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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톱 셀러]식단불문 즉석식품 맛도 그만

    [톱 셀러]식단불문 즉석식품 맛도 그만

    ‘즉석식품이 똑똑해지고 있다.’ 맞벌이 부부와 주 5일제가 확산되면서 간편 음식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업계는 즉석식품 시장이 올해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즉석밥이 선두 대표주자는 즉석밥이다. 지난 1997년 ‘햇반’이 처음 나온 이후 해마다 매출이 30∼40% 증가하고 있다. 웰빙 열풍 덕에 흑미밥·현미밥·오곡밥 등 후속작도 인기를 얻고 있다. 즉석밥에 낙지·송이버섯·류산슬·마파두부·돈부리(일본식 덮밥) 등을 얹은 덮밥류는 반찬이 따로 필요치 않아 나들이용으로 제격이다. 버섯·해물·김치·쇠고기 야채 등을 넣은 이탈리아 리조토도 나왔다. 밥 용기 비닐을 벗기고 소스를 부어 전자레인지에 2∼3분 데우거나 끓는 물에 살짝 익히면 먹을 수 있다. 술먹은 다음날 속 풀고 싶다면 즉석국을 찾아보라. 쇠고기국밥·미역국밥·추어탕국밥·육개장밥 등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고급스럽다. 끓는 물을 붓거나 전자레인지에 물을 데운 후 밥을 말아서 5분 만에 먹을 수 있다. 상온에서 6개월간 보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먹어보니 ‘맛있는 낙지덮밥’은 종이 겉포장지를 잘 사용해 뜨거워진 밥 용기에 손을 데지 않도록 배려했다. 겉포장지에 구멍을 뚫어 밥 용기를 집어넣어 전자레인지에 돌리도록 고안한 것. 밥 용기를 만질 필요가 없다. 낙지와 당근, 양파 등을 손톱만하게 잘랐다. 붉은 빛이 감돌지만 맵진 않다. 오히려 단맛이 강해 어린이들이 좋아할 듯.340g 2500원. ‘햇반 송이버섯밥’은 당근 등 야채를 잘게 썰어 건데기가 씹히지 않는다. 죽처럼 색깔은 투명하지만, 후추 맛이 뚜렷하다. 특히 밥 용기가 뜨거워 밑부분을 잡으면 손을 다칠 위험이 있다.350g 3000원.‘해물리조또’는 고추 맛이 강해 매콤하다. 가로·세로 1㎝짜리 오징어가 눈에 띈다.300g 2400원.‘얼큰한 육개장밥’은 밥과 육개장을 따로 데워 섞어야 한다. 펄프 용기에 육개장 건데기와 물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여기에 뜨거워진 햇반을 말아 먹는 것. 술 먹은 다음날 해장하기 좋을 만큼 얼큰하다. 그러나 조리시간이 짧아 깊은 맛은 덜하다.210g 3000원. ●죽과 수프는 아침식사 대용 즉석죽과 수프는 아침식사 대용이나 다이어트식, 별미식으로 그만이다. 전복, 연어·발아현미·녹차·참치·꿀호박·홍게살·인삼닭 등 다양한 죽이 출시되고 있다. 전복 등 주재료를 30% 가까이 넣어 맛이 진하다. 참기름·꿀 등 소스를 추가로 넣어 기호에 맞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분말 수프를 물에 풀어 끓여 먹는 불편함을 없앤 액상수프도 나왔다.‘프레시안 브로콜리 치즈수프’는 적당히 익힌 브로콜리 야채에 고급 치즈와 감자 등을 넣어 건강식으로 인기가 높다. 이밖에 감자를 주로 한 ‘베이크 포테이토수프’ ‘양송이 수프’가 있다. 유통기한이 짧고 냉장 보관하는 게 흠이다.40∼50대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누룽지. 전기밥솥으로 사라진 누룽지가 뜨거운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 바삭바삭거려 어린이용 과자로도 손색이 없다. 먹어보니 ‘인삼닭죽’은 인삼 향을 가득 머금고 있다. 실처럼 가늘게 찢어진 닭은 쫄깃하다. 찹쌀과 쌀 입자가 고와 유아식으로도 좋을 듯.230g 2100원. 햇반 녹차죽은 녹차와 김, 다시마 맛이 잘 어우러져 있다. 초록색 죽에 향긋한 다시마 향에 더해져 개운하다. 아침식사로 적당한 양.273g 1650원 ●카레·짜장도 재탄생 3분 짜장·카레도 옷을 갈아 입었다. 건강음식인 백색카레는 기존 제품보다 강황 함량을 50% 높이고 로즈마리, 월계수잎 등도 넣었다.‘그대로카레’와 ‘그대로짜장’은 데우지 않고 밥에 바로 부어 먹는 제품. 나들이용으로 적합하다. 여러가지 야채와 고기를 볶아 느끼하지 않은 ‘사천식 짜장’도 나왔다. 매운 고추, 파, 마늘, 생강 등 갖은 양념이 들어가 붉고 매콤하다. 먹어보니 그대로카레는 뜨거운 밥에 먹으면 데우지 않고도 3분카레, 짜장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당근·감자도 깍두기처럼 큼직하게 썰어져 씹히는 맛이 제법 난다. 차갑게, 혹은 뜨겁게 먹으면 강한 카레 맛을 느낄 수 있다.200g 1380원. 이밖에 밥에 뿌려먹는 후리가케 ‘밥이랑’, 화로에 구운 ‘맛밤’, 전자레인즈용 팝콘 ‘액트투’, 실온에서 3개월간 보관 가능한 ‘영양떡’ 등도 즉식식품이 주말 식탁을 점령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한끼식사 944원으로 해결”

    “한끼식사 944원으로 해결”

    법정 최저임금 수준으로 꾸며진 ‘최소한의 밥상’이 8일 공개됐다. 밥상을 들고나온 사람은 인천의 한 대학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며 병든 남편과 자녀 둘을 부양하고 있는 주부 박영희(57)씨. 박씨가 용역회사로부터 받는 임금은 상여금을 포함해 70만원. 월급으로는 턱도 없이 모자라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짬짬이 신문지와 박스, 깡통 등 재활용품을 수집해 번 돈 9만 2000원을 보태면 총 수입은 79만 2000원이다.1년 전까지만 해도 맞벌이 부부였다. 그러나 막노동으로 아이들 학비를 벌던 남편은 현재 병을 앓고 있다. 박씨는 밥상과 함께 자신의 가계부도 들고 나왔다. 전국여성노조,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노동단체 들이 최저임금 현실화를 주장하며 이날 낮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마련한 행사 ‘최저임금 받는 영희씨와의 점심식사’라는 이벤트에서다. 박씨가 한달 동안 버는 돈 중에서 남편 병원비 20만원, 두 아이의 휴대전화 요금과 용돈 11만 5000원, 경조사비 7만원, 전기요금 3만원, 수도요금 5000원, 대출이자 5만원, 보험료 5만 2000원 등을 빼고 나면 식비로 쓸 수 있는 돈은 고작 17만원. 문화생활은 꿈도 못꾸고 경조사 때 입고 갈 마땅한 옷도 한벌 없지만 여유가 전혀 없다. 아이들은 주로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기 때문에 부부가 집에서 먹는 식비를 계산해 보면 한끼에 944.4원꼴(월 식비 17만원÷30일÷3식÷2명)이다. 평소에는 김치만 달랑 놓고 밥을 먹지만, 이날은 많은 이들에게 공개하는 밥상이니 만큼 신경을 많이 썼다.100원어치의 콩나물로 만든 국과 무침,100원짜리 김구이 1장,120원짜리 두부 4쪽, 김치, 밥 한 그릇이다. 최씨가 여성단체 활동가들과 의논해 944.4원으로 살 수 있는 재료를 최대한으로 써서 마련한 식단이다. 박씨는 행사 참가자들에게 이런 메뉴의 식사를 나눠 주고 함께 먹었다. 박씨는 “최저임금으로 최하위 바닥생활을 하면서 속사정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좀 부끄럽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60만원 수준인 최저임금으로는 최저생계도 보장받기 힘들다는 현실이 알려져 최저임금이 인상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임금협상에서 회사는 최저임금을 제시하기 때문에 힘없는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면서 “최저임금을 전체 노동자 임금의 50%선인 81만 5100원으로 책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보육료 지원 자영업자만 ‘혜택’

    보육료 지원 자영업자만 ‘혜택’

    대구시 수성구에 사는 박모(34)씨 맞벌이 부부는 4살,2살난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 집’의 보육료를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자영업을 하면서 중형차를 굴리는 이웃의 또래 아이들이 보육료를 면제받는 것과 달리 직장인인 자신들은 자녀 보육료 전액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박씨의 살림살이가 넉넉한 것은 아니다.3000만원의 전세 보증금과 소형 승용차 1대, 매달 야근까지 해 가면서 230여만원을 버는 것이 전부다. 박씨는 “자영업을 하면서 중산층처럼 사는 이웃의 아이들은 보육료를 면제받고, 박봉의 월급쟁이들만 보육료를 내야 하는 세상이 한심하고 원망스럽다.”면서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 정부의 저소득층 영유아(만 0∼5세) 보육료 지원사업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성부는 영유아를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육성하고 저소득층 보호자의 경제·사회적 활동을 돕기 위해 자녀 보육료 지원 범위를 승합·승용차 배기량 1500㏄에서 올해 2000㏄ 미만 차량 보유자로 확대했다. 또 부모 소득을 기준으로 한 보육비 지원계층을 1∼3층에 이어 올해부터는 4층까지 확대했으며, 지원비율도 높아져 1∼4층이 각각 월 보육료(정부지원 보육시설 보육료)의 100%,80%,60%,30%의 지원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올해 보육료 지원대상 영유아는 전국 2만 7000여 ‘어린이 집’에 다니는 93만여명 가운데 41만여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의 44.1%를 차지하며, 지난해 27만명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들 개인별 지원액은 보호자의 소득 수준 및 영유아의 연령 등의 차이에 따라 많게는 29만 9000원에서 적게는 4만 5900원에 이른다. 특히 올해부터는 저소득층의 두 자녀 이상이 보육시설을 이용할 경우 월 3만∼6만원까지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 만 5세아 무상 보육료 지원 대상이 도시 근로자 가구 월 평균 소득(2004년 340만원)의 80% 이하까지 확대돼 지난해 8만 7000여명이던 대상자가 올핸 9만 5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드는 총 예산은 2670억 8800만원(서울의 경우 국·지방비 20:80, 지방은 국·지방비 50:50)에 달한다. ●자영업자들 마음만 먹으면 자녀 보육료 혜택 그러나 주 수혜자들은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은 세원(稅源)이 음성화돼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재산 조회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지역 7∼8개 시·군·구청 복지 담당 공무원들에 따르면 “보육료 지원 범위 및 비율이 대폭 확대되면서 상당한 수입의 많은 자영업자들이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혜택을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런 실정이 알려지면서 월급쟁이들의 항의가 몰려 업무에 어려움이 많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들은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영업자들의 세원 등을 조회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데다 읍·면·동사무소별 사회복지 요원이 1∼2명뿐이어서 수백∼수천여명에 이르는 보육료 지원 신청자들의 재산정도를 밝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세원이 투명한 직장인 맞벌이 부부들은 소득을 합산할 경우 자영업자들에 비해 상대적 소득이 높아 거의 혜택을 못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들은 “중형차를 몰면서 씀씀이까지 풍족한 자영업자 자녀들에게까지 보육료가 지원되는 것은 문제”라면서 “자영업자들간에 ‘보육료를 지원 못 받는 사람은 바보’라는 말까지 나돈다.”고 씁쓸해했다. 여성부가 행정편의주의로 2000㏄급 차량 보유자의 영유아에게까지 보육료 지원을 확대한 것을 놓고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반 정서상 저소득층이 중형차를 탄다는 것은 수입적인 측면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27일 부산동아대서 인구학회 학술대회

