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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창중 파문] 국제 망신에 은폐·축소 의혹… 靑홍보수석 윗선 ‘책임’ 가능성도

    [윤창중 파문] 국제 망신에 은폐·축소 의혹… 靑홍보수석 윗선 ‘책임’ 가능성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청와대 홍보라인 책임자인 이남기 홍보수석의 사의로 1차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의 귀국 배경을 둘러싸고 은폐 또는 축소 의혹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이번 사건의 ‘책임 주체’가 이 홍보수석 윗선으로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이 주장한 허태열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들의 총사퇴와 청와대의 전면 개편은 정치공세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만, 국제적 망신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예상보다 거세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청와대는 당초 박근혜 대통령의 귀국일인 지난 10일 밤 10시 30분 윤 전 대변인의 직속상관인 이 홍보수석을 내세워 사과하는 것으로 상황을 수습할 수 있다고 안이하게 판단했다. 하지만 회견 직후 윤 전 대변인의 성 추행 및 중도 귀국에 대한 모호한 해명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부적절한 문구가 포함되면서 오히려 강한 역풍을 맞았다. 여기에 사건 당사자인 윤 전 대변인이 11일 자신의 중도귀국이 ‘이 홍보수석의 종용’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청와대 내부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국민들의 눈에는 눈꼴 사나운 책임전가 싸움으로 비친 것이다. 허 비서실장이 12일 직접 대국민사과에 나선 것은 이번 사태의 불똥이 박 대통령에게로 튀는 상황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의 ‘입’인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에 이어 책임소재와 관련된 참모들 간의 진실게임으로 인한 파문의 여파가 박 대통령에게로 미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청와대 내에서는 마지노선 격인 허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는 것이 오히려 박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반대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허 비서실장은 이 홍보수석의 사의를 받아놓은 데 이어 자신과 수석 등 참모진이 물러날 수도 있다는 각오로 배수진을 치고 기자회견에 임했다는 것이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다만 이 홍보수석의 사의를 받은 시점이 이 홍보수석의 대통령에 대한 사과 회견에 이은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 그리고 이 홍보수석의 반박 발언 등으로 여론이 더욱 악화된 이후라는 해석도 나온다. 허 비서실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미 당사자에 대한 즉각적인 경질이 있었지만 추후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숨기지도, 감싸지도, 지체하지도 않겠다”고 밝혀 경찰의 수사결과 등에 따라 추가적인 인책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중도귀국 논란 등과 관련해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서게 된 이 홍보수석의 사의 표명 사실도 공개하면서 사퇴 여부는 “인사권자(대통령)가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허 비서실장은 “이 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서 심히 마음 상하신 점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만큼 무조건 잘못된 일로서 너무나 송구하고 죄송스러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허 비서실장은 이날 4분 25초간 회견을 하면서 ‘송구’, ‘죄송’, ‘사죄’, ‘사과’라는 단어를 6차례 사용했고 회견을 시작할 때와 사과문 발표 직후, 연단에서 내려온 직후까지 3차례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건의 책임 논란을 홍보수석 사의와 비서실장의 사과 선에서 매듭지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기자회견 일문일답

    윤 전 대변인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어제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 수석은 “(윤 전 대변인이) 청와대로 돌아가기 전 본인과 상의 안했다. (윤 전 대변인이) 전광삼 행정관과 논의 후 혼자 결정했다”고 한다. 진실이 엇갈린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이 수석이 제게 상황에 대해 물어본 적도 없고 그 짧은 기간에 설명할 기간도 제게 주지 않은 상황에서 그렇게 얘기한 거다.” -이 수석에게 아내가 아프다는 이유를 댔다는데. “저는 진실만을 오직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법의 처벌을 달게 받겠다. 저는 제 처가 몸이 아파서 귀국하겠다고 이렇게 말을 한 적이 없다.” -문화적 차이일 뿐 성추행은 아니라는 얘기인가. “문화적 차이로 인해서 그 가이드에게 상처를 입혔다면 거듭 이해해 달라, 그리고 사과드린다는 말씀을 드렸다. 저는 성희롱이나 성추행이나 어떤 성적 의도를 갖고 행동하지 않았다.” -미국 경찰 조사하러 왔을 때 거부했다는데. “저는 미국 경찰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지 않았다.” -이 수석이 서울로 가 있으라고 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전광삼 행정관 얘기로는 미국에서 조사받는 방법, 한국에서 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니 윤 전 대변인이 선택했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미국에 남아 제가 잘못이 없는데 제가 조사를 하고 매듭을 지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렇게 저는 주장했다. 이 수석은 성희롱이라고 하면서 그런 것은 설명해도 납득이 안 되니 대통령 방미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빨리 떠나야 한다고 지시했다.”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당일 아침에 노크해서 나갔다고 했다. 의복 상태는. “제가 가이드인지도 몰랐고 노크 소리에 혹시 무슨 발표인가 하는 황망한 생각 속에서 제가 얼떨결에 속옷차림으로 갔다. 그것도 제 불찰이다.” -이 수석에게 돌아가는 게 낫겠다는 전화를 받은 게 몇 시인가 처음으로. “경제인 조찬 간담회가 끝난 직후인 오전 9시 5~10분이다.” -문화적 차이라고 했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행동이 용납되나. “용납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문화적 차이인가. “그때 사과를 했어야 한다. ‘잘못했구나’라는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도 제 불찰이다.” -속옷차림이었나, 알몸이었나. “속옷차림이었다.” -(미국 경찰로부터) 조사받을 용의는. “…” 정리 온라인뉴스팀 iseoul@seoul.co.kr
  • [사설] 與野, 기부 가로막는 조특법 개정 서두르길

    기부를 가로막는 조세특례제한법 재개정이 지지부진하다. 기부를 많이 하면 오히려 세금폭탄을 맞도록 하는 시대역행적인 조특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졸속 처리된 지 다섯달째다. 그럼에도 국회는 원상복구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행여 자신들의 착오를 새까맣게 잊어버리지나 않았는지 의구심이 든다. 민주당 원혜영 의원과 시민단체들이 그제 토론회를 갖고 조특법 재개정을 촉구한 것도 그런 답답함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여야는 조특법 재개정을 결자해지 차원에서 매듭짓기 바란다. 현행 조특법에서는 지정기부금이 의료비·카드사용금액 등을 합해 2500만원을 넘으면, 기부금을 아무리 많이 내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도록 제한했다. 정부의 법안 개정 명분이 아예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국가·지방자치단체·학교·병원·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내는 법정기부금은 종합한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이런 기관을 활용하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2500만원 소득공제 한도를 넘는 기부자는 연 소득이 1억원 이상의 고소득자여서 중산층 기부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세계 15위지만 기부지수로는 45위에 머무르고 있다. 아직도 기부에 인색한 풍토다. 까닭에 정부 입법의 취지를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조특법은 기부문화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고소득자라고 해서 기부하려는 길을 굳이 막을 필요가 있을지 묻고 싶다. 종교단체 기부의 불투명성은 성직자 과세 등의 방법으로 보완하면 될 일이지, 기부의 손길을 위축시키는 방식으로 해결할 이유는 없다. 돈 많은 사람의 기부에 세금을 떼먹으려는 게 아니냐고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것도 온당치 못하다고 할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조특법 재개정으로 5년간 4458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세수 부족이 우려되는 마당에 정부·여당은 조특법 손질에 나서고 싶지 않은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대로 두면 연말정산 때 기부자들에게 세금폭탄은 불 보듯 뻔하다. 누가 세금폭탄을 맞으면서까지 기부를 하려 들 텐가. 여야는 조특법 재개정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차일피일 미루면 기부문화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대체휴일·재정건전화 방안 등 대립 민주당 거부로 추경심사 파행…임시국회내 국회통과 어두워져

