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매니저
    2026-08-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379
  • [부고]

    ●박경정(삼성SDS 경영지원실장)세정(굿모닝병원 성형외과 의사)씨 부친상 서선화(프라우메디병원 소아과 의사)씨 시부상 장준경(KDI)김부섭(대구 남구청 부구청장)씨 장인상 박지예(삼성SDS)씨 조부상 4일 대구 파티마병원, 발인 7일 오전 8시 (053)957-4442 ●민건기(명성산업 회장)성기(대성FA시스템 대표)찬기(명성산업 전무)웅기(명성라이프팩 상무)영기(성보당 대표)씨 모친상 윤석윤(일진기계 대표)씨 장모상 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7일 오전 10시 (02)3410-6917 ●한윤표(한국얀센 키어카운트매니저)인호(삼성물산 상무)씨 부친상 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7일 오전 8시 30분 (02)3410-6914 ●송기춘(케니무역 대표)기도(전북대 교수)기국(경희대 교수)기종(건행사 대표)씨 부친상 5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8일 오전 9시 (02)2227-7572 ●이갑수(전 홍콩한인회 부회장)광수(씨트론 기술이사)씨 부친상 박흥순(SK글로벌 이사)씨 장인상 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7일 오전 7시 30분 (02)3410-6903 ●김석홍(P&I글로벌 이사)소명(수명고 교사)소향(전 용산고 교사)소자(미국 거주)씨 부친상 김미경(김&장법률사무소 부장)씨 시부상 박헌영(APL 한국지사장)황규범(근화제약 상무)서우석(미국 거주)씨 장인상 5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7일 오전 10시 (02)2227-7557 ●이영일(전 현대그룹 홍보실장)병기(대전보건대 교수)씨 부친상 박태영(변호사)씨 장인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8시 (02)3010-2265 ●한규환(㈜센트랄 부회장·전 현대모비스 부회장)씨 모친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8시 (02)3010-2295 ●김재철(대홍기획 수석국장)씨 부친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7시 (02)3010-2631 ●이철민(보고펀드 상무)씨 모친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8시 30분 (02)3010-2231 ●이형일(서강대 교수)씨 모친상 이병욱(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전 환경부 차관)씨 장모상 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 30분 (02)3410-3151 ●여영래(에너지경제신문 총괄이사)씨 모친상 5일 삼육서울병원, 발인 7일 오전 10시 (02)2210-3422
  • 유방암 엄마 머리카락 자르는 소녀 ‘눈물 감동’

    유방암 엄마 머리카락 자르는 소녀 ‘눈물 감동’

    유방암에 걸린 엄마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소녀의 동영상이 감동을 주고 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의 보도에 의하면 엄마의 이름은 사라(44), 딸아이의 이름은 로라(6)다. 이들은 영국 그레이터 맨체스터에 살고 있다. 엄마 사라는 지난해 9월 유방암 판정을 받아 큰 충격을 받았지만, 가족들은 사라에게 암을 이겨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동영상에서 막내딸 로라는 항암치료를 받을 엄마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가위로 잘라낸다. 엄마는 웃음을 지으며 순간순간 딸과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시간들을 소중한 기억으로 남기고 싶어한다. 마지막에는 스스로 거울을 보며 삭발 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다. 초등학교에서 IT 매니저를 하고 있는 아빠 크레이그 엣첼로(40)는 딸 로라가 엄마의 병을 이해하고 엄마와의 소중한 기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엣첼로는 “우리는 이 과정이 딸아이가 엄마의 병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며 “동영상을 공개해 암의 경각심을 알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엣첼로는 동영상을 통해 10군데의 암센터 지원금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사라는 화학요법을 중간 정도 마쳤으며, 3주 동안의 방사선치료와 5년 동안의 호르몬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사진=데일리 메일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김경태 tvbodaga@hanmail.net
  • 伊항공사, 여승무원에 체중유지 의무화 ‘논란’

    伊항공사, 여승무원에 체중유지 의무화 ‘논란’

    이탈리아의 한 항공사 여자승무원들이 회사에 반기를 들었다. 모델같은 몸매에만 맞는 옷을 입으라는 회사의 강요에 반발하면서다. 살이 찌면 안 된다는 회사의 의무규정에도 여자승무원들은 분노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항공회사는 최근 새 여자승무원 유니폼을 지급한 이탈리아의 메리디아나 플라이다. 회사는 유니폼을 지급하면서 여자승무원들에게 “사이즈 40-42만 입도록 하라.”는 엉뚱한 명령을 내렸다. 옷을 몸에 맞추는 게 아니라 옷에 몸을 맞추라는 얘기다. 게다가 유니폼은 지나치게 ‘섹시’했다. 초미니에다 옆에는 터진 곳이 있어 여성들이 입기엔 수치감을 느낄 정도였다. 여자승무원들의 더 큰 분노를 자아낸 건 사이즈 유지에 대한 의무규정이다. 회사는 유니폼을 지급하면서 몸무게가 늘어나면 안 된다는 내부 의무규정도 함께 전달했다. 메리디아나 플라이는 “건강상의 이유가 아니라면 여자승무원은 체중이 불어나선 안 된다.”며 “건강상의 사유로 몸무게를 불려야 하는 경우엔 의사진단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잔뜩 화가 난 여자승무원들은 “새 유니폼과 규정은 여성 차별행위이자 여성의 당당함을 짓밟는 것”이라며 항공사 회장에게 편지를 보내 강력히 항의했다. 편지에는 항공사 여자직원 400명이 서명했다. 여자승무원노조는 “여자승무원의 평균 연령이 42세인 점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짧고 옆이 터진 치마는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나 여권을 외치며 투쟁에 나선 여자승무원 중 일부는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회사의 보복(?)을 걱정해서다. 현지 언론은 “체중이 불어나는 게 결코 해고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게 여자승무원노조의 입장이지만 일부 노조원들은 지상근무 명령이 내릴까 겁을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매니저온라인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성적 쑥쑥 올리는 자기주도 학습법

    성적 쑥쑥 올리는 자기주도 학습법

    학년이 바뀌는 겨울방학은 학생들 성적 향상에 가장 중요한 시기다. 특히 중학교,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학생들에겐 더욱 중요하다. 2월 1일 오전 11시 KBS1TV에서 방영되는 ‘행복한 교실’에선 겨울방학 특집 1탄으로 ‘성적 제대로 올리는 겨울방학 공부법’에 대해 알아본다. ‘엄마 매니저’ ‘스터디 코드’의 저자이자 자기 주도 학습법 전문가로 유명한 조남호 강사와 오랫동안 교육에 몸담아 온 이석록 한국외대 입학사정관실 책임입학사정관이 출연해 올바른 선행 학습과 방학 공부법을 전한다.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적당히 공부하는 게 좋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학부모가 많다. 조 강사는 동그라미 계획표 대신 ‘사각 계획표’ 활용법을 강조하며 복습을 90%, 예습을 10% 비중으로 해야 공부가 질리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도 알아본다. 대한민국 엄마 대부분은 자녀를 자기 속에 품고 ‘자나 깨나 자식 걱정’으로 속병을 앓고 있다. 하지만 정작 ‘너는 내 전부야.’라는 엄마의 말 한마디가 자녀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한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위대한 1%의 비밀’ 코너에서는 40년간 심리학 연구를 하고, 좋은 엄마가 되고 싶지만 잘되지 않아 힘들어하는 엄마들을 위해 10년간 한국 알트루사 여성상담소 소장을 맡아온 문은희 박사를 초대해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을 고민해 본다. 문 박사는 우리나라 엄마들과 서양 엄마들의 우울증을 비교, 연구하는 과정에서 한국인의 독특한 심리구조를 찾아냈다. 그리고 이른바 사랑이란 이름으로 엄마들이 저지르는 잘못, 즉 엄마와 아이가 다른 존재임을 잊고 사는 것과 ‘포함’이라는 행동 단위 등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특히 방학은 자녀들이 학교에 가지 않아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히 엄마와 부딪치거나 갈등하게 될 소지도 큰 시기다. 이날 방송에선 문 박사와 함께 ‘나는 지금 내 아이를 아프게 하는 엄마가 아닌지’ 스스로 진단하고 고민해 볼 수 있다. 한편 ‘행복한 교실’에서는 2012년을 학교 폭력과 왕따 해결의 원년으로 삼고 ‘원년기획 캠페인’을 실시한다. 학교 폭력과 관련해 초·중·고교생들이 직접 제작한 UCC를 공모해 방송에 반영함으로써 아이들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영화프리뷰]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영화프리뷰]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세계 어디서나 일하는 엄마들의 고민은 한결같다. 일과 사랑, 가사와 육아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 나갈 것인가다. 이 중 어느 하나에서라도 불균형이 발생하면 ‘죄인’ 취급을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영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는 21세기를 사는 워킹맘에 대한 솔직하고 유쾌한 보고서다. 두 아이의 엄마 케이트(세라 제시카 파커)는 유능한 펀드매니저다. 그녀는 매일 반복되는 미팅과 야근, 출장 일정 등을 소화하면서 가족들을 챙기느라 항상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눈을 감으면 오늘 할 일의 목록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다. 그런 그녀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뉴욕 본사에서 새로운 펀드를 유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맡게 된 것이다. 언제나 남자 동료에게 기회를 빼앗겼던 케이트는 자신의 커리어를 높일 기회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전보다 더 바빠진 케이트는 가족들과의 갈등이 증폭돼 회사 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이 영화의 매력은 사회적인 성취와 여성으로서의 인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일하는 여성의 고민을 현실적으로 담았다는 데 있다. ‘워킹맘’에 대한 직장 내 편견,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 등 일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만한 이야기라 국적을 넘어 공감대를 형성한다. 일과 육아에 치여 동분서주하는 케이트의 모습을 보고 자신은 절대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직장 동료 모모의 모습은 요즘 한국 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영화는 케이트를 통해 일과 가정 중 하나만 선택하기를 강요받지만, 둘 다 포기하지 않는 진취적이고 공격적인 ‘워킹맘’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성으로서의 행복을 버리지 않고 사회적인 성취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주인공의 의지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라는 한국어 제목이 함축적으로 말해 준다. ‘섹스 앤 더 시티’를 통해 전 세계 싱글녀들의 ‘왕언니’ 역할을 했던 세라 제시카 파커는 매사에 열심인 신세대 ‘워킹맘’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유부녀인 줄 알면서도 그녀의 열정적인 모습에 반하는 사업 파트너 잭 역의 피어스 브로스넌은 스크린을 중후한 매력으로 물들인다. 보고 나면 왠지 마음이 허해지는 칙릿 영화가 아니라 생활 밀착형 소재를 현실감 있게 풀어간 영화라는 점은 좋았다. 하지만 일하는 여성들의 고민을 좀 더 세밀하고 무게감 있게 가져갔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싱글 남성에게는 다소 공감대가 떨어질 수 있고, ‘싱글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연상케 하는 극 전개는 지루함을 안겨 줄 수도 있다. 새달 2일 개봉. 원제는 ‘어떻게 그런 일을 다 해내는 거야.’ 정도의 ‘아이 돈트 노 하우 쉬 더즈 잇’(I don’t know how she does it)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고아라, 스물둘 고와라… 배우라서 좋아라

