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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기업들] KT

    [아름다운 기업들] KT

    ‘100년의 신뢰’를 이어온 KT는 우리사회의 소외된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상생(相生)의 정신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박정호 KT 사회공헌담당 부장은 9일 “KT는 ‘나의사랑 대한민국 Wonderfull Korea’라는 비전 아래 세전이익의 약 8%인 1100억원을 사회공헌비용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지식기반사회 구축을 앞당기는 ‘정보화 지원’과 ‘나라사랑’ 테마가 봉사활동이 주축이다. 이는 KT가 정보통신 기업으로써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KT는 ‘소리’를 통한 봉사활동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소리는 KT의 주력 사업인 전화 서비스의 주요 매개체. 소리에서, 전화에서 소외된 청각장애인에게 소리를 찾아주자는 발상에서 출발,2003년부터 ‘청각장애인 소리찾기 사업’을 하고 있다. 청각장애인 중 약 30%는 내이(內耳) 속에 있는 달팽이관의 손상으로 일반 보청기로도 소리를 들을 수가 없어 언어장애까지 겪고 있다.KT는 이들에게 인공와우 수술비 전액과 2년간 재활치료비를 지원하고,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보청기가 없거나 망가져 청각장애를 겪는 저소득층 청소년에게는 디지털 보청기를 주고 있다. 지난해까지 130명의 청각장애 청소년들에게 소리를 찾아줬다. 이들은 2년간의 집중적인 재활치료 등을 받는다. 소리를 찾고 말을 할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을 맛보고 있다. KT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이 가져올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KT는 ▲보육시설 제공 ▲저소득층과 맞벌이부부 자녀의 보육 ▲방과후 교육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KT의 전국 110개 지사에서 관내 운영환경이 나쁜 공부방과 자매결연을 맺고,IT 시설과 학습환경을 업그레이드해 주고 있다. 전국의 11곳에서 KT 공부방을 만들어 저소득층 아이에게 학습지도 봉사와 노는 토요일에 부모를 대신해 박물관·공연장 등 현장 체험학습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올해에는 40여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KT는 세계적 IT 강국의 그림자인 병폐를 치유하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다. 청소년의 인터넷 및 게임 중독, 개인정보 보호, 스팸메일, 악성 댓글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보화 역기능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국 30개 지역에서 초등·중·고등학생 및 학부모 2만 5000명에게 청소년 인터넷 윤리, 인터넷 및 게임중독 예방, 네티켓 등 순회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건전한 인터넷 문화와 윤리 정착 및 확산을 위해 2005년 11월부터 매월 사회 각층의 오피니언 리더와 IT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인터넷 윤리포럼 및 좌담회를 열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네티켓 지키기 공익 포스터 공모전’을 열고 수상작을 공공장소와 초등·중·고등학교에 순회 전시해 정보통신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KT는 사회공헌활동을 새로운 환경보전 사업인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운동으로 확장했다. 우리의 문화와 자연유산을 보존하고 난개발을 막는 환경운동 방식이다. 강원도 정선군 제장마을에서 동강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전통 가옥 너와집과 담배 건조막을 짓기도 했다. 또 강화도 초지리의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를 보전하기 위해 목책로를 조성했고, 충남 태안의 신두리 해안사구의 해당화를 보호하려고 외래식물인 달맞이 꽃을 주기적으로 뽑아주고 있다. 박정호 부장은 “미래의 후손에게 맑고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환경보전으로 사회공헌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씨줄날줄] 껍데기 가족/육철수 논설위원

    형아 아우야 네 살을 만져보라/뉘 손에 모양조차 같을손가/한 젖 먹고 길러 나서 딴 마음을 먹지 마라…. 송강 정철은 ‘훈민가’에서 같은 부모 밑에 태어난 형제들의 우애와 효도를 강조하며 이렇게 읊었다. 또 다산 정약용은 ‘권효문’에서 “형제란 나와 부모를 함께하고 있으니, 이 또한 나일 뿐이다. 얼굴 모습이나 나이가 다르지만 서로 우애하지 않으면 이것은 나를 멀리함이다.”라고 일깨웠다. 혈육의 정과 가족사랑은 세월이 흐른다고 변하기 어려운 가치다. 그러나 부모와 자녀 중심의 핵가족이 보편화된 지금, 식구끼리 끈끈한 정마저 메말라가는 것은 못내 안타깝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해뜨기 무섭게 부모는 일터로, 아이들은 학교·학원으로 밤늦도록 뿔뿔이 흩어진다. 현실은, 한 집에 살면서도 얼굴 마주보고 부모형제간 사랑을 다질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겉은 가족이되, 가슴에 정과 사랑이 텅텅 비었으니 요즘엔 진정한 가족을 찾기도 쉽지 않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10년 후 우리 사회는 더 복잡해지고, 핵가족은 ‘2차 핵분열’을 통해 독신·무자녀·입양·재혼·혼혈·외국인가족 등으로 세분화할 것이라고 한다.2015년쯤이면 편부·편모 가정이 350만가구에 이르고, 독거노인 가정도 지금의 2배 가까운 128만가구로 급증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렇게 되면 가족은 혈연만 남고 기능은 독립하는 단순집합체에 불과할 것이란다. 모양은 가족인데 구성원은 각기 따로 노는, 이른바 ‘조개껍데기 가족’(Shell Family)이 바야흐로 보편적 가족형태로 등장할 것이란 얘기다. 가족의 분화로 부모 마음으로부터 사랑하는 자식이 떠나고, 자식들에겐 효도하고 정신적 안정을 구할 부모가 사라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우리 사회는 최근 20년 사이에 ‘양부모 가정’이 20%P 떨어져 전체(1700만가구)의 42%에 이를 정도로 급속히 ‘다핵(多核)가족´으로 바뀌고 있다. 시대와 사회의 변화 소용돌이는 이마저 그대로 놔둘 것 같지 않다. 가족 형태의 다양화는 어쩔 수 없겠지만, 생활공동체와 국가 기본조직체로서 가족은 앞으로도 중요할 것이다. 더욱 각박해질 가족의 미래상을 접하니 가정의 소중함이 새삼스럽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강남·송파·서초 등 아파트값 심리적 지지선 붕괴

