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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농산물 지키기’ 협상 판 깼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지난 23∼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6개국 각료회의가 결렬된 뒤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이 즉각 협상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지난해 말에서 올해까지로 연기된 DDA 협상 시한은 다시 지키기 어렵게 됐다. ●코너에 몰린 미국이 협상을 깨뜨려 이번 각료회의에선 미국과 EU가 농산물 국내보조금 감축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미국은 EU의 보조금이 가장 많은 만큼 기존의 75%까지 보조금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EU는 70%로 맞섰다. 반면 EU는 미국에 60% 감축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53%만 제시했다. 농산물 관세 감축의 경우 EU는 지난해까지는 39%를 고수했으나 이번에는 이보다 높은 51%를 제시했다. 이는 농산물 수출개도국(G20)이 요구한 54% 감축에 근접한 것으로,EU는 상당 수준 양보한 셈이다. 하지만 호주는 EU와 미국에 더 높은 비율의 관세와 보조금 감축을 요구했다. 결국 EU와 호주 등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미국은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갔다. 미국은 특히 “개도국에 민감·특별품목 등을 예외로 인정해 주는 것은 관세 감축을 통한 무역자유화에 허점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타래처럼 꼬인 이해관계 때문에 합의점 찾지 못해 이번 회의는 선진국과 개도국,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 등을 대표한 6개국만 모였는데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게다가 14시간 동안 격론을 벌였음에도 당초 논의하기로 했던 비농산물(공산품) 관세감축 문제는 한마디도 꺼내지 못해 협상의 어려움을 더했다. 이 때문에 라미 사무총장은 전체 회원국을 상대로 소집한 ‘긴급 무역협상위원회’에서 “6개국이 서로의 탓만 하고 있어 입장을 정리할 시간과 신축성이 필요하다.”면서 “협상의 진전 여부는 회원국들의 손에 달렸다.”고 밝혔다. 농림부 관계자는 “DDA 협상은 149개국의 이해 관계가 복잡한 데다 관세 감축 이외에도 관세 상한선 설정과 관세 구간의 범위 등을 놓고 의견차가 커 당분간은 협상 재개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협상 결렬이 아니라 중단이기 때문에 각국의 기존 입장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8월까지 선진국들은 휴가철이다. 또한 라미 사무총장이 회원국에 책임이 있다고 말해 중재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 미국이 물밑 접촉을 시사했으나 현실적으로 연내 ‘세부원칙’ 타결은 물건너 갔다는 지적이다. 또한 내년 7월에는 미 부시 행정부의 신속협상권한(TPA)이 끝난다. 이 때문에 협상 일정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DDA 전체 협상이 타결될 공산이 적다. 지난 2001년 9월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한 DDA 협상은 지난해 말까지 세부원칙을 타결하고 올해 각국이 이행계획서를 제출, 올해까지 전체 협상을 끝낸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2003년 멕시코 칸쿤 각료회의가 결렬됐고, 지난해 홍콩 각료회의에서도 세부원칙을 이끌어내지 못해 지난 4월과 6월로 시한이 늦춰졌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도하라운드(DDA)란 도하라운드는 2001년 11월14일 카타르 도하 각료회의에서 합의된 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다자간 무역협상을 뜻한다. 우루과이라운드(UR)의 맥을 잇는다. 무역장벽을 낮춰 세계 가난한 국가에 혜택을 주자는 뜻에서 ‘개발’ 라운드로도 불렸다. DDA 협상은 농수산과 공산품 분야, 서비스업으로 나눠 개별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농업의 경우 ▲관세감축과 개도국 지위 등의 시장접근분야 ▲국내 보조금 분야 ▲식량원조 규제 등으로 이뤄졌다. ■ 협상일지 ▲2001.11 카타르 도하서 출범 ▲2003.9 멕시코 칸쿤각료회담 개도국 대표들 협상장 퇴장으로 결렬 ▲2004.7 제네바서 협상 재출범 ▲2005.7 글렌이글스 G8회담서 도하라운드 타결 의지 천명 ▲2005.10 미국, 농업보조금 문제 첫 제안,EU 관세인하 대응안 제시 ▲2005.12 홍콩 각료회담 진전없이 종료 ▲2006.7.16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G8 정상회담서 협상 타결의지 재천명 ▲2005.7.24 G6각료회의서 협상 결렬
  • ‘서울출판예비학교’ 26명 첫 배출

    ‘서울출판예비학교’ 26명 첫 배출

    “나 떨고 있니?”출판계에 소문이 퍼졌다.“웬만큼 이 바닥에서 굴렀다는 사람보다 한국어 실력이 더 낫다더라.”,“영어나 중국어, 일본어도 잘해서 번역에 문제 없다더라.”이런 소문을 몰고 온 출판계의 젊은 피, 서울출판예비학교 1기생들이 7월부터 드디어 현업에 투입됐다.6개월간의 담금질 끝에 배출된 졸업생 26명이 그들이다. 좋은 책에는 필자뿐 아니라 ‘제대로 된 편집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출판시장의 영세함 때문에 공채제도가 없어서다. 그러다 보니 출판계 지망생들은 방법을 몰라서, 출판사는 한창 현장에서 뛸 2∼3년차 직원들을 구하지 못해 애태웠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것이 바로 서울출판예비학교.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사진 강성남·정연호기자 ■ ‘서울출판예비학교’ 어떤곳 ‘서울출판예비학교’란 노동부로부터 3억원을 지원받아 176개 출판사가 만든 ‘중소기업 직업훈련 컨소시엄’이다. 민음사·김영사·창비 등 국내 주요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가 만들었다. 수강생들은 ‘교육훈련생’ 자격이기 때문에 월 30만원과 점심 식비를 받는다. 배우는데다 웃돈까지 얹어준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하루 6시간씩 주5일간 교육의 강행군이다. 지금 당장 내놔도 책 한권 뚝딱 만들 수 있는 편집자를 내놓겠다는 게 목표이다 보니 교육은 철저하게 실습 위주다. 물론 매번 실습 때마다 냉정한 평가가 뒤따른다.5개팀으로 나뉜 이번 교육생들은 팀별로 책 1권씩을 만들었고, 또 공동으로 참가한 ‘서양문명의 힘-기독교’는 정식 출간을 앞두고 있다. 출판인회의는 1기의 성공에 고무돼 있다. 그래서 내년 과정은 더 세밀화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론과 실무 수업의 비율이나 순서 등에서 드러난 시행착오를 보완하고, 지금보다 선발인원을 좀더 줄이는 대신 상·하반기 두차례로 나눠 뽑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더 세부적인 교육을 위해서다. 출판예비학교의 목표는 하나 더 있다. 출판인회의 사무국 노승현 팀장은 ““예비학교 졸업생들은 어쨌든 ‘기수’가 있기 때문에 이들끼리 뭉치면 출판계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 1기 졸업생들 사이에서 소소한 모임이나 스터디가 만들어진다고 하니 일단 성공이다. ■ 새내기 ‘세계사’ 이소영씨 교육을 마치고 ‘세계사’에 취직한 이소영(25)씨는 자신을 ‘운 좋은 여자’로 표현한다. 이씨의 대학전공은 ‘항공우주’다. 어릴 적부터 편집을 꿈꿨다지만, 그동안 ‘공순이’로 살아왔기에 방법을 찾지 못했다.“친구가 출판사에 들어가는 걸 보고 어렵게 용기를 냈는데, 출판쪽은 모집공고가 나오는 게 아니니까 알아볼 곳도 없고, 정말 답답했어요.”이런 저런 출판 관련 동호회니 모임이니 하는 곳에 기웃거리기도 하고 혼자 끙끙 준비했지만 맥풀릴 수밖에. 그러다 우연히 출판예비학교 소식을 듣고 들어갔는데 역시나 충격이었다.“모두들 ‘오라’가 넘치는 게 제일 당황스러웠어요.” 동기생들은 평소 인문학이나 출판쪽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이었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정말 매일매일이 부끄러웠어요. 같은 팀 (신)두영 언니한테 충고도 듣고 이런 책은 좀 읽으라고 면박도 듣고…. 아는 게 없으니까 처음에서 끝까지 일일이 다 물어봤거든요.” 그 덕에 성과는 있었다.“그래도 막판 교정·교열 시험 때는 2등을 해서 조금은 잘난 척할 수 있었어요.” 고민도 없진 않았다. 취업은 걱정하지 않았다. 이씨는 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인정받아 교육 중간에 일찌감치 채용이 결정됐다.“출판 현업에서 뛰시는 교수님들이 적성을 보고 적당한 출판사를 추천해주시고, 세심하게 상담해주니까 별 문제는 없었는데, 대우가 문제였죠.” ‘월80만원’ 준다는 얘기까지 들렸다.‘어쨌든 좋아하는 일을 하자.’며 스스로를 다독일 수밖에. “그래도 고마운 건 교수님들이 ‘일정 수준 이상 대우 안해주면 안 보내겠다.’면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생각보다는 후한 보수’를 받게 됐단다.“길을 몰라 걱정되시더라도 힘 내시고, 또 언젠가 내놓을 제 책도 기대해주세요.” ■ 재교육 받은 ‘북21’ 이용우씨 ‘북21’에 들어간 이용우(35)씨는 이미 출판 경험이 있다. 대중음악평론가로서 일간지에 기고도 하고, 한국 대중음악을 다룬 책도 몇권 냈다. 또 대중음악 웹진의 편집위원도 했다. 어깨너머로라도 출판쪽 일을 접해볼 기회가 있었다.“술자리에서 농담처럼 ‘나도 출판사나 해볼까.’하다가 출판예비학교 소식을 듣고는 지원했죠. 처음이라 그나마 경쟁률이 낮을 때 들어와서 다행이에요.” “얼추 따져보니까 대학 1년 과정보다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과정이더라고요.” 처음에는 빡빡한 일정 때문에 고생했지만, 무엇보다 ‘편집자’를 재발견하는 수확은 있었다.“흔히 생각하듯 저도 필진 선정하고 교정교열하는 수준으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해보니 ‘제2의 저자’라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편집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 거죠.” 원고의 수준이란 게 워낙 천차만별이라서다. “동기들 중에는 ‘저자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는 사람도 있어요.” 교육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은 든든한 지도교수들. 선발·교육·취업에 이르기까지 출판예비학교가 신경을 써주니 거의 ‘원스톱 서비스’다. “거기다 AS까지 해주신다던데요. 현업에서 어려움 겪으면 언제든지 전화달라고 그러시더라고요.” 그가 북21에서 담당하게 된 분야는 ‘21세기북스’의 경제·경영서적 분야.‘전공’이랄 수 있는 대중문화쪽과는 어울려보이지 않는다. “대중문화나 예술·인문쪽이 낫다고는 할 수 있는데, 어쨌든 경제·경영파트가 지금 제일 잘 팔리는 쪽이니까 이쪽에서 출판의 ‘실제’를 한번 겪어보고 싶습니다.” 잘 팔리면서도 가치있는 책을 꼭 내보고 싶다는 게 이씨의 소망이다.
  • [세이프 코리아] 응급처치법 알면 휴가철 안전 ‘OK’

    [세이프 코리아] 응급처치법 알면 휴가철 안전 ‘OK’

