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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간 산사태 3백여명 매몰

    【이슬라마바드 DPA 연합】 아프가니스탄 북부지방에서 지난 27일 산사태가 발생해 3백명이 매몰됐다고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통신(AIP)이 30일 보도했다. 이 통신은 바다크샨 주지사 아미르 타리크의 말을 인용,산악지대인 다라이옘지역의 카라 루크마을의 주민들이 27일 내린 집중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마을을 덮쳐 이같은 참변을 당했으며 현재까지 겨우 시체 7구만이 발굴됐다고 전했다. 한편 카불 라디오 방송은 수도 카불의 남쪽 로가르주 차라시야브 지역의 한 묘지에서 22명의 시체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 정범모 한림대총장 「교육개혁」 세미나 기조강연

    ◎“한국교육 인간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은 24일 중앙교육연수원 대강당에서 「인간교육과 교육개혁」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열었다.한림대 정범모총장의 기조강연인 「인간으로의 회귀를 호소한다」를 요약해 소개한다. 교육개혁은 근본적으로 인간으로의 회귀를 추구해야 한다.역사적으로 보아 농경사회의 국력이 영토의 크기로 결정되었고 산업사회의 국력이 경제와 무역의 크기로 결정되었다면 정보사회의 국력은 인간의 질로서 결정된다. 즉 지적이고 기술적인 탁월함은 물론 예술적 심상과 도덕적 규범을 갖춘 인간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우리나라 교육을 그런 사람으로 키울 수 있는 교육으로 회귀시키는 것이 교육개혁의 급선무이다. 교육의 문제를 빈번히 논의하면서도 교육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는 까닭이 있다. 참된 의미의 교육열이라고 할 수 없는 우리의 교육열이 교육개혁을 저해해왔다. 정부와 교육개혁기구들이 진정으로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늘 요식적인 개혁에 안주해온 사실도 교육개혁에 걸림돌이 돼 왔다. 「우리」보다는 「내아들이」,「사람됨」보다는 「부귀」를 앞세우는 교육열을 시정하고 교육과 국가 성쇠의 관계를 제대로 포착할 수 있는 안목을 교육개혁의 움직임에 가세시키는 작업이 효과적인 교육개혁을 가져올 수 있다. 아울러 성공적인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백화점식이고 피상적인 접근보다는 중요한 문제에 초점을 맞춘 심층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교육개혁은 추상적이고 사변적인 잣대를 대고 논의하기보다는 비근한 상황변화를 두고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학생을 밤낮으로 학교에 가두어 두는 행태가 사라지고 시험의 빈도가 줄어야 한다. 무의미한 숙제가 줄고 체벌과 폭력이 학교에서 사라지며 학교안에서의 만남이 인간적이 되게 하는 등의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교육개혁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변화는 학생개개인을 인간으로 대접할 때 가능하다. 국제경쟁은 결국 인간질의 경쟁이다.교육은 그 인간질을 결정한다.인간의 질은 인간으로 대접함으로써만 길러진다. 개개인을 전인적이고 개성적으로 대하는 교육을 구현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교육개혁이다. 그러나 성적과 IQ와 입시에만 집착하고 있는 한국교육은 하나의 거대한 인간매몰이다. 그것은 결국 인간의 질이 경쟁력인 국제사회에서 나라의 쇠퇴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교육은 강하게 인간으로 회귀해야 한다.그래서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며 인간으로 길러낼 수 있어야 한다.
  • 지방자치와 중앙의 정치력/김석준 이대교수·정치행정학(시론)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문제를 둘러싸고 노출된 정치권의 낮은 정치력을 다시 확인한 국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여야 모두 국가의 장래를 멀리 내다보기보다는 당장의 당리당략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지방자치제와 관련하여 그동안 정치권이 보인 단견과 임기응변은 국민의 질책을 도저히 면할 수 없을 것이다.작년에 보인 시군통합과 광역시문제부터 잘못된 표본이다.근본적인 지방자치제도나 지방행정구조의 개편에 대한 진지한 논의조차 못하게 하고 부분적인 문제에 온 나라를 매몰시켰을 뿐만 아니라 정치권이 지역이기주의와 도농갈등을 해소하기는 커녕 도리어 이를 부추기는 듯한 행태를 보였던 점은 두고두고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점이다. 다음으로 이번 정당공천문제의 경우 여·야당의 경직된 태도는 정치권의 무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논의자체를 거부하고 의정사상 처음으로 의장공관과 부의장사저를 강제 점유,농성한 야당의 전략은 크게 잘못된 것이었다. 여당 또한 대통령의 외국순방기간동안 강제처리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야당을 자극한 일들은 잘한 일이 아니다.늦게나마 여야간에 협상이 추진되어 기초의원의 정당공천배제에는 합의하고 단체장의 경우 어느 수준에서 타결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대립을 보이는 등의 우여곡절을 보였던 점은 정치력의 가능성을 보였던 일이다.정치의 선진화가 대결이나 물리력에 의한 방식이 아닌 타협과 협상에 의한 문제해결임을 확인하면서 우리정치의 선진화를 염원하는 국민들은 협상에 의한 정국타개를 기대했던 것이다.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정당공천문제만이 지금 온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유일한 일인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든다.국민들은 정당공천의 장단점을 고려하면서 그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지방선거이전에 정비된 상태에서 지방선거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먼저 지방행정 계층구조전면개편이전이라 할지라도 지방자치제도가 성숙한 제도로 정착하기 위한 중앙과 지방의 기능재배분과 행정권한의 과감한 위임이 있어야 한다.그동안도 행정적으로 많은 업무들이 지방에 이관되었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과연 지방정부차원에서 필요한 일들이 지방으로 이양되고 있는지 전면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지방의회의 기능과 권한을 강화시켜야 한다.자치입법권과 행정감독권을 대폭 강화하여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가능토록 제도화해야 하겠다.지난 4년간 지방의회들이 운영되면서 보인 좋은 기능들을 더욱 장려하고 아쉬웠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이러한 조치들이 필요한 것이다. 셋째,자치단체장의 실질적인 권한과 기능도 지방자치에 걸맞게 재조정되어야 한다.현 제도하에서는 선거에 의해 단체장이 선출되더라도 자신의 정책공약을 집행하거나 행정업무를 집행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참모들도 공직에 임용할 수 없도록 되어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비서외에 부단체장을 공무원 가운데 임명할 수 있는 여지는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선거를 통해 뽑힌 단체장이 자신의 공약을 추진할 만한 추진력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넷째,지방선거과정에 시민단체의 참여를 보장토록 제도화하여야 한다.지방자치가 풀뿌리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당초의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를 제한하고 있는 조치들을 폐지해야 하겠다.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시급한 과제가 이처럼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국이 정당공천문제에만 매몰되어 있어서 국민들은 안타까울 뿐이다.하루빨리 당리당략이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지방자치제도가 정착하여 선진민주주의가 이땅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여야정당이 앞장 설 수 있기를 촉구한다.「복지부동」과 무기력에서 벗어나 정치권이 정치력을 높여 국민에게 봉사하고 생산적인 정치가 되기를 기대한다.
  • 올해 임금인상률/경총입장/노총입장

    ◎경총입장/김영배 경총 정책부장/왜 5.4∼6.4% 인가/국제경쟁력 고려… 자동화·기술개발 부담/중앙차원 임금교섭땐 탄력적 대처할 것 87년 이후 생산성을 상회하는 고율의 임금인상은 여전히 경제의 대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최근 들어 임금상승률과 국민경제생산성간의 격차가 다소 좁혀지고 있으나 아직도 임금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에 비해 높은 실정이다.따라서 국민경제생산성 범위내의 임금조정은 국민경제의 성과를 임금에 연동시킴으로써 국제경쟁력 제고 및 배분의 공평성을 기할 수 있는 논리적 과제임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최근 들어 WTO 체제 출범 등에 따른 국제 경쟁이 더욱 첨예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합리적인 임금인상의 실현은 우리 경제의 활로를 찾기 위한 관건이라 할 수 있다.흔히들 지금의 우리 경제를 호황이라 표현하고 있으나 그러한 호황의 이면에는 자동화등 설비투자의 증대와 기술개발을 위한 엄청난 비용의 투입이 존재하였음을 간과하여서는 안된다.작금과 같이 경쟁이 치열한 시기에 있어서 자본의 생산기여는 급속한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특히 기업들은 경영과실을 앞으로 닥쳐올 경쟁의 위협에 대비하여 전액 재투자 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현실에 처해있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여 경총은 올해의 임금인상제시율을 5.4%∼6.4%의 범위내에서 개별기업들이 임금수준과 지불능력을 고려하여 결정토록 하였다.다만 한국노총은 이미 12.4%의 임금인상요구율을 제시한바 있고 경총이 평균 5.4%를 제시함으로써 양 단체간의 임금요구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은 당연하리라고 본다. 따라서 한국노총과 경총이 중앙차원의 협의를 통해 양측의 주장을 다소 양보하는 신축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경우 경영계는 탄력적으로 임할 계획이다.그러나 분명히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의 임금수준이 이제 작년 기준으로 1백10만원을 향해 달리고 있고 이러한 수준의 임금으로는 경쟁이 불가능하여 인력의 채용을 기피함으로써 사람을 쓰지 않는 기업들만이 성장기업군에 들어가게 되어버린점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경총은 이러한 사실에 기초하여 향후의 임금조정문제는 설비투자와 기술개발을 전제한 가운데 다루어지도록 할 예정이다.가까운 일본의 경우 사용자 단체인 일경연은 최근 계속해서 임금동결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들의 방식을 원용해보니 우리 경제의 임금상승률은 4.4%로 도출된 바 있다.그러나 노사관계의 안정이 전제되지 않은 임금안정은 어렵기 때문에 경총은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협력적 풍토를 조성하는데 앞장설 계획이며 노동계도 경총의 이러한 자세에 보다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길 희망한다. ◎노총입장/조한천 노총 정책연구실장/왜 12.4% 제시했나/기업노동소득분배 낮아져 근로자 희생/물가 등 반영 생계비 확보위한 최소 요구 한국노총은 3월2일 노총의 민주성을 제고하기 위한 개혁차원에서 새로이 설치된 중앙위원회에서 금년도 임금인상을 통상임금기준 89,969원(12.4%)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이같은 요구의 근거는 94년 상반기 현재 도시근로자 가구당 소득 가운데 가구주의 근로소득으로 노동력 재생산비인 생계비를 확보한다는데 두고 있다.금년도 임금정책과 관련하여 사회적 관심이 되고 있는 것은 노총이 왜 사회적 합의를 하지 않고 독자적인 임금인상요구율을 제시했는가 하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노총은 93년의 중앙단위 임금교섭과 94년의 사회적합의를 하여 임금안정을 통한 경쟁력강화로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정책,제도개선을 통한 노동자의 지위개선과 노동조합의 활동영역을 확대하고자 하였다.그러나 지난 2년간의 사회적합의는 고용보험제와 노동법개정,세제개혁등에서 노총의 요구가 전폭적으로 반영되지 못하였고 합의사항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등 정부와 사용자의 무성의와 비협조적인 태도로 노·사·정간의 신뢰를 지속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독자적인 임금인상 요구를 하게 된 것이다. 한편 작년도 우리경제는 경제성장률 8%,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 6.2%를 기록하였으며,금년도 경제전망에 따르면 경제성장은 7% 이상,소비자물가는 6% 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어 노동자의 임금인상 기대 요구가 적지않은 상태이다.그럼에도 노총은 고율의 임금인상이 국민경제 발전에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만은 아니며,노동조합이 임금위주의 경제투쟁에만 매몰되어서는 안되고 정책,제도개선을 통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지위개선과 국민경제발전에 기여한다는 사회적 책임을 깊이 인식하고 통상임금 기준 12.4%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87년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던 제조업의 노동소득분배률이 91년의 54.33%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반전하여 93년에는 52.56%로 떨어졌다.이는 결국 생산성 증가에 비하여 임금인상이 낮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따라서 금년도 노총의 임금인상 요구는 경기 및 물가전망,노동조합의 사회적책임,그리고 생산성향상을 고려할 때 정책,제도개선과 함께 최소한의 수준이라 하겠다. ◎정부는 왜 「임금인상 원칙」 내놨나/“경총­노총 합의 물건넜다” 판단/생산성 향상 웃도는 인상막는데 초점 정부가 「공익연구단」을 구성해 임금가이드라인을 제시키로 결정한 것은 한국노총과 경총의 사회적 합의가 사실상 물건너 갔다고 판단해 내린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정부 구상대로라면 「연구단」이 교수 등 공익대표로 구성된 신뢰할 만한 집단이긴 하지만 「노사자율」체제에서 노사 당사자가 아닌 제3의 단체에서 임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한걸음 후퇴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앙노사간 사회적 합의를 우리의 바람직한 임금문화로 정착시키려고 했던 정부로서는 아쉬움 속에 2년만에 「용도폐기」한 셈이다. 정부는 임금협상이 본격화되는 3월을 앞두고 노총을 사회적 합의를 위한 테이블로 끌어내려고 노력했으나 노총의 거센 반발로 합의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고 지난 연말부터 조심스럽게 대안마련에 착수했었다. 그동안 「연구단」의 독자적인 임금제시 방안 외에도 ▲국민경제사회협의회(경사협)에서 노사가 제시한 임금을 공익위원이 중재하거나 ▲노·경총이 낸 임금인상안을 각각 임금의 상한과 하한선으로 결정하는 방안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임금을 제시하는 방안 등이 검토됐다.이중 노사는 물론 국민 대다수가 큰 무리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제1안이 선택된 것이다. 정부의의뢰를 받아 적정 임금인상률을 제시할 「연구단」은 생산성에 기초해 임금을 산정하게 된다. 국민경제와 생산성을 고려해 적정 임금인상을 유도하는 생산성임금제는 이형구 노동부 장관이 지난 12월 취임한 이후 공·사석을 막론하고 강조해 이같은 임금정책으로의 전환이 예고됐던 것이다.이는 생산성 향상보다 임금인상이 높았던 80년대 말 임금정책을 개선하겠다는 의지이다. 세계화 첫 과제인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생산성보다 웃도는 임금인상을 막자는 뜻이다. 그러나 당시와 다른 점은 생산성에 기초한 적정임금을 정부가 아닌 공익대표가 제시하고 개별기업의 임금협상에도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즉 노·경총간 임금합의처럼 「연구단」의 임금제시를 준거로만 활용하고 임금결정의 「노사자율」원칙은 생산현장에서는 지켜지는 셈이다. 그럼에도 새 방식은 재야 노동계로부터 중앙노사의 「밀실야합」에 의한 임금결정이라는 비난의 소지는 근원적으로 제거됐으나 새로운 임금통제수단으로 생각될 수 있어 이를 어떻게 설득하고 생산현장에관철할 것인가가 성공의 관건으로 보인다.
  • 가슴 설레임과 쓰라림/문희자 시인·서울대어학연(굄돌)

