 분량의 문자메시지를 복구했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을 뒤에서 ‘가스라이팅’한 무속인 진모(여·당시 68세)씨가 있었던 것이다. 진씨와 미혼인 세 자매 간에 오간, 이해할 수 없는 대화의 전모가 드러났고 진씨가 세 자매에게 잔혹 폭행을 지시한 내용도 담겨 있었다. 큰딸 A씨는 신고 30분 전까지도 진씨와 대화를 주고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보다 엄마 친구를 의지하고 따른 비정상적 관계”라고 혀를 찼다.흉악 범죄가 급증합니다. 우리 사회와 공동체가 그만큼 병들어 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직시하고 아우성치지 않으면 나아지지 않습니다. 사건이 단순 소비되지 않고 인간성 회복을 위한 노력과 더 안전한 사회 구축에 힘이 되길 희망합니다.23일 서울신문 취재와 당시 검찰 수사결과를 종합하면 진씨는 세 자매에게 “너희들이 정치인이나 재벌의 배우자가 될 기(氣)를 타고났는데, 네 엄마 때문에 그 기가 막혀 있으니 안타깝다. 엄마를 혼내주라”고 문자를 보냈다. 진씨는 세 자매의 어머니 박씨와 30년지기였고, 카페가 있는 건물주의 아내였다. 진씨는 ‘대통령과의 연결’까지 들먹이며 세 자매에게 친모 폭행을 지시했고, 마침내 큰딸은 “대가리를 깨서라도 잡겠다”고 응답했다. 이런 문자가 오간 시기는 범행 직전인 같은해 6~7월로 한가지 수상하고 기이한 점은 진씨가 ‘그분’이라고 말한 존재다. ‘신’적인 의미와 연관되며 진씨는 무속인으로 추정됐다. “대가리 깨서라도 잡겠다”지배에서 만족 느끼는 이상심리세자매 부친도 폭행, 홀로 살다 사망 진씨는 박씨와 30년 지기여서 세 자매를 어릴 적부터 알았다. 박씨도 진씨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해 딸들도 자연히 믿고 따랐다. 때때로 금전적 지원까지 해 종속 관계로 발전했다. 세 자매는 자연히 진씨의 무속신앙에도 믿음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진씨의 집안일을 도맡았고, 그의 손자들까지 돌봤다. 이런 일은 오래전부터 친모 박씨가 하던 것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진씨는 박씨가 손주를 돌보는 태도 등에서 불만이 많았고, 세 자매를 사주해 친모인 박씨를 폭행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이 있기 전 세 자매와 친모 관계는 좋아 보였다고 주변 사람들은 얘기하지만 그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오히려 끔찍한 패륜 범죄로 발전했다. 진씨는 범행 직후에도 세 자매에게 “그 분은 절망적인 생각 안 해. 절대 동요하지 말고 다부지게 잡고 있으면 내일이라도 다 오신다”고 조종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는 “전형적인 가스라이팅 사건”이라며 “내 조종으로 남의 가정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에서 자존감을 찾는 이상심리 범죄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씨의 궁극적 목표는 금전적 이익에 앞서 자신의 지시 및 조정으로 한 가정을 파괴하는 데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진씨와 박씨 가정을 잘 안다는 한 제보자는 평범한 가정이었지만 진씨가 이간질하면서 부부싸움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남편의 가부장적 태도로 박씨가 힘들어하던 때였다. 이때는 세 딸이 아버지를 둔기 등으로 자주 폭행했고, 부친은 개인택시 운전을 하며 홀로 숨어 살다 암에 걸려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세 자매는 아버지가 숨지자 재산상속을 받기 위해 나타났다고 한다. 결국 친부가 소유했던 아파트는 2019년 큰딸에게 넘어갔고, 이듬해 11월에는 진씨로 소유자가 바뀌어 있었다. 세 자매가 구속된 직후의 일이다. 세 자매는 진씨의 4억원짜리 부동산을 두 배 넘는 8억여원에 매입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엄마 살해 세자매, 엄마 친구 두둔엄마 친구, 징역 2년 6개월“살인 직접 책임 없지만 상해교사” 존속폭행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세 자매는 1심에서 큰딸 징역 10년, 둘째딸과 셋째딸 각각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진씨는 ‘현장에 있지 않았고, (박씨의) 사망을 예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존속상해교사 구속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입건됐으나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형량은 항소심도 그대로 유지했고, 2021년 10월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의 상고 기각으로 확정됐다. 세 자매는 수사 과정에서 진씨의 존재를 감추려고 애썼고, 재판 때도 그를 적극 두둔했다. 이들은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진씨가 지시해 (친모를) 살해한 게 아니라 스스로 범행한 거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큰딸 A씨는 경찰조사에서 “엄마가 경제적 도움을 주지 않아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었다. 진씨는 “난 무속인이 아니고, (박씨를) 다치도록 때리라고 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무속신앙에 심취한 진씨와 세 자매는 ‘30년지기이자 친모인 박씨가 기를 깎아먹고 있다’면서 그 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범행했다. 큰딸은 이전에도 연로한 모친을 폭행·욕설했고, 막내딸은 부추겼다”며 “그런데도 세 자매는 범행을 사주한 진씨의 죄책을 축소하는 데만 급급하고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항소심을 진행한 수원고법 형사1부(당시 재판장 윤성식)는 2021년 7월 “세 자매는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해 친모를 폭행 살해한, 동기를 보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며 “진씨는 박씨 사망에 직접적 책임이 없다고 해도 상해를 교사, 사망이란 중한 결과로 이어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 최형만 “사기로 10억 날리고 뇌종양 투병…청력 상실”

    최형만 “사기로 10억 날리고 뇌종양 투병…청력 상실”

