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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의 날 특집] 자연양식장 ‘바다목장’ 실용화 임박

    [바다의 날 특집] 자연양식장 ‘바다목장’ 실용화 임박

    바다는 자원의 보고이다. 인류의 미래가 바다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해양국에서는 경쟁적으로 ‘블루오션’인 해양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양과학기술 연구개발에 1719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세계로 눈을 돌려 남극에 세종과학기지, 북극에 다산과학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해양과학기술은 해양 선진국의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바다의 날(31일)을 맞아 바다목장화 사업,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현황, 마린바이오산업, 해양생태계 변화 등 해양과학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바다 목장화 사업 바다목장화 사업은 이미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1998년 시작된 통영 바다목장화 사업은 내년 상반기중에 사업이 완료된다. 바다목장이란 종묘생산에서 어획에 이르기까지 과학적인 생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환경친화적인, 울타리 없는 양식업을 실현하기 위해 시작됐다. 연안해역에 인공어초 등을 설치해 수산생물의 서식공간을 제공하고 수자원을 회복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나아가 관광레저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통영에 이어 여수(다도해형)와 울진(관광형), 태안(갯벌형), 북제주(체험·관광형)에도 테마별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통영의 경우 바다 목장사업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구역내에서의 어로행위는 금지하고 있지만 주변해역의 어획량이 늘고 있다. 자원량조사를 거친 뒤 올 하반기부터 시험조업에 들어가 연간 어획량을 결정할 방침이다.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 세계 각국은 미래의 광물자원 수급의 불확실성에 대비, 해양광물자원 확보 및 관련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4년부터 태평양 심해저광물 자원개발에 착수했다. 해저에는 각종 광물질이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수심 4000∼6000m 해저면에 망간단괴가 분포하고 있다. 망간단괴에는 망간을 비롯, 니켈 구리 코발트 등이 함유돼 있다. 또 마그마가 분출해 침전한 광상인 해저열수광상에는 금·은·아연·백금 등이 함유돼 있다. 우리나라는 2002년 하와이 동남방 공해상에 남한 면적의 4분의3 크기인 7.5만㎢의 망간단괴 단독광구를 확보했다. 경제가치만도 150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유엔 국제해저기구에서는 국가간 지나친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해저 광구를 인류의 공동유산으로 규정해 국가별로 7.5만㎢의 구역만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망간단괴를 어떻게 채광하느냐 하는 점이다.2008년부터 심해광물자원 채광을 위한 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근 개발에 성공한 무인잠수정도 투입된다. ●마린바이오21 사업 해양생명공학산업을 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2004년 마린바이오21 사업단을 구성, 운영하고 있다. 올해까지는 해양생물의 기능과 구조분석 기술개발 등 원천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2단계사업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이며, 이 기간동안 응용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3단계 사업기간인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해양생물을 기반으로 한 상품을 개발한다. 해양바이오산업은 선진국에서도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고 있어 경쟁력 있는 분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2010년까지 국내 바이오산업시장의 10%,2013년까지 세계 해양바이오산업 시장의 5% 점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양바이오산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해양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수산물 생산량 증가에 크게 이바지할 전망이다. ●세종기지·다산기지 운영 1988년 남극대륙 킹조지섬에 설치한 세종과학기지에는 월동연구대가 상주하면서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2011년까지 현 세종과학기지(남위 62도 13)보다 훨씬 남극에 가까운 곳(남위 70도 이남)에 제2기지를 건설하고 2008년 쇄빙연구선을 건조하는 등 연구 인프라를 대폭 확충한다. 제2기지가 구축되면 세종기지에서 불가능했던 남극의 빙하와 고층 대기, 물리, 운석 및 천문학 등의 연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2011년까지 2289억원을 투자하고 현재 선진국의 45% 수준인 연구수준을 7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북극 스발바드군도 니알슨(북위 78도 55)에는 다산과학기지가 있다.2002년 운영에 들어간 다산기지는 70평의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며, 필요시 비상주인력을 파견, 연구를 하고 있다. ●연안 해양생태계 변화 연안해역의 중금속 오염이 진행되고 있고, 연안개발로 수산자원의 서식지가 훼손되고 있다. 한반도 주변수역의 해수온도는 지난 36년동안 0.79∼0.93도가 상승, 생물종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같은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해양부는 오염해역의 정화사업을 실시하고, 해양환경 경영평가를 실시해 무분별한 해양환경 훼손행위를 억제하고 있다. 적조 예방을 위해 어장환경관리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강동형기자 yunbin@seoul.co.kr ■ 이어도 과학기지는 한반도 최남단 마라도에서 남쪽으로 81해리(149㎞)나 떨어진 이어도. 이 섬은 타령과 전설, 소설 속에서 환상의 섬으로 나온다. 특히 제주 해녀들은 남편이나 아들이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못하면 이어도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어도는 실제로는 파도가 칠 때 바위 끝이 드러나는 섬이 아니라 수중암초이다. 이렇게 신비스러운 섬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는 첨단의 섬으로 변했다. 한국해양연구원이 지난 8년 동안 212억원을 들여 이 섬에 지난 2003년 6월 해양과학기지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이 과학기지는 무인기지로 특히 태풍의 진로예측과 태풍예보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섬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의 약 40%가 거쳐가는 진로상에 위치해 있다. 이어도를 통과하는 태풍은 약 10시간 뒤 남해안에 도달한다. 지난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남해안에 상륙하기 7시간 전에 실시간으로 관측자료를 기상청에 제공, 태풍 예측에 큰 보탬이 됐다. 이어도 과학기지의 활용은 무궁무진하다. 먼저 해양오염 관측을 하고 수온과 염분도, 용존산소, 해류와 조류, 해양생물 등 해양 관측자료를 만들어 수산과학원과 해양조사원, 해양연구원 등에 제공한다. 또 어로지원과 무인등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일대는 평균 수심 50m정도로 물고기의 은신처가 되는 암석과 해조류가 많아 천혜의 어장으로 손꼽힌다. 이어도에는 이밖에 모두 44종의 관측기가 있으며, 헬리콥터 이·착륙장이 있어 인근의 수색과 구난 전진기지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거센 바닷바람 때문에 좀처럼 착륙을 허용하지 않는다. 오늘날 첨단의 옷으로 가라입은 이어도이지만 여전히 사람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는 않고 있다. 이어도 기지를 담당하는 해양부 진준호 사무관은 “매월 한차례씩 기기 유지·보수를 위해 관리요원을 파견하는데 기상이 나쁘면 허탕을 치는 경우가 많아 맑은 날만 택해 간다.”고 말했다. 뭍 사람들이 고요하게 잠든 밤에도 외롭게 먼저 태풍을 맞이하는 이어도가 아직은 자신의 머리 위에 얹혀진 철제탑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해양활용 어디까지 와 있나 현재 인류가 자원고갈과 지구환경문제에 직면한 가운데 해양산업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인식한 선진국들은 해양관련 연구개발에 투자, 해양과학기술(MT)의 발전을 이끌어 냈다. 우리나라는 후발국가로 뒤처졌지만 최근 지속적인 투자로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해양심층수와 위그선, 무인잠수정, 해양에너지, 마린바이오 등이 그 예에 속한다. 해양심층수는 수심 200m이상의 깊은 곳에 있는 바닷물을 의미한다. 육상의 오염물질이 유입되는 표층수와 섞이지 않아 무공해 청정성을 유지한다. 물 부족과 환경문제의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 해양심층수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 현재 관련법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위그선은 해수면의 5∼10m위를 나는 날개 달린 배이다. 위그선은 선박이 가진 대량 운송과 낮은 비용, 비행기가 가진 신속성을 함께 지닌다. 특히 수산물 등 신선도 유지가 필수적인 제품수송에 유용하다. 해양수산부는 위그선의 상용화를 위해 6월 민간사업자와 협약을 체결, 시제품 개발에 착수한다. 조류와 조력, 파력 등 해양에너지는 환경문제를 유발하지 않는 이점이 있다. 내년 1월 진도 앞바다에 시험조류발전소가 완공된다. 본격 생산에 앞서 기술적인 타당성이 검증되면 2∼3년 뒤 상용화할 예정이다. 현재 한전 등 관련 업체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양과학기술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늦은 편이고 연구개발 예산도 적은 편이다.2004년 한국의 해양과학기술 투자액은 1249억원으로 이는 미국의 4%, 일본의 12.5%밖에 안 된다. 또한 선진해양국과의 기술격차는 7년(평균 60%수준) 차이가 난다. 해양과학기술 가운데 첨단 SOC 인프라 기술은 선진기술의 72.8% 수준이지만 기술격차는 10.3년으로 가장 뒤떨어져 있다. 반면 통합물류 수송시스템 구축기술은 4.9년(69.9% 수준)의 기술격차를 보여 가장 앞서가는 분야로 꼽히고 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소방방재청 개청2년…문원경청장 인터뷰

