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AI 모델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딜러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5000선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822
  • 범죄성과 창의성 알고보면 한 뿌리

    범죄성과 창의성 알고보면 한 뿌리

    인류의 범죄사/콜린 윌슨 지음/전소영 옮김/알마/1000쪽/4만 2000원 원시시대 이후 인류가 저질러온 참혹한 범죄의 모습들은 때로 인간에 대한 절망적 회의까지 낳는다. 지구상에서 동족을 살해하는 유일의 동물인 인간 본성을 놓고 니체는 “전쟁에 대한 의지는 평화에 대한 의지보다 강하다”고까지 역설했다. ‘인류의 범죄사’는 인간의 범죄성과 폭력성의 근원을 생생하게 폭로하고 있다. ‘인간은 왜 이토록 잔인한가’, ‘인간은 원래부터 사악한 존재인가’라는 물음부터 시작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궁극적인 질문으로 이어가는 흐름이 흥미롭다. 책에는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범죄상이 수두룩하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뼈를 이용한 무기로 사람을 살해하는 법을 이미 익혔다는 대목부터가 놀랍다. 베이징원인은 두개골에 구멍을 내 뇌를 파내는 식인종이었고,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도 동족을 잡아먹는 식인종이었음을 폭로한다. 종교의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15세기 프랑스 귀족으로 잔 다르크의 전우였던 질 드 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고문, 살해를 일삼은 변태행위를 즐겨 ‘원조 연쇄살인범’으로 통한다. 20세기 들어서도 그 가학성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가학적 성도착자 게오르크 그로스만은 사람을 유인해 살해한 뒤 인육을 먹고 살았고, 하노버의 프리츠 하르만은 젊은 남자 부랑인들을 죽여 시체를 고기로 내다 팔았다. 책의 특장은 그 가학적인 범죄들을 관통하는 맥을 찾아냈다는 점이다. 초기 문명부터 19세기 초까지는 생리적 욕구와 관련된 생존형 범죄가 대부분이었다면 그 이후에는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를 채우려는 범죄,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존경의 욕구가 범죄의 주종을 이루었다. 20세기 들어서는 자기 존중 및 자아실현의 욕구와 관련된 범죄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흐름의 공통점은 ‘가혹하고 효율을 지향하는 인간들이 모두 좌뇌인이었다’는 것이다. 좌뇌형은 목적달성 이외의 모든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원하는 게 있다면 무리하게 낚아채서라도 손에 넣으려 한다. 저자는 좌뇌형 인간들은 성취를 바탕으로 단기적 안정과 쾌락을 얻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결같이 패배하고 좌절했음을 들춰낸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에서 스탈린에 이르기까지 독재자들의 말로는 모두 불행했다. 그 대목에서 천재적 작곡가 베토벤의 사례가 도드라진다. 베토벤은 자신을 언짢게 한 웨이터에게 수프 접시를 내던질 만큼 독선가의 행동을 보였으나 우월성을 주장하기 위해 폭력에 의지하지 않았다. 파괴적일 수 있는 내적 에너지를 음악이라는 방편으로 정제해 사용함으로써 창조적 성취와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韓·佛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 강화”

    韓·佛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 강화”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첨단 분야를 비롯해 경제 전반과 교육·문화·관광 분야 등으로 양국 간 교류 협력 채널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 강화를 위한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정치·안보 분야에서도 고위급 대화 채널을 활성화하는 등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두 나라는 창업기업을 상호 지원하는 교류협력의향서(LOI) 등 9개의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양국은 내년 상반기에 제6차 한·프랑스 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열기로 하고 디지털 헬스케어를 포함한 생명·보건과학, 혁신적인 교통수단, 나노기술, 신소재, 제약, 실버경제, 정보통신기술(ICT) 등 첨단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출범한 한·프랑스 신산업협력포럼 등을 통해 신성장산업 간 교류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인공위성 공동 연구 등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양국 기관 간 교류 및 협력이 강화된다. 두 나라는 창업기업이 상대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글로벌 창업 프로그램’과 프랑스의 ‘프렌치 테크 티켓’ 등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연결하기로 했다. 예술, 문화재, 박물관, 출판물, 문화사업 등 문화예술 전 분야를 망라하는 포괄적 협력 MOU도 체결했다. 고등교육 학력 및 학위를 상호 인정해 유학생 교류를 촉진하는 데도 합의했다. 프랑스는 수능시험에서 2017년부터 제2외국어 선택과목에 한국어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양국의 직업계 고교·대학 및 기업들이 함께 하는 현장 실습 기회도 제공된다. 우리나라의 ICT, 디지털 콘텐츠 등의 분야와 프랑스의 요리, 명품, 호텔 등의 분야에서 청년 직업훈련 교류도 활성화된다. 한편 이날 두 정상은 우리 가을 제철 식재료와 발효음식인 씨간장 및 매실청을 이용한 한식으로 만찬을 했다. 종갓집 씨간장을 양념 소스로 활용하고, 건배주로 전통 발효주가 곁들여졌다. 디저트로는 ‘코팡’이 제공됐다. 앞서 박 대통령은 한·프랑스 경제협력 및 고등교육포럼에서 프랑스 전통의 브리오슈 빵에 우리나라 고유의 단팥 앙금을 넣은, ‘한국의 빵’이라는 뜻의 ‘코팡’(KOPANG)을 언급하며 “각국의 고유한 전통과 강점은 존중하면서 조화로운 협력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할 때 세계가 본받고 싶은 협력 모델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올랑드 대통령은 “코팡을 어떤 것으로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한번 먹어 보고 싶다”고 즉석에서 화답했고, 이에 만찬 디저트로 코팡이 제공됐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만찬 공연은 가야금 명인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의 가야금 산조 연주를 시작으로 전통춤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국립무용단의 ‘품’ 공연이 이어졌다. 2013년 한·프랑스문화상 수상자인 재즈 가수 나윤선이 샹송 ‘시간의 흐름에’와 ‘아리랑’을 노래했다. 아리랑이 울려 퍼질 때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에 밀레의 ‘만종’과 ‘이삭 줍는 사람들’,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 고갱의 ‘타히티의 여인들’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가의 걸작들을 결합한 미디어아트 작품이 배경 영상으로 상영됐다. 선물 교환에서 우리 측은 차를 좋아하는 올랑드 대통령에게 고려시대 전성기 ‘흑자’(黑磁·칠흑색의 자기)의 맥을 잇고 동시에 현대적 느낌을 살려낸 금잔 다기 세트를 선물했다. 프랑스 측은 19세기 말 우리의 종교와 문화 등 한국인의 일상생활을 담은 21장의 사진 앨범, 프랑스 위성으로 촬영한 해인사 고해상도 사진, 듀퐁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만년필을 답례로 제공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방한했으며 한국계 입양인인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통신부 장관도 수행단에 포함됐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32) 아이에게 ‘뽀로로’ 쥐어준 엄마의 반성문