    코미디언 출신 목사 최형만(56)씨가 인생의 굴곡에 대해 털어놨다. 21일 MBN ‘특종세상’에서 최형만은 2020년 목사 안수를 받고 인천의 한 교회에서 3년째 부목사로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유명 개그맨에서 목회자의 길에 들어선 계기에 대해선 “정서적 외로움, 상처, 내적 열등감이 회복이 안 되어서 힘들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어 “소망이 하나 있다.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예전에는 나를 포장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다”고 털어놨다. 최형만은 “개그맨일 때 후배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목사되는 게 나아’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 길하고 나와 잘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형만은 “원래는 한 십 몇년간을 이석증을 앓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날 어지러워서 머리가 휙 돌더라. 그런데 뇌종양이라더라. 나는 뇌종양이 뭔지도 몰랐다. 수술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나는 머리 뒤를 절개해야 되는 거였다”고 회상했다. 최형만의 아내는 “뇌종양 진단을 받고, 불가피하게 머리를 열어서 수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첨언했다. 최형만은 2년 전 뇌종양 진단을 받고 3번이나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최형만은 “의사 선생님이 후유증을 이야기했다. ‘안면마비가 올 수 있다. 입이 약간 삐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왼쪽) 귀가 안 들릴 수 있다고 지금 수술했는데, 왼쪽 귀가 안 들린다. 청력을 상실했다”고 고백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아울러 최형만은 지인에게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렸다고 밝혔다. 그는 “많이 벌 때는 월 5000만원 이상을 벌었다. 아는 지인이 이런걸 저런걸 추천해서 부업을 했다. 스크린 골프 사업을 하나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달 만에 이게 사기라는 것을 알고 소송했다. 그래서 정확하게 한 4년 만에 한 10억원을 날렸다. 누구한데 이용당했다, 사기 당했다, 내 것을 뺏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진짜 너무 사람을 미워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형만의 아내는 “남편도 인생을 그만 살고 싶다는 고비까지 갔었고 서로가 너무 많이 아팠다. 마음이 너무 아팠고, 그 마음이 너무 아픈 게 가중이 돼서 남편이 아마 뇌종양으로 왔던 것 같다”며 울먹였다. 한편 최형만은 1987년 KBS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해 도올 김용옥의 성대모사·모창 등으로 인기를 누렸다. 국어강사 서한샘을 흉내낸 ‘밑줄 쫙’, ‘돼지꼬리 땡야’는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 48년 간 ‘억울한 옥살이’ 남성…보상금은 고작 2억원? [월드피플+]

    48년 간 ‘억울한 옥살이’ 남성…보상금은 고작 2억원? [월드피플+]

    무려 48년 간이나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남성이 결국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현지언론은 오클라호마 주 지방법원이 강도살인 혐의로 복역한 글린 시몬스(70)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이제는 완벽하게 범죄 혐의를 벗은 시몬스가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시간은 무려 48년 1개월 18일이다. 이는 미국 내에서 시몬스처럼 부당하게 수감된 사람들 중에서도 최장기 사례로 기록됐다. 지난 19일 무죄를 선고받고 법정에 나선 그는 "오늘 마침내 정의가 이루어졌다"면서 "그래서 너무 행복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한 사람의 인생 대부분을 억울하게 감옥에서 보내게 한 이 사건은 지난 1974년 12월 30일 오클라호마주 에드먼드의 한 주류 판매점에서 벌어졌다. 당시 시몬스는 돈 로버츠 함께 강도를 벌이다 점원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으며, 이후 종신형으로 감형됐다. 당시 그의 나이 불과 22세로, 손님으로 머리에 총상을 입은 한 여성의 증언이 유죄의 결정적 증거가 됐다.피해 여성은 경찰이 제시한 용의자 명단에서 시몬스와 로버츠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경찰 조사와 법정에서 줄곧 무죄를 주장했으며, 특히 시몬스는 사건 당시 루이지애나주에 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렇게 길고 긴 수감생활이 이어지던 과정에서 두 사람의 유죄에 결정적인 증거가 된 피해 여성의 진술에 신빙성이 제기됐다. 이후 함께 유죄 판결을 받은 로버츠는 2008년 먼저 가석방됐으며, 시몬스 역시 뒤늦게 지난 7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이렇게 20대의 팔팔했던 청년은 70세로, 여기에 암 4기 진단을 받아 항암치료도 받는 노인이 돼 세상 밖으로 나왔다. 특히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주당국의 보상금도 논란이다. 오클라호마주에서는 잘못된 유죄 판결에 대한 보상금이 최대 17만 5000달러(약 2억 28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 또한 이 보상금도 당장 지급되는 것이 아니어서 현재 시몬스는 기부금을 통해 생활하고 있다. 시몬스의 변호인인 조 노우드는 "그가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모든 노력이 좋은 결과를 가져와 정말 기쁘다"면서 "그가 부당하게 투옥됐던 시간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길섶에서] 어떤 송년 모임/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어떤 송년 모임/서동철 논설위원

