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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언내언

    월복까지 낀 삼복의 터널을 다 지나고 오늘이 말복. 7월14일의 초복으로부터 한달 만이다. 지금쯤 귀뚜라미는 앞날개쪽 발음기를 갈고 닦고 점검하면서 맑은 소리로 울어옐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리라. ◆중복무렵까지는 그런대로 견딜 만한 더위였다. 흐리고 비오는 날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중복을 넘기고 장마가 걷히면서 시작된 전국적인 불볕더위. 온 국토가 30도를 넘나들었다. 특히 한달 남짓을 두고 30도 넘는 찜통속이 됐던 대구의 경우 마침내 38.5도를 기록하기까지. 거기에 산으로 바다로 가는 열기의 인열이 가세하여 국토는 달아올랐다. 중복∼말복은 참으로 무덥고 긴 여름이었다. ◆『8월의 강이 손뼉친다 8월의 강이 몸부림친다/8월의 강이 고민한다/8월의 강이 침잠한다…』고 노래하는 박두진시인(8월의 강). 우리의 피서풍습과 연관시켜 해석해 보게도 하는 시의 시작이다. 손뼉치고 몸부림치고 고민하고 침잠하는 것이 어찌 「8월의 강」뿐인가. 8월의 산,8월의 바다도 같은 처지가 아닐는지. 이제 산과 바다와 강으로 밀렸던 인파도 썰물. 두어차례 소나기가 지난 다음 아침 저녁의 바람기가 달라졌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여름은 뜨겁고 더운 것이 제 본디의 모습. 섭리의 뜻이다. 여름에는 그래서 땀을 흘려야 한다. 그러는 가운데 땀의 교훈도 터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중세어에서 「여□」이 여름(하)이면서 열매(실)를 뜻하는 동의어였음에도 유의할 필요는 있다. 여름의 강렬한 태양아래서 열매는 영글고 단물을 채워가는 것. 여름은 위대하다. 여름은 장엄하다. 뙤약볕의 산과 들에서 생명의 찬가가 들려오지 아니한가. ◆잔서가 하순께까지 뻗치긴 할 것이다. 그러나 『늦더위 있다 한들 절서야 속일소냐』(농가월령가 칠월령). 매미소리도 차츰 처량함을 더해갈 것이다. 계절은 지금 수확의 가을로 다가가고 있다.
  • 외언내언

    계속되는 폭서속에서 입추를 맞는다. 몸은 한여름을 느끼지만 눈으로나마 느끼게 하는 가을. 절서는 이미 가을을 잉태했다. 이 주일만 지나도 아침 저녁은 산들거리기 시작할 것이다. ◆비가 오거나 찌푸리거나 하던 날씨. 봄부터 내리 그랬다. 그러다가 사정없이 내리쬐는 폭염. 30도 넘는 더위가 며칠째인가. 숨 막힌 가축들이 떼죽음을 했고 어패류도 헐떡이다 죽게 한 염열. 유럽쪽의 40도에는 미치지 못한다 해도 38.5도가 어디 보통 기온인가. 사람의 체온을 넘어섰으니 너나 없이 열병을 앓을 수밖에. 그래서 특히 노령들의 부음도 많이 전해진다. ◆대도시에서는 수돗물이 달린다. 그리고 정전사고도 잦아진다. 갑작스런 전력 과다사용으로 변압기가 터지기 때문이다. 선풍기를 틀고 에어컨을 풀 가동하는 데 따르는 사고. 물놀이를 하다가 빠져 죽는 경우도 적지않고 높아진 불쾌지수에 충동적인 시비도 잦아진다. 하지만 그동안 울상을 짓고 있던 여름 장사들만은 신바람이 났다. 노란 웃음을 짓는 해바라기만큼이나. 온종일 음악회를 여는 매미들만큼이나.◆『임금의 일 꺼리지 않고/더운 날씨에 고생들 하이/수박으로 목마름 풀어 주노니/은혜를 생각하여 정성을 다 하라』. 연산군이 승지 강혼·한순·김준손에게 수박을 내리면서 지은 시. 그는 시 짓기를 즐겼고 또 스스로 잘 짓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이 그 수박의 계절. 여름의 풍미는 수박이라고도 할 만하다. 냉장고 없던 시절에는 우물물에 채웠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 수박도 배추값만큼이나 비싸다고 한다. 비싸더라도 그 돈이 농민의 주머니로 간다면야 좋겠지만 그것도 아닌 듯하여 답답하다. ◆『8월의 더위는 부를 넘치게 한다』. 프랑스의 속담이다. 뒤늦긴 했지만 일조량 모자란 벼에는 좋은 무더위. 이제 모든 작물이 알맹이를 채워가는 때다. 보다 삽상한 가을을 위한 무더위라 생각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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