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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해 2500 아동 ‘방임 학대’ 고통

    한해 2500 아동 ‘방임 학대’ 고통

    서울 강북 지역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명수(12·가명)는 태어나 단 한번도 ‘아빠’라는 이름을 살갑게 불러본 적이 없다. 스무살 때 명수를 낳은 아버지(32·일용노동)는 바쁘다는 핑계로 아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3년 전 아버지와 결혼한 계모도 명수에겐 불편한 존재일 뿐이다. 아이가 집을 나가 음식을 훔쳐 먹고 문 닫은 포장마차 천막 등에서 잠자기 일쑤지만 부모는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양육에 대한 개념도, 책임의식도 희박한 ‘철없는 부모’들의 방임 학대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활능력 없이 부모에게 의지해 살다 갓난아기를 때려 살해하고 시체를 방치한 엽기 20대 부부가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핵가족화와 성적만 우선하는 교육 등을 미성숙 부모 양산의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서울 서부지역에 사는 선아(10·가명)는 아버지(38)를 ‘오빠’라고 부른다. 아버지는 선아가 태어나자마자 할아버지(66)와 할머니(66)에게 아이를 떠맡겼다. 선아는 폐지 수집 등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조부모 밑에서 생활하며 지난해까지 학교 교육도 받지 못했다. 친구가 없어 사회성이 떨어지면서 말을 더듬고 이상한 소리를 내는 유아기적 퇴행 현상까지 보인다. 지난해 4월과 11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연달아 세상을 등지는 바람에 지금은 시설에 머무르며 또래보다 늦은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지만 여전히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임 학대는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양육과 보호를 소홀히 해 아동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사회복지법인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접수한 전국의 방임 학대 건수는 2001년 985건,2002년 1329건,2003년 1514건,2004년 2071건, 지난해 2416건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도 3월까지 635건이나 접수돼 수치상으론 2500건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해 신고에서 드러난 방임 사례 3385건(중복사례 포함)을 분석한 결과 아동에게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거나 장시간 위험하고 불결한 주거환경에 방치한 물리적 방임이 1649건으로 48.7%를 차지했다. 교육적 방임 717건(21.2%), 의료적 방임 315건(9.3%), 가출아동을 찾지 않는 방임이 189건(5.6%) 순이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지금의 젊은 세대는 어릴 때부터 학원을 전전하며 기능적인 교육에만 매몰돼 기본 사회 윤리를 갖추지 못한 미성숙 상태에서 세상에 나오고 있다. 부모의 됨됨이를 가르치고 양육에 대해 사회적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 한 젊은 세대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경험을 공유하며 부모 됨됨이를 배우는 워크숍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는 매주 토요일 ‘좋은 아버지 교실’을 통해 아버지의 역할과 효과적인 자녀와의 대화법, 자녀 교육관 등을 강의와 토론, 역할극을 토대로 함께 고민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모교육 담당 오현숙 강사는 “10명 가까운 아버지들이 참여해 자식은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의 개별 인격체로 보는 것부터 배우기 시작해 자녀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부부간, 혹은 사회적 인간 관계에서도 상대의 관점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정치권, 당·대권 몰두 FTA ‘뒷전’

    정치권, 당·대권 몰두 FTA ‘뒷전’

    한·미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정치권에서 실종되고 있다. 협정 내용과 진전에 따라서는 경제와 사회, 문화 등 민생 전반에 걸쳐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되는데도 정작 정치권은 정치 담론에만 매몰된 채 손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미 워싱턴에서 양국간 본협상이 시작됐지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두 거대 양당에선 이렇다 할 대안이나 문제 제기를 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소수당인 민주노동당만 반대 목소리를 내는 정도다. 열린우리당은 선거 패배에 따른 당권 문제에 몰두하고 있어, 참여정부 후반기들어 양극화 해소와 함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한·미 FTA문제에 대해서는 당력을 경주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 당초 ‘한·미 FTA 협상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4월 말 김태홍 의원 등이 여당 내 논의를 이끌었지만 이마저도 지방선거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사라졌다. 김 의원은 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방선거 때문에 논의를 못했는데, 지금은 선거 패배로 당이 경황이 없다.”고 했다. 그는 “고려대 최장집 교수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외환위기 때보다 더 큰 사태가 올 것이다.’고 했다.(의원총회 참석차) 7일 의원들이 모이면 의견을 나눠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여당은 4월 말 정책위원회 주도로 당내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 한·미 FTA 협상의 쟁점 토의를 해왔지만 지방선거 일정으로 인해 회의 소집도 순조롭지 못했다고 한다.TF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야 한 차례 모였을 뿐 선거 기간엔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큰 틀에서 한·미 FTA 추진에 찬성하며 협상이 이제 시작된 마당에 시시콜콜 따질 게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현재로선 (협상)창구를 정부로 단일화해야 할 때지, 정치권이 나서서 이런저런 주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당 관계자들 말을 들어 보면, 이달 중순 박근혜 대표 체제가 끝나면 새달 중순에야 새 지도부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점에서 총대를 메고 논의를 진행할 사람도, 여력도 없다고 한다. 그간 ‘한·미 FTA 협상이 성급히 추진되고 있다.’며 중단을 요구해온 민노당은 조만간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결과를 내놓는 등 그나마 적극적인 편이다. 5일엔 당내 ‘한·미 FTA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권영길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측) 4대 전제조건에 이어 미국이 요구한 15개 협상의제를 전면 수용해 협정문을 입안한 것은 부실협상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정부측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5일 청와대 브리핑에 기고한 글에서 “정부가 내린 결론은 한·미 FTA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고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한 부총리는 이어 “정부는 한·미 FTA를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동시에 소외계층을 돕고 사회안전망을 보다 촘촘히 짜내는 일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장석 박지연기자 surono@seoul.co.kr
  • 새벽에 덮친 대재앙…건물 80% ‘폭삭’

    새벽에 덮친 대재앙…건물 80% ‘폭삭’

    27일 새벽(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를 강타한 지진의 피해규모는 시신수습이 본격화하면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4년 12월의 쓰나미(지진해일) 이후 1년5개월만에 엎친 데 덮친 격의 대참사가 이어져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현지 구호당국은 이번 지진 피해지역의 돌무더기와 빌딩 잔해 아래 더 많은 사람들이 매몰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진앙지 대도시 가까워 피해 커 유슈프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은 영국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1만∼2만명이 이번 재난으로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현재 사망자는 370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를 지진의 진앙지가 대도시와 지나치게 가까웠던 점에서 찾고 있다. 실제 이번 지진은 인구 150만명의 대도시인 족자카르타에서 불과 25㎞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다. 게다가 이 지역의 가옥들이 대부분 내진설계가 안된 오래된 구조물이어서 리히터 규모 6.3의 지진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다. 특히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반툴지역의 경우 가옥의 80% 이상이 완파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구호인력·의료진 태부족 부상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든 족자카르타의 병원들은 아비규환이다.AP통신은 “선혈이 낭자한 사르디지토 병원 복도에는 지혈과 치료에 사용된 붕대와 의료 폐기물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다.”고 전했다. 병실은 이미 수용인원을 초과했다. 이 때문에 수백명의 환자들이 플라스틱 판자나 거적, 신문지 위에 눕혀져 건물 밖에 방치되고 있다. 병원들은 의료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의사 알렉산더는 “중상을 입은 많은 환자들이 방치되고 있다.”면서 “외과의사가 매우 부족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적십자사는 신속대응팀을 현지로 급파,21개의 임시병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앰뷸런스 등 수송수단이 부족해 환자이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화물차와 버스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부상자들은 도로가 끊긴 일부 지역에서는 수시간씩 걸어서 병원을 찾고 있다. ●족자카르타 공항 등 폐쇄 불안과 공포 속에 밤을 지샌 주민들은 식량과 옷가지를 찾아 필사적으로 폐허더미를 뒤지고 있다. 여진(餘震)에 대한 공포 때문에 주민들 대부분은 거리와 공터, 농경지 등에서 밤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역에선 전기와 통신시설까지 파괴돼 구호노력이 지체되고 있다. 족자카르타 공항도 폐쇄됐다. 하타라드 자사 인도네시아 교통장관은 “건물에 대한 정밀진단이 끝날 때까지 당분간 공항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족자카르타에서 반경 30㎞ 안에 있는 인도네시아 최대의 힌두성지인 프람바난 사원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근 보로부두르 불교사원의 피해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메라피 화산 폭발 가능성도 지난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 서부를 강타한 쓰나미에 대한 공포가 남아 있는 탓인지 지진 직후 주민 사이에서 쓰나미가 밀려올 것이란 괴소문이 퍼지면서 수천명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하지만 지진발생 24시간이 지난 28일까지 쓰나미 발생은 보고되지 않았다. 이번 지진과 메라피산 화산활동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양한 추측이 나돌고 있다. 밤방 두아얀토 에너지광업부 장관은 “지진이 화산활동을 가져왔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지 못하지만 더 큰 폭발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사회 구호노력 가속화 국제사회의 구호노력도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2000동의 텐트와 9000벌의 방수복 등 긴급구호품을 현지로 급파했다. 국제적십자사는 1000만달러(약 100억원) 규모의 구호기금 모금에 착수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지진 사실이 알려진 직후 수색대와 의약품을 긴급수송키로 했다고 밝혔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진희생자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 뒤 신속한 지원을 약속했다. 유럽연합(EU)은 300만달러의 구호금과 함께 25개 회원국에 구조대파견을 요청키로 했다. 이세영기자 외신종합 sylee@seoul.co.kr
  • [이경형칼럼] 1929 유권자들에게