    소방방재청 개청2년…문원경청장 인터뷰

    “앞으로는 사후복구보다 사전 예방활동에 주력,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힘을 쏟겠습니다.” 문원경 소방방재청장은 29일 소방방재청 개청 2주년을 맞아 “이제는 재해와 재난에 대한 행정체제의 개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년 엄청나게 재해복구비로 쏟아붓는 사후복구 중심의 재난행정은 예산낭비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개청 2주년의 의미와 방재행정의 개선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개청 이후 주력해 온 것은 무엇인가. -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래서 2007년까지 인명피해 30% 줄이기 위한 목표를 설정해 추진해오고 있다. 아울러 국가안전관리의 틀을 짜는데 주력했다. 민관협력체제 구축과 사회전반에 만연한 ‘안전불감증’ 해소를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였다. ▶국가안전관리의 틀을 짠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기본적으로 재해관리를 복구중심에서 예방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지난 10년간 재해 복구에 18조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평균 연간 1조 5000억원이 투입된 셈이다. 국가재정관리측면에서 보면 고스란히 낭비되는 예산이다. 이제는 복구가 아닌 예방차원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따라서 이에 따른 인프라 구축을 강화하려고 한다. 얼마 전 열린 재원배분대책회의에서도 정부차원에서 이같은 원칙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추진과제중 중점을 두는 부문은. -지난 2년 동안의 미비점을 보완해 국가 재난관리를 총괄·조정하는 기구로 역할을 다하겠다. 우선 안전과 관련된 모든 부문간의 협치형 네트워크를 폭넓게 구축하겠다. 특히 민·관 협력을 통한 안전문화운동을 활성화하겠다. 특히 실생활에서 풀뿌리 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가칭 ‘안전문화운동지원법’을 제정하겠다.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범정부차원의 추진체계 구축과 함께 시민·자원봉사단체를 적극 육성할 인적·물적 지원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재해로 매년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는데. -지구 온난화 등 이상 기후로 세계의 재난관리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번 인도네시아의 지진만 봐도 엄청난 인명피해를 입었다. 우리나라도 태풍 ‘루사’‘매미’,3월의 ‘폭설’등 대규모 자연재난이 늘고 있다. 이런 자연재난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현장에 적합한 ‘현장밀착형’그물망 재난점검시스템 및 민간분야의 다양한 영역과 수평적인 연계를 통한 거버넌스형 재난관리 네트워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재난관리는 첨단기법과 기술, 정보통신시스템 확대 등 첨단과학을 활용하는 재난관리 영역을 확대, 변화하는 재난관리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 ▶풍수해보험제도가 도입됐는데 어떤 효과가 기대되나. -재해가 나면 현재의 지원수준은 피해액의 30% 수준에도 못 미친다. 정부도 가용예산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매년 3000억원 규모로 사유재산에 대한 국고지원을 해 주고 있다. 보험제도가 도입되면, 국민은 적은 비용으로 복구지원금의 3배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세이프 코리아] 10년간 수해손실 18조…피해 최소화 기대

    [세이프 코리아] 10년간 수해손실 18조…피해 최소화 기대

    올 장마철부터 재난 위험지역의 출입을 통제하는 ‘세이프 라인’(안전선·Safe Line) 제도가 국내 처음으로 도입된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22일 “세이프 라인은 태풍과 집중호우 등 매년 되풀이되는 각종 재난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됐다.”면서 “지방자치단체별로 세이프 라인 제작에 들어갔으며, 다음달부터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명보다 집값이 중요? 세이프 라인은 자연재난으로 피해가 발생했거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연결한 띠 모양의 선이다. 즉 현재 경찰에서 운용하고 있는 ‘폴리스 라인’(Police Line)과 유사하다. 세이프 라인이 설치되면 선 안쪽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즉시 안전지대로 대피해야 하며, 세이프 라인이 철거될 때까지 출입이 금지된다. 이 관계자는 “세이프 라인은 아직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면서 “올해 시범운영한 뒤 문제점을 보완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처럼 세이프 라인을 도입한 데는 주민들의 ‘안전 불감증’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저지대 등 상습침수지역은 전국적으로 모두 599곳이 지정돼 있다. 광역시·도별로는 서울 25곳, 부산 27곳, 대구 11곳, 인천 11곳, 광주 12곳, 대전 13곳, 울산 21곳, 경기 59곳, 강원 90곳, 충북 24곳, 충남 41곳, 전북 4곳, 전남 40곳, 경북 148곳, 경남 51곳, 제주 22곳 등이다. 또 상습침수지역에는 이를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상당수 지역에서 이를 어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대도시의 경우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한 해당 지역주민들이 안내판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상습침수지역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조차 꺼리고 있지만 세이프 라인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풍수해의 90% 이상은 여름철인 6∼9월에 집중된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여름철 집중호우와 태풍 등으로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집을 잃은 이재민만 28만 5000여명, 사망자도 1203명에 이른다. 또 같은 기간 ‘수마’가 삼킨 재산만 무려 18조 2000억원이다. 피해 복구에 들어간 비용은 피해액보다 훨씬 크다. 예컨대 지난해 풍수해 피해액은 1조 498억원이었으나, 지난 1월 현재 복구비는 피해액의 1.6배인 1조 6486억원이 들어갔다. ●잇단 경고음, 대비는 ‘글쎄’ 태풍 ‘루사’와 ‘매미’ 등 초대형 재난을 경험해야 했던 2002년,2003년과 달리 2004년과 지난해는 다행히도 큰 재해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대형 재난의 가능성을 경고하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3월 이례적으로 ‘라니냐’ 경보를 내렸다. 라니냐는 적도 무역풍이 강해지면서 서태평양의 수온은 올라가고 동태평양의 수온은 떨어지는 현상으로, 올여름 이상 기후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도 지난 4월 ‘3개월 예보(5∼7월)’를 통해 올해 장마는 다음달 19∼20일부터 시작돼 기압골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다음달 말에 집중호우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이번 여름에도 재난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지만, 대비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 이달 초 전국에 내린 집중호우로 제방이 유실돼 마을이 고립되고, 공장·농경지·가옥 등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상당수 지역에 내린 100㎜ 안팎의 비는 하루 동안 내린 양으로는 비교적 많았지만, 수백㎜ 이상의 집중호우가 몰고올 충격파와 비교하면 크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이번 호우에 앞서 전국에 호우경보가 내려졌을 정도로 예견된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해 피해를 키울 ‘구멍’은 여전히 곳곳에 존재한다. 또다른 관계자는 “대형 수해를 입은 뒤 방재시설을 갖춘 곳도 있지만, 아직은 수해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을 그대로 안고 있는 지역이 더 많다.”면서 “재해유형별 취약지역을 선정, 맞춤형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9개 시·군 ‘풍수해 보험’ 시범운영 가입하면 복구비 최대 90% 보상 태풍이나 폭설 등 자연재해로 입은 피해를 보상해 주는 ‘풍수해 보험’이 지난 16일부터 전국 9개 시·군에서 시범 도입됐다. 기존 정부의 피해지원제도가 주민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정부에는 막대한 재정압박을 각각 안겨준 만큼 풍수해 보험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 보험 대상지역은 경기 이천시, 강원 화천군, 충남 부여군, 충북 영동군, 전남 곡성군, 전북 완주군, 경남 창녕군, 경북 예천군, 제주 서귀포시 등이다. 보험에 가입한 주민은 태풍, 호우, 강풍, 해일, 대설, 홍수 등으로 파손된 비닐하우스와 축사는 물론 주택의 침수 피해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기존 재해복구 지원제도는 시설물 복구비의 30% 정도를 정부예산으로 무상 지원했다. 보험에 가입하면 무상 지원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하지만 복구비의 최대 90%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또 보험금 액수에 따라 49∼65%를 정부에서 보조하기 때문에 보험료 부담도 줄었다. 예컨대 경기 이천시 단독주택의 경우 연간 1만 9100원만 내면, 재해로 피해를 입었을 때 2720만원을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다. 이는 현행 정부 지원액 900만원보다 3배 이상 많고, 농가주택 건축비(평당 150만∼200만원)를 감안하면 15∼18평짜리 새 집을 지을 수 있는 액수다. 또 강원 화천군 축사(200㎡ 기준)는 연간 17만 4600원의 보험료로 기존 정부 지원액 847만원보다 2.6배 많은 2198만원을, 제주 서귀포시 비닐하우스(500㎡ 기준)는 9만 500원만 내면 정부 지원액 139만원에 218만원을 더 지원받을 수 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지역별로 재해발생률 등에 따라 보험료에 편차가 생길 수 있다.”면서 “올 하반기에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요조사를 받아 보험 대상지역 및 대상시설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풍수해 보험은 지역주민들에게 새로운 부업 기회도 제공한다. 일반인도 재난 피해를 조사하는 손해평가인으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일정한 자격요건을 충족시키면 누구나 손해평가인이 될 수 있다.”면서 “하루 평균 15만∼20만원의 수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문의는 시·군·구청 재난관리과 또는 동부화재(02-2262-1472)로 하면 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보이지 않는 소리의 마술사’ 손인호[2]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보이지 않는 소리의 마술사’ 손인호[2]