    처음엔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게 고정시켜 놓은 줄 알았다. 쪽진 머리 위에 접시가 놓였고 포도주색 액체가 찰랑거리는 술잔이 더해졌다. 춤꾼은 사뿐사뿐 무대로 걸어나와 섬세한 발디딤으로 아기자기한 춤사위를 이어 간다. 조심스럽기만 했던 몸짓은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과감해지고 빙상의 여왕 김연아를 방불케 하는 회전으로 치닫는다. 접시와 술잔이 그저 머리 위에 올려놓은 것이었다는 사실은 춤꾼이 객석으로 걸어내려와 앞자리의 어르신 관람객에게 공손히 잔을 건네는 순간에야 알았다. 다시 무대에 오른 춤꾼은 비녀를 북채 삼고 접시를 소고 삼아 한바탕 휘젓는다. 교방소반놀음춤이라고 했다. 춤꾼은 이 춤을 창원의 예기(藝妓)에게 직접 배워 무대화시켰다고 한다. 은밀한 공간의 놀이춤을 예술성 높은 무대예술로 발전시킨 춤꾼의 감각이 놀랍다. 팬이 많은 춤꾼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런 송년 모임은 많을수록 좋다. 뒤풀이 한잔 술은 빠지지 않았지만….
  • 동심이 몽실몽실… 만화 보물섬으로 떠나다, 추억이 새록새록… 문학 다락방에 머물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동심이 몽실몽실… 만화 보물섬으로 떠나다, 추억이 새록새록… 문학 다락방에 머물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보물이 덮여 있는 땅이라는 ‘보개’도서관 3층 책다락 만화책방 개관무빙·원피스 등 1만권 이상 소장딱 하나 아쉬움, 라면 안 판다는 것조선시대 목판 인쇄 도서 등 소개3층 창가 자리 ‘안성객사’ 한눈에‘올드타임 그때그시절’ 숨은 명소1960~1990년대 물품 2만점 전시 메리 크리스마스 앤드 해피 뉴이어. 종교와 무관하게 당신의 안부를 묻는다. 12월의 마지막 열흘은 우리가 서로를 응원해 마땅한 시기다. ‘글쎄…’ 하며 머뭇댈 수 있겠지만 새해를 맞는 우리의 자세는 그러해도 좋지 않을까? 적어도 경기 안성 보개도서관(책문화센터)에서는 그런 믿음이 생겨난다. 무릎 위에 아이를 누인 아빠가 책장을 넘기는, 어린 자매가 어깨를 맞댄 채 속닥대는, 아득해서 따듯한 풍경들이 도서관을 덥힌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라면의 매운 수프 향처럼, 벽난로를 붉게 그을리는 장작의 불꽃처럼, 겨울의 느린 걸음이 닿고 싶은 여행의 풍경이겠다. 만화책 특화 도서관이라서? 그렇게만 믿고 싶지는 않다. 사람들의 머리맡에 꿈과 희망 이런 단어들이 내일의 말풍선처럼 떠다니는 걸 본 듯했기 때문이다. 이맘때 우리는 둘로 나뉜다. 여기 아닌 어딘가로 떠나거나 여기 아닌 어딘가를 그리워하거나. 한 해를 보내는 심경이 그렇다. 정다운 자리에서 괜스레 쓸쓸한 풍경을 그린다. 며칠 지나면 해가 지고 바뀐다. 우리는 새해에 어떤 응원을 건넬 수 있을까? 혹시 지금껏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있지는 않은지? 그걸 어른이 됐다는 증표로 받아들이는 건 좀 억울한 일이다. ●여기 아닌 어딘가로? 만화책방으로! 돌팔이 처방처럼 들릴 테지만 안성 보개도서관은 그럴 때 제법 괜찮은 여행지다. 드라마 ‘악귀’의 촬영지여서 소개하는 건 아니다. 힘을 빼고 부담 없이 머물며 아이처럼 낄낄거려도 좋은 만화책 서가가 있는 까닭이다. ‘무빙’, ‘열혈강호’, ‘슬램덩크’, ‘유리가면’ 때로는 ‘원피스’(One Piece)와 ‘H2’까지. 짧은 일탈의 목적지로 이만한 선택지가 어딨을까? 그곳에서 우리는 여기 아닌 어딘가로 떠날 수 있다. 보개도서관은 1996년 안성시립도서관으로 개관했다. 2008년 중앙도서관이 생기기 전까지 안성의 대표 도서관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10년 후인 2018년 12월 26일,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도서관 3층에 ‘책다락 만화책방’이 생겨났다. 어느새 소장 만화책만 1만권이 넘는다. 만화책도 만화책이지만 넉넉하고 여유로운 운영이 긴장의 봉인을 해제한다. 침묵과 고요 대신 옆 사람과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속닥거려도 되는, 그러다 만화책을 이불처럼 덮고 소파에 몸을 누인 채 노곤함을 즐겨도 그러려니 하는, 가벼운 커피 한잔마저 허락하는 그래서 부모와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 책장을 넘기거나, 연인들이 손을 잡고 서가를 누비는 모습이 이곳에서는 자연스럽다(심지어 보드 게임도 가능하다). 첫 마중 또한 여느 도서관과 다르다. 음악이 있는 도서관이다. 막 흐르기 시작한 곡은 윤한의 피아노 연주곡 ‘9월의 기적’이다. 9월은 그가 아빠가 된 달이고 그 감격을 담은 곡이란다. 그러니 예수가 태어난 12월에 ‘9월의 기적’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 같기도 하다.●다락방 연대의 비밀스런 공감 먼저 중앙 원형 서가에 들른다. 바깥에서 볼 때 건물 가운데 둥근 원기둥 안쪽이다. 반원의 책장은 만화책이 책장을 빙 둘러 빼곡하다. ‘장관’이라거나 ‘오지다’거나 세대마다 환호를 표현하는 방식은 달라도 환대의 마음은 똑같다. 원형 서가를 기준으로 왼쪽은 ‘책다락 만화책방’, 오른쪽은 독립출판 전시실이다. 만화책방 가는 통로에는 북 큐레이션과 신간 도서 책장이 기다린다. 만화책방의 예고편이랄까. 이달은 ‘드라마 원작 웹툰’ 큐레이션이다. 얼마 전 방영을 끝낸 ‘무빙’, ‘이태원 클라쓰’ 등의 만화책이 도열한다. 드라마와 원작의 내용은 같지만 그것을 읽어 나가는 흐름은 다르다. 낱낱으로 그려진 칸칸의 프레임 속 명장면을 느긋한 산책의 시선으로 살핀다.자, 이제 본편이다. 만화책 서너 권을 골라서는 본격 입장한다. 만화책방은 까만색 2인용 의자와 음료를 놓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 등 영락없는 만화방이다. 처음 조성할 때부터 만화방 인테리어를 염두에 뒀다고 한다. 뒤편 좌석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아예 누워서 책을 볼 수 있는 매트 소파다. 가족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빠의 무릎 위에서 아기가 눈을 말똥거린다. 만화책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빠와 아이의 시선이 정겹다. 무엇보다 적당히 흐트러지고 또 얼마간 불량스런 자세는 만화만이 줄 수 있는 해방이다.서가 안쪽에는 다락방이다. 보호자를 포함한 4인 이상 이용을 권하지만 2층은 이미 소녀들의 아지트다. 1층은 아빠와 딸아이가 마주 앉아 경쟁하듯 만화책을 뒤적인다. 이토록 다양한 세대가 하나의 공간 안에서 공통의 집중력을 발휘하다니. 실실 웃음이 나는 건 왜일까? 어쩌면 만화가 그리웠던 건 책 속의 이야기보다 비밀스런 공모의 연대감이 아닐는지. 그걸 달리 부르면 상상의 발로일 테고. 새삼 인정할 수밖에 없다. 