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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은 없다’저자가 통일장관?

    ‘통일은 없다’저자가 통일장관?

    대표적인 대북 강경론자로서 ‘한국의 네오콘’으로 불리는 남주홍(56)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가 국무위원으로 내정되면서 통일부가 존치될 경우 통일장관으로 부임할 것으로 알려지자 인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 국무위원 내정자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안보통일보좌관 출신의 보수적 안보론자로, 그동안 ‘통일은 없다’ 등의 저서를 통해 ‘햇볕정책’ 등 지난 10년간 정부의 대북정책의 오류를 신랄하게 비판해 왔다. 특히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6·15남북공동선언에 대해 ‘대남 공작용 공작문서’라고 비판하고 지난해 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부도날 수밖에 없는 약속어음’이라고 지적하면서 ‘빠른 통일’보다 ‘바른 통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 때문에 대결적 북한관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과연 통일장관에 맞느냐가 논란이 되고 있다. 남 내정자의 발탁은 비핵화와 개방을 대북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삼는 ‘전략적 상호주의’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꾀한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대북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는 평가다. 지난 10년간 햇볕정책 및 대북 포용정책을 비판해 온 보수론자를 기용함으로써 통일부 조직을 쇄신하고 북측에 더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측은 당초 통일부를 외교부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엇박자를 보여 온 대외정책과 대북정책을 조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만큼 북핵 6자회담 등 정치적 협상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는 남 내정자가 통일부 수장으로 앉을 경우 북핵 문제도 한·미 공조 강화 등을 통한 안보적 관점에서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여성&남성] 軍가산점 부활, 총성없는 전쟁

    [여성&남성] 軍가산점 부활, 총성없는 전쟁

    군가산점제 부활을 놓고 ‘남녀 성(性)대결’이 한창이다. 지난 13일 군필자에 한해 취업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과하자 여성들은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불만을 성토하고 있다. 남성들은 ‘본회의에서 우리의 2년을 확실히 보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인터넷에는 욕설까지 난무하며 인신공격 일색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감정의 골은 벌어질 대로 벌어졌다. 이 생각의 차이를 어떻게 좁혀나갈 수 있을까. 군가산점제에 대한 여(女)와 남(男)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아울러 군가산점제를 찬성하는 여와 반대하는 남의 조금은 색다른 이야기도 다뤄본다. ■ 남성 “2년 복무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 ● 군대는 취업의 ‘장벽’ “남자가 군대에 2년간 머물며 포기할 게 너무 많은데, 충분히 보상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회사원 권모(34)씨는 군가산점 부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남자가 군대에 다녀오는 동안 버릴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남성이 말하는 ‘2년에 대한 보상’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남자가 군대에 가 있는 동안 군 미필자는 자기계발할 시간이 있잖아요.”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이모(29)씨는 ‘공부하고 있는 입장’에서 군필자가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군 복무로 인해 학업의 연속성이 끊기면서 보는 손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여성에게도 사회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군가산점제 사용을 3∼4차례로 제한한다는 조항이 있어 여자에게 크게 불리할 것이라 보지 않습니다. 또 법안을 발의했을 때 사회적 요소를 많이 고려하기도 했고요. 위헌소송으로 갈 것을 예상해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법안을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실제로 장애인을 위한 우대제도도 많이 생겨나는데 군대를 다녀온 사람에 대한 일련의 혜택은 무척 필요하기 때문이죠.” 서울의 모대학병원 레지던트 4년차인 오모(30)씨는 억울한 사연을 털어놨다.4년 전 레지던트 선발 과정을 생각하면 밤에 잠을 설친다. 예전에는 레지던트 선발 과정이나 전문의 스태프 발령시 군필자에게 3년간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있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군가산점제를 위헌이라고 결정한 1999년 이후 이런 혜택이 모조리 없어졌다. 안과, 피부과, 성형외과 등 소위 인기 학과에는 여자가 더 많이 선발되는 등 역차별을 당하는 사례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민간회사에서조차 인정해주는 군필자의 호봉 산정도 의사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군대 갔다온 남자에게 레지던트 선발 과정에서 혜택이 있었는데, 이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걸요. 저도 아직 군대를 가지 않았는데 내년쯤 공중보건의로 갈 생각입니다. 군대 가서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바에야, 공중보건의로 지원해서 월급을 받는 게 백배 낫지 않겠어요?” ● “군 가산점제는 국가 안보를 지키는 일” 병원에서 근무하는 김모(30)씨도 같은 생각이다. 김씨는 우리 나라가 분단국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직 분단국가인 만큼 군대에 대한 젊은이의 인식을 바꾸게 하기 위해서라도 군가산점은 필요하다는 것이다.“젊은이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에는 어떤 식으로라도 사회에서 혜택을 주는 부분이 있어야죠.” 만일 군복무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다면 모두 국방의 의무를 소홀히 할테고 결국 국가의 안보에 치명타를 받게 될 것이란 얘기다. 우리 사회는 군필자에 대한 보상이 너무 미약하다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다. 컴퓨터 관련부품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임모(30)씨는 군가산점제에 ‘부분 찬성’하는 입장이다. 군대를 다녀왔다고 무조건 군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국가 공무원 시험과 같은 공익적 성격이 있는 것은 군가산점제를 시행하는 게 옳다고 믿는다. “회사 성격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는 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무원 시험 같은 국가시험은 경쟁률도 치열하고 공익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에 군가산점을 부여해야 하겠지만 민간업체 중에서 군가산점이 큰 의미가 없는 곳은 안 줘도 된다고 봅니다. 국가에서 이 기준을 확실히 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일부 남성들 ‘반대’의견도 대학원에 재학하고 있는 정모(29)씨는 군가산점제 부활에 반대한다. 현재 국회 국방위를 통과한 군가산점 개정안은 공무원시험 등 국가에서 주관하는 시험을 치르는 남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므로 또다른 차별이라는 것이다. 공무원 시험처럼 경쟁률이 치열한 시험에서는 단 몇점 차이만으로 당락이 좌우되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채용시험은 사람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군대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가산점을 부여받는다는 건 좀 위험한 생각인 것 같습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입사 4년차 김모(30) 대리는 군대를 다녀왔다고 해서 그다지 손해본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군대에서도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못할 뿐, 사회에서 필요한 ‘인생 공부’를 많이 하고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군대 요즘 좋아졌잖아요. 남자가 군대에 있는 동안 오히려 사회에 필요한 기술을 더 많이 배워 오는 일도 많은 것 같아요. 경제가 침체됐을 때 군대가 오히려 도피하는 창구가 되는 경우도 많지 않나요? 군대를 다녀오는 게 꼭 남자에게 손해가 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군가산점제요? 분야에 따라 다른 것 아닌가요? 우리 같은 영업사원 중에는 여자가 거의 없어요. 회사에서도 여자를 별로 선호하지 않고요. 그러잖아도 여자가 취업하기 불리한 분야가 많은데 이번에 통과된 법안 때문에 취업하려는 여성이 더 불리해질까 걱정이네요.” 제약업체에 근무하는 성모(30)씨는 영업사원으로 일한 지 3년째이지만 여자사원이 들어오는 일을 본 적이 별로 없다. 제약영업의 특성상 여자가 일하기 힘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도 여자보다는 남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유럽의 선진국처럼 육아정책 등 여성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잘 갖춰진 나라에서는 이미 남녀평등이 이뤄진 사회이기 때문에 남자가 군대에서 고생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확실히 해줘야죠. 하지만 우리나라가 어디 그런가요? 아직 여성에 대한 불평등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런 것들을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 하나의 남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여성 “차라리 취업 뒤 다른 혜택 마련을” ● ‘일상의 차별’ 심각한데 군가산점제가 웬 말? “왜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나요? 군대를 다녀와서 남자만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군가산점제를 찬성하는 남성들이 애용하는 ‘여성 상위시대’란 말의 근거는 무엇인가요?” 서울의 한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모(27·여)씨는 군가산점제가 국회 국방위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밤잠을 설쳤다.“군가산점제 시행의 전제조건은 ‘남성과 여성이 완전히 평등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전제 하에 ‘남성이 군대문제로 차별받고 있기 때문에 군가산점제라는 혜택을 부여한다.’는 거죠. 그런데 그 전제 자체가 맞는 건가요? 여성들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는 ‘소수자’입니다.” 김씨는 여성에 대한 ‘일상의 차별’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여자라는 이유로 취업에서 조직생활까지 냉대받는 현실 속에서 군가산점제가 시행된다는 사실은 김씨의 눈에 그저 ‘모순투성이’로 비쳐질 뿐이다. 직장인 주모(27·여)씨도 분노하기는 마찬가지. 지난 2005년 외국계 회사에 취업한 주씨는 취업하기까지 낙방의 고배를 여러번 마셔야 했다고 말했다. 학점, 토익, 인턴경력 등 취업에 필요한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갖췄음에도 서류통과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 반면 뒤에서 맴돌던(?) 남자 선배와 동기들은 취업난에도 ‘무사통과’였다.“사실 그 친구들에 비해 떨어질 이유가 전혀 없었어요. 이력서가 무척 화려했거든요. 며칠간 잠을 잘 수가 없더군요.” 유명 대기업을 지원해서 10차례 이상 ‘쓴 맛’을 봤던 주씨는 결국 여성차별이 덜하다는 ‘외국계 기업’에 원서를 제출한 뒤 겨우 회사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취업 시즌만 되면 ‘모든 여성은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말이 있어요. 저 역시 그랬어요. 취업을 준비하는 다른 남자들에 비해 모자랄 게 전혀 없는데 왜 이렇게 홀대를 받아야 하는지 정말 억울했습니다. 이 와중에 군가산점제까지 시행되면 여성들은 어떻게 일하란 소린가요.” ● “남성들의 피해의식 공감하지만….” 일부 여성들은 군 복무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는 생각을 같이 하지만 ‘군가산점제는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남자들 군대 이야기 들으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창 젊은 나이에 자유도 박탈당하고 자기 계발도 못하니까요. 그러나 군가산점제는 좋은 방안이 아닌 듯싶습니다. 취업은 사회생활의 ‘첫단추’인데 시작부터 차별을 해서는 안 되죠.” 취업준비생 안모(25·여)씨는 “사회에 발을 들여놓는 첫 단계부터 차별을 하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차별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푸념했다. 특히 남녀가 모두 취업난을 겪는 상황에서 군필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사회적 위화감만 더 키울 뿐이라는 것이다.“차라리 취업 뒤에 군필자에 대한 다른 혜택을 지원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군가산점제는 많은 여성들을 맥빠지게 하거든요. 남자만 군복무를 할 수 있는데 이게 취업으로 곧바로 연결된다면 곧 생물학적 차별이죠. 민주주의 국가에서 벌어져서는 안 될 일 아닐까요? 다른 보상 방안을 생각해 줬으면 합니다.” 직장인 김모(27·여)씨도 다른 보상 방안을 검토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이를 취업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많다고 말한다. 김씨는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꺼내들었다.“남자들 군대 보상해줘야죠. 얼마나 고생인가요. 그러나 여성의 고통도 심해요. 아직 가사와 육아의 부담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남성들도 많이 ‘도와주는’ 분위기라지만 ‘도와주는’ 수준에 불과할 뿐이죠. 결국 여성들은 직장보다는 가정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회사에서는 남성을 선호할 수밖에 없죠. 일에만 몰두할 수 있으니까요. 당연히 채용도 여자보다는 남자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고요.” 김씨는 여성이 가사와 육아의 구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암묵적인 ‘남성 우대’ 채용 문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군가산점제는 이런 채용 문화를 제도적으로 합법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회사에서 남자 간부들은 ‘여자들은 무조건 일찍 퇴근하려 한다.’,‘여자들은 조직에 융화될 줄 모른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이는 여성이 가사와 육아의 부담을 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군가산점제는 이런 비합리적인 의식들을 제도적으로 ‘합법화’시킬 소지가 큽니다. 군대에 대한 보상은 해줘야 하지만 채용과 연결지어서는 안 됩니다.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요.” ● ‘군가산점 찬성’목소리도 그러나 모든 여성들이 군가산점제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여성들은 군가산점제가 군필자들의 ‘잃어버린 2년’을 보상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보통 군대를 가는 시기가 대학생 시기인데 한창 취업준비할 나이잖아요. 그렇다면 취업 이후보다 취업 이전에 보상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죠.” 직장인 이모(30·여)씨는 군가산점제가 여성에게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보상을 위해서는 군가산점제가 가장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남성들이 군대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부분이 취업이기 때문에 여기에 혜택을 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손모(27·여)씨는 여성을 위해 군가산점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문제에 수많은 안티 세력이 생긴 근본적인 이유가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의 ‘피해의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피해의식’은 상당부분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솔직히 맞는 소리죠.2년 동안 조선시대 노비나 경험해 볼 수 있는 ‘밑바닥’을 체험하고 오잖아요.” 손씨는 여성의 인권을 위해서는 차라리 군가산점제라는 혜택을 주고 ‘제로 베이스’에서 여성운동을 시작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여성들이 자신의 인권을 말할 때 일단 남성의 군복무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여성들도 더욱 당당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7) 일 하다 먹는 ‘들밥’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7) 일 하다 먹는 ‘들밥’