    『당신 하고싶은 것 있으면 꼭 하라구』 박사학위를 받고 취직이 되어 임지로 향하는 차안에서 남편이 말했다. 『나도 공부를 하고 싶어요』 남편이 공부하는 동안 나는 줄곧 일을 했다. 외국에서,외국어로 공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당신 나이가 또 얼마나 많은 가 등,남편은 누누이 설명했지만 나는 남편이 부임한 학교의 대학원 입학 허가를 받아내고야 말았다. 첫날의 강의실.50명쯤 되는 학생들은 모두 나보다 어렸다.그러나 그것이 무슨 문제인가.강의실을 팽팽하게 채운 새학기의 긴장감.대학을 졸업한지 20년만에 외국의 강의실에 내가 앉아 있다는 황홀감.다시는 배울 수 없으리라는 실의로 부터의 해방감,그무엇보다도 내가 여기 앉아있다는 실존적 기쁨. 나는 마침내 밥짓기,청소하기,심지어는 남편과의 대화마저 하기 싫었고 나혼자만의 세계에 매몰되고 싶었다.그때부터 나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갈등 속으로 빠져들어갔다.남편의 하루 일이 끝나는 밤 11시까지는 절대로 책을 펴지 않고 그 후의 모든 시간은 내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으로 정했다.그러나 이런 「시간의 분할제」를 시도했지만 나의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가슴 설렘과 가슴 쓰라림의 틈바구니에서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나는 설렘과 쓰라림의 흔적을 담은 학위를 얻었다. 며칠전 60대 「할아버지 대학생」의 보도에 접했다.이 보도는 웬일인지 나로 하여금 「설렘」과 「쓰라림」을 슬픔이라는 색깔로 물들게 한다.「60에 시작해 봤자」라는 생각과 「60이 시작이지」라는 생각 사이를 맴도는 슬픔이라고나 할까.
  • 기상청/초중고생 기상문의 전화 빗발

    ◎밀린 방학숙제 일기에 날씨 쓰려/두달치까지 요구… 전담직원 배치 기상청이 초중교의 개학을 맞아 학생들의 기상문의로 바쁘다. 방학과제물중의 하나인 밀린 일기를 써야하는 학생들로부터 방학기간중의 날씨를 문의하는 전화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설연휴기간중에도 교대근무중이던 기상청 직원들은 학생들의 전화에 하루종일 시달려야 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그날그날의 일기를 방학과제물로 내 주었지만 학생들로서는 매일 일기를 쓰기가 번거로워 미루다 보니 개학과 더불어 「몰아치기 일기쓰기」를 할 수 밖에 없는 형편. 학생 자신이 직접하거나 부모들을 통해 문의해오는 내용은 방학기간 동안의 날씨.뒤늦게나마 일기를 쓰면서 그날의 날씨는 적당히 처리할 수 없어 흐리거나 맑은날,비나 눈이 온날 등을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 보통이고 심지어 최고·최저기온이나 습도까지 알려달라는 경우도 있다. 기간도 짧게는 일주일이나 보름에서 길게는 한두달치까지 되지만 매몰차게 거절할 수도 없는 형편이어서 기상청에서는 아예 전담직원까지배치해 놓을 정도다. 물론 날씨와 관련한 문의전화가 개학을 앞둔 학생들의 전유물은 아니다.겨울철의 경우 건설회사에서 걸려오는 문의전화도 적지 않다.공사발주기관에 기후관계로 인한 공사지연이유를 대기 위한 것인데 역시 내용은 학생들이 문의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계절별로 보면 오히려 장마와 태풍이 많은 여름철이 더 많다는게 기상청 관계자들의 얘기다.지난해 여름의 경우 많을땐 하루 5백여통이나 걸려와 고유업무마저 지장을 받을 정도였다는 것. 이밖에 봄·가을에는 행락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많다. 대부분의 문의전화를 처리하고 있는 기상청 민원실의 문규만씨(39)는 『문의전화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겠지만 고유업무를 방해할 정도로 심한 요구사항은 되도록 삼가주었으면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 「고교평준화 해제」 열띤 공방/교육위(의정중계)

    ◎“경쟁 도입 당연”/여/“기본틀 유지를”/야/“하향평준화소지… 일류화 긴요”/민자의원/“평준화틀 이미 깨져있는 상태”/김 교육 「서울시내 20개 고교 평준화 해제」(18일 김숙희 교육부장관),「학군폐지­학교군제 도입」(19일 이준해 서울시교육감),「고교평준화 시·도 교육감에 일임」(20일 시·도교육감회의),「사립학교만 해제」(지난해 11월 교육개혁위원회),「해제 결정한 바 없음」(23일 김장관). 국회 교육위는 25일 이처럼 일관성 없는 발표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고교평준화 폐지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민자당 의원들은 「해제」,민주당 의원들은 「유지」를 주장하며 열띤 공방을 벌였다. 먼저 「교육의 세계화」가 야당 의원들의 도마위에 올랐다.정부가 일류교육을 지향한다는 명분 아래 경쟁개념의 도입,즉 고교입시의 부활쪽으로 기우는 듯하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의 박석무의원은 『세계화의 흐름속에 한국 고유성이 매몰될 우려가 없느냐』고 걱정했고 같은당의 홍기훈의원은 『경쟁지향적으로만 가다보면 갈등지향으로 쏠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이에 김장관은 『고교평준화의 틀은 이미 깨져 있다』면서 『다만 이를 붙일 것인지,완전히 깰 것인지를 교육개혁위원회가 신중히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가 해제를 기정사실화 해놓고도 반발여론 때문에 주춤거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홍기훈의원은 『세계 일류화가 엘리트양성 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 이는 과거 일류고의 부활이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홍의원과 박석무의원등은 『올해 부분적으로 적용하는 데 이어 오는 96년부터 전면 실시되는 속진제는 평준화의 기본 틀은 유지한다는 취지』라고 해제에 반대했다. 반면 민자당의 김호일의원은 『고교평준화가 저급 평준화로 될 소지도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지금은 일류가 되지 않고서는 세계화경쟁에 이길 수 없다』고 해제에 찬성했다. 이어 박석무의원은 『지난해 일선 고교교사 8백5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해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49대 50이었다』고 통계를 제시하며 최종 결정에 신중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김호일의원은 『교육개혁위원회에만 맡기지 말고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국회에서 먼저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결정되지도 않은 정책들이 난무하는 데 따른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홍기훈의원은 『장관이 말조심을 하지 않아 혼란의 동기를 제공한 것』이라고 몰아세웠다.민주당의 이협의원은 『국민들이 더 혼란에 빠지기전에 그동안 서로 다른 발표내용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그러나 김장관은 『평준화의 장단점을 놓고 최대공약수를 찾고 있는 단계』라면서 『지금 뭐라고 얘기해 봐야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명확한 답변을 유보했다.
  • 도심 빌딩·아파트 순식간에 “와르르”/가상 시나리오/서울 대지진

