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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정 포커스] “골목사정 잘 아는 토박이…복지사각 해소 노력할 것”

    [의정 포커스] “골목사정 잘 아는 토박이…복지사각 해소 노력할 것”

    “금천구에서 45년 동안 뿌리내리고 산 주민이자, 5선 의원인 정병재 이름 석 자를 대면 모르는 주민이 없을 겁니다. 지난 20년 동안 ‘내 일’이라 생각하고 관악산 계곡 물 관리, 수질개선 등 환경 문제에 힘썼습니다.”정병재(더불어민주당) 서울 금천구의회 의장은 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앞으로는 학교가 많은 문성골에 나무도 심고, 차도와 분리된 인도를 마련하는 등 청소년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정 의장은 금천구를 “인구도 24만명밖에 안 되고, 재정 형편도 넉넉지 않은 조금 시골스러운 동네지만, 평화롭고 인심이 좋다”고 표현했다. 다만 맞벌이 부부와 어르신 인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편이라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고 했다. “사정이 좋지 않은 주민들을 비영리 복지재단에 연결시켜 도움을 받도록 돕는 등 민원을 해소하려고 애씁니다. 골목 사정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기초자치단체와 지방의회 의원들이 더 잘할 수 있는 복지 분야는 하루빨리 중앙정부가 권한을 내려놓고 지방에 맡겨야만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습니다.” 지난달 17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이런 요구를 전했다는 정 의장은 “지방 관련 정책·사업을 하려고 해도 국회의원을 찾아가 국비 지원을 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 상황”이라며 “근본적으로 국회의원의 의식 구조가 바뀌어야 법 개정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워커홀릭 줄고 ‘욜로’ 늘고… 국민 43%만 “일이 우선”

    42.9% “가정·일 모두 중요” 응답 소비생활 만족도 20대 가장 높아 기부경험자 3.2%P 줄어 26.7%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는 신조어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는 통계청이 7일 발표한 ‘2017 사회조사 결과’에도 잘 투영돼 있다. “가정보다는 일이 우선”이라는 응답자가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응답자도 소폭이나마 증가했다. “일이 우선”이라는 응답은 통계청이 관련 항목을 조사하기 시작한 2011년 54.5%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43.1%로 10.6% 포인트나 줄었다. “가정과 일 모두 중요하다”는 응답은 42.9%, “가정이 우선”이라는 응답은 13.9%를 차지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8.5% 포인트, 2.0% 포인트 증가했다. ●30대부터 가정 중시 인식 높아져 연령별로 보면 취업 고민이 많은 20대(19~29세)는 가정보다는 일이 우선(51.2%)이라고 생각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지만 30대가 되면 39.2%만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40대는 일을 우선(43.7%)하는 응답과 일과 가정 모두 중요하다는 응답(43.9%)이 비슷하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맞벌이·육아 지원 등 일·가정 양립 제도가 강화되면서 의식 변화로 이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의식주·여가·취미생활 등을 포함해 전반적인 소비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15.4%로 2년 전보다 1.5% 포인트 늘었다. 20대의 소비생활 만족도가 18.4%로 가장 높았다. 소득이 높을수록 소비생활 만족도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통계청은 “저축보다는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층의 욜로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지난 1년간 국내 여행을 다녀왔다는 답변은 70.6%였고 해외여행도 26.5%였다. 2년 전과 비교하면 국내여행은 3.9% 포인트, 해외여행은 6.8% 늘었다. 특히 해외여행은 가족·친지 방문과 업무 목적은 줄어든 반면 관광은 늘었다. ●중산층 셀프 인식 1.1%P 늘어 57.6% 자신을 중산층으로 여기는 응답자는 57.6%로 2년 전(56.5%)보다 1.1% 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기부는 갈수록 팍팍해졌다. “기부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26.7%로 2년 전(29.9%)보다 감소했다. 기부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같은 기간(45.2%→41.2%) 줄어들었다. 스스로의 인식과 달리 실제 삶의 여유가 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어금니 아빠’ 사례에서 보듯 기부금이 제대로 쓰이는지에 대한 불신 등이 커진 탓도 있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60세 이상 도와줄 사람 급감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관계망이 좁아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집안일을 부탁해야 할 때 도움받을 사람이 있다”는 응답은 20대와 30대는 80%가 넘지만 50대와 60세 이상은 74.8%에 그쳤다. “급하게 목돈이 필요할 때 도움받을 사람이 있다”는 응답 역시 20대는 65.2%, 30대는 62.9%였지만 50대는 43.9%, 60세 이상은 37.1%로 급감했다. “이야기 상대가 필요할 때 도움받을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50대까지는 80% 이상이 “그렇다”고 답했지만 60세가 넘어가면 75.6%로 떨어졌다. 도와줄 수 있는 사람 숫자 역시 20대는 4.0명에서 60세 이상은 2.4명으로 줄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배우자 실직해도 긴급지원 받는다

    정부가 가장이 아닌 배우자가 실직하더라도 생계 유지가 곤란한 저소득층에게는 일시적으로 생계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사업장 화재로 실질적 영업이 불가능한 경우도 지원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3일부터 긴급복지지원법상 ‘위기상황으로 인정하는 사유’에 ‘부소득자의 소득상실’을 추가한다. 기존엔 임시·일용근로자로 구성된 맞벌이 가구 등은 주소득자가 아닌 부소득자(가구원)가 실직 등의 이유로 소득을 상실해도 긴급지원 대상이 아니었다. 이런 까닭에 부소득자의 소득이 사라지면 실질적으로 생계가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긴급지원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정부는 이런 사각지대를 없애고자 주소득자에 한정하고 있던 실직이나 휴·폐업 등 위기 사유를 부소득자에게까지 확대했다. 단, 부소득자는 실직이나 휴·폐업 전 소득이 생계지원 금액(4인 가구 월 115만 7000원) 이상인 자로 가구당 한 명에 한정한다. 긴급지원제도란 2004년 12월 대구 동구 불로동 5세 아동이 영양실조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2006년 3월부터 시행됐다. 중위소득 75% 이하(4인 기준 335만원) 등 저소득층이어야만 지원받을 수 있다. 위기상황 시 4인 기준 생계비 115만 7000원을 최대 6회 지원할 수 있으며 의료비는 300만원 이내에서 지원할 수 있다. 생계지원은 4인 가구 기준 115만 7000원에서 117만 400원으로, 대도시 1∼2인 가구 주거지원 한도액은 38만 2800원에서 38만 7200원으로 각각 인상된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맞벌이 가정 아기울음 줄고 암 때문에 곡소리 늘어

    맞벌이 가정 아기울음 줄고 암 때문에 곡소리 늘어

    외벌이에 학력 낮을수록 더 낳아 쌍둥이 많아지고 남아 출생 감소아기를 키우는 엄마의 나이는 점점 많아지고 맞벌이보다 오히려 외벌이가 아이를 더 많이 낳는다. 암 때문인 사망자 수가 가장 많고 수명이 늘어나 은퇴 후 장기간 무직 상태에서 죽는 사람이 늘고 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31일 통계청과 보건복지부, 보건사회연구원 등의 각종 통계를 분석해 우리 사회에 출생 및 사망과 관련한 10가지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엄마’가 늙고 있다. 산모의 평균 연령이 1996년 28.1세에서 지난해 32.4세로 높아졌다. 10년마다 엄마가 2살씩 나이가 더 든다. 산모 나이가 높아진다는 건 첫아이를 낳은 후 둘째·셋째를 낳을 가능성이 준다는 의미이다. 쌍둥이는 늘고 있다. 다태아 출산이 2006년 1만 768명에서 지난해 1만 5734명으로 50%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출생아에서 다태아가 차지하는 비중도 1.4%에서 3.9%로 올라갔다. 불임이나 난임으로 고생하는 부부가 늘어나면서 시험관 시술로 아기를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남녀 신생아 비율은 자연성비에 수렴하고 있다. 1996년 출생성비(여자아이 100명당 남자아이)는 111.5명이었으나 지난해 105명으로 떨어졌다. 남아선호 사상 대신 남아든 여아든 1~2명만 낳아 잘 키우겠다는 생각이 점차 자리잡고 있다. 맞벌이(0.82명)보다는 외벌이(1.01명) 신혼부부의 출생아가 많았다. 부부가 함께할 시간이 많아야 아이도 많이 낳는다는 걸 보여 준다. 대졸 평균 출생아(1.49명)가 고졸(1.75명) 및 중졸 이하(1.83명)보다 적은 현상도 나타나, 고학력일수록 결혼이 늦어지면서 아이 수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망자 수는 늘었지만 사망률은 떨어졌다. 특히 80세 이상 고령자의 인구 10만명당 사망자가 1986년 1만 6822명에서 지난해 8393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의학의 발달 덕분이다. 그러나 암은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사망한 28만명 중 7만 9000명(28%)이 암으로 숨졌다. 10명 중 3명꼴이다. 장수시대에 혼자 살다 죽는 ‘고독사’도 많아졌다. 미혼·이혼·사별자의 사망비율이 1986년 50.4%에서 지난해는 54%로 높아졌다. 사망자 중 대졸 이상 고학력자 비중은 1993년 4.6%에서 지난해 10.3%로 상승했다. 무직 사망자 비율도 같은 기간 58.8%에서 72.3%로 상승했는데, 수명 증가로 은퇴 후 노년을 보내다 사망한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동필 수석연구원은 “출생과 사망 통계에 사회 트렌드가 반영돼 있다”며 “우리나라는 2031년을 정점으로 인구가 감소할 전망인데 국가경쟁력 약화는 물론 나라 존립 자체도 위협받는 큰 재앙”이라고 우려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홑벌이, 학력수준 낮을수록 애 더 낳는다

