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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숙인 보호 앞장’ 영등포구 감사원 표창

    ‘노숙인 보호 앞장’ 영등포구 감사원 표창

    노숙인 보호와 자활 의지 제고에 앞장서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가 감사원장 표창을 받았다. 영등포구는 29일 노숙인 지원 행정 모범 사례로 뽑혀 전날 열린 감사원 개원 65주년 기념식에서 감사원장 표창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회복지과 자활보호팀을 중심으로 노숙인 인권을 보호하며 사회 복귀를 추진하는 한편 지역 주민들의 불편도 해소하는 등 노숙인 지원 행정의 모범을 보인 점이 감사를 통해 인정받았다. 구는 2006년부터 노숙인 관리 대책을 담당하는 전담 팀을 운영해 왔다. 이를 통해 인문학 중심 자활 교육 프로그램, 음악동호회, 이동목욕사업 등을 추진하며 노숙인의 건강한 사회 복귀를 지원했다. 특히 지역 주민을 상담원으로 채용해 노숙인을 지역 자활시설 및 보호시설에 입소하도록 안내하고, 질환 및 응급 환자 등은 의료기관에 이송하는 등 노숙인 보호에도 매진했다. 조길형 구청장은 “영등포는 현장 중심 행정으로 다른 지자체에 견줘 거리 노숙인이 눈에 띄게 많이 줄었고, 주민 불편 또한 많이 해소됐다”며 “노숙인들이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감독·제작자,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순간 영화는 망한다”

    “감독·제작자,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순간 영화는 망한다”

    올여름 극장가 최대 반전의 주인공은 영화 ‘숨바꼭질’이다. 톱스타도 없고 유명 감독도 없는 이 영화는 29일 4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살인의 추억’, ‘추격자’에 이어 역대 스릴러 톱 3에 이름을 올렸다.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제작사 스튜디오 드림캡쳐의 김미희(49) 대표도 “나 역시 이런 흥행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9일 만난 김 대표는 흥행의 이유에 대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스릴러라는 점이 가장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허정 감독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획기적인데다 공포 정서가 살아 있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처음부터 고수했던 ‘우리 집에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홍보 콘셉트도 끝까지 지켜졌다. 평소 귀신이 나오는 공포 영화를 잘 보지 못한다는 그는 “카피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귀신을 떠올리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기우였다”고 말했다. 다음 난관은 캐스팅이었다. 처음에는 주인공 성수 역에 30대 남자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지만 섭외가 쉽지 않아 연령대를 올렸다. “당시 드라마 ‘추적자’의 성공 이후 손현주씨에게 시나리오가 엄청 쏟아지던 때였는데 다행스럽게도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왔어요. 마케팅적인 요소 때문에 투자사의 반대를 걱정했는데 ‘손현주씨가 나이보다 동안이고 자신있다’고 설득했죠. 가장 고심했던 것은 성수의 부인인 민지 역이었어요. 트라우마에 결벽증이 있는 성수와 사이코패스적 주희(문정희) 사이에서 스펀지 역할을 하는 내공 있는 배우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전미선씨가 잘 소화해 줬어요.” 20년 넘게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김대표는 신인 감독들과 호흡을 자주 맞춰왔다. 그는 “나의 노하우와 신인들의 창의적인 시각이 만나 시너지를 창출하는 작업이 재미있다. 신인 감독은 처음에 어떻게 다듬느냐에 따라 보석이 될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의 성패와 상관없이 신인 감독과 무조건 두 작품씩 계약한다. 한 작품만 가지고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발견한 보석이 류승완, 변영주 감독이다. 좋은 영화, 싸이더스 FNH 등을 거치며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혈의 누’ 등 숱한 히트작을 내놓은 그이지만 지난 5~6년간 침체기를 겪었다. 그래서 그는 최근 이춘연 씨네 2000 대표의 성공과 현재 작품을 준비 중인 오정완 영화사 봄 대표 등 1세대 제작자들의 컴백이 더욱 반갑고 기쁘다. 김 대표는 투자사와 제작사의 관계가 갑을관계가 아니라 파트너십으로 재정립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사가 리스크를 줄이려고 데이터에 의존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영화가 꼭 시스템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잖아요. 때문에 자본이 아닌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파트너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프로듀서 출신 제작자와 김지운, 홍상수, 김기덕 등 감독 겸 제작자들이 각자 자기 색깔을 갖고 균형을 이뤄야겠죠.” 김 대표의 신조 중 하나는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순간 영화는 망한다’다. 감독과 제작자가 자기 작품에 빠져 놓치기 쉬운 객관화 작업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숨바꼭질’의 흥행을 뒤로하고 다음 작품에 매진하고 있다. “직업병인지 영화가 개봉하면 한 달 뒤에 그 작품을 잊으려고 노력합니다. 흥행이 안 되면 마음이 아프고 잘되면 거기에 빠져 괜히 들뜨기 때문이죠. 다음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 복수 액션, 좀비물을 준비하고 있는데 어떤 장르이건 사람이 보이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적·녹조 동시에 없애는 물질 개발

    적·녹조 동시에 없애는 물질 개발

    해마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우리나라를 덮치는 적조와 녹조를 한꺼번에 없애는 획기적인 물질이 개발돼 비상한 관심을 끈다. 한국연구재단과 미래창조과학부의 중견 연구자 사업에서 ‘해양자원을 이용한 자연친화적 항적조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국립 순천대 고분자공학과 생체의료용 고분자 연구실 나재운·장미경·박성철 교수팀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2009년부터 연구에 매진한 결과 최근 황토를 살포하지 않고 적조와 녹조를 동시에 제거하는 ‘합사이드’를 개발했다. 최근 해양수산과학원 연구소 주관 아래 비공개로 진행된 성능 테스트 결과 10t 규모에 있는 양식장의 적조가 투입 20분 만에 깨끗이 없어져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놀라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녹조 유발 저수지 물 600ℓ를 수조에서 실험한 결과 투여 120분 만에 흔적 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주요 성분이 자연 친화적 해조류 추출물이다 보니 항적조제 투여 후 바다에 가라앉은 혼합물을 검사한 결과 아무런 독성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나 교수팀은 현재 바다에서의 성능 검사와 농도 조절 최적화, 가격, 바다 밑에서 위로 항적조제를 뿌리는 기계 제작 등 세부적 시스템 문제를 마무리 중이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먹통 코레일’ 올해도 추석기차표 예매 대란

