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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 “10년 내 탄소배출 ‘0’ 달성” 선언

    애플 “10년 내 탄소배출 ‘0’ 달성” 선언

    미국 애플이 전 세계 협력업체들과 함께 오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특히 국내 SK하이닉스도 동참해 청정에너지로 생산한 부품을 공급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애플은 21일(현지시간) ‘2020 환경보호 성과보고서’를 통해 “애플에서 판매하는 모든 기기는 향후 10년 동안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될 것”이라며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한 ‘탄소 중립’ 계획을 밝혔다. 탄소 중립은 배출한 양만큼의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이 계획에는 해외 공급망을 포함해 전 세계 협력업체들과 함께 탄소 배출량을 75% 줄이고 나머지 25%에 대해서는 탄소 제거 솔루션을 개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애플은 현재도 탄소 중립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애플워치 등의 제품은 이미 일부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혁신은 지구를 위해서만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 제품을 보다 에너지 효율적으로 만들고 청정 에너지원을 온라인으로 이끌어올 수 있다”며 “혁신적 잠재력과 일자리 창출, 오래가는 경제 성장의 시대에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플 제품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계획은 애플 협력업체들이 부품이나 제품을 생산할 때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기를 이용토록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애플은 이날 17개국 71개 기업이 100% 청정에너지로 애플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애플과 계속 협력하길 원하는 중국 제조업체들은 운영 전략을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에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 등 IT 대기업들도 앞서 탄소 감축을 선언한 바 있다. MS는 지난 1월 2030년까지 탄소 배출 마이너스(-)를 달성하고 2050년까지 1975년 이 회사가 설립된 이래 배출한 탄소를 모두 제거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마존도 지난해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전기 배달 트럭 10만대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지난 2월 개인 재산 100억달러(약 12조원)를 털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기금을 조성하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노사정 합의안’ 반쪽 토론… 민주노총 내일 운명의 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 합의안에 대한 추인을 두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내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대의원대회를 이틀 앞둔 21일 찬반 토론회를 열었지만 반대파의 불참으로 맥이 빠졌다. 2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 합의안 최종안 찬반 토론회’는 반대 측 토론자 없이 진행됐다. 찬성 측 토론자 3명과 반대 측 토론자 3명이 공개적으로 토론할 계획이었지만, 반대파는 토론자를 내지 않았다. 결국 이날 토론은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강신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 오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황병래 건강보험노조 위원장이 참석했다. 위원장직을 걸겠다고 밝힌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조직 내 갈등을 공개하며 막판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20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된 영상에서 “정파 상층부가 민주노총 위에 군림하고 (정파) 다수 의견과 물리적 압력, 동원식 줄세우기에 걸려 사회적 교섭을 끝내는 것은 100만 민주노총 대중조직을 망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지난달 30일 “한 부위원장이 정파 이름을 대면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지 마라. 이만 끝내라’고 했다”고 밝혔다. 반면 반대파는 대의원대회 구성원 다수가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전날 김재하 부산지역 본부장,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등은 1480명 대의원 중 809명이 합의안 폐기를 요구한다며 실명을 공개했다. 반대파들은 합의안 내용과 추인 절차 모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3일 대의원대회는 전자투표로 진행된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서울 유휴 공유지 끌어모은다… 용적률 완화로 공공 재개발 추진

    서울 유휴 공유지 끌어모은다… 용적률 완화로 공공 재개발 추진

    서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계속 보존하기로 함에 따라 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내놓을 주택공급 대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군이나 공공기관의 유휴부지 등을 집중 발굴하고 도심 역세권과 3기 신도시 등의 용적률을 높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수요를 충족할 물량이 공급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재개발·재건축을 적극 추진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0일 “7·10 부동산 대책에서 제시한 공급 확대 방향에 맞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서울 내 공공기관과 군 소유 부지 중 소규모라도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을 긁어모으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5월 용산 정비창과 옛 성동구치소 부지 등 국공유지 개발 방안을 마련했고, 여기에 더해 추가로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용산 미군기지나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부지, 태릉과 성남 등의 군골프장 부지 등이 거론된다. 태릉골프장 부지 활용은 지난 15일 당정 협의를 통해 검토된 만큼 빠른 시일 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2013년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지정했으나 주민 반대 등으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 송파구 잠실과 탄천 유수지도 대상으로 검토된다.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에서 지방 이전 기관을 더 뽑아내 이들 건물 부지에 주택을 짓는 방안도 거론된다.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강남의 자투리땅을 모아도 공급량이 2만 가구로 3기 신도시(30만 가구)의 10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고 단기에 유의미한 주택 물량을 공급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시가 주거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강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하며 정치권의 그린벨트 해제 압박에 맞서 왔던 만큼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그간 서울시는 35층 준수와 용적률 제한 등을 기조로 하는 규제책을 이어 왔지만, 지난 15일에는 주택공급확대 태스크포스(TF) 실무기획단 첫 회의에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방안이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는 정부의 공공 재개발·재건축과 맥을 같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국토부는 용적률 완 화와 신속한 인허가를 보장하는 대신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50%를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공공 재개발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 역세권 등에서 정비사업이 진행되면 용적률 등을 대폭 높여 줘 주택을 많이 짓게 하고 일부를 공공임대로 돌려 청년과 1인 가구 등에 공급하는 방안이다. 이 연구원은 “서울 외곽 지역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라면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에 끌려 빠른 사업 추진에 찬성하는 조합원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용적률 거래제’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용적률을 남긴 건축주가 이를 팔면 구매한 건축주가 용적률을 높여 건물을 짓는 방식이다. 이 밖에 평균 180~200% 수준인 3기 신도시 용적률을 소폭 높여 인구밀도를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하지만 서울에서 공공 재개발·재건축은 아파트의 고급화가 이뤄지기 어려워 주민들의 참여 유인이 떨어지는 만큼 근본적으로 강남을 포함해 민간 주도의 전면적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 사회간접자본(SOC)의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시중의 유동자금을 줄여 집값 상승 부작용을 막고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트럼프만 피했다…빌게이츠·오바마 유명인 트위터 해킹 사건(종합)

    트럼프만 피했다…빌게이츠·오바마 유명인 트위터 해킹 사건(종합)

    트위터, 보안 사고 인정…해킹 배후 조사 비트코인 사기단에 의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 유명인들의 트위터 계정이 해킹당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해당 인사들의 트위터 계정에는 특정 암호화폐 계좌로 비트코인을 보낼 경우 보낸 금액의 2배를 되돌려주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애플과 비트코인, 코인베이스, 리플 등 기업의 계정도 비슷한 방식으로 해킹됐다. 사기 행각에 이용된 블록체인 주소로는 약 1억3000만원이 넘는 비트코인이 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안 전문가들은 사기단이 피해자들의 계정을 완전히 장악해 계정에 연계된 이메일 주소까지 변경했고, 실제 사용자들의 접속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트위터 측은 해당 트윗을 신속히 삭제하고, 해킹 피해를 입은 모든 계정을 비활성화했다. 이후 성명을 통해 “보안 사고가 있었다”라고 인정하고, 이용자들에게 비밀번호를 재설정할 것을 촉구했다. 트위터는 해킹의 배후 등을 조사한 뒤 추가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암호화폐 전문가도 당했다…현상금 걸어 암호화폐 트론을 운영하는 트론재단의 저스틴 선 창립자는 이날 트위터 해킹 사태가 일어난 후 “해커들을 추적하거나 관련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이들에게 100만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선 창립자는 “이 문제를 즉시 해결하고 (트위터) 계정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트위터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우리는 항상 우리의 계정을 취급하는 데 신중을 기하고 있으며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운영한다”고 강조했다. 제미니 암호화폐 거래소 공동창업자 캐머런 윙클보스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것은 사기다. 돈을 보내지 마라”고 경고했다. 비트코인 사기단 위장? 정치적 의도 의심정보기술(IT) 전문잡지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이번 해킹이 비트코인 사기극을 위장했지만 실제로는 민주당에 타격을 주는 것이 의도였을 것 같다고 추정했다. 이번에 해킹피해 목록에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가수 카니예 웨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포함됐다. 공통점은 민주당 성향의 인사라는 점이다. 트위터를 매우 활발히 이용하고 있는 트럼프가 이번 사건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많은 유명 인사들의 계정이 한꺼번에 해킹된 사건과 관련 오닐 기자는 “이번 사건은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선거 진영, 민주당 전국위원회 이메일이 러시아 정부 해커에 의해 유출된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해킹의 목표가 대선을 앞둔 민주당 인사들의 교란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박원순 장조카 “외삼촌, 여자문제에 관한 한 반푼이”

    박원순 장조카 “외삼촌, 여자문제에 관한 한 반푼이”

