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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살 아들 목에서 6㎝ ‘쌍둥이’ 발견? 충격…의료계 “기생 쌍둥이와 달라” 中 ‘발칵’

    6살 아들 목에서 6㎝ ‘쌍둥이’ 발견? 충격…의료계 “기생 쌍둥이와 달라” 中 ‘발칵’

    중국의 6세 남자아이 목에서 발견된 종양이 한때 ‘미발달 쌍둥이’로 잘못 알려지며 현지에서 큰 화제가 됐다. 29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에 거주하는 6세 남아 샤오량의 어머니는 아이가 지난 6개월간 심한 코골이를 하고, 부드러운 음식만 먹으려 하며 식욕까지 잃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샤오량의 목 안쪽에서 지름 약 6㎝ 크기의 종괴가 발견됐다. 초기 진단을 내린 지역 병원은 “계란 크기의 종양이 목에 있다”며 상급병원 진료를 권했다. 이후 상하이 푸단대 아동병원으로 옮겨 정밀 검사를 받았고 의료진은 이 종괴를 ‘기형종(teratoma)’으로 판단했다. 기형종은 지방, 연골, 모발, 치아 등 다양한 조직을 포함할 수 있는 종양이다. 현지 일부 매체는 해당 종양을 두고 “발달하지 못한 쌍둥이 형제가 목에 남아 있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의료 전문가들은 이를 곧바로 반박했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기형종은 환자 자신의 세포에서 자란 종양으로, 정상 발달하지 못한 쌍둥이가 다른 태아에 기생해 자라는 ‘기생 쌍둥이(fetus in fetu)’와는 다른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샤오량의 종양은 경동맥에 붙어 있어 수술 위험이 높았다. 푸단대 병원 의료진은 3시간에 걸친 고난도 수술 끝에 종양 제거에 성공했다. 수술 후 샤오량은 식욕을 되찾았으며, 가족에게 “찐빵이 먹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빠르게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기형종은 드물지만 영유아와 소아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종양 내부에 머리카락이나 치아 같은 조직이 보여 대중이 쌍둥이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기형종은 일반적으로 양성 생식세포 종양으로, 주로 어린이와 젊은 성인의 생식선 및 꼬리뼈 부위에서 발견된다. 일부 의학 보고서에서는 쌍둥이에게 흡수된 태아가 고도로 발달된 형태의 기형종일 수 있다는 가설도 있다. 이러한 경우는 약 50만명 출생아 중 한명꼴로 매우 드물게 발생하며 ‘태아 내 태아’라고 불린다.
  • 종로구, ‘광화문스퀘어’ 법인 출범…미디어아트 거점 속도

    종로구, ‘광화문스퀘어’ 법인 출범…미디어아트 거점 속도

    서울 종로구가 광화문 일대를 세계적 미디어아트 중심지로 도약시키기 위한 조직이 공식 출범했다고 29일 밝혔다. 구는 전날 구청 기획상황실에서 사단법인 ‘광화문스퀘어’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광화문스퀘어 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에 출범한 법인은 기존의 민관합동협의회를 공식 조직으로 전환한 것이다. 보다 안정적인 플랫폼 운영과 지속가능한 콘텐츠 확보를 위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창립총회에서는 지난해 가을 K-페스타 광화문스퀘어 오프닝 세리머니부터 신년 카운트다운, 삼일절 퍼포먼스, BTS 광화문 공연 등 주요 성과를 공유했다. 향후 미디어아트 콘텐츠 기획과 운영 방향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행정안전부 지정 자유표시구역 2기 사업인 ‘광화문스퀘어 프로젝트’는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 약 22만 1815㎡ 구역을 하나의 거대한 미디어아트 캔버스로 운용하는 것이 목표다. 종로구를 비롯해 행정안전부, 서울시와 건물주, 광고·법률·회계 분야 전문가가 함께하는 민관 협력 모델로 추진 중이다. 현재까지 코리아나호텔, KT WEST, 동아일보, 세광빌딩 등 4곳에 전광판 설치를 마쳤다. 다정빌딩, 국호빌딩, 교보생명빌딩, 광화문빌딩 등에도 올해 안에 순차적으로 구축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광화문 일대 전반에 걸친 입체적 미디어 환경을 조성하고, 도시 공간과 콘텐츠를 결합시킨 새로운 문화경관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정문헌 구청장은 “광화문스퀘어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를 가장 현대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K-미디어아트 거점”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미디어 플랫폼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6월 붉은악마 월드컵 응원전 역시 차별화된 도시형 퍼포먼스로 선보이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 어린이 꿈, 강북서 피어난다…‘제3회 강북구 어린이날 축제’ 개최

    어린이 꿈, 강북서 피어난다…‘제3회 강북구 어린이날 축제’ 개최

    서울 강북구가 제104회 어린이날을 맞아 5월 2일 북서울꿈의숲에서 ‘제3회 강북구 어린이날 축제’를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강북 꿈 랜드(어린이의 꿈, 강북에서 피어나다)’를 주제로 하는 축제는 북서울꿈의숲 서문광장·볼프라자·창포원 등 일대를 거대한 테마파크로 바꿔놓을 예정이다. 오전 10시 창포원 무대에서 열리는 식전 공연으로 막을 올린다. 어린이들이 무대에 올라 난타, 댄스, 줄넘기 시범 등 실력을 뽐낸다. 개회식에서는 내빈과 어린이가 함께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을 만져 빛의 파동을 연출하는 세리머니가 펼쳐진다. 지난해보다 풍성해진 볼거리와 체험 행사가 눈에 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신비아파트’ 싱어롱쇼가 1·2회에 걸쳐 진행되며 출연진과 팬미팅도 있다. 음악인형극, 마임쇼, 버블쇼 등 눈을 뗄 수 없는 버스킹 공연이 이어진다. 놀이 시설과 체험 공간도 확대됐다. 볼프라자 ‘모험랜드’에는 놀이기구 5종(바이킹·회전그네·범퍼카·우주전투기·배틀킹)이 설치된다. 서문광장 ‘동화랜드’에는 에어바운스(풍선놀이틀) 4종과 포토 부스, 오락기 등이 마련된다. 강북구 캐릭터 인형 등이 행사장 전역을 누비며 아이들에게 추억을 선사할 계획이다. 시대 변화를 반영한 ‘탐험랜드’도 눈길을 끈다. 청운답원에 조성된 탐험랜드에서는 인공지능(AI) 이미지 생성 및 드론 경주, 가상현실(VR)·로봇 체험 등 미래 기술을 접할 수 있다. 서문광장 입구에는 전통시장 상인들이 참여하는 먹거리 부스 8곳이 운영된다. 놀이기구 등 모든 체험 프로그램은 1000원의 자유이용권으로 이용할 수 있다. 구는 행사 당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안전관리 인력도 배치할 예정이다. 이순희 구청장은 “아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키우는 특별한 하루가 되고 가족 모두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되길 바란다”며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아동친화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영상)“한국인 맞네” 택시 뒷좌석서 아이 발견한 남성이 한 행동…베트남 ‘감동’

    (영상)“한국인 맞네” 택시 뒷좌석서 아이 발견한 남성이 한 행동…베트남 ‘감동’

    베트남 하노이에서 어린 딸을 태우고 생계를 위해 택시를 몰던 기사에게 한국인 승객이 아이에게 용돈을 건넨 사연이 알려지며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베트남 매체 DTiNews 등에 따르면 하노이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는 당 반 단(33)씨는 최근 어린 딸을 차에 태운 채 운전하던 중 한국인 승객을 태웠다. 당시 그는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부득이하게 딸을 태우고 일하고 있었다. 단씨는 딸에게 손님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있으라고 신신당부했고, 처음에 한국인 승객도 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한 시간 넘게 차를 타고 목적지에 가까워졌을 때쯤 한국인 승객은 뒷좌석에 있는 아이를 알아차렸다. 그는 “승객은 전혀 짜증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딸과 대화를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승객은 단씨에게 아이가 왜 차에 함께 있느냐고 물었고, 그는 “아이를 맡길 사람이 없어 데리고 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목적지에 도착할 무렵 한국인 승객은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뒷좌석의 아이에게 건넸다. 베트남 현지 매체는 이를 ‘럭키 머니(lucky money)’라고 표현하며 한국에서는 아이를 격려하는 의미로 용돈을 준다고 전했다. 단씨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친절이었다”며 “한국인 승객의 따뜻한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했고, 영상은 현지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누리꾼들은 “국적을 떠나 아름다운 선행”, “자식을 둔 아버지의 마음은 다 같을 것”, “한국인을 다시 보게 됐다”며 감동을 드러냈다. 해당 한국인 승객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 인종차별엔 철퇴, 경고 누적엔 관대하게...이번 월드컵부터 달라지는 것들