    대체휴일·재정건전화 방안 등 대립 민주당 거부로 추경심사 파행…임시국회내 국회통과 어두워져

    여야는 1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예산안조정소위(이하 소위)를 이틀째 가동하며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계속했지만, 오후 들어 민주통합당의 심사 거부로 정회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안전행정위, 정무위도 각각 대체휴일제 도입, 가맹점 사업법 개정안을 놓고 샅바싸움을 계속했으며 이로 인해 추경안 심사가 아예 취소되거나 지연됐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회기 내 추경안 처리를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경제민주화법 매듭 및 재정건전화 방안을 추경안과 연계시킬 뜻을 내비침에 따라 3일 또는 6일 본회의 처리 전망은 한층 어두워졌다. 소위는 이날까지 11개 상임위 중 국방위와 보건복지위, 산업통상자원위, 국토교통위, 미래위 등 6개 상임위 소관 추경안 심사를 완료했다. 그러나 안행위는 대체휴일제 도입을 놓고 여야 간 대립이 거듭되면서 추경안 심사를 시작하지도 못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안행위 새누리당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예결위원장이 기일을 지정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상임위 심사를 건너뛴 채 정부안만으로 소위 심사를 진행해야 할 판”이라고 답답해했다. 기획재정위도 민주당이 재정건전화 방안을 추가 요구하며 추경과 연계시킬 뜻을 밝히면서 추경안 심사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민주당 소속 기재위원인 설훈 의원은 “추경 자체가 규모나 정당성 면에서 적절치 않아 논의를 할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정무위는 경제민주화법인 가맹점사업법에 “허위·과장 및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3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신설하자”는 민주당 측의 안을 놓고 격론을 거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우선 추경안만 전체회의로 넘겼다. 민주당은 오후 들어 정부에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을 요구하면서 심사 거부를 선언했다. 예결특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비과세 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소득세 최고세율구간 인하 등 정부 방침은 추경 추진 당시와 단 한 줄도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소위 위원인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은 “민주당이 당장 하반기 경기회생, 일자리 창출과는 무관한 사안으로 꼬투리를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소위 심사에서는 환경노동위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긴급 구제 예산과 보건복지위의 어린이집 지원 예산을 각각 50억원과 23억원씩 추가 편성했다. 미래창조기획부 예산 심의 때는 이상득 전 의원의 지역구(경북 포항) 관련 ‘형님예산’ 논쟁이 재연됐다. 포항 지역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에 대해 정부는 추경안 50억원을 더한 1350억원의 예산안을 제출했다. 미래위는 300억원 감액 의견을 올렸지만 여당은 “창조경제의 시발점이 되는 사업”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에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형님은 망해도 10년은 간다. 형님 흔적이 대단하다”고 꼬집었다. 결국 이 사업은 300억원을 감액하되 연관사업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 증액 심사와 연계 검토키로 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40대男,여자옷 입고 침대서 목졸려

    40대男,여자옷 입고 침대서 목졸려

    #사례1 2004년 서울 40대男 K의 방 여자 옷을 입은 채 자기 침대에서 사망한 K의 입에는 여성용 스카프가 잔뜩 들어 있었다. 엄청난 양이었다. 목에는 여러 곳에 끈 자국이 선명했다. 개목걸이와 스카프 자국들이 얼기설기 뱀이 똬리를 튼 형상으로 엉켜 있었다. 무언가에 목이 졸렸다는 증거다. 무릎과 두 발도 스카프로 묶여 있었다. 외부 침입의 흔적은 없었지만, K의 가족들은 타살을 의심했다. 시신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겨졌다. 부검대에 오른 그의 얼굴 주변과 장기에는 피가 흐르지 못하고 뭉친 울혈이 보였다. 안구와 눈꺼풀 사이, 결막과 폐에는 내출혈로 생기는 좁쌀 같은 일혈점(溢血點)이 나타났다. 모두 질식사에서 관찰되는 소견이었다. 국과원은 그의 죽음을 자살도 타살도 아닌 ‘사고사’로 결론지었다. #사례2 2009년 태국 방콕 A호텔 영화 ‘킬빌’에서 주연 악역 배우로 출연했던 미국 배우 데이비드 캐러딘(72)이 숨진 채 발견됐다. 호텔 청소원이 발견했을 때 그는 옷장에 밧줄로 목을 맨 상태였다. AP 등 언론은 일제히 ‘자살’ 보도를 쏟아냈다. 하지만 태국 경찰은 “스스로 목을 맨 건 맞지만 자살은 아니다.”고 했다. 방콕 경찰청 오라퐁 시프리차 수사팀장은 “알몸이 끈에 묶여 있는 등 정황으로 볼 때 자살했다기보다는 스스로 성적인 행위를 하다 잘못돼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타살 의혹을 제기하며 미 연방수사국(FBI)에 재조사를 의뢰했다. 2차 부검을 마친 미국 법의학 전문가는 “타살 흔적도, 발버둥친 흔적도 없다.”며 태국 경찰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스스로 목맸지만 자살이 아니다? 스스로 목을 맸지만 자살은 아닌 해괴한 죽음. 법의학계에서는 앞선 두 사람의 죽음을 ‘자기색정사’(自己色情死·Autoerotic death)라고 부른다. 다소 민망한 이 말은 성적 쾌감을 느끼려고 스스로 끈이나 비닐봉지, 심지어 전기장치 등을 이용해 뭔가를 하다 사고로 죽는 것을 말한다. 가장 흔한 방법은 K처럼 스스로 목을 조여 순간적인 질식을 유발하는 것이다. 목을 조였던 줄을 푸는 타이밍을 놓치면 그대로 끝이다. 머리에 비닐주머니나 방독면 따위를 쓰기도, 두꺼운 테이프로 자기 입과 코를 틀어막기도 한다. 머리 전체를 밀폐된 작은 공간에 집어넣는 일도 있다. 모두 가벼운 질식을 유발하기 위한 방법이다. 법의학계에 따르면 뇌에 공급되는 산소가 감소하는 순간 몸에는 가벼운 두통과 함께 현기증 또는 꿈을 꾸는 것과 같은 들뜬 기분이 나타난다. 일부 사람들은 이런 미묘한 변화에서 행복감이나 성적 만족을 느끼게 된다. 여러 해 전에 남자 청소년들 사이에 서로 목을 조르거나 손가락으로 경동맥을 눌러 잠시 혼절시키는 ‘기절놀이’가 유행한 적이 있다. 같은 원리다. 이런 행위를 즐기는 사람들은 순간의 쾌락이 영원히 자신의 숨통을 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런데도 여기에 탐닉하는 것이다. 일종의 성도착증이기 때문이다. 자기색정사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자살이나 타살로 둔갑하는 경우다. 만일 타살로 분류되면 없는 범인을 잡기 위해 경찰 수사 인력이 불필요하게 낭비된다. 반대로 자살이 되면 가족들은 사고사로 인정받지 못해 생전에 든 보험금을 못 타게 된다. ●美 한해 최대 500명 불명예 사고사 자기색정사인지를 가리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게 현장 조사다. 우선 사망자들은 신체의 일부, 특히 손을 묶는 경우가 흔한데 그 결박이 죽은 사람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구조인지 아닌지의 판단이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 성적 파트너에 의해 행해졌을 수도 있다. 매듭은 복잡해도 혼자 묶을 수 있는 형태가 있고, 단순해도 혼자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모양이 있어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사고 현장의 공통점은 대부분 시신이 격리되거나 고립된 자기방, 다락, 지하실 등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문은 대개 안으로 잠겨 있다. 시신은 성기를 드러내거나 옷을 벗은 채로 발견된다. 남성은 여성의 옷차림을 한 경우가 많다. 복장 도착증 때문이다. 시신 앞에는 도색 잡지가 널브러져 있기도, 거울이 놓여 있기도 하다. 쾌락을 극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준비물이다. 10~30대 남자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여자들도 있다. 국과원의 한 법의관은 “특히 여성일 경우 현장만 보면 타살과 유사한 정황이 연출되기 때문에 초동수사에 혼란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특이한 방법으로 욕정을 풀다 사고사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미국에서는 매년 최대 500명이 자기색정적인 행위로 사망한다는 보고가 있다. 하루 1.4명꼴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정확한 통계가 없다. 자기색정사에 대한 현장의 감이 떨어져 정황을 놓치는 일도 있지만 유가족이 고인에게 누()가 된다는 생각에 진상을 덮고 보려는 경우가 많다. 10년차 법의관은 “가족들은 고인이 성적 만족을 찾다가 죽은 것으로 알려지기보다는 그냥 자살을 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반기는 편”이라면서 “마지막까지 곱게 보내고 싶은 것이 가족의 마음이라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개성공단 체류인원 전원 철수] ‘국민 신변안전이 최우선’ ‘남북관계 주도’ 朴대통령 의중 담겨

