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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기업 축구후원 금지

    이란은 지난달 한국기업의 수출용 견적송장(PI) 접수 거부 및 수입 승인 보류 조치에 이어 축구경기에 대한 LG의 후원도 금지시켰으며 이는 핵관련 결의안과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고 이란의 ISNA통신이 7일 보도했다. 이란축구협회는 스포츠 행사의 주요 후원사인 LG와 FIFA(세계축구연맹) 주관으로 오는 11∼13일 2006년 독일월드컵 진출이 확정된 4개국 토너먼트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부통령이 이끄는 스포츠위원회가 한국기업을 후원사 명단에서 빼도록 축구협회에 지시했다고 ISNA는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같은 조치에 대해 지난 9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핵관련 결의안에 한국이 찬성한 데 따른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난달 중순의 ‘무역제재’와 맥이 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은 지난달 한국산 제품의 견적송장 4건의 접수를 거부했다가 곧 재개하긴 했지만 여전히 전자제품 등에 대한 수입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아울러 이란 스포츠위원회의 메흐디 콰다미 대변인은 ISNA와의 회견에서 향후 스포츠 연맹들에 대해 한국기업의 후원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LG측은 계약위반 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고 ISNA는 보도했다.테헤란 DPA 연합뉴스
  • 이란, EU에 핵협상 재개 제의

    이란이 핵개발을 둘러싼 유럽·미국과의 갈등을 ‘배짱 외교’로 돌파하려 하고 있다. 이달초 우라늄 전환 재개를 선언, 국제사회를 놀라게 한데 이어 6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에 8월 중단된 핵협상을 다시 열자고 제의하는 등 거침이 없다.BBC는 7일 핵협상 제의 당일날 국가최고안보회의가 TV를 통해 “이스파한 핵시설에서 새로운 우라늄 전환 활동을 위해 우라늄 광석을 전환 시설에 넣겠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평화적 핵이용은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권리라며 미국과 EU 압력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우라늄 농축의 전 단계인 전환 과정을 강행하겠다는 으름장이다. 그러면서도 7일 25개 EU 외무장관들의 브뤼셀 회담을 앞두고 핵문제를 대화로 풀자며 적극적이다.6일 이란 핵협상 대표인 알리 라리자니 국가안보최고회의(SNSC) 사무총장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국 외무장관들에게 “건설적이고 논리에 바탕한 협상을 환영한다.”고 말했다.이같은 ‘배짱 외교’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행보와 맥을 같이한다.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에 반대하는 러시아, 중국 등의 물밑 지원과 EU내 이견도 ‘보이지 않는 힘’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AFP통신 등은 7일 이같은 이란의 ‘핵대화’ 제안에 EU 3국과 미국은 “논평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즉각적인 반응을 유보했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佛서 뜨는 세대·계층별 마케팅

    佛서 뜨는 세대·계층별 마케팅

    |파리 함혜리특파원|‘코코스’‘모모스’‘요요스’…. 2000년 미국 언론인 데이비드 브룩스가 처음 사용한 뒤 유행어가 된 ‘보보스’에 못지않게 요즘 프랑스의 마케팅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시되는 신조어들이다. 프랑스 시사주간지 누벨 옵세르바퇴르 최신호는 연령, 직업, 정치적 성향, 취향 등에 따라 사회계층이 세분화되면서 이에 맞춘 마케팅이 ‘뜨고’있다고 전했다. 이들 단어를 창안한 기호학자 장뤽 엑스쿠소는 “계층별로 사고방식, 행동방식은 물론 소비성향까지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코코스(Cocos) 기존의 가치와 관습, 질서에 대한 결속력이 강한 64세 이상의 노년층. 수입과 재산이 많아 경제적으로 매우 안정돼 있다. 전통적인 계층체제의 수혜자들이며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우아하며 화려한 스타일의 실내장식을 좋아하는 이들은 유리로 된 값비싼 장식장에 값진 장식품들을 갖춰 놓는 걸 즐긴다. 호화로운 크루즈여행을 선호하며, 좋아하는 자동차는 푸조 607.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좋아한다. ●보보스(Bobos) 원래 부르주아의 물질적 풍요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누리는 미국의 새 상류계층을 일컫는다. 베이비붐 세대로 38∼63세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주를 이룬다. 사고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컨대 입으로는 환경보존을 외치면서 자동차는 SUV유형을 좋아하는 식이다. 멋을 중시하는 이들은 요트, 고급 포도주와 에스프레소 커피, 벽난로를 좋아한다. 건강과 심리적 안정을 중시해 천연소재에서 추출한 건강보조식품 ‘오메가 3’를 먹고, 심리전문잡지를 즐겨본다.1968년 5월 학생혁명 주역 중 한명이었던 다니엘 콘벤디트 유럽의회 의원을 좋아한다. ●모모스(Momos) 28∼38세의 연령대인 이들은 실용성과 윤리적 가치를 동시에 중시한다. 동양의 선(禪)사상에 관심이 많고 전쟁을 반대하며 미국의 반전주의 감독 마이클 무어를 좋아한다. 상업주의 광고와 낭비를 증오하는 실용파 소비계층이다.H&M류의 중저가 의류,IKEA와 같은 DIY가구, 르노의 로간 같은 중저가 자동차를 선호한다. 개인용 컴퓨터도 기본 기능을 갖춘 맥 미니면 충분하다. 명품에는 무관심해 ‘노노족’이라고도 한다. 대안소비운동의 주축으로 제 3세계의 제품을 즐겨 구매한다. ●요요스(Yoyos) 연령층으로는 15∼28세인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유행에 민감하다는 것. 모모스족과 정반대의 성향이다. 음악전문방송 MTV에 매료돼 있으며 패리스 힐튼, 데이비드 베컴 같은 스타들의 유행을 따라 한다.MP3, 은색 휴대전화, 야구모자, 나이키 운동화가 이들의 유행 코드. 플레이 스테이션, 아이팟(iPod) 나노 등 각종 신제품에 관심이 많고 개성이 강한 자동차를 좋아한다. 요요스보다 좀더 어린 연령대(9∼15세)의 소비계층은 조조스(Zozos)라고 부른다. lotus@seoul.co.kr
  • 살롱선 얼마쯤 털리면 신사냐

    살롱선 얼마쯤 털리면 신사냐

    꽃샘바람이 한창인 서울엔 요즈음 또 하나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일컬어「살롱·붐」. 거리마다 골목마다「차와 경양식」이란「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늘어선「살롱」들이 고급「샐러리맨」들을 유혹한다. 이 서울의 이상기류「살롱·붐」의 진원은 어디이며 진로는 어디일까? 또 현재의 기상 상태는? 처음 등장하긴 3년 전 일, 골목마다 살롱 간판 홍수 서울에 소위「살롱」이 생겨난 지는 3년 남짓. 태평로의「메이어」와 충무로의「로얄」이 그 시초이다. 당시는 낮밤 구별없이 손님의 주문에 따라 차도 팔고 양식도 팔고 맥주, 포도주 등을 팔았다. 다방보다 어딘가 은밀하고 조금은 이국적인 분위기에 끌려 손님이 몰려들었다. 다음에 생겨난 것이 소공동의「블루·제이드」와 북창동의「뉴앙스」. 이 두 집이야말로「살롱·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진원이다.「메이어」와「로얄」이 서구식「레스토랑」에 가깝다면「블루·제이드」와「뉴앙스」는「다방+양식점+바+그 무엇」의 복합체였다. 그리고 이「다방+양식점+바+그 무엇」이 바로「살롱」성업시대를 가져오게 한 장본인. 그럼 서울엔 얼마나 많은「살롱」이 있는지 지역별로 살펴보면 - . (1969년 3월 17일 현재) ▲ 세종로 일대 = 집시, 타임, 유전마(儒錢馬), 샹델르 ▲ 무교동 일대 = 제네바, 코스모, 센셀랙트, 라·칸티나, 발렌타인, 가스·라이트, 타히티, 아폴로 ▲ 북창동 일대 = 뉴앙스, 멕시코, 키, 이스탄불, 모나코 ▲ 소공동 일대 = 블루·제이드, 몽·블랑, 라이언즈 ▲ 을지로 입구 = 아스티, 실크·로드, 찬 ▲ 충무로 1가 = 산타·로쟈, 보리수, 르·사표, 빅토리아 ▲ 충무로 3가 = 로맨스, 뉴망, 샤르망, 덕화성(德和城) ▲ 명동 일대 = 카사블랑카, 마드모아젤, 모나리자, 레이디·타운, 라스베가스, 본, 心과 心, 고·고, 가호, 미성(味誠) 이밖에 종로2가에「골드·타운」, 명륜동에「카사노바」가 있다. 맥주 한 병 350원 받고, 한 잔 5백원 짜리 양주도 옥호(屋號)가 말해주듯이「살롱」의 제1요건은 그 이국적인 분위기에 있다. 거의 시력을 잃게 할 정도로 흐린 조명 아래 은은한「무드·뮤직」이 흐르고「미니·스커트」의 날씬한「호스테스」와 대화를 나누는 맛이 족히 신사제공의 호주머니를 후릴만하다. 대부분의「살롱」이 저녁 6시까진「티·타임」, 6시 이후는 양식과 맥주, 그리고「칵테일」(사실은 금지되어 있지만 공개된 비밀)을 팔고 있다. 맥주 한 병에 3백50원.「칵테일」한 잔에 평균 2백50원,「코냑」정도의 고급술이면 4~5백원을 호가한다. 안주는 한 접시에 평균 5백원(특별「메뉴」면 7~8백원까지),「호스테스·차지」는 1인당 5백원 정도다. 그러니까 두 사람이「호스테스」한 사람을 불러 맥주 5병에 안주 2접시쯤 시켰다면 일금 3천2백50원정(整). 집에 따라 여기에 10%의 세금을 물리는 수도 있다.「살롱·호스테스」는 미모와 함께 약간의(?) 교양을 갖추고 있어야 고객들의 말벗이 된다.「팁」이 있는 곳은 월급이 없고 월급제인 곳에선 원칙적으로「팁」사절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희소가치로 그럭저럭 재미를 보아오던「살롱」들이 한번『된다』하니까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현재는 포화상태. 이번 봄을 기해「살롱·붐」은 고비를 넘을 것 같다는 기존 업주들의 의견이다. 「살롱」의 운영은『먼저 시작한 사람만「히트」쳤죠』하는 한 업주의 말과 같이 요즘처럼 늘어나고 보니「빛 좋은 개살구」. 손님은 30대 이상, 은밀한 분위기가 좋아 「살롱」의 경영주는「바」나 다방을 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코피」한 잔에 50원인데 맥주 한 병에 3백50원이니 손님 한 사람이「코피」손님 7명에 해당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그래서 수지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간 큰코다친다. 우선「살롱」은 돈이 많이 든다. 다방 평당 실내장치가 1만7천원 안팎인데 비해「살롱」은 그「무드」를 유지하기 위해 평당 2만원~3만원의 실내장식을 해야 한다. 다방엔 외상이 거의 없지만「살롱」은 50% 이상이 외상손님. 그 반면 재료 구입에 있어 다방은 일부, 월부가 통하는 반면,「살롱」은 맥주, 양주, 재료값 모두 현찰이다. 그러니까 그 많은 현찰투자액의 이자를 감안하면 실속은 다방 쪽보다 못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열 대여섯 군데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건 틀림없는 사실.「살롱」을 찾는 고객은 30대 이상의 고급「샐러리맨」아니면 정객(政客), 실업인(實業人), 언론인들이 대부분이다. 「살롱」을 찾는 고객심리는 ①은밀한 분위기 ②상류인사가 된듯한 기분 ③밀회를 즐길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요약될 수 있겠다. 꼭「살롱」에 가서만 술을 마신다는 60대의 실업가 L모씨는「살롱」에 가는 이유를『1930년대 명동 일대에 있던「카페」와 흡사해서』라고 밝힌다. 사실 이상(李箱)이『제비』를 차릴 무렵의「카페」와 현재의「살롱」은 많이 닮았다. 그래서「살롱·붐」을「리바이벌·붐」의 일종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마담은 거의 여고졸 이상, 사교실력이 수입을 좌우 그러나 당시「카페」의 분위기가 감상적이고 낭만적이었던데 비하면 현재의「살롱」은 지나치게 타산적이고 멋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카페」의 여급(女給)과의 대화는 거의가 예술, 철학에 관한 것이었던 반면「살롱」의「호스테스」와의 대화는 흡사「말하는 전자계산기」와의 대화와 같이 삭막하다는 의견. 「살롱」의「마담」이나「호스테스」들의 대 남성사교 범위가 그「살롱」의 성패를 결정하게 한다. 직영을 하는「마담」일수록 그「마담」의 능력 여하가「살롱」의 수입을 좌우한다.「살롱·마담」은 대부분 여고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쁘띠·인텔리」들. 그래서「마담」은 그「살롱」의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며「마담」의 안면 여하가 고객의 수준을 좌우한다. 어쨌든 서울은「살롱」만원(滿員)이다. 이 봄이 가고 올 가을쯤이면 적자생존의 결과가 나타나리라는 전망. [ 선데이서울 69년 3/23 제2권 12호 통권 제26호 ]
  • 盧대통령 “한글, 창제당시엔 존경받지 못했다”