    인종차별엔 철퇴, 경고 누적엔 관대하게...이번 월드컵부터 달라지는 것들

    오는 6월 12일(한국시간) 개막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에서는 상대와 대치 상황에서 입을 가리는 선수는 레드카드를 받고 즉시 퇴장하게 된다. 축구에서 인종차별적 언행을 뿌리 뽑겠다는 FIFA의 강한 의지에 따른 변화다. 축구 경기 규칙을 제정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29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특별 회의에서 상대 선수와 대치하는 상황에서 입을 가리는 선수는 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경기 규칙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FIFA는 새 규정을 이번 월드컵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앞서 FIFA가 경기 중 심판의 퇴장 선언 요건 신설을 추진하자 국제 축구계에서는 이를 ‘비니시우스 규정’으로 이름 붙였다. 2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렸던 벤피카(포르투갈)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경기에서 마드리드의 간판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브라질)를 향한 인종차별 논란을 계기로 FIFA가 움직였기 때문이다. 당시 마드리드의 2-1 승리를 이끈 결승 골을 넣은 비니시우스는 벤피카 응원단 앞에서 세리머니를 펼쳐 홈 관중은 물론 벤피카 선수들과 대립했다. 이 과정에서 벤피카 미드필더 잔루카 프레스티아니와 신경전이 벌어졌고, 비니시우스가 자신을 “원숭이”라고 지칭하는 인종차별 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경기는 10여분 간 중단됐다. 프레스티아니는 ‘원숭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은 부인했으나,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했고 이를 바탕으로 UEFA는 그에게 6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부과했다. UEFA는 프레스티아니가 문제의 발언을 할 때 유니폼으로 입을 가렸기 때문에 인종차별 발언까지는 입증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선수가 입을 가리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다면, 당연히 퇴장당해야 한다”면서 “숨길 게 없다면, 말할 때 입을 가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FIFA는 심판 판정에 항의하며 그라운드를 벗어나는 선수도 레드카드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반면 경고 누적에 따른 출전 정지 규정은 완화될 전망이다. 기존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와 토너먼트(16강·8강)를 치르는 동안 경고 2개가 쌓인 선수는 다음 한 경기 출전을 금지하고, 선수들이 받은 옐로카드는 4강 진출 시 모두 지워졌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부터는 출전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증가해 출전팀들이 8강에 오르기까지 치러야 하는 경기 수가 기존 5경기에서 6경기로 늘었고, 이에 FIFA는 옐로카드 소멸 시점을 조별리그 최종전과 8강전 두 단계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오로라월드, ‘페파피그’ 국내 첫 공식 플러시 컬렉션 10종 선출시

    오로라월드, ‘페파피그’ 국내 첫 공식 플러시 컬렉션 10종 선출시

    글로벌 캐릭터 및 완구 전문 기업인 ㈜오로라월드가 해즈브로의 세계적인 인기 애니메이션 ‘페파피그’를 활용한 플러시 컬렉션 10종을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공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오로라월드의 이번 페파피그 플러시 컬렉션은 총 네 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됐으며, ▲베이직 플러시 4종 ▲팜팔스(Palm Pals) 2종 ▲키링 2종 ▲팬시팔스 2종으로 선보인다. 지난 2004년 영국에서 제작이 시작된 유아용 애니메이션 페파피그는 TV와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받으며 글로벌 인기 캐릭터로 자리매김한 IP다. 오로라월드는 이처럼 높은 캐릭터 친숙도를 활용해 어린이들이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페파피그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이번 컬렉션을 기획했다고 전했다. 특히 교육적인 메시지를 포함한 콘텐츠 기반의 캐릭터라는 점 덕분에 아이는 물론 부모에게도 심리적 신뢰를 제공하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공개되는 전체 라인업은 다양한 사용 환경과 놀이 방식이 고려되어 구성됐다. 우선 ‘베이직 플러시’ 시리즈는 페파피그 고유의 귀여운 이미지를 충실하게 구현한 기본형 인형이다. 소형부터 중형, 대형까지 다양한 사이즈로 출시되어 침실용부터 외출용까지 폭넓은 활용이 가능하다. ‘키링’ 라인은 아이들의 손에 알맞게 들어가는 미니 규격으로 제작됐다. 가방 등에 부착해 등원이나 등교 시에도 페파피그와 늘 동행할 수 있도록 기획됐으며,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캐릭터와 교감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팜팔스(Palm Pals)’ 라인은 오로라월드를 대표하는 봉제 인형 라인에 페파피그를 결합한 제품이다. 손바닥 위에 가볍게 올릴 수 있는 컴팩트한 크기가 특징이며, 인형 내부에 포함된 콩주머니가 독특한 촉감을 전달해 아이들의 감각 놀이와 애착 형성 과정에 도움을 준다. ‘팬시팔스(Fancy Pals)’ 라인 역시 오로라월드의 대표 시리즈로, 인형과 가방이 세트로 구성된 제품이다. 가방에서 인형을 꺼내고 넣을 수 있는 구조가 특징이며, 휴대성과 놀이 요소를 동시에 갖췄으며,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선물용으로도 적합하다. 더불어 어린이용 제품인 만큼 안전성 강화에도 전력을 기울였다. 해당 컬렉션 전 제품은 국내 KC 인증을 정식 획득한 봉제 인형으로, 아이들이 직접 피부에 접촉하며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안심할 수 있도록 생산됐다. 오로라월드만의 공정 기술력을 투입해 부드러운 소재 선택과 안정적인 봉제 마감 처리를 적용함으로써 내구성 또한 높였다. 오로라월드 관계자는 “TV 속에서 만나던 페파피그를 일상에서도 함께할 수 있도록 기획한 컬렉션”이라며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놀이 경험을, 부모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완구 선택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신제품은 오로라월드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를 비롯해 29CM, 토이플러스 등 주요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 [단독]오늘도 아버지는 딸 방문 앞에서 잠든다[소녀에게]

    [단독]오늘도 아버지는 딸 방문 앞에서 잠든다[소녀에게]