    ‘얼굴 없는 가수’의 50년만의 외출 손인호씨는 대중들 앞에 일절 나서지 않았던 것은 물론 이미 톱 가수 반열에 오른 1955년 결혼 당시 부인조차 그가 가수였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현재 손인호씨의 가족은 부인 이선자 여사를 비롯해 3남1녀, 그의 음악적 인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장남 손동준씨가 뒤늦게 대를 이어 ‘사랑은 OX’라는 곡으로 데뷔,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어머니는 늘 입버릇처럼 ‘네 아버지가 가수인 줄 알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지요. 때문에 어릴 때 집에서 아버지 노래를 부르면 야단을 맞곤 했는데 밖에서만큼은 늘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비단 어머니뿐 아니라 당시엔 연예인들을 ‘딴따라’라고 비하하기도 했고 유독 가수활동을 말렸던 어머니가 뒤늦게 제 가수 활동만큼은 적극적으로 뒷바라지하시는 걸 보면 전 복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가수로 50년 후배인 손동준씨의 말이다. 취입된 노래만으로도 전성기를 구가하던 가수 손인호씨는 정작 그 시각에 피 말리는 영화녹음현장에 매달려 있었다. 손인호씨는 우리나라 영화녹음 발전사의 산증인인 처남 이경순씨와 ‘한양녹음실’을 설립, 운영해왔다. 이곳에서 녹음한 영화는 무려 3500편 정도.50년대에서 90년대까지,40년간 제작된 한국영화의 70∼80%를 도맡았다. 물자 부족과 낙후시설로 인해 녹음 환경이 매우 열악했던 시기, 특히 필름은 ‘핏방울’이나 다름없이 귀했다. 당시는 ‘후시녹음’시절이라 이미 촬영된 생필름에 직접 녹음을 해야 하는 ‘피 말리는 작업’에 따르는 긴장감과 압박감은 엄청났다. 한 ‘씬’마다 음악과 음향효과, 그리고 연기자와 성우의 호흡과 감정을 맞추는데 몰입해야 했다. 게다가 이미 개봉날짜가 정해진 영화를 마무리하는 작업이기에 밤샘 작업하기 일쑤였기 때문에 노래 취입 자체가 사실상 버거웠다. 결과적으로는 레코드사 전속가수로 한달에 몇 곡 이상은 반드시 녹음해야 하는 계약조건 때문에 그나마 여러 곡들을 취입, 남길 수 있었던 셈이다. 일화도 많다. 지금처럼 다양한 특수음향효과음을 모아놓은 ‘sound effect(음향효과)모음집’이 없던 시절이라 효과음향들을 일일이 직접 녹음해 만들어내야 했다. 재래식의 무거운 장비를 들고 기적소리가 울리는 현장, 즉 안양 밖 수원 못 미친 지점을 찾아내 철도 밑에서 밤새 기다렸다가 비로소 시나리오에 적혀진 대로 ‘차가운 새벽을 가르는 적막한 기차소리와 서글픈 기적소리’를 녹음기에 담아, 스크린을 통해 재현해야 했다. 임시 방편으로 철판을 흔들거나 두들겨 산들바람부터 비바람을 동반한 천둥소리까지 만들어내야 했고 ‘백치 아다다’의 경우 화면 배경의 매미소리를 내기 위해 임시 방편으로 두셋이 셀로판지를 입에 물고 매미소리를 직접 흉내내야 했던 웃지 못할 일화도 부지기수이던 시절. 신상옥 감독의 ‘젊은 그들’에서 주인공 최무룡과 개들이 싸우는 장면에서는 고민 끝에 실제로 개 네 마리를 직접 녹음실로 데려와 마이크를 목에 매달고 두 마리씩 편을 갈라 싸움을 붙이는, 말하자면 성우 대신 성견(聲犬)까지 동원했다. 특히 어려웠던 것은 전투장면. 우리 측 무기와 상대 전투기소리는 물론 M1과 카빈소총, 그리고 따발총소리 역시 제각각 달라야 했다. 영화편집용 기기인 ‘무비올라(moviola)’가 없던 시절이라 영사기 렌즈로 한 프레임씩 필름을 검색해 그림에 맞춰 한방 한방씩 녹음, 일일이 소리맞추기를 해야 했다. 특히 그에게 대종상 녹음상의 영광을 안겨준 ‘돌아오지 않는 해병’의 경우는 등장인물도 많았고 또 소리의 원근감까지 정확히 묘사했던 작품으로 보름 이상 소요되었다. 워낙 철두철미한 성격에 ‘보통사람과 다른 귀’를 가지고 있어 작곡가 이봉조씨가 그에게 지어준 별명이 ‘손형사’.‘소리의 달인’ 손인호씨가 가수로서 노래를 취입할 때마다 마이크 앞에서 갖는 중압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짜깁기’가 불가능했던 시절 ‘마그네틱 녹음테이프’ 또한 혈관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던 때인지라 취입 도중 반주나 노래가 틀리기라도 하면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미 오랫동안 ‘긴장감’에 숙련된 그였지만 녹음에 들어가기 전 아예 독한 술을 미리 마시고 노래를 취입하기도 했던 일화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가 브라운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2001년,75세 때 가요무대 특집방송 ‘얼굴 없는 가수 손인호 편’에서다.2003년 뒤늦게 가수분과에 입회,77세 되어서야 비로소 가수에 적을 둔 셈이고 재작년에는 40여년만의 신곡 ‘휴전선아 말해다오’를 발표했다. 이 노래가 결국 우리나라 최고령 가수의 취입곡이 되는 셈이다. 손인호 선생이 지난 4월12일 필자와 함께 부산 해운대를 찾았다. 그의 대표곡이자 동시에 해운대를 대표하는 노래 ‘해운대 엘레지’의 주인공이 노래 발표 50년 만에 첫 방문한 것으로 장남인 가수 손동준씨도 함께 동행했다. 지난 2000년에 세워진 ‘해운대 엘레지 노래비’ 앞에서 그는 사뭇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sachilo@empal.com
  • 치매치료 ‘아트테라피’ 와 만나다

