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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선 D-2] (5) 서울(끝)

    “결국은 서울이다.” 선거일을 사흘 앞둔 12일 한나라당·민주당·열린우리당 등 주요 정당 관계자들은 17대 총선의 승패가 서울에서 판가름날 수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이번 총선의 향방을 일찌감치 결정짓는 듯하던 ‘탄핵 열풍’은 어느 정도 가라앉은 반면 한나라당의 ‘박근혜 효과’와 추미애 민주당 선대위원장의 ‘눈물 어린 3보1배’,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에게서 비롯된 ‘노풍(老風)’이 뒤엉켜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안개 판세’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호남과 충청 지역에서는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집중화’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져 나머지 정당에는 틈새를 허용하지 않는 구태가 되살아나고 있다. 결국은 이번 총선에서도 서울이다.수적으로는 전국 243개 지역구 가운데 20%인 48개 선거구를 가졌고,질적으로는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수준 높은’ 유권자들이 몰려 있다.서울의 민심은 어느 후보,어느 당을 고를 것인가. ■강남·서남권 ●“한나라,미워도 다시 한번” 부유층이 밀집한 서초·강남·송파·강동구 등 강남벨트는 ‘탄핵 쇼크’에서 벗어나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전통적인 표심으로 이미 돌아간 듯이 보인다.그 바탕에는 경제에 관한 관심이 깔려 있다. 12일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부 이모(38)씨는 “강남 주민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부동산 등 재산과 직접 관련 있는 정책”이라고 잘라 말했다.그는 “‘차떼기’ 행태와,그후 탄핵 사태까지 정국을 몰아가는 걸 보고 한나라당에 무척 실망하긴 했다.”면서도 “하지만 ‘강남 집값 죽이기’에 혈안이 된 열린우리당에 표를 줄 수야 없지 않으냐.”고 되물었다.이씨는 강남권에 사는 친구·친지 등 주위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번에도 한나라당이 휩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여 견제론’에 대한 호응이 높은 것도 이 지역의 특색이다.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최영민(43·회사원)씨는 “한나라당이 잘못하긴 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열린우리당이 국회를 독점하게 될 것”이라면서 “함부로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거대 세력을 견제하는 게 민주주의의 원칙”이라고 강변했다. 반면 총선을 통해 대선자금 비리와 탄핵안 가결을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다.강동구 천호동 사거리에서 만난 박근래(49·주부)씨는 “나는 경상도 출신이라 그동안 별 생각없이 한나라당을 지지해 왔다.”면서 “그러나 그 행태에 신물이 나 이번에는 열린우리당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그동안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이번에는 열린우리당을 찍기로 했다는 이모(52·은행원·송파구 잠실5동 주공아파트)씨는 한나라당에 대해 “‘차떼기’당에 독재자의 딸을 대표로 뽑기까지 했으니 기가 막히다.”라고 개탄했다. 강남벨트의 9개 선거구 가운데 대부분 지역에서 한나라당은 우위를 점하고 있다.열린우리당은 강동갑에서 우세하고 송파 을·병에서 경합 중이다.민주당은 전반적으로 약세에 놓여 있다. ●“탄핵 응징도 좋지만 인물 봐야” 영등포·구로·강서·양천구가 포함된 서남권에서는 호남에 기반을 둔 정당이 역대 선거에서 우세를 보여왔다.다만 목동아파트 단지를 낀 양천갑에선 한나라당 지지가 강했고 그밖의 일부 선거구에서도 인물론을 앞세운 한나라당 후보가 국회에 진출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탄핵 사태’에 힘입은 열린우리당이 앞서나가고 그 뒤를 한나라당이 바짝 추격하는 형세이다.‘호남’의 대표성을 열린우리당에 빼앗긴 민주당은 후보 개인의 인지도에 기대를 걸고 있고,민주노동당은 공단 중심으로 활발히 움직인다.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에 대한 ‘응징’은 이 지역에서도 가장 큰 이슈였다.구로구 구로2동에 사는 김성훈(32)씨는 “민주당이 국회 탄핵을 주도하는 것을 보고 배신감을 많이 느꼈다.”면서 “가족이 모두 민주당을 지지해왔지만 이번에는 열린우리당으로 바꾸어야겠다.”고 말했다. 양천구 신정동 재래시장에서 나물을 파는 이모(57·여)씨도 “‘노인 발언’을 듣고 솔직히 불쾌했다.하지만 대통령을 탄핵한 당들이 더 나쁜 것 같아서 열린우리당을 찍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열린우리당이 압승을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한나라당이 현역의원을 내보낸 선거구를 중심으로 인물을 보고 뽑겠다는 유권자가 적지 않았다. 목동아파트 단지에 사는 최정의(31)씨는 “어차피 지역대표를 뽑는 선거인데 한나라당·민주당 후보라고 해서 무조건 안 찍는 것도 이상한 일”이라면서 “후보 개인의 능력을 판단해 투표하겠다.”고 말했다.영등포구 신길2동에 사는 차모(38)씨도 “당으로는 열린우리당을 지지하지만 이 지역을 지켜온 현역 의원과 다른 후보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인물 위주로 찍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안동환 유지혜기자 sunstory@seoul.co.kr ■도심·강북권 ●“탄핵·노풍 여과없이 나타날 것” ‘정치 1번지’ 종로와 중구·용산구 등의 도심권은 서울에서도 가장 ‘서울다운’ 표심을 보여주는 지역이다. 상주인구는 많지 않지만,관공서·언론사가 밀집해 있고 각종 이슈와 관련된 집회·시위가 집중되는 곳인 만큼 유권자의 정치의식은 어느 곳보다 앞서 있다.따라서 역대 선거에서 여야는 이슈에 따라 엎치락뒤치락 해왔고 이번 총선 역시 치열한 접전이 전개되고 있다. 이 지역은 촛불집회의 중심지인 광화문을 낀 데다,다른 곳에 비해 노년층과 토박이가 많이 사는 특성을 함께 지녀 ‘탄핵 심판’과 ‘노풍’이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다. 김진태(32·회사원)씨는 “전국 모든 지역의 사람들이 혼재되어 사는 서울의 투표결과는 굴곡 없이 민심을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면서 “‘탄핵반대 촛불집회’를 통해 모인 정치권 심판의 열기가 투표를 통해 여과 없이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김씨는 중·고교 및 대학 동창 등 또래의 사람들을 만나 보면 ‘탄핵’을 한 국회의원과 정당을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라고 주장하고 젊은층 투표율이 높아지기만 하면 열린우리당 압승은 틀림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서울특별시노인회 사무처장 조규동(60)씨는 “‘노풍’은 특정정당에 대한 지지나 반대가 아니라 참정권까지 침해당하고 무시당한 노인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 때문에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노인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후보가 팽팽히 맞선 종로는 결국 종로1∼4가,청운·효자동 등 ‘중부’의 표심이 총선결과를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부유층이 많은 평창·부암·구기동 등 ‘서북부’는 한나라당이,서민층과 호남 출신이 많은 숭인·이화·창신동 등 ‘동부’지역에서는 구 민주당세가 전통적으로 우세했기 때문이다. 효자동에서 식당을 하는 김중현(42)씨는 “역대선거 결과로 미뤄 투표율이 높으면 열린우리당이,낮으면 한나라당이 우세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언론에서는 탄핵 여파로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고 하는데 주변에는 투표하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아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가 안정되려면 그래도 여당이” “머릿속은 복잡하지만 어쩌겠어요.대통령을 한번 더 도와줘야죠.” 서민층과 호남 출신이 많은 특성을 갖고 있는 성동·광진·동대문·중랑·성북·강북·노원·도봉·마포·은평구 등의 기존 강북권은 서울에서 열린우리당의 강세가 뚜렷한 지역이다. 16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석권하다시피 한 지역으로,‘탄핵 사태’ 이후 열린우리당이 그 맥을 이어받아 전반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민주당은 ‘꺼진 불씨’를 되살리려고 애쓰지만 추미애 선대위원장이 출마한 광진을을 제외하곤 고전하고 있다. 노원구 공릉동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김모(48)씨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었는데 요즘 어수선한 모습을 보니 다시 뽑아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강북구 수유동의 박모(33·회사원)씨도 “‘대통령 탄핵’으로 나라가 많이 흔들린다.”면서 “사회가 안정되려면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쭉 한나라당을 지지했다는 조모(47·여·옷가게 운영)씨는 “야당이 지역을 위해 해줄 일이 없는 것 같아 열린우리당을 찍을까 생각 중”이라고 토로했다.불광동 미도아파트 주민인 김모(52·여)씨는 탄핵도 좋고 ‘노풍’도 좋지만 결국은 서민경제를 나아지게 할 후보와 당을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공약들을 꼼꼼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자영업자·노년층에서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가 되살아나고 열린우리당의 독주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일부에서 확산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세영 김효섭기자 sylee@˝
  • [박기철의 플레이볼] 야구의 ‘코드’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코드’라는 단어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화음을 뜻하는 ‘chord’인지 암호라는 의미의 ‘code’인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을 정도다.어느 쪽이든 자신과 의사소통이 잘 되는 사람을 보고 코드가 같다고 한다.그런데 코드가 화음의 뜻이라면 여러 사람에게 자신과 어울리는 화음을 내라고 하는 열린 자세가 되어야 한다.반대로 코드가 암호라면 자신과 코드가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공개가 되어서는 안 되고 코드가 같은 사람끼리만 의사가 통하도록 해야 하는 폐쇄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의사소통의 문제는 야구에서도 정치못지 않게 중요하다.암호의 의미에서 대표적인 코드는 투수와 포수가 주고받는 사인을 들 수 있다.이 코드는 절대 상대방에게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자기들만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이들은 3회마다 코드를 바꾸기도 하고 타자의 타순에 따라 홀짝으로 바꾸기도 한다. 공격에서도 코드를 사용한다.1아웃,주자 3루에서 스퀴즈를 할 것인지 강공을 택할 것인지에 대한 코드가 상대에게 알려지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너무 복잡한 코드를 쓰다가 자신들끼리도 의사소통에 혼란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암호로서의 코드는 끼리끼리의 비밀 언어다. 화음이라는 의미에서의 코드는 주로 지도자가 선수와 의사소통을 할 때 강조된다.이 때는 비밀 유지가 필요 없다.오로지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잘 되기만 하면 목적이 달성된다.여기서 강조되는 부분은 핵심 단어 한 두 개로 뜻이 통해야 한다는 점이다.선수,특히 일정 수준 이상에 올라간 선수에게 많은 말을 하면 비밀이 아닌데도 혼란만을 일으킨다.어느 것이 우선순위가 높은지 헷갈리게 된다. 특히 타자에게 타격 코치가 지시하는 말은 간단해야 한다.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는 복잡한 생각을 할 수 없다.찰리 로 이후 최고의 타격 코치로 인정받는 할 맥 레이는 타자가 자신을 의심하면 절대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한다.‘팔을 뻗어라.’‘다리를 벌려라.’‘공을 좀 더 기다려라.’ 등 이런 주문이 모두 필요한 타자라고 해도 어느 하나만 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런 코치의 주문을 타자가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팔을 뻗으라고 말하면 언제 어떻게 뻗으라는 말인지 타자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찰리 로는 공을 끝까지 보라는 말처럼 타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도 없다고 했다.타자가 이 말을 따른다면 포수 미트에 들어간 공을 보게 될 뿐이다.찰리 로는 이 말 대신에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로 타자를 가르쳤다. ‘고개를 숙여라.’ 스포츠투아이 상무이사 tycobb@sports2i.com˝
  • [삼성증권배2004프로야구] 2004 프로야구 4일 팡파르