    고아라, 스물둘 고와라… 배우라서 좋아라

    SM엔터테인먼트가 2003년 주최한 오디션에 전국에서 8000명이 몰렸다. 가수가 꿈인 친구를 도우려고 백댄서로 춤을 춘 한 소녀가 얼떨결에 1위로 뽑혔다. 또래 연예인 지망생들의 선망의 대상인 SM에 캐스팅됐는데 소녀는 시큰둥했다. 정작 소녀의 꿈은 아나운서였기 때문이다.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에서 채림 언니를 보고 반했어요. 그때부터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교 방송반에도 들어갔죠. 배우나 가수는 관심도 없었는걸요.” 경험 삼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작은엄마의 권유로 그해 2월 SM에 들어갔다. 다른 연습생처럼 죽기 살기로 매달린 건 아니다. 직업군인인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지방에 살던 소녀는 주말에만 기획사를 찾았다. 그런데 그해 10월 KBS 청소년드라마 ‘반올림’의 오디션에서 주인공 옥림 역에 털컥 붙었다. 시즌 2까지 이어질 만큼 인기를 얻었다. “얼떨결에 데뷔해서 매 순간 온 힘을 다했어요. 배우로서 어떤 길을 갈지에 대해 고민할 겨를도 없었죠. 솔직히 연기력보다는 외모로 주목받고 화보나 광고로 사랑받았어요. 오랫동안 제 이름은 모른 채 ‘보일락 말락’(그가 나온 모 음료광고의 노래)으로 부르는 분들도 있었죠.” 2006년에는 일본으로 건너갔다. 4만대1의 경쟁을 뚫고 ‘푸른 늑대-땅끝 바다가 다하는 곳까지’에 출연하는 등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큰 사랑을 받았다. 외려 2009년 국내로 복귀해 찍은 드라마 ‘맨땅에 헤딩’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광고업계에선 여전히 러브콜이 많았지만 연기에 대한 소녀의 갈증은 더해 갔다. 그리고 2012년. 그가 영화 두 편을 거의 동시에 들고 나타났다. 지난 18일 개봉한 ‘페이스메이커’와 새달 1일 개봉하는 ‘파파’(작은 사진)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고아라(22)를 최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하루에 인터뷰만 많게는 9개를 소화할 만큼 빡빡한 일정이라는데, 그의 눈빛은 반짝거렸고 속사포 랩을 하듯 말을 쏟아냈다. ‘페이스메이커’의 얼짱 장대높이뛰기 선수 ‘유지원’으로 지난해 봄부터 여름을 보낸 고아라는 9월부터는 미국 현지에서 ‘파파’의 ‘준’으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장대높이뛰기 선수 역을 소화할 때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끙끙 앓았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도전이 그를 기다렸다. ‘준’은 아프리카계, 스페인계, 인도계 등 인종도 제각각인 5명의 동생을 부양하는 짐을 떠안은 6남매의 큰언니다. 동생들을 보호시설로 떠나보내지 않으려면 천부적인 노래와 춤 실력을 지닌 준이 오디션에 도전해야 한다는 전직 가수 매니저 춘섭(박용우)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영화는 급물살을 탄다. 영화의 만듦새에 대해서는 ‘뚝심 있다’와 ‘진부하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하지만 “고아라가 아니라면 준을 연기할 배우가 마땅치 않았을 것”이란 말이 나올 만큼 물 만난 고기처럼 재능을 뽐낸다. 춤과 노래, 기타 연주를 능숙하게 해내고 전체 대사의 60%는 영어로 소화했다. 그는 “‘페이스메이커’를 거의 다 찍었을 무렵 지난해 6월쯤 시나리오를 받았다.”며 “줄거리를 들었을 때 힘들고 준비 시간이 부족할 거란 걸 알았지만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덜컥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페이스메이커’의 여운이 남아있는 상태(그는 장대높이뛰기 선수의 운동 메커니즘에 대해 몸을 이리저리 틀어 보이며 한동안 설명했다.)였는데 지원과는 또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게 좋았다. 비로소 배우로서 첫 걸음을 내딛는다는 기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준비할 틈은 없었다. 크랭크인 한 달 전부터 춤과 노래, 영어, 기타 레슨을 받았다. 미국 로케이션 현장에서도 석달 내내 춤과 영어 선생이 함께했다. SM 출신이라 한결 수월했을 거란 기자의 짐작은 그저 짐작이었을 뿐. “회사에 춤과 노래 트레이닝 체계가 잘돼 있는 건 맞는데 들어간 지 8개월 만에 덜컥 데뷔했기 때문에 수업을 거의 듣지 못했어요. 영화에서 ‘준’에게 음악과 춤이란 스스로 영혼을 어루만지는 안식처이자 동생들을 달래고 생계까지 해결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웬만큼 하는 척만 해서는 곤란했죠. 춤과 노래를 워낙 좋아하는 편이고 죽기 살기로 연습했는데 보기에 어땠는지 모르겠네요.” 영어 대사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발음보다는 감정을 살리는 게 힘들었다. 장음과 단음, 악센트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전혀 다른 뉘앙스를 주기 때문”이라며 “예컨대 ‘당신을 죽일 거야’라는 의미의 ‘아이 윌 킬 유’(I will Kill You)라는 간단한 대사에서도 ‘아이 윌’과 ‘킬’ 가운데 어느 쪽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어감이 달라지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영어 대사의 의미 전달이 좋았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오른손을 불끈 쥐면서 ‘오, 예!’ 하고 탄성을 질렀다. ‘반올림’ 속 여중생 옥림이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이번에는 기자가 ‘한국어 발성, 발음은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시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그래요?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어요. 그런 지적 해주시는 게 진짜 도움이 돼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스물둘이지만 어느새 데뷔 10년 차다. 그는 “어휴, 10년 차란 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너무 진부한 답 같긴 한데 흰 도화지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분홍이든, 파랑이든, 빨강이든 어떤 색을 입혀도 그 색이 나오는 배우 있잖아요. 안성기·김명민(‘페이스메이커’)·박용우 선배님(‘파파’)과 함께 작업하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산소탱크’보다 ‘학생’이 좋아요

    ‘산소탱크’보다 ‘학생’이 좋아요

    박지성(32·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별칭은 ‘학생’?? ‘도시남자’의 매력을 발산하던 박지성이 확 귀여워졌다. 지난 1일 방영되기 시작한 홍삼 CF에서 색다른 모습으로 분한 것. 할머니가 “학생~”이라고 부르자 박지성이 해맑은 표정으로 뒤돌아보며 “저요?” 하고 웃는다. 월드컵 시즌이던 지난해 6월 무려 11개의 광고에 출연했던 ‘CF킹’의 전에 없던 깜찍함이다. 한국축구의 에이스, 산소탱크, 프리미어리거보다 ‘학생’이란 호칭이 더 좋다는 내용. 젊음과 활력을 강조하는 제품 이미지와 ‘체력왕’ 박지성의 이미지가 딱 맞아떨어졌다. 어느덧 서른 줄을 넘어선 박지성이지만 CF에서는 ‘학생’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풋풋하다. 촬영은 지난달 13일 영국 맨체스터 외곽에서 이뤄졌다. 한창 시즌 중인 박지성이 쉬는 날이 그날 딱 하루뿐이었다고. 콘티가 나오고 장소 헌팅부터 현지 스태프 충원까지 시간이 촉박했다. CF 담당자가 “이렇게 일사천리로 촬영한 건 기네스북에 올라야 한다.”고 했을 정도. 할머니가 박지성을 부르는 장면과 박지성이 마지막에 인터뷰하는 장면까지 딱 두 컷이었지만 촬영은 7~8시간 이어졌다. 원래는 야외촬영이었지만 영국 특유의 우중충한 날씨 탓에 스튜디오 촬영으로 계획을 틀었다. 박지성은 “내가 연기자는 아니지만 시키는 대로 최대한 열심히 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덕분에 현장 분위기도 좋았다고. 다만 쑥스러움은 숨길 수 없었다. 박지성은 사람들이 지켜보자 멀리 떨어져 있는 모니터로 봐 달라고 부탁했다. 다소 ‘오글거리는’ 연기를 하는 게 민망했던 모양이다.박지성의 평소 인터뷰 습관을 패러디한 “홍삼을 매일 먹기 때문에~”란 마지막 멘트에서는 본인도 ‘빵’ 터졌다. 시나리오를 받더니 아주 재미있어했다고. 한국에서 떠난 스태프 16명 외에 현지에서 합류한 영국 스태프 20~30명은 ‘맨유맨’ 박지성과 작업한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촬영 내내 즐겁게 지켜봤고, 촬영이 끝난 뒤엔 수줍게 사인도 받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박지성은 영상 촬영은 물론 포스터 스틸컷 촬영과 라디오용 녹음까지 세 가지를 마쳤다. 광고대행사 한컴의 김민택 매니저는 “빅모델은 촬영할 때 까다로울 수 있는데 박지성은 전혀 안 그랬다. 해 달라는 대로 군말 없이 정말 잘해줬다. 결과물도 잘 나왔다.”고 했다. 아쉽게도(?) 이 CF는 일단 23일까지만 공중파를 탄다. 5월, 추석, 연말에나 다시 볼 수 있다. NH한삼인 송주영 홍보팀장은 “명절, 가정의 달 등 매출과 연결될 수 있는 기간에 집중적으로 방송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쥐가 먹던 빵으로 만든 맥도날드 ‘쥐버거’ 파문

    쥐가 먹던 빵으로 만든 맥도날드 ‘쥐버거’ 파문

    미국 맥도날드의 한 매장에서 살아있는 쥐가 돌아다닌 빵으로 만든 ‘쥐버거’가 팔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폭스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문제의 매장은 필라델피아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 이 매장의 직원이었던 카루임 드마이오는 지난해 11월경 매장 창고에서 뭔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주위를 살펴보다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12개 햄버거용 빵이 들어있는 비닐 포장지 안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살아있는 쥐. 쥐는 햄버거용 빵 사이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매니저는 쥐를 제거하고 햄버거를 만들어 팔 것을 명령했다. 드마이오는 몰래 영상을 촬영했고, 이 영상이 폭스뉴스에 방송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증언에 의하면 햄버거 용 빵 봉지에서 쥐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또한 조리실에는 수시로 바닥에 떨어진 빵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햄버거를 만들어 팔았다. 문제의 매니저는 쥐버거에 대하여 부인했다. 맥도날드 매장 주인인 켄 영블러드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조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진=폭스뉴스 캡처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김경태 tvbodaga@hanmail.net
  • [지방행정의 달인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3)농업분야

