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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이즈 전세계 확산 비상/ 감염자 급증…지구촌 위협

    *감염실태와 대처현황. 아프리카단결기구(OAU) 50개 회원국 보건장관들은 오는 7∼9일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에서 에이즈 대책회의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공동대처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총 3,340만명으로 추산되는 전세계 에이즈바이러스(HIV) 감염자중 70% 가량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국제기구들은추정하고 있다. 1983년 미국에서 첫 보고된 뒤 20여년 만에 에이즈는 아프리카,남아시아 등곳곳에서 지구촌 주민들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최악의 질병으로 창궐하고있다. 에이즈의 위험이 임계치에 이르자 국제사회도 여기저기서 유례없는 경고 사이렌을 울려대고 있다. 1월의 유엔 안보리회의에서 앨 고어 미국부통령의 발의에 따라 에이즈는 유엔 창설 이래 보건문제로는 최초로 안보리 안건으로 상정됐다.고어 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에이즈 확산방지를 위해 예정액의 두배가 넘는 2억 5,000여만달러 예산을 책정하겠다고 공언했다.4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례총회는 에이즈를 세계경제성장의 장애물로 꼽고 확산방지를 위한 무제한의 자금지원 원칙을 확인했다. 미행정부는 에이즈가 특히 저개발지역에서 국가 전복,민족전쟁 촉발,자유시장경제 마비를 가져와 국가안보를 위협할수 있다고 규정,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동원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1996년 세계은행-세계보건기구(WHO)는 에이즈 사망자가 2006년 170만명으로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으나 지난해 이미 26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90년 1,000만명이던 보균자 역시 98년 3,340만명으로 기하급수적 증가추세다. 특히 위생시설이 형편없고 보건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이 속수무책 강타당하고 있다.최악의 천형지대인 아프리카 동남부는 성인의 10∼26%가보균자로 추산되고 있다.이에 따라 고아가 급증하고 GDP가 10∼20% 감소하는등 극도의 사회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아·태지역은 에이즈가 뒤늦게 출현했으나 어느 지역보다 가파른 확산속도로 위협중이다.최근 1∼2년새 인도,중국 등에서만 500만명 이상의 에이즈 감염자가 보고된 가운데 2010년 무렵이면 보균자 누계가 아프리카를 능가하리라는 전망이다. 러시아에서는 에이즈 양성반응자가 2000년말 100만명,2년만에 두배가 될것으로 예측돼 보건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에이즈가 지구촌 개발시계를 10년이상 거꾸로 돌리고 있음에도 국제사회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가장 심각한 것이 예산문제. 에이즈 퇴치를 위해 매년 10∼30억달러씩 필요하지만 실제 투입비용은 1∼2억 달러 안팎에 그치고 있다.교육을 통한 성생활 개선과 AZT 등 복합치료약보급으로 90년대 중반 이래 주춤하는 듯했던 미주,서유럽 등의 에이즈 증가율도 내성을 갖춘 HIV 등 변종의 등장으로 도전에 직면했다. 올초 미 중앙정보국은 낙관적으로 봐도 향후 10년간 에이즈 확산세를 막을수 없으며 향후에도 국제사회가 힘겨운 사투를 벌여야 하리라는 우울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손정숙기자 jssohn@. *아프리카 실태. 아프리카에서 에이즈(AIDS)는 이제 질병이 아니라 비상사태를 선포할 만큼국가의 존폐를 위협하는 존재로 떠올랐다. 유엔 안보리가 올초 에이즈 문제를 의제로채택한 것도 아프리카 에이즈는지구촌 안보를 위협하는 공적(公敵)이라는데 공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에이즈로 사망한 260여만명 가운데 85% 가량인 220여만명이 아프리카에서 사망했다.지난해 새롭게 에이즈에 감염된 560여만명중 67%인 380만명도 아프리카 지역 국민들이다. 전문가들은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들의 평균 수명이 5∼10년쯤 뒤에는 59세에서 45세로 단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특히 짐바브웨·보츠와나·나미비아·잠비아·케냐·탄자니아의 사정은 더욱 심각해 평균수명이 절반으로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통계청도 10년 뒤에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국가에서 7,100만명이 에이즈로 사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중세시대 전유럽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페스트 사망자의 3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같은 사정에도 아프리카 국가들의 에이즈 대처능력은 제로에 가깝다.에이즈 책임자를 비전문가로 채용하는가 하면 에이즈의 효과적인 억제제인 ‘AZT’의 사용을 금지하는 나라도 있다. 아프리카에서 에이즈가 확산되는 이유를 행정력 부재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근본적인 이유는 빈곤과 무지에 있다.또 아프리카 국가의 매춘부중 90%가 에이즈 감염자임에도 성(性)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을 꺼리는 것도 에이즈 확산의 또다른 요인이다. 아프리카가 에이즈를 퇴치하는 데 들이는 비용은 1억6,500만달러에 불과하다.물론 이 비용은 서방선진국에서 전액 기부된다.하지만 아프리카 에이즈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올초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가지적했듯 매년 23억달러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결국 전세계가 아프리카 에이즈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지않는다면 앞으로 새천년에 거는 부푼 희망은 공염불이 될 수 있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연극 리뷰/ 오태영 신작 ‘돼지비계´

    기막힌 정치현실 뼈아픈 조롱. 지난해 ‘통일 익스프레스’로 화제를 모은 극작가 오태영의 신작 ‘돼지비계’(연출 박근형)는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처럼 매우 적나라하고 직설적인 어투로 현실정치를 조롱한다.점잖게 에둘러 풍자하거나 세련된 은유와는 아예 담을 쌓기로 작정한 듯 무대위에는 날것 그대로의 ‘정치쇼’가 질펀하게 펼쳐진다. 연극은,두 유형의 인물을 도마위에 올려놓는다.부정부패 정치인의 표본인 국회의원 ‘대촌’과 잘못된 정치관을 신념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민초 ‘비계’.대촌이란 인물을 빌려 썩을대로 썩은 정치판을 무차별 까발리는 한편 비계를 통해서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판단없이 위정자의 계략에 말려드는 무지몽매한 유권자를 꼬집는다. 국회의원 3선에 도전하는 깡패출신 대촌은 선거를 앞두고 건달 비계를 하수인으로 끌어들인다.‘때려잡자 공산당’수준의 정치인식을 가진 비계는 ‘사나이로 태어나 국가를 위해 뭔가를 해야한다’는 사명감만은 투철한 인물.‘민주주의에 동참하지 않겠느냐’는 대촌의 제안에 반색하고정치판에 뛰어들지만 실상 그가 할일은 대촌을 대신해 배에 돼지비계를 두르고 거짓 할복을시도하거나,유세장에서 돈봉투를 돌리는 선거용 칼잡이에 불과할 뿐이다. 극은 마치 필름을 거꾸로 돌려 70∼80년대의 정치판을 보여주는 듯하다.등장인물의 캐릭터,음모와 야합의 수준은 고도의 정치계략,협잡이 난무하는 요즘정치현실에 비하면 짐짓 순진하게까지 여겨진다. 그럼에도 온갖 탈법행위를동원해 국회의원이 된 대촌이 매춘부연합회를 비롯한 각종 이익단체로부터뇌물을 받아 챙기는 작태나,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빚는지 깨닫지 못하는 비계가 마침내 대선을 앞두고 총을 들고 판문점으로 향하는 결말은 섬뜩하게 다가온다. 시대가 바뀌어도 한국 정치의 후진성은 여전하다는 절망감.‘돼지비계’는 3류 코미디같은 정치쇼를 통해 이같은 현실을 뼈아프게 재확인시켜준다.반면교사로서의 대촌과 비계의 역할은 효과적으로 드러난 반면 극 전반을 관통하는 풍자의 묘미는 다소 미약한 점이 아쉽다.5월14일까지.대학로극장 (02)764-6052. 이순녀기자 coral@
  • 和 매춘합법화안 상원 통과