    ‘새 얼굴이 판도를 바꾼다.’2004프로야구가 4일 플레이 볼을 신호로 팀당 133경기씩 모두 532경기를 치르는 6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특히 올해는 유니폼을 갈아 입은 특급 이적생과 외국인선수,루키 등 새 얼굴이 대거 등장해 거센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대와 기아를 양강,SK 삼성 LG 한화를 4중,두산 롯데를 2약으로 판세를 점쳤다.그러나 새 얼굴 ‘주의보’가 ‘경보’로 바뀔 조짐이어서 이같은 구도가 일찌감치 무너지며 예년에 없던 대혼전마저 점쳐진다.‘국민타자’ 이승엽(롯데 마린스)의 일본 진출로 맥빠질 것으로 여겨진 국내 프로야구가 팬들의 흥미를 더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특급 이적생·용병·루키 불꽃대결 볼만 디펜딩 챔피언 현대는 ‘특급 불펜’ 권준헌을 내주고,한화의 간판타자 송지만을 끌어들이는 빅딜을 성사시켰다.송지만은 부상 회복에 의문을 샀지만 시범경기에서 맹타로 주위의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지난해 부상으로 시름한 송지만은 홈런 4방(공동 1위) 등 타율 .314의 불방망이로 중심 타선에 당당히 가세,현대 2연패의 기대를 부풀렸다. 시범경기 단독 1위로 올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른 기아는 ‘우승청부사’ 마해영과 심재학을 삼성과 두산에서 받아 이종범-김종국-마해영-박재홍-심재학-홍세완으로 이어지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구축했다.여기에 동산고 출신의 루키 임준혁은 7경기에서 3세이브를 따내는 눈부신 피칭을 과시,팀은 ‘횡재’를 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지난해 창단 첫 우승의 문턱에서 주저앉은 SK는 ‘야생마’ 이상훈을 선봉으로 우승의 한을 풀 각오.‘기타 파문’으로 LG에서 전격 트레이드된 이상훈은 시범 6경기에서 3세이브를 챙겨 진가를 뽐냈다.시즌 막판 조웅천의 체력 저하로 고전한 SK는 조웅천-이상훈의 최강 마무리진에 한껏 고무돼 있다. ●현대·기아 2强 구도 지각변동 예고 ‘영원한 우승후보’ 삼성은 이승엽 마해영의 공백이 크지만 2002년 일본 센트럴리그 다승왕(17승) 케빈 호지스와 지난해 시카고 컵스에서 뛴 거포 트로이 오리어리 등 두 용병에 기대를 건다.호지스는 시범 3경기에서 2승,방어율 2.57로 합격점을 받았고,오리어리는 적응 기간이 필요하지만 주포로서 제몫을 해낼 전망. LG는 메이저리그 출신 알 마틴과 에드원 후타도,신인 김태완,이적생 진필중 등 4명의 새얼굴을 앞세워 ‘신바람 야구’의 부활을 선언했다.특히 왼손타자와 4번타자 부재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한 마틴은 시범 성적(타율 .219)은 좋지 않지만 조만간 펀치력을 뽐낼 전망이다. 중앙대 출신 김태완은 13경기에서 홈런 3개 등 타율 .333을 마크,주전을 꿰차며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주목된다. 한화는 송지만과 맞바꾼 마무리 권준헌이 보물.6경기에서 1승4세이브로 완벽히 뒷문을 지켰다.또 LA 다저스에서 박찬호와 뛴 엔젤 페냐와 5년 만에 한화에 복귀한 제이 데이비스가 공격력을 배가시켜 4강 가능성을 높였다.세광고 출신의 새내기 투수 송창식의 활약도 눈여겨볼 대목. 롯데는 뭉칫돈을 들여 정수근과 이상목을 잡았지만 하위권 탈출이 버거워 보이고,두산은 전력에 보탬이 되는 뚜렷한 새 얼굴이 없어 고전이 예상된다. 김민수기자 kimms@seoul.co.kr˝
  • [We 동화] 하마의 팔자 타령

    수영이 필요한 동물들은 모두 그걸 배워 잘 할 수 있게 되었단다.남은 것은 바다표범과 하마와 펭귄,이렇게 셋이었어.그들은 뒤늦게나마 수영을 시작해야 했지. “에이,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아.뭔가….” 수영 강습을 가는 첫날,하마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이렇게 중얼거렸어.그때 펭귄이 다가왔지. “아니,너도 수영을 하려고? 그렇게 어마어마한 몸집으로?” 펭귄이 하마의 덩치를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어. 하마는 순간적으로,미리 기다리고 있던 기분 나쁜 일이 바로 이거라는 생각이 들었지.그래서 퉁명스럽게 쏘아 붙였어. “네 걱정이나 해! 사실,넌 새잖아? 날지도 못하면서 이젠 헤엄까지 치려고?” 하마는 펭귄의 말을 되받아쳤지.펭귄도 화를 벌컥 냈어. “별꼴이야! 너야말로 남의 걱정 마.내가 걷든,날든,헤엄치든 무슨 상관이야?” “자,자,입씨름은 그만하시고 수영 강습을 시작합니다!” 돌고래 선생님이 소리쳤어.첫 시간은 우선 물속에서 걷는 연습을 시켰지.하마는 오히려 불안했어.첫번째 과정이 지나치게 쉬웠거든. “아침부터 기분이 찜찜하더니만,펭귄과의 싸움질로 액땜이 되려나?아직은 그럭저럭 견딜 만한데….저 녀석 때문에 어쩐지 맥이 빠지는 느낌이야.” 하마와는 달리,펭귄은 겅중겅중 물 위로 솟아오르는 것이 아주 재미있었지.하지만 바다표범은 키가 작아서 고개만 물 위로 내놓은 채,엉거주춤 뛰어올라 앞으로 나아갔어.하지만 중심을 잡지 못해서 삐뚤삐뚤 엉망이 되었지. 한 서른 번쯤 저쪽 끝까지 그렇게 왔다 갔다 한 다음 강습이 끝났지. 둘째 날은 입장이 바뀌었어.돌고래가 뒤로 돌아 뛰기를 시켰거든.그것은 펭귄이 제일 잘했고 그 다음이 바다표범.뚱뚱한 하마는 눈에 띄게 숨을 몰아쉬었지. ‘내 이럴 줄 알았어.어쩐지 일이 그렇게 잘 풀릴 리가 없지….지겨워.’ 하마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어.자기도 모르게 지겹다는 말을 되뇌어 놓고는,대번에 얼굴을 찌푸리고 말았던 거야.그런데 그렇게 말하고 보니,수영이 정말 지겨워졌어. 셋째 날이 되었어. 그 날은 얼굴을 물속에 담갔다가 꺼내는 연습을 했어.물론 물속에 있을 때는 입을 아주 조금만 벌리고 음- 소리를 내면서 숨을 내쉬고,고개를 든 후에는 파! 하는 소리를 내면서 짧고 힘차게 숨을 들이쉬어야 했지. “음 ~ 파!” “음 ~ 파!” 하지만 하마는 말을 듣지 않았어. ‘숨을 어떻게 참아? 난 못 해!’ 기껏 두어 번 숨쉬기 연습을 한 하마는,고개를 흔들며 요란하게 물을 털어 냈지.그러고는 물 속에서는 콧구멍 귓구멍을 아예 닫아 버리기로 마음먹었어.그렇지만,아무리 그래도 물을 전혀 먹지 않을 수는 없었지. “아이구,지겨워! 물을 너무 많이 먹게 되잖아? 난 물 먹는 게 싫다고,더러운 물을 먹는 게 진짜 싫어!” 하마는 수영에 대해 더욱 정이 떨어져 버렸지.자꾸만 저절로 ‘지겨워’ 소리가 나왔어.어거지로,어거지로 강습 시간을 때운 뒤에,하마는 부리나케 돌아가 버렸어. 그러고는…. 그 다음부터 나타나지 않는 것이야,영원히.바다표범과 펭귄이,물고기가 부럽지 않을 만큼 아주 멋지게 수영을 할 수 있게 될 만큼 날이 흘렀는데도. 어쩌다,하루종일 물 속에 살면서 왜 그리 수영이 서투르냐고 누군가가 물으면,하마는 이렇게 대답을 하지. “아,배우려고 했었지요.그런데….” 여기까지 말하고 하마는 멋쩍게 한 번 씨익 웃어. “아,글쎄 수영 강습 첫날,가는 길에서부터 어쩐지 예감이 좋지 않더라고요.그러더니 영락없이 펭귄이란 녀석이 시비를 걸고….그 친구와 옥신각신하다 보니 왠지 기운이 쭉 빠지는 것이,내가 수영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더라고요.그러더니 아니나 달라? 연습하는 과정이 나한테는 영 안 맞는 거예요.그래서 걷어치워 버렸어요.그때 꾹 참고 수영을 완전히 익혀 놓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면 거짓말이지만,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그 때 내가 지겹다는 단어 대신에,일부러라도 재밌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면,이야기는 전혀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허허,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이것도 다 팔자려니 하고 살아야지.안 그렇습니까?” 글 이윤희 그림 이정아 작가의 말 속담중에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을 믿습니다.좋은 말,긍정적인 말을 하면 좋은 일 긍정적인 일이 생기더군요.수영을 배우면서 이 이야기를 썼는데,이 봄에 다시 수영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 [서울탱고] 동물원의 ‘혜화동’