    올해도 추석 기차표를 구하기 위한 ‘예매 대란’이 반복됐다. 온라인 예매가 시작된 27일 오전 6시부터 마감 시간인 오전 9시까지 110만명을 웃도는 접속자가 동시에 몰리면서 코레일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됐다. 코레일 측은 서버를 늘리고 웹 가속기를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경부선과 충북선, 경북선, 대구선, 경전선, 동해남부선의 추석 연휴 기차표 예매가 진행된 이날 오전에는 예매 시작 50분 만에 코레일 홈페이지 동시 접속자가 111만여명을 기록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오전 6시 직후 한꺼번에 접속자들이 몰리면서 홈페이지 접속이 한때 원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코레일의 예매가 끝난 뒤에는 기차표를 구하지 못한 귀성객들이 고속버스 예약 시스템인 ‘코버스’로 몰리면서 오전 9시 50분쯤에는 코버스 사이트도 접속 마비 현상이 나타났다. 새벽부터 잠을 설치며 일어난 시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직장인 민현우(33)씨는 “이번 추석은 연휴가 길어 열차 예매가 쉬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면서 “새벽 5시에 일어났는데 편도 티켓도 구하지 못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변경된 코레일 홈페이지의 예약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코레일 측은 지난 1월 설 연휴를 앞두고 한꺼번에 접속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홈페이지 입장 순서대로 대기번호를 주고 차례로 접속이 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또 대기자들에게 고른 기회를 주기 위해 한 사람이 승차권 예약 요청을 두 번 이상 하지 못하도록 했다. 원하는 행선지와 시간대의 기차표를 예매하려 할 때 두 번 이상 해당 표가 매진이면 초기 화면으로 돌아가 대기번호를 다시 받고 시작해야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예매를 요청할 때 원하는 기차의 남은 좌석 수 조회 버튼을 누르면 ‘많음’과 ‘적음’ ‘없음’으로 나올 뿐 정확한 잔여석 조회가 안 돼 두 번의 기회를 그냥 날려 버린 시민이 적지 않았다. 트위터 아이디 ‘super*****’은 “대기해서 접속했으면 표가 있는지 없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냐”면서 “마치 내 순서가 돌아오니까 역무원이 밥 먹으러 가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29일에는 호남선과 전라선, 장항선, 중앙선, 태백선, 영동선, 경춘선의 추석 기차표 온라인 예매가 진행된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1477시간 봉사왕

    1477시간 봉사왕

    “특별한 동기는 없어요. 그저 제가 가진 걸 나눠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행동으로 옮긴 것뿐이에요.” 27일 연세대 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이 학교 교육학과 박태규(26)씨가 오는 31일 후기 졸업식에서 ‘봉사 활동 1000시간 인증메달’을 받는다. 연세대는 2009년 학생들의 봉사 실적을 전산으로 확인·기록하는 제도를 도입해 재학 기간 1000시간 이상 봉사 활동을 한 학생에게 메달을 주고 있다. 박씨의 봉사 활동은 2007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공부방에서 초·중·고교생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친 게 시작이었다. 이듬해부터 2010년까지 의무 소방대원으로 강원 화천에서 복무할 때도 지역 공부방에서 아이들의 공부를 도왔다. 지난 6년 남짓 동안 그가 봉사활동에 투입한 시간은 무려 1477시간. 하루 2시간씩 730일 이상을 하루도 빠짐없이 봉사 활동을 한 셈이다. 박씨는 “저도 놀랐다”며 “그저 이곳저곳에서 했던 활동을 한 곳에 모아 두지 않으면 잊어버리니까 학교에 등록했던 건데, 시간이 그렇게 많이 쌓였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어릴 적 경험한 ‘나눔’의 가치가 그를 봉사의 세계로 이끌었다고 한다. 경남 거창에서 자란 박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했다. 지역사회의 장학금 덕분에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 박씨는 “봉사는 단지 누군가를 돕는 게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배우는 행위”라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19대 초선 의원-정치와 도전] (5) 새누리 이노근

    [19대 초선 의원-정치와 도전] (5) 새누리 이노근

    “공공기관장이나 국회의원 등 사회지도자는 잘못된 관행이나 제도를 뜯어 고치는 ‘소셜 닥터’가 돼야 합니다.”이노근(59) 새누리당 의원(노원갑)은 19대 총선 당시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로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김용민 민주당 후보와의 공방을 통해 ‘막말 파문’을 이끌어냈고, 결국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국회에 들어와서는 3차례의 대정부질문을 통해 ‘안철수 저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시 종로구청장 권한대행과 중랑구 부구청장, 노원구청장을 거치며 다진 정책마인드와 경험 등을 살려 의정 활동에도 충실했다. 지난 1년여간 41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했고, 이 가운데 10건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동료 의원들과 함께 공동발의한 법안은 400건에 이른다. 지난해 NGO모니터단 국정감사 우수의원상, 올해는 법률소비자연맹 주최 국회의원 헌정대상을 수상했다. 1년여간의 초선 의정 활동에 대해 “국회의원의 기본 임무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간단하게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국회의원의 기본 임무는 크게 3가지로 첫째는 입법 활동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입법을 한 건도 안한 의원이 100명이더라”라며 자기 임무에 태만한 일부 동료의원들을 비판했다. 둘째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되 반드시 대안까지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고, 셋째는 지역구 현안 사업을 해결하는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 3가지 기본임무를 방기하는 국회의원은 낙선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이 의정활동뿐 아니라 사회 개혁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스로 지난 1년간 ‘소셜닥터 이론’을 충실히 이행한 끝에 ‘연착륙’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이 의원은 “의사가 환자를 잘 치료하려면 그 분야의 풍부한 의학적 지식과 의술 등이 필요하듯이 국회의원도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을 갖춰야 제대로 된 역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험과 전문성 없는 의원을 ‘돌팔이 의사’로 규정한 뒤 “꼼수를 부리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의원은 ‘정의의 망치’로 응징해야 한다”며 다소 과격한 표현까지 불사했다. 본인 스스로는 사회 개혁을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꾸준히 활용한다고 소개했다. SNS에 올라오는 질문 대부분에 답변하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것. 지난 1년간 초선 의원으로서의 한계에 대해서는 “거의 느끼지 못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초선이라서 한계가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유리하다”면서 “초선이라서 용인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경험을 살려 생활정치에 매진하고 싶다”면서 “이제는 파벌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美 ‘1020세대’로 북새통… K팝의 힘 실감