    ◎낮12시 진도6/한강교량·청계고가 잇따라 붕괴/제방 무너져 산강범람 침수사태/하오1시 진도7/지하철 폭삭… 도시가스 연쇄폭발/갈라진 지반틈 사람·한량들 매몰/밤되자 암흑속 추위·공포에 떨어 우리 서울은 지진에 어느 정도 안전한가.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일본 간사이(관서)지방을 강타한 대지진이 서울에서 발생했을 경우,지금까지 우리가 겪었던 어떠한 재난과도 비교할 수 없는 처절한 결과를 상상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이들의 이같은 주장은 우리의 대형 건축구조물 거의 모두가 내진설계가 제대로 돼있지 않다는데 근거하고 있다.일본 간사이지방을 강타한 대지진을 계기로 우리도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서울에서 대지진이 발생했을 것을 가상한 시나리오를 엮어본다.이 시나리오는 한양대 김소구 교수,한국자원연구소 전명순 박사 등 전문가들과 김치운 상수도사업본부장,최재범 도시계획국장,박영호 민방위국장 등 서울시 관계자들의 의견을 참고로 구성했다.이는 어디까지나 가정된 상황이다. ○○년 ○월○○일 낮 12시.강진이 불행하게도 평화로운 우리의 서울을 강타했다.진앙지가 경기도 광주로 추정되는 진도 6의 수직형 강진이 한강변을 따라 엄습한데 이어 1시간의 여진끝에 진도 7의 가공할 파괴력의 대지진이 도심쪽을 맹타한 것이다. 경부선 새마을 열차가 방금 통과한 한강철교가 폭음과 함께 엿가락처럼 휘어진채 중간중간이 끊어지면서 시퍼런 한강 물속으로 잠겼다.한강철교에 이웃한 동작대교와 마포대교 등 강남·북을 잇는 대형 교량들 역시 잇따라 붕괴되면서 성난 물속으로 빠져들었다. ○사망·실종 40만명 이 순간 온 시민이 온갖 정성을 들여 모처럼 잘 가꾸어 놓은 한강시민공원 제방 곳곳은 힘없이 무너졌고 모래와 자갈을 동반한 강물은 물기둥을 이루며 무너진 둑 사이로 쏟아져 내려 한강변 주택가 곳곳은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했다. 같은 시각 도심 한복판.동서를 연결하는 거대한 청계고가도로 역시 기둥이 뿌리째 뽑히면서 차도 상판이 순식간에 청계천 바닥으로 떨어졌다.교각과 상판은 10여m 아래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이웃한 크고 작은 건물과 질주하는 차량들을 무차별로 덮쳐 생지옥을 방불케 했다. 잠시후인 하오 1시쯤.이보다 더 강력한 진도 7의 대지진이 또다시 도심 한복판을 때렸다.핵폭탄과 같은 위력의 두번째 지진은 고귀한 인명은 물론 주위의 크고 작은 빌딩·터널·교량·아파트 등을 닥치는대로 파괴했다.대통령에 의해 비상사태가 선포되어 인명구조를 위해 민방위·예비군은 물론 군병력이 동원됐다. 이 시각 서울시청 지하 상황실.시장이 대단히 심각한 표정으로 민방위국 교통국 하수국 소방본부 등 관련실·국으로부터 피해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는다. 『모든 한강교량의 통행금지.송수관로 파괴.도시구조물의 절반 파괴.단전·단수·통신 불통.가스공급 중단.화재발생 다수.지하철 운행중단 등…』 서울시의 피해상황 집계는 실로 엄청났다.무엇보다 인명피해가 가장 컸다.사망 10여만명,실종 30여만명,부상자 50여만명,이재민 1백여만명 등으로 우리가 일찍이 겪지 못했던 숫자다.이뿐만 아니다.한강교량 20개 1만8천9백86m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개가 끊어지거나 파손됐다.터널 16곳 9천5백14m,고가차도 57곳2만2천여m,지하철 총연장 2백16·5㎞,아파트 50여만가구 가운데 절반가량이 피해를 입었다. ○곳곳 화염 휩싸여 이 시간 여의도 63빌딩.전망대를 향해 숨가쁘게 올가가던 엘리베이터가 모두 가장 가까운 층에 멈췄다.진도 4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멈추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엘리베이터 창문 너머로 강남·북에 우뚝 선 거의 모든 고층 아파트가 무너지고 도로 곳곳은 힘없이 갈라지고 내려앉았다.방금전에 폭삭 주저앉은 청계천 고가도로가 복개천이 갈라지면서 개천 아래로 추락했다.그뒤를 이어 승용차·버스 등 각종 차량들이 휴지처럼 찌그러진채 깊게 팬 웅덩이속으로 빠졌고 생지옥에서 뛰쳐나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다. 종로와 을지로 일대를 지나는 지하철 1·2호선과 이웃 빌딩들도 중심을 잃고 흔들리다가 그대로 폭삭 내려앉았다.이 일대의 고층빌딩은 무너져 내리면서 이웃한 저층 건물을 덮쳐 곳곳에서 신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도시가스의 연쇄 폭발로 도심지 곳곳은 시뻘건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고 그불은 통신구의 광케이불로옮겨붙어 주민들의 기본생활인 가스와 통신은 완전히 끊겼다.점심을 먹고 회사로 들어가던 직장인들,쇼핑을 나온 시민들은 진동이 없는 곳으로 파도처럼 움직이다 갈라진 땅속으로 빨려들어가거나 붕괴되는 콘크리트 더미에 파묻혔다. ○콘크리트속 아우성 도심지 곳곳의 빌딩 역시 화염에 휩싸였다.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달려가지만 워낙 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불길을 잡는데 역부족이었다. 밤이 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강남과 강북을 연결해주는 지하보급품기지가 없는데다 모든 육로의 수송수단이 끊겨 서울은 생필품공급이 중단됐다.전기와 가스공급마저 끊긴 탓으로 시민들은 추위와 암흑속에 떨었다. 순식간에 우리의 서울은 폐허로 변했다.그러나 그 다음날 여명과 함께 생필품 보급이 시작되고 구조 및 복구작업이 본격화됐다. ◎“모든 건출물 내진설계 해야”/암반층 넓어 지진 일어나면 저층가옥 더 위험/지진공학 교수들 법규강화 요구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므로 내진과 관련한 국내법규를 강화해야 한다는주장이 제기됐다. 20일 대한건축학회 소속 지진공학교수들은 지난 88년 제정된 건축법시행령과 그 규칙은 6층이상,또는 연면적 10만㎡이상의 건축물만 내진설계대상으로 정했으나 실제 지진이 발생하면 고층건물보다 저층가옥이 위험하다며 내진설계대상을 모든 지상건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원 이동근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암반이 많은 지질에서는 저층건물의 위험도가 고층건물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그는 『89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지진이 났을 때 고층건물은 피해가 없었으나 저층구조물은 대부분 파괴됐고 지난해 일본 동북지방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주로 저층구조물의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정란 단국대교수도 『지난 85년 멕시코시티에 지진이 났을 때 미국인이 내진설계기준에 맞춰 지은 고층호텔과 미국대사관 등은 전혀 파괴되지 않았으나 그렇지 않은 건축물은 완전히 무너졌다』며 『지진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는 국내 저층건물도 위험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88년 법을 처음 만들 때는 건설업체의 부담을 이유로 내진설계의 적용대상을 제한했지만 이제는 구조물의 안전도를 높이기 위해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백화점들,직원 총동원 생필품 배급/복구 3일째/일지진 현장

    ◎매몰된 94살노인 53시간만에 구출/영안실 태부족… 사찰에도 시신 안치 ▷의연한 직무수행◁ ○…사망·실종자가 4천명을 넘어선 대형지진에도 불구하고 지진지역에 사는 많은 회사원들이 걸어서까지도 회사에 출근,직무를 수행한 것으로 나타나 감동을 주고 있다. 한큐전철의 야마자와부부장은 지진직후 집을 출발,3시간 걸려 오사카에 있는 회사에 도착.18일까지도 회사에서 철야하면서 동료승무원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철로 안전상태를 점검.열차의 운행업무를 점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미쓰이부동산 기토과장은 아파트가 흔들리면서 식기와 조명기구등이 전부 떨어져 박살났지만 집안을 우선 정돈한 뒤 부근의 회사동료 두명과 함께 자전거로 25㎞정도 떨어진 오사카의 회사로 3시간 걸려 출근.회사가 관리하는 아파트의 피해상황등을 확인하는 등 바쁘게 지내고 있다. ▷생존자 구출◁ ○…지진발생 3일째를 맞아 필사적인 구조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9일 무너진 가옥등에서 잇달아 생존자가 구출돼 지켜보고 있던 주민들에게뜨거운 감동을 선사. 48시간정도가 한계라고 통상 말해지고 있으나 생존 희망을 버리지 않은 끈질긴 수색 구출 작업끝에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것. 19일 상오 11시쯤에는 효고현 아사야시에서는 53시간만에 94세 노인이 구출되기도.니시노미야시에서는 80세의 노인 두명이 잇달아 구출됐다. 한편 고베시에서는 중국인으로 보이는 임사태씨(46)가 56시간만에 구조됐으나 안고 있던 여섯살난 아들은 이미 숨진 채여서 지켜보던 이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고베시내의 건물더미속에 묻혀있다가 21시간만에 구출된 70세의 한 노인은 18일 함께 갖혀있던 아내가 부르는 노래 덕분에 고통의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그녀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힘을 줘야겠다는 생각에서 「고추잠자리」라는 동요를 불렀다고. ○…일본전역에서 차출된 경찰과 자위대 요원 6천여명은 19일에도 구조활동을 계속.그러나 파괴된 사회간접시설과 중장비 부족,때때로 계속되는 여진이 구조활동을 어렵게 하고 있다.방위청에는 자위대의 늑장구조활동을 비난하는 전화가 쇄도. ▷생활주변◁ ○…출입금지나 교통정체로 차량접근이 어렵자 대형유통업체들은 수백명의 직원을 동원,생필품을 손에 들고 전달하도록 하는 등 필사적인 노력.지진지역 상점들의 가격인상행위가 우려됐으나 기우로 판명됐고,재해지역주민들은 사재기는 커녕 적은 물건도 서로 나눠쓰고 일부는 공동 취사하는 등 자발적인 협력자세를 보이고 있다.폐허가 된 시가지를 뒤로 한채 도보로,또는 자전거,자동차를 타고 시외로 나가는 고베시민이 상당수에 이르며 일부는 붕대를 감은 채 절뚝거려 전쟁난민들을 방불케하고 있다.부상자들로 초만원인 고베시내의 병원들은 식료품,전기,식수,의료장비 부족으로 수술도 하기 어려운 형편.병원 영안실만으로는 부족해 불교사찰까지 안치장소로 쓰고 있는 실정. ○…고베 시내 곳곳에서는 가스누출에따른 경보음이 하루종일 짜증스럽게 울리고 있고 가스폭발 위험성도 고조.스마구의 주민 7만여명은 19일 인근 공장탱크에서 가스가 새어나와 다른 곳으로 소개됐고,이날 아침 고베시내 중심부의 상가지역에서 가스폭발과 함께 일어난 불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인근 소형건물 20채와 백화점으로 순식간에 옮겨붙었다. ▷기타◁ ○…지진 피해가 엄청난데도 일본인들의 반응은 의외로 침착하고 냉담해 빈국까지 포함된 외국정부들의 원조제안및 위로 메시지와는 대조적.텔레비전방송들이 스모대회 중계를 취소하고 구조상황을 생중계하는 등 현장에 많은 인원과 장비를 투입하고 있지만 성금모금운동 같은 동정적 반응은 거의 없다.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행복한 것은 좋은거야』라는 등 경망스러운 텔레비전 광고를 중단한다고 발표해 「자제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도가 고작.도쿄의 한 구조관계요원은 『일본인들이 「정부와 당국이 사태를 처리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도쿄의 백화점에서는 지진이 일어난 후 소화기를 비롯,건빵 헬멧 방재두건 등 방재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려 재고가 바닥이 난 상태. ○…일본정부는 19일 지진 희생자 중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족이 사망했을 경우 5백만엔(약 4천만원)을,그외 다른 가족들이 숨졌을 경우에는 2백50만엔(약 2천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며 부상가족 부양자들에 대해서도 2백50만엔을 각각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이번 피해지역이 1946년 이후 큰 지진이 없었던데다 다른 어느 지역보다 위험성이 낮아 지진피해 보상책임에 가입한 세대는 효고현 3%,오사카현 4.9% 등 일본평균 지진보험가입률 7.2%에 비해 극히 적은 상태라고 업계 소식통들이 밝혔다.이번 지진으로 피해지역의 상당수 제조업체의 생산활동이 마비됐다.
  • “창당은 「몇가지 선택」중 하나”/JP/제주발언 싸고 관심 증폭