    27일 부산동아대서 인구학회 학술대회

    정관수술을 받으면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주던 게 엊그제였는데 이제 대통령까지 나서 이민자를 받는 문제를 검토해보자는 세상이 됐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장수하는 사람이 늘면서 일하는 젊은 층이 줄게 됐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27일 부산 동아대 캠퍼스에서 열리는 한국인구학회 학술대회는 경험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의 인구 문제를 논의한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미국의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에 대해 색다른 해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미국 역사를 되돌아 보건대 여권신장이라고 기뻐하기 보다는 그만큼 살림살이가 팍팍해져 한숨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만혼과 저출산 문제도 마빈 해리스의 맥락 위에 있는 셈이다. 맞벌이는 필수라는 월급쟁이들의 푸념과 일맥상통한다. 이번 학술대회에 발표되는 박경숙·김영혜·김현숙의 ‘남녀의 결혼시기의 결정요인에 관한 연구’, 이시백·조영태·홍인정의 ‘사회경제적 요인과 출산력의 연관성에 관한 다수준 분석’ 등 2편의 논문은 바로 이 맥락을 실증적으로 다루고 있다. ‘결혼시기’ 연구는 노동부 자료 등을 기본으로 학력과 직업이 결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폈다. 연구결과 남성의 결혼시기에는 IMF 경제위기 이후 학력과 직업의 결정력이 더 커졌다. 특히 결혼시기가 늦었던 고학력·전문직 종사자들도 IMF위기 뒤에는 결혼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반면 여성은 IMF 이전엔 고학력일수록 일찍 결혼했지만 IMF 뒤에는 외려 늦어졌다. 취업에서의 불이익을 고려할 때 고학력이 여성의 결혼에는 걸림돌도 작용하는 예다. ‘출산력’ 연구는 통계청 자료 등을 기초로 지역간 출산력의 차이가 그 지역의 사회경제적 여건과 일정정도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회경제적 여건을 지수화했을 때 예상대로 서울이 12.52로 가장 높았고 전남이 -9.63으로 가장 낮았다. 지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소득이 높고 경쟁이 심하며 경제활동이 왕성함을 의미한다. 이는 출산율에도 그대로 반영돼 지수가 낮은 전남이 2.32명으로 최고를, 서울은 1.58명으로 최저를 기록했다. ●해답은 결국 복지 만혼과 저출산은 곧 고령화사회로 이어진다. 이에 대한 우려는 언론마다 넘치지만 대책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다. 대책은 결국 세금과 연금제도 개선인데 이런 얘기는 어렵고 복잡할 뿐 아니라 반정부 논조 차원에서 시빗거리로 동원되거나 좌파적 발상이라고 매도되기 십상이다. 경제제일주의 입장에서 보자면 구조조정이 곧 대량해고이듯 제일 좋은 고령화사회 대책은 ‘고려장’일지도 모른다. 결국 비인간적인 고려장 대신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육아·아동·여성·노인문제에 대한 종합적 대책이다. 정부나 사회단체가 각종 인센티브 정책을 쏟아내도 별다른 호응이 없는 것도 이런 큰 그림이 없기 때문이다. 인구학회는 5000만명 정도의 인구가 적정하다는 지난 3월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이 문제에 대해서도 토론을 벌인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영어·한국어 동시에’ 이중언어교육 열기

    어린 자녀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는 엄마들의 열망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많은 엄마들이 영어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배워야 한다며 갖가지 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학비가 비싼 영어유치원과 영어교재가 봇물을 이룬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영어 등 외국어를 모국어와 같은 방법으로 가르치는 것을 이중언어교육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기 영어교육, 이중언어교육이 어떤 효과를 주는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것은 무조건 어릴 때 가르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언어교육 전문가들에게서 이중언어교육의 허와 실을 들어본다. #1 회사원 박선영(39)씨는 딸 채원(8)양이 초등학교 입학 전 6개월 동안 미국에 있는 친척집에서 지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1주일에 세번은 테솔(TESOL) 자격이 있는 한국인 교사가, 두번은 원어민 교사가 하는 그룹 지도를 받고 있다. 영어교육을 전공한 박씨도 틈틈이 영어 만화를 틀어놓고 영어로 대화한다. 딸이 간단한 대화 정도는 자유롭게 하고, 영어에 자신감을 갖고 있어 박씨는 다행스럽다. #2 광주에 사는 김희경(31·여)씨는 아들 유혁(4)군을 위해 지난해부터 ‘영어 품앗이’를 시작했다. 마음 맞는 엄마 4명을 모아 돌아가며 미술놀이, 장난감 만들기 등 영어로 테마수업을 한다. 생물학을 전공한 김씨를 비롯해 영어 전공자는 한 명도 없지만 아이 일이니 다른 일을 제쳐두고 매달리고 있다. 집에서도 가능하면 영어를 쓴다. 비싼 학원에 보낸 적도 없는데 올해부터 한두 문장씩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아들을 기특하게 생각한다. #3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이기현(8·가명)군은 5살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다녔다. 수업료와 교재비 등을 합해 매월 80만원 정도가 들었지만 아버지 이재성(43·가명)씨는 맞벌이인 탓에 시간도 없고 직접 가르칠 자신도 없어 영어유치원을 택했다. 영어는 학교에서 또래들에게 꿀리지 않을 정도는 된다. ●너도나도 이중언어교육 영어 조기교육 열풍 속에 이중언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원이나 교재 위주의 영어 ‘학습’에서 일상생활 속의 영어 ‘습득’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 어릴 때부터 영어에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모국어와 같이 받아들이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방법도 다양하다. 외국에 보내거나 이중언어교육을 표방하는 영어유치원 등에 의존하는 것은 ‘고전적’인 방법. 말문이 트일 무렵부터 영어 책을 읽어주고, 회화 능력이 있는 엄마들은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사용해 아이를 키운다. ‘쑥쑥닷컴(www.suksuk.com)’ 등 유아영어교육 사이트에는 영어품앗이를 구하거나 수기를 교환하는 엄마들로 붐빈다. 이들은 맹렬히 공부하고 노하우를 나눠 아이와 영어로 대화하고 놀아주면서 영어에 친숙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한국방송통신대 영문과 4학년 이희영(40·여)씨는 “반복적으로 영어 환경에 노출시켜주려면 엄마가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에서 6세 딸의 영어교육을 위해 대학에 입학한 경우다. ●이중언어교육 정말 필요한가 너도나도 이중언어교육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그 효과와 시기,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만큼이나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린다. 한국외대 영어교육과 차경애 교수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영어에 노출시키는 것이 필요하고, 어릴수록 유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맞는 얘기”라면서 “특히 외국에서는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아이들이 사고력이나 추론능력 등 전반적인 인지능력이 우세하다는 임상결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서대 영재교육계발연구소 함정현 교수는 “딱딱한 학습의 범주만 아니라면 이중언어교육 이론을 적용한 조기 영어교육은 바람직하다.”면서 “말문이 트이기 전이라 해도 기본적인 인지 능력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영·유아 때부터 적당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에서 수십년간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이중언어교육을 해온 장병혜 박사는 “문화적 토양 등을 수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중언어교육이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면서 “기본적인 어휘력이나 판단력도 없는 상태에서 영아기부터 영어를 ‘강요’하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3년 교육부 의뢰로 ‘영·유아 조기영어교육’을 연구해온 동덕여대 아동학과 우남희 교수는 “뇌가 종합적 기능을 형성해야 하는 3∼6세에 과도하고 편중된 자극은 성숙하지 못한 언어 중추를 지치게 할 수 있다.”면서 “영·유아기의 구조적인 영어교육은 효과가 극히 적고, 스트레스를 유발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한다면 언제부터 어떻게 이중언어교육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지나친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차경애 교수는 “2∼3살 영아 때부터 혹사시키고 특히 이렇다 저렇다 하는 단편적 속설에 휩쓸리는 현상이 안타깝다.”면서 “아이마다 언어적 능력과 적성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를 잘 관찰해 자연스럽게 시작하고, 정규 영어교육이 시작되는 3학년 이전에 영어에 친숙해지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병혜 박사는 “적어도 3살까지는 한국어를 먼저 배우게 하고, 이후에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도록 유도해 놀이나 문화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면서 “유아기부터 달달 볶는 영어교육은 정체성 혼란 등의 악영향이 더 크다.”고 조언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교과·생활지도때도 영어 활용 공교육에도 이중언어교육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서울 동부교육청은 지난 3월 ‘이중언어교육 중심학교’로 용두·신답·면남·신현초등학교 등 4곳을 선정해 영어과목 외에 교과·생활지도에서도 영어를 활용토록 하고 있다.3학년이 대상이며, 내년에는 3·4학년 대상 10개교로 늘리고,2008년까지 관내 초등학교 3∼6학년 전체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교육 여건이나 내용 면에서 이중언어교육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걸음마단계이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신답초등학교는 3학년의 모든 교과와 일상 생활지도에서 영어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국어 시간에는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 봅시다.’ 등의 지시를 영어로 말해주고, 수학 시간에는 삼각형의 성질을 영어로 설명하면서 문제를 영어로 풀어주는 식이다.3학년 담임은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담당교사를 비롯해 영어 전공자나 연수 경험이 있는 교사들로 전원 배정했다. 신현초등학교는 교사와 함께 영어 동화 읽기가 핵심이다.3학년 4개반이 20쪽 분량의 각각 다른 유아 동화책을 준비해 두달 동안 읽고 서로 교환한 뒤 연말에 연극으로 꾸며 발표한다.‘해와 달이 된 오누이’ 등 친숙한 내용의 동화 테이프를 매일 들려주고 노래를 따라부르는 놀이 형식이다. 절대 문장을 해석해 주거나 단어를 외우라고 하지 않는다. 반복적으로 나오는 ‘sun(해)’‘moon(달)’ 등의 주요 단어를 교실 곳곳에 붙여놓는 정도. 호기심을 유발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뜻을 익히게 된다. 면남초등학교는 1주일 단위로 짧은 대화체를 정해 ‘암호 놀이’를 한다.‘How are you?’‘Fine,thank you.’와 같은 짧은 대화체를 정해 교실 입구 등 특정 지역을 지날 때 ‘암호’를 대는 놀이이다.‘영어는 학습 대상이 아니라 재미있는 의사소통 기구’라는 점을 알려주는 단계다. 용두초등학교는 지난달 ‘독도는 우리 땅’을 주제로 영어 특별 수업을 하기도 했다. 신답초등학교 장선화 담당교사는 “두달 정도 계속하다 보니 어느날 늘 하던 대로 ‘Who wanna try(자, 누가 해볼까)?’ 했더니 아이들이 ‘I wanna try(제가 해볼래요.)’라고 말해 깜짝 놀랐다.”면서 “wanna(want to)의 뜻이나 용법을 가르쳐준 적이 없는데도 같은 상황에서 반복해 들려주다 보니 문법과 단어를 스스로 깨친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교육청 김점옥 초등교육과장은 “생활 속에서 영어를 접하는 기회를 만들어주자는 취지”라면서 “지도 매뉴얼을 만들고 교사들의 해외 연수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이중언어교육 ‘오해와 진실’ 이중언어교육이라는 비교적 생소한 개념이 영어 조기교육의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갖가지 검증 안된 속설들이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에게 그 ‘오해와 진실’을 들어봤다. ●한살이라도 어릴 때 배워야 한다? 차경애 교수는 “학계에서도 시기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많다.”면서 “조기 교육의 장점도 많지만 일반적으로 6∼12세를 언어습득의 ‘결정적 시기’로 보기 때문에 무조건 영아기부터라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우남희 교수는 “4세와 7세 그룹을 나눠 실험을 해본 결과 7세의 습득능력이 훨씬 뛰어났다.”면서 “영어교육은 기본적 인지능력이 발달한 만 6∼13세 사이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원어민한테 배워야 효과 있다? 함정현 교수는 “원어민보다 잘 훈련받은 한국인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자질도 부족한 원어민보다는 깊이 관찰하고 아이와 교감할 수 있는 한국인이 더 낫다는 것. 발음 등 부족한 부분은 시청각교재를 활용해 보완하면 된다. ●모국어는 외국어 습득에 방해된다? 차경애 교수는 “모국어는 외국어를 배우는 데 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면서 “모국어를 통한 어휘력과 종합적인 언어 감각이 외국어 습득에도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장병혜 박사도 “어느 나라 말이든 문장을 논리적으로 구성하고 생각하는 작업이 기본”이라면서 “모국어를 못하면 외국어도 결코 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데스크시각] 치매환자 정책의 그늘/유진상 공공정책부 차장

