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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여객기 추락 참사/ 유가족 표정·탑승객 사연

    ■이번 대형참사를 빚은 중국 여객기의 한국인 승객 대부분이 단체 관광객인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국제항공공사 부산지점에 따르면 탑승객 155명중 한국인은 136명이며,이중 94%인 128명이 단체여행객이었다. 부산 성심병원으로 이송된 김보현(27·경북 안동시)씨 부부를 포함해 16명이 경북지역 단체여행객으로 밝혀졌고,온누리여행사 8명과 롯데관광 4명으로 구성된 부산지역팀 등모두 8개팀의 단체관광객들이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다.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영주지역 퇴직 교육자 부부 22명과 안동 LG화재 직원 및 설계사 16명 등 경북 북부지역 주민들이 38명으로 많았다.이들 가운데 LG화재 직원 김보현씨의 부인 우즈베키스탄 출신 라히모바 아지자는 임신 7개월의 임산부였으나 남편과 함께 극적으로 구조됐다.태아도무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에 사는 부림홍씨 집안 사람들과 친척 19명 등 단체여행객이 주로 탑승했다.특히 박영부(63)씨 부부 등 영주지역 관내 퇴직 교장·교감 11명은 부부동반으로 중국 여행을 갔다가 함께 사고를 당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중국 여객기 추락사고 사망자와 생존자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는 김해지역 병원에는 유족들과 가족들이 몰려와 가족과 동료를 확인하느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김해 복음병원에서 정모(49·경남 창원시 대방동 대동아파트)씨는 “칠순 부모와 막내 동생 부부,동생의 자녀 등3대 6명이 이 비행기를 탔다.”며 울음을 터뜨렸다.정씨는“부모님과 동생 부부가 함께 5박6일간 중국으로 효도관광을 갔다가 귀국길에 이 비행기에 탄 것으로 연락받았다.”며 “김해시내 병원을 모두 다녔는데 찾을 길이 없다.”고말했다. 복음병원에는 5구의 시체가 들어왔지만 불에 심하게 타신원확인은 물론 남녀 확인도 안될 지경이어서 병원으로달려온 30여명의 가족들이 발만 동동 굴렀다. ■가족계로 중국여행을 떠난 일가족 16명의 생사를 확인하러 온 홍모씨는 생존자 명단에서 홍씨라고는 홍난희(58·여)씨 1명만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머지 가족들은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자 넋을 놓는 모습을 보였다.홍씨는 여행을 떠난 가족들이 고모와 사촌 등 모두여성들로 한꺼번에여자가족 모두를 잃게 됐다며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추락한 중국 여객기에는 경남 창원의 부부 의사가 칠순을 맞은 양가 부모를 모시고 효도관광을 떠났다가 자녀 등8명이 함께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이 부부는 창원시 상남동 세란병원정상화(37) 원장과 근처에서 치과를 개업하고 있는 부인양진경(37)씨.정씨는 지난 10일 아버지 정섭(76)씨,어머니남판임(73)씨와 장인·장모, 부인, 아들 형제와 함께 중국관광에 나섰다. 정씨 부부는 어머니의 칠순 잔치를 대신해 양가 부모를모시고 중국 관광을 다녀오기로 하고 3대가 관광길에 나섰으나 이날 탑승한 중국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변을 당했다. 사고 소식을 들은 정씨의 친형제와 이종형제 등 20여명이김해시내 병원과 부산시내 병원을 샅샅이 뒤졌으나 생존자명단에도 없고 시체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조선족 처녀와 결혼을 앞둔 문두성(35·부산 남구대연동)씨와 예비 신부 최준영(22)씨는 최씨 부모 최광호(48·옌볜)·박성녀(47)씨를 초청해 이들이 사고 여객기에탑승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김해 성모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생존자 명단에 이름이 없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오는 5월5일로 결혼 날짜를 잡고 최씨 부모를 초청한이들 예비부부는 들뜬 잔칫집에서 초상집 분위기로 돌변했다. ■승객 홍길애(69·여·부산 남구 용호동)씨 일가족 11명이 중국 관광에서 돌아오다 사고 여객기를 탄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아들 김모씨는 “어머니 홍씨가 외가쪽 친척 11명과 함께 중국 단체관광을 다녀오면서 사고가 났다.”