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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건전재정, 취약층 배려 공존은 지출 조정이 필수다

    [사설] 건전재정, 취약층 배려 공존은 지출 조정이 필수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어제 새해 예산 관련 당정협의를 갖고 구직 청년에게 300만원 도약준비금 지급, 저소득층 에너지바우처 50% 인상 등 ‘취약계층 배려 예산’을 신설 또는 증액하기로 했다. 또 얼마 전 서울 지역의 폭우 피해로 드러난 수해 대책의 일환으로 도심에 대심도(大深度) 빗물 터널을 건설하기 위한 설계비도 새해 예산에 포함시킨다. 당정은 취약층 배려 예산의 증액과 더불어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강도 높은 지출 재구조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수년간의 확장재정을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해 우리 경제의 국가신인도를 확고히 하는 데 초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내년도 본예산을 640조원 수준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본예산 607조원에 추경을 합친 679조원보다 40조원 줄였다. 이듬해 본예산 총지출이 전년 전체 지출보다 줄어든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올 상반기 나라 살림살이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02조원에 달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지난 5년간 36%에서 50%까지 치솟는 등 재정건전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재정 긴축은 당연하다. 하지만 예산을 줄이는 데만 매몰되면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정부의 긴축 기조 속에서 이날 당정이 발표한 취약계층 배려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지 향후 예산안 편성이 주목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건전재정 기조 아래서도 약자 보호에 최선을 두겠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설명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단 늘어난 쓰임새를 줄여 예산을 아끼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게다가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법인세 인하 등 세제개편안이 시행되면 향후 5년간 세수 13조원이 감소한다고 기재부가 설명한 바 있다. 재정 운영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정부는 반도체, 원자력발전 등 첨단산업과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지원 및 기업의 투자 활성화 지원도 약속했다. 긴축 기조를 지키면서 취약층을 챙기고 기업 지원을 늘리는 상호 모순되는 일이 가능하려면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 외엔 방법이 없다. 불요불급한 지출, 선심성 예산은 과감히 쳐내야 한다. 병장 월급 200만원 인상, 출산 후 부모급여 월 100만원 지급 등 보편적 복지성 지출에 대한 재검토는 필수적이다. 어렵더라도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공약 이행 연기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 장마철 건설현장 안전사고 막으려면

    장마철 건설현장 안전사고 막으려면

    ‘강우량이 시간당 1㎜ 이상이면 철골작업을 중지한다.’, ‘공사현장이 침수된 뒤에는 감전 요소가 있는지 살핀 뒤 접근한다.’, ‘전기장치의 누전 여부 등을 확인하고 젖은 전자기기는 반드시 말린뒤 사용한다.’ 장마철 건설현장에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안전 수칙들이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장마철 집중호우에는 토사가 유실·붕괴될 우려가 있고 인접 강이나 하천의 수위상승으로 공사구간에 순간적으로 다량의 물이 유입될 수 있다. 지하구조물 시공 중에는 집중호우로 인한 빗물 유입으로 현장이 침수되기도 한다. 때문에 수변지역이나 저지대 등의 공사 현장에서는 호우 상황을 수시로 파악하고 비상대기반을 편성, 운영해야 한다. 빗물에 취약한 현장 주변시설에 대해서는 공사 전 미리 안전점검을 하고 필요한 조치를 한다. 침수된 작업장을 복구한 뒤에는 전기 기기에 이상이 없는 지를 우선 점검해야 감전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침수된 공사현장에서는 절연 장갑·장화 등 개인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손이나 발이 젖었을 때는 잘 말린뒤 전기 기기를 사용토록 해야 한다”면서 “통신·전력구 터널에서는 인접 하천의 수위변화를 모니터링하고 경보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마철에는 전기 기계나 기구를 취급하다 감전 재해를 당하거나 전기시설 침수로 인해 안전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건설업 감전 사망자 7명 가운데 3명(42.9%)이 6~8월 장마철에 사고를 당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집중호우시 비상대기반을 24시간 운영하고 비상사태 발생에 대비해 근로자 대피계획과 장비·자재 보호계획 등을 사전에 마련하도록 했다. 또 개학을 앞두고 진행되는 학교 공사의 경우에도 집중호우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추락이나 깔림, 매몰, 감전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수칙을 지키도록 했다. 2017년부터 최근 5년간 초·중·고등학교 등의 시설공사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모두 46명이며 이가운데 12명이 여름 장마철인 7~8월에 사고를 당했다. 이달에도 학교 기계실 물탱크 교체공사와 지붕철거 작업 등에서 3명이 추락하거나 매몰돼 숨졌다. 최태호 노동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최근 집중호우로 인해 학교시설 공사가 급하게 이뤄져 사망사고 발생이 우려된다”면서 “학교 개·보수 공사 현장에서는 장마철 안전수칙을 지키고 자체 점검을 통해 취약 요인을 개선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특파원 칼럼] 삼십이립, 새로운 시작을 위해/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삼십이립, 새로운 시작을 위해/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오늘은 한국과 중국이 친구가 된 지 30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날이다. 한국전쟁 이후 40년간 적대 관계를 이어 오던 두 나라는 1992년 수교를 통해 세계 외교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성과를 냈다. 우리나라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힘입어 1997년 국가부도 사태를 겪고도 세계 10대 강국(G10)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국제적 고립 상태에 놓였던 중국도 한국의 앞선 기술과 마케팅을 흡수해 개혁개방에 속도를 붙였고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양대 강국(G2)의 지위에 올랐다. 기자가 대학에 다니던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정서는 매우 우호적이었다. 중국어를 배워 ‘차이나 드림’을 일구겠다고 다짐하던 이들이 많았다.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받아들여 성장의 발판으로 삼은 유연함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2002년 경기 양주에서 여중생 두 명이 주한미군의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계기로 반미 감정이 극에 달했는데, 이때부터 중국을 좋게 인식하는 전문가들이 등장했다. 제국주의 최대 피해자인 중국은 자신의 고통을 거울삼아 대국이 돼도 미국처럼 오만하게 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불과 7~8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7년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모든 것을 바꿔 놨다. 그간 보지 못했던 베이징의 거친 언사와 한국 무시가 큰 실망을 줬다. 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역사 왜곡과 김치·한복 기원 논란, 반도체·공급망 분리 움직임까지 겹쳐 올해 양국 간 정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과거에는 양국 국민들이 서로 이해하고 넘어갔을 만한 일도 이제는 쌍심지를 켜고 노려본다. 해마다 국제사회 신뢰도를 평가하는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연구에 따르면 사드 배치 전인 2015년만 해도 ‘중국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한국인은 전체의 37%에 불과했지만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본격화된 2017년에는 61%, 2022년에는 80%로 치솟았다. 특히 올해 19개 조사국 가운데 2030세대의 반중 정서가 기성세대보다 강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나이가 어릴수록 중국을 더 싫어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요즘 초등학교에서 중국어를 배우거나 할 줄 아는 아이들은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고 있다. 고소득 전문직의 상징이던 중국어 강사들도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중 관계에 드리운 균열과 상처가 안타까울 뿐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나이 서른이 돼서야 어떠한 일에도 움직이지 않는 신념이 섰다”고 전했다. 삼십이립(三十而立)이다. ‘중국몽’을 외치며 전 세계 곳곳에서 충돌하는 중국을 비난하고 미워하기는 쉽다. 그러나 이런 식의 증오는 대한민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립을 맞은 한중 관계는 더 성숙하고 견고해져야 한다. 한중 양국은 분명 정치체제와 가치관 등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두 나라는 함께 경제를 키우고 북한을 변화시킬 능력과 책임이 있다. 여전히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중국과의 무역액은 미국·일본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여기에 한중 모두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공유한다. 북핵 문제에서 두 나라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면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위기는 크게 낮아진다. 앞으로 30년은 반중 여론에 매몰되지 말고 중국과 꾸준히 공통분모를 넓혀 한반도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인내와 노력의 외교’를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 정비 플랜 연기에 갈라진 1기 신도시… “尹 공약 파기” “절차만 최소 1~2년”