    盧대통령 “한글, 창제당시엔 존경받지 못했다”

    내년 초 ‘내 진로’를 밝히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갖가지 관측과 분석이 난무하면서 정치권은 31일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새판짜기 같은 노 대통령 특유의 ‘승부수’가 나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카드로 ▲열린우리당 탈당 ▲거국중립내각 구성 ▲권력구조개편 및 국민투표 제의 ▲자신의 임기단축 등을 점쳤다. 그러나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발언 파문이 확대되는 조짐을 보이자 임기를 걸고 하는 정치적 승부수가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내 진로’라는 세 글자만 보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노 대통령의 언급은 우리 사회의 진로에 대한 구상을 밝히겠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탈당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고, 실제 탈당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노 대통령은 최근 세종대왕에 대한 저서인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를 읽고 “세종은 한글을 창제했지만 이후 한글이 존경받지는 못했다. 한글이 존경받고 널리 사용되는 사회구조가 만들어졌다면 얼마나 좋았겠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누가 지도자가 되든,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훌륭한 리더십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성숙한 사회 구조와 문화를 만드는 데 벽돌 하나라도 쌓고 싶은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저출산 고령화사회, 국민연금 등의 현안은 당을 떠나 해결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전날 언급과 맥이 닿아 있다. 노 대통령은 정파적 이해관계나 표를 떠나 한국의 내일을 진지하게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여권의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노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거대 담론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49 vs 51’ 의원수 방청객보다 적어… 대정부질문 국회 썰렁

    #장면1.‘본회의장 49명’ 지난달 25일 오후 6시35분쯤 국회 본회의장.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 마지막 순서로 열린우리당 강성종 의원이 마무리 질문을 던지는 참이었다. 정적이 감도는 본회의장에 앉아 있는 의원은 여야 통틀어 49명. 대부분의 ‘의원님’이 ‘본업’을 나몰라라 할 때 본회의장 뒤쪽 2층 방청석에서는 방청객 51명이 ‘대신’ 대정부질문을 끝까지 지켜봤다. #장면2.‘의원간담회’ 지난달 31일 오전 8시15분쯤. 정세균 신임 당 의장이 ‘범여권 단결’을 주문하며 10·26 후폭풍을 수습하자고 ‘취임’ 소견을 밝힐 무렵,50명도 채 안 되는 의원만이 자리를 지켰다. 애초 8·31부동산 대책 후속입법과 관련해 ‘정책의총’을 소집했지만, 재적의원 144명 가운데 과반수인 72명은 출석해야 한다는 당헌·당규를 충족하지 못해 일단 ‘의원 간담회’로 시작한 상황이었다. “그 많던 ‘의원님’들, 다 어디로 갔나.” 최근 국회 안팎에서 나도는 우스갯소리다. 본회의장은 텅텅 비워 놓고,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입법과제를 토론하는 자리에도 지각하거나 결석하기 일쑤다. 10·26재선거가 껴있어 자리를 비운 의원도 많았지만, 지역구를 챙기거나 본회의 도중 토론회·공청회에 참석하는 의원도 적지 않았다. 대정부질문 내내 자리를 지킨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너무 동료들이 없어서 낯뜨거웠다. 맥빠졌다.”고 전했다. 반면 일찍 의석을 뜬 한 의원은 “배포된 자료를 읽어 보면 다 안다. 자리를 지키지 않아도 할 일이 많다.”고 반박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NPB] 승엽, SUN에 도전장

    “재팬시리즈에서 반드시 우승, 아시아시리즈에서 삼성과 겨뤄보고 싶다.”(이승엽)“아시안시리즈에서 우승해 일본팬들에게 지도자로서도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선동열) 일본프로야구에서 맹활약 중인 ‘아시아 홈런킹’ 이승엽(29·롯데 마린스)이 새달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아시아시리즈에서 한국대표인 친정 삼성과 격돌할 꿈을 키우고 있다. 이승엽이 재팬시리즈(7전4선승제) 1·2차전에서 2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며 2연승을 견인, 우승의 6부 능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롯데의 우승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롯데가 우승하면 일본 대표로 삼성과 ‘아시아 지존’을 다투게 되는 것. 타이완과 중국도 참가하지만 객관적 전력상 한국과 일본이 결승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 닛칸스포츠 등 일본의 언론들도 “아시아의 대포가 결전의 무대에서 눈을 떴다.”며 일제히 극찬했다. 특히 좌완 투수에 맥을 못추던 이승엽이 연 이틀 홈런을 모두 좌투수를 상대로 빼낸 데 놀라움을 표시하며 이승엽과 삼성의 맞대결 가능성을 흥미롭게 보도했다. 롯데는 올시즌 퍼시픽리그 팀타율(.282)과 팀득점(740점)에서 1위를 차지한 공격력의 팀. 재팬시리즈에서도 두 경기 연속 10점을 뽑는 화끈한 방망이를 뽐냈다. 물론 이승엽이 그 한복판에 있다. 특히 롯데가 아시아시리즈에서 삼성과 만난다면 이승엽에 대한 의존성이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그가 9년 동안 삼성에서 뛰며 선수들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어서다. 하지만 삼성 역시 호락호락하지는 않다.‘지지않는 태양’ 선동열(42) 삼성 감독이 이승엽으로 대표되던 공격적인 팀 컬러를 권오준-오승환 등 ‘태양의 아들들’이 축을 이룬 ‘지키는 야구’로 바꿔 완성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결국 이승엽과 선동열이라는 두 걸출한 스타는 ‘창’과 ‘방패’로 불꽃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이승엽은 25일부터 고시엔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열리는 재팬시리즈 3연전에서 3경기 연속 홈런과 74년 이후 31년만의 팀 재팬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9)전통가구와 소목장(小木匠)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9)전통가구와 소목장(小木匠)

    우리 가구는 특이하게도 남녀가 구별돼 있다. 조선시대에 유학을 지배이념으로 삼으면서, 성차별적 사회를 구현해놓은 탓이다. 유학에는 없던 ‘남녀칠세 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는 신 개념을 창조한 것이다. 따라서 생활하는 방이 남녀별로 나뉘게 됐다. 그 결과, 가구(家具)도 남자를 위한 사랑방 가구와 여성을 위한 안방가구로 갈렸다. 사랑채 가구는 단순함을 통해 남성미를 강조하고 있다. 장식을 최대한 없애면서 간결함을 내세웠다. 안채 가구는 패물함(佩物函), 의걸이장(欌·옷장), 농(籠) 등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장식이 화려하고, 쓰임새가 다양하도록 오밀조밀하다. 천장이 낮고 방이 좁은 한옥의 구조와 온돌장치로 인한 좌식생활은 가구의 크기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한복은 차곡차곡 접어 보관해도 잘 구겨지지 않는다. 그런 특성 때문에 가구도 적당히 크면 됐다. 유럽 등지의 가구가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소박해 보인다. 우리의 이같은 가구에는 허세보다는 실용을 중시하는 정신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우리 가구가 이런 형태를 띠게 된 것은 나무의 질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 나무의 종류가 다양하다. 게다가 사계절이 뚜렷하여 나무들이 아름다운 결을 갖고 있다. 장인들은 천혜의 자연미를 한껏 살리고자, 인공을 최소화하는 미덕을 보인 것이다. 이처럼 한국적 미가 가득한 가구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소목장(小木匠)이다. 소목장이 가구의 기본골격을 만들면, 거기에 옻칠을 하고, 목상감 등 공예미를 덧붙여 하나의 가구가 태어나게 된다. 현존하는 대표적인 소목장 이정곤(李貞坤·중요무형문화재 55호 소목장 기능전승자)씨. 그는 아직도 예전 소목장의 체취를 간직하고 있다. 전남 곡성의 산골마을 폐교에서 전통 목가구의 맥을 이으며 혼자 살고 있다. 그는 “옛날 아버지들은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부터 심은 후 15년 이상을 기다렸다가 함이며 장롱 같은 것을 짜서 시집 보냈다.”면서 “나무는 암수의 성질이 다르고 자랄 때의 기후에 따라 접착제를 달리 써야 한다.”고 말했다. 나무의 습성을 이해하면서 의사소통을 해야만 ‘나무들의 지휘자’가 될 수 있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그의 작업실인 학교 건물 벽에는 2∼3년 된 통나무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 나무들은 비를 맞고, 다시 햇볕에 말려지기를 되풀이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뒤틀림이 없단다. 그는 소반 하나를 만들더라도 원목 통판을 사용하고, 속을 파고 끼워맞추는등 전통을 지키려 애 쓴다.“전통의 기술은 우리의 정신이라고 봐요.” 나무가 틀어지는것을 막는 탕개질이나 풀칠 등도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손수 한다. 이씨는 “조선시대 가구는 조형도 단순하고 소박하며 친근한 분위기가 우러난다.”면서 “가구에는 그 시대의 생활상이 녹아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좋은 정기를 받아가며 작업하기 위해 풍수까지 따지며, 작업장을 구했다는 그는 전통가구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는 날을 꿈꾸고 있다. 사진 글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데스크시각] ‘장자종단’이라 함은?/김성호 문화부장