활자로만 가득 찬 책은 진지한 동무지만, 때로는 만화처럼 개구진 친구들이 갑갑한 일상의 숨통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그래서 예전 어른들은 만화를 위험한 독서로 규정했던가? 하지만 여기는 2023년의 도서관이다. 일탈의 욕망은 아이와 어른이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은 후의 시대다.●‘허겁지겁’ 대신 ‘잘 살았어’ 조금 전 꺼낸 만화 ‘슬램덩크’를 산처럼 쌓아 놓고 만화광들 사이에 똬리를 튼다. 본격적인 일탈이다. 도서관을 잠시 잊고는 “만화방은 라면인데” 하며 툴툴대기도 한다. 그래, 욕심은 끝이 없지. 따뜻한 차 한 잔을 타서는 자리로 돌아온다. 막 넘긴 책장 속에선 강백호가 멋진 앨리웁 덩크를 성공했다. 다음 권에서 다음 권으로 폴짝폴짝,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든다. 가끔씩 고개를 들고는 이곳이 도서관이라니 흐뭇해하며. 만화책방을 나오기 전에는 또 한 권의 만화책이 불러 세운다.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다. ‘책점’을 치듯 우연의 장을 펼친다. ‘80수(화)의 에피소드’다. 퇴근 전 장그래가 사장이 건넨 조언을 떠올리는 장면이다. 서서 읽는다. “허겁지겁 퇴근하지 말고 한 번 더 자기 자리 뒤돌아보고 퇴근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거야.” 상사의 착한 조언보다 ‘허겁지겁’이라는 단어에 꽂힌다. 연말이라 그렇다. 한 해 끝에서는 늘 지난 한 해가 ‘허겁지겁’인 것만 같다. 그래서 한층 매섭게 자신을 몰아세우고, 그 결과로 새해의 계획은 늘 거창한 것일지도. 도서관을 나올 때는 이미 해가 기울었지만 허겁지겁 걷지 않는다. 주차장 한가운데 서서는 뒤를 돌아보는 여유도 갖는다. 다시 보니 도서관 지붕은 누군가 건물 위에 읽던 책을 펼친 채로 얹어 놓은 모양이다. 3층 서가 창 너머에는 오늘의 만화책을 고르는 이가 보인다. 이번에는 도서관 뒤편에 거대한 거인이 있어 책장을 넘기려 도서관 지붕을 들어 올리는 상상을 한다. 거인의 낭독이 흰 눈처럼 날리지 않을까 하며 또 실없이 웃는다. 이게 다 만화책 때문이야 하며. 도서관이 있는 보개(寶蓋)의 지명은 ‘보물이 덮여 있는 땅’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호호 입김을 불며 군고구마 껍질을 벗기듯 한 장 한 장 만화책을 넘기는 행복감은 이 겨울, 이곳만의 보물일지도. 이제 도서관 건물은 심지어 그 옛날의 ‘보물섬’(1980~1990년대 만화잡지)처럼 보인다. 마지막으로 그 섬 위에 말풍선 하나를 그려 적는다. “잘 살았어.” 한 해의 책장을 덮으며 건네는 안부의 인사다. 2023년의 내가 내게 꼭 한 번은 해 주고 싶었던 말이다.보개도서관 3층은 ‘책다락 만화책방’ 외에 독립출판물 전시실 또한 매력적이다. 전시실이지만 동네 책방이나 다름없다. 책 진열대와 책장을 독립출판물 전시대처럼 사용한 모습이 그렇다. 그 가운데는 안성 방각본(坊刻本) ‘계몽편언해’ 유물이 눈길을 끈다. 방각본은 조선시대 민간 인쇄물이다. 안성은 조선 3대 방각본 판각지였다. 지금의 독립출판물에 견줄 만하겠다. ●1930년대와 1990년대 도서관 나란히 책을 읽을 수 있는 호젓한 자리 역시 여럿이다. 창가 자리는 유리창 밖으로 안성객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 장면이 특별한 건 안성객사 역시 한때는 안성도서관이었던 까닭이다. 객사는 과거 관리가 출장길에 머물던 숙소이자 임금에게 망궐례를 올리던 건물이다. 안성객사는 유일한 고려시대 객사로 추정한다. 임금의 위패를 모시는 중앙의 정청은 맞배지붕이고 숙소로 쓰인 동서헌은 팔작지붕으로 벽체 없는 누각이 붙어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안성보통학교로, 광복 후에는 명륜여중으로 쓰였다고 한다. 그사이 1932년부터 10여년간이 안성도서관이었다. 그러니 1930~40년대와 1990년대 안성의 도서관이 이웃한 셈이다. 안성객사는 안성시립도서관(현 보개도서관)이 개관한 다음해 지금의 자리로 옮겨 왔다. 안성도서관의 역사를 나란히 보여 주고자 한 의도로 읽힌다. 다른 지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다. 그래서 객사 마당을 거닐며 담장 너머 보개도서관을 바라보면 감흥이 다르다. 겨울에도 마루에 앉아 별생각 없이 머물고픈 마음이 간절한데 객사 건물 안은 들어갈 수 없다.●시와 서예와 수석의 박두진문학관 보개면은 청록파 시인 박두진이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다. 보개도서관 ‘책다락 만화책방’ 자리에는 원래 해산 박두진 자료실이 있었다. 박두진 문학관이 개관하기 전까지 박두진 문학의 자취를 살펴볼 수 있는 장소였다. 현재 박두진 문학관은 안성맞춤랜드 북쪽에 있다. 옥상을 포함해 지상 3층, 총면적 999.45㎡ 규모의 건물이다. 상설 전시는 그의 시 세계를 여러 시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면 ‘노래로 불리다’는 노래로 만들어진 박두진의 시다. 성악가 조수미가 부른 ‘꽃구름 속에’와 가수 조하문이 부른 ‘해야’ 등을 직접 들어 볼 수 있다. 시에 곡을 붙여 리듬과 선율을 부여하니 시어의 감정이 훨씬 풍성하게 다가온다. ‘꽃구름 속에’는 광복에 대한 염원을 담은 곡인데 이맘때는 힘차게 새해를 여는 노래로도 들린다. 시인은 “시를 쓰거나 수석을 만지거나, 먹글씨를 쓰는 일이 자신에게 가장 적극적인 것”이라 말했다. 그러니 시와 더불어 수석과 먹글씨 두 가지를 눈여겨볼 일이다. 그가 수집한 수석은 상설전시실에, 먹글씨는 특별전시로 전시 중이다.●그립거나 신기한 ‘올드타임 그때그시절’ 안성 시내를 기준으로 보개면의 반대편이 공도읍이다. 농협안성팜랜드를 가장 먼저 떠올릴 테지만 ‘올드타임 그때그시절’은 그 못지않은 숨은 명소다. 생활사박물관으로 임영곤, 강영숙 부부가 35년 동안 수집한 1960~90년대 생활 물품 2만여점을 전시한다. 수십년 쌓은 노하우를 집약해 꾸린 곳이 ‘올드타임 그때그시절’이다. 박물관 겉모습은 심심하다. 얼핏 보면 창고 건물이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와~’ 하는 감탄이 나온다. 외관보다 내부를 알차게 꾸미는 데 힘을 집중했다. 실내는 크게 편집숍과 카페테리아 그리고 박물관 등 두 동으로 나뉜다. 카페테리아는 옛날 간판과 아폴로, 달고나 같은 추억의 간식이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카페테리아에서 이어지는 박물관 동은 한층 압도적이다. 높이 5m에 길이만 70m에 달한다. ‘ㄷ’자 형태로 순환하는 동선이니 족히 140m가 넘는 거리다. 실재하는 골목이라 해도 믿겠다. 대폿집, 비디오 가게, 사진관, 교실 등 세트의 소품 구성은 중노년층이 애환에 젖어 눈물을 훔칠 만큼 정교하다. 물론 레트로풍 데이트를 즐기는 20~30대에게도 진귀한 구경이다. ■여행수첩 운영 시간은 화~일요일 오전 9시~오후 8시(책다락 만화책방, 독립출판물 전시실), 매주 월요일 휴관. www.anseong.go.kr/library (031) 678-5330.
  • 다르게 보지 않으면 달리 나을 것이 없다