    얼마 전 고향 후배로부터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다. 건설업체에 들어가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소식은 전해들은 바 있었다. 평소 연락도 안 하던 그의 갑작스러운 제의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터라 자연히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근황을 물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얘기 끝에 올해 초 회사를 그만뒀다는 말을 전했다. 세태가 그런 만큼 구조조정에 의한 퇴직이려니 생각하고 위로하는데 엉뚱하게도 이유가 아버지 때문이란다. 맞벌이 부부로 홀로된 아버지와 함께 사는데 2년 전부터 부친이 중증치매에 걸려 겪은 우여곡절을 들려줬다. 처음엔 사람을 사서 아버지를 돌보게 했는데 “왜 남의 집에 맘대로 들어오느냐.”며 욕설과 함께 몽둥이질까지 해 포기했다고 한다. 결국 1년 넘게 유료 요양시설에 보냈지만 막대한 요양비용에 빚까지 지게 되자, 자신이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모시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직장에서 돌아오는 며느리 얼굴에 침을 뱉고, 욕설을 퍼붓는 등 아버지의 증상이 심해져 아내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속내까지 털어놨다. 시골에서 친척이 올라온 김에 아버지를 부탁하고 주간보호센터 등 공공기관 요양원을 둘러보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어느 정도 취기가 돌 즈음, 집에 가야 된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그는 엉뚱하게 ‘불량주부’라는 드라마를 봤냐고 물었다. 무슨 내용인지는 대충 알고 있다고 하자,“내가 드라마속 주인공처럼 느껴진다.”면서 “기약없는 주부역할을 언제 그만두게 될지 답답한 마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TV드라마 불량주부는 실직한 남편이 ‘전업주부’의 역할을 맡게 되면서 살림과 양육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부인은 직장생활의 고통을 체험하면서 남자들의 고민을 이해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나는 헤어지는 자리에서 “자넨 절대 불량주부가 아니고 ‘우량주부’니까 머지않아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자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자리를 떴다. 그와 헤어진 뒤 치매관련 정보를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다. 인터넷 사이트 ‘치매가족협회’에도 들른다. 게시판에 올려진 치매환자 가족들의 사연을 읽다 보면 후배에게 정보와 위안의 말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현재 국내의 치매환자는 65세 이상 노인의 8.3%인 34만 6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10년 후 6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치매는 완치가 어렵고 치료기간도 얼마가 걸릴지 몰라 고질병으로 불린다. 막대한 경제적 부담은 물론 밀착감시가 필요해 가족들을 지치게 만든다. 특히 고령인구 증가와 함께 노인성 치매환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그러나 전국의 치매 요양병원은 537개, 병상수는 공공·민간을 통틀어 4만개(무료병상 2만개)도 안 된다. 보건복지부에서 병원치료가 필요하다고 분류한 8만 3000여명의 절반도 수용할 수 없는 규모인 셈이다. 그나마 유료시설의 경우 월 100만∼250만원의 시설이용료를 부담해야 돼 서민들로서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월 12만원 정도를 받고 출·퇴근 식으로 운영하는 주간보호센터 등의 재가복지시설에는 대기자들로 넘쳐난다. 치매환자는 본인은 물론 단란한 가정을 파탄으로 빠뜨린다. 가정파탄으로 이어지는 치매환자를 가족들만으로 감당하기엔 힘이 부친다. 치매환자를 돌보다 지쳐버린 가족들이 환자를 유기하거나 살해하는 사건들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현재 정부의 지원정책은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차상위층을 비롯한 서민층의 지원은 전무하다. 다행히 정부는 2007년 공적 노인요양보장제를 부분도입하고 2013년부터 전면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관련법 제정과 재원마련, 시설구축 등 해결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치매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전문성을 갖춘 중간 관리자나 간병인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교육시스템 마련, 환자 부양가정에 지원을 늘리는 등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유진상 공공정책부 차장 jsr@seoul.co.kr
  • 美 예상밖 성원…현대차 글로벌 톱5 ‘올인’

    |몽고메리(미 앨라배마주) 안미현특파원|인종차별을 고발한 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배경이 됐던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 차별만큼이나 인권운동도 가장 치열했던 도시의 한복판을 지나 자동차로 20여분 달리자 왕복 4차선의 널따란 진입로가 나왔다. 몽고메리시가 현대자동차를 위해 이름을 ‘현대로(Hyundai Boulevard)’로 바꿨다는 그 도로였다. 눈에 들어온 거대한 흰색 건물은 공장이라기보다 세련된 기술연구소를 연상시켰다. 번지수를 보니 700. 현대차 울산공장의 끝주소와 같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몽고메리시의 눈물겨운 노력이 전해져 왔다. 시는 210만평이나 되는 땅도 현대차에 “공장만 지어달라.”며 거저 줬다. ●지게차 없는 최첨단 공장 공장에 들어선 첫 느낌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아산공장보다 자동화가 더 많이 이뤄져 있었다. 차체는 지게차 대신 거대한 기계가 운반했고, 용접 등도 254대의 로봇 몫이었다. 차에 색을 입히는 일도 ‘백조’ 모양의 로봇 48대가 맡고 있었다. ●초임 시급 14달러 22센트 그렇더라도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을 수는 없다. 앨라배마 공장의 직원수는 현재 1500여명. 도요타·혼다·벤츠 등 경쟁업체에서 스카우트해온 핵심 인력을 빼고는 90%가 앨라배마 주민들이다. 급여는 시급제. 갓 입사하면 시간당 14달러 22센트(1만 4000여원)를 받는다. 하루 8시간 근무는 한국 공장과 같지만 새벽 6시30분에 일을 시작해 오후 3시15분(점심시간 11시15분∼12시)에 마치는 것이 독특하다. 자녀를 돌봐야 하는 맞벌이 부부를 배려해서다. 야근(오후 5시15분까지)이나 토요 근무는 정상 급여의 1.5배, 일요 근무는 2배를 받는다. ●미 근로자들“우리는 노조 원치 않는다” 실린더 헤드를 조립하는 지니 커(42)는 “인근(버밍햄)에 벤츠와 혼다차 공장도 있지만 임금 등 근로조건을 비교할 때 현대차가 전혀 뒤지지 않는다.”면서 “모든 것이 만족스럽기 때문에 노조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바로 옆 라인의 숀 보든(29·실린더 블록 생산)도 “다른 동료들이나 앨라배마 주민들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동조했다. 앨라배마주도 ‘무노조 공장’ 구현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이어서 현대차로서는 일단 큰 시름을 덜었다. ●그 시각 맨해튼에선… 차를 돌려 뉴욕 맨해튼으로 건너갔다. 도요타·크라이슬러 등 세계 자동차메이커들이 다닥다닥 마주보며 ‘마케팅 혈전’을 벌이고 있는 11번가에 현대차 대리점도 자리잡고 있었다. 도요타 차를 20년간 팔다가 현대차의 잠재능력에 끌려 과감히 직장을 옮겼다는 총책임자 빈센트 테페디노는 “현대차를 사는 주된 고객층이 연봉 4만∼6만 5000달러의 35∼50세”라며 현대차는 더이상 싸구려차가 아니라고 잘라말했다. 한달 평균 판매실적은 100대. ●MK, 미국 시장공략 지시 전 세계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는 뉴욕 타임스 스퀘어 광장에는 NF쏘나타 옥외광고판이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 당분간 모든 힘을 미국시장 공략에 집중하라는 MK의 특별지시에 따른 것이다. 지난 16일부터는 미국 전역에서 TV·신문·잡지 광고도 시작했다. 미국 550여개 극장에서 ‘스타워즈’ ‘배트맨’ 등 인기 개봉영화를 상대로 극장광고도 개시한다.660개인 미국내 대리점 수는 연말까지 700개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문희 앨라배마공장 법인장은 “앨라배마를 지렛대 삼아 세계 5위(지난해 8위) 업체로 도약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hyun@seoul.co.kr
  • 둘째 아이 가질 확률 높다