    [이경형칼럼] 1929 유권자들에게

    5·31지방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에는 선거권 연령 인하로 1987년 6월1일 이전에 출생한 19세의 학생 등 61만명이 처음으로 투표를 하게 됩니다. 여러분들이 민주 시민으로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을 축하 드립니다. 최근 한국리서치가 새로 편입된 젊은 유권자들의 사회·정치의식을 조사한 결과, 최대 관심사는 취업과 진학문제였습니다. 그리고 실용주의적인 현실 인식으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현안을 합리적으로 판단하며, 다른 연령대에 비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보다 분명하게 표현하지만 정치에 대한 관심과 투표 의향은 낮다고 했습니다. 기성세대들은 여러분을 철부지로 여기거나, 개인주의에 매몰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것이 기우에 그친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분명한 정치적 의사를 표로써 밝혀야 합니다. 그것이 여러분이 고민하는 취업과 진학 문제를 우리 사회의 긴급한 의제로 만들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한국사회의 20대 여러분들은 자신들의 미래에 관해 깊은 고뇌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대개 대학생·대학원생이거나 취업을 준비하거나 혹은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새내기일 것입니다. 최근 몇년 새 대학생들의 재학 기간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취업난이 심해지자 어학 연수, 인턴십 등으로 각종 취업에 대비한 준비를 하느라 4년제 대학을 6년만에 졸업하는 것입니다. 요즘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취업준비생’이라고 한다지요. 취업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프리터(freeter·free+arbeiter)족’이 늘어나고 특별한 목표 없이 학원 수강으로 방황하는 젊은이들도 꽤 많습니다. 설령 직장을 가졌다 해도 이젠 평생 직장 개념은 사라졌지요.100대 대기업의 평균 직원 근속 연수도 11년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엇이 여러분들을 고민에 빠뜨리고 방황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각자의 미래를 펼쳐갈 일자리 선택, 직장 구하기가 그 주된 이유일 것입니다. 청년세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일자리 창출, 고용 안정인 것입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이번 지방선거만 해도 여야간에 ‘노 정권 중간 심판’‘지방권력 심판’이라고 서로 핏대를 올리지만 왠지 그들만의 정치판 같은 느낌입니다. 공천 과정에서 터져나온 각종 잡음도 그렇고, 후보들이라고 나왔지만 세금 안 내고 전과 있는 사람은 왜 그렇게 많은지…. 투표할 마음이 내키지 않겠지요.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은 첫해인 1995년에 68.4%,1998년 52.7%,2002년 48.8%로 점차 떨어졌고, 이번에도 50%를 밑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투표율은 대통령선거가 가장 높고, 다음이 국회의원 선거, 제일 낮은 것이 지방선거지요. 이처럼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낮은 것은 한국 정치가 늘 중앙집권 정치, 대권 정치, 민주화·개혁 등 거대담론 정치가 정치의 전부인 것처럼 왜곡된 탓이 큽니다. 따져 보면 지방자치와 같은 생활 주변의 작은 정치들이 주민들의 이해에 더 직결되어 있습니다. 지역 개발, 환경, 상·하수도, 교통, 주택 문제들은 물론 지역의 일자리 창출 등도 지방자치 기능의 큰 몫입니다. 청년 여러분들의 힘은 한국의 미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 특히 19∼29세의 젊은 유권자들은 표로써 이념 과잉의 추상 정치를 민생 정치, 생활 현장 정치로 바꾸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공동체는 여러분들이 희망입니다. 무관심, 냉소주의로는 한국 정치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khlee@seoul.co.kr
  • 제국의 후예들/정범준 지음

    외화 ‘마지막 황제’는 근대화의 소용돌이 속에 기구한 인생을 살아야 했던 청나라 황손의 이야기를 담아 감명을 준 영화다. 봉건 군주제가 무너지고 그 후손이 겪어야 했던 고난과 애환은 비단 중국만의 이야기일까? 대한제국이 일제 침탈로 무너진 뒤 그 황손들 또한 심한 부침을 겪어야 했다. 격변하는 한반도 역사의 최전선에서 온갖 질곡을 견뎌온 이들의 삶은 그 자체로 우리의 근현대사였으나 지금껏 ‘역사’로 대접받지 못한 채 풍문으로 떠돌아 다녔다. ‘제국의 후예들’(정범준 지음, 황소자리 펴냄)은 한반도 근현대사의 발화점이자 심장부인 대한제국 황실 이야기다. 망국에 대한 책임의 일차적 표적이 되었지만, 실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의 자리조차 갖지 못했던 이들의 삶을 있었던 모습 그대로 복원함으로써 한반도 근현대사의 빈 페이지를 채우자는 의도를 갖고 있다. 프리랜서 르포라이터로 활동해온 저자는 수백권의 관련서와 당대 신문, 잡지를 샅샅이 살피고 관련 인물들을 만나 취재하면서 대한제국 후예들의 삶을 복원해내고자 했다. 책에서 새롭게 조명되는 인물들은 고종황제의 아들인 영친왕 이은과 의친왕 이강, 영친왕비 이방자, 딸 덕혜옹주, 영친왕의 아들 이구 등이다. 거기에 어려서 황태자 이은의 간택단자를 받았다는 이유로 평생 수절하며 살아야 했던 민갑완도 비중있게 소개했다. 영친왕 이은은 순종 황제의 뒤를 이어 제위에 오를, 우리나라 역사상 단 하나뿐인 황태자였다. 이 때문에 역사의 풍랑이 일 때마다 가장 먼저 그 예봉을 얻어맞았다. 어려서 일본에 볼모로 끌려간 그는 일제의 속박과 친일파 황태자라는 오명 사이에서 오랫동안 고통스러운 줄타기를 해야 했다. 광복 후에도 정치 권력자들의 이해에 의해 귀국이 한없이 늦춰졌고, 결국 귀국의 기쁨을 한 마디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병이 들어서야 이 땅을 밟았다. 영친왕과 평생을 함께한 이방자 역시 시대의 모진 바람을 전 생애로 감내한 인물이다. 정략결혼이긴 했으나 부군의 조국을 자신의 나라로 받아들이려던 그녀의 구애를 조국은 모른척했고, 일본 황족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평생에 걸쳐 ‘왕비’ 이방자에 대한 의심을 낳는 빌미가 됐다. 의친왕 이강은 무수한 풍문과 논란의 진원지였다. 일부 학자들은 그를 주색으로 허송세월했다고 폄하했지만, 당시 대다수의 민중들은 그의 독립운동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고종이 고명딸로 귀여워했던 덕혜옹주는 고종 황제의 죽음, 일본인과의 정략결혼, 불행한 생활이 불러온 심리적 고통으로 오랫동안 정신분열증을 앓다가 한으로 가득한 삶을 마감했다. 영친왕의 아들 이구는 MIT를 나온, 총명하고 패기만만한 청년 건축가로 장성했지만, 조국에 돌아온 이후 끝 모를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가 매몰차게 버린 전 부인 줄리아만이 남편마저 떠난 낙선재의 정신을 오롯이 지켰다. 벽안의 황세자비 줄리아는 이 땅을 온 마음으로 사랑한 황실의 여인이었다. 저자는 책 집필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의도에 의해 왜곡된 기록에서 과장과 거짓을 걷어내고자 했다. 일례로 1995년 한 방송사가 ‘비련의 황태자비 이방자’를 쓴 혼다 세쓰코의 말에 의지해 이방자의 ‘석녀설’을 사실인 것처럼 몰아갔으나, 저자가 직접 세쓰코와 접촉한 결과 방송이 근거없는 이야기를 확대 재생산했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광복 후 황실재산이 정부에 의해 대부분 몰수되면서 황실 후예들의 삶은 고단해졌고, 언론과 대중들은 ‘거지가 된 왕자’와 같은 선정적인 이야기에만 흥미를 가졌다. 이 때문에 많은 후손들이 세상의 이목을 멀리하고 한 사람의 시민으로 조용히 살고 있다. 저자가 우직하게 기록한 대한제국 후예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어둠 속의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던 과거 이야기가 선명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듯하다.3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외면받는 학생운동] “취직 도움안되는 이념투쟁은 왜하나”

    “분단현실, 노동해방, 반미투쟁 같은 문제보다는 취직, 학점이 훨씬 더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는 게 현실입니다.” 서울대와 건국대, 동국대 등 최근 총학생회의 잇따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탈퇴 선언에 학생들은 담담하다. 오히려 언론 등 외부에서 더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한다. 성균관대 의상학과 김주현(21·여)씨는 이른바 ‘운동권’에 대한 일반 학생들의 시각을 ‘관·심·없·음’이란 네 글자로 정리했다. 대학생들의 일반적인 모습은 한총련으로 대표되는 학생운동과는 괴리감이 크다. 입학 이후 토익과 토플 등 영어공부에 열을 올려야 하고 과거와 다르게 친구들과 학점경쟁도 치열하게 해야 한다. 이는 대학사회가 취업준비 현장으로 변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이재원(23)씨도 “과거 운동권에서 외친 구호들은 사회 구성원의 상당수가 공감하는 주제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과거의 주제를 요즘 세대에게 그대로 대입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최근 학생운동은 끝없는 추락사 학생운동의 위기론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위기론이 처음 고개를 든 것은 1990년대 초반쯤이다. 당시 잇따른 동구권 사회주의의 몰락은 운동권 스스로에게 ‘아직도 혁명을 꿈꾸고 있는가.’란 화두를 던졌다. 93년 당시 비교적 민주세력으로 평가됐던 김영삼 정권의 등장도 운동권에겐 위기의식으로 다가왔다. 과도기적 상황에서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 이 과정에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를 이어 93년 한총련이 태어났다.‘생활·학문 투쟁의 공동체’라는 구호로 한총련은 출범했지만 여전히 생활과 학문보다는 ‘투쟁의 공동체’라는 성격이 강했다. 95년 전두환·노태우 처벌 투쟁은 한총련의 마지막 전성기로 평가된다. 이듬해인 96년 8월 ‘연세대 사태’ 이후 한총련은 ‘이적단체’라는 꼬리표를 붙이게 됐다. 한총련 활동은 곧 수배를 의미했고 무엇보다 내부 구성원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97년까지만 해도 한총련 소속 가입학교는 200여개에 다다랐지만 이후 이탈은 계속 이어졌다. 이른바 ‘비운동권 학생회’가 잇따르는가 하면 무관심한 총학 선거판에는 ‘한총련 탈퇴’가 핵심공약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98년 서울대는 이미 한총련 산하조직인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서총련)을 탈퇴했고 2003년에는 전대협와 한총련의 메카라 불렸던 한양대가 한총련을 탈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어 건국대, 경희대. 홍익대, 동국대 등 전통적으로 한총련이 강세를 보이던 학교에서도 비운동권 총학생회장의 선출이 이어졌다. ●탈정치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아쉬움도 사회학자들 사이에 대학생들의 탈정치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유럽이나 일본의 경우도 학생운동이 굉장히 정치화됐다가 사회가 변화하면서 탈정치적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거시적인 쟁점보다는 미시적인 쟁점, 즉 취업·학생복지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우리나라도 과도기적 과정에 들어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학이라는 공간이 사회진출의 예비단계이기도 하지만 민주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을 충족시켜나가는 자리인데 개인적인 문제로만 매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과도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상지대 정대화 교수는 “학생운동이 침체기라고 말하는 것은 현상만 보고 본질은 간과하는 것”이라면서 “노동운동이나 사회운동도 마찬가지로 일정한 순환 사이클을 그리게 마련인 만큼 지금은 약간의 조정이 필요한 기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등록금 투쟁과 같은 학내문제에서 시작해 점차 더 큰 틀의 사회문제로 옮겨가는 것이 운동권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유영규 윤설영기자 whoami@seoul.co.kr
  • 이동통신 본고장서도 通했다