    [독박(讀博) 육아일기](32) 아이에게 ‘뽀로로’ 쥐어준 엄마의 반성문

    22개월에 접어든 아이는 이제 웬만한 말을 다 따라한다. 어젯밤에는 잠자리에 누워서 “엄마, 사랑해요”라고 어설픈 발음으로 말해주는데 감격스러웠다. 귀여운 목소리로 종알종알 대화를 이어가니 신기하고 감사하고 마냥 예쁘다. 선배 엄마들은 “지금이 가장 예쁠 때”라며 아이와의 시간을 충분히 즐기라고 조언해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렇게 예쁜 아이가 기다리는 집에 들어가기가 겁이 나는 시간들이 있었다. 내 얼굴만 보면 “뽀야(뽀로로), 뽈리(로보카 폴리)”를 외치며 졸라대는 아이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다.아이를 낳은 뒤에도 초반까지는 도대체 어린 아이들에게 왜 스마트폰을 쥐어주는지 통 이해를 하지 못했다. 대형마트에서 유모차에 앉아있는 아이가 유모차 안전바에 거치대까지 설치해놓고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모습은 약간 충격이었다. 식당에서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보며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는 아이들의 맥 없는 눈빛도 안쓰러워보였다. ‘엄마, 아빠는 뭘하고 있는 거야?’하며 그 부모들을 힐끗 쳐다보곤 했다.그랬던 내가, 요즘 아이와 스마트폰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주 무려 두 시간 가까이 꼼짝도 하지 않고 TV만 보던 모습과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로보카 폴리의 주제곡을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고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리모콘을 들고 TV를 끄자 그 때부터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불과 전날 밤까지 천사 같은 얼굴로 “엄마, 지금 뭐해요?”라고 물으며 웃음을 주던 아이가 떼를 쓰자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만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나도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퉁퉁 부은 얼굴로 하루를 보냈다.●아이와의 스마트폰 전쟁…그 시작은 바로 ‘나’시작은 나였다. 그것이 괴로웠다. 뽀로로를 소개한 것도, TV를 틀어준 것도 나였다. 처음 뽀로로를 소개할 때는 아이가 귀여운 캐릭터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예뻐서였다. 내가 봐도 뽀로로는 정말 잘 만든 작품이다. 톡톡 튀는 캐릭터와 선명한 색깔의 그림이 아주 섬세하고 예쁘다. 아이들의 시선을 빼앗기 충분하다. 노래는 내가 들어도 신나고 이야기도 재미있다. 내가 먼저 아이 손을 이끌고 뽀로로파크(뽀로로 캐릭터로 꾸며진 놀이공간)에 데려갔고 뽀로로 인형을 사줬고, 장난감이나 책도 웬만하면 뽀로로 그림이 있는 걸로 사줬다. 아이들의 손이 닿는 물건 치고 뽀로로가 그려지지 않은 것이 없었다. 자유경제원 기업가연구회는 뽀로로의 경제적 효과가 5조 7000억원, 브랜드 가치만 8000억원이라고 추산했다. 그만한 매력이 분명히 있다고 나부터도 생각한다. 열심히 사들이고 보여주며 뽀로로가 뭔지도 모르는 아기에게 “이게 네 친구야”라며 주입을 시킨 거나 다름 없었다. 당연히 아이도 좋아했다. 스마트폰을 처음 보여준 것은 차 안에서였다. 카시트를 태워야 하는데 강하게 거부하며 ‘탈출’까지 하는 아이를 가만히 앉아있게 하려는 용도였다. 움직이는 차 안에서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안 좋은 거라고 하지만 일단 안전한 게 더 중요하다며 멀찌감치 스마트폰을 들고 뽀로로를 보여줬다. 꺼내달라고 발버둥을 치던 아이가 작은 화면을 빤히 바라보더니 울음을 멈추었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귀엽기도 했다. 그렇게 서너 번 하다 보니 카시트에 가만히 앉아있는 습관이 바로 들었다. 뽀로로는 그야말로 특효약이었다. “우는 아이 뽀로로 틀어준다”는 말이 와닿았고, 이래서 ‘뽀통령, 뽀통령’ 하는구나 싶었다.본격적으로 TV로 뽀로로와 친해진 것은 복직한 뒤였다. 일주일에 한 두번 재택근무를 해야하는 날이 있는데 놀아달라고, 안아달라고 떼쓰는 아이를 안고 노트북을 만질 수가 없었다. 한동안 둘러업고, 아기띠로 안아가며 일을 하다가 TV를 틀어주었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 대신 큰 화면으로 보면 좀 낫겠다는 심정도 있었다. 3분 남짓의 동요가 연속으로 30~40분 동안 나오는 ‘뽀로로와 노래해요’를 틀어놓고 쇼파에 앉아 보게 했다. 집은 평화를 찾았고, 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아이는 화면 속에서 뽀로로가 등장할 때마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을 지으며 즐거워했고 “안녕, 뽀야~”하며 손을 흔들었다. ‘바라밤’ 같은 신나는 노래가 나오면 일어나서 들썩들썩 춤을 추는데 너무 귀여워서 그것만 반복해서 틀어주기도 했다.●안 좋은 거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 그러고 보면 몇 달 사이 스마트폰을 안 보여준 곳이 없다. 친구와 만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는 동안 커피잔에 세워서 보여주었고 시장 다녀오는 유모차에서, 양손 가득 짐이 많은데 하도 안아달라고 졸라서 스마트폰을 아예 손에 쥐어주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내 딸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 나를 어떻게 볼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여기저기 눈치를 살피며 ‘방치’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게 하려고 한다. 그러나 내 딴에는 최대한 절제해서 조금씩만 보여줬다고 생각하지만 거치대만 사용을 안 했을 뿐, 언제 어디서든 아이가 떼를 쓰고 내가 좀 피곤하고 쉬고 싶을 때, 또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는 뽀로로의 힘을 빌렸다. 아이가 시끄럽게 떼를 써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보단 이게 낫겠다는 생각이 죄책감을 덮어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뽀로로 덕분에 잠시동안 내가 자유로운 몸이 될 수 있었지만 그 다음, TV를 끄는 순간부터 더 큰 화가 찾아왔다. 내가 틀어준 것은 몇 번 안 될지라도 아이가 흡수하는 속도는 무지 빨랐다. 내 몸이 편해질수록 아이의 표정이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다시 틀어내라고 울며 떼를 쓰는 아이를 달래는 것이 뽀로로를 틀어주기 전보다 더 힘들다.그러나 ‘이제 보여주지 말자’는 다짐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아이는 스마트폰에 항상 노출돼 있다. 이유는 바로 나 때문이다. 한 손에 스마트폰을 꼭 쥐고 다니는 엄마를 봐서인지 두 돌도 안 된 아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능숙하게 스마트폰을 다룬다. 사진을 열어서 볼 줄 알고 그 중에 자기가 찍힌 동영상을 틀어보며 재미있어한 것이 벌써 두 달 정도 됐다. 급기야 뽀로로를 보여주던 유튜브 어플리케이션을 용케 찾아 직접 뽀로로를 틀었다. 한 시리즈가 끝나면 바로 다른 에피소드를 찾아서 눌렀다. 이런 식으로 엄마와 아이가 눌러댄 결과인지 ‘뽀로로와 노래해요’ 1편의 유튜브 누적 조회수는 무려 2117만 8500회를 넘었다. ‘뽀로로’ 채널의 구독자수는 98만 4090명이다.(5일 오후 기준)스펀지 같이 스마트폰 다루기를 쏙쏙 흡수하는 아이를 보며 덜컥 겁이 났다. 특히 스마트폰은 세상에 등장한 지 겨우 5년 남짓. 어린 아이들이 이걸 보며 자라서 어떤 결과가 도출됐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것이 두려움을 키운다. 하지만 이렇게 걱정은 하면서도 내 손에서부터 스마트폰을 내려놓지는 않았다. 나도 스마트폰 속 세상을 들여다 볼 시간이 필요했다. 딱히 만날 사람도, 갈 곳도 없는 나에게는 TV와 스마트폰이 친구다. 육아 카페를 구경하고, 수다를 나누면서 위안을 받는 것도 나에겐 중요한 일과다. 그 덕분에 아이는 ‘핸드폰’이라는 말도 빨리 배웠다. 꼼짝도 하지 않고 TV 화면만 응시하던 아이가 뽀로로가 사라지는 순간부터 또 다른 자아가 생겨난 듯이 울부짖는 것을 보며 나는 괴로움에 눈물이 쏟아졌다. ‘이 아이를 내가 이렇게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루종일 일한다고 아이를 맡겨두었으면서 집에 돌아와서도 아이에게 집중을 하지 못했다. 퇴근하면 일단 나부터 녹초가 돼 쇼파에 드러눕고 TV를 켰다. 회사 일을 한다고, 또 집안일을 해야한다고 놀아달라는 아이를 뒤로 하고 뽀로로를 틀어주었다. 너무 자고 싶은데 일어나서 나가자고 조르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넘겨주고 잠이 든 적도 있다. 아이에게 뽀로로 애니메이션을 보게 해준 첫 날부터 지금까지, 아이의 행복한 웃음을 보는 것은 즐거우면서도 “이거 안 좋은 건데…” 걱정이 더 많았던 게 사실이다. 저렇게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을 들여다 보면 눈이 얼마나 나빠질지, 만화를 보며 집중하는 게 아이에게 얼마나 안 좋은 영향을 줄지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핑계를 댄 것도 전부 엄마인 나였다. 어린 아이들의 스마트폰 이용이 두뇌나 사회성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는 읽어보지 않아도 결과가 훤히 예상된다. 그래서 그런 기사는 아예 안 읽기도 했다. 너무 찔려서였다.●“스마트폰 최초 이용시기 빠를수록 이용시간 길어“행동발달이 매우 빠른 아이는 스마트폰에 관한 통계에서도 다른 아이들을 앞지른 것처럼 보였다.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 스마트폰 노출 실태 및 보호대책’에서는 유아(3~5세)의 68.4%와 영아(0~2세) 34.9%가 스마트폰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초 이용시기는 평균 2.27세로 만 3세가 되기 전에 이미 노출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만 1세에 벌써 조작이 가능해졌으니 뜨끔하다.이 보고서에 따르면 영아의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유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연령이 낮아진다는 얘기다. 영유아 전체의 주중 평균 이용시간이 31.65분이었는데 영아는 32.53분, 유아는 31.28분이었다. 또 스마트폰을 최초로 이용한 시기가 빠를수록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시간이 긴 것으로 조사됐다. 최초 이용시기가 0세인 경우 33.45분, 1세는 32.84분, 2세 29.54분, 3세 34.42분, 4세 28.65분, 5세 24.81분이었다. 이용 장소는 대부분 가정(71.9%)이었고 다음으로 카페 및 식당(9.5%)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많이 사용했다. 자녀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주된 이유는 ‘자녀가 좋아해서’가 70.9%로 가장 높았다. 나도 아이가 좋아한다고, 내가 조금 더 편하자며 쥐어주었다. ‘그래도 나는 덜 보여주는 편’이라고 애써 다독이면서. 지난주 뽀로로를 찾으며 울어젖히는 아이와 씨름을 하며 또 다시 나의 육아 방식이 다 잘못됐다는 자책에 시달렸다. 오죽했으면 애가 엄마 얼굴만 보면 스마트폰을 내놓으라고 ”줘, 줘“하게 됐는지, 왜 이렇게 못난 엄마였는지 화가 났다. 항상 피곤에 절어서 그래도 책 한 권이라도 더 읽어주고 아이와 눈도 많이 마주치며 잘 놀아준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에게 남는 엄마의 모습이 결국은 쇼파에 누워서 TV를 보거나 깜깜한 방 안에서 스마트폰 화면 빛에 비친 얼굴이었나 싶다.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져 견딜 수 없었다.하루종일 가슴이 울렁거리는 듯이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리모콘은 모두 숨겨두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가방만 던지고 당장 쇼파에 드러눕고 싶었지만 아이 옆에 꼭 붙었다. 책도 읽고 스티커북을 하며 놀아주었다. 아이 입에서 ”엄마, 가“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집요하게 쫓아다녔다. 마치 ”그동안 엄마가 제대로 안 놀아줘서 뽀로로만 찾은 거였어”라고 말하듯이 그날 밤 만큼은 뽀로로를 찾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아이가 매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기쁨을 주는 만큼 그에 비례하는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겨난다. 그걸 잘 이겨내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기도 할 텐데, 쉽지가 않다. 앞으로 아이가 즐겨 볼 애니메이션만 하더라도 뽀로로에서 폴리, 타요, 공주만화 시리즈 등등. 첩첩산중이다. 휴, 아이의 중독을 걱정하던 엄마는 화장실 문을 꾹 걸어잠그고 10분 동안 앉아서 스마트폰을 뒤적였다.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26)가끔은 그냥 ‘나’이고 싶다(27)1년에 단 며칠인데 뭐가 그리 힘드냐고요? (28)좋은 엄마 나쁜 엄마 따로 있나요(29)1인실 쓰고도 출산비 ′0원′…호주·미국 육아맘에게 물었다(30)‘도긴개긴’ 韓·日 육아 환경…초저출산국 이유있었다(31)엄마의 눈으로 본 저출산 대책은 슬펐다▶1회부터 24회까지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허백윤 기자의 독박 육아일기 / ☞블로그
  • 절친 앞에서… 작아지는 김세진