    장정이 7명, 젖먹이 어린애가 한 명, 더벅머리 꼬마가 한 명, 그리고 젖을 먹이는 아낙이 한 명이다. 뙤약볕에서 일을 했는지 장정 다섯은 웃저고리를 벗고 맨살을 드러내고 있다. 큼지막한 밥사발을 들거나 앞에 놓고 먹고 있는데, 가난한 살림이라는 것은 절로 짐작이 간다. 김홍도 그림 ‘들밥’의 왼쪽을 보면 두 사내가 한창 밥을 먹고 있는데, 반찬 그릇은 오직 하나다. 그림 중앙의 사내는 아예 반찬 그릇조차 없다. 모든 밥은 아낙네의 앞에 놓인 보자기를 덮은 방구리에서 나온 것이다. 장정 일곱의 밥이 방구리 하나에서 나오다니, 좀 쓸쓸하다. 방구리는 한쪽이 열려 있는데, 조심스럽게 보면 그릇을 담은 것이 아니라, 단일한 품목의 물건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데, 내 눈에는 보리밥으로 보인다. 아닌가. 하기야 들밥에 무슨 음식의 종류가 있을까. 보리밥에 풋고추와 된장이면 족할 것이다. 하지만 빠질 수 없는 것이 막걸리가 아닌가. 그래서 새참은 동시에 ‘술참’이 된다. ●김 매는 노동뒤에 배불리 먹는 포만감 흔히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을 하지만, 사실 직업에는 귀천이 있다. 편안하고 쾌적한 사무실에서 깔끔한 복장으로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업무를 보고 월급을 받는 것과, 저 땅 속에서 비지땀을 흘려가며 석탄가루를 뒤집어쓰고 석탄을 캐는 노동으로 대가를 받는 것이 선택사항이라면 당신은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양반들은 언필칭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곧 농민이 가장 고귀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식량은 인간의 필수적 생존조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식량을 생산하는 농사가 가장 중요한 것일 뿐, 뙤약볕에 몸을 내맡기고 허리가 끊어져라 김을 매는 노동은 사실상 선택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사실 농사일은 엄청난 중노동이다. 농업의 기계화가 이루어지기 전의 농사는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이 인간의 손끝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노동의 강도는 대단히 높고, 칼로리의 소모도 엄청난 것이다. 그 소모되는 칼로리를 공급하는 것이 들밥이고 새참이 것이다. 강희맹이란 분이 있는데, 한국한문학사에 꽤나 이름이 높은 분이다. 그 분의 저술에 ‘금양잡록(衿陽雜錄)’이란 책이 있는데, 농사일에 관한 책이다. 금양은 지금의 과천인데, 그는 한때 과천에서 씨를 뿌리고 채소를 가꾸고 나무를 심는 등 직접 농사일을 하여, 농사 제반에 대해 제법 알게 되었다. 강희맹은 먹물이었으니, 그는 또 먹물답게 거기서 얻은 지식을 ‘금양잡록’이란 책으로 엮는다. 책의 내용은 곡식의 종류, 농사짓는 법, 농민과의 대화 등등이지만, 뜻밖의 것도 있다. 농민들이 농사를 지을 때 노래를 부르는데 듣고 보니, 괜찮다. 그래서 한시로 옮긴다. 이것이 ‘농구(農謳)’ 14편이다. 말이 길었지만, 여기에 ‘들밥을 기다리며’란 시가 있는 것이다.(‘농구’는 모두 14수다. 그 중 여덟 번째 작품이 ‘들밥을 기다리며’이다). 작품을 읽어보자. 큰 며느리 절구질 서둘러 작은 며느리 부엌으로 들어가자 푸른 연기 모락모락 피어나고 주린 창자에선 우레 소리 울린다 들밥 기다릴 때는 호미 들 힘조차 안 남았네 남자들이 들에 나가서 김을 매고 있을 때 집안에서 부녀들은 들밥 준비에 바쁘다. 고된 노동을 하면서 오로지 들밥만을 기다릴 뿐이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한 끼 밥을 즐겁게 먹기 위해 오전의 노동을 견디고, 한 끼 저녁밥을 즐겁게 먹기 위해 오후의 노동을 감내한다. 농사일은 강도 높은 노동이다. 새벽에 나와서 허리를 꼬부리고 계속 일을 하다가 정오 때가 되면 뱃속에서는 우레 소리가 울리고 호미 들 힘조차 남지 않는다. 드디어 들밥이 오고, 배불리 먹는다. 그 다음은 ‘배를 두드리며’란 작품이 이어진다. 광주리 향기로운 보리밥 아욱국 달디 달아 숟갈에 매끄럽게 흐르네. 어른 젊은이 차례로 둘러앉아 왁자지껄 밥 먹는 소리 요란하다. 달게 포식하매 속이 든든하니 배를 북처럼 두드리고 그저 흡족할 뿐 어떤가, 힘든 노동 끝에 배불리 먹고 흡족해 하는 농민의 심정을 느낄 수 있으신지. 전근대 사회는 농업사회이니 당연히 농사에 관한 한시가 많이 남아 있다. 그런 한시 중에서 들밥을 내 가는 여성은 단골로 등장하는 제재다. 성종 때 관료로서 시인으로서 대제학 벼슬까지 했던 서거정의 ‘전가(田家)’란 시를 보자. 고사리나물을 반찬삼아 밥을 먹고 농담을 하며 웃음소리가 낭자하다. 봄비도 넉넉히 내렸다. 굳이 두레박으로 논물을 퍼 올리지 않아도 된다. 여유 있는 풍경이다. 한데 들밥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고려 말 시인인 안축이 삼척 죽서루를 읊은 8수의 한시 중 ‘밭이랑에 들밥을 내어가는 아낙네’란 시를 보자. 아낙은 들밥 차리느라 자기 밥도 아니 먹고 새벽부터 마음이 논밭에 가 있네 점심나절 밭이랑으로 걸음을 재촉하여 남편을 배불리 먹인 뒤 신이 나서 돌아오네. 남편은 꼭두새벽에 들로 나갔다. 한여름의 농사일은 너무나 고되다. 아내는 그 남편이 너무나 안쓰럽다. 그것을 생각하고 서둘러 밥을 지으며 정작 자신의 식사는 잊어버린다. 정오가 되어 서둘러 들로 나가 남편이 배 불리 먹는 것을 보고는 그제서야 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앞서 들었던 서거정의 시보다는 현실에 훨씬 더 가깝다. 김홍도의 그림도 그렇다. 김홍도의 그림에서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여성의 표정을 보라. 자식에 대한 따스한 눈길을 느낄 수 있다. 사랑하는 대상에게 무언가를 먹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먹이는 것은 인간의 생명의지를 충족시켜 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남편 배불리면 굶어도 흐뭇한 아낙 그런데 이 시에 꼭 맞는 그림이 남아 있다. 역시 김홍도가 그린 ‘들밥 내가는 아낙네’라는 그림이다. 논에서 농부들이 김을 매고 있고, 그 아래에 아낙네가 머리에 밥을 담은 광주리를 이고 있다. 그 앞의 사내는 지게를 지고 있는데, 역시 먹을 것이 담겨 있을 것이다. 각설하고 조선후기 가사체 농서인 ‘농가월령가’를 보자.‘농가월령가’는 월령이란 말대로 달마다 농사꾼이 해야 할 일을 열거한다.6월령의 점심 먹는 부분을 인용해 보자.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 막히고 맥 빠진 듯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정자나무 그늘 밑에 앉을 자리 정한 뒤에 점심 그릇 열어 놓고 보리단술 먼저 먹세 반찬이야 있고 없고 주린 창자 채운 뒤에 맑은 바람 배부르니 낮잠이 맛있구나 농부야 근심 마라 수고하는 값이 있네 아마 이 부분은 김홍도의 그림과 흡사할 것이다. 점심밥의 내용물은 무엇인가.5월령을 보면,“보리밥 찬국에 고추장 상추쌈을, 식구들 헤아리니 넉넉히 준비하소”라고 했으니, 보리밥에 찬국에 고추장과 상추쌈이었던가 보다. 논문 실적이 개인 능력에 대한 야박한 평가가 된 요즘, 원고를 내놓으라는 독촉에 시달리며, 뜬금없이 다시 태어나면 들밥을 먹으며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근골을 움직여 나와 내 가족이 먹을 정도로만 수확을 얻는다면, 나머지 시간은 그냥 놀다가 늙어지면 죽어 흙으로 돌아가는 그런 삶 말이다. 욕심이 너무 과한가. 한국의 농업이 무너지고, 수천㎞ 바다를 건너온 식량에 목을 매고 사는 이 시대를 생각하면 그런 생각 더욱 간절하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맥도날드, 佛샹젤리제 매장 문닫을 판