    명절이면 실향민들은 임진각에서 망향제를 올린다.못 견디게 가고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이런 식으로나마 달랜다.하지만 이들보다 사정이 더 딱한 사람들도 있다.아예 고향이 사라져 망향 대상조차 없어진 불쌍한 도시인들이 그들이다.이들은 집값이나 교육여건에 따라 유목민들처럼 도시 여기저기를 떠돈다.재개발 물결로 유년시절의 놀이터는 온데간데 없다.고향이란 단어가 등장하면 ‘심정적인 고아’가 된다. 그러나 간혹 이들이 고향의 흔적을 느낄 때도 있다.놀이터에서 구슬치기와 딱지 따먹기를 함께 하며 뒹굴던 친구들을 만나면 그렇다.뿔뿔이 흩어져 제각각 살다가 오랜만에 가까스로 연락이 닿았을 때다.모처럼 깊은 얘기를 털어놓고 지난 시절을 추억한다.그러다 누군가가 유학을 간다며 한마디 툭 던지면 회자정리(會者定離)란 사자성어가 그렇게 얄미울 수 없다.‘언젠가 돌아오는 날 활짝 웃으며 만나자 하네.내일이면 아주 멀리 간다고’ ●초등학교 동창들의 어렴풋한 기억 ‘투잡스’의 전형인 동물원(www.ezoo.or.kr)은 정신과 의사 김창기씨를 비롯,5명이 멤버다.평소에는 서로 다른 본업에 열중하다 틈을 내서 음반을 한 장씩 낸다.‘주경야음’(晝耕夜音)하는 이들은 1987년 ‘거리에서’로 첫선을 보인 뒤 9집까지 낸 장수그룹이다.고(故) 김광석씨도 동물원 출신이다. “87년인가,친구 하나가 갑자기 유학을 떠난다고 하더군요.가장 순수했을 때가 초등학교 시절이라 그때의 감정을 섞어 아쉬운 마음을 노래로 표현했죠.” ‘혜화동’을 직접 쓰고 부른 김창기씨는 혜화초등학교를 졸업했다.아버지 직장을 따라 호주로 떠나기 전인 초등학교 6학년까지 혜화동에서 살았다.눈이 내리면 혜화동 언덕에서 썰매를 타거나 형제들과 함께 언덕 위에서 퇴근하는 엄마를 기다리곤 했다. “그때 함께 놀던 친구들은 인터넷 덕분에 40줄 가까이 돼서야 만났어요.세월 탓인지 다들 많이 변했더라고요.치맛바람을 타고 공부깨나 하던 애들은 별볼일 없어지고,오히려 가난했던 친구들은 근사하게 바뀌고….” 그는 혜화동에서 나온 뒤 연극이나 술 마시려고 동숭동에는 가봤지만 웬일인지 혜화동 쪽으로는 발길이 닿지 않았다.지하철4호선 혜화역 덕에 일반인들은 동숭동까지 포함,혜화동의 범위를 실제보다 넓게 보지만 그의 눈에는 어린 시절의 혜화동이 동숭동과는 구별된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한참 세월이 흐른 뒤에 다시 찾으면 크게 느껴졌던 운동장이 별로라는 걸 알게 되잖아요.변한 혜화동을 찾으면 마음의 고향이 깨질 것 같아서요….” ●세 빛깔 어우러진 혜화동 지하철4호선 덕분에 동숭동 일부를 포함해서 생각되는 혜화동에는 세 가지가 엉켜있다.성직자와 수사들의 궤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가톨릭대 성심교정과 1958년 근대 교회건물을 처음 드러낸 혜화동성당.이제는 의대만 남았지만 방송통신대에 일부 존재하는 서울대 문리대의 발자국.런던의 웨스트 엔드처럼 연극을 골라 즐길 수 있는 소극장들의 천국도 문화동네 혜화동을 상징한다.굳이 파리의 몽마르트르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혜화동로터리에서 이화동사거리에 이르는 1.1㎞의 대학로는 젊은이들의 해방구다.주말에는 차량통행을 막아 ‘차 없는 거리’에서 젊은이들의 공연이 넘쳐난다.마로니에공원 한 가운데는 1929년 4월5일 서울대의 전신인 경성제대 당시 심은 마로니에나무가 서있다.1975년 서울대가 관악캠퍼스로 옮겨가기 전까지 경성제대 터는 상아탑의 낭만이 서려 있었다. 이태수 서울대 인문대학장은 “60년대 문리대생이 음악을 들으며 토론하던 ‘학림다방’과 중국음식점 ‘진아춘’을 모르면 간첩”이라면서 “진아춘의 주인이 지금은 교수나 장관이 된 학생들이 음식값 대신 맡긴 시계를 전시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대학로에는 소극장 50여곳과 카페 500여곳이 밀집돼 있다.낭만적 분위기보다는 다소 상업적인 모습을 갖춘 지 오래다.서점 자리를 단란주점이 꿰차는 등 지성인의 거리라는 의미는 많이 퇴색했다.하지만 마로니에공원과 동숭아트센터 앞에선 지금도 주말마다 각종 공연과 뮤지컬,마임,코미디 등이 펼쳐져 맥을 이어가고 있다. 연극배우 박시윤(30)씨는 “80년대 젊은이들의 풍류마당과 막걸리 문화로 상징되던 대학로에 90년대에는 폭주족의 굉음과 힙합댄스 열풍이 불기도 했다.”면서 “이제 대학로는 여러 문화가 뒤엉킨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 공간”이라고 말했다. 대학로 뒤편 산등성이로 올라가면 젊은 신학도들의 요람인 가톨릭대와 혜화동성당이 눈에 들어온다.성스럽고 차분한 분위기라 도시의 번잡스러움을 잠시 잊고 산책하기에 일품이다.중세 수도사들의 옷을 입은 젊은 수사들도 더러 눈에 띈다.김수환 추기경은 여기서 ‘혜화동 할아버지’로 불린다.민속자료로 지정된 김상협 전 국무총리의 고택과 하비에르 국제학교도 자리하고 있다. 이유종기자 bell@˝
  • [코리아오픈배드민턴선수권대회] 이현일 ‘셔틀콕 제왕의 꿈’

    ‘진정한 승자를 가리자.’ 세계 최고액 상금(총상금 20만달러)을 자랑하는 코리아오픈배드민턴선수권대회가 30일 충북 충주에서 역대 최대규모인 32개국 345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가운데 다음달 4일까지 열린다. 오는 8월 아테네올림픽을 앞둔 마지막 시험무대격인 이번 대회는 포인트가 높아 경기 결과에 따라 올림픽에서 시드 배정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이 때문에 최강 중국을 비롯,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덴마크 등 세계 강호들이 대거 참가해 자존심을 건 불꽃 대결을 펼친다. 최대의 관심은 남자 단식.세계 1·2위인 중국의 린단과 첸홍을 비롯해 왕충한(말레이시아·4위) 케네스 요나단(덴마크·5위) 타우픽 히다얏(인도네시아·10위) 등 랭킹 1∼15위 선수들이 빠짐없이 출전했다. 한국 배드민턴 사상 처음으로 이 종목 올림픽 메달을 꿈꾸는 세계 3위 이현일(23·김천시청)은 안방에서 강호들을 연파,메달 획득의 발판을 구축한다는 각오다.최근 전영오픈에서 초반 탈락의 수모를 당한 이현일은 “약점인 체력이 향상돼 좋은 기량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이와 함께 지난해 코리아오픈을 시작으로 국제대회 60연승과 12개 대회 연속 우승 행진중인 혼합복식 김동문(삼성전기)-나경민(대교눈높이)조는 숙적 가오링-장준(중국)이 돌연 불참해 다소 맥이 빠졌다.하지만 김-나조는 세계 4위인 로버슨 네이단-엠스 게일조(영국) 등을 상대로 환상의 기량을 국내팬들에게 선보일 생각이다. 김민수기자˝
  • [총선 D-16] 각당 공약 허와실 ① 열린우리당-‘공직자 국민소환’ 현실성 의문