며 생존 여부를 확인하느라 발을 동동굴렀다. ■어머니 강말세(65·경남 통영시 도산면)씨가 탄 여객기사고 소식을 들은 아들 황순규(38·마산시 내서읍)씨는 창원공단내 사업장에서 일하다 말고 곧장 입원중인 김해 성모병원을 찾아 생존 사실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황씨는 “지난 12일 어머니가 고향 주민 10여명과 중국관광을 갔다가 귀국하던 중 사고를 당했으나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부부 동반해 마을 주민 10여명과 중국 관광을 갔다가사고를 당해 김해 복음병원에 입원중인 김모(51·여·대구시 달성군)씨는 목과 허리에,남편은 팔 등을 다쳤으나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부상자와 사망자 가족들은 이날 오후부터 상황실이 마련된 김해시청에 몰려와 “사고가 발생한 지 10시간이 지났는데 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시청 청사 2층 계단에 앉아 밤샘농성을 벌였다. 사망자 유족들은 “시신 확인이 가장 중요한데 대책본부는 아무런 설명이 없고 누구 하나 책임있는 답변을 하지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유가족들은 밤샘 농성을 통해 대책회의를 가졌으며,조속한 시신 확인 촉구,장례 절차,보상 등에 대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특별취재반
  • 강남·과천 아파트 세금 ‘비상’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세금비상이 걸렸다.오나가나 세금 얘기다.국세청이 아파트·연립주택에 대한 새 기준시가를 전격 발표한 탓이다.부동산업계는 ‘세란’(稅亂)이라고 할 만큼 충격에 휩싸여 있다. 특히 서울 강남과 과천시의 재건축추진아파트나 재건축이예상되는 아파트의 경우 기준시가가 지난해보다 1억원 이상오르거나,기준시가 상승률이 90∼100% 오른 곳이 수두룩하다.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종전보다 10배 가까이 더 내야 하는곳도 있다.이 때문에 기준시가 시행일(4일)을 전후해 매매를 끝낸 당사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욕심냈다가 망연자실] 서울 잠실동 D부동산주인 이모(46)씨는 지난달 26일 매도자를 졸라 양도세를 대신 내주기로 계약서에 명시하고 대치동 은마아파트(31평형) 두채를 시세(5억원)보다 싼 4억 7000만원씩에 사들였다.이 아파트는 몇년 후면 재건축이 예상돼 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는 중이어서 빨리 ‘물건’을 확보해 둘 심산에서 였다.기준시가 조정이 이달말이나 5월초쯤 있을 걸로 예상하고 계약을 서둘러 추진,오는 10일잔금을 치르기로 했는데 느닷없이 기준시가가 발표된 것이다.이 아파트의 기준시가는 1억 9600만원에서 3억 3600만원으로 올랐다.이씨가 매도자 대신 부담해야 할 세금은2억원 내외가 돼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실수요자는 세부담 전혀 없어] 국세청 관계자는 “기준시가를 올린 것은 천정부지로 뛰는 아파트값을 통해 얻은 거액의 양도차익 등을 세금으로 환수하려는 것”이라며 “세법상 1가구1주택 보유자나 실수요자들에겐 세부담 증가가 전혀없다.”고 설명했다.그는 “강남과 과천을 중심으로 ‘세란’이라는 말이 떠도는 것은 이 지역에 투기성 투자를 한 사람이그만큼 많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매도·매수자간 분쟁 소지도 많아] 세법상 인정되는 양도일은 잔금을 받은 날이다.잔금을 받기전이라도 거래상대방이등기를 한 경우는 등기접수일을 양도일로 친다.이 때문에 집을 파는 사람이 양도일을 임의로 기준시가 시행일 전으로 잡을 경우 사는 사람과의 분쟁도 예상되고 있다.집을 사는 사람이 양도일을 기준시가 시행일 이전으로 조정하는데 동의하면 나중에 집을 팔 때 기준시가 상승분만큼 양도차익이 늘어나게 되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육철수기자 ycs@