    ◎평상 활동속에 뭔가 결심한 분위기/“대통령의 뜻 실현 노력” 순응자세도 김종필 민자당 대표가 대표직 진퇴문제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엇인가를 결심한 것 같다. 김대표는 14일 남제주·서귀포 지구당 정기대회에 참석한 길에 신당 창당 가능성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그것이 『몇가지 선택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대표는 이날자 대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거취문제는 이미 결심했다.나는 내 갈길을 갈 것이며 동조자가 있으면 규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대표는 또 『세계화와 나의 퇴진은 전혀 다른 문제로 나와는 상관이 없으며 용도폐기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이어 『어떤 약속도 폐지처럼 버리는 소양이 문제』라고 말한 뒤 『내가 「후임자가 결정되면 물러나겠다고 말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로 그런 식으로 마구 써대는 것이 문제』라고 언론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렸다. 탈당에 이은 신당 창당가능성이 몇가지 선택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는 14일 김대표의 대답은 바로 이같은 인터뷰내용을 기자들이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이 인터뷰와 서귀포 발언만을 놓고 보면 김대표는 당장 민자당을 뛰쳐나가 신당을 창당할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직은 김대표의 『나의 갈길을 가겠다』는 「결론」보다는 『몇가지 선택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는 「전제」에 더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김대표의 이날 발언이 어느 때 보다 강력하기는 했지만 「폭탄선언」은 아니라는 풀이다. 사실 김대표는 한동안 자신의 퇴진을 둘러싼 혼란에서 벗어나 평상심을 되찾은 것처럼 보였다.13일에는 울산 남 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해 김영삼총재의 세계화 노력에 당원 모두가 한몫을 하자고 역설했다.대회가 끝난 뒤에는 지구당사 현판식에도 환한 얼굴로 참석했다.14일 서귀포에서도 『대통령의 뜻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의 격려사를 했다.통상적인 당 대표의 활동에 전심전력하는 모습을 애써 보여주려는 듯 했다.대표직을 내놓은 뒤 당에 남아있을 것을 기정사실화한 여론에 순응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김대표의 한측근은13일 탈당 가능성에 대해 『누구 좋으라고』라고 펄쩍 뛰기까지 했다.탈당이 최선이 아니라는 인식이 김대표 주위를 감싸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게 하는 대목이었다.여기서 『실상과 허상이 분명히 드러날 때 까지 지켜볼 것』이라는 그 측근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오는 25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면 모든 것을 소상히 밝히겠다』고 한 말 속에는 『미국으로 떠나기전 대통령과 한번 더 만나고 싶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퇴진이후 JP“법세냐 예우냐” 여권고심/“구세 일소”·“너무 몰면 부담” 양론 민자당의 김종필대표가 제2선 퇴진에 반발하고 있는데 대해 그의 퇴진을 추진해온 여권 핵심부는 당혹감과 함께 불쾌감에 휩싸였다.특히 JP(김대표의 애칭)가 지난 92년 민자당 대통령후보 경선 때의 일까지 들고나오는데 대해서는 「결별선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마저 감돈다. 이에 따라 그에 대한 퇴진예우를 두고 고심해온 여권 핵심부는 그동안 견지해 온 강경기류를 한층 높일 기세다.여권 내부에서는 지금까지 강·온의 상반된 주장이 엇갈려왔다.강경론은 이원종청와대정무수석을 포함한 실세그룹의 민주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반면 온건론은 김윤환의원등 민정계 중진들이 주로 내세우고 있는 논리이다. 두 주장은 「JP 퇴진」의 불가피함에는 공동보조를 이루고 있지만 「JP의 가치」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강경론자들은 『김대표의 임무는 이제 끝났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이제는 용도폐기 해야 하며 평당원으로 돌아가는 길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지도체제에 참여할 수 있는 어떤 자리라도 내준다면 오히려 「화근」이 될지도 모른다는 판단 같아 보인다. 강경론의 근저에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잇따른 사건·사고 등으로 흐트러진 민심을 돌려 오는 6월의 4대 지방선거는 물론 앞으로 남은 각종 선거일정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구세대로 여겨지는 JP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다.그동안 각종 창구를 통해 여론을 파악해 봤지만 그의 퇴진이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결론이나왔다는 후문도 이같은 분석과 맥락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이들은 또 김대표가 지난 13일 「탈당의지」를 강하게 밝히고 나섰지만 위협이 될 만큼의 「세력 규합」은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한 민주계 인사는 『JP가 나가봤자 별 볼일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김대표가 탈당을 감행한다면 스스로 정치생명을 더욱 단축시킬 뿐이라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온건론은 JP가 민자당의 상징으로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낼 수 있는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데는 강경론과 인식을 같이 한다.그렇다고 해서 그를 매몰차게 「팽」시키는 처사도 국민들은 물론 당 내부로부터의 공감대를 이뤄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따라서 두가지를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그를 충분히 「예우」하는 자리가 마련되어야만 앞으로의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 온건론자는 강경분위기에 대해 JP의 대응폭을 좁히려는 뜻도 담겨 있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또 그가 탈당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지만 「행동」을 유보할 여지도 남아 있는 것으로보고 있다.김대표가 한 지방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강력한 불만을 터뜨린 다음날인 14일에도 제주도 남제주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하는등 공식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대목이 이를 반증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민정계의 한 중진인사는 『김대표를 완전히 몰아낸 뒤 어떻게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김윤환의원도 『당을 위해 뭔가 만들어야 되지 않겠느냐』면서 직접 중재에 나설 뜻을 시사했다. 아무튼 현재까지는 강경론이 주조를 이루고 있고 JP가 「정면 반발」을 보다 분명히 하면 앞으로 더욱 그러할 전망이다.
  • 보험금 타려 선박 침몰/해운사대표 구속/부산지검,해경 결탁여부수사

    【부산=이기철기자】 선박 고의침몰 보험금 사기사건을 수사중인 부산지검 특수부는 이 사건 주범인 부산 중구 중앙동 동국해운 대표 김길씨(53)가 25일 자수함에 따라 선박매몰 및 사기혐의로 구속하는 한편 해경,보험회사와의 결탁여부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김씨는 동국해운소속 모래운반선 동일호 선장 이갑기(48·구속)와 기관사 정종남씨(38·구속)에게 각각 사례금 1억원과 3천만원을 주겠다며 선박침몰을 지시,지난 5월1일 부산 사하구 다대동 북형제도 동쪽 해상에서 선원 7명이 탄 배를 침몰시킨뒤 보험금 10억7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 「세계화」의 수준/이중한 서울신문 논설위원(시론)

    갤브레이스의 「불확실성의 시대」,콤브리치의 「서양미술사」,조지프 캠벨의 「신화의 힘」,퀀틴 스키너의 「인문과학에서의 거대이론의 복귀」,브라이언 매기의 「위대한 철학자들」.이 책들은 한국어판으로 번역됐다.「불확실성의 시대」는 베스트셀러목록에 올랐고,「서양미술사」는 미술학도의 필독서로 스테디셀러가 되어 있다. 그러나 「신화의 힘」은 이 분야 대학강좌 하나 없는 형편이라 판매에 완패했다.「거대이론의 복귀」는 한 대학출판사에서 나왔는데 대학내에서만 나누어 보았다.그런가 하면 「위대한 철학자들」은 번역하기도 어려워 최근에야 겨우 간행됐다.철학이란 무엇인가를 말하는 책이 아니라 왜 영어권에서 철학은 정신적 자산의 일부가 되지 못하는가를 반성하는 이 시대 철학자들의 분석적 대담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들은 서로 성격이 다르고 특히 우리 수용양태는 각각 현저한 차를 보이고 있다.그러나 이 책들은 모두 영국 BBC방송프로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70년대부터 80년대 사이 저술로 씌어진 책이 아니라 방송프로로 진행되고 그 뒤 약간의 보완을 해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그러니까 TV·라디오의 일반시청자에게 평이하게 전달하려는 의도를 아주 세심히 강구한 내용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새로운 목표가 된 「세계화」가 만약 세계차원에서 세계인과 같은 수준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야 한다면 이 책목록만으로도 갈길은 먼 것이다. 우리 방송은 아직도 외국서 사다가 트는 가뭄에 콩 나듯하는 다큐멘터리 몇편 이외에는 모두 히히덕거리는 코미디나 잡담형 드라마에 매몰돼 있다.시청률이 문제라고는 하나 프로가 재미없다고 하는 현상은 세계 어느나라에서나 있는 것이다.실제 문제는 그 재미없다고 하는 내용의 수준이다.앞에 든 책들의 방송프로는 방영시 모두 인기 프로였고,그래서 책으로까지 간행된 것이다. 「세계화」라는 명제가 제시된 후 세계화는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다라는 해석이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등장했다.어순으로는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말을 배웠다고 의사가 소통되는 것은 아니다.같은 수준으로 화제에 끼여들 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따질 것도 없이 말은 총체적 문화다.그들의 말은 그들의 문화를 대변하고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도 우리의 문화일뿐이다.이 사이의 연결은 문화의 가치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관점일 뿐이다.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세계적 보편성으로 서로에게 어떻게 인지시키느냐 하는 지적·감성적 능력이 더 중요한 것이다. 장삿속으로도 마찬가지다.우리가 들고 나간 상품은 아마도 그동안 싸다는 것으로 팔았을 것이다.그러나 이제는 싼것도 견고하고 안전해야 하며,싸구려도 아름다울뿐 아니라 개성적이어야 하는 시대에 왔다.더 나아가 그동안 비싸던 상품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떻게 더 싸게 팔 수 있느냐에 접근하고 있다.창고비를 없애고 판촉과정을 개혁하면 더 싸게 줄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그러니까 이제 우리가 팔 수 있는 방법은 한국의 문화를,그 이미지를 얹어야만 하게 되어 있다.이렇게 파는 데 어젯저녁 술마시던 이야기나 해야 하는 단순한 말의 능력으로서는 까마득한 것이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은 명백한 하나의혁명이었다.그러나 혁명은 국내적 정황이다.세계차원에서는 이제 한국도 변화의 흐름에 쫓아오는구나 하는 느낌일 것이다.그렇다 해도 한국도 단숨에 변화할 수 있음을 설명하는 효과는 얻을 것이다.이것만해도 크게 번 것이다. 한 나라의 실질적 기술자산은 미래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민의 능력이라고 한다.이 능력은 오늘과 어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축적된 경험에 의존한다.우리는 그동안 민주화라는 경험을 했다.하지만 이는 정치적 민주화에 제한돼 있었다.이나마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경험의 내용을 확대해가야 할 과제도 따로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세계는 전지구적 통찰력속에 새로운 파트너십을 찾고 있다.이시대 가장 활력있는 산업은 변화를 헤쳐나가는 컨설팅회사다.이들중 대표적인 미국 매킨지사에는 문제해결자·문제인식자·전략중개자라는 직책의 사람만 2천5백명이 넘는다.아서 핸더슨사는 정보기술만 파는 전문가를 전세계에 4만6천명 거느리고 있는데 이중 미국인은 1만8천명일뿐이다. 혁명적 결단을 통해서만 정부조직을 개편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경직성·정체성·지체성을 신속히 벗어나야만 「세계화」의 길은 열릴 수 있다.그러고도 여전히 수준의 문제는 남아 있다.
  • 독립유공자 후손 박유철·양준자씨 부부(인터뷰)

    ◎“애국선열 유해봉환 적극 나서야”/고생하는 유공자가족에 죄송/서훈늘리고 보상금 올려주실 『애국선열들의 숭고한 독립정신은 민족사의 영원한 거울입니다.그것이 흐려졌으면 다시 닦아 들여다 보면서 미래의 진로를 열어 나가야지요.그분들의 피나는 독립투쟁의 역정과 죽음으로 항거한 애국애족 정신을 생각하면 이렇게 살아서 선열들을 기리고 이야기하는 것조차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상해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을 지낸 백암 박은식 선생의 장손 박유철씨(56·건설부 건설공무원 교육원장)와 항일언론인 우강 양기탁 선생의 손녀 양준자씨(50·안양 대신대 교회음악과 교수) 부부의 해방 50돌을 앞둔 감회는 남다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강남아파트 1동 101호.잘 가꿔진 상록화분이 인상적인 널찍한 응접실 북쪽 벽에는 백암 선생의 영정과 「국혼은 살아있다」는 휘호가 나란히 걸려있어 청사에 빛난 민족선각자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도 있듯이 생존 유공자나 후손들은 대부분 불우한 생활을해왔습니다.유족들중엔 배우지 못한 탓에 무직자들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그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독립유공서훈자를 늘리고 보상금을 인상하는 등 예우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친(박시창 장군·전 광복회회장)이 오랫동안 군에 봉직했던 관계로 자신은 다행히 교육도 제대로 받고 비교적 유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오직 정신적 자부심 하나로 애옥살이를 견뎌내고 있는 다른 유공자 가족들을 보면 괜히 죄스런 생각마저 든다고 박씨는 말한다.현재 광복회 이사이기도 한 박씨의 집안은 친가,외가,처가 모두가 독립운동과 연결돼 있다.친할아버지 백암,처할아버지 우강선생 외에 외할아버지인 최중호 옹은 임정에서 김구선생과 생사고락을 같이 했으며 선친 또한 김홍일 장군과 함께 중국대륙과 러시아를 오가며 독립운동을 한 애국지사다. 두사람은 우연히 친구의 소개로 처음 만나게 됐지만 며느리감이 우강선생의 손녀란 말에 박씨의 부친이 더 열성적으로 결합을 추진했다고. 『독립을 위해 하나로 뭉쳐야한다는 것이 할아버님께서 돌아가실때 동지들에게 남긴 마지막 부탁이셨다고 합니다.선친께서는 늘 「평생 네 할아버지처럼 겸손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습니다』 그러한 백암의 인품으로 인해 인맥과 분파로 얽혀있던 당시 상해 독립운동가 사회에서도 선생만은 적이 없었으며 이승만 대통령에 이어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에 추대될 수 있었을 것이란게 박씨의 설명이다. 지난해 8월 박은식선생을 비롯,중국 상해시 만국공묘에 안장돼 있던 애국선열 5위의 유해가 국내에 무사히 봉환,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었던 것을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서 무엇보다 가슴 뿌듯하게 생각한다는 박씨.하지만 아직도 많은 독립유공자들의 유해가 해외에 산재해 있는만큼 이들의 조속한 국내 봉환을 위해서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는다. 유해봉환문제는 부인 양준자 여사에게는 한층 간절한 소망이자 아픔으로 다가온다.올 봄 우강선생의 묘소가 중국 강소성 율양현 한 시골마을에서 후손들에 의해 확인됐지만 60년대 모택동이 대대적으로 전개한 농지개혁작업때 인근 물구덩이에 매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시정부 국무령으로까지 추대된 할아버지는 당시 임정의 동상이몽에 회의를 느끼신 것 같습니다.그래서 말년엔 고당암이라는 한적한 시골암자에 칩거,중국인들을 상대로 참선과 기공을 가르치며 수도자같은 생활을 하셨다고 합니다』 어린시절 아버지(양효손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6·25때 납북)로부터 귓결에 전해들은 것이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의 전부지만 양준자 여사의 조부에 대한 정은 유별나다.『늦어도 해방 50돌을 맞는 내년까지는 할아버님의 유해를 반드시 모셔와 고국땅에서 편히 쉬시도록 하겠습니다』
  • 뺑소니선장 조사/사고뒤 바다빠진 선원 구조외면