    [지방행정의 달인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3)농업분야

    국내 농촌 현실은 여러 가지 요인으로 그다지 밝지 않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한·미 FTA 등 거센 농산물 개방 물결에다 구제역에 소값 폭락 등으로 ‘농심’은 멍이 든 지 오래다.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농업 발전과 농민의 소득 증대를 위해 각종 농촌지도와 교육훈련 등을 맡은 공직자들이 있다. 농촌지도사와 연구사들이다. 릴레이 지방행정의 달인 인터뷰 3편에서는 농업분야 달인 4명을 소개한다. 공직생활 내내 농민들과 호흡하며 농촌 살리기에 헌신해 온 ‘농촌 지킴이’들이다. 행정의 달인 인터뷰 4편에서는 교통·산업·세정·소송 분야 달인들을 소개한다. ■구동관 충남도농업기술원 팀장 농사를 ‘여행상품’으로 개발… 90만명 다녀가 구동관(45·농촌지도사) 충남도농업기술원 실용교육팀장은 ‘농촌여행작가’로 불린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아이들과 어릴 적부터 매달 한번은 여행을 떠났다. 아이들은 풍광이 좋은 곳을 원했지만 아버지는 농촌체험을 고집했다. 그는 “농촌체험을 통해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구 팀장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딸기 수확, 참외 따기, 된장·고추장 만들기 등 168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것이 ‘농촌문화체험 프로그램 박람회’로 이어졌다. 2002년 3월 처음 열렸다. 이후 박람회는 매년 한번씩 충남 예산군 도농업기술원에서 열린다. 농촌체험이나 박람회에는 서울과 대전 등 대도시 여행사를 통해 참가자를 모았다. 구 팀장은 “이전에는 주로 아파트 부녀회를 통해 참가자를 데려와 주먹구구식이고 폭이 좁았다.”면서 “농촌체험도 ‘여행상품’이다. 여기에 정당한 가치를 부여하고 싶었다. 그래서 여행사에 맡겼다. 참가자 입장에서도 여행사에서 내놓는 사과 수확, 모내기 등 자기가 원하는 상품을 고를 수 있어 좋다.”고 강조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002~2010년 90만 8000여명이 충남 농촌을 체험했다. 이들이 뿌린 돈만 369억원에 이른다. 구 팀장은 “여행사를 통해 도시인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결국 농가소득으로 이어졌다. 농민들도 이제는 이것을 깨달았다.”고 자평했다. 구 팀장은 2006년 도농촌기술원에 아예 ‘농촌관광체험팀’을 만들었다. 국내 처음이다. 지금은 공주시, 금산군, 홍성군 등 충남의 타 시·군까지 본받아 이 같은 조직이 생겼다. 구 팀장은 농촌체험을 귀농과 연계시켰다. 2010년에는 농촌기술원 안에 ‘귀농대학’을 설립했다. 매주 8시간씩 6개월 코스다. 농업 일반이론과 과수실습 등을 가르친다. 지금까지 530명이 다녀갔다. 그는 “서울과 인천 등에서 귀농교육을 받던 이들을 충남으로 불러 하룻밤 묵으며 귀농인과 만나게 했다. 살아있는 교육을 받은 많은 이들이 충남에 귀농했다.”고 귀띔했다. 올해는 ‘현장애로지원단’을 만들어 귀농인들의 정착을 돕고 있다. 구 팀장 스스로는 농촌체험 홍보에 발벗고 나섰다. 가족과 함께 농촌체험을 하고 돌아오면 개인 홈페이지에 만들어 놓은 ‘초록별 가족의 여행’에 체험기를 계속 써 올렸다. 10여년 간 올린 글이 수백개나 된다. 소문이 나면서 각종 중앙·지방 일간지와 잡지에 농촌체험 이야기를 글로 썼고, 방송에도 숱하게 출연해 농촌체험의 소중함을 알리고 농촌여행지를 구석구석 소개했다. 그가 ‘농촌체험의 전도사’, ‘농촌여행작가’로 불리는 이유다. 구 팀장은 “농촌은 푸른 색깔이 주는 자연스러움과 여유로운 것이 매력이다. 정직하기도 하다.”면서 “퇴직을 하더라도 농촌마을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고, 농촌체험의 최일선에서 일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글 사진 예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김유열 익산시청 농촌지도사 영농기술 DB화… 누구나 24시간 열람 가능 전북 익산시에 근무하는 김유열(52·지방농촌지도사)씨는 디지털 농업 분야 선구자로 통한다.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운용되던 영농상담제도를 정보화 시대에 맞게 디지털화하는 등 농업과 정보기술(IT)을 접목하는 데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가 추진한 디지털 농업 가운데 가장 획기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은 전국 최초로 영농상담 내용과 농업기술 관련 기록을 디지털화한 사업이다. 그간의 영농상담은 농촌지도사가 농민들과 만나 상담한 내용을 접수부와 일지에 기재하고 결재받아 캐비닛에 보관하는 방법이었다. 이 때문에 영농상담 내용이나 새로운 농업기술을 농업인들은 물론 같은 농촌지도사들조차도 공유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었다. 기술이 우수한 직원이 퇴직할 경우 이를 전수받을 기회마저도 한정돼 있는 실정이었다. 김씨는 이를 개선하기 전국 170개 농업기술센터 가운데 처음으로 정보화 선도 농업기술센터 구축에 나섰다. 영농상담 내용과 농업기술에 관한 각종 기록을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이력화했다. 이로 인해 농촌지도사는 물론 농업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통해 상담 내용을 확인하고 열람하며 평가까지 가능토록 했다. 1대1로 상담해 얻은 영농지식에 집단지식 개념을 도입해 영농상담의 질을 높이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는 영농상담 표준시스템으로 지정돼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또 이 개혁 방안은 2010년 정부합동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와 함께 전화로 걸려온 영농상담을 의사의 진료카드처럼 작성하고 사이버상에 DB화하는 ‘콜 매니저 시스템’도 구축했다. 농가들이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기 위해 3년간 종이로 된 영농일지를 써왔는데 이를 디지털영농일지로 바꾼 사업도 농가들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집에 앉아서 농기계 임대를 신청하는 사이버 농기계 대여시스템, 농업인 상담소 정보화 사랑방 개설, 농업기술을 실시간에 알려주는 전자게시판 설치 등 그가 추진한 농업의 디지털화 사업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최근 들어 김씨는 농산물 사이버 판매와 홍보 등 ‘돈 되는 농업’에 주력하고 있다. 익산지역 농업인들에게 농특산물 사이버 유통에 눈을 뜨도록 e비즈니스활성화를 유도하면서 사이버 농특산물 홍보관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익산시 농특산물 공동브랜드인 ‘탑마루’ 육성담당으로 자리를 옮겨 브랜드 농산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등 스마트폰 시대에 맞는 홍보 강화에 열정을 쏟고 있다. 최근까지 쌀, 고구마에 대한 적극적인 시장개척과 새로운 마케팅 기법으로 145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김씨는 “FTA와 농산물 수입개방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농업도 정보화 시대의 물결을 거스를 수 없다.”면서 “농업인들이 영농과 농특산물 판매에 IT 산업을 접목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김영호 충북농업기술원 팀장 ‘복숭아 박사’… 소형비닐하우스로 시설비 절감 1988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충북농업기술원 김영호(49·지방농업연구사) 특작팀장은 농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새품종을 육성하는 데 매진해 왔다. 새로운 연구대상을 찾거나 농가의 어려움을 듣기위해 농민들과 하루 10통 이상 전화를 하고 일주일에 한 차례씩 농가를 방문한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복숭아박사’, ‘포도전문가’ 등 영광스러운 별명이 그를 따라다닌다. 2004년에는 연구직 공무원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한다는 농촌진흥청의 농업연구원상 대상도 받았다. 그가 이뤄 낸 특허, 신품종 육성, 영농기술 개발을 모두 합하면 총 11건. 정부에 정책을 건의해 반영된 것도 11건이나 된다. 김 팀장의 가장 대표적인 발명품은 복숭아 전용 봉지다. 2000년까지만 해도 국내 농가들은 일본에서 들어온 신문지로 만들어진 봉지를 사용해 복숭아를 재배했다. 하지만 이 봉지가 비바람에 쉽게 찢어지고 빛 투과량이 적어 복숭아 색깔이 제대로 나지 않는 등 문제점이 많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밤잠을 설치며 연구를 거듭하고, 국내 과일 봉지회사를 설득한 끝에 2년 만에 국내 복숭아 특성에 맞는 전용봉지를 개발했다. 이 봉지는 코팅된 종이로 제작돼 잘 찢기지 않아 과일이 낙과되는 사례를 크게 줄이고, 빛 투과량이 많아 봉지를 씌워도 복숭아가 먹음직스럽게 붉은색을 띠었다. 또한 바람이 잘 통하도록 미세한 구멍이 나 있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이 봉지를 사용하면서 붉은 복숭아를 선호하는 타이완과 중국에 복숭아 수출이 가능해져 농가소득이 15%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왔다. 현재는 전국 복숭아 과수원 100%가 김 팀장이 개발한 봉지를 사용하고 있다. 폭설과 강풍에 강한 소형비닐하우스(폭 3m, 높이 3m)도 김 팀장의 역작 가운데 하나다. 이 하우스가 개발되기 이전에는 전국 농가들이 하나같이 농촌진흥청이 고시한 표준 비닐하우스(폭 7m, 높이 4.7m) 규격대로 하우스를 설치해 농사를 지었다. 이 규격과 다르게 하우스를 지어 농사를 짓다가 재해를 입으면 정부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재배작물에 관계없이 모두가 이 규격대로 하우스를 지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하우스는 포도 등 일부 작물을 재배하기에 불필요하게 커 시설비가 과다하고 난방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었다. 김 팀장이 5년간 수십 차례의 설계 변경과 보완작업을 통해 개발한 소형하우스는 이런 표준하우스의 문제점을 한방에 해결했다. 농촌진흥청의 구조안전성 검사 결과 시설비가 23% 절감되면서 ㎡당 44㎝의 눈, 초당 35m의 바람에도 끄떡없는 것으로 인정받았다. 이 하우스는 2010년 농림수산식품부의 원예특작시설 재해형 규격 설계도로 고시돼 현재 전국 농가에 보급 중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껍질째 먹는 포도인 ‘자랑’, 조류 및 해충피해경감용 망사봉지도 김 팀장의 작품이다. 그는 “연구직으로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면서 “인삼재배에 적합한 하우스를 개발하는 게 올해 최대 목표”라고 했다. 글 사진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최효열 경북 예천군 농촌지도사 골절·눈 부상도 못 말리는 ‘사과의 달인’ 최효열(49·지방 농촌지도사) 경북 예천군 농업기술센터 소득작목담당은 고품질 사과생산의 달인이다. 최 담당은 1982년 농촌지도공무원으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30년 동안 대부분 사과 업무를 맡았다. 이러다 보니 사과재배에 관한 한 입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그에게 기술지도를 받은 농민들이 재배한 사과는 일반 사과에 비해 품질이 뛰어나 30% 이상의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현재 예천군 내 음풍골 영농법인, 석송골 작목반, 탑프루트 생산단지 등 3개 사과 재배단지에서 기술지도를 하고 있다. 이곳 83㏊에서 연간 380t의 사과를 생산하고 있다. 그가 농민들에게 지도하는 기술은 크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햇빛이 잘 들어오도록 사과나무 가지치기를 해 좋은 사과가 열릴 수 있는 가지 수를 늘린다. 여기에다 영양분만 많이 빨아 들이는 굵은 가지를 제거하고 농약 살포 횟수를 줄인다. 이렇게 하면 크고 맛이 좋은 고품질 사과를 생산할 수 있단다. 품질이 우수한 사과를 생산한 결과 수출도 덩달아 잘되고 있다. 예천군은 1987년 580t의 사과를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수출이 늘어나 2000년부터는 매년 1000t이 넘는 수출량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1998년에는 2300t(80억원어치)을 수출해 전국 사과수출의 32%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농산물유통공사와 농촌진흥청, 경북도 등으로부터 사과수출 컨설턴트로 위촉되어 활동하고 있다. 또 일반 농가를 대상으로 모두 820차례에 걸쳐 사과 재배기술을 교육했다. 낮에 농사일을 하는 농민들의 특성을 감안해 시행한 야간 교육도 그가 정착시켰다. 2009년부터는 예천군 농업기술센터 내에 사과벤처대학을 운영해 사과재배 전문가 180명을 양성했다. 사과농사에 대한 그의 열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1998년 사과전문지도연구회를 만들어 1, 2회 회장을 역임했다. 과수우량 묘목생산센터를 설립해 연간 4만 그루의 우량묘목을 농가에 보급했다. 그는 “1996년 유럽에 견학을 갔을 때 대부분 사과묘목이 작은 것을 확인했다. 우리도 인건비를 줄이고 관리가 용이한 키 작은 사과나무로 대체해야 된다고 생각해 예천에 과수우량 묘목센터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1996년 폐교를 활용해 산업곤충연구소를 전국 최초로 설립했다. 이것이 바탕이 되어 현재 예천은 세계곤충엑스포를 여는 등 새로운 지역 활로를 개척했다. 이 밖에 귀농인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3년 동안 사과재배기술을 120명에게 가르쳤다. 그는 양복을 입지 못한다. 사과 농사에 몰입하다 보니 오른쪽 어깨와 팔이 왼쪽보다 1.3배나 커졌기 때문이다. 또 가지치기를 하다 추락해 왼쪽 쇄골이 부러져 어깨와 목이 항상 기운다. 눈에는 톱밥이 들어가 2번이나 수술했고 아직 왼쪽 눈은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이 모두가 달인의 훈장”이라며 활짝 웃는다. 예천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프로배구] 대한항공 7연승… 양날개는 김학민·마틴

    [프로배구] 대한항공 7연승… 양날개는 김학민·마틴

    ‘학미남’이라 불리며 소녀 팬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김학민(대한항공)이지만 인터뷰실에서만큼은 별로 인기가 없다. 기자들이 질문하면 대답이 두 문장을 넘기는 법이 없다. 아무리 짓궂게 물어봐도 모범답안만 얘기한다.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쑥스러워할 때도 많다. 재미있는 것은 외국인 마틴 역시 김학민과 ‘같은 과’란 점이다. 마틴은 한술 더 떠 고개를 숙이고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얘기하는 스타일이다. 마틴의 통역을 맡고 있는 김현도 매니저는 “인터뷰가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니 이해해 달라.”며 매번 진땀을 뺀다. 그런 두 쌍포가 코트에만 들어서면 180도 돌변한다. 프로배구 남자부를 통틀어 가장 호쾌한 공격을 자랑하는 게 김학민과 마틴이다. 김학민은 남다른 체공력을 이용해 마치 학처럼 날아오르는 화려한 ‘공격을 선보인다. 점프를 하면 공중에서 라면 하나 끓여 먹고 내려올 정도라고 해 ‘김라면’이란 별명을 얻었을 정도다. 마틴은 재빠른 손목 스냅을 이용해 내리꽂는 스파이크 서브가 일품이다. 세트당 0.594개의 서브 득점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기도 하다. 그야말로 ‘소리 없이 강한’ 두 쌍포가 합작해 대한항공의 7연승을 일궈냈다. 12일 수원체육관에서 KEPCO를 3-2(25-19 25-15 24-26 22-25 15-13)로 꺾고 승점 38을 기록, 2위를 고수했다. 김학민이 28득점, 마틴이 27득점하며 안젤코(28득점) 혼자 분전한 KEPCO의 3연승을 막아냈다.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을 3-2(27-25 25-23 14-25 19-25 15-10)로 힘겹게 누르고 역시 2위를 수성했다. 승점 27을 기록해 선두 KGC인삼공사와의 승점 차를 9로 좁혔다. 새 외국인 브란키차 미하일로비치를 선보인 현대건설은 두 세트를 내주고도 두 세트를 따라잡는 저력을 발휘했으나 뒷심이 부족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中 ‘롤스로이스지수’ 1위

    中 ‘롤스로이스지수’ 1위

    중국 내 최고급 외제차인 롤스로이스의 2011년 판매량이 미국을 추월해 처음으로 전 세계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롤스로이스의 한 국가 내 총판매 대수가 그 나라의 부(富)를 측정하는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 중국 경제가 미국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세태를 반영한 것이지만 외제차의 소비자 중 상당수가 공산당이거나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은 푸얼다이(富二代)라는 점에서 중국의 씁쓸한 현실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중국 정부가 관용차 구입에 쓰는 돈은 연간 150억 달러(약 17조 4000억원)로 추산된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8일 보도했다롤스로이스는 2011년 중국 내 판매량이 기존 1위인 미국을 처음 압도한 것을 계기로 2012년 용의 해를 맞아 중국인들의 취향을 고려한 중국 내 별도 모델인 용년환영(龍年幻影)을 출시했다. 이 차량 앞좌석 머리 받침대 부분에는 황금 자수로 용 문양이 새겨 있다. 중국 지역 내 롤스로이스 매장 매니저는 “중국의 롤스로이스 고객은 자수성가한 기업가는 없고 부모로부터 억대 유산을 물려받은 젊은 층이나 부모가 자식을 위해 구입해 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고 LAT는 전했다.중국은 고급차인 영국 벤틀리의 2011년 판매 증가율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전체 판매량(7003대)의 26%로 총판매 부문에선 미국에 이은 2위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두을장학재단, 여대생 80명 장학금