    세계적으로 불교의 선(禪)풍을 온전하게 간직하고 있는 나라 가운데서도 한국은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선 불교는 중국에서 발아해 찬란하게 꽃피웠지만 정작 그 종주국인 중국에선 사실상 명맥조차 잇기 어려울 정도로 쇠퇴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그 정신과 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지구상 유일한 나라로 인정받고 있다. 서구인들은 티베트 불교를 비롯해 석가모니 부처님의 초기 수행방식인 위파사나를 따르는 미얀마·실론 등의 남방불교를 선호해 왔지만 최근 들어 이들이 한국 선불교에 쏟는 관심은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늘어만 가고 있다. 한국불교에서 1700년 선불교의 맥을 이어온 중추 종단은 이른바 ‘장자종단’이라고 불리는 조계종이다. 전국 25개 교구에서 총 3000개의 본·말사를 거느리는 장자종단 조계종에 적을 두고 있는 신도는 전체 불교신자 1000만명중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조계종에 귀의한 뒤 한국불교를 세계에 전파하고 있는 ‘푸른 눈’의 납자들도 이루 셀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조계종은 이제 한국에 머물지 않고 세계적인 종단이 된 것이다. 이 세계적인 불교종단 조계종의 수장이 바로 총무원장으로, 맘 먹기에 따라서 엄청난 세력을 부릴 수도 있는 막강한 지위다. 조계종단뿐만 아니라 불교계 전체의 대표성을 띠는, 사실상 한국불교의 최고 지위랄 수 있다. 그 때문에 총무원장 자리를 둘러싸고 거듭 빚어졌던 조계종단의 마찰과 내홍은 씻을 수 없을 만큼 큰 아픔으로 남아있다. 지난 94년,98년 조계종 수장 자리다툼의 와중에서 멸빈(승적박탈)된 적지 않은 스님들이 아직도 복권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법장 스님 입적후 새 총무원장 선출을 놓고 조계종이 고질을 반복해 앓을 전망이다. 법장 스님이 시신을 사회에 기증한 뒤 오랜만에 한국 선불교에서 자비행과 회향정신이 살아났다는 세간의 고운 시선과 존경심을 짓밟기라도 하듯 그 분위기가 혼탁상을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법장 스님 입적후 얼마간 종단에서는 종전과 달리 추대를 통한 총무원장 세우기 분위기가 무르익었지만 얼마 안돼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마치 예정된 것처럼) 현 종단의 여권에서 추대위를 구성해 단일후보까지 뽑았지만 야권이 선출된 후보에 반발해 자신들의 후보를 추대할 움직임이다. 이와는 별도로 개별 후보까지 출마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어 종단 전체의 단독 후보 추대는 물 건너갔고 결국 선관위에서 21일부터 후보 등록을 시작한다고 한다. 물론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지기만 한다면야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철을 밟는 것 같아 안타깝다. 급기야 종정 스님이 나서 공정한 선거를 촉구하는 담화문을 발표했고 전국의 7000여 비구니들도 ‘우리가 원하는 총무원장 스님’이라는 성명을 내 들뜬 분위기를 지적하고 나섰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이번 선거는 조계종 내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로부터 혹독한 심판과 외면을 받을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반대로 지금까지의 오욕을 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31일 선거일정이 잡혀있는 만큼 전대미문의 아름다운 선례를 창조할 수 있는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광복 직후인 1947년 경북 문경 봉암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수행하던 성철 청담 자운 향곡 월산 혜암 법전 스님 등 젊은 스님 20여명이 집결해 “오직 부처님 법대로만 살아보자.”고 다짐했다. 그 유명한 ‘봉암사 결사’다. 이들은 스스로 밥하고 나무하며 마을로 탁발을 나가 양식을 조달했다. 신도들로부터는 개인적으로 일절 시주를 받지 않음으로써 생활상의 평등을 실천했으며 이후 이들의 전설적인 수행 기풍은 조계종의 으뜸 귀감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장자종단 조계종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이 고승대덕들의 뜻을 진중하게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김성호 문화부장 kimus@seoul.co.kr
  • 中기업 美노른자땅 사냥

    中기업 美노른자땅 사냥

    중국의 대표적인 부동산개발회사가 미국 경제의 중심지인 뉴욕 맨해튼의 초현대식 건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부동산개발회사인 ‘베이징 밴톤 부동산회사’는 지난달 9·11테러로 사라진 세계무역센터 근처에 들어서는 52층짜리 초현대식 건물(세븐 세계무역센터)을 장기 임대하기 위해 건물주에게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이 19일 보도했다. 이는 현금이 넘쳐나는 중국 회사들이 최근 잇따라 해외 부동산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신문은 분석했다.1980년대 일본 회사들이 앞다퉈 미국 요지의 부동산을 사들였던 것을 연상시킨다. 베이징 밴톤 부동산회사는 내년 상반기에 완공되는 이 건물의 사무실 중 20만평방피트(약 5620평)를 평방피트당 40달러, 총 800만달러(약 80억원)에 임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이번 주중 확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회사측은 확인했다. 미국측 개발업자인 래리 실버스타인은 평방피트당 50달러의 높은 임대료를 요구한 탓에 입주업체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베이징 밴톤과의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베이징 밴톤은 이 곳에 ‘중국 비즈니스센터’를 세운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미국에 진출하는 중국 기업들을 위한 ‘비즈니스 허브’를 만든다는 것. 이를 위해 지난해 6월부터 뉴욕 시내 빌딩들을 물색해 왔다. 베이징 밴톤은 1993년 펑룬 회장이 설립한 부동산개발회사로 지금까지 베이징과 톈진에 최고급 상업용 및 주거용 고층건물 10개를 건설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인중리 연구원은 외국 기업들과의 합작 및 외국 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세계 진출을 노리는 중국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개발회사들의 해외 투자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다른 부동산개발회사인 베이징 선샤인 100그룹도 조만간 첫 해외 투자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6월 상하이산업그룹 등 중국 국영 부동산개발회사 5곳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13억달러를 들여 3만 50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주거용 건물과 호텔, 식당 등을 갖춘 대단위 주거 및 상업단지 개발에 착수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들이 해외 부동산 구입 및 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8억 3300만달러로 2003년의 2900만달러보다 1년새 무려 28배나 급증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둥글둥글 통통한 여인네들 정겨워라

    동화처럼 순수하고 천진한 세계가 넘치는 그림을 그리는 고 장욱진 화백의 15주기 기념전이 장 화백이 살던 경기도 용인시 고택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회의 주제는 ‘장욱진이 그린 여인상’. 그의 여인들은 섹슈얼한 분위기의 ‘여성’이 아니다. 아내와 어머니, 딸 등 자신의 삶에서 가장 귀중한 존재들을 택했다. 그림 전체를 차지하는 여인의 당당한 구도와 녹색주조의 화면은 여인들의 강렬한 눈매와 함께 우리를 긴장시킨다. 힘차고 건강한 생명력이 꿈틀댄다. 생전에 그는 10여점의 여인상을 그렸는데 이번 전시에는 그가운데 8점의 유화가 선보이고 있다. 커다란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두손을 마치 불자들의 수인(手印)형태를 하고 있는 ‘여인상’은 부인 이순경(87)여사를 그린 작품. 커다란 다리가 붉은 황토를 굳게 밟고 서 있는 모습이 어려움 속에서도 자식을 지키고자 하는 염원이 느껴진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처음 공개되는 ‘나무와 여인’‘어머니상’등 2점이 눈길을 끈다. 까치 한마리를 머리에 얹고 있는 큰 나무아래 강아지와 함께 서 있는 여인을 그린 ‘나무와 여인’은 고향같은 존재로 생각했던 화백의 어머니 모습. 실존의 차원을 넘어 민화와 같은 전통미술의 맥이 연결된 작품이다. 또 둥글둥글하면서도 통통한 여인의 살짝 올라간 손가락이 돋보이는 ‘어머니상’은 다소 성스러운 분위기의 다른 작품과 달리 부인의 애교가 느껴지는 화사한 그림. 불명(佛名)이 진진묘인 부인의 기도하는 모습을 부드러운 선으로 묘사한 ‘진진묘’ 등에서는 불심이 가득한 부인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 고 장 화백의 둘째딸 희순씨는 “그림과 가족이 생활의 전부였던 아버지는 생활을 책임졌던 저의 어머니에 대해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계셔서 이런 애틋한 마음을 화폭에 담으신것 같다.”고 말했다.23일까지.(031)283-1911.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주말화제] 메이저 광고대행사 울린 대학생들의 ‘힘’