    강남·송파·서초 등 아파트값 심리적 지지선 붕괴

    이모(38·회사원)씨는 요즘 떨어지는 집값 때문에 편두통까지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신당동의 아파트를 팔고 은행 대출을 더해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34평형을 13억원에 장만했다. 주변 환경이 좋아 앞으로 강남의 중심 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다소 무리를 하고 이사를 했다. 중심축으로 거듭날 가능성은 높을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현재로서는 ‘상투’를 잡은 셈이다. 재건축 추진 전망은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8일 현재 집값은 10억 2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잠실주공5단지 34평형 13억서 10억2000만원으로 올들어 서울 강남·서초·송파·양천·강동 등 종전의 인기 지역에서는 싼 값에 매물이 나와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6월1일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일 전에 처분을 바라는 매물들이 속출하지만 사려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지난해 빚을 내 ‘상투’를 잡고 집을 샀거나 집 늘리기를 감행한 사람들은 특히 좌불안석이다.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아파트 값은 최근 10억 85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1억원대가 무너졌다. 이번주 들어서는 10억 2000만원짜리 매물이 나왔다. 지난해 추석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해 말 거래된 최고가는 13억 5300만원이었다. 인근 주변 단지들은 재건축을 끝내고 입주하고 있지만 이 단지는 지난해 3월 안전진단에서 ‘유지 보수’ 판정을 받은 뒤 사실상 재건축을 포기한 상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부동산 시장까지 위축되면서 아파트 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16억원을 호가하던 36평형도 지난주 13억 7000만원에 거래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은 8일 현재 급매물은 8억 5000만원에 나와 있다. 지난해 10월 말 ‘인천 검단 신도시’ 발표와 함께 집값이 10억원대로 올랐지만 그 전 수준으로 안정을 찾고 있는 것이다. 올해 1분기만 해도 12억원을 넘었던 34평형의 경우 현재 10억 5000만원부터 매물을 고를 수 있다. ●세금 중과·금리인상 이중고 목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양모(41)씨는 지난해 12월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27평형을 내놓고 광화문 K아파트 50평형을 은행 대출 등을 받아 12억원에 장만했다. 그러나 로열층인 양씨의 목동 아파트는 아직도 팔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8억 2000만원이던 이 아파트의 호가를 6억 7000만원으로 낮췄지만 찾는 이가 없다. 그는 조금 더 깎아주더라도 반드시 팔아야 한다. 올해 연말까지 팔지 못하면 ‘1가구 2주택 세금 중과(重課)’를 적용받는데다 내년부터 돌아오는 원금 상환에 대한 압박까지 받기 때문이다. 맞벌이인 양씨 부부가 매달 갚는 대출 이자는 소득의 50% 수준인 월 300여만원. 경기도 일산에 사는 김모(39·회사원)씨는 6년간 보유했던 일산 아파트(20평형)를 최근 1억 6000만원에 겨우 팔았다. 지난해 11월 말 집을 늘려가기 위해 2억 1000만원을 대출받아 4억 5000만원에 산 일산 K아파트(31평형)에 대한 이자 부담(월 120만원)도 문제였지만 연초부터 내놓은 집이 4개월이 넘도록 팔리지 않아 여간 마음 고생을 한 게 아니다. 최근 간신히 매수자를 만나 한시름 놓았지만 지난해 말 구입한 K아파트는 그때보다 1000만원가량 빠진데다 앞으로 집값이 더 빠진다는 전망이 우세해 여전히 뒤통수가 얼얼한 기분이라고 김씨는 말한다. ●강북으로 집값 하락세 확산 최근 서울 집값 하락폭이 커지는 가운데 기존에 하향세이던 강남 등 인기지역뿐 아니라 강북과 경기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최근 한 주(4월28일∼5월4일)간 양천(-0.46%), 송파(-0.42%), 강동(-0.30%), 강남(-0.23%), 서초(-0.11%) 등 기존에 빠지던 강남과 인기권역은 물론 광진(-0.11%), 중구(-0.08%), 강서(-0.04%) 등 비(非) 강남권도 떨어지는 곳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올들어 집값이 빠지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부실을 우려할 정도는 아직 아니라고 말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양천 등 버블 4구의 지난 한 해 집값은 35.53% 오른 반면 올들어 지난 4개월간 집값은 0.95% 내렸다. 양천구(-2.22%)가 가장 많이 빠졌고, 이어 송파구(-1.51%), 강남구(-0.74) 등 순이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집값은 당분간 전반적인 하향세를 면하기 어렵겠지만 현재의 집값은 모든 정책이 동원됐을 때의 결과여서 최저점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투자상품인 재건축은 호가 위주여서 낙폭이 크지만 일반 중소형 아파트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여성&남성] ”지나친 내리사랑 간섭같아 싫어요”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란 ‘나와 그의 만남’이라기 보다 ‘내 가족과 그의 가족’이 만났다는 의미가 더 크다. 수십년을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사람들과 가족 행세를 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 그래도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의 가족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기 짝의 가족들을 살갑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것만은 정말 참을 수 없다는 것, 모두가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결혼한 여와 남들로부터 푸념을 들어 봤다. ■ 남 ●과도한 관심이 외려 부담스럽기만 회사원 이모(34)씨는 처가를 찾을 때마다 손이 큰 장모가 고봉으로 퍼주는 밥그릇이 공포다. 연애 시절 인사를 가기 전 아내가 “우리 엄마는 밥 잘먹는 남자를 좋아해.”라고 하기에 밥을 두 공기나 후딱 처리했던 게 화근이었다. 당시 흐뭇해 하시는 장모를 보고 눈치를 보며 음식을 먹다 보니 결혼한 뒤에도 처가에 가면 과식을 하게 된다. “배가 불러 죽겠는데 자꾸 음식을 더 주실 때 정말 괴롭죠. 그렇다고 이미 잘 먹는다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양을 줄이면 섭섭해 하실까봐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회사원 한모(27)씨 역시 너무 잘 챙겨 주는 장모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고향이 강원도라 아무래도 처가가 접근성이 뛰어나다 보니 자주 만나게 되는 한씨에게 장모는 비싼 식사나 계절별 옷까지 사서 챙겨 준다. 얼마 전에는 친부모 생신이라며 양복을 맞춰 준다고도 했다.“복에 겨운 소리인 거 같지만 과도하게 챙겨 주시는 건 사실 부담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위계 질서에 차별까지, 집에선 그러기 싫어” 회사원 이모(35)씨는 사위들 간에 위계질서를 잡으려는 처가가 영 못마땅하다.6살 연하의 아내와 결혼한 이씨는 손위 동서가 자신보다 2살 어려 편하게 대하려고 했지만 처가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일부러 그러는지는 몰라도 이씨만 앞에 있으면 장인 장모가 손위 동서에게 “큰사위, 큰사위”하며 은근히 위계를 강조한다.“밥 한번 먹으러가도 자꾸 그러시니 가시방석이지요. 아내도 못마땅해하지만 얘기하면 왠지 속이 좁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 속앓이만 하고 있습니다.” 회사원 김모(36)씨는 친아들과 사위를 차별하는 처가가 눈에 거슬린다. 김씨는 평소 장모가 먼곳에 가기 위해 차가 필요하다거나 무거운 쌀 등을 옮길 일이 있으면 부탁을 받고 발벗고 나서 일을 도왔다. 허드렛일이라고 생각됐지만 그래도 장모 사랑만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처남들은 그 시간에 뻔히 놀고 있었다.“나중에 아내한테 들었더니 애매한 궂은 일은 전부 사위에게 시키려고 하신다더군요. 맥이 탁 풀렸습니다.” ●천냥 빚을 마음에 지운 비수 같은 말 한마디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마음속에 품게 된 경우도 있었다. 회사원 김모(33)씨는 최근 장인과 저녁을 먹다가 언짢은 소리를 들었다. 장인은 “어제 야유회를 갔는데 경상도가 고향인 사람이 직접 빚은 토속술을 가져 왔더라고. 입에 착착 감기는 것이 좋더구만.”이라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씨의 마음이 불편했던 건 김씨의 고향집에서도 장인에게 매년 직접 담근 술을 보내 왔기 때문이다. 장인은 “사돈이 보내 주는 술은 소주 냄새가 나던데 그 술은 안 그렇더라고.”라고까지 했다. 아내가 나서서 장인의 입을 막았지만 섭섭함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회사원 정모(33)씨는 아내를 걱정하는 장인의 말 한마디가 마음에 비수가 되어 꽂혔다. 결혼한 뒤 살이 오르기 시작한 자신에 비해 아내는 외려 살이 빠진 게 화근이었다. 장인이 “자네가 고생시켜 그런거 아닌가.”라더니 처가 가족들이 모두 “밥 좀 챙겨 먹여라.”고 공세를 펼쳤다.“모두가 농담이라며 말을 건넸지만 사실 농담 속에 뼈가 있는 거죠. 안 그래도 결혼한 뒤 회사도 그만두고 시부모까지 모시고 사는 아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인데 직접 그런 말을 들으니 정말 상처가 되어 마음을 후벼파더군요.” 회사원 정모(31)씨는 아이 봐주기 힘들어하는 장모의 푸념이 아쉽다. 정씨는 아내와 맞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태어난 지 7개월된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가 없는 상황이지만 탁아시설에 맡기기는 또 불안해 장모에게 아이를 보게 하고 있다. 자신의 부모에게 맡길 생각도 있었지만 아버지가 외국에서 사업을 하셔서 어머니가 자주 외국에 나가 보셔야 하기 때문에 여건상 어렵다. 이 때문에 결혼한 뒤 집도 일부러 처가 근처에 얻었다. 하지만 장모는 요즘 볼 때마다 “더 이상 못 봐주겠다.”며 투정을 부려 정씨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항상 고마운 마음을 표하고 있고 용돈도 넉넉히 드리고 있는 상황인데 그런 말씀을 공공연히 하시면 사실 미안한 마음보다 난감한 마음이 먼저 들죠. 어려운 건 알지만 내색은 안해 주셨으면 좋겠다 싶어요.”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여 ●며느리들의 영원한 스트레스 ‘명절’ 어버이 날을 비롯해 뜻깊은 가족행사나 명절이 다가오면 며느리들에게는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임모(32)씨는 “일이 많아서 힘든 게 아니다.”면서 “정작 문제는 ‘어차피 해야 할 일’을 왜 친정에서는 할 수 없느냐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누이는 시댁에 갔다가 저녁에 친정에 옵니다. 시부모는 언제나 시누이에게 빨리 오라고 전화를 해요. 그래놓고는 나보고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시누이 보겠느냐.’면서 시누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친정에 가라고 해요.” 장모(33)씨는 “시부모는 딸 같으니까 맛있는 거 더 해주고 싶어서 더 있다가 가라며 명절 연휴 마지막 날까지 붙잡으려 하신다.”면서 “하지만 그 맛있는 음식 준비하고 설거지하는 건 누구 몫이냐.”고 반문한다. ●수년을 살았어도 여전히 ‘이방인’ 김모(35)씨는 결혼 5년차인 지금도 시댁에서 자신이 이방인이라고 느낀다.“시댁에서 비빔밥을 먹는데 시어머니는 마침 하나밖에 없던 달걀을 슬그머니 남편 그릇 위에 얹어 놓는 거예요.” 김씨는 “그냥 모른 척했지만 항상 그런 식”이라면서 “그 이후로는 시댁에서 비빔밥을 절대 안 먹는다.”고 털어놨다. 마모(33)씨는 지난 설날 때 시어머니가 던진 ‘농담(?)’ 한마디가 앙금으로 남았다. 그는 “방 보일러가 고장나 냉방이었는데 시어머니는 나와 동서에게 ‘너희가 보일러가 고장난 방에 가서 같이 자라.’고 하셨다.”면서 “내가 딸이었더라도 그렇게 말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때론 시부모의 ‘배려’가 며느리에겐 ‘부담’이 되기도 한다. 직장에 다니는 박모(31)씨의 시부모는 “피곤할 테니 평일에는 시어머니가 차려 준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한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하고 과일 먹고 얘기 좀 하고 집에 오면 밤 11시가 훌쩍 넘는다. 집에 돌아와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침준비하고 나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박씨는 “가끔은 피곤해서 일찍 자고 싶다.”면서 “일주일에 하루 만이라도 ‘회식’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한다.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다 한모(35)씨는 아기 문제로 스트레스가 심하다. 그는 “시어머니가 가끔 친정에 전화해서 애가 빨리 안 생겨 걱정이라고 말하신다.”면서 “시어머니는 내가 부담스러워 하실까봐 그런다지만 내 처지에선 그게 그거 아니냐.”고 말한다. 그는 “한약을 지어라,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봐라 얘길 하시는데 애가 안 생기는 게 무조건 며느리 탓이냐.”고 항변했다. 아기를 낳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김모(38)씨는 시부모가 지나치게 손자만 챙기는 게 걱정이다. 그는 “시부모는 항상 큰 동서네 손자만 예뻐하고 우리 딸은 관심 밖이다.”면서 “딸이 눈치 보느라 방에서 혼자 노는 걸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하소연한다. 때론 시부모보다 남편이 더 얄밉다. 황모(36)씨는 남편이 툭하면 “엄마는 그 나이 먹도록 직장 다녀서 불쌍하고 여동생은 남편 잘못 만나서 애 키우면서 직장 다니는 게 불쌍하다.”고 할 때마다 화가 난다. 자신이 아이 키우면서 직장 다니는 건 당연한 줄 알기 때문이다. 강모(39)씨는 “명절 때 며느리 둘이서 정신없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으면 남편은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과일 깎아 달라, 새참 차려 달라고 요구한다.”며 서운해 했다. 그는 “어느 명절엔 음식을 다 끝내고 시어머니가 다함께 맥주 한 잔 하자며 며느리들에게 밤 11시에 술심부름을 시켰다.”면서 “그런데도 남편이 못 들은 척할 때 정말 얄미웠다.”고 말했다. 시부모가 고마웠던 때도 있다. 연모(30)씨는 “설이나 추석 중 한번은 친정에 간다.”면서 “친정은 집안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엄마밖에 없어서 결혼할 때 시부모에게 양해를 구했다.”면서 “시부모가 흔쾌히 허락해 줘서 많이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는 “고마운 마음에 시부모에게 더 마음을 쓰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모(34)씨는 “남편과 말다툼하는 일이 있을 때마다 시부모는 항상 내 편을 들어준다.”면서 “이제는 ‘시부모에게 알리겠다.’고 말만 하면 남편이 내 뜻을 따라준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대학가 멘토링 열풍

    외톨이 생활, 자살 충동 등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들이 정신적·심리적인 위기를 겪는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대학생의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멘토링(Mentoring) 프로그램이 대학가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멘토(Mentor·상담자) 혹은 멘티(Mentee·상담을 받는 사람)로 참가하는 대학생들은 동문 선배들에게서 진로상담을 받거나 혹은 중·고생을 대상으로 직접 고민상담·학습지도 자원봉사를 하면서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 대한 자신감을 얻어가고 있다. 숙명여대 취업경력개발센터는 2003년부터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교수·자문위원 멘토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교수 멘토프로그램은 한 학기 15시간 수강에 1학점으로 인정되며 올해는 47개 강좌가 개설됐다.‘법학전공을 살리는 취업준비’,‘영화 공부와 영화 페스티벌 준비’등 전공과 취업을 연계한 과목들이 많다. 자문위원 멘토 프로그램에는 외부 인사나 동문들이 참여한다. 대기업 임원이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동문 선배가 멘토가 되어 3∼6개월 동안 개인 상담을 해주는 것은 물론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모두 60여개팀에 1000여명의 멘티가 참가하고 있다. 기업탐방이나 보고서 작성 등 실무교육을 체험하고 마케팅 공모전, 기업 인턴십에도 참가하는 등 변화된 채용시장에서 남보다 앞서가는 체험을 하는 점이 특징이다. 외부 인사로 김순진 ㈜놀부 회장, 민병진 서울치과병원 원장, 동문으로는 방송인 이금희 아나운서, 임영신 전 HSBC은행 전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2학기에 스탭스 주식회사 박천웅 대표이사의 ‘물고기 잡는 법’을 수강한 수학과 문숙영(22)씨는 “예전에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겁부터 먹었지만, 멘토링을 받은 뒤부터 이제는 도전을 즐기게 됐다. 번지점프, 지하철에서 자기소개하기, 강남역에서 헌팅하기 등을 통해 많은 추억을 쌓은 것은 물론 자신감도 생겼고 이력서에 쓸거리도 풍부해졌다.”며 뿌듯해했다. 강좌를 함께 들은 10여명의 학생들은 강좌가 끝난 뒤에도 온라인 모임을 통해 정보도 나누는 등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한신대는 멘토링을 학생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연계시켜 운영하고 있다. 대상은 종합사회복지관이나 건강가정지원센터, 주몽사회복지관 등 오산과 군포 지역 사회복지시설이다. 학생들은 멘토링 자원봉사자로서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가정, 새터민, 장애인 가정 자녀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오산종합사회복지관 백민례(26) 복지사는 “학생들이 공부방 교사로 참여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된다.’며 보람을 느끼더라. 학교에서는 개별적인 관심을 못 받던 아이들이 대학생 선생님과 친밀하게 지낼 수 있어 매우 즐거워하고, 부모들도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연세대도 지난해부터 리더십 개발원을 통해 ‘리더십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가 세운 가양4종합사회복지관과 연계, 재학생들이 사회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공부는 물론 문화활동 등을 함께 즐기고 있다. 올해에도 벌써 60여명의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사설] 출산기피 부추기는 교육비 부담