    美 ‘1020세대’로 북새통… K팝의 힘 실감

    지난 25일(현지시간) 찾아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내의 메모리얼 스포츠 아레나. 1984년 하계 올림픽이 열렸던 이곳에 한국의 문화 및 서비스, 제품을 소개하는 큰 장(場)이 섰다. 이곳에서 ‘대박’이라고 한글이 적힌 모자와 역시 한글로 등판에 ‘제시카’ ‘로빈’ 등 자신의 이름을 적은 현지 10~20대들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피부색이 다양한 이들이 ‘소녀시대’는 물론 뜬 지 얼마 안 된 걸그룹 ‘크레용팝’의 무대 의상을 똑같이 입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군무를 추다가 CJ 한식 브랜드 ‘비비고’의 비빔밥과 농심 ‘신라면’을 익숙한 듯 먹거나 현대자동차의 ‘벨로스터’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모습은 사뭇 뿌듯한 감정을 일으켰다.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소프트파워’ 강국인 미국에서 CJ그룹이 올해 두 번째로 개최한 한류 마켓 페스티벌 ‘K-con 2013’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한류의 가능성을 확인한 현장이었다. 작년보다 규모를 2배 키워 75개 기업의 100개 부스가 차려진 행사장은 미국의 ‘1020세대’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발랄한 청소년들 사이에서 만난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의 입에서 ‘샤이니’ ‘엑소’ 등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이름이 줄줄이 나오는 것처럼 신기한 일이 또 있을까. 16살 소녀 섀넌을 따라온 던(77)과 바브 러더(69)는 “손녀딸이 2년 전부터 K팝에 푹 빠진 이후 코리아타운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그림에 소질이 있어 엑소 멤버 전원을 똑같이 그린 대형 초상화를 들고 나타나 주변 또래들의 환호를 한몸에 받은 섀넌은 “언젠가 한국에 꼭 갈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다양한 세대, 인종을 소통케 하는 K팝의 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K-con의 하이라이트로 행사 2일째인 25일 열린 한류 콘서트 ‘엠카운트다운 What’s up LA’로 LA는 또 한 번 들썩였다. 티켓값이 작년보다 3배나 뛰었는데도 1만 1000석이 순식간에 매진됐다. 관객의 80%가 미국인으로 300달러나 하는 VIP석의 경우 1200석이 판매 개시 10분 만에 동나기도 했다. 콘서트를 포함해 이틀 동안 K-con을 찾은 인원은 2만명을 훌쩍 넘는다. 첫 행사에서 K-con의 잠재력을 엿본 현대자동차와 미국 통신사 버라이존 등 2곳은 올해도 공식 후원사로 적극 참여했다. LG, 농심,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 20여곳도 당당히 부스를 차리고 현지 고객과 소통하는 기회를 얻었다. 특정 문화 행사와 기업의 브랜드 및 제품 마케팅이 한 장소에서 이뤄지는 ‘컨벤션 비즈니스’가 세계적인 추세로 떠오른 가운데 CJ그룹이 처음 시도하는 K-con의 의미는 남다르다. K팝을 원동력으로 음식, 패션 등 다른 산업으로 한류를 확산시킬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K-con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아이디어다. 몇 년 전 이종 종합격투기 대회인 UFC 경기장을 찾았던 이 부회장은 그곳에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유수의 기업들이 자사의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고 소통하는 현장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CJ그룹의 노희영 브랜드 전략 고문은 “가장 즐거울 때 접하는 제품이나 브랜드는 늘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며 K팝을 원동력으로 삼은 K-con에 대해 밝은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보다 협찬 액수가 7배나 뛰어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지만, K-con은 단기간의 수익보다는 충성도 높은 미래의 소비자를 길러 내기 위한 투자로 본다. CJ는 K-con을 단계적으로 해외시장에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내년부터 일본·중국에서 연 3~4회 개최한 이후 2020년까지 동남아와 유럽까지 K-con의 자장을 넓혀 나간다는 방침이다. 행사를 참관한 서울대 경영학과 김상훈 교수는 “콘텐츠 제작에서부터 배급·유통까지 하는 CJ그룹이 컨벤션 비즈니스의 적임자로 한류 산업의 불씨를 잘 피웠다”며 “K-con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참여 기업 수를 늘려 CJ만의 컨벤션이 아니라 ‘코리아 컨벤션’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로스앤젤레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사설] 청와대·재계, 현 경제위기 엄중히 인식하길

    박근혜 대통령이 내일 청와대에서 10대 그룹 회장들과 오찬 회동을 갖기로 한 것은 우리의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일 게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중소기업중앙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에 이어 방미·방중 때는 대기업 총수들과 만난 적이 있다. 다음 달 러시아와 베트남 순방 때 역시 적잖은 기업인들이 동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레는 중견기업 회장단과의 만남도 예정돼 있다. 박 대통령과 기업 회장들의 이번 만남이 의례적인 요식 행사에 그치지 않고 투자의 물꼬를 트는 계기기 되길 기대한다. 박 대통령은 어제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하반기에는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그리고 민생 안정에 총력을 다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생회담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재계에는 투자를 통한 고용 확대를, 정치권에는 취득세 인하와 전월세 문제 등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를 위한 민생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각각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여겨진다. 재계는 경제민주화 법안에 이어 최근에는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등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각종 규제 때문에 투자가 위축된다는 재계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는 있다. 그러나 재계가 규제 탓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경영권 방어에만 급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투명 경영을 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기 바란다. 정부는 하반기엔 경제민주화보다는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재계는 불평만 쏟아내지 말고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경제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도전정신을 발휘할 때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올 상반기 10대 그룹 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가량 줄었다. 투자를 늘린 곳은 3개 그룹뿐이다. 투자와 고용을 늘릴 테니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식의 립서비스만의 회동이 재연돼선 안 된다. 올 1분기 고용률은 63%로 지난해 말에 비해 2% 포인트 낮아졌다. 고용률은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1위에 머물고 있다. 청년과 여성 고용률은 최하위 수준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과 신흥국 위기 등 대외 여건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정부는 대기업만 쳐다보는 구태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부흥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 ‘포스트 조용필’은 나! 대형가수 컴백 러시

    ‘포스트 조용필’은 나! 대형가수 컴백 러시

    하반기 ‘포스트 조용필’의 자리를 노리는 대형 가수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4월 10년 만에 19집을 발표한 조용필이 음악적인 성과는 물론 세대 공감의 아이콘으로 떠오르자 이에 고무된 중견 가수들이 새 앨범 발매를 너도나도 서두르고 있다. 상반기 조용필을 시작으로 이문세·이승철의 공연 및 앨범의 연이은 성공으로 인기 중견 가수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음원 시장에서도 아이돌 중심에서 벗어나 장르가 다양해져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최근 모바일, 인터넷 등 다양한 홍보 마케팅 방식으로 음악을 알리고 팬들을 만날 수 있는 장치도 이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선두에 선 것은 올해 데뷔 23년을 맞는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이다.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곡 작업에 매진했던 그는 다음 달 말 새 앨범을 발표하고 11월 대형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2008년부터 다채로운 음악적 실험을 위해 ‘라디오 웨이브’, ‘러브 어 클락’ 등 2장의 미니 앨범을 발표한 그는 세 번째 미니 앨범을 통해 3연작 앨범 시리즈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소속사인 도로시 컴퍼니의 박세진 이사는 “이번 앨범은 기존의 신승훈표 발라드를 뛰어넘는 새로운 음악적 시도의 결정판이 될 것”이라면서 “상반기에 조용필·이승철 등 중량감 있는 아티스트들이 길을 잘 열어 줬고 젊은층과도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시기적으로도 복귀하기 좋은 시점이라 기대가 크다. 이번에는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이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이브의 귀재’ 이승환도 올가을 컴백을 목표로 미국에서 새 앨범의 녹음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24일 팬 카페에 “아주 새롭다. 그래서 더 두렵다. 역시 마니악한 음악이기 때문”이라면서 신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감성 싱어송라이터들의 컴백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토이’의 유희열은 올가을 6년 만에 7집 앨범을 내놓는다. 그는 곡 작업을 마치고 최근 객원 보컬들과 녹음에 들어갔다. 2009년 6집 앨범을 냈던 윤상도 오는 10~11월 새 앨범으로 돌아온다. 6집에서 실험적 음악으로 호평받았던 윤상은 현재 미국에서 신곡 작업과 녹음을 병행하고 있다. 싱어송라이터 이적 역시 9월 말~10월 초 3년 만에 정규 5집 앨범을 내고 컴백한다.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새 앨범 믹싱 작업 중이라고 소개한 이적은 “어느 때보다 공들인 앨범이 이제 세상에 나올 마지막 채비를 하고 있다. 12월에는 새 앨범의 새로운 사운드에 걸맞은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한편 1990년대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 히트시키며 힙합 음악의 대중화에 기여했던 현진영도 돌아온다. 6년 만에 자작곡 ‘무념 무상’을 발표하고 가요계에 컴백하는 그는 “직접 체험하면서 깊이 있는 음악적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서울역에서 한 달간 노숙자 생활을 하면서 소외 계층의 이야기도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태규씨는 “조용필은 음악적 진정성이 담보되면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입증해 후배 뮤지션들에게 큰 자극을 줬다”면서 “대중도 음악인들에게 콘텐츠의 완성도로 승부해야 한다는 원칙을 일깨웠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남들에게 졸업은 새 출발, 내겐 한평생의 꿈”