    치매치료 ‘아트테라피’ 와 만나다

    “어, 내 사진이잖아.” 김영희(이하 가명) 할머니가 액자 하나를 집어들더니 반색한다. 치매를 앓고 있는 김 할머니가 직접 그린 자화상이다. 액자에 곱게 넣은 이 자화상은 오는 27일부터 열리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치매콘퍼런스의 치매미술전시회에 선을 보인다. ●기억 되살리는 아트테라피 김 할머니는 “할머니 얼굴 그리신 거예요?”라고 묻자 “아니야, 그린 게 아니라 내 사진이야.”라며 액자 속 얼굴을 쓰다듬는다. 김 할머니는 요즘 기분이 좋다. 할머니를 괴롭히던 망상 증세가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간호사는 “할머니가 수집 망상이 있어서 화장실 수건이며 비누며 다 가져가는 통에 남아나는 집기가 없었지만 요새는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아트테라피 덕분이란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송파노인종합복지관은 치매 노인들을 위한 아트테라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미술, 음악, 원예 등 예술 전반을 치매노인 임상치료에 응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30여명의 치매 노인이 복지관에 입소해 보호를 받고 있고, 이와 별도로 낮에만 시설을 이용하는 주간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이 곳에서는 미술, 음악, 체조, 원예프로그램을 매주 두세시간씩 운영한다. 월·화요일 오전에는 미술 수업을 하고, 수요일엔 노래, 목요일엔 체조 수업을 하는 식이다.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서 아트테라피를 적극 도입한 것은 지난해부터. 복지관측은 “노래나 체조 수업을 하면 문제 행동을 보이던 분들도 그 시간엔 집중력을 보이고 기억을 회상한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전문가를 초빙해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림으로 의사소통하고 감정 표현 치매 노인들이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는 시간은 바로 미술 시간이다. 그림을 그리고 공작을 하는 시간엔 표정부터 달라진다. 의사 표현도 확실히 해 상호 소통이 가능해진다. 권혜원 할머니는 미술 선생님을 그린 자신의 그림이 영 마뜩찮은 얼굴이다. 권 할머니는 “코를 그리다 만 것 같아. 고칠 것 좀 줘 봐.”라며 애착을 보인다. 장순복 할머니는 상상 속의 딸을 그렸다.“이게 누구예요?”하니 “우리 딸”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혈관성 치매로 오른손이 마비된 채기영 할아버지는 왼손으로 그림을 그려낸다. 평소 표정 변화가 통 없는 김수근 할아버지는 얼마 전 손 그리기 시간에 주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담당 미술 치료사는 “할아버지가 옥반지를 낀 손을 그렸는데 누구 손이냐고 물어보니 “할멈이야, 할멈 보고싶어.”라며 눈물을 보이시더라. 먼저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리워하시는데 가슴이 찡했다.”고 전했다. 이번 아·태 치매 콘퍼런스에 전시되는 작품 40여점은 이렇게 그려진 그림들이다. 한국치매가족협회의 김은주 사회복지사는 “그림을 통해 감정을 드러내고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치매 노인들의 그림은 감동 그 자체”라면서 “어떤 작품들은 치매 환자가 그렸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하고 삶의 통찰력도 느껴진다.”고 했다. ●음악 치료도 증세 호전시켜 음악시간도 인기가 좋다. 노래방 반주기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율동을 하는 시간이다. 박금영 할머니는 “난 그림 그리는 것보다 노래 부르는 게 더 좋아.”라며 열심히 박수를 쳤다. 박 할머니가 좋아하는 노래는 ‘과수원 길’이다.‘과수원 길’은 박 할머니뿐만 아니라 이 곳 어르신들의 18번 노래다.‘만남’이라는 가요에는 시큰둥하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과수원 길’ 반주가 나오자 눈을 반짝이며 노래에 열중한다. 가요보다는 역시 동요가 더 인기다. “과수원엔 뭐가 있죠?”노래가 끝난 후 간호사가 묻자 바로 “과일”이라는 대답이 나온다.“과수원에서 무슨 과일 드셨어요?하나씩 말씀해 보세요.”“몰라.”“사과”“먹는 건 좋아하는데 과일은 몰라.”“배”“사과” 느린 속도지만 대화가 이어졌고, 시간이 갈수록 호응도가 높아졌다. 조옥주 보건과장은 “이렇게 놀이처럼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진행하는데, 놀랄만큼 집중력을 보여서 어떤 분들은 노래 가사를 다 외워서 따라부르기도 한다.”면서 “치매증상이 심하셨던 분들도 미술과 음악치료를 통해 문제행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증세가 호전돼 간호사들도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글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발언대] 기상자료 공유로 재해 줄여야/박광준 기상청 관측국장

    지난 수년간 이상기상 현상들은 더 이상 우리들에게 놀라운 일이 아닐 정도가 되었다. 즉 2004년 3월 중부지방의 대설,2005년 12월 호남지방의 대설,2002년과 2003년의 태풍 ‘루사’와 ‘매미’의 내습,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등으로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급증하는 기상재해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한 최우선적인 방안의 하나는 시시각각 변하는 각 지역의 대기상태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는 기상관측망의 확충이다. 기상청은 현재 539대의 자동기상관측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운용하고 있는 기상관측장비는 2005년 1월1일을 기준으로 군, 학교, 민간회사를 제외한 19개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에서 총 5211대에 이른다. 현재 몇몇 기관들은 자체 생산하는 기상관측자료를 기상청에 보내 기상예보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유관기관들간에 기상관측자료 교환 및 공유가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상관측기관들은 열악한 관측환경과 상이한 관측방법, 그리고 전문 관측인력의 부족 등으로 관측자료의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상관측의 설치도 다른 기관과 중복되어 국가 전체 자원 활용이 미흡한 것은 물론 예산낭비 요인도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03년부터 기상관측표준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의 법적 토대를 제공하는 ‘기상관측표준화법’은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하여 올 7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의 취지는 우리나라의 모든 관측기관에서 운용중인 기상측기, 기상관측환경, 기상관측방법 및 절차 등을 표준화하여 기상관측자료의 품질을 높이고 국가적인 기상관측망을 구축하고 여기서 생산되는 기상관측자료를 공동 활용하려는 것이다. 이 일이 실현되면 기상관측의 중복투자를 방지하여 국가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기상청을 포함한 19개 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모든 내용을 데이터 베이스(DB)화하게 된다. 이 정보는 효율적인 국가기상관측망 관리 및 관측환경 유지의 기본 자료로 활용되어 기상관측자료의 질적 향상과 함께 국가적인 기상관측자료의 공동 활용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제 기상자료를 그냥 참고만 하지 말고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삶을 윤택하게 하는 필수적인 자료로 인식할 때다. 박광준 기상청 관측국장
  • [세이프 코리아] ‘산불과의 전쟁’ 동해안 르포