    해마다 2000여개 팀이 응모하는 ‘대한민국 공익광고공모전’에서 지난달 22일 단국대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이 2년 연속 메이저 광고대행사를 따돌리고 대상을 거머쥐었다.24년 역사의 이 공모전에서 대학생이 연거푸 대상을 차지하기는 처음이다. 지난 7월에는 4학년 송요윤(25)씨가 스와치 코리아 주최 시계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동양적인 ‘시간의 우연성’을 표현한 게 높은 점수로 이어졌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였다. 스와치 본사는 내년 하반기쯤 수상작 가운데 하나를 제품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단국대 디자인과 TF팀 구성 전세계 50만명이 동시 접속하는 컴퓨터 게임 ‘메이플스토리’도 이 학교 디자인과 학생 작품이다.4학년 김진만(30)씨는 자신의 회사 ㈜위젯의 지분을 수백억원에 정리한 뒤 새 사업을 구상 중이다. 시중에는 2학년 김주연(20·여)씨가 직접 디자인한 샴푸가 진열돼 있다. 김씨는 A사가 주최한 ‘2005 대학생 샴푸 공모전’에서 대상을 따냈다. ●‘공익광고전´ 2년연속 대상 이밖에도 이 학과 학생들은 올해만 크고 작은 공모전에서 36개팀이 수상작을 냈다.10개 정도로 꼽히는 메이저 광고전에서도 매년 3∼4개 팀이 입상한다. 입대자와 진학자를 뺀 순수 취업률도 2003년 83%, 지난해 100%, 올해는 94%로 높은 편이다. ●올해만 36개팀 공모전 수상 이 학과의 약진은 99년 시작된 디자인 문화운동 ‘Ding’에서 출발한다. 학점에만 매달리지 말고, 현실과 접목된 디자인 활동을 하자는 뜻이었다. 이 운동으로 현재 1∼4학년 160여명 전원이 광고와 캐릭터·카툰 등 11개 동아리에 가입, 자발적으로 관심있는 분야에 매달렸다. 같은 해 9월9일에는 첫 전시회를 열었으며 이 맥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딩’운동을 처음 제안했던 4학년 박영민(30)씨는 “외부 디자인 모임에서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소모임 형식으로 디자인 이론과 실기를 자유롭게 배웠다.”고 말했다. 박씨는 2000년 지인 3명과 디자인 기획사를 세워 회사 직원을 140명까지 늘렸다. 이런 성과 뒤에는 ‘악마’로 통하는 정계문 교수의 공로도 있었다. 보통 오후 10시까지 학교에 남아 학생들을 꼼꼼하게 챙기는 습관이 학생들에게 자발적인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유도했다. 정 교수는 “연구실을 열어놓은 채 학생들과 쉽게 어울려 대화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면서 “디자인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전시회 등 체험행사를 유도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디자인과 학생들의 이름은 물론 신상까지 외울 정도이다. 재학 중에만 각종 공모전에서 17차례 입상한 4학년 안영준(27)씨는 “교수님은 학생들의 과제를 찢고 던질 정도로 엄했지만 학생들의 모자란 점을 잘 지적해줬다.”고 말했다.3학년 조은진(22·여)씨는 기초를 중시하는 특유의 학과 분위기를 내세웠다. 이창욱 교수는 “교수는 후견인 역할이 전부일 뿐”이라면서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제시해서 학생들이 자기 수준을 파악하고 스스로 노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교육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서울신문 변신의 끝은?/김동률 KDI 매체경영학 연구위원

    신문을 만드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만드는 신문이 엘리트신문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엘리트신문이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다. 권력으로부터 독립은 물론이고 재정적인 안정도 필요하다. 교육수준이 높은 뛰어난 취재진을 다수 확보해야 함은 물론이다. 미국의 USA Today는 대중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많은 부수를 자랑하지만 아무도 엘리트신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1982년 창간된 이 신문은 심각하고 중요한 뉴스도 간단하고 가볍게 다룬다. 여행·스포츠에 비중을 두면서, 날씨를 1페이지나 할애하는 등 독자들을 위한 편집의도를 확실히 살렸다. 특히 짧고 간략한 기사, 화려하고 컬러풀한 사진 등이 특징이다. 신세대를 겨냥해 기사는 600단어 이내로 제한하고, 한 문단은 짧은 문장 3개 이하로 구성했다. 이 신문은 창간되자마자 신세대의 취향과 맞물리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른바 텔레페이퍼의 시대를 연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도 이 신문을 권위지로 보지는 않는다. 높이 평가하기는커녕 아예 ‘맥 페이퍼(맥도널드 페이퍼)’라고 무시하기도 한다. 곧 많이 팔린다고 좋은 신문은 아니라는 의미다. USA Today가 인기를 끌자 칼럼리스트 조너선 야들리는 1989년 엘리트신문과 대중신문과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엘리트신문은 독자들에게 날마다 간유(肝油)를 배달해 준다. 맛은 없지만 몸에는 아주 좋다.USA Today는 아침마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가득 전해 준다.” 풀이하자면 엘리트신문은 독자의 취향이나 대중적인 인기보다는 공공성, 언론의 사회적 책임, 사명감 등을 기사의 선별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서울신문은 여러 가지 진통을 겪어오면서 적어도 지면에서만큼은 어느 신문과 비교하더라도 큰 손색이 없을 만큼 발전했다. 언론학자로서 진단하건대 서울신문의 변신은 놀랄 만한 수준이다. 과거 관영매체 (state-run-paper)의 흔적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며, 레이아웃부터 촌철살인의 돋보이는 만평, 구석구석 숨겨져 있는 재미있는 읽을거리 등은, 이른바 신문 보는 재미를 담뿍 안겨준다. 그렇다고 서울신문이 최고라는 것은 아니다. 기사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특히 그렇다. 지나치게 호흡이 긴 기사는 읽는 이에게 큰 부담을 안겨준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10월6일에는 하단광고도 없이 21면 전체를 ‘정감록 산책’으로 빼곡하게 채웠다.10월5일에도 14면 전면을 지나치게 대형화된 와이드 인터뷰로 메웠고,10면 전체를 차지한 울산시 체전 관련기사 역시 기사의 중요성에 비해 지나치게 넓은 지면을 할애했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와이드 인터뷰는 이른바 인물기사(human interest)가 먹히는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대형화돼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USA Today처럼 무조건 짤막한 기사로 대처하라는 말은 아니다. 말은 아끼면서 정보는 풍요롭게 하는 노력이 아쉽다는 의미다. 그러나 서울신문이 가야 할 길은 서울신문이 정해야 한다. 비록 USA Today에 비해 발행부수면에서는 한참 뒤지지만,1000여개가 훨씬 넘는 미국 신문들은 뉴욕타임스의 얼굴을 보며 그날의 지면을 꾸려가고 있다. 그래서 미국 언론의 아침은 뉴욕타임스로 시작한다고 말할 정도다. 이에 비해 대중지를 고집하는 USA Today의 신문 철학은 이른바 ‘희망의 신문’이다.“우울하고 어두운 뉴스보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신문이 되고 싶다. 워싱턴 포스트나 뉴욕타임스처럼 매일 아침 세상을 욕하고 비판하는 신문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도 있지만 서울신문의 변신은 이제 외형적으로는 완성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변신의 최종 역이 엘리트 신문일지 아니면 대중신문이 될지는 궁극적으로 서울신문이 결정해야 한다. 변신의 끝이 기대된다. 김동률 KDI 매체경영학 연구위원 yule21@empal.com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효성그룹 (2)-2세경영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효성그룹 (2)-2세경영