    휴가철이다. 수많은 인파가 산으로 바다로 몰리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응급사고도 발생한다.‘설마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응급사고의 희생자나 방관자가 될 수 있다. 특히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 등 신속한 응급처치는 목숨을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하다. 이 때문에 응급처치 요령만 익혀도 휴가철 ‘안전 지킴이’가 될 수 있다. ●초기 5분이 ‘생사의 기로’ 소방방재청과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응급환자를 발견한 일반 시민이 응급조치를 시행하는 비율은 3%대에 그치고 있다.30%대에 이르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10분의1 수준이다. 서울 종로소방서 양은정(34) 구급대원은 “환자를 발견한 시민들이 119에 신고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환자가 숨을 쉴 수 있도록 기도 유지만 해줘도 사망 위험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심장마비나 호흡곤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응급처치가 얼마나 신속하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생존율에 엄청난 차이가 생긴다. 심장은 일반적으로 30분 정도는 피가 흐르지 않아도 회생 가능하지만, 뇌는 5분 이상 산소 공급이 안 되면 손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종로소방서는 최근 심장마비로 쓰러진 60대 노인이 있다는 시민의 제보를 받고 출동했으나, 구급대원들이 도착하기까지 5분 남짓 현장을 둘러싼 수많은 시민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 노인은 사고 후유증으로 병원 중환자실에서 한달 가까이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심장이 멈춘 뒤 3분 이내에 인공호흡이나 심장 마사지를 하면 다시 살아날 확률이 75% 이상”이라면서 “또 6분 이내에 응급조치를 취해야 사망을 막을 수 있으며, 이 시간이 넘으면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진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응급처치가 이뤄질 때 성숙한 시민의식도 필요하다. 양 대원은 “환자 주변 시민들이 응급처치에 필요한 1∼3분도 못 참고 ‘빨리 이송하라.’는 등의 불평불만부터 늘어놓는 경우가 상당수”라면서 “이는 초기 응급처치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응급환자의 ‘수호천사’ 되는 법 응급처치 요령을 알아두면 위급한 상황에서 환자를 살려내거나 자신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 우선 환자를 발견하면 즉각 119에 신고하고, 환자의 턱을 들어 고개가 뒤로 젖혀지도록 한 뒤 입을 벌리도록 해 기도를 확보해야 한다. 이어 맥박은 뛰지만 숨을 쉬지 않을 경우 인공호흡이 필요하다. 맥박은 손가락을 환자의 목젖에서 옆으로 더듬어가다 보면 목근육 앞쪽에서 느낄 수 있다. 인공호흡은 환자의 코를 막고 성인은 1.5∼2초, 어린이는 1∼1.5초 동안 입으로 공기를 불어 넣어준다. 입을 떼어 환자의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지 확인한 뒤 코를 놓아 공기가 배출되게 한다. 맥박이 없으면 심장 마사지를 해야 한다. 압박 위치는 좌·우 갈비뼈가 만나는 곳에서 손가락 두개 너비만큼 위쪽이다. 팔은 꼿꼿이 편 채 손바닥을 압박 부위에 대고 다른 한 손으로 깍지를 낀 뒤 1초당 한 차례씩 눌러준다. 심장 마사지는 혼자일 때는 심장압박 15회마다 인공호흡 2회,2명이 할 수 있으면 심장압박 5회에 인공호흡 1회가 적당하다. 영아는 양쪽 젖꼭지가 만나는 선의 중심에 중지와 약지 등 2개의 손가락을, 어린이는 손꿈치를 각각 이용해 심장압박 5회에 인공호흡 1회를 반복 시행한다. 아울러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릴 때 ▲가슴 한가운데나 왼쪽이 아프거나 조여올 때 ▲가슴 통증이 왼쪽 어깨 방향으로 뻗칠 때 등은 심장의 이상 징후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칫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기침을 세게 해야 한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심호흡은 체내에 산소를 공급하고, 기침은 심폐소생술처럼 심장을 압박해 혈액 순환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면서 “전국 소방서를 방문하면 다양한 응급처치 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휴가철 상황별 응급대처법 휴가철에는 급작스럽게 닥치는 사고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으로 골절이나 탈구 환자가 발생하기도 쉽다. 이 때 환자를 함부로 옮겨서는 안 된다. 경추(목뼈)가 손상돼 사지 또는 하반신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종이상자나 나무를 이용해 머리와 목이 움직이지 않게 고정시킨 뒤 다친 부분을 심장보다 약간 높게 유지해줘야 한다. 높은 기온과 강한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다 보면 체내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의식장애와 근육경련, 메스꺼움 등 열사병 증세가 생길 수 있다. 이럴 땐 환자를 그늘이나 시원한 장소로 옮긴 뒤 몸을 조이는 옷은 느슨하게 풀어준다. 뒷머리는 땅에 붙이고 턱을 약간 들어준 뒤 미지근한 물을 몸에 뿌리면 열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과도한 햇빛은 화상을 유발한다. 화상에는 차가운 물로 하루 3∼4차례 20분씩 찜질을 하는 것이 좋다. 비누나 샴푸는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또 독사에게 물렸을 때 환자가 움직이면 독이 빨리 퍼질 수 있다. 상처 부위를 씻어내고, 심장에 가까운 곳의 정맥 부위를 천 등으로 가볍게 묶어준다. 상처에 입을 대고 독을 빨아낼 경우 삼키더라도 소화가 되기 때문에 문제는 없으나, 입안에 상처가 있다면 절대 피해야 한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출하면 평평한 곳에 눕히고 기도를 유지해 줘야 한다. 호흡이 없으면 신속하게 인공호흡이나 심장 마사지를 해줘야 한다. 또 환자를 옆으로 누이고 머리를 낮춰 삼킨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도와야 한다. 이밖에 귀에 벌레가 들어가면 통증이나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귀를 밝은 쪽으로 향하거나 손전등을 비춰 벌레가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챔피언결정전] 국민은행 ‘군기의 힘’

    챔피언결정 1·2차전에서 국민은행은 매번 시소게임을 펼치다 막판 고비를 못 넘겨 삼성생명에 승리를 내줬다. 정선민(32·16점 10리바운드)과 마리아 스테파노바(27·24점 21리바운드)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데다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해 한번 흐름을 놓치면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한 탓이다. 챔프 3차전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 연습을 끝낸 뒤 맏언니 정선민은 후배들을 불러모았다.1·2차전을 패한 뒤 맥이 풀려 ‘전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 정선민은 “정규리그 1위팀의 자존심도 없냐?”며 후배들을 다그쳤고, 스테파노바도 “고비때마다 선민에게 미룰 것이 아니라 직접 해결해 보라.”며 투지를 자극했다.24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3차전. 국민은행 선수들의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초반 국민은행 최병식 감독은 센터 신정자(10점)를 빼고 발빠른 한재순(11점)과 김나연을 동시 투입, 삼성생명을 몰아붙였다. 스피드와 체력전 승부수는 적중했다. 국민은행은 2쿼터 초반까지 두 자릿수 리드를 이어가며 기선을 제압했다. 반면 삼성생명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 포인트가드를 맡은 에이스 박정은(8점 6어시스트 4턴오버)은 패스보다는 스스로 해결하려는 욕심이 앞섰다. 국민은행이 챔프 3차전에서 삼성생명을 81-73으로 꺾고 벼랑 끝에서 탈출,2패뒤 값진 승리로 반격의 디딤돌을 놓았다.4차전은 26일 천안에서 열린다. 용인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상황 악화 안된다” 강경한 美 제동?

    참여정부 전반기에 동북아 균형자론을 둘러싸고 한·미 갈등설이 파다했다. 청와대와 외교안보당국은 ‘한·미동맹 이상무’를 강조하면서 갈등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갈등이 있어도 없는 척하는 게 외교다. 그런데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이런 금기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무엇보다 북한 문제에 관한 한 한·미간 이견이 있다고 공식화했고, 한발 나아가 미국의 대북 미사일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북 미사일 사태를 둘러싸고 한·미간 엇박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장관은 지난주에도 “미국이 하는 많은 부분을 우리가 따라하고 있지만, 미국이 한다고 다 국제사회의 대의에 맞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미국의 대북 제재정책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그래서 이 장관의 발언은 상당한 의도를 갖고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일부러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이 장관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역할분담이란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미국에 미사일 사태의 책임 떠넘기기란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다. 분명한 점은 그의 대미 비판은 ‘현 상황의 악화를 막기 위한 관련국 결단’을 촉구한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통화 내용과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상황을 악화해선 안 된다는 대미 메시지로 해석된다. 메시지는 북한을 겨냥한 것일 수도 있다.6자회담에 돌아오더라도 미국 등의 제재·압박에 굴복하는 게 아니라는 명분을 줬다는 얘기다. 이 장관은 북한 문제에 대한 한·미간 이견이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은 한·미간 잠재적인 갈등요인이다. 북한의 돈줄을 꽉 틀어막은 미국으로서는 달러 유입 창구인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이 마뜩찮을 법하다. 이 장관의 발언은 이런 불씨를 미리 잠재우려는 의도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개성공단 등이 압박카드가 되면 북한이 오히려 선수를 치고 나오는 경우의 수도 있다. 개성공단내 경협사무소의 북측 인력 철수와 금강산 면회소 건설 남측 인력 철수조치는 사전포석일 수 있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김성호기자의 종교건축 이야기] (9) ‘화엄의 세계 압축판’ 영주 부석사