    정비 플랜 연기에 갈라진 1기 신도시… “尹 공약 파기” “절차만 최소 1~2년”

    정부가 밝힌 1기 신도시 재정비 일정을 놓고 해당 지역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정치적 공격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동시에 경제 문제를 정치 문제인 양 접근하는 것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택시장에서는 가격 하락폭이 커지고 매물도 늘어나는 추세다. 윤석열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올해 말까지 1기 신도시 정비 방안을 내놓겠다고 공약했다. 특별법을 제정해 용적률을 최고 500%까지 상향 조정하고 재건축으로 10만 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8·16 대책’에서 정비 방안 마련 시기를 2024년으로 연기했다. 이를 놓고 1기 신도시 입주민과 정치권은 공약 파기라며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2024년 치러질 총선용 대책이라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행 3종 주거지역 최고 용적률은 300%이고, 실제 적용 용적률은 250%이다. 5개 신도시 평균 용적률은 ▲분당 184% ▲일산 169%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나 되기 때문에 현행 용적률을 적용하면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정비 방안을 확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1일 페이스북에 “일부에서 ‘정부가 제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을 파기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특별법 제정, 이주대책 등의 계획 수립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처음부터 ‘10만호 공급’이 아니라 ‘10만호 공급기반 구축’이라고 공약했던 것”이라고 했다.전문가들도 특별법 제정, 도시계획 변경, 주변 지역과의 협의 등을 거치는 데만 적어도 1~2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여러 개의 단지를 묶어 마을 단위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만만치 않다. 필요한 절차나 시간, 개발이익 환수, 주민 간 이해다툼 등을 단숨에 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1기 신도시를 전면(29만 2036가구) 재건축해 10만 가구를 늘리려면 약 40만 가구를 새로 지어야 한다. 자재 수급, 이주대책 등이 선결 과제다. 다른 도시와의 형평성도 따져야 한다.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인천 연수, 대전 둔산 신도시나 1980년대 서울 재개발지구에서 공급된 아파트도 준공 30년이 지나 재건축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접근보다 경제적 관점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장희순 강원대 교수는 “합리적인 선에서 재건축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치적 공방에 매몰되기보다 장기적인 주택시장 흐름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택경기 침체와 정비 방안 마련 지연으로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하락폭이 커지고 매물도 증가했다. 부동산R114 조사에서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12일 보합에서 19일 0.02% 떨어져 8·16 대책을 거치며 하락 전환했다. 분당은 0.04%나 떨어졌다.
  • 경기지역 집중호우 피해액 800억원↑…곳곳서 도움 손길

    경기지역 집중호우 피해액 800억원↑…곳곳서 도움 손길

    지난 집중 호우로 경기지역에서 800억원이 넘는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평·광주·여주 등 경기동부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피해에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 19일 경기도에 따르면 이날 2시 기준 행정안전부 국가재난관리시스템에 집계된 경기지역 집중호우 피해액은 801억원으로 나타났다. 피해금액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양평군으로 약 2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경기 광주 180억원, 여주 70억원 등도 피해액이 높았다. 다만 이 시스템은 시군별 조사 진행상황에 따라 입력하는 형태로, 피해액은 수시로 변경될 수 있다. 8일부터 누적강수량 697.5㎜의 비가 쏟아진 양평군은 농경지 951개소 111.9㏊가 침수·매몰·파손 피해를 입었다. 또 산사태로 주택 14채가 전파됐고 17채가 반파되는 등 82채가 수해로 피해를 봤다. 지난 9일 0시 16분쯤에는 강상면 한 펜션에서 산사태로 투숙객이 집단 고립되는 사건도 있었다. 누적강수량 675.5㎜를 기록한 광주시에서는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되는 등 6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산사태 67개소를 비롯해 토사유출 등으로 사유시설 251곳과 공공시설 528곳이 피해를 봤다. 안양천이 범람하며 도심지를 덮친 안양시에서도 많은 수해피해가 발생했다. 집중호우로 주택 993가구, 차량 191대, 상가 379곳, 공공시설물 1676곳에서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중앙정부 지원 없이 실효성 있는 지원이 어렵다”며 “정부의 신속한 지원이 절실하다”며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했다. 행안부는 오는 27일까지 피해접수를 받은 후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할 계획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시·군별 재정자립도에 따라 피해 복구비 중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의 50~80%를 국고에서 지급한다. 곳곳에서는 도움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 군은 경기도 요청에 따라 침수 피해가 큰 양평군과 광주시에 장병 6000명을 투입하고 중형 굴삭기, 트럭 등 각종 장비 30여대를 동원해 침수 가옥과 유실 지역을 복구하고 있다. 수해복구에는 육군 지상작전사령부를 비롯해 51사단, 55사단, 11기동사단, 수도군단, 7군단, 1101공병단 등이 동참했다. 경기도는 재난기금 100억원을 시·군에 지원한다. 호우 피해가 집중된 양평과 여주 광주 등 3개 시군에 3억원씩, 화성·용인·성남·하남·의왕·연천 등 6개 시군은 1억원씩 등 26억원을 우선지원했고, 향후 지자체 수요조사를 통해 74억원 추가로 교부할 방침이다.
  • 양구 ‘농장발 ASF’ 매몰처리, 농장주 반대로 지연

    양구 ‘농장발 ASF’ 매몰처리, 농장주 반대로 지연

    강원 양구에 있는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가운데 해당 농장주 반대로 매몰 처분이 미뤄지고 있다. 양구군은 지난 18일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A농장의 돼지 5600마리 모두 매몰 처분할 계획이었으나 농장주가 차량 진입을 막아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농장주는 돼지 재입식에 대한 확답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농장주가 계속 문을 열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으로 매몰 처분을 진행할 방침이다. A농장을 비롯한 도내 양돈농장과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차량 등에는 이날 오후 10시 30분부터 오는 20일 오후 10시 30분까지 48시간 동안 이동중지 명령이 내려져 있다.
  • 양구서 ‘농장발 ASF’…48시간 이동중지

    양구서 ‘농장발 ASF’…48시간 이동중지

    강원 양구에 있는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 19일 강원도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양구의 A농장에서 폐사한 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A농장에서 사육하는 5600마리를 매몰 처분할 예정이다. 방역당국은 도내 모든 양돈농장을 대상으로 한 임상검사도 가질 계획이다. 이날 오후 10시 30분부터 오는 20일 오후 10시 30분까지 48시간 동안 도내 양돈농장,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차량 등에는 일시 이동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올해 들어 도내를 포함 전국에서 ‘농장발 ASF’가 발생한 건 지난 5월 26일 홍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홍천의 한 농장에서 발생한 ASF는 추가 감염 없이 상황이 수습됐다.
  • “이준석이 청년정치 망쳐...‘말정치’ 말고 ‘일정치’ 힘써야”...나경원의 일갈 [진경호의 묻고, 답하다]

    “이준석이 청년정치 망쳐...‘말정치’ 말고 ‘일정치’ 힘써야”...나경원의 일갈 [진경호의 묻고, 답하다]