  • 아프간강진 이모저모

    [카불·워싱턴 AP AFP 연합] 지난 25일 밤부터 26일 새벽까지 아프가니스탄 북부 산악지대를 강타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3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과도정부의 한고위관리가 말했다. 유누스 콰누니 내무장관의 프라이둔 보좌관은 27일 리히터규모 6.0의 이번 지진으로 가장 극심한 피해를 입은 바글란주(州) 나린에서 AFP통신과 가진 위성전화 통화에서 “2000∼3000명이 희생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이 지역에선이날 아침까지 강력한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1만여명의 이재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폐허에 덮친 재앙] 지난 98년에도 리히터 규모 7.2의 강진으로 인해 1만명이 목숨을 잃었던 나린 지역은 4년만에 다시 덮친 재앙에 망연자실했다. 2만여 가옥의 99%가 완전히 파괴되는 3만명이 길거리에서숙식을 해결하고 있다.이미 600구의 시신이 수습됐으며 카불 텔레비전은 12㎞ 길이의 시신 덮개용 천이 현장에 보내졌다고 보도했다.아직도 건물 잔해아래 600∼2000명이 매몰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요충인 마자르 이 샤리프에서 나린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구호식량을 적재한 트럭이 줄을 잇고 있고 텐트,의약품,담요 등을 가득 실은 헬리콥터 등이 끊어진 길 위를 날아 나린으로 향하고 있다. [구호 손짓 활발] 카불 주둔 국제안보지원군(ISAF)은 피해지역에 비상대책본부을 세우기 위해 6t의 장비를 실은 CH-47 헬기를 급파했고 터키 적십자사도 구호물자 수송을 위해군용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러시아는 의료장비 30t을 탑재한 의료용 수송기 ‘하늘을 나는병원’을 운영했다. EU 집행위 산하 인도지원국(ECHO)은 텐트 500개와 담요 1000장을 피해 지역에 공수했으며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카불 주재 유엔 사무국 직원들에게 생존자를 돕기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도록 당부했다. 한편 영국의 BBC방송은 이날 힌두쿠시 산맥 주변에서 빈발하는 지진이 미군의 아프간 공습으로 인해 촉발됐을 지도모른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 [오늘의 눈] 유씨 ‘탈옥 거짓말’과 국정원

    지난 14일 저녁 6시가 조금 지난 시각.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5층 통일부 기자실은 갑자기 난장판으로 변했다. 통일부 관계자가 들어와 “유태준씨가 평양 국가안전보위부 감옥에서 탈출한 것이 아니다.”라고 불쑥 내뱉었기 때문이다. 하루 전 ‘소설 같은 재탈북’ 기사를 썼던 기자들은 순간 망연자실했다.곧이어 일제히 전화기로 달려가 회사에 이사실을 알렸다.전화기를 잡고 똑같은 내용을 전하는 광경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밤 10시쯤 됐을까.기자들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사태 추이를 전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 통일부 기자실로 팩스 자료가 날아들었다.국가정보원 마크가 선명한 자료에는 유씨가 감옥에서 탈출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확인과 함께 다른의혹들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국정원 공보관실 이름으로된 A4용지 4장짜리의 ‘참고자료’였다.국정원이 낸 해명자료로는 ‘이례적으로 길고 자세한’ 것이었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미 24시간 전에 유씨의 보위부 감옥탈출이 거짓임을 알고 있었다.