    [개성공단 체류인원 전원 철수] ‘국민 신변안전이 최우선’ ‘남북관계 주도’ 朴대통령 의중 담겨

    정부가 26일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우리 측 근로자 175명의 전원 철수를 결정한 것은 우리 국민의 ‘인질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우선 털고 가자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북한의 행동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이날 오후 개성공단에 대한 중대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한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개성공단 사태가 해결되기를 무작정 기다리기에는 희생이 너무 크다”고 밝힌 데에는 이제 주도적으로 남북관계를 이끌어가고 싶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개성공단 내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비축된 식자재가 떨어져 우리 측 근로자들이 라면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이 문제를 어떻게든 매듭지어야 한다는 절박감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지 입주기업 주재원의 인도적 사항도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는 판단에서 결정을 한 것”이라며 “국민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는 게 정부의 기본 책무라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이 개성공단 폐쇄의 수순 밟기라는 뉘앙스를 주지 않기 위해 고심한 흔적도 묻어난다. 정부는 ‘개성공단 전원 귀환 권고’가 아닌 ‘귀환 결정’으로 강제성을 부여했지만 ‘철수’가 아닌 ‘귀환’이란 말을 써 우리 측 근로자들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놨다. 개성공단에 대한 단전·단수를 추가적으로 선언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성공단 재가동 여지까지 닫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날 중대 조치를 언급하며 실무회담을 제의할 때부터 정부는 이미 개성공단 우리 측 근로자의 철수를 위한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북한에 대화 제의를 하기 하루 전인 지난 24일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을 발표한 것도 입주기업 달래기 차원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린 시간표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개성공단 실무회담 제의가 근로자 철수를 위한 ‘명분 쌓기’였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부는 북한의 답변 내용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무응답 또는 대화 제의 거부로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대응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일단 한 발짝 비켜선 모습이다. 우리 정부를 맹비난하기는 했지만 사죄를 요구하지도 않았고,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욕설을 퍼붓지도 않았다.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에서 ‘중대 조치를 취하겠다’가 아니라 ‘취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우리 정부의 조치를 보면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북한은 담화 첫 문장에서 “남조선 괴뢰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우리가 먼저 단호한 중대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국내 보수단체들의 ‘삐라’(전단) 살포 행위, 자신들의 최고 존엄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비방 행위를 거듭 비난했다. 바꿔 말하면 우리 측이 이 문제에 대한 성의 있는 태도를 보여주면 개성공단 문제 해결에 나설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개성공단의 운명은 위태로워졌지만, 아직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향후 개성공단 폐쇄 여부를 결정지을 공은 대북정책의 새판 짜기를 시작한 박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韓 농축·재처리 권리 요구에 美 난색… 이견 커 일단 ‘시간 벌기’

    한국과 미국이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의 ‘뇌관(개정)’은 놔둔 채 시한폭탄의 ‘타이머’만 조정하는 것으로 이견을 봉합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18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종료된 원자력협정 개정 제6차 본협상에서 최종 합의 도출에 이르지 못하면서 내년 3월 만료되는 협정 종료 시한을 2016년까지 2년 연장하는 잠정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모두 확연하게 이견차가 큰 상황에서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현실이 감안된 셈이다. 미측이 시한 연장을 먼저 제시했지만 양국 모두 충분한 협상 시간을 확보하는 게 유리하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19일 “협정 시한을 연장할지에 대한 협의가 완결된 것이 아닌 만큼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며 “기술적인 세부 조율 내용이 많아 정부내 관련 부처 협의를 거쳐 여러 방안 중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원자력산업 태동기인 1974년 미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체결된 ‘일방적인 협정’을 호혜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세계 5위 원전 강국임에도 우라늄 농축 권리가 없는 불합리한 현실의 개선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016년 고리 원전, 2018년 월성 원전 등 국내 23기(중수로 4기, 경수로 19기)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 용량이 포화 상태에 돌입해, 미측에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등 핵 에너지 주권 확보도 역설했다. 미국은 한국의 농축 및 재처리 권리를 인정하면 현재 원자력협정을 협상 중인 베트남,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뿐 아니라 북한과 이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 ‘핵 도미노’ 우려를 경계해왔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하며 국제적인 비확산 기조를 핵심 대외 정책으로 고수하는 상황에서 북핵 국면에도 나쁜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명분까지 더해져 우리로서는 최악의 협상 환경이었다. 박근혜정부의 첫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시한 연장으로 매듭짓게 되면 양국 모두 원자력산업과 비확산의 균형점을 찾는 데 부심할 것으로 보인다. 원전 수출력 강화를 위한 저농축 우라늄 권리 확보와 핵무기 개발을 우회하는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연구의 협정 개정 등에 초점을 두는 협상 전략을 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원전 16기 추가 건설 계획에 대한 재검토와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 시설 확보, 해외 우라늄 농축시설 지분 매입 등의 현실적 대안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협정 시한 연장에 따른 국내 반발도 증폭될 수 있다. 현 협정이 1974년 개정 후 주한미군 주둔지위협정(SOFA)과 함께 대표적인 불평등 협정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은 데다 그동안 5차례에 걸쳐 협정 개정을 미측에 요구했지만 미국의 반대에 번번이 무산됐다. 미국의 태도에 대해 핵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인식도 적지 않다. 문제는 만료 시한이 연장되더라도 미국이 향후 비확산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을 감안해 양국 정부가 ‘폭탄돌리기’를 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궁금하던 국악, 입문 강좌 열려

    궁금하던 국악, 입문 강좌 열려

    국립국악원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소극장 풍류사랑방을 새로 개관하고 국악 전문 강좌 ‘국악 아카데미’를 신설했다. 국악 아카데미는 ‘진짜 재미있는 국악 이야기’를 주제로, 국악과 인문, 생애사, 무용, 치유 등 다양한 소재와 결합한 융복합 국악 강좌로 꾸몄다. 일반 강좌는 5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정도 국립국악원 소극장 풍류사랑방에서 분야별 전문가의 집중 강의와 토론 형식으로 열린다. 유은선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의 ‘국악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감상 에티켓’으로 입문 강좌를 시작한다. 김영운 한양대 교수의 ‘전통음악의 바른 이해’(인문), 이진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자연을 담은, 자연이 만든 한국의 악기’(국악기), 원일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의 ‘시간과 공간의 소리 매듭, 장단’(장단), 임미선 전북대 교수의 ‘세계가 인정한 왕가의 음악’(정악)이 이어진다. 최상일 MBC PD의 ‘삶의 희로애락을 풀어내는 우리 소리’(토속민요), 이용식 전남대 교수의 ‘서민의 한과 흥이 담긴 기악과 성악’(민속음악), 김영동 서울예대 교수의 ‘생명의 소리, 힐링 국악’(국악치유),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장의 ‘명인의 인생과 예술의 뒤안길’(생애사), 김삼진 한예종 교수의 ‘나를 춤추게 하는 이유’(무용)를 들을 수 있다. 7월 9일 마지막 강의 뒤에는 수료식을 열고 수강생을 위한 작은 음악회도 열 계획이다. 30일 오전 10시 30분에는 특별강좌 ‘박칼린의 국악 이야기’를 준비했다. 수강 신청과 운영에 대한 사항은 국립국악원 누리집(www.gugak.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별강좌(130명)와 일반강좌(50명) 수강생은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수강료는 10만원(10개 강좌). (02)580-3351.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명사가 걸어온 길] 평생을 민중의 아이콘으로 살다 백기완(상)