    맥도날드, 佛샹젤리제 매장 문닫을 판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높은 임대료로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가 매장을 철수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지난 1989년 이곳에 문을 연 맥도날드는 최근 대폭적인 임대료 인상 방침에 2월 29일까지 재계약을 하지 못하면 매장을 닫아야만 한다. 면적 1260m²인 맥도날드 매장의 임대료는 작년 1m²당 연간 4천 유로(한화 약 554만원)에서 올해 1만 유로(한화 약 1천380만원)로 대폭 인상됐다. 맥도날드 그룹 대변인은 “샹젤리제 거리에서 계속 영업하기를 바라지만 높은 임대료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밝혔다. 샹젤리제 거리는 호텔, 영화관, 식당, 상가들이 들어선 파리 시내의 중심가로 연간 1억명이 찾는 관광 명소다. 현재 샹젤리제 거리에서 가장 좋은 위치의 임대료는 1m²당 7300유로(한화 약 1천만원)로 1만1983유로(한화 약 1천660만원)인 미국 뉴욕 5번가와 9688유로(한화 약 1천 340만원)인 홍콩 코즈웨이 베이에 이어 세계 3위 수준. (종합부동산컨설팅사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 2007년 조사) 한편 한국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서울 강남역은 1m²당 3441유로(한화 약 480만원)로 세계 10위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김하은 기자 haeunk@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스트리트파이터’ 캔·춘리 온라인 부활