    “못 본 사이에, 나경원도 나잇값 하네 이제….”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사당2동의 폭우 침수피해 지역에서 나온 권선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이 부적절 발언은 몇 가지 시사점이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의원직과 당직 등에서 앞선 선임에 대한 예우가 없다는 점은 그의 격(格)을 말해준다. 반면 흰머리 새치로 인해 ‘나잇값’ 소리를 들은 나경원 전 의원으로 시선을 돌리면 의미가 사뭇 다르다. 내후년이면 환갑을 맞는 연륜이 얹어지면서 ‘차도녀’(차가운 도시여성) ‘얼음공주’ 같은 이미지가 많이 옅어진 모습이다. 기자와 만난 16일에도 그는 흰 티셔츠에 베이지색 반바지 차림이었다. 수해 현장에 다녀오는 오는 길이라고 했다. 사당2동 7호선 남성역 앞 동태탕집 낡은 건물 3층에 있는 그의 사무실도 ‘기름기’가 없긴 마찬가지. 2년여 전 21대 총선에서 패한 뒤 월세 150만원 짜리로 낮춰 옮겨간 그의 사무실은 20평 남짓. 비좁았다. 제1야당 원내대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 굵직한 직함을 여럿 가졌던 그의 이력은 사무실 한 켠에 놓인 10여 개의 사진액자에 간신히 흔적을 남겨 놓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한 컷,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한 컷,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한 컷,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과 한 컷…. 아, 콧수염이 인상적인 트럼프 행정부 대북 강경파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도 한 귀퉁이를 차지했다. 오래지 않은 시간이지만 모두 과거의 인물이 됐다. 그 사이 나경원도 세 번의 선거를 내리 패하며 ‘전직’이 됐다. 21대 총선에서 후배 판사 민주당 후보 이수진에게 져 5선 고지 앞에서 주저앉았고, 후보만 되면 당선이 유력했던 지난해 4월 서울시장후보 경선에선 오세훈에게 덜미를 잡혔다. 그리고 두 달 뒤 6월엔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37세 ‘0선’ 청년 이준석에게 패했다. “이준석에 대한 일말의 기대 이제는 접어야…좀 더 성숙해져 돌아오길” 내리막길…. 서울대 법대를 나오고 28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가 됐고, 정치에 발을 들인 뒤로 17대~20대 국회까지 4선 국회의원에 대변인, 최고위원 등을 지내며 보수우파 진영의 간판 여성 정치인으로 승승장구를 거듭했던 그가 지금은 비서 한 명이 없다. “지금 적어놓지 않으면 또 잊어버려요.” 수첩에 약속을 적어넣으며 웃는 얼굴에서 잘 여문 가을의 들판과 패자에겐 설 땅이 없는 냉혹한 정치판이 설핏 묻어났다. ‘1억 피부과’ 등 유난히 많은 음해에 시달렸고, 그에 힘 입어 내성도 남과 다를 만큼 키운 그였지만 여의도로부터 한참 떨어진 사당동의 비좁은 사무실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듯했다. ‘이준석 사태’로 국민의힘이 혼란에 휩싸이면서 부쩍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그에게 정국 전반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16일 대면 인터뷰와 17일 전화 통화를 이어갔다. -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에 대한 소회는. “우선 ‘대통령의 언어’로 겸허하게 말씀하셨다는 점에서 다수 국민들이 좋게 보셨을 듯하다. 인적 쇄신 의지 등을 두고 일부 아쉽다는 의견들도 있지만 대통령으로선 새로운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대통령실과 정부, 당이 3개 축인데 모두 국민들 보기에 문제가 많지 않았나. 인선 문제, 정무기능과 홍보기능 부재,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발언 논란, 국민의힘의 권력갈등까지…. 여론이 악화하면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지난 주말에 민노총이 어떤 집회를 했나. 반미투쟁을 외치며 북한 단체가 보내온 연대사를 읽었다. 종북 본색을 그대로 들어낸 거다. 과거에도 늘 좌파세력들은 보수우파 정부가 들어서면 집요하게 헌정 질서를 흔들었다. 지금도 윤석열 정부가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힘이 빠지는 듯하니까 본격적인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투옥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계열 세력이 다시금 주도세력이 돼 헌정질서를 흔들고 있다. 더 이상 이렇게 우리가 스스로 비판하고 헐뜯을 때가 아니라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더 이상 대통령을 비판하기보다는 이제는 대통령을 기다려주고 대통령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여건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 ‘이준석 사태’ 여진이 쉽게 가라앉겠나. “이준석 대표 얘기는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게 사실은 성비위 사건으로 시작이 됐고 그 다음에 어쨌든 최측근이 가서 7억 투자각서를 써준 것 아니냐. 그 자체가 모든 걸 의미하는 거다. 그렇다면 반성하고 잠시 물러나는 게 맞다. 그럼 오히려 빨리 복귀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는 오히려 윤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택했다. 정치가 점점 염치가 없어지는 것 같다. 안타까움을 넘어 이젠 우리가 기대를 접어야 할 때가 된 게 아닌가 싶다. 그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본다. 지금이야 이 대표 발언이 조목조목 보도되고 있지만 새로울 게 없는 공격이라 시간이 좀 지나면 기사 가치도 떨어지고 국민 관심도 멀어지지 않겠나. 국민의힘으로선 국민적 과제가 너무도 많다. 제 길을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이 대표는 많이 쉬고 좀 더 생각하고 성숙해져서 돌아오기 바란다.”“지금 청년 정치인들, ‘말로 하는 정치’ 매몰…지방정치 현장서 일하는 정치 배워야” 나 전 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청년 정치’를 망쳐놨다고 했다. “과거엔 각 당이 청년과 여성을 영입해서는 선거 때 한번 쓰고 버리는 식의 행태를 보인 게 사실이다. 그게 청년정치 1기의 모습이다. 그런데 지금은 청년정치 2기다. 청년정치에 대한 국민들 요구가 늘면서 청년 정치인이 대폭 각 당에 유입되고 역할도 커졌다. 문제는 일부 청년 정치인들이 청년 자체를 우월한 지위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다수가 정치를 말로 한다. 이 점에서는 특히 이준석 대표가 나쁜 영향을 미쳤다. 말 잘하는 게 정치를 잘하는 게 돼 버렸다. 그러다보니 정치가 품격도 낮아지고 지엽적인 문제에 천착하는 말 정치로 전락했다. 일하는 정치, 일 정치를 안하는 거다. 지역에 가 보라. 우리 수해지역만 해도 흙탕물에 젖은 양말 하나, 티셔츠 하나도 아까워서 발을 동동 구르는 분들이 수두룩하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이런 분들을 챙기고 보듬는 노력부터 배우고, 이런 지역활동을 통해 정치를 배우고 익혀 중앙 무대로 진출해야 하는데 지금 2기 청년 정치인들은 다수가 이런 과정 없이 들어와 말 정치만 한다. 물론 이런 문제들도 결국 기성 정치인들의 책임이다. 이들을 제대로 길러내지 못한 데 대해 나부터 반성한다. 다행히 지난 6월 지방선거 때 많은 청년들이 구의원, 시의원에 당선됐다. 이들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 이재명 의원이 민주당 대표로 굳어진 양상이다. 대선 연장전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은 사실 우리에게 나쁘지 않다. ‘이재명당’은 이미 팬덤 정치에 올라탄 거다. 극렬 지지자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건데, 정당은 이런 극렬 지지자들에게 끌려다니면 망한다. 이재명 보호용 당헌 개정 같은 무리수를 앞으로도 계속 둘 거다.”- 여야 갈등이 더 커질 듯한데. “저들이 국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니 대통령이 국정 과제를 추진하려 해도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우려스럽다. 여소야대 구도를 헤쳐나갈 힘은 결국 민심이다. 취임 100일 회견을 계기로 삼아 착실히 지지율을 높여 나가는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의 혼란이 이어지는 동안 부쩍 그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늘었다. 연일 방송 인터뷰에 등판한다. 이를 두고 차기 당 대표 도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의중을 물었다. “비상대책위가 막 출범했고, 정기국회도 앞둔 터라 언제 전당대회를 할 지도 모른다. 지금은 출마 고민 자체가 무의미하다.” ‘잇딴 선거 패배가 부담인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즈음 귀를 잡아끄는 발언이 이어졌다. “지금은 정치적으로 앞에 서기보다 내공을 쌓는 일을 하고 싶다.” 4선 의원에 당 최고위원과 원내대표 등 정치 무대에서 웬만한 자리는 다 거친 그가 내공을 쌓을 일은 뭘까. 입각을 희망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는 다운증후군을 갖고 있는 딸을 두고 있다. 교육부총리와 보건복지부 장관, 두 자리가 비어 있다.
  • 尹 대선후보 때 공개 지지한 ‘고3’…세종시당 청소년위원장됐다