    다르게 보지 않으면 달리 나을 것이 없다

    현장성 담은 강수환 첫 평론집챗GPT와 구비문학 속성 주목문학 위기 너머 새 가능성 발견유튜브 시대 비평 영역도 성찰“아이들이 달라지길 바란다면어른들의 시선부터 달라져야” “어린이들에게 세계를 다르게 보기를 권하고 싶다면, 우선 어른부터 어린이를 다르게 보고 들을 수 있어야 한다.”(책머리에)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강수환(37)의 첫 평론집 ‘다르게 보는 용기’(창비)는 쉽고 곧은 문장으로 아동과 청소년을 둘러싼 세계의 변화를 포착한다. 지루하고 딱딱한 여느 문학 평론집과 강수환의 글이 다른 점은 생생한 현장성이다. 인하대에서 서사 이론, 문화학을 가르치는 그는 학생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거기서 길어 올린 생각에서 비평을 시작한다.“일방적이고 고전적인 저자-독자 관계가 아닌, 대화를 통해 거듭 다른 결과물을 산출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은 분명 구비문학의 속성과 일부 포개어진다.”(27쪽, ‘지금부터 로봇들과 대화해 보시지 그러세요?’) 책 맨 앞에 실린 평론에는 한 학생이 수업에서 서평 과제를 ‘챗GPT’에 일임했다가 적발된 사례가 언급된다. 강수환은 이것이 단순히 학생 개인의 비행에서 끝날 일이 아니라고 예감한다. 사용자와의 상호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만드는 생성형 AI의 구비문학적 속성을 주목한 그는 이것이 나아가 문학과 세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흔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강수환은 그저 문학의 위기를 한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챗GPT를 통해 세계를 새롭게 이해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긍정한다.온갖 리뷰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유튜브의 등장 이후 평론의 역할을 고민하는 글(‘디스/리스펙트 시대의 비평’)도 이색적이다. “폐쇄적인 문단 구조” 아래서 “출판 매체를 전제로 한” 글만을 ‘본격적인 비평’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아니면 “모방과 감염 체계 위에서 신체 수준의 커뮤니케이션이 확산·전파”되며 “더 많은 감염(자들)을 추수하기 위한 강렬한 과잉/결핍의 언어만을 양산하는 결과”인 저 많은 리뷰 역시 비평으로 포용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한다. “청소년의 노동은 늘 현재의 시제로 포착되기보다는, 장래 희망란에 쓰인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 건너기 위한 잠정적인 발판 정도로만 여겨지고 있다고. 그렇게 청소년들의 노동은 이중으로 지워진다.”(255쪽), “혼란스러운 사랑의 여정을 통과하는 십대에게 청소년소설은, 비록 확실한 안내서는 될 수 없을지언정 다정한 동행자는 될 수 있을 것이다.”(287쪽) 어른들의 시선에서 쉬이 생략되는 청소년의 노동과 사랑을 깊이 있게 톺아보는 시선도 따스하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마치 정언명령처럼 받아들여졌던 ‘학생은 학생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는 문장에서 보듯 아동과 청소년은 항상 미숙한 존재로 치부됐다. 그러나 어떤가. 세월호와 촛불, 페미니즘 그리고 코로나19까지 그 이전이 어땠는지 기억하기가 어려워진 시대에 우리는 아이들을 충분히 “다르게 볼 용기”를 가지고 있는가. 2017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비평 활동을 시작한 강수환은 수상작인 ‘콤플렉스는 나의 힘’에서 이렇게 역설한다. “좋은 문학이라면 독자들에게 보다 좋은, 즉 동어반복을 넘어서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끔 만들 것이다. (…) 그 출발은 자신의 콤플렉스와 대면하는 데서부터다. 콤플렉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것은 우리가 새로운 꿈과 환상을 구상하도록 만드는 힘이다.”(279쪽)
  • 이경숙 서울시의원, ‘2023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수상