    효성가(家)의 2세 경영이 닻을 올린 지 30여년. 선친인 만우 조홍제 회장의 ‘유훈 경영’ 방침대로 효성은 내실과 외양을 조화시키며 튼튼한 중견 그룹으로 커왔다. 대신 2세들의 분가와 맞물리면서 상대적으로 축소된 사세(社勢)는 아직 옛 영광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3세들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효성도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안정 지향의 경영 색깔에서 도전과 진취가 ‘경영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 효성은 올해를 ‘뉴스타트의 해’로 삼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 선두주자에 효성의 3세 경영인들이 포진해 있으며, 이들의 성공적인 착근이 ‘신(新) 효성’의 성공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세 분가 효성가(家)의 2세 분가는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만우 회장이 3형제(조석래-양래-욱래)에게 일찍이 효성의 주력 기업을 하나씩 떠맡기면서 독립 경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만우 회장은 “3형제가 장성했고, 기업의 경영책임자로서 제몫을 다하는 만큼 앞으로 지켜볼 따름”이라며 1978년 사실상 기업경영에서 손을 뗐다. 장남인 조석래(70) 회장은 70년대부터 주력 기업인 효성물산과 동양나이론, 동양폴리에스터, 효성중공업(4개사 모두 ㈜효성으로 통합) 등을 맡았다. 차남인 조양래(68) 회장은 자동차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한국타이어를 물려받았다. 성격이 활달한 3남 조욱래(56) 회장은 27세의 젊은 나이에 대전피혁 사장에 올랐다.3형제는 이후 분리 경영을 해오다가 1980년부터 주거래 은행까지 달리할 정도로 철저한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83년 그룹을 대대적으로 손질해 ‘제2의 창업’을 선언, 화섬과 중전기, 화학, 건설, 정보통신 등으로 효성을 키워오고 있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한국타이어와 한국전지, 한타M&B 등을 통해 타이어사업의 수직 계열화에 성공했다. 반면 3남 조욱래 동성개발 회장은 외환위기 시절 효성기계 부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은 권토중래를 모색 중이다. ●만우 회장과 4자성어 2세 경영의 특징은 선친의 ‘유훈 경영’과 밀접하다. 만우 회장이 197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때다. 그는 세 아들에게 ‘항상 가까이 두고 뜻을 새기라.’는 차원에서 각각 휘호를 하나씩 줬다. 장남인 효성 조 회장에겐 ‘덕을 숭상하면 사업이 번창한다’라는 뜻에서 ‘숭덕광업(崇德廣業)’이란 글귀를 남겼다. 차남 한국타이어 조 회장은 ‘쉬지 말고 힘을 길러라’라는 뜻에서 ‘자강불식(自强不息)’이란 글귀를 받았다. 막내인 동성개발 조 회장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란 4자성어를 받았다. 자식들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우 회장의 일종의 ‘자식 사랑’인 셈이었다. 2세들도 선친의 뜻에 따라 지금껏 경영을 해오고 있다. 효성 조 회장은 화학과 정보통신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갔고, 특히 타이어코드와 스판덱스 등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타이어 조 회장은 문어발식 기업 확장 대신에 타이어 ‘한우물 경영’에 충실했다. ●학자풍의 조석래 회장 조 회장은 학구적이며 논리적이다. 유행에 편승하거나 의욕만을 앞세운 경영보다 윤리적이고, 원칙적인 경영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가끔은 융통성이 없다거나 보수적이라는 평도 나온다. 조 회장은 조씨가(家)의 학자풍 스타일 면에서 선친을 가장 많이 닮았다. 만우 회장과 조 회장 모두 젊은 시절엔 기업인보다 대학 교수에 관심이 더 많았다. 조 회장의 이런 학자적 소양은 경영에 발을 내디딘 초기부터 많은 빛을 봤다.74년 초 오일쇼크의 여파로 나일론 원자재가 품귀 현상을 빚었을 때 슬기롭게 넘긴 것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조 회장은 나일론의 원자재인 ‘카프로락탐’ 구입난에 직면하자,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완성품인 카프로락탐의 직접 구입보다 매입이 더 쉬운 기초 원자재를 구입해 카프로락탐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조 회장의 광범위한 정보 획득과 주도 면밀한 연구가 없었다면 기대할 수 없었던 착상이었다. 조 회장은 일본 와세다대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원에서 화공학을 전공했다.56세의 늦은 나이에 창업해 홀로 고군분투를 하던 선친의 부름을 받고,1966년 효성 경영에 뛰어들었다. 그는 이후 나일론 원사사업을 세계 4위까지 육성시켰으며,1975년엔 폴리에스터 공장을 준공해 효성을 명실상부한 화섬업계의 리더로 이끌었다. 또 한·미 재계회의와 한·일 경제인 회의, 태평양 경제협의회(PBEC) 등의 리더로서 국제 협력 증진에 이바지하고 있다. ●‘한길경영’과 ‘권토중래’ 조양래(67) 한국타이어 회장은 나서기를 꺼려하고, 검소한 것으로 유명하다. 일례로 조 회장은 5년 전에 산 국산 브랜드의 구두를 여태껏 신고 다닌다. 아직 쓸 만하다는 것이다. 조 회장이 하루는 직원들과 식당에 밥먹으러 갔는데 너무 구두가 낡아서, 직원들이 회장 구두를 찾지 못했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언론에 얼굴 내밀기를 싫어하는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 사장 시절에 딱 한 번 인터뷰에 응했다. 당시 사진 기자가 인터뷰용 사진을 여러 장 찍는 것을 본 조 회장은 “무슨 전문가가 그렇게 사진을 많이 찍는가. 전문가이면 사진을 한 번만 찍으면 되는 것을. 필름만 그저 아깝게….”했다고 한다. 조 회장은 해외 출장에 수행원을 두지 않고 다닌다. 또 숙소도 일반 출장자들이 주로 머무르는 2급호텔에 투숙한다. 그의 이런 검소함과 치밀함은 한국타이어 경영에서도 잘 드러난다. 선친에게 물려받은 이후 조 회장은 줄곧 타이어사업 하나만 매진해 세계 9대 타이어 메이커로 성장시켰다. 조 회장은 1988년 “경영은 전문가가 해야 한다.”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조 회장은 현재 한국타이어 복지재단 회장직을 맡아 ‘미신고 복지시설’ 지원 등에 앞장서고 있다. 3남인 조욱래 회장은 27세의 젊은 나이로 대전피혁 사장에 취임,10년만에 대성과 효성알미늄, 효성금속, 효성기계, 동성, 동성개발 등 총 8개 계열사로 늘리는 경영 수완을 보였다. 특히 일본 스즈키사와 제휴해 오토바이 생산업체인 효성기계를 설립, 한때 대림산업과 함께 국내 오토바이시장을 양분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 회장의 책임·내실 경영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 한파는 효성기계를 어렵게 했다. ●효성가 3세 효성가 3세(조현준-현문-현상)들은 경영수업의 첫발을 모두 외국 회사에서 내디뎠다. 장남인 조 부사장은 모건스탠리를 거쳐 97년 부친인 조 회장의 부름을 받고,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효성에 입사했다. 차남 조 전무는 미국 뉴욕주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99년 효성 경영전략 2팀장으로 합류했다. 막내 조 상무는 세계적 경영컨설팅사인 베인&컴퍼니와 일본의 세계적인 통신사인 NTT도코모에서 근무하다가 2000년 효성에 입사했다. 장남인 조 부사장은 미국의 명문고인 세인트 폴 고교를 나와 예일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일본 게이오 대학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학위를 땄다. 그는 영어와 일어뿐 아니라 이탈리아어도 자유롭게 구사한다. 형제 가운데 가장 먼저 ‘효성맨’이 된 조 부사장은 효성의 독특한 사업구조인 퍼포먼스유닛(PU) 경영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섬유·산업자재·무역·정보통신 등 주요 사업군을 ㈜효성의 우산 아래로 모으면서 효성T&C(옛 동양나이론)·효성물산·효성생활산업·효성중공업을 합병시키는 등 굵직한 구조조정 프로젝트를 성사시켰다. 차남인 조 전무는 서울대 고고인류학과를 수석 입학, 수석 졸업했다. 고교 시절 조 전무의 별명은 ‘바야바’. 큰 키에 모범생인 그를 친구들은 이렇게 불렀다. 그는 98년 하버드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99년 효성으로 출근하기 전까지 미국 뉴욕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조 전무는 국제 변호사로서 큰 역할을 해냈다. 효성 도메인(www.hyosung.com)을 돈 한푼 들이지 않고 되찾아온 것.99년 닷컴 도메인을 선점한 사이버 ‘스쿼터(도메인 매점매석 행위자)’가 수억원을 요구해 왔지만, 미국 도메인등록협회와 미 법원에 제소,‘효성닷컴’을 찾아왔다. 미국 브라운대 출신인 3남인 조현상 상무는 대학 졸업 후 일본에서 오랜 직장 경험을 쌓았다. 그는 사내에서 손꼽히는 일본통으로 알려져 있다. 조 상무는 현재 그룹의 핵심 현안인 성장엔진 발굴을 위한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으며, 그룹 장기전략 수립과 기업이미지 개선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3세들의 역할이 날로 확대되고 있지만 3세들의 경영 승계 시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조 회장이 아직 정정한 데다 3세들이 배울 것이 많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국타이어의 3세 경영도 관심이 쏠린다. 조양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타이어 부사장은 업무 권한을 팀장들에게 대폭 위임, 역량을 발휘하게 하는 덕장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차남인 조현범 상무는 치밀한 분석력과 폭넓은 사고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스타일.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이다. ●3세 혼맥 조씨가(家)의 3세 혼맥도 국내 명망가와 혈연으로 잘 엮여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전두환 전 대통령가(家)와 ‘사돈의 사돈’이라는 것과 이명박 서울시장과 사돈이라는 점이다. 또 권노갑 전 의원과도 ‘사돈의 사돈’이다.2세 혼맥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家)와 통혼으로 이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조씨가는 국내 내로라하는 정치 가문과 적지 않은 인연을 맺고 있다. 특히 만우 회장이 일부러 정치권을 기피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이는 매우 뜻밖의 사실이다. 조석래 회장과 송광자(61) 여사는 슬하에 3남을 뒀다. 장남인 조현준(37) 효성 부사장은 2001년 11월 한국제분 이희상 회장의 3녀인 미경(29)씨와 결혼했다. 양가가 서로 안면이 있는 데다 미경씨의 형부가 적극 나서면서 서로 인연을 맺게 됐다. 두 사람은 연애 시절 테니스와 연주회 등을 관람하면서 사랑을 키웠다고 한다. 결혼식은 조 부사장의 모교인 세인트 폴 고교에서 했다. 현재 딸 하나를 두고 있다. 조 부사장의 처가인 이희상가(家)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사돈간이다. 한국제분 이 회장(60)은 부인 정영화(59)씨 사이에 1남 3녀를 뒀다. 장녀인 윤혜(34)씨가 전 전 대통령의 3남인 재만씨와 혼례를 치렀다. 조 부사장과 재만씨는 동서간이다. 차남 조현문(36) 효성 전무는 이부식 전 해운항만청장의 장녀 여진(31)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여진씨는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거쳐 뉴욕 변호사 자격증을 획득한 재원. 노무현 대통령의 영어 통역을 맡다가 지금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에서 일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조 회장과 송 여사가 이어줬다. 시부모와 며느리간 첫 만남은 2001년 6월 한·미 재계회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진씨는 당시 미국 로펌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때로, 한·미 재계회의엔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했다. 연례회의에서 조 회장 부부와 여진씨는 우연히 같은 테이블에 앉아 서로 안면을 트는 사이가 됐다. 인연은 다음해에 또 이어졌다.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 재계회의에 세 사람은 같은 일정을 보내게 됐다. 당시 장남인 조 부사장이 막 결혼을 한 시기여서 주변으로부터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던 송 여사는 이렇게 화답했다고 한다.“아직 두명을 더 보내야 한다.”고. 이후 조 회장은 조 전무에게 여진씨를 소개해줬고, 두 사람은 3개월간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조 회장과 여진씨의 부친인 이 전 청장과는 서로 알고 지내던 지인이었으며, 조 전무의 동생인 조현상 상무와 여진씨의 오빠는 미국 브라운대의 선후배 사이일 정도로 양가는 사돈으로 맺어지기 전부터 가까웠다.3남 조 상무(34)는 아직 미혼이다. 