    두을장학재단, 여대생 80명 장학금

    국내 유일의 여성 전문 장학재단인 두을장학재단은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참석한 가운데 여대생 80명에게 장학증서를 수여했다. 두을장학재단은 평소 장학사업 및 이웃 돕기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고 이병철 회장의 부인인 박두을 여사의 유지를 기려 지난 2000년 1월 설립됐다. 고인의 유산을 중심으로 이인희 고문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홍라희 삼성미술관 관장, 손복남 CJ 고문 등 자녀들이 뜻을 모아 기금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약 350명에게 50억원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올해는 1학년 30명과 기존 장학생 2, 3학년 50명 등 총 80명의 장학생을 선발했다. 글로벌 펀드매니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 권다은(연세대 언더우드국제학부 2학년)씨는 “미국에서 고등학교 1학년 과정까지 마친 뒤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한국으로 돌아와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했다.”면서 “두을장학재단을 통해 학비 마련에 대한 부담 없이 자기계발에 전념해 국제적인 여성 리더로 성공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등장인물 무영(30대 초반·공무원시험 준비 중) 약희(20대 후반·백화점 화장품 매장 직원) 방역업체 직원 1(40대·제로버그 팀장) 방역업체 직원 2(20대·제로버그 사원) 집주인(40대·중반 여성) 매니저(소리·화장품 매장 관리인) 무 대 왼쪽에 침실과 작은 거실이 딸린 반지하 공간. 햇살을 느낄 수 없으며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이다. 거실 벽면 위로 창이 있으나 방충망은 찢기고 구멍도 뚫려 있다. 거실 한편에는 컴퓨터, 벽에는 벽시계가 걸려 있고 밑에는 커다란 동그라미가 그려진 달력이 걸려 있다. 침실에는 침대와 화장대, 구석에는 아기 침대와 모빌이 달려있다. 중장비의 굉음이 멀리서 들려온다. 중장비 소음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대화할 때에는 잘 들리지 않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크고 뚜렷하게 들린다. 중장비 소음이 들릴 때마다 무영은 귀를 후비는 습관이 있다. 희미한 침실 조명이 켜져 있고 ‘탁’ 하는 짧은 박수소리 한두 번 들린다. 조명 밝아진다. 무영 저희가 안 나가겠다는 겁니까? 아니잖아요. 아무리 월세를 제때 못 낸다 해도 그렇지 사람이 살 수가 없잖아요. (약희의 눈치를 보며) 알았어요. 그러니까요, 사모님께서 먼저 계약서대로 모기부터 해결부터 해주세요. (사이) 네, 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무영은 수화기를 휙 던지며 클렌징을 하는 약희의 눈치를 살핀다. 약희 뭐래? 무영 (말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알았대. 약희 (순간 울컥함을 참고 몸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이것 봐, 이것 보라구. 어! 여기도 물렸네. 아이 가려워. 에이 정말, 여름만 되면 이놈의 집구석은 모기가 온통 벽에 온통 도배를 해요, 도배를… 얘네들은 날개를 폼으로 달았나? 날개가 있으면 날아올라야지,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요 앞 40층짜리 탑궁전 아파트 사람들은 놔두고 (무영을 보며) 바닥보다 낮은 이런 곳으로 기어 들어와서 피곤한 사람, 잠도 못 자게 한담. 무영, 약희를 힐끗 보다 다시 허공에 시선을 응시하며 손뼉을 친다. 약희 잡았어? 무영 어 (씩 웃으며 약희에게 빈 손바닥을 펴 보인다.) 약희(다시 거울을 보며) 그 한 마리를 잡아서 집안의 모기를 도대체 언제 다 없애겠어? (사이) 다 없앨 수나 있겠어? 좋아, 설사 집안의 모기를 다 잡았다고 쳐. 그럼 뭐해, 좀 있다가 집 밖에 있는 모기들이 주택청약 대기자처럼 얼씨구나 들이댈 거 아냐? 무영 미안해. (표정을 바꿔 자신감 있는 태도로) 그래도 오늘 밤만큼은 기필코 밤을 새워서라도 자기랑 울 희망이, 내~가 책임진다. 약희 허구한 날 또 그 소리 (무영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자기랑 울 희망이, 내~가 책임진다. 테이프 같으면 벌써 늘어져서 내~~가 책~임진~다. 책임이 뭔지나 아나? 무영 뭐!? 약희 됐어. 그건 그렇고, 난 정말 못 참겠어. 가뜩이나 모기소리가 나면 불면과 신경쇠약에 시달렸는데 이젠 편두통까지, 앵앵거리는 소리만 들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구. 이번 여름, 아니 딱 일주일만이라도 모기가 없는 곳에서 살고 싶어. 무영 (혼잣말로) 난, 자기 잔소리 없는 곳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살고 싶다. 약희 뭐야! 잔소리? 그럼 지금 당장 짐 싸. 무영 아니, 내 말은… 약희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잔소리 안 하게 생겼니? 무영(한참 동안 약희의 눈을 피하며) … 약희 이제 집은 어떡할 거야? 이제 보름도 안 남았어. 무영 … 약희 (울컥 치솟는 것을 참으며) 아이 참, 오늘 밤은 또 왜 이리 덥담. 무영 (약희의 눈치를 살피다가) 미안해, 여봉~ 내가 이번 시험만 붙으면… (약희를 안으며) 그리고 오늘 밤만큼은 자기하고 울 희망이, 내가 밤 새워서라도 모기들한테서 지켜줄게. 약희 (무영을 뿌리친 후) 더워 더워, 끈적거려, 붙지 말래두.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어! 빨리 손 안 치워? 무영 (머쓱한 듯 손을 빼며) … 약희 그리고 ‘이번 시험만 붙으면’ 이라는 말 도대체 몇 번째야. 이제 지긋지긋하니까, 먼저 모기 다 없애기 전까지 내 몸에 손도 대지 마. 무영 (약희를 한동안 말없이 쳐다보다가) 이놈의 모기들 오늘 밤 다 (목소리를 낮추며) 죽었어. 무영은 약희를 계속 쳐다보다가 ‘앵’ 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 ‘탁’ 하고 박수를 친다. 그리고 잠시 광기 어린 무영의 얼굴이 살짝 비친 후 조명 꺼진다. 조명 켜지면 창밖에는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보다 커진 중장비 소음이 들려온다. 반바지 차림에 부스스한 몰골의 무영은 처음에는 귀를 후비다가 나중에는 귀를 막는다. 이후 한참 만에 전화벨이 울리는 것을 확인하고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는다. 약희 지금까지 잔 거야? 무영 아, 아냐, 진작 일어났지. 지금 기출 문제 동영상 강의 듣고 있어. (사이) 정말이야. 자 들어봐. (아이 젖병을 꺼내면서, 목소리를 바꿔) 네, 지난 5년간의 기출문제 유형을 종합하여 정리한다면, 이번 10월에 있을 공무원 9급 공채시험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겠죠. 그래서 이번 7주차 강의는~ 약희 됐어, 됐어. 소리 좀 줄여. 무영 거봐, 날 뭘로 보구. 흠 약희 잊지는 않았지? 자기가 한 약속,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무영 또 또 시작이다. 알았어요. 남자로 아니 가장으로, 아니 좋다. 울 희망이 이름을 걸고 약속한다. 약희 애는? 무영 엉, 지금 분유 타서 먹이려… 때마침 아이 우는 소리 약희 뭐야, 애 분유는 시간 맞춰 먹여야 한다고 했잖아. 그리고 알고 있지? 유아들한테 전자 모기향이나 에프킬라, 절대 안 되는 거. 무영 알아 알아. 약희 그저 말로만… 저기 그런데, 오늘 연락… 왔어? 무영 … 약희 (울컥 차오르는 것을 누르며) 아이 진짜, 그보다 먼저 진짜 집에 있는 모기 좀 당장 어떻게 좀 해봐. 나 지금 코끝을 물려서 완전 딸기코야. 며칠째 모기가 앵앵거려 잠을 설치니까, 얼굴이 부어서 화장으로도 안 가려지잖아. 무영 … 약희 (갑자기 너스레를 떨며) 그것 때문에 고객들하고 상담할 때 자꾸 얼굴을 숙이니까 매니저가 자꾸 눈치 주는 거 있지. 내가 말했지? 그 사람 성질 더러운 거. 뭐냐, 뉴월드 백화점의 얼굴인 슈넬화장품 직원 태도가 뭐냐구… (사이) 내말 듣고 있지? 무영 … 어. 약희 그리고 집주인이 많이 삐친 것 같으니까 자기가 먼저 전화해서 어떡해서든 집주인 비위 잘 맞추고 우리 사정을 잘 말해봐. 무영 (말없이 잠시 침묵하다가) 저기 자기야, 사실… 약희 어? 무영 사실은, 자기 출근하고 바로 집주인한테 연락이 왔었어. 약희 그래! 뭐라구 해? 아니, 자긴 뭐라고 했어? 무영 먼저 모기를 싹 없애 주겠대. 약희 야! 진짜? … 무영 그리고… 약희 그리고? 무영 이번 달까지… 약희 …나가래? 무영 … 약희 그러‥면, 결국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거잖아. 그, 그러면 우리는? 우리는 어떡하구. 완전히 길바닥에 나앉아 죽으라는 거잖아. 그래서 자긴 뭐랬어? 무영 … 그, 그래도 우리집 구조상 모기를 싹 없애긴 쉽지 않을 거야. 그건 자기가 더 잘 알잖아. (사이) 그럼 작성한 계약서대로 모기를 다 없앨 때까지 나갈 수 없다고 버텨봐야지 뭐. 약희 (끓어오르는 것을 다스리며)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그리고 집주인이 집안에 있는 모기를 진짜 다 없애면 그땐 어떡할 거야? 무영 그땐, … 사정이야기를 해봐야겠지. 그리고 우리는 우리대로… 약희 당신, 분명히 자기가 책임진다고 했어. 그럼 이번에야말로 가장의 책임감이 뭔지 보여줘. 아니면 우리 가족 모두 그냥 확! 무영 … 약희 아 네~ 팀장님. (목소리를 낮추며) 나 오늘 저녁에 늦어. 무영 어! 잠깐 …안 되는데. 전화가 끊기자 무영은 뚜뚜뚜뚜 소리를 한참 동안 멍하니 듣다가 전화를 끊는다. 이후 젖병을 든 채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침대와 창문 등,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아기 침대 쪽에서 모기 잡는 시늉을 하며 한참 동안 좁은 거실을 서성거린다. 이때 귀를 후비면서도 전화기에 시선을 놓지 않는다. 그 후 결심한 듯 전화기로 다가가 전화기를 들었다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전화기를 내던진다. 그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무영 (조심조심 다가가 전화기를 들며) 여, 여보~세요? 목소리 이무영씨 댁 맞습니까? 무영 그, 그런데요. 목소리 집주인이 김수영씨 맞으시죠? 제로버그입니다. 무영 제로버그? 그런데… 목소리 이 집 주인께서 의뢰하셨습니다. 그럼,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 당황한 무영이 문을 열자 방역업체 직원1, 2 등장. 방역업체 직원은 빨간 모자에 동일한 유니폼(모기 박멸 프린팅)과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하였고, 직원1은 고글을 쓰고 지시봉을, 직원2는 특이한 가방을 들고 있다. 방역업체 직원1 제로버그입니다. 고객님, 잘 아시겠지만 저희 회사는 ‘고객님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슬로건 아래 타업체와 비교할 수 없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하여 해충 없는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저희 회사가 하는 일을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바퀴벌레, 개미, 진드기, 거미, 모기, 집게벌레, 이, 좀벌레, 파리 등등을 박멸하는 곳이죠. 직원1이 이야기하는 동안 직원2는 무영을 가볍게 밀치며 돋보기를 들고 분주히 집안 구석구석을 관찰하며,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고 있다. 무영은 그런 직원2를 힐끗 보다가 다시 직원1을 다시 본다. 무영 (벙벙한 표정으로) 아, 네. 그런데 어떻게 벌써… 방역업체 직원1 (말을 자르며) 스피듭니다, 저희 팀 모토는 스피드 앤 퍼펙트, 다시 말해서 신속 완벽. (명함을 주며) 저희는 스카~이 파트입니다. 무영 스카이요? 방역업체 직원1 네, 스카이. 하늘, 다시 말해서 날아다니는 해충 중, 피를 빠는 모기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죠. 무영 모기를요? 방역업체 직원1 (고글을 벗고 주변을 둘러보며) 들은 바대로 이곳은 모기들이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네요. 무영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방역업체 직원1 (말을 끊으며 짧게) 아! 걱정 마십시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이 집에는 모기가 23마리, 파리가 12마리, 바퀴벌레가 44마리, 그리고 쥐 4마리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그래, 위치는? 방역업체 직원2 다 파악됐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그럼 바로 시작하지. 방역업체 직원1과 2. 가방에서 정체 모를 장비와 파리채를 꺼낸 후, 집안을 돌아다니며 체크한 후 구석구석에 커다란 모기박멸 스티커를 붙인다. 그 후 갑자기 책을 꺼내 천장으로 던지고, 파리채를 마구 휘두른다. 이때 무영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과 불안한 몸짓으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본다. 무영 어어, 저저, 저걸 (이때 방역업체 직원1과 눈이 딱 마주치자) 저, 저기요… 혹시 살충제 같은 것을 뿌리나요. 우리 아이가 아직 어려서… 방역업체 직원1 (순간 단호한 표정으로) 걱정 마십시오. 저희 회사는 그런 비과학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는 두세 차례 손뼉을 치며, 모기를 잡는 행동을 한다. 무영 (방역업체 직원2를 보며) 아, 네에. 방역업체 직원2 어어, 거기 팀장님. 순간 방역업체 직원1, 재빠른 동작으로 손뼉을 친다. (손뼉을 칠 때의 동작은 전통 무예의 한 동작과 유사하다.) 잠시 후 손바닥을 펴 무영에게 보여주며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띤다. 무영도 마지못해 웃음을 짓는다. 방역업체 직원1 (약간 고압적인 자세를 띠며) 잠깐만요, 이무영씨. 이 집에서 모기를 완전히 뿌리를 뽑고 싶으시죠? 무영 무물, 물론~이겠죠. 방역업체 직원1 음, 현실적으로 이 집의 구조상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무영 (화색을 띠며) 그, 그런가요? 방역업체 직원1 하지만, 저희가 누구입니까? 해충박멸의 신화 제로버그의 스카이팀. 괜히 스카이가 아니죠. 저희에게 불가능은 없습니다. 무영 아 아, 네. 방역업체 직원1 그럼, 먼저 이무영씨에게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몇 가지 자세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며) 첫째, 모기는 우리 가족의 피를 빠는 적이다. (무영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무영씨, 지긋지긋한 모기를 박멸하고 싶지 않으시나요? 무영 그, 그렇긴 하지만… 방역업체 직원1 (말을 끊으며) 그렇다면 마지막은 복창해 주세요. (굳은 표정으로) 피를 빠는 적이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지그시 응시하며) 피 무영 (고개를 순간 돌리며) … 방역업체 직원1 (아주 낮은 저음으로) 피 무영 피, 피 방역업체 직원1 피를 빠는…적이다. 무영 (위세에 눌려 마지못해) 피이…를 빠는 적이다. 방역업체 직원1 (분위기를 바꿔 경쾌하게) 일부 모기가 나와 가족의 피를 머금었다고 해서 피를 나눈 형제처럼 여기는 감상적인 생각이나 동정은 금물입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적개심만이 필요하죠. (다시 힘 있게 주먹을 조금 치켜들며) 둘째, 모기는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강압적인 어투로) 애, 애 무영 애, 애 방역업체 직원1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영 (동작마저 따라하며) 애완동물, 애완동물이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취향이 아주 아주 독특한 일부 사람들 중에는 개와 고양이와 같은 일반적인 애완동물에 싫증을 느껴, 모기를 애완용 곤충쯤으로 여기고 사육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영을 보며) 자기 몸으로 말이죠. 물론 극소수의 사람들입니다. 하하하. 무영 (억지웃음을 지으며) 아, 네. 방역업체 직원1 (큰 동작으로 손끝을 하늘로 뻗다가 날갯짓을 하며) 셋째, 모기는 천사가 아니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노려보며 힘을 주며) 천사가… 무영 천, 천사가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가끔 자신의 옥탑방을 천당이라고 우기는 사람들 중에는 모기의 앵~ 하는 소리를 천사의 음성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살짝 무영을 응시하며) 이런 사람의 특징은… 무영 (멈칫하다가 손을 내저으며) 아니, 아니에요. 