    287명.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성착취를 당한 아동·청소년의 수다. 교묘하게 꾀어내는 방식의 ‘그루밍’은 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들을 노린다. 서울신문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착취 실태를 담은 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온라인 성착취 피해를 당한 딸을 둔 아버지인터뷰 토대로 재구성한 가족의 1년 지난해 5월 연휴 어느 아침이었다. 돗자리와 도시락, 들뜬 기대까지 챙긴 아버지는 일찍 일어났다. 혼자 두 아이를 키워온 그는 엄마의 빈자리까지 메우려 애써왔다. 아이들과 약속한 나들이만큼은 지키고 싶었다. 열세 살 지우(가명), 초등학생 여동생 지민(가명)과 바다를 보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인기척을 느낀 지민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곁에 섰다. 지우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햇빛이 바닥까지 번져도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침대에 돌아누운 아이는 이불로 얼굴을 가렸다. 가족 나들이는 없던 일이 됐다. 아버지는 그저 사춘기라고 생각했다. “그때 왜 몰랐을까요.” 아버지는 아직도 그 아침을 후회한다. 연휴가 지나고 아버지는 평소처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뒤 출근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주머니에 진동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지우 학교의 상담교사라고 했다. “아버님, 지금 학교로 와주셔야 될 것 같아요.” “지금요?” “지우가 성폭행을 당한 것 같습니다.” 지하철이, 세상이 한순간 멈춰 섰다. 아버지는 “아이가 거짓말한 거 아닐까요”라고 자꾸 되물었다. TV나 소설 속 이야기로만 여겼던 일이었다. 교사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경찰서로 향했다. 사건을 접수하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담당 경찰관은 최대한 빨리 지원시설로 가라고 했다. 아버지는 곧장 아이 손을 잡고 해바라기 센터에 들렀다가 병원으로 갔다. 그날 아이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해바라기 센터에서 검사를 했지만 생리 기간과 겹쳐 증거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우는 생리를 시작한 지 몇 달 안 된 아이였다. 그날, 아이의 시간은 멈췄다. 발단은 소셜미디어(SNS)였다. 정체 모를 한 남성이 전자담배를 사 줄 테니 만나자며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열세 살 아이를 늦은 밤 불러내 자신의 차 안에서 범행했다. 경찰관은 아이에게 스마트워치를 건넸다. 가해자가 아직 잡히지 않았을 때였다. 무슨 일이 생기면 버튼만 누르면 된다고 아버지는 일러뒀다. 아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때 제가… ‘그 시간에 뭐 하러 나갔냐’고 했어요.” 아버지는 잠시 말을 멈췄다. “나중에 들어보니까, 그 말이 애한테 되게 힘들었나 보더라고요.” 아버지는 하루가 멀다 하고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가해자는 잡혔는지, 조사는 어떻게 돼가는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인지. 휴대전화를 붙들고 같은 질문을 거듭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 반 만에 가해자는 붙잡혔다. 어느 새벽이었다. 아버지는 이상한 기척에 잠에서 깼다. 아이 방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용기를 내 문을 열었다. 창문이 열려 있었다. 아파트 창틀 위에 아이가 서 있었다. 아버지는 아이를 끌어내려 품에 안았다. “화도 나고 소리도 지르다가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애한테 해줄 말이 없더라고요. ‘왜 그래’ 그 말밖에….” 그날 이후 아버지는 아이 방 문 앞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여동생도 언니 방 앞을 지날 때 발소리를 죽였다. 사건 이후 아이의 일상은 좁아졌다. 근처 공원 외엔 동네를 벗어나지 못하고, 어두워지면 밖에 나서지 못한다. 남자 어른을 가장 무서워한다. 비슷한 차만 지나가도 굳어버린다. 여동생도 지금까지 언니 눈치를 본다. “막내가 ‘언니는 왜 저렇게 화를 내는 거냐’고 매일같이 물어봤어요. 그만큼 아이는 예민한 상태였어요.” 1심 재판이 시작됐다. 법정에는 가해자가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그 얼굴을 보지 못했다. 보면 무너질 것이 분명했다. 가해자 측은 아이를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했다. 열세 살 아이를 다시 가해자 앞에 세우는 일이었다. “정말 다 포기하고 싶었어요.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진단서도 제출하고 별짓을 다 했죠.” 가해자 측은 재판에서 “아이를 간음한 건 맞지만 위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아이가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이 사건으로 인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매일같이 제출했다는 반성문, ‘용서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가해자 측 가족의 탄원서는 형량을 낮추기 위한 조치일 뿐이었다. 아버지와 지우는 아직 가해자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지 못했다. “왜 저 사람들은 재판부에 잘못했다고 할까요. 피해자는 따로 있는데.” 검찰은 가해자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을 적용해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고는 3년 6개월이었다. 항소심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아버지는 가해자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것이 가장 두렵다. “처음 재판이 시작될 땐 애 나이도 어리고 워낙 죄질이 좋지 않아서 중형이 내려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대로면 가해자가 다시 아이 앞에 나타날까 무서워요.” 아이는 여전히 불안 속에 산다. “가끔 아무 이유 없이 울어요.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고…. 멀쩡한 게 더 이상한 거 아닙니까.” 요즘 아이는 조금씩 혼자 다니는 연습을 한다. 가끔은 환하게 웃기도 한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말했다. 그 남자는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그러니 안심해도 된다고. 아버지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까 봐 두렵다. “법이 너무 약한 것 같아요…. 엄벌이 좀 되면 이런 일, 덜 하지 않겠습니까.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싶은데….” 아이 방 문은 오늘도 닫혀 있다. 그 앞에 아버지가 누워 있다. 우리 아이를 지키세요서울신문은 시리즈와 함께 온라인 성착취 징후와 대응법을 담은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아래 링크 및 QR코드를 통해 각각 10대 자녀를 둔 부모용, 청소년 당사자용 가이드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용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 청소년용 https://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teen/
  • 여학생 목 졸라 죽인 10대 남학생, 무기징역 판결에 유족 분노 [여기는 중국]

    여학생 목 졸라 죽인 10대 남학생, 무기징역 판결에 유족 분노 [여기는 중국]

    중국 윈난성에서 14세 남학생이 여학생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사건의 1심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유족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9일 중국 지우파이신문에 따르면 윈난성 취징시 중급인민법원은 피고인 장모군(사건 당시 14세)에게 고의살인죄와 강간죄를 적용해 무기징역과 정치권 박탈을 선고했다. 지난해 7월 6일 밤부터 7일 새벽 사이, 장군은 같은 반 여학생 방모양(당시 15세)을 귀가시켜 주겠다며 함께 걷던 중 성폭행을 시도했다. 방양이 크게 소리를 지르자 주변에 들릴 것을 두려워한 그는 양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장군은 사진을 촬영하는 등 추가 범행도 저질렀으며, 시신을 인근 폐건물에 숨기려다 어머니의 귀가 독촉 전화를 받고 도주했다. 그해 7월 7일 새벽 1시쯤 마을 주민이 시신을 발견해 신고했고, 같은 날 경찰이 장군의 집에서 그를 체포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딸이 이날 친한 친구의 초대로 집에서 600m 거리의 파티에 갔다가 변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여자친구를 먼저 데려다주고 내 딸을 데려다주겠다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법원은 피의자의 범행 수법이 악랄하고 무자비하다고 비난했다. 다만 범행 당시 나이가 18세 미만이라 법에 따라 사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30일 열린 최후 진술에서 장군은 피해자 부모에게 사과하며 출소 후 부양하겠다고 밝혔으나 유족은 단호히 거절했다. 피해자 방양의 시신은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현지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다. 피해자 아버지는 “딸을 아직 묻지도 못했다”며 항소를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출소 후 피해자 부모를 부양하겠다고? 황당한 소리”, “무기징역에 감형 금지 조항을 넣어 평생 못 나오게 해야 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악마는 악마”, “항소해 봤자 18세 미만은 사형 적용이 안 되니 경제적 배상이라도 제대로 해라”라고 반응했다.
  • 네이버페이, 영세 가맹점 ‘수수료’ 전액 지원

    네이버페이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영세 가맹점 지원에 나선다. 네이버페이는 5월 4일부터 10일까지 온·오프라인 결제와 네이버 예약·주문 서비스를 이용하는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등 소비가 집중되는 시기에 소상공인의 매출 확대를 돕기 위한 취지다. 국세청 기준 영세 판매자라면 별도 신청 없이 자동으로 대상에 포함된다. 온라인·예약·주문 가맹점은 모든 결제수단, 오프라인은 Npay머니·포인트 결제에 대해 발생한 수수료를 합산해 6월 중 전액 지급한다. 이번 조치는 네이버페이의 7번째 수수료 지원 정책이다. 회사는 ‘빠른 정산’ 서비스, 보증부 대출 지원, 오프라인 단말기 ‘Npay 커넥트’ 보급 등 소상공인 금융 부담을 낮추는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 김정관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 노사 전유물 아닌 사회 전체 결실”