    [명사가 걸어온 길] 평생을 민중의 아이콘으로 살다 백기완(상)

    백기완(80)은 거리에 있었다. 1973년 유신헌법 개정 투쟁 때도,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때도 그는 늘 대오의 맨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지금도 거리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서울 중구청이 대한문 앞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분향소를 철거할 때도 백발의 백기완은 새벽같이 나와 천막을 지켰다. “피눈물 흘리는 사람들의 몸부림이 있는 곳이 나의 삶터”라고 말하는 백기완. 스스로 “늙었다”고 말하면서도 세상에 호통치고 노래 부르기를 멈추지 않는 그는 여전히 젊다. 백기완의 삶과 예술을 두 차례에 나눠 싣는다. 백기완을 거리로 이끈 것은 가난과 분단이었다. 1933년 황해도 은율 산자락에서 태어났다. 땅 한 뼘 갖지 못한 아버지는 돈이 없었다. 배가 고팠다. “돼지기름 덩어리 한 조박(조각의 황해도 사투리)을 날로 먹는 것이 어릴 적 꿈이었다”고 회고할 정도다. 일제의 잔학한 수탈이 계속되던 때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왜놈들이 집에 와서 놋그릇을 뺏어갔어요. 쌀도 뺏고 밥그릇도 뺏고, 나도 울고 엄마도 울고. 그런데 엄마가 그만 울래요. ‘사내 새끼가 자꾸 울면 키가 안 큰다. 어서 커서 엄마 원수를 꼭 갚아 달라’고. 그때부터 민족의식이 싹 텄던 것 같아요.” 1946년 백기완은 아버지를 따라 맨발로 서울에 왔다. 도시는 냉정했다. 설렁탕 집에서 일을 하다가 “식은 밥을 너무 많이 먹는다”는 이유로 쫓겨났다. 그에게 서울은 “주먹으로도 안 되고 참아도 안 되고 울어도 안 되는 곳”이었다. 가진 게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저항심리가 그에게 민중 의식을 심어줬다고 했다.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다. 학교는 꿈도 못 꿨다. 충무로 책방에서 주인 몰래 영어 사전을 외우다 쫓겨나기를 거듭했다. 그의 할아버지(백태주)에게서 항일투쟁 때 도움을 받았던 백범 김구(1876~1949)와 임시정부의 외무부장을 지낸 조소앙(1887~1958) 선생이 학교에 보내겠다고 했지만 아버지는 마다했다. 아버지는 “백범에게 밥을 얻어먹으면 백범 같은 사람밖에 안 된다. 깡패가 되든 거지가 되든 혁명가가 되든 혼자서 크라”고 했다. 1950년 전쟁으로 나라가 찢어졌다. 어머니는 여전히 은율에 있었다. 남쪽에서 참전한 작은형은 “북쪽에 계시는 어머니를 겨냥해서는 단 한 방도 쏠 수가 없다. 그래서 하늘에 대고만 빵빵 쏜다”는 편지를 남기고 전장에서 숨졌다. 형의 유해를 찾으러 강원도에 갔다가 사격을 당해 죽기 살기로 뛰었다. 뛰면서 다짐했다. 언젠가 나라의 허리를 내 손으로 잇겠다고. 전쟁이 끝났다. 국토는 폐허였다. 백기완은 ‘나라가 온통 퇴폐와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고 여겼다. “우리 생명을 심자”며 젊은 날을 나무심기와 농민운동에 바치기로 했다. 1953년부터 꼬박 7년. 그때는 불덩어리 같았다고 했다. 젊은이들의 주머니를 털어 100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다. 뜨거운 청춘이 되살아나는 듯 백기완은 인터뷰를 멈추고 거친 목소리로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불렀다. “바라보라 붉은 산 햇빛에 탄다/ 저 산을 푸르게 마음도 푸르게/ 저 산을 푸르게 조국도 푸르게/ 영치기 영치기 영차차 영치기 영차차/ 영치기 영치기 영차차 영치기 영차차 우리는 선봉이다 자진녹화대” 100만 그루의 나무는 이 땅에 생명이 되었을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이승만 독재가 강화되면서 그는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했다. 싸움은 반 세기 넘게 이어졌다. 그는 ‘가대기 형(兄)’ 이야기를 했다. “가대기 형은 서울역에서 막일하던 지게꾼이었어요.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그냥 가대기 형이라고 불렀어요. 싸움을 잘했지만 주먹쟁이는 아니었어요. 내가 가난한 친구들이랑 주먹다짐을 하고 나면 이렇게 얘기했죠. ‘싸움은 있는 놈, 나쁜 놈들이랑 하는 거야. 없는 놈들끼리 싸워봤자 서로 코만 터져’ 그 말이 내 인생의 길라잡이가 됐어요.” 이승만 전 대통령은 백기완에게 ‘나라를 반으로 가른 미국의 앞잡이’였다. 정권을 바꿔가며 30년 넘게 이어진 독재의 시작이기도 했다. 그는 “길이 없으면 길을 찾아가고 그래도 길이 없으면 새 길을 내자”며 4·19 혁명에 참여했다. 이승만 정권은 무너졌다. 그러나 이듬해 5·16 군사 반란이 터졌다. 그가 “독재자의 야욕과 자본주의의 폭악이 결합된 극악한 체제”라고 부르는 ‘박정희 18년’의 시작이었다. 1972년 유신헌법이 나왔다. 1974년 1월에는 긴급조치 1호가 나왔다. 1973년부터 ‘유신헌법 개헌청원 백만인 서명 운동’을 벌이던 백기완과 고 장준하(1918~1975) 선생은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2년 뒤 풀려났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그때를 꼽았다. 유신은 그에게 ‘반통일, 반평화, 반균등, 반자유, 반문화, 반예술, 반역사, 반진보’였다. “유신 타파 운동을 하다 집에 들어와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었어요. 탕탕탕, 누가 현관문을 부수고 구둣발로 들어와 이불을 확 베끼더라고. ‘너희 집 안방에 강도가 구두를 신고 들어와서 이불을 벗기면 좋겠어. 빗자루로 쓸어 이 새끼야’ 그랬더니 나를 짓이기며 질질 끌고 가요. 기가 막혔습니다. 내 생각대로 목숨을 걸고 떳떳하게 살았는데 그렇게 끌고 가면 되겠어요. 온몸이 노여움으로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그는 끌려가면서 아내에게 “여보, 나 기다리지 마. 훗날 내 무덤에 이름 모를 꽃이 피면 그게 해방 통일의 꽃일 거야”라고 외쳤다. “지금 들으면 어쭙잖은 얘기처럼 생각되기도 하는데, 그때는 죽기 살기로 싸울 때였으니 진지했어요. 거의 반 죽어서 감옥에 있는데 아내에게 편지가 왔어요. 새벽녘 추위가 더 매서운 법이니 견디어 내시라고.” 그러나 1975년 기다리던 아침이 오는 대신 믿고 따르던 장준하가 죽었다. 장준하는 그에게 “모든 통일은 좋다. 제국주의와 독점자본주의의 틀을 뒤집는 첫 걸음이 통일이다”고 알려준 스승이었다. 그는 “야비한 학살”이라고 했다. 여섯 달을 내리 울었다. 지난달 26일 장준하 선생 사인 진상조사 공동위원회가 “머리에 둔기를 맞고 숨졌다”는 사인을 발표할 때 백기완은 다시 울었다. 1979년 유신 체제가 끝난 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또 다른 군사 정권이었다. ‘반동분자’ 백기완은 다시 끌려갔다. 모질게 맞았다. 손톱이 뽑혔다. 정신을 잃으면 물바가지가 날아왔다. 독재는 짐승만도 못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죽기 살기로 시를 쓰며 버텼다. 그때 쓴 ‘묏비나리’는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작곡돼 대표적인 민중가요가 됐다. 맨 첫발/ 딱 한발띠기에 목숨을 걸어라 (중략)/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싸움은 용감했어도 깃발은 찢어져/ 세월은 흘러가도 구비치는 강물은 안다/ 벗이여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라/ 갈대마저 일어나 소리치는 끝없는 함성/ 일어나라 일어나라/ 소리치는 피맺힌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산자여 따르라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백기완은 민중후보로 대통령 후보에 추대됐다. 야권에서는 김영삼, 김대중, 백기완이 단일화를 모색했다. 하지만 민주화는 눈앞의 신기루였다. 백기완이 선거 이틀 전 단일화를 외치며 후보를 포기했지만 ‘양김’은 끝내 각자의 길을 갔다.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그는 “민중을 위해 싸운 100여년을 승리로 매듭지을 기회를 날렸다. 피눈물이 그치지 않았다”고 했다. 1992년 말 다시 민중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나섰지만 낙선했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문민’(文民)의 간판을 내걸고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총칼을 앞세운 독재는 사라졌지만 백기완은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를 거치는 사이 독재의 폭력은 신자유주의로 횡포로 바뀌고 있었다. 노동 현장을 찾아다녔다. 자본의 낯은 겉으로만 번지르르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가장 극악하게 노동을 탄압한 정권”이라고 했다. 정도는 달랐지만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도 사정은 비슷했다. 그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상품으로 만들어 돈으로 환산하는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없애야 한다. 신자유주의에서 민중이 해방되는 것이 역사적 과제”라고 했다. “젊은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비바람과 가뭄을 견디지 못하고 여름 한때 없이 떨어지는 가랑잎을 ‘개죽’이라고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깨뜨릴 생각은 않고 그 속에서 출세, 돈벌이, 명예, 행복만 좇다가 개죽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젊은이들이여, 개죽이 되지는 마시오. 개죽으로 사느니 마음껏 자라다가 거름이라도 되는 게 나아요.” 그가 이번 정부에 가장 우선해 요구하는 것이 노동 문제다. “지난해 한진중공업 노조에서 최강서라는 젊은이가 서른넷에 목숨을 끊었어요. 유서에 ‘가진 자들의 횡포에 졌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5년을 더 기다릴 수 없다. 돈이 전부인 세상에 없어서 더 힘들다’고 적었어요. 사실상 학살이나 다름없었어요. 장례식에 갔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들이 ‘아빠 왜 안 오냐’면서 사탕을 먹고 있어요. 울었어요. 집으로 돌아오는데 앞이 안 보입디다. 하지만 나는 앞이 안 보인다고 주저앉지는 않아요. 그대로 주저앉는 건 자본주의에 져서 인간성을 포기하는 겁니다.” 백기완은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유신 잔재’라는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유신에 대한 거부와 비판이 한마디도 없다”고도 했다. 그는 다시 ‘장산곶매’ 이야기를 했다. “장산곶매는 일찍이 애미 애비를 잃고 너무나 배가 고팠습니다. 올빼미와 까마귀를 찾아가 밥 한 술을 빌다가 부리와 발톱을 빼앗겼죠. 땅 속으로 가면 쥐들이 쫓아오고, 바깥으로 가면 사람들이 보약이라며 달려들고. 그렇게 벼랑까지 쫓기다 보니 앞에는 끝도 없는 바다, 뒤에는 사람과 쥐새끼예요. 장산곶매는 벼랑 끝에서 넓은 바다와 하늘을 보며 깨친 바가 있어 힘이 약한 짐승은 잡아먹지 않고 일년에 두 번 나쁜 놈 하고만 싸우기로 합니다. 장산곶매가 싸움을 떠나는 날 밤이면 숲에서 ‘딱, 딱’ 하는 소리가 나요. 부리질로 제 둥지를 ‘딱, 딱’ 까부수는 소리. 집에 집착하면 온몸으로 싸울 수가 없어요. 싸움을 할 때는 목숨을 걸어야 돼요.” 2009년 백기완은 “한평생 하는 일들이 죄다 실패였다. 다시 실패의 어두움 속으로 반딧불이를 찾아 뛰어드는 느낌”이라고 했다. 어둠 속에 뛰어드는 그는 싸움을 멈출 생각이 없다. 백기완은 둥지가 없다. 백기완은 여전히 거리에 있다(하편에 계속).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백기완은 ▲1933년 황해도 은율 출생 ▲1953년 농민운동 시작 ▲1965년 한·일협정 반대 운동 ▲1974년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15년형 ▲1979년 YMCA 위장결혼 사건으로 징역형, 1981년 3·1절 특사로 석방 ▲1987년 민중후보로 대선 출마 뒤 단일화 주장하며 사퇴 ▲1988년 통일문제연구소 개소 ▲1992년 민중후보로 다시 대선 출마, 낙선 ▲1999년 계간 ‘노나메기’ 창간 ▲2002년 대한축구협회 요청으로 월드컵대표팀에게 강연, 히딩크 감독과 인연 ■주요 저서 항일 민족론(1986) 장산곶매 이야기(1994) 백기완의 통일이야기(2003) 사랑도 이름도 명예도 남김없이(2009) 시집 이제 때는 왔다(1985), 젊은 날(1990) 극본 대륙(1998)
  • 尹 산업장관 “해바라기 산하기관장 많다”