    고 박원순 서울 시장의 장조카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의 외삼촌 박원순 시장은 절대 그럴 위인조차 못된다”며 “여자문제에 관한 한 젊어서부터 반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추행에 대해서는 “민주당 의원들, 특히 시민단체 출신들은 그런 쪽으로는 그야말로 젬뱅이지만 남성중심 한국사회에서 정신적으로 버틸 수 있는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는 순간이 있다”며 “버티지 못하고 순식간에 멘탈이 무너지고 맥이 탁 풀리는 순간이 있는데 시청에 같이 있는 어공(어쩌다 공무원)들만 100명에 가깝다는데 그들이 왜 진작 옆에 지키는 시장이 힘든 낌새를 못 챘는지 납득이 안 간다”고 덧붙였다. 또 버티기 어려운 순간에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고소한 그 비서가 잡아준 듯하다고 추정하며 “저놈들처럼 여자에 능숙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시장의 장조카는 아들 주신씨가 영국에서 귀국하기 전까지 상주역할을 대신했다고 밝혔다. 장례식을 유족들은 애초부터 가족장으로 조용히 마칠 생각이었지만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절대로 그렇게 보내드릴 수 없다. 정치적 후유증은 민주당이 짊어질 문제고 시민들과 시장님 지지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드릴 기회는 드려야 한다”고 주장해 서울특별시장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에 대해서는 “죽음으로 속죄했잖아요. 더 이상 어떻게 하란 말인가요”라고 일갈했다. 박 전 시장 고소인 측이 발인 날 기자회견을 연 사실을 비난하며 “당신 주장이 100% 사실이 아니고 혹여 헛된 욕심이 개입되었다는 사실이 수사결과로 밝혀지면 어떤 방식으로 속죄할 것인가”라며 “주위의 정치꾼들이 제아무리 꼬드겼어도 그런 행동(기자회견)은 말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박 전 시장의 장조카는 “외삼촌의 장례식에 휠체어를 타고 오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턱을 맞추는 경사계단도 준비할 정도였고, 민주노총 관계자들도 흐느끼며 조문하고, 멀리 농촌에서 열일 제치고 한걸음에 달려오신 농부들, 젊은 신혼부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실 정도로 연로하신 노인분들 등등 각자가 박원순과 맺은 사연을 품고 오셔서 흐느끼거나 기절할 정도로 오열했다”며 “박원순이라는 사람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애도했다. 한편 그는 “안희정, 오거돈에 이어서 박원순까지…이제 16일이면 이재명 최종 판결이다”라며 “민주당 대선 잠룡들 제거 프로그램이라도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하기도 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사면권 남용 부른 트럼프의 ‘정치적 구루’

    사면권 남용 부른 트럼프의 ‘정치적 구루’

    자신의 비선 정치참모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형 조치는 미 정가에서 정치인들과 정치 컨설턴트와의 관계가 얼마나 깊은 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논란의 중심에 선 정치 컨설턴트 로저 스톤을 다룬 시사다큐멘터리 ‘겟 미 로저 스톤’ 제작진의 글을 소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하게 한 해답은 두 사람의 40년 관계에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스톤을 다시 활용할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스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구루’(스승) 역할을 했던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다. 그는 당시 트럼프에게 ‘아무것도 인정하지 마라, 전부 부인하라, 그리고 반격을 개시하라’는 자신의 정치전략인 일명 ‘스톤의 법칙’을 주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각종 논란과 비판에 대응했던 방식을 보면 얼마나 스톤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놓고 악역을 자처하듯 분열적 메시지를 쏟아내는 모습도 ‘무명보다는 차라리 악명이 낫다’는 스톤의 철학과 맥이 닿아 있다. 스톤는 1980년대 당시 로널드 레이건의 당선에 도움을 주고 워싱턴 정가에서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때 1950년대 매카시즘의 광풍의 주역인 변호사 로이 콘과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 선대본부장이기도 했던 폴 매너포트 등 트럼프의 지인들을 먼저 알게된 뒤 자연스럽게 뉴욕의 부동산업자였던 트럼프와 인연을 맺었다. 스톤은 1987년 트럼프에게 민주당 뉴욕주지사에 맞서 출마의사를 타진했지만 트럼프는 거절했다. 당시 뉴욕주지사는 앤드루 쿠오모 현 뉴욕주지사의 부친인 마리오 쿠오모였다.그후 30년이 지나 트럼프는 대선 출마를 본격화한다. 버락 오바마가 재선에 도전했던 2012년에 이미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카드’를 내밀었던 스톤은 트럼프가 출마 결심을 굳혔을 때 이미 그를 도울 보수진영의 풀뿌리 운동가들을 준비해 놓고 기다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칼 로브, 리 애트워터 등 워싱턴 정가를 대표하는 공화당계 정치컨설턴트들이 선거 전략이나 캠페인 등에서 탁월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면 스톤은 상대적으로 정치공작 분야에 특출한 모습을 보였다. 정치공작의 달인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2016년 대선에서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향한 다양한 음모론을 제기하며 트럼프의 당선을 도왔다. 그는 이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받으며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빠져들뻔 했지만, 그가 창조한 ‘초법적 대통령’의 도움으로 감옥행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임병선의 시시콜콜] 미 대법원 “오클라호마주 절반 아메리카원주민 것”

    [임병선의 시시콜콜] 미 대법원 “오클라호마주 절반 아메리카원주민 것”

    짐시 맥거트(71)란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거주하는 아메리카 원주민이 있다. 1997년 네 살 소녀를 강간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했다. 이 주에는 체로키, 칙소, 촉토, 세미놀, 무스코기(크릭) 등 다섯 부족들이 사는 인디언 보호구역이 있는데 맥거트는 크릭 네이션 관할의 와고너 카운티란 곳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그런데 그는 자신을 기소한 오클라호마주 검찰 말고 연방 검찰이 기소했어야 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연방 대법원이 9일(현지시간) 그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고 영국 BBC가 10일 전했다.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유세를 했던 이 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털사를 비롯해 이 주의 절반인 동쪽의 사법 관할권이 보호구역 자치로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의회가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지정했으나 앤드루 잭슨 대통령이 임의로 지정을 해제하고 백인들을 대량 이주시켰다. 서부 영화 등을 통해 본, 깃발을 들고 말을 타고 달려나가 가장 먼저 깃발을 꽂는 사람이 그 땅의 주인이라는 식으로 백인들에게 토지를 나눠줬다. 보호구역 해제는 대통령이 할 수 없고, 의회는 해제한 적이 없으니 대법원은 보호구역 지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졸지에 인구 50만명의 털사는 체로키 부족 관할이 됐다. 오클라호마 주정부는 공권력을 사용하지 못한다. 인종을 막론하고 여기서 범죄를 저지르면 인디언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네 명의 진보 진영 대법관 외에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이 동조한 결과, 5-4로 이번 결정이 내려졌다. 그는 19세기 크릭 네이션 등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오클라호마주에 강제 이주시킨 ‘눈물의 길’에 대해 언급하며 당시 미국 정부가 새 땅이 영원히 원주민들 것에 속한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고서치 대법관은 판결문에 “오늘날 우리는 이 땅을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남게 하겠다고 약속한 조약이 연방 형법의 목적에 부합하는지 질문 받고 있다”며 “미국 의회가 별달리 언급하지 않고 있어 우리는 정부가 한 말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맥거트가 재판을 다시 받을 권리를 인정받음으로써 그동안 주검찰에 기소돼 주법원에서 진행된 재판을 모두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잡지 ‘애틀랜틱’가 전한 오클라호마주 교정국 기록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해당 지역에 살다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됐거나 수감 중인 아메리카 원주민은 1887명이나 됐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 가운데 연방재판에 다시 회부될 수 있는 사건은 10건 중 한 건이 안 될 것이라고 크릭 네이션 대법원장을 지낸 조노데브 초두리는 말했다. 또 이들 보호구역에 거주하는 원주민 부족들은 주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게 될지 모른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15% 정도인 180만명이 300만에이커에 이르는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맥거트의 변호인 이언 히스 게르솅곤은 CNBC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했던 약속을 오늘 대법원이 확인한 것이며 법원이 그 약속을 지킬 것이란 점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소수 의견으로 이번 결정이 오클라호마주의 안정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판결문에다 “중대 범죄를 기소하는 주의 능력이 우롱될 것이며 과거 수십년의 판결이 내던져질 것”이라며 “오늘 결정은 인디언의 일에 손을 댈 수 있는 모든 영역, 예를 들어 토지 사용, 세금, 가족과 환경 법 등에서 주 당국의 불확실성을 지속시킬 것”이란 우려를 담았다.물론 다섯 부족은 연합해 성명을 발표,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하며 연방, 주 당국과 협의해 이 땅의 사법 관할권을 공유하는 데 협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오클라호마주 유전과 도시들의 세 수입도 부족들에게 귀속된다. 털사는 큐 클럭스 클랜(KKK) 등 백인우월주의 활동이 많은 곳이었다. 1921년 백인들이 흑인 300여명을 무참히 살해하고 1200채의 가옥에 불을 지르는 등 미국 역사 상 최악의 유혈 폭동이 일어났던 곳이다. 해서 만만찮은 후폭풍이 몰아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임병선 논설위원 bsnim@seoul.co.kr
  • 용산공예관 VR 전시관 오픈