    ‘스트리트파이터’ 캔·춘리 온라인 부활

    대전액션·슈팅게임이 온라인에서 부활할 수 있을까. 최근 대전액션게임과 슈팅게임 장르가 온라인게임으로 전환하고 이용자 잡기에 나섰다. 최근 온라인게임의 양대산맥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 1인칭슈팅게임(FPS). 반면 ‘스트리트파이터’에서 시작된 대전액션게임이나 ‘1945’ 등으로 대표되는 일반 슈팅게임은 오락실게임의 대표 주자였다. 스트리트파이터는 무기인 손·발 버튼을 눌러 상대와 대결하던 방식이었다. 방향키와 버튼의 조합으로 기술을 입력한다. 가장 큰 특징은 대전 상대가 사람이라는 점. 약한 발공격 하나로도 상대방을 기절까지 시킬 수 있는 ‘얌체’기술을 구사하는 상대방을 이겼을 때의 쾌감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게임들은 온라인게임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이용자들은 조이스틱이 아닌 키보드로 복잡한 기술을 입력하는 것이 어려웠다. 게임 기술적으로도 이용자의 입력 내용을 지체없이 그대로 반영하고 기술까지 구현되도록 하는 이른바 ‘싱크’ 문제는 상당한 난제였다. 때문에 대전액션게임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스트리트파이터’가 온라인게임으로 등장하긴 했지만 이용자들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이내 사라졌다. 슈팅게임의 경우는 단순함이 문제였다. 오락실에서 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반복해서 버튼만 누르면서 총알을 피하는 게임은 다른 온라인게임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루했다. 이런 대전액션게임과 슈팅게임이 각각 ‘친근함’과 ‘새로움’으로 무장, 온라인게임으로 돌아왔다. 대전액션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네오위즈게임즈의 ‘퍼펙트케이오’와 한게임의 ‘권호’ 두가지. 퍼펙트케이오는 최근 스트리트파이터의 인기 캐릭터 캔(왼쪽)과 춘리(오른쪽)를 등장시켰다. 이들 캐릭터에 대한 반응도 좋다. 그동안 온라인게임 시장에 제대로 명함을 내밀지 못했던 슈팅게임장르에서도 한게임이 ‘발크리드 전기’를 들고 나왔다.28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첫 비공개 서비스를 갖는다.24일까지 비공개 서비스에 참가할 테스터 1만명을 모집한다.‘스타일리시 슈팅 RPG’를 표방하는 발크리드전기는 온라인게임이라는 특성에 맞게 기존 슈팅게임에 RPG의 옷을 더했다. 경험치에 따라 레벨이 올라가면서 새로운 기술은 물론 다른 직업으로 전직할 수 있다. 또 폭탄 등 단순하던 아이템도 온라인게임에 맞게 다양화한 것은 물론 다른 RPG처럼 아이템의 분해·조합 등을 통해 나만의 아이템을 만들 수도 있다. 한게임 관계자는 “발크리드전기는 오락실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한 슈팅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키우는 재미가 살아있는 슈팅 RPG게임”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프로배구 V-리그] 현대캐피탈 3연패 탈출

    현대캐피탈이 풀세트 접전 끝에 LIG를 3강 플레이오프 탈락의 벼랑 끝으로 몰아냈다. 현대캐피탈은 14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LIG와의 경기에서 3세트부터 기용된 박철우(14점)와 주상용(9점), 후인정(11점) 등의 활약에 힘입어 세트 스코어 3-2(25-21 23-25 25-23 23-25 15-13)로 승리하며 14승(8패)째를 거뒀다. 3연패의 고리를 끊은 현대캐피탈이 2위 대한항공과의 경기 차이를 4경기 차이로 좁힌 반면,4위 LIG는 3연패를 당하면서 현대캐피탈과 4경기 차이로 벌어져 플레이오프 진출이 힘에 부치게 됐다. 풀세트 접전을 펼친 선수들의 명승부와 달리 심판진(주심 진병운)은 1세트부터 마지막 세트까지 내내 들쭉날쭉한 오심을 반복하며 경기의 맥을 끊어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명승부에 낀 ‘옥에 티’였다. 1세트 15-18로 뒤진 상황에서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다. 단 한 번 밖에 쓸 수 없는 카드지만 분위기 반전을 위해 경기 초반부터 과감히 꺼내든 것이었다. 그리고 판정 번복을 받아내며 ‘빼앗긴 1점’을 되찾아왔다. 그러나 첫 세트를 21-25로 빼앗겨 약발도 잠시인 듯했다.하지만 현대캐피탈은 2세트를 25-23으로 따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LIG와 현대캐피탈은 3,4세트를 주고 받으며 마지막 세트까지 몰고 갔다.LIG 역시 기예르모 팔라스카(30점)와 이경수(13점) 등을 앞세워 5세트 3-4부터 10-11까지 가는 동안 꼬박 한 점씩 주고 받는 집중력을 보였지만 심판의 어이없는 오심 등이 겹쳐 아쉽게 물러나야 했다.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연아 빠진 은반 아사다가 ‘여왕’

    ‘피겨요정’ 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고관절 부상으로 빠진 은반에 ‘일류(日流)’가 몰아쳤다. 14일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 빙상장에서 열린 2008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은 김연아의 친구이자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18·일본)를 위한 무대였다. 김연아가 빠져 다소 맥이 풀린 국내 팬들도 세계랭킹 1위 아사다의 환상적인 연기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완벽한 테크닉과 빼어난 표현력을 뽐낸 아사다는 60.94점을 얻어 지난해 세계선수권 챔피언 안도 미키(21·일본·60.07점)를 따돌리고 선두로 나섰다. 트리플 플립-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로 연기를 시작한 아사다는 트리플 러츠 착지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우려를 자아냈지만 이어진 더블 악셀(공중 3회전반)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장기인 스핀과 우아한 스파이럴로 탄성을 자아낸 아사다는 유연하고 속도감 넘치는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2분50초의 연기를 마쳤다. 안도는 고난도의 트리플 러츠와 트리플 루프로 이어지는 콤비네이션 점프와 이어진 트리플 플립 점프까지 깨끗하게 소화해 기술요소 점수에서는 아사다를 0.72점차로 제쳤지만, 구성요소 점수에서 뒤졌다. 처음으로 시니어대회에 도전한 한국의 김나영(18·연수여고)은 자신의 쇼트프로그램 최고점(43.28점)을 훌쩍 넘는 53.08점을 얻어 6위에 오르며 ‘톱10’의 희망을 열었다.앞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페어에서는 중국 바람이 거셌다. 중국의 ‘쌍두마차’ 통지안-팡칭 조와 장하오-장단 조가 나란히 1,2위를 휩쓴 것. 통지안-팡칭 조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19.63점을 얻어 총점 187.33점으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2위에 그쳤던 통지안-팡칭 조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음악에 맞춰 세 차례의 점프를 실수 없이 소화해 큰 박수를 받았다. 반면 쇼트프로그램 선두였던 장하오-장단 조는 첫 번째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이어진 드로우 트리플 점프에서 착지가 불안정 우승을 놓쳤다. 아이스댄싱 오리지널 댄스에서는 전날 컴펄서리 댄스에서 1위를 차지했던 스콧 모이어-테사 버튜(캐나다) 조가 65.02점을 얻어 중간합계 103.24점으로 선두를 이어 나갔다. 파트너를 구하지 못해 우즈베키스탄 대표로 나선 유선혜-라밀 사르쿨로프 조는 최하위로 밀리며 중간합계 56.24점으로 12위에 그쳤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ANZ 레이디스마스터스]신현주 80㎝ 퍼트에 울다