    둘째 아이 가질 확률 높다

    “일이냐 아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햄릿의 한 장면이 아니다. 이분법적 선택을 놓고 고민을 하고 있는 우리 기혼 직장여성들의 현실이다. 게다가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일부에서는 ‘저출산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원인’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직장에 간 엄마들이 모두 가정으로 돌아와 살림만 한다면 출산율이 높아질까. 최근 여성계에서는 육아와 가사노동의 분담 등 가족 내 성평등(Gender Equality)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는 학설이 발표됐다. 한국여성개발원 박수미 연구위원은 최근 보건복지포럼을 통해 가정내 성평등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을 밝혔다. 쉽게 말해 남편이 가사를 도와주는 집일수록 출산율이 높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개도국에서는 성평등 수준이 낮을수록 출산율이 높게 나타나지만 경제성장을 이룬 선진국에서는 성평등 수준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높게 나타난다.”면서 “여성의 경제활동이 전반적인 출산율을 낮추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일부만 보는 단편적인 사고”라고 말했다. 박 위원이 설명한 학설은 소위 ‘페미니스트 역설(feminist paradox)’이란 이론이다. 사회에서 페미니즘이 확산되면 일정기간 동안 출산율이 떨어지지만, 이 단계를 넘어서면 다시 출산율이 상승하는 U자형 곡선을 그린다는 것이다. ●한국 저출산 성평등의 과도기가 원인 성평등과 출산율의 상관관계는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개념이지만 외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연구 대상이 돼 왔다. 이론상으로 우리나라는 성평등 수준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어중간한 단계로 일시적으로 출산율이 극히 낮아진 과도기로 해석할 수 있다. 비슷한 결과는 다른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2004년 발표된 미국의 한 논문(Torr&Short 2004)에 따르면 부부의 가사노동 분담과 둘째 아이의 출산율은 앞서 말한 페미니스트 역설과 같은 U자 곡선을 그렸다. 미국에 거주하는 맞벌이 부부의 가정을 조사해 발표한 이 논문은 부부의 가사분담률에 따라 가정을 ‘전통적 가정’‘중간 가정’‘현대 가정’으로 구분했다. 이중 가장 높은 출산율을 보인 가정은 여성 가사 부담이 54% 이하인 ‘현대 가정’으로 81%가 둘째 아이를 가졌다. 여성의 가사 부담이 84% 이상인 ‘전통적 가정’도 74%의 출산율을 보였지만 현대 가정 보다는 출산율이 낮았다.‘중간 가정’은 55%만이 둘째 아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의 인식변화 사회보다 늦어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사회적 변화에 가족 제도의 변화가 따라가지 못하는 지체 현상에서 기인한다고 학자들은 분석한다. 사회적 변화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지만 가정 내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가사 분담은 고스란히 여성에게 남게 돼 여성들이 출산을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실제 남성의 가사 참여율이 높은 프랑스, 스웨덴, 영국 등의 출산율이 1.5∼1.9를 유지하는 반면 남성의 가사 참여가 극히 저조한 스페인, 이탈리아, 한국, 일본 등의 출산율은 1.35미만으로 극저출산국으로 분류된다. 박 위원은 “이상적인 출산은 부부가 원하는 만큼 자녀를 가질 수 있는 것이지만 우리나라 부부의 현실은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면서 “출산과 양육에 대해 부부와 사회가 함께 고민할 때 저출산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실속 만점 인천 논곡中 ‘방과후 학교’

    실속 만점 인천 논곡中 ‘방과후 학교’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한 달 평균 사교육비는 23만 2000원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부담은 날로 커지지만 사교육을 쉽게 포기하기도 어렵다. 이같은 실정에 인천의 한 중학교가 참신한 아이디어로 학부모의 부담을 덜고 있다. 지역적으로 교육여건이 어려운 점을 감안,‘학습 동아리’를 만들어 인근 대학 사범대 재학생들까지 참여시키고 있다. 새로운 시도로 학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만족시키는 이 학교를 찾았다. 지난 10일 오후 인천 남동구 논현동 논곡중학교 방과후 교실. 하루 수업을 마치고 남아 있던 학생들이 인하대 대학생 명예교사 이미애(22·수학교육과 2학년)씨를 반갑게 맞았다.3학년 지영(15·가명)이는 이씨의 손을 잡고 “선생님께 배운 게 시험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라며 웃어보였다. 또다른 3학년 방과후 교실. 쉬는 시간, 친구들이 교실을 빠져나가자 은영(가명·15)이는 대학생 명예교사 김경한(28·여·영어교육과 4학년)씨와 마주앉아 평소 마음에 담아두었던 고민을 털어놓았다. 은영이는 사춘기 소녀답게 외모가 불만이다.“친구 보라는 피부가 참 고와요. 같이 다니면 친구들이 보라만 쳐다 봐요. 너무 샘 나요…. 난 도대체 이게 뭐야….” 한번 터져 나오기 시작한 고민은 공부 걱정으로 이어진다.“그렇다고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지현이는 매일 1등 해요. 친구들이 난 알아주지도 않아요….” “나도 한 친구를 부러워한 적이 있지. 그 친구는 돈도 많이 벌고 사회적 지위도 높을 뿐 아니라 이쁘기도 하지. 그 친구를 볼 때마다 무척 부러웠지만 난 요즘 내 모습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해. 이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단다. 난 가르치는 일이 내게 가장 잘 맞아.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가장 멋있지. 은영이도 분명히 잘 할 거야. 자신감을 가져.”김씨도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은영이를 달래주었다. ●언니·오빠 같아 선생님보다 상담하기 더 편해 옆 반에서는 방과후 수학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미애씨는 슬기(14)의 연습장에 수학 공식과 풀이 과정을 써가며 자세히 설명해줬다. 슬기는 “문제 푸는 시간이 많이 걸려 시험 때마다 시간을 너무 잡아 먹는다.”며 하소연했다. 이씨는 “변수가 많으면 이 변수로 치환하면 되잖아. 다른 아이들도 치환을 어려워 하더라. 이렇게 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지?”라며 슬기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이씨와 김씨는 인하대 사범대에 재학중인 학생으로 지난달부터 이 곳에 와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참여하는 ‘예비 교사’는 모두 30명. 방과 후 과목별로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선생님께 털어놓기 어려운 고민 상담도 해준다. 명예교사들은 선생님이라기보다 언니·오빠·형·누나에 가깝다. 그만큼 편하다. 특히 주변에 변변한 학원 하나 없어 멀리까지 다녀야 하는 학생들로서는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2학년 현철(14)이는 “특목고에 가고 싶은데 학원을 많이 다니는 다른 지역의 학생에 비해 실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누나와 형들에게 쉽게 배울 수 있어 좋다.”고 했다.2학년 혜진(14)이도 “학원이 많은 연수동이나 만수동까지 가려면 버스도 갈아타야 하고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이제는 방과후 학교에서 바로 배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배우다 보니 좋은 점은 또 있다. 모르는 것을 눈치보지 않고 바로 물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3학년 수정(15)이는 “학원에서는 질문할 때 눈치가 보여 모르는 것이 있어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많았지만 여기는 친구들과 함께 있어 편하게 질문할 수 있다.”고 했다. 광섭이는 “학원에서는 선생님이 진도를 빨리 나가는 데만 급급하고 학생이 많아 일일이 신경도 써주지 못한다.”면서 “반면 방과후 학교는 선생님 한 명당 배정된 학생이 8명에 불과해 세세하게 신경을 써 준다.”고 말했다. ●학교안에서 공부해 안전하고 귀가걱정도 덜어 학생들은 대학생 선생님을 ‘인생의 조언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3학년 신영(가명·15)이는 “고민이 있을 때 친구 다음으로 찾는 사람이 대학생 선생님”이라면서 “엄마·아빠나 선생님에게는 말하기 힘들지만 대학생 선생님은 언니나 오빠처럼 편해서 속상한 일이 있으면 자주 전화한다.”고 말했다.2학년 동완(14)이는 “선행학습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선생님이 선행학습을 무리하게 하다가 오히려 손해를 봤던 경험을 얘기해줘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며 반기고 있다. 장용만(48)씨는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 둘을 합치면 학원비만 최소 40만원에 이른다.”면서 “비용도 적게 들고 학교 안에서 공부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며 좋아했다. 김문기(44)씨는 “예전 같으면 학원이 멀어 딸의 귀가시간이 밤 11시를 넘겼는데 이젠 안심이 된다.”고 했다. 인천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확산되는 예비교사 활용 최근 ‘예비교사’인 사범대와 교대 재학생들을 학교 수업에 활용하는 방과후 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다. 학생들은 형이나 누나들에게 물어보는 것처럼 편하게 배울 수 있고, 대학생들은 교단 경험을 미리 쌓는 기회가 된다는 장점 때문이다. 인천 논곡중학교 외에 서울시교육청과 서울 신현고등학교에서도 ‘예비교사’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신현고는 한국외국어대 교육대학원과 연계, 방과후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사교육 기회가 적은 이 학교 저소득층 학생 21명이 대학원생 7명으로부터 지난 3월 중순부터 매주 4차례 방과후에 90분씩 영어를 배운다. 서울시교육청도 주요 대학 사범대와 교대 재학생들을 학업능력이 떨어지는 초·중학생의 보조교사로 활용하고 있다. 건국대와 고려대, 서울대, 서울교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6개 대학은 지난달 초부터 학력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보충수업을 한다. 대학생들은 하루에 2시간씩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가운데 초등학교 3학년 진단평가에서 ‘기초학습 미달’ 판정을 받은 학생이 대상이다. 중학교도 서울대를 비롯한 5개 대학 사범대 2학년생들이 보조교사로 참여해 국어와 수학, 영어 등 세 과목을 가르친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프로그램 어떻게 운영되나 논곡중 ‘방과후 학교’는 현재 30개 학습 동아리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6개로 시작했지만 반응이 좋아 4개가 더 늘었다. 동아리 하나는 모두 8명으로 구성되며, 협동과 경쟁의 관계로 운영된다. 미국 케이건 박사의 협동학습이론을 적용한 것이다. 동아리는 4명씩 두 개의 팀으로 나눠진다. 한 팀의 팀원은 각자 ‘이끔이와 칭찬이, 나눔이, 기록이’라는 이름이 붙은 역할을 맡는다. 칭찬이는 인성이 좋은 학생이 맡아 팀원을 칭찬하는 역할이다. 나눔이는 프린트물을 나눠주고, 기록이는 수업 내용과 숙제를 기록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끔이는 총무 역할이다. 각자의 역할은 팀원간 의논을 거쳐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이들 4명은 각자 한 동아리 내 다른 팀에서 같은 역할을 맡은 친구들과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 한 동아리 안에서 두 개 팀이 경쟁하고 같은 팀원끼리는 협동하는 셈이다. 하지만 한 동아리 안의 두 팀도 결국 협동해야 한다. 다른 동아리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측은 각 학년당 가장 우수한 동아리를 학기마다 선정, 도서상품권을 준다. 우수 동아리는 동아리의 평균 점수가 얼마나 올랐는지와 출석점수로 결정된다. 방과후 학교에서 대학생이 가르치는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4과목. 학기초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했다. 교재는 EBS 방송교재다. 수업은 학생들이 EBS 교재를 미리 시청한 뒤 모르는 문제를 대학생 교사에게 물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학생 교사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학생이 질문지를 만들어 해당 과목 교사에게 전달해 해결한다. 대학생 교사는 인하대 사범대학장과 지도교수가 지원자 가운데 면접을 통해 뽑고 1년 동안 한 동아리를 맡는다. 수업 시간은 매주 두 시간씩. 수강료는 학생 1인당 한 달에 3만원이다. 인천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이민웅 논곡중 교장 “학생과 학부모 모두 만족하고 있어 조만간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인천 논곡중학교 이민웅(62) 교장은 “학생들이 정규수업을 마친 뒤에도 학교에 남아 즐겁게 공부할 수 있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예비교사’들이 참여하는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이 지역 특성 때문이었다.“평소 학생들이 사는 남동공단 지역은 다른 곳에 비해 교육여건이 열악합니다. 학부모들도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자녀 교육에 신경을 써줄 형편이 못되지요.” 그는 “기존의 방과후 수업은 사실상 정규수업의 연장으로 학생들이 식상해하고 선생님들은 업무와 행정에 쫓겨 방과후 수업까지 신경쓰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그러다 대학생들이 참여하면서 이같은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해소됐다.”고 말했다. 이 교장이 이 프로그램을 실시하게 된 것은 지난해 말 당시 연구부장이었던 안용균(41) 교사의 제안 때문이었다. 한 반당 8명씩 학습 동아리를 만들어 사범대 대학생들이 방과후에 그 동아리를 맡아서 공부를 가르치게 하자는 것이었다. 이 교장은 인하대 홍득표 사범대학장을 찾아가 방과후 학교의 취지를 설명하고 “학부모들은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고, 예비교사인 대학생들은 미리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며 참여를 부탁했다. 홍 학장도 “참신한 아이디어”라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현재 이 학교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은 지난 3월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연구학교로 선정돼 올 한해 200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이 교장은 “방학에는 같은 방식으로 중학교 예비반을 만들어 인근 지역 초등학생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인천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큐! 아름다운 노년] ⑥ 치매의 덫을 피하라