방역업체 직원1 넷째, 모기는 여자가 아니다. 무영 (조금 놀라며) 여자, 여자가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알고 계시죠? 흡혈을 하는 것은 모두 암컷들인 거. 무영 (어색한 웃음)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그들의 정신세계는 아주 독특해서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암컷들에게만, 그래서 모기를 아내나 애인처럼 생각하죠. (몰입하며) 모기가 자기의 몸에 빨대를 꽂는 바로 그… 순간을 즐기죠. 무영 아, 네에. 방역업체 직원1 마지막으로… 모기는 집주인이 아니다. 무영 (침을 삼키며) 모기는 집주인, 이…다. 방역업체 직원1 (가늘게 실눈을 뜨며) 흠… 극히 일부의 세입자 중에는 집안에 모기를 대할 때 당황하거나 조금 심한 경우는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마치 집주인을 대하듯 말이죠. 지난달에는 모기에게 안방을 내주고도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는 세입자를 봤습니다. 물론 그와 반대인 상황도 있습니다. (무영을 지그시 응시한 채로 점점 다가가며) 그럴 경우 모기소리와 집주인의 목소리를 동일시합니다. 그래서 모기소리만 나면 히스테리를 부리죠. 그간 당했던 설움과 쌓였던 분노를 집주인에게 마구마구 쏟아 내듯 말이죠. (갑자기 표정을 확 바꾸며) 네, 고객님께서 꼭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런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자신감 있는 웃음을 지으며) 이런 경우를 제외한다면 모기는 100% 박멸 가능합니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가 다가온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이제 모기를 완전히 퇴치했습니다. 무영 벌, 벌써요? 방역업체 직원1 스피드 앤 퍼펙트, OK? 방역업체 직원2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들며) 이게 끝까지 남아 있던 놈으로 23마리째입니다. 방역업체 직원1 음, 좋아. (무영을 보며) 그럼 여기 점검 내역에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무영 … 무영이 마지못해 받은 내역서를 살피며 서명을 망설이자 방역업체 직원1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무영이 주변을 둘러보며 계속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이자, 방역업체 직원들의 태도가 서서히 위압적인 태도로 바뀐다. 이에 무영은 마지못해 서명을 하고, 방역업체 직원1은 뭔가를 해낸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방역업체 직원2에게 서류를 건넨다. 무영 그런데, 저기… 방역업체 직원1 네? 무영 (쭈뼛쭈뼛 머뭇거리다가) 아! 쥐나 바퀴벌레 같은 거는… 방역업체 직원1 음. (단호한 표정으로) 스카이, 아까 말씀드렸죠, 저희는 모기 전문입니다. 무영 아하! 스카이 방역업체 직원1 혹시 다른 해충을 박멸하시려면, 바닥 쪽이나, 구멍 쪽으로 연락주세요. 그 팀들도 프롭니다. (절도 있는 자세로) 저희 제로버그는 과학적이고 완벽한 서비스를 통해 100%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추후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사이) 물론 완벽하겠지만요. 방역업체 직원1, 2 목례 후 바로 퇴장하자 전체 조명이 어둡게 깔린다. 무영은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 후 잠시 우스꽝스럽게 모기 흉내와 함께 모기를 잡는 행동을 한 후 한참 동안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다. 매미소리와 중장비 소음은 점점 크게 들려온다. 무영은 갑자기 귀를 후비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세게 귀를 후빈다. 이때 오른쪽 조명이 들어오면 백화점 유니폼을 입은 약희,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약간은 울먹이며 매장 매니저에게 경고를 받고 있다. 매니저 이것 보세요. 김약희씨, 이게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됩니까? 매장에서는 절대 기대거나 의자에 앉으면 안 되는 거, 사적인 통화 금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비주얼, 비주얼 관리, 잘 아시잖아요. (사이) 그런데 그걸 잘 아는 사람이 술 마신 사람 마냥 코끝이 벌겋게 부풀어 있어요? 약희 그게 모기가… 매니저 그 핑계 그만, 이게 벌써 며칠쨉니까? 고객들이 퉁퉁 부은 코에 억지 웃음을 짓는 당신을 보고 우리 화장품을 사서 바르고 싶겠어요? 도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사이) 죄송 죄송 그러지 말고 속 시원히 말을 해보세요. (사이) 요즘 김약희씨를 보니까 서비스 마인드 교육이 아주, 정말, 매우 필요한 것 같군요. (사이) 계약서 내용은 잘 알고 있죠? 약희 …네 매니저 계약 위반 시에는… 약희 … 매니저 됐어요. (사이) 이만 됐구요, 서로 피곤해질 것 같으니까 이만 하죠. 다음 주부터는 서로 볼일이 없으면 좋겠네요. 약희 네!? 매니저 제 말 뜻 아시죠? 김약희씨. 흐느끼며 털썩 주저앉는 약희, 조명이 점차 어두워진다. 매미소리와 중장비 소음, 그리고 아이 칭얼거리는 소리와 알 수 없는 이상야릇한 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무대가 점점 밝아지면 무영은 헤드셋을 끼고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때 현관 문소리가 나면서 약희가 들어온다. 현관 문소리에 무영은 순간 벌떡 일어나 부스스한 얼굴을 하고 거실로 나온다. 무영 왔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벽시계를 돌아보며) 어! 뭐야, 오늘 늦는다며 일찍 왔네? 약희 (모든 의욕을 상실한 표정으로) 나한테 말 시키지 마. 무영 뭔 일 있나? 아님, 땡땡이! 약희 (고개를 떨구며) … 무영 (살짝 건드리며) 내가 보고 싶어서 땡땡이 쳤구나. 그렇구나, 맞지? 약희 (말을 끊고 매섭게 노려보며) 나한테 말 시키지 말랬지. 무영 (움찔하다가 눈치를 보며) 왜 그래? 약희 당신은 도대체 뭐야? 마누라는 매일 뼈 빠지게 일하는데, 가장이란 사람이 1시가 넘도록 잠이나 퍼질러 자고, 그러고도 당신이 우리집 가장이라고 할 수 있어? 울 희망이 아빠냐고? 무영 약희야, 왜 그래, 농담한 걸 가지고 약희 됐어. 오늘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마. 듣고 싶지 않아. 무영 자기,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일하다 말고 집에 와서 약희 듣고 싶지 않다고 했지. (몸서리를 치며) 당신은 몰라. 아무도 내 맘 모른다구. 무영 (순간 당황하며) 아 참, 낮잠 좀 잤다고 그러는 거야? (약희를 달래며) 오늘 동영상 강의 듣다가 너무 졸려서, 알잖아. 며칠째 밤새 자기랑 울 희망이 옆에서 모기 잡은 거. (사이) 매일 힘들게 고생하는 자기하고 울 희망이한테 남편과 아빠로서 해줄 게 있어야지. (가슴을 두드리며) 나만 믿어. 내가 이번 시험만 붙으면… 이때 이상한 야릇한 소리가 더 분명하게 들린다. 그러자 무영과 흐느끼던 약희, 동시에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영이 컴퓨터 앞으로 뛰어간다. 허둥거리며 마우스를 잡는 무영. 잠시 후 무영에게 서서히 다가가는 약희. 무영 아니, 그게 말이야. 있잖아. 아이 참 (표정을 바꾸며) 자기야 미안. 약희 (이를 악물고 쓴웃음을 지으며) 미안하다는 말, 하지도 마. 당신, 나한테 아니 우리 희망이한테 부끄럽지도 않아? 무영 (머뭇거리며) 약희야, 내 말도 좀 들어봐. 그렇잖아, 내 사정이… 내가 자기한테 붙으면 덥다고, 피곤하다고, 도대체 이게 며칠째야. 석 달은 된 것 같다. 그래서 동영상 강의 듣다가 잠깐, 머리 식히려고… 그냥… (살짝 웃으며) 남자들은 원래 다 그러잖아. 약희, 어이없는 표정 후 분을 삭이는 표정을 짓다 지그시 눈을 감는다. 이때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약희는 눈물을 훔치며 젖병을 챙겨 아이에게 물리나 칭얼거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약희 아가 아가, 괜찮아, 괜찮아. 무영 (약희에게 다가가며) 그러니까… 약희 가까이 오지 마, 당신 불결해. 무영 약희야, 저기… 약희 말하지도 마. 다, 당신, 말소리, 굶주린 모기가… 앵앵거리는 것 같아. 무영 (더 가까이 다가가며) 미안해, 내가 약희 (조금 더 악을 쓰며) 가까이 오지 말랬지. 피를 노리는 굶주린 모기…아니 모기보다도 못한… 무영 (멍한 듯 말을 잇지 못하며) 아무리 그래도… (순간 쓴웃음 지으며) 남편한테 모기는 너무, 너무했다. 약희 (어이없는 표정으로) 너무하다고, 너무하다고, 내가 너무하다고. 김약희 내가? 으흐…흐…흑 난 처음에 당신이 생각이 깊은 줄로만 알았어, 또 누군가를 진정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사이) 생각이 깊어? 흐… (손가락을 흔들며) 오, 노~ 당신은, 당신은 우유부단했던 거야. 다른 사람을 배려, 흐흐, 당신은 원래 당신의 밥그릇조차 지킬 용기나 배짱이 없는 사람이었어. 흐…흐 이젠 지긋지긋해. 하루 종일 햇빛도 안 드는 비좁은 이 집, 매니저와 손님의 비위 맞추느라 짓는 억지웃음, 매일 말뿐이고 책임감도 없는 무기력한 당신, 그런 당신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나, 그리고,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우리의 미래 (팔을 휘젓다가 순간 신경질적으로 신발과 책 등을 벽과 천장에 마구 내던지며) 특히 이놈의 성가신, 성가신 모기들도, 그리고 당신도… (폭발하며) 모두 모두 다 내 눈앞에서 사라져, 사라져버리라구. 무영 … 약희야! 어찌할 바를 모르던 무영이 세차게 흐느끼고 있는 약희를 보며 용기를 내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하자 약희가 무영의 손을 가로막으며 돌아선다. 무영은 한참을 멍하게 서 있다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이때부터 조명은 무영의 행동에 집중되며 중장비 굉음이 점점 크게 들려온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무영은 한동안 심장박동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짐을 느끼며 전화를 받는다. 무영 여, 여보, 여보세요 집주인 (소리만)마침 집에 있었네. 그쪽이 사인한 것 봤어요. 그럼 이제 그쪽이 약속을 지킬 차례네요. 제 말뜻 아시죠? 그럼 이만. 무영의 심장박동은 더욱 요동치며 점차 조명이 점차 어두워진다. 조명이 거의 사라질 무렵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무영에게 조명이 집중된다. 무영 그런데, 그런데, 이건 너무 일방적이지 않습니까? 무조건 정해진 날까지 집을 비워달라니요. 저희 세입자 입장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생각해 주세요. 집주인 (소리만)계약서, 계약서, 몰라요? 무영 그래서, 그래서, 조금만 더 배려를… 배려를 부탁드리는 것 아닙니까. 이번 가을까지, 아니, 다음 달까지라도… 집주인 (소리만)…… 배려라? 누굴 배려? 내가 당신들을? 난, 여태 배려했어요. 내 집에서 살도록 해줬잖아요? 물론 월세지만, 그리고 집세도 못 내는 당신들이 우긴, 그 말도 안 되는 그 요구, 그래서 이렇게 방역업체까지 불러 모기소리도 싹 없애 줬어요. 이만하면 집주인으로서의 충분한 배려 아닌가? 무영 네, 네 맞습니다. 하지만 저…저도 (침을 삼키며) 몇 년간 여기 살면서 집세를 올려달라면 달라는 대로, 수도세 전기세 밀린 적 한번 없이, 때 맞춰 군말 없이 해드렸습니다. 한겨울에 보일러가 터져도, 장마철에는 방바닥에서 물이 올라와 곰팡이가 온 벽을 뒤덮어도, 한여름에는 방충망이 찢겨져서 온갖 해충들이 득실거려도, 그리고 지금처럼 하루 종일 공사 소음에 시달려 귀가 멍멍해져도 아무 불평 없이 지냈습니다. (사이) 작년 겨울 실직만 안 했어도 이런 부탁까지는 드리지 않았을 겁니다. 어떻게든 이번 가을에 치를 시험까지라도, 아니 다음 달 우리 애 돌까지만이라도 (무릎을 꿇으며)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집주인 (소리만)그래요, 듣고 보니 안타깝기는 하네요. 하지만 이를 어쩌나. 부탁은 내가 해야 되겠는 걸. 지금 공사가 지연된다고 재개발 조합에서 난리네요. 계약서대로 세입자를 내보내 집을 비우라구요. 그쪽이 용안 4동 재개발 구역에 거의 끝까지 남은 세대라는 거, 알고는 있었죠? 당신들이 나가야 우리 구역 철거가 마무리되거든요.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도 투자를 한 입장에서 손해 볼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이제 당신들은 계약서대로 나가주면 되는 거예요. 내 말 알아듣죠? 배려라? 배려라면 이번에는 당신들 차례인 것 같은데 무영이 털썩 주저앉자 바로 조명 꺼진다. 어둠 속에서 한동안 귀를 막고 머리를 감싸던 무영이 어느 순간부터 어떤 소리를 집요하게 찾고, 약희는 집안을 정리한다. 무대가 점차 밝아지면 무대의 가재도구는 모두 정리가 되고 커다란 박스 두어 개와 여행용 가방이 무대 중앙에 있다. 약희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달력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일어나 벽에 걸린 달력을 뜯는다. 그러자 다음 달력에 커다란 동그라미가 보인다. 이때도 무영은 계속 귀를 후비며,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뭔가를 찾고 있다. 약희 (달력을 보며) 뭐해? 무영 … 약희 뭐하냐구? 무영 찾고 있어. 약희 (심드렁하게) 뭘? 무영 (잠시 머뭇거리다가) 있어, 지금 어딘가에 있어. 약희 그러니까 뭐가 있냐구? 무영 (주변을 계속 살피며) 모기 약희 (힐끗 보며) 모기? 무영 안 들려, 소리? 지금 막 몰려오고 있잖아. 봐, 앵~앵 약희 (무영을 쳐다보다가 잠시 귀를 기울이며) 도대체 무슨 소리? 무영 아, 미치겠네. 에이, 도저히 안 되겠다. 무영은 계속 구석구석 살피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지갑을 뒤지기 시작한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약희가 전화를 바로 받는다. 약희 여보세요? 집주인 아직 있었나보네. 약희 … 네. 집주인 하긴 이틀이나 남았으니까. 지금 문 앞에 있어요. 약희 네? 알이 큰 색안경에 명품가방을 든 40대 여성이 현관문으로 들어온다. 이때도 무영은 집주인을 본 체 만 체 한쪽 구석에서 뭔가를 찾고 있다. 집주인 (무영을 힐끗 본 후, 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며) 댁 남편한테 이야기는 들었죠? 약희 … 집주인 (색안경을 벗고 여행용 가방의 손잡이를 잡으며) 그런데 갈 곳은 정해졌~ (손잡이가 쑥 들어가자) 어머! 나? 약희 걱정 마세요. 날짜 되면 알아서 나갈 테니까. 무영 (혼잣말로) 어딨더라. 여깄다. (명함을 보며) 오이제로에 제로제로제로제로.   핸드폰 발신 신호 후 제로버그회사의 경쾌한 컬러링이 들린다. 집주인은 자세를 가다듬고 눈을 내리깔며 집안 구석구석을 훑어본다.   집주인 (핸드백에서 봉투를 꺼내며) 여기, 이사비용하고 남은 보증금, 다 까먹고 얼마 남지도 않았지만 (약희가 신경질적으로 봉투를 받자) 거, 세어 봐요. 약희 (눈으로 대충 보며) 맞겠죠. 집주인 그런데 모기, 이제 더 없죠? (팔목과 다리를 긁적이며) 어휴, 그런데 왜 이렇게 간지러워. 하긴 이런 구질구질한 데서 내 피부에 트러블이 안 생기면 그게 이상한 거지. 소리 (경쾌한 소리로) 스피디하게 모시겠습니다. 제로버그입니다. 무영 (손짓을 하며) 있어요, 우리 집에 모기가 있어요. 커다란 모기떼가 몰려왔어요. 집주인 (깜짝 놀라 두리번거리며) 이게 무슨 소리야? 모기? 소리 네? 잠시 만요, 고객님. 담당자를 바꿔 드릴게요. 방역업체 직원1 네, 스카이 팀장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무영 지금 우리집에 난리가 났어요. 어마어마한 모기떼가 몰려오고 있어요. 집주인 (놀란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모기떼? 방역업체 직원1 네? 이무영씨 이무영씨, 맞죠? 그런데 모기가 있다구요? 그것도 떼로? 무영 (확신에 찬 목소리로) 네. 아주 어마어마한, 그리고 커다란 방역업체 직원1 그럴 리가요? 그럼 본인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나요? 무영 소리가 들려요. (핸드폰을 공중에 대며) 수십 마리 아니 수백 마리의 모기떼 소리가 마구마구 들려요. 방역업체 직원1 그래요? 음… 바로 출동하죠.   무영이 잠시 큰 동작으로 모기를 쫓는 시늉을 하다가 귀를 막는다. 