    ‘코리안 시스터스’의 올해 첫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승리가 또 무산됐다. 지난주 호주여자오픈에서 ‘국내파’ 신지애(20·하이마트)가 연장 끝에 아쉽게 물러난 데 이어 이번엔 ‘일본파’ 신현주(27·다이와)가 손 안에 들어온 우승컵을 놓쳤다.10일 호주 골드코스트의 로열파인스골프장(파72·5892m).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JLPGA)에서 뛰고 있는 신현주는 ANZ 레이디스마스터스 최종 3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쳤지만 6타를 줄인 리사 홀(잉글랜드)에 1타 뒤져 아쉽게 준우승(12언더파 204타)에 머물렀다. 첫날 공동 2위,2라운드 공동 1위를 달렸던 신현주는 15번홀까지 선두를 질주, 한국과 일본무대에 이어 첫 유럽무대 우승을 바라봤지만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뼈아픈 80㎝짜리 퍼트 범실에 눈물을 뿌렸다. 앞서 13언더파 203타로 경기를 마친 홀과 공동 선두였던 신현주는 18번홀에서 10m 거리의 버디 퍼트가 홀 80㎝ 앞에 멈춰 연장전이 예상됐지만 방심하고 친 파퍼트가 홀을 외면했다. 그린을 둘러싼 갤러리는 탄식을 쏟아냈고 신현주는 맥빠진 보기 퍼트로 진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호주여자오픈에서 당한 역전패 설욕전에 나섰던 신지애는 4타를 줄인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공동 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지난 2005년 이 대회 챔피언 양희영(19·삼성전자)은 3타를 줄여 공동 9위(7언더파 209타)에 입상, 모두 한국 선수 3명이 ‘톱10’에 들었다. 이 대회 일곱 번째 정상을 별렀던 캐리 웹(호주)은 5위(10언더파 206타)에 머물렀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설은 생각도 못해… 희망이 없어요”

    “설은 생각도 못해… 희망이 없어요”

    “조상님들이 물려준 바다를 못지킨 죄인입니다. 설이란 말은 입 밖에 내지도 못합니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에 사는 선남욱(55)·정정애(56)씨 가족은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희망에 가득차 있었다. 굴 양식을 하다가 펜션 영업까지 시작했다. 펜션을 짓기 위해 11억 5000만원을 빚 지고, 한 달 이자가 700만원이나 됐지만 바다만 바라보면 자신감과 용기가 솟아났다. 대학생인 딸 찬미(20)씨는 콘퍼런스 매니저의 꿈을 키워갔고, 서울에서 재수를 하는 아들 감사(19)군도 힘든 생활을 잘 참았다. 하지만 검은 기름이 바다를 삼킨 그날부터 꿈은 사라졌다. 지금은 네 식구 모두 매일 아침 8시부터 바다에 나가 기름을 닦는다. 딸은 휴학했고, 아들은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고 뛰어다닌다.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바다 못지킨 죄인… 세뱃돈 엄두 못내” 지독한 기름냄새 탓인지 남욱씨는 심한 두통으로 날마다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정애씨도 전에 없던 고혈압과 울렁증에 시달린다. 남욱씨는 “몸도 몸이지만 긴급생계비가 설 전에는 나와야 할 텐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내륙과 해안이 혼재한 원북면에는 아직 생계비가 나오지 않았다. 생계비 규모에 따른 내륙지역과 해안지역의 갈등으로 지급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해안쪽 가구들은 600만원씩 지급되고 있지만, 내륙은 350만원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정애씨는 “내륙 농산물도 태안이라는 이름 때문에 팔리지 않는다.”면서 “집집마다 얼마나 급하면 생계비를 놓고 싸우겠냐.”고 말했다. 예전 설에는 내륙·해안 가리지 않고 모두 면사무소에 모여 노래자랑을 했지만 이번 설에는 인정을 기대하기 힘들다. 굴을 따서 마련한 할머니들의 꼬깃꼬깃한 세뱃돈도 사라질 것이다. 남욱씨는 기름을 아끼고 아끼다 지난 1일 모처럼 보일러를 틀었는데 얼었던 배관이 터지고 말았다. 수리공은 “하루에도 열 집 이상에서 보일러가 터진다.”고 전했다. ●자원봉사자들 발길도 뚝 찬미씨에게는 ‘무작정 방제작업’이 가장 답답하다. 무턱대고 모래를 파거나 청바지를 모래에 묻기도 한다. 하지만 백사장은 조급한 마음을 달래기엔 너무 넓다. 찬미씨는 모래 속 원유층을 측정해서 원유가 흐르는 길목을 파야 한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방제업체 직원은 “나도 잘 모른다.”고 맥빠지게 답했다. 기름때를 닦아내는 찬미씨의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숨이 턱턱 막혀와도 영어 공부를, 희망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감사군은 자원봉사 행렬이 줄어드는 것을 아쉬워했다. 서서히 잊혀져 가는 것은 아닌지, 혼자 남겨지는 것은 아닌지 영 불안하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하루 1000명씩 자원봉사 행렬이 이어졌지만, 지금은 많아야 50명선이다. 감사군은 “오는 8월 입대 전까지 계속 자원봉사자를 모집할 것”이라고 말했다.“아직 도움의 손길이 절실합니다. 술만 마시고 가는 분들이 있는데…술은 조금만 가져오세요. 설 연휴 잘 보내시고 꼭 다시 오세요.” 글 태안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우생순’ 뛰어넘을 대박 나올까

    ‘우생순’ 뛰어넘을 대박 나올까

    설 황금 연휴. 극장가는 절호의 기회를 맞아 다채로운 영화들로 관객맞이에 분주하다. 이번 설연휴엔 무려 8편의 신작들이 쏟아진다. 무엇보다 250만 관객을 넘어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흥행 여파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로 무장한 한국영화 지난 추석 연휴, 외화 ‘본 얼티메이텀’의 선전에 맥을 못췄던 한국영화는 이번 설엔 총 6편의 작품을 내놓으며 물량공세에 나섰다. 장르도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휴먼드라마와 친구나 연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코미디와 스릴러물 등 다양하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전지현·황정민 주연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바쁜 생활 속에 잊고 지냈던 타인에 대한 배려심과 인류애의 의미를 전하며, 조선 최초의 라디오 드라마를 소재로한 코미디 ‘라듸오 데이즈’(1월31일 개봉)도 인물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보는 재미가 있다. 무기수(신현준)와 형사(허준호)로 만난 두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한번 돌아보게 하는 ‘마지막 선물’도 5일 선보인다. 하지만 명절이라고 온통 가족 친화적인 영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신체 강탈’이라는 이색 소재를 담은 스릴러 ‘더 게임’(1월31일 개봉)도 인터파크 등에서 인터넷 예매율 1위를 유지하며 젊은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번 연휴기간 유일한 로맨틱 코미디물인 김하늘, 윤계상 주연의 ‘6년째 연애중’(5일 개봉)도 연인과 여성관객들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방 전후 경성의 사기꾼과 도둑이 벌이는 코믹 어드벤처 ‘원스어폰어타임’(1월31일 개봉)과 같은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라듸오 데이즈’의 대결도 볼 만하다. ●외화, 블록버스터와 애니메이션으로 승부 실질적으로 이번 설 연휴에 개봉하는 외화는 천커신(陳可辛) 감독의 전쟁 액션 영화 ‘명장´(1월31일 개봉)과 할리우드 톱스타 톰 행크스,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은 ‘찰리 윌슨의 전쟁’(6일 개봉) 등 두편이다.‘찰리 윌슨의 전쟁’은 냉전시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소재로 한 정치코미디물이고,‘명장’은 리롄제(李連杰), 류더화(劉德華), 진청우(金城武) 등 톱스타들의 출연과 400억원의 제작비로 관심을 모은다. 하지만, 지난달 17일과 24일에 개봉된 영화들도 아직까지 무시하기엔 이르다. 제65회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석권한 ‘스위니 토드: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와 ‘미션 임파서블3’와 ‘로스트’의 J.J. 에이브럼스가 제작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클로버필드’도 설 연휴까지는 잠재력을 갖고있다. 12년만에 TV도쿄 애니메이션에서 극장판으로 재탄생한 ‘에반게리온:서(序)’와 ‘슈렉’ 제작진이 만들고 ‘무한도전’ 출연진이 더빙한 ‘엘라의 모험:해피엔딩의 위기’는 각각 애니메이션 마니아와 어린이 관객들의 발길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무 CJ엔터테인먼트 부장은 “이번 설 연휴 극장가는 조폭코미디류의 ‘명절용 한국영화’가 사라지고 눈에 띄는 외화도 없어 어느 한 작품의 독주를 예상하기 힘들다.”면서 “이월작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포함한 3편 정도가 선두그룹을 형성하는 가운데 연휴 관객 동원력이 설 이후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유튜브’ 등 글로벌 인터넷업체 3곳 ‘IT 천국’ 한국공습