    이경숙 서울시의원, ‘2023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수상

    서울시의회 이경숙 의원(국민의힘·도봉1)은 21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주최한 ‘2023 지방의원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좋은 조례 분야에서 우수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2023 지방의원 매니페스토 약속대상’은 지역발전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의원에게 주는 상으로 입법의 시급성, 지역발전 기여도 등을 평가해 선정했다. 이번에 ‘좋은 조례’로 선정된 ‘서울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는 이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서울시의회 서울교육 학력향상 특별위원회’에서 발의했다. 해당 조례는 ▲기초학력 진단검사 시행 ▲진단평가 현황 및 결과 공개 권장 ▲학습지원 담당교원 지정과 양성 ▲기초학력 보장 지원 강화를 위한 지역사회 연계 등을 규정했다. 조례가 발의되고 ‘학교 줄 세우기 우려’, ‘일제고사 부활’ 등 왜곡된 언론보도와 교육청의 대법원 제소 등 공방이 있었으나, 이 의원은 기초학력 보장지원 필요성을 피력하고 새로운 교육적 담론을 제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편 해당 조례는 서울시교육청이 낸 집행정지 결정 신청을 대법원이 인용하며 중단됐으나, 서울시교육청 기초학력 지원과 신설, 서울시 학생 문해력·수리력 진단평가 시행 등의 성과를 내며 기초학력 향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이 의원은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는 매년 지방의회 입법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해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널리 알리고 싶었다”라며 “함께 머리를 맞댄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님과 관심을 모아주신 학부모님들 덕분이다”라고 공을 돌렸다. 또한 “학생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정책을 지속 연구하고 발굴하겠다”라며 “앞으로도 더 좋은 정책 발굴을 위한 의정활동에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 이승철, 85세 장모님 동안비결… “주량 소주 2병”

    이승철, 85세 장모님 동안비결… “주량 소주 2병”

    이승철이 85세 장모님의 동안 비결을 말했다. 지난 20일 방송된 채널A ‘요즘 남자 라이프 신랑수업’에서 가수 이승철은 85세 장모님을 공개했다. 이날 방송에서 가수 이승철은 장모님과 함께 김장했고, 심형탁 사야 부부를 집으로 초대해 함께 했다. 이승철은 사야에게 “우리 장모님 몇 살로 보이셔?”라고 물었고 장영란은 “머리숱도 많고 젊어 보이신다”고 말했다.사야는 이승철 장모님을 보고 “60대예요?”라고 물었고, 이승철은 “내가 60이야”라고 반응했다. 이승철 장모님은 “80대야”라고 밝히며 웃었고, 사야는 “80대?”라며 깜짝 놀랐다. 이승철은 “어머니가 염색도 안 하셨다. 건강 비결은 아침에 사과 반쪽, 검은콩을 드신다. 머리가 흰머리가 없다”고 건강 비결도 밝혔다. 김동완은 “나이 들어도 건강하고 예쁜 분들 보면 경이롭다”고 했다. 또 이승철은 장모님의 주량이 소주 2병이라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승철은 “가볍게 드시고 잔다고 하고 간다”며 “처남들은 미국 가고 나는 한국 살아 더 자주 챙길 수 있다”고 장모님이 술친구라 자랑했다.
  • ‘12사도의 행진’을 위한 카운트다운을 외쳐라, 프라하 천문시계 [한ZOOM]

    ‘12사도의 행진’을 위한 카운트다운을 외쳐라, 프라하 천문시계 [한ZOOM]