    제17대 총선이 불과 16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탄핵정국 등으로 주요 정당의 정책공약 제시가 늦어지고 있다.주요 정당 중 처음으로 열린우리당이 29일 중앙당 정책공약을 제시했다.그 핵심 내용과 허실(虛實)을 분석한다.다른 정당도 종합정책 공약을 발표하면 내용을 집중 분석하고 각 당별 비교분석도 할 예정이다. 열린우리당은 새로운 정치,잘 사는 나라,따뜻한 사회,한반도 평화를 슬로건으로 하는 4대 비전과 이를 뒷받침할 15개 분야의 핵심공약을 공개했다.새 정치를 제1화두로 내세운 것은 낡은 정치에 대한 심판을 총선 전략으로 하는 것과 맥이 닿아 있다. 당은 참여정부의 기본이념과 주요정책을 수용하고 집권여당으로서 재원조달 가능성 등 공약실현 타당성을 충분히 심사했다고 밝히고 있다.그러나 정치공약을 중심으로 일부 공약의 경우,본격적인 당정협의나 국회에서의 심의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부정부패사범 10년간 공직배제 정치개혁과 부패척결을 실천하려는 의지를 구체화한 공약들이 일단 돋보인다.불법정치자금 국고환수 특별법 제정,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정치인의 직무정지,부정부패사범의 10년간 공직진출 배제,500만원 이상의 특정범죄 관련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기소 등이다.국회의원만이 참여하는 국회 윤리위원회에 국민참여를 보장하기로 한 것이나 구속동의안의 처리기한 설정 등도 기득권 포기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기소독점주의 예외논란 예상 500만원 이상을 주고받은 사람은 반드시 기소한다는 대목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와 어긋나는 것으로 형법 개정 사항이다.실제 추진 과정에서 여·야간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법부무는 내년 1월까지 현행 기소독점주의의 예외조항인 현행 즉심제도가 벌금형 선고로 전과자를 양산하는 데다 범죄대상이나 수사기관의 재량범위가 모호해 폐지하는 대신 행정벌인 과태료로 바꾼다는 계획이다.이 때문에 기소독점주의를 제한하려는 이같은 공약추진에 동의할지 주목된다.부정부패사범의 10년간 공직진출 배제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대통령 사면조치가 연례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10년간 공무담임권을 박탈한다는 게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부정부패사범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정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소환제 해외사례 없어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도 주목된다.대통령 권한정지를 가져온 의회권력에 대한 견제장치다.방탄국회로 비리·부패의원을 감싸고 석방하는 입법부의 도덕적 해이현상을 스스로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별도 입법이 필요한데 쉽지 않을 전망이다.당 정책위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같은 제도를 도입한 나라는 없더라.”면서 “주민소환제 등의 도입 추이를 봐가며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털어놨다. ●국민생활 안전에 치중 후진국형 재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공약도 마련했다.복합영상관·찜질방·휴게소 등 다중이용업소의 인명보호를 위해 ‘다중이용특별법’을 제정,탈출구 확보 및 소방안전을 이루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자치경찰제는 언제? 역대 정부마다 거론한 자치경찰제 도입도 공약으로 담았다.그러나 2008년 내 도입한다는 설명만 있을 뿐 구체적 도입 시기가 나오지 않아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정책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전·광주 지방경찰청 신설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올해나 내년 중으로 이를 위한 예산 반영이 되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공계 지원책 대폭 확대 비례대표 2번에 홍창선 KAIST총장을 배정한 데서 드러나듯 이공계 우대책이 많이 나왔다.이공계 학생에 대한 학비 감면,장학금 지급 확대에다 정부·공공기관 신규인력 채용시 이공계 출신을 일정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채용한다는 복안이다.국가적으로 중요한 기술을 개발한 과학기술자는 평생 특별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사람들이 새가 되고싶은 까닭…/이근배 지음

    “(…)내 언제 모자를 벗고/시 앞에 서 본 일 있었던가/헛되이 종이에 먹물만 칠해온/부끄러움이 앞섰다(…)”(시 ‘모자를 벗고’) 시에 대한 경외심 때문이었을까? 중진시인 이근배씨가 20년 만에 시집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문학세계사 펴냄)를 냈다.시인은 1961년 서울신문 시조를 비롯,64년까지 5개 종합일간지 신춘문예에 6차례 당선되면서 ‘신춘문예 최다 당선’의 수식어를 달고 다닐 정도로 걸출한 시재를 과시했다. 이후 타고난 언어 조율과 율조로 전통적 서정시의 맥을 잇는 창작활동을 하다 85년 장편 서사시 ‘한강’ 이후 오랜만에 ‘시의 기지개’를 켰다. 그래서인지 이번 시집은 내용과 형식면에서 이전과 변모를 보인다. 역사의식이나 조국애 등에서 내면으로 더 들어가 세상을 보는 눈도 그윽해지고 낮아졌다.또 물음표 사용 등 다양한 형식 실험도 이채롭다. 구체적으로 그 모습은 ‘벼루읽기’라는 부제가 붙은 연작시가 상징하듯 문방사우·인사동 골동품점·역사적 유물 등의 유물 편력·역사 기행으로 나타난다.그런 소재를 징검다리로 시인은 세상이나 시에 대한 부끄러움·열린 사랑 등을 노래한다.송익필의 사당 앞에서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라고 노래하거나 동료시인을 향한 작품에서 “볼 줄도 쓸 줄도 모르는 대 치매로 사는 제가 부끄럽습니다.”라고 한껏 자신을 낮춘다. 문학평론가 이숭원 서울여대교수는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시상을 풀어내면서 언어와 상상의 자유를 추구하는 쪽으로 변화를 보인다.”며 “해학적 전환과 구어체적 감각 등의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자신의 삶과 민족의 뿌리를 재점검하고 있다.”고 해설한다. 이종수기자 vielee@˝
  • 장금이? It’s me

    사흘 전 인기리에 종영한 MBC드라마 ‘대장금’이 그 여세를 몰아 할리우드판 ‘SF팬터지 멜로 스릴러 액션물’로 리메이크 된다.이병훈 프로듀서와 김영현 작가는 최근 할리우드측과 이같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배역이 담긴 시놉시스를 전달했다.제작진에 따르면,장금역엔 ‘르네 젤위거’,금영역엔 76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샤를리즈 테론’이 낙점됐다.정호역엔 ‘브래드 피트’,한상궁엔 ‘맥 라이언’,최상궁과 중종역엔 각각 ‘샤론 스톤’과 ‘주드 로’가 출연키로 했다. ‘대장금’의 할리우드 버전은 이렇다.사고뭉치 장금은 수랏간에 들어가는데 실패하고 가까스로 무수리로 입궁한다.반면 금영은 수랏간에서 승승장구한다.얼음송곳을 들고다니는 최상궁은 이를 시기한 나머지 한상궁과 짜고 금영을 쫓아내려고 한다.그러나 중종의 승은을 입으려는 한상궁은 그 속셈을 역이용해 치밀한 전략을 짠 뒤 중종 앞에서 온갖 교태를 부린다.중종은 금영을 사이에 두고 정호와 연적이 돼 음식 결투를 벌이는데,결국 사이보그라는 비밀이 탄로나게 된다.진짜냐고? 믿을 수 없다고? 후후 놀라지 마시라.‘대장금’을 소재로 월간잡지 형식을 빌려 표지뿐 아니라 내용까지 넣어 만든 패러디 웹진 ‘궁녀센스’ 4월호가 보도한 내용.한마디로 믿거나 말거나…. 이영표기자 tomcat@˝
  • 술따라 맛따라-계룡 백일주