    홑벌이, 학력수준 낮을수록 애 더 낳는다

    맞벌이 가정보다는 홑벌이 가정, 그리고 교육수준이 낮은 가정일수록 아이를 더 많이 낳는다?31일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발간한 ‘행복리포트’ 42호의 분석보고서 ‘출생과 사망의 비밀 : 외벌이가 더 낳고 죽었다 하면 암이다’에 실린 내용이다. 연구소는 통계청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결혼 5년차 이하 맞벌이를 하는 신혼부부의 평균 출생아 수는 0.82명이지만 홑벌이 부부는 1.01명의 아이를 낳는다고 밝혔다. 분석을 주도한 서동필 수석연구원은 “맞벌이 여부와 자녀 숫자의 상관관계는 양육 시간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며 “외벌이는 아무래도 맞벌이보다 많은 시간을 출산과 육아에 투자를 하다보니 더 많은 아이를 낳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출산과 학력을 비교해 본 결과 중졸 이하가 1.83명, 고졸 1.75명, 대졸 이상 1.49명으로 파악됐다. 아이를 전혀 낳지 않는 비율은 중졸 9.9%, 고졸 7.3%인데 반해 대졸 이상은 13.8%에 달했다. 또 3명 이상의 다둥이를 출산하는 비율은 중졸 이하가 26.44%, 고졸 13.1%, 대졸 이상 7.2%으로 나타났다. 주택 소유여부와 출생아 수도 비교했는데 주택을 소유한 경우는 평균 1.01명이었지만 소유하지 않은 경우는 0.88명으로 집계됐다. 서 연구원은 “고학력일수록 공부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결혼이 늦어지고 상대적으로 출산율도 낮아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택을 소유한 경우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아이를 낳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기준 280만명의 사망자 중 79만명이 암으로 사망해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여전히 암인 것으로 파악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단독] 男 41분 vs 女 200.4분…남편들 “다 그렇게 살아”

    [단독] 男 41분 vs 女 200.4분…남편들 “다 그렇게 살아”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서울신문 특별기획 2017년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 <4> 슈퍼우먼 콤플렉스에 짓눌린 워킹맘 236만명의 국내 워킹맘(미성년 자녀를 키우며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은 하루 두 번 출근한다. 낮에는 회사가, 밤에는 가정이 일터다. 가사노동 강도가 직장업무와 비교해 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사실상 ‘투잡’을 뛰는 셈이다. 1990년대 말 900만명 남짓이던 여성 경제활동인구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고용 불안정 탓에 빠르게 늘어 1152만명(2016년)이 됐다. 하지만 육아는 여성 몫이라는 인식은 여전하다. 일과 가정을 모두 잘 챙기길 기대받는 여성들은 일상적 과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심각하면 우울증 등 건강 악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슈퍼우먼’이 되길 강요받는 사회에서 쓰러질 듯 버티는 워킹맘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복직해봤자 보상 없는 야근과 철야근무가 계속되겠죠. 아기도 최선을 다해 보살피고 싶은데 둘 다 잘할 자신이 없네요.” 중소 음향업체에 다니는 워킹맘 장인실(가명·36)씨는 최근 퇴사를 결심했다. 가계 소득이 반 토막 나는 일이라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엄마이자 훌륭한 직원이 동시에 될 방법은 없어 보였다. 육아휴직을 1년가량 쓸 때도 사내 분위기가 싸늘했는데, 직장에 복귀하면 얼마나 더 눈치를 봐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장씨는 “4년 일했지만 업무량으로 보면 6~7년치는 해낸 것 같다”면서 “오전 7시에 출근해 새벽 2시 넘어 퇴근하는 날이 1년에 절반 이상이었는데 아이를 키우며 그렇게 살 순 없다”고 말했다. 장씨의 고민은 특별하지 않다. 가정 등을 챙기려 일을 그만둔 ‘경력단절여성’은 190만 6000명(54세 이하·2016년 기준)이다. 반면 어떻게든 버텨가며 일과 가정을 모두 도맡는 엄마들도 많다. 이들을 기다리는 건 무한노동이다. 15년차 직장인이자 두 초등학생의 엄마인 이인영(가명·39)씨의 주당 노동시간은 약 75시간이다. 회사 업무와 가사노동 시간을 합친 수치다. 법정노동시간(52시간·연장근로 포함)을 훌쩍 넘는다. 숨 돌릴 틈 없이 하루를 보내는데 늘 시간이 부족한 ‘시간거지’다. 매일 새벽 5시 30분 일어나 대충 씻고 저녁까지 먹을 음식을 넉넉히 만든다. 야근이 많아 아이들의 저녁상을 미리 봐놔야 해서다. 딸과 아들을 깨워 밥을 먹인 뒤 회사에 도착하면 오전 8시. 정규 근무시간 내 업무를 끝마치려면 의자에서 일어날 틈이 없다. 칼퇴근하는 날엔 오후 7시가 조금 넘어 집에 도착하는데, 작업복인 앞치마를 두르고 가사노동자로 변신해야 한다. 저녁상 차리기, 설거지, 청소·빨래에 아이들 숙제 봐주기, 다음날 준비물까지 챙겨주고 나면 벽시계 시침은 ‘12’를 가리킨다.아내와 남편 모두 일하는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팀플레이’다. 하지만 남성의 가사 참여는 여전히 부족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보고서 ‘맞벌이 여성의 일·가정 양립 갈등과 건강영향 연구’(2013년)를 보면 맞벌이 남성의 하루 가사노동시간은 41분으로 여성 200.4분과 격차가 컸다. 4살배기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 이효진(가명·33)씨는 “남편은 빨래, 설거지, 분리수거 등 단순한 집안일을 주로 한다”면서 “가짓수만 따지면 가사분담이 잘 되는 것 같지만 질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고 털어놨다. 아이 로션은 무엇을 살지, 동네 소아과는 어디가 좋은지, 저녁상에 올릴 음식 재료는 무엇으로 할지, 심지어 어느 은행 금리가 높은지 등 정보를 찾고 고민하는 일은 아내 이씨의 몫이다. 서울신문이 기혼남성 129명에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빨래, 청소, 분리수거 등을 한다는 응답은 많았지만 육아를 주도적으로 한다는 비율은 12.6%뿐이었다. 이씨는 남편에게 간혹 힘들다고 하소연하지만 “다 그렇게 산다”는 공허한 말만 돌아온다. 이런 현실에서 국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이 ‘1.17명’이라는 건 당연한 일이다. 국가는 이런 저출산 탓에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절벽을 우려하지만, 당장 절벽 앞에 내몰린 워킹맘은 이를 걱정할 여유조차 없다. “야근, 잔업만 없어도 당장 둘째를 갖겠다”고 말하는 워킹맘이 적지 않다. 이효진씨는 “나라에서 아이를 책임져준다고 해서 낳았는데 당장 맡길 어린이집조차 구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과로와 시간 부족 속에서 워킹맘의 몸과 마음엔 피로가 쌓여간다. 기혼여성 222명에게 ‘워킹맘’하면 떠오르는 감정을 물었더니 ‘정신없다’(67.6%·복수응답), ‘부담된다’(59.9%), ‘두렵다’(23.9%), ‘불안하다’(16.7%) 등 부정적 어휘를 주로 선택했다. ‘정신없다’를 택한 한 30대 여성은 “24시간 쉴 수 없다. 아이가 울거나 깨면 같이 깨고 화장실 가고 물 마시는 것까지 다 도와야 한다. 아이가 없는 시간에는 직장과 집안일, 장보기 등을 챙기느라 1분 1초라도 멈추면 아이와 가사, 직장 중 하나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부담된다’를 택한 또 다른 30대 여성 응답자는 “워킹맘은 일하고 있지만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한다는 부담감과 미안함을 항상 가진다”고 했다. ‘외롭다’고 답한 40대 여성은 “난 슈퍼우먼도 아니고, 되고 싶지도 않은데 이해받지 못해 외롭다”고 토로했다. 자신을 챙기지 못한 채 과로하다 보면 마음의 병을 앓기도 한다. 4살과 3살 자녀를 키우는 김신애(35)씨는 ‘독박 육아’(누구의 도움없이 아이를 홀로 키우는 육아) 탓에 직장 생활을 포기하고 재택 근무하며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남편은 자정이 다돼 귀가하는 탓에 육아와 집안일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불안감에 시달렸다. 그러다 우울증이 찾아왔다. 김씨는 “첫째를 낳고 우울증에 걸렸는데 그게 호르몬 변화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런데 8주가 지나도 호전되지 않아 지금껏 약 먹고 있다”면서 “산후 우울증이 아닌 육아 우울증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 하루 종일 있다 보면 “감옥에 갇혔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가사노동을 도맡는 ‘전업맘’은 워킹맘보다 노동량이 덜하지만 일로 인정 못받는 ‘그림자 노동’을 해 고립감이 크다. 기혼여성들은 전업맘 하면 ‘힘들다’(50.9%·복수응답)거나 ‘우울하다’(49.1%), ‘외롭다’(45.0%), ‘불안하다’(38.7%) 등 암울한 감정을 먼저 떠올렸다. 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 40대 여성 응답자는 “지금은 자녀양육과 가사로 바쁘지만 아이들이 성장한 뒤 어떤 커리어(직업적 성취)도 남지 않을 것이 우울하고, 남편 벌이만 믿기엔 불안하다”고 답했다. 다른 30대 여성은 “사회적으로 격리된 느낌이다. 분명히 노는 건 아닌데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사회 생활하는 친구나 남편과도 괴리된다”고 말했다. 저출산이라는 재앙 앞에 일하는 엄마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각종 제도가 생겼지만 현실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비영리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이고은 공동대표는 “육아휴직하려면 잘릴까 봐 불안해해야 하는 게 너절한 현실”이라면서 “특히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여성은 임신하고 출산하면 회사를 그만두는 게 당연한 수순처럼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노동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연계해 모성보호 위반 사업장을 수시로 점검하는 ‘스마트 근로감독’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기획팀 5sjin@seoul.co.kr 유대근·김헌주·이범수·홍인기·오세진 기자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단독] 퇴근하면 출근…집안일은 왜 엄마만