    [큐! 아름다운 노년] ⑥ 치매의 덫을 피하라

    현재 국내에는 65세 이상 노인의 8.3%인 34만 6000여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치매는 완치도 어렵거니와 치료기간도 길어 고질병으로 불린다. 막대한 경제적 부담은 물론 항상 밀착감시가 필요해 가족들도 지치게 만든다.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라 노인성 치매환자도 급증하고 있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리와 지원체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치매환자를 둔 가족들의 애환과 보호시설 실태, 정부의 대책 등을 밀착 취재했다. 결혼 20년째인 주부 신영순(46·경기도 광명시)씨. 혈관성 치매환자인 친정 어머니(75)를 보살피느라 자기 시간을 포기한 지 오래다.8년이란 오랜 병수발에 남편과 싸움이 잦아지고 결국 얼마 전 남남으로 돌아섰다. 딸에게 이혼이란 멍에까지 씌워준 어머니의 병세는 그럼에도 나아질 기색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증상이 심해져 요즘은 차라리 포기한 채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고 말했다. 신씨는 “잠시라도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대소변으로 온 집안을 도배질해 놓기 일쑤”라면서 “벌받을 소리 같지만 이제 그만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토로했다. 그 역시 “오랜 병간호로 골병이 들어 약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울먹였다. ●치매환자 가족,“아 울고 싶어라” 중소기업 중견간부였던 정창호(45·서울 관악구 신림동)씨. 지난해 말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섰다. 정씨가 집안에 눌러앉게 된 것은 치매환자인 아버지 때문이다.2003년 9월 어느 날, 회사에서 퇴근해 돌아와 보니 아버지가 아내와 심한 욕설을 하며 싸우고 있었다. 전에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다른 행동에 놀랐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오히려 대드는 아내를 나무랐지만 반복되는 아버지의 행동을 이상히 여겨 병원을 찾았는데 ‘치매중기’라는 판정을 받았다. 정씨의 아버지는 ‘폭언’과 ‘배회’ 등 치매환자들의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맞벌이를 하던 정씨 부부는 결국 유료 요양원에 아버지를 입소시켰다. 아내가 집에서 아버지를 보살피기엔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1년 2개월 동안 요양비로 자꾸 빚을 지게 되자, 정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아버지를 간호중이다. 하지만 지금도 며느리만 보면 욕설과 함께 얼굴에 가래침까지 뱉어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료로 운영되는 공공요양원을 알아보았으나 ‘버림받은 노인이나 기초생활 수급자라야만 자격이 있다.’는 말만 되풀이해서 들었다.”며 “앞으로 언제까지 보살펴야 될지 암담한 생각뿐”이라고 고개를 떨구었다. ●무료 요양병상 2만여개에 불과 김제시 하동 노인종합복지타운내 노양요양원에는 치매와 중풍 환자인 노인 75명이 수용돼 있다. 중증 치매환자인 김갑순(88) 할머니는 지난 2003년 4월 이곳 요양원에 들어왔다. 김 할머니는 왜 이곳에서 생활하는지 가족이 누구인지조차 기억을 못한다. 낮에는 집에 가겠다며 온갖 물건을 다 끌어내 짐을 싸놓는다. 감시가 소홀하면 차고 있던 기저귀를 빼내 갈기갈기 찢고 밤에는 옷을 다벗고 알몸으로 병동을 돌아다닌다. 요양원 책임자인 오순자(여·보건6급) 계장은 “밤만 되면 잠을 자지 않고 집에 데려다 달라고 보채는 환자들을 관리하는 게 제일 힘들다.”면서 “치매환자들은 멀쩡한 것 같다가도 주기적으로 돌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올해로 공무원생활 23년째라는 그는 두세 살 아기처럼 돼버린 치매환자들과 생활하다 보니 사고 자체가 유아상태에서 멈춰버린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곳은 지자체가 직영하는 유료시설로 이용료가 비교적 저렴해 입소 대기자들이 밀려 있다. 치매 요양시설은 경제적 부담으로 선택이 쉽지 않지만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전국의 치매 요양병원은 537개, 병상수는 공공·민간을 통틀어 4만개(무료병상 2만개)가 채 안 된다. 보건복지부에서 병원치료가 필요하다고 분류한 증증 치매노인 8만 3000여명의 절반도 수용할 수 없는 규모다. ●재정부담 줄이는 정부지원 절실 전문가들은 현재 34만여명의 치매환자는 10년 후 6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유료시설의 경우 월 100만∼25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 같은 시설이용료는 치매환자 가족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벅차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월 12만원 정도를 받고 출·퇴근 식으로 운영하는 노인종합복지관은 대기자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곳 역시 재정적 부담으로 선별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치매가족협회 이성희 회장은 “치매는 완치가 불가능해 오히려 암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라며 “방치된 치매환자와 가족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2007년 공적 노인요양보장을 전면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인프라 구축 등이 안된 상황에서 걱정이 앞선다.”면서 “중간관리자나 간병인 등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교육시스템 마련 등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박하정 복지부 인구가정심의관 “안타깝게도 치매노인 살해사건이나 노인 유기사건이 자주 일어납니다. 치매와 중풍을 앓는 노인으로 단란했던 한 가정이 돌이킬 수 없는 파탄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박하정 보건복지부 인구가정심의관은 치매와 중풍 등 요양보호가 필요한 노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요양보장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앞서 이들로 인해 극단적으로 치닫는 현 세태를 상기시켰다. 박 심의관은 9일 “극빈층 노인은 현재 국가가 무료로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부유층 노인은 경제적인 능력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치매환자를 둔 중산층이 매월 100만∼250만원의 비용을 장기간 감당하기는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노인요양보장제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대상은 바로 대다수의 중산층과 서민층이라는 것이다. 그는 “건강보험처럼 보험료와 정부지원으로 재원을 마련한 뒤 요양대상 노인이 있는 가정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요양보장제를 도입하면 사회적인 안전망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면서 “올 가을 정기국회 때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입법화를 전제로 한 구체적인 마스터 플랜도 제시했다. 우선 2007년 하반기부터 중증 치매 및 중풍을 앓는 65세 이상 노인 5만명을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45∼64세 가운데도 중증 환자는 혜택을 줄 예정이다. 이들 요양대상 노인이 받을 서비스와 관련해 “요양시설에 들어가 치료와 간호를 받을 수도 있고, 집에서 방문간호나 수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중증 환자뿐만 아니라 경증 환자에게도 이같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인요양보험제 도입에 따라 가구당 매월 3000원 정도가 추가 부담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심의관은 “일본의 경우 노인요양보장제를 도입해 15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뒀다.”면서 “우리도 노인요양보장제가 도입되면 이에 따른 일자리가 생겨 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CEO 칼럼] ‘민주노인당’ 창당 선언문/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CEO 칼럼] ‘민주노인당’ 창당 선언문/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5년 후 일어날지도 모를 한 정당의 창당 선언문이다. “친애하는 전국의 600만 65세 이상 노인들과 국민 여러분! 2010년 10월 2일 오늘 노인의 날을 기해 전국 팔도 노인의 대표자 3000명이 모였습니다. 고령사회를 대비해 노인의 권익을 대변·수호토록 하는 한국민주노인당(韓國民主老人黨) 창당을 위한 자리입니다. 고령화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유엔 발표에 의하면 1950년대에는 경제활동인구(15∼64세) 12명이 퇴직노인 1명을 부양했지만 21세기 중반에는 4명에 1명꼴로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이미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표방한 북구 선진국들도 연금의 파탄 등 고령사회에 대한 대비에 적절히 대응치 못해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고령화는 매우 빠르고 심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와 사회는 너무나 한가해 우리가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한국이 산업화·민주화에는 뒤졌지만 정보화를 서둘러 이제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목표로 고도 선진화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인문제를 현명하게 해결치 않고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우선 정당 강령정신을 담은 네 가지 메시지를 만천하에 알리고자 합니다. 첫째, 노인에 대한 편견부터 버려야 합니다. 이제 60∼75세 인간은 직장에서 더 이상 지적·신체적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퇴출당해 마땅하다는 생각은 일종의 인종차별입니다. 노인들의 지혜를 괜한 늙은이 잔소리로 인식하면 시행착오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없습니다. 둘째,18세 미만 미성년자를 빼고는 국민의 3분의 1에 육박하면서도 노인의 목소리가 국정에 반영되기 힘들었습니다. 이에 다수 국회의원을 내면서 국정에 참가할 것입니다. 대통령 후보도 내 집권을 목표로 하고 최소한 실력 있는 균형자 역할을 할 것입니다. 셋째,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인구감소가 심각합니다. 노인의 노동력이 적극 활용돼야 합니다.2005년부터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는 60세 이상 정년 퇴직자를 재고용해 빛나는 생산성 증진의 결실을 보고 있습니다. 노인의 소득 증진은 소비를 진작시켜 국가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넷째, 이러한 문제를 범국가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노인부’를 신설해야 합니다. 한국민주노인당 창당위원장.” 창당 선언문의 취지처럼 건강을 유지하는 노인과 병노인(病老人)·장애 노인을 구분하는 국가사회정책의 도입이 시급하다. 건강노인은 사회참여를 적극화하고 반면에 병노인과 장애노인은 더욱 따뜻한 복지혜택을 누려야 한다. 병노인과 장애노인을 위해서는 아파트 동마다 탁노소(託老所)가 있도록 해야 하고, 병약한 부모를 모시는 가정에는 아파트 분양과 세금, 그리고 금융 등의 특혜를 주어 경로사상을 진작해야 한다. ‘깨진 가정’을 복원하는 유례없는 ‘선(善)진사회’ 건설도 앞당겨야 한다. 한 가정에 3대가 함께 함으로써 ‘카트 베이비(맞벌이 부부가 밤에 쇼핑하느라 카트에서 키운 베이비)’같이 어려서부터 쇼핑 중독부터 배우는 천박한 자본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노년 창업은 정부에서 적극 나서 도와야 한다. 맥도널드의 레이 크록도 나이 50을 넘어 창업,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가가 됐다. 당시 평균수명으로 보면 지금 나이로는 70세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노인의 재혼·삼혼을 적극 권장하는 인식과 사회시스템을 갖춰야 한다.‘효자 셋보다 악처(악한 반려자)가 낫다.’는 속담이 있다. 또한 ‘품위 있는 죽음’을 절실하게 검토해야 할 때다. 죽지도 못하고 치료에 시달리는(?) 수많은 병노인들의 죽을 권리를 심각히 사회시스템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 아기 맡기기 겁나는 무자격 베이비시터