    절친 앞에서… 작아지는 김세진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김세진(오른쪽) OK저축은행 감독은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사령탑 세대교체의 선봉이다. 2014~15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배구의 신’ 신치용 전 삼성화재 감독을 꺾고 우승했고, 지난 4월 한·일 V리그 톱매치에서는 일본 V리그 우승팀인 JT선더스를 무너뜨렸다. 이제 감독으로서 세 시즌째이니만큼 아직 명장이라는 칭호는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차세대 명장에 가장 근접한 감독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유독 김상우(왼쪽) 우리카드 감독만 만나면 맥을 못 춘다. 정식 경기에서 두 번 겨뤄 모두 졌다. 지난 7월 KOVO컵 결승에서 처음 맞붙었다. 우리카드는 열세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했다. 둘은 지난달 24일 또 한 차례 격돌했다. 이번에도 김상우 감독이 웃었다. 우리카드가 3-2로 이겼다. 3일 OK저축은행의 안방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통산 세 번째 결투가 벌어진다. 이번에도 김세진 감독이 지면 3전 전패의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두 감독은 중학교 때부터 가깝게 지낸 ‘절친’이다. 프로에 입문해서는 ‘삼성 왕조’의 일원으로 뛰었다. 중요한 일전을 앞둔 김세진 감독은 외국인 선수 시몬과 토종 에이스 송명근의 컨디션이 상승세인 점이 반갑다. 김상우 감독은 토종 선수들과 점점 손발이 맞아 들어가는 용병 군다스와 대형 신인 나경복의 활약에 기대를 건다. 한편 2일 남자부 대한항공은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KB손해보험을 3-1(18-25 25-21 25-21 25-21)로 꺾고 2위(승점14·4승2패)로 뛰어올랐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 책] 요~~~만한 쌀벌레, 이~~~만한 목소리

    [이주일의 어린이 책] 요~~~만한 쌀벌레, 이~~~만한 목소리

    나 쌀벌레야/주미경 지음/서현 그림/문학동네/108쪽/1만 500원 제3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동시 속에는 아이, 노인, 노동자, 벌레, 동식물 등 세상을 구성하는 다양한 존재들의 이면이 담겨 있다. 대상 수상작인 ‘나 쌀벌레야’는 사람을 보고 겁먹고 도망가기는커녕 “너 쌀 속에서 놀아 봤니”라고 묻는 쌀벌레의 모습이 당차게 그려져 있다. ‘너 쌀 속에서 놀아 봤니/누가 쌀독 밑으로 더 깊이 내려가나/누가 더 하얗게 쌀가루 뒤집어쓰나/쌀독이 열리고 바가지가 내려올 때/누가 빨리 피하나/참, 마지막 놀이는 위험해/아차 하는 순간 저 구멍 위로/딸려 가는 수가 있으니까/요즘은 쌀이 줄지가 않아/우리야 쌀이 넘칠수록 좋지만/사람들은 뭘 먹고살까’(‘나 쌀벌레야’ 중) 동시집엔 쌀벌레처럼 작은 몸집에도 기죽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내는 존재들이 다수 나온다. 뻐꾸기 울음을 잠재우기 위해 큰 돌을 던져대는 할아버지를 향해 더 큰 소리로 울어대는 뻐꾸기들(‘누가 그래’), 숲을 통째로 잘라버릴 듯 날아와 “자, 나를 따르겠느냐”고 묻는 솔개에게 콧방귀를 뀌는 다람쥐와 뱁새(‘흥!’) 등 작은 존재들의 당찬 모습이 익살스럽게 표현돼 있다. 재치 있고 천연덕스런 그림은 시 읽기의 흥을 더하고 맥을 살린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표현으로 시와 아이들의 거리를 좁힌다. 심사위원인 시인 안도현은 “주미경의 동시는 진술로 말을 건다. 아이들의 마음의 결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알고, 동심 파고들기를 성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시인은 2010년 월간 ‘어린이와 문학’ 추천 제도에서 동시 4회 추천 조건을 충족하며 등단했다. 초등 고학년.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홈버튼·테두리 사라진 ‘아이폰7’ 콘셉트 이미지 공개

    홈버튼·테두리 사라진 ‘아이폰7’ 콘셉트 이미지 공개

    아이폰6S와 6S플러스가 한국에도 출시된 가운데, 벌써부터 차기 주자인 아이폰7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는 기존에 루머로 떠돌았던 홈버튼이 사라진 차세대 아이폰의 콘셉트 이미지가 공개돼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IT전문가들은 그동안 애플이 기존의 전통적인 홈버튼을 버리고 3D터치스크린 기술을 보완해 홈버튼이 사라진 차세대 아이폰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해왔다. IT 디자이너인 체코의 마렉 웨이드리치는 이 같은 전망과 각종 루머로 퍼진 스펙을 합쳐, 아이폰7 콘셉트 이미지를 제작‧공개했다. 웨이드리치는 ‘미래의 스크린’이란 제목의 동영상에서 “애플이 가장 중점적으로 여기는 ‘심플 디자인에 포커스를 맞춰 제작했다”면서 “홈버튼과 프레임 베젤이 완전히 사라지고 ’소프트웨어 홈버튼‘이 장착된 차세대 아이폰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투자회사 파이퍼 제퍼리(Piper Jaffray)의 진 먼스터(Gene Munster) 애널리스트 역시 “우리는 아이폰7이 아이폰6와 아이폰6S에서 더욱 진화한 유니크한 디자인을 가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3D터치스크린 기술이 기존의 홈버튼을 대신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애플은 차세대 아이폰 및 맥 시리즈에서 더욱 길어진 배터리 수명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의 수명은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큰 호평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잠재적인 발전요소”라고 덧붙였다. ‘완전히 새로워진’ 아이폰7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아이폰6S와 6S플러스는 순조로운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애플은 출시 약 한달이 지난 시점인 지난달 28일 기준, 발매 첫 주말에 아이폰 6S와 6S플러스의 판매량이 1300만 여대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1차 출시국인 미국과 일본, 중국, 독일, 호주 등 12개 지역 판매 실적을 합한 것이며, 이번 판매 기록은 신제품 아이폰 첫 주말 판매량 신기록에 해당한다. 신제품 아이폰의 첫 주말 판매량은 2012년 아이폰 4s 400만 대, 2013년 아이폰5s·5c 900만 대, 2014년 아이폰6·6 플러스 1000만 대였다.  사진=아이폰7 콘셉트 이미지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에스티로더가 찜한 한국 화장품은 ‘닥터자르트’

    에스티로더가 찜한 한국 화장품은 ‘닥터자르트’

     세계적인 화장품 제조·판매 회사인 에스티로더 컴퍼니즈가 한국 스킨 케어 브랜드인 닥터자르트 및 DTRT의 대주주인 해브앤비 주식회사의 지분 투자 계약에 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에스티로더 컴퍼니즈는 그동안 한국 화장품 시장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었으나 실제 투자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적으로 한류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화장품 역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 따라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투자 거래는 오는 12월 완료될 전망이다.  비비(BB)크림으로 유명한 닥터자르트는 2005년 온라인 시장을 시작으로 화장품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현재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를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에 인기를 끌고 있다.  윌리엄 로더 에스티로더 컴퍼니즈 회장은 “글로벌 소비자들이 한국을 뷰티 분야의 유행을 선도하는 시장으로 보고 있다”면서 “두 회사는 기업가 정신과 혁신, 창의성에 대한 열정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욱 해브앤비 주식회사의 창업자 겸 대표는 “뷰티 한류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우리 브랜드들에 에스티로더 컴퍼니즈가 가져올 추가적인 기회나 지원, 자문에 대해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에스티로더 컴퍼니즈는 에스티로더, 크리니크, 랩시리즈, 오리진스, 맥, 라메르, 바비브라운, 아베다, 달팡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서울광장] 구순 아버지가 불러준 애수의 소야곡/이동구 논설위원