    김정관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 노사 전유물 아닌 사회 전체 결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성과급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삼성전자 노사를 향해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과 경쟁력은 노사의 전유물이 아닌 사회 전체의 결실”이라며 노사 양측에 성숙한 결단을 촉구했다. 김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기자단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결실에는 수많은 인프라와 수많은 협력 기업, 400만명이 넘는 소액 주주와 국민연금(지분 7.8%)이 연결돼 있다”면서 “현재 발생한 이익을 회사 내부 구성원들끼리만 나눠도 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삼성전자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의 15%, 최대 45조원 규모에 이르는 성과급을 요구하며 다음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예고했다. 사측은 “무리한 요구”라며 맞서고 있다. 김 장관은 한때 반도체 분야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가 추락한 미국 인텔과 일본 반도체 기업의 사례를 언급하며 냉혹한 현실을 상기시킨 뒤 “반도체는 한번 경쟁력에서 밀리면 대부분 회복하지 못하고 끝났다”면서 “지금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유일하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격차는 축소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를 담당하는 주무부처 장관 입장에서 봤을 때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파업’이라는 사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다”면서 “경영자든 엔지니어든 노동자든 모두가 이 반도체업의 위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노사의 대승적인 결단을 요청했다. 김 장관은 중동전쟁발 고유가 속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한 배경에 대해 “여름철 모기(고유가)가 들어온다고 문을 닫으려는 어머니와, 덥다(시장 자율)고 문을 열라는 아버지 사이에서 아들은 ‘모기장’을 쳐야 한다”고 빗대 말했다. 이어 “개인적 소신으론 정부의 시장 가격 개입이 마뜩잖지만, 초유의 사태 속에서 불가피했다”면서 “날이 선선해져 모기가 없어지면 문을 열면 되듯, 전쟁이 종료되고 상황이 안정되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제도를 종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쿠팡에 대한 제재가 한미 통상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통상 분야로 전이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내 몫”이라면서 “정부의 진정성 있는 스탠스(입장)를 미국 쪽에 지속해 알리는 ‘아웃리치’(대외 접촉)를 지속하는 게 답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올해 유턴 1호 기업인 한국콜마를 방문해 “유턴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보조금 지원 체계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면서 “기업의 국내 복귀와 지방 투자가 가장 합리적이고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 [사설] 걱정스런 반도체 성과급 파동, 황금알 거위 배 가를 때인가

    [사설] 걱정스런 반도체 성과급 파동, 황금알 거위 배 가를 때인가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 4만여명이 일손을 놓고 집회를 열었던 지난 23일 야간 시간대 파운드리(위탁생산) 생산이 58.1% 급감했고, 메모리 생산도 18.4%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노조 스스로 밝힌 수치다. 노조는 다음달 21일부터 18일 동안 총파업에 돌입하면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와 설비 복구 비용을 합쳐 30조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영업이익 300조원의 15%인 45조원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입장이다. 결국 ‘돈을 더 주지 않으면 회사가 망가질 것’이라고 협박하는 꼴이다. 과연 일말의 주인의식이라도 있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달 파업 첫날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는 발상도 당혹스럽다.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첨단 기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 후진적 모습이 외신을 타면 기업 이미지는 곤두박질 칠 수 있다. 테슬라 직원들이 일론 머스크 집 앞으로 몰려가 성과급을 더 내놓으라며 시위를 벌인다고 상상해 보라. 황당하지 않나. 상황은 이미 심상찮다. 지난번 집회 이후 글로벌 빅테크들이 반도체 공급 차질 가능성을 확인하는 모양이다. 노조발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조짐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큰 착각에 빠져 있다. 기업의 이익은 직원들이 나눠 갖는 것이라는 착각이 무엇보다 그렇다. 이익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경영진의 권한이다. 특히 경쟁이 극도로 치열해서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반도체 같은 업종은 이익의 거의 대부분을 재투자에 쏟아부어야 정상이다. 그렇게 해도 중국 등의 맹추격을 뿌리칠까 말까 하다. 그런 마당에 기업의 장래는 어떻게 되든 말든 눈앞의 자기 이익만 챙기고 보자는 건가. 민간 기업의 수익 배분은 기업 내부만의 문제라는 착각도 심각하다. 오늘의 삼성전자는 삼성 임직원들만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시설 투자에는 세액공제로 연간 수조원대 세금 혜택이 들어갔다. 전력·용수 우선 공급, 금융 혜택 등 정부의 전폭적 지원 및 국민의 암묵적 동의와 희생이 바탕이 됐다. 삼성전자와 같은 주요 기업이 경영난에 처하면 회복하기 위한 공적 자금 등으로 천문학적 혈세가 들어간다. 이 모든 것들을 감안하면 삼성전자는 ‘국민 기업’이다. 그럼에도 내 주머니만 불리면 그만이라는 식의 퇴행은 염치없는 일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금 국민이 얼마나 걱정스럽게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노조의 빗나간 욕심이 회사를 흔드는 사이에 메모리 반도체 기술이 회복 불능의 초격차를 당하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
  • [서울광장] ‘넘어질 권리’ 빼앗긴 아이들

    [서울광장] ‘넘어질 권리’ 빼앗긴 아이들

    요즘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있지만 ‘아이들의 시간’은 죽어 있다. 최근 천하람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6189개 초등학교 중 312개교가 정규 수업 외 축구와 야구 등 스포츠 활동을 전면 금지했다. 특히 부산은 세 곳 중 한 곳, 서울은 여섯 곳 중 한 곳이 운동장을 봉쇄했다. 공에 맞을까 봐 불안하다는 항의, 운동을 못하는 아이가 소외감을 느낀다는 민원이 아이들의 뛰어놀 권리를 압류한 결과다. 정부는 신체 활동 시간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현장은 분쟁을 피하려 문을 걸어 잠그는 행정 편의주의에 매몰돼 있다. 교사들이 전하는 상황은 더 암담하다. 운동회는 무승부를 목표로 ‘기획된 연극’이 된 지 오래다. 어느 한쪽이 이기면 패배를 견디지 못하는 아이들의 반발과 이를 감내하지 못하는 부모의 민원을 감당할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억지 동점을 만드는 풍경 속에서 노력의 결과가 승패로 갈리는 당연한 이치는 갈등의 씨앗으로 치부돼 거세당하고 있다. 현장체험학습 또한 교사들 사이에서 이미 ‘공포의 영역’으로 깊게 각인돼 있다. 사고 발생 시 교사에게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묻는 판결 이후 현장학습 실시율은 2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조 편성부터 도시락 메뉴, 귀가 시간 요구까지 따지는 민원 속에서 소풍은 ‘3D 업무’가 되었다. 과잉 보호의 정서는 대학까지 이어진다. 성인이 된 자녀의 성적 문제로 부모가 교수에게 직접 항의하고 강의계획서에 ‘학부모 성적 문의 사절’이라는 문구가 등장하는 상황은 상징적이다. 보호라는 명목 아래 아이가 마땅히 겪어야 할 성장의 진통을 부모가 대신 제거해 주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기형적 구조를 바로잡아야 할 교육 행정이 오랫동안 책임을 방기해 왔다는 점이다. 학교 현장이 민원에 짓눌리고 교사의 교육적 권한이 흔들리는 동안 교육 당국은 원칙을 세우기보다 갈등을 피하는 쪽을 택해 왔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교육감 선거는 무너진 교육 현장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보다 진영 싸움과 표 계산에 더 몰두하고 있다. 후보들은 ‘학부모 유권자’의 비위를 맞추는 포퓰리즘에 매달리고 있다. 교권 보호를 외치면서도 정작 표가 깎일까 봐 극성 민원인의 눈치를 보느라 근본 대책은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장의 ‘금지 행정’을 방치하고 책임 회피를 묵인하는 비겁함은 자치 교육의 파산선고나 다름없다. 선심성 예산이나 전자기기 보급 같은 전시성 공약은 넘쳐나지만,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마음껏 넘어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용기 있는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교육은 본래 불편함과 긴장을 전제로 한다. 경쟁은 좌절을 남기고 실패는 아픈 감정을 동반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아이는 타인의 성취를 인정하고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힘을 기른다. 모든 장애물을 학교와 부모가 미리 치워 버린 진공상태에서 자라면 당장은 안전할지 몰라도 스스로를 지탱할 회복 탄력성을 갖추기는 어렵다. 루소가 교육소설 ‘에밀’에서 위험을 없애기보다 경험을 통해 배우게 하라는 뜻을 전했다면, 동양에서는 나무 심기의 달인 ‘곽탁타’가 더 구체적인 지혜를 전하고 있다. 나무를 거목으로 키우려면 심고 난 뒤에는 ‘버린 듯이’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뿌리를 잘 내렸는지 궁금해 자꾸 흙을 파헤치고 건드리면 어린 나무를 말라 죽게 할 뿐이다. 지금 우리 부모와 당국이 교육의 근본을 흔들며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할 때다. 교육의 종착지는 자립이다. 부모라는 캥거루 주머니 안에서는 세상을 버텨낼 근육을 키울 수 없다. 갈등과 사고가 두려워 승부와 체험을 지워 버리는 것은 아이를 위한 ‘무균실 사랑’이 아니라 성장의 걸림돌일 뿐이다. 아이들에게는 깨진 무릎의 흉터와 패배의 눈물도 배움의 자양분이다. 이제 아이들을 다시 운동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학교가 교육의 기능을 회복하려면 정치색을 걷어낸 행정적 결단과 자녀를 믿고 지켜보는 부모의 절제가 절실하다. 박상숙 논설위원
  • ‘사적인’ 개막작… ‘묵직한’ 경쟁작… ‘좀 낯선’ 안성기