그럼에도‘유씨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는 4장짜리 자료를 내는 데 만 하루가 걸렸다.국정원의 굼뜬 대응 때문에 세간에는 “국정원이 각종 게이트로 얼룩진 정국을 무마하기 위해 ‘작품’을 하나 만든 것 아니냐.”는 유언비어마저 나돌고 있다.국정원이 중심이 된 관계기관 합동신문조가 하루 만에 ‘유씨는 대공용의점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검찰이 그 다음 날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뒤 석방했다는점,유씨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기자회견을 한 사실 등이 이러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유씨의 거짓말이 개인적인 영웅심에서 비롯된 것인지,아니면 다른 배경이 있는지 현재로선 분명치 않다.다만 온나라를 뒤흔든 이번 ‘보위부 감옥 탈출 게이트’에 국정원이 어쩔 수 없이 연관돼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정원이 세간의 의혹에 억울함을 느낀다면 이제라도 속히 잘못된 것들은 바로잡아야 한다. 아무리 비밀을 근본 속성으로 하는 국정원이지만 국익을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라면 이제 ‘예’ 할 것은 ‘예’라고 하고,‘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라고 해야한다.이것만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다.이번 소동을보면서 북한의 정보기관이 얼마나 웃었을지를 생각하면 쓴웃음만 나온다. 전영우 정치팀 기자 anselmus@
  • 골드컵/ ‘거미손 이운재’ 4강 잡았다

    [패서디나(미 캘리포니아주) 박해옥특파원] 한국이 멕시코를 잡고 북중미골드컵 축구대회 4강에 골인했다. 한국은 28일 미국 패서디나의 로즈볼구장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득점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한국은 이로써 아이티를 꺾고 4강에오른 코스타리카와 오는 31일 결승 진출을 다툰다.한국은멕시코와의 역대 전적에서 4승1무5패를 기록했다. 김도훈 차두리 투톱에 박지성을 게임 메이커로 삼은 한국은 이날 필드골은 올리지 못했으나 전반 중반 이후 줄곧게임을 리드해 이 대회 출전 이후 가장 좋은 경기를 펼쳤다.특히 120분간의 사투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체력적인 우위를 잃지 않음으로써 후반에 체력 약화로 조직력이 일거에 무너지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송종국을 축으로 한 3백 수비라인은 대각선 패스에 대응하는 능력이 한층 개선됐음을 과시했고 후반에 교체투입돼 모처럼 출장한 이동국도 발목 부상을 털고 활발한 몸놀림을 보여 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될 가능성을 열었다.이동국은 이날 이전보다 넓은 활동폭을 보이며 활발한 문전돌파를 시도했고 문제점으로 지적된 수비가담 능력에서도 호평을 받을 만했다. 3백과 2톱 시스템 등 비슷한 전형으로 맞선 두 팀은 전반 내내 미드필드를 장악하기 위해 거친 몸싸움으로 일관했다.한국은 전반 2분 아돌프 바우티스타의 슛이 골 포스트를 맞는 행운으로 위기를 넘긴 뒤 한동안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그러나 전반 14분 김도훈이 문전 발리슛으로 응수하면서 서서히 주도권을 되찾았다. 이영표의 왼쪽 돌파로 활로를 찾은 한국은 후반 10분 차두리의 종패스를 받은 김도훈의 문전 슈팅과 36분 송종국의 직선 스루패스에 이은 이동국의 왼발 슛 등으로 확실한 주도권을 잡았다.한국은 이후 김남일 안효연 이영표 등이 번갈아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늘 지적된 골 결정력 부족이 또 드러난 경기였다.더구나멕시코가 변변한 공격력을 보이지 못한 후반부터 연장전까지 경기를 완전히 주도하고도 골문을 열지 못한 점은 하루 속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한국은승부차기에서 멕시코 선수 2명의 슛을 골키퍼 이운재가 쳐내고 이을용 이동국 최성용 이영표가 차례로 골을 성공시켜 승리를 엮어냈다. 