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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선압승 고이즈미의 日](상)리더십의 원천은

    [총선압승 고이즈미의 日](상)리더십의 원천은

    |도쿄 이춘규특파원|“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자민당이 일본열도를 삼켜버렸다.” 11일 치러진 중의원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일본 언론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1942년 1월8일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 출신. 키 169㎝, 체중 60㎏의 말라깽이 체격. 별명 ‘준짱(짱은 이름·호칭 뒤에 친밀감을 표시하기 위해 붙이는 말).´ 36세부터 4년간의 짧은 결혼생활 끝에 이혼, 이후 독신생활 23년.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은 3대 세습정치가. 존경하는 인물은 히틀러와의 전쟁에서 불굴의 정신을 보여준 처칠 전 영국 총리와 19세기 중반 에도막부 혼란기에 생명을 걸고 사심 없이 인재를 배출했던 교육자 요시다 쇼인이다. 최근 선거전에서는 비정한 혁명가로 일본의 전국시대를 통일한 오다 노부나가를 존경하는 인물로 꼽기도 했다. 무모하다는 평가 속에 중의원을 해산하는 정치적 도박을 성공으로 이끈 고이즈미 총리에게는 ‘생명을 걸거나’ ‘불굴의 정신’ 혹은 ‘비정한’ 승부사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 비정한 승부사 고이즈미 총리가 애용하는 전략은 단순화다. 선거전략이 아주 단순하고, 어법도 논리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단순어법을 즐긴다. 이는 거꾸로 ‘포퓰리즘’을 구사한다는 비판론의 근거로 활용된다. 이번 선거전도 단순화 전략을 구사했고, 이것이 철저히 유권자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우정민영화 찬성, 반대’ 또는 ‘개혁 대 반개혁’의 단순 대치구도로 선거전을 획정했다. 구호도 “개혁을 멈출 수 없다.”였다. 그는 또 당내 계파별 의원보다는 국민과 당원을 직접 상대하는 대중정치 스타일이다. 선거 직전에도 ‘고이즈미 메일 매거진 201호’를 통해 200만명에 가까운 유권자들에게 이메일로 직접 호소했다. 고이즈미는 여기서 자신의 정책을 알리거나 관저생활상, 관저 정원에서 매미 울음소리를 들은 소회 등을 감성적으로 전달해왔다. 파벌정치와 원칙주의, 관료주의적 사고에 익숙한 일본인들에게 신선할 수밖에 없었고, 대중과 함께하는 이같은 정치스타일로 결국 일본정치의 정점에 오른 것이다. 이번에도 치밀하면서 전광석화 같은 대중교류 선거전략이 10년 이상 장기불황의 터널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일본인들을 사로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독재자’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독선적인 정치스타일과 리더십이 한층 강화돼 문자 그대로 ‘대통령형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위의 관측이다. 하지만 12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승부사 고이즈미 총리는 단호하지만 가슴 한 구석이 비어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도 고이즈미 총리는 외롭다. 올 봄 입주한 관저에 가족이라고는 여섯살 위의 독신 누나인 노부코밖에 없다. 양복, 와이셔츠, 넥타이 등 고이즈미 총리의 의상은 노부코가 정한다. 노부코는 30년 이상을 고이즈미 총리의 정책비서로 일하며 때로는 누나로서, 때로는 정책참모로서 정치적 고비 때마다 도움을 줬던 것으로 알려진다. 33년간 분신처럼 고이즈미 총리를 보좌한 비서관 이지마 이사오도 고이즈미를 있게 한 숨은 인물로 꼽힌다. 두 사람은 단순명쾌한 화법,‘선과 악’으로 양분하는 이분법 등이 빼닮았다는 평이다. taein@seoul.co.kr ■ 가까워진 美·日 담 높아진 中·日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일본 자민당의 압승으로 향후 중·일 외교 관계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중국 외교가와 언론들은 12일 자민당을 중심으로 일본 보수파 세력이 결집해 신사참배, 중·일 국경분쟁 등 두 나라 외교 마찰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안보 전문가들은 향후 부시-고이즈미의 미·일 동맹이 강화될 경우 타이완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의 대결구도 고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펑자오쿠이(馮昭奎) 연구원은 이날 “고이즈미 총리가 이번 재집권을 계기로 제5차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할 것이며 이는 중·일의 교착 상태를 더욱 불안한 방향으로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동중국해를 둘러싼 중·일간 영유권 분쟁 문제는 물론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역사교과서 왜곡 등을 놓고 강경 보수파들이 힘을 얻을 것이란 분석도 지배적이다. 중국 신문신보(新聞晨報)는 이날 미·일동맹 강화로 타이완을 둘러싼 중국과의 대결 강화, 아시아태평양에서의 중국위협론 고조 등을 우려하면서 “고이즈미 총리의 승리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게 기쁨을 줄 것이나 주변국들에는 보다 큰 어려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이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11월 15일이나 16일쯤 일본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양국이 의견조정에 착수했다고 교도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부시 정부는 자민당 압승에 따라 후덴마 비행장 문제 등 주일미군 재편 문제와 자위대 이라크 파견 연장 등에 있어 고이즈미 총리의 지도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oilman@seoul.co.kr
  • 영남·동해안 곳곳 산사태·침수

    6일 최고 500㎜가 넘는 폭우를 동반한 태풍 ‘나비’가 제주도와 동해안, 남해안을 강타, 열차가 탈선하고 산사태와 도로침수가 속출하는 등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태풍특보와 함께 형산강 포항 경주 유역엔 호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하천이 범람한 곳곳에선 주민들이 대피했다. 그러나 태풍 ‘매미’ 때와 같은 대형 피해없이 고비를 넘겼다.●임시휴교·단축수업 잇따라 울산에서는 지난 1991년 태풍 ‘글래디스’ 이후 14년 만에 최대인 평균 323㎜의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바닷가인 북구 정자동 지역은 570.5㎜의 기록적인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날 오전 11시16분쯤 울산 율동천을 지나던 70대 노인이 폭우로 불어난 하천에 휩쓸려 실종됐다. 오후 7시쯤 울주군 언양읍 남창리 동해남부선 남창역∼덕하역 사이 부산기점 59.3㎞ 지점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토사가 철로에 유입되면서 온산을 떠나 영주로 가던 화물열차 2량이 탈선했다. 이 사고로 부전∼울산간 열차운행이 중단됐다. 오전 10시20분쯤에는 경북 포항 영일만 앞에 정박해 있던 베트남 선적 화물선(5470t급)이 밧줄이 끊어지면서 1㎞ 떨어진 동해면 발산리 해안까지 밀려가 좌초됐다. 선장과 선원 등 22명은 구조됐다. 부산에서는 초등학교 34개교와 유치원 90곳이 하루 임시 휴교했고 경북 포항에서도 초·중·고 34개교가 휴교하는 등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임시휴교나 단축수업이 잇따랐다.●하천 범람, 주민대피 일부지역의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30m를 넘은 부산에서는 곳곳에서 담장과 간판이 날아가는 등 강풍 피해가 잇따랐다. 오후 1시쯤 올림픽 교차로 앞에 설치돼 있던 높이 10m짜리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 홍보탑이 강풍에 넘어져 인근 차량운행이 통제됐다. 기장군에서는 하천 범람으로 장안읍 일대 농지 수십㏊가 침수되고 좌광천 인근 마을 주민 15가구 40명이 읍사무소 등으로 대피했다. 울산 남구 야음 2동 주민 30가구,60여명도 여천천이 범람, 인근 야음성당에 대피했다.●항공 130여편 결항… 연안여객선 올스톱 이날 오전 7시 출발 예정이던 김포발 여수행 아시아나항공의 결항을 시작으로 국제선·국내선 등 130여편이 결항됐다. 전남지역은 여객선 운항이 전면 중단됐으며 부산과 남해안을 오가는 연안 여객선의 운항도 이틀째 전면 통제됐다. 포항∼울릉도 정기 여객선은 3일째 운항이 중단돼 포항과 울릉도 주민과 관광객 등 200여명의 발이 묶였다. 부산항에는 500t급 미만 중·소형 화물선 700여척이 대피했고 어선을 비롯한 2000여척의 소형선박은 인근 항·포구로 긴급 피항했다. 기상청은 “태풍 ‘나비’는 7일 오전 중 빠른 속도로 일본열도 서쪽 해상을 통해 빠져나가 전국이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예보했다.유지혜 강원식기자 wisepen@seoul.co.kr
  • [사설] 뉴올리언스 재난과 태풍 ‘나비’

    북상 중인 제14호 태풍 ‘나비’가 오는 6∼7일쯤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줘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리고 강한 바람이 불 것이라고 기상청이 어제 예보했다. 예보에 따르면 ‘나비’는 최대풍속이 초속 46m, 영향 범위가 반경 550㎞를 넘는 초대형 태풍이다. 따라서 그 위력은 2002년의 태풍 ‘루사’보다 강하고 2003년의 ‘매미’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루사’와 ‘매미’의 강습 때 백수십명의 인명피해가 생기고 재산피해가 4조∼5조원대에 이른 것을 감안하면 ‘나비’가 우리땅을 비껴 지나가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아울러 이번만큼은 태풍에 대한 대비를 완벽하게 해 피해를 최소로 줄이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태풍이 오기까지는 아직 사나흘 남았으므로 정부와 각 지자체는 휴무일과는 상관없이 비상대책을 세우고 현장을 점검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 결과 보수해야 할 시설물에 대해서는 군병력을 포함한 가동인력을 총동원해서라도 서둘러 보완하는 등 긴급조처를 취해야 한다. 각 가정에서도 강한 바람과 호우에 취약한 점은 없는지를 점검하고 대비해야 하겠다. 지금 미국은 뉴올리언스시의 80%가 물에 잠기고 사상자가 수백, 수천명을 헤아리는 재난을 겪고 있다. 시장 스스로가 ‘도시 포기’를 언급할 정도로 최악인 국가 재난에 대해 그 원인이 인재(人災)에 있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가는 실정이다. 자연현상을 피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그 피해를 줄이는 일은 역시 인간의 몫이다. 우리도 태풍 ‘나비’가 지나간 뒤 ‘천재(天災)보다는 인재’라는 한탄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 대형 태풍 ‘나비’ 온다

    대형 태풍 ‘나비’가 오는 6∼7일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보여 큰 피해가 우려된다. 올해 우리나라를 찾는 첫 태풍인 ‘나비’는 2002년 사망 124명에 5조 5000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던 ‘루사’보다도 강하다. 기상청은 2일 “지난달 29일 미국령 괌 북서쪽에서 발생한 제14호 태풍 ‘나비’가 오늘 밤 9시 현재 시속 17㎞ 속도로 일본 오키나와 동남동쪽 해상 방향으로 북상하고 있다.”면서 “6∼7일쯤 우리나라가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 전국에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주도 남쪽 먼바다와 남해동부 먼바다는 4일 오후부터 물결이 높게 일 전망이다. 태풍 ‘나비’의 강도는 ‘매우 강’으로 전체 분류등급(약-중-강-매우 강)중 가장 세다. 2일 밤 9시 현재 중심기압 925헥토파스칼(hPa)로 풍속이 최고 초당 49m에 이른다. 크기는 ‘대형’으로 소형-중형-대형-초대형인 분류 등급 중 두번째 규모다. 영향 범위는 반경 650㎞ 이상으로 2002년 8월 한반도를 강타했던 ‘루사’보다 강하고,2003년 9월 113명 사망에 4조 7810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던 ‘매미’와 비슷하다. 조덕현 유지혜기자 hyoun@seoul.co.kr
  • 엔듀로타고 산길질주