    [김성호기자의 종교건축 이야기] (9) ‘화엄의 세계 압축판’ 영주 부석사

    백두대간이 내달리다 경상북도와 충청북도를 가르는 태백산에서 꺾어내린 봉황산 중턱에 마치 잘 그린 ‘한 폭의 그림’처럼 들어앉은 부석사(경북 영주시 부석면 북지리). 중국에서 유학한 의상 대사가 신라통일기인 676년 화엄종을 들여와 ‘해동 화엄종 수사찰(海東 華嚴宗 首寺刹)’로 세운 한국의 화엄종찰이다.‘우리나라 10대 사찰’중 하나이자 ‘나라에서 가장 예쁘며 웅장한 절집’으로 통하는 1300년 고찰. 지금은 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고운사의 말사로 사격이 떨어졌지만 한국불교의 ‘처음’으로 평가받는 화엄과 한국불교의 요체인 선(禪)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화엄세계의 결정판이다. 중국에서 지엄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화엄(華嚴)을 깨친 뒤 돌아온 의상 대사가 화엄종지를 펼 곳을 찾아다니다가 낙점한 곳이 바로 부석사.“신라 문무왕 16년(676) 왕명에 의해 의상 대사가 창건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들어있어 창건주와 창건연대가 명확한, 몇 안되는 고찰중 하나다.9세기 이후부터 크고 작은 가람들이 들어섰고 고승대덕들을 숱하게 배출했지만 고려 공민왕 7년(1358) 왜구에 의해 소실된 것을 1376년 원응 스님이 중창에 나서 많은 건물을 다시 세웠다.“이름 없는 꽃을 포함한 수많은 종류의 꽃으로 법계(法界)를 아름답게 장식한다.”는 화엄. 부석사는 이 화엄정신을 오롯이 담아낸 유일무이의 걸작인 것이다. ‘태백산 부석사’현판이 걸린 절의 첫 문, 일주문을 들어선 뒤 천왕문∼범종루∼안양루∼무량수전으로 오르는 길은 그야말로 극락정토로 이르는 찰나의 점철이다. 천왕문 바로 앞 왼편엔 절에서 불사며 행사가 있을 때 깃발을 세우던 당간 지주가 보란 듯이 버티고 섰다.“한국 사찰의 당간지주 가운데 가장 세련된 명작”으로 평가받는 그 유산이다. 여기서부터 무량수전까지 108계단으로 구성된 아홉 개의 석축은 극락에 이르는 화엄의 구품정토(九品淨土),‘구품 만다라’를 상징한다. 하·중·상품은 각각 3개의 또 다른 품계로 구성되어 있어 계단을 오를 때마다 고통의 사바 세계를 하나씩 떨쳐내고 마침내 최상품인 극락, 그 유명한 배흘림기둥의 무량수전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크고 작은 건물들이 가파른 산기슭, 자로 잰 듯한 구품층계로 나뉘어진 석단 위에서 차례로 자태를 뽐낸다. 범종루와 안양루는 각각 별개의 건물이면서, 무량수전으로 오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로.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서 몸은 숙이되 얼굴은 치켜들어야만 지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돌계단을 딛고 누각의 바닥을 쳐다보며 걷다 보면 구품의 정점인 무량수전이 마침내 저 높이서 모습을 드러내보인다. 무량수전에 이르기 전 바로 전 품인 안양루. 난간 아래쪽의 편액은 ‘안양문’, 위층의 것엔 ‘안양루’라고 쓰여 있듯 누각과 문의 이중역할을 하는 독특한 건축이다. 극락의 다른 이름인 안양(安養). 여기서 내려보면 소백산맥의 봉우리와 줄기가 파도치듯 꿈틀거리며 첩첩이 펼쳐지는 백두대간의 풍경이 일품이다. 여기에 서서 “우주 간에 내 한 몸이 오리처럼 헤엄친다. 인간 백세에 몇 번이나 이런 경관을 볼까나.”라는 시를 남긴 김삿갓의 심경이 절실히 읽힌다. ‘화엄 구품정토’ 부석사의 절정은 아무래도 고려 말 세워진 무량수전이다. 안양루의 마지막 계단을 딛고 올라서면 사뿐히 고개를 내쳐든 추녀와 아래 중간 부분이 불룩한 ‘배흘림기둥’이 눈에 쏙 들어온다. 배흘림이란 멀리서 볼 때 착시현상을 고쳐잡기 위해 기둥의 가운데 부분을 일부러 굵게 만든 수법. 여기에 중앙을 향해 다소 기울도록 기둥을 만들어 가람이 뉘어보이는 현상을 막기 위한 ‘안쏠림’과 ‘귀올림’같은 목조 건축방식은 후대에 ‘우리 민족이 보존해온 목조건축 중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라는 미명을 남겼다.“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 봐도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고(故)최순우 선생이 기록한 무량수전 평이다. 바로 화엄인 것이다. 그런데 무량수전 안에는 석가여래가 없다. 대신 고려시대에 봉안된 소조 아미타여래좌상(국보 제45호)이 법당 서편을 지키고 있다. 흙을 빚어 만든 불상치곤 균형미가 아주 빼어나다. 끝없는 지혜와 무한한 생명을 가지고 서방극락을 주재한다는 아미타불. 그래서 앉은 방향도 남향이 아닌, 동쪽의 사바세계 쪽이다. 화엄사찰이라면 당연히 화엄의 주존불인 비로자나불을 모셨어야 할 텐데 정토의 아미타불을 모신 이유는 무엇일까? “화엄과 정토의 융합을 통해 철학적 사유와 실천을 삶 속에서 하나로 정착시켜 진리를 인식 밖에서 보게 한 의상 스님의 요체”라는 게 학계와 불교계의 일치된 생각이다. 그 대신 석가모니불을 상징하는 3층석탑이 무량수전 동쪽에, 석등이 앞 마당에 각각 놓여있다. 불상이 안치된 조선시대의 수미단 안쪽에는 신라 형식의 사각형 불대좌가 있다. 불상의 앞쪽에는 전통적으로 불단과 법당 바닥을 장식했던 녹유전(綠釉塼)이 깔려 있었지만 후대에 전부 마룻바닥으로 교체되었다. 이 녹유전은 일제가 모두 가져갔고 지금 부석사 유물전시관에 석 점, 국립중앙박물관에 한 점이 남아있을 뿐이다. 의상 대사가 화엄의 정신과 세계를 조형으로 압축해 놓은 부석사. 이 부석사의 가람과 공간 하나하나에는 모두 철학과 원칙이 배어 있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이 가람을 놓고 끊임없이 연구를 지속해 왔는데 그중 하나가 안양루∼무량수전을 이루는 맥과 그것에서 30도 비켜서 한 축을 이루는 천왕문∼범종각의 이중적 가람배치다. 천왕문∼범종각 축의 끝에는 무량수전과는 별개의 대웅전이 있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그곳에는 주초의 흔적뿐만 아니라 당간지주가 남아 있다. 결국 의상 대사는 한 사찰 안에 두 절을 세우고 화합과 융화를 일굼으로써 화엄의 큰 뜻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 아닐까? kimus@seoul.co.kr ■ 의상대사와 선묘 부석사에는 창건주 의상 대사와 중국 여인 선묘 낭자에 얽힌 유명한 설화가 전해진다. 선묘는 국비 유학생으로 당나라에 머물던 의상 대사를 흠모해 의상 대사가 공부를 마치고 배편으로 신라에 돌아올 때 용으로 변해 무사히 험한 풍랑을 헤쳐 나오도록 도왔고, 부석사를 창건할 때도 큰 도움을 주었다는 인물. 용으로 변해 의상을 보호하며 신라까지 날아온 선묘는 의상 대사가 절을 지을 때 이 지역에 있던 500명의 도적 무리가 절 창건을 방해하자 커다란 바위를 들어올려 물리쳤다고 한다. 무량수전 왼편 뒤쪽에는 당시 선묘가 들어올려 도적 무리를 제어했다는,‘浮石(부석)’이라 새겨진 바위가 있다. 절의 이름을 부석사로 정한 것도 이같은 사연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부석사와 관련된 의상대사와 선묘의 이야기는 설화로 회자되지만 삼국사기 등 사료에도 적지 않게 등장한다. 무량수전 뒤편, 의상대사의 상과 일대기를 담은 벽화를 봉안한 조사당 오른쪽 벽면에 선묘 상이 걸려 있다. 1916년 일제가 무량수전을 해체 수리할 때 무량수전 기단부 아래에서 기다랗고 꾸불꾸불하게 이어진 용 모양의 돌덩이가 발견되어 이 설화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었음이 입증되기도 했다. 당시 무량수전에 봉안된 소조 아미타여래좌상 바로 아래에 용의 머리 부분이 있었고 꼬리 부분은 무량수전 앞의 석등에서 발견되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이후 이 돌덩이가 바로 설화와 사료의 내용을 따라 의도적으로 만든 석룡(石龍)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용의 허리 부분이 이어지지 않고 중간이 끊겨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임진왜란 때 왜군이 조선의 기를 끊기 위해 저질렀거나, 혹은 일제강점기에 잘라내어 가운데 부분을 가져갔다는 등의 추측이 무성하다. 아무튼 선묘 용의 꼬리 부분이 묻혔다는 석등을 100번 돌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소문을 따라 석등 둘레를 도는 신도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 日드라마 ‘바람의 검’ 한국 안방점령 나섰다

    ‘일본 드라마, 낮은 포복으로 접근.’ 한국 드라마는 일본에서 강세를 띠고 있다. 반면 일본 드라마는 재패니메이션과는 달리 아직 한국에서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정서가 맞지 않고 한국 드라마에 비해 건조하다는 분석도 있다. 크게 바람몰이를 할 수 있는 지상파 방영이 막혀 있는 탓도 크다. 이런 가운데 일본 NHK가 한국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되고 있는 자사 드라마에 대한 한글 홈페이지를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초부터 일본 전문 채널J에서 방송하고 있는 대하사극 ‘바람의 검 신선조’(매주 월∼금 오후 12시35분)가 그 대상. 일본 방송사가 발벗고 나서 자사 드라마 알리기에 앞장 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일본에서 보내온 자료를 국내 채널에서 번역해 홈페이지에 간략하게 올리는 정도가 전부였다.SBS가 지난해 일본 NTV와 손잡고, 한국어와 일본어로 제작된 상대방 홈페이지를 상호 운영하고 있으나 이번과는 경우가 다르다. 채널J측은 일본 트렌디 드라마가 국내에서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최근 들어 조금씩 소개되고 있는 사극이 고학력 시청자층에서 호응을 얻고 있고, 일본측이 이에 관심을 가져 적극적인 홍보 자세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49부작 ‘바람의 검 신선조’는 에도막부 말기 교토의 치안을 위해 조직된 무사 집단을 소재로 하고 있다.NHK가 대표작으로 꼽는 인기 드라마이기도 하다. 한글 홈페이지(shinsengumi-exp.cocolog-nifty.com/kr)에서는 드라마의 역사적 배경은 물론, 영상스케치, 제작 스태프 인터뷰, 출연진 등을 자세하게 소개하며 이해를 돕고 있다. NHK엔터프라이즈의 요시오카 카즈히코 PD는 “앞으로 한국 팬들을 위한 다채로운 정보를 계속 제공하겠다.”고 전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뮤지컬 ■ 가위손 30일까지 LG아트센터. 팀 버튼 감독, 조니 뎁 주연의 흥행영화를 무대에서 만난다.‘백조의 호수’‘호두까기 인형’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영국 안무가 매튜 본의 2005년 신작으로, 대사없이 춤과 노래로 진행되는 댄스 뮤지컬의 진수를 선보인다. 화∼금 8시(20일 3시·8시), 토·일 3시·7시 4만∼10만원.(02)2005-0114. ■ 키스 미 타이거 8월6일까지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3시·6시 세종문화회관 소극장. 호랑이 처녀에게 반해버린 순박한 남자의 러브 스토리를 그린 로맨틱 뮤지컬. 삼국유사의 ‘김현 감호 설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장유정 작·연출, 김혜성 작곡, 이경준 이연경 등 출연.2만5000∼3만원.(02)399-1114. ■ 까미유 클로델 무기한 화∼금 8시, 토 3시·7시, 일 4시 신시뮤지컬극장. 조각가 로댕의 연인이자 19세기 최고 여류 조각가였던 실존 인물 카미유의 비극적인 인생 기록. 현악과 건반이 조화된 서정적인 음악과 탄탄한 드라마가 돋보인다. 배해선 김명수 등 출연.3만∼3만 5000원.1544-1555. ●미술 ■ 김동원 작품전 22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서초동 한전프라자 갤러리.철, 모터, 체인, 한지 등 다양한 매재를 사용한 설치조각 작품전. 주제는 ‘형태는 재미를 따른다’. 작가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장식미술학교 출신의 중견 조각가로, 온양 성당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 백남준 소장전 9월9일까지 서울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 지난 1월 타계한 비디오아트 창시자 백남준의 비디오 조각, 로봇 시리즈, 드로잉, 판화 등 50여점과 함께 작가의 퍼포먼스, 인터뷰를 편집한 영상자료 등 미술관이 소장중인 작품과 자료들을 선보인다.(02)547-9177. ■ ‘그림엽서’‘꿈의궁전’ 19일부터 8월7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쌈지. 김동욱과 박흥순의 개인 사진전.‘나포리’‘베니스’‘캐슬’ 등 서구 고유한 건축양식을 표방한 조악한 건물들인 전국의 모텔과 예식장, 카페 등의 풍경을 흐릿한 이미지를 통해 키치적으로 미화한 작품들을 선보인다.(02)736-0088. ●어린이 ■ 엄마는 안 가르쳐줘 21일∼8월20일 화∼일 2시·4시30분(수 11시·3시)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가르치는 성교육 뮤지컬.2만원.(02)744-7304. ■ 어린이 연금술사 8월27일까지 화∼일 11시·3시(토 11시·2시)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 꿈을 찾아 떠나는 소년 산티아고의 모험담. 파울로 코엘류의 베스트셀러를 어린이용으로 각색했다.1만 3000∼2만 3000원.(02)764-8760. ●클래식 ■ 제23회 한국의 소리와 몸짓 21일 오후 7시30분 서울 서대문 문화회관 대극장. 김지원 ‘소고춤’, 송진수 ‘지전춤’, 임영화 ‘가야금 산조’, 한애영 ‘살풀이춤’등 우리 전통의 춤과 소리의 맥을 잇는 예인들의 무대. ■ 아시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창단 10주년 기념공연 8월 4일 7시30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같은 달 5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과 레너드 번스타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교향 무곡, 모리스 라벨 ‘라 발스’등 연주. ●연극 ■ 우리 읍내 21일~8월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손튼 와일더의 퓰리처상 수상작을 국립극단이 한국적으로 재해석했다. 두 남녀가 사랑하고, 결혼하고, 죽음을 맞는 평범한 일상을 통해 인생의 보편적 가치를 일깨운다. 오태석 번안, 김한길 연출, 장민호 권성덕 등 출연. 화∼금 7시30분, 토 4시·7시30분, 일 4시.1만 5000∼2만원.(02)2280-4115. ■ 가을날의 꿈 30일까지 월·수·목 7시30분, 금·토 4시30분·7시30분, 일 3시 아룽구지극장.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노르웨이 극작가 욘 포세의 국내 초연작. 두 남녀가 오랜 세월이 흘러 고향에서 다시 만난 뒤 겪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다룬다. 송선호 연출, 예수정 김윤석 출연.1만 8000∼2만 5000원.(02)744-0300. ■ 날 보러와요 9월3일까지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3시·6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공소 시효는 만료됐지만 범인 추적은 끝나지 않았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 연극. 김광림 작·변정주 연출, 최정우 민복기 등 출연.1만 5000∼2만 5000원.1588-7890.
  • 3색행보 천·신·정 다시 뭉칠까