    “남들에게 졸업은 새 출발, 내겐 한평생의 꿈”

    “남들에게는 졸업이 새 출발이겠지만 제게는 인생을 마무리한다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오늘 밤에는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꿈을 꿀 것 같아요. 무척 행복합니다.” 25일 숙명여대 개교 이래 최고령 졸업자가 된 변순영(72) 할머니의 목소리가 떨렸다. 변 할머니는 지난 23일 열린 학위 수여식에서 영어영문학과 졸업장을 받았다. 1961년 입학한 지 52년, 반세기 동안 꿈꿔 온 졸업장이었다. 변 할머니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입학 이듬해인 1962년 학업을 포기하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가정 형편은 점점 나아졌지만 이번엔 결혼과 육아가 그의 복학을 막았다. 변 할머니는 “다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가부장제 체제 속에서 말을 꺼내기조차 쉽지 않았다”면서 “가장 큰 장애물은 ‘여자가 무슨 공부냐’고 되묻는 편견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학업과 졸업에 대한 열망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변 할머니는 결국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난 2011년에 2학년으로 복학했다. 그러나 이번엔 공부가 쉽지 않았다. 깜박깜박하는 기억력 때문에 영어 문장 하나를 외우는 것도 힘들었다. 변 할머니는 학교 앞에서 홀로 하숙과 자취를 번갈아 하며 공부에 매진했다. 수업 시간에는 맨 앞자리에 앉아 질문을 쏟아냈다. 그는 “시력과 기억력이 많이 떨어져 공부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특히 컴퓨터를 다루는 법은 돌아서면 잊어버려 고생을 많이 했다”고 쑥스러워했다. 졸업식이 진행된 23일에는 함께 공부했던 손주뻘 학생 10여명이 변 할머니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변 할머니도 공부를 도와준 학생들을 위해 소정의 장학금을 마련했다. 최서우(21) 영문학부 학생회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우리에게 감동을 주신 할머니의 졸업을 축하드린다”면서 “이번 졸업식은 할머니와 우리에게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 할머니도 “학교를 다니면서 어린 학생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격려와 칭찬을 받았다”면서 “나도 그들을 격려하고 싶어 장학금을 준비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변 할머니의 8년 과후배인 조무석 영문학부 교수는 “포기하지 않는 게 바로 인생”이라면서 “선배님의 용기와 열정은 우리에게 큰 선물이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부고] ‘종자산업 성공신화’ 새누리당 고희선 의원

    [부고] ‘종자산업 성공신화’ 새누리당 고희선 의원

    새누리당 고희선 의원이 25일 오후 지병인 폐암으로 별세했다. 64세. 고 의원은 2007년 4월 보궐선거에 출마해 경기 화성시 국회의원에 당선, 17대 국회에 입성했다. 이어 지난해 4월 19대 총선에서 화성시갑에서 당선되며 재선 의원이 됐다. 지난해부터 당 경기도당위원장을 역임했다. 고 의원은 중졸 경력으로 1981년 창업한 농우종묘를 국내 종묘산업 1위 업체로 키워냈다. 국내 종묘업계 4대 대표 기업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기업이기도 하다. 고 의원은 1998년 외환위기 때 “국내의 종자산업은 이제 다국적 기업의 입맛과 의지에 따라 움직여질 만큼 큰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외국 기업에 당당히 맞서 경쟁하면서 우리 농민의 권익과 자존심을 지켜가는 데 사운을 걸겠다”며 ‘종자 주권’을 선언하기도 했다. 고 의원은 생전 농민에게 우수 종자를 싼 값에 공급하기 위해 육종기술 연구에 매진했다. 현재 여주군 일대 5만평 규모의 대단위 육종연구소에 70여명의 자체 연구 인력과 연구·개발(R&D) 인프라를 구축했다. 빈소는 수원시 아주대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28일, 장지는 화성시 매송면 송라리 선영이다. 영결식은 28일 오전 9시 수원 아주대병원 대강당에서 회사장으로 치러진다. (031)219-6654.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늦여름 밤 서울 고궁에 발자국 소리 요란하다는데… 대체 무슨 일이