    최근 교육관련 비용의 급등세는 우리사회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교육비 부담 때문에 출산을 기피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5%로 안정세를 유지했지만 학원비·학습지구독료·교재비 등 교육관련 비용은 5∼9% 뛰었다. 교육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3배나 되면서 “애 키우기 겁난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실정이다.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수준인 1.08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결코 가볍게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젊은 부부가 출산을 꺼리는 것은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와 교육비 부담이 너무 높은 것이 원인이다.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공교육을 활성화하는 것이지만 이는 간단치 않은 문제다. 따라서 맞벌이 가정이 늘고 있는 추세에 맞춰 보육비 부담을 줄이는 데 역량을 모을 필요가 있다. 맞벌이 가정에서는 자녀를 더 갖고 싶어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엄두를 못 내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보육시설 이용료는 전년 대비 9.2%나 올랐고, 가사도우미 비용도 7.7% 올라 맞벌이 부부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 선진국에서는 보육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지만 우리는 전적으로 개인이 부담해야 해 출산 기피 풍조를 심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프랑스는 10여년에 걸쳐 가족친화적인 출산장려책을 쓴 결과 출산율 유럽 1위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여성의 사회참여율도 유럽에서 가장 높다. 우리도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립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에서, 촘촘하게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 ‘뛰는 교육비’ 애 키우기 겁난다

    ‘뛰는 교육비’ 애 키우기 겁난다

    최근 가계부를 결산한 주부 박모(36·송파구 잠실)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두 아들의 교육비가 올해 들어서만 월평균 10만원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학원이나 과외 종목을 늘린 것도 아니어서 계산기를 다시 눌렀으나 결과는 같았다. 하나하나 따져보니 유치원 납입금에다 가정학습비, 피아노학원비는 말할 것도 없고 참고서에다 연필·공책값 등 교육관련 비용이 오르지 않은 게 없었다. 그것도 5∼9%씩 뛰어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대라는 정부 발표가 도무지 믿겨지지가 않았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정학습지 비용은 1년 전보다 8.3% 올랐다.2002년 10월 8.7% 이후 4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국 도시지역의 초등학생용 학습지는 연초 평균 3만 3000원에서 3개월째 오름세를 타고 있다. 서울의 경우 4만원까지 받는 곳도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2.5%보다 3배 이상 높다. 취학전 아동의 교재비와 교육비도 6만 5000원에서 7만원 안팎으로 올랐다. 초등학교 참고서 값은 올들어 매월 4.9%씩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 평균 상승률의 2배나 된다. 전국 6학년 참고서의 평균 가격은 연초 2만 1000원이었으나 신학기 들어 1000원 이상 올랐다.5개 과목의 참고서를 샀다면 가계부담은 5000원이 늘게 된다. 국어문제집도 전국 평균 1만원에서 들썩거리고 있다. 학용품 가격도 불안하다. 공책값은 지난해 내내 떨어지다가 지난달에 상승률 0%를 기록하며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책 1권은 평균 450원 안팎이었으나 500원까지 올랐다. 연필 값은 0.3% 올라 1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을 보였다. 맞벌이 부부 등이 자녀들을 위해 고용하는 가사도우미 비용도 지난달 7.7% 올라 두달째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2004년 8월 11.2%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지난해 서울 지역의 가사도우미 비용은 하루 5만∼6만원이었지만 올해들어 5000원 정도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생을 쓸 경우 3시간에 2만원선이다. 지난해 가사도우미 상승률이 1% 안팎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지난 1월 2.5%,2월 2.5%,3·4월 7.7% 증가는 한마디로 폭등이라 할 수 있다. 초등학생에게도 필수가 된 영어·수학 등의 보습학원 수강료도 지난달 5.7% 뛰었다. 이 같은 상승률은 98년 10월 이후 8년 7개월 만에 가장 높다. 비싸기로 유명한 서울의 보습학원비도 7.9%나 올랐다. 지난 2월 3.9%,3월 4.7%에 이어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서울 강남권의 모 영어학원의 경우 하루 2시간씩 1주일에 2차례 수업을 받는 데 28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랐다. 유치원 납입금은 9.5% 뛰었다.3월보다 상승률이 0.2%포인트 감소해 진정세를 보였지만 지난 4년간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수도권 지역의 유치원 납입금은 26만원 안팎에서 30만원까지 올랐다. 이 밖에 유아복(2.8%), 태권도학원비(3.1%) 등도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게 뛰었다. 피아노 학원비(5.0%)와 미술학원비(4.4%)는 2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고 보육시설 이용료는 9.2%나 올랐다. 정부 관계자는 “보육시설과 가사도우미 비용 등이 급등한 배경에는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공급이 부족해진 결과일 수 있다.”면서 “게다가 저출산 현상과 맞물려 자녀들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면서 사교육비 수요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이젠 포스트 BRICs] (8) 베트남 (하)

    [이젠 포스트 BRICs] (8) 베트남 (하)

    |하노이(베트남) 윤설영특파원|“베트남 여성들은 역사적으로 부지런하고 전쟁 때 용감하게 맞서기도 했습니다. 이런 바탕이 있기에 지금까지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베트남의 성장 동력으로 전체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26세 이하의 젊은 노동력을 꼽는데 이중 절반이 여성이다. 베트남 노동인구 중 여성의 비율은 무려 52%로 남성보다 많다. 교육, 의료, 금융, 과학,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여성인력이 30% 이상 포진해 있다. 쭈옹미호아 국가 부주석을 비롯해 국회의 여성의원 비율은 27.3%로 중국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달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30%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각 성(省)의 의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20%를 넘는다. 베트남 여성연합의 짠티호아(51) 국제협력부장은 “여성의 문맹률이 매우 낮아 대졸자 중 여성이 30%에 이른다.”면서 “중소기업의 경우 여성 사장의 비율이 25% 이상일 정도로 경제분야에서의 활동도 활발하다.”고 소개했다. 올 7월부터는 ‘남녀평등법’이 시행된다. 지난해 11월 완성된 이 법은 남성과 여성에게 똑같은 책임과 기회를 줄 것을 명시했다. 대상은 베트남의 정부기관, 사회정치 조직, 경제분야는 물론이고 외국계 회사에도 적용된다. 특히 이 법에 따라 인민위원회나 국회 등 국가조직에 최소 33% 이상 여성이 참석하게 된다. 베트남의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이 맞벌이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공산주의의 영향도 있지만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돼 있다. 출산휴가에 대한 개념은 1986년부터 확립됐다. 현재 출산휴가 4개월에 출산 후 1년 동안은 아이가 아플 때 어머니가 언제든지 휴가를 낼 수 있다. 아빠도 휴가를 낼 수 있도록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snow0@seoul.co.kr ■ 작년 對베트남 투자 26억弗로 ‘세계 1위’ |호찌민·하노이·흥옌(베트남) 윤설영특파원| 서울로 치면 광화문쯤에 해당되는 호찌민시의 레주앙. 포스코가 지난 2000년 지은 다이아몬드 플라자는 경제도시 호찌민의 랜드마크다. 이곳에서 채 100m도 떨어지지 않은 레주앙 39번지에서는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될 건물의 지반공사가 한창이다. 금호건설이 지난해 10월부터 착공을 시작한 ‘금호아시아나 플라자’다.37도를 웃도는 뜨거운 날씨에 10여대의 대형 크레인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금호건설은 2009년까지 4124평의 부지에 아파트, 주상복합건물, 백화점 등 3개동 31층 규모의 최고급 대형주상복합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금호건설 이연구 사장은 “베트남을 기점으로 앞으로 5년내 해외사업의 비중을 10%대로 끌어올리겠다.”면서 “이 밖에도 호찌민시 투덕∼연짝간 고속도로, 골프장 개발 사업 등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작년 對베트남 투자 건수 207건… 2000년보다 6배 증가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2006년 한국의 베트남에 대한 투자액은 26억 8300만달러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대베트남 투자액은 2000년 670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꾸준히 늘어 2005년 5억 5100만달러를 넘긴 이후 지난해 4배 이상 급증했다. 투자건수도 2000년보다 6배 가까이 늘어난 207건에 달했다. 하노이 무역관 김영웅 관장은 “우리나라는 지난해 대베트남 투자가 금액기준 34.2%, 건수기준 24.8%로 각각 1위를 차지해 투자국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투자는 대부분 건설 분야에 집중돼 있다.2006년 베트남 전체 투자의 55%가 제철소, 철구조물 공장 건설 등 중공업 분야에 집중돼 있고 그 다음으로 신도시 건설 20%, 호텔 및 아파트 건설이 10%를 차지한다. 현재 베트남에는 1050여개의 한국기업이 진출해 약 30만명의 고용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처음엔 인구 8500만명의 베트남 내수시장만 바라보고 진출했던 기업들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 투자환경의 변화로 해외수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역할을 전환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지난달 하노이시 장보에 위치한 무역박람회에는 한국기업 40여개가 참가했다. 디지털카메라용 방수팩을 제작해 현재 3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디카팩의 전영수 사장은 “의외로 구매력을 가진 계층이 넓어 비즈니스의 가능성이 무한한 곳이다. 블루오션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장기적 투자 필요 그러나 일부에서는 우리 정부의 장기적인 투자안목이 아쉽다는 볼멘소리도 한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정부개발원조(ODA)를 통해 항만, 도로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규모로 참여해 일본 기업에 대한 시설 사용료를 면제받는다. 당장은 투자수익을 뽑아낼 수 없지만 향후 기업들이 진출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라는 것. 한 기업가는 지난해 11월 하노이에서 WTO 협상이 끝난 후 보고 들은 목격담을 들려주었다. “당시 각국 대표단은 모두 귀국했는데 일본의 아베 총리만 남아서 국가 주석과 단독면담을 했습니다. 정부 관료들도 고급 호텔에서 2∼3일 동안 추가로 회의를 했고, 이후에 베트남 관료들이 1주일간 일본으로 벤치마킹을 가더군요. 그게 바로 국가간 정책자문을 통해 동맹제휴를 맺는 일본의 전략입니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snow0@seoul.co.kr ■ 한국기업의 사회공헌 사업 |흥옌(베트남) 윤설영특파원|베트남에선 한국 기업의 이미지가 일본·미국 등과 비교해 월등히 좋은 편이다. 전쟁을 겪었다는 공통의 경험, 유교적 문화를 바탕으로 한 동질감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사회공헌 활동을 벌인 기업들의 선견지명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LG전자 베트남법인은 베트남판 장학퀴즈인 ‘올림피아 퀴즈쇼’를 7년째 후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인 ‘올림피아 챔피언십’은 1년에 한 번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대회가 진행되는 내내 전국에 생중계되며 각 지역의 출연자를 위한 응원전의 열기는 뜨겁다. 전국적 축제 수준이다. 우승자는 베트남의 영웅이 되는 영광뿐 아니라 3만 5000달러를 받고 호주 스윙번대학으로 유학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LG전자 베트남 법인에서 PR를 담당하는 찐한짱(24)은 2001년 이 대회 출신이다. 당시 챔피언십에서 전국 3등을 한 찐한짱은 하노이에서 30㎞ 떨어진 빈푸 출신으로 이 지역에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그는 “다른 친구들은 국제기구나 정부기관에 주로 취업하지만 올림피아 퀴즈쇼로 맺어진 인연이 LG전자로 이어졌다.”면서 “언론의 통제가 심한 베트남에서도 LG전자를 비롯해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히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올림피아 퀴즈쇼’는 벌써 200∼300명 규모의 출연자를 내면서 명실상부한 ‘영재배출소’로 거듭나고 있다. 입상자들이 자체적으로 갖는 정기 모임도 있다.LG전자 베트남법인의 이재성 법인장은 “올림피아 출신들이 미래 베트남의 오피니언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법인 차원의 지원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초코파이의 오리온제과가 ‘황금벨을 울려라’라는 대학생 퀴즈프로그램을 후원하고 있고, 삼성비나는 5년째 베트남 심장병 어린이 돕기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삼성비나 관계자는 “연간 50만달러 규모의 이 사업은 어린이들이 수술을 받을 때마다 지역언론들도 큰 관심을 갖고 보도한다.”고 말했다. snow0@seoul.co.kr ■ “전체 車시장의 25% 점유 현대차와 합작은 성공적” |하노이(베트남) 윤설영특파원|베트남의 시내를 다니다 보면 ‘○○관광‘,‘자동문’ 등 한글 문구가 붙어있는 버스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한국의 중고차를 수입한 것인데 한글이 붙어 있으면 인기가 더 좋아 그대로 둔 것들이다. 비싼 값을 받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는 GM대우,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가 각각 외국인 합작회사 형태로 자동차를 조립, 생산하고 있다. 그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1998년부터 투자해 합작회사 형태로 운영중인 비나모터(VINAMOTOR)는 가장 성공한 합작회사로 꼽힌다. 비나모터는 전국에 32개 자회사에 총직원 1만명을 두고 있는 대규모 국영회사로 베트남 자동차 시장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주로 건설용 중장비, 화물차, 버스 등을 조립해 생산하고 철강, 도로포장, 해외인력 송출도 한다. 하지만 자동차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비나모터 뚜반훙 부사장은 “기술·품질·가격 면에서 다른 나라나 다른 기업보다 현대자동차와의 합작이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현대자동차는 98년 오토바이 수입으로 시작해 비나모터사와 반(半)조립공장(CKD·Complete Knock Down) 형태로 2005년 2월부터 포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2006년에는 CKD로 1050대를 수출했으며 올해부터는 현대자동차 마크를 붙인 29인승 버스도 생산하고 있다. 뚜반훙 부사장은 “비나모터가 연간 생산하는 버스의 50%가 현대자동차 제품이고 30%가 중국, 나머지 20%를 일본·인도 등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트럭의 경우 50%가 현대자동차 제품일 정도로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뚜반훙 부사장은 이어 “비나모터는 올해 15%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면서 “우즈베키스탄, 베네수엘라, 도미니카, 호주 등으로 수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now0@seoul.co.kr
  • [04일 TV 하이라이트]