    [서울광장] 구순 아버지가 불러준 애수의 소야곡/이동구 논설위원

    “기가 막힙니다. 21세기 최첨단 사회에 가족들이 65년 만에 겨우 만나, 12시간 만에 또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해야 한다는 현실. 그것도 인터넷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인과 소통한다는 대한민국 땅에서 펼쳐지는 현상이라니….” 금강산에서 진행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지켜본 국민들의 심경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70세가 다 된 아들과 딸들이 난생처음 아버지를 만나 울부짖고, 동생은 누나를 보자마자 “누나 왔다”며 두 손을 치켜들고 만세를 부르듯 절규하는 장면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작별을 앞둔 딸이 구순에 가까운 아버지의 목소리를 기억해야 한다며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하자 눈물을 참아 가며 ‘애수의 소야곡’을 부르는 아버지의 모습에 가슴 아파하지 않은 국민이 있었겠는가. 누가, 왜 그들을 저토록 아프게 만들었을까. 화가 치밀다가도 원인과 현실을 생각하면 금방 맥이 풀린다. 누구를 탓하기에도 지쳤고, 희망을 가져 달라 말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은 좌절을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런 짧은 만남조차 포기할 수도 없다. 가족이기에 언젠가는 만날 수 있겠지 하는 희망의 끈을 놓으라고 말할 수는 없다. 60년이 넘는 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는 가족이 아직도 6만 6000여명에 이른다고 하니 만남의 행사라도 이어 가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만남의 기회조차 잡기가 너무 어려워 이산가족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애간장을 태운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2000년 8·15를 시작으로 그동안 20번 열렸다. 연평균 1.3회꼴로 열려 지금까지 4500여 가족, 2만 2700여명이 상봉 또는 생사 확인으로 잠시나마 기쁨을 찾았다. 하지만 아직도 만나야 할 가족은 더 많이 남아 있다. 이번엔 두 차례에 걸쳐 겨우 남북 180여 가족만이 만남의 기회를 얻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통일부에 등록된 남측 상봉 신청자(9월 말 기준) 13만 409명 가운데 49%인 6만 3921명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꿈에도 그리던 가족을 이 세상에서는 영영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남은 생존자들조차 고령으로 내일을 기약하기 어렵다고 하니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생존자 중 70세 이상이 81.4%에 이른다. 지금의 방식으로는 남은 이산가족의 한 맺힌 응어리를 풀어 줄 수가 없는 실정이다. 결국은 남북의 정치 지도자와 온 국민이 힘을 합쳐 풀어 내야 할 이 시대의 과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아무리 정세가 어렵고 이념이 대립한다고 해도 인도적 견지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도 “8·25 합의를 소중히 가꾸고 풍성한 결실로 가꾸자”고 한 바 있다. 남북 최고지도자들의 발언이 빈말이 되지 않도록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유엔 등 국제사회에 이산가족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고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는 이북도민회와 이산가족위원회 등의 주장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우리 정부의 끈질긴 노력이다. 설령 쇠귀에 경 읽기가 될지언정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정례화를 꾸준히 요구해야만 한다. 박 대통령이 광복 70주년 경축사에서 제안한 전체 이산가족 명단 교환과 수시 만남도 끈질기게 설득하고 관철해야 할 사안이다. 독일 통일은 서독 정부가 지속적이면서도 유연한 이산가족 교류 정책을 꾸준히 유지해 온 결과였다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과 대만은 1978년 맺은 3통(通商, 通航, 通郵) 합의를 바탕으로 1987년부터 이산가족들이 마음대로 상호 방문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독일과 중국처럼 이산가족의 염원은 꼭 풀어 줄 수 있으리라는 국민적인 믿음 또한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인근에는 ‘동베를린의 아들을 애타게 부르는 어머니의 상’이 있다고 한다. 우리 국민의 염원은 그보다 몇 곱절은 더 간절할 것이다. “우리는 한 민족이다”며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던 그 모습을 휴전선에서도 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아버지와 딸이 애수의 소야곡을 다시 함께 부를 수 있을 그날이 빨리 오길 기원한다. yidonggu@seoul.co.kr
  • [프로농구] 동부 ‘승부수’ 맥키네스, 김주성 빈자리 메울까

    [프로농구] 동부 ‘승부수’ 맥키네스, 김주성 빈자리 메울까

    공동 꼴찌로 내려앉은 프로농구 동부가 결국 칼을 빼 든다. 지난 18일 LG에 68-77로 지면서 5연패 수모를 겪은 동부는 LG와 나란히 4승10패를 기록했다. 시즌 개막 전만 하더라도 2011~12시즌 정규리그 최다승(44승10패)의 주축들인 김주성, 윤호영, 로드 벤슨이 다시 호흡을 맞춰 기대를 부풀렸지만 김주성이 발가락을 다쳐 다음달에나 돌아오게 되면서 지난 시즌 준우승 팀이 속절없이 추락했다. 김영만 동부 감독을 한숨짓게 만든 요인 중 하나가 단신 외국인 라샤드 제임스(183㎝)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었다. 김 감독은 “벤슨 대신 제임스가 뛸 때 높이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제임스는 이날까지 13경기를 뛰며 경기당 평균 9.69득점 0.8어시스트 2.2리바운드로 부진한 데다 공을 너무 오래 갖고 논다는 지적까지 들었다. 동부 구단은 오래전부터 마땅한 대체 선수를 물색하다가 2013~14시즌 마퀸 챈들러의 대체 선수로 KGC인삼공사에서 뛰었던 웬델 맥키네스(27·193㎝)를 낙점했다. 구단 관계자는 19일 “벌써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며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고 등록에 문제가 없으면 교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키넥스는 득점 능력은 떨어지지만 몸싸움을 즐기는 편이어서 김주성이 없는 동부의 골 밑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는 오는 25일 SK와의 경기에는 맥키네스를 내보낼 계획이다. 여기에 26일 국내 신인 드래프트에서 좋은 재목을 뽑아 팀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다. 현재 KCC와의 승차는 3.5경기뿐. 동부가 다시 날아오를 시간은 충분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삶이 버거운 이웃… 행복의 버거가 갑니다

    삶이 버거운 이웃… 행복의 버거가 갑니다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행복의 버거’가 찾아간다. 서대문구는 한국맥도날드와 ‘서대문 행복 더 나누기’ 사업 협약을 맺고 연간 4000세트의 햄버거를 저소득층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맥도날드는 다음달부터 지역 소외계층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인기 버거세트로 구성된 ‘행복의 버거’를 전달한다. 구의 저소득 청소년 무료 학습 지도 프로그램인 ‘티치 포 코리아’(Teach for Korea) 참여 학생들이 첫 대상이다. 조주연 한국맥도날드 부사장은 협약식에서 “서대문구민의 복지 증진에 기여할 수 있어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맥도날드는 ‘서대문 행복 더 나누기’ 사업의 25번째 협약 기관이다. 구는 맞춤형 복지를 통해 주민들에게 ‘행복을 더하고 나눈다’는 취지로 2012년부터 이 사업을 시작했다. 서대문만의 독특한 복지 사업으로 당초 ‘아이 위시(I WISH) 따뜻한 서대문’에서 최근 명칭을 바꿨다. 협약을 맺은 기관들은 물품 지원, 의료서비스, 무료 공연 나눔, 재능 기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2호 협약 기관인 크레타스튜디오는 매월 저소득층 두 가구에 무료로 가족사진을 촬영해 액자에 넣어 준다. 촬영 비용이 부담 돼 가족사진을 찍지 못하는 주민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스마일의료소비자 생활협동조합은 매월 두 명의 저소득 주민에게 완전틀니 및 임플란트 시술을 진행 중이다. 안경천국 명지대점과 서부안경프라자는 매년 50명의 학생에게 안경을 지원해 준다. 문석진 구청장은 “앞으로도 후원자와 수혜자가 서로 원하는 다양한 맞춤형 복지사업을 발굴해 저소득 주민들에게 지속적인 후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글로벌 시대] 중국의 꿈, 세계의 바다를 장악하라/민재홍 덕성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글로벌 시대] 중국의 꿈, 세계의 바다를 장악하라/민재홍 덕성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중국은 일찍이 실크로드와 바닷길을 개척해 동서양 문명을 연결하고 활발한 경제·문화 교류에 기여해 왔다. BC 139년 한 무제의 명을 받은 장건(張騫)은 100여명의 수행원을 데리고 시안(西安)을 출발해 미지의 세계 서역으로 떠났다. 무려 13년 동안 생사를 넘는 사투 끝에 중국으로 돌아온 그는 타클라마칸 사막과 파미르 고원을 넘어 중국과 서역을 연결하는 실크로드를 건설했다. 명나라 정화(鄭和)는 1405년부터 1433년까지 중국 함대를 이끌고 해상 대원정을 통해 바닷길을 열었다. 중국 남해와 북인도양의 연안지구, 아랍 반도와 아프리카 동쪽 연안까지 30여개국을 탐험했다. 개빈 멘지스의 저서 ‘1421-중국, 세계를 발견하다’에는 콜럼버스보다 앞서서 아메리카를 발견한 것으로 기술될 정도로 당시 중국의 해상 장악력은 대단했다. 이러한 역사와 기반을 바탕으로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기존의 실크로드와 바닷길을 확대해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 경제벨트인 일대(一帶)와 동남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해상 실크로드인 일로(一路)를 주창하고 나섰다. 중국에서 유럽에 이르는 지역을 육로와 해로로 연결하고, 연결선상의 국가들과 경제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시진핑의 중국몽(中國夢)으로 불릴 수 있는 일대일로(One Belt and One Road)는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도 맥을 같이한다. 박 대통령은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하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한반도 종단철도, 시베리아 횡단철도, 중국 횡단철도 등을 유럽으로 연결하는 철도망 구축을 제안했다. 따라서 중국의 일대일로와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전략적 목표가 일치한다는 점에서 상호 간 연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중국은 특히 세계의 바닷길과 해상 영역의 지배를 강화하고 있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라고 했던가. 현재 전 세계 물류의 약 90%가 바다를 통해 이동하고, 주요 해상 거점 기지를 장악하기 위해 세계가 각축을 벌이는 ‘대항해 시대’에 중국은 해상 영토 확보와 전략적 군사기지 구축, 대규모 운하 건설 등을 통해 21세기 중화(中華) 해양 패권을 드러내고 있다. 말레이 반도를 관통해 인도양으로 나갈 수 있는 끄라 운하가 완공되면 중국은 중동과 아프리카 북동부까지 쉽게 진출하게 될 것이고,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니카라과 운하에는 중국 자본을 투입해 100년 동안 운영권을 확보했다. 중국은 또한 남쪽 바다인 남중국해 영토 지배 강화에도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난사군도 일대 암초와 산호초를 매립해 인공섬을 건설하고 활주로 등 군사용 시설을 지어 남태평양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이 강력 견제에 나서자 시진핑은 이번 미국 방문 중에 남중국해 섬들은 중국 영토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남중국해에 건설된 인공섬들의 군사화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한발 후퇴하긴 했다.앞으로 중국은 이러한 정책이 외국의 우수 기술과 중국의 자본이 융합돼 상호 시너지를 거두게 되고, 세계 글로벌 경제에도 도약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순수한 의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중국이 독주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선상의 국가들이 함께 공생하는 개념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중국의 패권 강화가 아닌 중국이 외교에서 추구하는 가치인 친(親·친선), 성(誠·성실), 혜(惠·혜택), 용(容·포용)의 이념에 맞추어 주변국과 공동 구축하고 성과도 공유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 [서울광장] 누굴 위한 고대사 폄하인가/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누굴 위한 고대사 폄하인가/박홍환 논설위원