    尹 대선후보 때 공개 지지한 ‘고3’…세종시당 청소년위원장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공개 지지한 고등학생이 국민의힘 세종시당 청소년위원장직을 맡았다. 국민의힘 세종시당은 17일 두루고 3학년생 안상현(18)군을 청소년위원장에 임명했다. 청소년위원회는 전국 17개 시도당에서 유일하다. 국민의힘 중앙당에도 없다. 안 위원장은 지난 1월 윤 대통령이 후보시절 열린 세종시 선대위 결의대회에서 국민의힘 1호 청소년 당원으로 교복을 입고 연단에 섰다. 당시 고교 2학년이던 그는 “자화자찬에 매몰된 진보세력은 앞으로 나아감 없이 지난 5년 청소년에게까지 꿈과 자유를 빼앗았다”며 “5년 간 이런 일이 또다시 반복되는 것을 견딜 수 없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어린 나이에 친구 2명과 함께 입당했다”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안 위원장은 “세종시당의 청소년위원회 설치 운영을 전국 청소년 당원들이 응원하고 있다”며 “청소년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세종시에서 청소년의 목소리를 잘 대변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시당은 청소년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대변하고자 청소년위원회를 설치했다고 밝혔다.세종시당은 또 기존 상설위원회와 별개로 민생 이슈를 발굴하고 대안 정책을 제시할 ‘우문현답(우리의 문제, 현장에 답이 있다) TF’도 운영한다. 류제화 시당위원장이 팀장을 맡아 20∼40대 당원을 이끈다.
  • 홍천 수해복구 굴착기 무상임대

    홍천 수해복구 굴착기 무상임대

    강원 홍천군은 최근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지 복구를 위해 주민들에게 굴착기를 무상 임대한다고 17일 밝혔다. 군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홍천에는 388.4㎜의 비가 내려 141개 농가의 농경지 104.4ha가 침수, 유실, 매몰 등의 피해를 입었다. 특히 벼와 인삼의 침수 피해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군이 무상 지원하는 굴착기는 0.9톤급 8대로 농경지 배수로 정비에 용이하다. 지원 신청은 읍·면행정복지센터에서 전화로 받는다. 군 관계자는 “안전교육 이수자나 면허증 소지자에 한해 무상 임대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 “韓은 ‘의로운 나라’란 수사 경계를… 中은 가부장적 책임으로 포장” [평화연구소의 창]

    “韓은 ‘의로운 나라’란 수사 경계를… 中은 가부장적 책임으로 포장” [평화연구소의 창]

    “한국이 대단하고 의로운 나라란 식으로, 이 책이 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번역하는 내내 이렇게 읽히면 위험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한중 수교 이후 30년의 변화를 오롯이 담아내지 못한 한계도 있다. 외부 관찰자의 시각으로 중국의 정책 담당자들에게 귀를 기울여 쓴 책이란 점을 감안해 우리가 주체적으로 그 속을 채워 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 2월 출간된 오드 아르네 베스타(62) 미국 예일대 교수의 책 ‘제국과 의로운 민족’(너머북스)은 한국 독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됐다. 명청 시대를 비롯해 한반도와 중국의 600년 관계를 돌아보며 중국은 한반도에 사는 우리를 의로운 민족이라고 여기며 여느 주변국과 구분되는 정체성을 부여했으며 자신들보다 중국을 더 잘 아는 민족으로 여겨 왔다는 것이 이 책의 논지다. 해서 중국은 늘 한반도를 완전히 복속시키지 않고 상대적으로 많은 자율성과 독립을 부여해 왔다는 베스타 교수의 주장은 신선하게, 때로는 충격적으로 들렸다. 지난 6월부터 여러 차례 이메일이나 화상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답이 오지 않아 평화연구소는 대신 이 책은 물론 그의 전작 ‘냉전의 지구사’를 옮긴 옥창준(35)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박사를 만났다. 이제 막 국제정치학 연구자의 길에 들어선 옥 박사는 번역하며 느꼈던 점들, 베스타 교수가 한국 독자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 한반도의 미래를 주체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연구해야 할 필요성 등을 풀어놓았다. 다음은 일문일답.-저자 베스타 교수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노르웨이 출신의 역사학자로 냉전사(현대사)를 전공하고 있다. 차가운 평화로 경험했던 냉전의 ‘중심’이 아니라 열전으로 경험했던 ‘주변’의 냉전을 통해 전체적인 양상을 포착하려 했다. ‘냉전의 지구사’에 잘 드러나 있다. 사실 베스타의 첫출발은 중국현대사 연구자다. 베스타는 ‘잠 못 이루는 제국’이라는 책에서 중국사를 접근할 때에도 중국만의 역사가 아니라, 중국과 주변의 역동적인 관계를 통해서 중국사를 서술했다. 이런 시선이 자연스럽게 중국이라는 제국과 주변인 한반도가 지닌 역할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을 것이다.”●한국어판 서문에만 ‘정체성 유지’ 표현 -책의 의미를 짚는다면. “영어판과 달리 한국어판 서문에만 한국이 정체성을 유지했고 중국에 대한 지식이 많았다는 대목이 들어가 있다. 저자의 전략적 서술 같은데 그 대목이 많은 국내 독자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 한국이 대단하고 의로운 나라다, 이렇게 해석되는 것 같아 조금 위험하다는 느낌을 갖는다. 저자의 의도도 아닐 것이고, 한국 사회에서 그렇게만 읽히는 것은 아쉽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확실히 외부자의 시선으로 한국사를 본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독자 가운데 과연 중국이 몽골이나 티베트, 베트남, 캄보디아를 지배했던 것과 조선을 지배했던 통치 방식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있다. “중국과 가까운 나라들이 중국 제국이 해체될 때 사라지는 경우나 국체가 흔들리는 예가 많았다. 저자가 가장 인상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한반도라는 지역이 중국이 스스로 제국이란 것을 드러내기 위해 독립은 허용했지만 자신의 문화를 받아들여 번성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상징적 가치가 있는 지역이었고, 그런 모습이 여느 지역과는 많이 달랐다는 것이다. 특히 베트남의 상황이 그나마 조선과 많이 비슷해 우리가 비교연구를 해 봐야 할 것 같다. 그런 상징적 가치 때문에라도 중국은 한반도를 자기의 영토로 삼지 않았지만 적당히 내버려 두면서도 문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전략을 취했다. 중국은 완전히 통치하지 않고 자율성을 부여하면서도 중화세계 안에 묶어 뒀고, 조선 사람들은 나름의 생존 전략을 찾았던 것 같다.”●‘예의의 나라’란 말은 칭찬 아닌 수치 -그런데 지금은 많이 다르지 않나. “책의 저본이 되는 하버드대 라이샤워 강연은 2017년에 행해졌다. 이 책의 제3부는 중국의 고위 외교정책 결정자들과의 인터뷰를 기초로 하고 있어 흥미로운 대목이 많다. 그 뒤 코로나19의 확산과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은 세계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일례로 과연 지금도 중국의 전문가들이 정말 내심 한국 중심으로 통일되고 번영하는 한반도를 현 상황보다 낫다고 보고 있을까? 오히려 나는 베스타 교수가 인터뷰한 중국 측 인사들이 이와 같은 레토릭을 통해서 여전히 한반도 통일에 있어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의로운 민족이란 찬사에 함정이 있다는 뜻인가. “개화파의 비조인 박규수(朴珪壽)는 ‘예의의 나라’라는 말을 칭찬이 아니라 비루하다고 평가하는 기록을 남긴 적이 있다. 세상에 예의가 없는 나라가 어디에 있으며, 중국이 이적(夷狄) 가운데 이런 나라가 있음을 가상히 여겨 칭찬한 수사에 불과하니, 이는 오히려 스스로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니라 수치스럽게 여겨야 할 말이라 본 것이다. 오히려 ‘의로움’은 우리를 가부장적으로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이 담겨 있는 말이기도 하기에, 우리가 일정한 경계를 표해야 할 말이다. 거대한 제국 옆에서 오랫동안 독립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지닐 필요도 분명 있겠지만 그런 ‘국뽕’식 접근보다 앞으로는 한반도 국가가 중국 옆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이 의로움의 실질적인 내용을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먼저다. 또 이전 시기의 중국·한반도 관계와 달리 현재는 북핵으로 대표되는 한반도 문제가 존재하고, 남한이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유 진영 가운데 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가 느끼는 ‘의로움’은 민주주의든 인권이든 오히려 중화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중국과 충돌할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한다. 이런 충돌이 간단치 않을 것이다.” -어떤 해법이 있을 수 있나. “물론 한반도 통일에 있어 중국의 역할이 존재하지만, 북한·러시아·중국의 연계가 강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가 중요할 것이다. 상책(上策)이 무엇인지 명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더라도 지금처럼 애매모호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중국과 미국 모두의 신뢰를 받을 수 없는 전략은 하책(下策)임이 분명하다. 이 책은 중국·한반도 관계를 다루지만 결국 중국의 한반도 전략은 세계전략의 하위범주로 이루어질 것임을 파악해야 한다. 한국은 현재 세계질서 속에서 성장해 온 유일무이한 사례이다. 현 질서의 유지냐 타파냐를 양자택일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질서를 어떻게 보수하고 개신(改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그 답이 얼마나 설득력을 얻는지가 앞으로 새로운 세계질서가 등장할 때 한국의 위상을 결정할 것이라고 본다.” ●‘한반도는 中에 무엇인가’ 반문을 -옮긴이의 말을 통해 이 책과 오언 데니의 ‘청한론’(China and Korea), 유길준의 ‘서유견문’ 3권 ‘방국의 권리’를 연결하는 대목도 흥미로웠다. “외부의 시선으로 중국·한반도의 역사적 관계가 흥미로워진다는 것은 세계질서가 변동하고 있는 하나의 상징적 사건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데니의 ‘청한론’을 떠올렸다. 이와 같은 외부의 시선에 대한 21세기 유길준의 응답이 필요하다. 현재 지식인들이나 국민들이 ‘한반도에 중국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만 매몰돼 있는데 ‘한반도는 중국에 무엇인가’라는 다소 낯선 질문에 답을 채워야 한다. 중국이 포용력 있는 지역 강대국, 세계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도 한반도인의 동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은 의미가 있다. 우리도 새로운 ‘의로움’에 기초해 중국을 끊임없이 설득함으로써, 중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지녀야 한다.” 인터뷰 계속 보러가기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816500003
  • [데스크 시각] 낸시 펠로시와 이준석/김상연 부국장 겸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낸시 펠로시와 이준석/김상연 부국장 겸 정치부장