    ‘사적인’ 개막작… ‘묵직한’ 경쟁작… ‘좀 낯선’ 안성기

    올해로 27회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열흘간 전주시네마타운과 영화의거리 등 전북 전주시 일대에서 성대한 축제가 치러진다. 영화제 기간 54개국 237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이 중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하는 ‘월드 프리미어’ 작품도 78편이나 된다. ●개막작 ‘나의 사적인 예술가’ 낙점 개막작은 켄트 존슨 감독이 연출한 ‘나의 사적인 예술가’다. 배우 윌럼 더포가 연기하는 주인공 에드는 한때 시인이었으나 현재는 우체국에서 일하며 고독한 나날을 보내는 인물이다. 어느덧 일흔을 바라보고 있는 에드에게 어느 날 갑자기 젊은 예술가 무리가 찾아온다. 그들은 에드가 과거에 쓴 시집에 열광하고 있다. 무료한 일상이 흔들린다. 시를 다시 써야 할까. 글쎄, 애초 시인의 길을 포기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작가 아르투르 슈니츨러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국제경쟁 10편… ‘돌과 깃털’ 볼 만 ‘국제경쟁’ 부문에서는 70개국에서 출품된 421편 가운데 심사위원들이 추린 10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월드 프리미어로 소개되는 ‘돌과 깃털’이 눈여겨볼 만하다. 튀르키예 출신 라그프 튀르크 감독의 작품으로, 주인공 나지레가 고아원으로 보내진 아이를 되찾기 위해 벌이는 투쟁을 그린다. 혈육이라는 사실은 중요치 않다. 그를 둘러싼 비참한 현실의 굴레가 더 무겁게 다가온다. 노동자 계급의 현실을 신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윌터 톰프슨에르난데스 감독의 ‘이프 아이 고’, 영화관의 폐쇄에 맞서는 영화 공동체의 싸움을 그린 에세키엘 살리나스·라미로 손시니 감독의 ‘서서히 사라지는 밤’도 아시아 프리미어로 공개된다. ●한국 경쟁엔 ‘공순이’ 등 다큐 약진 신인 감독의 작품을 선보이는 ‘한국경쟁’ 부문에서는 다큐멘터리 장르가 약진했다. 최종 10편의 영화 가운데 4편이 다큐멘터리다. 유소영 감독의 ‘공순이’는 실제 감독의 어머니인 김공순씨의 노동 현장을 중심으로 그의 삶을 담아낸다. 하시내 감독의 ‘시민오랑’은 세계 최초로 법정에서 ‘비인간 인격체’로 인정받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동물원의 오랑우탄 산드라의 삶을 포착했다. 소성섭 감독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전세 사기를 당한 신혼부부 도율과 지혜를 통해 우리 이웃의 고뇌를 들여다본다. 폐막작은 MBC경남 김현지 PD가 감독을 맡은 다큐멘터리 ‘남태령’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시도 이후 이어졌던 시위 가운데 가장 상징적이었다고 평가되는, 이른바 ‘남태령 대첩’의 현장을 담은 작품이다. ●독창적 영화 ‘가능한 영화’ 섹션 눈길 올해에만 특별히 준비된 프로그램들도 눈길을 끈다. 올해 초 세상을 떠난 배우 안성기의 영화 세계를 돌아보는 특별전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대중영화가 아닌,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에서 활약했던 그의 면모를 소개한다. 자신만의 비전을 갖고 독보적인 영화 세계를 구축하는 이들을 응원하고자 ‘가능한 영화’ 섹션도 신설했다. 츠카사 신이치로 감독의 ‘총알이 박힌 앙상한 나무들’, 뤼안란시 감독의 ‘카나리아 제도의 식물’, 니콜라스 페레다 감독의 ‘나머진 다 소음일 뿐’ 등 독창적인 매력의 작품들이 이 섹션에서 소개된다.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영화의거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관객 참여형 이벤트를 마련하고 글로벌 애니메이션 영화와도 협업하는 등 기존 시네필 위주의 행사가 아니라 전 세대의 다양한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되도록 준비했다고 밝혔다.
  • 아들 월급·회사자금 횡령해 스트리머 후원…中 라이브 후원 중독의 민낯 [여기는 중국]

    아들 월급·회사자금 횡령해 스트리머 후원…中 라이브 후원 중독의 민낯 [여기는 중국]

    중국에서 라이브 방송 스트리머에게 수십억 원을 후원하다 가정이 파탄 난 사례가 잇따라 알려지며 충격을 주고 있다. 27일 중국 언론 신원천바오에 따르면 상하이에 거주하는 왕모 씨는 최근 70세 어머니가 반년 만에 336만 위안(약 6억 3000만 원)이 넘는 거액을 라이브 방송 후원에 쏟아부었다고 밝혔다. 이 돈은 어머니의 노령연금뿐 아니라 아들이 수년간 모아 어머니에게 맡겨둔 급여와 상여금까지 포함됐다. 출장이 잦은 업무 탓에 어머니와 단둘이 살며 의지해 왔고, 어머니가 평소 워낙 알뜰한 성격이라 전 재산을 믿고 맡겼다는 것이 왕씨의 설명이다. 그런 어머니가 최근 라이브 방송에 빠져 수도·전기요금 몇천 원조차 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전했다. 어머니가 후원한 스트리머는 2명으로 모두 30세 안팎의 남성이다. 이들은 틱톡에서 노래하고 춤을 추며 후원을 받는다. 어머니의 ‘승부욕’을 자극한 것은 라이브 방송 대결인 일명 ‘PK’였다. PK란 두 스트리머가 함께 방송하며 5분 안에 팬들에게 더 많은 선물을 받는 쪽이 이기는 방식이다. 어머니는 본인이 후원하는 스트리머를 이기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절제력을 잃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어머니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이번 달 노령연금이 나오면 또 후원하겠다고 했다는 점이다. 아들의 오랜 설득으로 뒤늦게 정신을 차린 어머니가 스트리머에게 환불을 요청하자 “우리 사이좋게 지내요, 오래오래”라는 답만 남긴 채 연락이 끊겼다. 비슷한 사례는 허난성에서도 일어났다. 정저우에서 냉동 소고기 유통회사를 운영하는 주씨는 최근 20세인 딸과 함께 경찰서에 자수했다. 주씨는 2024년 여름 회계 장부를 점검하다 50만~60만 위안(약 9400만~1억 1300만 원)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딸이 회사 재무를 담당하며 그 돈을 라이브 스트리머에게 후원한 것이다. 딸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자 마음이 약해진 주씨는 다시 딸에게 재무를 맡겼다. 문제는 지난해 11월 소고기를 대량 매입하려고 자금을 확인하자 회사 잔고가 이미 바닥난 상태였다는 점이다. 딸이 만 18세가 된 2024년 7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1700만 위안(약 32억 원)이라는 거액이 특정 소셜 플랫폼에서 결제된 것이 확인됐다. 딸 역시 한 스트리머와 일상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선물과 현금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1700만 위안의 자금 손실로 회사는 파산 직전까지 몰렸지만 딸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방송 시청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씨는 5개월간 고민 끝에 딸과 함께 자수를 선택했다. 그는 “더 이상 딸을 통제할 수 없어 법을 통해 교화시키고 싶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은 “20세 이상 성인인 만큼 공금 횡령죄로 징역 10년 이상 처벌하자”, “저런 딸을 키운 것도 대단한데 재무까지 맡긴 것이 더 대단하다”, “라이브 방송 후원에 대한 규제를 전 국민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미성년자 후원 금지는 물론 성인도 계정당 하루 후원 한도를 정해야 한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 “아들 훔쳤다”…미인대회 우승자 쏜 혐의 시어머니 행방 묘연, 멕시코 발칵 [핫이슈]