미국은 엘살바도르를 4-0으로 대파해 마르티니크를 물리친 캐나다와 준결승전에서 만나게 됐다. hop@ ■양팀 감독의 말. ◆거스 히딩크 한국 감독=터프하고 진지한 경기였다.필드골 없이 끝났지만 전체적으로 경기를 리드했다.경기 내용과 결과가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전반에는 두팀 선수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육체적 격돌을 많이 했고 승부 근성도 두드러지게 드러났다.한국 선수들은 국내 프로리그에서 터프한 경기를 하는 경우가 드문데 그런 점에서 이번 경기는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후반의 전술은 괜찮았다.맨투맨에만 치우치지 않고 여러차례 골 찬스를 창조한데 만족한다.90분 동안 찬스를 만들고도 골을 못넣으면 승부차기에서 지는 일이 많은데 이겨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이번 대회에서 연장전과 승부차기를 벌인 것도 좋은 경험이 됐다고 생각한다.앞으로 약한팀과 싸워 이기기 보다는강팀과 맞붙어 경기 능력을 배양하는데 힘쓰겠다. ◆하비에르 아기레 멕시코 감독=대등한 경기를 펼쳤다.최선을 다 했는데 승부차기에서 져 아쉽다.우리팀은 실수도많이 했지만 젊은 선수들이 선전했다는데 만족한다.곧 유고와 평가전을 치르게 되는데 유고전에서는 ‘베스트11’을 구성해 경기에 임할 계획이다.평가전을 통해 전력을 강화해 월드컵본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 오늘 경기를 통해 본 한국은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대회 때보다 전력면에서 향상된 것 같다. ■수훈갑 이운재. 한국의 4강행을 이끈 이운재(29·상무)는 침착성이 돋보이는 골키퍼다. 경력과 순발력에서는 지난해 11월 대표팀에 복귀한 김병지(32·포항)에 뒤진다는 평도 있지만 기본을 중시하는 안정된 플레이로 거스 히딩크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182㎝·82㎏의 체격을 지닌 이운재의 침착성은 골키퍼가절대 불리하다는 페널티킥에서 빛을 발했다.멕시코 3·4번째 키커의 슛을 거푸 막아내 극적인 승리를 엮어낸 것. 승부차기 2-2 상황에서 멕시코 3번째 키커 알폰소 소사는 골키퍼가 한쪽으로 다이빙할 것을 예상해 정면으로 슛을쏘았지만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한 이운재는 제자리에 버티고 있다가 볼을 쳐냈다.4번째 키커인 왼발잡이 이그나시오 이에로는 오른쪽 골대쪽으로 정확하게 볼을 찔러 넣었지만 이운재는 예측이라도 한 듯 몸을 날려 볼을 쳐냈다. 히딩크감독 부임 이후 치른 21번의 A매치 가운데 14경기에 선발 출장해 20골을 허용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이모저모. ◆28일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연장 후반 퇴장당한 히딩크감독이 오는 31일 코스타리카와의 준결승에 출장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대회 관계자는 “29일 회의에서 징계내용을 결정하겠지만 규정상 히딩크 감독은 다음 경기에서 벤치를 비롯한 그라운드 주변에는 머물 수 없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연장 후반 12분 이을용이 상대 선수에게 배를 맞아 쓰러진 상황에서 호세 피네다(온두라스) 주심이경기를 속개하자 거칠게 항의하다 퇴장당했다.한편 미국전에 이어 또 경고를 받은 김남일(전남)도 코스타리카전에나설 수 없다. ◆하비에르 아기레 멕시코 감독은 한국전을 앞두고 무승부가 될 것을 예상해 별도의 페널티킥 훈련까지 했지만 무너지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그는 지난 26일 인터뷰에서 “기상청에 문의한 결과 8강전때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아 우리에게 불리하다.”면서“수중전 속에 무승부가 될 경우에 대비해 페널티킥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었다. ◆로스앤젤레스 지역 한인들은 한국이 멕시코를 꺾자 일제히 환호.경기장을 찾지 못한 많은 한인들은 히스패닉 계열 케이블 방송인 KMEX(채널 34)를 통해 경기를 지켜봤고 승부차기 끝에 4강에 진출하자 환호성을 올렸다.