    [세이프 코리아] ‘산불과의 전쟁’ 동해안 르포

    동해안 지역은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사이 6건의 대형 산불이 발생해 서울 여의도의 95배에 달하는 2만 8572㏊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특히 산불의 80%는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측면에서 울창한 숲이 민둥산으로 변해버린 백두대간은 ‘안전불감증의 현주소’와 ‘안전의식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산교육장이다. ●벌거벗은 낙산사 주변 지난해 4월4~5일 산불로 인해 잿더미로 변한 강원도 양양지역의 복구현장을 11개월여 만에 찾아보았다. 화마에 휩쓸렸던 양양 낙산사 주변은 천년 사찰의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사찰 주변에 울창하던 소나무 숲은 타다 남은 나무들을 전기톱으로 모두 잘라내 황량한 민둥산으로 변했다.40∼50년 된 아름드리 소나무들은 모두 잘려 밑둥만 남았다. 나무를 잘라내 봄의 전령사인 ‘복수초’의 노란꽃이 한눈에 들어왔다. 낙산사에서 만난 한 스님은 나무가 우거졌을 때는 숲이 우거져 ‘복수초’를 잘 볼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경내도 홍현암과 의상교육관 등 일부만 남고 모두 탔다. 주변에는 복원공사를 위한 목재가 이곳 저곳에 놓여 있고 잘라낸 나무를 치우기 위한 굴착기 굉음소리만 요란했다. 관광을 위해 이곳을 찾은 최모(55·여·강원 철원군 갈말읍)씨는 “천년 사찰의 모습을 보러왔다가 민둥산과 황폐화된 사찰을 보면서 마음속에 불조심에 대한 경각심만 새기고 간다.”고 푸념했다. 동부산림청 소속 이석주(8급)씨는 “낙산사 주변의 40∼50년된 소나무들은 모두 불에 타 지난해 말부터 올초까지 모두 베어냈다.”고 말했다. 시야에 들어온 주변의 모든 산들은 검게 타버렸거나 민둥산으로 변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이씨는 “지난해 불이 날 당시 낙산사 도로 반대편에 있던 산불이 강한 바람과 함께 100m가 넘는 도로를 건너 옮겨붙었다.”면서 “산불에 대해 조심하고 대비했더라면 이 같은 처참한 피해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당시 산불의 원인은 자동차에서 무심코 던진 담뱃불 때문으로 밝혀졌다. ●해안 주변도 온통 민둥산 국도를 타고 2시간 가량 남쪽으로 내려온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 일대는 2000년 4월에 대형 산불로 민둥산으로 변해버린 곳이다. 7번 국도 주변의 강릉∼삼척 야산도 모두 불타 속살을 드러냈다. 삼척국유림관리소 안범모 소장은 “불이 나지 않았을 때 백두대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산림이 울창한 곳이었는데 순식간에 그 모습을 잃어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당시 이곳에서는 4월7일부터 15일 사이에 고성·강릉·삼척·동해시에서 잇따라 발생한 산불로 모두 2만 338㏊를 태웠었다. 삼척시 근덕면 궁리 야산 해발 250m 임도에서 바라본 산불피해 지역은 삭막함 그 자체였다. 시야에 들어온 곳은 조림을 하기 위해 모두 벌목을 한 상태라 황량함만 더했다. 산림청은 불탄 지역 가운데 9204㏊에 대해 5개년 계획을 세워 복원을 추진 중이다. 이중 27%인 2480㏊에 대해서는 이미 인공조림을 마쳤다. 불탄 지역의 나무를 모두 잘라내고 소나무와 활엽수 등을 다시 심었다. 하지만 잘라낸 나무들이 너무 많아 아직도 실어내지 못하고 쌓아놓은 나무들이 거대한 계단을 만들어놓은 것 같았다. 예전 같으면 땔감으로 서로 가져 갔을텐데 아무도 가져가지 않아 능선을 따라 쌓아 놓은 것이다. 인공조림을 했다고 하지만 어린 나무들이라서 멀리서 바라보면 민둥산으로 보였다. 조림한 지 2∼3년밖에 되지 않아 이제 겨우 잡풀 속에서 자리를 잡은 상태다. 동부산림청 김중기 자원조성팀장은 “조림된 소나무가 푸르름을 찾기 위해서는 10년 이상 커야 하고, 성장을 돕기 위해 3∼5년 주기로 풀베기와 솎아주기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보다 불이 더 무서워요” 대형 산불이 났던 궁촌 4리에서 ‘산마을터전’이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남순(47·여)씨는 6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때 산불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김씨는 “아랫마을에서 쓰레기를 태우다 난 불이 집 앞산까지 번져 하루종일 지붕에 물을 뿌려댔다.”면서 “불길이 잡혀 안심했는데 8일이 지난 뒤 다시 불길이 동네로 번져 마을을 다 태웠다.”고 회고했다. 당시 김씨 집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집들이 불 탔다. 김씨는 일부 집들이 남아 있는 것은 불길이 집으로 덮치는 것을 막기 위해 온종일 물을 뿌려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당시 인근 산의 송이 채취권을 8700만원에 계약했다가 산불로 모두 소실돼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큰 불을 겪은 뒤 2002년엔 태풍 루사가,2003년엔 매미가 휩쓸고 가 또 다른 고통을 겪었다. 그는 물과 불난리를 다 겪었지만 물보다 불이 훨씬 더 무서웠다며 혀를 내둘렀다. 속초에서 차량으로 10여분 달려 도착한 고성군 죽왕면 삼포·야촌·인정리 일대가 나왔다. 이곳은 1996년 3700㏊와 2000년 2696㏊가 불에 탄 지역이다. 이곳에선 인공조림과 자연복원을 곁들이며 복원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1996년에 불에 탔던 곳에 복원작업을 진행했지만, 이중 상당수는 2000년 다시 불탔다. 이 때문에 1996년 조림이 된 뒤 불에 타지 않은 곳의 나무는 2m정도 성장했지만,2000년 불타 다시 조림된 곳은 70∼80㎝밖에 자라지 않은 모습이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는 아직도 당시의 처참한 생채기가 아물지 않은 채 곳곳에서 흉한 몰골로 버려져 있었다. 동해안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선거·짝수해 대형산불” 주민 긴장 요즘 강원 동해안에선 주민들이 차량에 ‘산불조심’이란 붉은색 깃발을 달고 다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매년 3∼4월에 발생한 대형 산불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관(官)과 민(民)이 나서 산불예방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1980년 이후 동해안에서 100㏊ 이상 산림을 태운 산불은 13건. 소형 산불까지 계산하면 헤아릴 수조차 없다. 특히 관계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대형 산불이 거의 ‘선거가 있는 짝수해’에 발생했다는 점이다.15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던 1996년엔 고성 산불로 3700㏊를 태웠다. 또 전국 지방동시선거가 있었던 1998년엔 강릉 사천에서 산불이 발생했고,16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던 2000년엔 동해안 지역 산불로 2만 3794㏊를 태웠다. 이 때문에 짝수해인데다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는 올해도 ‘혹시나’하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강릉 등 동해안에선 소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강릉시 난곡동 인근 야산에서 쓰레기를 태우다 산으로 옮겨붙어 사유림 2000여평(강릉시 집계)을 태웠다. 지난해 양양 산불로 낙산사가 불탔던 악몽이 가시지 않은 터라 불이 민속문화재 5호인 선교장 인근으로 번질까 당국이 바짝 긴장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강릉시 옥계에서도 산불이 나 272평을 태우는 등 올들어만도 20건이 넘는 산불이 동해안에서 발생했다. 특히 일부는 방화로 추정돼 당국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김용하 동부산림청장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모든 직원들이 비상근무를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산불 방화범을 잡기 위해 새벽까지 잠복근무를 하는 등 사실상 ‘산불과의 전쟁’을 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영동지역은 태백산맥의 급한 경사면을 따라 바다로 연결되기 때문에 해양성 기후에 가깝다. 반면 태백산맥 반대편의 영서지역은 대륙성 기후인데, 이런 기후 특성이 대형 산불의 원인이 된다. 전문가들은 온도 및 습도차이, 강한 바람 등이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원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후와 지형 탓에 조선시대에도 대형 산불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왕조실록의 산불 기록에는 “3월3일 사나운 바람이 크게 일어나 산불이 크게 번져 삼척 강릉 양양 간성 고성에서 통천에 이르는 바닷가 여섯 고을에서 민가(民家) 2600여호, 원우(院宇) 3곳, 사찰 6곳, 창사(倉舍) 1곳, 곡식 600섬 등이 불타고 타 죽은 사람이 61명이다.”고 기록돼 있다(조선왕조실록 순조 4년 3월12일). 현종 13년 4월5일엔 “원양도의 양양 강릉 등 네 고을에 산불이 크게 나서 불타버린 민가가 1900여호이고 곡물과 군기 등이 한꺼번에 다 타버렸고, 불 타 죽은 사람도 65명이다.”고 적혀 있다. 정부는 이같이 산불이 빈발하자 동부산림청에 동해안 산불관리센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동해안 지역의 대형 산불을 예방하고 신속한 진화를 위해 17개 민·관 기관이 공동 참여한다. 평상시에는 산불 예방활동을 하며, 대형 산불이 번지면 도지사 예하로 편입돼 진화작업을 하게 된다. 동해안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철지난 이념 집착… 정체성 훼손”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지방정부 교체론’에 대해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무능론’으로 맞서며 이틀째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한나라당은 20일 ‘노무현 정부 3년 국정파탄 국민대보고회’를 개최했다. 당 정책위원회와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정치·안보·경제·사회 등 분야별 실정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박근혜 대표는 축사에서 참여정부 3년에 대해 “철 지난 이념에 집착하면서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를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본 가치를 흔들어 정체성을 훼손하는 데에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했다.”고 비판했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발제에서 “북한에 대한 어떤 압박도 반대하느라 6자회담이 교착됐고 한·미관계도 악화됐다.”며 “기득권 타파 등 국내정치에 몰입하느라 4강외교는 현안 따라가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참여한 ‘현장보고’에서는 거친 발언이 이어졌다. 탈북자 김태산씨는 “노 대통령은 김대중과 김정일의 각본에 의해 정권에 올라앉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원색 비난했다. 뉴라이트교사연합 두영택 상임대표는 “개정 사학법과 3불정책으로 대변되는 노 정권의 교육정책과 전교조 교육 때문에 우리 교육이 질곡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고 주장했다. 주부 김효선씨는 “노 대통령과 이해찬 국무총리는 가짜배기 불량서민”이라며 “태풍 ‘매미’가 와도 오페라 구경에 넋을 잃고 부부가 나란히 드러누워 눈꺼풀 수술에만 신경을 쓰는 ‘서민 대통령 노무현’에게 서민들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라고 외친다.”고 힐난했다.경북대 학생 김경욱(4학년)씨는 “지금 대통령은 대학생들의 미래를 뺏고 있다.”며 “청년이 꿈과 도전을 가지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노 대통령의 부분개각 방침에 대해 “그 자체로 관권선거이자 국정파탄”이라고 비난했다.이규택 최고위원은 “정동영 의장이 당선 다음날 대통령 후보라도 된 듯 대구로 내려가 정국을 혼란·분열의 골로 몰아가며 야당·국민을 죽이는 ‘살생정치’를 하고 있다.”고 가세했다.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죽을 때까지 독도에 살것”