    이동통신 본고장서도 通했다

    SK텔레콤의 미국 이동통신시장 진출은 한국의 이통기술이 통신 본고장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또 SKT의 콘텐츠와 서비스가 국제 경쟁력을 갖췄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동안 SKT,KTF는 세계 수준인 이동통신 기술과 서비스로 베트남·중국·몽골·인도네시아 등지에 지분 투자 등의 형식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SKT 관계자는 “6개월 이상을 준비해 기대가 크다.”면서 “미국 전역에 서비스를 하지만 우선 교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LA·뉴욕·시카고 등에서의 반응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SKT의 미국 시장 진출은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 등 관련 기업들의 동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SKT는 우선 국내에서 입증된 기술을 ‘힐리오’를 통해 지속적으로 접목, 경쟁력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여기서 검증된 ‘킬러 서비스’와 사업 모델을 SKT가 진출해 있는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사업장에도 도입하기 했다. 미국 시장을 SKT 글로벌사업의 전략적 포트폴리오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는 SKT가 올해 최고의 역점사업으로 선언했던 ‘글로벌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SKT는 세계 표준을 선도하는 미국 이통시장에서 한국의 무선인터넷 표준인 ‘위피(WIPI)’ 플랫폼을 통해 한국무선인터넷 킬러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국내 콘텐츠 제공업체, 솔루션 업체, 단말기 제조업체에 미국 시장 동반진출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도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SKT의 미국 시장 진출은 국내 이통업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통사가 해외에 진출, 시장을 형성하고 성장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국내 이통시장에서의 소모적인 시장 쟁탈전을 탈피한다는 점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최근 우리 이통시장은 보조금 경쟁에서 나타났듯이 가입자를 뺏기 위한 ‘약탈적 경쟁’에 매몰된 감이 없지 않다. SKT와의 합작 파트너인 어스링크는 미국 내에서 530만명 이상의 가입자와 미국 전역에 1만 8000여곳의 유통망 및 마케팅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SKT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무선인터넷 서비스 기술과 콘텐츠를 확보한 자사의 역량과 어스링크의 장점을 결합하면 최고의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김신배 SKT 사장은 “한국의 새로운 성장전략 모색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통신서비스 사업자의 해외진출은 통신서비스, 콘텐츠, 단말기 등의 연관 산업이 함께 균형 발전하고 국가경쟁력의 성장과 발전을 견인하는 새로운 성장 모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서울광장] 김덕룡의원, 이게 뭡니까/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덕룡의원, 이게 뭡니까/이목희 논설위원

    1993 년쯤으로 기억한다. 어느 날 새벽 출근에 앞서 회사 인근 대중 목욕탕에 들렀다. 탕 저쪽에서 큰 목소리가 들렸다.“이러시면 안 됩니다.” 돌아보니 김덕룡 의원이 웬 사람을 나무라고 있었다. 사연인즉 로비를 시도하는 이를 혼내는 중이었다. 문민정부 초기 김 의원은 정무장관으로서 넘버 2, 넘버 3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실세로 꼽혔다. 그가 무교동 대중탕에서 샤워를 하고 세종로 정부청사로 출근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로비스트들이 목욕탕에서 벌거벗고 대기했었나 보다. 그들을 매몰차게 끊는 모양을 우연히 목격하고 “그래도 깨끗한 정치인이군.”이라는 느낌을 가졌다. 김 의원은 자택에 기자출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안방정치를 배격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부인과 연로한 장모를 배려한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기자와 속깊은 대화를 나누기 힘들었고, 취재가 잘 안되는 정치인으로 분류됐다. 현장기자 시절 “그참, 고지식하네.”라고 답답해 했다. 그런 김 의원이 공천비리에 휘말렸다. 부인이 받았다고 하지만 스스로의 책임을 비켜가기 힘들다. 정치에 입문한 지 40년 가까이 된 김 의원이다. 몇번 곡절은 있었지만 그가 이렇듯 어이없게 정치인생을 마감할지 상상을 못했다.“부와 명예(공직)를 모두 가지려 해서는 안 됩니다.” “정치생활로부터 가정만큼은 보호해야 한다는 게 저와 집사람의 확고한 생각입니다.” 무슨 콩깍지가 씌었기에 양대 지론을 무참히 깨뜨리고 말았는가. 김 의원 사태는 몇가지 교훈을 주고 있다. 공인이 되면 사돈의 팔촌까지 문제될 일은 없는지 챙기고, 또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정치보스에 비해 김 의원이 깨끗했을지 몰라도 새 시대 잣대를 들이대면 어림없다는 점도 다시 깨달았다. 김 의원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계보정치를 배웠다. 한 언론의 조사결과 가장 네트워크가 강한 정치인 수위에 김 의원이 올랐다. 그는 대중지지도와 별개로 계보를 움직일 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계보원을 관리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오는 7월에는 한나라당 대표경선이 치러진다. 김 의원이 대표가 된다면 킹메이커를 추구할 수 있다. 한나라당에서 보기 드문 호남출신 중진이므로 내각제나 정·부통령제 개헌이 이뤄지면 큰 역할을 할 여지가 있었다. 이런 정황과 야심이 김 의원과 그 주변의 정치자금 집착을 불렀을 가능성이 있다. 김 의원 파문과 관련해 공천비리 근절 제안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공천절차 개선, 정당공천 축소, 주민소환제 도입…. 그러나 혁명적 변화가 없으면 정도의 차는 있을지라도 비리 근절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중앙당이 직접 공천하면 중앙당 당직자가 돈을 받고, 지방당에 넘기니 여기저기서 구린내가 난다. 공천을 못하게 하면 내천을 통해 돈이 오고 간다. 결국 정당이 국회와 지역을 지배하는 구조를 바꾸는 방법밖에 없다고 본다. 돈 드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주고받지 말자.”를 외쳐봐야 공염불에 그친다. 참여정부 들어 어설프게 하다가 유야무야되고 있는 원내정당화를 제대로 하는 것에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중진들은 당권에 목을 매고,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관리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 깨져야 한다. 중앙당과 시·도당에서, 그리고 지역구에서 과두정치를 들어내야 한다. 당대표직을 없애든지, 유명무실하게 만들어버리는 방안을 검토해보자. 선거공천은 상향식을 원칙으로 하되, 그를 보완하는 공천심사위는 정치인을 배제하고 객관적 인사들로 구성하는 것이 좋겠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감독과 선수,상생의 파트너

    선수의 입장에서 감독은 생사여탈권을 쥔 절대적인 존재다. 선수를 선발하고 조련하고 경기에 출전시키는 게 감독의 역할. 때문에 선수들은 그야말로 ‘두사부일체’의 심정으로 그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명색이 프로 선수이고 국가대표라면 인생의 아름다운 절정기를 함께 뛰는 동반자이자 선후배로서 마음 속의 깊은 신뢰와 치밀한 전술의 교감으로 뛰어야 한다. 큰 그림은 감독이 그리지만 어떤 색으로 채울 것인가는 선수의 몫이다. 좀 더 창의적일 필요가 있고, 감독조차 놀랄 만한 경이로운 플레이를 추구할 권리도 있다. 잉글랜드대표팀의 스반 예란 에릭손 감독을 보자. 어쩌면 그는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감독일지 모른다.2002년 월드컵 때 8강에 올랐지만 경기 내용은 신통치 않았고, 브라질에 치욕스럽게 끌려다닌 끝에 패하고 말았다. 유로2004 성적도 저조했다. 그럼에도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그를 아직까지 신뢰하고 있다.‘축구는 영원하고 감독은 경질된다.’는 축구계의 명언이 그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축구장 안에서는 언제나 잉글랜드 사람”이라고 말하는 에릭손은 스웨덴 출신이다. 이번 독일월드컵 B조 조별리그에서 그는 고국의 심장에 화살을 겨눠야 한다. 그럼에도 그가 행운의 감독인 까닭은 바로 잉글랜드의 선수들이 감독을 이해하고 격려하기 때문이다. 팀 전력의 절반으로 평가받는 미드필더 프랭크 람파드는 “현대 축구에서 대표팀 감독의 출신지를 따지는 건 일차원적이다. 에릭손 감독은 우리가 경기하는 상대팀에 따라 최고의 전력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몇몇 선수와 에릭손의 관계는 불편하다. 마이클 오언은 자신에 대한 감독의 비판적 발언을 아직까지 씻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종의 묵묵무답으로 그저 따라가는 수동적인 인상은 찾기 어렵다. 언제나 대화하고 때로는 비판한다. 국내 프로축구와 대표팀에서도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감독의 전술에 대해 선수가 평가를 하는 것은 금도를 넘는 행위지만 과거처럼 판에 박힌 듯한 발언이나 묵묵한 복종은 줄고 있다. 물론 선수와 감독은 협상의 상대가 아니다. 그러나 상명하복의 수직구조도 아니다. 축구는 영화와 같다. 축구나 영화나 그 지휘자는 감독으로 불린다. 영화 감독은 자신의 창조적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뛰어난 배우를 앞세운다. 그런데 배우들은 감독들이 제시한 틀을 지키되 그곳에 매몰되지 않고 놀라운 창의를 빚어낸다. 그런 창조적 관계가 우리 축구계에도 필요하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금융권 소용돌이속 은행CEO ‘명암’

    금융권 소용돌이속 은행CEO ‘명암’