    엔듀로타고 산길질주

    엔듀로라는 오토바이는 일반적인 오토바이에 쇼바와 타이어 등을 바꿔 넣은 것으로 4륜오토바이인 ATV와는 속도감이나 스릴을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다. 인터넷 2&4오프로드(www.2and4.co.kr)동우회 회원들과 함께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일대의 산으로 라이딩에 나섰다. ●폼은 끝내줘요 경기도 장흥의 휴게소에서 만난 그들은 멋졌다. 오토바이는 물론, 유니폼과 부츠, 고글에 헬멧까지 그야말로 폼났다.“전부 선수들인가요?”라고 묻자 총무인 한주현(34·매직모터숍 운영)씨는 “그런 건 아닌데요. 워낙 험로를 주행하다 보니 이 정도 장비는 필수예요.”라며 “어차피 차로는 갈 수 없으니 저쪽에 있는 오토바이 뒤에 타시죠.”라고 자리를 내줬다. 엔듀로 10대가 ‘부릉 부∼왕’하며 시끄러운 엔진소리를 낸다. 모두가 무슨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처럼 멋진 모습으로 라이딩을 하는데 나만 카메라 가방 하나 둘러매고 매미처럼 김종구(30·회사원)씨 뒤에 매달렸다. 일렬로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선두의 수신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차로를 바꾸고 간격을 유지하고 달린다. 지나가는 차들이 신기한 듯 차 창문을 내리고 쳐다본다. 어째 쑥스럽다. 남의 뒤에 매달려가는 내 꼴이…. ●꽉 잡아요 오토바이 뒤에 타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여인이 남자의 허리를 꽉 잡고 달리는 모습을 영화에서 자주 보았다. 내가 종구씨 허리를 꼭 잡기가 왠지 찜찜하다. 그래서 약간의 간격을 두고 잡았다.‘부아아아 앙∼’굉음을 내며 2차선 포장도로를 따라 30분을 달렸다.“꽉 잡으세요. 올라갑니다.” 오토바이들이 좌회전을 하더니 산길을 타기 시작한다. 울퉁불퉁 오토바이가 이리저리 요동친다. 뒤에 앉은 내가 중심을 잃어 오토바이가 넘어진다. 오토바이는 ‘웽∼’ 헛바퀴가 돌고 나는 옆으로 넘어졌다. 오토바이를 세운 종구씨는 “원래는 오프로드에서는 사람들을 태우지 않습니다. 운전자와 뒤에 앉은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균형을 잡지 않으면 바로 넘어지거든요. 허리를 꽉 잡고 다리까지 제 허리를 감싼다는 생각으로 몸을 밀착시켜야 합니다.”라고 했다. 다시 오토바이에 올랐다. 약간은 찜찜하지만 안전을 위해서라는데 그의 허리를 꽉 잡고 몸을 바짝 붙일 수밖에. 일행은 이미 다들 지나가고 아무도 없다. ●천천히 가세요 입구를 지나자 폭이 1m도 안 되는 산길을 달린다. 어깨 너머로 속도계를 보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시속 60㎞가 넘는다. 흙먼지가 사정없이 날리고 바닥의 돌이 사방으로 튄다.‘왕∼앙’‘끼∼익’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밟으며 좁은 산길을 미친 듯이 달린다. 나무가 얼굴을 때린다. 흙먼지에 앞도 잘 보이지 않는데 종구씨는 속도에 원한 맺힌 사람처럼 달려댄다. ‘붕’하고 굴곡이 있는 곳을 달리자 몸이 살짝 공중에 떠 정말 떨어질 뻔했다. 사나이 체면이고 뭐고 나는 “좀 천천히…!”라고 외마디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묵묵부답. 이젠 나도 요령이 생겼다. 턱을 종구씨의 어깨에 올리고 전방을 주시하며 그와 같이 운전을 한다고 생각하며 몸을 움직여 봤다. 이제 그와 나는 한몸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산길을 내달린다.‘슝∼끽’‘왕∼앙’ 정말 이러다 오토바이가 부서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웬만한 레포츠는 맛을 봤지만 이 엔듀로의 속도감과 스릴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보다 짜릿하다. 자동차로 시속 200㎞이상 달리는 것보다 빠르게 느껴졌다. 달리는 것이 무섭다고 느껴지기는 처음이다.“어차피 늦은 거 천천히 갑시다.”라고 큰소리로 외치자 종구씨는 “괜찮아요. 꽉 잡고 계세요.”라며 뿌연 흙먼지를 뚫고 내달린다. ●엔듀로는 자신과의 싸움 한 시간쯤 달렸을까.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토바이에서 내리려 하는데 너무 힘을 줘서인지 다리가 후들거린다.“아니 도대체 왜 그렇게들 미친 것처럼 달립니까.”라고 묻자 종구씨로부터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저도 물론 달리면서 두려울 때가 있지요. 그것이야말로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오토바이에 오르면 다른 생각은 정말 100분의1초도 할 수 없습니다.‘나는 할 수 없다.’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는 것이 바로 우리 엔듀로 모험의 요체입니다.” 엔듀로(Enduro)는 ‘참다’ ‘인내하다’라는 뜻. 오토바이에서 가장 중요한 게 험로를 달릴 수 있는 내구성이라면, 라이더에게는 오토바이를 제어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강창석(38·금호타이어대리점)씨는 “여럿이 같이 라이딩을 하지만 서로 도움의 손길을 쉽게 내밀지 않는 것은 한 번 도와주면 계속 도움을 청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엔듀로의 정신이라는 얘기다.2&4오프로드 단장 서승영(37)씨는 “힘들고 위험하지만 뿌옇게 올라오는 흙먼지와 친구하며 엔듀로를 타고 산을 오르면 심장이 쿵쿵 뛰고 엔도르핀이 마구 솟아 오른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그렇다. 정말 엔듀로는 매력있다. 사나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빠져 볼 만한 그런 레포츠다.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다. 올 가을부터는 나도 ‘엔듀로 맨’이다. ■ ‘초보부터 선수까지’ 이렇게 배워라 오토바이를 타본 사람도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2∼3번 교육받으면 비포장도로를 달릴 수 있다. 산을 오르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자신의 능력에 맞게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선 선배들의 조언과 철저한 연습이 필수. 보통 1년 정도 타면 어떤 길이든 능숙하게 주행할 수 있다. 주로 동우회 정모 때 배우는 것이 좋다.2&4오프로드 동우회(www.2and4.co.kr)는 초보자들을 위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회원들 간의 교류가 많다. 대한모터사이클연맹(KMF)에서 공식적으로 주관하는 오프로드스쿨은 없다. 다만 대한모터사이클연맹에 소속되어 있는 팀에서 자체적인 교육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인들이 선수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방법으로는 우선 대한모터사이클연맹(KMF)에 소속된 팀에 가입한 후 연맹에 선수등록에 필요한 준비서류를 구비하여 제출하면 정식으로 선수활동을 할 수 있다. 라이선스 취득 시 준비서류는 증명사진 2장, 주민등록등본 1통, 면허증 사본 1통, 선수등록신청서 1부이다. 비용은 국제등급 3만원, 국내A등급 2만원, 국내B등급 1만원 등이다. 엔듀로 경기대회는 보통 1년에 3∼4회 정도 개최되며 경기 참여 인원은 60∼100명 정도이며 현재 전국적으로 18개팀 정도가 활동 중이다. 문의 (02)591-0088. ■안전장비 꼭 준비하세요 비포장도로는 부상위험이 생각보다 적다. 넘어져도 흙이나 나무들이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다만 바위에 부딪히거나 바이크에 깔릴 때를 대비해 머리를 보호하는 헬멧뿐 아니라 가슴 팔 다리 등도 전용 보호대를 착용한다. 손에 나는 땀 흡수나 나무로 인한 부상을 막기 위한 장갑도 필수품. 헬멧은 10만∼20만원선, 부츠는 30만원대. 레이싱 슈트는 무척 비싸다. 상의만 100만원이 넘는 제품도 많다. 상·하의 합쳐 60만원대면 무난하다. 또 중요한 것은 사고에 대비한 프로텍터. 정강이나 허리보호대는 3만원 선. 선수용으로 상체를 모두 보호해주는 제품은 70만원대. ●오토바이는 국산 125㏄ 엔듀로가 90년대 말에 생산이 중단되면서 일제 야마하 등의 제품을 사용한다. 보통 일제는 700만∼800만원 대이므로 입문하는 사람들은 국산 중고 오토바이를 사는 것이 좋다. 보통 100만원 전후면 입문용으로 ‘딱’이다. 오토바이 구입 전 엔듀로 동호회에 가입해 선배들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 좋다.
  • [녹색공간]어머니, 나 그리고 딸/이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시골 개울에 콘크리트가 덮이고 미꾸라지가 사라져가는 오늘의 모습이 애처롭다. 그런 마음을 표현하는 내 글에 교육학을 전공한 딸애로 하여금 소감을 적어보게 한 적이 있다. 기껏해야 일년에 한두 번 나를 따라 시골 본가에 가본 적이 있는 딸이 제법 시골 풍경에 대한 공감을 늘어놓았다. “언젠가 내가 발을 빠뜨렸던 시골집 앞의 내에서 할머니는 대바구니로 미꾸라지를 잡으셨다. 할머니 다리에는 거머리가 붙곤 했는데 징그럽기도 하고 거머리쯤이야 하시는 대범한 할머니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다. 미꾸라지를 충분히 잡고 나면 바구니에 미꾸라지를 넣고 소금을 넣고 호박잎으로 박박 문지르셨다. 꽤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끓인 추어탕을 먹으면서 나는 미꾸라지가 참 안되었다고 생각했다.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을 제공하고도 도랑물을 흐린다고 욕까지 먹으니. 잘 차려진 식탁에서 고스란히 준비되어 나오는 음식들을 먹을 수 있는 것도 복이라면 복이고, 모든 음식에 추억을 담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미꾸라지에 대한 동정이나 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미꾸라지가 없는 도랑 때문에 할머니께서 끓여주시는 추어탕을 맛볼 수 없는 것은 섭섭하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섭섭하다. 내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기껏 ‘추어탕을 맛볼 수 없는 것은 섭섭하다.’로 끝낼 수밖에 없는 딸애의 마음이 내게는 부족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섭섭한 마음은 내게서 비롯된 것이다. 내 다른 글에 달아준 대글에서 그럴 수밖에 없는 딸애의 정황을 읽을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아빠의 고향 시골은 서울과 멀어서 가기 힘들고,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고, 텔레비전은 잘 나오지 않고, 그래서 심심하고, 화장실 가기 매우 귀찮은 그런 곳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아빠의 글에서 나는 부대자루로 썰매 타던 잔디 언덕과 낡은 수레 끌고 사촌들과 내달리던 비탈길과 그곳에 있던 나의 어린 시절들이 기억났다. 여름에 아빠는 소꼬리 털을 대나무 끝에 묶어 만든 고리로 매미를 잡아주시기도 했고, 겨울에는 벼가 잘려나간 넓은 논에서 얼음 땡을 치며 뛰어놀기도 했다. 논 사이 도랑에서 할머니는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해주셨던 기억도 난다. 개구리가 폴짝 뛰는 바람에 깜짝 놀란 나는 도랑에 다리 한 쪽이 빠진 적도 있다. 언제부턴가 냇물이 마르기 시작했다. 바짝 마른 내를 본 다음에는 애써 그 곳까지 나가지 않는다. 이번 겨울엔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아빠와 달리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10번을 훨씬 넘게 이사를 했다. 대체로 기억나지 않는 편이고 몇몇 장면이 기억난다 해도 어디가 어디였는지 잘 모른다.‘고향’은 그저 ‘태어난 곳’이 되어서 ‘부산’이라고 했다가 태어나자마자 갓 올라온 ‘서울’이라고 했다가 마음대로 바꾸며 별로 개의치 않아 하기도 한다. 많은 소설가와 시인의 작품에서 제목이 되는 ‘고향’. 고향은 대체로 마음을 의지할 만한 곳을 상징한다. 나뿐 아니라 많은 요즘 애들은 고향이 없거나 애매할 것이다. 그러나 옛날 사람이라 해도 도시도 아닌, 완전한 시골도 아닌 상태로 변해버린 고향이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던 고향과 틈을 벌려갈수록 옛 소설과 시에 나타났던 정서 역시 사라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인간이 기술의 발전으로 정복 영역을 넓혀갈수록 차지하는 정서의 영역은 축소된다니 참 안된 일이기는 하다.” 내 어머니는 아들과 손녀 사이에 놓인 거리를 읽으실 기회조차 없고, 딸애는 아빠가 섭섭하다는 표현에 섭섭한지도 모른다. 설혹 들었다 해도 까닭을 이해하기에는 삶의 거리가 있다. 이런 거리를 줄여놓자면 어찌해야 할까? 이 사회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숙제의 한 모습이다. 오늘 녹색도랑을 허물고 회색 콘크리트를 깔려고 하는 이 누구인가? 그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가? 그와 나 사이에 놓인 거리는 얼마인가? 지속가능한 사회는 그 거리를 줄이는 일을 차분히 찾아갈 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 터인데 앞에 놓인 길이 멀기만 하다. 이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30년 풍상 견뎌온 판자촌 ‘마산꽃동네’ 사라진다