    늦여름 밤 서울 고궁에 발자국 소리 요란하다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입추, 말복도 훌쩍 지나 처서를 넘어선 늦여름의 서울 도심 궁궐. 땅거미가 내려앉을 즈음, 궁궐의 전각은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어스름 달빛에 물든 창경궁 통명전에서 사람들은 ‘한중록’을 읽고, 깊어가는 그 달빛을 벗 삼아 수런수런 창덕궁 곳곳을 완상하는 발자국 소리가 고아하다. 궁궐은 더 이상 역사 속의 장소가 아니다. 소리 소문 없이 시민들의 참여 열기로 달아오른 ‘창경궁 통명전 인문학 강좌’와, 번번이 매진행렬에 못 가봐서 더 안타까울 ‘창덕궁 달빛기행’ 현장을 가봤다. ■ ‘보름달’에 취한 창덕궁 궁녀 해설사와 함께하는 ‘달빛기행’ “저기 보이는 달 속 토끼가 무얼 만들고 있는지 아세요? 불로초입니다. 선녀 ‘항아’를 돕기 위해서라죠. 항아는 옥황상제의 아들을 죽인 죄로 땅으로 귀양 온 남편 ‘예’를 배신했다가 달로 쫓겨납니다…. 그런데 이런 전설들은 1969년 싹 자취를 감췄다죠? 아폴로 11호의 달착륙 때문이랍니다.” 궁녀 ‘방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문화유산해설사 김지애(31)씨의 나지막한 해설에 관람객의 귀가 쏠린다. 고즈넉한 궁궐의 낮은 소나무 가지 위로 살짝 걸린 보름달. 달빛 아래서 만나는 궁궐의 풍광은 낮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한 폭의 동양화 속에 들어온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달빛과 청사초롱에 의지해 밤길을 걷던 관람객들의 입에선 절로 탄성이 터진다. 지난 21일 저녁 8시 서울 창덕궁. “문을 열어라”는 우렁찬 수문장의 외침에 돈화문이 활짝 열렸다. 기다리던 궁녀와 차비(差備·특별한 사무를 맡은 임시 벼슬) 차림의 직원들이 관람객을 살갑게 맞았다. 100여명의 관람객은 20여명씩 무리지어 궁에 들어섰고, 이들의 손에는 청사초롱이 들렸다. 이렇게 ‘달빛기행’은 시작됐다. 현존하는 궁궐 다리 중 가장 오래됐다는 금천교를 지나 진선문에 이르니 ‘궁녀’가 나직이 이른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왕족이 돼 구중궁궐을 돌아볼 것입니다. 문을 지나 돌길이 나오면 꼭 가운데 길로 걸으셔야 합니다. 가운데는 왕족, 갓길은 문무백관이 걷던 길입니다.” 어둠에 잠긴 궁궐의 침묵을 헤쳐 닿은 곳은 인정전. 8명의 조선왕이 즉위했던 이곳에선 ‘건달불’ ‘물불’이라 불리던 구한말 전깃불과 드라마 ‘해품달’에서 보던 ‘일월오봉도’를 만난다. 해설사의 목소리는 들릴 듯 말 듯 낮아진다. “달빛기행이란 달빛 아래서 소원을 빌며 명상을 즐기기 위한 행사이기 때문”이란다. 헌종이 중전을 마다하고 짝사랑했던 김씨 여인을 후궁으로 맞아, 처소로 선물했던 낙선재를 지나 함양문을 건너자 왕의 휴식처인 후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창덕궁 면적의 60%를 차지하지만 평소에는 단체 예약객에게만 공개되는 비밀 공간이다. 문에 들어서면 늙지 않는다는 불로문을 건너 연경당에 닿으면 다과와 판소리, 춘앵전 등의 공연이 기다린다. 연경당은 창덕궁을 재건한 순조의 아들인 효명세자가 양반가 집을 본떠 궁궐 안에 지은 120여 칸의 집이다. 두 시간의 달빛기행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올해로 4년째인 ‘창덕궁 달빛기행’은 입소문을 탈대로 탔다. 해마다 3~5월, 8~10월 보름달이 뜰 무렵 매달 4~5회씩 이어진다. 연간 내국인 대상 18회, 외국인 대상 10회로 1회 입장객은 100여명으로 제한된다. 3만원의 적지 않은 참가비에도 지난 6일 시작된 하반기 온라인 예매(인터파크)는 발매 개시 2분여 만에 1500여장의 입장권이 동났다. 쌍쌍의 연인들이 점령하다시피 한 관람객들 사이에 멀리서 걸음한 가족을 만났다. 두 딸, 남편과 함께 온 최지은(60·경주시 성건동)씨는 “밤의 고궁이 이렇게 운치 있고 색다를지 미처 몰랐다”며 환한 미소로 답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창경궁에 물든 ‘인문학’ 밤바람과 함께하는 통명전 강의 “효명세자가 태어나자 순조는 크게 기뻐하며 ‘고금에 드문 경사’라는 교지를 반포합니다. 숙종 이후 150년 만에 왕후의 몸에서 난 적통 왕자였기 때문입니다.”(심승구 한국체육대 교수)지난 21일 밤 서울 창경궁의 통명전. 내전의 으뜸 건물인 이곳은 전국 곳곳에서 찾아온 60여명의 남녀노소로 가득 찼다. 한적한 밤 고궁에 홀로 불 밝힌 통명전에서는 역사 강의가 이어졌다. 강의를 듣기 위해 홍화문을 지나 행각을 건너온 이들은 불과 5분여의 짧은 시간에 수백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온 셈이다. 이날의 주제는 ‘효명세자의 삶과 예술’. 심 교수는 조선 순조의 장남이자 헌종의 아버지인 효명세자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갔다. 19세기 초 세도정치의 풍파 속에서 영·정조를 따라 탕평정치를 꾀했던 효명세자가 22세 젊은 나이에 절명했다는 대목에선 사람들의 한숨이 절로 터졌다. 심 교수의 목소리는 통명전을 밝힌 6개의 한지등 불빛을 타고 잔잔히 퍼져 나갔다. 건물 앞 ‘월대’(돌마당)는 달빛을 머금고, 건물 뒤 ‘화계’(꽃과 돌로 만든 계단)는 늦더위를 식히는 청명한 바람을 몰고 와 천장에 매달린 들문을 들썩거렸다. 통명전이 어떤 곳인가. 장희빈은 인현왕후가 죽기를 바라며 죽은 쥐와 붕어, 인형 따위를 통명전 일대에 묻었고 그 일로 사약을 받았다.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는 이곳에서 첫날밤 술잔을 기울이는 예를 치렀다. 효명세자가 원대한 꿈을 꾸던 곳도 통명전이다. 강의는 문화재청이 마련한 ‘2013 인문학으로 배우는 궁궐’ 프로그램. 이날부터 오는 10월 2일까지 매주 수요일(오후 6시 30분)마다 6회에 걸쳐 이어진다. 지난해 시작된 강의는 참석자들의 호응이 좋아 올해부터 1회 90분에서 180분으로 시간을 늘렸다. 창경궁 입장료 1000원만 내면 강의와 교재, 음료까지 제공받는다. 지난 7일 오후 1시, 문화재청이 홈페이지에서 강의신청을 개시하자 불과 5시간 만에 예약이 마감됐다. 홍화문, 조선후기 창경궁에 얽힌 정치·사회 이야기 등 녹록지 않은 주제로 채워졌기에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인문학 열풍으로 봐야 할까. 이곳을 찾은 공기업 직원 안정란(44)씨는 “통명전 문을 활짝 열고 밤바람을 맞으며 듣는 강의가 색다르다”면서 “퇴직 후 문화유산해설사로 제2의 삶을 살기 위해 강의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역사를 전공하는 김유나(19·인하대)씨는 “이곳 강의를 들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김대환 창경궁 관리소 주무관은 “참석자 10명 중 7명이 여성과 20, 30대”라며 “의외로 전문적인 역사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박은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는 “2000년대 이후 중요한 역사자료가 많이 공개되면서 우리 사회에 역사학(인문학) 강의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며 “역사인식을 갖춘 이들이 강의를 통해 진지하게 자기성찰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묻지마 시네마 피서’

    ‘묻지마 시네마 피서’

    입추가 지난 지 보름째인데도 한낮의 수은주가 30도를 넘어선 21일 오후. 서울의 대표적 멀티플렉스인 용산 CGV에는 평일에도 영화표를 사려는 관객들이 줄을 이었다. 대학생 이석우(21)씨는 “무더위를 피해 무조건 극장에 온 다음 볼 만한 영화를 고른다”면서 “점심식사 뒤 영화 1편을 보고 나면 서너 시간이 지난다. 한낮의 찜통더위를 피하기에는 비용 대비 효과가 아주 크다”고 말했다. 주부 홍기민(55)씨도 “휴가 중인 남편과 극장을 찾았는데, 각종 카드로 할인 혜택을 받으면 집에서 에어컨을 켜고 있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라고 말했다.연일 계속되는 이상 고온이 한국영화의 흥행 고공 행진에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영화가에서는 “최근 개봉된 영화들이 흥행하는 일차적 배경은 작품성과 오락성이 갖춰진 데 있지만, 7~8월 선보인 영화들이 개봉되기 무섭게 수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현상은 이례적”이라며 “기록적인 폭염에 극장이 부담 없는 피서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 절약 정책에 따른 절전 스트레스 속에 더위를 피해 무조건 극장을 찾은 다음 영화를 고르는 ‘묻지마 피서 관객’이 흥행 행진의 큰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여름 한국영화의 흥행은 ‘이상 현상’으로 기록될 정도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각각 개봉한 영화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가 각각 800만명, 500만명을 돌파하며 쌍끌이 흥행 중이며 지난 14일 개봉한 ‘숨바꼭질’과 ‘감기’도 나란히 2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주말 한국영화의 좌석 점유율은 무려 90%에 달했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8월 들어 현재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2162만여명이다. 영진위 관계자는 “이 추세대로라면 8월 한 달간 관객이 지난해(2423만명)보다 15~20%까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극장 피서객 특수는 정부가 지난달 18일부터 영화관을 냉방 온도 제한구역에서 제외하면서 가속이 붙었다. 대부분 멀티플렉스는 로비만 26도로 제한되고 상영관 내부는 22~23도의 냉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극장가도 이상 고온을 겨냥한 상품을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자정이 넘으면 티켓값을 5000원으로 할인해 주는 메가박스 동대문과 코엑스의 ‘심야극장’에는 열대야에 시달리는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새벽 3~5시 시작되는 마지막 영화도 인기가 높다. 금·토요일 밤 12시부터 다음 날 해 뜰 때까지 개봉 영화 3편을 연달아 상영하는 패키지도 상영 3~4일 전에 매진될 정도다. 메가박스 코엑스점의 장광훈 점장은 “올해는 긴 폭염과 열대야로 심야시간대 관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이른 아침부터 일찌감치 극장에 진을 치는 관객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日 고교야구는 프로야구보다 뜨겁다