    외환은행과 LG카드 인수전, 통합 신한은행의 출범,‘김재록 게이트’ 등 굵직한 이슈들이 은행권을 강타하면서 4대 시중은행장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외환은행을 손에 넣은 국민은행과 조흥은행과의 통합으로 부동의 2위가 된 신한은행에서는 ‘승자’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반면 외환은행 인수에 ‘올인’했다가 고배를 마신 하나은행은 내부 추스르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은행은 ‘김재록 게이트’ 관련 구설수와 LG카드 인수전에서 배제됐다는 소문으로 ‘코너’에 몰린 모습이다. ●승자의 여유… 해외로 나가자 외환은행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에도 극도로 말을 아꼈던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은 3일 월례조회에서 “아시아 거점 글로벌뱅크로 도약할 것”이라며 해외 진출에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강 행장은 “국민과 외환의 결합은 국내영업과 해외영업 및 개인금융과 기업금융 강자간의 결합”이라면서 “해외 현지기업과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흥은행과의 통합으로 자산 163조원,980개 영업점,16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한 신한은행의 신상훈 행장도 지난 1일 통합은행장 취임사에서 ‘월드클래스 뱅크’를 강조했다. 신 행장은 “왜 우리 금융산업에는 세계 수준의 은행이 없는 것일까라는 생각에 늘 부끄러웠다.”면서 “좁은 국내시장에서 영토 싸움에 매몰되기보다는 세계시장으로 나가 글로벌 뱅크들과 당당히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장과 신한은행장이 나란히 해외 진출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외환과 조흥을 각각 흡수해 국내에서는 더이상 ‘규모의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패자의 선택… 자력갱생으로 간다 반면 하나은행 김종열 행장은 3일 2·4분기 조회사에서 외환은행 인수 실패에 관련해 “대어를 놓친 어부의 심정”이라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그러나 김 행장은 “유능한 사냥꾼은 사라진 목표물을 빨리 잊고, 다른 목표물을 찾는다.”며 LG카드 등 다른 매물에 도전할 뜻을 분명히 했다. 김 행장은 특히 “올해 경영계획을 수정해 총자산과 총수신 부문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등 자체 성장에 에너지를 집중시킬 것”이라면서 “복합점포 49개·영업점 30개 신설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하나은행은 처음부터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하고 올해 영업점 100개 신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은행과 국내에서 치열한 ‘자력갱생’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한편 ‘검투사’라는 별명답게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던 우리은행 황영기 행장은 현재 ‘잠행’ 중이다. 김재록씨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데다 비록 큰 문제는 없지만 김씨가 컨설팅한 쇼핑몰 개발에 우리은행이 대출해 준 것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더욱이 최근 우리금융그룹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LG카드 인수전에서 빠질 것을 종용하는 분위기여서 황 행장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까지는 우리은행이 가장 강력한 영업력을 보였다.”면서 “그러나 잇따른 악재로 응집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고 전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황사 온다는데 공기청정기 사볼까

    황사 온다는데 공기청정기 사볼까

    경기도 부천의 한 아파트에 사는 주부 박정희(31)씨는 두 돌이 지난 아이를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출근하는 직장 여성이다. 근처에 공장이 많아 유난히 먼지가 많이 날리는 지역인 데다 아이가 약간의 아토피를 앓고 있어 항상 실내 공기가 걱정이다. 게다가 올 봄에는 사상 최악의 황사가 온다는 말에 공기청정기를 구입할 계획을 세웠다. ●웰빙 열풍에 날로 관심 늘어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웰빙 열풍과 함께 건강을 해치는 미세먼지 등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공기청정기 시장이 최근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봄철은 꽃가루와 황사, 따뜻해진 공기로 인해 떠다니는 공해 물질이 심해져 실내 공기가 더욱 나빠지는 계절이어서 공기청정기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샀다가 며칠 뒤 필터에 걸러진 시커먼 오염물질을 보고 공기청정기의 필요성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올해 출시된 다양한 공기청정기 중에서 어떤 제품이 우리 집에 꼭 맞을까. 신제품들만을 모아 공기청정기를 꼼꼼히 따져봤다. 최근 공기청정기 업체들은 다양한 할인행사를 펼치고 있어 이 기회를 잘 활용하는 것도 알뜰한 구매 방법이다. ●새집증후군에는 ‘휘센’ LG전자는 최근 디자인과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공기청정기 2개 모델을 출시하면서 ‘실내 공기, 찾아가며 살균한다.’는 전략으로 공기청정기 판매몰이에 나섰다. 특히 휘센 공기청정기는 집안의 포름알데히드, 벤젠, 톨루엔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30분 이내에 최대 99%까지 제거해 새 아파트에서 흔히 발생하는 새집 증후군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LG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처음 선보인 ‘플래티넘(백금) 필터 시스템’을 16단계에서 17단계로 확대해 더욱 빨리 청정 수준에 도달하게 했다.”며 “먼지와 냄새는 물론 VOCs와 세균도 빠른 시간내에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2세대 공기청정기”라고 소개했다. 가격은 60만원대. ●사스 원인균 제거엔 ‘하우젠’ 삼성전자는 인체에 유해한 공기 중 활성산소(OH라디칼)를 중화시키는 ‘바이탈청정’ 시스템을 채택한 하우젠 공기청정기를 출시했다. 바이탈청정 기능은 활성산소 중화는 물론 공기 중의 바이러스, 알레르기 원인 물질, 병원 감염균을 제거하는 신개념 기술로, 활성수소(H)와 산소이온(O2)을 발생시켜 활성산소를 중화하고 세균 바이러스를 제거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또 독감바이러스를 비롯해 사스(SARS) 원인균으로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등을 필터 안팎에서 이중으로 걸러준다. 신제품은 14평형 1종,13평형 2종,11평형 1종 등 총 4가지 평형에 7가지 색상과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으며, 가격대도 40만∼100만원대로 다양하다. ●알레르기 예방엔 ‘옥시3사일런스’ 수입제품 일렉트로룩스는 최근 전기 집진식 대용량 팬으로 조용하면서도 효율적으로 공기가 순환되는 공기청정기인 옥시3사일런스 두개 모델을 출시했다. 옥시3사일런스는 대용량의 팬을 이용해 많은 공기를 흡입하고 강력한 전기 집진식 촉진 필터 시스템으로 무의식 중에 마시고 있는 먼지와 알레르기 바이러스와 같은 혼탁하고 오염된 공기를 깨끗하고 맑게 정화한다. 워셔블 전기집진 필터를 채택해 흐르는 물에 씻어 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활성 탄소필터로 담배 연기, 음식물 냄새 같은 집안의 불쾌한 냄새를 잡아준다. 오존 농도의 기준치 0.05 이하로 집진 효율, 적용 면적, 탈취 효율, 소음 방지 등에 효과적인 제품이다. 특히 영국 알레르기협회와 스웨덴 알레르기 천식협회로부터 인증받은 제품이다.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집안 오염도를 분석해 공기청정기가 최적으로 작동해 깨끗한 공기를 내보낼 수 있도록 표시해주며, 집안의 오염 정도에 따라 알맞은 파워모드를 선택하는 자동 먼지 센서와 자동 소음 센서가 내장됐다.78만 9000∼65만 8000원. ●파격 할인+무이자 할부도 공기청정기 개발업체들은 3월부터 시작되는 황사철을 앞두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파격적인 가격에 제품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최근 공기청정기 시장이 침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돌파구로 삼고 있다. 샤프전자는 2일부터 ‘조류인플루엔자 제거실증 기념 고객감사 초특가 300대 한정판매’ 이벤트를 시작했다. 샤프전자는 공기 중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인 H5N1형 바이러스 제거 실증을 기념하기 위해 정가가 48만 3000원인 공기청정기를 19만 9000원에 판매하고 무이자 3개월 혜택까지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품은 4단계 필터 방식을 적용했으며 플라스마 클러스터 이온 발생장치를 탑재해 공기중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89.15%까지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청풍은 올해 공기청정기 신제품인 청풍무구를 49만 8000원에 내놓았다. 제품은 3M의 고급 헤파필터를 적용했으며 살균구리폼 필터를 채용해 세균 및 바이러스 억제 기능을 제공한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흥행없고 대립만…‘상처뿐인 경선’

    흥행없고 대립만…‘상처뿐인 경선’

    당 지지율 회복과 5·31지방선거 승리를 겨냥한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가 18일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는 “치열한 경쟁으로 당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당초 취지와는 무색하게 계파간 극심한 대립양상을 띠면서 ‘상처뿐인 혈투’에 그쳤다는 평가다. ●‘브랜드’없이 ‘계파 논리’에만 매몰 이번 전당대회가 일반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당 지지도 상승률이 2∼3%에 그쳐 ‘정당 행사’의 한계를 드러냈다. 흥행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당내 인사들은 각 후보가 민심을 파고드는 ‘브랜드’를 개발하지 못 했다는 점을 꼽는다. 뚜렷한 정책과 이슈, 시대정신을 반영한 정치 비전은 내놓지 못한 채 ‘당권파 책임론’이나 ‘선(先) 자강론’ 등 계파 논리나 당내 정치에만 매몰됐다는 것이다. 일부 후보간 원색적인 비방전이나 감정싸움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신 40대 기수론’을 표방한 일부 후보들이 새 정치를 위한 ‘패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특정 지역의 표심이나 거대 후보와의 연대에 급급해하는 등 ‘구태’를 보인 점도 국민의 감동을 끌어내지 못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중립 성향의 한 당직자는 “경선 승리에만 집착하다 보니 후보들이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정치 연대’에 매달리고, 알맹이 있는 정책 어젠다를 내놓는 것에 소홀했다.”면서 “일부 후보의 무원칙한 동선은 본인은 물론 당에도 두고두고 부담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당대회 이후를 노린 포석싸움 정동영·김근태 후보쪽은 전당대회 하루 전인 17일에도 막판 판세를 분석하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김 후보쪽은 “전남지역 한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김 후보가 광주·전남에서 정 후보를 처음으로 따돌렸다.”면서 “전략적 선택이 수도권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반면 정 후보쪽은 “투표율과 현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오차 범위를 조금 벗어난 ‘불안한 1위’를 고수할 것”이라며 이탈표 방지에 힘을 쏟았다. 두 후보간 줄다리기는 5·31지방선거와 정치권 지각변동까지 염두에 둔 장기 포석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18일 새 지도부 출범을 계기로 일시적 휴전이 예상되지만, 전당대회 과정에서 두 후보가 보여준 정치적 궤적과 명분은 향후 주요 정치고비마다 상충하며, 만만찮은 파괴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사설] 경찰 이젠 계급갈등까지 보이나