    독도가 다시 유인도가 됐다. 19일 독도에 다시 돌아온 김성도(66)·김신열 (68)씨 부부는 “죽을 때까지 독도를 지키고 전복과 소라를 캐는 등 생업에 전념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씨 부부는 지난 2003년 태풍 ‘매미’때 자신들이 거처하던 독도의 집(어업인 숙소)이 망가진 뒤 울릉도의 사위 집에서 생활해 왔다. 이들의 독도 귀환은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10월 태풍으로 파손된 어업인 숙소와 부대시설 등을 재완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들은 지난해말 문화재청으로부터 독도 거주허가를 받았으나 이후 계속된 동해상의 나쁜 기상으로 독도로 돌아가지 못했다. 김씨 부부는 1965년 3월 독도 최초의 민간인 주민 고 최종덕씨와 함께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 산 63번지 (독도 서도)에 자재를 운반해 숙소를 마련하고 최씨와 함께 조업을 하며 생활해 왔다. 그러던 중 1987년 9월 최씨가 지병으로 숨지자 김씨 부부는 1991년 11월17일 주소지를 독도로 옮겨 살았다. 한편 지난해말 기준 호적상 본적을 독도로 등재한 사람은 1875명에 이른다.포항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儒林(524)-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14)

    儒林(524)-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14)

    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14) 금강산으로 입산하는 도중에 지은 율곡의 시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늙은이 하는 말이, 지나온 세상 햇수조차 기억 못해,/편하고 괴로움과 슬프고 기쁨을 다 맛보았다오. 인정은 얄팍한 매미 날개 무상도 하여라,/ 말하고 웃는 그 속에도 칼날이 감춰 있더군. 나는 이제 옹졸한 생활로 여생을 보전하노니,/본래 칭찬이 없는데 누가 헐뜯을 것인가. 그대 만난 김에 세상 일들 묻고 싶노니,/시국 운수가 몇 번이나 통했다 막혔다 했는고. 부디 이름 갖고 속세에 퍼뜨리지 말기를,/나는 지금 숨어 사는 사람이라오. 그리고는, 닭 잡고 기장밥하여 나를 배불리고,/함께 빈 집에 누워 자면서 성리(性理)를 이야기하였네. 기이한 말과 험한 이야기 가끔 상도에 벗어나,/장자(莊子), 열자(列子)쯤은 개미처럼 내려다 보기도, 이른 아침 잠깨어 보니 사람은 간 데 없고,/단지 빈 뜰에 벗어둔 신만 보이네.” 피의자(被衣子),‘세상을 피해 숨어사는 사람’. 금강산으로 들어가는 도중에 지은 이 시를 통해 율곡은 자신의 입장을 세상과 인연을 끊은 피의자로 노래하고 있음인 것이다. 금강산에서 율곡은 자신을 ‘의암(義菴)’이라고 불렀다. 그런 의미에서 의암은 율곡의 불교적 법명이었다. 또한 율곡의 화두는 ’만법귀일 일귀하처(萬法歸一 一歸何處)’였다.‘모든 것은 하나로 돌아간다. 그런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라는 것이 율곡의 화두였던 것이다. 원래 이 화두는 불가에서 최고의 선승이었던 조주(趙洲)의 유명한 선화에서 비롯되었다. 어느 날 학승 하나가 고불(古佛) 조주를 찾아와 다음과 같이 물었다. “모든 것은 하나로 돌아갑니다. 그러면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갑니까.” 그러자 조주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내가 청주에 있을 때 한 벌의 마의(麻衣)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 옷의 무게가 자그마치 7근이나 되었어.” 제자의 질문에 조주가 대답한 청주는 오늘날 산동성에 있는 조주의 고향이었다.7근은 4.2㎏쯤 되는 무게로 옷 한 벌의 무게가 4㎏이 넘는다면 이는 보통 무거운 옷이 아닌 것이다. 이 화두는 1700개가 넘는 화두 중에서도 가장 까다롭고 난해한 공안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화두는 또 다른 조주의 선화와 유사하다. 어떤 중이 조주에게 물었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기를 스님께서는 그 유명한 남천(南泉)스님을 여러 해 동안 시봉하였다 하는데, 그것이 사실입니까.” 그러자 조주가 대답하였다. “진주에서는 큰 무(蘿富)를 캘 수가 있다.” 조주가 말하였던 진주는 하북성의 정정(正定)의 땅을 가리키는 말로 예로부터 큰 무가 나오는 명산지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조주가 대답하였던 청주에서 만든 7근이 넘는 베옷이나 진주에서 나는 큰 무와 같은 말은 정답이 아니고 그 어떤 언구에도 얽매이지 말고 오직 ‘모든 것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그러하면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라는 의단(疑團)에 집중하라는 가르침이었던 것이다.
  • 특별재난지역 선포기준 개선

    특별재난지역 선포기준 개선

    재난을 신속히 복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는 제도가 있지만, 재난이 일어날 때 마다 선포 여부를 놓고 논란이 뒤따랐다. 피해 주민들은 빠른 복구와 더 많은 피해 보상을 위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구하는 반면 정부는 선포 요건을 따지기 때문이다. 때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더 많은 보상을 받도록 피해액을 부풀리는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올해부터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과 지원방식을 대폭 개선했다. ●모두 8회의 특별재난지역 선포 특별재난지역 선포제도는 1995년 7월 삼풍백화점이 붕괴됐을 때 처음 도입됐다. 현행 법은 특별재난지역 선포의 범위를 놓고 인적 재난은 ‘생활기반의 상실 등 극심한 피해의 효과적 수습 및 복구를 위해 국가적 차원의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것이 인정될 때’ 선포하도록 하고 있다. 삼풍백화점은 사망 502명, 부상 938명 등 1440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당시 69억 4900만원의 국고가 지원됐다. 나중에 구상권이 행사돼 지급됐던 예산의 상당액은 회수할 수 있었다. 2000년 강원도 고성·강릉·삼척·동해시 일원에 일어난 동해안 산불과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지난해 강원도 양양 화재도 특별재난지역 선포 대상이 됐다. 고성 등 동해안 산불지역에는 659억원, 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대구에는 1605억원, 양양에는 243억원이 각각 지원됐다.4건의 자연재난도 특별재난지역 선포로 이어졌다. 인적 재난에 그치던 특별재난지역 선포제도는 20002년 태풍 루사 때부터 자연재난까지 확대됐다. 자연재난은 금액부터 인적 재난보다 훨씬 크다. 루사 때 강원도 등 전국 16개 시·도 203개 시·군·구에 모두 7조 1452억원의 복구비가 지원됐다.2003년 매미 때는 6조 3922억원,2004년 3월 중부지역의 폭설 때는 8827억원이 투입됐다. 지난 연말 호남 등지의 폭설 때도 3642억원(2005년 12월 29일 현재)의 피해를 냈다. ●지원기준도 공공시설 복구 중점 정부는 특별재난지역 선포제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올해부터 제도를 바꾸었다. 기존에는 자연재난의 경우, 행정구역 단위별 총 피해액과 사유재산피해액, 이재민수에 따라 선정했으나 앞으로는 최근 3년간 연평균 보통세, 조정교부금, 재정보전금 합산액 규모에 따라 정하도록 바꾸었다. 또 기존에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일반피해지역보다 월등하게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특별재난지역 선포 여부와 관계없이 같은 지원기준을 운영한다. 아울러 기존에는 사유재산 보상에 치중하던 것을 공공시설 복구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태평양·효성 이웃돕기 성금 기탁

    태평양은 29일 폭설 피해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해 재해의연금 3억원을 전국재해구조협회에 전달했다. 서경배 사장은 “폭설로 피해를 입은 호남지역 주민들이 하루 빨리 일어서도록 복구 사업이 빨리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태평양은 지난 2002년 태풍 ‘루사’ 피해 발생 때 3억원을, 태풍 ‘매미’ 발생 때 2억원을 기탁했다. 효성도 연말연시를 맞아 조석래 회장과 임직원 일동 명의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불우이웃돕기 성금 2억원을 기탁했다. 조 회장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사회와 고객에 대한 보답이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며 “소외된 이웃들에게 희망을 전달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 삼성, 호남 폭설에 50억원 지원