효성가의 방계 3세들의 혼맥도 화려함에서는 빠지지 않는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과 홍문자(64) 여사는 2남2녀를 뒀다. 미국 뉴욕의 FDU대 수학과 교수인 맏딸 희경(39)씨는 연세대 법대 교수인 노정호(43)씨와 혼례를 치렀다. 차녀 희원(38)씨는 재미교포와 결혼했다. 장남 조현식(35) 한국타이어 부사장은 차동완 카이스트 교수의 딸인 진영(28)씨와 인연을 맺었다. 진영씨의 모친은 고 설경동 대한전선 창업주의 차녀인 설영자씨다. 차남 조현범(33) 상무는 2001년 9월 이명박 서울시장의 3녀인 수연(30)씨와 결혼했다. 최근에 보기 드문 정치인과 재벌의 혼사였다. 조욱래(56) 동성개발 회장의 자제는 모두 2남 1녀. 장남인 현강(30)씨는 삼정KPMG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으며, 차남 현우(22)씨는 미국 TUFTS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장녀인 윤경(27)씨는 홍준기 삼공개발 회장의 아들인 석융씨와 혼인했다. 홍 회장의 딸인 지연씨가 권노갑 전 의원의 아들인 정민(35)씨와 결혼해 조씨가는 권 전 의원 가문과 한다리 건너 사돈간이다. ●효성호를 이끄는 전문경영인 이상운(53) ㈜효성 사장은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전문경영인. 경기고와 서울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하고,76년 효성물산에 입사했다. 중동 등에서 ‘섬유수출의 귀재’라는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효성물산 기획실과 시장개척실, 사업개발실 등을 거치며 업무경험을 쌓아왔다. 특히 외환위기 때에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효성그룹의 주력 4개사를 통합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송형진(62) ㈜효성 건설PG장은 건설 경력 35년이 넘는 전문 경영인이다. 건설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가장 강조한다. 특히 사람을 관리하는 팀워크를 중요시해 건설PU장 시절, 사업이 진행중인 현장을 한 번 이상은 방문해 현장 직원들과 어울리곤 했다. 경기고와 한양대 토목공학과를 나왔다. 김재학(57) ㈜효성 중공업 PG장 겸 전력PU장 사장은 기계공학 전공자답게 정확함과 세밀함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경영은 조직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구성원의 조직력 결속을 중시한다. 경기고와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이다. 최병인(44) ㈜효성 정보통신PG장 겸 노틸러스효성㈜ 사장은 효성의 전문경영인(CEO)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리다. 매킨지 컨설턴트 출신이며,2000년 효성에 합류했다.2002년 그룹 정보통신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업체인 효성데이타시스템과 효성컴퓨터를 합병해 노틸러스효성㈜을 출범시켰다. 우신고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를 나왔다. 유효식(58) ㈜효성 지원본부장 부사장은 1974년 동양나이론에 입사한 이후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외환위기 때에는 ‘책임 경영’ 체제 구축을 위해 경영 시스템을 ‘PU체제’로 전환시켰다. 인천고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정윤택(50) ㈜효성 재무본부장 전무는 종합조정실과 재무본부 등에서 근무한 베테랑급 재무 전문가다. 추진력이 탁월하고, 금융 및 산업계의 인적 네트워크가 뛰어나다. 서울 사대부고와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류필구(60)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겸 노틸러스효성㈜ 사장은 95년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의 최고경영자(CEO)에 올라 10년째 경영하는 국내 IT업계 최장수 CEO다. 사장을 비롯한 모든 직원이 고객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현장 경영을 강조한다. 안동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조충환(63) 한국타이어 사장은 샐러리맨 출신으로 말단 사원에서 사장까지 오른 전형적인 전문경영인이다. 조 사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64년 삼성물산에 입사, 도쿄 지사장 등을 거친 ‘상사 수출맨’이다.83년 한국타이어에 입사한 이후 기획과 재무 등을 거친 뒤 97년 12월 한국타이어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golders@seoul.co.kr ■ 바깥활동 활발한 며느리들 효성가(家) 며느리들은 세련되고, 자기 일에 충실한 ‘커리어 우먼’쪽에 가깝다. 경영수업을 쌓고 있지는 않지만 바깥 활동엔 꽤 적극적이다. 흔히 며느리들은 안으로 돌리고, 딸들은 출가외인으로 치부하는 국내 재벌가(家) 문화와 거리가 있다. 딸이 귀한 가문이어서 시아버지를 비롯한 남자들의 여성 후원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조석래 회장의 부인으로 경기여고와 서울대 미대를 나온 송광자(61) 여사는 시어머니로서 며느리들의 사회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여성도 일을 할 수 있을 때 실컷 해야 후회가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심지어 며느리들의 활발한 활동을 위해 보약을 다려줄 정도다. 아들만 있는 송 여사는 며느리가 모두 딸 같다고 한다. 장남인 조현준 부사장의 얘기다.“지난달 제수씨가 북핵 6자회담 때문에 중국 베이징에 출장을 가게 됐는데 어머니께서 열심히 하고, 꼭 좋은 결과를 갖고 오라고 북돋워주더라고요.” 송 여사가 그렇다고 며느리 뒷바라지나 집안 살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적십자사와 종교 활동을 통해 이웃돕기에 나서고 있다. 주한 외국대사 부인들의 모임인 서울 가든클럽에서 봉사 활동도 한다. 또 미대 출신으로 국내 미술계의 발전을 위해 미술관 지원사업이나 일반인에 대한 현대미술 교육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3세 며느리들은 이구동성으로 “시어머니께서 무척 배려를 해주신다.”면서 “일이나 공부 때문에 늦게 귀가하면 어깨도 주물러주고, 저녁도 대신해 때로는 당황스럽고, 몸둘 바를 모를 때가 적지 않다.”고 했다. 송 여사의 이런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인 고 만우 조홍제 회장의 영향이 크다. 당시 재계에서 엘리트였던 만우 회장은 며느리들에게 평생 교육을 강조했다. 예컨대 며느리들에게 앞으로 자가용 시대가 온다며 면허증을 따도록 했으며, 연료로 연탄을 주로 쓰던 시절 차세대 연료인 LPG(액화석유가스)에 관한 공부를 주문하기도 했다. 또 미술을 전공한 맏며느리인 송 여사에겐 신혼 초에 살림만 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전시회를 열어 줄 정도로 미술 공부를 독려하곤 했다. 며느리 건강을 위해 보약을 챙겨주기도 했으며, 훗날 맏며느리가 그림 공부를 그만두자 만우 회장이 이를 가장 애석해했다. 조석래(70) 회장의 맏며느리인 이미경(29·조현준 부사장 부인)씨는 서울대 음악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식품영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대학에서 음악(피아노)을 전공했지만 다른 공부에 대한 욕심이 많은 것 같다.”면서 “이번엔 한국 전통음식을 본격적으로 공부한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다.”고 했다. 둘째 며느리 이여진(31·조현문 전무 부인)씨는 1997년 외무고시,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을 거쳐 현재 국가안전보장회(NSC) 사무처에서 일하고 있다. 조 전무는 “굉장히 적극적이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면서 “자기 절제가 뛰어난 것이 와이프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golders@seoul.co.kr ■ 재주꾼인 3세들 효성가(家)의 3세들은 재주가 다양하다. 취미와 스포츠, 외국어 모두 수준급이다. 공부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딴따라’ 기질도 있어 보인다. 장남 조현준(37) 부사장의 설명은 이렇다.“부친과 조부는 뭐든 하려면 제대로, 일정 수준 이상까지 요구했었습니다. 덕분에 운동도 종목을 바꿔가며 취미 이상으로 실력을 키웠고, 다른 분야도 비슷했었습니다. 특히 외국어는 영어, 일본어는 기본이었고, 제3외국어도 의사소통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조 부사장은 만능 스포츠맨이다. 그는 미국의 세인트 폴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야구부 주장을 맡았다. 미식 축구 대표선수로도 활약했다. 지금은 경영수업 틈틈이 사내 야구팀과 직장인 리그에서 선수로 뛰고 있다. 스키와 스쿼시, 테니스는 선수급 기량이다. 그는 한때 건축학과 교수가 꿈이어서 건축과 미술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이탈리아의 바티칸박물관 복구 작업에 참가한 특이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지금은 한옥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문화재 보호단체인 재단법인 ‘아름지기’의 운영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게이오 대학에서 공부할 때에는 소믈리에(와인감별사) 자격증을 따로 취득할 정도로 와인 전문가이다. 차남 조현문(36) 전무는 음악적 재능이 대단하다. 대학 시절엔 가수 신해철 등을 비롯한 중·고교 동창들과 어울려 보컬그룹 ‘무한궤도’를 결성,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피아노 뿐 아니라 작곡과 가창력도 수준급이다. 그의 곡들은 ‘무한궤도’ 1집에 수록돼 있다. 조 전무는 또 축구 마니아다. 미국 유학 시절에 축구클럽에 가입해 활동했으며, 스키와 테니스 실력은 형인 조 부사장에 못지 않다. 3남 조현상(34) 상무도 스포츠와 음악에 관심이 많다. 그는 미국 브라운 대학에서 축구팀 선수로 활동했으며, 브라운대 아카펠라 그룹에 가입해 밴드 리더로 활동했다. 아카펠라 해외 공연을 추진하기도 했다. 조 상무도 형들과 마찬가지로 ‘공 운동’은 모두 좋아한다. 축구와 스키, 스케이트 등은 한때 교내 대표선수로 활약했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 차장 이종락·이기철·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오늘의 눈] “의원님 공부 좀 하시죠”/박경호 사회부 기자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감 현장. 기자는 안기부·국정원 도청사건, 삼성과 관련된 안기부 X파일 등 굵직한 현안들에 대한 의원들의 송곳같은 질의를 기대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실망뿐이었다. A 의원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국정원 도청사건이었다.“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을 왜 체포해 조사하지 않습니까.”하지만 김 전 차장은 이미 전날 체포된 상태였다.“어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대답한 김 총장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B 의원은 검찰인사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장황한 설명에다 자기 주장까지 편 뒤 따졌으나 “의원님, 그건 법무부 소관”이라는 김 총장의 답변을 들어야 했다. 번지를 잘못 찾은 것이다. C 의원은 질의를 빗대 최근 자신이 고소한 사건의 수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사건을 공정하게 다뤄야 할 검찰에 사건 당사자가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이용,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추상같은 질의 대신 맥만 풀리게 하는 질의는 서울중앙지검에서도 계속됐다.D 의원은 국감에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을 추궁하면서도 누가 누구의 유서를 써준 것인지도 헷갈려 했다. 여러 기관을 짧은 기간에 감사하려다 보면 의원들이 한두가지 실수는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날 일부 의원들의 질의행태는 피감기관의 업무에 대한 이해도 부족에다 자신의 신분을 잊은 것이나 다름없어 아쉽기 그지없었다. 이러니 “우리는 하루만 버티면 된다.”던 검찰간부의 독백이 나온 게 아닌가 싶다. 물론 검찰 행태도 이런 의원들 못지않게 국감현장을 맥빠지게 한다. 국민들이 궁금해 할 만한 문제가 나오면 ‘수사중’이라며 답변을 얼버무리는 태도는 시정돼야 한다. 하지만 법사위 국감을 지켜본 기자로서는 이런 검찰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탓하기에 앞서 국민의 효자손이 되어야 할 ‘존경하는 의원님’들이 좀 더 공부하는 자세를 가지길 기대해본다. 박경호 사회부 기자 kh4right@seoul.co.kr
  • [감독 한마디]