    체코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 초저녁부터 안개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영화에 나올 것 같은 오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낮에는 한 걸음에 닿을 것 같은 ‘얀 후스’(Jan Hus, 1372~1415)의 동상조차 안개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짙은 안개를 뚫고 구시청사 쪽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 고개를 들고 벽에 걸려 있는 거대한 시계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카운트다운을 외치기 시작했다.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자정에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마지막 ‘제로(0)’ 외침소리와 동시에 시계가 7시를 알리는 종을 울렸고, 위쪽 두 개의 창이 열리고 예수의 12사도 행렬이 시작됐다. 프라하에서 만난 ‘전설의 고향’ 1410년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 구시청사 벽에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천문시계’(Pražský orloj)가 설치됐다. 전 세계에서는 세 번째지만, 지금도 움직이고 있는 천문시계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시계라고 한다. 이 시계는 시계제작자 미쿨라스(Mikulas)와 하누쉬(Hanus) 그리고 수학자 얀 신델(Jan Sindel)의 합작품이다.  이 시계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프라하 천문시계의 정교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소문이 주변국으로 퍼져 나가자, 천문시계를 갖고 싶은 왕과 영주들의 제작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프라하 시청은 곤란했다. 천문시계의 인기가 많은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도 천문시계가 많아지면 ‘프라하 천문시계’의 희소성은 사라질 것이다.어느 날 새벽, 프라하 시청에서 보낸 사람들이 시계제작자 ‘하누쉬’의 집에 도착했다. 그들은 ‘하누쉬’를 붙잡은 다음 불에 달군 인두로 ‘하누쉬’의 눈을 지졌다. 억울한 일을 당한 ‘하누쉬’는 죽고 싶었다. 하지만 죽기 전 마지막으로 천문시계를 한 번만 만져보고 싶었다. ‘하누쉬’는 시계탑으로 올라갔다. ‘하누쉬’가 천문시계를 만지자 순간 천문시계가 멈추었다. 이후 수많은 시계전문가들이 천문시계를 다시 움직이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천문시계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약 400년이 지난 1860년경 어느 날 갑자기 천문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도 전해 내려오는 천문시계에 얽힌 슬픈 이야기다. 그런데 이 전설은 그냥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일 뿐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꽃보다 남자, 기능보다 퍼포먼스 천문시계는 천동설의 원리에 따라 해와 달의 움직임 그리고 시간을 정교하게 나타낸다. 하지만 오늘날 인류는 양자시계로 시간의 오차를 극복하고, 인공위성을 통해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천문시계가 주는 기능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오히려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매시간 정각 보여주는 12사도 행렬과 같은 이벤트에 더 관심이 있다. 아쉬운 것은 천문시계의 이벤트가 약 20초로 너무 짧다는 것이다. 이벤트가 끝나자 요즘 말로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 이 짧은 이벤트를 보려고 어렵게 군중 사이를 파고들어 자리잡았나 하는 허탈함마저 느껴졌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벤트 시간이 너무 짧다는 여론을 의식해서 나팔부는 기사를 추가하여 전체 이벤트 시간을 약 60초로 늘렸다고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천문시계는 위 아래 두 개의 시계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쪽 시계판에는 죽음을 의미하는 ‘해골’, 인생을 낭비하는 ‘악기 연주자’, 허영으로 가득 찬 ‘거울을 들고 있는 청년’, 돈 주머니를 들고 있는 ‘고리대금업자’가 조각되어 있다. 이 조각들은 시계가 만들어질 당시 사람들이 ‘혐오하는’ 인간의 모습을 조각한 것이라고 한다. 아래쪽 시계판 주변에도 칼과 방패를 든 ‘정의의 여신’, 책과 펜을 들고 있는 ‘철학자’, 망원경을 들고 있는 ‘과학자’ 등이 조각되어 있다. 이 조각들은 위쪽 시계판 조각들과는 반대로 당시 사람들이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을 조각한 것이라고 한다. 천문시계 제작자들은 나쁜 사람들과 좋은 사람들이 뒤섞여 살아가는 인간세상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매시간 등장하는 해골로 죽음을 암시하는 동시에, 12사도의 행렬을 통해 죽음을 극복하는 지혜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종합해보면, 천문시계는 계절과 시간 보다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철학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천문시계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리 속에는 유홍준 교수가 인용한, 조선시대 정조 때 문장가 유한준(兪漢雋, 1732~1811)의 글이 떠올랐다.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지즉위진애 애즉위진간 간즉축지이비도축야)‘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보게 되며, 보게 되면 모으게 된다. 이때 모으는 것은 그냥 모으는 것이 아니다.’
  • 이현이, 축구하다 얼굴 마비…상대 머리에 맞았다

    이현이, 축구하다 얼굴 마비…상대 머리에 맞았다

    모델 이현이가 축구 경기 중 입은 부상으로 얼굴 마비가 왔다고 밝혔다. 20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는 이현이와 이혜영, 강수정, 지예은이 출연했다. 이날 이현이는 “얼마 전 축구 경기 중 상대 선수가 제 얼굴에 헤딩해서 오른쪽 얼굴에 마비가 왔다. 지금도 그렇다”며 웃을 때 입꼬리가 부자연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완벽하게 안 웃어지더라”며 “원래는 입꼬리가 끝까지 올라가는데, 마비 때문에 오른쪽 입꼬리는 올라가려다가 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래 완벽한 대칭 얼굴이었다. 안면마비가 온 지 3주가 됐다. 병원에서 ‘뼈에 이상은 없고, 부기만 빠지면 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 [문화마당] 이야기, 겨울 이야기/위원석 딸기책방 대표