    ●이영돈PD의 소비자 고발(KBS1 오후 10시) 성형 부작용과 관련된 실제 소송사례를 통해, 성형 관련 소송이 일반 의료소송과는 다른 법적 기준이 필요한 이유를 알아본다. 또 일반 타일과 미끄럼 방지 타일 위에서의 미끄럼 정도 비교실험을 통해 미끄럼 방지 타일 사용 의무화가 법으로 제정돼야 하는 이유를 알아본다. ●좋은 나라 운동본부(KBS2 오후 8시50분) ‘양심 추적’에서는 봄철 야외활동이 많은 아이들의 음식점검에 나선다. 놀이공원과 수학여행지 숙소의 식품 위생점검은 물론 도시락 전문업체까지 단속한다. 대국민 소원성취 프로젝트 ‘높은 음자리’에서는 한국을 고향이라고 말하는 인도네시아 12세 소년 라피드의 두 번째 이야기를 들어본다. ●내 곁에 있어(MBC 오전 7시50분) 선희의 고백에 은호는 어이없어하며 선희가 자신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선희는 그런 은호의 반응에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한다. 그날 밤 은호는 구치소 안에서 과거에 선희와 즐거웠던 시기를 회상하며 선희를 어머니로 받아들일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날 저녁 선희는 은주를 찾아간다. ●신동엽의 있다! 없다?(SBS 오후 6시50분) 언제 어디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주연보다 인기 좋은 조연, 라면. 이 라면에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다고 한다.‘라면을 태워 라면을 끓일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제보. 진실여부를 두고 벌어진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추적에 나섰다. 한계와 상상을 깨는 엄청난 사실들이 발견된다. ●60분-부모(EBS 오전 10시) 둘째를 출산하자마자 맞벌이를 원하는 남편. 아르바이트로 집에서 건축설계 일을 하고 있지만 육아에만 전념하고 싶은 윤현영씨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맞벌이를 바라는 남편에 대한 서운함은 더 커져만 가는데…. 윤현영씨가 안고 있는 문제의 원인과 배경을 찾아본다. ●김미화의 닥터닥터(공공의적, 허리디스크)(YTN 오전 10시30분) 정형외과 전문의 차종헌 박사와 함께 공공의 적 허리디스크에 대해 알아본다. 치의학 전문의 김운규 박사에게는 현대인의 치아건강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는 임플란트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그리고 영화 속에 있는 질병들을 파헤치는 시네 클리닉까지 살펴본다.
  • 진화하는 대학생 자원봉사

    진화하는 대학생 자원봉사

    대학생 자원봉사가 진화하고 있다. 자신의 전공을 살린 전문성 있는 활동으로 봉사 대상자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안겨주는가 하면,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소외계층에게 편안하고 따뜻하게 다가가기도 한다.‘요즘 젊은이들은 자기중심적이고 취업 준비에만 몰두한다.’는 주위의 편견과 달리 이웃을 먼저 생각하며 세상을 바꿔 나가는 대학생들을 만나봤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이런 가족 같은 분위기로 산에 오를 수 있었을까요? 언제 이렇게 맛있는 도시락을 싸올 수 있었을까요?” 지난해 8월 2박3일 생태학 캠프가 열린 전남 장성군 장성 캠프장에서 들었던 민석(가명·11)이의 말을 대학생 이유경(25·여)씨는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작은 배려가 민석이에게는 큰 추억거리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데 놀랐다. 민석이는 현재 광주광역시 동림동의 한 보육시설에서 부모와 떨어져 살고 있다. 이씨는 전남대 생물학과 봉사동아리 ‘토리토리 도토리’에서 선후배 5명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치자는 취지로, 가정형편 때문에 부모와 떨어져 살거나 부모를 여읜 아이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방문, 누나와 형이 되어주고 체험학습도 함께한다. 특히 곤충과 식물을 함께 채집하거나 전남대 동물자원화실, 공룡박물관을 방문하기도 한다. 이씨는 “식물분류학이나 식물 형태학·곤충학 과목을 이수한 사람만 회원으로 받아들인다. 전공 지식을 응용해 아이들에게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체험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인형극 보여주고 미술 가르치고… 대전 보건대 장례지도과의 ‘메멘토모리’는 생활지원 봉사, 장례미용 봉사, 영정사진 촬영 등 3개 학과 내 전공학습 동아리가 연합한 모임이다. 홀로 외롭게 사는 어르신이나 생활보호대상자에게 화장을 하고, 영정사진을 찍어주고,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 깔끔한 효도사진을 만들어 드린다.1년 동안 30시간의 봉사활동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는 학과 과정과도 연계돼 참가자가 40∼50명에 이를 정도로 호응이 크다. 회장인 김준구(24)씨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마지막에 호강한다고 좋아하실 때, 염습 및 입관을 하고 나서 유족들이 고마워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사렛대 유아특수교육과 학생들의 모임인 ‘CO-끼리’도 전공을 십분 활용한 봉사 동아리다. 고아원이나 분교, 장애 아이들에게 정기적으로 인형극 공연과 장애인식 개선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러브 아트’(Love Art)는 숭의여대 아동미술디자인과 동아리로 지역아동센터 등을 대상으로 미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안산1대 간호과의 ‘안산1대 발사랑 모임’은 경기도 지역 요양원·복지원 등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발마사지 봉사활동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 봉사 기발한 아이디어가 살아 있는 봉사활동으로 주변에 참신한 행복을 나누는 대학생들도 있다. 덕성여대 보드게임 봉사팀 ‘We즐’은 지역사회 저소득층, 한부모가정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모임이다. 부모가 맞벌이를 나가 방과후 혼자 방치되거나 컴퓨터 게임에만 빠져들곤 했던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하면서 남을 이해하고 사회성도 기르도록 돕는다. 서은혜(22) 팀장은 “처음에는 경쟁에만 열중하던 아이들이 스스로 규칙을 지키고 친구들을 도와주는 등 달라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기쁘다.”고 했다. ‘BJPP’(BJers of Passionate Pioneers)는 선한 부자가 되자는 기치 아래 모인 ‘서울대 부자동아리’ 회원들 가운데 일부가 만든 봉사팀이다. 주로 서울 관악구 저소득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경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민희(21) 팀장은 “저소득층 아이들이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경제 흐름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아이들이 돈을 아껴쓴다.’며 부모님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외에 대학 연합 동아리인 ‘H.U.G.’(History of Unhistorical Generation)는 2005년 8월부터 경기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두! 드림’(Do! Dream)은 이달부터 경기 안산 코시안의 집에서 미취학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봉사를 하고 있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이강현(62) 사무총장은 “자신의 전공을 살리는 활동은 대체로 잘 되고 있지만 창의적인 봉사활동은 아직 부족하다. 기업과 시민단체가 봉사활동에 파트너십을 이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아연 정서린기자 arete@seoul.co.kr ■ “봉사활동 인증시스템 체계화를”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 정무성 교수는 요즘 대학생들의 봉사활동의 특징으로 ‘창의적이면서도 전문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대학생 봉사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진정성과 지속성을 꼽았다. ▶대학생 봉사활동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대학생들이 연령·소득계층이 다른 문화를 체험하고 사회 지도자적 자질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전공을 살린 봉사활동을 통해 졸업 후 사회진출을 위한 직업 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 ▶현재 대학생 봉사활동에서 보완할 점이 있다면. -초창기 순수했던 목적이 점점 상업화·수단화되는 경향이 있다. 봉사 동아리가 얼마나 많은 기부금을 받았는지, 취업에 얼마만큼 도움이 됐는지 등 부쩍 실적을 중시하고 있다. 후원을 받을 수는 있지만 소외 이웃에게 도움을 준다는 봉사활동의 순수한 취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면. -대학생 봉사활동 인증시스템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봉사활동 인증제도가 있으나 변별력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진심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과 단순히 취업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구별해야 한다. ▶최근 SKT가 대학생 자원봉사 공모전을 여는 등 대기업들이 봉사활동 후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매우 긍정적이다. 기업들의 참여가 사회적으로 봉사활동의 인식을 높인 것이 사실이다. 양적으로 상당한 발전도 이뤄졌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일시적인 것으로 그치지 않을지 걱정된다. 기업들이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할 때 우리나라의 봉사활동도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온세상 얻은 듯 기쁨 느껴요” “봉사활동이 저를 변화시켰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조인선(사진 오른쪽·22·삼육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씨는 자신있게 말했다.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할 때면 떨려서 말을 더듬고 생각도 막히곤 했지만, 이젠 무대에 올라서도 당당하게 의견을 술술 말할 수 있게 됐다. 조씨가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4년 서울 강동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저소득층 중학생에게 1대1 멘토링을 해주면서부터다. 친구처럼 공부도 도와주고 떡볶이도 같이 사먹으면서 봉사의 보람을 느끼게 됐다.2005년에는 새터민 관련 학교 봉사동아리 ‘하늘샘’에 가입, 탈북 청소년들의 사회 적응을 도와주면서 본격적으로 봉사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처음 탈북 청소년들을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고 했다.“접촉 자체가 어려웠죠. 아예 만나주질 않으니 함께 하자고 설득할 기회조차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만나서도 그 친구들은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고 어렵사리 마련한 약속도 일방적으로 깨버리기 일쑤였죠.” 그러나 왕복 4시간 거리를 마다 않고 1년여 동안 꼬박꼬박 만나러 다녔다. 마침내 아이들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생겨서 좋다.”고 말했을 때, 그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쁨을 느꼈다. 조씨는 현재 경기 남양주 금곡고에서 매주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SK텔레콤에서 운영하는 대학생 자원봉사단체 ‘써니(Sunny)’ 회원으로도 2년째 활동하고 있다. 하늘샘 활동까지 합치면 주요 봉사활동만 3개에 이른다. “힘들다고 연락하면 무조건 내 편이 돼 주는 사람이 전국에 있고,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 뛰어와줄 수 있는 사람이 전국에 있다는 생각에 언제나 든든합니다.” 그는 “앞으로 학생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고, 지역사회 지원 활동도 함께 해나가는 학교 사회복지사로 활동할 계획”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금융상품 백화점]