약희는 이런 무영의 행동에 당황하나, 그렇다고 무영을 말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집주인은 무영의 행동에 많이 놀란 눈치이다. 그러다가 잠시 집주인과 무영의 눈이 마주친다. 이때 둘 사이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데, 갑자기 무영이 집주인에게 다가가 집주인의 뒷목을 찰싹 친다.   집주인 아! 뭐야? 무영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목이, 거기가 집주인 목! 모기요? 무영 그러니까 모기가 모게, 모기가 모게… 집주인 네? 모…모기!   집주인이 목 주변을 문지르며 긁다가 핸드백에서 거울을 꺼내 본다. 순간 멈추며 무영을 노려보지만, 무영은 무관심하게 계속해서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있다. 바로 이때 초인종이 울리고 방역업체직원1, 2가 등장한다.   방역업체 직원2 네, 제로버그입니… 무영 빨리요 빨리. 이 모기들 좀, 정말 미치겠어요. 얘네들 좀 보세요. (손가락으로 허공과 집주인을 가리키며) 여기 여기, 지금도 막 나한테 달려들잖아요.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응시하다가 직원2를 힐끗 보고) 확인하지.   직원2는 바로 장비를 들고 구석구석을 확인한다.   무영 이놈의 모기들이 처음에는 한두 마리가 앵앵거리다가 지금은 숨어 있는 놈들까지 몰려나와 날 쫓아오는 거예요. 방역업체 직원1 그래요? 본인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셨다고 하셨죠? 무영 그, 그럼요.   방역업체 직원1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집주인과 약희에게 동의하느냐고 묻는 손짓을 취하자 약희는 모른 척 눈길을 피하고 집주인은 계속해서 몸을 긁적이며 모기를 피하는 몸짓을 취한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가 직원1에게 다가온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확인 결과 이곳에는 모기는 물론 날파리 한 마리도 없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역시 (무영을 보며) 들으셨죠? 무영 그럴 리가… 지금 이 소리 안 들려요? 지금 막 앵앵거리잖아요. 와, 미치겠네. 여길 보시라니까요. 여기 여기요, 이곳에서 났다가 아니 저기서… 방역업체 직원1 어디? 여기? 도대체 어디요? 한 마리라도 잡아보세요. 무영 (주변을 마구 돌면서 구석구석을 가리키다가 직원1을 돌아보며) 한…마리? 방역업체 직원1 (검지를 흔들며 단호하게) 한 마리! 우리 제로버그 스카이팀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리콜도 없는 퍼펙~팀입니다. 무영 퍼․펙․트! 방역업체 직원1 (짧게) 네, 퍼펙트. 집주인 그, 그럼 뭐야? 아까 내 목을 내리친 것은, 일부러… 이 사람들 안 되겠네. (뒷목의 부여잡으며) 이젠 폭행까지, 아이고 목이야, 아이고 목이야. 약희 폭행이라니요? 모기 잡을 때처럼 살짝 친 것을 가지고 집주인 살짝? 이게 살짝이야? (방역업체 직원2를 보며) 거기 젊은 총각, 이걸 보라고, 여기 여기, 보이지? 빨갛게 손자국 난 거. 방역업체 직원2 (집주인의 목 가까이 얼굴을 대고 살펴보다가) 제가 보기에는 그냥… 집주인 그냥? 그냥 뭐? 방역업체 직원2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냥 손톱으로 긁은 자국인데요.   어수선한 와중에 무영은 사람들의 대화에서 벗어나 있고 이러한 무영을 방역업체 직원1이 주의 깊게 살핀다.   방역업체 직원1 (곰곰이 생각하다가) 잠시, 잠시만요, 음, 제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이무영씨에게 들리는 모기 소리는 일시적인 환청인 듯합니다. 약희 (놀라며) 화,화, 환청이요? 방역업체 직원1 네, 맞습니다. 환청. 과도한 스트레스나 심리적 불안으로 인해 실제 없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종의 환각 현상이죠. 때에 따라서는 환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약희․집주인 !? 방역업체 직원1 환청은 낮은 단계의 벌레 울음소리나 소음과 같은 단순한 잡음에서부터 단계가 높아질수록 뚜렷한 내용이 있는 특정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기까지 합니다. 사람 말소리인 경우에는 불쾌감을 주는 간섭이나 욕, 또는 명령하는 소리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심지어 아첨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극히 일부의 사람들은 타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죠. (사이) 음… 제가 보기에는 이무영씨는 아직까지 환청의 초기 단계로 보입니다만,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높은 단계의 환청을 넘어 마약 중독과 유사한 환각 증상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약희 그, 그럼, 지금 애아빠의 귀에 헛소리가 들린다는 말씀이에요. 방역업체 직원1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서는요. 약희 (무영의 모습을 멍한 듯 바라보며) 그, 그래서 아까도… 어이구, 세상에 집주인 (다리와 몸을 어색하게 긁다가 무영을 노려보며) 뭐야, 그럼 완전히 미친 거잖아? 어쩐지, 아까부터 눈빛이 퀭한 게 이상했어. 흥, 이제 정신병원에 가야겠네. 약희 (순간 노려보며) 함부로 말하지 마요. 당신이, 당신이 뭔데 남의 남편한테 미쳤다고 해요. 집주인 아니, 이 여자가 누구한테 당신이래. 그리고, 없는 소리가 난다고 우기면 그게 미친 거지. (사이) 아님 뻔한 거지. 모기 소리를 트집 잡아서 여기에 더 눌러앉으려고 하는 수작이겠지 뭐. 누가 그 뻔한 속셈 모를 줄 알아. 이래 봬도 나 산전수전 겪으면서 당신들 같은 사람 많이 상대해 봤어. 흥~ 약희 눌러앉는다고? 우리가? 여기에? 아무리 없이 산다고 자존심마저 죽지는 않아요. (단호하게) 걱정 말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날짜 되면 이곳에서 나갈 테니까. 사람을 도대체 뭘로 보고 그래요. (무영을 보며) 당, 당신도 뭐라고 좀 해봐. 집주인 뭘로 보긴, 내 눈에 보이는 데로 보지. (혼잣말로) 딱 보니, 말 그대로 갈 곳 없는 거지네 뭐. 흥~ 약희 뭐 뭐, 뭐라고, 거지?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우리가 집을 빌린 거지 언제 당신한테 구걸을 했어? 집주인 구걸? 흥, 구걸은 아니어도 (무영을 곁눈질하며) 애걸은 했지. 약희 뭐, 뭐라고? 이 여자가 정말 집주인 뭐, 이 여자, 이제 갈 곳도 없는 밑바닥 주제에 집주인한테 감히, 분수도 모르는 것들이 약희 (순간 집주인에게 달려가 악을 쓰며) 그래, 그래, 나 이런 밑바닥에 산다. 이젠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   방역업체 직원1, 2가 맞붙은 두 사람을 떼어 놓으며 진정시킨다. 그 와중에도 방역업체 직원1은 집주인 편을 간간이 든다. 이때도 무영은 계속해서 모기를 찾고 있다.   방역업체 직원1 자자자, 이제 그만, 그만하시고 진정하세요. 지금 뭣들 하는 겁니까? 집주인 놔놔, 이것 안 놔? 깡패처럼 무조건 힘이나 써서 해결하려고 하고. 흥, 가진 것도 없는 것들이 분수를 모르면 교양이라도 있어야지. 약희 (악을 쓰며 다시 집주인에게 달려들며 몸싸움을 하며) 뭐라구? 깡패? 교양? 그래, 나 없어. 아무것도 없어. (한동안 엉겨 붙어 있다가 약희가 순간 엉엉 오열하며) 이젠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구. 방역업체 직원1 그만 그만들 두세요. 사모님, 사모님이 먼저 참으세요. 새댁도 진정을, 우선 진정부터 해요. (약희를 진정시키며) 그리고 새댁, 남편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 괜찮아, 괜찮아질 겁니다. (둘 사이가 조금 누그러지자) 음… 이런 말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는데… 사실 저도 집에선 모기소리와 마누라의 바가지 긁는 소리가 헷갈릴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러다 보면… 마누라가 모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마누라를 보며 모기 때려잡는 생각을 합니다. (모기 잡는 동작을 취하며) 이렇게요. 이렇게라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죠. (직원 2를 곁눈질하며) 안, 안 그런가? 방역업체 직원2 아 아, 네. (직원 1을 곁눈질하며) 사실 저도… 가끔 작업할 때 모기소리와 팀장님 목소리가 구별이 안 될 때가 있는데요, 그땐 이렇게… 방역업체 직원1 (싸늘한 미소로 직원2를 노려보며) 그래? 그래서 모기를 잡을 때 개잡듯이 후려치나? 방역업체 직원2 (뻘쭘한 표정) 그게 아니라 제 말은… 방역업체 직원1 (표정을 확 달리하며) 환청은 일시적인 현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주변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죠. 약희 (멍한 무영을 순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기야, 무슨 말이든 말 좀 해봐. 집주인 이분들께서는 이 세상에서 배려와 관심이 가장 많이 필요한 사람들이에요. 흥~ 약희 (순간 매서운 눈매로 노려보며) 보자보자 하니까 정말 방역업체 직원1 그만, 그만 (절도 있는 자세로) 그럼 이만, 저희 제로버그의 리콜 서비스는 고객님께서 만족하실 때까지 무제한 달려갑니다. 추후 문제가 생기면 다시 연락 주십시오. 집주인 어머나! 내 정신, 어머, 시간 좀 봐. 나도 늦었네. 오늘 계모임이 있었는데… 알죠, 내일 모레까지인 거. 약속이나 지켜요. 약희 맘 푹 놓으세요. 설사 붙잡아도 더러워서 나갑니다. 흥~ 방역업체 직원1, 2 퇴장. 집주인도 서둘러 따라 나선다. 무영은 계속 멍하니 있다가, 주변을 둘러보며 힘없이 모기 잡는 행동을 취한다. 그런 무영을 약희는 흐느끼며 바라본다. 이 와중에도 중장비의 소음은 계속된다. 얼마 후 무영은 축 처진 채로 의자에 앉는다. 약희 (맥이 풀린 듯 울먹이며) 그런데 자기야, 이제 우리, 우리, 어떡하지? 무영 진짜 들렸는데… 지금도, 지금도 분명히 들리는데 약희, 망설이다가 무영의 뒤로 가서 조용히 어깨를 감싸자, 잠시 후 무영은 약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조명이 꺼진다. 공사장 착암기 소리가 집안 구석구석을 울린다. 실내조명이 켜지자 두 사람은 침대에 누워 있고 시간이 갈수록 중장비 소음은 커지면서 간간이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약희 (몸을 일으켜 무영을 보며) 소리 들려? 무영 뭐? 약희 이 소리? 잘 들어봐. 무영 … 약희 이거 귀뚜라미 소리야.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니까 마음이 편해진다. 벌써 가을이 오려나? 무영 (심드렁하게) 나도 알아. 모기소리가 아닌 거, 귀뚜라미 소리인 거. 약희 (사이) 삐쳤어? 무영 뭐가? 약희 아니다. 무영, 약희… 이때부터 아주 조금씩 실내 연기가 차오르는 것이 보인다. 무영 맞다. 조금 전에 하려던 말, 뭐야? 약희 (망설이다가 잔기침을 하며) 그래서는 안 됐는데… 무영 뭐? 약희 (뜸을 들이며) 엊그제… 자기한테 모기 같다고 말하고 확 뛰쳐나간 거. (사이) 그때는 모든 게 자기 탓 같았어. 자기가 한없이 못나 보이고 원망스러워서 울컥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어쩔 수 없었잖아. 자기도 지금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나라도 당신 편이 되었어야 했는데… (기침을 하며) 그래서 환청이 들렸나 싶어지구… (속삭이듯) 미안해. 무영 (홱 돌아서 등을 보이며) 스트레스가 확 더 쌓인다. 약희 (의아한 듯) 뭐? 무영 (귀를 파며) 환청이 들려. 예전에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가 방금 내 귀에 들렸거든. 약희 (무영의 몸을 뒤집으며) 뭐야? 무영, 휙 뒤돌며 약희를 안는다. 그 후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애정이 담긴 작은 실랑이가 벌어진다. 이때 무영이 기침을 하자 약희의 구토가 시작된다. 약희 (구토를 참으며) 나… 나, 괜찮아. 무영 미안해. 약희 … 무영 고마워, 함께해 줘서… 약희 난 편안해. 아무 말 (기침을 하며) 하지 마. 무영, 약희… 약희 아, 덥다. … 우린, 우린 그 약속은 지킬 수 있을까? (사이) 집주인한테 무영 (한참 생각하다가) 아마도 이때 무영과 약희는 한참 동안 기침과 구토를 반복한다. 한참 후 쪼그려 앉아 있던 무영이 무엇에 집중을 하며 귀를 기울인다. 무영 소리 들려? 약희 … 뭐? 무영 그러지 말고 잘 들어봐. 약희 (기침을 하며) … 무영 자자, (기침을 하며) 정신을 집중하고 우리의 처음을 생각해봐. 약희 처음? (사이) 처음이라… (기침 후 구토를 하며) 우리한테도 처음이 있었나? 무영 생각 안 나? 5년 전쯤에, 왜 있잖아, 강촌으로 동아리 MT 갔었을 때, (기침 후 헛구역질을 하며) 전혀? 음… 무영이 한참 헛구역질을 한 후, 엎드려 있다가 조심스럽게 일어나 손가락으로 점점 크게 원을 그린다. 그러자 연기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 비눗방울이 서서히 날리기 시작한다. 무영 그럼 이 소리 좀 들어봐. 약희 소리? 무슨 소리가 나? 무영 잘 들어봐. 약희 (짧지만 심한 구토 후 웃으며) 혹시 자기, 또 환청 아냐? 무영 (진지하게) 지금 장난 아니야, (기침을 하며)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그리고 찾아봐. 약희 (조금 진지하게 살짝 눈을 감으며) 음… 들려. 물 떨어지는 소리랑, 계량기 돌아가는 소리, 음… 위층에서도, 어? 그 사람들, 그거 하나 부다. (애교 섞인 목소리로 기침을 하며) 에이, 부럽당~ 무영 참, 그런 소리 말고. 자, 마음을 편하게 눈을 감아. 그리고 천천히 집중해봐. 약희, 잠시 망설이다가 심호흡 후 진지하게 몰입한다. 점차 몽환적인 음악이 들릴 듯 말듯 울려 퍼지고, 이와 함께 환상적인 조명이 시작된다. 약희 음… 어! 이게 뭐지? 뭔가 들려, 음… 물소리랑, 바람소리 (일어나며) 어어, 잠깐 이건… 무영 들리지? 그럼 좀 더 주위 소리들을 찾아 봐, 그리고 느껴 봐. 약희 (다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음… 귀뚜라미랑 개구리 울음 소리, 어~어, 새소리도 들려.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지? (순간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눈을 감고 좀 더 깊이 빠져들며) 이 소리 이 느낌, 왠지 낯설지 않아. 무영 이제 그럼 눈을 감고 소리가 느껴지는 곳을 찾아가 봐. 약희 (무영의 어깨를 짚은 채 천천히 일어나 걸으며)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내가 예전에 느꼈던 그 편안함, 그리고 설렘… 그러면, 그러면, 여기는… 아! 조명이 꺼진다. 환상적인 조명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이 한동안 계속되다가 점차 사라지면서 앳된 약희의 윤곽만을 확인할 수 있는 희미한 조명이 비춘다. 이때 분위기는 아늑한 꿈결 같은 분위기이다. 그 후 점차 계곡 물소리와 개구리소리, 새소리가 뒤섞인 자연의 소리가 함께 들리기 시작한다. 새소리는 뻐꾸기 소리이다. 약희 (황홀함과 나른함이 교차한 느낌, 그리고 혀가 약간 꼬인 발음으로) 여, 여, 여긴, 그러고 보니 개구리 소리가 들리고 … 새소리도 들리네. 음, 이게 무슨 새더라? 딱따구리 소린가? 아니면… 부엉이? (이때 ‘뻐꾹’ 하는 소리가 들리자 손뼉을 치며) 아, 맞네요. 뻐꾸기. 역시~ 무영 선배는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조심스럽게) 근데… 저기요, 선배님. 자꾸 선배님라고 하니까 좀 어색하네요. 그, 그러니까, 저기… 저는, 위로 오빠가 셋인데요, …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해서요, 그러니까, 저기 (사이) 그냥 오빠라고 하면 안 돼요? … 왜, 왜 말씀이 없으세요? … 네에! 진짜, 진짜루요? (한참 후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하늘을 보며) 무영, 무·영·오·빠. 그런데요, 하늘에 별이, 별이 보여요. 아주 많이, 많이, 많·이, 많‥이… 무영 (소리)약희야! 야, 김약희, 너? 너! 약희 어… 어! 내 속에서 뭔가,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 같아. 잠깐만 여기서, 여기서 잠시 쉴래요. 약희 가 서서히 쓰러진 채로 눈을 감자 조명이 꺼진다. 잠시 후 급한 소방차의 경적소리와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 무전소리 오전 02시 18분, 용안 4동 재개발 B-02지구 상황 발생. 도로 사정으로 소방차는 진입 불가능하며, 가스중독으로 인한 일가족 3명은 현재 후송 중, 이상. 조명이 꺼진다.
  • 펩시가 좋아 코카가 좋아?” 면접질문 받으면...