    경찰조직의 기강해이가 점입가경이다. 급기야 국정 최고책임자인 노무현 대통령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엊그제 현직 경찰과 가족들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일부는 헌재로 들어가 헌법소원을 냈다.“정부가 경찰공무원법 재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행복추구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는 게 골자다. 물론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며, 헌법소원도 낼 수 있다. 그것이 헌재를 만든 취지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이번 행동은 도(度)를 넘었다고 본다. 이택순 경찰청장이 “조직의 기강을 흩트리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한 것이 나흘 전이다. 헌법소원 제출은 이에 정면도전한 것이나 다름없다. 상명하복의 내부질서도 무너진 셈이다. 따라서 헌법소원과는 별개로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경찰청이 “경찰관의 집단행동은 위법이며 관련규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힌 점을 주목한다. 더 이상 기강이 무너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제는 계급갈등까지 보여 걱정스럽다. 전·현직 경찰모임인 ‘무궁화클럽’이 그 중심에 있다. 이들은 경찰대 폐지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경찰지휘부가 수사권 조정 문제에만 매달려 경위까지 근속승진토록 한 개정안에는 신경을 안 쓰고 있다는 불만이다. 그러면서 “경찰대 출신들이 수사권을 가질 바에는 지금처럼 검찰의 지휘를 받는 게 낫다.”고도 했다. 계급간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는 것은 득이 안 된다. 이런 형국에서 누가 경찰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겠는가. 무엇보다 근무기강의 이완 땐 민생치안에 구멍이 생긴다. 경찰이 조직이기주의에 매몰돼 ‘민중의 지팡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면 안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도 할 일이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경찰공무원법 재개정안을 빨리 매듭짓도록 노력해야 한다. 차제에 회원간 이견을 노출하고 있는 무궁화클럽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 2월 가정학습 잘하면 새학년 ‘술술’

    2월 가정학습 잘하면 새학년 ‘술술’

    올해부터 겨울방학이 2월 말까지 이어져 초등학생들은 두달 동안 공백기간을 갖는다.3월 새학기를 갑작스럽게 맞이하는 어린이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방학에 적응된 생활 방식을 버리고 학교생활에 익숙하게 바꿔야 한다. 선생님과 친구들도 새로 만나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완충작용을 하려면 학년의 마지막 달인 2월에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특별 가정학습이 필요하다. ●3학년부터 4과목 늘어 저학년인 1·2학년은 읽기와 셈하기, 쓰기 등을 중심으로 지도하지만 3학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학습내용이 깊어진다. 가령 바른생활과 즐거운생활, 슬기로운생활, 국어, 수학 등 5과목이 3학년부터 9개로 껑충 뛴다.3학년으로 올라가는 2학년에게는 새로 추가되는 교과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곁들여야 한다. 서울양원초등학교 구자희 교사는 “특히 3학년부터는 영어가 신설되는데 미리 영어를 배운 어린이도 있지만, 아직까지 처음 접하는 친구들이 더 많다.”면서 “영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고 영어를 배우는 것이 재미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저학년에겐 요구하지 않았던 학습장 정리 방법도 일러줘야 한다.9과목을 배우는 만큼 한 공책에 모든 과목을 담는 것보다 교과목에 맞는 공책을 갖춰야 한다. 이같은 외적인 체계가 갖춰지면 교과서에서 인용된 책의 전문을 찾아 읽어보도록 한다. 미리 읽어보면 흥미를 갖게 마련이며, 어휘 사용능력도 향상된다. 특히 3학년부터는 4시간 남짓하던 수업시간이 하루 5∼6교시로 늘어난다. 지루하지 않을 인내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건강관리에도 힘써야 한다. ●지역 체험학습도 중요 3·4학년은 자기 통제력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새학년의 목표와 실천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담은 자기 계획서를 작성토록 한다. 차분하게 자리에 앉아 1년을 계획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서울양천초등학교 이화 교사는 “저학년과 달리 3·4학년은 겨울방학을 느슨하게 보냈더라도 새학년에 맞춰 건강과 시간, 공부 등을 자기 스스로 관리하는 습관을 가지기 시작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다수 학교에선 3∼6학년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를 평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비록 한 두차례 시험을 못쳤다고 해도 아이들이 만회하도록 자신감을 북돋워 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초등학생 가운데에는 읽기와 쓰기 등 표현에 약한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아이와 함께 서점에서 관심 있는 책을 골라 읽은 뒤 독후감을 쓰거나 느낀 점을 말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는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3∼4학년에서는 지역에 대한 과목이 추가돼 현장학습이 필요하다. 다소 한가한 2월을 이용해서 교과서에 나와 있는 동사무소를 비롯해 구청, 소방서 등을 직접 찾아가 본다.4학년들은 시·광역시의 주요 문화재를 견학한다. ●“정해진 시간에 공부하는 습관 키워야” 5∼6학년은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업량이 가장 많은 시기다. 학습 효과가 가장 큰 시간대를 정해 먼저 새학기 교과서나 참고서 등의 목차를 훑어 본다. 처음에는 교과서를 훑어보며 중요한 부분은 표기를 한 뒤 다시 읽는다. 국어는 교과서에 실린 문학 작품의 전문을 찾아 읽는다. 수학은 선행학습 보다는 이미 배운 것을 되새기는 것이 낫다. 특히 고학년에서는 약분과 등분, 도형 등이 어렵다. 영어는 교과서의 쉬운 문장을 골라 수십차례씩 읽도록 한다. 서울대모초등학교 이정숙 교사는 “5∼6학년에서는 좋아하는 과목 중심으로 하루 1시간쯤 정해진 시간에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면서 “특히 고학년은 과제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학습 시간표를 짠다.”고 말했다. 또 5학년까지 배웠던 내용을 다시 살펴본 뒤 새학년 교과에서 두 단원정도를 미리 공부해 학업에 대한 자신감을 키운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중학생은 보통 중학생들은 학년의 마지막 달에 새학기 과목을 미리 배운다. 초등학교와 달리 국어와 영어, 수학의 비중이 높아지며 본격적으로 학습효과를 내야 하는 시기다. 이 때문에 스스로 공부하는 분위기를 익혀야 한다. 공부 잘하는 형·누나를 통해 집중력을 가지고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배운다. 또 자신에게 맞는 참고서를 선택하는 방법도 일러준다. 하지만 중학교 시기는 학업의 부담에서 잠시 벗어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간이다. 공부에만 매몰되면 학습에서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서울 대청중학교 강미이 교사는 “요새는 방학이 학업의 연장으로 전락했는데 본래 취지를 살려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중학생부터는 친구들과 어울려 영화와 각종 공연 등에 참가하는 것도 학년의 마지막 달을 보내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친구들과 함께 영화와 연극, 전시회 등을 관람하는 것도 좋다. 초등학생처럼 학부모에 이끌릴 필요가 없어 다양한 교실 밖 학습이 가능하다. 각종 단체에서 단발성으로 개최하는 과학과 경제, 문화 등 단기 캠프에 한 두차례 다녀온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습관도 이 시기에 갖춘다. 국·공립 도서관과 대학 도서관 등 다양한 도서관을 찾아 빼곡히 쌓인 책에서 풍겨나오는 분위기를 익힌다. 도서관 시설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게 마련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지나친 선행교육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중학교 시기에는 ‘끈기 있게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 학습에 대한 기초 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고등학생은 입시 중압감에 짓눌리기 쉬운 고교생들은 2월에는 오히려 여유를 되찾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 일선 교사들은 “실제 성격이 밝고 인간관계가 좋은 학생들이 입시에서도 좋은 결과물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이제 막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신입생들은 부담스럽기 마련인 영어·수학에 대한 기초를 세워야 한다. 중학교에서 다소 학업성적이 부진했더라도 고교 과정은 다른 차원에서 시작하는 만큼 과거를 떨치고 새로 준비한다. 예비 2학년들은 2008학년도 입시에서는 특기자 전형이 중요하므로 여기에 대비한다.2월에는 입시에 반영할 자신의 장점을 정한다. 대학 마다 특기자 전형이 다르기 때문에 전형 과정을 꼼꼼하게 살핀 뒤 이에 맞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현재 2학년인 예비 수험생들은 먼저 1년동안 해야 할 장기적인 틀을 잡는다. 먼저 약점을 파악한 뒤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한다. 특정 과목에서 뒤떨어지면 이를 보완할 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또 확실한 목적의식이 뒷받침돼야 스트레스에서 견딜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다.’는 자기 암시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점수에 맞춰 학과를 결정하는 데 점수에 맞춘 인생 설계는 실패할 확률이 크다.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을 거쳐 다시 수능을 치는 사례도 허다하다. 명지외고 이기찬 3학년 부장은 “입시에서 성과를 내려면 강력한 학습동기가 있어야 한다.”면서 “희망 대학과 학과에 진학한 선배를 만나 대화를 통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고 추천했다. 재수를 결심한 졸업생들도 일단 합격한 대학에 다니는 것이 보다 현명하다.2월부터 재수를 준비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등록한 대학에 다니면서 재충전의 기회를 갖은 뒤 휴학해도 늦지 않다. 새내기로 진학한 현재 고3 학생들은 자칫 시간을 낭비하기 쉬운 2월 동안 다양한 예비 대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도 좋다. 또 내공을 키우기 위해서는 입시 여파로 소홀했던 고전 작품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 시기에 책을 읽지 않으면 전공 과정과 취업 등으로 책에서 멀어지기 쉽다. 동문회 등을 통해 선배 등을 찾아 인생 상담을 받는 것도 2월을 잘 보내는 방법이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배지환의 DICA FREE oh~] 일출·일몰 촬영하는 법