    [단독] 퇴근하면 출근…집안일은 왜 엄마만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서울신문 특별기획 2017년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 <4> 슈퍼우먼 콤플렉스에 짓눌린 워킹맘 기혼여성 설문… “힘들다” 82%“직장·육아·가사 모두 떠맡아”남성도 “고달플 것 같다” 대다수혼자 벌어서는 아이 키우기 힘든 사회에서 ‘워킹맘’(미성년 자녀를 키우며 직장에 다니는 여성)이 236만명까지 늘었지만, 워킹맘에 대한 이미지는 대부분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에 다녀도 집안일은 여성이 챙겨야 한다’는 인식 탓에 시간 부족과 과로를 호소하는 여성이 많다. 서울신문이 지난 12일부터 21일까지 열흘간 기혼 여성 222명에게 ‘워킹맘’ 하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 ‘힘들다’(82.4%·복수응답)를 택한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또 ‘정신이 없다.’(67.6%), ‘부담된다’(59.9%), ‘두렵다’(23.9%), ‘불안하다’(16.7%) 등 부정적 어휘를 주로 선택했다. 긍정적 감정 중에는 ‘멋지다’(53.6%)와 ‘보람 있다’(32.4%)의 선택 비율이 높았지만 부정 어휘 선택률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번 조사는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카페, 블로그, 트위터 등에 올라온 글을 분석해 ‘워킹맘’과 함께 자주 쓰이는 긍정·부정 감정 어휘를 10개씩 추리고 이를 기혼 남녀에게 제시한 뒤 선택하도록 했다. ‘힘들다’를 선택한 30대 여성은 “너무 힘들고 말도 안 되고 부당한 위치다. 직장과 임신, 출산, 육아, 교육, 가사노동을 모두 떠맡아야 한다. (육아) 도우미 채용이나 관리도 여자 몫”이라고 말했다. ‘부담된다’를 선택한 한 30대 여성은 “워킹맘은 슈퍼우먼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맞벌이해도 아이와 관련된 일은 엄마가 돌봐야 한다는 고정관념 탓에 워킹맘이 죄인이 되는 분위기”라고 답했다. 남성들도 워킹맘이 이중 노동 속에서 고달플 것 같다고 느꼈다. 기혼 남성 129명은 같은 질문에 ‘힘들다’(76.0%·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떠올렸고 ‘부담된다’(55.0%), ‘정신이 없다’(51.2%)가 뒤를 이었다. ‘멋지다’(38.8%), ‘자랑스럽다’(31.0%)라는 응답은 뒷순위로 밀렸다. 한 40대 남성 응답자는 ‘힘들다’를 선택하며 “일과 양육을 모두 잘해 내기엔 정부 정책이 빈약하고 사회적 시선도 냉담한 게 사실”이라고 답했다. 돌봄·가사노동을 전담하는 ‘전업맘’에 대한 인식은 성별로 엇갈렸다. 기혼 여성 응답자들은 전업맘 하면 떠오르는 감정으로 ‘힘들다’(50.9%·복수응답), ‘우울하다’(49.1%), ‘외롭다’(45.0%) 등 부정적 단어를 떠올렸고 가장 와닿는 감정 하나만 택해 달라는 질문에는 ‘불안하다’(17.6%)를 꼽았다. “자신의 불안정한 미래, 경력 단절, 친정 부모에 대한 미안함, 사회적 자아의 상실감 등으로 불안해하는 경향이 크다”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 남성 응답자 다수는 전업맘이 ‘행복하다’(44.2%·복수응답)고 생각했다. 또 전업맘 하면 떠오르는 가장 와닿는 감정으로는 ‘부럽다’(11.6%)를 택했다. “가정일만 해서”, “자유시간이 있어서” 등의 이유를 댔다. 비영리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이고은 공동대표는 “여성의 경우 집안일과 육아를 전담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또 얼마나 우울한 일인지 잘 알지만 이런 경험 자체가 적은 남성들의 경우에는 잘 와닿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 사회가 남성에게는 일정한 직업을 갖고 경제활동을 할 것을 기대하는 반면 그 역할로부터 여성을 배제한 결과”이라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5sjin@seoul.co.kr 유대근·김헌주·이범수·홍인기·오세진 기자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커버스토리] 新귀거래사… 서울·부처 떠나 살으리랏다

    [커버스토리] 新귀거래사… 서울·부처 떠나 살으리랏다

    ‘서울·중앙’이라는 공직사회의 구심점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고시 출신은 센 부처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중앙 부처로 옮기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그러나 2012년 정부세종청사가 조성되고 대다수 부처가 이전하면서 ‘서울 프리미엄’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생활방식의 변화와 이를 위한 정부 정책이 뒷받침되면서 직장 선택의 조건이 다양해지고 있다. 맞벌이 공무원이 늘면서 승진 등 자아실현보다 양육 분담 등 생활 안정을 택해 스스로 직급을 낮춰 지자체로 옮기는 중앙 부처 공무원도 늘고 있다.1998년 정부대전청사로 이전한 9개 외청의 공통 고민 중 하나는 행정고시 출신 직원들의 중앙 부처로의 ‘탈출’이었다. 조달청은 대전 이전 후 2010년까지 고시 출신 40명이 왔지만 36명이 떠났다. 대전청사 이전 이후 지식재산권 출원이 늘면서 조직이 커졌던 특허청마저 행정 사무관 56명 가운데 38명이 다른 부처, 대부분 서울에 있는 기관으로 이동했다. 고시 출신 사무관의 이탈이 심해지자 기수 단절로 국·과장 승진이 빨라지는 등 조직 불균형이 발생하기도 했고 그 후유증은 아직도 남아 있다. A기관은 한때 행시 출신 간부와 바로 아래 기수의 차이가 11회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 지방 외청 기관들, 하위직 이탈에 전전긍긍 세종청사가 조성되고 고시 출신의 이동이 현저히 줄면서 한숨 돌리는가 싶었던 외청에 이젠 주무관의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방조직이 많은 기관들의 고민은 심각하다. 산림청은 젊은 공무원들의 지자체 전출이 ‘임계치’를 넘어섰다. 산림복지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과 투자가 늘어나면서 산림청에서 정식 교육을 받아 즉시 현장 투입이 가능한 산림 공무원들이 인기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떠난 공무원은 85명이다. 대부분 8~9급 임업직으로 지자체로 옮겼다. 인사처에서 선발해 배정하는 공채뿐 아니라 산림청이 자체 선발한 경력경쟁채용(경채)도 전보 제한기간(4년)이 지나면 떠나고 있다. 연간 20여명이 빠져나가는데 전입은 2~3명에 불과하다. 그렇다 보니 산림청은 평균 2년마다 경채를 한다. 한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임업직을 신규 채용이 아닌 전입 형태로 충원하고 있다”면서 “현장에서는 일할 만한 인력들이 빠져나가 누수가 발생하고, 재교육이 반복되면서 행정력 낭비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승진 등에서 결코 유리하지 않은 지자체로 떠나는 이유로는 생활 안정이 우선 거론된다. 하위직 근무가 상대적으로 많은 국유림관리소 대부분이 오지에 있어 정착이 힘든 데다 기혼자는 육아나 교육 등에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승진 때마다 오지 근무를 반복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고향이나 연고 지자체를 찾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2014년 산림청에서 지자체로 옮긴 B주무관은 “육아 부담으로 고심 끝에 아내가 근무하는 지자체로 전출했다”면서 “지자체 녹지직은 전문직렬로 공원·산림 업무만 해 개인적 아쉬움이 크지만 가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고육지책으로 전출 원칙을 마련했다. 일방교류는 상·하반기 1회씩만 허용된다. 산림청 간부는 “현장 직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국유림관리소를 도시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시점이 됐다”면서 “제도화는 아니더라도 정착 지원책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6급 심사관 채용 등으로 승진 기회가 줄어든 특허청도 전출 희망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6급까지 ‘관세직’이어서 직렬이 없는 다른 부처나 지자체로의 전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관세청도 통신과 전산 등 기술직들은 연고 지자체로 옮기고 있다.# 맞벌이·중고교생 자녀 공무원 脫세종 여전 정부세종청사 조성 이후 공직사회에 심한 부침이 일었다. 이전 초기 서울에 남는 부처들의 몸값이 급등했다. 5급 공채 합격자 중 성적 우수자들이 관례를 깨고 서울에 있는 기관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젠 정주 여건이 갖춰지면서 이런 현상이 줄어들고 있다. 환경부는 세종으로 이전한 후 올해 10월까지 70명이 다른 부처로 옮겼고 다른 부처에서 38명이 왔다. 전출자 중 33명이 수도권 소재 기관, 31명이 세종에 있는 부처로 움직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전 초기에는 수도권으로 전출자가 집중됐는데 최근에는 세종과 대전에 있는 기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사처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4~2016년) 세종 이전 부처 중 기획재정부(148명), 산업통상자원부(126명), 교육부(137명), 고용부노동부(105명) 등에서 다른 부처로 옮긴 경우가 많았다. 맞벌이 공무원, 중·고교생 자녀가 있어 세종으로 이사하기 어려운 공무원들이 전출을 선택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세종 이전 초기에는 아내가 직장을 다닌다든지, 자녀가 고등학생이라든지, 부모님이 연로하시다든지 여러 가지 이유로 부처를 옮기는 수요가 있었지만 현재는 과천청사 시절 수준으로 안정화됐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도 세종이나 지방 소속기관에 정착하는 수요가 늘었다. 특히 신혼이나 아이가 어린 직원들은 특별분양을 받아 세종에 정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지방기관이나 세종시를 선호한다고 하기에는 이르지만 근거지가 지방에 있으면 오히려 서울에 가기를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물론 공무원들의 ‘탈세종’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나 홀로 생활하는 공무원은 경제적 부담이 크다. 중견 간부 C씨의 경우 부인은 지방공무원이고, 자녀들이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세 집 살림’을 하고 있다. C씨는 “혼밥을 하거나 휴일 저녁 혼자 세종으로 가다 보면 이게 뭐하는 일인가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 오지 발령 피하려 거주 지자체로 신분 세탁도 정부는 개인 적성과 소질 개발, 애로사항 해결을 통해 공직의 활력 및 생산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공무원 인사 교류를 권장하고 있다. 인사 교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산업부 관계자는 “부처 지원을 성적순으로 하다 보니 처음에는 원하지 않는 부처로 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2년 정도 지나면 인사 교류를 통해 원하는 부처로 가서 성과를 내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반면 국토부 관계자는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이 오면 ‘윈윈’할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면 특정 인원에게 일이 몰리는 하나 마나 한 인사도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쉽게 공직에 들어온 경력채용자들이 연고 없는 지역 근무를 꺼려 거주하는 지자체로 옮기는 것은 ‘신분 세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적성에 맞는 업무를 찾아 중앙 부처로 이동한 지방직 공무원을 “승진을 보고 왔다”고 비판하는 것도 여전하다. 행정안전부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에서 9급이 5급으로 승진하는 데 평균 27년이 걸린다. 최근 중앙 부처에서는 내부 역량 강화 및 승진 기회 확대를 위해 전입 심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평판과 역량 등을 평가해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불승인하고 있다. 승진 목적이나 부처를 자주 옮긴 ‘철새’ 공무원은 요주의 대상이다.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전환한 K씨는 “중앙에서 중앙으로 옮기는 것과 비교해 지자체에서 중앙 부처로 옮기는 데는 상당한 장벽이 있다”고 말했다. 대전·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서울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텃밭 가꾸고 수다 떨고…금천 ‘공유지’는 주민 복지 공동체