    삼성그룹은 사상 최악의 폭설 피해를 본 호남지역의 복구지원 성금으로 50억원을 기탁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임직원 자원봉사단을 중심으로 피해가 심한 재해지역에 복구활동에도 참여키로 했다. 이수빈(사진 오른쪽) 삼성사회봉사단 회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신수동 전국재해구호협회를 찾아 “삼성은 피해지역 주민들이 폭설에다 추위로 인한 고통과 어려움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복구지원 활동에 동참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2003년 태풍 매미 때 재해의연금으로 100억원을 기탁했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新亞 ‘알짜조선소 신화’

    무역의 날인 지난달 30일 ‘신아’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조선업체가 금호석유화학, 현대모비스 등 굴지의 대기업과 나란히 금탑산업훈장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11월까지 수출실적은 2억 5400만달러로 2002년 7590만달러에서 3배 이상 늘었다. 1946년 경남 통영 미륵도에 자리를 잡은 ‘최기호 조선소’가 모태인 신아는 1991년 12월 국내 최초로 직원이 주인 되는 회사로 새 출발했다. 신아는 1978년부터 대우그룹 계열로 편입됐지만 91년 대우그룹이 경영합리화 조치의 일환으로 대우조선과의 합병을 결의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합병되는 순간 신아 직원들은 생업을 잃을게 뻔한 상황이었다. 통영 토박이로, 직원들이 ‘형님’처럼 모시던 유수언(63·당시 관리담당 임원)사장은 종업원지주회사 설립만이 살 길이라고 판단, 전 임직원들을 설득했다.264명의 직원들이 뜻을 같이해 퇴직금과 위로금을 털어 8억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유 사장과 직원들은 이후에도 상여금 등과 집을 담보로 잡혀가며 몇차례 증자에 참여, 현재 지분 58.8%를 갖고 있다. 信亞에서 新亞로 이름을 바꾼 신아는 종업원들이 최대주주가 되면서 그 어떤 노조보다 강성이었던 노조를 자진해산하고 경영 정상화에 매진했다. 그 결과 92년 22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올해 3100억원(예상)으로 껑충 뛰어오르며 국내 8위, 세계 22위 규모의 중견 조선소로 거듭났다. 종업원지주회사 설립을 주도했던 유수언 사장은 2001년 3월 사장취임 이후 매년 평균 150일가량을 해외출장에 할애, 전세계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수주활동을 벌여왔다. 협력업체를 포함해 1500명이 넘는 직원 가운데 가장 빠른 시간인 아침 6시30분이면 조선소로 출근한다.2003년 태풍 매미로 조선소가 피해를 입었을 때 직원들과 함께 밤새 젖은 용접기를 말리고 삽으로 흙을 파냈을 정도로 몸을 아끼지 않는다. 용인대 유도학과, 해병대 유도대표 출신답게 강인한 체력(유도 6단)과 정신력이 든든한 자산이다. 종업원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유 사장은 매년 연구개발에 매출의 10% 이상을 투자해 2008년 매출 6000억원, 순이익 800억원을 달성한다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현재 수주잔고가 46척,20억 6000만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목표달성에는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회사를 세계 10대 조선소로 키워 놓은 이후에는 증시 상장을 통해 그동안 묵묵히 허리띠를 졸라매 온 직원들에게 주주의 기쁨을 안겨줄 생각이다. 중학교 체육교사에서 조선소 사장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 온 유 사장이지만 요즘 해결되지 않는 고민이 있다고 한다. 수십년간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달성한 세계 조선 1위국의 위상을 5년내에 중국으로 넘겨줄 것 같기 때문이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이현세 만화경] 어머니 노래라면…

    [이현세 만화경] 어머니 노래라면…

    나는 태어나자마자 큰집으로 양자 와서 큰어머니 손에서 키워졌다. 전쟁 통에 큰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버지는 내가 젖을 떼자마자 “이제 야는 형수님 아니까, 죽이든 살리든 알아서 하소.”하고는 큰집에다 넘겼다고 한다. 그런 아버지는 내가 9살 때 돌아가셨다. 초등학교 2학년 때다. 누전사고였다. 철도역 수리공장에서 일하시던 아버지께서 껍질이 벗겨진 전선줄을 밟은 것이었다. 누나를 따라 내가 현장으로 갔을 때 아버지는 이미 새까맣게 그을린 모습으로 누워있었다. 보상금 몇푼과 쌀 10가마를 남기고 아버지는 그렇게 가셨다. 어머니의 고생은 이때부터였다. 나는 이때까지도 내가 양자로 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가끔 어머니 집으로 가보면 작은 방 하나에 세 식구가 눕기도 빠듯한데 한쪽 귀퉁이에 쌀 10가마가 차곡차곡 쌓여 있어서 답답하기도 하고 어딘지 으스스하기도 했다. 어머니가 밥 짓기 위해 쌀을 퍼낼 때마다 넋두리처럼 처연하게 던지는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나는 야들 아버지 살을 파먹고 산다.” 이 말의 무게를 그때야 얼마나 알았겠냐마는 어쨌든 내가 가면 어머니는 꼭 밥을 해서 먹이고 용돈을 줘서 보냈다. 그러나 어쩌다 내가 잠이 와서 자고 가려면 기어코 깨워서 집으로 돌려보냈다.“어른 걱정하신다, 얼른 가거라.” 혹시라도 재워서 보내면 큰어머니 마음이 불편하실까봐 어머니는 단 한 번도 당신 집에서는 재워주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나는 정말 급하게 용돈이 필요하면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단 한 번도 어머니는 내 부탁을 거절하신 적이 없었다. 나는 이때까지도 내가 양자로 온 것을 몰랐다. 나는 작은 어머니가 이 세상에서 제일 착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하고 자랐다. 1년도 더 뒤에 어느 날 우연히 고향 종친회에 갔다가 내가 양자로 간 것을 알았다. 이때부터 어머니 혼자서 앓던 병이 내게도 생겼다. 그것은 보고 싶어도 맘대로 볼 수 없고 말하고 싶어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멀리서 지켜보아야만 하는 애틋한 그리움의 병이다. 알고 보면 어머니의 삶 중에서 가장 큰 고통은 나였을 것이다. 어머니의 성품은 조용하고 곧고 고집이 세다. 지금도 청평에 있는 동생 집에서 생활하시고 특별한 날이 아니면 절대로 우리 집에는 오지 않으신다. 당신의 자리는 청평이라는 것이다. 그런 어머니가 아시는 단 하나의 노래는 “나그네 설움”이다. 가끔 흥얼대시면 정말 듣기 좋다. 음정은 전혀 아니지만 상관없다. 어머니가 부르시는 나그네 설움에는 당신의 삶의 무게가 배어있다. 그래서 언제 들어도 애틋한 그리움이 있다. 나하고 어머니는 이렇게 연애를 하는 감정으로 산다. 얼마 전 청평 부근에서 모임이 있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를 뵙고 오면 좋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다음날 새벽 조찬회가 있다는 연락이 왔다. 망설이다가 아무래도 무리가 될 것 같아서 어머니 집을 통과해서 오는데 미국에 있는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집도 옮기고 차도 사야 된다고 걱정을 하기에 조만간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딸을 안심시키고 전화를 끊었다.“맙소사,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딸을 위해서는 미국까지 달려가겠다는 놈이 눈앞에 계신 어머니는 잠을 핑계로 다음으로 미루다니…. 자식이란 이렇게 편리하고 뻔뻔한 것이었다. 자식이 조금씩 살쪄가는 만큼 부모는 점점 말라간다. 자식이 완전히 자라면 부모는 빈 껍질이 되어 바스라진다. 여름 한철 겨우 일주일을 노래하다가 알을 낳고나면 한 순간에 떨어져 죽는 매미처럼…. 어머니도 이제는 이렇게 약하고 사라지기 쉬운 존재이지만 아직도 나는 어머니의 노래에 취해서 응석을 부린다. 누가 알겠는가.‘저 매미의 울음소리가 언제 끝나는지를….’
  • [씨줄날줄] 위기의 부산항/육철수 논설위원