    [코펜하겐 헤이그 AFP AP 연합] 네덜란드 상원은 지난 87년동안 유지돼 온매춘금지법의 개정 여부를 26일 표결에 부쳐 매춘을 합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약 30만명에 달하는 네덜란드 매춘부의 근로조건이 개선되고 경찰은 불법 이민자 및 미성년 여성 고용 단속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예상된다. 상원은 그러나 매춘 합법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제 매춘행위 벌칙을 강화하고 미성년 매춘부와 성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4년의 징역형을 가하도록 허용했다. 지난 2월 2일 하원을 통과했던 이 법안은 당초 위니 소르그드라거 전 노동법무장관이 발의한 것으로 앞으로 베아트릭스 여왕의 공식 승인 절차를 거쳐 최종 법으로 시행된다. 한편 덴마크 정부는 이날 18세 이하의 모델을 포르노 관련물에 등장시키는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올해 말 의회에 제출키로 했다. 덴마크 법무부는 “사회가 미성년자들의 성적 착취를 용인해서는 안된다”며 법안마련 동기를 설명했다.
  • 日경찰 ‘우먼파워’-장기은행 수사 부실 규명…

    일본의 맹렬 여수사관들이 대형 사건에서 잇따라 개가를 올리며 남자 수사관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전 은행장 등 경영진 3명을 구속시킨 일본 장기신용은행 분식결산 수사의 1등공신은 3명의 여수사관.경시청 수사2과 소속으로 공인회계사 자격도갖고 있는 일본 경찰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엘리트다. 재무(財務)수사관으로 불리는 이들은 여성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복잡한 재무제표나 경리장부들을 꼼꼼히 뒤져 범죄의 흔적을 찾아냈다. 은행이나 전 경영진의 가택수색 때는 남자수사관들을 지휘하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4조엔의 빚을 안고 지난해 국유화된 장기신용은행의 ‘총체적 부실’을 밝혀내는 공을 세웠다. 얼굴이 알려져 있지 않은 이들 ‘슈퍼우먼’은 폭증하는 기업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회계에 정통한 수사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시청에 의해 94년 채용됐다. 경찰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경부’(한국의 경감급)의 계급을 단 이들은 일류 증권회사나 회계사무소에 몸담았던 고액 연봉자들. 한 여수사관은 “수입면에서 경찰직이 훨씬 못하지만 사회정의를 위해 헌신할 수 있어 매력”이라고 지망 이유를 밝혔다. 오사카(大阪)경찰청이 17일 적발한 매춘조직도 몸을 사리지 않는 여수사관들의 맹활약이 없었다면 단시간내에 검거하기 어려웠던 사건. 일본에선 처음으로 지난 봄 발족한 여성 특별수사반 ‘아이 캐취’(눈길을끄는 미인) 소속 여수사관들이 보름간 매춘부를 가장해 잠입,남자 손님들로부터 정보를 얻는 방법으로 매춘조직의 실태를 파악해냈다.이들은 이번 수사에서 16세의 소녀를 구해내기도 했다. 황성기기자 marry01@
  • 고독과 광기의 예술혼담은 서간모음집 ‘반 고흐… ‘ 출간

    “나는 늘 두 가지 생각 중 하나에 사로잡혀 있다.하나는 물질적인 어려움에 대한 생각이고,다른 하나는 색에 대한 탐구이다” 가난과의 고투,그리고‘색’으로 상징되는 그림에의 끝없는 열정.‘태양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진솔한 육성이 담긴 서간선집 ‘반 고흐,영혼의 편지’가 도서출판 예담에서 나왔다.신성림 옮김. 고흐는 1853년 네덜란드의 브라반트의 북쪽 그루스 준데르트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그는 1890년 권총으로 자살할 때까지 ‘해바라기’‘별이 빛나는 밤’ 등 모두 879점의 그림을 남겼다.그 중 ‘해바라기’는 지난 87년런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3,629만 2,500달러라는 거액에 팔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고흐는 37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다.늘 고독했던 고흐는 그의 친구이자 후원자,동반자였던 동생 테오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편지를 주고받았다.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는 무려 668통.이 책에는 테오외에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 윌,동료인 고갱,베르나르,라파르 등에게 보낸 편지도 실려 있다. 고흐의 편지에는 그의 심정과 처지가 솔직하게 표백돼 있다.‘본의 아니게쓸모 없는 사람’‘새장 속에 갇힌 새’‘나는 개다’ 등의 표현이 그것.그밖에 사촌 케이에게 구혼했다가 거절당했을 때의 심정,매춘부인 시엔과 동거함으로써 동료·가족과 겪게 된 갈등,아버지와의 격심한 불화,고갱과의 다툼 등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흐는 테오에게 일기를 쓰듯 편지를 썼다.테오는 고흐에게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한 존재’였다.고흐는 죽음의 순간도 동생과 함께 했다.고흐는 30분동안 동생의 품에 안긴 채 “이 모든것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파란많은 삶을 마감했다. 이 책은 모두 7장으로 나뉘어 있다.‘갇힌 새의 운명’‘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빵과 그림’‘내 영혼을 주겠다’‘고통은 광기보다 강하다’‘그림을 통해서만 말할 수 있는 사람’. 각 장의 제목들은 고흐의 삶과 예술의 지향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종면기자
  • 휴대폰·삐삐없는 20대는 간첩?