    [배지환의 DICA FREE oh~] 일출·일몰 촬영하는 법

    누구나 아름다운 풍경,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머릿속의 기억이 아닌 사진으로서의 추억으로 기록해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우리 마음일 것이다. 오늘은 흔한 사진이지만 누구나 촬영할 수 없는 일출·일몰 사진에 대해 말하려 한다. 우선 일출·일몰 사진을 얻기 위한 준비물을 간단히 알아보면, 첫번째는 멋진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카메라가 있어야 하겠고 두번째는 어두운 주변환경에서 촬영해야 하는 조건이므로 사진이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삼각대가 있어야겠다. 세번째는 지난번 설명한 사진의 기본원리인 노출의 개념과 추운 날씨나 더운 날씨에서도 담고자 하는 풍경을 촬영하기 위한 인내심이라 할 수 있다. 일출·일몰 사진 촬영시 주의해야 할 사항은 반드시 기상예보를 미리 확인하고 촬영에 임해야 하며, 해가 뜨거나 해가 지기 30분 전에 촬영장소에 삼각대를 세워놓고 미리 촬영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감도(iso)설정은 어둡다고 해서 400 이상으로 높여 촬영하지 말고 가급적이면 삼각대를 이용하여 100으로 설정해놓고 가장 문제가 되는 노출의 경우 조리개를 f8이상으로 조여놓고 조리개우선(AV)이나 셔터스피드우선(TV)이 아닌 완전 수동모드(M)로 설정한 후 적정노출을 계산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일출시에는 빠른 속도로 해가 떠오르기 때문에 노출의 변화도 시시각각 변하게 된다. 이럴 경우 초보자들은 당황하기 마련인데, 절대 당황하지 말고 조리개값은 변함없이 그대로 고정, 그 후엔 셔터스피드를 3단계로 나누어 브라케팅(Bracketing) 촬영을 하도록 한다. 예를 들자면 처음 촬영이 조리개 f8에 셔터스피드 1/4초가 적정 노출이었다면 나머지 한장은 그보다 더 느린 1/2초, 그리고 또 다른 나머지 한 장은 1/8초로 처음 촬영한 1/4초보다 조금더 빠르게 주는 것이다. 즉 1/4초가 중심이 되고 그보다 한 단계 느리게, 또 그보다 한 단계 빠르게 설정하여 총 3장의 사진이 되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브라케팅 촬영기법은 요즘 출시되는 디지털 카메라에는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들이니 카메라 설명서를 잘 살펴보며 본인의 카메라에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 위 사진의 경우 본인이 새벽배를 타고 경남 소매몰도를 가는 도중 떠오르는 해를 촬영한 일출 사진이며 셔터스피드 1/10, 조리개 f22, 감도는 100으로 촬영했다. www.cyworld.com/pewpew ■ Q&A-디카 동영상 기능 궁금해요 최근 디카의 동영상 기능이 강화되면서 이젠 더 이상 캠코더가 필요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디카는 스틸 사진(정지된 영상)뿐만 아니라 깨끗한 화질의 동영상을 담는 복합적인 기록 도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불과 4∼5년전만 해도 디카의 동영상 기능은 화질도 좋지 못할 뿐만 아니라 촬영 시간에 제한이 있었고, 줌기능이 없어 활용 빈도가 낮았다. 하지만 근래에 출시하는 디카는 메모리가 가득찰 때까지 촬영이 가능하고 촬영 중 줌기능, 손떨림 보정기능 등 캠코더급의 기능들이 장착되어 있어 디카 사용의 재미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준다. 일반적인 디카의 동영상 모드는 640×480 30플레임,640×480 15플레임,320×240 15플레임 등이 있다.640×480이라는 것은 가로×세로의 해상도를 나타내며 30플레임은 초당 30프레임으로 동영상이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만큼 동영상의 용량도 커지기 때문에 동영상 촬영을 생각한다면 512M 이상의 대용량 메모리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만약, 메모리가 충분치 않다면 상황에 따라 모드를 변경하여 촬영하는 것이 좋다.TV에서 감상하고 싶다거나 아이들이나 동물과 같이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동영상으로 촬영한다면 고해상도와 높은 프레임으로 촬영하는 것이 좋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640×480 15프레임으로 촬영해도 된다. 촬영한 영상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고 싶다면 3MB이하로 촬영해야 쉽게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최저 해상도와 최저 프레임인 320×240 15프레임으로 5초 정도로 짧게 잘라서 촬영해야 한다. 도움말:한국코닥 디지털영상사업부 ■ 디카리뷰-카시오 EX-S600 일본의 유명 가전 회사인 카시오에서 EX-S600이란 기종을 선보이며 콤팩트 디카가 지난해 말부터 한국 시장에 등장했다. 가장 얇고 슬림한 디자인, 예쁘고 다양한 색상 그러면서도 600만 화소대의 화질 등을 무기로 특히 여성 유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가격은 옵션에 따라 45만원부터 80만원대까지 형성돼 있다. ●얇고 예쁜 디자인과 첨단 성능 일단 S600이 눈길을 끄는 것은 슬림형 디카 중에서도 가장 얇고 빨강, 파랑, 은색 등 다양하고 예쁜 색상이다. 여성의 작은 핸드백 속에도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작고 얇은 디자인은 여성 유저들이 좋아할 만하다. 또한 600만 화소에 비구면 렌즈 등을 사용해서인지 사진의 화질이 생각보다 좋았다. 집에서 가족 사진 등을 찍는데 전혀 무리가 없을듯 하다. 또한 콤팩트 디카의 가장 큰 단점인 흔들림을 방지하기 위한 도 꽤 쓸 만했다. 셔터 스피드 1/10초에서 찍은 사진을 8배 확대해 봐도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는다. 카메라 기동 시간과 사진 저장 속도도 빠른 편이며 인물 촬영, 꽃 촬영, 석양 등 다양한 장면 모드가 있어 초보자들이 좀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배려도 눈에 띈다.S600의 또 다른 특징은 배터리 스테미나. 설명에는 한번 충전으로 300장을 찍어도 된다고 나와 있지만 고화질로 100여장을 찍었는데도 배터리가 한 칸도 떨어지지 않는 등 획기적으로 개선된 배터리가 마음에 든다.2박3일 여행이라도 배터리를 한번 충전하면 충분할 것 같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젭센코리아로 AS라인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직영 체제가 아니라 아직도 무엇인가 미비한 점이 있고 전용 크레들을 사용해야만 충전이나 컴퓨터와 연결이 되는 불편함도 있다. 또 카메라에 부착된 버튼이 간단해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려면 모두 메뉴로 들어가 조절을 해야 하고 가방에 넣고 다닐 때 쓸수 있는 가죽 케이스도 없는 등 사용자의 편의성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줄기세포는 없었다] ‘황우석 파문’ 중심에 선 인터넷 여론의 힘