    [자치단체장 25시] 텃밭 가꾸고 수다 떨고…금천 ‘공유지’는 주민 복지 공동체

    “1년 전 광화문을 밝힌 촛불이 골목 구석구석으로 옮겨오려면 삶의 주체로서 주민의 힘이 커져야 합니다. 기초자치단체의 첫 번째 소임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지켜나갈 수 있는 터전인 공유지를 계속해서 확장하는 것입니다. ”차성수 서울 금천구청장은 18일 서울신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사회학자였던 그가 노무현 정부 시절 사회조정1·시민사회 비서관, 시민사회 수석을 거치면서 행정가가 되기로 결심한 데는 와해돼 가는 공동체를 더이상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있었다. 차 구청장은 “공적인 이름으로 시민, 공동체 영역을 침탈하는 일은 어느 정권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다만 ‘선의냐, 악의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면서 “국민 스스로 막아 낼 힘이 있다는 걸 보여 준 사례가 바로 촛불이며, 이런 의식이 마을 안에서도 싹터야 민이 주체가 된 지방분권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8년간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인 교육, 복지, 도시재생을 공유지 행정으로 풀어나갔다. 이웃끼리 서로 돌본다는 의미가 담긴 ‘보린(保隣)주택’이 대표적인 사례다. 보린주택은 금천구의 홀몸 어르신을 위한 맞춤형 공공임대 주택이다. 차 구청장은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를 설득해 가구원 수가 많아야 유리한 기존의 입주자 선정 기준을 변화시켰다. 채광·환기가 좋지 않은 지하 단칸방에 거주하는 어르신이 최우선으로 입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 주택을 마련한 것이다. 옥상 텃밭 등 어르신들이 ?모여 취미·여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공유지도 만들었다.차 구청장은 “공권력이 획일적으로 밀고 나가는 방식은 비효율적일뿐더러 점차 불어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적으로 국가가 주도하거나 시장의 손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다”면서 “국가가 지원하지만 개입하지 않고 시장이 함께하지만 시장 논리를 획일적으로 적용하지 않는 공공의 영역이 바로 공유지”라고 했다. 근접한 공간을 잇는 공유지를 넓히는 데 기초자치단체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공동체 활동이 가능하려면 골목·마을 단위로 공유지가 형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공유지 확대는 곧 지방 분권과도 맞닿아 있다. 기초자치단체에 재정 등 권한이 주어져야 ?실정에 맞게 공유지를 만드는 정책과 사업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 구청장은 “노인 인구가 13%인 기초지자체와 60% 이상인 곳의 정책·사업이 같아서는 결코 주민의 행복을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기초자치단체가 처한 현실은 척박하기만 하다. 차 구청장은 ‘돌봄’을 예로 들었다. 그는 부처별 돌봄 사업과 정책은 중구난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실질적인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저소득층만을 대상으로 하는가 하면 하나의 사업을 부처별로 쪼개 예산을 각각 지방정부에 내려보내다 보니 중복 지원이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얘기다. 부처 간 칸막이에서 비롯되는 비효율이다. 이어 “어느 지역 주민에게나 가장 근접성이 뛰어난 곳이 학교인데 교육부가 예산이 없고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돌봄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학교에서 문을 닫아버린 이상 돌봄은 시장으로 빼돌려질 수밖에 없다. 맞벌이 부부들이 자녀를 혼자 둘 수 없어 학원 뺑뺑이 돌리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 구청장은 “그나마 ‘바텀 업’(아래서부터 출발하는 문제 해결 방식)이 이뤄지고 있는 영역이 도시재생”이라며 “국토부는 도시재생 예산의 70%를 광역시도에 내려주고, 지방자치단체는 ?실정에 맞게 사업을 실행하고 있다”고 했다.그는 중앙정부를 비롯한 전 공직사회에 칸막이가 없어져야 돌봄 공백, 저출산 등 당면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재차 힘주어 말했다. 차 구청장은 “업무분장에 따라 주어진 것만 하면서 기존의 관행을 깨뜨리면 낙인을 찍어버리는 조직 문화로는 미래가 없다”면서 “지금의 공직사회는 양옆을 보지 못하고 앞만 보며 달리는 경주마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지난 8년간 1000여명의 공무원 조직을 이끌어온 차 구청장의 쓴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그는 “아무리 엘리트를 뽑아 놔도 조직 구성원 간 칸막이를 치고 소통하지 않는 공직사회는 최하위 병력”이라면서 “보수정권 10년간 공무원의 기득권은 더 공고해졌고 편안한 삶을 꿈꾸는 청년층이 으뜸으로 꼽는 직업이 됐다”고 성토했다. ‘반대’ 의견을 제기할 수 있는 공직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차 구청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자신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시민사회 비서관이던 시절 이미 방향이 정해진 법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조정기간을 충분히 거칠 수 있도록 3개월을 연기시킨 적이 있다”면서 “당시 일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것은 받아들여지든 아니든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학자 겸 교수, 행정가, 정치인 중에서 어떤 옷이 가장 잘 맞느냐고 묻자 망설임 없이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차 구청장은 “잘 맞는다는 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인데, 아무래도 가르치는 일이 내게 제일 잘 맞는 것 같다”면서 “구청장직은 세상이 더이상 이렇게 나아가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에서 시대적 소명을 갖고 도전한 것”이라면서 “외형적인 조건만 보면 금천구가 여전히 강남에 비해 못 사는 동네지만 ‘훨씬 더 공동체 의식이 강한 동네’, ‘부패?비리 없는 동네’,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덜 주는 동네’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차 구청장은 단 1명의 훌륭한 예술가를 배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구민이 예술을 일상의 문화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기초자치단체장의 소명은 주민들이 자신의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갈 수 있게 비전을 심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민선 5기 때 열심히 씨앗을 뿌렸다면 민선 6기엔 하나둘씩 결실을 맺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의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사업이 벤치마킹한 ‘통통희망나래단’은 금천구가 앞장서 지역의 복지전달체계를 바꾼 사례다. 복지 공무원을 대신해 지역에 오래 거주한 주민을 선발해 월 20만원을 지급하며 주간 12시간씩 어르신 등 취약계층을 찾아가 돕도록 했다. 금천구의 복지 담당 공무원이 10여차례 세미나를 거쳐 고안한 아이디어였다. 차 구청장은 3선 도전 의지를 묻자 “민선 5·6기 중점을 둔 3가지 축이 복지, 교육, 문화였다”면서 “남아 있는 과제는 이 3가지를 첨단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로 금천구를 발돋움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부에서 ‘성체’에 가까운 학교의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면, 기초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협력해 3D프린터, 코딩 교육을 내실 있게 펼쳐 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차성수 구청장은 누구 사회 참여형 학자 출신…지역 공동체 복원 힘써 시흥교회 담임 목사로 부임한 아버지를 따라 두 살 무렵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정착했다. 시흥초, 영등포중, 휘문고, 고려대 사회학과 박사를 거쳐 서른 살에 동아대 교수가 됐다. 학창 시절 민주화 운동을 시작으로 시흥야학을 열어 구로공단 노동자와 함께했다. 20여년간 몸담은 학계를 떠나 청와대 비서관, 수석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좌하며 국정 운영에 참여했다. 2010년 고향 금천으로 돌아와 민선 5기 구청장에 당선돼 지역 공동체 복원을 위해 힘썼으며 재선에 성공해 민선 6기 마지막 해에 접어들었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의 이사, 한국입양홍보회 이사 등도 맡고 있다.  
  • 광명시, 누구나 무료 이용 가능한 ‘아이 안심돌봄터’ 문열었다

    광명시, 누구나 무료 이용 가능한 ‘아이 안심돌봄터’ 문열었다

    경기 광명 아파트에 전국 최초로 시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아이 안심돌봄터’가 문을 열었다. 광명시는 지난 18일 하안동 e-편한세상 센트레빌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아이 안심 돌봄터’ 개소식을 가졌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개소식에는 양기대 시장과 보건복지부장관을 대신한 유주헌 아동복지정책과장 등이 참석했다. 광명시의 아이 안심돌봄터는 소득수준과 상관 없이 이용할 수 있고 거주지와 가깝다는 게 특징이다. 기존 초등학교 돌봄교실이나 저소득층 지역아동센터와 차별화된 점이다. 돌봄터는 지역아파트 단지내 유휴공간을 활용했다. 먼저 맞벌이부부 자녀 초등학교 1~3학년생 40여명이 안심돌봄터를 이용하고 있다. 퇴직교사와 지킴이 등 전문 인력 3명이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5시간 동안 돌봐준다.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고 맞벌이 부부에게 아이 돌보기를 대신해 줘 ‘일과 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시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는 복지부 자문을 받아 자체 예산으로 ‘아이 안심 돌봄터’를 개소했다. 앞으로 복지부는 광명시의 모범사례를 벤치마킹해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아이 안심돌봄터는 주거지 인근에 있어 원하는 시간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단순히 아이 돌봄만 하는 게 아니다. 과학탐구나 체육·독서지도 프로그램 등 아이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교육도 마련하고 있다. 간식 제공과 함께 부모상담까지 실시한다. 해당 아파트는 돌봄터 공간을 제공하고 도시가스나 CCTV·전화기 등을 지원한다. 복지부에서는 돌봄터 정책을 자문하고, 경인교대와 자원봉사센터에서는 아동 프로그램 지원을 협업하고 있다. 돌봄터를 처음 이용하는 학부모 이미지씨는 “맞벌이로 생활하는데 우리 애를 다른데 맡기기가 부담스러웠는데, 집 가까운 곳에 돌봄터가 있어 편리하고, 일과 가정을 양쪽 일을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개소식에서 유 복지부 과장은 “광명시 자체적으로 최초 시행하는 아이 안심 돌봄터 사업은 돌봄 사각지대와 돌봄 공백을 해소할 수 있는 선도적인 사업”이라며, “아동의 접근성이 높은 아파트 유휴공간과 전문인력을 활용하는 점에서 맞벌이 부부들에게 필요한 사업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모델”이라고 평했다. 먼저 사전공모와 심사 끝에 e-편한세상 센트레빌과 철산도덕파크타운 아파트 두곳이 선정됐다. 이중 e-편한세상 센트레빌 아파트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해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철산도덕파크타운은 이번달 리모델링에 들어가 다음달 말쯤 오픈할 예정이다. 양 시장은 “아이 안심 돌봄터는 맞벌이 부부의 방과 후 자녀돌봄을 위한 최적 모델이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획기적 방안이 될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 민간 영역이 협업해 부모가 아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돌봄 서비스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아이돌봄 서비스’ 정부 지원비율 5%P 상향