    ‘유튜브’ 등 글로벌 인터넷업체 3곳 ‘IT 천국’ 한국공습

    세계시장을 장악한 글로벌 인터넷서비스 업체들의 국내 진입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따라 동영상·커뮤니티·가상현실 등 분야에서 국내기업들과 한판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막강한 자본력과 세계화된 서비스로 무장한 글로벌 업체들의 진입에 토종업체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과연 한국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3차원(3D) 가상현실 서비스인 ‘세컨드라이프’는 ‘세라코리아(www.serakorea.com)’라는 한글 사이트를 개설하고 지난 25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23일에는 세계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 1분기 중에는 세계 최대의 커뮤니티 서비스인 ‘마이 스페이스’가 국내에 들어온다. 미국 린든랩이 개발한 세컨드라이프는 지난해 말까지 100여개국 12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이곳에서 쓰이는 가상화폐는 각국의 실제화폐와 맞바꿔질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미국의 검색사이트 ‘구글’이 2006년 16억 5000만달러를 들여 사들인 유튜브는 1분마다 10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전세계에서 올라오고 있다.‘미디어 제왕’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이 2005년 인수한 마이 스페이스는 전세계적으로 이용자가 2억명에 이른다. 적어도 외형에서는 동영상·커뮤니티 등을 서비스하는 다음, 싸이월드, 판도라TV 등 국내업체들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27일 “싸이월드에 오른 동영상의 수가 2006년 5월 동영상 서비스를 개시한 지 1년 6개월여만에 1억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튜브 이용자들은 하루에만 1억 5000만개 이상의 동영상을 보고 있다. 한 인터넷업체 관계자는 “규모나 자본력 등을 감안하면 막강한 경쟁자가 나타난 것”이라면서 긴장감을 나타냈다. 글로벌 사이트들을 통하면 콘텐츠들이 바로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점도 국내업체들에 없는 강점이다. 하지만 글로벌 대형업체들이 국내에서도 성공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적지않다. 한국인에 최적화된 국내 서비스의 경쟁력이 더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검색시장 1위인 구글의 경우 국내에선 네이버와 다음에 밀려 맥을 못추고 있다. 과거 국내 기업들이 초기 인터넷포털의 최강자였던 ‘야후’를 밀어냈던 것도 비슷한 사례다. 해외업체들은 본국과의 의사소통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용자들의 요구와 흐름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인터넷 서비스의 생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구글이 이용자 환경을 국내 1위 포털 ‘네이버’식으로 바꿨을 만큼 국내 네티즌들이 ‘한국형’ 서비스에 익숙해 있고 네이버, 싸이월드 등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한 기업이 존재한다는 것도 국내 업계의 강점이다. 한 동영상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게시물 수 등 양적으로는 글로벌 대기업들과 경쟁할 수 없겠지만 댓글 등 네티즌 반응을 통해 생명력을 유지하고 확대해 가는 인터넷 문화의 특성을 고려할 때 토종 사이트들의 경쟁력이 더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한국생활 활기에 반했고 즐길거리에 빠졌죠”

    “한국 생활은 활기 있어서(stimulating) 반했고(fascinating) 즐길거리도 많았다(enjoyable).” 이달 말일로 4년 2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정년퇴임하는 워릭 모리스(60) 주한 영국대사는 한국에서의 경험을 이렇게 요약했다.●13년 넘게 한국서 지낸 지한파그는 지난 1977년 주한 영국대사관 2등서기관으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이래 모두 세차례,13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국에 몸담은 명실상부한 지한파다. “38년간의 외교관 생활 동안 정확히 3분의1을 한국에서 보냈다.”는 대사는 17대 대선을 ‘직접’ 보고파 3년인 대사 임기를 1년 연장하기까지 했다.“선거를 직접 하진 못했지만 한국 국민들이 매우 명확한 선택을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모리스 대사의 한국 체류 궤적은 질곡 많은 한국 현대사와 맥을 정확히 같이한다.“1970년대 한국은 고도의 경제 성장, 팽팽한 남북 긴장의 시절이었다.79년 10월 첫 임기를 끝내고 귀국하던 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됐다. 한 시대의 마지막날 한국을 떠났던 셈”이라고 말했다.1988년 서울 올림픽 직전 1등서기관으로 다시 찾은 한국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직접 민주주의로 옮겨가는 광경도 지켜봤다.2003년 정부는 그에게 대사 아그레망을 부여했다.대사는 “아내와 나는 한국에서 30여년간 일어난 변화를 모두 지켜봤으니 운이 좋았다.”면서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극적으로 변한 나라다. 국민들과 정부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국, 매력있는 투자처로 거듭나야”그는 “한국이 유럽수준의 선진국 도약을 위해서는 관세장벽 등 규제 완화, 법률·교육 시장 개방으로 외국기업에 매력있는 투자처로 거듭나야 한다.”고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노무현 대통령 정부는 부패척결, 투명성 강화의 성과를 일궈냈다. 이명박 당선인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기대도 드러냈다. 특히 “영국 학교들이 한국 진출을 모색하다 각종 규제장벽에 실망하고 돌아갔다.”면서 “중국, 베트남 등 공산주의권 국가에 이미 영국학교가 진출한 것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대사는 최근 국제이슈로 떠오른 기후변화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영국은 구체적으로 타깃을 정해 탄소배출량 절감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과 탄소배출량이 많은 국가들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유엔차원에서 구체적 행동에 나설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선 “포용은 양쪽에서 같이 움직이는 것”이라며 “새 정부가 상호주의에 기반해 대화를 이어나간다면 코리아디스카운트(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을 근거로 한국 주가를 실제보다 저평가하는 것)는 우려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대사는 “2006년 16만명 수준인 관광객 등 민간부문 교류가 더 늘었나 양국간 이해의 폭이 넓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영국에 돌아가면 대사관저가 그리워질 것”이라는 그는 퇴임 후에도 기업투자자문 등 한국과의 관계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한국어로 “기다려 보세요.”라고 주문했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정동영 “총선출마 뜻 없다” 손대표에 불만 표출했나

    정동영 “총선출마 뜻 없다” 손대표에 불만 표출했나

    지난 대선 때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나섰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최근 한 측근에게 “총선 출마에 관심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측근은 23일 “정 전 장관이 현재로선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불출마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며 “정 전 장관의 출마 여부를 놓고 당내에 말이 많지만 불출마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통합신당 내에서도 수도권 386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 전 장관이 불출마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의 ‘불출마 선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정 전 장관의 발언이 손 대표측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손 대표가 최근 당을 장악하면서 정 전 장관측을 철저히 소외시키고 있다는 시각과 맥을 같이한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단독]100층 넘는 아파트 허용 검토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할 때 건물의 높이를 한정하는 고도제한 규정이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아파트가 차지하는 땅의 면적을 최소화하는 대신 층수를 최대한 높여 늘어나는 지상공간을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100층 이상의 초고층 아파트가 나올지 주목된다. 재건축·재개발 물량의 일부를 소유자와 투자자를 구분한 ‘지분형 아파트’로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핵심관계자는 23일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고도제한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면서 “용적률은 일정 수준을 유지한 채, 고도제한을 풀어 건폐율을 낮추면 난개발 가능성도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인수위가 추진 의사를 밝힌 ‘디자인 코리아 프로젝트’와 맥을 같이한다. 개발이익만을 극대화하기 위해 같은 층, 같은 모양으로 지어진 천편일률적인 ‘붕어빵’ 아파트는 도시미관을 해치는 주범이라는 것. 이 관계자는 “고도제한을 완화하면 다양한 높이와 디자인의 건물이 들어설 수 있다.”면서 “주차장과 쇼핑센터, 공공시설 등을 지하에 유치하면 주차장 이외의 기능은 상실하다시피 한 지상공간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에서 가장 높은 순수 주거용 아파트는 46층의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는 69층이지만, 상업지역에 지어진 주상복합건물이다. 고도제한이 완화되면 제2, 제3의 아이파크나 타워팰리스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초고층화는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또 고도제한 해제 등이 수익률과 직결되는 만큼 대상지역과 제외지역간 형평성 논란도 불러올 수 있다. 장세훈 한상우기자 shjang@seoul.co.kr
  • [대입 자율화案 뜯어보니] 한국형 토익·토플 만든다