    ‘무선호출기나 휴대폰이 없는 20∼30대는 간첩?’ 국가정보원이 인터넷 홈페이지(www.nis.go.kr)에 올려놓은 ‘간첩 식별 요령’이 진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국정원이 ‘국민의 정부’이후 개명과 함께 다양한 정보를 갖춘 인터넷 홈페이지 서비스로 국민에게 바짝 다가서고 있으나 ‘간첩과 좌익사범 구분항목’에서는 실소를 하게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간첩 식별 요령’은 여인숙시리즈와 현대문화시리즈,좌익사범으로 의심되는 사람 등으로 구분돼 있다. 여인숙시리즈에는 여관,여인숙 등에 장기투숙하면서 매춘부를 찾지 않거나 직업도 없이 장기투숙하면서 수시로 들락날락하지만 찾는 전화가 없는사람 단풍철도 아닌데 내장산같은 곳에서 오랫동안 빈둥거리는 사람 등이‘간첩’으로 분류돼 있다. 또 현대문화시리즈에는 집,직장의 전화번호가 없다고 하거나 더듬거리면서 말하고 20∼30대 청년으로 무선호출기나 휴대폰등이 없고 사용할 줄 모르는 인물 한꺼번에 100달러짜리 고액권으로 수천,수만달러를 암달러상에게 환전하는 인물 등이 올라와 있다. 이와함께 폭력투쟁 선동등 사회혼란을 조장하고 불법 폭력적 노사분규를 배후조종하면 좌익사범으로 의심된다고 국정원측은 밝히고 있다. 서정아기자 seoa@
  • 금지문화 금지인생 이제야 말한다(15회)-문학평론가 金宇鍾씨

    “칸트도 ‘순수이성비판’에서 말하기를 ‘개념이 없는 직관은 맹목’이라고 했다.아무리 직관으로 아름다움에 통하는 시라 하더라도 거기서 시인이진정 무엇을 호소하려 했는지 그 개념이 빠져 있다면 그 시는 맹목의 시,동공이 빠져 있는 시,알맹이가 없는 시이다.그러므로 순수문학은 그 작법의 제1장 제1절부터가 진정한 예술정신의 타락을 의미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金宇鍾씨(70)가 1965년 일본의 교포잡지 ‘한양(漢陽)’지에 발표한 ‘순수의 자기기만’이란 글의 한 대목이다.문학은 현실문제에 어떻게대응할 것인가.60년대 순수-참여논쟁의 중심에는 늘 金씨가 있어 풍요로웠고 든든했다.그에게 순수문학은 “겉볼상만 깨끗한 매춘부의 문학이요 도금(鍍金)문학이요 페인트칠 문학”이었다.그는 “순수의 성벽을 허물고 민중의 광장으로 뛰쳐나오라”고 외쳤다.그러나 그의 주장은 애당초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였다.60년대 순수문학에 대한 비판은 그를 문단의 미운 오리새끼로 만들었다. “순수비판과 참여운동은 60년대 초반에는 ‘현대문학’지를 중심으로 전개됐습니다.그뒤 60년대 중후반 ‘창작과 비평’ 등이 나오면서 이 운동은 한층 확산돼 갔지요.초기단계에는 어려움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당시 문단은 순수문학의 독천장이었어요.한번 이단자가 돼 고립되면 발표지면도 얻기 어려웠지요” 金씨는 지난 57년 ‘현대문학’에 ‘은유법논고’와 ‘이상론’이 趙演鉉선생에 의해 추천되면서 등단했다.‘현대문학’은 처음부터 순수문학을 표방했다.그가 비록 ‘현대문학’을 통해 평단에 나왔지만 그 지면을 통해 순수문학 타도를 외치기는 곤란한 일이었다.‘한양’지에 글을 발표하게 된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유신체제를 탄생시킨 朴정권은 문인탄압의 구실을 찾고 있었다.그러던중 문인 몇몇을 ‘한양’지와 연결시켜 이른바 ‘문인간첩단사건’을 만들어내게된 것이다.74년 2월 5일 서울지검 공안부는 “서울을 거점으로 한 ‘문인 및 지식인 간첩단’을 적발,李浩哲(43·소설가) 任軒永(34·문학평론가) 金宇鍾(45·경희대교수) 鄭乙炳(40·소설가) 張秉禧씨(필명 張伯逸·41·문학평론가) 등 5명의 문인을 반공법 위반 및 간첩혐의로 구속했다”고 발표했다.구속된 5명의 문인은 북한 노동당 재일공작지도원 金基深에 포섭돼 문단·언론계 등의 동태를 보고하고 반정부 활동을 선동하는 작품활동을 해왔다는 게 혐의 내용이다.한편 金基深은 49년 북한에서 일본으로 건너와 62년 민단에위장입적한 뒤 ‘한양사’란 회사를 세워 일본에 오는 문인·학자들을 포섭해왔다는 것이다.‘한양’지는 바로 金基深씨를 발행인으로 한 국문(한글)월간 종합지였다. 金宇鍾씨에 따르면 ‘한양’지는 1973년까지도 주일 한국공보관에 전시돼있었으며 국내에도 정식으로 수입·배포되던 잡지였다.정부기관이나 민단측에서도 이 잡지를 ‘불온’으로 문제삼은 적은 없었다.‘한양’은 구속된 5명의 문인들뿐 아니라 한국의 각계 인사들이 전부터 기고해오던 잡지로 불온서적으로 낙인찍은 것은 구실에 불과하다는 게 金씨의 설명이다. “‘한양’지는 민족주의적인 색채가 강했습니다.남한의 사회상과 정부시책을 비판적으로 본 측면이 있긴 했지만 그것이 곧 반국가단체의 위장출판물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될 수 없어요.그럼에도 당국이 무리하게 기소를 감행한것은 피고인들이 73년 11월 문인 60여명의 연명으로 된 개헌요구 성명에 참여했기 때문이며 지식인 사이에 그런 개헌운동의 확산을 막아야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당시 검찰당국은 ‘한양’지의 자금 출처가 조총련쪽이라고 주장했다.그러나 그렇게 볼만한 증거는 찾기 힘들다.이에 대해 金씨는 金基深씨가 경영하는 ‘한양원’이라는 음식점에서 나오는 수익과민단계의 협찬광고 등이 그 재원이었다고 증언한다. ‘문인간첩단사건’으로 내몰린 5명의 문인들은 결국 검찰 발표에 앞서 73년 12월 투옥됐다.金宇鍾씨의 회고.“감옥에 들어가면서 이브 몽탕이 주연한 프랑스영화 ‘생사의 고백’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주인공은 억울하게스파이 누명을 쓴채 법정에서 진술하는 연습까지 강요당하지요.그는 텔레비전에 생중계되는 공개재판에서 할 수 없이 스파이임을 자백한 뒤 사형장으로 끌려가게 됩니다.제 경우 영문도 모르고 체포된 뒤 숱한 반증자료들을 제시했지만 무죄언도를 받지는 못했습니다.결국 몇개월의 형을 산 뒤 74년 6월집행정지로 풀려났습니다” 출옥되자 金씨는 경희대 국문과 교수직에서 강제휴직됐다.이어 76년 해직됐다.80년 덕성여대 국문과 교수로 취임하기까지 6년동안의 세월은 소태보다쓴 것이었다.그 시절 그는 피폐한 심신을 추스리기 위해,아니 생계를 위해그림 그리는데 몰두했다.“해일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나가 조개나 잡겠다는 패배주의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외려 깨어진 뱃조각을 주워 모아더 큰 고기를 잡겠다는 오기가 솟더군요.그때 그린 그림들은 모두 분노의 시절 제 마음의 무늬들입니다” 金씨의 삶의 자취는 75년에 나온 에세이집 ‘그래도 살고픈 인생’(학진출판사)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한낱 수상집에 불과하건만 유신당국은 이 책을긴급조치 4호 위반으로 금서목록에 올렸다.“판금조치가 된 이유를 알 수 없어요.살풍경한 감옥의 일상을 그린 글 ‘옥중인생’이 당국의 눈에 거슬렸는지…” 엄혹한 ‘겨울공화국’에서도 金씨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그를 부축했다.그때의 심경을 그는 글로 남겼다.“비단실을타고 봄의 정액이 땅속으로 스며든다.얼어버린 대지는 어느새 봄을 잉태하고…” 그래서 그에게 인생은 ‘그래도 살고픈’ 것인지 모른다.서슬퍼런 감옥의 한평 쪽창 어둠 속에서도 그는 밝게 타오르는 촛불이었다.
  • 위험수위 성도덕/崔弘運 논설위원(外言內言)