    야구팬에게 아다치 미츠루(62)의 만화 ‘H2’는 교과서 같은 존재다. 천재적 재능을 지닌 소년 투수 구니미 히로의 열정과 우정, 사랑을 그리고 있는 이 만화는 유치한 것이 오히려 미덕인 청춘 스포츠물의 전형(典型)이다. 이 만화에서 주인공이 서게 되는 무대가 바로 고시엔이다.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있는 고시엔에서는 매년 여름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올해로 95회째를 맞는 이 대회는 맥주, 마츠리(지역 축제), 불꽃놀이와 함께 일본의 여름을 대표하는 이벤트다. 전국에서 예선리그를 거쳐 지역별로 뽑힌 1~2팀이 본선리그에서 자웅을 겨루는 데, 자기 지역과 학교를 대표해 출전하는 만큼 고시엔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은 어린 야구선수들에게는 최고의 명예다. 전직 야구기자로서 일본에 와서 가장 ‘문화 충격’을 받은 것이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과 응원이었다. 공영방송 NHK에서는 대회 첫날부터 모든 경기를 생중계해주는가 하면 신문의 스포츠란에서도 프로야구를 제치고 톱기사를 장식한다. 8강 전부터는 좌석도 금방 매진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보고 즐길 것이 많은 일본에서 아직도 고교 야구가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는 ‘청춘을 떠올릴 수 있어서’라고 말한다. 그도 그런 것이, 경기를 보고 있자면 새까맣게 그을린 까까머리 고등학생들의 최선을 다하는 파이팅에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35도를 웃도는 폭염 따윈 아랑곳없다는 듯 순수하게 경기에 열중하는 학생 선수들의 모습은 프로야구 경기와는 차원이 다른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래서 일본 야구의 펀더멘털(기초)이 튼튼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눈을 돌려 우리나라 고교 야구를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고교야구에 대한 관심이 적은 데다, 학생 선수들에게도 각종 대회 참가를 프로로 가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여기지 않는 경향이 팽배한 탓이다. 동대문구장이 남아있었더라면 ‘한국의 고시엔’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 이래저래 뜨거운 여름의 고시엔이 부럽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향토기업 특선] 소형 가전제품 원액기 제조업체 휴롬

    [향토기업 특선] 소형 가전제품 원액기 제조업체 휴롬

    경남 김해시에 있는 휴롬은 소형 가전제품 원액기 ‘휴롬’으로 세계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글로벌 강소 기업이다. 과일이나 채소 등을 갈지 않고 천천히 압착해 원액을 짜내는 저속착즙방식(Slow Squeezing System, SSS) 기술을 2005년 세계 최초로 개발, 2008년 이를 세계 최초로 상품화했다. 휴롬은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계속 제품을 개발해 국내외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원액기 단일 품목으로 2009년 3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2010년에는 700억, 2011년 1700억, 지난해에는 270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3600억원, 2015년에는 1조원이 목표다.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 수출도 2010년 100억원에서 2011년에는 680억원, 지난해에는 1100억원으로 급증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휴롬의 원액기는 기존의 주스기와는 원리, 방식이 전혀 다르다. 기존엔 칼날이 분당 1000번~2만 4000번 회전하며 갈아서 주스를 만들기 때문에 효소나 영양소가 마찰열에 많이 파괴된다. 과육과 과즙 층이 분리되는 현상이 생기고 산화가 빨리 돼 색이 변한다. 반면 휴롬은 분당 80번 정도로 돌아가는 스크루가 재료를 눌러 즙을 짜내는 저속착즙 방식을 개발했다. 마찰열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효소나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고 분리 현상도 생기지 않는다. 색깔도 변하지 않는다. 껍질이나 씨앗의 영양소까지 짜낼 수 있다. 그래서 휴롬은 원액을 짜낸다 해서 이를 원액기로 부르며 차별화했다. 휴롬의 성공신화가 있기까지는 창업자 김영기(64) 회장의 40여년에 걸친 끈질긴 연구와 거듭된 실패가 있었다. 연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1974년 고향 김해에서 전자부품제조 회사인 ㈜판성정밀을 설립한 김 회장은 5년 만에 녹즙기 제조 쪽으로 바꿨다. 독자적인 기술로 제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으로 진출해야 살아남을 것으로 판단했고, 미래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을 고려했다. 김 회장은 10년이 넘는 연구 끝에 1993년 스크루 방식의 ‘오스카 녹즙기’를 개발했다. 그러나 1994년 국내 녹즙기에서 다량의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실험 결과가 나오면서 중금속 파동이 일어났다. 공업진흥청의 재시험 결과 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는 회복되지 않았다. 김 회장은 회사 이름을 ㈜동아산업으로 바꾸고 주스기 개발에 나섰다. 수천번의 실험과 연구 끝에 저속착즙 방식을 개발했다. 발상을 전환해 개발한 기술이다. 원액기는 출시되자마자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홈쇼핑 채널에서 매진이 이어졌고 중국, 일본 등 해외 홈쇼핑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주방 브랜드 테팔에서 기술을 사겠다고 제안했으나 김 회장은 거절했다. 김 회장은 2011년 사명을 휴롬으로 바꿨다. 영어 ‘Human’(사람)과 우리말 ‘이로움’을 합친 조어다. 사람에게 이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휴롬은 2010년 대한민국발명품특허대전을 비롯해 미국, 스위스, 독일, 러시아 등에서 열린 국제 발명품전시회까지 6개 전시회에서 상을 받았다. 지식경제부 주관 세계일류상품에 2010·2011년 연속 선정됐다. 2011년 10월 타이완에서 열린 제7회 국제발명전에서도 금상을 받았다. 2011년 5월 영국 헤로즈 백화점에 입점했다.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박람회와 발명품 전시회에 참여하는 등 활발하게 해외 마케팅 활동도 펼치고 있다. 현재 휴롬은 50개 나라에 300만대 넘게 수출됐다. 지난해 ‘수출 7000만불탑’ 상을 받았다. 김해시 주촌면 1, 2 공장에서 하루 8000여개를 생산하고 있으나 공급이 달려 내년에 3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중국 지린성에 해외 공장이 있다. 김 회장은 회사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겨 놓고 하루 대부분을 연구실에 틀어 박혀 기술을 개발한다. 그의 집과 차 안도 실험기구가 가득하다. 휴롬은 순이익의 20%를 기술개발에 투자한다. 직원 300여명 가운데 40여명이 연구원이다. 김 회장은 오랫동안 어려움을 경험하면서 “돈을 벌면 가난한 사람과 나눠 먹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김 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휴롬은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13억원어치의 원액기를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하고 김해시에도 불우이웃돕기 성금 2억원을 기탁했다. 김해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사설] 全씨 일가 속죄하는 심정으로 수사 임하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 관련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는 구속영장이 청구돼 영장실질심사를 기다리고 있고 자녀들도 곧 소환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한다. 남긴 비자금이 없다는 전씨 측의 주장과는 달리 비자금으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처남 이씨가 전씨 자녀들에게 500억원을 주기로 한 문건이 확보되는 등 이미 숨긴 비자금이 존재한다는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전씨 일가는 아직도 반성의 빛은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태도로 일관해 공분을 사고 있다. ‘참 뻔뻔하다.’ 전씨 일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수중에 29만원밖에 없다고 할 때부터 그랬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어떻게 저런 언행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설령 정당하게 재산을 모았더라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는 선행을 베푸는 지도층 인사들도 적지 않다. 그렇게 하지는 못할망정 거액의 검은돈을 자식들에게 교묘한 수단으로 전달하고 증거가 나왔는데도 끝내 사실을 부인하며 자식을 감싸는 모습은 추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한편에서는 전씨 측이 추징금을 스스로 납부하겠다는 생각이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지만, 수사의 흐름을 바꾸는 등에 이용하려는 ‘꼼수’는 아닌지 의심스럽다. 검찰이 전씨의 조카를 조사하다 돌연 석방한 배경도 석연치 않다. 검찰은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한 푼도 빠짐없이 다 회수한다는 일념으로 수사에 매진하는 것만이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추징금을 다 회수할 수 있음에도 적당한 선에서 전씨 일가와 타협해서는 국민의 공감과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다시 한번 촉구하건대, 전씨 일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마음으로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전씨의 돈을 받아 재산을 불린 주변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지난날을 참회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면 전씨는 여생을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적어도 숨어 지내지는 않아도 될 것이다. 그게 나은지, 강제집행으로 재산의 상당 부분을 잃고 자손대대로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사는 게 나은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 답은 자명하지 않은가.
  • [당신의 책]