    아기 맡기기 겁나는 무자격 베이비시터

    “말 못하는 젖먹이라고 이렇게 함부로 할 수 있나요. 무서워서 아무한테도 애 못 맡기겠어요.” 생후 10개월 된 아들을 키우는 맞벌이 엄마 김모(34·회사원·서울 잠실동)씨는 지난달 29일 근무 도중 이웃 주민의 전화에 심장이 멎는 듯했다.“그 집 아이 돌보는 여자를 조금 전 백화점에서 만났는데 지금 밖에 나와있는 게 이상하지 않으냐.”는 것이었다. 황급히 집으로 뛰어간 김씨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 아기가 세탁기 안에 갇혀 꼼짝도 못하고 울고 있었다. 나오지 못하도록 세탁기 뚜껑까지 닫아 놓은 상태였다. 김씨는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아이에게 해코지를 할까 두려워 일을 그만두게 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고 울먹였다. 역시 맞벌이 주부인 회사원 이모(35·경기도 분당)씨도 베이비시터에게 딸을 맡겼다 큰 일을 당할 뻔했다. 함께 사는 시어머니가 바깥 일을 일찍 마치고 집안에 들어왔더니 세 살배기 손녀 딸이 침대 모서리에 손이 묶인 채 앉아 있었고 40대 중반의 베이비시터는 옆방에서 태연히 얼굴에 오이팩을 하고 있었다. 아이를 돌보는 베이비시터들의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핵가족화로 베이비시터의 수요가 늘면서 자질이 떨어지는 여성들이 보모로 나서고 있는 탓이다. 고용인인 부모들은 베이비시터가 전에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사람인지 알 길이 없다. 정부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보복 두려워 신고도 못해 지난달 서울의 한 경찰서에 30대 직장 여성이 베이비시터를 고소하러 찾아왔다. 그 여성은 “베이비시터가 상습적으로 딸(5)에게 감기약을 먹여 잠을 재운 뒤 외출을 해 왔고, 심지어는 아이를 미용실에 데리고 가 얌전히 있으라며 약을 먹이기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여성은 한참 망설이다 결국 신고를 포기했다. 담당 형사는 “베이비시터가 처벌을 받은 뒤 아이를 유괴하거나 다치게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당하고도 속앓이만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에 따르면 베이비시터를 포함한 이웃 사람의 아동학대는 2002년 34건에서 2004년 77건으로 두배 이상으로 늘었다. 아동학대 의심 사례도 같은 기간 2946건에서 4880건으로 무려 65.6% 증가했다. 센터 관계자는 “의사표현을 거의 할 수 없는 영·유아라는 점에서 부모가 모르는 아동학대는 통계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육아경험 없는 대학생도 ‘알바’ 법률상 베이비시터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자격요건은 없다. 파견업체 역시 인·허가가 필요없다. 육아경험이 없는 대학생이나 자녀를 키운 지 몇십년이 지난 고령자들도 아무런 교육 없이 일한다. 여성부가 최근 전국 1만 2000가구를 대상으로 보육 실태를 조사한 결과, 탁아모나 베이비시터를 이용하는 가구가 22.6%를 차지했다. 그런데도 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여성부 관계자는 “영유아보육법에 보육시설에 대한 조항은 있지만 1∼2명의 아동을 가정에서 돌보는 베이비시터들은 대상에서 제외된다.”면서 “베이비시터 파견업 역시 법률상 규제가 불가능하며 숫자가 적어 당국이 나설 필요성도 별로 없다.”고 밝혔다. ●미국선 자격검증 의무화 생활안전연합 윤선화 대표는 “사설기관에서 무자격자들을 베이비시터로 취업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미국에서는 15시간 이상 안전교육을 받고 아동학대 예방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많은 이들이 베이비시터가 ‘쉬운 일거리’라는 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일이 생각보다 고되면 아이에게 화풀이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정부가 시설을 만들고 필요한 인력을 훈련시키는 등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김준석기자 wisepen@seoul.co.kr
  • 우린 이렇게 키워요

    우린 이렇게 키워요

    ●서울 우수 보육시설들 사례 발표 “우리 아이 어떤 곳에 맡길까.”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어린이집도 덩달아 많아졌지만 어떤 곳에 아이를 맡길지 선뜻 마음이 안선다. 서울시는 정보가 빈약한 학부모를 위해 지난해 어린이집 1331곳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고, 지난달 25일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우수 어린이집 사례를 발표했다. 사례 발표에 나선 어린이집들을 소개한다. ●“바른 먹을거리가 우선” 성동구 도선어린이집(건강·영양분야)은 2003년 4월부터 유기농 급식으로 전환했다. 음료도 주스를 주기보다는 2∼3개월 단위로 어린이들이 달고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지 않도록 결명자, 치커리, 둥글레차 등 우리차 위주로 끓여먹는 방식으로 바꿨다. 또 지난해 10월부터는 6∼7세반의 식기를 도자기 그릇으로 바꿨다. 그릇이 깨질까봐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지금까지 단 한개도 깨지지 않았다. 김이주 원장은 “밥을 다 먹은 뒤 조심스레 그릇을 모아 배식대로 가져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귀하게 대접받는지 느끼는 자부심이 보인다.”며 “면역력이 부족한 요새 어린이들에게 바른 먹을 거리 제공은 기본적인 욕구일뿐만 아니라 건강한 몸을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내가 만든 인형 갖고 놀기 햇빛어린이집의 ‘연령에 맞는 인형’(보육 프로그램 분야)은 어린이가 교사와 함께 만든 인형을 갖고 놀게 한다. 한땀한땀 바느질을 하면서 인형에 정성을 쏟으면서 완성될 때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다. 특이한 점은 인형에 눈·코·입이 없다는 것. 아이의 감정이 반영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발도로프 인형’에서 착안한 것이다. 어린이는 완성된 인형을 갖고 낮잠시간에는 껴안고 자는 등 늘상 함께 하면서 ‘이게 내가 만든 인형이지.’라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박소영 교사는 “처음에는 바늘을 갖고 작업을 하는게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이들이 바늘에 몇번 찔려보더니 스스로 주의한다.”면서 “무조건 안된다고 막는 것보다는 어린이가 직접 경험해 보면서 배우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애·비장애 어린이 어울리기 목련어린이집(특수 보육분야)은 장애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가 함께 생활하게 되는 곳이다. 장애 어린이가 입학하기 한달 전에 함께 생활하게될 어린이집 어린이들의 출석부를 복사해서 나눠주는 등 어린이집의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부터 세심하게 도와준다. 입학 이후에는 학부모에게 어린이집 생활을 촬영한 비디오를 보내 자녀의 장애 정도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한다. 홍은주 원장은 “비장애 어린이가 장애 어린이에게 편견을 갖지 않도록 교육하는 게 목표”라며 “모든 사람들이 잘하는 것과 잘못하는 것이 있고 모든 사람들이 장애를 갖고 있으므로 서로 잘하지 못하는 부분을 도와줘야 한다는 개념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아이 노는 모습 CCTV로 만리어린이집(안전분야)은 교사·어린이 모두 ‘안전 실천’을 생활화하는 곳이다. 모든 게시판에 압정·침이 아닌 자석을 사용하고 전선마다 안전커버를 씌웠다. 옥상에 설치된 안전난간도 1.2m에서 2.1m로 높였고, 수영장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를 설치했다. 덕분에 23년이나 된 건물인데도 지난해 안전사고율은 0%를 기록했다. 또 월별로 화재·미아·유괴·성폭력·물놀이 등 주제를 정해 집중적으로 지도한다. 보광어린이집(원운영·교사지원분야)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자율장학’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동료교사의 수업참관을 하고, 선배 교사들의 지도법을 체득한다. 종로구청어린이집(〃)은 홈페이지에 어린이집 CCTV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학부모가 아이의 모습을 보고 싶은 어느 시간이라도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피 땀 눈물/리처드 던킨 지음

    인도 뭄바이의 도심에선 오전 11시 30분쯤 되면 색다른 장면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수백명의 남자들이 나무로 된 긴 상자를 머리 위에 이거나 자전거에 싣고 움직이는 모습이다. 상자엔 ‘다바’라고 불리는 도시락이 30개씩 들어 있고, 도시락마다 각 가정에서 맛있게 요리한 점심이 들어 있다.‘다바왈라’로 불리는 이 남자들은 이 도시락을 모아 샐러리맨들에게 전달해준 뒤, 빈통을 수거해가는 일을 매일 반복한다. ●첨단과학시대 노동의 지배 더 심해져 다바왈라는 뭄바이에만 있는 독특한 직업이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서구적 시각으로 볼 때는 매우 불필요한 존재다. 집 음식을 먹고 싶으면 회사원 스스로 아침에 도시락을 들고 오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각 다바왈라 가족의 생계를 떠맡을 뿐만 아니라 회사원들이 적은 비용으로 아내나 어머니가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사회적 역할을 부여해준다. 이 시스템은 관습과 사회적 요구로 운영되는 노동의 완벽한 본보기로써 거기에서 경제적 중요성은 부차적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오랫동안 노동과 직업분야 칼럼을 써온 리처드 던킨이 펴낸 ‘피 땀 눈물’(박정현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은 이처럼 노동의 효율성 이면에 숨은 ‘그 무엇인가’를 곱씹어보게 하는 책이다. 지은이는 오늘날 우리가 일로 인해 질식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첨단과학의 시혜를 받는 현대인이 오히려 전통시대보다 더 노동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다. ●선사시대~인터넷시대 노동의 변천사 맞벌이 부부들이 사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파출부와 유모에게 지불할 비용을 위해 사무실에서 고되게 일하는 것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삶은 일로 인해 질식할 지경이지만, 부에 대한 상대적 빈곤은 여전히 존재한다. 노동은 그야말로 좋지 않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고, 생활은 엉망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할 첨단과학 시대에, 오히려 일의 노예로 살아야 하는 아이러니를 풀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아예 노동의 탄생 시점으로 돌아가 선시시대의 수렵채집생활부터 정보 과잉의 인터넷시대까지 노동이 끊임없이 변천해온 과정을 분석한다. 책에 따르면 선사시대 사람들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상당히 고된 일상을 살았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여유로운 삶을 누렸다.15개월 동안 칼라하리 부시맨족과 함께 지낸 인류학자 리처드 리는 그곳의 성인 남자들은 식량을 찾는 데 1주일에 2∼3일만 쓰고 나머지 시간은 놀이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아프리카 하자족은 사냥을 하루 평균 2시간 정도로 제한한다고 한다. 현대인이 추구하는 바가 어쩌면 수만년 전 인류의 기원에 가까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고대로마 노예에게도 보상과 배려 있었다 고대 로마의 노예들은 사슬에 묶여 채찍을 맞는 등 혹독한 육체적 학대를 당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노예주인들은 노예들의 긍정적 반응을 얻기 위해 보상과 배려의 방법도 적절히 사용했다. 특히 병든 노예에겐 세심한 배려를 하고, 대저택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식솔들의 편의를 위해 넓은 부엌을 제공했으며, 방엔 비록 도주를 막기 위한 쇠창살을 달았지만 채광을 위한 창을 달아주었다. 소유주의 입장에선 이같은 처벌과 보상이 그의 자산 증가에 크게 공헌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기업들이 채용하고 있는 노동관리전략,‘가족 친화적인’ 정책도 결국 그 맥락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산업시대엔 시계가 노동과 직업의 정의를 뒤흔든다. 그 이전까지 직업은 해야 하는 일정한 양의 일과 관련이 있었지만, 시계가 등장함으로써 작업의 개념은 시간에 종속됐고,‘정규직’ 고용의 시초가 나타났다. 출근시간 기록제가 도입되고 시간관리가 노동관리의 가장 큰 목적이 됐다. 결론적으로 산업시대의 핵심적인 기계장치는 증기기관이 아니라 시계였던 것이다. ●미래의 노동 해법은 ‘일과 여가의 결합’ 책은 이밖에도 나치에 의한 강제노동, 퀘이커 교도들의 기업윤리, 프레데릭 테일러, 막스베버, 엘튼 메이오, 피터 드러커 등의 이론을 통해 노동과 경영을 어떻게 이해하고 조직할 것인지 궁리한다. 퀘이커교도들은 종교적 특성상 많은 분야에서 길이 막혀 있지만 한때 필라델피아 부유층 엘리트들중 4분의3이 퀘이커교 배경을 가질 정도로 경제적 부와 성공을 거둔 이들이다. 특유의 근면성과 빈틈없이 운영되는 조직, 뿌리깊은 상호주의와 자립, 끈끈한 결속력 등이 그 원동력이다. 노동이 어떤 경우 가장 효율적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지식정보사회로 개념화된 오늘날에도 노동은 격변하고 있다. 평생직장, 종신고용에 길들여져 있던 사람들을 일자리에서 내모는 한편, 사람들에게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스스로 관리하는 새로운 노동방식에 적응할 것을 요구한다. 인터넷과 이동전화 등 첨단기술의 발달은 ‘사무실’이라는 전통적 일터를 벗어나서도 일을 짊어지고 다닐 수밖에 없는 환경을 낳았다. 지은이는 책 말미에서 미래의 노동에 대해 비록 두루뭉술하지만 의미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일과 여가가 재결합되어야 한다는 것, 일의 기능은 소비능력을 확대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 능력을 자유롭게 하는 데 있다는 것, 일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묻는다. 그리스 학자 이디스 해밀턴이 정의한 행복이 정의, 즉 ‘기회를 제공하는 삶 속에서 탁월성의 선상을 따라 생명령을 발휘하는 것’이 곧 미래의 일에 대한 정의가 아닐까? 하고.2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토요 휴교일 ‘나홀로 학생’ 돌본다

