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수매가 동결인상 딜레마(정책기류)
◎농림부 “경쟁력 약화 우려” 동결쪽 입장정리/농협 통한 시가수매 확대 등 대안 마련될듯
올해 추곡수매가 및 수매량에 대한 정부안을 확정짓기 위한 관련부처의 물밑작업이 한창이다.추곡수매 문제는 해마다 이맘 때쯤이면 시선을 끄는 단골메뉴이기는 하나 대풍이 예고되는 올해에도 고민의 강도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추곡수매가 및 수매량은 농림부 장관 자문기구인 양곡유통위원회의 건의를 토대로 정부안을 마련,국회의 동의를 거쳐 최종 확정되는 3단계 절차를 거친다.따라서 국회동의를 거치기 이전 단계까지는 가변적인 속성을 띠고 있으며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국회 동의안을 마련한다.
현재 주무부서인 농림부는 양곡유통위원회의 건의안을 토대로 추곡수매가를 지난 해 수준에서 묶거나 조금이라도 올리는 방안 중에서 택일하기 위해 고민중이다.수매량 보다는 수매가를 정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의 추곡수매자금은 2조1천9백5억원으로 이는 수매가를 지난해 수준에서 동결할 경우 9백20만섬(정부수매 5백만섬,농협 차액수매 4백20만섬)을 사들일 수 있는 금액이다.수매가를 1% 올릴 경우 수매량은 10만섬을 줄여야 하므로 양곡유통위원회 건의안(2% 올릴 때 9백만섬,4% 올릴때 8백80만섬)도 수매자금 측면에서만 보면 정부예산안과 일치한다.
농림부는 수매가를 올리기 곤란한 가장 큰 이유로 쌀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꼽는다.
수매가를 올릴 경우 국내 쌀 값 상승을 유도,국내가격과 국제가격과의 격차를 더욱 커지게 하는 요인이 된다.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쌀 생산자가격은 미국의 5.7배,태국의 7.8배,일본의 0.6배이다.소비자가격도 미국의 1.8배,태국의 4.2배,일본의 0.5배에 해당된다.장기적으로 국내 쌀시장의 개방폭 확대는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따라서 개방확대에 적응하려면 지금부터라도 매년 국내외 가격차를 좁혀나가야 한다.수매가 인상은 가격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키는 것이므로 장기적인 쌀 가격정책방향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올해 쌀 생산농가의 수입이 늘어나게 된 점도 수매가를 올리기 어려운 점으로 꼽힌다.농림부 관계자는 『올 수확기의 쌀 산지가격은 지난 해보다 16% 올랐고 생산량도 10%가 늘어나는 등 26%의 농가소득증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그러나 이같은 판단에도 불구하고 『수매가를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대외적으로는 유보하고 있다.내심으론 수매가 동결론 쪽에 무게중심이 쏠려있지만 농민에 대한 정서적 측면에서의 인상론이 혼재돼 있는 상태다.
대풍년을 이룬 농민의 정성에 대한 보답과 풍년이긴 하나 재배면적의 지속적인 감소방지 및 과수·화훼 등의 경쟁력있는 시설채소에 비해 노령화돼 있는 쌀 농가에 대해 수매가 인상을 통해 취약분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산지 쌀 값이 수매가를 다소 웃도는 점을 감안,수매물량 확보를 위해서도 수매가를 다소라도 올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재경원은 농림부보다는 훨씬 더 적극적으로 수매가 동결론을 편다.예산에 반영된 대로 수매가를 지난 해 수준으로 묶어 9백20만섬을 사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경원 관계자는 『42조원의 농어촌구조개선자금과 15조원의농어촌특별세 등 막대한 재정을 투입,쌀 생산비를 오는 2004년까지 47% 줄이기 위해 전력을 투구하는 마당에 수매가를 올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단기적으로는 쌀 값을 올리면 기대심리가 작용,쌀 재배면적 확보에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쌀 산업을 살리기 위한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일본이나 대만처럼 수매가를 되레 낮추거나 최소한 동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재경원은 가구당 평균 쌀 생산량이 15가마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수매가 인상은 영세농보다는 부농들에게 혜택을 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점도 인상 불가의 한 요인으로 지적한다.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정부는 수매가 인상보다 농협이나 미곡종합처리장 등을 통해 시가수매량을 늘릴 수 있도록 자금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다른 방식으로 대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정부는 이번주 중에 정부안을 확정,오는 20일 국회에 동의안을 낼 게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