    경남 마산에서 가장 작은 판자촌인 일명 ‘마산꽃동네’가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마산시는 국유지인 신포동 신포매립지 마산문회관 옆 꽃동네에 대한 주민 이주와 보상이 대부분 완료됨에 따라 다음 주부터 본격 철거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1975년부터 무허가 건물이 한두곳 들어서기 시작해 얼마 전까지 28가구,57명이 실았던 이곳은 낡고 허름한 판자로 비바람을 막으며 30년 넘게 풍상을 이겨온 동네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로 침수돼 판자로 지은 집 대부분이 부서지는 등 큰 피해를 보면서 지난해부터 임대아파트로 집단이주를 시작해 현재 2명이 남았다. 마산시는 꽃동네 철거가 완료되면 이곳에다 마산음악관으로 이어지는 폭 10m, 길이 230m 도로를 개설할 계획이다. 마산시 관계자는 “30년 넘게 바닷가 주변에 무허가 건물을 짓고 살아 도시미관을 해치고 태풍피해 등으로 인한 재해를 당할 수 있는 만큼 철거하고 도로로 개설하게 됐다.”고 말했다.마산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중고차 살때 ‘사고이력’ 클릭 하세요

    최근 중고자동차 매매를 둘러싼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분쟁을 막기 위해 차량의 사고이력을 미리 조회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16일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지난 6,7월의 중고차 매매분쟁 건수는 각각 37건,40건으로 1년 전쯤의 월평균(2004년 9월∼2005년 5월) 27.5건보다 10건 이상 늘었다. 분쟁은 주로 차를 파는 사람(중고차 매매업체 포함)이 사는 사람에게 차량의 사고이력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거나 허위로 전달해 많이 발생했다. 이럴 때 보험개발원의 ‘중고차 사고이력정보 서비스(www.carhistory.or.kr)’를 이용하자. 보험개발원 홈페이지를 통해 접속하면 해당 차량의 과거 수리내역, 차량번호 변경횟수, 소유주 변경내역, 영업용 등록여부 등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안내에 따라 차량번호와 주민등록번호 등만 입력하면 24시간 조회가 가능하다. 이 서비스는 1996년 이후 손해보험사가 차량사고로 보험수리 보상을 해 준 1700만건의 상세한 이력 정보를 담았다. 따라서 웬만한 중고차는 출시일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 나에게 이르렀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서비스 이용료는 건당 5000원,5건 조회에 1만원이다.2003년 9월(태풍 매미)의 침수사고로 보험사가 전액손실로 처리한 기록과 간단한 이력은 무료 조회가 가능하다. 그러나 서비스만 믿고 차량을 덜컥 구입해선 안 된다. 서비스는 보험사의 보상처리 내용을 근거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차주가 자신의 돈을 들여 사고경비를 처리했거나, 보험에 들지 않은 차량의 사고 유무는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택시·화물·버스 등 운수공제를 통한 보상처리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보험개발원이 최근 중고차 쇼핑몰의 매물차량 4만 3010대를 표본 조사한 결과,62.4%가 한 차례 이상 사고가 난 차량으로 집계됐다. 홈페이지에 서비스 이용 후기를 올린 정모씨는 “중고차가 어떻게 나에게 넘어왔는지 자세하게 설명돼 있어 5000원이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문화마당] 가을의 소리/김용택 시인·교사

    문을 열어 놓고 자는 여름이면 더위 때문에 종종 새벽에 잠을 깬다. 차 소리들이 하도 시끄러워 지금이 몇 시인데 저렇게 차들이 돌아다니고 있는지 궁금하여 시계를 보면 3시일 때도 있고 4시일 때도 있다. 전주에 온 지 7,8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새벽에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이 세상의 모든 생물들은 밤이 되면 자야 한다고 나는 알고 있다. 나무들도 꽃들도 사람도 닭도 소도 그리고 강물 속에 사는 물고기도 잠을 자는 걸로 나는 알고 있다.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횃불을 가지고 강물에 나가 강물 속을 훤히 비추어 보면 커다란 고기들이 얕은 물가에 나와 조는 것을 많이 보았다. 눈을 뜬 채 죽는 물고기마저도 그렇게 잠을 자는 마당에 하물며 사람들이 그렇게 잠을 안 자고 멀쩡하게 새벽까지 돌아다니는데 어찌 내가 놀라지 않겠는가. 도시의 밤을 돌아다니며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멀쩡하게 살아 있는 나무에 감아 놓은 작은 알전구들이다. 밤이 되어도 환한 불빛과 자동차 소음 때문에 편히 쉬지 못하는 나무들에게 밤새워 알전구 불을 켜 놓으니, 나무들이 어떻게 한 순간인들 편하게 잘 시간이 있겠는가 말이다. 그렇게 불을 켜 놓은 것도 모자라 어떤 집은 그 알전구 불을 저녁 내내 깜박거리게 한다. 나무에 감아 놓은 전구들이 깜박거리는 것을 보면 나는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어느 여름날 밤 서울 강남 터미널 앞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서 있었다. 어?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린가!밤인데 매미가 울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매미가 밤에 울다니, 이건 제 정신이 아니었다. 밤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 매미들은 악을 쓰며 울고 있었다. 차 소리를 이기려는 듯한 그들의 악쓰는 소리는 바로 악쓰며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우리들에게 한 번 물어 보자. 우리들이 사는 것이 지금 제 정신으로 사는가? 아무튼, 너무 더워 잠이 깨어 가만히 누워 있으면 새벽을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 어쩔 때는 오토바이가 어찌나 큰 소리로 속도를 내며 달리는지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을 들여다볼 때도 있다. 새벽이어서 차들이 과속들을 하는지, 몇 분을 주기로 ‘끼이익’ 하는 소리가 들린다.‘끼이익’ 하는 소리만 들릴 때도 있고,‘끼이익’ 하는 소리와 동시에 ‘퍽’ 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그러면 반듯이 또 ‘비요비요’ 하는 소리가 뒤따른다. 오늘 새벽에도 나는 잠이 깨었다. 오늘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차들이 달리고,‘끼이익’하는 소리가 더러 들리고 ‘퍽’ 하는 소리에 뒤 이어 ‘비요비요’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너무나 큰 ‘퍽’소리와 요란한 ‘비요비요’ 소리를 귀 기울여 듣다가 나는 그 요란한 소리 속에서 아주 색다른 소리를 들었다. 나는 눈을 뚝 떴다. 풀벌레 울음 소리였다. 어쩐지 어제 저녁 갑자기 바람의 느낌이 달라졌나 싶었는데, 풀벌레 울음소리가 그 선선해진 바람결을 따라 온 모양이다.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풀벌레 울음소리를 찾아 들으며 누워 있는데 이번에는 다시 또 다른 소리가 들린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오! 아파트 바로 앞 텃밭에서 호미로 땅을 긁고 파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시골에 살 때 어머님께서 새벽 강을 건너가 밭을 맬 때 땅을 파면 호미 끝에 걸려 뒹구는 자갈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까지. 나는 얼른 일어나 베란다에 서서 아직은 어둑한 밭을 손보고 있는 할머니들의 정겨운 모습을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흙에서 들리는 생명의 소리들이 도시의 소음을 뚫고 내 귀를 씻고 있다.
  • 영화속 휴양지 Best10

    영화·드라마 촬영지는 뭔가 특별함이 있다. 화면속에서 보았던 세트장은 여행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세트장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주변에 펼쳐진 풍광이 아름답다. 전국에서 가볼 만한 영화·드라마 촬영지 10곳을 소개한다. (1) 국내 최초 드라마 기념관…올인의 제주 섭지코지 넓고 푸른 바다에 웅장한 성산 일출봉이 한눈에 보이는 제주 섭지코지의 올인하우스는 국내 최초의 드라마 기념관이다. 이병헌·송혜교 주연으로 지난 2003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올인 세트장이 당시 태풍 매미로 철거되자 지난 6월 사업비 30여억원을 투입해 복원했다. 지하 2층, 지상 1층의 연건평 270평 규모의 올인하우스는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성당과 야외공원은 물론 촬영당시의 소품, 카지노를 재현해 관광객들이 직접 드라마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또 ‘수연(이병헌) 이야기’,‘인하(송혜교) 이야기’ 등 주인공과 관련된 전시장도 있다. 주변에 있는 신양해수욕장은 적당한 수심과 수온, 바람, 안전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다. 남제주군 관광진흥과(064-730-1720). (2) 예배당과 김민준 나무… 폭풍속으로의 아름다운 울진 앞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절벽에 정성스럽게 지어진 현준(김석훈)과 현태(김민준)의 집. 돛대에 샌드백을 걸어놓고, 그 옆에 있는 한 그루의 나무는 벌써부터 김민준 나무라 불리고 있다. 멀리 보이는 빨간색 지붕이 매력적인 그림 같은 예배당도 세트장이다 죽변항 주변에는 덕천리 백사장, 봉평해수욕장 등 동해의 푸른 물과 깨끗한 모래는 해수욕장으로 즐기기에 좋은 곳들이 많다. 주변 명소로는 덕구온천, 유황온천, 성류굴, 민물고기 전시관 등이 있다. 울진군 문화관광과(054-782-1501). (3) 끝없는 백사장… 파이란의 강원 고성군 화진포해수욕장 화진포 해수욕장은 영화에서 파이란(장백지 역)이 백사장에서 자전거를 끌고 서 있었던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화진포해수욕장은 주변에 울창한 소나무숲, 맑은 호수, 기암괴석 등이 잘 어우러져 있어서 자연풍광이 수려하다. 화진포에 매료된 남북의 최고 권력자들은 앞다투어 전용 별장을 세우기도 했다. 김일성 별장과 이승만, 이기붕 별장 등이 각기 들어서 있다. 주변에는 백도해수욕장, 삼포해수욕장, 송지호해수욕장, 건봉사, 세계잼버리수련장, 고성왕곡마을, 울산바위, 통일전망대, 간성향교, 청간정, 청학정, 화암사 등이 있다. 고성군 문화관광과 (033-680-3352). (4) 竹 펼쳐졌네… 청풍명월의 전남 담양 대나무골 테마공원 인조반정을 소재로 한 무협영화의 무대인 전남 담양군 금성면 봉서리 대나무골 테마공원(061-383-9291·www.bamboopark.co.kr)은 청정호수 담양호를 중심으로 고지산 골짜기에 부채살처럼 펼쳐진 분지에 자리잡았다. 때문에 청량한 대숲 바람속에서 시원한 죽림욕을 즐길 수 있다. 영화 포스터의 배경으로 등장할 정도로 경관이 아름답다. 드라마 ‘다모’와 영화 ‘흑수선’, 전설의 고향 ‘죽귀’를 비롯해 수많은 CF이 촬영된 곳으로 유명하다. 주변 관광지로는 금성산성과 추월산, 담양호, 소쇄원, 가사문학관 등이 있다. 담양군청 문화레저관광과 (061-380-3150). (5) 나 다시갈래…박하사탕의 충북 제천 진소마을 ‘나, 다시 돌아갈래!’ 영화 첫 장면에서 영호(설경구)가 양팔을 벌리며 철교위에서 절규하며 기적의 기차소리에 묻힌 그 장소. 충북 제천시 백운면 애련리 진소마을은 고즈넉한 산자락 등 자연상태 그대로 남아 있는 곳으로 여름철 피서지로도 좋은 곳이다. 특히 영호가 20년전 첫사랑과 함께 소풍갔던 충북의 동강인 제천천(영화속 진소천)은 여름 무더위를 날리기 충분하다. 주변에는 월악산과 청풍문화재 단지, 배론성지, 청풍호반 수경분수와 번지점프장 등이 있다. 제천시 문화관광과(043-640-5681). (6) 바다세트의 제왕…해신의 전남 완도군 위대한 해상제국을 꿈꿔왔던 장보고의 파란만장한 인생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해신’은 완도군 볼목리 세트장(신라방)과 소세포세트장(청해포구) 등 두곳에서 주로 촬영됐다. 볼목리 세트장은 중국거리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으로 붉게 칠한 외벽과 건물, 도로 등이 벽돌로 만들어져 마치 중국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소세트세트장(청해포구)은 1만 6000여평의 부지에는 부두와 선박, 저잣거리, 군영 막사, 망루 등 42동의 건물이 완공되어 있다. 앞 바다 풍경은 120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마치 장보고의 시대로 돌아와 있는 듯하다. 바다 멀리에는 보길도 등 섬이 있어 풍광이 아름답다. 주변에는 장도 청해진 유적지와 난대수목원, 예송리해수욕장, 금일해수욕장, 중리해수욕장 등이 있다. 완도군 문화관광과(061-550-5224). (7) 끝없는 갈대밭 사이…JSA의 충남 서천군 신성리 영화의 첫머리에 남한 이수혁 병장(이병헌)이 비무장지대를 수색하던 중 한치 앞도 안보이는 우거진 갈대밭에서 오줌을 누려고 대열을 이탈했다가 지뢰를 밟고, 이를 북한 오경필 중사(송강호)가 구해주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 바로 충남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갈대밭이다.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금강 하구둑에서 29번 국도를 타고 부여 방면으로 14㎞가량 달리다 보면 만날 수 있다. 금강하구둑 주변에는 놀이시설인 리버사이드 파크랜드와 자동차 야외극장 등 즐길거리와 마량리 동백나무숲, 비인관광농원, 춘장대해수욕장이 있다. 서천군 문화관광과(041-950-4224). (8) 슬프도록 아름다운…엽기적인 그녀의 강원 정선 백운농장 ‘엽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이 영화에서 견우(차태현)와 그녀(전지현)가 헤어지면서 큰 나무아래에 타임캡슐을 묻는 장면을 촬영했던 곳은 강원도 정선군 함백면 세비재의 백운농장. 고랭지 채소밭 사이로 서 있는 ‘엽기 소나무’는 젊은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파란 하늘과 맞닿는 고랭지채소밭 풍경을 찬찬히 살펴 본다면 그 목가적인 아름다움에 눈을 지그시 감게 된다. 주변에는 화암동굴과 몰운대, 용마소, 화암약수, 소금강, 광대곡의 12용추폭포, 정암사, 가리왕산, 아우라지, 민둥산 등이 있다. 정선군 문화관광과(033-560-2365). (9) 조용한 산사…달마야 놀자의 경남 김해 은하사 스님과 조폭(조직폭력배)의 유쾌한 소동을 담은 이 영화가 촬영된 무대는 경남 김해시 삼방동 은하사(055-337-0101·www.eunhasa.net)다. 신어산 기슭에 위치한 이 곳의 높은 계단을 올라 가면 영화속 조폭 재규(박신양)와 청명 스님(정진영)이 기와 많이 깨기·깨진 물독 채우기 등 서로 기싸움을 벌이던 대웅전 등을 만날 수 있다. 가락국 수로왕때 장유화상이 중건한 이 절은 가야불교의 성지로 도유형문화재 238호로 지정된 사찰이다. 주변 명소로 신어산 산림욕장, 동림사, 가야랜드, 장척계곡 등이 있다. 김해시 문화체육과 (055-330-3251). (10) 웅장한에 압도되다…태조왕건의 경북 문경새재문경새재의 제 1관문인 주흘관을 지나면 나타나는 ‘태조 왕건’ 드라마 촬영지는 2만평에 왕궁 2동과 기와집 41동, 초가집 40동을 지어 그 규모가 마치 민속촌을 방불케 한다. 고증을 통해 고려왕궁과 백제왕궁, 고려의 서민가옥과 양반가옥 등 후삼국 시대와 고려시대의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아이들과 배우는 여행을 하고 싶은 가족에게 인기가 특히 많다. 문경새재관리사무소(054-571-0709). 인근에 문경온천과 문경도자기전시관, 석탄박물관 등도 둘러보면 좋다. 문경시 문화관광과 (054-550-6393).
  •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삶속의 차 (1)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삶속의 차 (1)