    제2의 ‘천·신·정’시대 도래하나. 최근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인 천정배 법무장관과 신기남 의원·정동영 전 의장이 같은 시기에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의미심장한 행보를 내딛고 있다.2005년 3월 전당대회 이후 한 때 ‘탈레반’으로까지 불리던 천·신·정 체제가 붕괴된 뒤 1년 4개월여 만이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관계 복원’은 아닌 것같다. 각자의 길을 모색하면서 부분적인 협력·경쟁관계를 띠고 있다. 이들의 느슨한 원심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대권’이다.●천·신·정 트리오의 행보 정 전 의장은 5·31 지방선거 참패 후 당 의장직을 내놓고 쓸쓸하게 퇴장했다. 독일에서 절치부심 중이다. 일각에서는 여권내 제3후보론이 대안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대권 주자로서는)회복 불능이라는 진단도 내리고 있다. 수장을 잃었고 탈계파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지만 ‘정동영계’는 여전히 당내 최대 계파를 유지하고 있다. 한 측근은 “시간이 약 아니겠냐. 지금은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재기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천 장관은 정 전 의장의 퇴진과 동시에 등장했다. 다음달 복귀설이 유력한 가운데 지인들에게 “공동체의 주춧돌을 놓는 작업이 정치”라는 이메일을 날리는 등 전면 등장을 예고했다. 천 장관은 ‘비상한’ 등장과 ‘평범한’ 복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측근은 “조기 대권론이 필요하다. 어려울 때일수록 대권주자를 조기에 내세워 전권을 주고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며 고민의 일단을 드러냈다. 그러나 현 김근태 의장체제가 내년 2월까지 전권을 위임받은데다 당이 대권주자 선출방식으로 ‘완전 국민참여경선제’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분란 세력으로 오인받을 우려도 염두에 두고 있는 눈치다. 신 의원은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신진보연대의 기관지 ‘신진보리포트’를 통해 ‘당내 대권주자론’을 주장했다. 개혁적 리더십과 정체성을 가치로 내걸어야 한다는 전제하에서였다. 신 의원은 “우리당 가치에 맞는 당내 대선 후보가 먼저다. 정치적 사익에 사로잡혀 우리당의 가치나 정체성을 팔아넘기는 배신적 발상은 안 된다.”며 일각의 민주당 합당이나 고건 추대론에 직격탄을 날렸다.●협력적 VS 갈등적 경쟁관계 이들을 묶어 세울 공통 분모는 뚜렷하지 않다. 내심은 차치하고 현상황만 보더라도 정 전 의장과 신 의원은 관계 회복 자체가 요원해 보인다. 신 의원 측근은 “당이 힘을 잃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며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을 정도다. 반면 천 장관은 비교적 자유롭다. 복귀 메시지로 고민 중인 ‘조기 대권론’은 신 의원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두 사람은 ‘협력적 경쟁관계’임을 숨기지 않는다. 정 전 의장이 출국하기 전까지 잦은 회동을 가지며 복귀 시나리오를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안개 속이지만 천·신·정 트리오의 각개약진 속에서 범여권의 세력지형도가 넓어지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제2의 ‘천·신·정’시대 도래하나. 최근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인 천정배 법무장관과 신기남 의원·정동영 전 의장이 같은 시기에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의미심장한 행보를 내딛고 있다.2005년 3월 전당대회 이후 한 때 ‘탈레반’으로까지 불리던 천·신·정 체제가 붕괴된 뒤 1년 4개월여 만이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관계 복원’은 아닌 것같다. 각자의 길을 모색하면서 부분적인 협력·경쟁관계를 띠고 있다. 이들의 느슨한 원심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대권’이다.
  • [창간 102주년 기획] 고이즈미 개혁 야전사령관 다케나카 헤이조 日총무상 인터뷰

    [창간 102주년 기획] 고이즈미 개혁 야전사령관 다케나카 헤이조 日총무상 인터뷰

    |도쿄 이춘규특파원|지난 5년간 일본의 개혁작업을 진두지휘한 다케나카 헤이조 총무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정권의 개혁 성과에 대해 “부실채권 처리 목표를 초과달성하는 등 하고 싶은 개혁은 다 마쳤다.”고 강조했다 도쿄 도심의 관청가에 있는 총무상 집무실에서 11일 서울신문과 창간기념 특별인터뷰를 가진 다케나카 총무상은 공직사회 개혁에 대해 “공무원 5년간 5% 감축 방침은 제도화되어 누구도 되돌릴 수가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우정사업 민영화의 향후 10년간 구체적 실행과정 등이 차질을 빚으면 일본은 다시 1990년대로 되돌아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 임기말인데도 여전히 방송과 통신의 개혁 등 남은 과제로 바빴다. ▶고이즈미 개혁의 의미와 성과는. -고이즈미 내각이 출범한 2001년 일본은 힘든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었다.‘잃어버린 10년’이 이어지는 때였다. 따라서 내각에 중요한 과제는 경제 구조를 개혁하는 일이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였다. 재정건전화도 중요 과제였다. ▶개혁의 추진 과정은. 우선 대증요법적인 개혁에 손을 댔다. 부실채권 정리가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그걸 통해 일본이 본래 갖고 있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동시에 그 본래의 힘을 끌어올리는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개혁을 해야 했다. 지구촌시대의 경쟁력을 올리고, 저출산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민간에 맡길 것은 민간에, 지방에 맡길 것은 지방에 맡기는 개혁이다. 우정사업 민영화 등이 핵심이다. 부실채권은 당초 2년반동안 반으로 줄이려 했으나 실제는 3분의1 정도로 줄였다. ▶개혁은 어디까지 왔나. -대증요법적인 개혁은 이미 마쳤다. 예방적·선제적인 개혁은 이제 출발점에 서 있다. 개혁의 끝은 없다. 지금부터 우정민영화 작업은 시작된다. 개혁작업은 계속해서 진행될 것이다. 이제 예방적이고 선제적인 개혁작업은 향후 5∼10년 걸린다. 개혁을 계속하지 않으면 다시 90년대로 돌아가 상황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 개혁에 대한 관료들의 저항은. -고이즈미 총리는 2개월여 지나면 임기가 끝난다. 강한 리더십의 공백이 우려된다. 이에 따른 저항과 반발이 두드러지고 있다. 첫째는 엎드려 있던 관료집단이 목소리를 높이며 ‘복권’을 시도하고 있다. 강한 리더십이 사라지면 잃어버린 권한을 되찾기 위한 관료의 반격이 시도될 것이다. 두번째는 반시장·반글로벌화 움직임이다. 시장경제시스템을 강화, 일본경제가 건강해졌는데 시장경제원리로 인해 격차가 확대됐다며 반대하는 세력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기득권자가 개혁을 막겠다는 궤변이다. 세번째는 반 세대교체 움직임이다. 젊은세대가 잘못도 저질렀지만 장점은 살려야 한다.90년대 잃어버린 10년은 낡은세대가 잘못된 판단을 해 초래했다. 세대교체를 기필코 달성해야 한다.(그는 고이즈미 정권 이후 일본정치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일부 자리에서 밝힌 바 있다.) ▶개혁의 소리는 높았지만 내용은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 -틀렸다. 일본은 십수년간 부실채권 개혁을 못했다. 그걸 고이즈미 내각이 했다. 우정 민영화는 100년간의 우정사업 문제점을 개혁했다. 정책금융 민영화도 50년만이다. 앞으로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개혁이 매우 많다. ▶개혁에 대해 불만의 소리는. -고이즈미 개혁은 기득권을 깨고, 새로운 도전세력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낡은 세대의 기득권과 새로운 도전세력 중 누가 나라를 위해 필요한지를 판단해야 한다.‘다케나카 때리기’가 있다는 것이 역으로 개혁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 한국도 공직개혁이 진행 중이다. 일본에서 5년간 5% 공무원 순수 감축이 실제로 가능한가. -지난해 이 즈음만 해도 5%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순수감축은 1% 정도밖에 안된다고 했다. 무리라고 했다. 그런데 우정사업이 민영화되면서 국민들은 작은 정부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읽었고, 그 기세가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매년 정원 관리 목표도 설정했다.1.5%는 총무성이 줄이고, 나머지 3.5%도 대상직종을 정했다. ▶차기총리의 리더십 약해지면…. -공무원 감축은 정부방침으로 각의에서 결정했다. 다음 내각도 집행해야 한다. 이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별도의 각의결정이 있어야 한다. ▶낙하산 인사는 일본도 문제인데. -국민감정이 좋지 않다. 이를 막기 위한 강한 방침을 갖고 규칙을 만들고 있다. 내각 전체에서 검토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썩 좋지 않다. 한국경제에 대한 조언은. -한국도 1997년 금융위기 이후 많은 개혁을 진행해 왔다. 개혁의 노하우도 많다. 일본이 부실채권을 개혁하는 방법은 한국에서 많이 배웠다. 한국과 일본은 경제구조가 닮은 점이 많다.‘경제의 이중구조(dual economy)’도 그렇다. 생산성이 높은 부문과 낮은 부문으로 된 이중구조는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미래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다. 두 부문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하고 한국이 가진 많은 장점을 살리면 성장잠재력은 높아질 것이다. ▶한·일 FTA(자유무역협정)는. -한·일은 경제구조도 닮았고 공통의 이해도 갖고 있다. 교류도 많다. 두 나라의 FTA는 상호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과 인연은. -미국에서 공부할 때 한국인 친구들로부터 많은 감동을 받았고, 지금도 많은 친구들과 교류하고 있다. taein@seoul.co.kr ■ 다케나카 총무상은 누구 다케나카 헤이조 총무상은 고이즈미 개혁의 ‘야전사령관’ 같은 인물이다. 5년간의 ‘고이즈미 개혁’ 방안은 대부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평이다.2001년 4월 출범한 고이즈미 초대 내각 때 게이오대학 교수였다가 경제재정상으로 임명됐다. 내각책임제인 일본에서는 교수에서 곧바로 각료로 임명되기는 쉽지 않다. 다음해에는 금융상까지 겸직하며 일본경제 회복을 위한 최대 걸림돌이던 부실채권 처리를 시작했다. 이후 도로공단과 우정사업 민영화를 기득권세력의 반대를 뚫고 밀어붙여 성사시켰다. 정치감각이 뛰어나고 작지만 단단한 체구에 뒷심이 강하다는 평이다. 원외(院外)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4년 참의원선거에 출마, 당선됐다. 고이즈미 총리와 처음부터 5년 이상 함께 일해온 유일한 각료이기도 하다. ■ 다케나카 때리기 5년|도쿄 이춘규특파원|지난 5년간 일본의 기득권 세력은 이른바 ‘다케나카 때리기(일본식 표현 바싱구·bashing)’를 쉴 새 없이 시도했다. 기득권을 깨부수겠다는 개혁에 관료, 기업, 정계의 기득권세력은 다케나카 헤이조 총무상에게 쉼없이 ‘이지메´(집단 따돌림)를 가했다. 그가 부실채권 비율을 낮추는 과정에서 “4대 은행도 도태의 예외가 될 수 없다.”, “대기업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등 거침없이 발언할 때마다 기득권세력은 “교수출신이 현실을 너무 모른다.”며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이런 파격적인 기득권 깨부수기가 외국에선 고이즈미 개혁에 대한 신뢰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됐다. 그는 인터뷰 때 다케나카 때리기에 대해 “모두 네차례의 바싱구(때리기)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제1차 다케나카 때리기는 2001∼2002년 사이다.2차 때리기는 금융재생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2002∼2003년. 제3차는 지난해 우정사업 민영화를 단행할 때다. 이 가운데 고이즈미 개혁의 초기인 1∼2차 다케나카 때리기가 가장 격렬했다. 개혁이 탄력을 받기 전에 예봉을 꺾기 위해 정계와 관료, 기업들이 총력을 다해 저항했다. 그는 “3차 때리기까지 목숨을 걸고 반대한다는 인상을 받아 긴장했다.”고 회상했다. 4차 다케나카 때리기가 시도되고 있는 요즈음은 고이즈미 정권이 앞으로 2개월만 지나면 종말을 고한다면서 관료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다케나카 총무상에 대해 맺혔던 한을 풀겠다며 욕설을 퍼붓는 형식이라며 그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다케나카 총무상은 4차 다케나카 때리기에 대해서는 “맥빠진 내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유쾌하지는 않지만 “긴장감은 없다.”며 평온한 인상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하고 싶은 개혁은 다 마쳤다고 강조했다. 가장 애썼던 부실채권 처리는 목표 이상의 성과를 달성했다. 우정사업민영화도 초석을 깔았다. NHK와 NTT 등 방송·통신 개혁은 저항이 강하지만 고이즈미 총리의 임기가 끝나기 전 최소한 물꼬만이라도 터놓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taein@seoul.co.kr
  • [‘서울신문 102년-서울신문의 어제] 겨레와 동고동락 서울신문의 102년