    “다음 중 한나라가 고조선을 멸망시키고 한반도 북부에 설치한 한군현(한사군)이 아닌 것은? ①동예 ②낙랑 ③대방 ④현도” 초등학교 때부터 달달 외워 답을 맞혀야 했던 국사 시험 문제다. 선생님들은 우리 땅이 중국 한나라의 식민지였다는 어두운 고대사를 무비판적으로 학생들에게 주입시켰다. 그 기초는 일제의 관변 학자들이 만들었다. 식민사관이다. 일제는 세키노 다다시, 구라야마 슌이치, 이마니시 류 등이 평양 등에서 발견했다는 고고학적 증거를 들이밀며 한국사를 타율의 역사로 규정짓는 ‘한반도 한사군’을 단정적으로 확정지었다. 일부 해석이 바뀌긴 했지만 지금까지도 우리 주류 학계는 여전히 역사적 사실처럼 신봉하고 있다.일제의 의도는 뻔했다. 한국의 역사는 식민지로 시작했으니 일본의 지배가 당연하다는 논리를 저변에 깔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고대사 폄하가 시정되기는커녕 광복 후 70년인 오늘까지도 여전하다는 점이 오히려 놀랍다. 게다가 중국, 일본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혈세를 투입해 설립한 동북아역사재단마저도 이런 논리에 편승, 2012년 미 의회조사국에 ‘한반도 한사군’을 기정사실화하는 내용의 자료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백번 양보해 설령 사실이더라도 우리가 전파해 득이 될 게 뭔가 묻고 싶다.얼마 전 만난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은 한반도에 한사군이 설치돼 있었다는 주장을 장시간 조목조목 반박했다. 고조선 강역(영토) 축소, 임나일본부설 등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한반도 침략에 이용하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제가 사실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주류 학계로부터 배척받는 이 소장은 그동안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 ‘우리 안의 식민사관’ 등의 저술을 통해 우리 학계 저변에 흐르는 식민사학의 전통을 강도 높게 비판해 온 문제의 사학자다.이 소장은 한사군 설치와 근접한 시기에 작성된 중국의 1차 사료들을 근거로 제시했다. 한서, 삼국지, 후한서, 진서 등에 일관되게 한사군의 위치를 요동으로 쓰고 있고, 중국의 지리서 등에 따르면 당시의 요동은 지금의 허베이(河北)성 일대라는 것이다. 고조선 강역을 고려해도 한반도에 한사군이 설치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내놓았다.이 대목에서는 대만의 국립대만대 초대 총장을 역임한 당대 최고의 학자 푸스녠(傅斯年)의 역사서 ‘이하동서설’(夷夏東西說)을 인용했다. 푸스녠에 따르면 옛 숙신은 한나라 때의 (고)조선으로, 산둥(山東)반도를 지배했던 제나라와 동북쪽으로 이웃하고 있었다. 한반도에 한사군을 설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그렇다면 평양 인근 등에서 대거 출토된 낙랑 유물은 무엇인가. 이 소장은 “일부는 일제 학자들이 조작했고, 일부는 확대 해석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인적·물적 교류의 흔적을 마치 낙랑군의 통치 증거인 양 과대 포장했다는 것이다. 사료적 근거가 빈약한 우리 고대사를 실증사학이라는 미명으로 폄하했다는 뜻이다.물론 주류 측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 소장 등이 오도된 민족주의에 편승해 역사를 제멋대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한반도에 한사군이 설치돼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유물 등을 통해 검증됐다고 일축한다. 뒤집힐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온전한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은 2000년 전의 역사를 유물 몇 개로 단정지을 수 있을까.훨씬 큰 문제는 우리가 고대사를 폄하하는 사이 중국은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중국은 은밀하게 ‘동북고대방국속국사’(東北古代方國屬國史)를 집필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인 부여, 고구려, 발해 등을 포함해 중국 동북 지방에서 흥망성쇠했던 16개 왕조를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규정하고, 정식으로 자국사에 편입하고 있는 것이다. 동북공정의 ‘완결판’으로 곧 실물이 나오게 된다.중국의 최대 인터넷 검색 사이트 바이두(百度)는 한사군의 의의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한사군 설치는 한 무제가 한반도 북부 지역을 이미 한 제국의 통치 범위에 포함시켰다는 것을 입증한다.” 무비판적으로 한반도 한사군설을 수용해 우리 스스로 고대 한반도 북부를 한 무제의 수중에 갖다 바친 것은 아닐까.
  • 中 외교보단 우정 택한 찰스 왕세자

    中 외교보단 우정 택한 찰스 왕세자

    중국 최고 지도자로선 10년 만에 처음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의도적인 무시’를 당하게 됐다. ‘시 황제’로 불리는 시 주석을 환대하기 위해 영국 왕실과 총리가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복병은 의외의 장소에서 튀어나왔다.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른 중국의 1인자를 보기 좋게 깔아뭉갠 주인공은 다름 아닌 찰스(67) 왕세자다. 왕위 계승 서열 1위로, ‘웨일스 왕자’로 불리는 그는 오는 19~23일(현지시간) 시 주석의 영국 국빈 방문 기간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주최하는 버킹엄궁 국빈 만찬에 불참할 것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4일 전했다. 국빈 만찬은 왕실 행사의 핵심으로, 왕세자가 불참하면서 맥이 풀리게 됐다. 대신 윌리엄 왕세손이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와 국빈 만찬에 ‘구원투수’로 참석한다. 찰스 왕세자의 중국 기피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고 영국에서 열린 중국 관련 행사도 대부분 불참했다. 1999년 런던의 중국대사관이 여왕을 위해 개최한 만찬과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 기간 열린 국빈 만찬이 대표적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참석도 거부했다. 앞서 1997년 홍콩 반환 행사 때는 중국 지도자들을 “소름 끼치는 낡은 밀랍 인형”이라고 묘사해 ‘뒤끝’을 드러냈다. 그는 개인적으로 홍콩 반환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가 중국을 꺼리는 진짜 이유는 오랜 친구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때문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설명했다. 수십년간 친분을 유지하면서 중국의 티베트 침략에 반감을 품어온 탓이라는 얘기다. 입장이 난처해진 왕실은 시 주석 부부에게 최고의 예우를 베풀 방침이다.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금 마차를 내주고 버킹엄궁의 ‘벨지언 스위트룸’을 숙소로 제공할 예정이다. 왕실은 또 찰스 왕세자가 국빈 만찬에는 빠지지만 환영행사와 근위병 교대식, 티타임 등 여러 차례 공식행사에서 시 주석과 만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여론은 심상찮다. 홍콩 영자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찰스의 국빈 만찬 불참을 ‘계획적 무시’라며 외교적 결례라고 평가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中 외교보단 우정 택한 찰스 왕세자