    영어공부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까? 아니면 줄어들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013학년도부터 영어능력평가시험인 ‘한국형 토익·토플’을 따로 보도록 하겠다는 대입자율화 방안에 대한 반응이 엇갈린다. 영어능력평가시험은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되는 학생들부터 수능과목에서 영어가 빠지는 대신에 새로 치러야 하는 시험이다. 영어능력평가시험은 문제은행식으로 상시 응시가 가능한 시험이다. 이렇게 되면 수능과목이 최대 4개로 축소돼 학생들의 학업부담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인수위의 설명이다. 응시기회는 1년에 4차례 정도를 부여하는 등 여러 번 주고 성적은 등급으로 표기된다. 시험 방법은 교육부가 내년부터 시험실시할 예정인 영어능력평가시험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별도의 영어평가 시스템을 준비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입학때 별도의 영어평가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은 현재 수능시험의 문제풀이식 평가방법으로는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영어가 공교육에서 제대로 된다면 교육개혁의 상당부분을 충당할 것”이라면서 “이른바 한국형 토익, 토플을 상시적으로 볼 수 있는 제도를 준비중이며, 이 제도가 정착되면 현재의 영어교육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입전형때 독자적인 영어평가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에서 ‘영어공교육’의 중요성을 유달리 강조하고 있는 것과 맥이 닿아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누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영어로 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혀왔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에 영어로 하는 수업의 비중을 대폭 늘리는 등 영어공교육을 강화해 14조원에 달하는 영어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때문에 단순한 암기형 테스트가 아닌 종합적인 영어평가 방법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찬성의견이 많다. 하지만 인수위의 발표처럼 영어가 수능과목에서 빠진다고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줄어든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설학원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영어평가시험에 대비한 강의가 신설되는 등 영어학원들은 호황을 맞겠지만, 그만큼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공직 인맥 열전] 건교부 (상)

    [공직 인맥 열전] 건교부 (상)

    건설교통부 고위 공무원단 직위는 행복도시건설청까지 더해 무려 46개에 이른다. 조직 개편으로 해양수산부 해양물류와 행정자치부 지적분야, 산림청까지 흡수해 ‘공룡부처’로 태어나면 그 자리는 훨씬 늘어난다. 그런데도 고위 공무원들은 곧 불어닥칠 인사 태풍에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간부는 “조직 정비 과정에서 고위직 감원이 예상되는데다 후배들의 용퇴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며 노심초사했다. 건교부는 다른 부처와 다른 인맥이 형성돼 있다. 업무가 행정직과 기술직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데다 건설부와 교통부를 합쳐서 나타난 현상이다. 같은 건설맥이라도 행정직과 기술직으로 갈린다. 고리를 끊기 위해 건설·교통 보직을 섞고 행정·기술직을 돌려가며 인사를 했지만 아직도 뿌리는 존재한다. 국토해양부로 개편되면 훨씬 복잡한 인맥이 형성될 수도 있다. 본부·지방청 고위 공무원단은 행정고시 19회부터 31회까지 섞여 있다.23회가 9명으로 가장 많다.22회 이상 윗 기수도 6명이다. 기술고시는 13∼14회가 주류다. ●행정-기술-교통 깊은 뿌리 여전 가장 큰 인맥은 건설행정직이다. 추병직 전 장관-최재덕 전 차관(현 인수위원)-이춘희 차관 라인이 건교부 행정직의 대표다. 이들은 건교부 주택·도시국을 비롯해 주요 자리를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컸다. 과거 부동산 정책의 핵심 라인으로 보면 된다. 현직 최고참은 행시 19회인 손봉균 국토지리정보원장이지만 부처 안에서 행정직 맏형 역할은 행시 21회인 이 차관이 한다고 보면 된다. 이 차관은 주택정책과장-청와대 건설비서관-주택국장-행복도시건설청장을 거쳐 차관에 올랐다. 국민의 정부 탄생 당시 인수위에 파견되기도 했다. 이후로는 이재영 기획관리실장(23회)·한만희 혁신정책조정관(23회)·서종대 주거복지본부장(25회)등으로 이어진다. 이들 역시 국토·주택·토지 분야 부동산 핵심라인을 흔들었던 인물들이다.22회 출신으로 박상규 건설선진화본부장, 최연충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강팔문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이 있다. ●기술직 대부는 남인희 행복도시청장 기술직(기술고시)의 ‘대부(代父)’는 남인희 행복도시청장(13회)을 꼽는다. 본부에서는 원인희 기반시설본부장(13회)-조용주 중토위상임위원(14회)-권진봉 수자원기획관(13회)·김명국 도로기획관(13회)이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뒤로는 유영창 행복도시 기반시설본부장-장만석 공항시설기획관(16회) 등으로 맥이 이어진다. 하지만 기술직 사이에서는 피해 의식이 남아있다. 기술직 자리에 행정직을 앉히거나 아직도 행정직과 비교해 승진이 느려 홀대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과거 교통부 출신 인맥도 짱짱하다. 이 계보도 행시 23회가 주무른다. 강동석 전 장관-김세호 전 차관 등이 과거 교통 라인 핵심을 이뤘다. 현직에선 강영일 물류혁신본부장·정상호 항공안전본부장·홍순만 생활교통본부장 등이 나란히 행시 23회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샐러리맨 설… 설… 설렌다

    샐러리맨 설… 설… 설렌다

    설(2월7일)을 앞둔 샐러리맨들의 표정이 밝다. 설 연휴가 주말과 겹친 탓에 맥이 풀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주중에 연휴가 끼여 황금연휴가 가능해졌다. 최장 9일을 쉬는 기업도 있다. 큰 폭은 아니지만 상여금도 지난해보다 두둑해졌다. 귀성비와 선물꾸러미를 따로 챙겨주는 기업도 있다. ●르노삼성차·두산 파격적 연휴 20일 재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법정연휴 사흘(2월6∼8일)과 주말(9∼10일)을 붙여 5일을 쉰다. 가장 파격적으로 쉬는 곳은 ‘외국계’인 르노삼성차와 ‘토종’ 두산이다. 프랑스 르노그룹 계열인 르노삼성차는 창립기념일 휴가(5일)를 하루 더 보태 공식적으로 6일을 쉰다. 샌드위치 데이인 4일은 연월차를 쓰도록 했다. 여기에 앞 뒤 주말을 각각 붙이면 최장 9일을 쉴 수 있다. 두산그룹도 공식휴가는 5일이지만 개인에 따라 2월4일과 5일을 연월차 휴가로 쓸 수 있게 했다. 삼성그룹은 아직 설 휴무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닷새가 유력하지만 계열사별로 두산처럼 샌드위치 데이 이틀을 연월차로 쉬게 할 계획이다. 대림산업은 귀향길이 수월하도록 공식연휴를 6일(5∼10일)로 정했다. 일감이 폭주해 제대로 ‘못 쉬는’ 기업도 있다. 조선업계가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은 공식연휴를 5일로 정했지만 주문이 밀려 일부 부서 직원들은 3일만 쉰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설 연휴에 상당수 직원이 출근한다. 롯데와 신세계그룹도 ‘대목 장사’를 해야 하는 유통 계열사(백화점·할인점 등)는 하루이틀만 쉰다. ●귀성비·선물도 푸짐… 빈손 기업도 30% 설 특별상여금을 따로 주는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은 정기 상여금을 설 때 지급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종업원 수 100인 이상의 기업 206개를 대상으로 설 상여금 지급계획을 조사한 결과, 평균 액수는 한달 기본급의 91.3%로 지난해(83.1%)보다 8.2%포인트 늘었다. 조사대상 3곳중 1곳은 상여금 지급계획이 없었다. 삼성그룹은 기본급의 100%를 귀성여비 성격으로 준다. 연봉에 포함된 돈이어서 감흥은 별로 없다. 대신 매년초 나오는 초과이익분배금(PS)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정보통신과 액정화면(LCD) 사업부는 최고 몇천만원 상당의 PS가 기대된다. 삼성중공업은 실적만 놓고 보면 사상 처음 PS를 손에 쥐게 되지만 ‘태안 사고’로 여론이 좋지 않아 좌불안석이다. 현대·기아차는 상여금(통상급의 50%)과 별도로 귀성비(현대차 85만원, 기아차 80만원)와 15만원 상당의 인터넷쇼핑몰 사용 포인트를 준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엔진은 통상급의 50%, 두산인프라코어는 귀성비 50만원을 각각 준다. 한 집안 식구라 해도 계열사별로 표정이 엇갈리기도 한다. 현대그룹의 경우 현대증권은 귀성비(평사원 30만원, 대리 이상 40만원)를 따로 준다. 이 회사의 강성 노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제18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5국] 홍성지 5단의 완승국