  • 현대車 임단협 잠정 합의안 부결 안팎

    현대자동차 사태가 다시 파국 위기를 맞고 있다.노사 양측이 한달 이상 머리를 맞대고 어렵사리 이끌어낸 임단협잠정 합의안이 20일 노조 총회에서 부결되자 사측과 노조집행부는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노-노 갈등이 도화선] 합의안 부결은 노조 내부 갈등에서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현장 조직원들이 집행부를 견제하기 위해 합의안에 흠집을 냈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합의안을 마련할 때만 해도 노조 집행부는 총회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믿었다.순이익의 20%를 웃도는 성과급 보장과 해고자 복직이란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조직원들은 성과급이 기대치에 못미치는 데다상여금 800%,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구성 등을 관철시키지못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특히 당기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받아야 하는 데도합의안은 20%밖에 안된다고 버텼다. 현장 노조원들이 최근 임단협 찬반투표에서 통상 1차투표를 부결시킴으로써 재협상에서 돈을 더 받아낸 사실에 주목,합의가 늦어져도 손해볼 게 없다고 여겼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사측 “더이상 양보 못한다”] 사측은 “이미 줄 것은 다주었는데 무엇을 더 달라는 말이냐”며 “해도 너무 한다”는 입장이다.집행부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사측에 뭘 더 내놓으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난감해 했다. 노조규약상 임단협 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으므로 재협상은 불가피하다.하지만 여기에도 숱한 진통이예상된다. 노조원들은 몇 푼이라도 더 받아 내야 하는 입장이지만 사측은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맞선다. 일각에서는 회사측에서 생산 차질에 따른 매출 감소와 신용도 하락을 감안해 ‘연내타결’을 서두를 경우 재합의안이 조기에 도출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그러나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현대차 노사 합의안을 보는 재계와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경기 침체로 대다수 기업이 상여금은 고사하고 임금마저 동결되거나 깎이는 판에 500%가 넘는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는 노조원들을 곱게 볼 리 만무하다. 전광삼기자 hisam@
  • 2001 길섶에서/ 새가 된 광대

    옛날 얘기 한 토막-.한 때 삼남을 휩쓸던 어느 사당패가위기를 맞았다.밑둥 잘린 나무 시들듯 언제부터인가 사양길에 접어든 것이다.판을 벌여도 구경꾼이 모이지 않으니재주꾼은 하나 둘 떠나고 제 밥값도 못하는 주제들만 남아서 콩이니 팥이니 공론이 많았다. 이처럼 실의에 빠져있는 판에 어떤 사람이 찾아와 입단을 원했다.위인이 꾀죄죄하고 눈에는 눈곱까지 끼어 별 볼일 없어 보였지만,자칭 입산수련 십년에 한가지 묘기를 얻었다니 속는 셈 치고 꼭두쇠의 면접이 허용됐다. “재주가 뭐지?”“저어-.”“어름사니(외줄타기꾼)?”“아닌뎁쇼”“그러면 땅재주?”“그것두….”“그럼 도대체 뭐야?”“새 흉내를 냅니다요”“예끼 시러베 아들놈,그것도 재주라고 사당패에서 밥 먹겠다고…? 차라리 서당개풍월 읊는 소리가 낫겠다.” 일언지하에 퇴짜를 맞은 사내,망연자실 하늘 한번 치어다 보고는 엉거주춤 몸을 움츠리는 것이었다.그러더니 후루룩 날아가 버렸다. 김재성 논설위원
  • 부산영화제 秀作 10선“이것 안보면 후회해요”