    【부산=이기철기자】 부산해양경찰서는 9일 해상에서 충돌사고를 낸 뒤 선원들을 구조하지 않고 달아난 부산선적 트롤어선 제107신창호(1백38t)선장 이봉식씨(35)를 업무상 선박과실매몰 등의 혐의로 입건,조사를 벌이고 있다. 신창호 선장 이씨는 지난 8일 하오 3시쯤 전남 홍도 남쪽 9마일 해상에서 조업중이던 부산선적 기선저인망어선 제5 광명호(28t·선장 정영철·30)의 중간부분을 들이받아 이배에 타고 있던 선장 정씨등 선원 3명이 바다에 빠졌으나 구조를 하지 않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 백제를 다시본다를 마치고/전문가 좌담

    ◎“문화·사회사적 접근… 백제사 인식 새롭게”/금동향로서 보듯 수입문화를 자기화/학자 동원 알기쉽게 풀이… 독자이해 도와/풍납동토성·아치산성 보존대책 시급/문헌자료 부족… 역사분야 공백에 아쉬움/「백제문화권 개발」은 완벽한 역사 복원위해 학술조사 선행돼야 ▷참석자◁ 김기웅 문화재전문위원·고고학 이기동 동국대교수·한국사 최몽용 서울대교수·고고학 서울신문이 10개월여에 걸쳐 매주 금요일 연재해 온 「백제를 다시본다」가 30회를 끝으로 지난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해 연말 충남 부여읍 능산리에서 출토된 세기적 보물 금동용봉봉래산향로 출현과 더불어 시작했던 이 기획시리즈는 새로운 시각의 백제문화사라 할 수 있다. 이를 마감하면서 그동안 갈채를 보내온 독자 여러분의 기대감을 조금이라도 더 충족시켜주기 위해 관계학자들이 참여한 정담을 마련했다. 많은 부분을 여백으로 남겨놓은 백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평가가 내려지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김기웅박사=지금까지 백제에 대한 인식은 전문가들만의 영역이었습니다.이런 상황에서 「백제를 다시본다」는 일반독자들이 그동안 전문가가 독점했던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백제에 대해 새로운 시야를 여는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여기에는 참여한 학자들이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 써 일반독자들의 백제역사를 이해하는데 한 몫을 했지요.「백제를 다시본다」는 한마디로 현재까지 이루어진 백제연구의 총 결산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기동교수=그렇습니다.그동안 백제연구는 너무 세분되어 있었다는 느낌입니다.한 분야의 전문가라 하더라도 자기 영역을 벗어나면 어두운 것이 현실이었어요.그런데 「백제를 다시본다」를 통해 30여명에 이르는 각 분야 학자들의 전문적 연구결과를 모아놓고 보니 백제역사의 대강을 새롭게 파악할 수 있었어요. ○백제연구의 총결산 ▲최몽용교수=사실 이런 유의 기획은 과거 TV에서도 여러차례 시도된 적이 있었지요.그러나 TV가 지닌 한계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많은 전문가가 동원되지 못한 아쉬움이 컸어요.그런 점에서도 「백제를 다시본다」는 좋은기획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김=욕심이겠지만 백제 뿐 아니라 신라나 가야·고구려도 다루었으면 해요.「백제를 다시본다」에서 보듯 한 지역문화를 보편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요. ▲이=이 시리즈는 지난해 부여 능산리에서 금동용봉봉래산향로가 나온 것이 계기가 됐지요.이 향로는 한때 무령왕릉 발굴로 바짝 달아올랐던 백제에 대한 관심이 점차 침체되어 가는 마당에 출토되어 백제를 다시 인식시키는데 크게 공헌했습니다. ▲최=향로가 나온지 10개월이 다 되어가는군요.그동안 이 향로 자체에 대한 해석도 불교·도교,혹은 백제의 건국신화와 연관시키는 등 여러가지로 논의됐습니다.여기에 악기와 의복 기타 미술사적인 연구도 활발했지요.물론 뒤에 총체적인 해석이 나오겠지만 이 향로는 그 하나만 가지고도 다각도에서 조명해볼 수 있는 백제문화의 진수입니다. ▲김=이 향로는 결국 당시 백제가 가지고 있던 문화적 역량의 집결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백제는 외국문화를 수입하는 데는 인색하지 않았지만 향로에서 보듯 절대 그대로 수용치 않고 자기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공주 벽돌무덤을 보면 중국의 묘제를 받아들였지만 연꽃모양의 벽화를 그려넣는 등 백제화 시켰습니다.당시 무덤의 양식을 바꾸는 것은 엄청난 문제였지요.묘제를 바꾸는 것은 바로 집권자의 상징을 바꾸는 것이었으니까요.비슷한 예는 석촌동 2·4호고분과 이번에 익명의 일본사람이 기증한 3백77점의 유물 가운데 하나인 백제귀고리에서도 발견됩니다. ○귀고리서도 발견 ▲이=문화분야의 경우 그래도 물질자료가 상당히 출토되어 어느 정도 이야기가 가능합니다.그러나 문헌자료에 의존해야 하는 역사분야는 자료의 혜택을 거의 못받아 연구상의 공백도 많습니다.아시다시피 국내 자료라고는 「삼국사기」가 거의 전부이고 「삼국유사」가 약간 보충하고 있는 정도입니다.「삼국사기」도 그나마 연대기적인 간단한 자료지요.그런데 「일본서기」는 4세기 후반에서 6세기 중엽에 이르는 2백년 동안 백제와의 교섭을 다룬 자료가 풍부합니다.어떤 시기는 일본의 국내 사정보다 분량이 더 많을 정도니까요.그 때문인지이마니시(금서 용)라는 일본학자가 쓴 「백제사 연구」라는 책을 보면 백제는 외교만 한 나라같은 인상입니다.여기에 해방 이후 우리연구자들도 백제의 국가사를 중심으로 정치제도·중앙관제·지방통제기구·관제·중국과의 교섭사 등을 주로 다루었습니다.연구가 정치사와 외교사에 치우쳐 있었던 셈이지요.그런데 백제 자체의 성격을 알려면 사회사에 대한 연구가 바람직합니다.최근 젊은 연구자들은 고고학적 사고를 일부 동원하면서 백제사의 내부구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종래 정치사에서는 백제는 지배층이 북방에서 남하한 고구려계가 서남쪽의 마한계 토착세력을 정복한 왕조로 지배세력과 토착세력의 이중성으로 심한 괴리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백제 멸망도 사회구조의 이중성에서 오는 갈등에서 연유했으리라는 추측이었지요.그런데 「백제를 다시본다」를 통해 문화적인 관점에서 보니까 그런 이중성이 비교적 이른 시기에 흡수통일된 것으로 서술되고 있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최=토착세력은 고구려계의 정복전쟁 과정에서이미 남쪽으로 내려갔습니다.나머지 공백지대는 백제에 쉽사리 동화되었지요.마한세력이 확실히 남아있었으면 이중적인 구조가 됐겠지만 이미 남하한 상태였다고 보아야 합니다.서기 369년께에 근초고왕의 마한 정벌도 이 남하세력을 복속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하겠지요. ▲이=「일본서기」에는 그들 남하세력을 「남만」이라고 썼어요.굉장히 경멸하는 표현이지요.이질적인 문화 때문이었을 겁니다.그런데 이 「남만」은 바로 백제에서 부르는 그대로였을 가능성이 큽니다.이름에서 보듯 백제의 남쪽이지 일본에서는 서쪽이니까요. ▲최=고구려까지 패배시킨 근초고왕의 힘이 아니었으면 남쪽까지 정벌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백제에 흡수되지 않은 이 세력은 처음에는 직산이 본거지였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이 세력이 바로 목지국이지요. ▲김=백제의 마한정벌 이후로 추정되는 전남 나주 대안리의 백제고분을 보면 백제가 정벌 이후 행정관을 파견해 지배했을 것입니다.그런데도 백제화 시키는데 상당한 시간을 요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백제의 내부관계를 알 수 있는 한 예가 되겠지요.이제 문화재 보존문제로 넘어가 봅시다. ○일본서기 기록 많아 ▲최=백제는 기원전 18년에서 서기 475년까지 한성시대,서기 538년까지 웅진시대,이후 서기 660년 멸망 때 까지 사비시대로 나눌수 있습니다.이 가운데 공주와 부여는 앞으로 더 많은 유물·유적을 기대해도 좋을 것입니다.정부의 백제문화권종합개발계획에 따라 조사가 착수되면 유물·유적이 대거 나올 것입니다.유물·유적에 대한 기대와 아울러 보존대책을 지금부터 생각해 두어야 합니다.그런 생각을 미리 안해 실패한 예가 바로 한성백제입니다.올림픽경기장이 주위에 있는 석촌동 3·4호분과 몽촌토성은 그런대로 체면을 유지하고 있지만 풍납동토성은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음에도 방치되어 황폐화한 상태입니다.전장이 3.5㎞에 이르는 풍납동토성은 지금 5백m만 복원 되었을 뿐 대부분 길이나는 등 원형을 잃어버렸습니다.강 건너에 있는 고구려 산성인 아차산성도 마찬가지입니다.이 두 곳에 가보면 우리에게 문화정책이라는게 과연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올해가 조선을 기준으로 서울 정도 6백년이라지만 더욱 중요한 백제시대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관심합니다.이 두 곳은 유적보존차원이 아니라 단순한 역사관광지로 만 신경을 써도 뛰어난 관광자원이 될 것입니다.올해가 「한국방문의 해」라지만 하다못해 문화유적을 관광수입과 연결시키는 정책만이라도 펴주었으면 좋겠습니다.풍납동토성은 지금 보존하지 않으면 정말 크게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풍납동토성은 기원전 18년 백제의 기원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몽촌토성은 4세기 정도로 연구되고 있지요.풍납동토성이 하북위례성,몽촌토성이 하남위례성일 가능성이 많아요.강 대안의 고구려 성이 불안해서 도성을 쌓은 것이 몽촌토성으로 보는 거지요. ○단순 관광지 안돼야 ▲김=석촌동고분군을 발굴하니까 적석총 아래에 토광묘군이 나왔습니다.두 묘제는 전혀 이질적이에요.정복자와 피정복자라고 볼 수 있겠지요.이 지역에 대한 재조명도 이루어져야 할 시점입니다. ▲이=조금전 백제문화권종합개발계획에 대해 말씀하셨지만 이 계획이 지역개발이라는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최=그렇습니다.백제권개발계획이 이미 확정은 됐습니다만 착공하기에 앞서 시간을 두고 학술적 조사를 충실히 하고 학자들의 중지를 모아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행정당국의 백제사에 대한 진지한 접근자세가 아쉬운 시점입니다. ▲이=유적정비도 중요하고 관광휴양단지도 중요하지만 백제역사의 복원이 그 사업의 궁극적 목표라면 내실 있는 연구가 선행되어야 합니다.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연구원을 대폭 보강해야 하는 것인데 부여문화재연구소를 활성화시키는 일도 그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연구소를 세워놓고 활용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최=그 중요한 부여에 문화재연구소와 박물관을 합쳐 현장에 나가 발굴하고 보고서를 쓸 수 있는 학예직원은 소장·관장까지 포함해 합쳐 10명이 있을 뿐 입니다.일본의 경우 특별사적이 있는 나라에는 이보다 1백배가 넘는 연구인력이 있습니다.문화재 정책이 1백년 앞을 내다보려면 늦더라도 연구인력을 키워야 합니다.공주에도 박물관이 있고 공주대 사학과가 있지만 연구인력은 몇명이나 됩니까.유적·유물이 모두 사라지고나서 도굴됐다느니 매몰됐다느니 그래봐야 이유가 안됩니다.역사에 대한 책임을 생각해서라도 이제는 문화재 보존·보호문제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 입니다.
  • 로마/카타콤베(아랍서 지중해까지:18)