    [‘서울신문 102년-서울신문의 어제] 겨레와 동고동락 서울신문의 102년

    서울신문이 겪은 정치적 격랑은 100년 역사의 신문이 쌓아온 문화적 의미마저 짓눌러왔다.‘총독부 기관지’‘군사정권 선전도구’라는 어두운 역사의 그늘에 가려 서울신문이 한 세기 역사속에 남긴 문화사적 족적마저 축소되고 폄하되어온 것이다. 그러나 서울신문은, 창간 초 대한매일신보 시절은 물론 일제 강점기 매일신보, 광복 후 서울신문으로 신문의 맥을 이어오면서 한국 근현대문화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신춘문예 효시가 된 소설 현상공모를 처음 도입했는가 하면 춘원 이광수의 ‘무정’, 정비석의 ‘자유부인’, 김주영의 ‘객주’ 등 연재소설들은 한국문학사의 자양분이 되었다. 또 한글판 서울신문 발간과 한글전용 단행, 최초의 시사종합 월간지인 ‘신천지’와 시사주간지 ‘주간 서울’ 등을 창간하며 한국 언론역사에 다양성을 부여했다.1904년 창간 이후 격동의 한 세기를 넘기며 대한매일신보, 매일신보, 서울신문이 우리 근현대 문화사에 남긴 족적과 의미를 살펴본다. 매일신보는 광복과 함께 총독부 기관지란 굴레를 벗고 민족의 공기(公器) 서울신문으로 거듭태어나게 된다. 한국 전쟁 발발전까지 특히 눈에 띄는 행보는 ‘신천지’와 ‘주간서울’ 창간이다. 훗날 한국 잡지사의 빛나는 한 페이지로 남게 되는 신천지는 서울신문과 짝을 이루는 월간 종합시사지로 1946년 2월 창간됐다. 신천지는 창간이래 좌우익 논쟁과 정부수립을 전후한 혼란기에서 6·25 및 휴전 이후에 이르기까지 만 9년동안 통권 68호를 기록했다. 광복 후 6개월동안 100여종의 잡지가 쏟아져나왔으나 창간호가 곧 종간호가 되거나 기껏해야 5호를 넘기기 어려웠던 당시에 신천지는 ‘잡지 전장(戰場)의 유일한 생존자’로 불렸다. 신천지가 선택한 국판 크기는 뒷날 우리나라 월간지의 대표적 판형이 되며,200여쪽에 이르는 분량도 100쪽 안팎의 다른 잡지를 압도했다. 1948년 10월엔 국내 최초의 시사주간지 ‘주간 서울’을 창간했다. 빈약한 타블로이드 판형의 지면에 정치 기사 일변도였던 일간지들이 일반 독자의 수요를 고루 충족시켜주지 못하던 상황에서 다양한 분야의 관심거리를 다루었던 주간서울은 창간 즉시 큰 인기를 모았다. 악화일로를 걷던 식량사정을 파헤친 ‘국민의 식생활은 안도되는가’, 반민특위 재판으로 서리를 맞은 육당과 춘원의 저서 회수 소동, 국내 음악계 동향과 각종 취미오락 등 각계 각층의 독자 취향을 염두에 두었다. 서울신문은 이후에도 연예주간지 시대를 연 ‘선데이서울’ 창간, 고급 지성지 ‘서울평론 창간’, 최초의 TV연예주간지 ‘TV가이드’, 계간 예술비평 전문지 ‘예술과 비평’ 등 대중과 고급을 아우르며 잡지 트렌드 메이커로서 역할을 해냈다. 잡지 발간과 함께 단행본 출판에도 관심을 기울였는데, 광복과 전쟁의 혼란기 전단지 수준의 정치선전물이 주류를 이루었던 상황에서 서울신문 출판물은 단연 돋보였다. 신채호의 ‘단재저작집’과 ‘조선사’, 정인보의 ‘조선사연구’(상하)와 ‘오천년간 조선의 얼’, 홍기문의 ‘훈민정음 발달사’와 ‘조선문법연구’ 등이 대표적이며, 박은식의 역사서도 여러권 출판했다. 연재소설의 맥은 서울신문에서도 꾸준히 이어졌다.1940년대의 암울한 생활고를 그린 주요섭의 ‘대학교수와 모리배’, 무능한 지식인 남편과 자유분방한 아내 사이에 빚어지는 갈등을 그린 최상덕의 ‘새벽’ 등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1954년 1월1일부터 8월6일까지 연재됐던 정비석의 ‘자유부인’은 전무후무한 화제와 논란을 불렀다. 완고한 학자 남편과 가정에 권태를 느껴 뭇남성들과 다방, 댄스홀을 드나드는 여주인공의 대담한 행태는 장안의 화제로 번져갔고, 자유부인이란 단어는 곧 바람난 주부의 대명사가 되었다. 사회적 파장도 컸다. 특히 교수사회가 발끈했다. 당시 서울대 법대 황산덕 교수는 대학신문에 ‘작가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비판의 날을 세우자 작가는 서울신문을 통해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고, 황 교수 또한 서울신문 기고를 통해 재반박했다. 서울신문은 논쟁의 당사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준다는 차원에서 황 교수의 재반박 기고를 실어 독자들과 문화계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후에도 홍순엽 변호사의 ‘자유부인 작가를 변호함’이란 글, 문학평론가 백철의 ‘문학과 사회와의 관계-자유부인 논의와 관련하여’란 평론이 나오는 등 ‘자유부인’발 문화적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 1979년 6월부터 1984년 2월까지 연재한 김주영의 ‘객주’는 서울신문 최장기 연재소설로 ‘자유부인’이래 가장 많은 독자를 모았다. 이 소설은 신문소설사뿐 아니라 한국 문단에 있어서 역사소설의 새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선 후기를 시공간적 배경으로 보부상을 비롯한 백정·기생·천민의 사랑과 애환이 장강처럼 굽이쳐 흐르는 소설이다. 문학 분야와 함께 서울신문이 특히 높은 비중을 두었던 게 한글문화 보급이었다.1956년 10월18일 나온 ‘한글판 서울신문’은 언론사 및 국어사에 일대 사건이었다. 기존의 서울신문과 병행, 석간으로 선보인 한글 전용 지면은 외솔 최현배를 중심으로 한 한글학계는 물론 독자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이승만 대통령은 특별담화를 통해 한글신문 탄생의 기쁨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글판 신문을 별도로 발행했던 서울신문은 1968년 11월22일 전지면의 한글 전용을 단행했다. 국내 일간지로는 유일한 한글 전용이었다. 이후 1970년 1월1일 ‘온국민이 모든 분야에서 한글만 쓰도록 하라’는 대통령 담화가 발표되었고, 국한문 혼용체와 문어체를 고수하던 각 신문사도 한글 전용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신문협회도 한글 전용을 위한 연구기구를 설치, 운영했다. 결과적으로 서울신문은 신문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한글문화 보급과 정착에 촉매 역할을 한 셈이 됐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환경단체들 ‘침체의 늪’ 탈출 몸부림