    中 외교보단 우정 택한 찰스 왕세자

    중국 최고 지도자로선 10년 만에 처음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의도적인 무시’를 당하게 됐다. ‘시 황제’로 불리는 시 주석을 환대하기 위해 영국 왕실과 총리가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복병은 의외의 장소에서 튀어나왔다.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른 중국의 1인자를 보기 좋게 깔아뭉갠 주인공은 다름 아닌 찰스(67) 왕세자다. 왕위 계승 서열 1위로, ‘웨일스 왕자’로 불리는 그는 오는 19~23일(현지시간) 시 주석의 영국 국빈 방문 기간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주최하는 버킹엄궁 국빈 만찬에 불참할 것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4일 전했다. 국빈 만찬은 왕실 행사의 핵심으로, 왕세자가 불참하면서 맥이 풀리게 됐다. 대신 윌리엄 왕세손이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와 국빈 만찬에 ‘구원투수’로 참석한다. 찰스 왕세자의 중국 기피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고 영국에서 열린 중국 관련 행사도 대부분 불참했다. 1999년 런던의 중국대사관이 여왕을 위해 개최한 만찬과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 기간 열린 국빈 만찬이 대표적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참석도 거부했다. 앞서 1997년 홍콩 반환 행사 때는 중국 지도자들을 “소름 끼치는 낡은 밀랍 인형”이라고 묘사해 ‘뒤끝’을 드러냈다. 그는 개인적으로 홍콩 반환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가 중국을 꺼리는 진짜 이유는 오랜 친구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때문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설명했다. 수십년간 친분을 유지하면서 중국의 티베트 침략에 반감을 품어온 탓이라는 얘기다. 입장이 난처해진 왕실은 시 주석 부부에게 최고의 예우를 베풀 방침이다.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금 마차를 내주고 버킹엄궁의 ‘벨지언 스위트룸’을 숙소로 제공할 예정이다. 왕실은 또 찰스 왕세자가 국빈 만찬에는 빠지지만 환영행사와 근위병 교대식, 티타임 등 여러 차례 공식행사에서 시 주석과 만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여론은 심상찮다. 홍콩 영자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찰스의 국빈 만찬 불참을 ‘계획적 무시’라며 외교적 결례라고 평가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與 “좌편향 교과서 주체사상 미화”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을 주도했던 새누리당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검정교과서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진보 진영은 새누리당이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면서 여론 형성을 위해 ‘매카시즘’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비판했다. 현행 교육부 교육과정에는 한국사 교과서에 주체사상을 반드시 기술하도록 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새누리당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면서부터다. 이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7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검정교과서가 김일성 주체사상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한다.  새누리당이 주체사상에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은 금성출판사 교과서다. 금성출판사는 ‘북한 세습체계를 구축하다’ 단원에서 ‘김일성 유일 지배 체제가 확립되고 자주 노선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주체사상이 등장하였다’고 서술했다. 별도의 박스에서는 ‘주체사상은 김일성이 창시하고 김정일이 이론적으로 발전시켰다는 혁명 사상으로, 북한의 통치 이념이며 모든 정책 결정과 활동의 기초’라고 썼다.  천재교육 교과서에는 ‘1967년 주체사상을 당의 이념으로 확정하고, 김일성을 수령으로 내세우는 유일 체제를 표방하였다’고 돼 있다. 미래엔 출판사 교과서도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김일성 유일 지배 체제를 확립하였다’고 기술했다.  해당 교과서들은 주체사상에 대해 기술하며 ‘김일성 주의’로 천명되면서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 및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동원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금성출판사) 이로써 주체사상이란 이름으로 김일성의 권력 독점이 절대화되기 시작하였다(천재교육) 이 과정에서 거대한 동상과 기념비를 세우고 생가를 성역화하는 김일성 우상화 작업이 진행되었다(미래엔)와 같이 문제점도 함께 기술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북한에서 쓰는 ‘자주’와 ‘주체’란 대한민국이 미국의 식민지라는 전제를 근간으로 하는 선전·선동 논리”라면서 “좀 더 신중하게 서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검정교과서의 집필기준은 물론 교육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도 주체사상은 반드시 기술토록 돼 있어 새누리당이 지나치게 이념적인 부분을 부각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새 교육과정은 한국사 교과의 학습요소로 주체사상과 세습체제, 천리마운동, 7·4 남북 공동 성명, 이산가족 상봉,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남북 기본 합의서, 6·15 남북 공동 선언, 탈북자 등을 제시하고 있다. ‘우편향’ 논란을 빚었던 교학사 교과서도 “김일성은 1962년 12월부터 4대 군사노선을 내걸고 군사적인 방법으로 북한을 통치하면서 독재 권력을 강화해 갔다. 이때 독재 권력을 합리화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바로 주체사상이었다”라고 기술했다.  양정현(부산대 교수) 한국역사교육학회장은 “현재 교육과정에서 주체사상을 가르치도록 돼 있는데, 새누리당이 이를 꼬투리 삼아 검정교과서가 마치 종북 서적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與 “北 선동논리 ‘주체사상’ 서술 신중해야”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을 주도했던 새누리당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검정교과서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진보 진영은 새누리당이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면서 여론 형성을 위해 ‘매카시즘’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비판했다. 현행 교육부 교육과정에는 한국사 교과서에 주체사상을 반드시 기술하도록 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새누리당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면서부터다. 이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7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검정교과서가 김일성 주체사상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한다. 새누리당이 주체사상에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은 금성출판사 교과서다. 금성출판사는 ‘북한 세습체계를 구축하다’ 단원에서 ‘김일성 유일 지배 체제가 확립되고 자주 노선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주체사상이 등장하였다’고 서술했다. 천재교육 교과서에는 ‘1967년 주체사상을 당의 이념으로 확정하고, 김일성을 수령으로 내세우는 유일 체제를 표방하였다’고 돼 있다. 미래엔 출판사 교과서도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김일성 유일 지배 체제를 확립하였다’고 기술했다. 해당 교과서들은 주체사상에 대해 기술하며 ▲‘김일성 주의’로 천명되면서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 및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동원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금성출판사) ▲이로써 주체사상이란 이름으로 김일성의 권력 독점이 절대화되기 시작하였다(천재교육) ▲이 과정에서 거대한 동상과 기념비를 세우고 생가를 성역화하는 김일성 우상화 작업이 진행되었다(미래엔)와 같이 문제점도 함께 기술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북한에서 쓰는 ‘자주’와 ‘주체’란 대한민국이 미국의 식민지라는 전제를 근간으로 하는 선전·선동 논리”라면서 “좀 더 신중하게 서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검정교과서의 집필기준은 물론 교육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도 주체사상은 반드시 기술토록 돼 있어 새누리당이 지나치게 이념적인 부분을 부각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편향’ 논란을 빚었던 교학사 교과서도 “김일성은 1962년 12월부터 4대 군사노선을 내걸고 군사적인 방법으로 북한을 통치하면서 독재 권력을 강화해 갔다. 이때 독재 권력을 합리화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바로 주체사상이었다”라고 기술했다. 양정현(부산대 교수) 한국역사교육학회장은 “현재 교육과정에서 주체사상을 가르치도록 돼 있는데, 새누리당이 이를 꼬투리 삼아 검정교과서가 마치 종북 서적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찰스 왕세자, 시진핑 국빈만찬 불참하는 까닭은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는 10년 만에 영국을 국빈 방문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의도적인 무시’를 당하게 됐다. ‘시황제’로 불리는 시 주석을 환대하기 위해 영국 왕실과 총리가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복병은 의외의 장소에서 튀어 나왔다.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른 중국의 1인자를 보기 좋게 깔아뭉갠 주인공은 다름 아닌 찰스(67) 왕세자다. 왕위 계승 서열 1위로, ‘웨일즈 왕자’로 불리는 그는 오는 19~23일(현지시간) 시 주석의 영국 국빈방문 기간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주최하는 버킹엄궁 국빈만찬에 불참할 것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4일 전했다. 국빈만찬은 왕실 행사의 핵심으로, 왕세자가 불참하면서 맥이 풀리게 됐다. 윌리엄 왕세손이 아버지 대신 국빈만찬에 ‘구원투수’로 참석한다.  찰스 왕세자의 중국 기피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고 영국에서 열린 중국 관련 행사도 대부분 불참했다. 1999년 런던의 중국대사관이 여왕을 위해 개최한 만찬과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기간 열린 국빈만찬이 대표적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참석도 거부했다.  앞서 1997년 홍콩 반환 행사 때는 중국 지도자들을 “소름끼치는 낡은 밀랍인형”이라고 묘사해 ‘뒷끝’을 드러냈다. 그는 개인적으로 홍콩 반환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의 반중 이유는 오랜 친구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때문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설명했다. 수십년간 친분을 유지하면서 중국의 티베트 침략에 반감을 품어온 탓이라는 설명이다.  입장이 난처해진 왕실은 시 주석 부부에게 최고의 예우를 베풀 방침이다.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금 마차를 내주고 버킹엄궁의 ‘벨지언 스위트룸’을 숙소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곳은 윌리엄 왕세손 부부가 신혼 첫날을 보낸 최고의 장소로 꼽힌다.  왕실은 또 찰스 왕세자가 국빈만찬에는 빠지지만 환영행사와 근위병 교대식, 티타임 등 여러 차례 공식행사에서 시 주석과 만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여론은 심상찮다. 홍콩 영자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찰스의 국빈만찬 불참을 ‘계획적 무시’라며 외교적 결례라고 평가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찰스 왕세자, 시진핑 국빈만찬 불참하는 까닭은