    품위 있는 어투와 세련된 매너, 가녀린 체형에서 발산하는 카리스마. 그녀의 존재를 제대로 인지하기 시작한 건 2011년이었다. 낸시 펠로시. 막말과 몸싸움의 ‘메이드 인 코리아 정치’에 익숙했던 신임 워싱턴 특파원의 눈에 그녀는 무관세로 수입하고 싶은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 정치인’이었다. 3년간의 특파원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뒤 다시 악다구니의 한국 정치에 매몰되면서 그녀의 존재는 아득해졌다. 그러다 아주 가끔씩 미국발 뉴스를 통해 그녀의 소식을 접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어? 아직도 원내대표(또는 하원의장)를 하네?’였다.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진 뒤에도,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긴 뒤에도 그녀는 건재했다. 그 사이사이 2년마다 치러진 하원 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질 때도 있었고 이길 때도 있었지만 그녀의 위상은 변함이 없었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 하원의장이 됐고, 소수당이 되면 원내대표를 맡았다. 그녀가 처음 하원 원내대표에 오른 때가 2003년이니까 올해로 19년째 민주당 리더를 하고 있는 셈이다. 펠로시는 지난 3일 하원의장 타이틀을 달고 방한했는데, 10여년 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그녀의 위상은 비현실적인 느낌을 줬다. 한국에서는 당대표가 1년을 넘기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펠로시가 ‘장기집권’ 하는 건 그녀의 정치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의 원내대표(당대표나 마찬가지)는 권력, 즉 공천권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역구에서 경선을 통한 상향식 공천이 정착돼 있어 대표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 그래서 대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멱살잡이가 벌어지지 않는다. 반면 한국은 무늬만 상향식 공천일 뿐 사실상 당대표의 권한이 절대적이다. 그래서 공천이 곧 정치생명인 정치인들은 상시적으로 당권 다툼을 벌인다. 당대표들이 2년밖에 안 되는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낙마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건 그 때문이다. 지난 3월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하자 당시 송영길 대표는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임기를 절반도 못 채운 시점이었다. 그런데 대선에서 이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성상납 의혹과 관련해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고 쫓겨나는 수순에 처했다. 특히 이 대표의 경우 당의 퇴출 압력에 반발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불행은 일견 이 대표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문자메시지에 쓴 ‘내부총질’이라는 어휘가 자극적이긴 하지만, 윤 대통령 입장에선 내용적으로 틀린 말도 아니다. 지난 대선 때 이 대표는 한 표가 아쉽고 절박한 자기 당 후보를 상대로 힘겨루기를 하는, 정당 사상 유례없는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인간인 이상(신이 아닌 이상) 굴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당대표 권력이 미국만큼 미약하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이 대표 퇴출 논란이 벌어졌을까. 지금 국민의힘 분란의 저변에 공천권 다툼이 깔려 있다는 의심은 매우 상식적이다. 당권 다툼이 국민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그나마 봐줄 만하다. 그러나 인간의 집중력엔 한계가 있다. 여야가 당권 다툼에 혈안이 돼 있으면 그만큼 민생엔 소홀할 수밖에 없다. 선거만 끝나면 진 당, 이긴 당 할 것 없이 대표를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로 갈아치우는 세계 유일의 메이드 인 코리아 정치는 국익에 백해무익하다. 상향식 공천을 명실상부하게 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이준석 사태’는 재발할 수밖에 없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그 이름도 화장실을 떠올리게 해 불쾌한 비대위는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다. ‘못살겠다 갈아 보자’가 아니라 ‘못살겠다 그만 갈자’다.
  • [사설] 北, 허튼 도발로 파국 자초하지 말아야

    [사설] 北, 허튼 도발로 파국 자초하지 말아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그제 북한의 코로나19 확산을 남한 탓으로 돌리며 “아주 강력한 보복성 대응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이미 여러 가지 대응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혀 위협 차원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위험천만한 모험에 나서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한국과 미국의 공고한 안보태세에 비춰 허튼 도발은 북한을 파국으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김 부부장은 “전선 가까운 지역이 초기 발생지”라면서 “우리가 색다른 물건짝들을 악성 비루스 유입의 매개물로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우리 측 반북 사회단체가 살포하는 대북 전단을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 매개체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로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다. 과학적·상식적으로도 전혀 가능성 없는 망상에 불과하다. 서해상에서 표류하던 우리 측 공무원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구조하기는커녕 무자비하게 살해할 정도로 ‘비과학적 방역’에 매몰된 세력이 저들 아닌가.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을 대북 전단 탓으로 돌리는 것은 대남 도발의 구실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 원점 타격이나 성동격서식 포격과 같은 무모한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군 당국의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임박한 상황이어서 북한의 극렬한 반발과 충동적 도발을 상수로 상정해 놓고 철저한 안보태세를 구축해야만 한다. 북한은 최근 우리 측의 ‘조건 없는 만남’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하지만 한반도 긴장 상태가 고조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북한 주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도발 위협이 아닌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할 때다.
  • 산사태로 매몰, 급류 휩쓸려… 9명 사망·6명 실종