    ■ 이호준 부상투혼 빛나 ●승장 조범현 SK 감독 5차전 선발은 채병용이다. 프로선수는 몸이 재산인데, 이호준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간판선수로서 너무나 잘해 줬다. 경기 전 면담에서 선발로 뛰겠다는 의사가 강해서 그의 뜻을 존중해 줬다. 내일도 오늘처럼 우리 선수들을 믿고 최선을 다해 반드시 승리하겠다. ■ 야수들 수비 아쉽다 ●패장 김인식 한화 감독 5차전 선발은 송진우다. 문동환은 나름대로 잘 던졌지만, 야수들의 수비가 받쳐주지 못했다. 반면 SK 투수들의 공이 워낙 좋아 번번이 공격의 맥이 끊겼다. 사실상 완패다. 김태균이 아직 어려 상대 유인구에 계속 말리는 게 조금 아쉽다. 내일은 마지막인 만큼 모든 투수를 다 쏟아붓겠다.
  • [임해리의 色色남녀] 너나 잘하세요

    햇과일이 나오고 가로수 은행잎들이 조금씩 물들어 가는 요즘 내 주변의 남자들도 가슴에 단풍물이 드는지 계절병을 앓는 것 같다. 아내가 있어도 외롭고, 누구는 아는 여자조차 없어 외롭다고 타령을 한다. 그러면 남편 때문에 외롭고 남친도 없는 여자들은 어떨까? 그녀들이 공통적으로 앓고 있는 병은 성욕감퇴로 보인다. 유부녀들은 흥분장애와 오르가슴 장애가 대부분이고 섹스경험이 거의 없는 무부녀(無夫女)들은 성욕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성욕구 장애를 갖고 있다. 그런데 성욕구 장애를 병으로 인식하지 않고 성에 관한 자신의 선택이라고 강변할 정도가 되면 상태는 심각하다고 여겨진다. 재미있는 사실은 어느 자리에서 섹스가 화제가 되면 유부녀들은 진지하게 경청하는 분위기인 반면 성욕구 장애를 가진 여자는 회피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유부녀의 성욕감퇴는 상대 남편의 책임이 본인보다는 더 큰 것 같다. 왜냐하면 여성의 신체적 구조와 심리적 메커니즘이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시각적으로 예민한 남자들이 쭉쭉빵빵이를 보고 하반신에 전기가 오를지는 몰라도 여자들의 반응은 다르다. 멋진 남자는 잠시 눈을 즐겁게 할 뿐이다. 그런데 예외적인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남편과 성생활이 명절 뒤에 먹는 빈대떡처럼, 혹은 밥통에서 며칠 묵은 밥처럼 되었을 때, 그녀는 묘하게도 남편과 전혀 다른 타입의 남자에게 눈을 반짝이기 마련이다.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면 권태롭고 짜증나는 부부생활의 이유가 비슷하다.(1) 아내의 감정과 컨디션은 무시하고 자신의 욕망에 몰두해 세수와 양치질도 안한 상태로 돌진해올 때 사는 게 지겹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2) 짐승처럼 육탄공격을 하면서 제대로 ‘야수’ 노릇도 못하고 맥 없이 제 볼일만 보고 쓰러져 코 골며 자는 순간, 아내의 마음은 착잡해지고 몸은 찌뿌드드해진다고 한다.(3) 영화나 비디오의 주인공은 부드러운 키스와 애무도 잘해주고 달콤한 말로 사랑한다는 말도 잘 하던데 남편이란 작자는 어쩌다, 그것도 술에 떡이 돼 와서는 장돌뱅이 장터국밥 말아먹듯 후다닥 뚝딱 해치우니 꼭지가 돈다는 것이다. 언젠가 내 친구가 남편에게 사랑하느냐고 물었더니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사랑 타령을 하느냐고 핀잔을 줘서 ‘하다’ 말고 싸웠다고 한다.(4) 남편과 섹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어도 이상한 오해를 받을까봐 냉가슴만 앓고 있는 것이다.10년이 넘도록 한 번도 그런 대화를 한 적이 없고 자칫하면 남편의 열등감에 자극 줄까봐 입도 벙긋 못한다고 한다. 자기네는 오로지 ‘정상위’ 한가지로 버텼다는 것이다. 그거라도 잘하면 좋으련만….(5) 아직까지도 아내가 언제 월경을 하는지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늘 자신의 세계에만 몰두해 있으면서 아내가 여자라는 사실은 잊고 그냥 한 지붕 밑에 사는 동거인 취급을 하는 것 같아 결혼에 대한 회의가 인다고 한다. 내 후배나 친구들 중에도 섹스리스(sexless)로 사는 여자가 있다. 그녀 자신은 다른 데서 삶의 가치를 찾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것은 인생의 중요한 과제를 유기하는 것이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부부간의 성문제가 이혼의 중요한 이유가 되는 이상 무작정 덮어두고 곪게 방치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성칼럼니스트 sung6023@kornet.net
  • ‘병신춤’ 5년만에 무대 다시선다

    ‘병신춤’‘욕쟁이 할머니’ 등으로 잘 알려진 공옥진(74)여사가 병마의 고통을 딛고 무대에 다시 선다. 그는 전통적인 소리에 춤·재담·몸짓을 더한 창무극의 창시자이다. 무대에 오르면 보는 이를 웃게도, 울게도 만드는 타고난 광대이다. 뒤틀린 몸짓과 춤사위로 서민의 한을 달래왔던 그는 지난 1998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가 1년여 만에 해외 및 금강산 선상공연에 나서는 등 재기한 듯했다. 그러나 그 후부터 기력이 쇠약해진 탓에 고향에서 장기간 칩거하다가 최근 활동 재개에 나섰다. 광주 북구문화의집(상임위원 전고필)은 5일 오후 7시 북구 문흥동 근린공원에서 1인 창무극의 명인 공옥진 여사 초청 무대를 마련한다. 전고필(39) 상임위원은 “공선생이 몸이 불편한데도 초청에 쾌히 응했다.”며 “그의 춤을 주민들에게 선사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공 여사는 이 날 1시간30분 동안 심청가·병신춤·동물춤 등을 종합한 ‘1인 창극’을 펼칠 예정이다. 그의 창무극은 미국·영국·일본 등지의 세계적 무대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아직 문화재 기능 보유자로 지정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전수 조교’를 둘 수 없게 돼 그의 예술혼의 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전남도는 2003년 공 여사의 ‘1인 창무극’에 대한 지방무형문화재 지정을 추진했으나 논란 끝에 부결됐다.“공 여사가 당대에 춤을 즉흥적으로 창조했고, 마땅한 장르로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 반대 논리였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춤의)가치는 인정하지만 지정 근거가 미약하다.”며 “국가지정 무형문화재가 되려면 최소 3∼4대에 이르는 계보가 필요한데 1960년대 만들어진 창무극(신무용)은 최우선 조건인 시기성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은 다만, 공씨의 춤이 동편제에 속하고 우수한 기량을 들어 전남도 지정 문화재로 추천하는 한편 기록을 남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광주 최치봉 박승기기자 cbchoi@seoul.co.kr
  • [統獨 15주년, 빛과 그림자] (상) 베를린 현지 르포