    필자와 차(茶)의 인연은 벌써 35년 가까워 진다. 참으로 비릿하고도 아련한 생의 출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초의스님과 차는 마치 벼락치듯 나에게 다가왔다. 아마도 먼 생의 출구에서부터 윤회의 물결과 인연의 흔적들이 내 생(生) 내면에 깊이 잠재했었던 것 같다. 갓 출가를 한 필자는 선방수좌들이 공부하는 남해 용문사에서 공부를 했다. 초 겨울 추위가 절의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원주스님을 감기에 들게 했다. 당시 남해는 남해대교가 없던 시골이어서 약을 구할 수가 없었다. 마땅한 약이 없어 고민을 하는 나에게 한 보살이 넌지시 ‘민간담방약’을 일러줬다.“지난 겨울 안거때 보니까 스님들이 감기에 걸렸을 때 후원 찬장에 있는 무슨 풀을 달여 마시고 몸이 낫는 것을 봤습니다.” ●처음 대한 이상한 풀잎의 약효 나는 급히 찬장을 뒤졌다. 보살의 말처럼 찬장 깊숙한 곳에 대나무가 그려진 푸른 통에 푸르스름하게 말린 아주 작은 풀잎들이 반통 넘게 들어 있는 것 아닌가. 질그릇 약탕기를 꺼내고 숯불을 지펴 그 풀잎을 전부 쏟아붓고 부채로 부쳐 달이기 시작했다. 한 시간 가량 푹 삶은 그 풀잎국물은 농익다 못해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녹색이었다. 냄새를 맡아 보니 쓴 냄새가 코를 독하게 찌르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소중한 약은 약인 모양이다. 이렇게 독하게 쓴 냄새가 나는 걸 보니. 내가 제대로 골라 달인 게 분명하구나.’라고 생각하며 기뻐했다. 정성스럽게 체에 걸러보니 사발로 반쯤됐다. 나는 좋은 감기몸살약이라며 원주스님에게 드렸다. 단숨에 약사발을 마신 원주스님은 얼굴을 찡그리며 ‘도대체 무슨 약이기에 이렇게 소태보다 쓴가.’라고 물었다. 나는 지금까지 일을 자초지종 말했다. 내 말을 들은 원주스님은 갑자기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여보게 행자 그 차가 얼마나 귀한 차인 줄 아는가. 큰 스님 공부하시는데 가끔식 드리려고 소중하게 보관해온 것인데. 그걸 전부 다 달이면 어쩌란 말인가. 자네는 차도 모르나.” 도대체 매미 날개 같기도 하고, 감나무잎을 말려놓은 것 같기도 했던 ‘이상한 풀잎’들이 차인지 그 무엇인지 알기나 했겠는가.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쓸 만한 차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웠던 시절 한약으로 고았으니 얼마나 쓰고 어이가 없었겠는가. 그러나 그것이 나의 차 생활의 첫 경험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뉘라서 차 한잔의 깊은 맛을 헤아릴 수 있으랴. 잡것이 한번 스치면 차의 오롯한 진성(眞性)을 잃나니….”하며 한국의 다성 초의스님이 ‘동다송´에서 노래한 이시가 내 삶의 절대적인 중심으로 될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차는 이렇게 마치 천둥번개처럼 삶을 통째로 관통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차는 곧 우리의 정신문화 대변 우리의 삶속에 차(tea)는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내재적 가치이며 문화이며 시간이기도 하다. 차는 약용, 음식, 기호음료, 수행의 매체로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의 일상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왜 차를 마셔야 하는가를 잘 모르고 살고 있다. 차를 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왜 차를 마셔야 하는가를 모르고 마시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 ‘고서’(古書)에서는 “차를 마실 때 사람을 가려 마시고 아무 때나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적고 있다. 차는 곧 우리의 정신과 문화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시대의 삶에 대해 나는 가만히 한번 묻고 싶다. 우리곁을 지키던 맑은 달, 칠흑같은 어둠을 밝히던 반짝이는 별, 깊은 호흡으로 온 육신을 상쾌하게 하던 맑은 공기는 어디론가 사라진 지 오래며,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누던 삶의 도리는 실종된 지 오래다.‘금전’의 논리와 욕망의 극대화는 인간을 철저하게 자본의 노예로 귀속시켜버린다. 생명이니 환경이니 사랑이니 하는 전통적인 삶의 명제들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오로지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밖에 없다. 우리시대에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문화와 문화사이, 조직과 조직사이,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벌어지는 ‘약육강식의 생존’논리에서 빚어지는 스트레스다. 현대인의 만병의 원인은 바로 ‘스트레스’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도한 긴장과 흥분, 마라토너처럼 끝없이 경쟁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여유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시대에 차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고, 조직과 조직의 긴장을 풀어주고,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삶에 촌각의 여유를 붙들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차인 것이다. 초의스님은 영혼을 일깨우는 인간의 찻 자리에 대해 일갈했다.“밝은 달 촛불이 되고 또 벗이 되니/흰 구름 자리되고 또 병풍이 되어주네/솔 솔 솔 찻물 끓는 소리 시원하고 고요하니/맑고 찬 기운 뼈에 스며 영혼을 일깨우네/오직 흰 구름 밝은 달 두 벗을 삼으니/도인의 찻 자리 이보다 빼어날 소냐.” 가만히 감상해 보라 참으로 아름답고 정겨운 풍경이 우리마음에 자리를 잡으며 ‘하얀 도라지 꽃’처럼 피어날 것이다. 텃밭에 톡톡 빗방울을 튀겨내며 서있는 도라지꽃, 사무실 책상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능수버들처럼 휘어진 풍란을 보며 차를 한잔 마실 수 있는 삶의 여유가 바로 ‘삶의 찻자리요, 도인의 찻자리’인 것이다. ●차의 미덕은 어디서 오는가 그렇다면 차의 미덕은 어디에 있는가. 명나라 도륭은 ‘고반여사´(考槃餘事)에서 “차는 행실이 바르고 덕을 닦은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음료다. 백석의 맑은 샘물을 길어 끓이는 절차를 법도에 맞게 하여 중도에 그만두는 일이 없이 한결같이 계속하여 그 법식을 완전히 익히고 깊이 음미하여 정신이 융회하고 심취해서 제호나 감로에 비교할 만한 참다운 맛을 깨닫고 나서야 비로서 다도를 휼륭하게 감상할 줄 아는 사람이라 하겠다. 모처럼 좋은 차를 마시면서 그 사람 됨됨이가 미흡하다면 마치 좋은 샘물을 퍼서 잡초에 주는 것과 다를 것이 없으니 이보다 더 큰죄가 없을 것이다. 차의 멋을 모르고 꿀꺽 단숨에 마셔 맛의 분간도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 이상 속될 수가 없다.”고 했다. 차는 육우의 ‘다경´에서도 나와 있듯이 하늘아래 그 귀함을 손꼽을 수 있을 만큼 신령스러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뜬 구름처럼 하늘위에서 노니는 신비스러움이 아니다. 여기에서 ‘신령’이라 함은 인간의 영혼을 맑고 담백하게 일깨우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차는 인간을 위한 것이고, 현존하는 필요충분한 존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차는 또 적요(寂寥)한 것이다. 적요라는 것은 고요하고 그윽한 평안한 경지에 있다는 뜻이다. 디지털시대 우리문화는 이른바 ‘들뜸’의 문화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참을 줄도 기다릴 줄도 모른다.‘원 스톱 문화’시대에 자신의 뜻과 목적을 관철시킬 일방통행의 ‘들뜸’의 문화를 차분하게 가라앉힐 또 하나의 정적인 작용인 것이다. 우리가 ‘차’를 단순히 ‘차’라 부르지 않고 ‘다도’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차를 통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닦는 것을 ‘차’요 ‘다도’라고 하는 것이다. 산과 들을 달리며 활과 검을 쓰며 심신을 단련했던 신라의 화랑들도 차를 통해 문과 무의 품격있는 조화를 이루었으며, 고려시대 스님들과 문인들도 “한잔의 차는 곧 참선의 시작. 차의 맛은 선의 맛”이라며 차를 진리의 정신세계를 고양시키는 ‘도의 동반자’로 봤다. 조선시대 추사 김정희도 “차를 끓여마시는 것이 바로 도의 본체를 체득하는 것이다.”며 차의 진리적 가치를 극찬하고 있다. ●삶과 문화 바꿀 새로운 인연으로 차는 또 그 과학적 효능에 있어서 이 시대의 삶과 또 다른 동반자적 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 도륭은 ‘고반여사´에서 “진짜 좋은 차는 갈증을 없애고, 음식을 소화시키며 가래를 제거하고 잠이 들게 하며, 소변이 잘 나오고, 눈을 맑게하여 머리가 좋아지게 한다. 식사가 끝날 때마다 차로 입안을 가시면 기름기가 말끔히 제거되며 뱃속이 저절로 개운해진다. 이(齒)사이에 낀 것도 차로 씻어내면 다 삭아 줄어들어서 모르는 동안 없어지기 때문에 번거롭게 이를 쑤실 필요가 없다. 이에는 쓴 것이 좋기 때문에 자연히 이가 튼튼해져서 충과 독이 저절로 없어진다.”고 적고 있다. 차는 또 모든 음식 가운데 으뜸이다. 단순한 으뜸이 아니라 희(喜)로(怒)애(哀)락(樂)애(愛)오(惡) 등 인간의 모든 성정을 통칭해 으뜸이라는 것이다. 초의스님은 ‘동다송´에서 “모든 음식 가운데 차만이 홀로 육정의 으뜸이다.”고 격찬한다. 진나라의 뛰어난 문장가였던 장맹양도 “정식에는 산해진미가 가득하고 갖은 요리는 그 맛이 절묘하고 뛰어나네. 향기로운 차는 육정의 으뜸이어서 넘치는 맛이 천하에 퍼진다.”고 품평하고 있다. 신농은 또 ‘식경´에서 “차를 오래마시면 사람이 힘이 있고 뜻을 즐겁게 한다.”고 적고 있다. 음식중의 으뜸인 차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하루 하루의 삶을 즐겁게 하는 약리적인 작용을 한다. 차는 만병지약(萬病之藥)이라는 말이 있다. 차가 실생활에서 약용으로 식용으로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수천년을 이어온 차의 강물은 여전히 깊고 멀다. 우리시대 문화코드로 새롭게 복원되고 있는 차는 우리시대의 삶과 문화를 바꾸는 새로운 인연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오늘 우리가 차를 마시고 차를 생각하고 차를 곁에 두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 여연스님은 ▲ 1970년 연세대 철학과 졸업 ▲ 1971년 해인사에서 혜암스님을 은사로 출가 ▲ 1982년 인도 다람살라 티베트 문헌도서관 수학, 스리랑카 게라니야대학 동양문화연구소에서 근본불교와 팔리어 연구 ▲ 1984년 불교잡지 ‘해인’ 창간 편집주간 ▲ 1994년 조계종 개혁회의 사무처장 ▲ 11·12대 조계종 종회의원, 불교신문 논설위원·주간,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역임 ▲ 현재 해남 대흥사 일지암 주석, 사단법인 일지암초의차문화연구원 이사장
  • [씨줄날줄] 허리케인/육철수 논설위원