    돈을 받고 육체를 파는 행위를 매춘이라 하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매춘부(賣春婦)라 한다.수많은 기록들은 인류역사가 시작되면서 이기심과 욕정의 산물인 이 매춘행위도 있어왔음을 전해주면서 인간의 거래 가운데 가장 야비한 형태며 그 끝은 참담한 비극이라고 적고 있다. 李能和(1869∼1943)가 1927년에 쓴 ‘조선해어화사’(朝鮮解語花史)에는 이런 매춘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총칭해 갈보(喝甫)라 이르고 신분과 수준에 따라 대략 여섯 종류로 나누고 있다.첫째는 기생(妓生)으로 관청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가무를 익혀 연회가 있을 때 남성들의 흥을 돋우는 일을 했으며 30세가 되면 그만둬야 했다.두번째는 대부분 기생 출신으로 남몰래 정조를 팔았던 창부(娼婦)가 있으며 세번째는 다반모리(茶盤謀利)로 역시 노래와 춤으로 손님을 접대하는 창부를 지칭하지만 일반 잡가만 부를 수 있었고 기생처럼 가무는 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다음으로는 사찰(寺)과 관계되는 화랑유녀와 꼭두각시를 하는 여사당패(女寺堂牌)가 있었다.그리고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남자들의 시중을 드는 작부(酌婦)가 있었다고 한다.요즘에는 보통 ‘술집아가씨’로 통하지만 이들도 역시 매춘부의 이미지를 벗지 못한다. 성 윤리가 무너진 현대사회에는 더욱 성의 상품화 현상이 극성을 부려 숨이 막힐 지경이다.그 형태도 다양하고 신분도 천차만별이다.잘 갖춘 아파트에 살면서 전화로 손님과 약속하는 콜걸이 있는가 하면 일정한 장소에 집단을 이루고 있는 매춘부도 있고 거리를 거닐며 손님을 호객하는 여인들도 있다.여기에 여성들을 상대로 하는 남창과 동성애자들을 상대로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다.이런 환경이다 보니 자녀를 안심하고 집밖으로 내보낼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부모가 많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청천벽력(靑天霹靂)같은 소식인가.2,500여명에 이르는 가정주부,여대생,직장여성 등이 이른바 성이벤트업체 회원으로 등록해 한차례에 10만∼40만원씩 받고 몸을 팔고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10여개 업체만 적발됐지만 서울에만 이런 업체가 70∼80개나 있어 수만명의 남녀회원을 모집해 성업중이라는 것이다.대부분 “남편이실직했기 때문에…”라거나 “학비를 벌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댄다고 한다.돈벌이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려도 좋다는 식이다.아무리 경제사정이 어려워졌다고는 하나 자신과 가정을 파괴하고 나아가 이 사회마저 병들게 하는 성윤리의 타락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되겠다.이들을 요구하는 남성들은 더 나쁘다.생명을 존중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위해서도 도덕성 회복과 참가정운동을 거국적으로 펼쳐야 할 시점에 이른 것 같다.
  • 동남아 어린이 인신매매 표적/ILO 실태 공개

    ◎미얀마·캄보디아 오지 소녀 수만명/태국으로 팔려가 매춘·범죄로 연명 【방콕 AP AFP 연합】 동남아시아에서는 어린이의 인신매매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앵벌이나 강제노역, 포르노 영화 출연, 심지어 매춘까지 시켜가며 경제적 이득을 약취하기 위한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2일부터 방콕에서 개막되는 ‘어린이 인신매매에 관한 국제회의’에 앞서 21일 어린이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수만명의 어린이들이 폭력과 위협 또는 빚에 몰려 팔려간 뒤 매춘 등 갖가지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얀마와 캄보디아 등지의 어린이들이 많이 태국으로 팔려 오고 있다. 보고서는 90년이후 매춘을 위해 태국으로 들어온 어린이와 부녀자들이 8만명에 이르고 외국인 매춘부의 30% 가량은 18세 미만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소녀 3,000여명도 매춘을 위해 캄보디아로 팔려 갔고 특히 에이즈나 성병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산간 오지의 소녀들이 매춘조직의 목표물이 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캄보디아의 어린이 500여명은 태국에서 앵벌이로 이용되는 등 태국과 캄보디아에서 앵벌이를 위한 어린이 인신매매가 새로운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정부나 건설현장의 잡부,소규모 공장의 노동자 등으로 노예처럼 강제노역에 동원되고 있으며 가족 전체가 인신매매되는 경우도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 김용오씨 연작시집 ‘멀티오르가슴’

    ◎聖·俗·性 체험통해 얻은 여유로운 경지의 세계 시인 김용오씨의 연작시 ‘오르가슴’을 묶은 시집 ‘멀티오르가슴’이 ‘시문학사’에서 나왔다.오르가슴이라는 말은 섹스의 ‘절정과 허무’라는 두가지 의미를 포함한다.이 프리즘으로 시인은 세상을 바라본다. 시집을 감싸는 두드러진 분위기는 허무다.세상이란 “성욕을 다 쏟아버린뒤 갑자기 밀려오는 순간의 공허감처럼” 쓸쓸하고 부질없다.하지만 시인에게 그것은 단순히 치기어린 관념의 결론이 아니다. 성(聖)과 속(俗)을 넘나들며 방황하거나(“성모마리아 같기도 하고 매춘부 같기도 한”),성(聖)과 성(性)은 통한다는 인식(늙은 수도승이 뼈를 깎는 수행으로도 못이룬 해탈의 길을 한 시골여자와의 섹스에서 이루는 장면 등)을 거쳐서 나온 것이다.화자(話者)의 실존적인 실험의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어른스런 허무의 세계는 자학으로 치닫지 않는다.‘오르가슴의 결론’은 무소유 혹은 더 넓은 곳으로의 탐색으로 이어진다.그것은 “손에 들어온 물고기를 무심코 놓아주고 빈 손으로 돌아서는”여유로운 경지의 세계다. 작가는 “같은 주제를 물고 늘어지면서 ‘신의 수염’‘동화작용’‘두 사람에 관한 성찰’의 시집을 냈는데 이번 시집으로 어느 정도의 밑그림을 끝낸 셈”이라고 토로한다.
  • 비아그라가 뭐길래/美 화이자社 지구촌 에피소드 소개