    “아들 훔쳤다”…미인대회 우승자 쏜 혐의 시어머니 행방 묘연, 멕시코 발칵 [핫이슈]

    멕시코 부촌에서 전직 미인대회 우승자를 총으로 쏜 혐의를 받는 시어머니가 체포영장 발부 뒤에도 도주를 이어가고 있다. 사건 당시 모습이 담긴 영상에 이어, 피해자가 임신 이후 시어머니의 괴롭힘을 호소했다는 지인 증언까지 나오면서 멕시코 사회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엘우니베르살과 레포르마, 데바테 등 멕시코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멕시코시티 수사당국은 전직 미인대회 우승자 카롤리나 플로레스 고메스(27)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시어머니 에리카 마리아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행방을 쫓고 있다. 아직 검거됐다는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사건은 지난 15일 멕시코시티의 대표적인 부촌 폴랑코의 한 주택에서 발생했다. 플로레스는 집 안쪽으로 물을 가지러 갔고, 시어머니는 그 뒤를 따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잠시 뒤 총성이 여러 차례 울렸다. 공개된 실내 영상에는 총성 직후 남편 알레한드로 고메스가 생후 8개월 된 아이를 안은 채 나타나 모친에게 이유를 묻는 장면도 담겼다. 현지 언론은 시어머니가 아들에게 “저 애가 날 화나게 했다. 너는 내 것이고, 저 여자가 너를 훔쳐 갔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수사당국은 이 발언과 사건 전후 정황을 토대로 범행 동기와 계획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당국은 단순한 고부 갈등을 넘어 아들에 대한 집착과 피해자를 향한 적대감이 범행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남편의 대응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알레한드로는 사건 직후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고, 다음 날에야 멕시코시티 검찰에 사건을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유력 용의자인 모친은 현장을 빠져나갔다. 수사당국은 남편이 도주를 묵인했는지, 범행 뒤 조치가 적절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새로 나온 지인 증언은 사건의 파장을 더 키웠다. 스페인어 매체 데바테에 따르면 플로레스의 가까운 친구는 피해자가 임신한 뒤부터 시어머니의 압박이 심해졌다고 밝혔다. 친구가 “그 사람과는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자 플로레스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임신한 뒤 더 심해졌다. 나를 많이 괴롭힌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플로레스는 바하칼리포르니아 출신으로 2017년 ‘미스 틴 유니버스 바하칼리포르니아’ 우승자였다. 그는 모델과 콘텐츠 크리에이터로도 활동했으며, 최근에는 남편과 아이와 함께 멕시코시티에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분노는 거리로도 번졌다. 피해자의 고향인 바하칼리포르니아에서는 주말 동안 시민들이 모여 “정의를 원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여성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 가족 갈등이 아니라 여성 살해 범죄, 즉 ‘페미사이드’로 봐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지 검찰은 에리카의 행방을 추적하는 한편 가족들의 진술과 신고 지연 경위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에리카는 과거 바하칼리포르니아주 엔세나다에서 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경력이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멕시코 당국은 사건 영상과 주변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기업가·귀족 가문 출신 ‘금수저’… 위대한 학문 업적에도 정치 참여 꿈 못 이뤄

    기업가·귀족 가문 출신 ‘금수저’… 위대한 학문 업적에도 정치 참여 꿈 못 이뤄

    모든 사상가가 그렇지만 막스 베버의 사상 역시 그의 삶과 떼어 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1864년 프로이센 중심의 독일이 막 통일 국가로 나아가던 시절에 태어난 베버는, 섬유산업 대기업 가문의 잘 알려진 변호사이자 정치인이었던 아버지와 전통적으로 칼뱅주의자였던 대귀족 가문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성장했다. 베버가 단지 정치를 ‘연구’하는 차원을 넘어 평생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생애 말년에는 직접 투신할 꿈을 꾸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베버의 첫 전공은 경제사였다. 젊은 학자로 전도유망하게 성장하던 그는 1897년 다툼 끝에 아버지와 절연했는데, 얼마 후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는다. 거의 6년 동안이나 심한 신경쇠약증을 겪어 대학을 사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베버가 건강을 되찾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 초반의 일. 그는 대표작 중 하나인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집필해 학계에서의 명성을 회복했다. 1910년대에 이르러 베버의 관심은 종교까지 확장되었다. 유교, 힌두교, 유대교, 이슬람을 포함하는 종교사회학을 연구하며 또 하나의 기념비적 대작인 ‘경제와 사회’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사후에 출간되어 베버를 ‘사회학의 아버지’로 자리매김하게 해준 중요한 업적이다. 이후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베버는 군에 자원입대해 예비군 장교로 복무했다. 직접 현실에 참여하며 개입하고자 했던 베버의 성향이 잘 드러나는 에피소드다. 1917년부터 1920년까지 베버는 혼란스러운 독일 현대사를 관통하며 학문적 불꽃을 피워냈다. 1917년 11월 ‘소명으로서의 학문’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하고 책을 펴냈으며, 1919년 1월에는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세상에 내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직접 정치에 참여하고자 했던 베버의 뜻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1920년 여름 급성 폐렴에 걸려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 한국계 입양아에서 북한 전문가로…“김정은과 북핵, 진짜 모습 알릴 것”[월요인터뷰]

    한국계 입양아에서 북한 전문가로…“김정은과 북핵, 진짜 모습 알릴 것”[월요인터뷰]