    오는 11월9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출품작은 세계 60개국의 203편.내로라 하는 유명감독의 화제작 입장권이 일찌거니 동이라도 나는 날엔 매표소 앞에서 망연자실하기 십상이다.세계 영화제를 돌며 입소문을 탄작품말고도 수작들은 많다.영화의 선별작업을 맡았던 김지석·한상준·전양준 프로그래머가 10편을 엄선했다. ◆모래의 속삭임(인도네시아·감독 난 아크나스) 지난해 부산영화제 심사위원으로도 참석했고 다큐멘터리로 실력을 쌓아온 여성감독의 데뷔작.버림받은 모녀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풀어냈다. ◆개의 날(인도·무랄리 나이르) 기득권 세력의 오만과 허위의식을 신랄하게 꼬집은 풍자극.민주주의를 허용한 마을의 영주는 충복에게 개를 선물하지만,마을사람들은 그 개가 광견병에 걸린 것을 알고 경악한다. ◆칸다하르(이란·모흐센 마흐말바프)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감독이 목숨을 걸고 만든 2001년 작품.탈레반 정권의 전횡을 피해 캐나다로 망명했던 언론인이 다시 죽을 고비를 넘기며 고향의 난민들을 만나는 여정. ◆잔다라(태국·논지 니미부트르) 태국영화의 뉴웨이브를이끄는 감독.홍콩배우 종려시 주연으로,성을 통해 인간의양면적 본성을 그려낸 화제작. ◆탈출기(한국·신상옥) 북한에서 신상옥 감독이 만든 작품들 가운데 가장 높이 평가된다.단순한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뛰어넘은 휴머니즘 드라마.16㎜ 영화. ◆괜찮아 울지마(한국·민병훈) 데뷔작 ‘벌이 날다’로 국제적 주목을 받은 감독.우즈베키스탄이 무대.고향에 돌아온 청년을 주인공으로 도시와 시골,세대간의 간극을 섬세히대비시켰다. ◆마그리트 뒤라스의 사랑(프랑스·조세 다이안) 여류작가마그리트 뒤라스가 얀이라는 젊은 남자와 함께 한 16년의삶에 관한 드라마. ◆빵과 우유(슬로베니아·얀 치트코비치) 감독 지망생이라면 꼭 챙겨볼 저예산 영화.알코올 중독자인 남편과 마약에빠진 아들을 둔 여자의 비극적 가족이야기.올해 베니스영화제 신인감독상 수상작. ◆얄라!얄라!(스웨덴·요셉 파레스) 제목은 ‘빨리,빨리’라는 뜻의 아랍어.친구인 두 젊은 남자를 통해 그려진 사랑과 우정.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즐겁고 유쾌한 코미디일 듯. ◆사랑스런 리타(오스트리아·예시카 하이우스너) 말썽많은 소녀 리타가 가족생활의 스트레스와 분노를 참지 못해 부모를 살해하는,충격적인 소재.올해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에 진출. 황수정기자 sjh@
  • 美테러 대참사/ 희비 교차하는 가족들

    미국 테러 대참사 이후 연락이 두절된 실종자들의 국내가족들은 사흘째 뜬 눈으로 밤을 지새며 연락이 닿기만 간절히 기원했다. 이들은 가족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느라 13일에도 미국현지 총영사관과 외교통상부 등 백방으로 전화를 거는 등발을 동동 굴렀다. 실종자 명단에 올랐던 일부 사람들이 생존한 것으로 확인되자 이들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쁨을 감추지못했다. ▲“제발 살아만 있어다오…” 아직도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23명의 실종자 가족들은 망연자실한 채 또다시 하루를 보냈다. 뉴욕 세계무역센터 84층에 근무하다 실종된 LG화재 구본석(具本石·42)지사장의 국내 가족들은 충격 속에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생존소식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구씨의 부인과 두 딸은 뉴저지주에,어머니와형은 아일랜드에 살고 있으며,국내에는 여동생 양순씨(38)가 부산에 살고 있다. 구씨의 가족들은 “큰 아들과 함께 아일랜드에 살고 있는노모의 충격을 우려해 아직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99층에서 근무한조경희씨(30·여)의 언니 진희씨(32·미국 뉴저지주)는 “사고 직전인 오전 8시30분쯤 통화했는데아직까지 소식이 없다”면서 “사고현장까지 걸어들어가동생을 찾고 있다”고 울먹였다. 조씨의 어머니와 동생도조씨가 무사하기만 바라며 근처 병원을 샅샅이 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김완석씨(31)의 형 창욱씨(40)는 “동생이 사고현장 부근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지금까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면서 “국제전화 통화율이낮아 전화가 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며 희망을버리지 않았다. 