    용산공예관 VR 전시관 오픈

     서울 용산구가 용산공예관 온라인 가상현실(VR) 전시관을 마련했다고 11일 밝혔다.  VR전시관은 용산공예관 홈페이지에서 전시안내를 클릭하면 된다. 컴퓨터,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다. 페이스북, 블로그 등 공예관 SNS에도 바로가기 링크를 걸었다.  첫번째 온라인 전시는 ‘시작(矢作) 광양궁시장 특별초대전’이다. 올해부터 시작된 팔도 공예 릴레이 기획전의 하나이다. 궁시장이란 활과 화살을 만드는 기술과 기능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활은 구석기 시대부터 전쟁, 수렵, 궁중연회 등에 사용됐으나 오늘날에는 스포츠로 사랑받고 있따. 이순신 장군 해전 승전지 인근에 위치한 광양에서는 예로부터 국궁이 성행했으며 명품 활과 화살이 제작돼 왔다.  전시 품목은 편전, 총통전, 쇠뇌전, 격서전, 대우전, 육량전, 신기전, 유엽전, 화전, 활, 흑각궁, 죽시, 영전, 전통, 통아 등 궁 공예품 200여점이다. 전통 궁시의 세계를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작품을 배치했다. 전시를 주관한 광양궁시전수교육관은 광양시 광양읍에 위치해 있다. 전통 활과 화살의 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전수 교육을 진행하고 시민이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당초 5월로 계획했던 전시를 이제야 선보이게 됐다”며 “VR로 거의 실제와 같은 관람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2020년 공예특별전 전라남도편으로 광양궁시장 초대전을 준비했다”며 “비록 온라인 형태이지만 전통 궁시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금요칼럼] 아파트 광풍과 가녀린 촛불/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금요칼럼] 아파트 광풍과 가녀린 촛불/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촛불이 수없이 뭉쳐 촛불혁명을 이뤘다. 3년 전 일이다.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런데 혁명을 너무 오래 한다. 초기에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였어야 그나마 효과를 좀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 사회의 보수성이 워낙 강고하니까 말이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혁명은커녕 개혁도 물 건너가기 십상이다. 오히려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어 역효과도 만만치 않다. ‘촛불정부’의 지난 3년을 돌이키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입에 올리는 주제는 뭘까? 현시점에서 말이다. 뭐니 뭐니 해도 집값, 더 정확히는 아파트값이다. 직장인의 점심 자리나 지인들 모임에서 대화를 주도하는 화제는 단연 집값 폭등이다. 몹시 중요한 검찰개혁 주제를 밀어낼 정도로 강력하다. 지난 3년간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은 거의 40% 폭등했다. 집값 상승 추세가 세계적 현상이라 할지라도 우리나라의 광풍은 매우 특이하다. 거대도시 전체가 이렇게 폭등한 사례는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 장삼이사가 집값 얘기를 입에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집이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그저 ‘아파트’를 무슨 주문처럼 왼다. 다들 도박장에 들어선 심리에 휩싸인 채 말이다. 정부에서 집값 잡겠다고 칼을 빼든 지 오래건만 이제 사람들은 그런 칼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 너무나도 무딘 칼이라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칼을 볼 때마다 맥이 빠지고 분노한다. 집 없는 서민은 그 칼을 보며 정부에 등을 돌린다. 배신감을 느껴서다. 강남에 아파트 한 채 가진 사람도 분노한다. 갑자기 세금이 올랐기 때문이다. 집이 많은 투기꾼은 비웃는다. 빠져나갈 구멍이 여전히 숭숭 뚫렸기 때문이다. 건설·주택업자 재벌은 쾌재를 부른다. 땅 짚고 헤엄치며 떼돈 버는 일이 마냥 기쁘기 때문이다. 어떤 대상과 제대로 전쟁을 하려면 적의 심장부를 강타해야 할 텐데, ‘촛불정부’는 여전히 변죽만 울린다. 당정 고위직에게 집을 속히 처분하라며 압박하는 것도 그런 예다. 지난 3년 사이에 투기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해 큰 차익을 누리는 자라면 고위 공직자로서 마땅히 질타의 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살던 집인데 지금 가격이 폭등했으니 처분하라는 것은 한마디로 코미디다. 집을 소유한 게 죄도 아닐뿐더러 지금 빨리 팔아 차익을 현금화하라는 얘기와도 상통하기 때문이다. 토지공개념이니 주택공공재니 공염불만 욀 일이 아니다. 단호하게 정면 돌파해야 한다. 그게 전쟁에서 이기는 상식이요, 본질이다. 국가 공공재인 주택 소유에 대해 국가가 강력히 개입해 제한해야 한다. 우선 1가구 3주택 이상 소유를 금지한다. 세 채 이상 보유했다면 순수 거주지일 수 없다. 투기의 결과다. 이미 세 채 이상 보유자라면 5년의 말미를 주되 처분하지 못하면 애초 매입가로 국가에서 몰수한다. 투표권이 없는 미성년자는 어떤 경우에도 부동산 소유를 금한다. 미성년자가 공공재를 소유할 이유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법인의 재산세는 개인 소유 재산세의 30%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특혜도 당장 철폐한다. 최근 물의를 일으킨 일부 연예인의 ‘유령’ 법인이 현재 이 땅에 어디 한두 개뿐이겠는가? 또한 아파트 분양원가를 당장 공개하고 분양가상한제도 즉시 시행한다. ‘토건족’을 잡는 첫걸음이다. 장기적으로는 전세대출금제도를 서서히 폐지한다. 전세 대출은 일부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더 비싼 전셋집에 살도록 유도하고 그 때문에 ‘갭 투기꾼’에게 멍석을 깔아 주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만 제대로 해도 광풍은 사라진다. 이런 본질을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면 과연 ‘촛불정부’일까? 요즘 촛불이 꺼질 듯 말 듯 너무 가녀리게 흔들리는 모습은 차마 못 보겠다.
  • 폭스 뉴스, 엡스타인과 어울려 찍은 사진에서 트럼프만 ‘쏙’

    폭스 뉴스, 엡스타인과 어울려 찍은 사진에서 트럼프만 ‘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교도소에서 극단을 선택한 아동 성범죄자이자 억만장자인 제프리 엡스타인과 절친이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와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취임 이후 트럼프와 관계가 원만했던 폭스 뉴스가 엡스타인에게 10대 소녀들을 알선해 사실상 성적으로 유린할 수 있도록 도운 영국인 옛 여자친구 길레인 맥스웰을 체포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두 사람과 함께 있던 트럼프 대통령을 반복적으로 지웠다고 허프포스트가 6일(이하 현지시간) 입길에 올렸다. 문제의 사진은 2000년 2월 12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머라라고 클럽에서 엡스타인과 맥스웰, 트럼프 대통령과 당시 그의 여자친구 멜라니아 크나우스가 어울려 찍힌 사진이다. 그런데 폭스 뉴스는 5일 묘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흔적은 지우면서 멜라니아는 그대로 노출시킨 사진을 반복적으로 내보냈다. 폭스 뉴스 대변인은 6일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실수로 제거됐다”며 사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2년 뉴욕의 한 잡지 인터뷰를 통해 엡스타인을 “재미있고도 끔찍한 친구”로 묘사한 뒤 “그는 나만큼 아름다운 여성들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여성 대부분은 어린 축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은 2005년부터 엡스타인을 수사하기 시작해 이듬해 플로리다주에서 미성년자들과 불법적인 성행위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형량 거래 끝에 두 가지 경미한 혐의를 인정하고 18개월 동안 복역했다. 그리고 지난해 새로운 성매매 혐의로 다시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던 중 뉴욕의 한 교도소에서 극단을 선택했다. 맥스웰이 체포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에릭은 트위터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010년 딸 첼시의 결혼식 때 복도를 걷는데 뒤에 맥스웰이 하객 가운데 한 명으로 얼굴을 내비치는 사진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패거리(Birds of a feather)”란 댓글을 달았다. 에릭은 곧바로 머러라고 사진과 아버지가 엡스타인, 맥스웰과 함께 있는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댓글을 지워버렸다. 다음날에는 그 트윗마저 없어졌다고 허프포스트는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불도저에 추억마저 밀릴쏘냐…현대사 굴곡 닮은 만리동 고개여