    ‘술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란 속담이 있다.하지만 아무리 술맛이 좋아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예로부터 우리의 ‘주당’들은 100일 정도를 인내의 한계치로 본 것 같다.백일주란 이름이 붙은 술이 많은 것도 그렇고,꼭 이같은 이름이 붙지 않았어도 상당수의 술이 양조과정에서 100일 정도의 숙성·발효 기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보아도 그렇다. 전통식품 명인 제4호로 지정돼 있는 계룡백일주는 100일간의 숙성기간을 갖는 대표적인 전통 민속주. “꼭 100일을 채워야 술 맛이 좋은 것은 아니야.날이 더우면 술이 빨리 끓어 한 달 만에 익기도 하고,추우면 마냥 기다려야 할 때도 있지.아마 100일 정도에 잘 익도록 온도를 맞추어 정성을 들이면 술 맛이 좋다는 의미일 게야.” 계룡백일주 제조 기능보유자인 지복남(78)씨는 백일주의 의미를 이렇게 해석한다.지씨는 조선 인조대왕 때부터 가양주로 백일주를 빚어서 마셔온 연안 이씨 집안의 14대손 며느리다. 14대 조부인 이귀(李貴)는 인조 반정의 일등 공신.몇차례의 반정 시도가 무산된 끝에 가까스로 성공해 인조를 왕위에 올리자,왕은 고마움의 표시로 사가에서 마시던 백일주와 그 제조법을 하사했다고 한다. 이후 백일주는 후손들에 의해 연안이씨 집안의 가양주로 자리잡았다.‘계룡’이란 이름은 89년 백일주가 충남 무형문화재 7호로 지정되면서 심대평 당시 지사가 계룡산에서 이름을 따 붙여준 것이다. “한때 백일주의 맥이 끊길 뻔했어.일절 강점기에 일체 술을 못빚게 했거든.그런데 술 없이 못사는 게 우리 집안 내력이었지.조부님과 아버님 모두 ‘마시곤 가도 지고는 못간다.’고 할 정도로 술을 좋아하셨어.몰래 빚을 수밖에 없었지.” 들켜서 벌금도 많이 물었지만,다행히 부잣집이어서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나중엔 ‘저 집에 가면 항상 맛있는 술이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순사와 관료들까지 와서 술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고 했다. 계룡백일주는 찹쌀과 백미,누룩,솔잎,홍화,오미자,진달래꽃,재래종 국화로 빚은 고급 약주다.밑술과 덧술 과정을 거치는데,밑술을 빚을 때 고두밥이나 백설기가 아닌 죽을 쑤어 누룩과 섞어 발효시키는 게 특징.그래야 술 맛이 차지고 감칠맛이 난다고 한다. 누룩은 직접 만든다.통밀과 찹쌀을 같은 분량으로 섞어 빻은 것을 반죽해 띄운다.여름엔 2개월,겨울엔 3개월 정도 2∼3일에 한번씩 뒤집어주어야 노르스름하면서도 하얀 누룩이 나온다고. 솔잎,진달래는 집 주변 산에서 직접 채취한다.1년치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면 인부를 사서 채취해다가 말려 보관한다.재래종 국화는 밭에서 재배해 쓴다.솔잎과 국화는 반드시 토종을 써야 한다고.일본에서 건너온 소나무류에서 채취한 솔잎과,꽃이 화려한 요즘 국화를 쓰면 쓴 맛이 나기 때문이다. 계룡백일주는 약주(16도)와 소주(40도)로 나온다.약주는 부드러우면서 진하다.이는 100일 이상의 충분한 숙성기간을 거쳤기 때문. 지씨는 “판매하기 위한 술은 경제성 때문에 100일의 숙성기간을 지키기가 어렵다.”며 “보통 온도 조절을 통해 시간을 훨씬 앞당긴다.”고 말한다.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저온에서 발효 숙성시켜야 향과 맛이 좋다고 했다. 소주는 약주를 증류시켜 벌꿀을 가미한 리큐르다.약주는 여과 과정을 거쳤어도 1년 정도만 보존이 가능하지만 소주는 오래 보관할수록 맛과 향이 좋아져 영구 보관이 가능하다. ■ 따라 빚어보세요 재료:누룩,찹쌀,오미자,재래종 국화,진달래꽃,솔잎. 1.찹쌀 1말을 불렸다가 가루로 빻아 물 1말을 넣어 묽은 죽을 쑨다.주걱을 꽂으면 설 정도로 한다. 2.누룩 2되와 고루 섞어 20∼25도 정도 되는 실내에서 한 여름엔 10여일,겨울엔 1개월가량 발효시킨다.누룩은 통밀과 찹쌀을 같은 분량으로 거칠게 빻아 띄운 것을 쓴다.(밑술 빚기) 3.찹쌀 2말로 고두밥을 짓는다.시루나 찜통 밑에 솔잎을 깔고 찌면 좋다. 4.식힌 고두밥에 응달에서 말린 오미자,국화,진달래꽃,솔잎 각 1근을 함께 섞어 밑술 항아리에 담아 잘 젓는다. 5.창호지로 봉해 뚜껑을 덮어 두달 열흘 정도 발효시킨다. 6.술이 잘 익으면 여과지나 촘촘한 보자기에 덧술을 떠내 짜낸다.16도 정도의 계룡백일주가 나온다. 글 공주 임창용기자 sdragon@˝
  • 盧대리인단 의견과 대동소이 ‘康장관·문재인 조율’ 논란일듯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한 법무부의 의견은 강금실 장관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물로 나왔다.강 장관은 24일 헌법재판소에 ‘법무부장관 의견서’를 제출하기 직전까지 실무자들이 작성한 초안을 일일이 다듬으며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의견서에는 지난 15일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강 장관이 피력한 이번 탄핵사태에 대한 해석 등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의견서의 요점은 국회가 이번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고,3가지 탄핵소추 사유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으로,중립적인 단어들을 구사했을 뿐 사실상 노 대통령 대리인단의 의견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강 장관은 이번 사태의 배경을 서론에서 장황하게 설명했다.‘대선자금 수사→정치혼란→탄핵소추’로 이어졌다는 것.대선자금 수사 등을 통해 다수 야당과의 갈등이 더욱 깊어졌고,급기야 ‘강한 국회’에 의한 대통령 견제의 결과로 탄핵소추 사태가 발생했다는 해석이다. 또 최근의 사태를 ‘과도기적 혼돈’으로 규정했다.권력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들이 형식적 법과 관행 뿐 아니라 내용에서 실질적 정의를 담보해야 하는 법치주의가 미처 정착되지 못했다는 것이다.탄핵소추 사태를 주도한 국회가 ‘실질적 정의’를 갖추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강 장관이 사실상 대리인단과 같은 맥락의 의견서를 제출함에 따라 지난 19일 대리인단 간사인 문재인 변호사와의 만남이 또다시 논란거리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두 사람은 ‘사적인 만남’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의견서 제출 직전 만남이 이뤄졌고,내용도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한편 법무부는 헌재로부터 의견서 제출을 요구받은 지난 13일 이후 법무실을 중심으로 국내외 헌법학자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환기자 stinger@˝
  • 소렌스탐, 코리아군단 꺾고 첫승

    ‘코리아 군단’의 돌풍도 ‘여제’ 앞에서는 맥을 못췄다.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시즌 첫 출발과 동시에 첫 승을 거두며 ‘코리아 군단’과의 격돌에서 압승을 거뒀다.‘코리아 군단’은 3명이 톱10에 드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소렌스탐은 22일 미국 애리조나주 슈퍼스티션의 슈퍼스티션마운틴골프장(파72·6620야드)에서 열린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세이프웨이인터내셔널(총상금 120만달러) 마지막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정상에 올랐다.2위 크리스티 커를 4타차로 따돌린 소렌스탐은 이로써 올 시즌 첫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하며 건재를 과시했고,우승 상금 18만달러를 챙겨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섰다.소렌스탐은 또 개인통산 49승으로 낸시 로페스(48승)를 제치고 LPGA 투어 통산승수 6위가 됐다. ‘코리아 군단’은 박지은(나이키골프)이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공동 3위를 차지하고,지난해 챔피언 박세리(CJ)와 루키 안시현(엘로드)이 나란히 합계 9언더파 279타로 공동 5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안시현과 함께 ‘챔피언 조’에서 티오프한 소렌스탐은 첫홀 보기를 5번홀(파4) 버디로 만회한 뒤 13번(파5)·14번홀(파4) 연속 버디로 사실상 우승을 굳혔다.16번홀(파4)에서는 보기를 범했지만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멋진 버디 퍼트로 첫 우승을 자축했다.이에 견줘 LPGA 진출 이후 이 대회 3라운드까지 7개 라운드에서 60대 타수를 유지하던 안시현은 ‘소렌스탐 효과’의 희생양이 돼야 했다.보기 6개에 버디 1개 등 이날 안시현이 기록한 5오버파 77타는 ‘톱10’에 든 선수 가운데 마지막날 최악의 스코어였다.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미셸 위(15)는 경험 부족을 극복하지 못하고 5오버파 77타로 부진,합계 2언더파 286타로 송아리(18·빈폴골프)와 함께 공동 19위를 차지했다. 곽영완기자 kwyoung@seoul.co.kr˝
  • 시국선언 의문사위 특감 착수

    감사원은 21일 탄핵정국과 관련해 시국선언을 한 대통령 직속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대상으로 특감에 들어갔다.시국선언에 서명한 43명의 위원 및 직원을 대상으로 처벌이 가능한지에 대한 법률적인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의 정치활동은 안돼”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20일 전윤철 감사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의문사위 직원 시국선언에 대해 객관적이고 신속하며 공정하게 감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공무원의 공직기강 해이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는 것이다. 고 대행이 21일 전국 시·도지사 등 자치단체장에게 서한을 보내 탄핵정국에서 국정 안정관리와 17대 총선의 엄정 중립을 당부한 것과 맥이 닿아 있다.행정자치부도 이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시·도 교육청 등에 공무원단체들의 불법적인 정치활동에 대해 엄정 대처토록 하라는 지침을 통보했다. 총선을 앞두고 전국공무원노조가 최근 특정 정당을 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가운데 계속 방치할 경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공명선거 분위기를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발빠른 감사 착수 감사원 관계자는 “직원 4명을 의문사위 사무실로 보내 서명자 명단 및 위원회 조직·구성 등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서명자 43명 가운데 5명은 공무원 신분으로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공무원 신분으로 확인된 이들에 대해서는 시국선언문 참여가 공무원들의 집단행위 금지조항(국가공무원법 66조) 및 정치적 행위의 금지 규정(65조)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감사원은 특히 민간조사요원 34명의 경우 위원회측은 민간인 신분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의문사진상규명 특별법’에 따라 이들을 공무원 신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공무원법 등을 참조해 이들의 공무원 신분 여부에 대해 종합적인 법률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특별법에는 ‘공무원이 아닌 위원회 위원 또는 직원은 형법 또는 기타 법률에 의한 벌칙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볼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고 대행이 신속한 조사를 요청한 만큼 조만간 의문사위의 시국선언 관련자들에 대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빠르면 이번주말쯤 특감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최광숙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儒林 속 한자이야기](11)