    ◎미국­70대 쾌락 재발견… 카슨市 매춘업소 호황/레바논­“3알 먹고 야만적 공격” 주부가 남편 고소/브라질­읍장이 주민수 늘리려 1알씩 무료 배급 【워싱턴 AFP 연합】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가 전세계에 보급되면서 지구촌에서 갖가지 헤프닝이 이어지고 있다. ‘비아그라’를 개발한 미국 화이자사 파멜라 지멜 대변인은 28일 지금까지 지구촌에서 있었던 갖가지 ‘비아그라’에 얽힌 에피소드를 모아 소개했다. 미국 네바다주 카슨시(市)에서는 ‘비아그라’로 힘이 솟은 70대 노인들이 쾌락을 재발견하는 통에 매춘업소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또 이스라엘 의회 과학위원회에서 의원들이 ‘비아그라’를 심의하던 중 한 의사가 가져온 8알중 4알이 자취를 감추었다. 이탈리아 북부의 레코지방 인베르니치가(家)는 치즈 브랜드를 ‘숲속의 치즈’에서 ‘비아그라’로 바꿔 연일 호황을 누리고 있다. 부근의 코모 호수를 찾은 여행자들이 ‘비아그라’를 무더기 구입해 가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63세 할머니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70세 할아버지가 ‘비아그라’를 복용하면서 다른 여자한테 가버리자 남편을 고소하는 한편 ‘비아그라’가 결혼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문을 부착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화이자사를 제소할 것을 고려중이다. 레바논의 한 여성은 남편이 한꺼번에 ‘비아그라’ 3알을 먹고 야만적으로 공격했다면서 남편을 고소했고 브라질의 보카이우바 도 술 읍의 엘시오 베르티 읍장은 주민수를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비아그라’를 무료 배급키로 했다. 세계야생기금(WWF)은 ‘비아그라’도 남성정력을 증진시킨다는 코뿔소 뿔을 대신해 주지 못해 코뿔소의 멸종을 막는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 타이완(臺灣)의 31세 매춘부는 ‘비아그라’를 복용한 70세 고객이 한차례에 그치지 않고 원치않는 두번째 성교를 강요하면서 폭력을 휘둘러 그를 살해한 것은 정당방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뮤지컬 ‘라이프’ ‘가스펠’/브로드웨이 원작 두편 무대에

    뉴욕 브로드웨이 원작 뮤지컬 두편이 서울서 하루간격으로 개막된다.20일부터 소개되는 극단 신시의 ‘라이프’는 현재 브로드웨이 ‘얼굴마담’이라는 따끈한 신작.하루 앞서 막을 올리는 뿌리의 ‘가스펠’은 86년 초연때 남경주,이혜영,이정화 등을 배출,‘스타 산실’이 된 록 뮤지컬이다. ‘라이프’는 화려한 무대,요란한 군중장면 등 사탕발림을 걷어내고 삶의 진실과 재즈라는 전통 뮤지컬 얘기틀과 음악으로 복귀해 성공했다 한다.97년 토니상 작품상,남녀 연기상을 거머쥐었다. 아편장이 건달로 전락한 월남전 영웅 플리트우드와 그 애인 매춘부 퀸을 둘러싼 뉴욕 사창가 밑바닥살이들의 탐욕과 배신,우정 등 핍진한 줄거리가 전개된다.신시측은 삶의 진실이란 메시지와 가창력을 요하는 정통 뮤지컬기법은 원작을 따르면서 국내 체질로 육화하겠다고.한진섭 연출,라이브가수 박영미,뮤지컬배우 조남희·전수경,탤런트 허준호·김길호,개그우먼 이영자 등 출연.7월1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화∼금 하오 7시30분,토·일 하오 3시·6시30분.577­1987. 한편 ‘가스펠’은 MIT 학생 셋이 ‘마태복음’을 토대로 예수 일생을 뮤지컬화한 것으로 학교강당에서 성공한 여세로 브로드웨이까지 밀고 들어갔다.록음악,세련된 화술 등 현대감각으로 종교색,교훈색 느껴지지 않게 포장한게 성공비결.김도훈 연출,조용수·문기영·권근용·김일우 등 출연.8월2일까지 서울 대학로극장.화∼금 하오 7시30분,토·일 하오 4시·7시.743­3675.
  • 편안하게 풀어쓴 그리스철학사/伊작가 루치아노 데 크레센초 대표작

    ◎특유의 경쾌함­비판정신 결합/‘암호문같은 말잔치’ 탈피 고심 “밀레토스는 기원전 1000년경 크레타 섬과 그리스 본토,그리고 불타버린 트로이아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세운 도시다.그리스의 역사가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역사를 기록한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당시 밀레토스로 몰려온 침입자들은 여자들을 데리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를 죽이고 강탈한 카리아 지방(오늘날의 터키 일부로 에게해 연안)의 여인들을 아내로 삼았다.당시 이곳에 도착한 이들은 마치 ‘사비니의 약탈자’처럼 전형적인 침략자의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이탈리아 작가 루치아노 데 크레센초는 ‘만능 지적 엔터테이너’라는 이름에 걸맞게 철학을 대중화하는 데 발군의 솜씨를 보여준다.최근 국내 출간된 그의 대표작 ‘그리스 철학사1·2’(김홍래 옮김,리브로)는 이런 그의 재능이 압축돼 있는 대중 철학서다. 데 크레센초는 이 책에서 특유의 경쾌함과 진지함을 뫼비우스의 띠처럼 독특하게 결합,그리스 철학에 대해 말한다.1권에서는 물의 사나이 탈레스,콩을 먹지 않은 피타고라스,파르메니데스의 조연배우였던 제논,원자에 미친 사나이 데모크리토스,대중연설의 대가인 소피스트 등 소크라테스 이전의 그리스철학자들이 소개된다.또 2권에서는 기회가 생기면 헤타이라 곧 교양과 기예를 갖춘 고급 매춘부들과 사랑을 나눴다는 소크라테스를 비롯,동굴의 현자 플라톤,고물수집가 아리스토텔레스,정원의 현자 에피쿠로스,주랑의 사나이스토아학파,신(新)플라톤주의자 등 아테네와 헬레니즘의 철학자들을 다룬다. 데 크레센초의 비판정신에는 심오한 해학이 깃들여 있다.그는 이 책에서 진지한 수학자요 철학자로 알려진 피타고라스가 당시 명문대학 사제들에게가르침을 받기 위해 추천장과 뇌물의 힘을 빌렸다고 빈정거린다.그런가하면 소크라테스의 가정문제를 언급하면서 세기의 악처로 기록된 크산티페를 변호하기도 한다.또 플라톤의 이상국가와 이데아의 세계,영혼의 불멸성에 대해 말하고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과 논리학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이 자연을 연구했던 것과는 달리,소크라테스 이후 인류의관심은 인간과 도덕의 문제로 옮겨가게 되었다는 것이 지은이의 지적이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철학은 마치 과학과 종교의 중간에 있어서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주인 없는 땅’같은 것이라고 했다.그러나 데크레센초에게 있어서 철학은 더이상 블랙홀에 빠져버린 듯한 느낌을 주는 난해한 학문도 암호문같은 말잔치로 가득한 ‘구름 잡는 이야기’도 아니다.그의 철학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이내 그가 차린 철학카페에 와서 그가 연출하고 주연한 ‘대중’을 위한 철학쇼의 관객이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한 예로 고대 그리스 철학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일곱 현인에 대해 그는 이렇게 소개한다.“칠현인(七賢人)은 일곱이 아니라 스물둘이었다.탈레스,피타코스,비아스,솔론 등 네 사람만이 주전이었고 나머지 셋은 무려 열여덟 명의 후보선수들 중에서 그때그때 결정됐다” 이 책은 이탈리아뿐 아니라 ‘철학의 왕국’이라는 독일에서도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작품이다.
  • 테레사 수녀 병마 믿고 활동 재개