    또 태풍의 계절이 왔나 보다. 요즘 미국 남동부에는 한달 일찍 몰아닥친 허리케인 ‘데니스’ 때문에 피해가 막심하다고 한다. 외신을 보면 커다란 트럭이 뒤집히고, 우람한 나무가 뿌리째 뽑히며, 지붕과 철제간판들이 종이처럼 어지럽게 날아다닌다. 하지만 그 세찬 바람에도 사람이 날아갔다는 소식은 없어 천만다행이다. 세심한 예보와 방비 덕분이겠지만, 사람은 지형지물을 잘 이용하기 때문에 무의식 중 강한 바람을 만나지 않는 한 쉽사리 날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문득 ‘몸무게 70㎏의 성인은 풍속이 어느 정도 돼야 날아갈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동남아지역에서 수십명이 태풍에 날아갔다는 외신은 예전에 이따금 접했으나, 아쉽게도 과학적으로 입증된 자료는 없다는 게 기상전문가의 설명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실제상황에서 실험했다간 큰일날 노릇이기 때문이다. 보퍼트 풍력계급상 8등급인 ‘큰바람’(초속 17.2∼20.7m)이면 바람을 안고 걷는 어른들이 뒷걸음질칠 정도라니 아마 그 이상이면 위험하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다. 바람의 등급은 보통 0∼12까지 13가지로 나뉜다.8등급부터 태풍이라 부른다. 가장 강한 것은 ‘싹쓸바람’(초속 32.7m 이상)이다. 이 태풍이 불면 파고 11.2m 이상, 산더미같은 파도가 일고 흰거품이 바다 전체를 뒤덮으며, 보기 드문 손해를 입힌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이태전 태풍 ‘매미’ 때 제주도에서 순간 초속 60m가 넘는 초강풍이 측정된 적이 있는데, 그게 사상 최고였다. 지난 2000년 초속 50m의 ‘프라피룬’ 태풍이 흑산도를 강타했을 때는 철제 송전탑이 두 동강났다니 그 위력을 알 만하다. 국내에 상륙하는 태풍은 대개 20메가t급 핵폭탄 10∼100개의 폭발력을 가졌다고 한다.1메가t은 TNT 100만t과 맞먹는데,1945년 8월6일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이 TNT 2만t에 해당하는 폭발력이었다니 비교할 수 없는 위력이다. 태풍이 해마다 큰 피해를 입히니 1950년대초 호주에서는 예보관들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의 이름을 태풍에 붙여 약을 올렸다고 한다. 해마다 닥치는 허리케인이지만 미국 같은 나라도 늘 쩔쩔매는 걸 보면 만반의 대책은 없는 모양이다. 우리도 곧 태풍이 하나둘 몰려올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경제도 어렵고 살기도 빡빡해졌는데 태풍만이라도 제발 비켜갔으면….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논술이 술술] 장자/글쓴이: 장자

    ‘철학’과 ‘사상’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과는 직접 관련 없이 어렵고 딱딱한 것으로 생각하기 일쑤이다. 중국의 고전 사상이라면 더 그렇다. 뭔가 모르게 엄숙한 교훈들로 가득차 있거나,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말들과 심오한 내용들로 되어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하지만 후대의 인물들이 덧붙여 놓은 온갖 해석과 주석들을 제외하고 순전히 원래의 내용만을 살펴보면 ‘논어’나 ‘맹자’,‘장자’와 같은 책들은 결코 읽기 어렵지 않다. 공자나 맹자, 장자와 같은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들은 어떤 개념들의 논리적 전개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일상적 삶 속에서 나타난 예화들을 통해서 자신의 사상을 설파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은 애당초 철학과 사상이 인간의 삶과 독립된 형이상학적인 사색의 취미가 아니라, 인간의 현실과 삶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해 갈 것인가 하는 실천적인 고민들의 산물임을 알려 준다. 또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변화시키기 위한 ‘설득의 사상’의 성격이 유독 강하다. 특히 ‘장자’는 더욱 그러하다. 이 책에서 장자는 ‘포정’과 같은 백정이나 매미 잡는 사람, 호랑이 사육사, 활 잘 쏘는 사람 등을 등장시키며 그들이 삶에서 얻은 지혜들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드러내고 있다. 때로는 곤(鯤)과 붕(鵬)이나 혼돈(混沌)과 같은 허황된 이야기들을 예로 들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장자는 당대의 인간들을 지배했던 상식적인 사고와 세속적인 가치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하지만 그의 비판은 상식의 세계와 세속적인 가치에 맞서서 또 다른 세속적 가치와 권위를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의 비판은 세속적 가치와 권위를 근본적으로 초월하는 광대함과 통쾌함을 지니며, 그것들에 길들여지지 않는 인간의 무한한 자유를 지향한다. 오늘날 사회의 규모가 날로 커져가고, 조직 체계가 고도화될수록 거꾸로 인간들은 더욱 무력해지고, 그들이 삶에서 지닐 수 있는 자유로운 선택의 폭은 더욱 작아지고 있다. 각종 매체를 통해서 통일된 삶의 방식과 규범, 가치관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어느덧 인간들은 무의식과 욕구마저도 사회의 통제를 받는 자동 인형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자신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돌아볼 여유도 없이 자본과 과학기술의 융합과 부추킴에 의해 생기는 여러 가지 환상과 욕망들에 얽매여 그것을 따라가기에만 여념이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인간 인식의 유한함과 만물의 평등성,‘쓸모없음의 쓸모’를 강조한 장자의 사상은 특히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대입 논술고사의 제시문으로도 가장 많이 출제되고 있는 책이 ‘장자’이기도 하다. ‘장자’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은 우리 자신을 근원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지혜를 회복시킨다. 장자의 사상은 우리 자신의 상식과 가치를 근원적으로 뒤집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번역자인 안동림씨의 말처럼 “상식의 척도에서 보면 그는 터무니없는 말을 지껄인 사람일 수 있다. 그러나 터무니없기 때문에 위대한 사상가일지도 모른다.‘장자’ 가운데는 ‘논어’나 ‘맹자’에 보이는 경건 독실한 인생의 지혜도 착실한 이상주의의 설교도 찾아보기 어렵다.‘논어’나 ‘맹자’가 그대로 도덕 교과서라면 ‘장자’는 그렇지 않다는 데 그 특유의 가치가 있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www.unidream.co.kr) ■독서지도시 참고사항 -대상 학년:중3∼고3 -관련 교과:고등 사회, 도덕, 국사, 윤리와 사상, 전통윤리 -함께 읽어 볼 책:맹자(맹자), 논어(공자), 동양철학에세이(김교빈 외), 동양철학은 물질문명의 대안인가(〃) -기출논제:서강대 2001학년도 정시 논술, 인하대 2002학년도 수시1학기 논술, 서울교대 2004학년도 정시 논술, 고려대 2005학년도 정시 논술, 경희대 2000학년도 모의논술, 서강대 2000학년도모의논술, 서강대 2003학년도모의논술. ■생각해보기-장자가 말한 ‘제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장자가 말한 ‘지인’은 어떠한 존재인가. -‘사람들은 모두 쓸모있는 것의 쓸모(유용지용)는 알아도 쓸모 없는 것의 쓸모(무용지용)를 모른다.’는 장자의 말이 오늘날의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자신의 생각을 써보자. -장자가 말한 ‘다스리지 않음의 다스림’은 어떤 뜻인가. -장자가 말한 ‘자연의 순리에 따른 통치’와 ‘신자유주의’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 강원도 주민들 “올 여름이 무서워”

    강원도 주민들 “올 여름이 무서워”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됐지만 아직도 강원도내 곳곳에서는 수해복구 공사가 한창이다. 행정기관만 믿고 있던 강원도민들은 올 여름에도 가슴 졸이며 장마가 끝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강원도에서는 2002년 ‘루사’,2003년 ‘매미’,2004년 ‘메기’ 등 연이은 태풍과 집중호우로 모두 3조 8304억원의 재산피해와 255명(사망·실종 173명, 부상 82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이재민도 4만 4786명이 발생했다. 강원 삼척시 도계읍 도계리 동덕천 일대에서는 하천복구와 교량건설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7월 말 완공예정이다. 루사와 매미 때 하천이 범람하면서 도계리 50여 가구가 침수돼 완파 등의 피해가 났었기에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삼척시 남양동 및 교동, 성내동 일부지역은 오십천의 범람으로 23억원의 피해가 났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배수펌프장 설치가 급하지만 시가 사업비 170억여원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7월에나 공사가 발주될 예정이다. 올 4월 산불이 난 양양군 양양읍과 현남·강현면의 주택 복구율은 35%에 머물고 있다.17개 마을에서 전소된 주택 148채 가운데 6채만 복구를 마쳤으며 87채는 아직 외곽 공사가 진행 중이다. 마을 가옥 36채 중 30채의 가옥이 전소됐던 강현면 용호리는 주민 임시 거주지인 컨테이너 뒤편 야산 대부분이 옹벽도 없는 임시 사방공사 수준이어서 주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화마에 이은 수마 걱정에 산불 피해 지역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강릉시 노암동 주민들도 장마철이면 불안하다.2002년 루사 때 산사태로 가옥 1채가 매몰됐다. 산사태 당시 유실된 절개지에는 비닐만 덮여 있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축대가 곳곳에 남아 있다. 강릉 남항진과 안목 주민들은 남대천 하구에 쌓인 모래로 장마철 농경지와 가옥이 침수될 위험에 처해 있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태풍 때 제방이 범람해 농경지 10㏊와 가옥 20여 채가 침수되는 등 수년째 물난리를 겪고 있다. 그러나 강원도 관계자는 “5281건의 수해복구공사 중 4건이 진행 중이고 나머지는 모두 완공됐다.”고 밝히고 있어 주민들이 체감하는 비 피해 우려와는 거리가 멀기만 하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민선 지방자치 10년] (7) 21세기형 지방자치