    “그저 부처 장관과 눈이나 맞추려고 하고 현장을 찾지 않은 산하 공기업 사장이 너무 많아요. 공기업 사장은 폼 잡는 자리가 아닙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9일 경기 과천의 한 식당에서 가진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산하 공공기관장의 ‘장관 바라기’ 행태를 질타하며 ‘용퇴’ 압력의 수위를 높였다. 윤 장관은 “대통령께서 현장에 가서 확인하라고 하는데, 공기업 경영도 현장 마인드로 가야 한다”면서 “장관 행사나 참석하지 말고 현장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불편함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무역보험공사 직원은 시중 은행 지점장처럼 고객을 많이 만나야 하는데도 평균 한 달에 9번밖에 만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면서 “고객인 중소기업을 찾는 횟수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이른바 ‘MB(이명박 전 대통령)맨 사장’의 교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윤 장관은 “아직 ‘용퇴’에 대해 대놓고 물어본 적은 없다”면서 “공식적으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사람도 아직 없다”고 했다. 하지만 기관장의 ‘남은 임기 보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스스로 판단해 자진 사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윤 장관은 “임기 보장이라고 하기는 그렇고 일부는 지금 평가하고 있다”면서 “임기가 만료된 사람들 외에도 빨리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 장관은 산하 공기업을 평가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공기업들이 자체 감사를 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면서 “한국전력의 민간 발전 자회사 한 곳을 선정해 새로운 평가 시스템을 적용해 볼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밀양송전탑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전향적인 안을 만들었고 좀 더 파격적인 안이 나올 수도 있다”면서 “국회 산업위 차원에서 이달 중에 매듭짓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잠정 중단 사태와 관련해선 “중소기업청에서 곧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중소기업진흥공단 긴급지원자금 등 여러 가지 기금이 있다. 사태 추이를 보면서 중소기업 입장을 배려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사설] 안보상황 엄중할수록 FX사업 엄정하게