    산사태로 매몰, 급류 휩쓸려… 9명 사망·6명 실종

    지난 8일부터 집중적으로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수도권에서는 9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9일에도 계속된 폭우와 침수 피해로 주요 도로가 통제되고 일부 시설이 폐쇄되는 등 수도권 곳곳이 마비됐다. 전국 13개 시군구에는 산사태 경보가 발령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9일 오후 11시 기준 사망 9명, 실종 6명, 부상 15명 등으로 집계됐다. 주택·상가 2579동이 침수됐고, 산사태가 11건 발생했다. 서울에서는 이재민 441명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402명이 대피 시설에 머물렀다. 이날 0시 26분쯤 서울 관악구에서는 반지하 주택에 살던 40대 발달장애인 A씨를 포함한 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동작구에선 비로 쓰러진 가로수 정리 작업을 하던 60대 구청 직원이 감전(추정)으로 사망했으며 주택 침수로 또 1명이 숨졌다. 오전 4시 27분쯤 경기 화성시 정남면에서는 산사태에 주변 공장의 직원 기숙사로 사용하는 컨테이너가 매몰돼 40대 중국인 1명이 사망했다. 광주시에서는 집 주변 하천 범람을 살피러 나간 70대·50대 남매가 실종돼 경찰이 수색 중이다.서울 서초구에서는 최소 4명이 실종됐는데 신원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아 실종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한 실종자는 빌딩 지하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량이 침수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던 중 급류에 휩쓸렸다. 산림청 산사태예방지원본부에 따르면 11시 기준 서울(관악구, 노원구), 경기(양주시, 의정부시, 광명시, 군포시, 부천시, 가평군, 양평군), 강원(원주시, 춘천시, 평창군, 횡성군) 등 13곳에 산사태 경보가 발령됐다.서울지하철 사당역, 이수역, 신대방역, 삼성역, 동작역, 구반포역 등 지하철역 10곳이 침수됐고, 버스는 40여개 노선이 일부 침수 구간을 우회했다. 양재IC 일대를 통제하면서 서울 사당동과 양재동 사이 서초터널에서는 오전 8시부터 차량이 꽉 막히면서 4시간 이상 고립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집중호우로 통제됐던 동부간선도로는 이날 오전 10시 해제됐다가 8시간 뒤인 오후 6시 중랑천 수위 상승으로 전 구간 다시 통제됐다.
  • “목숨 건 퇴근” 서울 이틀새 500㎜ ‘물폭탄’…밤에도 계속(종합)

    “목숨 건 퇴근” 서울 이틀새 500㎜ ‘물폭탄’…밤에도 계속(종합)

    노들로 당산역→여의하류IC 구간 전면 통제철산대교 하부도로 오후 9시부터 전면통제9일 가장 비 많이 온 곳은 은평구 182㎜11일까지 수도권·충청권 최대 350㎜ 더 내려시민들 정보공유하며 대중교통 몰려 혼잡그야말로 하늘이 뚫렸다. 8일부터 서울 등 수도권에 퍼부은 비가 이틀도 안 돼 500㎜에 육박했다. 서초·강남 등 지대가 낮은 서울의 한강 남쪽 지역에서는 곳곳에서 400㎜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11일까지 최대 300㎜ 이상의 많은 비가 추가로 올 것으로 예보된 수도권 등 중부지방과 충청·경북·전북에 비 피해가 없도록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정부는 노들로 당산역에서 여의하류인터체인지(IC)구간을 전면 통제하고 철산대교 하부도로도 오후 9시부터 전면통제했다. 서울 오후 9시 기준 496.5㎜서초·금천·강남·관악·송파 400㎜↑ 기상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기준 서울엔 최대 496.5㎜ 비가 쏟아졌다. 전날(8일) 하루에만 381.5㎜ 비를 퍼부은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에 이날 115㎜ 비가 더 왔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이틀간 400㎜를 상회하는 강수량이 기록됐다. 서초구 463.5㎜, 금천구 429.5㎜, 강남구 417.5㎜, 관악구 409.5㎜, 송파구 405.5㎜ 등이다. 연강수량 평년값이 1306.6㎜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지역들엔 1년간 내리는 비 30%가 단 이틀 만에 쏟아진 셈이다. 이날 서울에서 가장 많은 비가 온 곳은 은평구다. 은평구엔 182.5㎜ 비가 쏟아졌다. 다만 전날 강수량이 87.5㎜로, 양일간 쏟아진 비는 270㎜가량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가장 적은 양의 강수가 기록된 곳은 마포구다. 마포엔 8일 126㎜, 9일 오후 9시까지 91㎜ 비가 오며 217㎜ 누적 강수량이 기록됐다. 강서구(김포공항) 217.7㎜, 성북구 218.5㎜, 중랑구 220㎜ 등이 뒤를 이었다.“오늘도 목숨 건 퇴근” “또 미친 듯 온다”SNS에 퇴근길 직장인 걱정글 쏟아져 퇴근시간대에 수도권과 강원에는 다시 폭우가 내려 귀가하는 시민들 발목을 잡았다. 오후 8시에는 인천과 광주·양평·성남 등 경기남부에 돌풍·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시간당 20~35㎜ 강도로 세차게 쏟아졌다.  이날 오후 5시쯤부터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퇴근을 서두르는 직장인들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전날의 교통 대란을 떠올린 이들은 “오늘도 목숨 건 퇴근”, “퇴근할 때가 되니 비가 또 미친 듯이 내린다” 같은 글을 올리며 귀갓길을 걱정했다.“비 때문에 금요일까지 호텔 잡았다”신림동 도로 싱크홀 발생, 복구 진땀   오후 6시 안팎으로 퇴근길에 나선 직장인들은 장우산으로 몸을 가리고 젖어버린 바지 밑단을 접어 올린 채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으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아예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신거나 샌들, 슬리퍼를 신은 이들도 많았다. 오후 6시 무렵 도심에 내린 빗줄기가 굵어져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찬 비가 쏟아지자 시민들은 “으악, 또 시작이다”라고 비명을 지르며 더 빨리 움직였다. 원래도 붐비는 지하철 2호선은 오후 5시 45분쯤부터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승객들은 열차 내 가운데 통로에 세 줄로 겹쳐 힘겨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9호선도 오후 6시쯤부터 운행이 재개되자 승객들이 몰려들었다. 장거리 출퇴근을 포기하고 아예 호텔에서 장기 숙박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마포구 소재 은행에서 일하는 이모(32)씨는 “어제 퇴근하고 오늘 아침 출근하며 진이 다 빠졌다”면서 “결국 비 예보가 된 금요일까지 호텔을 잡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방재용 모래함에서 모래를 꺼내 건물 입구에 쌓으며 이날 밤 예고된 또 한 번의 폭우를 대비하기도 했다. 관악구 신림동 한 도로에는 이날 오후 7시 32분쯤 지반침하(싱크홀)가 발생해 소방 당국과 구청이 복구 작업을 벌였다.퇴근길 의정부에 101.5㎜ 기습 폭우 수도권과 강원 곳곳은 이날 퇴근길에만 비가 50㎜ 이상 내렸다. 경기 의정부시는 오후 5~8시 강수량이 101.5㎜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 경기 포천시에는 비가 77.5㎜ 왔고 고양시엔 71㎜ 떨어졌다. 서울의 경우 오후 5~8시 은평구에 75.6㎜, 도봉구에 67.5㎜, 강북구에 62.5㎜의 비가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이날 오후 서울 강북지역인 노원구 상계동과 중계동, 도봉구·종로구에 산사태 주의보를 발령했다. 기상청은 “동서로 길이는 길고 남북으로 폭은 좁은, 강하게 발달한 비구름대가 느리게 이동하면서 곳에 따라 시간당 강수량이 50~100㎜에 달하는 비가 오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해상에서 발달한 비구름대는 시속 60㎞로 동북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동시에 느린 속도로 남하하고 있다.경기 광주 465㎜, 양평 451㎜강원 횡성 291㎜, 홍천 235㎜ 수도권에선 경기 광주 465.0㎜ 양평 450.9㎜ 여주 산북면 439.5㎜ 등 누적 강수가 기록됐다. 강원권에선 횡성(청일) 291.0㎜, 홍천 시동 235.0㎜, 춘천 남이섬 232.0㎜ 등 200㎜ 넘는 비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이날부터 11일까지 수도권에 최대 300㎜ 비가 올 것으로 예보했다. 이날 약 100㎜ 안팎 비가 왔기 때문에 10~11일엔 100~200㎜ 가량 비가 더 올 수 있다. 기상청은 “저지대 침수와 저수지 범람, 급류 피해가 있을 수 있으니 각별히 유의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또 농경지 침수와 농수로 범람, 하수도 역류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상청이 9일부터 11일까지 예상하는 누적 강수량은 수도권, 강원 중·남부 내륙·산지, 충청권, 경북 북서 내륙, 전북 북부에 100~300㎜이다. 충청권은 곳에 따라 350㎜ 이상 쏟아질 수 있다. 강원 북부 내륙·산지, 강원 동해안, 전북 남부, 경북 북부(북서내륙 제외), 울릉도·독도에 50~150㎜, 서해5도에는 30~80㎜ 비가 올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기록적 폭우에 9명 사망·6명 실종 한편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사상자는 또 늘어났다. 정부는 8일부터 서울·인천·경기와 강원 등 중부지방에 집중된 폭우로 9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으며 44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현재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9명(서울 5명·경기 3명·강원 1명), 실종 6명(서울 4명·경기 2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은 9명(경기)이다. 이는 오후 3시 집계보다 사망자는 1명 늘고 실종자는 1명 감소한 수치다. 강원 횡성에서 산사태로 매몰됐던 1명이 실종자로 분류됐다가 사망자로 변경됐다. 공공시설 가운데 선로 침수가 서울에서만 10건 있었으며 제방유실 3건, 사면유실 9건 등의 피해가 일어났다.사유시설 가운데 주택·상가 침수는 741동으로, 그중 서울이 684동으로 대부분이고 인천은 54동이다. 또 옹벽 붕괴 4건, 토사유출 14건, 농작물 침수 5㏊, 산사태 11건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둔치주차장 20곳, 하천변 45곳 등도 통제됐다. 국립공원 156개 탐방로, 여객선 9개 항로 등도 통제 중이다. 이재민은 서울과 경기를 중심으로 328세대 441명이다. 이들은 주민센터와 학교 체육관, 민박시설 등에서 머무르고 있다. 이밖에 317세대 936명이 일시 대피했다. 한편 국지성 폭우가 서울과 경기 지역을 강타하면서 하룻 밤새 외제차 1000여대를 포함해 총 5000여대에 달하는 차량이 침수되는 큰 피해가 발생해 손해보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손해보험협회와 각 보험사 집계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체에 8일부터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이날 오후 2시 기준 12개 손해보험사에 총 4791대(추정치)의 차량 침수 피해가 접수됐다. 이로 인한 손해액은 658억 6000만원으로 추정된다.
  • [속보] 사상자 또 늘었다, 9명 사망·6명 실종…서울 강북 산사태 경보 발령