    ‘아이돌봄 서비스’ 정부 지원비율 5%P 상향

    내년부터 ‘아이돌봄서비스’ 정부 지원비율이 5% 포인트 올라간다. 올해 868억원이었던 관련 예산이 1051억원으로 늘어나서다. 아이돌봄 지원 시간도 연간 430시간에서 600시간으로 늘어났다.여성가족부는 16일 내년도 아이돌봄지원사업 추진 계획과 관련 수기 공모전 개최를 밝혔다. 아이돌봄서비스는 맞벌이 부부 등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만 12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정에 시간제 또는 종일제 돌봄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4인 가족 기준 월 536만원(기준 중위소득 120%) 가구의 경우 정부가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 범죄경력 조회와 건강검진 확인은 물론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아이돌보미가 파견된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 지난해 이용가구는 6만 1221가구다. 정부 지원 대상이 아닌 가구는 아이돌봄 홈페이지(idolbom.go.kr)에서 이용자 등록을 한 뒤 이용할 수 있다. 정부지원 대상가구는 거주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정부신청 및 소득유형 결정을 받은 뒤 지역 서비스 기관에 신청하면 된다. 전국 건강가정지원센터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기 공모전은 아이돌보미와 해당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 두 부문으로 나뉘어 시행된다. 다음달 10일까지 건강가정지원센터 등 222개 서비스기관에 이메일로 제출할 수 있다. 결과는 오는 12월 8일 발표된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日 ‘후라리만’ “칼퇴근해도 집에 안 가요”

    日 ‘후라리만’ “칼퇴근해도 집에 안 가요”

    #일본 도쿄의 물류회사에서 일하는 결혼 2년차 하세가와 쓰요시(36). 일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일하는 방식 개혁’으로 인해 오후 10시였던 퇴근시간이 1년 전부터 오후 6시로 대폭 당겨졌다. 맞벌이를 하는 아내가 저녁밥을 해놓고 기다리지만 그는 퇴근하고 곧장 집에 가지 않는다. 공원에서 책을 읽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매일 집 근처 야구연습장에서 300엔(약 3000원)을 주고 스윙 연습을 하는 게 제일 큰 낙이다. 그는 퇴근 후 두 시간이 지나서야 귀가한다.●30% 여유 활용할 줄 몰라 방황 일본에서 퇴근 후 곧바로 집에 가지 않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NHK는 지난 19일 아침 프로그램 ‘오하요 닛폰’을 통해 이런 남성들을 ‘후라리만’이라고 명명했다. ‘후라리만’은 ‘비틀비틀하다’라는 단어에 직장인을 뜻하는 ‘샐러리맨’을 붙인 단어로, 메지로대 명예교수이자 사회심리학자인 시부야 쇼조가 2007년 저서에서 처음 사용했다. 당시는 일본의 베이비부머인 단카이세대가 일제히 정년퇴직을 맞은 시기로, 그동안 일에 치여 가정을 뒤돌아보지 않았던 남성들이 집에서 갈 곳을 잃고 비틀비틀대던 모습을 빗대 만든 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줄어든 노동시간 대신 생긴 여유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라 곧바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전자제품점, 게임장 등 이곳저곳을 기웃대는 직장인을 일컫는 말로 바뀌었다. ●“남성상의 변화로 괴리감 느껴” ‘후라리만’이 생긴 원인은 무엇일까. NHK는 ‘일하는 방식 개혁’으로 퇴근이 빨라진 직장인들이 여유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취재팀이 도쿄의 직장인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퇴근시간이 빨라졌다고 답한 사람은 100명 중 절반인 50명이었다. 이 중 ‘일이 빨리 끝나도 집에 들어가지 않고 딴 곳으로 빠진다’고 대답한 사람은 28명으로, 전체의 약 30%에 달했다. ‘일하는 방식 개혁’이란 아베 정권이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사업으로,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고 재택근무를 장려하는 등 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중시하는 일련의 정책을 말한다. ●“책임감 없어” “혼자의 시간 필요” ‘후라리만’을 두고 일본 누리꾼 사이에서는 비판과 공감의 목소리가 교차했다. ‘책임감이 없다’, ‘전업주부도 곁길로 빠지고 싶다’ 등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편으로 ‘혼자서 리셋하는 시간도 반드시 필요하다’, ‘곧바로 집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을 잘 안다’ 등등 공감하는 의견도 있었다. 시부야 교수는 NHK에 “남성들이 가정에서의 역할을 찾으려 해도 맞벌이의 증가에 따라 (가정과 직장 양쪽에서) 존재감을 늘리는 여성에게 상대할 수 없어 ‘후라리만’이 된다”면서 “‘억척스럽게 일하는 것이 미덕’이었던 지금까지의 남성상과 (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중시하는) 새로운 남성상 간의 괴리가 직장인들을 방황하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박양숙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건강가정지원센터 10주년 심포지엄서 축사

    박양숙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건강가정지원센터 10주년 심포지엄서 축사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9월 27일 오후 2시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지난 9월 19일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심포지엄은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가 공동주관한 것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건강가정지원센터 및 관련 시민들의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1차 심포지엄은 ‘사회적이고 비사회적인 가족을 묻다’라는 주제로 가족담론을 통해 서울시 가족정책의 방향을 살펴보았고, 이번 2차 심포지엄은 ‘변화하는 가족에 대응하는 건강가정지원센터 지속가능성과 혁신’이라는 주제로 논의를 이어갔다. 심포지엄은 2개의 발제와 종합토론으로 이어졌는데, 송다영 교수(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는 ‘서울시 가족정책 및 건강가정지원센터 프로그램에 관한 서울시민의 인식도를 바탕으로 한 발전방향’이라는 주제로, 장진희 연구위원(서울시여성가족재단 가족정책실)은 ‘서울시 1인가구 생활실태 및 지원방향’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했다. 발제에 이어 강남식 소장(젠더와인권연구소), 강선미 팀장(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가족정책팀장), 김수현 사무국장(강남구건강가정지원센터 사무국장), 오수현 건강가정센터 이용자가 토론자로 나서서 토론을 이어갔으며, 이외에도 현장에 함께한 관련 전문가와 현장종사자, 이용시민 등이 참여하여 건강가정지원센터의 발전방향과 서울시 가족정책에 대하여 열띤 논의가 이루어졌다. 심포지엄을 공동주관한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박양숙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성동4)은 행사에 참석하여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 개원 10주년을 함께 축하하는 한편 관련 종사자와 시민 등을 만나 격려했다. 박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사회적 변화에 따라 가족복지서비스와 사회적 돌봄에 대한 수요와 욕구 증가에 따라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역할과 의무가 중요시되고 있음에도 예산과 인력의 제약으로 인해 열악한 상황에 있어 서비스 질을 담보하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서울시 가족복지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건강가정지원센터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서울시의회 차원에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또한 “심포지엄에서 논의되는 사항에 대해 서울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은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의 개원 10주년을 맞이하여 사회변화에 따른 가족의 모습을 새롭게 고찰하며, 이에 대응하는 서울시 가족정책에 대하여 논의하는 장을 마련한 것으로써 의의를 가지며, 보육 및 돌봄, 일․가족양립, 한부모 및 맞벌이 등 다양한 가족 형태 등을 아우른 서울시 가족정책이 사회적 변화에 발맞추어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커버스토리] 남는 자, 뜨는 자… 10일간의 ‘공복들의 행복’

    [커버스토리] 남는 자, 뜨는 자… 10일간의 ‘공복들의 행복’