    미국 정부가 차세대 전투기인 F35와 F15SE의 한국 판매를 승인함에 따라 정부의 차기 전투기(FX) 구매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정부는 6월 말까지 기종 선정을 매듭짓는다는 방침인 만큼 남은 두 달여 동안 구매 가격 협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리 공군의 노후 전투기인 F4, F5를 대체할 차세대 전투기 60대를 구입해 2016년부터 실전 배치하는 이 사업엔 미 록히드마틴사(F35)와 보잉사(F15SE), 유럽 컨소시엄인 EADS(유로파이터 타이푼) 등 3개사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FX 3차사업에 우리 정부가 책정한 사업 예산은 무려 8조 3000억원에 이른다. 각 기종의 자체 성능은 물론 연합작전 수행 능력 등 군사적 측면, 향후 20년간의 동북아 안보 정세와 주변국의 전력증강 계획, 그리고 가격과 기술 이전 여부 등 따져야 할 변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F35는 스텔스 기능과 연합작전 수행능력이 좋지만 잦은 결함과 설계 변경에 따른 비싼 가격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F35 개발에 참여한 호주가 구매를 포기했고, 캐나다도 구매계약을 전면 취소한 바 있다. 록히드마틴사 측이 미 의회에 제시한 한국과의 목표 계약액도 우리의 예산 계획을 뛰어넘는 108억 달러(12조 636억원)에 이른다. 보잉사의 F15SE는 우리 군이 운용 중인 F15K를 개량한 기종으로, F35보다 싸고 작전수행 능력이 뛰어나지만 1970년대부터 사용된 생산 플랫폼을 쓰고 있는 점이 약점이다. 유로파이터는 F35 등과 달리 기술 이전에 적극적인 점이 강점이나 우리 공군이 써본 적이 없는 유럽형인 점 등이 걸림돌이다. 1990년대 한국형전투기사업(KFP)으로 들여온 F16이 자체 결함으로 4차례나 추락했건만 계약 미비로 제작사인 미 제너럴 다이내믹스(GD)사에 단 한푼 배상받지 못한 우리다. 당시 구매기종이 FA18호닛에서 F16으로 바뀐 과정을 두고 로비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고, FA18호닛을 도입했더라면 2008년 43억 달러 규모의 2차 FX사업은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비판도 부른 바 있다. 결코 밟아선 안 될 전철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무기구입 사업이다. 정부는 먼 장래를 보고 시간에 쫓기는 일 없이 기종 선정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 [여자프로배구] 창단 2년만에… ‘막내’ 기업은행 통합 우승

    [여자프로배구] 창단 2년만에… ‘막내’ 기업은행 통합 우승

    ‘막내의 반란’이다. 여자 프로배구의 막내구단 IBK기업은행이 정규리그에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기업은행은 29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여자부 챔피언결정(5전3선승제) 4차전에서 GS칼텍스를 3-1(25-18 20-25 25-19 25-21)로 꺾고 먼저 3승(1패)을 올렸다. 2011년 8월 창단한 기업은행은 프로·실업을 합쳐 23년 만에, 창단 2시즌 만의 통합 우승을 일구는 새 역사를 썼다. 신생팀이 창단 2년 만에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것도 국내 4대 프로스포츠(야구·축구·농구·배구)를 통틀어 기업은행이 처음이다. 1·2차전을 내리 이긴 뒤 27일 3차전에서 통한의 역전패를 당한 기업은행은 이날도 초반에는 쉽게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서브득점과 블로킹이 돌파구가 됐다. 특히 1세트에서만 서브로 5점을 뽑고 상대 주포 베띠(도미니카공화국)의 공격을 알레시아(우크라이나)가 세 차례, 유희옥이 두 차례나 가로막으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GS는 17-21로 뒤질 때 공격수 한송이가 알레시아의 공격을 막으며 착지하다가 오른쪽 발목을 다쳐 더욱 궁지에 몰렸다. 1세트를 내준 GS는 2세트에서도 6-8로 끌려가자 응급치료를 한 한송이를 바로 투입했다. GS는 한송이가 오픈 공격과 블로킹으로 투혼을 발휘했고 베띠가 상대 블로킹 벽을 뚫기 시작하면서 결국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승부의 분수령이던 3세트에서 GS는 잦은 범실로 스스로 맥을 끊었다. 기업은행은 4세트 초반에도 끌려갔지만 베띠의 서브 범실 이후 김희진의 블로킹, 알레시아의 서브득점으로 단숨에 균형을 되찾았다. 이후 끈끈한 수비를 바탕으로 알레시아, 박정아, 김희진의 ‘삼각편대’를 가동하며 승부를 매듭지었다. 이날 양팀 통틀어 최다인 36득점(공격성공률 38.89%)한 알레시아는 기자단 투표에서 27표 중 19표를 얻어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은 “이효희, 윤혜숙, 남지연 셋이 고생을 많이 했다. 언니들이 살림살이를 하면서 알레시아, 김희진, 박정아가 잘해줬다. 고생한 대가를 얻어 너무나 행복하다”며 모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GS는 최근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가 올해 정규리그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 2007~08시즌 이후 5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노렸지만 끝내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김연아 “사실은 실수할까 봐 불안했어요”

    김연아 “사실은 실수할까 봐 불안했어요”

    ‘피겨 여왕’ 김연아(23)가 금의환향했다. 지난 11~18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싱글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가 20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공항 입국장에는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 4년 만의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를 열렬히 환영했다. 김연아는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밝은 미소를 지으며 기자회견에 나섰다. 김연아는 “오랜만에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나름 걱정이 많았고 실수가 나올까 불안했으나 준비한 것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2007년 이후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모두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 이번 대회는 저에게 마지막 세계선수권 무대였는데 좋은 경기 내용과 함께 우승하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김연아는 “어릴 때부터 목표였던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에는 허탈감이 컸다. 저만 아니고 모든 선수가 올림픽이 끝나면 허탈감이나 공허함을 느끼는데 저도 그중 하나였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김연아는 그러나 “이번에는 복귀한 시즌의 대회였기 때문에 허탈감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시니어 데뷔 이후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모두 클린한 게 몇 차례 되지 않는다. 실수 없이 연기를 펼쳐 만족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현역 복귀 선언 이후 대학 졸업식도 불참할 정도로 강행군을 펼친 김연아는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이 기간 일단 코치 선임 문제를 매듭지을 작정이다. 올 시즌 함께한 신혜숙, 류종현 코치와의 계약이 이달 말 만료되는데 김연아는 두 코치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갖고 있어 재계약이 유력하다. 그 뒤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과 새로운 프로그램 만들기에 들어간다. 앞서 김연아는 “내년은 올림픽 시즌이니까 좀 더 신중하게 프로그램을 선택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이번 프로그램을 뛰어넘을 프로그램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김연아는 5~6월쯤 국내 아이스쇼를 통해 팬들과 인사하는 시간을 갖고 10월부터 ISU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새 프로그램도 이때 공개될 전망이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누더기 미래부 아닌가 생각… 47일 협상 합의처리는 다행”

    “누더기 미래부 아닌가 생각… 47일 협상 합의처리는 다행”