    [속보] 사상자 또 늘었다, 9명 사망·6명 실종…서울 강북 산사태 경보 발령

    이재민 441명…주택·상가 741동 침수서울 노원·도봉·종로구에 산사태 경보 발령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사상자가 또 늘어났다. 정부는 8일부터 서울·인천·경기와 강원 등 중부지방에 집중된 폭우로 9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으며 44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울 강북지역인 노원구 상계동과 중계동, 도봉구·종로구에 산사태 주의보를 발령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9일 오후 6시 현재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9명(서울 5명·경기 3명·강원 1명), 실종 6명(서울 4명·경기 2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은 9명(경기)이다. 이는 오후 3시 집계보다 사망자는 1명 늘고 실종자는 1명 감소한 수치다. 강원 횡성에서 산사태로 매몰됐던 1명이 실종자로 분류됐다가 사망자로 변경됐다. 중대본은 이전 집계와 동일한 인명피해 현황을 발표했다가 이를 수정했다. 이재민은 서울과 경기를 중심으로 328세대 441명이다. 이들은 주민센터와 학교 체육관, 민박시설 등에서 머무르고 있다. 이밖에 317세대 936명이 일시 대피했다.공공시설 가운데 선로 침수가 서울에서만 10건 있었으며 제방유실 3건, 사면유실 9건 등의 피해가 일어났다. 사유시설 가운데 주택·상가 침수는 741동으로, 그중 서울이 684동으로 대부분이고 인천은 54동이다. 또 옹벽 붕괴 4건, 토사유출 14건, 농작물 침수 5㏊, 산사태 11건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둔치주차장 20곳, 하천변 45곳 등도 통제됐다. 국립공원 156개 탐방로, 여객선 9개 항로 등도 통제 중이다.10일에도 중부 100㎜ 넘는 많은 비 수도권과 강원내륙·산지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서울, 인천, 경기북부와 강원북부를 중심으로 시간당 30~70mm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다. 10일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10일에 수도권, 강원 중·남부 내륙 산지, 충청권, 경북 북서 내륙, 전북 북부에는 100∼3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강원 북부 내륙·산지, 강원 동해안, 전북 남부, 경북 북부(북서내륙 제외), 울릉도·.독도에는 50∼150㎜의 비가 예상된다. 이날 오후부터 밤 사이 수도권과 강원도를 중심으로는 강수가 소강 상태를 보이는 곳이 있다. 8일부터 많은 비가 내린 수도권과 강원도에서는 저지대 침수, 하천 범람, 옹벽·축대 붕괴, 침수지역 감전 사고 등의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고 기상청은 당부했다. 아침 최저기온은 20∼28도, 낮 최고기온은 26∼32도로 예보됐다.
  • 주택 덮친 산사태로 70대 숨져…강원 영서 비피해 속출

    주택 덮친 산사태로 70대 숨져…강원 영서 비피해 속출

    8~9일 강원 영서지역에 최고 270㎜가 넘는 폭우가 내려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10분쯤 평창 용평면 속사리의 한 하천 주변에서 산책을 하던 50대는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시간 20여분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낮 12시 54분쯤 횡성 둔내면 현천리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 한 채를 덮쳤다. 이 사고로 매몰된 70대는 중장비와 드론 등을 동원한 소방당국의 수색작업 끝에 4시간만에 발견됐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횡성과 춘천, 원주, 홍천, 철원에는 산사태 예보가 내려져 있다. 앞서 이날 오전 3시 56분쯤 횡성 우천면 산전리에서는 원두막에서 잠을 자던 40대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가 1시간 30여분만에 구조됐다. 횡성 우천면과 공근면에서는 주택 2채가 침수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원주에서는 9년여만에 원주천이 범람해 둔치에 주차된 차량, 카라반 등이 침수 피해를 봤다. 문막읍 문막교 인근 섬강도 넘쳐 둔치에 세워진 차량들의 일부가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소양강댐은 오는 10일 오후 3시 수문을 열고 담수를 방류할 계획이다. 소양강댐은 1973년 10월 완공 이후 총 16차례 수문을 열었고, 마지막 방류는 2년 전인 2020년 8월 5일 이뤄졌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누적 강수량은 횡성 청일 275.0㎜, 홍천 시동 212.0㎜, 평창 면온 207.0㎜, 원주 부론 190.0㎜, 철원 장흥 185.5㎜ 등이다.
  • 수도권 폭우로 발달장애 가족 등 8명 사망·6명 실종(종합2보)