    경제분석의 역사 1·2·3(조지프 슘페터 지음, 이상호 외 옮김, 한길사 펴냄) 혁신, 창조적 파괴, 기업가 정신이라는 개념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 경제학자인 저자가 경제학의 역사를 과학적 경제분석의 발전사로 풀어쓴 책. 1914년 저서 ‘학설사와 방법론사의 시대’를 토대로 마지막 9년을 쏟아부었지만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숨졌다. 이상호 원광대 교수 등 5명이 1996년부터 번역을 기획해서 무려 17년 만에 출간이 완료됐다. 644~764쪽. 각 권 3만 5000원. 청소년 정치의 주인이 되어 볼까?(이효건 지음, 사계절 펴냄) 민주주의 원리부터 정치 참여까지 알기 쉽게 설명한 청소년용 정치교양서. 두발 자유화를 위해 학생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항의 의사를 표시한 사건 등 청소년들이 스스로 나서서 민주주의를 실현시킨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한편 청소년의 선거권 보장 등에 대한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200쪽. 1만 2000원. 산체스네 아이들(오스카 루이스 지음, 박현수 옮김, 이매진 펴냄) 20세기 빈민 연구의 고전으로 꼽히는 ‘산체스네 아이들’의 출간 50주년 기념판이 국내 출간됐다. 인류학자인 저자가 멕시코의 빈민가 카사그란데에서 살아가는 가족을 4년간 취재해 1인칭 서사 형식으로 기록한 이 책은 1961년 발간 당시 멕시코 빈곤의 실상을 생생히 드러내는 바람에 격렬한 논쟁에 휩싸이기도 했다. 2011년 발간된 50주년 기념판에는 산체스네 가족의 후일담 등이 추가됐다. 759쪽. 2만 8000원. 에라스뮈스(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종인 옮김, 연암서가 펴냄) ‘호모 루덴스’, ‘중세의 가을’로 유명한 사상가 요한 하위징아가 광기로 얼룩진 중세의 혼란 속에서 자유와 평화를 지키려 애쓴 고독한 인문주의자 에라스뮈스에 대해 쓴 평전. 하위징아는 에라스뮈스의 대표작 ‘우신 예찬’을 비롯해 그의 정신과 사상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472쪽. 1만 8000원. 불멸의 이론(샤론 버치 맥그레인 지음, 이경식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250년 전 탄생한 통계학 이론 ‘베이즈의 정리’는 사전 경험을 통해 확률을 도출한다는 점 때문에 통계학자들의 비난 속에 묻혔다. 하지만 주관성에 의지한 이론의 결과가 너무나 잘 들어맞으면서 실제 현실에서는 꾸준히 주목받아 왔다. 제2차 세계 대전에서는 독일 암호 체계인 에니그마를 해독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고, 냉전시대에는 핵잠수함을 찾는 데 사용됐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이론이 어떻게 해서 인류 역사상 위대한 논쟁 가운데 하나를 촉발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보여 준다. 640쪽. 2만 8000원. 확신의 힘(웨인 다이어 지음, 김아영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행복한 이기주의자’로 유명한 저자는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에도 여전히 건강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확신의 힘’을 키우는 5단계 기술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미 이루어 놓은 것처럼 확신하면 과거의 나에 얽매이지 않고 내 안의 창조적 에너지를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88쪽. 1만 5000원. 일본군 위안소 관리인의 일기(안병직 번역·해제, 이숲 펴냄) 일제강점기에 미얀마와 싱가포르에서 2년 5개월 동안 일본군 위안소의 관리자로 일했던 조선인의 일기. 경기도 파주에 있는 개인 박물관 운영자가 10여년 전 경주에서 우연히 원본을 발견한 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제공했고,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주도하는 낙성대 경제연구소 팀이 현대어로 번역했다.424쪽. 2만 5000원.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정구현 지음, 청림출판 펴냄) 전 삼성경제연구소장이자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인 저자가 분석하는 한국경제의 위기와 재도약을 위한 제언. 저자는 한국경제가 직면한 위험은 성공 속에 싹트기 시작한 나태함, 이익집단의 고착화, 리더십의 부재, 고비용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정부와 기업이 한국경제의 전면적인 리모델링을 단행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316쪽. 1만 6000원.
  • 뮤지컬 ‘엘리자벳’에 띄우는 관객의 ‘연서’

    뮤지컬 ‘엘리자벳’에 띄우는 관객의 ‘연서’