    유림 42에 국사(國師)가 나온다.국(國)자는 어느 특정 지역(口)에서 사람들이 긴 창(戈)을 갖고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보루(一)를 쌓은 성(城)을 뜻하였는데,차츰 많은 성(城)으로 이루어진 나라를 뜻하게 되었다. 나라를 새로 세우는 것을 개국(開國)이라 하는데,우리나라 개국시기는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나오는 단군신화에 따라 고조선(古朝鮮)의 건국인 기원전2333년을 기준으로 한다. 사(師)자는 정찰에 유리한 높은 곳을 뜻하는 부분(왼쪽)과 군부대를 표시하는 깃발을 본뜬 부분(오른쪽)이 합해진 글자로 본뜻은 ‘군사 또는 군대’이다.사(師)자가 이런 의미로 쓰이는 경우는‘육군○○師團’,또는 ‘제갈량이 유비의 뜻을 받들어 중국 북방(위나라)을 수복하기 위해 군대(師)를 출동(出)시키며 왕(王·유비의 아들 유선)에게 국가를 위한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올린 글(表:신하가 임금에게 올리는 글의 한 문체)인 출사표(出師表) 등이 있다. 사(師)자의 뜻은 차츰 의사(醫師),교사(敎師),은사(恩師) 등과 같이 ‘우두머리 또는 스승’의 뜻을 가지게 되었다.의사(醫師)는 주(周)나라 때 의료 관련 업무를 맡은 부서의 ‘우두머리’였는데,후에는 의료를 업(業)으로 하는 사람을 뜻하게 되었다. 공자가 ‘삼인행(三人行)이면 필유아사언(必有我師焉)’이라 했는데,여기서의 사(師)는 ‘스승’을 뜻한다.공자의 말은‘세 사람이 같이 가면 그 중에는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는 뜻으로 나보다 나은 사람과 못한 사람,즉 양쪽으로부터 배울 점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누구에게 배운 경우’를 ‘누구에게 사사(事師)받았다.’라고 잘못 쓰는 경우가 있는데,‘나는 ○○선생님을 사사(師事)하였다.’라고 써야 한다.사사(師事)는 ‘스승으로 섬기다.’이며,사사(事師)는 ‘스승을 섬기다.’의 뜻이기 때문이다. 국사(國師)란 임금의 스승 또는 국가나 임금의 사표(師表)가 되는 고승(高僧)에게 임금이 내리던 호칭이다. 국사(國師)는 왕사(王師) 위의 최고의 승직(僧職)으로 중국에서는 550년에 법상(法常)이,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광종(光宗)때 혜거(惠居)가 최초였다.우리나라는 혜거 사망 후 탄문(坦文)이 제2대 국사로 추대되었으며,이 제도는 조선초까지 지속됐다. 대사(大師)란 국가에서 덕이 높은 스님에게 내리는 존칭이다.고려시대 과거제 가운데 승과(僧科)를 실시하면서 법계의 하나로 처음 두어 조선초기까지 그대로 사용했으나 불교탄압 이후 승려를 부르는 통상적 명칭이 되었다.우리에게 익숙한 이판사판(理判事判)이라는 말도 승려 호칭과 관련이 있다.조선 중기 억불(抑佛:불교를 억누름)정책 이후에 불교의 맥을 이어 나가기 위한 승려들의 노력이 이어졌다.이들은 주로 경전 공부나 교리 연구를 하던 이판승(理判僧)과,여러 잡일이나 절의 사무와 산림(山林,産林)을 맡아 함으로써 사찰이 없어지는 것을 막은 사판승(事判僧)이었다.오늘날 ‘살림살이 또는 살림을 잘한다.’ 등에서의 ‘살림’이라는 말은 산림(山林,産林)이라는 단어의 음이 변한 것으로 사판승의 역할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조선중기 억불 정책으로 승려의 신분은 매우 추락한 상황이었기에,이판승(理判僧) 또는 사판승(事判僧)이 되는 것은 낮은 신분,또는 계층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였다.그래서 이후 이판사판은 의미가 변하여 ‘막다른 궁지 또는 끝장’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박교선 교육부 연구사 ˝
  • 술따라 맛따라-이강주

    “신은 물을 만들고,인간은 술을 만들어 생명의 물이라고 이름하였습니다.지구촌 어디에나 그곳의 환경에 알맞은 술 문화가 있지요.우리의 민속주가 우리 스스로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부끄럽고 화가 납니다.” 전주 이강주 대표 조정형(62)씨는 우리의 전통주가 처한 현실을 매우 가슴아파했다.우리 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부족,정부의 무관심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높이다가 거듭된 요청에 마지못해 이강주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강주는 조선시대 양반층이 즐기던 술이었습니다.구한말 한·미통상수호조약에서부터 남북적십자회담까지 국가간의 중요 행사때 단골로 쓰였지요.” 이강주(梨薑酒)는 이름 그대로 배와 생강으로 담근 술.쌀과 누룩으로 담근 전통 증류소주에 배와 생강,울금,계피,꿀을 첨가해 숙성 여과시킨 약소주다.특이한 것은 울금이란 중국 남방지방의 약초가 들어간다는 것. 울금은 숙취제거 효과와 함께 혈압 조절,신경 안정 등에 좋아 조선 왕실에서도 특수한 시설을 갖추어놓고 울금을 재배해 음식이나 약재,술 재료 등에 썼다고 한다.이강주는 울금이 주로 재배된 전주와 황해도 지방에서 빚어졌다고 전해진다. 이강주에 대한 문헌상 기록은 조선 중엽 때 이후 볼 수 있다.봉산탈춤의 6과장(양반춤)에 보면 ‘이강주 가득 부어놓고’란 대목이 나오는데,이로 미루어 이 때 이미 이강주가 상당히 대중화돼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조씨 집안에선 200여년 전부터 이강주를 가양주로 빚어마셨다고 한다. “완산골(지금의 전주) 부사를 지내셨던 6대조 할아버지께서 이강주를 아주 좋아하셨다고 해요.그 때부터 집안 대대로 이강주를 빚은 것으로 짐작됩니다.하지만 일제 강점기 때 술 빚기를 금하면서 사실상 그 맥이 끊겼던 것을 제가 재현해 대를 잇고 있는 셈이지요.” 조씨는 전주 이강주 제조 기능 보유자다.지방문화재(전북 제6호) 겸 전통식품 명인 제9호로 지정돼 있다.그는 대학에서 농화학을 전공한 후 삼학,보배소주 등에서 1급 주조사로 25년간 근무하면서 현대의 술에 관해 거의 모든 것을 섭렵했다.그러나 40대 이후 한국인의 체질에 맞는,우리 문화를 고스란히 담은 술을 만들어보겠다며 전국을 돌며 민속주를 연구했다. “민속주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갔어요.200여종의 술을 맛보고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지요.회사를 그만두고 받은 퇴직금을 그렇게 날려버렸고,집안에선 한때 미친놈 취급도 받았습니다.” 우리술을 향한 20여년의 방랑끝에 조씨는 결국 집안의 가양주였던 이강주를 재현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 나서지 않으면 이강주의 맥이 영원히 끊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그래서 91년부터 큰형님의 허름한 창고에 솥을 걸고 술을 빚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소량 주문 생산하는 이강주는 연노랑 술빛이 신비롭고 맛과 향이 독특해 애주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여름밤 초승달 같은 술’이란 소문이 돌았다.또 우리술과 수십년간 동고동락한 조씨의 이야기가 한 공중파 방송의 특집방송으로 나가면서 서울의 유명백화점들은 거액의 선금을 주고 이강주를 주문했다. 이를 바탕으로 조씨는 생산과정을 기계화할 수 있었고,지금은 연간 5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이는 전통 민속주 업계에선 최고 수준이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의 3대 명주로 이강주와 문경 호산춘,죽력고를 꼽았어요.증류주이면서도 주도 25도로 너무 독하지 않고,숙취가 없다는 점,계피와 생강을 넣어 톡 쏘는 듯하면서도 배에서 우러난 감칠맛이 이강주의 자랑입니다.” 이강주 제조와는 별도로 조씨는 민속주 보존에 누구보다 열심이다.삼한시대 이후 내려온 우리의 술 역사와 제조법 등을 묶은 ‘다시 찾아야 할 우리의 술’이란 책을 펴내는 등 지금도 전통주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또 전남 완주 소양면에 술박물관을 지어 그가 지금까지 빚어온 수백여종의 술과 술빚는 도구 800여점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063)212-5765. 글 전주 임창용기자 sdragon@ ●따라 빚어보세요 재료:누룩,백미,배,생강,울금,계피,꿀 1.백미 5되(4㎏)로 고두밥을 지어 식힌다. 2.고두밥을 누룩 1되와 섞어 항아리에 넣고 물 8ℓ를 부어 잘 섞는다.누룩은 햇밀을 거칠게 빻아 반죽해 띄운 것을 쓴다. 3.1주일 정도 술이 숙성하면 소주고리나 증류기에 넣고 소주를 내린다.처음엔 도수가 높은 술이 나오다가 차차 알코올 도수가 떨어진다.30도 정도로 도수를 조절한다. 4.배와 생강,울금,계피를 베보자기에 싸서 술 항아리에 3개월 이상 침출시킨다. 5.마지막으로 꿀을 가미한다. ˝
  • 인천경제자유구역·개성공단 共生

    국가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천경제자유구역과 개성공단을 잇는 물류축 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아산㈜의 김윤규 사장은 지난 17일 인천시청에서 ‘개성공단 추진상황과 발전전망’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통해 “개성공단·강화도·인천항만 일대를 물류축으로 연계 개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그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은 지정학적으로 볼 때 임진각을 경유한 내륙 수송로보다는 강화도를 통해 인천항만을 이용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며 “이를 통해 강화군이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즉 인천시 강화군 양사면 철산리와 북한 개풍군 고도리 사이 1.4㎞에 연륙교를 설치할 경우 남북한 물류 이동의 가장 짧은 거리가 된다는 논리다. 이는 최근 인천시가 환황해권 경제네트워크 구축의 일환으로 구상 중인 인천∼개성간 경제공동개발구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어서 향후 추진 방향이 주목된다. 김 사장은 이를 위해 개성공단∼개풍군∼(연륙교)∼강화도∼(연륙교)∼인천공항∼송도경제자유구역∼서해안고속도로를 잇는 제2남북연결도로의 건설 필요성을 제기했다.또 국가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개성공단은 제조업 중심으로,인천은 물류와 첨단지식산업 위주로 각각 개발할 때 상호보완적인 발전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인천경제자유구역과 개성공단을 연계한 물류축을 구축,강화도와 개풍군을 잇는 연륙교 건설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
  • 독립영화 ‘길’ 찍은 배창호 감독