    ◎기독교도 숨던 지하무덤… 미로수백㎞/「쿼바디스」의 아피아가도 주변에 산재… 땅굴 곳곳 교인들 수난 흔적 길 모퉁이에 있는 작은 가게를 구경하다 깜박 카메라를 놓고 나왔는데 두어 블록이나 걷고 있을때 『시뇨레! 시뇨레!』하면서 주인이 쫓아왔다.베네치아에서 만들어와 판다는 세라믹 액세서리들의 그 담백한 아름다움에 잠깐 정신을 놓았었던 것 같다.자리까지 비운 채 여기까지 유실물을 갖다주러 오다니 싶어 얼굴이 붉어진 것은 비단 그 가게주인이 예쁜 아가씨였던 때문만은 아니다.잊은 물건 으레 찾으러 들이닥치겠지 싶어 필자 같았으면 오불관언 그냥 버티고 앉아 있었을 것이다.아무 것도 아닌 이런 사소한 일이 실은 한 나라의 민도랄까 문화적 수준을 제풀에 측정케 만들고 절감케 한다.이탈리아 사람들은 너무 친절해서 모르는 것도 아는 척 곧잘 나서기 때문에 골탕을 먹는 수가 있다고도 하지만(하긴 필자도 그 때문에 엉뚱한 길을 헤맨 적이 한번 있기는 하다),이 아가씨의 친절은 여태까지도 쉬이 잊혀지지가 않는다.남의 얼굴에다 제 얼굴 디미는 간판들이나 판을 치는 대도시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미덕이요 소양이다.피곤한 신경으로 거리를 걷다보면 간판들의 그런 번잡스러움 같은 것까지가 그 나라의 수준을 금세 헤아리게 만든다. ○친절한 시민 인상적 소위 앞서간다는 나라들의 그것은 대체로 그저 눈에 뛸 정도의 글씨로 숨듯이 얌전한 반면 후진 나랄수록 그 요란함과 새치기는 극성스럽다.TV나 신문·잡지의 광고 역시 예외일 리가 없다.잠자리에 들기전 하다못해 잠깐이라도 TV를 켜는 새버릇이 이번 여행중에 붙은 것도 순전히 그 탓이었을 것이다.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책광고·상품광고 같은 것이 우리처럼 허풍스럽고 요란한 나라가 또 있을 것 같지 않아 겸연쩍고 창피했다.2등은 쓰레기처럼 잊혀지는 존재므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제1이어야 한다느니,「정복할 것이냐 당할 것이냐」하는 따위 히틀러의 발악이 무색할 지경의 광고까지 태연히 횡행하는 사회이니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로마 국립공원 뜰은 장식삼아 여기저기 놓인 세계 유명인사들의 대리석 흉상들로도유명한데 관광온 이쪽의 원로 하나가 이승만 대통령의 흉상도 있을지 모른다는 농담을 듣고 열심히 그것을 찾아다녔다는 얘기가 있다.결국 찾지 못하자 귀국해서는 그 얘기를 글로까지 썼다는 것이다.이런 얘기의 우스꽝스러움은 「유명인사」라는 그 개념상의 차질에 있다.독재를 했건 뭘 했건 유명하기만 하면 「문화적 인물」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이 원로는 착각을 한 것이다.인도의 간디수상도 신청을 했다가 거절을 당했는데 이 무슨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일까보냐는 개탄이 나올 법도 하다.이 얘기를 해준 것은 60년대에 이주해서 30여년째 로마에서 살고있는 H씨이다.문청(문청)시절 어울려 다니던 친구로 이번에는 10여년 만의 해후인데 불혹의 연치가 완연한데도 그 유머러스하고 직재적인 사고방식은 여일했다.그 무렵의 친구들이 모르는 새 모두 소원해졌는데도 이 H씨만은 예 그대로 와락 반가운 느낌부터 앞선 것도 그 탓이었을 것이다.끝내 로마에다 뼈를 묻을 작정이냐는 농담에,집과 차와 가재도구를 다 정리해 귀국해봤자 강남에서 몇달이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되레 역습이다.자녀들이 장성하자 사위만은 모국청년으로 골라야겠다 싶어 몇 차례나 기회를 만들었으나 돈 타령,땅타령,줄리어드다 하버드다 하고 외국유학 얘기만 나오다 대화가 끊겨 끝내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사돈될 사람들 간에도,당사자들 새에서도 대화가 그 모양으로 단절돼 내심으로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데이트 몇번하면 으레 제 소유물로 알고 자질이야 있건 없건 유학물 먹은 일이나 자랑삼으면서 연애 따로,결혼 따로를 당연한 듯이 생각하는 이쪽 젊은이들의 그런 사고방식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근교의 아파트단지 식당에서 제대로 된 한국음식을 모처럼 배불리 먹여주고 그녀가 차로 데겨간 곳은 카타콤베 앞이었다.로마에 와서 뭘 봤느냐는 물음에 실은 아무 것도 보고싶지 않았다는 필자의 동문서답이 마음에 걸려서 였을까.카타콤베는 옛 로마 서민들의 지하무덤이다.왜 아무 것도 보고싶지 않았느냐고 이번에는 그녀도 묻지 않았다.숙소에서 확인한 TV채널만도 20여개가 넘고 인근 지방의 유선방송까지 합하면 천여 채널이 넘는다는 각종 정보홍수에 에워싸여 살다보면 문명이니 문화적인 혜택이니 하고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그런 온갖 빤히 눈에 보이는 세계가 되레 지겨워질 나이에 그녀 역시 이르른 것같다.정부 각 기관과 문화관과 대기업의 본사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로마의 신시가지 에우르 구역을 도중에 거치면서 필자는 과천을 제풀에 연상하고 있었는데,카타콤베들은 그 너머 구아피아가도 인근에 흩어져 있었다. ○10만명 매장된 곳도 로마제국 때 닦여진 길이다.붉은 언덕과 짙은 색깔의 나무들이 갑자기 사방을 에워싸면서 차량마저 끊기다시피해 한적한 시골을 연상시키는 이 가도는 아닌게 아니라 「모든 길은 로마로」라는 속담을 역으로 연상시켰다.지금은 관광자원이 돼버린 옛 제국의 영화가 하층민들의 무덤까지도 그냥 버려두고 있지 않는 것이다.물론 이 무덤들이 특별히 유명해진 것은 박해를 받던 그 무렵 기독교도들의 지하 은신처요 포교활동의 근거지였다는 까닭이 더 크다.도망을 치던 베드로가 예수의 환영을 만나 저 유명한 대사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를 읊조리던 데가 아피아가도였고 그때 남은 예수의 발자국모형이 보존된 도미네 쿼 바디스교회가 이 인근에 있다.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쿼 바디스」나 「성의」 같은 것에도 물론 카타콤베가 나온다.지하 2·3층,어떤 것은 5층까지 파내려간 이 부근의 수십기 카타콤베들은 복잡한 미로와도 같아서 혼자서는 들어갈 수가 없고,10만여명이나 매장된 곳도 있으며,그 길이를 합하면 수백㎞에 이른다고 한다. 입구에서는 각국 언어별의 가이드들이 여남은명씩 되는 관광객들의 조를 짜고 있었다.어쩌다 네덜란드어 가이드를 무심코 따라들어가 설명은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으나 구태여 그런 것이 필요한 것같지도 않았다.사람 하나가 간신히 비집고 들어갈만한 흙벽의 좁다란 통로와 역시 흙으로 된 계단을 몇번이나 꼬부라지며 내려갔는지 알 수가 없다.가이드의 랜턴불빛에 기괴하고 참담한 낙서와 그림들이 홀연히 벽에서 나타나는가 하자 어디로 이어지는지도 모를 샛길들이 곁으로 불쑥불쑥 들이닥치곤 했다. 이런지하에서 길을 잃고 미아가 돼버린다는 제풀의 상상은 기묘한 것이었다.나는 왜 여기 있는가,이번 여행은 뭐땜에 떠나왔는가 하는 따위 상투적인 의문들이 그제야 근거를 찾고 입지를 얻은 듯한 느낌이랄까,갑자기 천지가 막막했다.초기 기독교도들의 그것뿐 아니라 중세의 여러 종교적인 박해에도 이곳은 피난처가 됐던 모양으로 지상으로 올라오는 중간중간의 작은 방들에는 그 수난의 표상들과 기념물들이 흔적이나 조각들로 새겨지거나 놓여 있거나 했다.화살에 목이 꿰인 성 아무개,칼로 순교당한 누구 하는 식의 그런 전시물들 역시 숭엄한 분위기이기는 해도 청량한 느낌은 아니다.로마시내에는 4천여 승려들의 해골을 수백년에 걸쳐 모아놓은 해골사원이라는 으스스한 곳도 있지만,이런데를 특별히 찾는 사람들 역시 일반적인 심성의 그런 관광객들은 아닐 것도 같다. ○중세에도 피난처로 겨우 한시간 남짓이나 머물다 나온 지하에서 로마라는 한 도시의 허상을 통째로 별견한 듯한 느낌이었다고 하면 아마 과장일 것이다.사람사는 세상에는 으레 있게 마련인 그 말할 수 없이 구질구질한 거래와 아귀다툼들이 이를테면 로마라 해서 어떻게 이런 지하세계 같은데로 깨끗이 모두 매몰될 수가 있겠는가.필자가 카타콤베 속에서 저절로 떠올린 로마의 그 허상이란 것도 실은 숙소근처의 가게에서 사흘째 눈독을 들이고 있던 싸구려 골동품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우리 돈으로 2만여원쯤 되는 그 놋쇠물병은 연륜이랄 것도 쓸모도 별로 없어 보이는 얄팍한 물건 같았으나 이탈리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어떤 곡선형태라는 그 한가지 점만으로도 어딘가 정답고 신선하게 느껴져 값을 깎자느니 안된다느니 하고 며칠째 줄다리기를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도무지 무뚝뚝해 보이기만 하는 가게의 뚱보주인은 필자가 들를 때마다 『적당하고 좋은 값』이라면서 배짱을 부리고 있었다.이쪽 역시 기어이 에누리를 해서 그것을 손에 넣고야 말겠다는 집념에 들떠 있었다는 것도 아니다.구태여 따지기라도 한다면 한계가 빤한 피조물인 인간들에게 눈곱 정도로나 허용된 소위 그 「자유」라는 명제나 「자유스럽고 싶다」는 감정을 두고 필자도,그도 사실은 줄다리기흉내를 즐기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 부정·부패 척결 지속돼야(사설)