    강대국들이 군사전략 차원에서 건설한 수에즈운하(1869년)와 파나마운하(1914년)는 오늘날 물류 요충지로 세계경제에 큰 역할을 맡고 있다. 수에즈운하는 런던∼케이프타운∼싱가포르로 이어지던 종전의 항로를 9500㎞, 파나마운하는 미국 동부에서 태평양 연안 LA로 연결되는 항로를 1만 2800㎞나 각각 단축했다. 물류비 절감 등 경제적 효과를 일률적으로 추정하기는 어려우나, 수에즈운하로는 세계 해운물동량의 14%가 통과하며, 파나마운하에는 연간 1만 5000척의 상선이 드나든다고 한다. 프랑스와 미국이 천혜의 지리조건을 살려 운하 하나 잘 뚫어 놓은 덕분에 지금 이집트나 파나마는 외세를 벗어나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세계 물류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운하를 만들 만한 지리적 조건을 갖추지 못한 나라들은 항만을 건설하는 게 차선이다. 중국이 양산항(상하이 신항) 1단계 터미널을 오는 28일부터 가동한다는 소식이다. 양산항은 오는 2020년 5단계 건설계획이 마무리되면 세계 제1의 컨테이너 항만이 된다고 한다. 그러잖아도 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20위권 항구 8개를 갖고 있는 중국이다.2010년에 세계 물류 1위국을 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부산항이 2003년 태풍 매미의 피해와 부산신항 건설, 인근 광양항과의 양항정책(투 포스트 시스템) 등으로 주춤하는 사이에 중국은 대형 항구 하나를 3년만에 뚝딱 지어버렸다. 물론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상 토지수용이 쉽고 건설이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는 등의 장점은 있으나, 부산항을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일임에 틀림없다.2년전 세계 3위를 자랑하던 부산항이 5위로 밀려난 상황에서 아시아대륙 및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황금 물류노선을 선점하는데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세계는 지금 6조달러 규모의 물류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50∼60%가 해운시장임을 고려할 때 초대형 항구의 중요성은 두말이 필요없다. 더구나 수출입 물량의 99.5%를 해운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신항 건설이 눈썹에 붙은 불처럼 다급한 일이다. 그래도 요란한 말잔치로 세월아 네월아 할 요량이면 동북아 물류허브의 꿈은 일찌감치 접는 게 낫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길섶에서] 양계마을 친구/진경호 논설위원

    산비탈을 제법 오르고서야 녀석 집에 들어설 수 있었다.100여가구가 모여산다는 동네인데 닭똥냄새만 지독할 뿐 인기척은 어디에도 없었다. 부모뿐 아니라 이웃 어른들도 몽땅 양계장에 나가 닭들을 돌보고 있다는 게 녀석 얘기였다. 그런가 보다 하고는 녀석 방에서 뒹굴뒹굴 늦은 오후를 보냈다. 얼마나 지났을까. 설핏 잠든 사이 매미소리마저 해거름에 잠겼는데도 여전히 집에는 이 짝꿍녀석과 둘뿐인 게 아닌가.‘저녁도 안 주나…?’ 싶어 휘 둘러보다 이내 기대를 접고는 일어섰다.“…어, 가려구? 잠깐만…” 녀석이 책상서랍에서 거위알과 메추리알을 하나씩 꺼내 쥐어주었다. 자기집 달걀들이라며, 그리고 네가 우리집에 처음 온 친구라며. 또 놀러오라며…. 대문을 나설 때 언뜻 낯선 인기척을 느꼈지만 고개가 돌아가지는 않았다. 후로 두 해가 흘렀고, 대학 첫 여름방학을 맞아 대전 집으로 내려갔을 때 건너 양계마을, 아니 나환자촌에는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엄니, 양계마을 없어졌네?”“쫓겨났지 뭐….” 신문에 나온 한센병 환자 얘기에 27년전 늦여름의 기억이 떠오른다. 녀석 장가는 갔을까. 아들 친구를 숨어 엿보던 부모님들은 살아계실까.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길섶에서] 석류/심재억 문화부 차장

    구불텅한 석류나무는 고샅길에 그늘을 드리우고 서있었다. 가을이 깊어 석류를 매단 가지가 휘청 늘어지고, 닭벼슬처럼 붉은 석류가 쩍, 가슴을 뽀개 유리알 같은 속을 드러내 보이자 할머니는 어린 제게 이렇게 이르셨다.“잠깐이면 손타니 니가 잘 지켜야 돼.” 너무 셔 모양에 비해 맛은 별로였지만,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군침을 삼키며 쳐다보곤 해 그걸 지켜야 하는 내게는 사람들의 그런 표정이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밤중에 일어났다. 저만 하면 잘 익어 따먹어도 되겠다 싶었는데 자고 나니 꼭대기 몇개 빼고는 모조리 ‘소탕’이 되고 없었다. 잠이 덜 깬 내 머릿속에서 잉잉, 매미 우는 소리가 들렸다. 부리나케 할머니에게 이르러 갔더니 잘 지키라시던 때와는 딴판으로 “뒤뜰에 또 한 그루 있으니 그건 보시한 셈 치자.”며 내 머리를 쓸어주셨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할머니는 석류보다 할아버지가 심으신 석류나무를 지키는 일에 더 관심이 크셨다. 그 해 늦가을, 할머니는 석류 한 개를 따들고는 할아버지 산소를 찾아 이렇게 고하셨다.“자, 맛이나 보슈. 느리(결과)도 못 볼 걸 키우느라 애만 썼으니….”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대검, 前창원지검장 서면조사

    대검 감찰부(부장 문효남)는 지난해 창원지검이 뇌물 사건을 수사하다 압수수색 영장을 철회한 것과 관련, 최근 수사팀원들을 소환, 조사하고 수사를 지휘했던 당시 창원지검장은 서면조사를 마쳤다고 26일 밝혔다. 결과는 곧 감찰위원회에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창원지검 특수부는 지난해 11월 태풍 ‘매미’ 수해복구업체 수의계약 과정에서 비리가 있다는 의혹과 관련, 김종규 창녕군수를 수사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아 업체 2곳을 압수수색하려다 그만뒀다.법무부에 제출된 진정서에는 수사팀이 영장을 집행하려다 포기하고 되돌아온 것이 정치권 등의 외압 때문이라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사오라’가 올 한반도 마지막 태풍?

    ‘사오라’가 올 한반도 마지막 태풍?

    북태평양에서 발생한 17호와 18호 태풍이 지나가면 우리나라는 올해 태풍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1일 오전 3시 미국령 괌 북동쪽 1200㎞ 부근 해상에서 17호 태풍 ‘사오라’가 발생, 시간당 20㎞ 속도로 일본 오키나와 동쪽 해상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그동안의 태풍발생 흐름을 볼 때 ‘사오라’ 이후에는 올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이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9시에는 필리핀 마닐라 북북동쪽 430㎞ 부근 해상에서 제18호 태풍 ‘담레이’가 발생했지만 마닐라 지역과 부딪치면서 곧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사오라’는 강도 ‘약’에 크기는 ‘중형’이지만 일본 가고시마 남동쪽 770㎞ 부근 해상에 접근하는 24일 오후에는 강도 ‘강’으로 발달할 전망이다.2003년 큰 피해를 낸 태풍 ‘매미’도 비슷한 위치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름철 최고 26∼27도까지 올라가는 한반도 근처의 해수면 온도가 현재 24∼25도로 떨어져 있어 한반도 부근에서 세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사오라’가 지나가면 올해 우리나라는 태풍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된다.1991년부터 2000년까지 한해 평균 26.2개의 태풍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3.8개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다. 월별로 ▲8월 1.4개 ▲7월 1.1개 ▲9월 1.0개 순이다.10월에 영향을 준 태풍은 0.2개에 불과하다.‘사오라’가 한반도를 비켜간다면 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울릉도 등 경북지역에 101억여원의 피해를 낸 제14호 태풍 ‘나비’밖에 없게 된다.2002년 ‘루사’(피해액 5조원)나 2003년 ‘매미’(4조 7810억원)와 같은 초대형 태풍을 2년 연속 피하게 되는 셈이다. 기상청 태풍예보담당관실 신도식 기상사무관은 “해수는 대기보다 온도변화가 더디기 때문에 기온은 8월보다 9월이 낮지만, 수온은 9월에 가장 높고 10월이 되면 떨어지기 시작한다.”면서 “해수면 온도가 낮아져 에너지가 줄어들면서 태풍의 강도가 약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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