    “그리 멀지 않은 70년대 풍경만 해도 벌써 사라지고 있잖아요.한국적 정서의 맥을 잇는다는 심정으로 강원도 산,전라도 평야와 황톳길,염전,시골 이발소나 장터 등 늘 좋아하던 풍광의 사계절을 담았습니다.그 ‘길 여행’은 너무 행복했습니다.” 독립영화 ‘길’(제작 이산)을 찍으러 1년 동안 길을 나섰던 배창호(51) 감독이 돌아왔다.11일 만난 그는 ‘세가지 길’을 얘기했다. # 길 1 = 어떤 영화? 올 가을에 개봉 예정인 ‘길’은 그의 17번째 영화이자 세 번째 독립영화.‘어떤 길’인지 물어보았다.“20여년 동안 시골 장터를 떠돈 대장장이가 아버지 장례식에 가려고 서울서 내려가는 여공과 동행하면서 그가 20여년 전 자신의 삶을 망친 친구의 딸임을 알고 장례식장에 데려다 준뒤 ‘악연’의 주검 앞에서 그를 용서하고 자신의 상처도 지운 채 다시 길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얼핏 ‘삼포 가는 길’을 떠오르게 한다.하기야 그의 작품을 돌아보면 ‘로드 무비’는 그에게 익숙한 장르다.히트작 ‘고래사냥’을 비롯,‘안녕하세요 하느님’ 등 그가 길을 떠난 적은 많았다.‘길’은 어떤 의미이고 어떤 추억을 남겼을까?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지니고 길을 걷는 나그네가 아닌가? 비록 저예산이어서 몸은 곤궁했어도 나를 달래준 변산반도의 뻘밭,구례 산수유 마을,함평 5일장,정선 오지,너와집 등은 상처 입은 현대인들을 위로해줄 것이다.‘독립군 정신’으로 일하면서 창작과정의 고통과 기쁨도 맛보았다.” # 길 2 = 한국 영화?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특히 영화판은 더 빨리 크게 변했다.단관 영화관에서 멀티플렉스로,100만 관객이 1000만명으로 바뀐 시대.그가 보는 ‘한국 영화의 길’은 어떤 것일까?그 역시 진행형의 감독이지만 상업·독립영화를 넘나들면서 느낀 점은 남다를 것이다. “산업적으로는 좋은 일이다.그러나 영화는 문화적 측면도 있는데 그게 과연 양·숫자로만 평가받을 수 있을까? 1000만명이 보는 영화도 필요하지만 다양화 측면에서 10만명 아니 1만명을 감동시키는 영화도 필요하다.” ‘산업’의 대세를 인정하면서도 ‘문화’가 차츰 사위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 이어진다.“10대 후반과 20대가 관객의 90%를 차지하는 현실이나 중장년층이 사회적 현상에 편승해야 대박이 터지는 게 아니라 진정한 마니아층이 형성돼야 한다.영화를 문화로 인식하고 자기 삶의 한 부분으로 즐기는 패턴이 필요하다.” 아쉬움은 영화 내부로 이어진다.“테크닉·디테일,투자,마케팅의 수준은 엄청나다.그러나 영화 본연의 의미인 ‘예술’이란 수식어가 생소할 정도로 본질을 보는 정신이 약하다.신상옥·이만희·유현목·임권택 감독 등이 쌓아온 전통이 대형화·상업화에 밀려 안타깝다.자본이 주인이 되는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다양화는 유지해야 한다.” # 길 3 = 감독 배창호 그는 영화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본 감독이다.80년대까지 이른바 ‘흥행의 보증수표’이기도 했고 지난해 ‘흑수선’으로 실패도 겪었다. “86년 ‘황진이’를 전환점으로 ‘내 영화’로 돌아왔다.이후 ‘기쁜 우리 젊은 날’ 등이 히트하기도 했다.성공·실패를 떠나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창작정신이 방해받지 않는다면 상업·독립영화든 개의치 않고 만들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18번째 영화로 1978년 아프리카에 체류하면서 목도한 의사들 이야기를 다룬 ‘나의 사랑 아프리카’를 준비하고 있다는 그.“신발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고 있는 한켠에서 누군가는 땀이 깃든 수제화를 만들어야 하고 그 가치는 언젠가 인정받는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종수기자 vielee@˝
  • 서울여성영화제 새달 개막… ‘인 더 컷’등 70여편 상영

    제6회 서울여성영화제(WIFFIS2004·위원장 이혜경)가 새달 2∼9일 신촌 아트레온 1·2관과 녹색극장 3관에서 열린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는 주제 아래 펼쳐지는 올해 행사는 ‘피아노’로 잘 알려진 제인 캠피온 감독의 신작 ‘인 더 컷’을 비롯해 세계 22개국 여성 감독들의 영화 70여점이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영화제는 모두 6개 섹션.기존 ‘새로운 물결’‘아시아 특별전’‘감독 특별전’‘여성영상공동체’‘아시아 단편경선’ 등 5개 부문에 ‘영 페미니스트 포럼’이 추가됐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인 더 컷’은 제인 캠피온 감독이 지난해 완성한 드라마.현대인의 숨겨진 욕망과 사랑을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맥 라이언,마크 러팔로가 주연했다.니콜 키드먼이 제작했다는 사실도 눈에 띈다. 화제작이 가장 많이 포진한 섹션은 최근 2년간 만들어진 여성감독들의 우수작품들이 나오는 ‘새로운 물결’.‘인 더 컷’을 비롯해 김진아 감독의 ‘그 집 앞’,이수연 감독의 ‘4인용 식탁’,캐나다 감독 빕케 폰 카롤스펠트의 ‘마리온 브리지’ 등 30편이 상영된다. 아시아 특별전에서는 미조구치 겐지 감독의 무성영화 ‘폭포의 백사’ 등 1930∼60년대 일본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인기감독들의 작품 6편이 선보인다. 감독특별전에서는 독일의 여성감독 마가레테 폰 트로타가 집중조명된다.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인 ‘로젠슈트라세’를 포함한 5편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다.(02)583-3598. www.wffis.or.kr 황수정기자 sjh@˝
  • [Anycall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강동희 조우현 LG 살렸다

    조우현의 투지와 강동희의 노련미가 벼랑 끝에 몰렸던 LG를 살렸다. LG는 16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3전2선승제) 2차전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오리온스를 100-90으로 꺾었다.LG는 이로써 1승1패의 균형을 이루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두 팀의 마지막 3차전은 18일 대구에서 열린다. 감독들은 경기전 약속이라도 한 듯 “1쿼터에서 밀리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감독들의 말대로 초반부터 기싸움이 불꽃을 튀겼다. LG의 빅터 토마스(28점)가 골밑을 파고 들면 오리온스에서는 바비 레이저(19점 11리바운드)가 골밑슛을 시도했다.조우현(16점)의 3점슛이 터지자 김승현(20점 13어시스트)도 3점포로 응수했다.LG는 1쿼터를 29-27로 근소하게 앞서 기선제압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LG에는 큰 구멍이 생겼다.1쿼터 후반에 벌써 라이언 페리맨(12점 16리바운드)이 파울트러블에 걸린 것.‘리바운드왕’ 페리맨은 LG가 골밑 우위를 점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선수로 그가 퇴장당한다면 LG에는 희망이 없어 보였다. 2쿼터에서 LG는 강동희와 송영진을 투입해 공격력을 극대화시켰다.송영진은 가로채기 2개를 성공시켰고,골밑 득점도 올려 기대에 부응했다.토마스와 김영만(16점) 전형수(14점)가 나란히 골밑슛에 이은 추가자유투까지 얻어내 LG는 58-55,불안한 리드를 유지했다.오리온스는 레이저와 아티머스 맥클래리(28점 10리바운드)를 앞세워 LG 골밑을 마음놓고 휘저으며 맹추격했다. 그러나 LG에는 조우현이 있었다.조우현은 3쿼터 시작과 함께 2개의 미들슛을 터뜨리더니 벼락 같은 3점포를 더했다.조우현이 선봉을 자처하자 파울트러블 때문에 극도로 위축됐던 페리맨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페리맨은 강동희의 절묘한 패스를 이어 받아 훅슛을 성공시키는가 하면 4쿼터에서만 무려 8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81-79,살얼음판 승부에서 조우현과 강동희의 3점포가 잇따라 터지자 분위기는 급격하게 LG쪽으로 기울었다.정규시즌보다 10여분이 많은 28분을 뛴 강동희는 이날 10점을 올리며 노련하게 경기를 이끌어 부활을 예고했다.오리온스는 맥클래리와 김승현을 내세워 끝까지 기회를 노렸으나 결국 페리맨을 퇴장시키지 못해 아깝게 무너졌다. 창원 이창구기자 window2@ ■감독 한마디 ●승장 LG 김태환 감독 노장 강동희가 부진을 말끔하게 털어낸 것이 승리의 큰 원동력이었다.초반 파울트러블에 걸린 페리맨에게는 차분하게 경기에 임하라고 주문했는데 파울 관리를 잘 하며 끝까지 선전했다.초반에 좀더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방안을 연구해 3차전에 대비하겠다. ●패장 오리온스 김진 감독 심판에게 항의하느라 경기의 맥을 놓쳤다.페리맨을 초기 퇴장시키지 못한 게 아쉽다.김병철의 야투를 기대했지만 슛찬스를 열어주는 패스가 좀처럼 이어지지 못했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2)대원위대감의 생각 (上)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2)대원위대감의 생각 (上)