    김영삼대통령은 어제 국무위원간담회에서 인천북구청사건 같은 부정이 온존돼왔다는 사실에 대해 「참담한 심경」이라고 토로했다.그리고 부패척결의 지속적 추진을 다짐하면서 잔존부패를 적출해 다시는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개인적으로 연이 깊은 최기선인천시장에게도 도의적인 책임을 묻는 예외없는 인사원칙과 함께 대통령의 단호한 부정부패척결의지는 국민들의 공감과 신뢰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우리는 이런 대통령의 의지표명과 지시가 내각의 개혁의지를 재충전시켜 전반적인 개혁의 불길을 다시 붙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자면 먼저 행정부가 참담하다는 대통령의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개혁의지의 재무장을 위한 엄한 질책으로 받아들이는 심기일전의 새로운 다짐과 각오가 있어야 하리라 본다. 부정부패척결은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개혁의 제일과제였다.그리고 누적된 비리를 척결하는 대대적인 사정개혁이 있었다.그동안 공직자재산등록·금융실명제·정치개혁입법등 획기적인 제도개혁도 이루어졌다.그런 개혁의 성과를 이런 아랫물의 탁류가 떠내려보낼 수가 있다.인천북구청사건은 지난 시대에 쌓인 비리지만 그동안의 사정과 감사에도 불구하고 적발하지 못했다는 데 대해 사정담당부서와 감사부서의 반성이 없을 수 없다. 그동안 사정개혁이 주춤한 틈을 타 사회의 전반적인 긴장과 기강이 얼마간 풀린 것도 사실이다.제도개혁과 함께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의식개혁운동만해도 열기가 작년 같지 못한 느낌이다. 내년의 지방자치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개혁에 혹시 바람직스럽지 못한 타성이 붙은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때가 된 것이다.특히 개혁의 주체들이라 할 내각의 장·차관들과 고위공직자들이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정책에 구현하는 자세와 능력에 문제는 없는지 자문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개혁정부의 핵심인 장·차관들은 스스로만 깨끗해서도 안되고 아랫물 맑기와 일하는 공직사회의 분위기조성을 이끌어가는 견인차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더 이상 참담한 심경이라는 대통령의 토로가 나오는 일이 없도록 아랫사람들의 눈치보기나 인기주의로 부처의 정서에 매몰되어 전정부적 입장이나 범국가적 차원의 자세를 일탈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그러한 정치적 처신이 공직사회의 무사안일과 보신주의를 조장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번의 부패척결이 사정개혁·복지부동의 악순환으로 재연되는 것을 단절해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실효성이 있는 근본적인 부정부패근절책이 관계부서의 공조아래 더욱 철저하게 마련되어야겠다.재산몰수와 공직자윤리법의 보완등의 제도개선과 아울러 공직자들의 의식개혁을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
  • 로마/테르미니역(아랍서 지중해까지:16)

    ◎로마 관문… 영화 「종착역」의 주무대/광장 주변의 소나무에선 로마인처럼 올곧은 기상이… 명화「길」,「카비리아의 밤」,「달콤한 생활」등으로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이탈리아 영화의 세계적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의 수필영상풍의 작품 「펠리니의 로마」에는 실제 로마 명소들의 모습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기껏 허름한 술집이라든가 싸구려 야외 카페,짐작이 가지도 않는 광장과 건물 모퉁이,비가 퍼붓는 어느 거리 복판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죽어넘어진 동물들과 그것을 찍어대는 촬영팀의 차량 정도나 보여주다 끝날 뿐이다.관객들이 장난치고 와글대는 3류무대 위에서 브루투스가 시저를 암살하는 엉터리 장면을 잠깐 카메라가 잡으며 로마의 역사를 대변하고,매춘숙의 여인들이 로비에 앉은 손님들과 희희낙락 흥정을 하며 몸매를 자랑하는 익살스런 장면들이 후반부에는 또 꽤 중요한 비중으로 끼어들어 있다.이 작품은 틴에이저로 보이는 수십명의 오토바이족 커플들이 옛 원형경기장인 콜로세움을 질주해 빠져나가면서 어둠속에 묻히는 것으로 끝이 난다.불빛이 휘황한 콜로세움도,여기 나오는 다른 장면들도 거의 모두가 금방 알아볼 수 있는 세트다. ○요상한 화면에 당혹 이 토박이 대가가 자신의 근거지를 말하려 하면서 왜 이런 어설픈 세트처리를 고집했을까 하는 의문은,로마에 여장을 풀고 맨 먼저 무심코 TV를 켰을 때 맞닥뜨린 요상한 채널의 화면 보다는 덜 당혹스럽다.토플리스 여인의 라이브 쇼를 한동안 보여주면서 플레이 보이 사회자와의 인터뷰가 잠깐 나오고 「저를 불러주세요」어쩌고 하는 식의 캡션과 함께 여인의 얼굴과 전화번호의 클로즈업이 되풀이 되는 프로인데 필자의 어눌한 소견으로도 영락없이 공공연한 매춘채널이다.유료도 아닌 이 채널은 두어 시간을 그러다 딴 채널로 옮겨가 심야까지 계속된다.하긴 콜걸이 떳떳하게 국회의원 출마도 하고있는 나라니까 그런 것을 당혹스럽게 여기는 쪽이 오히려 어색하고 이상할지도 모른다.모르긴 해도 언뜻 납득키 어려운 로마의 이런 표면적인 진풍경의 바닥에는 카톨릭 종주국으로서의 종교적인 고뇌와 세속윤리와의 마찰 같은 혹종의갈등들이 얽혀 있을 것이다.세칭 네오리얼리즘에서 출발했던 펠리니의 상기 필름만 해도 후기작품에 속하는 것이어서,그러니까 그의 로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실경산수의 의미가 아니라 보다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꿈과 원망이 모티브가 되고 있어 그같은 기법은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른다.인간의 죄의식을 옭아매고 억누르는 신적인 윤리와 그것을 풀어 흩뜨리려는 세속적인 쾌락 사이의 고통을 은근히 내비치면서 이 작품에서도 그는 삶의 공허감을 아닌듯이 말하고 있다.이와 관련이 되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지금 세상을 뒤덮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하는 의문을 필자도 이번 여행 중에 문득 떠올린 적이 있다.그동안 거쳐온 나라들을 근거로 하면 그것은 이념도 철학도 무슨 정신적인 고뇌같은 것도 아니고 한마디로 청바지와 전자제품과 할리우드 영화였다.팝송과 비디오테이프와 음담패설이라고 해도 마찬가지고 인스턴트 식품과 광고와 싸구려 베스트셀러와 차량의 매연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그러므로 이 세계는 희망이 없다든가 혹은있다고 해봤자 그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일제 자동차로 뒤덮여 있던 이라크와 요르단의 우스꽝스런 풍경은 차치하고라도,할리우드 영화만 해도 떠날 무렵의 서울프로와 한달 남짓 사이를 둔 종착지까지의 모든 나라들의 그것이 약속이나 한듯이 똑같았던 것이다.「쉰들러 리스트」,「필라델피아」그리고 여분으로 「쥬라기공원」.세계가 획일화되어 똑같은 하나의 깡통속에 들고만것 같아 기묘한 기분이 되었다 하더라도 물론 이것은 그 나라의 중앙통쯤 되는 거리에서 금방 눈에 들어온 표피적인 광경에 지나지 않는다. 도시전체가 그대로 박물관인 로마에서 어딜 새삼 찾아보고 말고할 필요가 어디 있겠느냐는 생각까지 든 것도,비슷한 맥락의 심사 때문이었을지 모른다.너무 볼거리가 많아 지레 나가 떨어진다는 격이랄까. 10여년 전 처음으로 이곳을 밟았던 기억까지 겹쳐 로마에 대한 필자의 선입견 역시 할리우드 영화의 그것처럼 그닥 밟은 것이 못된다.이 도시의 뿌리가 된 옛 로마제국이 아테네와는 달리 철저하게 무력의 힘으로 건국되고 변천해왔다는선입견이나,허다한 영화들에서 보아온 그 무렵 타락상의 고정관념들이 그렇다.난교도중 화산재에 매몰된 듯한 인간의 처참한 미라를 폼페이 박물관에서 보았던 기억같은 것도 함께 가세를 했을 것이다. ○볼것 너무많아 질려 이 도시의 관문이 되는 테르미니 역 근처에 짐을 풀자 그 앞의 친쿠에첸토 광장이나 우선 어슬렁거리기 시작한 것도 좀처럼 트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 그 답답함 때문이었을지 모른다.「5백인 광장」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에티오피아 정복전쟁때 목숨을 바친 5백명의 병사를 기념해서 만들어졌다는 유래를 갖고 있다.로마에 살고있던 친구를 만나 맥주잔을 기울이며 이 광장 한쪽 가설무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주와 노래들을 들었던 옛 기억을 필자는 더듬었다.오래전 일이어서 그런지 부근의 풍경들이 너무 아슴하다.유적과 역사와 명소들로만 빼곡 들어찬 이 도시,조각과 걸작건축물들과 절묘하게 설계된 분수들과 미칼란젤로,레오나르도,라파엘로의 명화들이 너무 많아 오히려 발기불능의 무력감부터 먼저 일으키는 이 도시,인근과 시내 한복판으로 빠지고 들어가는 지하철과 수많은 버스의 노선들,벤치에 앉은 히피차림의 나그네들,일자리를 얻으러 온 듯한 동남아 여인들,그 저쪽으로 산타 마리아 마조레 교회를 바라보며 부근의 액세서리,옷가게들을 필자는 하릴없이 기웃거리고 있었다.밤이 늦어도 광장의 잡답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테르미니 역은 「자전거 도둑」으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대표주자의 하나가 된 거장 비토리오 데시카가 「종착역」을 만들면서 주 배경으로 잡았던 곳이다.흑백필름인 이 작품은 그 때문이 아니라 내용 탓인지 대부분의 장면들이 암울했던 것같은데,지금 그 대합실은 휘황한 불빛으로 대낮처럼 밝다.쓰리꾼과 집시들이 득실대는 것같아 도저히 발을 들여놓을 수없노라고 일행 하나가 뒷걸음을 친 것도 무리가 아니다.예의 집시들이 문제라면 연전에 개봉돼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유고의 현역감독 에밀 쿠스트리차의 저 유명한 필름 「집시의 시간」에도 그 행태가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대합실 불빛 휘창 찢어지게 가난한 현실에 떠밀려 이탈리아 뿐아니라 프랑스와 유럽 각지로 흩어져 들치고 훔치는 것이 본업이 돼버린 그들의 습성이란 것도 영화에 나오는 아이들의 그런 이미지는 너무 애잔해서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고 그 때문에 되레 구원을 받는 계기와 상징으로 설정이 돼있다.감독은 무너진 동구 공산체제의 그 끔찍함 못지않게 악랄한 돈의 논리와 거기 끌려다니는 인간이라는 부르주아사회의 치부를 꿰뚫어보고 있는 것이다.환전소 좌우에 도열한 수많은 가게와,역을 들고나며 와글대는 승객들과,연쇄식당가에서 풍겨오는 스파게티 냄새로 시장통을 방불시키는 대합실 한복판에서 필자는 「종착역」속의 그 로맨스를 억지로 더듬어보았다.유부녀가 된 옛 애인을 찻간에서 만난 남자가 기차가 떠나는 순간까지 수기한 곡절과 감정의 격렬한 기복을 내보이면서 애절한 이별을 하는 과정이 그 내용이었던 것같은데,시종일관 플랫폼이 거의 배경이 되고 있었다는 것 외에는 스토리가 확실치 않다. 공화국 광장 뒤쪽 부근이었던가,처음 이 도시로 들어서면서 택시가 신호에 걸렸을 때 우연히눈에 띈 소나무 한 그루가 그제야 문득 저절로 생각나고 있었다.옛 건물의 현관 옆쪽으로 짙푸르고 올곧은 자세를 하고 정원에 처연히 서 있던 그 나무의 모습이 어째서 그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것일까.로마에 있는 건물 틈틈이에서 가장 흔하게 눈에 띄는 이 나무들은 외래객이 설사 아무리 뒤틀린 선입견을 갖고 들어오더라도 이 도시는 절대로 풀죽을 수 없다고 우정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는 것같았다.이곳 출신인 레스피기의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나 비슷한 제목의 몇개 노래들을 필자는 도리없이 떠올렸다.슬픔을 말하든,환희를 말하든 그런 작품들은 어쨌든 로마라는 도시의 축이 되는 정신이나 그 체취같은 것과도 무관치 않은 내용이었을 것이다.어디선지 갑자기 들려온 사이렌 소리와 함께 광장 저쪽으로는 떠들썩하고 활기에 넘치는 예의 낙천적인 이탈리아인 특유의 그 잡담이 여일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 승자총통 2점 인양/여수앞바다서…지자총통 1점도/충무공유물 발굴단