    환경단체들 ‘침체의 늪’ 탈출 몸부림

    아노미(anomie)인가, 진화를 향한 예정된 과정인가. 침체의 늪에 빠진 환경운동 단체들이 분분한 내부 논란과 함께 활로를 찾으려 몸부림을 치고 있다.‘대중의 외면은 더해가는데 (환경운동의)미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운동의 방향성을 잘못 잡은 것 아니냐.’는 자성과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개발·성장 우선주의에 맥 못추고 끌려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동·여성·평화·농업·복지 등 다른 시민운동 진영과 범 진보연대를 모색하는가 하면,‘시민운동의 정치중립성’이란 금기를 깨고 독자적 정치세력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활동가 200여명 집단 토론회 전국 환경단체들의 모임인 한국환경회의는 지난 13일부터 사흘 동안 경기도 용인시 숙명여자대학교 연수원에서 일선 활동가를 비롯한 내·외부 인사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집단 토론회를 벌였다.‘생태적 대안사회를 위한 환경운동의 재발견’이란 큰 주제에서 드러나듯 환경운동의 새로운 길을 탐색하는 자리였다. 달리 말하면,“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외침인 셈이다. 우리 사회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 시작된 환경운동은 비약적 성장을 거쳐 1990년대 중반 무렵엔 최고조에 이르렀지만 이후 지속적인 쇠락 양상을 보여왔다. 최근엔 거의 모든 환경단체들이 연대해 저항해 온 새만금·천성산 사업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사실상 결정타를 맞은 형국이다. 무엇이 환경운동, 환경단체의 위기상황을 불렀을까. 다양한 진단이 쏟아졌다. 우선 환경단체의 획일화 경향과 몸집 불리기에 대한 자체 비판이 나왔다. 환경정의 오성규 사무처장은 “환경단체간 치열한 경쟁으로 회원은 늘어나지 않는 가운데서도 중앙단체의 규모가 과거보다 세 배 이상 커졌다. 그러면서도 환경담론이나 이론의 분화는 일어나지 않은 채 표준화돼 버렸다.”고 말했다. 한양대 정규호 연구교수도 비슷한 진단을 내놓았다. 정 교수는 “지난 10여년간 환경단체들은 국가차원의 정책적 과제에 활동의 초점을 맞추고 중앙권력의 구조변화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면서 “환경단체의 사회적 위상과 역할을 높이기는 했지만 이것이 오늘날 부메랑처럼 시민운동 위기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의 성과들이 시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연결되지 못해 결과적으로 지지와 신뢰를 잃게 됐다는 것이다. 이보다 한층 직설적인 비판도 제기됐다. 노현기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환경위원은 “환경단체들이 정부기관이나 기업의 프로젝트를 (수주받아)진행하면서 환경을 파괴하는 대규모 국책개발에 대해 어떻게 집요하게 싸울 수 있겠는가.”란 따가운 물음을 던졌다. 결국 환경운동의 실패 요인은 “스스로 위기요인을 축적시켜 온 환경단체 내부에 있다.”는 말이다. ●환경단체의 ‘연대’와 ‘정치세력화’ 이런 진단들이 위기상황을 모두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환경단체의 내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사회적 분야의 ‘외적 상황’이 환경운동을 구석으로 몰고 어쩔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한 결정적 요인이라는 진단도 설득력있게 제시됐다. 이 가운데 참여정부에 이르러 ‘절차적으로 완성된 민주주의’가 개발주의, 제도주의, 전문가주의와 강하게 결합한 것이 환경운동의 정체성 혼란을 불렀다는 지적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정규호 연구교수는 “개발독재 시절의 개발주의와는 달리 현재의 신개발주의는 나름의 법적 절차와 제도적 합리성에 터잡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개발주의에 대한 환경단체의 비판적 문제제기는 제도화의 장벽에 가로막혀 희석되거나, 투쟁을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갈등의 부작용이 환경운동 진영의 책임으로 돌아오는 역설적 상황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환경운동의 새로운 길은 어디에서 열릴 수 있을까. 이번 토론회에서 화두로 던져진 키워드는 ‘연대’와 ‘정치세력화’였다. 우선 그 동안 대형 개발사업 등 특정 사안에 대해 환경단체간 ‘저항적 연대’가 이뤄지고 일정한 성과를 올리긴 했지만 이보다 연대의 폭과 깊이를 더욱 심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녹색연합 최승국 협동사무처장은 이와 관련,“생태주의, 녹색주의, 생명운동, 공동체운동 등 다양한 환경담론을 하나의 큰 개념으로 통일하고, 사회의 여러 진보진영과 연대해서 구체적인 공동의 미래전망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상지대 홍성태 교수도 “토건·개발주의 국가를 해체하고 생태적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선 거대한 사회적 연대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운동 진영이 본격적인 정치세력화에 나서야 한다는 논의도 활발하게 전개됐다. 상지대 정대화 교수는 ‘시민사회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방향과 과제’ 발제문을 통해 “현재 시민운동단체 가운데 대부분은 시민운동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정당을 지향하겠지만 일단은 시민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별개의 시민정치조직의 결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녹색당’ 결성 움직임도 이미 구체화한 상태다.2004년 환경·여성·풀뿌리자치운동을 비롯한 각 방면의 활동가들이 만든 초록정치연대는 지난 4일 녹색대안정당 설립을 기치로 내걸고 창당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녹색당 창당의 청사진과 조직기반 마련 작업을 거쳐 내년부터는 이를 실행에 옮긴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은 정당 결성이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우세한 편이다.“지금은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환경운동을 정비하고 운동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우선”(환경정의 오성규 처장)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희망제작소 김광식 부소장도 “수 년전부터 시민운동의 정치세력화 주장이 적극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아직도 정치세력화의 구체적 상이나 이념적 좌표 그리고 이를 추진할 주체적 역량도 없는 실정”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김 부소장은 “1990년대를 풍미했던 주류 환경단체들이 내용없는 경쟁과 분열, 갈등으로 인해 대중적 신뢰를 잃어버렸다.”면서 “지금은 정치세력화를 섣불리 주장할 게 아니라 리더십의 상실과 조직 이기주의 난무, 개별 단체의 이익 집착 같은 현상을 급진적으로 파괴해 신뢰를 구축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은 분분하지만 향후 진로를 둘러싼 환경단체들의 ‘분화(分化)’와 ‘통합’이 바야흐로 본격화한 느낌이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심상덕의 서울야화](15) 비어홀과 호프집

    [심상덕의 서울야화](15) 비어홀과 호프집

    지난 날 맥주병을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까 맥주회사에서 고물상까지 찾아다니며 헌 맥주병을 구해다가 맥주를 담아 팔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미화용으로 화단 주변에 삥둘러 박아 놓았던 빈 맥주병까지 뽑아다 재활용을 했었고 말입니다. 예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너무 많이 변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맥주 마시는 집을 흔히 ‘호프집’이라고 하잖아요.‘호프’는 원래 맥주 특유의 향기와 약간 쌉사름한 맛을 내주는 덩굴식물 일종입니다. 호프집이란 말이 바로 여기서부터 나오게 된 겁니다. 하지만 우리 서울에서 ‘호프집’이라는 간판이 등장하기 이전엔 맥주집들이 ‘비어홀’이란 간판을 내걸고 있었습니다. 약 40년 전인 1964년의 여름 날씨는 유난히도 무더웠습니다. 하루 밤이 멀다하고 어제까지 ‘대포집’ 간판을 내걸고 있던 술집이 전부다 맥주집으로 변해버렸거든요. 그 무렵에 서울 시내 간판업자들 돈 많이 벌었습니다. 바로 그 시절, 이 맥주를 파는 집들은 지금처럼 호프집이라고 하지 않고 그 때는 ‘비어홀’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었던 거죠. ‘이보시게 우리 퇴근길에 저기 비어홀가서 시원한 맥주 한잔 어떠신가?’ 요즘은 이 비어홀이라는 말 대신 호프집이란 말을 쓰고 있잖아요. 똑같은 맥주 한잔을 마시면서도 시대에 따라서 그 표현 방법이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우리 서울에 그렇게 비어홀이 많이 등장하던 1960년대 중반쯤엔 한 여름은 물론이구요, 가을 겨울에도 맥주가 꽤나 많이 팔렸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전에는 흔히 ‘정종홀’이라고 해서 ‘청주’만을 전문으로 하는 술집들이 있었잖아요. 이 청주만을 전문으로 하는 술집에도 한 겨울철에 맥주를 찾는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서울에 ‘맥주대포집’이라는 간판까지도 생겨났습니다. 맥주 장사가 이렇게 인기가 있다 보니까 이 때부터 가짜 맥주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던 거죠. ‘이거 어째 이상하다. 맥주 맛이 어때 자넨 괜찮아? 왜 이렇지 맥주 맛이?’ 또 맥주 장사가 이렇게 잘된다고 하니까 맥주 도매값이 두배나 껑충 뛰어 올랐고 그러다 보니까 또 이 주먹을 앞세운 폭력배를 동원해 맥주 쟁탈전까지 벌이기도 했던 겁니다. 그리고 해방 이전의 기록에 따르면 그 당시 우리 서울의 명동과 무교동, 또 종로 4거리에 있었던 화신 백화점 부근, 이 쪽이 서울의 중심지였던 거죠. 서울 중심가인 이쪽에 약 70개의 ‘비어홀’이 있었습니다. 해방전까지만 해도 이 맥주의 공급이 모자르다 보니까 ‘맥주 배급표’가 있어야 맥주집 앞에 길게 길게 줄지어 기다렸다가 맥주 한잔을 사 마실 수가 있었던 겁니다. 그것도 또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오후 5시가 지나야지만 맥주를 마실 수 있었고 말입니다. 그리고 해방 이후에 우리 서울에서 가장 많은 양의 맥주를 소비한 접객업소들이 어디였는가 하면요. 명동입구 근처에 있던 ‘태극그릴’, 그리고 충무로2가에 있던 ‘청향원’, 또 그 시절엔 종로3가에 있던 ‘명월관’, 그리고 관철동에 있던 ‘국일관’, 이런 유흥접객업소들이 하루에 맥주를 스무 상자에서 서른 상자 정도 소비하는 곳이었습니다. 그 시절엔 맥주 스무 상자에서 서른 상자 정도를 팔면 우리 서울에서도 최고의 영업집이었던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일년 동안에 약 40억병의 맥주가 팔리고 있고, 국민 한사람당 500cc잔으로 연간 약 110잔 정도의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거 보면요, 이 맥주 하나를 놓고 봐도 우리의 서울은 그 예전의 서울이 아닌 겁니다. 날씨도 더운데 시원한 맥주 한 잔 생각나지 않습니까.
  • [오늘의 눈] 한나라당에 묻는다/박찬구 정치부 차장급