    토요 휴교일 ‘나홀로 학생’ 돌본다

    서울시내 30개 학교에서 토요휴업일마다 ‘나홀로 학생’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서울시는 초·중·고교의 토요휴업일(매달 넷째주 토요일) 시행에 발맞춰 체험학습 지도사를 양성,23일부터 일선 학교에 시범적으로 배치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에 배치되는 체험학습지도사 60명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평생교육사 자격 소지자 가운데 선발돼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동안 서울학, 민속놀이, 현장답사 등 96시간의 교육과정을 마쳤다. 이들은 영어, 역할극, 전통놀이, 성교육, 재즈댄스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서울시 여성정책과 박철규 민간지원팀장은 “토요휴업일에 돌볼 사람이 없는 맞벌이 부부 자녀 등을 위해 이번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며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으면 체험학습 지도사 100명을 추가 모집,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똥묻은 男이 겨묻은 女 나무란다”

    ‘예쁜 여자 신드롬은 못난 남성이 만든다?’ 결혼정보업체 커플 매니저들은 남녀 회원간 짝짓기의 최대 조건이 단연코 외모라고 입을 모은다. 남성은 오로지 외모를 내세우고, 여성도 직업, 경제력, 성격 등의 조건에다 ‘꽃미남’ 외모를 주요 조건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쁜 여성에 집착하는 남성일수록 자신의 외모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커플 매니저들이 말하는 남녀의 속마음을 알아봤다. ●전문직 남성일수록 ‘외모 절대주의’ 지난해 모 결혼정보업체 회원으로 가입한 공인회계사 A(33)씨는 당당하게 외모만을 조건으로 내세웠다.A씨는 “학력이 낮거나 경제력이 떨어져도 상관없으니 무조건 외모가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고 커플 매니저에게 신신당부했다. 그가 제시한 여성의 조건은 ‘키 165㎝ 이상, 몸무게가 50㎏ 이하의 얼굴이 작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인형’이다. 그는 커플 매니저의 소개로 여성 30명을 만났지만 한결같이 고개를 내저었다. 비교적 왜소한 체구를 가진 변호사 B(32)씨는 상대 여성의 키가 커야 한다는 것이 절대 조건이다.B씨의 요구대로 지난 5개월 동안 만난 6명의 여성이 모두 키가 컸지만, 정작 B씨의 키가 이들보다 작아 만남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문어발 등록에 높은 재가입률…“수천만원을 써도 좋다.” 유명 대학 출신으로 증권사에 근무하는 C(36)씨는 2003년 처음 결혼정보 회원이 된 뒤 15차례나 재가입했다. 한차례 등록비만 80만원.C씨가 ‘이상형’을 만나기 위해 그동안 쏟아부은 금액만 1000만원대에 이른다.C씨가 지금까지 맞선을 본 여성은 줄잡아 150명이 넘는다.C씨는 사전에 상대 여성의 사진을 살피고 맞선을 보지만, 아직 마음에 드는 여성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C씨는 다른 업체 2∼3곳에도 노블레스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재등록률이 높은 회원일수록 환영을 받지 못한다. 까다로운 외모 조건으로 결혼 성사율이 낮은 데다 경험이 많아 ‘노련’해질수록 오히려 실속은 없기 때문이다. 2001년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한 D(37)씨는 만 3년이 지나도록 노총각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명 기업체의 대리로 고급 아파트에 경제 능력까지 갖췄지만 번번이 짝을 찾는데 실패했다. 업체가 그에게 추천한 여성만 80여명. 대부분 D씨가 먼저 여성에게 딱지를 놓았다. 수차례 재가입하면서도 D씨는 외모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고집한다. 그는 “이상형을 만나기 위해 값비싼 등록비를 냈으니, 외모가 뛰어난 여성을 꼭 만나겠다.”고 굽히지 않는다. ●커플 매니저가 본 남녀 속마음 커플 매니저들은 남녀 모두 나이가 적을수록 외모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남성뿐 아니라 경제력을 갖춘 여성도 남성의 외모를 관건으로 여기는 사례가 많다. 한 커플 매니저는 “짧은 만남으로 상대의 성격을 파악하긴 어렵지만 외모가 좋으면 한눈에 호감을 얻는다.”면서 “과거와 달리 여성도 남성의 직업과 경제 조건이 좋아도 ‘비주얼’이 떨어지면 맞선 보기를 거부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경력 4년의 베테랑으로 듀오에서 근무하는 커플 매니저 김수정(42·여)씨는 “4년 전과 비교해 남녀 모두 갈수록 외모를 중요한 조건으로 보고 있다.”면서 “맞벌이가 가능한 여성을 찾는 것이 시대상의 변화라고 한다면,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은 여성이 예뻐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우의 최윤형(30·여)씨는 “키 작은 남성은 키 큰 여성을, 뚱뚱한 남성은 날씬한 여성을, 나이가 많은 남성은 젊은 여성을 선호한다.”면서 “2세를 위한 유전적인 면도 심리적으로 고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사설] 학부모 급식 동원 왜 못고치나

    초등학교 저학년 급식에 학부모를 도우미로 강제동원하는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다. 서울시 교육청은 최근 이 관행이 물의를 빚자 서둘러 개선방안을 마련해 시내 초등학교에 시달했다. 강제당번은 금지하고 유급인력을 채용하거나 자원봉사 활동을 유도하라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핵심이 빠진 개선방안이 효과가 있을 리 없다. 암묵적 강요는 여전하고 당번을 못할 경우 하루 2만 5000∼3만원씩 일손을 사보내야 돼 오히려 부담만 늘었다는 것이다. 급식당번의 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교사로부터 눈총을 받거나 학생들 사이에 따돌림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울며 겨자먹기로 당번을 맡고 나선다. 그러나 시간을 낼 수 없는 맞벌이 부부나 편부모 가정, 장애인 학부모들은 원천적으로 불이익을 각오해야 한다. 또한 말이 학부모지 대부분 어머니가 동원됨으로써 여성노동에 대한 평가절하, 왜곡된 성역할 인식 주입 등 교육적 역작용이 우려된다는 주장도 일리 있게 들린다. 학교급식은 교육의 일환이다. 따라서 의무교육에 속하는 초등학교 급식에 필요한 보조인력 비용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게 옳다. 예산지원도 하지 않으면서 유급인력을 채용하라는 서울시교육청의 지시는 애초에 개선방안이 되지 못했다.1997년 급속히 도입된 급식제도 자체도 부담이 큰데 보조인력비까지 확보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노인노동력을 이용한 사회적 일자리제도를 활용하거나 과도기 동안 급식봉사를 위한 아버지 휴가의 날을 사회적으로 운영해 보는 등 적극적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본다.
  • 탄력잃은 ‘탄력근무제’

    탄력잃은 ‘탄력근무제’