    불도저에 추억마저 밀릴쏘냐…현대사 굴곡 닮은 만리동 고개여

    불도저는 낡은 집과 좁은 골목만이 아니라 애틋한 정과 추억을 함께 밀어 버린다. 아파트에 집착하는 대가로 상실하는 감성의 가치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진화하는 아파트의 편리함에 매혹당한 탓이다. 성형수술로 얼굴을 다 뜯어고치듯 서울은 옛 모습을 잃고 있다. 서울역 서쪽의 만리재 언덕도 지난 10여년 동안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었다. 지도에서 서울역과 충정로역, 애오개역을 이어 줄을 그으면 거의 정삼각형이 되는 지역이다.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에 정면으로 맞선 사대주의 학자 최만리가 나고 자란 곳이다. 만리재라는 이름도 최만리에서 나온 것이다. 재개발 바람은 서민의 애환이 구석구석 녹아 진한 여운을 풍기던 동네 분위기를 바꿔 버렸다. 언제 적 만리재를 말하느냐는 듯 시가 10억원이 넘는 번듯한 아파트들이 군데군데 치솟아 있다. “만리동 고갯마루에 소의초등학교가 있었다. 교문 옆에 아이스케키 통을 놓고 그 위에 걸터앉아 ‘두 개 시-버-언!’ 하고 소리를 질렀다. … 아이스케키 통을 둘러메고는 만리동 고개를 내려와 서울역광장을 돌아 남대문을 거쳐 명동까지 갔다가 다시 발길을 돌려 만리동 고개로 되돌아오곤 했다.”빈민 활동 선구자인 김진홍 목사는 ‘황무지가 장미꽃같이’에서 이렇게 썼다. 서울로 몰려든 사람들은 도심과 가장 가까운 주거지인 이곳에 몸을 겨우 눕힐 수 있는 땅뙈기를 구해 타향살이를 시작했었다. 지게꾼과 구두닦이, 행상이라는 일자리가 있었던 서울역이 지척이었다. 걸어서 20분이면 닿는 남대문시장에서 난전을 펴고 장사를 해서 자식들을 먹여 살릴 수 있었다. 만리재는 조선시대 때부터 마포와 서소문밖을 이어 주던 소통로(疏通路)였다. 걸어 오르려면 숨이 차는 큰 고개 만리재를 넘어 내려가면 작은 고개 애오개(아현)가 나온다. 애오개에는 일제강점기에 경성감옥이 있어 자식 옥바라지를 하려고 가파른 길을 넘어 걸어가던 눈물의 모정이 배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경성감옥 자리에는 서울서부지방법원과 서부지방검찰청이 들어서 법토(法土)의 맥을 잇고 있다. 양쪽 사람들은 정월 보름이면 서로 위험한 돌팔매질 놀이를 했다는데 무슨 원한 관계가 있었을까. 그렇지 않고 전해져 내려오는 세시풍속일 뿐이다. 애오개 쪽이 이기면 경기도의 농사가 잘되고 만리재 쪽이 이기면 평안도나 경상도 등 외도(外道)의 농사가 잘된다는 속설이 있었다는데, 그렇다면 만리재 쪽은 왜 피 터지게 싸우며 이기려고 했을까. 개발이 어려운 언덕바지라는 점이 땀과 눈물의 ‘트라이앵글’을 이만큼이나마 지켜 냈다. 삼각형 지역 속의 손기정기념관, 환일고등학교 십자관, 성니콜라스성당 등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몇몇은 파괴의 위기를 딛고 살아남았다. 굴곡진 현대사를 품은 건축물들은 방문객들을 잠시 감성에 젖게 한다.충정로역 근처에는 오래된 작은 아파트들이 유난히 많다. 사람 나이로 미수(米壽·88세)가 된 국내 최고령 아파트 충정아파트에 비하면 1969년생 미동아파트는 이제 51세로 젊은 축에 속한다. 충정로역 4번 출구에서 안쪽 좁은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성요셉아파트가 나타난다. 1971년 완공이니 미동아파트보다 두 해 아래다. 비탈길에 절묘하게 자리잡았는데 맨 아래쪽은 6층이고 맨 위쪽은 2층이다. 방앗간, 김밥집, 미용실, 세탁소 등의 작은 1층 상가들은 변두리 동네 어귀의 가게들처럼 정겹다. 인접한 약현성당의 성도들을 위해 지었다는 이 아파트에는 지금도 수도자들이 거주한다고 한다. 중림동 일대가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으로 선정됨에 따라 이 아파트는 보존하기로 결정돼 안팎의 환경을 조금씩 개선하는 중이다. 동네를 칙칙하게 만든 주범이었던 아파트 바로 앞 무허가 창고를 ‘앵커시설’로 재개발, 지난 5월 16일 문을 열었다. 2층짜리 건물에는 ‘심야살롱’, ‘도시서점’이 입주해 도시재생사업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한다. 하지만 보존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은 탐방객들에게마저 싸늘한 반응을 보인다.성요셉아파트와 붙어 있는 남쪽 언덕에 약현성당이 있다. 약현(藥峴)은 조선시대에 약을 재배하는 밭이 있던 곳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영향이었을까. 이 지역에는 약을 만드는 기업들이 있었거나 지금도 있다. 잊혀져 가는 종기 치료제 ‘이명래고약’ 본점도 원래 중림동에 있었다. 이명래고약의 개발자는 이명래가 아니라 충남 아산에서 활동한 에밀 피에르 드비즈라는 프랑스 신부라고 하니 뜻밖이다. 서울에 살던 천주교도인 이명래가 박해를 피해 아산으로 내려갔다가 드비즈 신부를 만나 제조법을 전수받고 민간요법을 더해 발전시킨 게 이명래고약이다. 이명래고약은 현대 의약에 밀려 2011년에 생산이 중단됐다. 충정로역 바로 옆에는 제약회사 종근당이 있다. 철공소 견습공, 쌀 배달원으로 일하다 21살 때부터 약품 외판원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약을 팔았던 고 이종근은 1941년 이곳에 궁본약방을 세웠고 1956년 종근당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성당이자 고딕 양식 건물인 약현성당이 1998년 취객의 방화로 전소됐을 때 숭례문 화재만큼이나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당시 모습은 잃었지만 15억원을 들여 원형에 더 가깝게 복원됐다. 잘 꾸며진 정원을 갖춘 약현성당은 결혼식장으로도 사랑을 받고 드라마 촬영장으로도 애용되는 명소가 됐다. 서학(西學)을 믿었다는 혐의로 신유박해와 병인박해 당시 서소문 밖에서 처형된 98위의 순교자를 모신 성당 내 서소문순교자기념관은 방문객들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만리재는 마라토너 손기정의 기억을 되살려 주는 곳이기도 하다. 소년은 초등학교 6학년 때 5000m 경기에서 어른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압록강 건너 중국 회사에 20리 길을 매일 뛰어서 다녔던 소년은 마라톤 특기생으로 양정고보에 입학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딴 선수는 활짝 웃고 있었지만 금메달 손기정과 동메달 남승룡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일본 대표로 출전한 설움이 앞섰던 까닭이다. 시상식 사진을 보면 손기정은 가슴의 일장기를 나무 화분으로 가리고 있다. 시상식장에선 애국가가 아닌 일본 기미가요가 연주됐다. 손기정은 인터뷰나 축하 인사 때마다 ‘손긔정’이라는 한글 사인을 해주고 간단한 한국 지도나 ‘KOREAN’을 그리거나 써줘 한국인임을 알렸다.목동으로 옮긴 양정고등학교 교정은 공원화됐다가 마라톤의 성지, 손기정체육공원으로 재단장해 지난달 문을 부분적으로 열었다. 공원 내 손기정기념관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으며 입구에는 ‘남승룡 러닝센터’를 지어 업적을 함께 기리고 있다. 손기정이 갖고 온 나무 화분(월계수는 독일 기후에서는 자라지 않아서 월계수가 아니라 미국 대왕참나무 화분이다)은 교정에 심어 84년 세월 동안 거목으로 자랐다. 손기정기념관의 바로 위에는 1895년에 문을 연 봉래초등학교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서울 교동초등학교보다 1년 뒤지는 유서 깊은 학교다. 만리재 고개 정상의 짙푸른 녹음은 과거에 이곳이 제법 깊은 산속이었음을 알려 준다. 잘 조성한 산책로는 여름의 열기를 이겨 내기에 모자람이 없다. 힘들여 멀리 갈 것도 없이 주민들은 시원한 자연 바람을 만끽하고 있다. 산책로들이 휘감은 고개 정상이 식수를 공급하는 저장고라는 사실은 주민들도 다 모를 것 같다. 1956년에 조성해 출입금지 지역으로 관리하던 곳을 철조망을 걷어 내고 ‘만리배수지공원’이라는 휴식과 운동 공간으로 탈바꿈시켰으니 행정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배수지공원 언덕 아래에 환일고등학교가 있다. 기독교 감리교 계통의 학교로 1947년 균명중학교로 개교했다가 1957년 화재로 전소됐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이 학교 십자관은 화재 후 철근콘크리트와 석조를 섞어 지은 건물로 63년이 흐른 지금에도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찍어 낸 벽돌을 쌓아 올린 게 아니라 제각기 모양이 다른 돌을 마치 정교한 축대를 쌓듯이 짜맞춰 건축했다. 이런 방식으로 지은 건축물은 흔하지 않다. 1974년에는 학교 이름을 환일중고등학교로 바꿨다. 우리에게는 야구해설가로 유명한 고 하일성씨가 체육교사로 재직한 학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소의초등학교에서 애오개역으로 내려가다 보면 왼쪽에 한국정교회 서울 성니콜라스대성당이라는 숨은 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 정교회는 동유럽에서 발전한 기독교의 한 교파다. 우리나라 신도는 3000여명쯤 되고 전국에 6개의 성당이 있다. 교세가 약한 것은 민족의 비극과 무관하지 않다. 1900년 최초 전래된 정교회는 러시아가 러일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신부와 신도들이 떠났고, 몇 안 되는 국내 신자들은 고아처럼 남겨졌다. 1906년 러시아 선교사가 다시 도착했지만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정교회는 심한 박해를 받게 됐다. 이후 고립무원의 상태로 일제강점기를 넘긴 정교회는 유엔군 참전국의 일원인 그리스군 종군 사제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교회를 재건했다. 아현동에 부지를 마련해 대성당을 완공한 것은 1968년이었다. 반구형 돔을 얹은 비잔틴풍 건축물은 조창한 전 경희대 교수가 설계한 것으로 국내에 두 개밖에 없다. 독특한 돔 지붕을 보고 산동네 아이들은 ‘대머리교회’라고 불렀다고 한다. 아현4구역 재개발구역 안에 있는 성당은 옮겨질 뻔한 위기를 넘겼다. 만리재의 추억은 개발의 압력 속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덕분에 사람들은 편안하고 깨끗한 주거 환경을 얻었다. 그러나 그것과 맞바꾼 것은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삭막함이므로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군데군데 박힌 지난 시간의 흔적은 아련하기만 하다. 박제해 둘 수도 없었던 그때는 멀리서 무심히 흐르는 한강만이 기억할 것이다. 글 손성진 서울신문 논설고문 sonsj@seoul.co.kr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제7회는 11일 오전 10시 남산산책 편입니다.
  • 日, 코로나 사태 편승한 ‘자숙경찰’ 활개… 되살아난 국가주의