    ●우리투자증권, 확정금리형 달러화 환매조건부채권(RP) 판매 단기간 투자해도 높은 수준의 달러 기준 확정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신용등급 AA 이상의 국내 공기업(한국전력, 한국도로공사 등)이나 국내 기업(삼성전자, 포스코 등)이 발행한 달러화 표시채권에 투자되고 우리투자증권이 원금과 이자지급을 보증한다. 수출입대금결제로 달러 유출입이 잦은 회사나 유학·이민 등으로 달러가 필요한 고객들에게 알맞다. 원화로 입금해 달러화로 환전해서 가입하면 0.3%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제공된다.7일 미만 수시 입출금에는 연 4.7%,7일 이상 30일 이내는 연 4.8% 등의 확정금리를 지급한다. 최저 가입금액제한은 없다. 환전업무 특성상 오후 2시30분 이후의 입금은 환전 및 입출금에 제한이 있다.●신한은행,BNP파리바 봉주르중남미플러스투자신탁 최근 정치·경제부문의 성공적 구조조정으로 안정적 성장기반을 확보해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한 브라질, 멕시코, 칠레 등 중남미국가에 투자하는 상품이다.2000년 9월 설정된 이후 7년 동안 평균 20% 이상의 연 수익률을 기록한 파베스트라틴아메리카펀드를 모델로 했다. 해외투자전문회사인 BNP파리바자산운용에서 운용한다. 모건스탠리의 투자지표인 MSCI라틴아메리카10/40을 투자기준으로 정하고 신탁재산의 60% 이상을 주식에,40% 이하를 채권에 투자한다. 펀드 내에서 환헤지를 하며 선취수수료 1.0%, 신탁보수는 연 1.96%이다.30일 미만 환매시는 이익금의 70%,90일 미만 환매 때는 이익금의 30%를 환매수수료로 내야 한다.●대한투자증권, 해외투자펀드 2종 판매세계적 자산운용기관인 UBS와 운용제휴를 통해 유로지역 상장주식에 투자하는 ‘파워유로 주식형펀드’와 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파워차이나 주식형펀드’ 2종을 판다. 파워유로 주식형펀드는 안정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13개 서유럽 선진국에 분산투자하는 펀드로 자산의 90%를 유로지역 선진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에,10%를 국내 유동자산에 투자한다. 파워차이나 주식형펀드는 중국·홍콩시장에 상장된 중국기업에 90%를 투자한다. 두 펀드 모두 펀드 내에서 환헤지를 하며 90일 미만 환매 때는 이익금의 70%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펀드 환매를 요청하면 환매청구일로부터 제 9영업일에 대금이 지급된다.●대신증권, 부자만들기 일본펀드장기불황에서 벗어나고 있는 일본의 경제회복기를 겨냥해 만든 재간접 주식형 펀드상품이다. 간접투자증권(펀드)에 신탁재산의 50% 이상을 투자하고, 일본 상장지수펀드(ETF)에 40% 이하, 채권 및 유동성 자산에 40% 이하를 편입한다. 펀드는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세계적 운용사의 일본 투자 주식형 펀드 중 성과가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펀드에 투자한다. 특히 세계적 펀드자문사인 모닝스타의 전문적 투자자문을 활용해 안정성을 높였다. 환헤지로 환변동 위험을 낮췄고 현재 양국간 금리 차이로 2∼3%의 환헤지 이익도 추가적으로 기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적립식 투자의 경우 최초 가입 때 10만원 이상이며, 이후에는 자유적립이 가능하다.●농협, 행복일기 스페셜 지난해부터 판매한 여성 전용 복합상품인 행복일기를 새롭게 단장했다. 고객의 결혼과 출산에만 우대금리를 지급한 것에서 더 나아가 세자녀 가구, 맞벌이 가구에도 최대 연 0.2%포인트 금리를 추가 지급,1년제 정기예금의 경우 최고 5.35%까지 가능하다. 무보증신용대출금액은 ‘행복일기론’을 확대, 맞벌이 가구는 최고 1억 2000만원까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2.05%(최고 0.7%까지 우대)를 더한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이외 교통재해 상해 때 최대 1000만원까지 보장하는 무료 보험혜택, 인터넷·텔레뱅킹 등 전자금융수수료 면제 등 기존 상품의 혜택은 그대로 유지된다. 만 15세 이상 여성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대출은 만 25세 이상 55 미만이어야 한다.
  • ‘외톨이 폭탄’ 우리도 안심 못한다

    ‘외톨이 폭탄’ 우리도 안심 못한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을 저지른 조승희(23)씨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적 성장은 뛰어나지만 정서적 성장은 멈춘 ‘아이 어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조씨처럼 이민 1.5세대로 정체성 혼란을 겪지 않았더라도 인성교육은 접어둔 채 입시에 ‘올인’하는 교육 시스템과 사회규범이 만신창이가 된 국내에서 ‘제2의 조승희’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총기 휴대가 불법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단언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진단했다. 총이 아니더라도 분출구를 찾지 못한 시한폭탄 같은 ‘외톨이’들이 공격 성향을 표출할 수단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입시 올인 시스템·軍·취업 스트레스 국내 대학생들이 군대와 취업 문제로 겪는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특히 요즘 맞벌이 가정에서 홀로 자란 학생들이 많고, 중·고교에서 입시만을 목적으로 살며 컴컴한 방에 처박혀 인터넷에 몰두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다.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한 외톨이들이 ‘예비 사회’로 비유되는 대학에 입학한 뒤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는 많이 보고되고 있다. 반건호 경희의료원 정신과 교수는 “상담을 하다 보면 대학에서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사회공포증, 대인기피증, 우울증을 호소하며 군대로 빠지거나 유학, 연수로 현실을 피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발달장애의 일종인 야스퍼거병 환자들은 ‘외톨이 폭탄’으로 돌변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반 교수는 “야스퍼거병 환자들은 다른 사람들과 눈을 못 맞추고 사회적 감각이 떨어진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자기 마음을 전달하지 못한다. 다만 지능이 뛰어나고 언어감각이 발달해 대학에 많이 가는데, 동아리나 과 활동은 하지 못하고 홀로 떨어지다 보면 다른 이를 원망하고 화내게 된다.”고 말했다. ●정신분열증 20대 초반에 두드러져 우영섭 대전성모병원 정신과 교수는 “정신분열증은 전 인구의 1% 정도에서 나타나는데, 군대나 대학에서 강한 압박을 받는 20대 초반이 두드러진다. 일부 체육대 학생들이 보여준 강제 신고식처럼 강압적인 문화를 접하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는 과대망상에 빠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유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에는 대학에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지만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입학하자마자 또다른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다른 이와의 유대를 생각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낙오자 보듬는 사회풍토 만들어야 이어 “인터넷으로 관계를 맺고 의사를 표현하는 학생들은 혼자 이상한 상상을 할 수 있고 자해나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사회현상에 대한 극단적인 거부감을 나타내는 세태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요즘 남학생의 경우 여권이 신장되는 변화에 대해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나타낸다.”면서 “여권 운동에 악플을 다는 소극적인 방법에서부터 여학생 단체 등의 기물을 파손하거나 활동을 방해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또한 “폭력 수단의 한계로 당장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과 같은 일이 발생하기는 힘들지만 자해, 자살 등 자기 파괴로 나타나거나 사이버상의 악플로 표출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총, 칼 등을 사용할 방법이 현실화한다면 사이버 상의 공격성이 오프라인에서 나타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영섭 교수는 “사회적으로 외톨이들을 배려해 주고 신경 써준다면 치료 반응도 훨씬 좋다.”면서 “조금이라도 사회적 기준에서 떨어지면 낙오시키는 풍토에서는 증상 드러내기를 꺼리다 보니 치료도 늦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청소년기나 초기 성인기에 적절히 대응하면 이런 일은 안 생긴다.”면서 “조승희씨도 치료를 적절히 받지 못해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우 교수는 이번 일로 인해 정신 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했다. 강지인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편견 때문에 정신질환 초기에 병원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미리 치료 상담을 받아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애들 장난이라고요?” 성폭력 가해자 24%가 14세미만

    “애들 장난이라고요?” 성폭력 가해자 24%가 14세미만

    # 1 지난 3월 서울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A(5)양은 같은 단지에 사는 초등학생 B(11)군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B군은 A양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성추행을 하다가 A양이 소리를 지르자 도망쳤다.A양 어머니가 B군 부모에게 항의하자 “미안하다. 아이들 장난인데 뭘 그러냐.”며 아들을 야단치는 것으로 끝냈다.B군은 이날 인터넷에서 포르노를 본 뒤 밖으로 나왔다가 성추행을 했다. 결국 A양 가족은 B군을 피해 이사를 가야 했다. # 2 지난 2월 C(5)양은 설날 가족모임에서 사촌오빠인 D(11)군 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C양의 어머니는 병원에서 딸의 성기에 산부인과적 염증이 있는 것을 발견한 뒤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C양의 어머니는 “D군이 성추행을 하며 이 사실을 이야기하면 너희 엄마와 우리 엄마가 싸운다며 겁을 줬다더라. 제사도 명절도 끔찍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동성범죄, 장난이라고? 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형사처벌은 물론 보호처분도 받지 않는 12세 미만 어린이의 성범죄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이들의 범죄는 ‘아이들 장난’이라는 식의 사회적 무관심 속에 있지만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재범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0일 성폭력 아동 전문상담소인 해바라기아동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직접 상담했거나 피해자가 지목한 성폭력 가해자 645명 가운데 만 7세 이하가 58명(8%),8∼14세 미만이 101명(16%)에 달했다. 지방법원 소년부에 송치해 보호처분을 할 수 있는 12∼14세가 포함된 통계이지만 어린이·유아 성폭력 가해자들의 심각성을 엿보기에 충분하다.12세 미만의 성폭력 범죄는 법적으로 책임을 지울 수 없는 데다 가해자 부모는 물론 피해자 측도 숨기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김소향 해바라기아동센터 전문상담원은 “아이들의 성적 공격 수위가 ‘장난’ 수준을 넘어서 어른들의 범죄 양상을 닮아가고 있다.”면서 “청소년 성범죄 재범률이 다른 범죄에 비해 높고, 적절한 치료프로그램을 실시하면 재범률을 뚝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6세 미만 성범죄자 치료프로그램 없어 현재 10대 성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치료프로그램 수강명령은 16세 이상으로 제한돼 있다. 일부 상담센터를 제외하면 16세 미만에 대한 상담·치료 프로그램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이금형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외부 자극에 민감한 어린이 가해자들이 늘어난 것은 인터넷 음란사이트의 영향이 큰 만큼 차단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가족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치료프로그램 수강명령 나이를 14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신의진 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청소년보다 어린이 성폭력 가해자들이 훨씬 심각하다. 상담 과정에서 아이라고 보기에도 섬뜩한 애들을 많이 만났다.”면서 “정신적으로 ‘아픈’ 상태여서 치료하지 않으면 반복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맞벌이와 이혼, 별거 등 우리 사회의 가족제도가 아이들을 보호하기엔 너무 허술해졌다.”면서 “일탈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스크린해 부모에게 통보하고 치료하는 등 학교보건의료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회봉사명령과 기준을 맞추다 보니 16세 이상이 됐다.”면서 “소년법 개정안에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것에 맞춰 수강명령 기준도 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일영 박창규기자 argus@seoul.co.kr
  • [서울 4色 탐험-야경 스케치] 시내버스로 즐기기