    “난 뼛속 깊이 한국인”부산서 태어나 세살 때 美로 입양대학 시절 교환학생으로 한국 찾아생모 못 찾았지만 모국은 늘 동경팩트 근거한 북한 전문가 결심식량난으로 어려움 겪는 北에 관심존스홉킨스대서 탈북자 만나 연구 클린턴 행정부 전문가와 단체 설립미국서 38노스 세운 까닭 北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구 필요세계관 변천부터 외교 정책도 연구 남북관계·한미동맹 영향까지 분석북미 대화 개최 가능성은 ‘비핵화 의제’ 대화 가능성은 없어안보 환경 개선 없이 핵포기 불가 한국, 북미 협상의 목표 찾아줘야“김정은, 몸이 그렇게 좋으니 거대한 미사일은 필요 없어요.(Kim Jong-un, with a great body, you don‘t need a big missile) 운동은 공격성을 줄이고, 당신을 매력적으로 만듭니다. 뉴욕 스포츠 클럽에 가입해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비영리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에서 만난 제니 타운(50) 38노스 국장의 책상엔 이런 글귀가 걸려 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와 미사일로 힘을 과시하는 걸 피트니스 클럽 광고 문구와 결합해 재치 있게 비판한 것이다. 세 살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타운 국장은 2010년 북한 전문 연구기관 38노스를 설립해 북한의 정책과 경제 소식을 전달하고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이 세계 안보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고 있다. 타운 국장은 1976년 2월 부산에서 태어났다. 생모는 의사가 다른 산모의 분만을 도우러 떠난 사이 그를 남겨 놓고 떠났다. 아동보호시설에서 돌봄을 받다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자랐다. 자신을 버린 부모와 모국이 원망스러울 법도 하지만 항상 동경했다. 대학 시절 교환학생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아 고향의 정취를 물씬 느꼈다. 한국에서 생모를 찾기 위한 그의 오랜 노력은 끝내 결실을 맺지 못했다.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모든 질문을 가슴속에 묻어두기로 했다. 북한에 대해 관심 갖고 공부하면서 미국에 제대로 된 북한 전문가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일부 전문가로 불리는 이들은 잘못된 정보를 사실인 양 전달했고, 과장된 표현으로 북한에 대해 말한다고 생각했다. ‘팩트’에 근거한 북한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존스홉킨스대에서 연구 활동을 하던 조엘 위트(현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와 손잡고 38노스를 세웠다. 위트 연구원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에 재직하면서 미국과 북한의 대화 실무를 담당하는 등 북한을 직접 보고 겪은 전문가다. 타운 국장의 책상 옆엔 한복을 차려입고 댕기머리를 길게 딴 여성이 주먹을 불끈 쥐며 ‘우리는 할 수 있다’라고 외치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미국의 여성 권리 운동 상징인 ‘We Can Do it’ 포스터를 한국식으로 패러디한 것이다. 서로 다른 정체성이 교차하는 그의 삶을 상징하는 듯했다. 다음은 타운 국장과의 일문일답. -스스로를 뼛속 깊이 한국인으로 생각한다고 들었다. “어린 시절 내가 한국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 모국에 대한 관심이 컸다. 하지만 내가 살던 미네소타주는 한국인 커뮤니티가 없었고 한국을 다룬 책도 도서관에 있는 몇 권이 전부였다. 내가 대학을 다닌 아이오와주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한국에 가는 걸 꿈꿨고 한국에 대해 알고 싶었다. 1995년 이화여대 교환학생으로 선발돼 한국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포근함을 느꼈다. 나에겐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특히 내가 태어난 곳, 부산은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했다. 영도에 있는 태종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한국에서 생모를 찾았다는데. “그렇다. 지금도 여전히 찾고 있지만 어머니를 만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나의 출생 정보가 매우 빈약하고 기록도 정확하지 않다. 수소문 끝에 내가 태어난 병원에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어머니는 의사가 다른 산모를 보러 간 사이 나를 병원에 남겨두고 떠났다. 그 병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처음이자 유일했다고 한다. 어머니가 나를 찾고자 했다면 만날 기회가 있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어머니의 다른 가족들도 내가 병원에 혼자 남겨진 걸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어머니를 원망하는 마음은 없다. 당시 한국의 사회적 환경을 고려하면 어머니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대학 시절 북한이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뉴스로 접했다.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더니 ‘요즘 그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믿지 않았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다고 생각했다.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도 없었고 그저 미지의 국가 중 한 곳일 뿐이었다. 그때부터 북한의 역사와 정치 체제, 문화를 공부했다. 2006년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에서 북한 인권 관련 프로젝트를 맡아 탈북자들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많은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38노스를 설립한 이유는. “2010년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한미연구소에서 일하던 시절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위트 연구원을 만났다. 그와 함께 북한의 핵과 무기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진행했고, 북한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38노스를 창립했다. 우리는 현재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 세계관 변천 과정, 외교 정책 등을 연구하고 나아가 남북관계와 한미동맹, 중국 및 러시아 등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등을 분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 의사를 지속적으로 언급한다. 가능성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 전에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달 미중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깜짝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 북미 대화 개최 여부보다 더 중요한 건 양국이 무엇을 놓고 협상할 것인가이다. 북한은 비핵화가 의제라면 대화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핵 개발을 포기하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용의가 없다. 반면 미국은 현재 북한과 협상 테이블을 차리더라도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하고 이란과 전쟁을 벌인 게 북한의 입장 변화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나. “북한은 이미 미국이 이라크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제거한 걸 지켜봤다. 이는 미국이 위협적인 국가라는 인식을 강화시켰다. 그간 미국은 북한에 무장을 해제하고 우리를 신뢰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런 역사적 사실은 북한이 미국을 믿기 어렵게 만들었다. 북한이 협상에 나서도록 유인하기보다 오히려 경계심을 강화시켰다.” -미국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유인책이 있다면. “미국의 협상 목표가 북한의 비핵화나 군사력 감축에 있다면 마땅한 유인책이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방위력을 강화하라고 독려하고 있고 국방비 증강이 진행되고 있다. 주요 강대국은 핵무기를 확대하고 있고, 영국과 프랑스 같은 국가도 핵전력 확대 논의를 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북한이 홀로 군사력 감축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 마땅한 유인책이 있는지 여부보다 현재 전반적인 안보 환경이 북미 협상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나. “결코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구축한 뒤 자발적으로 포기한 국가는 단 한 곳, 남아프리카공화국뿐이다. 이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안보 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화했을 때 핵 개발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남아공은 소련이 아프리카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걸 두려워해 핵 개발에 나섰고, 소련의 붕괴로 핵을 보유하지 않아도 안전해졌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안보 환경이 개선될 조짐은 없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접근 방식도 압도적인 군사력을 앞세운 경우가 많았다.” -만약 북미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남한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지금 남한은 북미 관계에 개입하지 않고 양국이 자체적으로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과 미국이 협상 가능한 분야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대응에 나서야 한다. 단순히 북미 대화 자체를 지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협상의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한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 제니 타운 38노스 국장은 미국 비영리 싱크탱크 선임연구원이자 북한 전문 연구기관 38노스의 국장을 맡고 있다. 북한과 북미 관계, 한미동맹, 동북아 지역 안보 등을 연구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 부소장을 지냈고,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세계 자유지수’ 보고서 전문가 검토위원으로 활동했다. 2020년 미 경제 전문매체 ‘워스 매거진’이 선정한 ‘세상을 바꾸는 여성 50인’과 2019년 ‘패스트컴퍼니’가 꼽은 ‘가장 창의적인 비즈니스 인물’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 “번호 안 줘?” 여학생 머리 밟은 14세 소년…하굣길 뉴욕 발칵 [핫이슈]

    “번호 안 줘?” 여학생 머리 밟은 14세 소년…하굣길 뉴욕 발칵 [핫이슈]

    미국 뉴욕에서 10대 소년이 여학생을 바닥에 내던지고 머리를 밟은 혐의로 체포됐다. 피해 학생은 뇌진탕 등 부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피해자 어머니는 “딸이 살아 돌아온 것이 기적”이라며 분노했다. 뉴욕포스트는 23일(현지시간) 경찰과 피해자 가족 등을 인용해 뉴욕 이스트할렘에서 14세 소년이 15세 여학생을 공격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사건은 지난 20일 오후 3시 30분쯤 이스트 107번가와 3번 애비뉴 교차로 인근에서 벌어졌다. ◆ 전화번호 거절하자 길 막고 위협 SNS에 퍼진 영상에는 가해 혐의를 받는 소년이 횡단보도 근처에서 여학생의 길을 막는 장면이 담겼다. 그는 여학생을 위협했고 주변의 또래 한 명은 이를 말리기보다 부추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여학생이 그를 피해 자리를 벗어나려 하자 소년은 팔을 뻗어 다시 막아섰다. 이후 여학생이 돌아서 걸어가려는 순간 소년은 뒤에서 붙잡아 들어 올린 뒤 보도 위에 내던졌다. 쓰러진 여학생이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 그는 머리 부위를 발로 밟고 현장을 떠났다. 현지 소식통은 피해 여학생이 소년의 전화번호 요구를 거절한 뒤 공격을 당했다고 전했다. 다만 정확한 동기는 수사와 법원 절차를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 피해자 모친 “괴롭힘 몇 주 이어져…딸 죽을 수도 있었다” 피해 여학생의 어머니 루신다 아로요는 뉴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딸이 사건 전부터 몇 주 동안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해 혐의 소년이 딸과 같은 학교에 다니며 지속적으로 관심을 요구했고, 결국 폭력으로 번졌다고 밝혔다. 아로요는 “이건 괴롭힘이 아니라 명백한 폭행”이라며 “그는 내 딸을 죽일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딸의 삶이 완전히 뒤집혔다”고 호소했다. 피해 여학생은 뇌진탕과 출혈, 목 부상, 심한 두통 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로요는 딸에게 잠재적 뇌 손상 가능성도 제기됐고 앞으로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 학생은 이스트할렘의 한 차터스쿨에 다니는 9학년 학생으로, 사건 당시 스쿼시 연습을 하러 가던 길이었다. 그는 폭행 뒤 구급차 안에서 깨어났고 이틀간 입원했다. 최근에서야 걷고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 “영상이 오락처럼 퍼졌다”…가해 측은 반박 피해자 가족은 사건 이후 폭행 영상이 SNS에서 반복 공유된 점에도 분노했다. 아로요는 “모두가 딸을 돕기보다 영상을 찍고 보고만 있었다”며 “영상이 오락처럼 퍼진 것이 가장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딸을 다시 같은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 학교는 딸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가해 혐의 소년은 폭행 혐의로 기소돼 맨해튼 법원 청소년부에 출석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언론의 법정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고, 소년은 심리 뒤 구금 상태가 유지됐다. 소년의 어머니 실리마 앨런은 피해자 측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오히려 피해 학생이 아들을 괴롭혔다”며 아들이 먼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아들이 전화번호를 요구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앨런은 영상이 시작되기 전 피해 여학생이 먼저 아들을 밀쳤고, 아들의 행동은 이에 대한 보복이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뉴욕포스트는 그가 추가 영상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재 소년에게 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사건 영상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뉴욕 현지에서는 청소년 폭력, 학교 안전, SNS 방관 문화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 어린이날 ‘서울형 키즈카페’ 60곳 무료 개방