    日, 코로나 사태 편승한 ‘자숙경찰’ 활개… 되살아난 국가주의

    지난 4월 코로나19 긴급사태 발령 이후 일본에서는 ‘자숙경찰’이라는 이름의 민간 자경단이 정부·자치단체의 방역수칙에 따르지 않는 사람과 업소들을 찾아다니며 경고와 위협 등 사적 통제를 가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법적 근거에 따라 경찰 등 공권력이 외출과 이동의 통제에 나섰던 미국, 유럽 등과 달리 아무런 권한도 갖지 않은 사람들이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남에게 강요하며 곳곳에서 살풍경을 연출해 냈다. 아베 신조 총리 집권 이후 뚜렷해진 보수우경화 흐름과 맞물려 과거 국가주의를 연상시키는 자숙경찰의 횡포는 가뜩이나 가라앉은 일본 사회를 더욱 무겁게 짓눌렀다. 전쟁을 겪었던 세대 가운데 일부는 어릴 적 ‘국민정신총동원’과 ‘국민의용대’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지금 일본에는 초유의 바이러스 위기에 편승해 등장한 과거의 망령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사람이 늘어 가고 있다. #1. ‘빨리 가게 문 닫고 긴급사태 종료 때까지 집에서 얌전히 잠이나 주무세요. 다음에 또 (영업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면 경찰에 신고합니다.’ 지난 5월 13일 저녁 일본 오사카시 주오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고이즈미 유히(34)는 이런 종이가 가게 입구 유리문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기겁을 했다. 고이즈미는 아베 총리가 4월 7일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선언했을 때에는 바로 휴업에 들어갔지만, 한 푼이라도 더 벌어 보려고 월말에 영업을 재개했다. 그랬더니 자숙경찰의 협박장이 날아온 것이다. 고이즈미는 “미용실은 당국이 지정한 휴업 대상 업종이 아닌데도 이런 일을 당했다”며 “자기만의 도덕률을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2. 기후현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사서 자기 차에 싣고 가다가 봉변을 당했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낯선 남자가 다가와 창문을 두드렸다. 창을 열자 그는 “아이치현에서 온 차량이네. 이렇게 (우리 지역으로) 놀러 오면 안 돼”라고 윽박질렀다. 자숙경찰이었다. A씨는 그에게 “아이치현에 살다가 2년 전 기후현으로 이사하면서 차 번호판을 바꾸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남자는 “그럼 번호판을 빨리 바꿔라.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고 했다. A씨는 “그날 집으로 가면서 창문에 돌이라도 날아오는 건 아닐까 싶어 벌벌 떨면서 운전했다”고 말했다. #3. 일본에서 가장 큰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차이나타운의 여러 음식점에 지난 3월 중국인을 비방하는 우편물이 일제히 발송됐다. 발신자가 없는 봉투에는 빨간 글씨로 ‘중국인은 쓰레기다! 세균이다! 악마다! 빨리 일본을 떠나라!’라고 적힌 A4 용지가 들어 있었다. 당시 이곳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한 명도 안 나온 상태였다. 상점가 관계자는 “생명의 위협에 대한 공포가 일부 일본인들의 밑바탕에 있는 차별적 감정을 끌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긴급사태 발령이 이어지는 동안 자숙경찰들이 곳곳에서 행사한 ‘거짓 공권력’과 ‘거짓 정의’,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는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공권력을 동원하지 않고도 수십만, 수백만명의 코로나19 대량 감염을 막을 수 있었다며 ‘일본식 모델’을 자화자찬하는 목소리가 일본 내에서 나오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강제’가 아닌 ‘자제’, ‘명령’이 아닌 ‘요청’, ‘지시’가 아닌 ‘부탁’에 의한 것이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차이나타운 중국인 비방 우편물 발송도 다노 다이스케 고난대 교수(역사사회학)는 “권위에 대한 복종과 이단에 대한 배척을 통해 형성되는 공동체 구조야말로 파시즘의 특징이라는 점에서 자숙경찰의 행동은 파시즘과 근본적으로 맥이 닿아 있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고자이 도요코 불교대 교수(의학사)는 “정치가와 언론이 코로나19 감염방지 대책을 ‘바이러스와의 싸움’ 등 전쟁에 빗대면서 싸워야 할 상대도 싸울 방법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람들의 적개심을 높였고, 이것이 지나친 상호 감시의 상황을 만들어 냈다”고 진단했다.전체를 따라야 한다는 강박증이 커지면서 정부 방침을 지상명령으로 받아들이는 사례도 나타났다. 지난 5월 사이타마현 후카야시의 시립중학교는 정부가 가구당 2장씩 배포한 이른바 ‘아베노마스크’의 착용을 학생들에게 사실상 강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학교 측은 등교 준비물 알림장에서 ‘아베노마스크 착용 확인’, ‘아베노마스크를 잊은 학생은 별도의 교실에 남는다’고 통보했다. 국가 정책인 만큼 좋든 싫든 무조건 따르라는 의미였다. 아베노마스크를 다른 곳에 기부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설치됐던 수집함이 ‘당초 마스크 배포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곳곳에서 철거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피해는 경제적 약자와 사회적 마이너리티에 집중됐다. 도쿄의 최대 환락가 중 한 곳인 신주쿠 가부키초는 코로나19 확산 취약 지역으로 지목돼 집중적인 감시 대상이 됐지만, 고급 음식점들은 영업을 해도 멀쩡했고 규모가 작은 음식점, 주점들이 자숙경찰의 타깃이 됐다. ●“정치가와 언론이 사람들 적개심 높여” 재일 한국인 등 외국인에 대한 차별도 두드러졌다. 사이타마현에 있는 조선초중급학교·유치부에는 지난 3월 이후 한동안 “여기가 싫으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앞으로 가만두지 않겠다” 등 협박성 전화와 이메일이 빗발쳤다. 사이타마시가 관내 유치원과 보육원 등 어린이 관련 시설에 비축해 두었던 마스크를 나눠 주면서 조선학교는 제외한 것이 계기가 됐다. 조선학교 측이 “마스크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조선인에 대한 차별 행위”라며 항의하자 일부 일본인들이 헤이트 스피치로 반격했다. 당시 사이타마시의 한 공무원은 “조선인에게 마스크를 주면 다른 곳에 팔아먹을지도 모른다”는 모욕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는 당국의 대응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오사카부 등 일부 자치단체들이 휴업 요청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파친코점들의 명단을 공개한 게 대표적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곳이니 사적인 제재를 당해도 싸다”고 당국이 공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TV프로그램에 나온 유명인사들은 거친 언사로 파친코점들을 비난하며 ‘공공의 적’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겼다.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는 “자숙경찰이라는 현상이 이번에 비로소 처음 나타난 게 아니라 일본 사회에 잠재해 있던 소수자 차별 등 추악한 부분이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는 편이 맞다”고 마이니치신문에 말했다.●日사회 잠재해 있던 소수자 차별 수면 위로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 온 논픽션 작가 가토 나오키는 “국가적 위기가 닥쳤을 때 국민들이 어떤 대상을 찍어서 쉽게 공격할 수 있는 상태로 변하는 것은 일본 역사에서 자주 나타난 현상이었다”며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이와테현 이시노마키시에서 “중국인들이 강도짓을 한다” 등 유언비어가 돌자 실제 도쿄에서 현지로 무기를 들고 달려간 우익단체의 사례를 들었다. 자숙경찰이 만들어 낸 현상이 과거 전시 체제의 ‘국민정신총동원’ 시절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정신총동원은 1937년 중일전쟁을 시작한 일본 정부가 국민들에게 ‘국가를 지키기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국민정신’을 요구하며 시작한 국가주의 캠페인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사치는 적이다’, ‘석유 한 방울은 피 한 방울’ 등 구호를 내걸고 국민들에게 ‘멸사봉공’을 강요했다. 저명한 원로목사 다이라 오사무는 “전체와 다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엄하게 다그치는 현재의 분위기에서 국민정신총동원의 기치 아래 영혼의 자유 없이 무조건 국가에 따를 것만을 강요받았던 전쟁 때 기억이 떠오른다”며 “가치관이나 입장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경기도의회 의정기념관 연구용역 최종보고회 마쳐