    [서울 4色 탐험-야경 스케치] 시내버스로 즐기기

    6년 전 외국인 친구가 서울을 찾았다. 나는 친구를 경주와 제주도로 안내했다. 우리는 서울에 살지만, 서울의 매력을 잘 알지 못한다. 잠시 여행한 유럽이나 미국, 일본보다는 더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서울신문이 서울의 매력을 파헤치는 ‘4색(色) 테마여행’으로 독자 여러분을 안내한다. 여행의 주제는 ▲밤 스케치▲역사의 숨결 ▲예술의 향기 ▲박물관 천국 등 서울의 숨은 명소들이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서울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현란한 불빛이 도시를 휘감고 거리마다 젊음이 넘쳐난다. 이런 야경을 저렴하고 편하게 즐기는 방법이 없을까. 정답은 파란색 402번 버스이다. 단돈 1000원(교통카드는 900원)으로 즐기는 1시간짜리 여행이다.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건너편 스타벅스 앞 버스 정류장(시청역)에서 버스를 타면 강북과 강남, 남산의 야경을 ‘한방’에 체험할 수 있다.‘찰칵´하고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버스에서 과감히 내려도 무방하다. 배차간격이 15분이라 사진을 찍다보면 어느새 다음 버스가 도착해 있으니까. 밤 1시10분까지 버스는 운행된다. 21:00 서울시청 서울시청을 출발한 버스는 서울광장, 청계광장을 거쳐 경복궁에서 유턴한다. 청계천 상징조형물 ‘스프링’(Spring, 세계적 작가 클래스 올덴버그·쿠제 반 브르겐의 공동작업)이 우뚝 솟아 있다. 밝은 조명을 받아 모양, 색깔이 선명하게 보인다. 청계천은 경쾌한 물소리로 도심 속 자연을 한껏 자랑한다. 세종문화회관은 낮에 보던 그 멋 없는 건물이 아니다. 바닥에서 쏘아올린 조명이 건물을 감싸안아 우아한 멋을 뽐낸다. 숭례문도 색동옷으로 갈아입었다. 은은한 자태가 600년 역사를 다정하게 속삭이는 듯하다. 21:20 남산도서관 버스는 어느새 숨을 몰아쉬며 고갯길로 들어선다. 남산 순환도로이다. 자동차가 꽉찬 큰 길을 벗어나자 가슴이 탁 트인다.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자 N서울타워가 보인다. 색색깔로 변신하는 모습이 매혹적이다. 아파트 건물에 서울타워가 가려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서울타워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남산도서관 정류장에서 내려보자. 남산순환버스 2번으로 갈아타면 남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승용차 통행은 금지하고 있다. 21:30 하얏트호텔 야경의 백미는 후암약수터.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서울시내가 눈 아래로 펼쳐진다. 멀리 꼬리에 꼬리를 문 차량 행렬이 힘겨운 일상을 대변하는 것처럼 애처롭다. 이들은 초초한 듯, 다급한 듯 어딘가로 달려간다. 대형 건물에는 불빛이 요란하지만, 다닥다닥 붙은 주택 단지에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다. 고된 하루를 보낸 맞벌이 부부의 한숨이 들리는 듯하다. 일상에서 벗어나 서울야경을 즐기는 내가 ‘선택 받은 사람’인 것처럼 느껴진다. 하얏트호텔이 지나자 내리막길이 나온다. 창문을 열었다. 상쾌한 밤 공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버스는 서울의 과거를 뒤로한 채 미래로 달리고 있다. 21:34 단국대학교 남산을 내려와 한남동으로 향했다. 도로가 확 늘어나면서 대형 간판이 와락 다가온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피곤할 정도로 요란하다. 저마다 크게, 밝게 자신을 뽐내다 보니 오히려 눈에 띄는 것이 없다. 혼란스럽기만 하다. 한남대교가 강북과 강남을, 옛도시와 신도시를 잇고 있다. 강남의 밤은 화려하다. 강북에서는 어둠 속에서 빛이 도드라지만, 강남에서는 밝음 속에서 어둠이 발견된다. 거리도, 사람도, 불빛도 넘쳐나는 까닭이다. 진정한 밤 여행은 이제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 [여성&남성] 연애는 나이들면 왜 어려울까

    [여성&남성] 연애는 나이들면 왜 어려울까

    여자든 남자든 연애 상대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이 쌓이면 그 사람들의 흔적 역시 진한 나이테로 남게 된다. 철없던 시절 ‘느낌 갖고 필 충만할 땐’ 언제나 연애를 즐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이테가 늘면서 이것저것 재어보는 자신을 문득 바라보게 된다. 여자와 남자가 나이가 들수록 연애가 어려워지는 이유, 그들의 감춰진 속내를 살짝 들춰봤다. ■ 남자 ●연예도 결혼도 비슷한 수준의 사람끼리 남성들이 가장 많이 따지는 것은 역시 가정 형편이다. 특별히 어느 정도 이상 살아야 한다거나 혼수를 바라서가 아니다. 상대방의 집안이 자신의 집안과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회사원 강민석(33)씨는 “가정 형편을 예전보다 많이 따지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몇 달 전 친구 소개로 처음 만난 여성에게 부모님은 계신지, 어떤 일을 하시는지, 형제자매는 있는지 등을 물었다.“20대 후반까지만 해도 그런 건 신경도 안 썼지요. 당시는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런 걸 물어본다는 건 상상도 못했어요. 하지만 몇 달 전에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고요.”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단과학원을 운영하는 성모(34)씨는 “예전에는 나만 좋으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여성과 우리 가족이 잘 맞을 것 같은지 따져보게 된다.”면서 “아무래도 가정형편도 서로 비슷한 게 양쪽 모두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원 조모(35)씨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예전처럼 부담 없이 여성을 만나는 게 아니라 결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연애를 하더라도 서로 집안 형편이 비슷한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혼자 벌어먹기 힘든 세상, 맞벌이가 최고 30대를 넘어갈수록 여성의 경제적 능력에 점점 민감해지는 자신을 느낀다는 남성도 없지 않다. 벤처기업에 다니는 박모(31)씨는 “예전에는 내가 벌어서 먹여 살리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맞벌이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가 없으니까 솔직히 예전보다 훨씬 더 여성의 경제적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정신없이 바쁘다는 점도 연애와 결혼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학원강사 방모(36)씨는 “친구 만나 점심 한 번 같이 하기도 부담스러울 정도”라면서 “여성을 사귀고 싶긴 하지만 지금은 일단 돈을 더 버는 게 우선”이라고 털어놨다. 가정형편이나 경제적 능력을 중시하게 되면서 가치관은 뒤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다 그런 건 아니다. 별정직 공무원으로 일하는 조모(35)씨는 나이가 들수록 가치관을 더 중시하게 됐다. 조씨는 “주변 조건에 쫓겨 결혼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가장 중요한 건 서로 가치관이 맞는지 여부”라고 잘라 말한다. 대학에서 총학생회장을 할 정도로 학생운동에 열심이었던 그는 몸은 비록 공무원이지만 과거의 열정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에게 가치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 덕목이 될 수밖에 없다. ●종교에 고향까지, 좁아지는 선택폭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로 여성과 헤어진 상처 때문에 방어 심리가 작동하는 것도 연애와 결혼을 어렵게 한다. 회사원 임모(38)씨는 결혼까지 약속한 여성이 있었지만 자신의 고향이 A지역이라는 이유로 여성쪽 집안이 반대해 결국 여성과 헤어졌다.“B지역 토박이인 여성 부모가 극구 반대해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다는 것도 힘들었지만 자신이 선택한 것도 아닌 고향 때문에 결혼할 수 없다는 것에 그는 엄청난 모욕감을 느꼈다. 그 일 이후 그는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으면 고향이 어딘지 살펴본다. 선택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회사원 설모(29)씨는 불교 신자라는 이유로 첫 만남에서 퇴짜를 맞았다.“친구 소개로 만난 여성이었어요. 얘기도 많이 하고 분위기도 좋았지요. 그런데 제가 팔에 차고 있던 단주를 보더니 불교신자냐고 묻더군요. 자신은 가톨릭이라면서요. 그걸로 데이트는 끝났지요.” 그 일 이후로 설씨는 “기독교신자인 여성은 미리 거르게 된다.”고 밝혔다.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까다로워진 조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건 아니다. 반대 사례도 있다. 회사원 최모(35)씨는 “올해는 반드시 결혼할 것”이라면서 짝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는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결혼을 하려는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서른다섯을 넘기면서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최씨는 “가정형편, 외모, 가치관 다 필요없다.”면서 “서로 마음만 맞으면 결혼할 수 있고 서로 다른 부분은 내가 여성에게 맞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여자 ●연애도, 결혼도 돈없인 못하는 세상 회사원 신모(26)씨에게 학창 시절 연애는 ‘떡볶이를 나눠 먹어도 행복하기만 했던’으로 요약된다. 그 시절엔 돈이 없어도 남자 친구와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마냥 즐거웠다. 하지만 직장 생활 4년 동안 삶의 패턴이 바뀌면서 연애에도 돈이 든다는 걸 깨닫게 됐다.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밥 한끼를 먹어도, 뮤지컬 등의 공연을 함께 봐도 모든 게 돈, 돈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경제력을 갖춘 남자를 찾게 됐다. 게다가 시간이 남아돌았던 학생 시절 시시콜콜한 문자메시지 등 소박한 표현으로 연애 감정을 내비치던 남자들이 주변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도 신씨의 연애를 각박하게 만든 요인이 됐다.“바쁜 사회생활 속에서도 여자는 죽을 때까지 낭만적인 연애를 꿈꾸지만 남자는 점점 초스피드로 연애의 결과만 바라보려는 것 같아요.” 회사원 이모(26)씨도 ‘여자 나이’ 스물다섯을 넘으면서 비로소 경제적 능력이 연애 상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됐다는 걸 느끼게 됐다. 어렸을 땐 ‘돈없어 단칸방에서 월세를 살아도 사랑만 하면 돼.’라고 서슴없이 생각했지만 주변 친구들이 결혼해 사는 모습을 보면서 ‘결혼은 역시 현실’이란 생각이 들게 됐다.“로맨틱하고 나만 사랑해주는 남자만 봤던 저였지만 이젠 무엇보다 책임감 있고 경제적 능력과 성실함을 두루 갖춘 남자를 찾고 있어서 스스로도 놀랐어요.” ●느낌은 느낌대로, 조건은 조건 나름 회사원 서모(27)씨는 어렸을 때의 낭만에다 크면서 가지게 된 조건을 더한 경우. 서씨는 남자와 처음 만났을 때 외모가 발산하는 느낌으로 이 사람이 연애 상대인지 아닌지를 결정해 왔다. 하지만 4년전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부터는 외모는 외모대로 보면서 지식이나 생각의 깊이까지 보게 됐다. 어렸을 땐 재밌고 즐겁게 노는 데만 집중했기 때문에 함께 있어 즐거우면 그만이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일과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면서 동반자로서 함께 고민을 나눠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됐기 때문이다. 회사원 김모(27)씨 역시 이전에 만났던 남자들에게서 느꼈던 점들이 하나씩 쌓이면서 까다로운 조건을 갖추게 된 사례. 김씨가 전에 사귀었던 남자는 키 183㎝에 깡마른 체구였다. 이 때문에 그와 헤어진 뒤엔 작고 통통한 남자가 좋아지게 됐는데, 그 뒤 만난 170㎝ 정도의 남자는 또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형의 외모를 가진 남자가 요리도 잘하고 장남이 아니란 조건을 갖췄으면 금상첨화.“남들이 뭐래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평생 나와 함께할 사람인데 이 정도는 충족시켜 줘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게 되더라고요.” 회사원 이모(29)씨에게도 사회 생활을 하면서 연애 상대 남자의 직업 장래성이 중요한 조건으로 추가됐다. 학생 때는 단순히 자신의 감정만으로 연애 상대를 고를 수 있었지만 이젠 회사에서 직함과 위치가 있고, 가정에서 부모님의 딸과 할머니의 손녀로서 해야 할 역할이 있어 고려할 것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쉽게 말해서 어떤 직업을 가진 남자를 집에 데려오거나 직장 동료에게 소개시킬 때 그 사람들이 내 상대로 그 남자를 수긍하느냐 여부가 중요한 관건이 된 거죠.” ●“나이 들수록 좋은 남자 만나기 어려워” 반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조건을 하나씩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회사원 이모(30)씨는 연애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을 꼽았다. 남자의 경우 보통 연하의 여성과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자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선택할 수 있는 남자들의 숫자가 줄어든다는 것. 학원강사 전모(31)씨 역시 조건을 따지다 후회막급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외모가 수준급인 전씨는 20대 시절 수많은 훌륭한 조건의 남자들이 작업을 걸어왔지만 대부분 콧대를 높이며 튕겼다.“많은 남자들이 다가오는 만큼 그 사람들이 가진 장점들을 모두 섞어놓은 남자를 기대하게 됐죠. 하지만 주변의 친구들이 좋은 사람 만나 하나 둘 결혼하면서 지금은 나만 바라봐주는 남자가 최고였던 게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女談餘談] 1%의 억대 연봉/전경하 경제부 기자