    1일로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10년을 맞았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주민참여가 확대됐다는 ‘고전적’ 성과가 무색하게 전시행정, 지역이기주의 등으로 얼룩졌다는 평가 또한 만만찮다. 지방자치의 걸림돌과 발전방향 등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온 3선 단체장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순리일 것 같다. 설문조사에는 전국의 3선 단체장 34명 가운데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운 박재영 부산 사하구청장 등을 제외한 26명이 응했다.‘행정의 달인’들의 입을 통해 선진 지방자치의 해법을 모색해본다. 3선 단체장들의 답변은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한 점이 많았다. 지역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현장행정이란 상통한다는 것을 방증했다. 재임중 어려웠던 일이나 지방자치 걸림돌을 묻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지역이기주의를 들었다. 대부분 지역내에 이른바 혐오시설을 지으려다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힌 경험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쓰레기매립장과 공설묘지를 설치하려다 난관을 겪은 심기섭 강릉시장은 “혐오시설은 안 된다는 님비현상은 물론 유리한 시설은 자기 지역에 와야 한다는 핌피(PIMPY)현상도 심각했다.”고 밝혔다. 열악한 지방재정을 드는 단체장들도 많았다. 곽인희 전북 김제시장은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면 재정은 한정돼 민원처리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김규택 대구 수성구청장은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중앙과 지방간 세원의 재배분이 필요하며 지방양여사업의 조정 등 재정조정제도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세웅 전북 무주군수는 지역토호들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현실을, 조건호 인천시 옹진군수는 감사원·행정자치부·광역단체 등의 감사가 빈번한 것을, 김관용 경북 구미시장은 충분한 준비없이 시작된 지방자치와 전문행정가 부족 등을 각각 걸림돌로 꼽았다. 황대현 대구 달서구청장은 “선심성 행정에 대한 최종 판단은 주민몫임에도 특수시책으로 발굴 추진하는 일에 대해 선심행정으로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며 뼈있는 말을 던졌다. 중앙정부 등 상급단체에 바라는 것을 묻는 질문에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대부분의 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고 간섭이 심해 ‘반쪽자치’라는 점을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직원 한명을 채용하려 해도 행정자치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국방·외교 등 국가적 차원의 기능 외에는 과감하게 지방에 이양하고 특별행정기관을 자치단체에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치입법권, 자치조세권이 확대되고 자치경찰제, 교육자치 등도 실현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문성 강원도 속초시장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내놓지 않으려 하고, 전통적으로 지방을 못 믿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꼬집었다. 정영섭 서울 광진구청장은 “행정사무들이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위임되었지만 결정권을 아직 중앙정부가 장악하고 있어, 단체장 직선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병로 경남 진해시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수평적 관계를 주문했다. 나아가 지방자치 성숙을 위한 제도적 보완책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유승우 경기도 이천시장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2 정도인 만큼 세원구조를 개편해 지자체 재정자립도를 높여야 하며, 부단체장 임명권을 광역단체에서 갖는 시스템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문용 서울 강남구청장은 “무엇보다 기초단체장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3선 연임제한과 정당공천 폐지, 중복·정치성 감사 지양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규택 대구 수성구청장은 선출직에 대해 주민이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주민소환제와 주민투표제 도입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지방자치의 ‘뜨거운 감자’인 지역이기주의 해소방안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다.“정책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면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는 김근수 경북 상주시장을 비롯, 계획수립 단계부터 정보공개와 주민참여(이상조 경남 밀양시장), 주민과의 대화 및 설득(송은복 경남 김해시장) 등 ‘원칙론’이 많았다. 하지만 협의체 구성을 통한 통합조정(박대석 부산 영도구청장), 주민재산권 보호를 위한 대폭적인 인센티브(박대해 부산 연제구청장), 갈등지역간의 공정한 이익배분(박팔용 경북 김천시장)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반면 심기섭 강릉시장은 “지방자치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이므로 앞으로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다.“주민 스스로도 민주의식과 양식을 높여야 한다.(조건호 옹진군수)” “역지사지적 사고와 민주적인 절차의 수용(심대평 충남지사)” 등 주민들의 사고전환을 주문하는 견해도 있었다. 정리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3선 단체장 퇴임후 구상연임제한 규정으로 3선을 끝으로 물러날 단체장들은 대체로 “그동안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겠다.”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다.3선을 가능케 한 일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영섭 서울 광진구청장은 “후학 양성에 심혈을 기울여 지방자치 발전에 작은 밀알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고, 권문용 서울 강남구청장은 “3선에 걸친 자치행정 경험을 살릴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박팔용 경북 김천시장은 “정계개편이 끝나는 연말쯤 향후 거취를 밝히겠다.”고 말해 정치에 뜻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농민운동가 출신인 임수진 전북 진안군수는 전문성과 행정 노하우를 살려 퇴직 후에도 지역농촌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그동안 일에 얽매여 소홀했던 가정을 돌보겠다는 단체장들도 많았다. 김규택 대구 수성구청장은 “그동안 가정에 소홀했으므로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갖고 자녀들의 삶을 조언하겠다.”고 했고, 박대석 부산 영도구청장도 “가족과 함께 자유로운 생활”을 약속했다. 김근수 상주시장과 심기섭 강릉시장은 “평범한 시민으로 노후를 보내겠다.”고 간략하게 밝혔고, 김병로 진해시장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회고록을 집필하겠다는 뜻을 비췄다. 한편 이의근 경북지사는 “누구나 미래의 희망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꿈이 욕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알쏭달쏭한 선문답을 던졌다. 또 관내 전체가 섬으로 구성돼 ‘섬 사랑’이 대단한 조건호 옹진군수는 “퇴임 후 섬주민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못다한 얘기를 나누겠다.”며 낭만 어린 소회를 밝혔다. 정리 김학준기자 ■ 3선단체장 보람과 아쉬움3선 단체장들은 긴 재임기간만큼이나 보람과 아쉬움이 많았다. 김세웅 전북 무주군수는 지난해 세계태권도공원을 유치한 것을 상기하면 지금도 가슴이 찡하다고 한다. 부가가치가 3조원에 달해 지역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지만, 경주·춘천·강화 등 쟁쟁한 경쟁도시를 따돌리고 승자가 된 것을 무엇보다 자랑스러워한다. 때문에 지역에서는 연임제한만 없으면 “4선도 따놓은 당상”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유승우 경기도 이천시장 역시 여주·광주를 물리치고 ‘2001세계도자기엑스포’를 유치한 것을 보람으로 들었다. 이 행사는 84개국이 참가하고 600여만명이 관람해 도자기 전시행사로는 세계 최고기록을 세웠다. 고재득 서울 성동구청장은 “시책으로 인한 변화를 알아주는 구민들이 지역에서 친근감 있게 인사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밖에 이의근 경북지사는 지역산업 구조개편을 위한 성장동력사업을 육성하고 ‘동북아 자치단체연합’을 주도적으로 창설한 것을, 김관용 구미시장은 2004년 지자체 최초의 수출 200억달러 달성을, 김흥식 전남 장성군수는 삼성전자·기아자동차 부품공장을 유치한 것을 각각 성공작으로 꼽았다. 아쉬움에 대해서는 심대평 충남지사가 할 말이 많다. 국회까지 통과돼 확정된 ‘신행정수도’ 건설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정으로 뒤집어졌다가 다시 우여곡절끝에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축소된 것에 대해 심 지사는 지금도 불만을 토로한다. 자연재해로 인해 가슴앓이를 한 단체장들도 적지 않다. 김원창 강원도 정선군수는 태풍 ‘루사’ ‘매미’가 잇따라 강타해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을 때 단체장으로서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관내에 큰 산불이 발생한 동문성 속초시장과 심기섭 강릉시장도 “아무리 문명이 발달했어도 자연재해는 불가항력”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정리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특별취재팀 : 서울 이동구기자 경기 윤상돈차장 인천 김학준기자 강원 조한종기자 충남·대전 이천열기자 전북 임송학부장 전남 남기창기자 경북 한찬규·김상화차장 대구 황경근차장 경남 이정규부장 부산 김정한차장
  • 2600년전 서정시 이집트서 발견

    고대 그리스의 여류시인 사포가 2600년 전 쓴 시가 새로 발견돼 24일 발표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이 이날 보도했다. 지금까지 전해졌던 사포의 3편의 장시에 이어 새롭게 발견된 이 시는 101개 단어로 구성돼 젊음과 사랑, 활기를 향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서정시인이자 사랑의 예술가로서 사포의 명성이 3편의 시와 더불어 63개의 시구,264개의 불완전한 문장에 바탕하고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완전한 형태의 이번 시는 엄청나게 희귀한 것이다. 사포는 철학자 플라톤이 시와 음악의 여신인 9명의 뮤즈 중 1명으로 경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이번 시는 이집트 미라를 넣어둔 상자안에서 젖은 채 굳어진 천과 파피루스 사이에서 발견됐다. 그는 이번 시에서 그리스신화에서 새벽의 여신 에오스의 사랑을 받은 미남인 티토노스를 등장시켜 젊은 남성들의 사랑을 얻기 위한 갈망을 노래하고 있다. 에오스가 제우스에게 요청해 티토노스를 불사(不死)의 몸으로 만들었으나 불로(不老)의 몸으로 만들어 주는 것을 깜빡 잊는 바람에 노쇠해진 티토노스는 방에 갇혀 끊임없이 지껄이다 마침내 매미가 됐다는 내용이다.연합
  • [마광수의 섹스토리] ③ 나이트클럽에서