    최장 10일 추석 황금연휴가 다가왔다. 추석 연휴 기간 해외로 떠나는 내국인은 130만명에 육박, 명절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대표 휴양지인 제주도도 항공편이 일찌감치 동이 났다. 공무원들은 역대 최장인 이번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서울신문이 공무원들의 추석 연휴 풍경을 짚어 봤다.[공직이 먼저… 연휴 반납파] # 연휴때마다 엄마도시락… 아이들에게 힘 됐으면 홍서임(37) 서울 양천구 여성가족과 청소년다문화팀 주무관은 올 추석도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한다. 추석 연휴 핵심 기간인 10월 3일부터 6일까지 지역 내 결식아동들에게 도시락을 나눠 줘야 하기 때문이다. 양천구는 2015년부터 매년 설·추석 때 관내 소년소녀가장, 한부모가정, 맞벌이가정 등 부모의 손길이 미치기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에게 ‘엄마도시락’을 배달해 오고 있다. 홍 주무관은 “추석 연휴 기간 문을 닫는 식당들이 많아 굶거나 편의점에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는 아이들이 있다”며 “이들에게 당일 아침 영양 만점 도시락을 만들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각 가정으로 배달해 준다”고 했다. 홍 주무관은 지난해 설부터 도시락 배달 업무를 맡았다. 이번 추석까지 합하면 4번째 명절 연휴를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다. 그에겐 7살, 11살 자녀가 있다. 홍 주무관은 “명절 기간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 아니겠느냐. 아이들이 아빠랑 놀다가 엄마가 보고 싶다고 빨리 오라고 전화할 때면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그는 “시댁 가족들 모임이 있는데, 지난 3번의 설·추석 때 남편과 아이들만 참석했다. 시댁에 가기 싫어 일 핑계 대는 걸로 받아들일 때 정말 억울하고 속상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보람도 크다. 홍 주무관은 “설·추석 연휴 전에 음식을 배달해 주는 자치구는 있지만 연휴 기간 내내 도시락을 전해 주는 곳은 우리 구가 유일할 것”이라며 “명절 기간 홀로 있는 아이들에게 엄마도시락은 크나큰 선물”이라고 했다. # 하루라도 안 치우면 쓰레기 산더미… 연휴 더 바빠 전병윤(49) 서울 중구 환경미화원도 4~5일 이틀을 제외하곤 모두 근무한다. 중구는 명동, 동대문 등 관광특구와 역사유적지가 적지 않아 연휴가 더 바쁘다. 유동 인구가 많아 하루라도 치우지 않으면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기 때문이다. 전 미화원은 필동 지역을 담당한다. 추석 연휴 기간에도 평소처럼 오전 5시 30분까지 출근해 동료 1명과 함께 담당 지역을 말끔하게 청소한다. 그의 고향은 전남 장흥이다. 서울에서 까마득히 먼 곳을 4~5일 이틀 동안 다녀와야 한다. 그것도 전날 일이 끝나고 오후 3시쯤 출발, 자정이 지나야 고향에 도착한다. 이튿날 차례 지내고, 성묘한 뒤 서둘러 상경해야 한다. 전 미화원은 “가족들과 함께 여행도 가고 싶고, 힘이 들기도 하지만 쉬면 동료들에게 더 미안하다”며 “인력이 여유롭지 못해 한 사람만 빠져도 다른 동료들에게 큰 부담이 간다”고 했다. 물론 뿌듯함도 크다. 전 미화원은 “외국인 관광객의 80% 정도가 중구 지역을 찾는다고 하는데, 제 노력으로 우리나라가 깨끗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심어 준다고 생각하면 흐뭇하다. 오전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에게 밤새 지저분했던 거리 대신 깨끗한 거리를 만들어 기쁨을 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 당직자 142명 전원 자원… 휴일 근무도 배려죠 유재경(52) 서울시 평생교육국 친환경급식과 주무관은 추석 이튿날인 5일 당직을 자원했다. 유 주무관은 “저희 집과 처가 모두 서울이라 다녀오기 편하다”며 “순번제로 돌리게 되면 ‘복불복’이라 시골 내려가는 분들이 낭패를 볼 수 있어 자원했다”고 했다. 그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추석 연휴 기간 당직자 142명은 전원 자원을 했다”며 “동료들이 고마워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좋다”고 했다. 유 주무관은 당직 날 시청 1층 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한다. 오후 8시부터 1시간 30분간 동료 1명과 함께 시청 내 전 사무실의 소등, 화재위험, 문단속 등을 점검한다. 11시 30분부터는 청사 내 순찰을 한다. 밤 시간 걸려오는 민원 전화도 처리한다. 그는 “맞벌이가 아니라 해외여행을 할 여유가 안 되는 면도 있지만 추석 연휴가 아니라 여름휴가를 활용하면 가족들과 얼마든지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고 했다. # 24시간 하수처리 가동… 아내·아이들만 고향行 신현국(57) 서울시 중랑물재생센터 주무관은 추석 당일 일한다. 중랑물재생센터는 성동·광진·종로·동대문·성북·노원 등 10개 자치구와 의정부시 일부의 생활하수를 처리한다. 14개 자치구의 분뇨와 12개 자치구의 정화조도 처리한다. 처리 물량이 많아 24시간 기계를 가동해야 한다. 직원들은 휴일 상관없이 4조 2교대 24시간을 근무한다. 신 주무관은 중앙제어실에서 하수 처리 설비 전반을 관리·통제한다. 그는 “우리가 하루라도 쉬면 더러운 물이 중랑천과 한강으로 그대로 흘러들게 된다”면서 “시민들이 깨끗하고 맑은 중랑천과 한강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신 주무관은 설·추석 때 가족과 함께 보낸 날이 거의 없다. 아내와 아이들만 고향에 보내고, 홀로 밥 먹고 출근한다. 그는 “이번 추석에도 아내가 아이들만 데리고 가게 해 미안하다”고 했다. [기회가 우선… 힐링 여행파] # 1월에 호주 티켓 예약… 10일간의 휴식 꿈같아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일하는 A씨는 고교 친구와 함께 10월 2일부터 10일까지 호주로 떠난다. 추석 연휴가 길다는 점을 간파하고 지난 1월 일찌감치 예약한 것이다. 10일은 하루 휴가를 냈다. 싱가포르항공사에서 왕복으로 1인당 140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자리를 구했다. 2일 밤 인천을 출발, 싱가포르를 경유해 3일 밤 멜버른에 도착한다. 멜버른에 4일 머무른 뒤 8일 출발 싱가포르를 경유해 10일 서울에 도착한다. A씨는 “추석 연휴가 아니라면 9일이라는 긴 기간 해외여행을 하는 건 꿈도 꾸지 못한다”며 “이번 같은 천재일우의 기회는 놓쳐서도 안 되고 놓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는 아직 직급이 낮아 연간 휴가 일수도 적고, 휴가를 가더라도 상사 눈치가 보여 7일씩 다녀올 엄두를 내지 못한다. 지난 여름휴가도 3일만 다녀왔다. A씨는 “공식적인 휴일이라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정말 마음 편하고 여유 있게 해외여행을 가게 돼 좋다”며 “호주에서 멋진 추억을 쌓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고 했다. 서울의 다른 자치구 B씨도 해외로 떠난다. 오는 28일부터 10월 9일까지 12일간 미국에서 여행한다. 28~29일 이틀은 휴가를 냈다. 1년 전쯤 뉴욕·워싱턴·시카고 등 미국 동부 지역과 캐나다 퀘벡·나이아가라 폭포를 둘러보는 패키지 상품을 예약했다. 올해 결혼 10주년을 맞아 남편, 아이와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쌓기 위해서다. B씨는 “1인당 380만원에 예약했는데, 지금은 500만원을 넘는다”면서 “휴가를 이처럼 길게 쓸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추석 연휴가 아니라면 절대 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댁에도 미리 허락을 받았다”며 “미국은 아직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많이 기대된다”고 했다. # 연휴 초반엔 시댁과, 후반엔 친정과 ‘가족투어’ 중앙부처 C씨는 ‘워킹맘’이다. 친정어머니가 아이를 챙겨줘 일을 하고 있다. 평소 아이를 돌봐주는 어머니를 위해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이라도 가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안타까웠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기회가 왔다.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추석 연휴 기간 단 하루도 당번에 걸리지 않았다. 말 그대로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게 됐다. 연휴 초반에는 경남 진해의 시댁에 다녀오고, 후반에는 친정 식구들과 거제·통영 등 경남 일대를 ‘투어’할 계획이다. C씨는 “친정부모님 모시고 정말 오랜만에 여행을 가게 돼 꿈만 같다. 그런데 추석 황금연휴를 맞아 미리 교통편과 숙박 예약을 끝낸 사람들이 많아 기차표와 숙소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의 한 자치구 D씨는 추석 연휴 기간 부모, 형제들과 함께 강원도로 여행을 가려 한다. 어머니·아버지, 누나 내외, 여동생 내외, D씨 가족 등 무려 13명이 차량 3대에 나눠 탄다. 명절이면 부모 집에 온 가족이 모여 어머니가 차려 주는 음식을 먹곤 했는데, 이번엔 누나와 여동생이 어머니가 힘들게 음식을 차리게 하지 말고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맛난 음식도 사 먹고, 오대산·양떼목장 등도 둘러보기로 했다. 추석 연휴 기간 중 차량 소통이 원활한 시간대를 택해 떠나려 한다. D씨는 “어머니, 아버지는 물론 아이들도 여행갈 생각에 신이 났다”며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 여유롭게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국가와 윤리(김우창·박성우·주경철·이상익·최장집 지음, 글항아리 펴냄) 네이버문화재단이 후원하는 강연 프로젝트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에서 나눈 이야기를 모은 첫 번째 책으로 저명한 학자 5명이 ‘윤리란 무엇이고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했다. 440쪽. 1만 9500원. 종교와 군대(강인철 지음, 현실문화 펴냄) 종교사회학을 연구해온 저자가 한국전쟁을 계기로 도입된 군종제도의 역사와 정당성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새로운 유형의 군종 모델을 모색한다. 368쪽. 2만원. 오늘도 비출산을 다짐합니다(송가연 지음, 갈라파고스 펴냄)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이며 맞벌이를 해도 독박가사, 독박육아에 시달리는 한국 여성들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현실적인 이유를 짚는다. 368쪽. 2만원. 너무 맛있어서 잠 못 드는 세계지리(개리 풀러·T M 레데콥 지음, 윤승희 옮김, 생각의길 펴냄) 볼리비아의 감자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 음식이 되었는지, 카카오가 왜 신들의 열매인지 등 세계 지리학과 음식의 오랜 상관관계를 설명한다. 280쪽. 1만 5000원. 한글 대표 선수 10+9(김슬옹·김응 지음, 이수진 그림, 창비교육 펴냄) 신숙주, 주시경, 이극로 등 한글의 참뜻을 지키고 세종의 한글 창제 정신을 이어 온 조선 시대 인물 10명과 근현대 인물 9명의 일화를 담았다. 224쪽. 1만원. 한국고전번역원 ‘우리 고전 속 역사·인물·지혜 이야기’ 3종(김용인 외 2명 지음, 전기윤 외 2명 그림, 한국고전번역원 펴냄) ‘아빠와 함께하는 한강 역사 여행’에서는 한강 유적지의 역사적 의미를, ‘책만큼은 버릴 수 없는 선비’에서는 조선 후기 독서광 이덕무의 글을, ‘그만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소’는 장애를 딛고 능력을 펼친 조선시대 인물 6명을 소개한다. 각권 116~136쪽. 각권 8000원.
  • 월 9900원… ‘양말 구독’ 하실래요?

    월 9900원… ‘양말 구독’ 하실래요?