    우리 부부는 쌍둥이 아들을 평택에 있는 친정에 맡기고 주말에나 만나는 주말가족이다. 다섯살배기 남자아이 둘을 남의 도움 없이 봐주는 고마움에, 평일에는 애들을 보지 못한다는 미안함에, 주말이면 씀씀이가 커진다. 외식도 하고, 시장도 잔뜩 봐서 냉장고 가득 채워놓고, 장난감도 애들 원하는 것은 대부분 사준다. 얼마전 아버지가 “돈 많이 쓰지 마라.”며 따끔하게 ‘한말씀’ 하셨다. 연유인즉 우리 부부 연봉이 합쳐서 1억원을 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남들은 혼자서 1억원도 버는데…”라며 씁쓸한 표정을 숨기지 않으셨다. 기자들 월급은 외환위기 이후 사실상 깎인 수준이니 맞벌이 부부 기자 월급이 성에 차지 않았을 거다. 거기에다 평택항 개발, 용산 미군기지 이전 등으로 평택의 땅값이 엄청 뛰어 주위에서 토지보상금을 받은 수십억·수백억원대 자산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자식들 대학공부시키느라 땅 한 평 없는 아버지는 자식들 월급으로 대리만족하길 원했던 모양이다. 내 입장에서는 아버지 말 덕분에 돈을 적게 써도 눈치 안 보게 된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1억원. 예전에는 큰돈이었는데 요즘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 듯하다. 진짜 1억원이 그리 쉬운 돈일까. 직장 다니면서 누구나 억대 연봉을 꿈꾸지만 진짜로 연봉 1억원이 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궁금해졌다. 2005년말 기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는 955만 8100명. 이중 월 표준 소득액 850만원 이상 등급에 해당하는 가입자는 9만 6500명으로 1.0%에 불과하다.100명에 1명이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적은 것 같기도 하지만 직장인들이 억대 연봉을 쉽게 입에 올리는 것이 사실이다. 왜 그럴까. 웬만한 직장인이 사는 아파트는 수억원대다. 뉴타운 등 개발이 예정된 곳의 집값이나 땅값은 1년 사이 1억∼2억원은 쉽게 오른다. 월급 받아 1억원 모으려면, 아껴 써도 몇년은 걸릴 거다. 미친 듯 오른 부동산 값이 1억원을 우습게 만들었고 돈에 대한 생각에 거품을 만든 것 같다. 전경하 경제부 기자 lark3@seoul.co.kr
  • [특파원 칼럼] 韓·佛 출산율과 시스템의 힘/이종수 파리 특파원

    최근 파리시를 걷다 보면 심심찮게 목도하는 풍경이 있다. 애 둘과 함께 유모차를 끌고 가는 주부다. 이른바 3자녀 가구가 부쩍 늘어났다. 실제 지난해 프랑스는 유럽 최고의 출산율 국가로 떠올랐다. 주요 언론들의 자부심어린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였다. 상전벽해다. 원인을 곱씹으면 시스템의 위력을 실감케 된다. 프랑스가 ‘유럽 출산율 1위’에 오른 동력은 ‘양육비는 최소, 여성의 사회 진출은 최대’를 골자로 하는 가족정책 시스템이다. 첫아이를 낳으면 855유로(약 100여만원) 정도의 격려금이 나온다. 자녀 수가 많을수록 가족 수당도 올라간다. 가족수당법 제정 등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보완한 결과가 유럽 최고의 출산율 국가다. 한국은 40여년 동안 출산율 낮추기가 과제였다.1970년대엔 ‘둘만 낳아 잘 키우자’,80년대엔 ‘아들 딸 구별말고 하나만’이라는 캠페인이 메아리쳤다. 그러나 최근 ‘저출산병’으로 신음하고 있다. 그러자 정부는 부랴부랴 출산 지원책을 발표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골몰했다. 그러나 출산율은 여전히 낮은 데서 요지부동이다. 궁금함을 풀기 위해 두 나라의 자녀 키우기 체감 지수를 비교해보자. 먼저 기자 개인의 경험에서 시작해본다. 기자는 아이 셋을 뒀다.5인 가구라는 이유로 우리 시스템과 겪은 ‘불화’가 적지 않다. 당장 예매 시스템을 보자. 우리 사회의 대부분 예매는 1명에게 4장만 허용한다. 대표적 예가 설·추석 때의 고향행 기차표다. 인터넷 예매 시간에 맞춰 새벽에 일어나 부부가 두 대의 컴퓨터에 붙어 법석을 떤다. 간신히 연결되어 표를 예매할라치면 4장뿐이다. 그때마다 막내는 안고 갈 수밖에 없었다. 서울역 예매 시절로 올라가면 더 끔찍하다. 예매 전날 밤 역 광장 혹은 대합실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줄을 선 결과는 늘 ‘1장 부족’이었다. 극장 예매도 마찬가지다.‘주말 아빠’오명을 벗으려 영화 한편을 예약할라치면 역시 4장뿐이다. 부부가 나눠서 예매를 하지만 좌석표가 달라 합치느라 애먹기 일쑤다. 이런 살풍경은 우리 사회의 적지 않은 분야가 ‘4인 가구’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회 시스템은 ‘4인 가구’인데 출산장려책이 무슨 효과를 거둘까? 그나마 서울시가 최근 시스템 보완에 적극 나선 것은 다행이다. 프랑스는 어떨까? 셋째아이를 낳고 1년 동안 무급 휴직하면 매달 758유로의 수당이 나온다. 세 자녀 가정의 경우 아이가 19세가 될 때까지 매달 271유로를 지급받는다. 가족지원과 관련된 예산이 410억유로 규모로 국내총생산의 3%에 해당한다. 시스템이 출산을 장려하고 있는 셈이다. 시선을 육아 문제로 돌리면 ‘시스템의 위력’은 더 도드라진다. 프랑스의 경우 맞벌이 가구가 보모를 얻을 때 정부에서 지원을 한다. 세 살 이상 모든 아이들은 육아시설 이용료를 내지 않는다. 한국의 맞벌이 부부치고 육아 시설 혹은 보모를 못 구해 발을 동동 굴러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한국의 저출산이 오죽 심각한 문제였으면 프랑스의 지성 자크 아탈리마저 충고했을까? 그는 지난 1월31일 한국에서 열린 ‘비전 2030 글로벌 포럼’ 기조강연에 앞서 파리에서 가진 기자와의 단독인터뷰에서 한국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그렸다.“2025년엔 아시아·태평양에서 최강국이 될 것”이라고. 그러나 극찬 뒤에 충고도 잊지 않았다. 한국이 강대국으로 가려면 몇 가지 극복 과제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이라고. 아탈리의 말을 좀 확대하자면 이쯤 되지 않을까? “출산율은 국력이다. 경제적 지원만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이종수 파리 특파원 vielee@seoul.co.kr
  • [희망의 씨 뿌리기 귀농] (3) 웰빙 시대의 귀농