    ◎작년 심장병수술 경과좋아 해외 순방길/로마·폴란드 이어 미 방문 자선단체 위로 테레사 수녀가 수개월간의 병고를 딛고 이번주 로마를 방문,매춘부 재활계획을 시작한다. 지난해 12월 세번째 심장병이 발생,동맥경색제거수술을 받은 뒤 신장 및 폐질환을 치료중인 86세의 노인 테레사가 외국방문에 나선 것은 이제 해외나들이를 할 만큼 건강이 회복됐기 때문이다. 테레사와 절친한 한 동료는 11일 『테레사는 오는 15일 로마를 방문하는데 이어 폴란드로 여행하며 그 다음에는 워싱턴과 뉴욕을 방문,그녀가 운영하는 자선기관의 선교사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레사 수녀의 로마 방문길에는 지난 3월 그녀의 후임자로 선출된 니르말라 수녀가 동행한다.테레사는 로마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알현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자선단체에서 수련과정을 거친 수녀들의 종신 서원을 받을 예정이다. 한편,테레사의 주치의 아시시 쿠마르는 이번 방문에 대해 『하루에 두번씩 산소장치를 이용해야 하지만 테레사의 신장은 정상이며 혈압과 맥박 또한 안정적이어서 여행에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후지오카저 「일본에서 가르치지 않는 역사」 베스트셀러에

    ◎끝없는 일 극우 망동/“일제 알려진만큼 나쁘지 않다” 주장/정치인·언론 등 내놓고 지지 【로스앤젤레스 연합】 『일본제국의 죄상은 실제보다 과장되게 알려져 있으므로 일본정부는 역사교과서를 다시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극우파 지식인의 저서가 일본에서 장기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으며 그의 주장은 각계각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보수파 학자들을 이끌며 일본역사 새로쓰기 운동을 펴고 있는 도쿄대 교육학교수 후지오카 노부카츠의 존재는 일본인들의 상처받은 민족주의를 반영하는 것이며 그의 과격한 주장을 둘러싼 논쟁은 21세기를 맞는 일본이 추구하는 국민적 정체성이 어떤 것인가를 말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지오카는 2차대전중 종군위안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남경대학살을 정당화하는가 하면 『종군위안부는 섹스노예가 아니라 보통 매춘부들이다』,『종군위안부로 동원됐었다는 말 한마디로 돈을 받을수 있다면 이는 복권에 당첨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등 극단적 망언을 일삼아 일본내 여성단체들로부터도 혹독한 비난의 대상이 된 인물.그러나 최근 그가 산케이신문에 연재된 보수파 학자들의 글을 모아 펴낸 「일본에서 가르치지 않는 역사」라는 책은 무려 80만권이나 팔렸으며 그를 지지한다고 공언한 사람들도 62명의 자민당 의원과 일부 야당의원,산케이신문,저명작가,비평가,정신분석학자,인기 만화가 등 일본사회 각계를 망라하고 있다. 이를 반영,최근 미야기현 교육위원회가 남경대학살을 기술한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의 사용을 금지했으며 11개 현정부가 교과서에서 위안부 부분을 삭제하도록 중앙정부에 요청하는 등 일부 지방정부들이 그의 견해에 동조하고 나섰다. 후지오카는 호카이도대학 재학중 공산당에 가입하는 등 열렬한 좌파운동가로 활동했으나 70년대 들어 사회주의에 환멸을 느껴오다 걸프전쟁으로 「각성」,극우파로 변신한 교육학자이다.
  • 태국/“미성년자와 성관계땐 중형”

    ◎매춘방지법 개정… 최고 징역 6년 【방콕 연합】 태국 정부는 심각한 사회 문제인 미성년자 매춘 근절 방안의 하나로 올 1월1일을 기해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갖는 사람에게 최고 징역6년의 중형에 처하기로 했다. 새 법에 따르면 15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갖는 사람은 징역 2­6년 또는4만바트(약1백20만원)­40만바트의 벌금에 처하며 18세 미만에서 15세까지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질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최하 2만바트에서 최고 6만바트까지 벌금을 물도록 돼있다. 9일 방콕에서 발행되는 영자 신문 네이션은 태국 외무부는 강력한 고객 처벌 규정이 새로 삽입된 개정 매춘 방지법을 소개하는 소책자를 제작,전해외 공관을 통해 배포하고 태국 사창가의 매춘부에 대해서도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지면 처벌받는다는 점을 주지시키기로 했다.
  • 태 관광객/매춘부 강도 조심하라

    ◎음료수에 마취제·극약 넣어 돈 갈취/올 「파타야」서만 최소 45명 피살체로 【방콕 연합】 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매춘부들과 성관계 직전이나 성행위 도중 약물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최근 자주 발생하고 있어 외국인 섹스 관광객들에게 커다란 경종이 되고 있다. 이곳 영자신문 네이션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금년 한햇동안 세계적인 해변 휴양지 파타야에서만도 미국과 유럽,아시아국가 여행객 최소한 45명이 호텔방 등에서 약물중독 의해 피살체로 발견됐다. 경찰 집계를 인용한 네이션 보도에 의하면 이들 여성은 손님에게 접근한 뒤 호텔방에서 성행위직전 콜라,사이다,주스 또는 맥주 등에 마취약이나 극약을 넣어 먹인후 금품을 빼앗아가고 있다는 것. 심지어 상당수 매춘부들은 사전에 수면제나 극약이 발라져있는 그들의 젖꼭지를 손님들이 핥도록 한 후 손님들이 잠들거나 숨진후 금품을 털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 어린이 성학대(외언내언)