    공연계가 제아무리 불황이라도 뮤지컬 ‘엘리자벳’만은 예외다. ‘토드’(죽음) 역의 김준수가 출연하는 회차는 예매 5분 만에 전석 매진됐고, 기획사는 시야 제한석까지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또 캐스팅 과정에서 다소 ‘의외’로 여겨졌던 또 다른 토드 역의 박효신도 호연을 펼치면서 김준수 못지않은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초연 이후 멈출 줄 모르는 흥행 역사를 써가는 ‘엘리자벳’의 매력은 단연 무대와 의상, 음악과 스토리 전반에 깔린 ‘화려함’에 있다. 19세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황후의 자리에 올랐지만 끊임없이 자유로운 삶을 갈망했던 엘리자벳의 이야기는 관객 누구나 뮤지컬에서 기대할 만한 드라마틱한 소재다. 여기에 엘리자벳의 화려한 드레스, 리프트와 줄을 타고 아찔하게 등장하는 토드, 오스트리아 왕실을 재현한 듯 오페라홀 무대를 가득 채우는 세트 등은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다. 옥주현의 ‘옥엘리’는 물론, 올해 공연에서 새로 투입된 김소현이 연기하는 엘리자벳은 나무랄 데가 없다. 어린 소녀에서 중년 여성까지 그에 맞는 목소리와 표정 연기로 한 여인의 일대기를 폭넓게 묘사했다. 그러나 화려한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헐거움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1막은 비교적 박진감 넘치게 전개되지만 2막에 가서는 장면별로 이야기를 뭉텅뭉텅 썰어놓은 느낌이다. 2막 중반 이후부터는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져 가는 중년 엘리자벳의 심리 변화가 나열식으로 전개된다. 이야기의 조각들을 끊임없이 맞춰 가면서 보지 않으면 이해하고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죽음마저 사랑에 빠지게 한 황후’가 부제이지만 스토리상에서 더 부각되는 건 토드와 엘리자벳의 치명적 사랑이 아닌 고부간의 갈등이라는 점도 아이러니다. 대사가 거의 없이 노래로 내용을 전달하는 뮤지컬인 만큼 가사 전달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 했다. 박효신은 뮤지컬 무대에 어울리는 중저음 보컬 실력을 뽐냈으나, 명확한 가사 전달이 아쉽다. 고전 무용과 현대적인 스트리트 댄스가 혼합된 앙상블의 춤은 눈이 즐겁지만, 지나친 대목에서는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오는 9월 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1만 5000~14만원. (02)6391-6333.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꺄악~” 2000여 관객 기립박수… 뮤지컬 한류 通했다

    “꺄악~” 2000여 관객 기립박수… 뮤지컬 한류 通했다

    지난 10일 일본 도쿄 시부야에 자리한 오차드 홀. 뮤지컬 ‘삼총사’ 공연 도중 달타냥 역의 준케이(투피엠)가 무대에서 내려와 객석 통로에 섰다. 삼총사가 달타냥에게 총사 자격을 시험한다며 아름다운 여성의 이마에 키스를 하라고 지시한 것. 준케이는 몇 걸음 걸어가더니 현지의 여성 관객 가와모토 리사(17)양 앞에 멈춰 이마에 키스를 했다. ‘꺄악~’ 하는 함성이 대번에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크기의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뮤지컬 ‘삼총사’는 국내 공연기획사 엠뮤지컬컴퍼니가 두 번째로 일본 무대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첫 번째 일본 진출작인 ‘잭 더 리퍼’는 지난해 일본 전체 뮤지컬 흥행 7위를 기록했으며 주연배우인 김법래는 K팝 아이돌 못지않은 스타로 떠올랐다. ‘삼총사’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체코 뮤지컬로 2009년 국내 초연됐다. 이날 일본 공연에서도 2000석이 매진됐다. 공연 시작 후 내내 조용하던 관객들은 준케이가 처음 등장하자 일제히 술렁였다. 이내 신성우, 김법래, 민영기 등 삼총사로 분한 배우들의 개별 무대에 환호했고, 작품 곳곳에 숨어있는 한국적 유머 코드에도 즉각즉각 반응했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에서는 관객들이 일제히 기립해 박수를 쳤고 2, 3층의 관객들은 무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프랑스 소설이 원작인 체코의 뮤지컬을 한국 배우들이 한국어로 연기하고, 이를 다시 일본어 자막으로 봐야 하는 무대. 이런 공연이 일본에서 흥행한다는 사실은 특이하다. ‘삼총사’의 일본 측 기획사인 후지미디어홀딩스 산하 ‘쿠아라스’의 마쓰노 히로후미 국장은 “한국에 성량이 풍부한 배우가 더 많고, 일본 연출자는 원작을 개작하는 데 조심스러운 반면 한국 연출자는 원작을 과감히 바꿔 리메이크에 능하다”고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화려한 춤 솜씨와 가창력에 환호하는 분위기다. 사이타마에서 온 사이토 가즈코(50)는 “준케이를 좋아해 한 번 더 예매했다”면서도 “한국 뮤지컬은 처음 보는데 준케이뿐 아니라 모든 배우들의 노래와 춤이 뛰어나다”고 감탄했다. 아직은 뮤지컬 작품 자체가 아닌 K팝 아이돌 열풍에 의존하는 한계도 있다. 달타냥 역에 캐스팅된 배우 5명 중 엄기준을 제외하고 준케이, 규현(슈퍼주니어), 이창민(투에이엠), 송승현(FT아일랜드) 등 4명이 아이돌 그룹 멤버다. 이날 공연에서도 준케이를 보러 온 K팝 팬들이 상당수였다. 기획사 측은 ‘삼총사’가 K팝 아이돌을 동원한 이벤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마쓰노 국장은 “아이돌 가수는 10대 후반인 주인공의 연령대에 맞으면서, 무대 경험이 많아 다른 뮤지컬 배우들에게 밀리지 않는다”면서 “관객들은 아이돌을 보러 와서 한국 뮤지컬의 팬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이돌 스타를 앞세운 라이선스 뮤지컬뿐 아니라 창작 뮤지컬들도 이미 일본에 진출했다. 도쿄 롯본기에는 1년 내내 한국 뮤지컬을 올리는 ‘아뮤즈 뮤지컬 시어터’가 문을 열기도 했다. 한국 뮤지컬이 새로운 한류 콘텐츠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마쓰노 국장은 “한국 드라마는 일본에 이미 안착했고, K팝 아이돌 그룹도 일본 팬들에게 익숙하다”면서 “한국 뮤지컬계의 좋은 연출가와 작품이 일본에 소개돼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도쿄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대세 아역스타’ 김유정·서신애·진지희 폭풍성장 미모

    ‘대세 아역스타’ 김유정·서신애·진지희 폭풍성장 미모

    성인 연기자 뺨치는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아역 스타 김유정, 서신애, 진지희가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폭풍성장한 미모를 뽐냈다. 김유정, 서신애 소속사 싸이더스HQ는 김유정, 서신애, 진지희가 촬영 차 일본에 가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사진 속 김유정, 서신애, 진지희는 카메라를 향해 활짝 미소를 짓거나 브이 포즈를 그리는 등 깜찍한 포즈를 취했다.   김유정, 서신애, 진지희는 과거와 비교해 부쩍 성장한 모습으로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소속사는 “아역 배우로 데뷔한 이후 친분을 유지해 오고 있는 세 사람이지만 이렇게 다 같이 모인 모습은 브라운관을 통해 흔히 볼 수 없는 것이라 훈훈함을 더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유정은 최근 QTV 리얼리티 프로그램 ‘아임 리얼 김유정 인 LA’의 촬영을 마치고 귀국해 차기작인 MBC 주말드라마 ‘황금무지개’의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서신애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여왕의 교실’ 촬영을 마친 후 현재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 선정에 고심하고 있다. 진지희는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에서 정이(문근영 분)의 아역을 연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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