    [희망의 씨 뿌리기 귀농] (3) 웰빙 시대의 귀농

    “반드시 자기 땅과 집이 있어야만 귀농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와서 보면 일거리는 많은데 도시 사람들이 잘 모를 뿐이죠.” 강원도 평창에서 금당계곡으로 거슬러 오르면 폐교된 지 8년된 대화초등학교 개수분교가 나온다. 그러나 전혀 허름해 보이지 않는다. 알록달록한 문구의 ‘어름치캠프학교’라는 예쁜 간판과 함께 전체가 캠프장과 체험학습장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고경백(43)·진영아(36)씨 부부는 5년전 귀농했다. 도시의 팍팍한 삶과 자녀 교육 세태에 염증을 느껴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부부는 웰빙 트렌드에 맞는 농촌관광·체험 사업을 통해 심적 여유와 경제적 안정을 동시에 얻으며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 # 돈 한푼, 땅 한평 없이 귀농 고씨 부부는 귀농하기 전까지 서울과 경기 일산에서 맞벌이를 했다. 제주도가 고향인 고씨는 고교 졸업 후 1983년 상경한 뒤 무역회사 등의 직장에서 일했다. 최근엔 일산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했다. 아내 진씨는 전공을 살려 미술학원을 운영했다. 그러던 중 전원생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각박한 도시생활이 싫어졌고 학원을 경영하면서 사교육에 매달리는 세태에 염증을 느꼈다. 고씨는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이 드세 우리 애들이 학원 공부에 치여 커 가는 게 옳은 일인가 하는 자괴감이 귀농을 결심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부부는 2003년 당시 7살 아들,4살 딸과 함께 귀농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수중엔 돈 한푼 없는 상태였다. 일산 아파트 전세금 1억원은 그동안 학원 운영으로 빌린 돈을 갚는 데 모두 썼다. 그러나 고씨는 농촌에 가면 큰 밑천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던 중 한 지인으로부터 평창에 있는 펜션을 연봉 3000만원 조건에 1년만 운영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그곳으로 갔다. “집 지을 필요 없고, 돈 들 일도 없었죠. 특히 펜션 운영이 평소 관심인 농촌관광사업에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 폐교 이용한 체험마을 운영, 빚 1원 없어 이후 고씨는 인근에 99년 폐교된 개수분교가 있는 것을 알고 무릎을 쳤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폐교를 체험학교로 운영하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허락을 얻어냈다. 주민들은 평소 고씨가 이방인답지 않게 마을 일에 앞장서는 등 주민들 속으로 녹아드는 모습에 호감을 갖고 있었다. 고씨는 교육청에 임대료로 연 250만원, 마을 발전기금으로 200만원을 내고 운영을 시작했다. 금당계곡에 많이 사는 물고기 이름을 따 ‘어름치캠프학교’라고 이름을 붙였다. 손수 교실 4개 중 3개를 숙소로 꾸몄다. 영업 첫 해인 2005년 매출은 1000만원 정도로 신통치 않았다. 부부는 홈페이지(www.campschool.co.kr)를 만들어 전국 동호회, 학교, 기업에 캠프 알리기에 나섰다.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만들어 토종민물고기 탐사, 계곡탐방 등 캠프 프로그램과 고로쇠물 채취, 토종꿀 따기 등 농촌체험학습을 진행한다. 이같은 노력으로 지난해에는 여름 성수기 예약이 4월에 마감됐다. 연 매출 3500만원 정도는 거뜬해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내린 폭우가 금당계곡을 휩쓰는 바람에 꿈의 실현을 미뤄야 했다. 고씨 부부는 포기하지 않고 올해도 같은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는 고씨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마을 사무장을, 아내 진씨는 수해 복구 관리업무를 맡아 월 100만원씩 농외소득을 얻고 있다. 고씨는 “한 달 생활비가 100만원도 채 안 되며 차량 유지비와 통신비가 절반 이상”이라고 말했다. # 지역주민 소득 돕는 ‘윈-윈 귀농’ 목표 고씨는 농촌체험사업이 자연자원을 활용한 수익 창출과 농촌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이라는 두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강원도내 학교 절반 이상이 폐교될 예정이어서 학교 중심의 농촌 문화가 상당부분 사라질 위기”라면서 “폐교 활용은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도시민의 귀농·귀촌 등 도농교류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씨는 어름치생태학교내에 농촌체험교육장을 조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마을 주민들도 참여하도록 해 ‘윈-윈’하는 것이 목표다. 고씨는 “5년 가까이 살면서 주민에게 많은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면서 “지역 주민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창 글 사진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돈벌이 치중 금물… 주민과 함께해야” 최근 들어 귀농의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단순히 농사를 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 농업과 관련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적극적인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귀촌(歸村)이란 개념도 새롭게 등장했다. 특히 요즘 한창인 ‘웰빙 바람’을 타고 도시사람들이 시골로 내려가 농촌체험마을, 관광농원 등 농촌관광사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강원 평창에서 폐교를 활용한 캠프장을 운영하는 고경백씨도 그렇게 해 정착한 케이스다. 그러나 고씨는 현장에서 느낀 몇가지 문제점을 꼬집었다. 먼저 도시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펜션사업의 경우 도시 사람이 직접 운영하지 않아 농촌관광사업의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고씨는 “운영 대리인을 둔 도시 거주 펜션 주인은 농민으로서의 정체성이 있을 리 없다.”면서 “농촌의 인심과 고유 문화를 소개하기보다는 단순히 객실 홍보에만 열을 올린다.”고 지적했다. 폐교를 활용한 캠프장, 농촌체험 프로그램도 돈벌이 사업에 물드는 경우가 있다며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어떤 도시 사람들은 시골 폐교를 임대한 뒤 담장을 치고 지역 주민의 출입을 통제하고 술을 파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많은 귀농 준비자들이 자신에게 성공 노하우를 문의하는데, 그럴 때마다 그는 “폐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아 성공할 생각을 아예 거둘 것”을 조언한다고 했다. 폐교 등 농촌자원은 지역 주민들의 재산이며, 주민과 동화되는 삶 속에서 귀농·귀촌도 성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본격적인 농촌관광사업 시작에 앞서 농촌 민박, 농촌체험 등을 직접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아내 등 가족의 동의를 반드시 구하는 것도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평창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정부지원 육아·교육비 꼼꼼히 챙겨라 도시 사람이 귀농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자녀 육아와 교육 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귀농을 준비하고 있다면 정부가 시행하고 있거나 계획중인 각종 지원책을 꼼꼼히 챙겨볼 필요가 있다. 귀농 계획을 더욱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농어촌지역에 거주하며 5㏊미만의 농지를 소유한 농업인이 만 5세 이하 자녀를 보육시설이나 유치원에 보내려 한다면 정부가 주는 일정액의 보육비 또는 교육비를 지원받는다. 보육료(월) 지원 규모는 ▲만 0세 25만 3000원 ▲만 1세 22만 2000원 ▲만 2세 18만 3000원 ▲만 3세 12만 6000원 ▲만 4세 11만 3000원 ▲만 5세 16만 2000원 등이다. 교육비는 ▲만3∼4세 2만 8000원(국공립유치원),7만 9000원(사립유치원) ▲만 5세 5만 6000원,15만 8000원 등이 지원된다. 만일 농업인이 영아 자녀 보육시설 등에 보내지 못할 경우 ‘여성농업인 일손돕기’를 통한 가정육아비용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만 5세(취학유예 만 6세아 포함)의 자녀를 뒀을 경우 8만 1000원을 지원 받을 수 있다. 문의는 농림부 여성정책과(02-500-1605)로 하면 된다. 아울러 고교생 자녀 학자금과 대학생 등록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자녀 학자금의 경우 농업지역이나 개발제한구역에 거주하는 농업인, 어업인, 축산인 가운데 고등학교에 재학하는 자녀나 직접 부양 손자녀, 동생이 있는 경우라면 가능하다. 수업료는 물론 입학금 전액이 지원된다. 귀농후 3년 이상 영농에 종사했다면 ‘농업인 자녀 농과대학생 학자금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자녀가 농업계열 대학에 입학한 뒤 학기당 농업경영 관련 과목을 1개 이상 수강하거나 학기 평점이 2.0 이상을 받으면 국공립대(2년제 포함)는 등록금 전액 지급, 사립대는 국립대 등록금을 174만원까지 지급받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도토리 뉴스] 20·30대 기혼 직장인 60.4% “맞벌이 하고 있다”

    14일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가 최근 20,30대 기혼 직장인 434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4%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맞벌이 선호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82.3%가 ‘맞벌이를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맞벌이를 통한 월평균 가정 수입은 300만∼400만원(26.3%),400만∼500만원(22.9%),200만∼300만원(21.0%),500만∼600만원(11.5%) 순이었다.
  • 시로 일깨우는 ‘사랑의 힘’

    누군가 다가와 귀엣말로 돌연 이렇게 물어봤다. “당신은 사랑의 힘을 믿습니까?” 언제부터인가 꼭꼭 숨어버려 존재조차 희미했던 아련한 감정들이 닭살 돋듯 뭉클뭉클 솟아오른다. 그것은 어색함이기도 하고, 뜻밖의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의 설렘이기도 하다. ‘절망의 시대’ ‘종언의 시대’에 사랑의 힘을 일깨워주는 시편들이 `톡’하고 튀어나왔다. 시인 정다혜씨의 시집 ‘스피노자의 안경’(고요아침 펴냄)과 서울 덕원여고 교사 손승의(본명 창수)씨의 첫 시집 ‘아버지의 강’(아버지의사랑 펴냄)에 그런 시들이 박혀 있다. 정 시인은 17년 전 자동차 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다. 자신이 운전하던 차의 옆자리에 타고 있던 어린 딸은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말하자면 한쪽 눈만으로 죽어가는 딸을 지켜본 셈이다. 억장이 무너지는 절망과 죄책감은 정 시인을 나락으로 몰고갔다. “…/잊고 살았던 슬픔의 오장육부에/검은 콩알들 산탄처럼 박힌다/아이는 그해 여름 길 위에서/콩 꽃처럼 피었다 떨어졌다/무심히 콩밥 담는 저녁밥상에서/다시 만나는 검은 화인火印/여태 너 나하고 살고 있었니?/내 안에서 너, 콩처럼 살고 있었니?/너 묻고, 나는 평생 콩밥 먹는 죄인이었는데/너 묻고, 나는 평생 콩밥 먹는 슬픔이었는데”(‘딸아이에게’ 가운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생때같은 자식을 가슴에 묻은 시인은 때로 ‘검은 콩’에서, 때로 ‘상자’에서 죄인의 심정으로 아이를 만났다. 하지만 이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멀리 있지 않았다. 정 시인의 남편 손춘식씨는 우울증에 빠진 시인을 사랑의 힘으로 ‘시’의 세계로 초대했다. 손씨는 아내의 시 쓰는 작업을 위해 매일 출근 전 아내의 ‘한쪽 눈’안경을 정성껏 닦았다. 그런 남편의 모습이 정씨에게는 ‘스피노자’가 안경을 만지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눈을 뜨면 제일 먼저/아내의 안경을 닦는 남자/오늘도 안경을 닦아/잠든 내 머리맡에 놓고 간다/그가 안경을 닦는 일은/잃어버린 내 눈을 닦는 일/그리하여 나는 세상에서 가장 푸른/새벽과 아침을 맞이하지만/그때마다 아픔의 무늬 닦아내려고/그는 얼마나 많은 눈물 삼켰을까/생계를 꾸려가기 위해/안경의 렌즈를 갈고 닦았다는/철학자 스피노자/잃어버린 내 한쪽 눈이 되기 위해/스피노자가 된 저 남자/안경을 닦고 하늘을 닦아/내 하루 동안 쓴 안경의/슬픔을 지워, 빛을 만드는/저 스피노자의 안경”(‘스피노자의 안경’ 전문) 아내를 위해 안경을 닦고, 그런 남편으로부터 ‘눈물’을 발견한 시인. 문학평론가 유성호(한국교원대 교수)씨는 “‘아내의 안경’은 남편에게 ‘한 그루의 사과나무’일 것”이라면서 “아내의 안경을 닦는 남편의 위대한 노동은, 시인으로 하여금 ‘사랑’이라는 주제에 눈을 뜨게 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형질이 된 것 같다.”고 평했다. 정 시인은 “시가 있고, 남편이 있고, 스피노자의 안경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사의 시집 ‘아버지의 강’은 ‘시련 중에 있는 모든 어버이들께’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한때 가족들과의 ‘동반자살’까지 생각했던 절망의 터널을 빠져나오게 해준 가족과 이웃들의 사랑의 힘을 시집에 담았다. 5년 전 손 교사 가족은 거리로 나앉았다. 빚보증 한번 잘못섰다가 20년간 맞벌이 하면서 공들여 마련한 집을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온종일 햇볕이라고는 들지 않는 산동네 골목의 단칸방에서 절망의 싹은 점점 몸집을 키워갔다. “불운의 폭격을 맞은 듯 풍비박산이 된 집/겨울비는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을 무방비로 적시고/…/껍데기만 남은 것들을 빗속에 고아들처럼 남기고/…/마지막 남은 꿈들도 얼어붙어 가고 있었다/…”(‘이사풍경’ 가운데) 하지만 그렇게 햇볕이 들지 않는 단칸방에서 꿈까지 얼어붙는 와중에서도 이웃들은 나눔과 사랑으로 어둠 속에서 함께했다. 힘을 얻은 부부는 ‘아이를 등에 업고’ 백두대간을 걸으며 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신혼을 떠올렸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파산자들이 속출하는 극단적 양극화의 풍경 속에서 건져올릴 수 있는 희망의 두레박은 과연 있는 것일까. 동료 교사들과 이웃 화가들이 기꺼이 그려준 그림과 손 교사의 시편들에서 그런 두레박을 찾아보게 된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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