    “쇼핑을 별로 안 좋아하는 데다 제 양복에 맞는 양말을 고르는 건 너무 어렵더군요. 그래서 매월 양말을 배달받는 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집에서 신문 구독하듯이 양말을 정기적으로 배달받는 거죠.”직장인 이모(39)씨는 2개월 전부터 월 9900원을 내고 매월 3켤레의 양말을 택배로 받는다. 그는 “양복에 어울리는 양말이 배달되는 ‘비즈니스 박스’ 상품을 선택했는데, 늘 다른 디자인의 양말이 들어 있어서 택배 상자를 열 때마다 재미가 있다”며 “업무에 치여 쇼핑할 시간이 없는 1인 가구에 알맞은 서비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생선, 면도기, 식재료, 꽃, 양말, 셔츠 등을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정기배송 서비스)가 국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10년 여러 화장품 샘플을 담아 배달하기 시작한 미국의 ‘버치박스’(Birch Box)가 정기배송 서비스 산업의 문을 연 이후 영국,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전자상거래의 주요 산업이 됐다. 우리나라도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의 급증, 택배산업의 발전, 상품 홍수에서 선택에 지친 소비자 증가에 따라 정기배송 서비스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정기배송 서비스는 3~4년밖에 안 된 신생 산업이다. 서비스를 지칭하는 용어도 정기배송 서비스, 구독 서비스,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등 다양하다. 직장인 이씨가 이용 중인 양말 서비스 업체 미하이삭스는 양말 공장을 운영하는 태우산업이 올해 4월 설립했다. 업체도 가입자 수에 맞춰 다품종 양말을 생산하기 때문에 재고를 줄이고, 유통단계도 단순화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실제 정기배송 서비스의 양말 한 켤레당 가격은 3300원으로 소비자가격인 4800원보다 30% 정도 싸다. 김진 대표는 “30·40대 남성 직장인들이 주 고객층으로, 캐주얼 양말보다는 비즈니스 양말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직은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초기 단계지만 고객의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2014년 꽃 정기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꾸까’의 매출액은 매년 2배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30억원에서 올해 60억~70억원을 기대하고 있으며, 현재 가입자는 4만명 정도다. 이 업체는 졸업식이나 생일 등 기념일에만 꽃을 선물하는 우리나라 문화를 일본이나 유럽처럼 꽃을 일상에서 즐기는 문화로 바꿔보자는 철학에서 시작됐다. 자연스레 사업 형태를 정기배송 서비스로 잡았고, 2주에 한 번씩 꽃다발을 배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꽃 한 다발을 만들려면 최소 10종류의 꽃을 묶음으로 구입해야 하고 유통기한도 짧기 때문에 일반 꽃집의 경우 재고처리가 힘들다”며 “하지만 우리는 배송 서비스를 통해 수요를 예측할 수 있어 버려지는 재료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더워서 꽃이 상대적으로 빨리 시드는 여름보다 꽃을 싱싱하게 오래 즐길 수 있는 겨울에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 업체는 꽃이 빨리 시들지 않도록 꽃 밑단에 물 먹인 스폰지를 꽂아서 배달하는 ‘습식 유통’을 택했다. 꽃은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 화훼시장에서 플로리스트들이 직접 구매한다.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용 유기농 식재료를 배달하는 ‘펫박스’도 있다. ‘위클리셔츠’는 매주 3~5벌의 셔츠를 배송해 준다. 구입부터 세탁, 다림질까지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농협, 무릉외갓집 등 많은 업체들이 뛰어든 ‘농산물 꾸러미 사업’은 매월 농산물을 가져다준다. 맞벌이 부부의 입장에서는 장 보는 수고를 덜어 줄뿐더러 건강한 제철 음식을 자주 만들어 먹을 수 있다.선진국에서도 정기배송 서비스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수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곳들이 즐비하다. 면도기 정기배송 서비스를 하는 ‘달러셰이브클럽’(DSC)이 대표적이다. 평범한 30대 회사원이던 마이클 두빈과 마크 리바인은 면도날 구입을 귀찮아하고, 면도날 가격이 비싸다고 인식하는 남성들의 속성을 겨냥해 2011년 DSC를 차렸다. 그리고 월 1달러(배송비 2달러 별도)에 면도날을 배달하는 신종 정기배송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 업체는 2016년 유니레버에 10억 달러(약 1조 1300억원)에 인수됐다. 지난해 매출 2억 달러(약 2200억원)로 미국 온라인 면도기 판매 시장의 거의 절반(47.3%)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면도기, 면도날, 면도거품 등을 묶은 월 5달러 패키지를 내놓았다. 영국 런던의 ‘솔 셰어’(Sole-share)는 해산물을 정기적으로 배송한다. 1㎏의 생선을 매주 배달받을 경우, 날생선은 월 60파운드(약 9만원), 익힌 생선은 월 65파운드(약 10만원)를 내면 된다. 소비자는 런던 내 픽업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에 물건을 찾아갈 수 있으며, 매주 생선 요리 레시피가 같이 제공된다. 바닥을 긁어내는 트롤어업을 하지 않는 런던 인근의 작은 배 선장들과 계약을 맺고 운영하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환경 살리기에도 동참할 수 있다. 매월 우수 중소기업 브랜드의 렌즈를 60개씩 배송하는 영국 ‘왈도’(Waldo), 월 50달러를 내면 알코올을 제외한 수제 칵테일 재료를 배송하는 미국의 ‘쉐이커 앤 스푼’(Shaker&Spoon), 월 35파운드(약 5만원)에 매월 5가지 치즈를 가져다주는 영국의 ‘더 치즈 소사이어티’(The Cheese Society) 등도 있다. 미국의 ‘미스터리 박스 오브 오섬’(Mystery Box of Awesome)은 아예 무엇이 들어있는지 예상할 수 없는 ‘의문의 박스’를 매월 가져다준다. 드론, 가상현실(VR) 헤드셋, 비행기용 수면 베개, 머그컵, 수건 등 박스 안 상품들의 가격 총액이 소비자가 매월 내는 비용(24.99달러)을 넘어야 한다는 게 유일한 원칙이다. 최근에는 정기배송 서비스를 자기에게 주는 선물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나타난다. 꽃 정기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직장인 김모(25·여)씨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을 때 꽃다발이 든 예쁜 박스를 보면 누군가에게서 좋은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든다”며 “싱싱한 꽃을 고르는 게 쉽지 않은데, 시간 낭비 없이 전문가가 고른 꽃으로 인테리어를 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정기배송 업체들의 경우 빅데이터를 이용한 수요 예측, 원스톱 회원 관리 등 최첨단 정보기술(IT)을 이용하는 단계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월정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국내 IT 기업을 찾지 못해, 결국 외국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며 “큰 업체도 이제 막 IT 개발자를 채용하기 시작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유명 패션 정기배송 업체인 ‘저스트팹’(Justfab)의 경우 빅데이터를 통해 유행 아이템을 파악하거나 전망한 뒤 직접 운영하는 공장에서 옷, 신발, 장신구 등을 제작한다. 홈페이지에서 갑자기 판매가 급증하는 제품을 빠르게 파악하고, 급히 생산해 대응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아직은 초기 시장이어서 예상치 못한 변수도 많다. 지난해 창업한 ‘벨루가’는 안주와 맥주를 정기적으로 배송했지만, 맥주 통신 판매가 불법으로 간주되면서 휴업에 들어갔다. 기존 사업자들의 견제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현(35) 위클리셔츠 대표는 “워낙 많은 정기배송 업체들이 생겼다 사라지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도 중요하지만, 전문성이 있는지, 애프터서비스는 확실한지, 유통구조는 단순한지 등을 인터넷 후기를 보며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단독] [커버스토리] 종교인 과세 세수에 도움 될까

    종교인 상당수 수급 대상…사실상 ‘마이너스 세수’ 논란 끝에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면 실제로 세수에 도움은 되는 것일까. 답은 ‘아니다’이다. 목사·승려 등 종교인들이 내지 않던 세금을 내면 세수가 좋아질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종교인의 소득에 대한 과세가 시작되면 동시에 정부는 근로장려금(EITC·일하는 저소득층에 주는 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수급 대상이 납세를 하게 될 종교인 수의 갑절에 이르기 때문이다. ●23만명 중 4만 6000명만 납세 정부는 2014년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면서 전체 종교인 23만명의 약 20%인 4만 6000명에게 연간 100억~200억원 정도의 세금을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정부는 반대급부로 지원해야 하는 근로 및 자녀 장려금의 규모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소득이 낮은 종교인들이 기타소득이 아니라 근로소득으로 신고를 하면 ‘월급쟁이’로 인정받아 근로장려금을 받을 자격이 생긴다. 근로장려금은 가족 재산이 1억 4000만원 미만이고 연소득이 맞벌이 2500만원, 외벌이 2100만원 미만이면 받을 수 있다. 한 해 동안 맞벌이는 최대 250만원, 외벌이는 최대 20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받게 된다. ●최소 10만명 장려금 지급 대상 그런데 종교인 상당수가 장려금 지급 대상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3년 추산에 따르면 개신교만 놓고 봤을 때 약 14만명의 교직자 가운데 연소득 1000만원 미만이 2만 7000여명, 1000만~2000만원이 5만 3000여명에 이른다. 개신교 교직자만 약 8만명이 대상이고, 이들에게 연간 737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전체 종교인으로 확대하면 최소 10만명이 장려금 지급 대상이고, 1000억원이 넘는 지원이 이뤄지게 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실질 세수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고 시인했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지난 6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자료에서 “종교인 대다수가 면세점 이하여서 실제 세금 부담은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추석 전 ‘근로·자녀장려금’ 쏩니다…11월까지 추가신청 땐 90% 지급

    추석 전 ‘근로·자녀장려금’ 쏩니다…11월까지 추가신청 땐 90% 지급

    260만 가구 1조 6844억 최대 전체 가구의 10% 지급 대상 두 장려금 중복 신청도 가능저소득 가구의 소득 보전을 위한 근로 및 자녀 장려금이 추석 전까지 아홉 집 건너 한 집에 나간다. 2009년 첫 지급이 이뤄진 이래 대상이나 금액 면에서 모두 역대 최대다. 근로장려금은 내년에 지급 대상과 금액이 더 늘어난다. 국세청은 전국 260만 가구에 모두 1조 6844억원의 근로·자녀장려금을 추석 연휴 전에 지급한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보다 33만 가구, 금액으로는 1316억원 늘었다. 근로장려금은 ‘열심히 일하는 저소득층’에게 주는 지원금이다. 40세 이상 근로자 또는 자영업자(전문직 제외)가 대상이다. 가족 형태와 총 수입 등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진다. 재산 1억 4000만원 미만으로 연 소득 600만~1300만원의 단독가구는 최대 77만원, 900만~2100만원 홑벌이 가구는 최대 185만원, 1000만~2500만원 사이 맞벌이 가구는 최대 23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자녀장려금은 18세 미만 자녀를 가진 부부의 재산이 2억원 미만이고 소득이 4000만원 이하일 경우 자녀 1명당 최대 50만원까지 지급된다. 근로·자녀 장려금은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와 모바일앱, 전화로 신청할 수 있다. 중복 신청도 가능하다. 두 장려금을 모두 받는 가구를 한 가구로 계산한 순 가구 수는 올해 215만 가구로, 우리나라 전체 2140만 가구의 10% 수준이다. 근로자 가구가 137만 가구로 1년 전보다 19만 가구, 사업자 가구는 78만 가구로 18만 가구 증가했다. 근로장려금은 157만 가구에 1조 1416억원이 지급된다. 지난해보다 22만가구, 1379억원 늘었다. 국세청은 지급액이 10% 인상됐고, 단독가구 수급 연령 기준이 50세에서 40세 이상으로 완화된 영향으로 분석했다. 자녀장려금은 103만 가구에 5428억원 지급된다. 지난해보다 11만 가구가 더 받게 됐지만, 금액은 63억원 줄었다. 자녀 수가 줄었고, 지급액이 50% 감액되는 재산 1억원 이상 가구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신청 요건을 갖췄는데도 미처 신청하지 못한 가구는 11월 30일까지 추가 신청을 하면 된다. 다만 산정액의 90%만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제출한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는 근로장려금 지급액이 10% 더 올라간다. 단독가구 신청 나이도 30세 이상으로 더 완화된다. 구진열 국세청 소득지원국장은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 가운데 하나만 신청했더라도 다른 장려금도 대상자인지를 파악해 알려주는 등 신청자에게 최대한 유리한 심사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민주시민교육과 청소년 문제 <연제구선거관리위원회 홍보담당 김샬롬>