    펩시가 좋아 코카가 좋아?” 면접질문 받으면...

    세계 기아를 퇴치할 방법은 무엇인가? 서류 철하는 것 외 스테이플러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 5가지는? 펩시콜라와 코카콜라 중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는가? 가뜩이나 긴장하기 마련인 취업 면접장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황당한 질문을 받는다면 어떨까. 미국 취업전문사이트인 글래스도어가 지난해 2만 6000개 기업에서 면접을 본 11만 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당수 기업들이 ‘독창적이고 엉뚱한’ 질문들을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은 2일 글래스도어를 인용해 구직자들이 진땀을 흘렸던 이색적인 질문들을 소개했다. 세계 최대 컴퓨터제조업체 휴렛팩커드는 제품마케팅 매니저를 뽑는 면접에서 “독일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크다면 어떻게 그것을 입증할 수 있을지 말해 보라.”고 주문했다.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면접에서 ”세계 기아를 퇴치할 방법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리서치회사 이벨류서브는 애널리스트를 모집하면서 “서류를 철하는 것 이외에 스테이플러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 5가지를 말해 보라.”고 요구했고, 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애널리스트 면접에서 “마하트마 간디가 훌륭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길러낼 수 있을까.”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인생관을 돌아보게 하는 질문도 있었다. 민간고용조사업체 ADP는 “1위 직원이지만 동료 직원들이 싫어하는 경우와 사내 15위지만 동료들이 좋아하는 경우 어떤 쪽을 택할 것인가.”를 질문했다. 면접관의 의도를 전혀 파악할 수 없는 특이한 질문도 눈에 띄었다. 의료서비스기업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펩시콜라와 코카콜라 중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는지.”를 물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35) 그녀와 만난 남자는 모두 죽는다 마약에 눈먼 20대 명품녀의 엽기적 살인행각 34) 하얀 피부와 사후강직이 일러준 토막살인의 진실 전철역 화장실에 유기된 30대女의 시신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전체 시리즈 목차보기 (클릭)
  • 박태환, 어게인 2008… 레디고 2012

    박태환, 어게인 2008… 레디고 2012

    ‘동양인 첫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 금메달’, ‘한국인 첫 올림픽 금메달’. 이름 앞에 늘 ‘최초’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박태환(23·단국대)이 다시 올림픽의 해를 맞았다. 세 번째다. 처음 출전한 아테네올림픽 때 까까머리 중학교 3학년에서 성장해 지금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다. 8년이 훌쩍 지났지만 변하지 않은 건 하나, ‘도전’이란 두 글자다. 박태환의 마음은 오는 7월 28일(이하 한국시간) 막을 올리는 런던올림픽 무대로 정조준돼 있다. 목표는 당연히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이다.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올림픽 금메달에 이르기까지 이미 모든 것을 일궈 냈지만 거대한 산을 넘기 위해 그 앞에 선다. 런던 입성은 개막 닷새 전인 22일. 그때까지 다섯 차례의 호주 전지훈련과 한 차례의 하와이 전지훈련, 평가전 성격의 다섯 개 지역 대회를 소화한 뒤 박태환은 7월 2일 이탈리아로 날아간다. 유럽의 시차,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대회 개막 하루 뒤인 29일 아침, 박태환은 마침내 런던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출발대에 선다. 박태환이 런던올림픽에서 도전하게 될 종목은 몇 개나 될까. 엇갈리는 평가와 논란 속에 최근까지 주종목 400m 외에 자유형 100m와 200m, 1500m까지 섭렵했다. 올림픽에선 제외됐지만 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 종목인 800m 맛도 여러 차례 봤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일찌감치 자유형 200m와 400m를 선택, 집중하는 과제만 남았다. 논란이 돼 왔던 1500m와의 인연은 사실상 2009년 로마세계선수권으로 끝냈다. 개인 최고기록인 14분55초03은 2008년 은퇴한 그랜트 해켓(호주)의 세계기록(14분34초56)과 무려 20초 넘게 차이 날 뿐만 아니라 세계랭킹 30위권에 그치고 있다. 2010년 상하이세계선수권을 1년 앞두고 노민상 전 국가대표 감독은 “지금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정확한 종목에 집중해야 한다. 바로 200m와 400m”라고 1500m 출전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했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 때처럼 박태환이 자유형 200m와 400m, 두 종목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지만 한 가지 변수는 남아 있다. 단거리의 꽃 자유형 100m다. 번개 같은 출발 반응 속도는 물론 50m 레인을 숨 한 번 쉬지 않고 헤엄쳐야 하는 폭발력이 요구되는 종목이다. 그런데 박태환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0m와 400m를 완영하고 나서도 마지막 100m에서 48초70이란 개인 최고 기록을 올리며 대회 3관왕에 올랐다. 박태환 전담 팀의 권세정 매니저는 1일 “자유형 100m 출전 가능성은 절반이라고 보면 된다. 마이클 볼 코치가 모든 자료를 세밀하게 분석할 것”이라면서 “결론은 4차 호주 전지훈련이 끝나는 5월 중순쯤 내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이집트 법원 “시위대 처녀성 검사 불법”

    올해 25세로 마케팅 매니저 일을 하는 이집트 여성 사미라 이브라힘은 지난 3월 9일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했다 체포돼 군 교도소에 수감됐다. 교도소 측은 수감된 여성 20명 가운데 이브라힘을 포함한 미혼 여성 7명을 대상으로 이른바 ‘처녀성 검사’를 실시했다. 이브라힘에게 그것은 시위 참가자들에게 굴욕감을 줄 목적으로 자행한 성고문이나 다름없었다. “군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군복을 입은 남성 의사가 내 몸을 검사함으로써 그들은 나를 고문하고 창녀로 낙인찍었으며 모욕했다.” 이브라힘은 자신과 다른 여성들이 당했던 경험을 숨기지 않기로 결심하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27일(현지시간) 이브라힘의 용기는 작은 보상을 받았다. 이집트 법원은 여성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압적인 ‘처녀성 검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즉각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처녀성 검사는 여성의 권리와 존엄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군부 측은 “그런 검사를 하라는 결정이 내려진 적이 없기 때문에 법원 판결은 실행될 수 없다. 그런 검사가 이뤄졌다면 관련된 개인이 처벌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최근 군인들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윗옷이 완전히 벗겨진 여성을 구타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는 등 이집트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권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영화프리뷰] 1월5일 개봉 ‘원더풀 라디오’