    [문화마당] 이야기, 겨울 이야기/위원석 딸기책방 대표

    사람 사이의 접촉과 대화가 점점 줄어드는 시절이지만, 그럴수록 웹소설, 웹툰, 게임 등의 이야기 산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이야기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발표되고, 지구적으로 유통되며 소비된다. 어느덧 이야기의 풍요를 지나 이야기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야기 천국 같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도 시간이 지나면 시큰둥해지고, 다른 OTT 서비스에 가입해 보지만 그 또한 시간이 지나면 금세 시들해지고 만다. 풍요 속의 빈곤, 홍수 속의 가뭄이다. 바람 쌩쌩 부는 한겨울 아랫목 이불에 발을 묻으면 두런두런 외할아버지의 옛이야기가 시작된다. 손꼽아 보아야 열 편이 되지 않는 레퍼토리가 반복됐지만, 그 뻔한 옛이야기들은 들을 때마다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외할아버지는 자신에게 집중한 손주의 눈망울을 바라보며 그때그때 소리를 높이기도 낮추기도 했고, 근엄했던 얼굴에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고, 자칫 지루해질 참이면 줄거리에서 살짝 빠져나가 ‘똥’이나 ‘방귀’ 같은 소재의 이야기로 괜한 우스개를 들려주어 까르르 웃게 만들기도 했다. 최첨단 인공지능도 구현하기 어려운 실시간ㆍ쌍방향ㆍ맞춤형 콘텐츠였던 셈이다. 이야기의 재미도 재미지만 화자와 청자 사이의 친밀감, 친밀한 표정과 목소리를 주고받는 가운데 차곡차곡 쌓여 가는 온기와 행복감은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다. 이야기가 넘쳐나서일까. 언제부터인지 아이들에게 한 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을 찾아보기 어렵다. 자연히 아이들은 어른의 눈을 보며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핸드폰이나 모니터 위의 영상을 통해 이야기 세계에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 또한 세상의 변화이니 막을 방법도 없고 나무랄 일도 아니지만, 우리 세대가 얻었던 친밀감과 행복감을 지금 아이들에게도 전할 방법이 있다면 좋겠다. 애써 옛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자연스럽지 않다면 그림책을 읽어 주는 것도 좋겠다. 그림책은 화자와 청자, 어른과 아이의 좋은 매개가 될 것이고 앞서 언급한 친밀감과 행복감을 나누기에도 적당한 내용과 형식을 담고 있다. 눈사람 이야기는 지금 계절에 읽기 딱 좋은 소재다. 눈이 펑펑 내리고 공원 위에 소복이 눈이 쌓이고 있을 때 뛰쳐나가고 싶지 않은 어린이가 있을까. 눈을 크게 굴려 몸통을 만들고, 또 하나의 눈을 굴려 몸통 위에 머리를 올린다. 정성껏 눈도 찍어 주고, 입고 그리고, 코도 박아 준다. 나뭇가지로 양팔도 만들어 준다. 반나절 동안 흠뻑 정이 든 눈사람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간다. 운이 좋으면 며칠 동안 눈사람을 만날 수 있지만, 그래 봐야 며칠 후면 눈사람은 일그러지거나 사라지고 말 것이다. 눈사람의 소멸을 보며 아이는 앞으로 수없이 마주할 이별을 연습하는지도 모르겠다. 레이먼드 브리그스의 ‘눈사람 아저씨’는 눈사람에 대한 아이들의 마음을 그려 낸 작품으로 1978년 출간 이래 많은 어린이의 공감을 얻으며 매해 겨울마다 새로운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글자가 없는 그림책인 만큼 어른과 아이가 대화를 나누며 책장을 넘기기에 알맞다.
  • “X-마스는 대체 누가 만든 거야” 궁금한 당신께

    “X-마스는 대체 누가 만든 거야” 궁금한 당신께

    크리스마스의 상징적인 영화 중 하나인 ‘러브 액츄얼리’는 크리스마스 7주 전 시점에서 시작된다. 여러 커플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풀어내는 영화에서는 크리스마스와 관련한 다양한 전통들을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전통 명절은 아니지만 누구든 모른 척 지나치기 어렵다. 연인들, 아이가 있는 부모, 심지어 크리스마스를 외로이 보내야 하는 솔로들까지도. 선물을 고르거나 식사 장소를 예약하다 지친 이들이라면 한번쯤 ‘크리스마스는 왜 이렇게 요란스럽게 기념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산타도 캐럴도 실상은 ‘만들어진 것’ 콜린스 영어사전 편집자로 ‘걸어 다니는 어원사전’, ‘문장의 맛’ 저자로 알려진 마크 포사이스도 궁금했던 모양이다. ‘기발한 크리스마스 백과사전’이라는 부제가 붙은 ‘크리스마스는 왜?’(비아북)라는 책을 통해 크리스마스는 왜 12월 25일이며 사람들은 왜 크리스마스를 그렇게 고대하고 기념하며 즐기는 것이냐는 다양한 질문을 던지면서 그 역사적, 언어적 기원을 찾아 나섰다. 12월의 시작과 함께 여기저기서 들리는 캐럴은 처음에는 예배할 때나 교회에서 불리던 것이 아니라 술집에서 불렸던 노래라고 한다. 창작 캐럴이 아닌 옛날 캐럴 중에서조차 크리스마스와 어울리지 않는 곡들을 간혹 만날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또 크리스마스카드는 ‘라운드 로빈’이라는 해군의 선상 반란 전통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아이·가족과 함께하는 전통으로 진화 게다가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인 미국은 원래 크리스마스를 혐오하고 ‘크리스마스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으로 세워진 나라임에도 지금은 크리스마스를 가장 요란하게 보내는 나라가 됐다는 대목을 만나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저자는 우리가 크리스마스 하면 떠올리는 산타클로스, 트리, 선물, 캐럴 등은 그야말로 ‘만들어진 것’들이라고 말한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낡은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 낡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전통’들은 실상 기원을 따져 보면 극히 최신의 것일 따름이며, 종종 발명된 것”이라고 한 말이 떠오른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받을 수 있는 온갖 것들이지만 어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상실해 버린 온갖 것”이라며 “트리를 꾸미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카드를 쓰고, 잠든 아이 머리맡에 선물을 놓은 뒤 살금살금 뒤돌아 나오는 이유는 이제는 이 모든 것이 꼭 필요한 전통이 됐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치를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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