    어린이 매춘 등 어린이를 성적으로 학대하는 반인륜적 행위를 뿌리뽑기 위한 국제회의 「세계어린이 성학대 대책회의」가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열려 지난주 말 폐막됐다.세계 1백26개국 정부와 50개 민간단체 대표등 1천여명이 참석한 이 회의는 어린이 성학대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대규모 국제회의로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도 지적했듯이 『어린이에 대한 성적 착취 문제에 있어 비난을 모면할 수 있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는 측면에서 우리도 관심을 기울였어야 할 회의였다. 지난 5∼6월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2차 유엔주거회의에서도 도시화에 따른 어린이 매춘 문제가 지적된바 있다.이 회의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에 수천만명의 어린이 매춘부가 있으며 해마다 5세에서 15세 사이의 소녀 2백만명이 매춘시장에 팔려가고 있다.최근 벨기에에서 일어난 엽기적인 어린이 연쇄납치 성폭행·인신매매 사건은 어린이 매춘이 태국 필리핀등 아시아나 몰락한 동구권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어린이 매춘이 성행하는 이유는 인면수심의 어른들 때문이다.그들은 색다른 섹스를 원하면서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은 깨끗한 어린이를 찾아 그 어린이들을 병들게 만든다. 한국은 아직 어린이 매춘국이란 오명을 뒤집어 쓰진 않고 있다.그러나 한국성폭력 상담소에 의하면 청소년·어린이 대상 성폭력 건수가 「폭발적인 증가추세」로 신고된 성폭력 건수의 30%나 된다고 한다.「영계」를 찾는 남성들을 위해 미성년자를 고용하는 퇴폐업소도 부지기수다. 스톡홀름 대회에서는 어린이 성학대에 대한 강력한 입법과 처벌강화를 촉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선언문을 채택했다.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두번이상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자에게는 「자발적 성기 절단이나 화학적 거세」를 선택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왜곡된 남성 우위문화로 성범죄자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우리도 스톡홀름 선언의 정신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 클린턴 선고고문 성추문 사임 배경

    ◎“매춘부에 「클린턴과 통화내용」 엿듣게”/스타지 폭로… 백악관 「클린턴 스캔들」연상 “전전긍긍”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재선운동을 지휘하던 딕 모리스 선거전략 고문(48)이 29일 한 매춘부와의 「섹스스캔들」로 전격 사임,워싱턴정가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모리스의 전격 사임은 미국의 타블로이드판 주간지 「스타」 최신호가 「백악관 콜걸스캔들」이라는 특집기사를 보도한후 이루어졌다.모리스는 이날 클린턴선거운동본부를 통해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를 취재중인 기자들에게 배포된 성명서에서 『클린턴 대통령의 선거전략고문직을 사임했다』고 밝혔는데 마이크 맥커리 백악관대변인도 모리스 고문의 성명서가 발표된 것과 거의 동시에 그의 사표가 즉각 수리됐다고 말했다. 변호사 아내를 둔 모리스는 클린턴의 선거자문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하면서 1년여동안 1주일에 한번꼴로 37세의 셰리 로우랜즈란 콜걸을 호텔로 불러들였으며 그녀는 한시간당 2백달러를 요구했다고 「스타」지는 보도했다.이 주간지는 두사람이 함께 호텔방에서기거하는 모습도 공개했다.모리스의 섹스스캔들은 또 뉴욕포스트지 29일자에도 전재됐다. 모리스는 금발 백인 미녀인 그녀에게 자신의 막강함을 과시하기 위해 호텔에서 클린턴과 통화할때는 통화내용을 엿듣게 했으며 힐러리여사와 엘 고어 부통령의 전당대회 연설문도 5일전에 미리 보여주었다. 모리스는 또 그녀에게 전세계에서 단지 7명만 알고 있는 「극비사항」이라며 화성에 생명체가 있었다는 증거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발표 일주일전에 알려주었다. 그녀는 모리스와 만날때마다 그와의 이야기등을 일기장에 자세히 적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는 92년 대통령선거당시 「클린턴의 혼외정사스캔들」을 폭로한 미국의 대표적인 옐로 페이퍼로 이번에 다시 핵심참모의 섹스스켄들을 폭로함으로써 클린턴의 여성편력을 상기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정치평론가들은 분석한다.
  • 연극인 박정자(인물탐구:102)