    황우석 파문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는 인터넷의 힘이 컸다. 붉은 악마, 촛불시위, 탄핵사태 등으로 덩치를 불리던 인터넷은 마침내 ‘국익’의 이름으로 MBC와 PD수첩을 삼켜버렸다. 비판론과 자성론도 불거져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장점으로 살리자는 견해도 있다. 바로 ‘숙의(deliberative)민주주의’의 가능성이다. 숙의민주주의론의 문제의식은 사회가 전문화·관료화되면서 시민들의 참여가 점차 줄고, 이것이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숙의론자들은 ‘상식적인 시민들의 합리적 토론’에서 대안을 찾는다. 인터넷은 그 마당이 될 수 있다. ●인터넷은 ‘독’이다 강원대 홍성구 교수는 인터넷에 넘쳐났던 애국주의 열풍을 국민들 능력의 한계로 봤다. 그 무엇이든 흑과 백으로 갈려 이리저리 한쪽으로만 쏠리는 현상이 너무 역력했다는 것.PD수첩의 취재윤리 문제가 전부인양 떠들다가, 갑자기 이에 대한 얘기는 쏙 들어가버린 것을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직접적이고 즉각적이지만, 익명이기 때문에 무책임할 수밖에 없는 인터넷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기보다는 일방적인 주장만 남겨뒀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정작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다. 홍 교수는 “황우석 파문으로 드러난 문제들은 오랜 기간 심사숙고가 필요한 것들”이라면서 “이마저도 즉흥적 여론에 떠밀리면 황우석 파문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대중독재 개념을 냈던 한양대 임지현 교수는 황우석 파문을 성장지상주의에 매몰된 한국사회의 총체적 실패로 규정했다. 임 교수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젊은 과학도들이 활약했던 ‘브릭’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브릭 역시 기술적인 면에서만 접근해 과학적 절차가 이상 없으면 모든 게 다 괜찮다는 식의 결론으로 흐를 우려가 있었다.”면서 “그런 점에서 이들의 주장이 황우석팀의 ‘대한민국 원천기술’ 논리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과학으로 포장된 애국주의’에 매몰됐다는 점에서 네티즌들이나 전문가들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도 가능성은 있다 그럼에도 희망을 보려는 이들은 비관론이 너무 성급하고 일면적이라 생각한다. 매연이나 교통사고 등의 문제가 있지만 자동차를 쓰듯, 인터넷도 이런저런 문제가 있지만 어차피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는 것. 그렇다면 껴안고 가야지, 비판만 해서는 안된다는 반론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 마음껏 떠들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아주 낮은 수준이긴 해도 ‘언론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민주화의 진전을 뜻한다. 특히 황우석 파문처럼 어떤 특정 주제를 놓고 온갖 논의를 다 펼칠 수 있다는 것은 고대 민주정의 ‘광장’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황우석 파문을 둘러싼 네티즌들의 격렬한 논쟁은 이제 한국 사회에 ‘공중(public)’이 등장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이리저리 휩쓸려 다닐 뿐인 군중(mob)이나 대중(mass)이 아닌, 나름의 논리로 의사결정 과정에 참가하는 존재가 공중이다. 다만, 이제 막 등장하는 때다 보니 문제점이 먼저 크게 눈에 띌 뿐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보면 인터넷 그 자체보다 인터넷의 활용이 더 중요한 문제다. ●인터넷,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2004년 17대 총선 당시 포털사이트 토론방에서 이뤄진 네티즌들의 토론문화에 대한 이준웅(서울대)·김은미(연세대)·문태준(서울대) 3인의 공동연구논문이다. 당시는 탄핵사태에 이은 촛불시위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기에 인터넷 토론방은 친노·반노진영의 논객들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던 때였다. 이들은 논객의 신상정보 가운데 일부를 공개했을 때 리플(답글)이 더 많이 달리는 등 토론의 양이 증가했고, 중재자를 둘 경우 토론의 질이 높아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어떤 조건에서 쓰이느냐에 따라 인터넷이 숙의민주주의에 활용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얘기다. 이준웅 교수는 “인터넷도 하나의 문화라는 점에서 어떻게 가꾸어가야 할지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열린세상] 압축성장의 그늘을 넘어서/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역사란 어떤 의미에서 매우 정직하다. 지난 역사를 만들었던 정치적 결정과 인식체계는 반드시 특정한 현상이나 사건으로 현대사의 현장에 나타난다. 숨기고 싶어도 숨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황우석 교수의 시대적 희극, 혹은 비극에 묻어 있는 역사의 흔적은 무엇인가? 왜 황 교수는 그처럼 무모하게 논문을 조작하려 했으며, 한때 황우석 신드롬에 빠져 국민들이 보여줬던 열광적 환호의 인식적 정체는 무엇인가? 왜 황 교수는 대한민국의 원천기술 운운하며 끝까지 국민들을 자신의 논문조작에 공범으로 만들려 했던가? 새해 벽두의 허탈, 분노, 좌절감 이전에 이 사태의 현재적 성찰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황 교수 파문은 한국 근대화의 그늘이다. 압축성장의 신화에 매몰되었던 일그러진 우리의 자화상과 다름없다. 우리들은 성과 제일주의의 인식에 젖어 있었음을 자백하지 않을 수 없다. 윤리나 도덕, 정의의 문제는 한가로운 사치쯤으로 생각해 왔던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급속한 근대화는 물질적 풍요로움의 욕망을 키워왔다. 이른바 ‘대박의 꿈’으로부터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일확천금의 투기는 재테크의 신기(神技)로 변장하고, 모두들 “부자되세요.”라고 외치며 서로에게 대박의 최면을 걸고 있지 않은가. 황 교수의 연구에 국민들 대부분이 열광했던 것도 생명공학 관련 새로운 산업분야가 잭팟(jackpot)을 터트릴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가졌기 때문이다. 또한, 황 교수 사태에서 국익 우선주의가 지나치게 우리들 인식세계를 지배하고 있음을 본다. 세계화시대가 도래한다고 외쳐대면서 국가경쟁력과 관련된 것은 거의 무비판의 영역이 되어 왔다. 황 교수가 국민들을 후원군으로 삼고 비판의 칼날을 무디게 만들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도 그같은 국민정서가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맹목적 애국주의, 민족주의의 한 단면이다. 동시에 우리는 서구 선진사회에 대한 동경과 맹종이 여전히 우리의 의식세계를 포박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외국학술저널에 대한 맹신으로부터 황 교수 사태가 발단되지 않았다고 감히 누가 자신할 수 있으랴? 오늘날 한국의 대학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외국 학술저널에 목을 매고 있다. 외국 학술저널 게재 유무가 대학의 연구력 성과를 가늠하는 거의 유일한 기준이 되어버린 사회다. 황 교수 사태는 ‘자가발전’의 전형이다. 막무가내식의 자가발전을 비평없이 객관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세상을 살아 왔다. 아름다웠던 전통인 겸양지덕은 어느 틈엔가 실종된 것 같다. 혼자 잘났다고 떠벌리면서 언론매체를 통해 사람들의 눈과 귀를 선점하려 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자가발전이 통한다고 믿고 한층 조바심을 내면서 자신도 같은 패턴을 답습해나가는 보통 사람들의 인식구조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경쟁심리에 몰두해 있는가를 여실히 방증하는 사건이 황 교수 파문이다.“아무도 2등은 기억해주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주문(呪文)처럼 되뇌면서 한국인들은 오로지 앞으로만 달려가기를 요구받아 왔다. 경쟁이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경쟁만이 유일한 살 길이라는 참담한 의식에 우리가 너무 압도되어 있다는 말이다. 다투어야 한다는 의식, 남을 제치고 올라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우리 의식세계를 장악하면서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공동체 의식을 희박하게 만들지 않았는지 이제 심각하게 자문해 봐야 한다. 황 교수 사태는 압축성장의 그늘을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면서 자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지 않으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 만들기는 요원한 프로젝트로 남을 뿐이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 “고통스럽지 않게 죽어간다…” 美 탄광희생자 최후 메모발견

    미 웨스트버지니아주 톨먼스빌 탄광 매몰 사고로 목숨을 잃은 광부 가운데 몇명은 지하 갱도에 독가스가 차오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고통스럽지 않게 죽어간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전해져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탄광 감독으로 다른 12명의 광부와 함께 매몰된 마틴 톨레르 주니어(51)는 “저세상에서 모든 사람들을 보겠다고 전해줘. 그리 나쁘지는 않아. 난 그저 잠들고 싶어. 사랑해.”라고 적은 메모를 남겼다. 그는 평소 바지 주머니에 꽂고 다니던 보험가입 신청서에 볼펜으로 이같은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 30년 동안 탄광에서 마틴과 함께 일한 형 톰은 동생의 글씨가 “매우 가늘고 엉성하게” 쓰여 있는 점으로 미뤄 생명이 꺼져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메모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한 희생자 유족은 마틴의 메모 외에 최소 4개의 메모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희생자 프레드 웨어 주니어(59)의 시신에서는 메모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가족들은 함께 숨진 아버지의 동료들이 “당신 아버지는 고통을 받지 않았다.”라고 적은 메모를 남겼다는 말을 부검의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매몰된 광부 중 유일하게 목숨을 건진 랜들 매코이의 아버지는 아들이 생명을 건진 것은 숨진 동료들이 가장 젊은 아들에게 동료애를 발휘한 덕분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그는 숨진 광부들이 평소에 모두 형제처럼 지냈다며 2명의 어린 자녀를 둔 랜들에게 비상용 산소를 양보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美 매몰광부 11명 사망

    3일(현지시간) 한때 매몰된 광부 12명의 생존 소식이 전해졌던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톨먼스빌 탄광에서 이들 광원 12명 중 1명만 구조되고 11명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러나 구조된 1명 역시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지난 1일 폭발 사고로 광부들이 매몰된 지 41시간만인 이날 오후 한 구조팀 관계자가 광부 12명이 모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전했지만, 이는 구조본부와 교신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로 뒤늦게 확인됐다. 사망 원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CNN 등은 생존 소식이 전해져 잠시 환호했던 유족들이 3시간만에 사랑하는 가족의 생사가 뒤바뀌자 탄광회사들을 “위선자” “거짓말쟁이”라고 규탄했다고 전했다.워싱턴 DPA 연합뉴스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4) 차와 다식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4) 차와 다식