    노무현 대통령의 화두는 도전적이다.“한 시대의 막내가 되고 싶다.”며 3김정치로 상징되는 지역주의를 극복하려는 바람을 표현한 것도 한 사례가 될듯 싶다. 열린우리당도 5·31 지방선거에서 지역주의를 고민했다. 비세(非勢)를 뒤집기 위해 호남을 안고 가는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는 구상은 유혹이었다. 하지만 당시 정동영 당의장 측근의 표현처럼 “지더라도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릴 수 없다.”는 원칙은 노 대통령의 화두와 맥이 닿아 있다. 정치고비마다 재연되는 지역주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개혁의 ‘초심’으로 읽힐 만하다. 표심을 얻진 못했지만 “어떻게 만든 우리당인데…”라는 격정에서 87년 체제를 넘어서려는 여권의 진정성을 굳이 폄하할 이유를 찾긴 어렵다. 정치권이 지방선거의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동안 이율배반적인 팍스아메리카나의 질서를 강요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역풍은 비정부기구로부터 거세게 불붙고 있다. 여야의 뒤늦은 호들갑이나 도심 시위로 인한 퇴근길 시민의 불편한 표정이 FTA의 본질은 아닐 것이다. 노동시장과 정규노동, 재화와 공공서비스로부터 ‘배제’된 장기 실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빈곤층은 그나마 시위에 나설 여력도 없는 소외된 그늘이다.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서 탈출구 없는 쳇바퀴를 맴돌고 있는 이들이야말로 한·미 FTA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한나라당의 7·11전당대회에서는 동시대의 화두인 탈(脫)지역주의나 FTA의 고민을 읽을 수 없었다.‘박심’(朴心)은 있었지만, 민심은 실종됐다.‘미사일’과 ‘영남’은 위력을 발휘했지만, 민생 대안과 통합의 메시지는 찾기 어려웠다. 정치학자들은 박근혜의 서진(西進)과 고건의 동진(東進)을 차기 대선의 주요한 관전 포인트로 여긴다.FTA의 후폭풍이 97년 쇼크 못지않게 심각할 것이라는 각계의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묻고 싶다. 민심의 순풍을 타고 있다는 한나라당은 과연 시대와 역사를 제대로 고민하고 있는가. 박찬구 정치부 차장급 ckpark@seoul.co.kr
  • “외부재앙 막아야” “평화결실 거두자”

    “재앙은 내부에서도 오지만, 외부에서도 일어난다.” 11일 부산에 도착한 남북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참사의 발언이다. 권 단장은 이날 조선비치호텔에 마련된 환담장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태풍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서 ‘외부 재앙론’을 폈다. 권 단장의 발언은 미사일 국면에서 한·일 양국 사이에 갈등이 증폭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권 단장은 “태풍피해는 남과 북이 없는 것같다.”면서 “우리가 좀 잘해서 외부에서 온 재앙을 대처할 필요가 있다. 잘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석 장관은 이에대해 “날씨처럼 정세와 상황이 어둡고 힘든데, 이럴 때 남과 북이 지혜롭게 대응하자.”면서 “평화와 안전에 대해 좋은 논의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 APEC(아태 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렸던 누리마루 하우스에서 열린 만찬에서 기자들과 만나 권 단장의 ‘외부 재앙론’에 대해 “날씨 얘기일 뿐이고 직접적으로 한반도 정세를 지칭한 건 아니다.”고 의미를 축소했다.그는 이어 “권호웅 단장이 시종 굳어있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만찬도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한 국내외의 긴장감 때문인지 과거 회담 때보다는 한결 간소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이날 만찬사에서 양측은 모두 미사일 사태로 조성된 긴장국면을 우회적으로 표현했으며, 남북대화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장관은 “최근 조성된 상황으로 인해 지역정세가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남북관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어려운 상황일수록 진지한 대화를 통해 타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권호웅 단장은 “북남 쌍방은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건 이 궤도에서 절대로 탈선하지 말고 우리 민족이 선택한 6·15의 길을 끝까지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만찬사에서는 의례적인 미사여구가 사라졌으며 길이도 평소보다 간결했다. 총리 주최 환영 만찬은 이종석 장관 주최만찬으로 대신했다. 회담 테이블은 지난해의 원형 테이블 대신에 사각 테이블로 대체됐다. 두 단장의 얼굴도, 환담장에 배석한 양측 대표들의 얼굴도 미사일 사태로 조성된 긴장국면 탓인지 굳어있었다. 이런 모습은 “상당히 어려운 회담이 될 것”이라는 정부 고위당국자의 전망과 맥을 같이 한다. 한편 회담장에는 내신기자 130명과 주로 일본기자인 외신기자 60여명이 몰렸다. 일본기자 숫자는 과거 남북대화 때보다 이례적으로 많은 것이다.부산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문화가 흐르는 피서지 공연축제의 대향연

    문화가 흐르는 피서지 공연축제의 대향연

    7·8월이면 전국은 거대한 야외 공연장으로 변한다. 여름 휴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다양한 공연축제들이 지역 곳곳에서 앞다퉈 열린다. 산 좋고, 물 좋은 휴가지에서 덤으로 공연까지 즐길 수 있는 금상첨화의 기회를 소개한다. 경남 밀양시 부북면 가산리의 밀양연극촌에서 펼쳐지는 밀양여름공연 예술축제(21일∼8월1일)는 20·30대 젊은 연극집단과 대학극단을 중심으로 한 여름연극캠프다. 연극촌 내 숲의극장, 우리동네극장 등 5개 극장과 야외가설무대 등지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는 연희단거리패 창단 20주년을 맞아 개막작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을 비롯해 ‘오구’‘바보각시’‘어머니’등 극단의 대표작이 무대에 오른다. 또 극단 사다리의 ‘시계 멈춘 날’ 등 국내외 연출가와 대학생들의 작품 37편이 공연된다. 올해로 18회째인 거창국제연극제(28일∼8월16일)는 아름다운 자연으로 이름난 휴양지 수승대 일대에서 열리는 공연축제다. 낮에는 시원한 계곡에서 열기를 식히고, 밤에는 한바탕 흥겨운 공연으로 더위를 잊을 수 있어 해마다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올해도 어디서나 쉽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곳곳에 ‘거리 공연장’을 마련해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총 10개국 47개 단체가 참여해 가족극, 마당극, 뮤지컬, 발레 등 208회를 공연한다. 호반의 도시 춘천은 축제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해마다 5월에 열리는 춘천마임축제에 이어 춘천국제연극제와 춘천인형극제가 7·8월에 연달아 개최된다.춘천국제연극제(26∼30일)는 ‘당신을 위한 4색 축제’란 타이틀에 걸맞게 연인들을 위한 ‘인 러브’, 성인 관객을 겨냥한 ‘테마’,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패밀리’ 등 4가지 다른 컨셉트로 관객을 유혹한다.6개국 17개팀이 초청됐다. 춘천인형극제(8월9∼15일)에는 이탈리아 로라키벨극단의 ‘발 인형극’ 등 국내외 전문 극단의 인형극이 대거 선보인다. 인형극 제작과정을 체험하는 ‘번개 인형극’, 인형극 열차 ‘코코바우열차’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눈길을 끈다. 클래식음악의 아름다운 선율과 타악의 흥겨운 리듬을 만끽할 수 있는 축제도 있다.대관령국제음악제(31일∼8월16일)는 한국의 아스펜축제를 표방한 음악축제.3회째인 올해의 테마는 ‘평창의 사계’로 상주악단인 세종솔로이스츠와 작곡가 강석희의 현악 합주곡 ‘평창의 사계’가 초연된다. 명교수와 음악도들이 만나는 마스터클래스와 실내악 연주회가 풍성하다. 사천세계타악축제(8월3∼6일)는 12차 농악, 가산오광대, 판소리고법 등 타악과 춤, 노래로 전통문화예술의 맥을 잇고 있는 사천시의 특징을 살린 문화축제. 올해 첫 행사로 호주, 발리, 가나, 중국, 일본, 미국에서 온 타악 연주팀의 신명나는 연주를 즐길 수 있다. 세계 타악기 전시·체험관도 마련된다. 이밖에 수원 화성을 배경으로 환경연극 등이 공연되는 수원화성국제연극제(8월18∼27일), 강원 봉평군에서 열리는 봉평달빛극장페스티벌(8월2∼12일) 등도 여름 나들이 삼아 가볼 만하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진흥고 정영일 에인절스 입단 합의

    ‘닥터K’ 정영일(18·광주진흥고)이 한국 선수로는 31번째로 미국프로야구에 뛰어든다. 정영일은 7일 LA 에인절스 입단에 합의하고 세부적인 계약조건을 조율하고 있다. 계약금은 100만달러(9억 5000만원)를 웃돌 전망이며,9일 광주에서 에인절스와 조인식을 가질 예정이다. 아마추어 스타의 미국 진출은 지난 2001년 유제국이 계약금 160만달러를 받고 시카고 컵스에 입단한 이후 맥이 끊겼다.2002년 정성기(애틀랜타)와 지난 5월 남윤희(텍사스)가 헐값을 받고 명맥을 이었을 뿐. 한 때 봇물처럼 터져나온 유망주의 미국행이 뜸해진 것은 대부분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또한 병역의 걸림돌과 국내에서도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점도 ‘거품’을 빼는데 일조했다. 정영일도 당초 1차 지명을 한 연고구단 KIA와 협상을 벌였다. 정영일 측은 역대 최고액(10억원)을 받은 한기주(KIA)급 대우를 요구한 반면 KIA는 5억원에 계약한 김광현(안산공고·SK 입단예정) 수준을 고수해 결렬됐다. 반면 5년전 ‘김진우 스카우트전’에서 KIA에 밀린 에인절스는 적극 공세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일은 188㎝,96㎏의 우완정통파로 지난 4월 대통령배대회 경기고전에서 13과 3분의2이닝 동안 국내 최다인 23개의 삼진을 뽑아내 화제를 모았다. 최고 구속은 149㎞이지만 묵직한 공끝과 배짱이 일품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北 미사일 파장] 중국- “미사일발사 권리” 北 거들기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당사국 가운데 가장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해오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내부 지식인 사회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주권’을 거론하는 등 북한을 거들어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6일 일부 언론 매체에서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나의 주권국가로서 북한(朝鮮)은 미사일을 발사할 권리가 있다.”는 식의 보도를 내놓기 시작했다.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미국센터의 진찬룽(金燦榮) 교수는 “비록 미사일 발사가 주변국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지만 북한으로서는 내부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면서 “현재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미사일 발사가 국민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에 대해 중립적인 논평들을 내놓은 뒤 네티즌들로부터 ‘왜 북한의 미사일 주권을 인정해주지 않느냐.’는 비판을 거세게 받았다.”면서 “요즘 북한 미사일에 대한 논평이 대단히 조심스러워진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을 놓고 미국과 일본간의 동맹이 강화되고 있는 데 대한 중국 국민들의 반발 심리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사일 발사 이후 중국 외교부가 대북 강경 조치에 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도 이같은 기류와 맥을 같이한다. 베이징의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만류해 온 중국의 체면을 구긴 점도 없지 않지만, 어쨌거나 상황을 변화시켜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활동 공간을 넓힌 측면도 있다.”면서 “중국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jj@seoul.co.kr
  • 27일 개봉 ‘괴물’ 주연 변희봉