    정부조직법의 여야 협상 타결 직후 새누리당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40일 넘게 끌어온 협상을 매듭지어 새 정부 초기 국회 경색국면이 해소된 것은 반기고 있다. 그러나 협상 장기화로 불거진 지도부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당 전반에 퍼져 있다. 국회에서 18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는 전날 최종 타결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내용을 설명하고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그러나 의총이라기보다는 협상 결과 설명회에 가까운 자리였다.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의 모두 발언, 비공개 설명을 끝으로 의총은 30여분 만에 마무리됐다. 당 의원들의 자유발언 신청도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협상 과정, 최종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을 법한데 의원들은 침묵을 지켰다. 이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서 누더기를 잔뜩 갖춘 미래창조기획부가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무덤 근처에서 밤새도록 열심히 달렸는데 날이 밝아 보면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었다”고 비유하면서 “이것 하려고 47일간 소요했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겠지만 어쨌든 합의처리된 것은 다행”이라고 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이미 결정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사후 설명인 데다 지도부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이 큰 탓이다. 한 재선 의원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부문을 미래창조과학부로 갖고 오는 데 주력한 나머지 다른 것들은 너무 크게 민주당에 내준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해 그다지 관심도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평소 의총 때 같았으면 앞다퉈 발언에 나섰을 의원들이 침묵을 지킨 것만 봐도 분위기를 알지 않겠느나”고 반문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사설] 범국민적 단합으로 안보위기 헤쳐갈 때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윤병세 외교부장관 등 신임장관 13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이들과 새 정부 첫 국무회의를 가졌다. 박근혜 정부 출범 2주 만에 불완전하게나마 국정 운영이 정상 가동의 문턱에 들어선 것이다. 정부조직법 개편 지연 등으로 4명의 장관이 아직 임명되지 않았으나 17개 부의 차관과 17개 청장도 내일과 모레 잇따라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새 정부의 진용이 수일 내로 얼추 갖춰지는 셈이다.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한반도의 안보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을 감안할 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지각 출범으로 인해 그동안 국정은 청와대 중심의 비상 체제로 운용돼 왔다. 이로 인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들도 쌓여 있는 상황이다. 어제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4대강 등 대형국책사업을 철저히 점검하고 주가 조작을 엄중 단속할 것을 주문했으나, 이를 넘어 각 부처는 앞으로 5년 동안 현 정부 140개 국정과제에 대한 소관별 실천 방안을 면밀히 강구해야 한다. 고삐 풀린 서민물가도 잡아야 한다. 새 정부 출범 직후 100일이 향후 국정 5년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볼 때 그만큼 각 부처가 촌각을 다퉈야 할 시점이다. 지금 이 나라는 세 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핵을 앞세운 북한의 도발 위협이 그 하나고, 정치를 잃어 버린 국회의 위기가 또 다른 하나이며,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한 정부의 위기가 나머지 하나다.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며 주민들을 동원하고 서해안 장사정포의 포문을 활짝 열어놓은 상황이건만 여야는 서로 상대가 자신을 대접하네 마네 하며 우물 안 싸움에 날 새는 줄 모르고 있다. 조직이 정비되지 않은 각 부처의 공무원들은 대체 뭘 어찌해야 할지 몰라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 위중한 국면을 헤쳐갈 주체는 결국 우리 국민들뿐이다. 위기일수록 강해지는 우리 국민들의 저력만이 북의 안보 위협을 물리치고, 정치를 복원하고, 정부를 안정시킬 수 있다. 국민 각자가 성숙한 자세로 중심을 잡는 일이 중요하다. 지금 통합진보당과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등 일부 종북(從北) 성향의 정당과 단체들은 주한 미 대사관 앞으로 달려가 연일 반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북한의 도발에는 눈을 감은 채 한국과 미국 때문에 전쟁 위기가 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젊은 세대들의 안보 불안감을 자극하고 이들의 반미 의식을 고조시키려는, 북한의 대남 전략전술과 하등 다를 게 없는 행보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를 의심케 한다. 안보 위기와 국정 파행은 국가적 피로감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를 이겨낼 인내심이 요구된다. 국민들의 흔들림 없는 단합이 요구된다. 정치권도 모쪼록 이번 주 안에 정부조직개편 논란을 매듭지어 새 정부의 온전한 출범에 힘을 보태기 바란다.
  • [사설] 새 정부 출범 며칠됐다고 권력다툼 설 나도나

    박근혜 정부 출범 나흘이 됐다. 하지만 청와대 비서관 인선을 둘러싸고 뒷말이 이어지는 등 순조로운 모양새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비서관 인선도 매듭짓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일부 비서관 자리를 놓고는 이른바 친박 실세들 간에 ‘권력 암투설’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정부조직개편안이야 야당을 향해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겠지만 청와대 비서진 인선조차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하는 것은 누구의 책임으로 돌려야 하나. 인사 잡음이 들리는 사회안전비서관은 취임식 전 청와대에 출근하며 업무를 봤다고 한다. 그러다가 돌연 특정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로 다른 인사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민정비서관에도 당초 검찰 출신 인사가 내정된 것으로 소문이 돌았지만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 금지 공약’에 어긋나기에 현재 다른 인사를 물색 중이라고 한다. 그처럼 ‘불가피한’ 이유로 인사 내용이 급박하게 바뀌었다면 교체의 이유가 아무리 합당하다고 해도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사전에 그런 중요 사항을 간과했다는 얘기 아닌가. 청와대 인사가 주먹구구로 이뤄지고 있음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사에는 으레 뒷말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청와대 비서진 인선 잡음을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은 내세우는 명분과는 달리 친박 핵심들 간의 자리다툼에서 비롯된 사달일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두 비서관 모두 청와대 내 대표적 ‘권력부서’라 할 정무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의 핵심 포스트이다 보니 정권 실세라는 이들이 앞다퉈 자기 사람을 앉히려고 하는 바람에 혼선이 벌어졌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사실이라면 국정운영에 두고두고 부담을 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비서관은 청와대와 정부 부처를 잇는 핵심 실무를 책임진 자리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도 정권 초반 실세들 간에 제 사람 앉히기 물밑전쟁이 벌어지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조직법개정안 대치로 총리가 장관 대신 차관과 함께 회의를 진행하고,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청와대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도 못하는 상황이다. 청와대 진용이라도 제대로 갖춰 흔들리는 내각을 다잡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자리싸움을 벌일 때가 아니다. 우리는 권력 실세들의 인사 개입으로 국정이 농단되던 악폐를 똑똑히 봐왔다. 박근혜 정부에서만큼은 이 같은 퇴행적 행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 [사설] 日 동북아 상생 위한 지혜와 용기 필요하다

    3·1운동 94돌의 아침이다. 한반도를 침탈한 일제에 맞서 분연히 일어나 한민족의 기개를 떨친 날이건만 이 아침을 맞는 우리의 마음은 결코 흔쾌하거나 명징할 수 없다. 굴곡진 역사의 증인이자 피해자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오늘도 한 분 두 분 생을 마감하고 있기 때문이며, 독도를 자기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 우익보수 진영의 목소리가 날로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고, 후대에게조차 그릇된 역사를 가르치는 일본 중등교과서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다. 1945년 광복 이후 68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국에선 11명의 대통령이, 일본에선 42대 스즈키 간타로 이후 현 96대 아베 신조까지 54명의 총리가 나와 한·일 양국의 미래를 모색해 왔지만 주름진 두 나라의 관계는 좀처럼 펴질 줄 모르는 상황이다. 아니 일본의 장기불황과 이에 따른 우경화, 그리고 이에 편승한 일본 정치권의 소아적 행태로 인해 한·일 관계는 날로 뒷걸음질치고 있고, 양국민의 감정 또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패전국과 신생국으로 출발한 두 나라는 불과 70년도 안 돼 세계 3위와 15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그럼에도 지금껏 과거사의 매듭을 풀지 못해 공동번영과 상생의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을 필두로 지구촌 거의 모든 대륙에서 경제공동체가 꾸려지고 있건만 유독 동북아만은 해묵은 영토분쟁으로 군사 충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부끄러운 과거사를 깡그리 망각한 일본의 행태 때문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3·1절을 하루 앞둔 어제만 해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독도 문제에 대해 “하루 저녁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끈질기게 대응할 것”이라고 몽매한 주장을 되풀이했다. 박근혜 정부와 중국의 시진핑 체제, 일본의 아베 내각이 새롭게 출발하는 올해는 동북아의 향후 안보지형을 가를 중차대한 분수령이다. 북한의 핵전력이 현실적 위기로 등장한 시점에서 한·중·일 3국의 안보 협력과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은 비단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 있어서도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아베 내각의 지혜와 용기가 절실하다. 독도를 제멋대로 다케시마라 칭하고, 이를 기념하는 행사에 정부 고위 관료를 보내 우경화한 민심에 부화뇌동하는 한 한·일 관계는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일본은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국을 자극하는 행동을 자제하고 한·일 관계 정상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일본내 양식있는 목소리에 일본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3월이면 고개를 드는 역사교과서 왜곡부터 삼가기 바란다.
  • 현대차 ‘美 연비’ 소송 조기 매듭될 듯