    [統獨 15주년, 빛과 그림자] (상) 베를린 현지 르포

    수도 베를린을 비롯해 독일 전역에서는 지난 3일 크고 작은 통독 15주년 행사가 열렸다. 그러나 분위기는 지난 1990년 10월3일 당시 총리로서 통일의 주역을 맡았던 헬무트 콜의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하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독일이 분단의 역사에 종말을 고한 첫 해의 행복감은 사라진 지 오래다. 대신 옛 동독 지역 주민들 사이에 자괴감과 실망감이 팽배하고 심지어 이전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현실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도 어느덧 통일 15주년을 맞은 독일을 찾아 통일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봤다. |베를린·포츠담 함혜리특파원|통독 기념일인 3일 베를린 시내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는 거대한 축제가 열렸다. 록밴드가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고,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나들이 나온 시민과 관광객들 때문에 발걸음을 옮기기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언제 분단시절이 있었느냐는 듯 축제 분위기에 도취해 있는 젊은이들 사이로 간간이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도 눈에 띈다. 소시지와 감자·버섯 등을 안주 삼아 맥주잔을 앞에 놓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흥겹다. ●통일의 두 얼굴 전날 방문했던 베를린 인근 포츠담시의 축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포츠담시는 베를린을 둘러싸고 있는 브란덴부르크주의 주도로 동독에 속해 있던 지역이다. 연방주가 돌아가면서 통독 기념행사를 주관하는데 올해는 마침 브란덴부르크주가 주관했다. 포츠담 시내 중심부의 루스트 가르텐(즐거움의 정원)에서는 ‘미래가 자란다-통일 15주년’이라는 주제로 곳곳에 설치된 가설무대에서 콘서트, 메이크업쇼, 헤어쇼 등 각종 축하행사가 열렸다. 가족·친구들과 어울려 나들이 나와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시민들의 표정은 그러나 그다지 밝지 않았다. 맥주잔을 앞에 놓고 앉아 공연을 감상하고 있던 클로프트 부부에게 지금의 생활이 행복한지 물었다.50세 정도 돼 보이는 클로프트가 오른손을 들어 좌우로 흔들어 보인다. 그저 그렇다는 뜻이다. 통일된 후 다니던 공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은 그는 아직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연금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90년 6.4%였던 동독 지역의 실업률은 2004년 19.5%로 치솟았다. 서독 지역(8.9%)의 두 배 이상이다. 브란덴부르크주의 경우에는 공식적인 실업률이 25%에 달하고 실제 실업률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18살 된 딸 카트린과 축제를 보러 나온 마리아는 “여행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좋은 가전제품을 갖추게 된 지금의 생활이 행복하기도 하지만 과거가 그립기도 하다.”고 말했다. ●멈춰 버린 경제성장 외형상 통일은 독일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이 틀림없다. 옛 동독 지역 사람들의 생활 수준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졌다. 동독 지역의 개인소득은 서독 지역의 83%까지 올라가 1991년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졌다. 주거비용과 공공요금까지 감안하면 87%에 육박한다. 통일은 또 동·서독인 모두에게 ‘반쪽 독일인’이라는 문화적·심리적 콤플렉스를 완전 해소시켰다. 동독 지역의 환경은 개선됐고 인프라도 많이 구축됐다. 법체제도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대학과 문화재도 복원됐다. 하지만 내면으로 들어가면 사정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이같은 생활수준의 향상은 동독 지역 사람들이 스스로 일을 해서 성취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서독의 동독에 대한 재정이전 덕분이다. 독일 정부는 통일이 이뤄진 1990년 이후 무려 1조 2400억유로(약 1550조원)를 옛 동독 지역에 쏟아부었다.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4%에 해당하는 850억유로가 투입된 셈이다. “문제는 투자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고,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동독 지역의 성장이 멈췄다는 것”이라고 유력지 디벨트의 우베 뮐러 기자는 분석했다. 통일 직후인 1991년부터 1996년까지 동독 지역은 서독 지역보다 높은 경제성장을 보였다. 동독의 1인당 GDP는 1991년 서독 지역의 42.3%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1996년 67.8%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성장을 멈춰 버렸다.2004년의 경우 1인당 GDP는 서독의 67.2%에 해당한다. 동독 지역의 민간경제가 너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독일 전체의 상장기업 가치가 21조유로인데 이 가운데 동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0.1%(14억유로)에 불과하다. 연매출 500만유로 이상인 기업 중 11.2%만이 동독 지역에 소재해 있다. ●인구이동 심화 통독 이후 동독의 인구는 140만명이 줄었다. 이중 60%가 동독에서 서쪽으로 이동한 사람들이다. 특히 일할 능력을 가진 젊은 층의 이주비율이 높다.IWH연구소에 따르면 1991년 이후 동독 지역의 노동가능인구(15∼65세)가 110만명 줄었다.2004년 동독을 떠난 사람 중 54%가 18∼30세의 청년층이다. 독일 정부는 지금까지 1600억유로를 사회간접자본 확충, 주택건설 등 인프라 구축에 투입했지만 투자효과는 미미하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는 “라이프치히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에 늘어선 대부분의 건물이 텅 비어 있는 것만 봐도 문제의 심각성을 쉽게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건물이 낡아서가 아니다. 대부분 새로 지어지거나 증축된 건물이지만 인구가 줄어들고 일자리도 없어지면서 사람들이 떠나간 탓이다. 동독지역에는 비어 있는 주택만 100만여가구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5년간은 인구이동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와 낮은 출생률까지 겹쳐 2020년에 인구는 현재보다 11%가 줄어들고, 노동가능인구는 22%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에 대한 향수 독일 정부는 동독 지원금 부담으로 재정상황이 유럽연합(EU)의 재정 안정화 조약을 위반할 정도로 악화됐다.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었지만 생산성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낮은 경제성장, 높은 사회보장 비용 때문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만들어 버리고 독일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통일 이후 독일 정부의 동독 경제 통합 노력이 성과를 보이지 않음으로써 정치적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일방적인 원조에 ‘중독’된 동독 주민들은 높은 실업률과 경제난을 정치권 탓으로 돌리며 기존 정치권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동독 지역 주민들이 막다른 골목에서 헤어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 차기 총리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lotus@seoul.co.kr ■ 동독지역 주민 슐츠 “기존 일자리 90%가 사라져 월급 없지만 연금이 더 많아” |베를린 함혜리특파원|“감격의 눈물이 복받쳐 올라 참을 수 없었다. 밤에 친구들을 모두 깨우고 우리 집에 모여 소중한 날 마시려고 지하창고에 간직했던 포도주를 따서 축배를 들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1일 저녁 옛 동독 지역의 알렉산더 광장 한 모퉁이에 있는 자그마한 맥주집. 아돌프 슐츠(65)는 통독 당시를 회상하며 다시 한번 눈물을 그렁거렸다. 기자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아 있는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하자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던 그는 “한국 국민도 빨리 통일의 감격을 맛보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슐츠는 베를린 지역의 일간지 베를리너 자이퉁의 납활자 식자공으로 일했다. ▶독일이 통일된 뒤 피부로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일자리가 없어진 것이었다. 동독은 실업이 없었다. 기존의 일터가 90% 이상 사라졌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동독 시절에는 당원이 되고, 당에서 정해 주는 곳에서 일을 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어떻게 일을 찾아야 할지 몰랐다. ▶긍정적인 측면의 변화를 꼽는다면. -무엇보다 표현과 이동의 자유를 얻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아무 곳이나 마음대로 여행할 수 없었고 곳곳에 경찰이 있고 당원이 있어서 말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당에 부정적인 얘기를 하면 곧바로 강등되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 가야 했다. ▶물가가 많이 올라서 힘들지 않나. -빵이나 맥주 같은 기본 생필품은 예전이 물론 더 쌌다. 하지만 쓸 만한 가전제품이나 고급품의 경우 구입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예전에 동독산 자동차 한 대를 사려면 13년을 기다려야 했다. 웬만한 것도 신청하고 나서 6개월을 기다리는 것이 기본이었다. 지금은 그런 문제가 없다. ▶지금 생활에 만족하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예전이 좋았던 것도 많다. 교육 시스템은 나라 전체가 동일했기 때문에 학교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도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주마다 시스템이 달라졌다. 동독에서는 모든 직장에 보육시설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여성들이 일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었다. 게다가 모두 무료였다. 아이들은 무사히 잘 자랐지만 지금은 아이들 키우기가 힘들다. 마약이나 부랑자들로 인한 범죄도 없었다. ▶그렇다면 과거 체제로 돌아가기를 원하나. -결코 아니다. 자유가 있는 지금이 좋다. 생활도 솔직히 많이 좋아졌다. 과거에 노동으로 벌었던 월급보다 지금 받고 있는 연금이 많다. lotus@seoul.co.kr
  • [어제는 한길 오늘은 딴길](6)김충환 vs 심상정

    [어제는 한길 오늘은 딴길](6)김충환 vs 심상정

    서울대 독서토론회 ‘청넝쿨’에서 태동한 연합서클 ‘대학문화연구회’(대문)의 진화(?)과정은 우리 학생운동사의 한 단면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그 속에는 자연발생적이고 리버럴한 분위기에서 만들어진 독서토론회가 차츰 목적의식적이고 사회변혁운동을 지향하는 집단으로 탈바꿈하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갈등과 몸부림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과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의 만남과 헤어짐, 재회라는 인연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만남:독서회 선후배로 조우 정치학과 73학번인 김 의원이 사회복지학과 동기 성경륭(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함께 만든 독서토론회 ‘대문’에 역사교육과 심 의원이 78년 가입했다. 당시 대학원 2년생이었던 김 의원은 신입생 심상정을 이렇게 기억한다.“얼굴이 귀엽고 인상이 좋았어요. 붙임성도 있어 선배들을 잘 따랐죠.” 심 의원은 ‘독서회 원로’인 김 의원에 대해 “서클 미팅 때 1기 선배로서 참석하곤 했는데 세련되고 원숙한 모습이었습니다.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장래가 촉망되는 이미지였죠. 노선 갈등을 겪는 순간에도 ‘다양성’을 강조하며 통합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헤어짐:행정고시 vs 노동운동 79년을 고비로 ‘대문’은 노선투쟁에 휘말린다. 심 의원과 국사학과 동기 최민(옛 제헌의회그룹 중앙위원) 등이 중심이 된 78학번 후배들이 ‘대문’ 선배들의 나이브한 자세를 비판하면서 지식인으로서 사회변혁에 앞장설 것을 주장한 것. 독서, 폭넓은 사고 등 ‘교양’을 강조한 선배들에 맞서 마르크스·레닌주의 등 ‘운동성’을 강조한 후배들은 ‘대문’ 풍토를 바꾸었다. 결국 ‘대문’은 사회주의노동자동맹을 이끈 백태웅, 총학생회장을 지낸 김민석 전 국회의원 등 ‘참여파 후배’들로 맥을 이어갔다. 여학생회를 세우며 학생운동에 몸을 담던 심 의원은 80년 말 노동현장으로 ‘존재 이전’을 감행했다.‘대동전자’ ‘남성전기’ 등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관념이 아닌, 실제 ‘블루 칼라’로 거듭난다. 이후 85년 구로 동맹파업, 서울노동운동연합 결성,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발족 등에 큰 역할을 하면서 정통 노동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1984년부터 10년간 수배를 받았던 심 의원은 “구로동맹파업 당시 전태일기념사업회에서 일하고 있는데 텔레비전 화면에서 ‘1계급 특진에 500만원 포상금’이 걸린 제 얼굴을 봤습니다.”라며 “국가보안법·쟁의조정법 등 9가지 죄목이 걸려 있더군요.”라고 회고한다. 반면 김 의원은 78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6년 동안 소비자 보호 운동에 몸담았다.‘소비자 보고서’ 잡지를 발행하고 부정기업 조사, 불매운동 등을 추진했다. 이후 정통 관료 코스를 밟다가 지자체 선거 1·2·3기에서 서울 강동구청장을 역임했다. 딴 길을 걸은 두 사람은 ‘대문’ 정기 모임에서 간헐적으로 만났지만 데면데면한 관계였다. 김 의원은 “상정이의 말수가 많이 줄었더라고요. 확고한 신념에 따라 금속노조 사무총장 등 노동운동에 온 몸을 던져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기특하면서도 존경심마저 들더라고요.” 심 의원은 “정기모임을 통해 ‘대문’ 식구들의 안부를 확인하곤 했는데 아마 제가 가장 ‘변종’이었을 겁니다. 그래도 김 선배는 이념적 성향을 가리지 않고 많은 후배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갖고 늘 격려했습니다.” ●재회:17대 국회에 정계 입문 비록 삶의 한 길목에서 주류와 비주류로 갈라섰지만 두 사람은 그 속에서 정통 코스를 밟아오다가 17대 국회 초선의원으로 조우했다. 김 의원은 첫해 당 지방자치특위 위원장을 맡아 행정중심복합도시 등 굵직한 사안에서 당론의 틀을 세웠다. 올해 정기국회부터는 문화관광위로 옮겨 맹활약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의원단 수석부대표인 심 의원은 당의 ‘얼굴’ 노릇을 하면서 경제 관련 토론회에 단골로 참석했다. 최근 두 사람은 북한을 앞다퉈 방문하기도 했다. 2년째 접어든 의정활동을 놓고 선배는 후배에게 “소수인 민노당에서 여러가지 일을 맡아서 눈부시게 활동한다.”라고 덕담을 건네면서도 “계속 정치활동을 하려면 끊임없이 공부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후배는 선배에게 “비록 세계관이나 실천공간은 달라졌지만 강동구청장 3선이라는 풍부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활발한 의정활동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비친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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