    27일 개봉 ‘괴물’ 주연 변희봉

    영화 ‘괴물’(제작 청어람)의 포인트는 괴물이 아니다. 괴물 때문에 들통난 요지경 세상사에 대한 재기 넘치는 크로키여서다. 그렇기에 육감적인 괴물은 코스요리로 치자면 에피타이저다. 메인요리로는 봉준호 감독이 빚어낸 다채로운 인간군상을 꼽을 만하다. 주·조연은 물론 단역들까지 제각각의 생김새를 고스란히 내미는 통에 풍성한 야생화 한다발 같다. 그래도 중심은 있다. 바로 한강변 매점 주인 ‘희봉’역을 맡은 배우 변희봉이다. “이제 방학이고 12세 관람가까지 받아놨으니 가족끼리 이 영화를 많이 봐줬으면 해요. 그냥 한번 보고 말 영화는 절대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거 너무 자화자찬인가요? 으허허허….”(드라마 웃음소리하고 정말 똑같다) “배우에게 만족이란 없다.”더니 결국 본색(?)을 드러낸다. 그만큼 흡족한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부터 제대로 된 ‘아버지’ 역할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묻는 영화를 해보고 싶던 터였다. 가족끼리 보라는 말도 적당히 오락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함께 보면 가족에 대해 얘기할 거리가 많을 것이라는 의미다.“무심히 넘어가다가 어느 순간 희봉의 대사 가운데 하나가 귀에 걸리거들랑 그 뜻을 찬찬히 살펴보세요.” 그래서 의욕적으로 설정도 했다.‘젊은 시절 껌 좀 씹었던’ 이미지를 넣기 위해 이에다 보철을 꼈고, 늙고 쪼그라든 뒤에는 곰살맞은 아줌마처럼 변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배에다 깃털뭉치를 한가득 넣었다. 희봉은 둘째 남일(박해일)에게까지 무시당하는, 얼빠진 첫째 아들 강두(송강호)를 끝까지 감싸는 캐릭터다. 졸지에 딸 현서(고아성)를 잃은 아비 심정을 헤아리라면서. 강두가 그리된 것도 젊은 시절 넋 놓고 살았던 자신 때문이라면서.‘컵라면 팔아 대학 보낸´ 남일에게 형을 이해하라고 한다. 그런 넋두리 속에 슬쩍슬쩍 끼어드는 대사가 보통이 아니긴 하다. 거기다 마지막으로 괴물과 맞섰을 때, 그렇게 감싸안았던 강두의 바보짓 때문에 죽으면서도 맥풀린 손짓으로 ‘어여 가.’,‘너라도 살아.’라고 말하는 듯한 그 표정은 참 잊기 힘들다. 그런데 촬영 때는 꽤나 애먹었던 장면이란다.“‘아버지’라는 것 때문에 출연했으니까, 그런 부분들을 정말 강하게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감독이 많이 자제시켰어요. 몇번이나 다시 찍었죠. 그런데 시사 때 보니까 그렇게 자제시킨 게 맞는 거 같아요. 배우가 폭발해버리면 관객들이 스며들지를 못하거든요.” 그러고보니 봉 감독과는 인연이 깊다. 그가 찍은 영화(‘플란다스의 개’·‘살인의 추억’) 모두에 출연했다. 둘의 인연은 80년대 찍었던 단막드라마까지 줄줄 꿰면서 ‘당신 연기를 정말 눈여겨 봤다.’고 봉 감독이 청하면서 시작됐다. 변희봉이라고 영화를 생각 안 했던 건 아니다.80년대 이런저런 연기상을 받을 적에 시나리오도 꽤 받았다. 그러나 그 시절 영화계에는 ‘변강쇠·애마부인·어우동’이 노닐고 있었기에 “방송 나가는 사람이 어떻게….”하며 모두 접었다. 봉 감독이 접근했을 때도 “뭐 별거 있겠냐. 늘그막에 무슨….”하는 생각에 거절하다 ‘초짜’감독이 저리 애쓰는데 싶어 마지못해 승낙했다. 워낙 기대가 없었기에 신경도 안 쓰다 봉 감독 손에 이끌려서야 극장으로 갔다. 물론 맨정신으로는 힘들 거 같아서 소주 2병도 비웠다.“그렇게 ‘플란다스의 개’를 보고서야 아∼ 정말 한국영화가 달라졌구나, 봉 감독 참 대단하구나 하고 무릎을 쳤지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인연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영화 전반에 흐르는 정치적 코드에 대해 물었다.‘괴물’ 도입부는 미군의 한강 포르말린 방류사건이다. 결말부에 ‘에이전트 오렌지’(베트남전 때 미군이 살포한 고엽제)가 등장한다. 그것도 높은 곳에 대롱대롱 매달린 것이 괴물이 처음 등장할 때의 모습과 똑같다.“안 그래도 ‘반미’냐는 질문이 있던데 전혀 상관없습니다. 처음으로 괴물을 등장시키는 영화다 보니 어떤 사실적인 기반이 있지 않으면 어필하기 힘들겠다는 판단에 따라 넣은 ‘설정’입니다.”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김봉석 영화평론가 1. 괴물을 인정하자. 현실에는 없는 괴물. 하지만 있다면 세상 모든 질서와 규범을 바꿀 수 있는 괴물은, 단순히 공상이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어둠이기도 하다. 미군기지에서 버린 독극물로 태어난 괴물은 공상 속의 존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악과 부조리를 상징한다. 2. 낙오자가 괴물을 물리친다. 강두의 가족은 그 누구도 정상에 올라보지 못했던, 초라한 소시민이다. 하지만 괴물에게 잃어버린 가족을 되찾기 위해 최고의 전사가 된다. 그들의 싸움은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3. 봉준호의 유머를 즐겨라.‘괴물’은 썰렁한 듯하면서도 기묘하게 가슴을 울리는 유머들이 인상적이다. 봉준호 특유의 캐릭터와 유머가 ‘괴물’을 이끌어가는 주요 활력이다. 변희봉·송강호·박해일·배두나의 불협화음 같지만 너무나 절묘하게 맞물리는 개그 앙상블과 탁월한 연기가 두드러진다. ●이미경 환경재단 사무처장 ‘괴물’은 환경재단에서 개최하는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손색없을 정도로 메시지가 분명한 환경영화다. 게다가 환경영화가 이렇게 재밌고 감동적일 수 있다는 걸 증명해 준 걸작이다. 누군가 무심코 내버린 독극물·오염물질, 그로 인해 훼손한 자연 때문에 나와 내 아이와 이웃이 돌연변이 괴물의 발톱에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환기했으면 한다. 봉준호 감독이 시사회장에서 말은 안 했지만, 그가 평소부터 생명과 환경에 투철한 철학이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쑥스럽지만 부탁드린다. 환경재단 홍보대사 해주실래요. ●정혁현 목사·영상문화연구소 케노시스 대표 ‘괴물’이란 ‘이해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괴물이 두려운 것은 그 통제불가능한 힘의 연원이 감추어진 존재, 그러면서 동시에 가공할 파괴력을 행사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괴수영화의 전개 과정은 괴물이 정체를 드러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영화 ‘괴물’이 색다른 것은 이 지점이다. 괴물은 용산 미군기지에서 방류된 독극물로 인한 유전자 변이체이다. 미국은 괴물의 배후이자 그 괴물에 대처하는 과정에도 개입하여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원흉으로 설정된다. 그렇다면 괴물의 정체는 우리나라의 대미 종속이 낳는 치명적인 문제의 징후일까.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영화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한 가족의 사투를 중심에 놓는데, 그 싸움은 두 겹으로 진행된다. 괴물과 싸우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안전관리 시스템 그 자체와도 더더욱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해결책은 피해자에게 다가가는 길을 찾는 것임에도 시스템은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한다. 괴물이 사라진 뒤에도 영화의 풍경은 평화롭지 않다. 아니 오히려 더욱 불길하다. 이들의 사회적 위치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배지환의 DICA FREE oh~] 주제의 위치선정

    [배지환의 DICA FREE oh~] 주제의 위치선정

    삶이 그대를 지치고 힘들게 할 때 푸른 바다로 떠나세요. 저 멀리 등대가 있는 곳으로…. 좋은 노래를 가득 담은 MP3와 당신의 모습을 기록할 수 있는 디카는 필수입니다. 당신의 외롭고 슬픈 마음을 가득 담아 셔터를 눌러보세요. 그러고는 큰소리로 외쳐보세요.“이젠 사랑하고 싶다.” 우리는 항상 파인더나 LCD에 맺힌 영상을 보며 세상과 끊임없는 대화를 합니다. 해질녘 바닷가에서 만난 풍경은 제 가슴에 한없는 쓸쓸함으로 다가옵니다. 방파제 끝에 있는 등대가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날 그때는 저에게 한없는 외로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위 세장의 사진은 거의 같은 노출로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하지만 세장이 주는 느낌은 모두 다릅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진이 제일 맘에 드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등대가 구석에 찍혀 있는 제일 큰 사진이 마음에 듭니다. 물론 그 자리에서 좀더 기다려 등대에 불이 들어왔을 때 찍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시간상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사진에서 주제와 부제 등을 어떤 위치에 놓고 찍느냐에 따라서 느낌은 너무 달라집니다. 특별한 방법은 없지만 여러 각도와 다양한 방법으로 사진을 기록하다 보면 자신만의 독특한 문법을 갖게 되지요. 그래서 유명한 작가들의 사진만 보아도 누구의 사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망망대해를 외로이 지키고 있는 등대. 어쩐지 제 자신도 저렇게 혼자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더욱 가슴이 저려옵니다. 감도(iso)는 250, 셔터스피드는 1/80, 조리개:f8.0로 찍었습니다. ■ 디카리뷰 - 코닥 V610 요즘 코닥에서 연일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디카가 V610이다. 두께가 2.3㎝의 슬림형임에도 불구하고 10배의 광학줌을 쓸 수 있는 V610은 괴물에 비유된다.600만 화소대의 카메라로 현재 인터넷에서 옵션에 따라 47만원부터 53만원 대에 팔리고 있다. # 두 개의 눈에서 뿜어내는 놀라운 능력 위·아래 두개의 렌즈를 사용하는 독특한 듀얼렌즈에서 실제 화각 38㎜의 광각부터 380㎜의 초망원을 지원한다니, 카메라를 좀 아는 사람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도 카메라 두께가 2㎝밖에 되지 않는데 슬림형 보디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무리 광학 기술이 발전을 한다고 해도 솔직히 별로 믿기지 않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써보았다. ‘소리없이 강하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줌을 사용할 때 렌즈가 외부로 나오지 않는 이너줌은 ‘징징’거리며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부드럽게 움직이며 LCD화면에 피사체의 초점을 잡아준다. 또 렌즈가 위·아래로 넘어 갈 때도 전혀 충격이 없다. 디자인 또한 전통적인 V시리즈의 맥을 이어 도시적이고 세련되어 눈길을 끈다. 이밖에도 슈나이더 크로이츠나흐 C-바리오곤 렌즈와 특유의 이미지 처리 프로세스로 풍부하고 진한 색감을 만들어내는 점 또한 V610의 강점. 신속한 초기 가동 속도, 블루투스 기능,3장을 카메라가 이어 붙여주는 파노라마 기능 등 한층 발전된 성능으로 정말 누구나 쉽고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참 이렇게 뛰어난 발상으로 재미난 카메라를 만드는 코닥에서 매번 거론되는 LCD의 지글거리는 노이즈를 확실하게 잡아내지 못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찍은 사진을 컴퓨터나 프린트를 했을 때는 보이지 않지만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을 때 LCD에 나타나는 노이즈는 사진을 찍는 맛을 감소시키는 것임에 틀림없다. 또 10배의 광학줌을 탑재하고 흔들림 방지기능이 없다는 것 또한 문제.f:4.8의 밝은 고정 조리개를 가지고 있는 렌즈라고 해도 300㎜이상의 망원에서는 선명한 사진을 얻기가 쉽지 않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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