    찰스 왕세자, 시진핑 국빈만찬 불참하는 까닭은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는 10년 만에 영국을 국빈 방문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의도적인 무시’를 당하게 됐다. ‘시황제’로 불리는 시 주석을 환대하기 위해 영국 왕실과 총리가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복병은 의외의 장소에서 튀어 나왔다.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른 중국의 1인자를 보기 좋게 깔아뭉갠 주인공은 다름 아닌 찰스(67) 왕세자다. 왕위 계승 서열 1위로, ‘웨일즈 왕자’로 불리는 그는 오는 19~23일(현지시간) 시 주석의 영국 국빈방문 기간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주최하는 버킹엄궁 국빈만찬에 불참할 것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4일 전했다. 국빈만찬은 왕실 행사의 핵심으로, 왕세자가 불참하면서 맥이 풀리게 됐다. 윌리엄 왕세손이 아버지 대신 국빈만찬에 ‘구원투수’로 참석한다.  찰스 왕세자의 중국 기피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고 영국에서 열린 중국 관련 행사도 대부분 불참했다. 1999년 런던의 중국대사관이 여왕을 위해 개최한 만찬과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기간 열린 국빈만찬이 대표적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참석도 거부했다.  앞서 1997년 홍콩 반환 행사 때는 중국 지도자들을 “소름끼치는 낡은 밀랍인형”이라고 묘사해 ‘뒷끝’을 드러냈다. 그는 개인적으로 홍콩 반환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의 반중 이유는 오랜 친구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때문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설명했다. 수십년간 친분을 유지하면서 중국의 티베트 침략에 반감을 품어온 탓이라는 설명이다.  입장이 난처해진 왕실은 시 주석 부부에게 최고의 예우를 베풀 방침이다.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금 마차를 내주고 버킹엄궁의 ‘벨지언 스위트룸’을 숙소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곳은 윌리엄 왕세손 부부가 신혼 첫날을 보낸 최고의 장소로 꼽힌다.  왕실은 또 찰스 왕세자가 국빈만찬에는 빠지지만 환영행사와 근위병 교대식, 티타임 등 여러 차례 공식행사에서 시 주석과 만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여론은 심상찮다. 홍콩 영자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찰스의 국빈만찬 불참을 ‘계획적 무시’라며 외교적 결례라고 평가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을미사변의 치욕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을미사변의 치욕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을미년 8월 20일 일본인이 우리 국모 명성황후를 시해하니 그 사건의 대략적인 전말은 다음과 같다.(중략) 새벽녘에 서문에 이르러 훈련대와 일본군이 서로를 앞뒤로 호위하며…(중략) 광화문에 도착해 바로 근정전으로 들어가니,…(중략) 연대장 홍계훈이 소식을 듣고 달려와 궁궐로 난입한 훈련대를 큰소리로 꾸짖다가 일본군에게 살해되었다. 궁내부 대신 이경직 또한 일본 병사의 칼에 죽었다.”(박은식의 ‘한국통사’ 중에서) 1900년 9월 남산 아래 장충단이 생겼다. 1895년 10월 8일(음력 8월 20일) 을미사변 당시 순국한 홍 장군과 이 대신, 부령 염도희, 영관 이경호 등을 배향해 제사를 지냈다. 그러나 5년 뒤 을사늑약이 체결됐고 1908년 8월 일제에 의해 장충단이 폐사되면서 제향도 맥이 끊겼다. 이것을 1988년에 중구가 복원해 매년 추모제향을 올리고 있다. 8일 중구는 남산공원 장충자락(옛 장충단공원)에서 120주기 추모제향을 거행했다. 이날 최창식 구청장이 초헌관을, 이경일 중구의회 의장이 아헌관을, 이도철 참령의 증손인 이해권 제천문화원장이 종헌관을 각각 맡아 봉향했다. 제례위원은 후손들과 15개 동 자치위원장으로 구성했다. 이날 장충단제는 추모제향에 이어 추모시 낭송, 한국무용, 추모곡 및 판소리 연주 등으로 진행됐다. 마지막 헌화에는 선열의 후손들과 일본인 등이 참석했다. 수염을 붙이고 제관복을 갖추며 초헌관을 충실히 재현한 최 구청장은 “추모제향은 선조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고 애국애족의 마음을 다지는 소중한 기회”라며 “역사는 항상 반복된다. 과거 뼈아픈 역사를 잊으려 하지 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여래와 예수로 본 동서양의 조형원리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여래와 예수로 본 동서양의 조형원리