    민주시민교육과 청소년 문제 <연제구선거관리위원회 홍보담당 김샬롬>

    가을이 완연하다. 휴대폰이나 인터넷이 우리의 생활의 필수가 되어버린 지금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독서보다는 각종 SNS, 영화, 게임, 유투브 등이 대세인 지금 사회분위기와 시스템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편리함과 세련된 문화로 포장되었지만 어쩌면 선정성과 잔혹함이 넘쳐나기도 하는 이러한 것들이 무분별하게 우리 아이들의 정서에 악영향을 끼쳐 반사회적 청소년 인성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인천 초등학생 토막살인에 이어 최근 여중생 폭행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아직 여리기만해도 모자란 여자 아이들이 저지르기엔 믿지 못할 정도로 방식이 잔인하고 또 죄의식 없어 보이는 가해자의 태도 탓에 사회전체가 충격을 받은 듯하다. 가족해체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가정교육보다는 학교교육의 의존이 큰 현재 더불어 살아가는 기본적 성품을 함양하고 주어진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학교와 사회에서의 민주시민교육을 더 강화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에서는 학교교육은 물론 선거연수원에서 대표적으로 민주시민교육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는 초․중․고등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학교출강, 참여식 교육과 교수방법이수, 제도 연구 등을 실시하고 있고 민주시민교육프로그램 개발과 그 교육대상을 일반시민까지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선거연수원과 학교에서 담당하고 있는 우리나라 민주시민교육이 아이들의 올바른 인성교육과 더불어 청소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영양제와 처방전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더 많이 확대되고 기여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이 집중되면 좋을 것 같다.
  • [발효 음식 이야기] 콩이 낳은 3형제, 그 깊은 맛

    [발효 음식 이야기] 콩이 낳은 3형제, 그 깊은 맛

    ‘한 마을의 정치는 술맛으로 알고 한 집안의 일은 장맛으로 안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장’(醬)은 오랜 세월 우리 음식의 뿌리로 기능해 왔다. 장이란 콩을 삶아 소금에 절인 것을 발효시켜 만든 전통의 조미료를 말한다. 역사적으로 장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 3세기 중국의 문헌 ‘주례’(周禮)에 고기로 만든 육장에 대해 언급한 것이 최초다. 그러나 콩으로 만드는 ‘두장’(豆醬)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발효라는 독특한 제조 방식과 한반도가 원산지인 콩이 만나 우리의 고유한 식문화 기틀을 이룬 셈이다. 오늘날에는 짠 음식을 기피하면서 장류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지만, 적정량을 사용하면 음식의 맛과 영양에 깊이를 더해 주는 고마운 음식이다.국내 문헌에 장이 처음 등장한 것은 1145년 ‘삼국사기’에서다. 삼국사기 ‘신라본기’(新羅本紀) 편에 “신문왕(神文王) 3년(서기 683년) 왕실의 폐백 품목 중에 장, 삶은 콩을 발효시킨 시(?)가 포함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 이전부터 대두를 활용해 만든 발효식품들이 널리 퍼져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방증이다. 또 중국 역사서 ‘삼국지 위지동이전’에는 “고구려인은 장 담그는 솜씨가 훌륭하다”, “발해의 명물은 책성에서 생산되는 된장”이라는 등의 기록이 나와 우리의 장맛이 중국에까지 알려졌던 것으로 보인다. ●콩으로 만든 장, 우리나라서 탄생 오늘날 우리 식탁에서 가장 두루 쓰이는 장은 고추장이다. 고추장의 역사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호초’(胡椒)나 ‘천초’(川椒)와 같이 매운맛을 내는 재료를 사용해 만들어 오다가 16세기 임진왜란 이후 고추가 들어오면서 기존의 된장을 만들던 콩 가공 기술과 고추라는 신재료가 만나 지금의 고추장이 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과거에는 집집마다 고추장을 2~3종류 담가 두고 음식에 따라 구별해 사용했다. 그중 찹쌀가루를 엿기름 물에 풀어 끓여 만드는 찹쌀고추장을 가장 귀하게 여겨 음식의 색을 낼 때 쓰고, 다른 고추장보다 단맛이 적고 칼칼한 보리고추장은 쌈장을 만들 때 주로 사용했다. 또 밀가루로 만든 고추장은 찌개나 국을 끓일 때, 장아찌를 만들 때 조미료로 썼다. 고추장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순창 고추장’과 관련해서는 조선시대 태조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 스승인 무학대사를 만나러 순창에 갔을 때 고추장의 전신으로 알려진 ‘초시’를 먹어 보고 그 맛을 잊지 못해 조선을 건국한 뒤에도 진상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800년대 초의 문헌 ‘규합총서’에도 순창과 천안의 고추장이 팔도의 명물 중 하나로 소개됐다. 대상 청정원이 1989년 전북 순창에 공장을 건립하고 ‘순창 고추장’을 출시해 시장 1위를 석권하면서 그 이름이 더욱 대중적으로 유명해졌다. 항아리의 숨 쉬는 원리를 이용해 인위적인 미생물 접종 없이도 효소 활성화가 가능한 전통의 발효숙성 방식인 ‘항아리 원리 발효공법’ 및 태양광을 활용한 살균공법을 적용하는 등 전통 제조 방식을 고수해 깊은 맛을 구현해 냈다는 것이 대상 측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72개국으로도 수출하고 있으며, 지난 5년 동안 해외 매출이 연평균 10%씩 성장해 지난해에는 3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고추장은 특유의 감칠맛 나는 매운맛 덕분에 외국에서도 가장 인기 높은 장류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장류 수출 비중은 고추장이 59.3%로 선두를 달렸다. 이어 간장 25.4%, 된장 15.3% 순이다. 그러나 장의 원조는 콩을 발효시킨 된장이다. 된장의 ‘된’은 물기가 적고 점도가 높다는 의미로 액체 형태의 간장과 구분되지만, 지금처럼 간장과 된장이 따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부터라는 것이 일반적인 학설이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장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까지 등장했다. 당시 문헌 ‘구황보유방’에는 “콩 1말을 무르게 삶아 밀 5되를 볶아 함께 섞어서 메주를 만든다”고 나와 있다. 지금같이 콩만으로 메주를 만들어 된장을 담그는 방법은 ‘증보산림경제’에 나오는데 “콩을 물에 씻고 하룻밤 물에 담갔다가 건져서 익힌 것을 절구에 찧어서 둥글게 메주 모양으로 만든 다음 한 치 정도의 반월형으로 썰어 만든다”고 설명돼 있다. 이처럼 제조법이 보편적으로 알려진 덕분에 된장은 고추장과 간장에 비해 오늘날까지도 집에서 직접 담그는 ‘재래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의 약 50%가 자가 조달을 통해 된장을 먹는다고 알려졌다.●고추 도입 전 고추장에 호초·천초 등 사용 그러나 간장과 고추장에 비해 레시피 개발이 이뤄져 있지 않은 데다 맞벌이 가정과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된장 시장은 정체 상태다. 지난 5년 동안 된장 시장 규모는 약 500억~6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간장과 고추장이 약 1300억~1900억원대 수준인 것에 비하면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치는 셈이다. 쌈장이 2011년 630억원에서 2016년 700억원으로, 초고추장이 2011년 310억원에서 2016년 400억원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과도 대비된다. 업체들은 저마다 연구개발에 공을 들이며 현대인의 입맛에 맞춘 각종 제품을 출시하는 등 ‘된장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대상 청정원은 전국 각지의 균주 1000여종을 수집한 끝에 메주를 발효에 사용하는 ‘바실러스’라는 균주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또 순창 지역 명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선별해 낸 발효 균주를 활용한 ‘순창발효메주’도 개발했다. 샘표는 자체적인 된장의 맛을 좌우하는 곰팡이와 향을 결정하는 고초균을 함께 사용하는 자체 ‘복합 발효’ 기술을 개발했다. 또 콩알 하나하나에 고초균을 결합하는 ‘콩알메주공법’으로 특허를 받았으며, 콩을 절구에 찧어 메주를 만들던 전통 방식에서 착안해 절구와 같은 온도와 압력, 물의 양으로 메주를 만들어 내는 기술도 자체 개발했다는 설명이다.●1890년대 이후 개량식 간장 보급 된장의 동생 격인 간장도 우리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조미료다. 간장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조선시대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콩으로 만든 메주를 이용해 간장과 된장을 함께 얻는 ‘병용장’을 만드는 방법이 18세기 ‘증보산림경제’에 등장하는데, 이 방법이 오늘날의 간장 담그는 방법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1890년대에는 일본에 의해 개량식 간장이 보급됐으며, 이후 1940년대 대량 유통되기 시작했다. 업체별로 분류가 조금씩 다르지만, 간장은 제조 방식과 사용법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한국의 전통 제조 방식에 따라 100% 콩으로만 만들어진 간장을 ‘조선간장’이라고 하는데, 염도가 높고 색상이 옅어 음식의 본래 색을 유지하면서도 간을 맞출 수 있다. 이 때문에 주로 국, 찌개 등 국물 요리의 맛을 내는 데 주로 쓰이며, 각종 나물을 무칠 때도 사용된다. 콩과 소맥을 발효시켜 만드는 ‘양조간장’은 감칠맛이 뛰어나고 깊고 풍부한 향이 특색이다. 열에 의해 향이 사라지기 쉽기 때문에 열을 많이 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침 요리나 생선회를 찍어 먹는 소스, 무침, 샐러드 드레싱 등으로 쓰기에 적합한 간장이다. 그러나 워낙 감칠맛이 뛰어나 일반적인 볶음이나 구이, 찜 요리에도 두루 쓰인다. 일반적인 양조간장에 맛의 주성분인 아미노산 함량이 높은 간장을 혼합한 것은 ‘진간장’이라고 한다. 양조간장의 풍미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열을 가해도 맛이 잘 변하지 않아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간장이다. 장조림, 갈비찜, 간장게장 등에 주로 쓰인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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