    경기도의회 의정기념관 연구용역 최종보고회 마쳐

    경기도의회가 2021년 준공 예정인 신청사 ‘의정기념관’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마쳤다. 경기도의회 의원과 의회사무처,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신청사 의정기념관 자문단은 10일 의회 제1정담회실에서 ‘신청사 내 경기도의회 의정기념관 기획 및 운영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를 실시했다. 신청사 의정기념관의 세부 구축계획이 발표됐다. 이날 보고에 따르면 의정기념관은 6개 영역으로 나뉘어 세워질 예정으로, 각각의 영역은 ▲카페테리아를 겸한 열린 복합형 소통문화공간인 ‘인포메이션 커먼스’, ▲RFID를 이용한 디지털화된 의회정보가 담긴 아크릴 큐브를 미디어테이블에 올리면 해당정보를 VRAR로 구현하는 ‘아카이브 큐브’, ▲무인미디어 태블릿 등이 구비된 전자도서관인 ‘의정자료 지원센터’, ▲의정활동 체험 및 교육공간인 ‘의정기념관’, ▲학생 및 단체 관람객이 1일 도의원이 되어 VR?AR로 의정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본회의장 축소체험관’, ▲갤러리 형태의 회랑에서 의회 역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소통갤러리’ 등이다. 의정기념관 전체를 아우르는 대주제는 ‘경기의 빛’으로 선정됐다. 경기도의회는 ▲의회의 탄생과 발전사를 보여주는 ‘빛 내림 관’, ▲현 지방자치를 일궈낸 다양한 의정활동과 사건·사고를 정리한 ‘여명의 빛 관’, ▲ 의회의 유물과 인물을 조명한 ‘빛을 머금다 관’, ▲의회의 미래와 비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빛의 연장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변천사를 조망한 ‘정오의 빛 관’ 등 5개 전시관을 통해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맥을 체계적으로 나타낼 계획이다. 도의회는 이번 최종보고회를 끝으로 의정기념관 기본계획 수립을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는 전시콘텐츠 수집과 조례 제정 및 2021년도 본예산 편성 등을 통해 내년도 의정기념관 구축과정을 순차적으로 밟아나갈 예정이다. 경기도의회 신청사 의정기념관 자문단장인 남종섭 의원(더불어민주당, 용인4)은 “의정기념관은 방문객이 처음 마주하는 ‘의회의 얼굴’”이라며 “의정기념관을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내용과 IT기술을 활용한 최첨단 형식으로 구축해 지방의회를 십분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엡스타인과 ‘미성년 유린’ 공모한 혐의로 여자친구 맥스웰 체포

    엡스타인과 ‘미성년 유린’ 공모한 혐의로 여자친구 맥스웰 체포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수감 중 극단을 택한 미국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사망 당시 66세)의 전 여자친구가 성범죄 공모 혐의 등으로 2일(현지시간)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길레인 맥스웰(58)은 지난해 12월 100만 달러(약 12억원)의 현금을 주고 구입한 뉴햄프셔주 브래드퍼드의 한 저택에서 은신해 오다 체포돼다. 맥스웰은 엡스타인을 위해 미성년 소녀들을 모집한 것을 포함해 성범죄 공모 4개와 2016년 재판 때 위증 등 6개 혐의로 뉴욕 남부지검에 의해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맥스웰은 1994년부터 1997년까지 미성년 소녀들을 모집했는데 14세 소녀도 포함돼 있었으며, 두 사람 모두 피해자들이 미성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남부지검은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맥스웰은 3개의 여권과 대규모 자금, 광범위한 국제적 연고가 있고 (유죄 확정 시) 장기간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에 체류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도주 위험이 매우 높다”며 구속 필요성을 제기했다. 15개가 넘는 맥스웰 은행 계좌의 잔고는 2016년 이후 최대 2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맥스웰의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35년의 징역형 언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뉴햄프셔주 연방 법원은 이날 오후 심리에서 맥스웰에 대해 뉴욕으로의 이송을 결정했다. 맥스웰은 맨해튼의 연방법원에서 구속 또는 보석 여부가 결정되는데 만약 구속 결정이 내려지면 엡스타인이 수감됐던 뉴욕 맨해튼의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에서 지내게 될 수도 있다. 맥스웰은 미성년 소녀들에게 쇼핑과 영화 관람 등을 시켜주고 친분을 쌓은 뒤 피해자들 앞에서 스스로 옷을 벗고 성적 얘기를 꺼내 분위기를 유도한 혐의다. 영국 사교계 인사로 영국과 미국 국적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으로 영국의 미디어 ‘거물’이었으며 국회의원을 지낸 고(故) 로버트 맥스웰의 딸이다. 로버트 맥스웰은 1991년 사망한 후 그가 운영하던 연금펀드에서 거액을 횡령한 혐의가 드러나기도 했다. 맥스웰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59) 왕자와의 성관계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한 버지니아 주프레(이전 이름 버지니아 로버츠)의 2016년 재판 때 증언대에 섰다. 엡스타인의 안마사였던 주프레는 17∼18세이던 2001∼2002년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던 앤드루 왕자와 런던과 뉴욕,카리브해의 섬에서 모두 세 차례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여성이다. 주프레는 2001년 엡스타인에 의해 자신이 런던에 ‘밀매’됐으며, 엡스타인과 맥스웰, 앤드루 왕자와 함께 런던의 나이트클럽에 갔다 나온 뒤 “차 안에서 맥스웰은 내가 제프리 엡스타인을 위해 하는 것과 같은 일을 앤드루 왕자에게 하라고 말했다. 그것은 매우 역겨운 일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2002∼2005년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20여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매매하는 등 수십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7월 체포돼 기소됐다. 그러나 한 달 뒤 수감 중이던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으며, 부검 결과 스스로 극단을 택한 것으로 종결됐다. 이날 기자회견 도중 앤드루 왕자 문제에 대한 질문에 오드리 스트라우스 남부지검장 대행이 “수사에 있어 특정인의 상황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만약 앤드루 왕자가 우리와 얘기를 나누기 위해 나서주면 반가울 것 같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는 그의 진술이 (수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앤두루 왕자의 변호사들과 친한 소식통은 “변호인 팀이 미국 법무부의 언급 때문에 아주 황당해 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두 번이나 접촉했는데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직 뉴욕 검사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맥스웰이 앤드루 왕자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면, 미국 검찰이 맥스웰과 형량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엡스타인은 앤드루 왕자 뿐만아니라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도 막역한 사이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보츠와나 ‘코끼리 떼죽음’ 미스테리, 코로나19 가능성?

    코끼리를 비롯한 야생동물의 성지인 남아프리카 국가 보츠와나에서 최근 2달 새 코끼리 350마리 이상이 집단 떼죽음을 당해 의문이 커지고 있다. 유례없는 대규모 죽음에 대한 원인을 현지 전문가들이 아직 풀지 못한 채 코로나19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현지 환경보호 활동가들이 지난 5월 초 코끼리 사체 169구를 처음 발견한 이래 지난달 말까지 사체는 350구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중 70%는 물웅덩이 주변에 모여들어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코끼리들은 암수와 연령대와 상관없이 광범위하며, 살아있는 몇몇 개체들도 수척한 상태로 향후 몇 주 안에 더 많은 코끼리들이 숨질 것으로 우려된다. 보츠와나에는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코끼리의 3분의1이 살고 있다. 영국 자선단체인 ‘국립공원구조’ 니얼 맥캔 박사팀은 “가뭄과 관계없이 코끼리가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죽은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끼리들 사체에서 상아가 제거되지 않은 것으로 미뤄 밀렵꾼에 의한 죽음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맥캔 박사는 “만약 밀렵꾼들이 흔히 사용하는, 청산가리로 불리는 시안화물이 떼죽음의 원인이었다면 다른 동물들도 죽었을텐데 폐사는 코끼리에 한정됐다”고 했다. 지난해 코끼리 집단 폐사의 원인이 됐던 탄저병도 원인에서는 잠정 제외됐다. 주요 가능성으로 거론됐던 독극물에 의한 중독이나 병원균은 아니라고 본 셈이다. 보츠와나 정부는 향후 2주 정도 남은 부검 샘플 테스트 결과를 기다리는 가운데, 현재로서는 코끼리들의 죽음 원인을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많은 코끼리는 얼굴을 땅에 떨어뜨린 채 숨졌고, 일부는 원을 그리며 걷는 모습이 목격됐는데 이는 코끼리들의 신경계가 공격받았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맥캔 방사는 “원인이 물이나 토양에 있다면 인수 교차 질병일 가능성도 있다”며 코로나19 가능성도 들었다. 그는 “현재로서는 종 보존 재난이지만, 공공보건 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오카방고 델타 지역에는 약 1만 5000마리의 코끼리가 있는데, 이는 보츠와나 코끼리의 10%를 차진한다. 보츠와나에서 생태관광은 GDP의 10~12%를 차지해,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중요한 산업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보츠와나 오카방고 삼각주에 원인 모르는 코끼리 356마리 주검