    조선 제26대 국왕 고종(高宗,1852∼1919)의 아버지 이하응(李昰應)을 두고 세간에서는 대원위대감(大院位大監)이라 불렀다. 그는 조선후기 세도정치를 타파하고 쇠락한 왕권을 강화해 프랑스,독일,미국,일본,청나라,러시아등 19세기 세계 열강의 침략에 맞설 힘을 기르며 조선을 중흥시키기 위해 과감한 개혁을 단행했던 인물이다. 오늘은 그 대원위대감이 왜 그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결과는 어떻게 끝났는지,파란만장한 그의 생애 이면에 감춰진,권력을 향한 무서운 집념의 한 증거를 찾아서 충남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로 간다. 예산(禮山)은 유서깊은 고장이다.백제시대에는 오산현(五山縣)이라 불렀는데 신라에 정복당한 뒤 고산(高山)으로 바뀌었으며,예산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 것은 고려 태조2년의 일이었다. 왕건은 견훤이 다스리던 후백제를 정복한 뒤 이곳을 다스리려 했으나 민중은 왕건의 통치에 순응하지 않았다.두 임금을 섬길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미 신라에 정복당한 뒤 100년이 넘도록 신라의 강권통치에 대를 물려 저항해왔던 백제유민들이기 때문에 백제가 망한 지 2세기가 지난 후에 견훤이 후백제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 후백제 유민들이 새로운 지배자로 등장한 왕건에 대해서도 저항할 수 있었던 것은 백제인들의 핏속에 흐르는 자긍심과 백제문화에 대한 뿌리깊은 정신의 힘때문이었다. 이 정신은 곧 현대사회에서도 충청·전라도 사람들의 기질,즉 겉은 부드럽지만 안은 강철처럼 단단하고,문학과 예술 그리고 아름다움의 근원을 지향하는 삶으로 드러나고 있다. 왕건은 이곳 사람들의 정신에 큰 감동을 받았다.정복자로서의 권위나 자신감이 아닌,존경과 화해의 마음으로 새로운 이름을 선물하고자 했다.충절과 예의의 고장임을 기리기 위해 예산이란 새 이름을 정하고 민중의 뜻을 물었다.이곳 사람들도 더는 거부하지 않고 새롭게 시작된 고려왕조에 동의해주었다. 그 후 대흥(大興)과 덕산(德山)을 합쳐 지금의 예산군이 된 것은 1914년부터다.오늘의 여행 목적지 예산군 덕산면(德山面) 상가리(象伽里)에는 대원위대감의 야망과,권력 장악을 위한 고뇌와 갈등,정치의 권모술수와 피할 수 없는 재앙을 새로운 차원에서 재조명할 수 있는 역사적 증거와 문화적 논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만약 그가 지금 살아있다면 이 증거들을 완벽하게 없애버리고 싶을 것이다.그리고 역사를 향하여 그 사실들을 부정할 것이다.한국의 정치꾼들이 가장 좋아하는 거짓말과 책임회피 증후군으로 볼 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하지만 어쩌랴,누구도 자신의 죄를 제 손으로 지울 수는 없으니. ●‘명당’ 가야사 품은 옥양봉, 기도처로 이름나 덕산 들녘에서 서북 방향을 바라보면 예산군과 서산군 경계 쯤에 산맥이 걸쳐 있다.가야산(伽倻山)이다.들길을 지나 상가리 쪽으로 다가서면 맞은편에 잘 생긴 산 하나가 보이고,오른쪽으로도 얌전한 산봉우리 하나가 나타난다.맞은편 산은 옥양(玉陽)산이고,오른쪽 산은 서원(書院)산이다.두 산 모두 가야산이 거느리고 있는 줄기다. 해인사가 깃들어 있는 산도 가야산이라 부르는데,경상도와 충청도에 있는 가야산은 모두 같은 뜻을 지녔다.즉 가야(伽倻,迦倻)라는 말은 원래 산스크리트 gaya를 음역하여 표기한 것인데,흰코끼리를 의미하는 말이다. 석가모니가 도를 이룬 곳을 부다가야(Budhagaya)라고 부르는 것과 맥이 통하는 상징어다.이 가야산에는 일찍이 6세기 후반 ‘백제의 미소’로 유명한 ‘서산마애삼존불’이 북쪽 자락 해발 200m 가량의 능선 암벽에 새겨져 있기도 해서 온 산이 불교신앙의 성지처럼 숭배되어 왔다. 가야산 남쪽 기슭이 되는 옥양봉 아래에 가야사(伽耶寺)라는 절이 있었다.이곳에는 금탑(金塔)으로 부르는 철첨석탑(鐵尖石塔)이 있었고 탑 사면에는 석감(石龕)이 있어 각각 석불이 봉안되었을 만큼 빼어난 작품이었는데 백제 불교 미술의 정교함과 깊은 신앙심이 깃든 걸작이었다고 한다. 또한 가야사에는 예부터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매우 흥미있는 풍수설이 전해져 왔다.가야사 대웅전 터에서 왕손(王孫)이 생겨나리라는 풍수지리설이었다.세간에서는 절을 허물어내고 그 자리에 묘를 쓰면 반드시 왕손을 낳게 된다는 풍수설이 끈질기게 이어졌다. 하지만 감히 누구도 그런 무모한 짓을 하지는 못하고,대신 훌륭한 자식을 점지해달라는 기도처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옥양봉에 이르는 계곡은 펀펀하면서도 깊다.그래서 그런지 옥양봉 계곡에는 한때 1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사찰들로 꽉 차서 절골이라고도 불렀을 만큼 승려들의 목탁소리와 범종소리,향 내음과 독경 소리가 일년 사철 끊이질 않았다.상가리(象伽里)라는 이름이 그래서 붙여졌던 것이다. ●구걸로 어린시절 연명한 ‘권력의 화신’ 이하응 이같은 솔깃하고 엄청난 비밀이 깃든 것처럼 느껴질수도 있는 풍수설을 은밀하게 새기면서 가야사 주변을 여러 해 동안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었다. 이하응이란 청년이었다.올때마다 동행하는 자가 있었는데 이름난 지관(地官)이었다.그는 옥양봉,서원산,가야산 정상 어느 한곳도 빼놓지 않고 꼼꼼하게 살피고 돌아다녔다.아무도 그를 알아보는 이는 없었다.전혀 얼굴이 알려진 자도 아니었거니와 행색도 남루했고 늘 빈털터리였다. 이하응은 유아기에 아버지를 여읜 뒤 사고무친의 왕손으로 불우한 청년기를 보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아버지는 조선후기의 왕족이다.이름은 구(球),사도세자의 서자로서 정조(正祖)의 이복동생인 은신군의 양자로 들어가서 남연군(南延君)에 봉해졌다.1771년(영조 47년) 양부 은신군이 정적의 모함으로 작위를 삭탈당한 뒤 제주도로 유배되었다가 변사하자 남연군도 불우한 처지로 내몰리고 말았다. 1821년 수릉관(守陵官)이란 말단직을 지내다가 쓸쓸하게 죽었다.이하응은 남연군이 죽던 해에 겨우 세 살짜리 어린 아이였었다. 이하응의 유년과 청년 시절은 지독하게 불우했다.이름뿐인 왕족으로서 구걸,비웃음과 온갖 능멸로 양식을 삼았다.수모,고뇌,방랑으로 점철된 세월이었다. 암울하고 억울한 세월 속에서 시정잡배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권력을 향한 무서운 집념을 불태웠다.집념의 핵심은 목숨을 건 타협과 거래였다. 긴 방랑생활 중에 이하응은 가야사의 풍수설을 알게 되었다.딱히 할일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심심풀이 삼아 가야사와 가야산 일대를 수없이 오르내리면서 풍수설의 내용을 음미해보았다.왕손을 낳을 수만 있다면 가야사를 불태워버리는 일쯤은 얼마든지 감행할 자신이 있었다.수차례에 걸친 답사와 계획 끝에 결심을 굳혔다. 그의 나이 21세 때인 1840년(헌종 6년) 마침내 목숨을 건 모험에 돌입했다.부랑배들을 이용하여 가야사에 기거하는 승려들을 밖으로 유인해 낸 다음 절에다 불을 질렀다.목조 건물은 한밤 중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그 무렵 조선사회는 이하응의 행동과 같은 짓거리들이 크게 유행했다. ●남연군묘 이장뒤 얻은 둘째 명복이 훗날 고종 전국 곳곳의 사찰이 불타고,불탄 자리에 무덤을 짓는 일이 공공연하게 벌어졌다.대표적인 예는 신라 선문9산의 하나인 경남 창원 봉림사,경기도 양주 회암사,전라도 흥덕 연기사,경남 산청 단속사를 비롯해 풍수지리설에서 명당자리로 알려진 사찰들이 유생들에 의하여 불탔다. 이같은 시대적 추세에 따라 이하응도 그의 아버지 남연군의 묘를 가야사 법당터에다 이장했다.누구도 이를 비난하거나 저지하지 못했다. 그런 다음 해인 1841년 그는 흥선정(興宣正),1843년에는 흥선군(興宣君)에 봉해졌다.1846년에는 오위도총부 도총관이 되어 벼슬의 맛을 보기 시작했다. 남연군의 묘를 옮겨 쓴지 12년만인 1852년 이하응은 둘째아들을 보았고,그로부터 다시 11년 뒤인 1863년 둘째아들 명복(命福)이 조선 제 26대 국왕인 고종(高宗)이 되고,이하응은 마침내 대원위대감이 되어 모험에 찬 정치도박이 일단 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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