    ◎출연작마다 대히트… 한국 연극의 자존심/타고난 목소리·정열적 연기로 「천의 얼굴」 창조/무대인생 34년… 침묵만으로도 관객을 숨죽여 83년 8월 실험극장이 여름무대에 올렸던 연극 「신의 아그네스」를 관람한 연극배우 박정자는 닥터 리빙스턴 역할에 은근히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매춘부이자 알코올중독자인 아그네스와 종교적 기적으로 그녀를 구원하려는 수녀원장, 종교의 무지와 어리석음속에서 아그네스를 구해내려는 정신과 의사 리빙스턴 등 세 역할중에서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인 리빙스턴은 장렬한 휴머니티를 발산할 수 있는 색다른 연기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무렵 KBS와 MBC에서 이 연극을 라디오드라마로 만들면서 그에게 출연요청을 해왔을때 양쪽 책임자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근엄한 「미리엄 수녀원장」을 그에게 맡겼다. 4년전 실험극장이 「신의 아그네스」를 리바이벌하면서 그에게 출연을 제의해오자 그는 『나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인가』를 물었고 연출을 맡은 윤호진은 당연히 「수녀원장」이라고 대답했다. ○「위기의…」서 완벽 변신 그는 연출자에게 『나는 왜 수녀만 해야하느냐, 내가 하고싶은건 닥터』라고 건의해보았다. 그러자 윤호진은 『그렇다면 수녀원장은 누가 하겠는가, 닥터 리빙스턴은 누구나 할수 있지만 미리엄은 아무나 할수 없다』고 받아넘겼다. 이처럼 박정자의 이미지는 재치있고 이지적이며 흐트러짐이 없는 요조숙녀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고집불통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불굴의 의지와 강인한 인간상」이 그의 연기패턴으로 굳어져 버린지 오래다. 그러기전 그는 극단 산울림이 소극장 개관 1주년 기념으로 막올린 「위기의 여자」에서 「모범적인 주부」「헌신적인 아내」「희생적인 엄마」라는 미명하에 남편을 「한낱 월급장이」로 몰아붙이는 이기적이고 히스테리컬한 여성의 속성을 유감없이 창조해낸적이 있었다. 시몬느드 보봐르 원작의 이 연극은 86년 8월, 뜨거운 한여름에 시작됐으나 장사진을 이루는 관객들로 극장은 즐거운 비명을 올렸고 한달공연에서 1주일 연장, 다시 연장을 되풀이 한끝에 5개월간의 장기공연으로그는 새로운 연기의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극단 자유의 대표 이병복씨는 분장실로 찾아와서 『정말 잘했다』고 그를 격려해 주었고 자유에서 크고 자란 배우를 객원출연으로 변신시킨 임영웅씨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잊지않았다. 물론 이 역할도 우연히 얻어진 것은 아니다. 임영웅씨는 인생에서의 성공을 사랑과 결혼으로 저울질하려는 한 평범한 가정주부가 그의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데서 비롯한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과 배신의 파장을 그린듯이 누벼 나갈 이모셔널한 연기자를 물색하고 있었다. 그때 이제까지의 딱딱하고 강한 이미지를 벗고 복합적이고도 미묘한 여성적 연기에 도전하고 싶었던 박정자는 『나는 위기의 여자가 될수없겠느냐』고 임영웅씨에게 물었다. 연출자는 처음에는 『박정자라는 배우는 여성의 위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박정자의 다양한 연기의 가능성은 어쩌면 여성의 변덕스러운 갈등변환을 절묘하게 끌어낼 수 있을것 같은 예감』에 그에게 주역인 모니크역을 내주었고 그대신 그의 「오만과 정열을저온으로 낮출것」을 부탁해 마지않았다. 연기에 몰입하면 「극과 극을 넘나드는 자유분방과 야생마처럼 분출하는 에너지」가 불처럼 폭발해 버릴 것을 우려해서다. 막이 오르자 매스컴은 그의 신선한 변신을 다투어 조명했다. 그는 과연 「불같기도 소슬바람같기도한 섬세하게 계산된 연기」로 주변의 노파심을 잠재워버렸다. 그가 무대에서 우뚝 솟아 눈부신 빛을 발하는 이유는 작품에 대한 엄밀한 이해와 준엄한 탐구정신, 그리고 극예술이 지닌 무한한 깊이에 철저하게 빠져들어 「사실주의와 부조리극을 폭넓게 넘나들고 항상 새로움과 창조성」을 찾아내는데 있다. 「위기의 여자」를 본 한수산이 이렇게 말한 것이 기억된다. 『그의 장점은 한치도 소홀함이 없는 완벽한 대사의 전달, 유려하고도 감동적인 연기의 호소력, 빗겨가는 조명을 받고 서있을때의 긴 침묵속에서도 관객의 숨소리를 죽게하는 힘』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그만이 할 수 있는 확실한 캐릭터를 지니면서도 역할에 따라 묵직한 울부짖음으로 관객의 가슴에 녹슨 못을 박는가하면 호수의 수면같은 속삭임으로 듣는 이의 정감에 물비늘이 일게 하는 마력같은 묘미를 지니고 있다. 이른바 「세상을 알만큼 알고 인생을 살만큼 산 배우가 시간의 체에 걸러서 보여주는 원숙함」일 것이다. 박정자는 인천에서 사업을 하던 집안의 1남 4녀중 막내로 태어났다. 3살되던해 아버지를 여의고 여장부같은 어머니 김진옥 여사 밑에서 자라면서 극단 신협의 단원이던 오빠(박상호)를 따라 극장출입을 한것이 어릴때부터 배우의 길을 예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상대방을 압도하는 장중한 목소리와 자신도 모르게 역할의 내면에 파고드는 집착은 지령을 내리는 북조선 고위 여간부, 타협을 모르는 형무소 여간수, 신들린 무당, 악녀, 마녀, 촌부, 과부, 변덕스럽고 수다스러운 백작부인에서 파란과 고초를 이겨낸 지사의 현처등을 종횡무진으로 연기해내었고 그의 연기가 무대에서 현란하게 교직되는 순간은 「연기는 두뇌가 아닌 가슴으로 한다」는 미국의 명배우 줄리아 말로의 말을 그대로 실감시킨다. 「신의 아그네스」를 장기공연한 적이 있는 손숙은 『저 불같은 열정으로 어느날 무대에서 활활타서 산화하지나 않을까. 그와 함께 공연을 하면 느슨하게 풀린 신경이 팽팽하게 조여지고 긴장감이 생긴다』고 말한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 흐트러지기 쉬운 장기공연때도 그는 빈무대에 나와 한치도 연습에 소홀함이 없이 관객들에게 「언제나 첫 장면, 언제나 새 얼굴을 보여야한다」는 각오를 철저히 지킨다. 나이들수록 당당하고 아름다웠던 배우 캐서린 헵번처럼 「영원한 무대의 영혼」으로 남기위해 그는 「좋은 작품 좋은 연출 좋은 상대역 그리고 반드시 좋은 관객이 있어야만 그 배우의 무대가 빛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릴때부터 극장 출입 그는 평소 차분하고 점잖은 편이다. 또 자기자신이 누구인지 이세상에서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쟤고 이를 관리하는 성의가 대단하다. 자신을 따르는 팬을 위해 연말에는 5천장이 넘는 카드를 직접 써서 우송하는가 하면 박정자를 후원하는 모임인 「꽃봉지회」를 만들고 89년에는 「아직은 마흔네살」이라는 음반을 출반하여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되돌리는 것등이 그렇다. 72년에 결혼한 CF감독 이지송씨(50)와의 사이엔 남매가 있다. 「위기의 여자」에서 그가 맡았던 모니크의 대사중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사람은 결국 옳건 그르건 자기방식대로 살게 마련이니까요.나는 아직 마흔 네살이고 저 굳게 닫힌 문뒤에는 어떤 형태일지 모르지만 내 미래가 있다는 걸 나는 굳게 믿고 있어요』 미래의 문이란 두말할 것도 없이 그의 삶이자 숙명인 연극이며 한결같이 늠름하고 든든한 대형배우의 모습을 보이는 그를 보면 이병복씨의 지적대로 「박정자는 우리 연극의 텃세이자 자존심에 틀림없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연보 ▲1942년 인천 소래 출생 ▲61년 진명여고 졸업, 이대 신문학과 입학, 대학극 「페드라」 출연 ▲63년 동아방송 1기 성우 입사, 극단 실험극장 「팔려가는 골동품」으로 데뷔, 「악령」「담배내기」 출연 ▲66년 극단 자유창단멤버 「따라지의 향연」 출연 ▲79∼현재 「국군의 방송 5분 실화극」 출연이후 5천회이상 방송중 ▲89년 「아직은 마흔네살」 출반▲92∼현재 한국배우협회 부회장 ▲94년 10월부터 실험극장 「오늘의 명배우」시리즈 「11월의 왈츠」 장기공연 및 뉴욕 LA공연 ▲97년 1월 일본 스바루극단 초청 도쿄서 1인극 공연 예정 「대머리 여가수」(69년) 「그 여자 사람잡네」(78년) 「위기의 여자」(86년) 모노드라마 「웬일이세요, 당신」(88년) 「굿나잇 마더」(90년) 「무녀도」 「그 자매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나」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91년) 「신의 아그네스」(92년) 「햄릿」 「내사랑 히로시마」(93년) 2백50회에서 3백50회 공연기록외 1백여편과 영화 출연 수필집 「사람아, 그건 운명이야」(예음·93년) 동아연극상(70·71·85년) 백상예술대상(70·81·85년) 서울신문문화대상(71년) 서울극평가그룹상(85년) 한국연극예술상 대종상 여우조연상(75·84년) 영희연극상(79년) 이해랑연극상(96년)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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