    보츠와나 오카방고 삼각주에 원인 모르는 코끼리 356마리 주검

    아프리카 남부 보츠와나에서 최근 두 달 동안 356 마리의 코끼리가 원인을 모르는 주검으로 발견돼 정부당국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고 영국 BBC가 1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단체 ‘내셔널 파크 레스큐’의 니알 맥캔 박사는 지난 5월 초에 오카방고 삼각주에 비행기를 띄워 살펴본 결과 169마리의 코끼리 주검들이 발견됐고 한달 뒤 3시간 정도 비행해 187마리의 주검을 확인했다며 이들의 시신에서 검출된 샘플들의 조사 결과를 얻으려면 몇 주가 걸린다고 털어놓았다. 보츠와나는 아프리카에서도 급격히 줄어드는 코끼리 개체 수가 세 번째로 많은 나라다. 맥캔 박사는 “3시간의 비행으로 이 만큼의 숫자를 확인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며 가물과 연관되지 않고 이렇게 많은 코끼리가 죽은 것도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매체 Phys.org에 따르면 지난 5월 처음 코끼리 주검이 처음 눈에 띄었을 때 상아가 제거되지 않은 점을 들어 보츠와나 정부는 밀렵이 죽음의 원인이 아닌 것으로 봤다. 맥캔 박사는 “밀렵꾼들이 독극물을 풀었다면 코끼리 뿐만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죽임을 당해야 한다. 그런데 코끼리들만 당했다”면서 지난해 100마리의 코끼리가 당한 자연 상태의 탄저균 중독사도 잠정적으로 사인에서 배제했다. 원래 코끼리들은 얼굴을 바닥에 대고 죽으며 다른 개체들의 주검을 보면 원을 그리며 도는데 마치 뉴런이 파괴된 것처럼 보인다고 맥캔 박사는 말했다. 일부에서는 인간의 개발 여파로 물이나 토양이 오염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맥캔 박사는 심지어 원래 동물에게서 시작된 코로나19 감염병이 코끼리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짐작하기도 했다. 시릴 타올로 보츠와나 야생 및 국립공원부 장관 대행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까지 적어도 280마리의 코끼리 죽음을 확인했다며 나머지 개체들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그 역시 사인이 밝혀진 것이 없다고 했다. 그는 “테스트를 위해 샘플들을 보냈고 결과를 얻으려면 몇 주가 걸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노오력 세대 도피처 ‘밈’… “그냥 즐겨”

    노오력 세대 도피처 ‘밈’… “그냥 즐겨”

    3040의 현실 부정 욕구, B급 문화로 발현 패러디·공유로 끝없이 재생산하며 진화행복했던 과거 향수 자극 ‘옛것’ 소환도기성 미디어 등 주류 편입 땐 열기 식어 바야흐로 밈(meme·특정 콘텐츠를 대중이 따라하고 놀이로 즐기는 현상) 전성시대다. 가수 비의 ‘1일 1깡’ 열풍에 이어 십여 년간 인터넷에서 놀이의 하나로 맥을 이어 온 농심 캘로그의 ‘파맛 첵스’가 시장의 중심부로 소환됐다. 짤과 밈, 댓글로 가공된 콘텐츠를 방송과 마케팅이 확대·재생산하면서 일종의 ‘B급 문화’였던 밈 현상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았다. 전문가들은 밈 문화, 루저 문화, 병맛 문화, B급 감성 등 심각하지 않고 뛰어나지 않은 ‘비주류 문화’가 화제를 모으는 현상 속에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께 출생한 젊은이)의 ‘불운’한 시대적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배우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는 최신 스마트 기기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고 자존감도 높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와 일자리 질 저하 등의 어려움을 겪은 세대다. 1998년 외환위기를 겪은 부모의 영향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사회 분위기를 체득했다. 부모가 마련해 준 생활수준을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유지하기 어려운 세대이기도 하다. 이경민 마인드루트리더십 대표는 “이 세대는 부조리를 겪을 때 연대해 투쟁하기보다 스펙 쌓기 등 개인의 ‘노력’으로 뛰어넘으려는 특징이 있는데, 문제는 사회구조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면서 “영상을 보는 순간만이라도 현실을 잊고 싶다는 욕구가 밈 현상, 병맛 문화 등으로 발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어린 시절 열광했던 가수들이 방송가에 소환되고 있는 현상에도 버겁고 힘든 현실을 부정하고 도피하려는 심리가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30~40대에 접어든 80년대생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대중문화 시장에도 그때 그 시절을 돌아보려는 ‘레트로’ 바람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문화계의 분석이다.밈 문화에는 ‘성취와 투쟁’이 배제돼 있다. 심각하지도 훌륭하지도 않고, 웃긴다. 지루한 텍스트나 긴 영상을 참지 못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단순히 콘텐츠를 복제하고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의미를 더해 밈을 확장해 나간다. 풍자의 대상을 공유하면서 느끼는 쾌감도 있다. 일본에서는 ‘펀쿨섹좌(座)’로 불리는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을 둘러싼 밈이 유행한다. “기후 변화에는 펀(fun), 쿨(cool), 섹시(sexy)하게 대처해야 한다”, “하겠습니다. 그것이 약속이니까요” 등 고이즈미 환경상의 모호한 유체이탈 화법을 패러디한 ‘고이즈미 신지로처럼 말하는 법’이 인터넷을 휩쓸고 있다. 주류 미디어가 다루기 시작하면 현상이 사그라지는 것도 밈의 특징이다. 경쟁을 유발하는 ‘기성사회 질서’에 편입되는 순간 생명력을 잃는다. 실제 정통 미디어가 깡을 분석하고 본격적으로 현상을 소비하기 시작하자 인터넷상의 밈 현상은 소멸 수순을 밟았다. 최항섭 국민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기성 공동체로의 편입을 거부하는 동시에 사회적 고립감에서 벗어나려고 일시적 공감대를 찾는 ‘부족주의’, 특정 취향이나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유목주의’ 등이 결합된 문화 현상”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이상적 공동체의 조건은 단단한 결속이 아닌 느슨한 연대”라면서 “자신들이 만들어 낸 밈이 기성 미디어에 편입되는 순간 주저없이 연대를 해체하고 다음 ‘정착지’를 찾아 떠나는 유목민적 특성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밈은 그리스어로 모방을 뜻하는 미메시스(Mimesis)와 유전자(Gene)의 합성어.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썼으며, 최근에는 패러디 등을 통해 유행하는 인터넷 문화 현상을 지칭한다. 드라마나 예능, 광고 등의 웃긴 장면이나 대사를 짤이나 댓글에 사용하는 행위 등이 밈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는 최근 한 여고생이 2017년 발매된 가수 비의 표제곡 ‘깡’의 춤을 따라 춘 커버 영상이 대유행하면서 밈의 개념이 대중에 각인됐다. 비는 힙합 레이블 하이어뮤직과 함께 ‘깡 오피셜 리믹스’를 발매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 밖에도 배우 김영철의 ‘4딸라’(드라마 ‘야인시대’ 대사), 김응수의 ‘묻고 더블로 가’(영화 ‘타짜’ 대사) 등이 숱한 패러디를 낳았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여주시 도자기 온라인 플랫폼 구축· 찾아가는 마케팅으로 판로 모색

    여주시 도자기 온라인 플랫폼 구축· 찾아가는 마케팅으로 판로 모색

    생활도자기 메카 여주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자기축제가 취소되면서 도자기산업이 위축되자 시대에 맞는 판매 활성화 모색에 나섰다. 이항진 시장이 1일 취임 2주년 비대면 기자 간담회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서 도자기축제를 오프라인 축제로 바꾸고 도자기산업을 활성화시킨다는 전략이다. 여주시와 여주세종문화재단, 여주도자기사업협동조합이 공동으로 사업비 5억원을 투입해 여주지역 도자업체 100곳의 상품을 소개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오는 11월 오픈할 계획이다. 여주도자기 온라인 플랫폼은 1개월간 온라인 축제를 진행하고 도자기를 소개, 전시, 판매할 뿐 아니라 여주도자기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홍보하는 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유지 가능한 운영 체계를 확립해 여주도자기의 판로 확장의 계기로 삼기로 했다. 시는 온라인 플랫폼에 관한 보안성 검토, 벤치마킹, 용역발주와 업체를 선정하는 한편 지속적인 홍보와 판매 지원, 다양한 이벤트를 통한 방문객 접근 유도 방안들을 혁신적인 행정력을 발휘해나가기로 했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이 인근지역에 국한됐던 소비자층을 전국 단위로 확대할 수 있도록 홍보마케팅에 주력하고 정부와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원책과 연계해 지속 운영 방안도 찾아가기로 했다. 이항진 시장은 “천년의 맥을 이어온 소중한 문화 재산인 여주도자기가 온라인 축제를 통해 판매촉진과 유통망 구축을 강화하고 소비자를 찾아가는 마케팅으로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하는 상품 개발로까지 발전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여주시는 여주도자기 플랫폼을 차후 여주지역 특산품까지 포함한 ‘여주몰’(가칭) 마켓으로 확대할 계획도 세웠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이항진 여주시장 “역세권학교복합화·도시재생 중점 추진”