    [영화프리뷰] 1월5일 개봉 ‘원더풀 라디오’

    감성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매체인 라디오. 그래서 라디오는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접속’이나 ‘과속스캔들’이 대표적이다. ‘원더풀 라디오’도 라디오 방송국을 배경으로 퇴출 직전의 DJ와 까칠한 성격의 PD가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평면적 구성·신선도 떨어진 스토리 아쉬움 다소 뻔해질 수 있는 스토리지만, 영화는 다양한 사연과 개성 있는 캐릭터로 단조로움을 피한다. 주인공인 신진아(이민정)부터 심상치 않은 이력을 갖고 있다. 그녀는 인기 걸그룹 ‘퍼플’ 출신이지만, ‘국민요정’으로 불리며 잘나가던 시절은 이미 지난 지 오래다. 그녀의 곁에 남은 것은 10년차 열혈 매니저 차대근(이광수)과 유일한 생계 수단인 라디오 DJ 자리뿐이다. 하지만 이 자리마저 낮은 시청률로 위태롭게 되자 이재혁(이정진)이 구원 투수로 긴급 투입된다. 새 PD인 재혁은 프로그램의 대대적인 개편을 선언하고, 진아는 자신을 대놓고 무시하는 듯한 재혁과 티격태격하면서 기싸움을 벌인다. 영화는 진아가 청취자들이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해 각자의 사연을 노래로 전하는 ‘그대에게 부르는 노래’라는 코너를 제안하면서 새 국면을 맞는다. 첫 방송은 방송 사고 못지않은 수준이었지만, 두 번째부터는 출연자들의 감동적인 사연이 전파를 타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원더풀 라디오’는 이처럼 라디오 프로그램을 매개로 진아와 재혁의 로맨스, 청취자들의 눈물 어린 휴먼 스토리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여기에 진아가 걸그룹을 해체한 사연, 거대한 연예 권력의 실체 등 연예계의 뒷이야기까지 담는다. 하지만 욕심이 너무 과했던 탓일까. 좋은 ‘구슬’들을 잘 꿰지 못하고 늘어 놓은 평면적인 구성은 영화의 긴장감을 약화시키고, 어디서 한번쯤 본 듯한 스토리 역시 신선도가 떨어진다. ●적재적소 배치 ‘카메오’들의 향연 그러나 배우들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민정은 생계형 DJ 역을 맡아 발랄하면서 털털한 매력을 선보였고, 이정진도 까칠하지만 내면은 따뜻한 훈남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앞뒤 안 가리는 대책 없는 매니저를 연기한 이광수나 카리스마 넘치는 기획사 대표 역의 김정태도 실감나는 연기를 선보인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카메오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수 이승환과 정엽, 김종국, 개리 등이 깜짝 출연하며, 장항준 감독은 DJ 진아의 뒤통수를 치는 작곡가로 등장해 재미를 준다. ‘남자의 자격’에서 이정진과 함께 출연했던 김태원은 재혁이 자주 찾는 바의 사장으로 등장한다. SBS ‘두시탈출 컬투쇼’의 이재익 PD가 시나리오를 썼고 ‘싱글즈’(2003)와 ‘뜨거운 것이 좋아’(2007) 등을 연출한 권칠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월 5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스타벅스 매장서 넘어진 남자 무려 86억원 보상금

    스타벅스 매장에서 미끄러져 넘어진 남자에게 무려 745만 달러(약 86억원)의 보상금을 지불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법원은 “스타벅스 측은 안소니 재칼린에게 645만 6230달러를, 그의 부인에게도 1백만 달러를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어마어마한 보상으로 판결이 난 이 사건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캘리포니아의 한 매장에서 커피를 주문한 재칼린은 카운터로 커피를 가져가는 도중 바닥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뇌진탕을 입은 그는 이후 다시 척추지압사로서의 일을 하지 못하게 됐으며 오랜기간 고통을 겪어왔다. 당시 목격자는 “매장의 매니저가 막 바닥을 닦아내 미끄러웠다.”고 결정적인 증언을 했고 스타벅스 측은 10만 달러(약 1억 1500만원)의 합의를 시도했으나 거절당해 법정 다툼으로 비화됐다.   이같은 판결에 스타벅스 대변인 짐 오슬로는 “실망스러운 판결이 나왔다.” 며 “우리는 항상 고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차례 재칼린과 원만한 합의를 보기 위해 노력했다.” 며 “판결에 대해 다시 검토한 후 대책을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칼린의 변호인 존 고메즈는 “대규모 체인인 스타벅스의 고객 안전정책이 놀라울 정도로 불충분하고 일관성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이제 결혼도 멘토시대, 라이프컨설턴트한테 맡겨라

    이제 결혼도 멘토시대, 라이프컨설턴트한테 맡겨라

    결혼정보회사가 회원에게 책임지는 것은 ‘만남의 횟수’만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다루는 일인 만큼, 만남에서 연애, 결혼에 이르기까지 커플매니저들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훨씬 많은 것이다. 특히 연애 상처 심리치유, 연애와 결혼의 멘토, 결혼 후 심리 상담까지 관리해주는 것이 진짜 결혼멘토, 라이프 컨설팅이라 할 수 있다. 연애 트라우마 결혼에 지대한 영향 요즘 미혼남녀는 연애와 결혼은 별개라고 생각하지만 연애와 결혼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람들 무의식 속에는 이전에 만났던 사람에 대한 기억이 심리적인 상처로 남아 있는데, 이것이 무의식 속에서 비교 대상이 되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것. 반복되는 연애실패 때문인 심리적인 트라우마가 연애(결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람은 살아 있는 생명체이고 고유의 에너지 파장을 지닌 존재이므로 기존 결혼정보회사의 ‘맞선 횟수 채우기에 급급한 만남’, ‘회원 간의 인성을 무시한 기계매칭’ 등 이와 같은 시스템은 회원에게 맞선 스트레스를 안겨주며 심리적으로도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인성정보 매칭 성혼율 높여 연애와 만남, 결혼을 목적으로 결혼정보회사를 찾은 회원들에게는 ‘만남의 횟수’보다 ‘만남의 질’이 더 중요하며 살아 있는 인성적 정보의 매칭이 더욱 중요하다. 이에 특별한 관리를 통해 회원의 심리상태를 치료하고 연애가이드에서부터 결혼(성혼) 이후의 라이프컨설팅까지 책임지는 K노블라인의 사려 깊은 매칭 시스템에 시선이 간다. 또한 K노블라인은 기간(통상 1년)을 정하여 성혼될 때까지 매칭을 해주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며, 횟수를 기준으로 하는 기존 매칭 방식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물론 고객이 원하면 1년이라는 기간 아래 성혼 시까지 횟수제한 방식의 매칭도 가능하다.  ‘회원확보’가 아니라 ‘회원 행복’을 목표로 하는 성혼 전문 K노블라인은 최상위 사회리딩그룹, 상류층, 명문가 자제, 전문직종사자, 사회 엘리트 등 특별한 소수를 위한 차별화된 멤버십 만남만을 주선한다. 특히 ‘커플’보다는 ‘라이프 컨설팅’에 초점을 맞춘 것이 타 결혼정보회사와 K노블라인이 구분되는 지점. 대표 라이프 컨설턴트인 여진구 이사는 국제공인 NLP프래틱셔너와 자연치유사 자격증 소유하고 있는 힐링 프랙티셔너(Healing Practitioner)로 회원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외에도 회원의 연애 트라우마, 결혼관, 만남과 결혼 중에 생기는 심리적 부담에 대한 심리상담까지 진행하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성혼’이 목적이 아니라 결혼 이후 ‘결혼멘토’ 역할까지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K노블라인 라이프컨설턴트 여진구 이사는 “연애나 결혼에서 심리적인 상처를 받았다면, 만남보다는 상처를 먼저 치유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심리적인 상처를 회복하면서 연애가이드, 결혼을 위한 만남 전 준비과정에 도움을 주는 것이 라이프 컨설턴트의 할 일”이며 “이러한 심리적 치유와 병행된 만남만이 성혼율을 높이며 결혼 후 안정된 결혼생활을 함으로써 이혼의 위기를 피해 가는 예방책”이라고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자전거 탄 풍경 “리더 인봉이 형 병문안 가서 다시 뭉쳤죠”

    자전거 탄 풍경 “리더 인봉이 형 병문안 가서 다시 뭉쳤죠”

    2003년 영화 ‘클래식’으로 뜬 건 배우 조승우와 손예진, 조인성만은 아니다. 사운드트랙에 삽입된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은 3인조 포크그룹 ‘자전거 탄 풍경’(이하 ‘자탄풍’)을 세상에 알렸다. 2001년 1집 앨범 수록곡이지만 까맣게 묻혔던 노래가 2년 만에 ‘대박’이 난 것. 1주일에 라디오 프로그램 고정 출연만 20개 남짓이었으니 요즘 아이돌 부럽지 않았다. 멤버들의 내공을 보면 성공이 늦은 편이었다. 리더 강인봉(45)은 ‘작은별 가족’의 막내로 일찌감치 가요계에 뛰어들었고, 가수 김원준을 키워낸 프로듀서 출신이기도 하다. 김형섭(43)은 ‘여행스케치’ 1기였고, 송봉주(44)는 듀엣 ‘해바라기’와 ‘따로 또 같이’로 활동했다. 하지만 화려한 날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4년 ‘나무자전거’(강인봉·김형섭)와 ‘풍경’(송봉주)으로 갈라섰다. 그리고 7년. 지난달 ‘자탄풍’이 한 무대(MBC ‘아름다운 콘서트’)에 선다는 소식이 들렸다. 오는 28~31일에는 그룹 동물원과 함께 ‘자전거 타고 동물원 가자’라는 제목으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공연도 한다. 먼 길을 돌아 다시 만난 ‘자탄풍’을 지난 1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긋난 사연이 우선 궁금했다. 2001년 록음악 성향이 강한 ‘세발자전거’(강인봉·김형섭)와 어쿠스틱한 느낌의 ‘풍경’(송봉주)이 뭉친 게 ‘자탄풍’이었다. 한참 잘나가던 2004년, 송봉주가 ‘풍경’ 활동 재개를 선언하면서 균열이 생겼다. 유닛 활동(그룹 멤버의 개별 활동)을 권하는 요즘과 달리 개별 행동은 ‘배신’으로 간주되던 게 당시 정서였다. 정작 강인봉과 김형섭은 무덤덤했는데 주위에서 ‘말’들이 많았다. ‘자탄풍’과 ‘풍경’의 일정이 겹치는 일이 늘면서 서로에게 섭섭한 마음이 쌓였다. 강인봉은 “우스갯소리로 우리를 ‘싱어송 매니저’(매니저 없이 활동하는 ‘싱어송 라이터’에 빗댄 말)라고 불렀다. 매니저 없이 뛰는 가수를 ‘독립군’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빨치산’ 수준이었다.”고 말을 꺼냈다. 김형섭은 “스케줄 잡는 일부터 모든 걸 우리끼리 알아서 했는데, 정작 갈등이 벌어졌을 때 중간에 풀어줄 브리지(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응어리가 커졌다.”고 거들었다. 그렇게 헤어졌지만 팬들은 물론, 그들도 서로의 빈자리를 절감했다. 하지만 선뜻 말하지 못했다. 계기는 엉뚱한 데서 비롯됐다. 지난 4월 강인봉이 방송 리허설 중 무대에서 추락했다. “고관절이 엉덩이 속으로 치고 들어와 몸이 웨하스 과자처럼 으스러졌다.”는 김형섭의 표현처럼 중상이었다. 다시 걷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있었다(강인봉은 지금도 목발을 짚고 다닌다). 송봉주가 문병을 오면서 자연스럽게 해후했다. 강인봉은 “내가 몸을 던져 재결합을 제안한 것”이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어 “부부나 연인의 다툼과 비슷하다. 아무렇지 않은 일로 싸웠고, 누가 손을 내미느냐가 관건이었는데, 막상 얼굴을 대하니 먼저랄 것도 없이 ‘부상이 완쾌되면 같이 공연하자’고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송봉주는 “다치기 전에도 소중한 사람이란 걸 알았다. 언젠가 다시 뭉칠 거라고 생각했는데 계기가 없었다. 병문안을 가서 보니 (7년 전에) 왜 그랬을까란 후회가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베테랑이지만, 7년 만에 호흡을 맞췄더니 아찔했다. 강인봉은 “처음엔 짜증 났다. 우리가 이것밖에 안 되나 싶었다. 연습 의욕이 끓었다.”고 했다. 김형섭은 “익숙했던 공간인데 왠지 낯설고 어색했다. 그런데 그 불편함이 외려 좋았다.”고 말했다. 걸쭉한 입담의 강인봉은 “이혼한 부인과의 만남이 가장 짜릿하다고 하지 않나.”라고 거들었다. 누군가 솔로 활동을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지 물었다. 강인봉은 “예전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었지만 지금은 다 로맨스”라며 웃었다. 김형섭도 “각자 활동은 존중한다. 지금도 프로젝트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작 빌미(?)를 제공했던 송봉주는 “원래 내성적이었는데, 솔로 활동을 하면서 가요계에 질렸다. 인봉이 형과 형섭이가 세상에서 나를 보호하는 벽이 돼 준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비 온 뒤 땅은 더 단단해진다. 팬들은 더 이상 그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