    수도권 폭우로 발달장애 가족 등 8명 사망·6명 실종(종합2보)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8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전날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이날 오전 11시 현재 사망 8명(서울 5명·경기 3명), 실종 6명(서울 4명·경기 2명), 부상 9명(경기) 등으로 집계됐다. 오전 6시 집계보다 사망자가 1명 늘었다. 서울 관악구에서는 전날 오후 9시 7분쯤 신림동 반지하 주택이 침수되면서 여성 A씨(47)와 그의 언니 B씨(48), 그리고 A씨의 딸(13)이 숨진 채 순차적으로 발견됐다. A씨는 전날 지인에게 침수 신고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배수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소방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으나 배수 작업 이후 이들 가족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B씨에게는 발달장애가 있었고, 이들은 자매의 모친과 함께 모두 4명이 한집에 거주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모친은 사고가 벌어진 당시 병원 진료를 위해 집을 비워 참변을 피했다. 서울 동작구에서는 쓰러진 가로수 정리 작업을 하던 구청 직원 C씨(63)가 전날 오후 6시 50분쯤 작업 도중 사망했다. 사망 원인으로 감전으로 추정된다. 이에 앞서 동작구에서 같은 날 오후 5시 40분에는 주택 침수로 1명이 숨졌다. 경기 광주시에서는 버스 정류장 붕괴 잔여물 밑에서 1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도로 사면 토사 매몰로 다른 1명이 사망했다. 경기 화성에서도 이날 오전 4시 27분쯤 산사태로 1명이 숨졌다. 실종자도 다수 발생했다. 서울에서는 서초구 지하상가 통로, 맨홀 하수구 인근에서 물길에 휩쓸린 실종자가 총 4명이 나왔다. 경기 광주시에서는 하천 범람으로 2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재민은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에서 230세대 391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대부분 학교, 체육관 등에 머무르고 있다.이밖에 서울 동작구와 경기 광명 등지에서도 269세대 399명이 주민센터와 학교, 복지관으로 일시 대피했다. 재산 피해도 컸다. 서울 7건, 인천 1건 등 모두 8건의 선로 침수가 발생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지하철 9호선은 전날 밤부터 부분 통제됐다. 고속도로 1곳(용인∼서울), 일반도로 48곳, 지하차도 3곳, 둔치주차장 26곳, 하천변 45곳 등도 통제됐다. 인명을 구하려는 소방대원들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소방당국은 경기 등 중부지방 하천에서 88명의 구조를 완료했으며 가로수 등 도로 장애물 313건을 제거했다고 밝혔다.행정안전부는 이날 오전 1시를 기해 중대본을 비상 2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하고, 풍수해 위기 경보는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첫 일정으로 오전 9시30분 정부서울청사 재난안전상황실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침수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오늘 저녁에도 어제 수준의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만큼 선제 대응하고, 신속한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며 “복구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오전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피해 지역 2차 피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속한 응급 복구에 힘써달라. 경찰, 소방, 지자체 공무원 등의 안전에도 각별히 주의해달라”며 특히 “국민께서 충분하다고 느낄 때까지 끝까지 조치해주기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 [속보] “서울·경기 호우로 7명 사망·6명 실종”

    [속보] “서울·경기 호우로 7명 사망·6명 실종”

    8일부터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 쏟아진 폭우로 7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되는 등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9일 오전 6시 현재 사망 7명(서울 5명·경기 2명), 실종 6명(서울 4명·경기 2명), 부상 9명(경기) 등으로 집계됐다. 서울 관악구에서는 전날 오후 9시 7분쯤 침수로 반지하에 3명이 갇혀 신고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서울 동작구에서는 전날 오후 6시 50분쯤 호우로 쓰러진 가로수 정리 작업을 하던 60대 구청 직원이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감전으로 추정된다. 같은 날 오후 5시 40분 동작구에서는 주택 침수로 1명이 숨졌다. 경기 광주시에서는 버스 정류장 붕괴 잔여물 밑에서 1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도로 사면 토사 매몰로 다른 1명이 사망했다. 실종자는 서초구 지하상가 통로 등 서울에서 4명이 나왔고, 경기 광주시에서는 하천 범람으로 2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 [열린세상] 한국을 강타한 성격유형론 MBTI/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열린세상] 한국을 강타한 성격유형론 MBTI/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근 미국 CNN 방송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성격검사의 하나인 ‘MBTI’에 너무 빠져 있다는 냉소적인 뉴스를 내보낸 적이 있다. 남녀 데이트를 할 때도 MBTI를 먼저 알아본 후 서로 맞는 사람끼리 만나고, 직장에서 직원을 구하는 데도 특정한 MBTI 유형을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내고 있다. 급기야 MBTI의 아시아·태평양 책임자조차 한국에서의 MBTI 유행은 회사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연애 상대를 찾기 위해 MBTI를 이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언급하였다. MBTI는 칼 융의 심리유형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직관력이 뛰어난 융은 자신의 오랜 임상경험에 의해 인간을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고 보았다. 내향적인 사람은 혼자 지내길 좋아하고 수줍어하는 경향이 있고, 외향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사회적 활동에 관심이 많아 비교적 사교적이다. 여기에 정신기능인 사고, 감정, 감각, 직관의 4개를 조합하여 외향적 사고형, 내향적 사고형, 외향적 감정형, 내향적 감정형, 외향적 감각형, 내향적 감각형, 외향적 직관형, 내향적 직관형의 8개 성격유형으로 나누었다. 각각의 성격유형은 우월한 기능과 열등 기능이 있으며, 이런 성향이 하나로 통일되고 균형과 통합을 이루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통찰력 있는 융의 관찰이었다. MBTI는 이런 융의 8개 성격유형에 생활양식과 관련이 있는 판단과 인식이라는 기준을 더하여 16가지 조합으로 만든 지표이다. 모녀지간인 마이어스와 브릭스는 융의 심리유형 이론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이를 일상생활에서 활용하려는 목적에서 검사를 개발하였다. MBTI는 성격을 유형화한 것이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인간의 체질을 분석하여 유형화하고자 하는 시도는 굉장히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히포크라테스 시대에도 인간의 신체를 4가지 체액을 바탕으로 다혈질, 흑담즙질, 황담즙질, 점액질로 구분했다.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을 쓴 유명한 조선시대 이제마 역시 ‘사상의학’을 주창하였는데, 사람의 체질을 4개로 나누어 체질별로 흔한 질병도 다르고 치료방법도 다르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체질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 적용하는 방법을 창시해, 신체 장기의 크고 작음, 골격의 형태, 성격은 물론이고 우월한 감정상태까지 고려하여 음양과 대소의 조합인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의 4가지 형태로 나눴다. 최근 서양의학의 개인맞춤치료도 이처럼 체질의 다름을 고려한 치료다. 같은 약을 복용하여도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 쇼크에 빠지는 일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치료효과가 나타나는 등 개인에 따라 반응이 다른 것을 고려하면, 체질은 분명 개인별로 다르며, 이를 유형별로 축소하다 보면 몇 개의 타입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체질이나 성격의 유형은 분명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MBTI의 인기는 사회적으로 외적인 면만이 아닌 내적인 ‘성격’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부분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특히 각 개인이 검사를 해 보며 자아를 탐색하고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MBTI 검사 결과는 분명 주위 사람들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도 참고자료가 될 수 있으므로 여러 면에서 대인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이렇게 정형화된 성격형으로만 분류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고 입체적인 존재이다. 그러니 성격검사 결과뿐만 아니라 함께 보내는 시간과 소통을 통하여 알아 갈 수 있는 부분이 훨씬 많음을 명심하자. 성격 유형화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일정한 유형의 사람을 나와 맞지 않는 사람으로 미리 재단하고, 알아 갈 기회조차 갖지 않는 것은 너무 아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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