    어린이날 ‘서울형 키즈카페’ 60곳 무료 개방

    서울시가 어린이날을 맞아 다음 달 1일부터 7일까지 도시 곳곳에 놀이터를 만드는 ‘서울 키즈위크’를 연다. 시는 어린이날 당일 ‘서울형 키즈카페’ 60여곳을 무료로 개방하는 등 특별 이벤트를 연다고 23일 밝혔다. ‘서울 키즈위크’는 어린이날과 징검다리 연휴 동안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행사다. 어린이날 당일 모든 ‘서울형 키즈카페’는 문을 연다. 시는 마술 공연, 클래식 악기 체험 등 특집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무료 이용이 가능한 60여곳을 제외한 시설은 추첨을 통해 ‘무료 이용권’을 받을 수 있다. 주말에 야외형으로 운영되고 있는 놀이공간 ‘여기저기 키즈카페’는 2~3일 무료 개방한다. 특히 여의도한강공원, 북서울꿈의숲 키즈카페는 5일까지 운영 기간을 연장한다. 서울숲에서는 1일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개막과 함께 숲속 야외 놀이공간인 ‘초록초록’ 서울형 키즈카페가 열린다. 이곳은 예약 없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에는 레고 정원 콘셉트의 서울형 키즈카페가 28일 새롭게 문을 연다. 민간 키즈카페 이용 부담을 덜기 위한 ‘서울형 키즈카페머니’도 푼다. 시는 24일 오전 10시 올해 2차분인 15억원 규모의 키즈카페머니를 발행한다. 민간 인증 키즈카페에서 20% 할인된 금액으로 사용할 수 있다. 마채숙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아이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놀 권리를 누리고 양육자의 부담은 덜어드릴 수 있도록 놀이·돌봄 정책을 지속해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정은귀의 시선] 음악과 울음 사이

    [정은귀의 시선] 음악과 울음 사이

    어머니가 우신다 오빠 때문에 이 지상과 긴 작별을 하셨기에. 사십 년 전 어린 동생들에게 주려고 동네 사과를 주머니 묵직히 채워서 돌아온 오빠. 나는 그 맛을 다시 찾는다. 내가 찾아낸 건 한 입 베어 무는 그 오래되고 날카로운 초록 통증, 비닐봉지 속에 봉인된 것, 공기를 가두려고 내가 봉투 모서리들을 잡아당기면 부풀어 올라 작은 풍선 세 개가 되었지. 내 이로 그걸 긁으면 얇고도 바보 같은 소리가 났어. 나는 그걸 음악이라 했어, 사방에서 울음소리가 끝없이 차올랐지. -아흘람 브샤라트, ‘음악’ ‘그때 그 작가분은 무사히 오셔서 행사 잘 하고 가셨나요?’ 이 칼럼을 꼼꼼히 챙겨 읽으시는 어르신이 며칠 전 내게 물으셨다. 지난 3월 말 ‘DMZ세계문학페스타2026’ 직전에 칼럼을 쓰면서 팔레스타인 작가 아흘람 브샤라트의 멀고 힘든 여정을 이야기하며 그를 기다렸는데, 칼럼의 열렬한 독자이신 어른이 그걸 기억하고 물으신 것이다. ‘네, 잘 오셨어요. 예쁜 두건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일상이 죽음의 전선이 된 곳에서 사는 분이 어찌나 발랄하신지. 무사히 잘 돌아가셨대요.’ 행사 때 만난 작가 이야기를 세심하게 들려드리니 관심 있게 들으시면서 다음에 이런 행사가 다시 열리면 자신에게 꼭 알려 달라고 당부하신다. 전쟁의 참상 속에서 이 세계가 한 치 앞을 모르는 시절에 이렇게 큰 행사를, 그것도 DMZ를 오가며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많이 고심하면서 여러 힘이 뜻깊게 모인 행사는 평화를 향한 갈망과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잘 보듬으며 많은 이들에게 평화의 씨앗을 심으며 진행되었다. 평화를 향한 연대의 씨앗이, 절망을 넘어서는 희망이 이 시 속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았다. 초대된 작가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극적인 이야기를 품고 왔는데, 특히나 야만의 계엄을 이겨 낸 대한민국 시민들의 ‘행동하는 민주주의’에 큰 기대와 찬사를 보내왔다. 떠나기 직전까지도 비자며 비행 여정이 불투명해서 참석이 불가능해 보였던 팔레스타인 작가 아흘람 브샤라트. 그녀는 조국 팔레스타인 지도를 패널로 만들어 와 저녁식사 때 소개해 주었다. 평온한 일상이 이어지던 생활의 터전이 하나씩 점령당하고 이웃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걸 목격해야 하는 고통을 평화의 염원을 담아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서 나는 속으로 이 시를 생각했다. 울음이 곧 음악이 되는 일. 음악이 곧 울음인 일. 시는 현재 시점에서 시작한다. 엄마가 우신다. 그 울음의 이유를 다음 행에서 엿볼 수 있다. 오빠가 이 지상과 긴 작별을 했다니, 아마 세상을 떠난 게 아닐까. 이어 시인은 먼 기억을 호출한다. 사십 년 전에 동생들을 위해 동네 사과를 주머니 가득 채워 오던 살뜰한 오빠. 작가는 그 사과 맛을 다시 맛보고 싶다. 그런데 작가가 묘사하는 것은 사과의 상큼한 맛이 아니라 오래되고 날카로운 초록의 통증이다. 작가는 어린 날 비닐봉지를 부풀리던 기억을 이어 여민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추억을 시절의 아픔과 버무리니, 시는 애틋하고 아프다. 비닐봉지에 공기를 불어 넣어 이로 긁어 보라. 무슨 소리가 나는지. 시를 읽으면서 나는 정말로 비닐봉지에 숨을 불어 부풀려 이로 긁어 보았다. 폐활량이 좋지 않아 부풀리는 것도 서툴렀지만 뿜뿜, 음정이 제멋대로인 이상한 소리가 났다. 가늘고 바보 같은 소리 맞지. 시인은 그걸 음악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음악은 곧 사방에서 나는 울음소리가 된다. 이 세상 모든 연약한 존재의 울음소리다. 음악과 울음, 포개어지면서 사이를 만드는 이 마지막 두 줄에 이르러 나는 이것이 시의 마음이라 생각한다. 전쟁 속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 상실의 고통을 지나 사랑을 생각하는 마음. 폐허를 딛고 회복을 바라는 마음. 그 땅으로 다시 돌아간 시인의 안녕을 빈다. 그 땅의 평화를 빈다. 전쟁이 멈추고 이 지상의 사과가 상큼한 초록 맛을 되찾기를 빈다. 정은귀 한국외대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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