    이항진 여주시장 “역세권학교복합화·도시재생 중점 추진”

    “여주초등학교를 역세권지역으로 이전하고 수영장, 체육관 등이 어우러진 학교복합화 사업을 완성해 교육하기 좋은 여주로 만들고, 구 도심의 재생사업을 통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습니다.” 이항진 여주시장은 1일 오전 민선 7기 취임 2주년을 맞아 열린 비대면 온라인 브리핑에서 향후 2년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항으로 ‘역세권 학교복합화와 도시재생 사업’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 시장은 “여주초등학교를 역세권지역으로 이전하고 이곳에 수영장, 체육관 등이 어우러진 학교복합화 사업을 완성해 교육하기 좋은 여주로 만들겠다”며 “구 도심의 재생사업을 통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친수기반형 도시재생벨트와 맞물려 자전거와 걷기 좋은 거리를 조성해 향후 트램과 같은 친환경 이동수단 도입도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주와 서원주간 단선이 복선화될 경우 여주역을 고속전철역의 중심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목표와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IC주변에 물류단지 유치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복안도 언급했다. 이 시장은 “취임 후 시장의 역할이 무엇인지, 시민들이 원하는 여주가 어떤 모습인지, 여주 정체성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에 대해 늘 고민해왔다”며 “5대 분야, 7개 과제, 63개 공약사업 중 취임 2주년까지 총 59.4%의 추진율을 이끌어 전국지방자치단체 평가 50만 미만 시부분에서 당당히 종합 1위에 오른 저력을 거울로 삼아 초심을 잃지 않고 시민들이 원하고, 바라고, 살고 싶고, 살기 좋은 여주를 만드는데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이 시장은 또 ▲친수기반 활용 도시재생벨트 조성으로 지속발전 가능성 타진 ▲신활력 플러스사업으로 로컬푸드 기반 구축 ▲건강한 먹거리 공동체 실현 ▲국비 확보로 반다비체육관 건립 활기 ▲장애인 건강증진 ▲여주도자기 온라인 플랫폼 구축으로 도자기 판매 활성화 기여 등 6개 성과도 설명하면서 ‘사람중심 행복여주’를 반드시 실현해가겠다는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이 시장은 특히 코로나19 철통방어로 확진자 발생 없는 청정여주를 끝까지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하고, 전 세계를 마비시킨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지역으로 남아 방역과 대처의 모범사례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99.5%가 농촌지역인 여주시는 단지 수도권역에 있다는 이유 만으로 각종 규제로 둘러싸인 역차별을 받은 대표적인 지자체다. 인구도 1966년 수준에서 별다른 변동이 없다.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며 남한강을 자연친화적인 친수기반 도시로 개발해 나가겠다”면서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을 기반으로 발전한 유럽의 주요 도시처럼 여주시를 유럽형 콤팩트도시로 만들 계획”이라며 작지만 알차고 강한 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천년의 맥을 이어온 소중한 문화재산인 여주도자기가 온라인 축제를 통해 판매촉진과 유통망 구축을 더욱 강화하고 소비자를 찾아가는 마케팅으로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하는 상품 개발로까지 발전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즐겨라, 그게 밈(meme)이다 [아무이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즐겨라, 그게 밈(meme)이다 [아무이슈]

    바야흐로 밈(meme· 특정 콘텐츠를 대중이 따라 하고 놀이로 즐기는 현상) 전성시대다. 가수 비의 ‘1일 1깡’ 열풍에 이어 십여 년간 인터넷에서 하나의 놀이로 맥을 이어 온 농심 캘로그의 ‘파맛 첵스’가 시장에 소환됐다. 짤과 밈, 댓글로 가공된 콘텐츠를 방송과 마케팅이 확대·재생산 하면서 일종의 ‘B급 문화’였던 밈 현상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은 밈 문화, 루저문화, 병맛 문화, B급 감성 등 심각하지 않고 뛰어나지 않은 ‘비주류 문화’가 화제를 모으는 현상 속에는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1980년대 중반에서 2000년께 출생한 젊은이)의 ‘불운’한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밈&밀레니얼…‘노오력’ 세대의 현실도피처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배우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는 최신 스마트 기기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고 자존감도 높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와 일자리 질 저하 등의 어려움을 겪은 세대다. 1998년 외환위기(IMF)를 겪은 부모의 영향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사회 분위기를 체득하기도 했다. 부모가 마련해준 생활수준을 스스로 힘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세대기도 하다. 이경민 마인드루트리더십 대표는 “이 세대는 부조리를 겪을 때 연대해 투쟁하기보다 스펙 쌓기 등 개인의 ‘노력’으로 뛰어넘으려는 특징이 있는데 문제는 사회구조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면서 “영상을 보는 순간만큼은 다른 것을 모두 잊고 마냥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이들의 욕구가 밈 현상, 병맛 문화 등으로 발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가 어린 시절 열광했던 가수들이 방송가에 소환되고 있는 현상도 버겁고 힘든 현실에서 도피해 현실을 부정하려는 해당 세대의 심리가 깔렸다고 설명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서태지와 아이들을 이후 대중가요를 비롯해 영화, 예능 등 대중문화의 폭발적인 성장을 함께한 세대다. 이 대표는 “30~40대에 접어든 80년대생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대중문화 시장에도 그때 그 시절이라는 ‘레트로’ 바람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좌절 투성인 현실에서 도피해 행복했던 10대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가 꾸준히 인기”라고 말했다.개인(me)&연대(we)…주류가 되는 순간 사라진다 밈 문화에는 ‘성취와 투쟁’이 배제돼 있다. 심각하지도 않고, 훌륭하지도 않고, 일단 웃기다. 지루한 텍스트나 긴 영상을 참지 못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단순히 콘텐츠를 복제하고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의미를 더해 밈을 확장해 나간다. 풍자의 대상을 공유하면서 느끼는 쾌감도 있다. ‘펀쿨섹좌(座)’로 불리는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환경상을 둘러싼 밈이 대표적이다. “기후 문제는 펀(fun), 쿨(잘난척), 섹시(sexy)해야 한다”, “하겠습니다. 그것이 약속이니까요” 등 고이즈미 환경상의 모호한 유체이탈 화법을 패러디 한 ‘고이즈미 신지로처럼 말하는 법’이 인터넷을 휩쓸고 있다. ‘올릴 일상이 없어도 일상은 펀 쿨 섹시해야 합니다’, ‘그것이 약속이니까 (끄덕)’ 등 그의 화법을 따라하는 식이다. 주류 미디어가 다루기 시작하면 현상이 사그라지는 것도 밈의 특징이다. 경쟁을 유발하는 팍팍한 현실의 거울인 ‘기성 사회 질서’에 편입되는 순간 생명력을 잃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정통 미디어가 깡을 분석하고 본격적으로 현상을 소비하기 시작하자 인터넷 상의 밈 현상은 소멸 수순을 밟았다. 최항섭 국민대 정보사회학 교수는 “나를 구속하는 기성 공동체의 강한 소속감을 거부하는 동시에 사회적 고독을 벗어나고자 모방을 통해 일시적으로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공감대를 느끼고 싶어하는 ‘부족주의’, 그리고 특정한 취향이나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유목주의’ 등 밀레니얼 세대의 대표적인 특성이 결합한 문화 현상이 밈”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개인주의가 발달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이상적인 공동체의 조건은 단단한 결속이 아닌 외로움을 달래줄 느슨한 연대”라면서 “자신들이 만들어낸 밈이 기성 미디어에 편입되는 순간 주저 없이 연대를 해체하고 다음 ‘정착지’를 찾아 떠나는 유목민적 특성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복제&공유…끊임없이 재생산하며 진화 밈은 그리스어로 모방을 뜻하는 미메시스(Mimesis)와 유전자(Gene)의 합쳐져 만들어진 말로 1976년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사용한 학술 용어다. 문화 전달의 단위, 모방의 단위를 가리키는데, 지금은 인터넷상에서 패러디 등을 통해 유행으로 퍼지는 인터넷 현상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드라마나 예능, 광고 등에 나오는 웃긴 장면이나 대사를 짤이나 댓글에 사용하는 행위, 가수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 처럼 각종 챌린지도 밈으로 분류된다. 대중에게 ‘밈’이라는 단어가 확실히 각인된 것은 최근 한 여고생이 2017년 발매한 가수 비의 표제곡 ‘깡’의 춤을 따라 춘 커버 영상이 터지면서다. 비는 과자 ‘새우깡’ 모델로 발탁되는가하며 힙합 레이블 하이어뮤직과 함께 ‘깡 오피셜 리믹스’를 발매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 밖에도 배우 김영철의 ‘4딸라’(드라마 ‘야인시대’ 대사), 김응수의 ‘묻고 더블로 가’(영화 ‘타짜’ 대사) 등이 숱한 패러디를 낳았다.■ 아무 : [관형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를 때 쓰는 말. 아무이슈는 서울신문 기자들이 분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취재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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