    [제18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5국] 홍성지 5단의 완승국

    제8보(122∼158) 그동안 홍성지 5단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목된 것은 형세판단이었다. 타고난 감각과 수읽기는 일품이지만 너무 낙관적인 성격 탓에 느슨한 수를 연발하다 역전을 당한 바둑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이 바둑에서만큼은 전혀 흔들림이 없는 안정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백128이 따끔한 급소일침. 기세상 흑은 일단 129로 차단했지만 백130으로 가만히 밀고 들어간 점이 호착으로 흑이 백 두점을 잡는 수는 없다. 백136까지 백이 흑 한점을 선수로 끊어 잡자 몇 집을 기대했던 좌변 흑 모양은 거의 공배로 변해버렸다. 가뜩이나 갈 길이 바쁜 흑으로서는 맥이 탁 풀리는 장면이다. 백138은 백144의 시한폭탄을 터뜨리기 위한 사전공작.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진동규 4단이 흑139로 좌상귀를 달린 것은 이미 승부를 포기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백150으로 치받은 것이 결정타. 물론 흑은 좌변에 후수한집뿐이어서 대마가 살아갈 길은 없다. 또한 실전 백150대신 (참고도1) 백1이하로 차단하는 수순도 성립한다. 이처럼 백이 흑을 잡으러가는 수단은 프로기사들의 수준에서는 어렵지 않은 수읽기지만, 홍성지 5단은 혹시나 자신이 읽지 못한 수가 있을까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그만큼 상대의 돌을 잡는 것에는 모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흑157이 마지막 저항이지만 백158로 튼튼하게 이어 아무 이상이 없다. 계속해서 (참고도2) 흑1로 따라 나가도 백2,4,6 등으로 막아 그만이다. 최준원 comos5452@hotmail.com
  • 박 광주시장 국제평화상 받는다

    박광태 광주시장이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국제평화상(International Peace Award) 수상자로 선정됐다. 박 시장은 21일 미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 내 래디슨 윌셔 플라자호텔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20일 출국했다.`마틴 루터 킹 퍼레이드’ 집행위원회 레리 그랜트 총재는 “한국의 민주화에 앞장서 온 박 시장이 광주를 민주·인권·평화도시로 만드는 데 기여한 점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인권사상과 맥을 같이한다.”며 수상 사유를 밝혔다.박 시장은 수상에 이어 집행위원회가 주최하는 `마틴 루터 킹덤데이 퍼레이드´에 국제 그랜드 마셜(퍼레이드 맨 앞에 서는 축제 VIP)로 참가한다. 킹 목사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열리는 이 행사는 미국 인권 지도자와 시민 등 100여만명이 참가하는 최대 규모의 행사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이번 수상은 개인적인 영광이라기보다는 시민들의 민주화정신과 민주·인권도시 ‘광주’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1986년 제정된 국제평화상은 올해로 23회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매년 인권·평화운동에 기여한 단체나 개인에게 수여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지미 카터 전 미대통령 등도 이 상을 수상했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특파원 칼럼] 장이머우 감독, 뭘 보여줄까?/ 이지운 베이징 특파원

    2004년 아테네올림픽 개막식,‘와이어’의 등장을 보고 무릎을 쳤다.“중국 무술영화의 전유물을….” 뒤에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한탄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은 세계에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오래전부터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개·폐막식 총연출을 맡은 장이머우 감독은 “죽을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 성공 아니면 실패의 두 길뿐, 실패하면 죽음”이라며 비장함으로 화답해 주었다. 만약 베이징이 시드니와 경합했던 2000년 올림픽을 치렀더라면, 호기심은 지금 같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라면 수십년 잠에서 막 깨어나 비약하는, 욱일승천의 중국을 그려내도 무방했을 것이다. 하지만 8년만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당시 ‘가능성’이었고,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중국의 파워는,‘현실’로 나타난 지 오래다. 이런 차에 중국이 ‘힘’을 과시하려 든다면 세계는 ‘조화’를 느끼기보다는 위협을 느끼기 쉬울 것이다. 조용히 일어서려는 ‘화평굴기(和平起)’만으로도 세계는 충분히 겁을 먹고 있다. 중국의 일부 지식인들이 “그때 개최했어야 했다.”고 지금까지 아쉬워하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이만한 국력과 영향력을 가진 나라가 수도에서 첫번째 올림픽을 치른다는 것이 자랑할 만하냐.”는 얘기다. 오늘에 이르고 보니, 중국은 ‘보여줄 것’이 고민이다. 일단 중국이 내걸고 있는 ‘녹색·과학·인문 올림픽’이란 주제를 살펴보자.‘녹색’은 인류 공통의 목표이긴 하다. 하지만 아직 중국 스스로 체화하지는 못한 것이어서 누구에게 내놓을 만한 ‘중국만의 상징 부호’가 되지 못한다. 과학은 당위론이며, 인문은 개념조차 모호하다. 중국 대내적인 주제에 가깝다. ‘하나의 꿈, 하나의 세계’라는 구호는 어떤가. 미국이나 영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의 구호였다면 혹 어떤 이는 ‘자유’나 ‘인권’을, 프랑스라면 ‘평등’을 떠올렸을 수도 있겠다. 인도라면 ‘비폭력’이라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거듭되지만, 중국이 세계와 어떤 꿈을 공유하려는지 그 상징성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의 한 주요 관계자는 일전에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화로운 발전과 화평의 메시지를 던지고자 한다. 어떤 나라도, 민족도, 종교라도 이 올림픽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었다. 아쉽게도 ‘조화로운 발전’‘화평’‘민족’‘종교’ 그 어떤 것도 역시 아직 충분히 중국적이지는 못하다. 88올림픽 때 굴렁쇠를 들고 등장한 어린이는 ‘평화와 화합’을 연상시키기 충분했었다. 한국이 전쟁으로 인한 분단 국가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서 모스크바,LA올림픽은 냉전의 결과로 반쪽 올림픽으로 진행됐던 터였다. 일전에 베이징대학의 석학 지셴린(季羨林)은 “공자(孔子)를 내세워라.”라고 조언했다 한다. 중국 전통문화의 대표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문화대혁명에서 철저히 사망한 공자를 온전히 되살리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다소 동양적이다. 세계로 확산중인 ‘공자학원’처럼 호기심을 줄 수는 있어도 서양을 넘어 세계를 아우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혹자는 ‘일어나라(起來), 노예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여’로 시작, 스스로 ‘과거’를 삭제한 중국 국가(國歌)에서 ‘문명의 발상지’로서의 중국을 느끼기 어려울지 모른다. 세계인들은 40차례 이상의 금메달시장식에서 중국 국가를 듣게 될 것이다. 하필 아테네올림픽이 베이징에 앞서 열린 것도 중국의 많은 장점을 가린다. 장이머우는 색(色)과 장엄함으로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리라 믿는다. 관건은 그 안에 담긴 메시지다. 오는 8월8일 기자의 상상력의 한계가 입증되길 기대해 본다. 이지운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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