    해군사관학교 충무공해저유물발굴단은 지난 27일과 28일 전남 여수시 신덕리 앞바다 백도 북방 25㎞에서 승자총통 2점과 파열된 지자총통 1점을 인양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이번에 발굴된 3점의 총통은 해사 충무공해저유물발굴단이 해운항만청의 협조를 받아 광양만해역에서 준설선을 투입해서 선체매몰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매장유물의 확인을 위한 제토작업중 인양됐다. 승자총통의 제원은 전장 59㎝,구경 3.5㎝,내경 2.5㎝로서 지난 2월18일 이 지역에서 인양된 총통과 비슷하며 지자총통은 파열되어 몸통과 손잡이부분은 식별이 가능하나 총구쪽은 원형확인만 가능하다. 인양된 승자총통 2점에는 명문이 있으나 부식이 심해서 현상태로는 식별이 불가능하고 보존처리후 판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확인된 음각명문은 「만력○유○ 일조승자중삼○ ○○준○」이라고 되어 있다. 이로써 이 지역에서 발굴인양된 총통은 해군에서 인양한 총통 12점(별승자총통 8점,승자총통 3점,지자총통 1점),지역어민이 발견한 6점등 모두 18점이 되었다.
  • 아테네/관광타운 플라카(아랍서 지중해까지:13)

    ◎그리스혼 번뜩이는 십자가목걸이/토속음식·술 겸해 파는 「타베르나」 곳곳에… 초저녁부터 “불야성” 활주로를 향해 고도를 낮추기 시작한 기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한 도시 혹은 한 나라의 첫인상이 실제의 리얼리티와 얼마나 부합되는지를 필자는 모른다.3박4일 혹은 길어야 4박5일 정도씩 각 나라에 배당된 이번 여행일정으로는 어차피 수박 겉핥기식의 관광유람 밖에는 소득이 없을 것같고 이런때 채택되는 그럴싸한 유적지라든가 뜻깊은 건물 내지 역사적 유물들을 찾는 일에도 필자는 실상 애초부터 흥미를 잃은채 포기하고 있었다.루브르를 하루만에 다 보고 소감을 말하라는 소리와도 그것은 같다.40년을 살고 있어도 서울이라는 괴상한 도시의 그 중심이 어딘지 필자는 아직 그 끄트머리조차 파악을 못하고 있는 형편인 것이다. 공중에서는 우선 그 나라의 땅과 산과 마을들의 대체적인 형태와 윤곽이 드러나고 빛깔이 나타난다.자주색에 가까운 지질과 짙고 어두운 녹색의 산야를 완만하고 구불구불한 오렌지 빛깔의 길들이 갈퀴질하듯이 마구 엇갈리고 있던 스페인의 첫 인상은,번드레하게 치장한 마드리드라는 도시와 후지고 매운 지방색이 두드러지던 그라나다를 직접 밟고 접촉했을 때의 그 느낌과도 무관하지 않았다.이스탄불 상공에서는 강과 붉은 벽돌지붕들과 그 틈바구니에서 올라오는 왁자지껄한 소음까지 들렸다.물론 이런 식의 과장은 린드버그가 애 기로 뉴욕에서 파리까지 사상 첫 무착륙비행을 하면서 『저것이 파리의 등불이다』라고 외쳤을 때의 그런 갈증과 그리움 없이는 어불성설의 것이기는 하다. ○포세이돈 환영이 아테네 상공에서 해신 포세이돈이 거대한 몸을 뒤채는 것을 보았다고 하면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른다.필자 눈에 들어온 에게해의 물빛은 그만큼이나 푸르고 맑았다.기창 하나 가득 부드러운 옥색이 들이닥치면서 없어지지를 않아 처음엔 하늘의 일부인가 했다.여기저기 솜털처럼 희끗희끗한 작은 파도의 흔적이 보였을때야 물이라고 알아봤을 정도다.좀 커보이는 솜털은 아마 요트의 돛이었으리라.아직 살아 숨쉬고 움직이는 방대한 푸른 공간…에게해의 인상은 한마디로 그랬다.영화 「지중해」를 만든 가브리엘 살바토레는 이 잔잔한 바다에서 「망각」을 보았다.아비규환의 전쟁,쓸모없는 욕심,그리고 가차없이 생명을 무너뜨리는 시간이란 것의 망각.아구다가와 수상소설인 「에게해에 바친다」를 쓴 판화가 이케다 마쓰오(지전만수부)는 거기서 서양여자의 자궁을 보았다.거창한 문명을 만들어놓고도 모태 주위에서 한 치를 벗어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인간의 파리와도 같은 집착과 욕망.「그랑 블루」의 뤽 베송은 이색필름 「아틀란티스」에서 그 살아있는 물의 리듬을 보았고 「구세주 알렉산더」를 만든 그리스의 현역 테오도로스 앙겔로폴로스는 아마 도시국가의 번영과 민주주의와 헬레니즘을 제창한 고대 그리스인의 자존심을 거기서 보고 각성을 촉구하는 그런 파격적인 필름을 만들었을 것이다. ○영어안내표기 없어 신화란 무엇인가.자연과 인간을 고리짓는 강인한 생명력의 그 의인화이며 그런 갈망의 변용이 아니겠는가.고대 그리스인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외디푸스니 엘렉트라니 하는 인간의 잠재의식과 매몰된 무의식의 깊은곳까지도 샅샅이 천착해 들어갔다.포세이돈이 살아있다는 소리도 따지자면 그런 자연으로서의 바다의 순도거나 그 오염 여부를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실제로 에게해가 다른 대양에 비해 어느 정도나 덜 오염이 되어있는 것인지 구체적인 자료나 수치를 필자는 아는 바가 없다.그렇긴 해도 여태껏 보아온 바다들 중에서는 가장 맑고 순연하다는 확신이 드는 것은 비단 눈으로만 측정된 그 감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초행이라 기왕에 보아왔던 영화나 소설이나 여타의 선입견으로는 우리 보다 훨씬 가난하리라 여겼는데 실제의 아테네는 그렇지도 않아보였다.다소 실망했다면 아마 그 탓이었을지도 모른다.선입견 속의 그리스는 바다를 낀 벼랑들 틈에 다붙은 정갈하고 흰 방형의 돌집들과 검은 천으로 몸을 감싸고 전란과 가난과 외세의 침입이라는 질곡을 끈질기게 견뎌내는 낙천적인 사람들의 굴곡짙은 그 얼굴의 음영이었다.카잔차키스의 소설 「희랍인 조르바」도 그렇고,여성이면서도 저항정치활동을 해온 끝에 집권한 사회당의 문화청장관까지 지내다 얼마전에 작고한 배우 머리나 멜리쿠리가 남편 율스 닷신과 함께 만든 콜걸 얘기의 필름 「일요일은 참으세요」를 봐도 그 이미지는 여축이 없다.이런 이미지에는 「피가 마르는 듯한 햇빛」이라는 식의 일종 말할 수 없이 청량하고 건조한 느낌이 스며있는데,더구나 제대로 된 고대 희랍비극의 영상작품 같은 것에는 그 뉘앙스가 절정에 달한다.「아무리 가난하더라도 세계의 중심적인 고뇌를 가장 가까이서 노려보며 고개를 돌리지 않는」그런 느낌의 이미지가 지금의 아테네에서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는 정도는 아니지만,호텔로 가는 콘스탄티누 거리 양쪽에 에워싸고 밀집한 현대식 호화아파트들의 모습이 우선 그런 기대를 반감시키고 있었다.그나마 낙조가 비쳐드는 건물 틈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면서 스쳐가는 아크로폴리스의 남아있는 신전들이 그 기묘한 실망을 달래주고라도 있었을 것이다. 『거짓말처럼 언덕위에 저런 것이 정말 다 서있네』라고 일행중의 하나가 내지른 탄성처럼,사양길에 접어든 해운업 보다도 순전히 그런 볼거리의 관광자원에힘입어 그리스는 이 정도의 여유나마 지니게된 것처럼 보인다.거리는 깨끗해서 후진데가 거의 눈에 띄지않았고,시민들은 코를 치켜든채 다소 거만한 표정들이었다.음식점이나 길이거나 영어표기가 거의 되어있지 않고 지도를 내보이며 길을 물어도 우선 모른다고 고개를 내젓기가 일쑤며 더구나 게발새발 지껄이는 엉터리 영어같은 것은 처음부터 먹혀들지도 않는다. 전시대의 건물들이 비교적 그대로 남아있는 플라카 지구의 골목들은 아닌게 아니라 그 자존심 높은 그리스인들이 외래객을 위해 따로 특별히 선심이라도 베푼 듯한,그런 신경과 배려가 유감없이 내배있는 곳이었다.우선 상점들과 거기 진열된 물건들이 정교하고 예뻤다.그리스 정교의 표지인 독특한 십자가 목걸이를 주로 파는 액세서리 가게엘 들어섰더니 득의만면하게 그것들을 「작품」이라고 소개했다.어째서 작품이냐니까 손으로 직접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넓적한 은판에다 뒤뷔페 풍의 희화(호화)들을 낙서처럼 간단히 새겨넣은 것들인데,노심초사하는 그런 공정을 한쪽 코너에서 그대로보여주기까지 하고있어 「과연」 하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도리도 없다.자존심과 상술이 교묘하게 결합된 예다.기념품들도 왁자하게 진열되어 있지않고,손가락만한 크기의 납작한 블론즈 제품인 옛 기마상 같은 것도 하나하나의 모양새가 조금씩 다르게 정성이 가 있다.여기에서 만은 가게들도 친절하고 물건 값이 비싸지도 않아 야박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야등 줄줄이 내걸어 토속음식과 술을 겸해 파는 타베르나 라는 카페 비슷한 독특한 음식점들의 모양새와 정취역시 그랬다.걷다보면 같은 길이 또 나올 정도로 사통팔달로 뚫려서 연결이 되고있는 계단과 골목 여기저기에서 심심치 않게 나타나곤 하는 그런 곳들은 빨간 고추같은 야등들을 줄줄이 내걸고 길에다 좌석을 내놓고 있다.채양빛깔이며 장식이며 디자인의 색조가 외래객의 굶주린 정서를 직통으로 파고들기에 모자람이 없다.일행들이 모두 무드파들이어서가 아니라 우리는 왜 이런 식의 길가 가게를 발전시키지 못했을까 하고 탄식이 나올 정도다.초저녁부터 등불들이 켜지고 그황금빛으로 환한 좁은 길을 메운 쌍쌍들이 흐느적대듯 느리게 흘러간다.야하지도 소란하지도 않은 불야성…이라는 소리가 저절로 떠오른다.역시 군데군데서 마주치는 소극장 윈도의 공연 포스터들을 들여다 본즉 하나같이 심각하고 진지한 장면들을 내걸고 있다.희극의 그것이라도 아테네 사람들의 표정에는 모종의 엄숙함이 노상 곁들여져 있는 것도 같다.뭐라고 토론하는 소리같은 것이 들려와 올려다 본 골목모퉁이 한 술집의 이름이 그 좋은 증좌가 된다.왈 「소크라테스의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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