    필자의 원래 전공은 불상조각이지만 불화(佛畵)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특히 괘불(掛佛)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2004년 9월 통도사 괘불전시실에서 전남 해남의 달마산 미황사 괘불을 조사하면서 문득 불화에 눈을 뜨는 감동적 순간을 체험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깨달음의 첫 단추를 열었을 뿐이었다. 인생과 학문을 닦는 과정은 단계를 밟아 일시에 깨닫는 점수돈오(漸修頓悟), 단번에 진리를 깨친 뒤 번뇌와 습기를 차차 소멸시켜 가는 돈오점수(頓悟漸修)의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는 것이라는 것을 나름으로 깨달았다. 이후 불화의 연구는 속도가 붙었고 국내외에서 관련 논문과 저서를 세상에 냈다. 눈을 떴다고 하나 또 다른 참된 깨달음은 훨씬 후에 일어났다. 안방 머리맡에 미황사 괘불의 상반신으로 만든 포스터를 붙여 놓았다. 애수(哀愁)에 잠겨 있는데 그런 얼굴은 처음이었다. 어느 날 여래의 머리 선이, 붕긋붕긋한 머리털 중간에 있는 이른바 중간육계(中間肉髻·살이 불룩 솟아 상투 같은 모양)와 연결되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다시 머리 맨 위에 정상육계(頂上肉髻)가 있는데, 그때까지 그 두 개의 육계 관계를 세계 학계는 밝히지 못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정상 계주건 중간 계주건 골육이 융기하되 상투 같아서 육계라 하며, 불상 32상 중 하나인 존귀상으로 알려져 있다. 또 머리칼이 돌고 있어서 이른바 나발(髮·소라껍질 모양으로 돌아 올라간 머리칼)의 형태를 짓고 있다. 그 육계의 연원은 흔히 불교경전에서 찾으려 했다. ‘중아함경’이나 ‘방광대장엄경’ 등은 “정수리에 육계가 있어 둥글고 가지런하며 머리칼은 소라처럼 오른쪽으로 돌아 오른다”고 설명한다. 모두 ‘머리칼이 나발임’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여래의 머리에는 머리칼이 있을 수 없다. 원래 인도 본토 마투라에서 만들어진 불상의 머리에는 하나의 큰 소라 모양이 솟아 있으며, 그다음 단계에서는 작게 도르르 말린 머리칼이 수없이 덮여 있다. 간다라 지방에서는 그리스·로마의 영향을 받아 곱슬머리로 표현했다. 그런데 마투라건 간다라건 머리칼이라 부르는 것은 모두 영기문으로, 제1영기싹으로 나타내어 여래와 보살로부터 발산하는 영기문임을 알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현실에서 보는 곱슬머리나 상투를 가지고 육계를 바라보기 때문에 육계의 본질을 어찌 알 것인가. 필자는 미황사 괘불의 석가여래 머리를 과감히 깎았다⑥, ⑦.그러나 깎은 것은 머리칼이 아니라, 제1영기싹이 연이어 여래로부터 발산하는 강력한 기운을 나타낸 붕긋붕긋한 영기문이었다. 그것이 여래의 본질인 큰 보주를 가리고 있었다. 영기문을 제거하니 2000여년 만에 여래의 신비한 모습이 나타났다. 즉 솟아오른 여래의 머리가 보주화(寶珠化)해 맨 윗부분에 구멍이 있지 않은가. 그 구멍으로부터 하나의 보주가 솟구쳐 나오고, 다시 그 보주로부터 강력한 두 줄의 영기문이 나와 서로 나선형으로 꼬이며 양쪽으로 뻗어 나가다 태극을 이루고 다시 강력히 뻗어 나가 우주에 충만해진다. 불교경전들은 결국 정답을 주지 못했다. 여래는 용과 마찬가지로 보주의 집적이었다. 여래로부터 하나의 보주가 나오지만 무량한 보주를 발산해 대우주에 가득 찰 것이다. 하나의 보주에서는 무량한 보주가 나온다. 한 분의 용으로부터 무량한 보주가 나오듯이…. 이제 기독교에서 예수의 본질을 파악해 보기로 하자. 아칸서스라고 알고 있는 조형들이 얼마나 심각하게 서양미술사 내지 문화사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지 알았다. 그러나 아직 충분한 증명은 부족해 본격적인 영기화생 조형을 해석하려 한다. 서양미술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아칸서스에 대해 의문을 가지며 여러 가지 아칸서스의 조형에 대해 생각하고 채색분석하는 동안 문양집에서 불과 27x21㎝에 불과한 흑백 삽화를 접했다. 이른바 아칸서스가 가득한 그림이었다. 스캔하여 확대해 본 결과 엄청난 조형들을 발견했다. 작고 흐려서 안 보이는 부분이 많았으나 백묘를 뜨고 채색분석에 들어갔다. 수많은 보주들과 영기잎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전개해 가는데, 중심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모습이 있다. 만일 이것들을 보석이나 아칸서스로 보면 아무 의미가 없어지지만, 영기잎과 보주로 보면 기독교 미술의 매우 중대한 신비와 상징이 드러난다. 프랑코 왕국의 샤를 2세(823~870), 별칭으로 ‘샤를 대머리’라고 불리는 왕에게 헌정된 미완성의 ‘미사 전례 기도집’에 뛰어난 삽화 여섯 장이 들어 있다. 그러니까 일종의 필사본 정밀 삽화로 불교회화로 치면 사경변상도(寫經變相圖)에 해당한다. 성체성사를 거행하는 사제와 미사에 쓰이는 기도집이다. 870년에 제작된 것으로 지금 파리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삽화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장면은 죽음과 부활을 동시에 보여 준다①. 필자가 처음 접한 흑백사진이다. 영기화생론으로 채색분석하면서 해석해 보자. 전체 그림을 그려서 채색분석하자면 너무도 가슴 벅찬 많은 상징과 세밀한 그림이 치밀하게 그려졌기 때문에 한 회로 끝낼 수 없다. 3년 전에 분석한 것을 부족하나마 싣고, 십자가 오른쪽의 위아래로 긴 장방형 안의 조형은 원래 그림에서는 너무 비좁아 따로 채색분석했다. 가운데 십자가를 중심으로 자세히 새로 다시 그리고 채색분석했다②. 맨 밑 부분의 영기문을 보자. 중심에 빨간 작은 보주들과 일체를 이루는 복잡한 매듭들을 채색분석해 보니 그 흐름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전체에서는 세부가 보이지 않으므로 부분을 확대하기로 한다. 맨 밑에 좌우로 긴 영기문을 시발점으로 상하좌우로 복잡하게 전개한다. 좌우로 뻗어 나가 십자가 양옆 공간을 가득 채우고, 위로 올라가 십자가가 화생한다. 자세히 보면 제3영기싹의 제1영기싹 끝에서 각각 초록색과 붉은색 영기문이 생겨나 복잡한 매듭과 보주들을 거쳐 십자가로 연이어 감으로써 십자가는 영기문이 된다. 십자가가 영기문이라면 모두가 의아해할 것이지만, 조형을 따라가 보면 그렇지 아니한가. 제3영기싹의 위치도 매우 중요한 것을 보면 삽화 작가는 누군지 모르지만 무명의 뛰어난 장인임이 틀림없다. 양쪽으로 십자가가 올라가는가 하면 예수의 양쪽 팔이 뻗어 못 박힌 횡으로 긴 십자가는 아랫부분의 매듭으로 얽힌 영기문을 축소한 영기문, 제3영기싹의 제1영기싹 끝에서 생긴 영기문이 뻗어 나와 좌우 십자가를 완성하며 십자가 전체가 양쪽의 영기문과 아래 영기문에서 화생한 셈이다④, ⑤. 즉 십자가가 영기화생하고, 그 영기화생한 십자가에서 예수가 화생한다. 이미 조형적으로 죽은 예수가 영기화생하고 있다. 화생(化生)의 개념은 서양의 문자언어에는 없지만 조형언어에는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예수님 자체의 못 박힌 손과 발에서 피가 흐르는데 보주로 표현하고 있다. 생명의 피다. 옆구리의 창에 찔린 자리에서도 피가 아니라 보주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예수의 머리가 보주로 이루어져 있다. 불교 여래의 머리가 보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지 않은가. 예수가 자리 잡은 노란색 공간은 공간이 아니라 영기의 넓은 띠다. 양쪽 맨 가의 제1영기싹 공간에서 넓은 아칸서스 모양으로 끝나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 영기잎 줄기마다 보주들과 겹쳐 있다. 끝으로 광배. 둥근 광배는 보주로 이루어져 있으며 두광에서 반복하고 있는 십자가도 보주들로 이루어져 있다. 영기문과 보주들로 이루어진 예수의 죽음과 부활의 전체 이미지는 놀랍기만 하다. 그리고 뱀. 그러나 뱀이 아니다. 용성을 지닌 영기문이다. 놀랍게도 만물생성의 근원인 제3영기싹에서 화생하고 있다. 그 영기문의 입에서 다시 양 가닥의 영기문을 토해 내고 있다. 뱀만 다시 채색분석한다③. 뱀에서 중요한 것은 부활의 상징성이다. 부활이라는 상징을 놀랍게도 영기화생으로 표현했다. 전체 그림에서 십자가 부분 외의 모든 부분은 힘찬 영기잎들과 보주들로 이루어져서 중심의 예수와 십자가를 화생시키고 있다. 예수의 ‘영기화생’은 예수의 ‘부활’과 일치한다. 뱀은 부정적인 이미지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동시에 오래전부터 두렵고 신성한 존재로 여겨 와서 여러 신화나 설화 속에서 신에 버금가는 존재로 등장한다. 뱀의 특성과 연관돼 있다. 뱀은 죽을 때까지 쉼 없이 탈피하는 동물이므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다시 살아난다고 생각했고, 뱀은 부활·치유·재생의 대명사가 됐다. 그래서 많은 의료기관이 뱀을 심벌로 사용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죽음 및 재생과 관련된 신으로는 오시리스, 아도니스, 예수, 미트라 등이 있다. 세계적으로 심리학, 종교학, 신화학 등에서 뱀과 신의 부활이라는 주제가 심도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십자가 위에 해와 달이 의인화돼 표현되어 있는데, 예수가 못 박힌 십자가와 반드시 함께 나타나는 해와 달에 대해서는 놀라운 도상들이 그리스 이래 수없이 나타난다. 놀랍게도 이 십자가를 화생시킨 맨 아래 매듭과 무량한 보주들에서 양쪽으로 뻗어 나간 긴 영기문에서 십자가 좌우에 가득 찬 영기문으로 발산하고 있다. 그리고 오른쪽의 글씨, ‘Te igitur’(테 이구투르)는 미사통상문으로 우리나라에서는 ‘Te igitur’(당신께 그러므로), 이 부분을 빼고 다음과 같이 번역해 사용하고 있다. 즉 ‘인자하신 아버지 (당신께 그러므로)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간절히 청하오니….’ 아칸서스, 팔메트, 반 팔메트, 인동문(Honey Suckle), 장미, 모란, 덩굴, 석류, 메달리온, 거북~귀갑문, 그로테스크, 스파이럴(渦), 파문(巴文), 만(卍)자문, 뇌문(文), 칠보(七寶) 등 수없이 많은 잘못된 용어들을 바로잡아 가는 동안 새로운 조형의 세계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연재의 마지막 부분은 아칸서스라고 하는 하나의 틀린 용어를 바로잡아 가면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전혀 새로이 해석할 수 있게 됐다. 그러므로 35회에 걸친 이번 연재는 우리가 ‘비의(秘儀)의 무대’를 지나가다가 장막을 한 손으로 걷어 올리며 힐끗 한 번 안쪽을 엿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의 모든 종교는 궁극적으로 밀교(密敎)의 속성을 지닌다. 조형언어란 그런 의미에서 밀교적 언어다. 필자가 말하는 ‘인류’란 ‘동서고금’이다. 부분만 연구해서는 인류를 만날 수 없다. 필자는 동서고금의, 즉 인류 조형예술의 비밀을 풀어 내고 있다. 보이지 않았던, 무엇인지 몰랐던 조형의 본질을 풀어 내고 더 나아가 우리가 전부였다고 생각했던 빙산의 일각의 엄청난 오류를 고쳐 나가고 있다. 인류 문화에 대한 근본적 인식 변화가 시작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기화생론’은 인류 조형예술의 기원을 푸는 열쇠가 돼 미래의 새로운 길을 열어 줄 것이라 확신한다. 용이란 조형의 본질을 파악해 보니 모든 조형이 용 하나에 수렴됨을 알았다. 봉황과 식물 모양 영기문들은 모두 용이나 용성(龍性)으로 귀결한다. 용의 조형은 변화무쌍해 ‘주역’(周易)에 자주 나타난다. 용의 조형에서 추출한 제1, 제2영기싹과 보주 등으로 모든 보이지 않았던 조형들이 완벽히 풀린다. 지금까지 동양과 서양은 전혀 다른 것으로 모든 사람들은 생각해 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거대한 빙산의 조형 원리는 동서양이 똑같았다. 세계는 하나라는 것을 증명했다. 동서양의 조형 5000여점을 채색분석해 얻은 성과다. 1㎜의 오차도 없다. ‘세계조형예술, 용으로 읽다’라는 주제로 연재를 시작했을 때부터 가장 염려했던 분은 국제정치학이 전공인 필자의 형 강범석 명예교수다. 매번 가슴 졸이며 연재를 정독하고 이메일로 논평을 해 왔다. 한 해 가까이 과분한 지면을 베푼 서울신문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내내 긴장과 환희,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의 나날이었다. 필자의 학문적 생애의 작은 매듭을 짓는다. 모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