    공무원들의 근무시간은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고정적이던 이런 제도가 최근 변하기 시작했다.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근무하는 이른바 ‘탄력근무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현재 54개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15곳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성과는 걸음마 단계에 그치고 있다. 취지는 좋지만 정작 참여자가 많지 않아 제도보완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런 와중에 이해찬 국무총리가 공무원의 출퇴근 시간을 1시간 앞당기려다 무산되기도 했다. 탄력근무제 시행에 따른 허실을 점검한다. ●“제도 좋지만, 한계도 많아” “아이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아요. 하지만, 제때 퇴근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네요.” 중앙인사위원회 A(여)씨는 지난해 9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탄력근무제’를 활용한다.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한다.1시간 먼저 근무하고 퇴근도 빨리 하는 것이다. 그는 “출근 시간이 다른 사람들보다 일러 교통체증을 겪지 않고, 아이랑 놀아줄 시간이 많아 좋다.”고 장점을 소개한다. 그러나 “이는 ‘정시퇴근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1시간 일찍 출근하면 퇴근도 1시간 일러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단다. 한달에 절반 정도는 퇴근시간을 1∼2시간 넘겨 일한다. 그는 “다른 동료들이 한창 일하는 시간에 퇴근을 하려면,‘가방 메고 어디 가느냐.’고 묻는다.”면서 “이때 ‘탄력입니다.’하고 퇴근을 하지만, 다른 직원들은 동료들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공직사회에 ‘탄력근무제’를 도입하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평가는 엇갈린다. 시행기관은 늘지만, 기관별로 신청자는 오히려 줄어드는 곳이 많다.‘정시 출퇴근’이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공무원들은 그래도 “제도만 따라 준다면 하고 싶다.”는 반응이다. ●현재 15개 부처 시행 ‘탄력근무제’는 개개인의 근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근무시간을 본인이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공동으로 근무하는 시간을 정해 모두 일하게 하고, 그 이외의 시간은 자율적인 선택이 가능하다. 시행여부는 기관장이 결정한다. 현재 중앙부처는 중앙인사위, 재정경제부 등 15곳에서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시범도입된 뒤 9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재정경제부는 대상자 637명 가운데 현재 15.2%인 97명만 동참하고 있다. 이는 시범 시행시기인 지난해 8월 21%(136명)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9월 시작할 때 대상자 228명 가운데 26%인 60명이 신청했던 중앙인사위도 현재는 10%인 23명으로 크게 줄었다. 농림부 본부도 지난해 9월 처음 시행할 당시에는 505명 가운데 45%인 230명이 참여를 했지만, 현재는 24.5%인 124명만 참여한다. 다른 부처도 사정은 비슷하다. ●잘 활용하면 ‘윈·윈효과’ 제도에 참여하는 공무원들은 잘만 활용하면 도움이 많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자칫하면 근무시간만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오전 10시에 출근하는 특허청의 K서기관은 “업무와 가정생활에서 ‘윈·윈효과’를 거뒀다.”고 만족해한다. 근무지가 대전인데 청주에서 출퇴근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로 유치원과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을 돌보려면 불편이 많았는데 1시간 늦게 출근하면서 등교는 본인이 맡고, 하교는 아내가 맡으면서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소개한다. “업무도 10시 이후 사실상 이뤄지다 보니 어려움은 없고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오후시간이 길어 도움이 됐다.”고 강조한다. 다만 아침 티타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 등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고 전했다. 조달청의 M사무관은 ‘오후 1시에 출근, 저녁 10시’에 퇴근한다. 선물옵션을 담당하는데 보통 퇴근 후 개장되는 런던선물거래시장 업무 처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M사무관은 “평상시에도 술자리 등으로 밤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오히려 아침시간에 운동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역시 “탄력근무제가 정착되지 못하다 보니 원래 일정보다 출근시간이 앞당겨 지고, 때때로 바쁜 일 때문에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아쉬워했다. 오전 7시 출근·오후 4시에 퇴근하는 형태를 택한 통계청 K씨는 “2시간 일찍 출근하면 오후 4시에 퇴근해야 하는데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일”이라며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누가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시간에 짐을 싸 가지고 나간다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라고 고백했다. 이 때문에 그는 앞으로 계속 탄력 근무를 해야 할지 고민이다. 조덕현 박승기기자 hyoun@seoul.co.kr ■ 각기관 실태조사 결과 행정자치부가 중앙행정기관에서 시행하는 탄력근무제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실적이 부진, 제도개선의 필요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4개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탄력근무제를 시행하는 곳은 모두 15곳이다. 국무조정실·법제처·재경부·교육부·통일부·농림부·환경부·여성부·청소년보호위·중앙인사위·국세청·조달청·통계청·특허청·산림청 등이다. 이중 농림부가 본부 124명을 비롯해 대상자 3600명 가운데 500명이 참여해 가장 많다. 교육부도 600여명 가운데 200여명이 참여한다. 특허청도 1000명 가운데 100명이 신청했다. 시행기관에서 대상자로 삼고 있는 인원은 9641명이지만, 동참하는 인원은 15%인 1435명이다. 국가직 공무원이 58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 미미한 것이다. 참여자를 직급별로 분류하면 6급 이하가 55%(781명)로 가장 많다.5급이 26%(370명), 기능직이 13%(193명),4급 이상이 6%(90명) 등이다. 근무 유형별로 보면 1시간 일찍 출근하거나,1시간 늦게 출근하는 형태가 가장 많았다.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공무원이 49.7%인 712명이다.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7시에 퇴근하는 형태를 택한 공무원은 687명인 47.8%다.1시간 이르거나 1시간 늦은 것을 택한 것은 정상적인 근무형태와 상대적인 시간차가 적고 출근 편의성이 고려된 것으로 분석됐다. 탄력근무를 신청한 이유로는 자기계발이 44%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출근편의(25%), 육아 등 가사문제(16%) 등의 순이었다. 문제점으로는 다른 기관·부서·직원간 협조 및 유기적인 업무수행이 곤란한 것이 제기됐다. 또 출퇴근, 출장 등 복무관리가 어렵고 일하는 분위기를 저해하는 측면도 제기됐다. 직원 간 출퇴근 차이로 사무실 분위기가 산만해 지는 것도 있다. 정상적인 퇴근이 어려워 자칫 근무시간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개선 과제의 핵심이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노병찬 인사위 혁신인사기획관 “탄력근무제는 참여자가 많으냐, 적으냐로 성패를 판단할 사항은 아닙니다. 사기 진작이나 복지향상을 위해 직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근무 형태를 다양화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탄력근무제를 시행하는 중앙인사위원회 노병찬 혁신인사기획관은 탄력근무제 도입취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탄력근무제의 전반적인 문제는 행정자치부 복무 부서에서 판단할 일이고, 부처 인사 책임자 입장에서 볼 때 “직원들에게 다양한 근무형태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도입했다.”고 강조한다. 복지 확충 차원에서 봐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필요한 사람들이 선택하면 되는 것”이라면서 “만일 개개인이 선택하고 싶은데 못한다면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사위에선 ‘완전히’ 자율로 선택하며, 하고 싶은데 못하는 직원은 없다고 강조했다. 시행초기에 비해 크게 준 것은 계절별로 차이가 있고, 초기에 기대가 커서 많이 신청했다가 한두 달 참여해보고 정시 출퇴근이 더 좋다고 판단해 정상근무를 택한 직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참여 직원 가운데 물론 급한 일이 있을 경우는 남아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바쁜 일이 없으면 조기 퇴근하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기출근자는 컴퓨터로 출근시간을 체크하는 전자인사관리시스템(PPSS)을 운영한다.”면서 “과장이나 계장이 먼저 출근해 근태를 관리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노 과장은 그러나 “정상 출근자는 PPSS로 출근 체크를 하지 않아도 되는 반면, 탄력근무자에게만 출근체크를 하도록 해 약간의 위화감이 있는 상태”라며 앞으로 위화감을 해소하기 위해 개선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탄력근무 유형을 다양화하고 탄력근무시간을 세분화하는 등 종합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해 더 많은 직원들이 동참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안귀옥 가족클리닉 행복만들기] 재산분할 요구하는 바람난 아내

    결혼 10년차의 두 남매를 둔 사람입니다. 저는 10년을 오로지 가족을 위해 쉬는 날 없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정에만 충실했습니다. 저는 최근에 아내가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남자와 외도에 빠져서 아이들에게 밥조차 제대로 차려주지 않고 밖으로만 돌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미칠 것 같습니다. 아내에게 사정도 해보고 을러보기도 했지만 아내는 오히려 더 당당하게 저에게 이혼을 요구하면서 저의 재산의 절반은 자기 것이라고 합니다. 아내를 채팅에서 멀어지게 할 방법은 없을까요. 또 아내의 외도로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에도 제가 10년 동안 번 재산의 절반을 주어야 하나요. -김철수(가명)- 철수씨의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 인터넷 채팅으로 가정불화를 겪는 가정을 많이 상담했습니다. 특히 가정이라는 틀에만 묶여있던 아내들이 인터넷이라는 시공을 초월하는 매체를 통해서 만난 남성과 교제를 시도하다가 급기야 불륜에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뉴스로 보도되는 것도 보았습니다. 인터넷 채팅은 일종의 중독증이어서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하다 점점 재미를 붙이면서 나중에는 채팅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한 정도가 극에 달한다고 합니다. 심리학이나 정신과 영역에서는 이러한 증세도 일단 치료가 필요한 병의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어떤 남편은 아내를 컴퓨터에서 떼어 놓으면 나아질까 하는 생각에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아내에게 가족끼리 외식을 하자는 핑계를 대서 밖으로 데리고 나왔는데 밖에 나온 아내는 휴대전화를 통해 서로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으면서 금단증세를 달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일단 채팅 중독증에 걸려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무엇보다도 인터넷이라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분리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도록 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면 그 다음에는 가족들의 끊임없는 관심으로 채팅에서 멀어지게 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도 필요할 것이구요. 만약 철수씨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이혼을 요구할 경우, 우선 철수씨가 이혼할 생각이 없다면 협의이혼에 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아가 아내가 재판상 이혼을 청구한다고 하더라도 아내의 귀책사유가 인정된다면 재판상 이혼은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이혼재판에서는 혼인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약 철수씨도 더 이상 가정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없는 아내와 혼인생활을 계속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 이혼을 하려 한다면, 설령 혼인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라고 하더라도 혼인 중에 형성한 재산에 대해서는 재산분할을 해 주어야 합니다. 다만 어느 정도 재산을 분할해줄지는 법률이 정한 바는 없습니다. 참고로 우리 판례에서 재산형성의 기여도가 인정되는 것을 본다면 혼인 중에 직장생활이나 기타 소득이 없었던 주부의 경우에는 전체 재산의 25%에서 35%정도를 분할해 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맞벌이 부부는 아내에게 45%에서 50% 정도를 나누어 주는 것이 보통입니다. 전업주부의 가사노동력을 전체 재산형성의 3분의1 정도로 보고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재산분할의 비율을 각 사례마다 구체적인 내용을 참작해서 정하는 것이므로 고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필자가 실제로 처리한 사건 가운데 아내 명의로 된 재산을 아내가 15년 동안 혼자 벌어서 형성한 사실이 인정되고 그동안 남편은 병중이어서 전혀 소득이 없었다면 남편에게 20%의 기여도를 인정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경우에는 남편이 가사노동조차 별로 기여한 것이 없다는 판단을 받은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이혼한 경우, 혼인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재산분할을 받더라도 위자료는 상대방 배우자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보다 구체적인 상담은 사단법인 한국행복가족상담소 032-862-7119에서 하시기 바랍니다.
  • [결혼이야기]김인철(33·삼성에버랜드 홍보팀) 신혜인(29·삼성전자 반도체 총무그룹)

    [결혼이야기]김인철(33·삼성에버랜드 홍보팀) 신혜인(29·삼성전자 반도체 총무그룹)

    오늘로 결혼한 지 한 달, 사랑을 시작한 지 2105일, 그녀와의 약속으로 인해 담배를 끊은 지 278일 되는 날이다. 맞벌이 부부임에도 불구하고 아침을 챙겨 주는 아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제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 부부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우리는 회사 입사 동기다.IMF 이후 정부에서 마련한 인턴사원제도를 통해 삼성에 입사한 후 만났다. 지금은 서로 다른 직장이지만 처음에는 함께 근무를 했기에 사내 커플로 시작했다. 그녀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현재 나의 직장인 테마파크(에버랜드)에서 함께 근무를 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입사원 연수시절 동물원, 캐릭터 상품점, 레스토랑 등을 돌며 현장에서 업무를 체험하던 시기였는데 동화적인 느낌의 옷을 갈아입고 수줍게 웃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에게 처음으로 내 마음을 고백한 곳은 그녀가 살고 있는 서울 광나루다. 택시를 타고 광나루로 찾아가 밤 11시가 넘은 시각에 전화를 걸어 그녀를 불러 냈는데, 감은 머리가 마르지 않아 물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에게 마음을 털어 놓은 곳은 한강변이었다. 모기가 많았던 밤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 둘이는 말없이 모기물린 다리를 긁어 피가 날 정도였다. 내 맘을 고백한 후 우리는 늦은 새벽, 노래방으로 갔다.(그 후는 상상에 맡기겠지만 진도가 빠르지는 않았다.) 연애시절, 그녀는 나에게 감동 그 자체였다. 지하철 역 물품보관함에 넣어 뒀다 퇴근하면서 생일 케이크를 전하지 않나, 미국으로 장기 출장을 떠나는 내게 건넨 알약 편지(알약 캡슐 안에 약 가루를 빼고 종이에 편지를 써 돌돌 말아 넣었다.)를 보내기도 했고 추운 겨울 운전 조심하라며 크리스마스 선물로 스노 타이어를 주기도 했다. 이런 추억을 딛고 우리는 결혼했다.5년의 연애기간 동안 서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함께 지내면서 더 새록새록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화장실 변기를 올리느냐 내리느냐, 벗어 놓은 옷을 침대에 두느냐, 옷장에 걸어두느냐로 다투기는 하지만 말이다. 혜인아∼ 영원히 영원히 사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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