    [마광수의 섹스토리] ③ 나이트클럽에서

    나는 희진을 우연히 카페에서 만났다. 나는 그녀와 함께 하얏트 호텔에 있는 나이트 클럽 ‘제이 제이 마호니’에 갔다.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 홀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왁시글거리는 게 남대문시장을 방불케 했다. 나와 그녀는 쏟아지는 시선을 느끼며 구석의 스탠드 바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녀가 핸드백에서 작은 병을 꺼냈다. 향수였다. 코끝에 감도는 독한 향수 냄새와 함께 연노란색의 액체가 호박색의 맥주잔에 섞여 들어갔다. 건배! 멋진 아이디어였다. 왠지 모르게 에로틱한 느낌이 왔다. 블루스 음악이 나오자 우리는 서로의 술잔에 남은 것이 없음을 확인한 후, 춤을 추러 플로어로 나갔다. 그녀가 밍크 코트를 벗지 않고 플로어로 나갔기 때문에 나는 좀 어리둥절했다. 희진이가 내 목에 두 손을 걸고 살며시 몸을 기대왔다. 앞이 여며지지 않는 밍크코트 사이를 헤집고 들어간 내 손에 전해지는 희진의 몸매는, 내가 겉으로만 보고 상상했던 것 이상의 명품이었다. 내 손은 희진의 허리를 감싸안고 있다가 이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내 손이 그녀의 엉덩이를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원피스 안에서 나는 그녀의 팬티를 느낄 수 없었다. 희진의 젖가슴이 내 가슴에 밀착되는 순간, 나는 그때까지 내가 희진의 젖가슴에 신경써서 주목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부드럽고 신축성 있는 희진의 쫄쫄이 원피스 위로 그녀의 가슴을 감촉할 수 있었다. 희진은 브래지어를 안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맨몸뚱이 위에 한 장의 얇은 원피스만을 걸치고 있었던 것이다. 매미 허물 같은 얇은 천을 통해 만져지는 그녀의 젖가슴은 정말로 부드러웠다. 그녀의 날씬한 체격에 비해 훨씬 크게 느껴지는, 그러면서도 탄력 있는 젖가슴이었다. 그녀의 뜨거운 입김이 내 목에 와닿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나를 쏘아보며 내 목에 감은 팔을 당겨 내 얼굴을 자기의 이마 앞으로 끌어당겼다. 나는 희진의 이마에 입술을 갖다 댔다. 그리고 이마 다음으로 그녀의 관자놀이, 뺨, 감은 눈, 예쁜 입술 순서로 입술을 가져갔다. 내 입술은 그녀의 입술에서 한참 동안 머물렀다. 나는 내 혓바닥이 희진의 이빨에 부딪치는 것을 느끼며 그녀의 혓바닥과 엉켰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끌어당겨 내 불두덩과 그녀의 불두덩이 서로 밀착되도록 했다. 우리는 스텝을 멈추고 춤을 추는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 서로의 은밀한 곳을 느끼고 있었다. 희진은 긴 손가락을 내 머리카락 사이로 미끄러지듯 넣으면서 혓바닥으로는 내 입술을 탐닉하고 있었고, 내 오른손은 원피스 위로 튀어나와 있는 그녀의 유두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왼손은 희진의 엉덩이로 가 스펀지처럼 부드러운 그녀의 살을 계속 어루만지고 있었다. 다음 순간 그녀의 긴 밍크코트 안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희진은 손을 내리더니 내 바지의 지퍼를 내리고서 내 심벌을 밖으로 꺼냈다. 내 심벌은 이미 충분히 발기된 상태로 있었고, 심벌에서 흘러나온 점액이 바지를 살짝 적시고 있었다. 그녀가 길디긴 손톱이 매달린 가느다란 손가락들로 내 심벌을 감아쥐자 온몸의 힘이란 힘이 그곳을 통해 빠져나가는 듯했다. 전신을 감싸고 도는 절정감에 가까운 흥분상태가 나를 가만히 못 있게 했다. 나는 희진의 젖무덤을 모두 다 원피스 밖으로 노출시켰고, 그것만 가지고는 도저히 성에 차지 않아 원피스를 아예 그녀의 배꼽 아랫부분까지 끌어내렸다. 그녀의 알맞게 풍성한 젖가슴이 밍크코트에 아슬아슬하게 가려진 상태로 내 시야에 들어왔다. 희진의 탄력있는 젖가슴은 도도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었고, 유두 또한 뽈딱 솟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왼쪽 젖꼭지에 반지만한 크기의 링이 꿰어져 있는 것을 보고, 나는 더욱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링 때문인지, 그녀가 유방을 애무받을 때 느끼는 쾌감이 다른 여자들에 비해 월등히 민감한 듯했다.   나는 그녀의 유방을 젖꼭지고리를 단 유두를 중심으로 집요하게 애무했다. 그녀의 숨이 가빠옴에 따라 유두가 단단해져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손을 아래로 미끄러뜨려 원피스 위로 그녀의 불두덩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도톰하게 솟아오른 둔덕이 아련하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손을 치마 속으로 집어넣어 그녀의 사타구니를 애무했다. 부드러우면서도 상당히 탄력이 있는 피부였다. 나는 그녀의 원피스를 아래에서 위로 훌러덩 올려버렸다. 그녀의 아랫도리가 밍크코트에 살짝 감춰진 채 그대로 드러났다. 그녀의 원피스는 골반 언저리에서 돌돌 말려 뭉쳐 있었다. 마치 맨몸에 두껍고 검은 요대를 한 모습이었다. 귀족스러운 얼굴을 가진 희진이가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렇게 벌거벗고 있는 것을 보니까(물론 밍크코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눈치를 못 채지지만), 흡사 순진한 야성녀(野性女)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야릇한 쾌감이 왔다. 정장을 차려입고 있는 나 또한 야(野)한 상태에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심벌이 밖으로 튀어나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빳빳이 고개를 쳐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희진은 내 심벌을 부드럽게 잡고서 몇 번 왕복운동을 하더니, 자기의 하반신을 밀착시켜 오면서 내 심벌을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안내했다. 페니스에 뿌듯이 전해오는 만복감(滿腹感) 비슷한 느낌과 함께, 그녀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나는 심벌을 더 깊숙이 그녀의 살 사이로 밀어넣었고, 그녀도 그것을 더욱 은은하면서도 깊숙이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희진과 나는 블루스 음악(하필이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인 바버라 스트라이샌드의 ‘Memory’였다)에 맞춰 서로의 하복부를 부드럽게 움직여 나갔다. 스텝에 따라 때로는 좌우로, 때로는 전후로 내 심벌은 그녀의 아랫도리 입술 부근에서 무념무상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희진은 나의 미세한 애무에도 가늘게 몸을 떨었는데, 성감이 무척이나 예민한 여자 같았다. 드디어 나는 내 고환 같은 곳에서 정액이 마치 분수의 물줄기처럼 치달아 오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마침 블루스 음악이 끝나고 귀청을 때리는 디스코 음악이 스테이지를 감싸기 시작했다. 음악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나는, 일껏 외출 준비를 하고 있던 내 사랑스러운 정충(精蟲)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끼며 분수의 조정 장치를 오프 쪽으로 틀었다. 정충 제군(諸君)들이 투덜대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리는 듯했다. 그녀 역시 빠른 속도로 내 페니스를 자신의 허벅지 사이에서 꺼내어 내 바지 속에 집어넣고 지퍼를 채워주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밍크코트 앞섶을 가리고 스테이지를 내려왔다. 우리는 출입구의 계산대로 가서 술값을 치르고 나서 나이트클럽을 빠져나와 주차장 쪽으로 갔다. 나는 정액을 미처 배출시키지 못해 계속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차에 올라타 조수석에 앉자마자 밍크코트를 벗어던졌다. 그녀의 원피스는 또르르 말린 채 여전히 그녀의 허리께에 머물러 있었다. 그녀 역시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부풀어 오른 젖꼭지가 아직 그대로 뽈딱 서 있었고, 내 눈에 애교스러운 추파를 흥건히 흘리고 있었다. 조수석과 운전석을 최대한 뒤로 밀고 조수석의 등받이를 젖혔다. 희진은 벌거벗은 채로 누웠고, 실내등이 그녀의 온몸을 샅샅이 비쳐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실내등 덕분에 그녀의 온몸 구석구석을 눈으로 읽을 수 있었다. 우단으로 만든 검은색 ‘울트라 하이힐(ultra high heel)’ 구두를 신고 유방과 치부를 모두 드러낸 희진의 모습은, 그녀의 우아한 얼굴과 암팡진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한 언밸런스 자체가 무척이나 도발적이었다. 그녀가 서서히 입술을 벌렸다. 이빨 하나하나마다 중간에 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었다. 정말 이채로운 페티시였다. 나는 그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나 또한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나의 더운 입김이 그녀의 입 안 구석구석에 전해지자마자 그녀의 긴 손가락들이 내 머리를 거세게 잡아당겼다. 나는 희진의 코와 이마에 입을 맞추고 나서, 혓바닥 끝으로 모가지를 부드럽게 마찰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은밀하고 깊은 가슴 속에서 솟아나오고 있는 긴장된 박동의 느낌이 혀끝에 느껴졌다…. ■마광수는 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 [토요일 아침에] 오늘이 참 기쁘구나!/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성지를 순례하며 2주간의 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가톨릭 사제·수도자들은 법규상 매년 8일 이상의 피정을 갖도록 되어 있다.‘피정(避靜)’은 피세정령(避世靜靈), 즉 일상을 벗어나 내면의 세계를 관조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침묵 중에 기도하며 부르심의 삶을 성찰하고 새로운 응답의 삶을 봉헌하라는 제도적 장치다. 특별히 필자처럼 도시인들과 함께 부대끼는 사목자나 사회복지 시설에서 봉사하는 수도자들에게는 절실히 요구되는 시간이다. 피정을 위한 순례의 여정은 너무나 좋았다. 평상시의 규칙적인 일상이 아니라서 몸은 다소 피곤한 감도 있었지만, 잠시도 쉬지 않고 울려대는 전화와 휴대전화·인터폰도 없고, 운영을 논의하는 회의와 결재도, 모임에 참석해야 할 일도 없이 자유의 빈 몸으로 지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무수히 많은 구도자와 신앙인을 회개와 부르심으로 이끈 성지가 고마웠다. 나는 무엇으로 인하여 내가 되었으며 왜 사제로 살아가고 있는가? 책임 있게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은 무엇인가? ‘지자, 일일익(知者,日一益)이요, 도자, 일일손(道者,日一損)’이라 했거늘, 가진 것도 하나씩 버려야 할 나이에 나는 지금 무엇을 얻고자 공동체 운동에 공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일까? 하느님의 부르심일까, 개인적 욕심일까? 자신에 대한 질문의 묵상으로 보낸 하루하루 순간순간의 시간이 무척 소중했고 감사했다. 사목 역할에서는 잠시나마 물러서 있었던 셈이나 돌아와 맡아야 할 일들에 대하여 더욱 기운차게 임할 수 있었다. 물러남의 시간이 공백이 아니라 의미 충만하고 내적 에너지를 충전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얼마 전 만난 교우가 생각났다. 공채 평사원으로 입사한 지 30년, 아이들은 모두 장래를 위해 유학을 보낼 수 있었고 자신은 마침내 계열사 사장에 이르렀으되 아내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안타까운 처지였다. “같이 여행이라도 다녀오시지 그래요.” “그러게요, 지금까지 가족과 함께 단한번 여행도 휴양도 가보지 못하고 달려왔어요. 부부동반 여행마저도 전투의 일부 같았거든요. 이제 모두 다 잃어버릴 것만 같은 불길함이 있어요.” 조직에선 살아 남았으나 매미 허물처럼 껍데기만 남은 소외와 고독감이 어떠하며 그 자녀들의 인생관은 과연 건강할까? 그러면서도 직원들에게 자신이 살아온 멸사봉공의 정신을 외쳤으리라. 대기업 회장들은 임직원들이 그렇게 병들고 붕괴되어 가는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을 성장이라고 본다는 말인가? 아닌 것 같다. 가족이 건강하고 가정 공동체가 행복하다는 전제 아래에서라야 부모의 직장 역할도 의미 있는 희생이 될 수 있다. 기업 구조만 탓할 일이 아니다. 어떤 회사의 경우 직원들이 시간외 근무 수당을 채우려고 당연히 누려야 할 공휴와 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급료가 적다고 해서 휴식을 돈과 바꾸려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또 어떤 이들은 역할상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생각도 한다. 착각이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여전히 돌아간다. 내가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동료들에 대한 믿음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대학이나 교회처럼 안식년을 갖게 하는 기업이 늘어난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성서에서 유래된 안식년은 유대인들이 바빌론에 끌려가 밤낮없이 노동에 시달리고 예배 행위도 할 수 없이, 사람도 짐승도 아닌 40년 세월을 살았던 역사에서 기인한다. 그들은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와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안식일과 안식년과 희년을 제정했고 그것을 창조의 이야기와 엄격한 율법의 가르침에 반영했던 것이다. 나는 무엇을 향하여 달려가는가? 오늘 아침도 피곤한 육신을 일으켜 직장을 향해 차를 몰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생업은 혹시 자연 생명을 해치고 사람의 정신을 마취시키는 일은 아닌가? 나는 가족에 대하여 무엇이며 가족은 나에 대하여 무엇인가? 종교인이 아닐지라도 건강한 삶을 위하여 주기적으로 명상과 피정의 기회를 만들고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 근래 없이 오늘이 참 기쁘구나! 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 해수면온도 계속상승…한반도 태풍 ‘대형화’