    현대차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연비 과장’ 집단소송에서 원고들과 합의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원고 측 변호인들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제출한 문서에 원고들이 현대차와의 합의 조건에 원칙적으로 동의했으며, 함께 피소된 기아차도 현대차와 원고들 간에 합의된 내용을 따를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문서에는 원고들이 현대차로부터 일괄적으로 보상금을 받는 선택 사항이 포함됐지만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원고들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제품의 연비를 실제보다 높게 설명해 소비자들을 오도했다며 미 전역에서 38건의 소송을 제기했고, 이 소송들은 모두 병합돼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으로 관할이 옮겨졌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합의란 표현은 시기 상조”라면서 “소송 원고 측과 합의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즉 미국 연비 소송이 길어지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판단, 비교적 원만하게 해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국내 연비 소송과는 선을 확실히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연비 표시는 지식경제부의 고시에 따른 것으로 연비 규정을 해석하는 데 오류가 있어 보상을 했던 미국의 사례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국내에서도 차주 48명이 법무법인을 통해 “현대차 일부 차종의 연비가 표시된 것보다 낮다”며 1인당 재산·정신적 손해 50만원씩 총 1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장관·장관후보자에 별도 보고 ‘혼선’

    정부조직법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일부 부처는 장관과 장관 후보자에게 별도로 업무보고를 하는 등 국정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기능 이관 문제가 매듭되지 않은 방송통신위원회는 직원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주요 실·국 가운데 어느 곳이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겨갈 지 확정되지 않아, 직원들 사이에서는 재조정될 업무 범위를 놓고 설왕설래만 이어지고 있다. 한 방통위 직원은 “공중에 붕 떠 있는 기분”이라며 “누가 어떻게 옮겨가는지를 놓고 직원들 사이에서 추측이 난무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방통위는 최근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 확보를 위해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담당 임원을 불러 “보조금 경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말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방통위와 미래부의 통신관련 업무 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는 윤병세 장관 후보자의 임명이 늦어지면서 김성환 현 장관 및 윤 후보자 양쪽에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외교부의 업무 특성상 북핵 등 외교 현안은 영속성을 갖기 때문에 업무 공백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지난해 12월 과장 인사 후 본부 내 후속 인사가 지연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팽배하다. 외교부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한 상황에서 퇴임이 확정된 장관이 남아 있는 어정쩡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는 없고, 현안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에서 정부조직법개정안이 먼저 통과될 경우 일시적으로 사령탑 공백기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통상 기능이 이관되면서 외교부로 환원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김성환 현 외교통상부 장관의 법적 근거가 사라져 후임 장관 임명 여부에 상관없이 곧바로 퇴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일부도 일일 업무보고를 류우익 통일부 장관과 류길재 후보자 두 사람에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통일부는 정부조직법개정안 처리 지연에 따른 국정공백 사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개성공단을 제외한 교류협력이 실질적으로 단절되면서 당장 추진해야 할 사업이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김병관 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 실시 여부조차 불투명해지면서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업무 분담이 명확한 부처의 특성상 대북 경계태세 등 당장의 안보현안을 관리하기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차기 장관이 북한의 핵·미사일 억제전략과 국방개혁 등 향후 5년간 새 정부의 중장기적 사업 청사진을 마련해야하는 만큼 수장 교체의 지연에 따른 시간 손실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군 관계자는 “안보부처의 특성상 정부조직법개정안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작전 등 군령에 관한 사항은 정승조 합참의장이 주관하는 만큼 군의 대비태세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장관 교체가 늦어지면 그만큼 새 일을 시작하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안전행정부로 이름이 바뀌는 행정안전부에서도 최소한의 통상적 업무만 이루어지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업무는 새 장관이 오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안전 등 새 정부가 강조한 국정과제들은 신임 장관이 와야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부처종합·임창용 전문기자 sdragon@seoul.co.kr
  • 인증샷만 찍는 당신, 껍질만 들고 왔군요

    인증샷만 찍는 당신, 껍질만 들고 왔군요

    “정말?” “진짜로 봤다니깐!” 밥자리에서, 술자리에서 늘 하는 얘기다. ‘봤다’는 시각적 우위는 목소리만 키운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이러쿵저러쿵 세부적 묘사가 따라붙어야 한다. 그런데 정확하고 세밀한 묘사를 한다 해도 진짜 봤다는 증명이 될 수 있을까. 이거 좀 골치 아프다. 3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팔판동 갤러리인에서 ‘디지로그 풍경’(Digilog Landscape)전을 여는 한운성(67) 작가. 작가는 매듭, 과일 그림으로 유명하다. 실물을 눈앞에 두고 어루만지듯 정밀하게 그린 그림들이다. 정밀한 붓놀림이 감탄스럽다. 지난해 2월 서울대를 정년 퇴임한 뒤 여유로운 마음으로 지난 6~7년간의 유럽 여행 경험을 그림으로 정리했다. “새벽 3~4시에 작업하다 문득 눈 돌려보면 동이 트고” 있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작업할 때 처음으로 실물이 아닌 사진을 앞에다 두고 그렸다. “저야 르네상스 이래 오랜 회화의 전통, 사물을 눈앞에 보고 그리는 그림을 배웠고 그렸고 가르쳤지요. 그래서 이해를 못 했어요. 요즘 아이들은 뭘 그리라고 하면 노트북에서 검색하고 이미지를 출력해 그리더라고요. 다른 사람은 그래도 화가는 그러는 게 아니라고 말리고 야단도 많이 치고 그랬는데….” 말리고 야단쳤던 ‘그 짓’을 자기가 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몇 해 전 영국 남부 브라이턴대를 잠시 갔을 때 대학 측에서 올드십 호텔을 잡아 줬는데, 그게 너무 안 좋은 거예요. 삐걱대고 아귀도 안 맞고. 그래도 공식적인 대학 간 교류 행사였는데 이렇게 푸대접을 하나 싶어 언짢았었지요. 그런데 나중에 돌아와서 얘길 들어 보니 200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엄청 대단한 호텔이었던 거예요. 그쪽으로선 최선을 다한 칙사 대접이었던 거죠. 제대로 본다는 게 뭔가 싶더군요.” 그 전부터 정년이 임박하면서 방학 때면 늘 유럽을 헤집고 다녔다. 자유로운 유럽 여행, 일반인도 군침 흘릴 법하지만 서양 미술 하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호사다. 안 가본 곳 없이 구석구석 다니려다 보니 비용이 만만찮았다. 결국 이용할 수 있는 건 패키지 여행이었다. “값이 싸고요. 그 다음 재빠르게 보여줄 곳은 다 보여 줘요. 그래서 좋긴 한데, 그러고 나니까 사진밖에 남는 게 없어요.” 그래서 그림을 그렇게 그렸다. “사실 어떤 기념비적인 공간을 잘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는 뒤편이에요. 뒤편에서 전체를 보면 되거든요. 그런데 무얼 봤다는 것은 보통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거지요. 우르르 가서 찍는데 그 공간이 어떤 깊이와 색깔과 냄새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는 거죠.” 무대세트처럼 파사드만 살아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가설물로 지지된 공간으로 묘사된 그림은 그렇게 나왔다. 건물이 사각 프레임에 맞춰 딱딱 끊어진 것도 사진 프레임을 고스란히 가져와서다. 봤다지만 우리가 본 것은 딱 그 프레임뿐이지 않으냐는 얘기다. “어디 어디 유명하다는 곳을 가면 가이드는 몇분 시간을 준다, 사진 찍으라 하곤 휙 가버려요. 그렇게 보고 사진 찍어 오면, 그게 우리가 가 본 것일까요? 아니면 그냥 패턴화된 껍질만 주워 들고 오는 것일까요.” 미니홈피니 블로그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니 하는 곳에서 넘쳐 나는 온갖 인증샷들. “거의 모든 것이 그냥 하나의 무대가 돼 버린 우리 세상”에 대한 얘기를 건네보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가 롯데월드, 여주 아울렛, 에버랜드처럼 철저히 상업적으로 기획된 공간을 함께 그린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질문은 남는다. 아주 세부적으로 정밀하게 묘사하고 설명할 수 있다고 해서 우리는 과연 가 본 것인가. (02)732-4677.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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