    싸늘한 바람이 매몰차게 흐르는 일지암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아랫마을에서 아들과 함께 비닐하우스에 키위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 한 할머니로부터였다.“시님 암자는 눈 피해 없능교. 우리는 올해 농사 다 망쳐부렀소. 이참에 열심히 허믄 농협 빛좀 갚을줄 알았는디. 하늘이 무심허게도 비닐하우스가 무너져부러갖고 키위가 다 얼어죽어부렀소.” 오로지 키위농사밖에 모르는 할머니다. 그 할머니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저녁 7시까지 비닐하우스에서 살다시피 한다. 비닐하우스는 그 할머니에게 희망이요 부처였던 것이다. 그런 비닐하우스가 엄청난 폭설로 인해 폭삭 주저앉아버린 것이다. 깊은 산속은 아직 눈이 지천으로 쌓여 있다. 인적은 끊어지고 바위틈에 훈기를 내뿜으며 졸졸 흐르는 유천만 살아있는 듯하다. 자연을 벗삼아 삶을 일궈가는 것이 이곳 남도인들의 살림살이다. 그래서 남도인들의 살림살이는 늘 유연하고 부드럽다. 그리고 그곳에는 인간의 향기가 뿜어내는 인정이 있다. 그런데 미친듯이 쏟아낸 눈덩이들이 그들의 살림살이를 공포로 바꾸어버린 것이다. 삶의 근본은 의식주다. 그중 가장 기본은 식이다. 식은 과거처럼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닌 당시대의 삶을 영위해갈 수 있는 하나의 문화기준으로서 작용한 지 오래다. 현실은 아직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 못하고 있다. 그같은 우리의 현실에 대해 어떤 선사는 이렇게 말했다.“여러분 지금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묵은해 새해 그런 거 다 필요없습니다. 본래 있지 않은 것이 시간이요 우리의 몸뚱어리인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묵은해니 새해니 가리지 말고 매일 매일 매시간 매시간 그자리에서 행복하게 일하며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입니다.” 새해가 밝았다. 올 한 해 산적한 우리의 살림살이는 또 어떤식으로 펼쳐질까 매우 궁금해진다. 그러나 가만히 되돌아보면 그 이전의 해도 작년도 삶을 운영하는 살림살이는 크게 달라져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단지 우리가 정해놓은 시간만 우리곁을 지났을 뿐인 것이다. 차 살림살이도 마찬가지다. 차인들의 살림살이 또한 매년 정해놓은 시간속에서 마치 쳇바퀴처럼 움직인다. 차인의 삶은 늘 자유롭고 풍성해야 한다. 차의 품성처럼 매일 매일 창조롭고 여유로운 살림살이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가꾸고 주변의 삶을 정화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살림살이 중 하나다. 우리의 차 살림살이 중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다식이다. 최근에 다식은 다담을 하는 곳에서 매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되었다. 여러 사람들이 모인 찻자리에서 다식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식의 근원에 대해 육당 최남선은 “다식은 다례의 제수요 다례는 지금처럼 면과로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는 점다를 하던 것인데 찻가루를 찻잔에 넣고 반죽하는 풍속이 차차 변하여 다른 식물질의 전분 등을 애초에 반죽하여 제수로 쓰고 그 명칭만은 원초의 잉전함이라는 말로서 수긍되는 말이다.”라고 적고 있다. 조선때 대표적인 실학자인 이익은 그의 명저인 성호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다식은 아마 송조의 대소룡단이 변한 것이리라. 차는 본래 전탕을 하는 것이지만 가례에는 점다를 한다. 점다는 찻잔에 다말을 넣고 탕수를 부은 다음 다적으로 휘젓는 것이다. 지금 제사에 다식을 쓰는 것은 점다의 뜻이지만 그 명칭만 남고 실물은 바뀌어 버린 셈이나 사람들이 송홧가루 등으로 어조화엽과 모양을 만들어 쓰는 것은 곧 용단이 변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해 다식의 근원은 병다에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다식은 과거의 찻자리에서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식은 주로 차를 마실 때 초탕과 재탕 사이에 먹으면 가장 적절하다. 차의 고유한 맛과 다식의 맛도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진한 다식은 차 고유의 맛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다식은 원재료의 고유한 맛과 꿀의 단맛이 잘 조화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또한 주재료에 따라 이름을 달리한다. 이를테면 소나무 가루의 고운 분말로 만들어내는 다식의 제일미로 치는 송화다식, 녹말다식, 흑임자다식 등 주재료에 따라 다식의 이름이 결정된다. 옛 문헌에서는 독특한 다식의 존재도 밝혀주고 있다. 전치 포육 광어 등 동물성 재료를 사용한 다식들이 등장하는 것이 그것이다. 전치 포육 등 동물성 다식들은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꿀과 물엿으로 반죽해 만든 것이 특징이다. 당시 차는 일반 민중들보다는 지배엘리트층에 의해 발전해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매우 귀한 음식이었던 육류다식은 그 찻자리의 상하를 논할 수 있을 정도였다는 것을 일깨운다. 차를 대표적인 음료로 애용하는 한국 중국 일본의 다식은 각각 나라마다 특성있게 발전해왔다. 먼저 중국의 찻자리에서 볼 수 있는 다식들을 살펴보자. 중국의 찻자리에서 볼 수 있는 다식은 주로 견과류다. 땅콩 해바라기씨 호박씨 수박씨 등 견과류가 흔하다. 이에 비해 일본은 과자류 다식이 매우 발달했다. 일본의 어느 찻자리에서나 다식은 등장한다. 어떤 찻자리는 너무 단 과자를 내놓아 차맛을 버린 적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일본의 찻자리에서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고유한 다식이 꼭 등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의 찻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과자류 다식은 무려 300여가지나 될 정도로 다양하다. 이에 비해 우리의 찻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식은 자연에서 채취한 곡류가 대부분이다. 밤가루 송홧가루 콩가루 녹말가루 참깨 콩 찹쌀 밀 등 곡식들을 빻아서 볶은 가루들을 꿀이나 조청 등으로 반죽해 무늬가 새겨진 다식판에 꾹꾹 눌러서 여러 가지 문양을 만들어낸다. 옛 기록에 의하면 송의 정위 채군모가 묘한 것을 생각해 내어 차떡을 만들어 조정에 바쳤는데 이것이 풍속이 되었다며 다식의 시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호사설에서는 “다식은 송조의 대소용단이 변한 것이며, 국가의 제천에 쓰였는데 본래는 제사에 점다를 쓰던 것으로 시작된 것이다.”고 적고 있다. 삼국유사에서는 “삼국시대에 찻잎가루로 다식을 만들어 제사상에 올린 데서 시작되었다. 밀가루를 볶아서 꿀 기름 청주에 반죽하고 이것을 익힐 때 모래를 깐 기왓장에 담아 기왓장으로 뚜껑을 해서 익힌다.”고 적고 있다. 이같은 사실을 돌아볼 때 다식은 채군모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우리도 삼국시대부터 아주 귀한 찻자리의 음식으로서뿐만 아니라 나라의 중요한 제사를 지낼 때도 사용되었던 고유의 음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약용은 아언각비에서 “다식을 세상에서는 인단이라고 하는데 밤 참깨 송홧가루를 꿀과 반죽하여 다식판에 넣어 꽃잎 물고기 나비모양으로 박아낸 것이다.”며 현대에 들어 사용하고 있는 다식판의 문양들이 어디부터 유래했는지를 알게 한다. 우리의 다식은 매우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지혜로운 조상들의 삶이 풍요롭고 여유로웠음을 알게한다. 다식에 복을 기원하는 수·복·강·녕 같은 글자를 비롯하여 수레바퀴 당초 국화 꽃 등을 집어넣었을 뿐만 아니라 오행을 나타내는 오색다식을 썼다. 이것은 다식 하나에도 삶의 건강과 풍요를 기원할 뿐만 아니라 다식을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함께 행복을 나누는 상생과 조화의 질서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다식의 종류를 살펴보자. 우리의 대표적인 다식은 쌀다식 밤다식 녹말다식 콩다식 승검초다식 생강다식 용안육다식 송화다식 등이 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건강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며 찻자리의 품위를 높여주는 송화다식이다. 본초강목에서는 “송화는 맛이 달고 온하며 독이 없다. 심장과 폐를 부드럽게 하고 기운을 늘려주며 풍을 제거하고 지혈을 시킨다. 또한 송홧가루는 공기주머니가 두개가 있어 산소공급의 효과가 매우 커서 다쳐서 피가 나거나 화상을 입었을 때 그 가루를 바르면 지혈효과가 있다.”고 적고 있다. 오월초순부터 피기 시작하는 솔꽃을 받아 꿀에 반죽해 다식판에 찍어낸 송화다식은 궁중의 잔칫상에는 필수음식으로 올랐을 뿐만 아니라 민가의 제사상에도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송화다식은 다식판을 특히 깨끗하게 하여 노란색이 곱게 되도록 해야 예쁜색의 다식을 만들 수 있다. 이밖에도 쌀로 밥을 지어 말린 후 노릇하게 볶아 곱게 빻아서 체로 쳐서 여기에다 꿀과 소금을 넣고 잘 반죽한 쌀다식, 밤을 삶아 속껍질까지 벗긴 다음 곱게 찧어서 체로 치고 여기에 계핏가루 유자청 꿀을 섞어 반죽한 밤다식, 짙은색의 오미자 물을 만들어 준비해둔 녹말가루에 오미자 물과 꿀을 석고 잘 반죽한 녹말다식 등도 찻자리를 풍성하게 하는 우리의 대표적인 다식들이다. 다식과 어울리는 차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아무 찻자리나 다식을 내놓는 것은 큰 결례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백차와 어울리는 다식으로는 맛이 강하지 않은 과일로 만든 푸딩종류가 잘 어울린다. 백차의 담백한 맛과 푸딩의 싱그러움이 절묘하게 조화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표적인 차인 녹차를 마실 때에는 송화다식 깨다식 콩다식 등이, 황차에는 땅콩이나 호박씨 깨로 만든 강정이 잘 어울린다. 청차 우롱차에는 콩다식과 양갱 등이, 홍차에는 달콤한 쿠키나 케이크가, 흑차에는 육포나 과일 등으로 만든 전과류나 떡 과일의 씨앗 등을 곁들이면 차맛이 훨씬 더 향긋하게 느껴진다. 다식은 찻자리를 풍요롭게 한다. 차는 근본적으로 나눔과 편안함을 던져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매일 매일 스트레스에 쫓기며 사는 현대인들은 찻자리에서 자신의 영혼을 쉬게 해줄 줄 알아야 한다. 부글부글 끓는 찻물소리 그리고 푸른 망망대해 같은 푸른 찻물, 내 코를 지나 내 영혼마저 감싸안는 싱그러운 차향을 통해 지쳐버린 심신을 놓아버려야 한다. 그리고 그 각박함을 채워주는 다식 한 조각은 또 얼마나 나를 풍요롭게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차 한잔의 미학은 온 우주의 주인으로 나를 탈바꿈시킬 수 있는 마력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차를 마시는 이들은 알아야 한다. 그 마력 속에는 오늘을 살아가는 자신의 삶의 건강성이 담보되어 있다는 것 또한 알아야 한다. 일지암 암주 ■ 다채로운 문양 찍어내는 다식판 얼마전 광주에 있는 한 찻자리에 참석했다. 겨울인지라 따뜻한 병차가 준비되어 나왔다. 정갈한 찻자리에 다소곳하게 놓여있는 것은 빨강 파랑 노랑의 송화다식이었다. 늦봄과 초여름에 청결한 산을 찾아 송홧가루를 모으는 일은 마치 개미가 자신의 식량을 저장창고로 나르는 것 같은 고된 노동을 하는 것과 같다. 그 찻자리의 주인은 그런 소중한 송화다식을 10명 정도 되는 차인들에게 나누어준 것이다. 그 찻자리 주인의 정성과 깊은 마음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찻자리를 만드는 차인들에게 다식을 준비하는 것은 매우 많은 시간과 정열을 필요로 한다. 그 다식들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바로 다식판이다. 그러나 그 다식판을 많은 사람들은 떡판으로 오해하고 있기도 하다. 다식판은 길쭉하고 단단한 나무조각의 위아래에 다식모양을 파낸 것과 한조각에 구멍을 파낸 것도 있으며 각재에 원형 화형 물고기 등을 음각으로 파낸 하나의 판으로 된 것도 있다. 다식판은 양각판 돌출부에 음각된 전통건축이나 한복에 쓰이는 무늬와 비슷한 복을 기원하는 수복강녕 같은 글자를 비롯하여 수레바퀴 당초 국화 꽃 완자무늬 연꽃무늬 물고기 문양 등 그 조각의 모양이 매우 정교하고 아름답다. 옛날에는 그 무늬만 봐도 누구의 집에서 만든 다식인 줄 알만큼 중요한 것 중 하나였다. 다식판은 대를 물려 사용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지 않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다식판의 존재는 차 문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찻자리가 단순히 차를 음용하는 수준을 넘어 인격과 인격이 만나 향기를 나누는 소중한 자리인 것이라는 점이다. 손수 차를 끓이고 그 차를 마시며 다식을 먹는 것은 긴 시간동안 차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가라앉히고 마주한 손님과 삶의 지혜를 나누는 교감의 자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 다식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잘 모른다. 진정한 차인이라면, 또한 차와 함께 다식을 즐길 수 있는 차인이라면 다식을 만들어낸 그 찻자리의 주인에게 매우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감사하는 마음이란 그 찻자리에 대한 공경과 하심하는 마음자리를 그대로 내보여주는 것에 다름아니다. 그것이 차와 다식이 주는 또다른 미학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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