    해수면온도 계속상승…한반도 태풍 ‘대형화’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기상청이 1970년부터 2004년까지 한반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 태풍을 분석한 결과 1980년대 중반 이후 그 강도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올해 대형 태풍이 우리나라를 강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지난 35년간 태풍이 한반도를 통과하거나 근처를 지나간 것은 모두 28차례. 이 태풍의 중심 기압이 1980년대 중반 이후 계속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태풍의 강도는 기압이 낮을수록 커진다. 이런 추세는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로 이어졌다.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이 점차 강해지는 이유는 주변 해수면 온도가 과거에 비해 높아졌고 현재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 기온이 과거보다 높고 엘니뇨 현상 등으로 인한 고온의 해수 유입이 한반도 인근 바닷물 온도 상승의 원인이다. 태풍이 활동하기 위한 해수 온도는 25∼27도. 그동안은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적도에서 발생한 태풍이 북상하면서 차가운 바다를 만나 세력이 약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20년 동안 한반도 해수면 온도가 꾸준히 상승함에 따라 태풍의 세력이 약해지지 않고 우리나라에 피해를 남긴 것이다.100년 만의 폭염이 실제로 찾아온다면 해수면 온도는 더욱 상승할 것이고 그럴 경우 올해 우리나라에 찾아올 태풍의 강도가 그 영향으로 약해지지 않을 수 있다. 이에 기상청은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오는 15일부터 태풍 특보 기준을 고치기로 했다. 지금처럼 주의보와 경보로 구분하되 경보의 기준을 세분화 한다. 초속 17∼24m인 바람은 3급,25∼32m는 2급,33m 이상은 1급이다. 태풍 통과시 예상 총강수량이 100∼249㎜일 때 3급,250∼399㎜는 2급,400㎜ 이상이면 1급으로 분류된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드라마세트장 유치열풍](下) 세트장 흔적없이 허허벌판으로

    [드라마세트장 유치열풍](下) 세트장 흔적없이 허허벌판으로

    “세트장이라니, 무슨 세트장이요.” 19일 낮 충남 금산군 제원면 용화리 금강상류변 자연부락 ‘마달피’. 이곳에서 만난 50대 공사장 인부는 MBC드라마 ‘상도’ 세트장이 있던 곳을 묻는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인근에서 전원주택을 짓는다며 측량을 하던 20대 청년도 같은 대답을 했다. 엉뚱한 데만 사진을 찍고 나오다 마을 주민으로부터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 찾아간 세트장은 허허벌판이었다. 수면보다 1∼2m 높은 바닥은 울퉁불퉁한 황토흙으로 뒤덮여 있고 주변 나무에는 장마 때 밀려온 비닐조각과 덤불이 걸려 있다. 세트장 위에는 모 교회재단의 청소년수련원 건립공사가 한창이고 입구에 쳐놓은 쇠줄엔 ‘공사차량외 진입금지’란 팻말이 붙어 있다. ‘영상시대’의 파괴력에 너도나도 자치단체들이 유치했던 드라마와 영화 세트장이 드라마가 끝나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흉물로 변해가고 있다. ●사라지거나 애물단지 되거나 이 세트장은 2003년 7월 장마에 떠내려갔다. 마을 주민 최종만(54)씨는 “너무 강가에 붙여 지어 물에 떠내려갈 줄 알았다.”고 말했다. 유실되기 전에는 민가·주막·어물전이 각각 2채, 가게 3채, 정자 1동, 원두막 1채 등이 있었다. 나루터와 7척의 배들도 있었지만 모두 장마에 휩쓸려 부서졌다. 지금은 허허벌판 위에 베개 크기의 돌들이 네모 모양으로 놓여져 있어 세트장 흔적임을 짐작할 뿐이다. 충북 충주시 살미면 재오개리 충주호변에 설치됐던 ‘상도’ 세트장도 같은 해 말 불에 탔다. 지금은 호수변에 중형 배 2척만 덩그러니 방치돼 있다. 배 1척은 그나마 바닥이 완전히 부서져 있다. 불이 나기 전까지 ‘다모’‘대장금’ 등의 세트로도 사용됐던 3839평의 이곳에는 초가 60채를 비롯해 한옥 4채, 기방 1채, 주막 2채 등이 있었다. 선착장이 2개나 됐고 30척의 소형 배가 있을 정도로 대형 세트였다. 경찰은 방화로 보고 수사했으나 범인은 아직까지도 오리무중이다. 강원도 춘천시 의암호변 공지천에 설치됐던 영화 ‘청풍명월’ 세트인 ‘도하주교’(배를 엮어 만든 다리)도 촬영 후 나무 배가 부식돼 안전사고 우려 등으로 애물단지로 변하자 제작된 지 2년여 만인 2004년 해체했다. ●주민혈세도 함께 사라져 금산 ‘상도’ 세트장은 군에서 2001년 말 1억 5000만원을 지원,MBC가 건립했다. 군은 처음에 2억 5000만원을 올렸으나 군의회에서 “군재정이 열악한데 웬 돈을 그리 많이 들이느냐.”며 1억원을 깎았다. 하지만 종영 이후의 관리는 소홀했다. 최씨는 “드라마를 촬영할 때는 직원 1명이 상주하면서 세트장을 관리했으나 끝난 뒤에는 방치했다.”고 말했다. 충주시도 같은 해 2월 ‘상도’ 세트장을 지을 때 MBC에 5억원을 지원했다. 주민 김모(34·주부)씨는 “갈수록 관광객은 줄어들었고 관리도 안 했다.”고 귀띔했다. 화마에 세트장을 잃은 전 충주시장은 국회에 입성했고, 수마에 세트장을 떠내려보낸 금산군수는 직원을 시켜 수천만원의 예산을 빼돌린 혐의(검찰발표)로 감옥에 가 있다. 춘천시도 ‘청풍명월’ 세트장을 만들어주는 데 3억원을 들이고 연간 3500만원의 관리비를 투입하다 해체해 이 돈을 고스란히 날린 꼴이 됐다. ●발길도 끊기고…떨떠름한 주민들 최씨는 “방영 때와 종영 후 1∼2개월까지는 관광객이 꽤 됐지만 그후로는 발길이 뚝 끊겼다.”고 전했다. 금산군이 1500만원을 지원해 부리면 독파리에 지어진 ‘대장금’ 세트장은 보존상태가 그럭저럭 괜찮지만 이를 찾는 관광객 발길은 끊긴 상태다. 신안군은 지난해 SBS드라마 ‘섬마을 선생님’에 7억원을 투자했다가 드라마도 실패하고 주민들로부턴 원성을 샀다. 신안군 관계자는 “섬 지역이 조직폭력배가 날뛰는 곳으로 그려져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면서 “앞으로 드라마 제작 지원을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리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양주 ‘대장금 테마파크’ 관광명소로 MBC가 경기도 양주시 만송동 5만여평에 조성한 ‘양주 MBC 문화동산’내 ‘대장금 테마파크’는 방송사가 자치단체에 부담을 안기지 않고 조성, 지역 관광명소가 된 사례다. 1982년 MBC 청룡야구단 연습장으로 확보했다가 사극 ‘허준’‘상도’‘대장금’과 현대물 ‘왕초’‘국희’ 등의 촬영세트를 세웠고 실내 스튜디오 4곳도 시설돼 있다. ‘대장금’이 종영된 후 높았던 인기를 업고 이들 세트장을 철거하지 않고 상설시설로 유지하고 있다. ‘대장금’세트엔 대전·옥사·정자·저잣거리·술도가·수라간 등 촬영현장이 그대로 남아 있다. 계절별로 음식축제도 열고 있으며, 양주시에서 매주 일요일 양주별산대놀이·소놀이굿·회다지소리·버들소리와 양주농악 등을 번갈아 공연한다. 지난해 12월 유료(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로 개장했지만 월 2만∼3만명의 국내외 관람객이 다녀가 양주시 관내 유적·문화시설 중에서 내방객이 가장 많은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한류열풍을 타고 홍콩·타이완·중국 등 관광객이 인천공항 출국 전 들르는 투어상품의 마지막 경유지가 되고 있다. SBS ‘올인’의 촬영지인 남제주군 성산읍 섭지코지는 방송사가 세트장을 만들어 사용한 후 지난 2003년 태풍 ‘매미’로 파손되자 남제주군이 자청해서 30억원을 투입, 완전복원을 앞두고 있다. 2003년 5월부터 일본인 등 관광객이 하루 6000여명 연간 200여만명이 다녀가자 투자에 대한 자신감이 섰기 때문. 지난해 6월부터 1100평의 부지에 연건평 270평의 극중 성당과 러브하우스가 복원됐고 이달말까지 내부 인테리어 시설공사도 끝난다. 내달부터 촬영세트 성당에 일본인 예비부부들을 위한 예식공간을 마련해 운영한다. 지난 15일부터 일본 NHK-TV가 ‘올인’을 방영, 일본인 관광객이 대거 몰릴 전망이다. 양주 한만교·제주 김영주기자 mghann@seoul.co.kr ■ 세트장 성공하려면 자치단체가 지원해 성공한 드라마 세트장은 그리 많지 않다. 세트장이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제대로 된 관광자원이 되려면 각종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오히려 드라마제작사가 직접 세운 세트장이 뜬 경우가 대다수다. 최고의 영상을 뽑아낼 수 있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제작이 편리한 서울과의 접근성 등을 고려, 세트장을 고르기 때문이다. 이들 세트장이 성공할 수 있었던 조건은 어떤 것이었을까. 우선 드라마 자체의 인기다. 시청자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는 드라마여야 난립하고 있는 세트장 가운데 살아남을 수 있다. 관광객들이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찾아와서도 감탄할 수 있는 자연경관도 뒤따라야 한다. 드라마 촬영지 열풍의 ‘원조’로 여겨지는 SBS ‘모래시계’의 강원도 정동진이 그런 예이다. 숙박시설 등이 들어서 좀 산만해졌지만 당시에는 바다와 간이역이 어우러져 그림을 연상케 했다. 호젓한 운치도 있다. 드라마도 광주민주항쟁 등 민감한 시대를 관통하면서 친구간의 엇갈린 운명을 다뤄 동시대를 산 시청자들의 많은 공감을 얻으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세트장이 관광지 주변에 있으면 흥행(?)에 훨씬 더 유리하다. 보통 드라마가 끝나면 세트장 자체보다는 관광을 겸해서 들르는 여행객이 많기 때문이다.‘겨울연가’의 남이섬이나 춘천,‘올인’의 제주 섭지코지가 이에 해당된다. 강원도와 제주도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지들이다.‘겨울연가’ 촬영지는 별다른 세트 없이도 한류열풍으로 일본 등 외국인들이 몰려와 외화벌이에 한몫했다. 덩달아 내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진 대표적 성공사례다. 제주도는 섭지코지 말고도 MBC ‘대장금’의 남제주군 표선민속촌,SBS ‘봄날’의 북제주군 비양도, 영화 ‘시월애’‘화엄경’과 TV드라마 ‘러빙유’‘여름향기’ 촬영지 북제주군 우도 등이 대부분 명소가 됐다. 접근성도 중요하다. 서울에 있는 드라마제작사가 제작편리를 위해 거리가 가까운 곳에 세트장을 만들고 있지만 대부분 성공하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는 수도권이기 때문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인천은 당연히 드라마제작사들이 탐을 내는 곳이다. 그래서 자연히 지자체가 세트장 건립비를 부담하는 일도 없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 인근 섬이 연출자들 사이에 촬영지 ‘헌팅1호’로 꼽힌다. 말이 섬이지 연륙화된 영종도에서 뱃길로 10여분 거리인 데다 섬 정취도 뛰어나 사랑받고 있다. 영종도 남단 무의도에는 하나개해수욕장에 SBS드라마 ‘천국의 계단’, 광명항에 MBC의 ‘김약국의 딸들’ 세트장이 있다. 영종도 북단에 있는 옹진군 북도면 시도에는 KBS ‘풀하우스’,‘슬픈 연가’ 세트장이 잇따라 들어서 한적하기만 하던 이 섬에 관광객들이 서서히 모여들고 있다. 시도 세트장은 옹진군에서 별 의욕을 안 보여 개인이 바다에 인접한 소유부지를 방송사의 요청으로 제공했었다. 영화 ‘실미도’로 이름을 날린 무의도 인근 실미도는 세트장이 철거된 이후에도 주말이면 1000여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그러나 경북 문경시가 2000년 2월 건립비 일부를 보탠 문경새재 ‘태조 왕건’ 세트장은 ‘불멸의 이순신’,TV문학관 ‘메밀꽃필 무렵’ 등 많은 드라마가 촬영됐지만 추가시설 미비로 식상해지며 관광객이 줄고 문경새재 환경도 파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불멸의 이순신’‘해신’과 ‘서동요’ 등은 종영 후 보수·관리비로 연간 1억∼2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한양대 관광학부 김남조 교수는 “드라마가 끝난 뒤 철거비나 보수·관리비가 문제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갖가지 조건을 꼼꼼히 따져 세트장을 유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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