세계무역센터 인근 힐튼호텔에 근무하는 헬렌 김(36)의동생 김준모씨(32·서울 강남구 역삼동)는 “누나는 10년전에 유학갔다가 호텔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면서 “미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생사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늦게나마 생존사실을 확인해 다행입니다.” 세계무역센터 앞 건물에 있는 인터내셔널 파이낸스 서비스에서 근무하는 강일(姜逸·29)씨의 실종소식을 접했던아버지 강정진씨(65·부산 연제구 연산동)와 가족들은 이날 낮 12시쯤 무사하다는 전화를 받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누나 영심씨(31)는 “죽었던 동생이 다시 살아온 느낌”이라면서 “그동안 가족들은 밤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전했다. 뉴욕에서 어학연수중인 임한나씨(21·여)의 어머니 김광일씨(47·경기도 용인시)는 “딸이 다니는 어학원이 세계무역센터 인근인데다 연락이 안돼 지금껏 눈물로 보냈다”면서 “12일 밤에서야 딸이 보낸 e메일을 보고 한시름 놓게 됐다”고 말했다. 세계무역센터내 외국계 회사에 근무중인 이정민씨(25·여)의 오빠 태영씨(41)도 12일 밤 생존사실을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씨는 “테러 뉴스를 접하고 동생에게 수백번도 넘게 전화했으나 통화가 안돼 가슴이 터질 지경이었다”면서 “어제 밤에서야 동생이 지난 7일 연수차 뉴욕을 떠나 뉴저지로 간 사실을 확인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무역센터 인근 직장에 근무하는 송은주씨(37·여)의오빠 송영호씨(41·경기도 의정부)는 “사고 이후 부모님은 식음을 전폐했는데 오늘 아침 연락을 받고 눈물을 왈칵쏟아냈다”면서 “동생은 사고후 인근 대피소에서 이틀을보냈고,전화 등 모든 통신이 두절된데다, 휴대폰 배터리도소모돼 연락하지 못했다고 전해왔다”고 소개했다. 이기철 조현석 전영우 안동환기자 hyun68@
  • 美테러 대참사/ 현장 르포

    뉴욕은 손 하나 못써보고 가장 높은 빌딩을 잃었다.그러나 뉴요커들의 가장 귀중한 자산으로 외지인들이 탐내온뉴요커의 높은 기상은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의 붕괴와 함께 넋이 달아난 듯허둥대고 망연자실하던 뉴욕 맨해튼이 하루, 이틀 밤을 지내면서 질서와 기운을 서서히 되찾고 있다.물론 미국 역사상 최악의 테러였던 만큼 일견 회복의 속도와 면모는 보잘것 없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붕괴후 첫 밤이 지난 12일 아침 줄리아니 뉴욕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식품이 도시에 제대로 보급되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먼지의 대폭풍에 지구 최후를 맞는 사람만같던 시민들의 도시와 어울리는 걱정스런 고백이었다.그러나 시장의 고민은 기우로 끝났다.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시점에서 지난하고 큰 진척이 없는 구조작업 외에는 시장이 심각하게 걱정해야 될 거리가 없었다. 붕괴 후 이틀째 밤을 보낸 13일 맨해튼은 외면으론 도시기능이 예전의 반밖에 회복되지 못한 상황이다.그러나 시민들의 내적 회복 상태는 이의 몇배에 이르고 있다. 붕괴 현장 부근인 맨해튼 14가 이남 지역은 출입이 완전금지된 가운데 구조작업이 끈기있게 진행중이다.사방 10블록에 걸쳐 있던 5인치 두께의 먼지와 붕괴 잔해들은 소방대원들의 물청소로 상당폭 정리되었다.붕괴 직후 황량한달풍경에 더 가깝던 모습이 점차 지구풍경으로 돌아오고있다. 지하철은 붕괴 당일 오후 늦게부터 부분 개통되었으며 자동차 통행이 전면 금지됐던 다리와 해저 터널이 현장 인근몇 곳을 제외하고는 다시 열렸다. 그러나 붕괴 현장 이북 도심 지역도 곳곳에 바리케이드가쳐지고 경찰들이 교차로마다 배치된 가운데 행인과 차량들이 평소의 3분의 1에도 못미쳤다.현장에서 30블록 정도 떨어진 번화가 타임즈 스퀘어나 50번가대에서도 문을 열지않는 상점들이 많아 언뜻 ‘버려진 도시’ 인상을 주고 있다. 분명 활기있는 대도시의 상징이었던 맨해튼과는 잘 연결되지 않는 조용함과 침체상이다. 그러나 미증유의 테러 공격을 당한 지 사흘이 채 지나지않은 도시, 붕괴된 건물 잔해 속에 갇혀 대부분이 사망한것으로 추정되는 수천명의 동료 시민들을 구조하거나 시신을 꺼낼 길을 아직 뚫지 못한 도시로서는 대단한 평상심의회복인 것이다. 700만 뉴욕시민이 소리내지 않고 평상으로 돌아가고자 애쓰는 가운데 뉴욕시는 맨해튼 서남부의 붕괴 현장 구조작업에 온 힘을 쏟고 있다.260여명의 소방관과 경찰관이 붕괴 순간 매몰된 현장에는 뉴욕주는 물론 인근 주에서 자원봉사 나온 수백명의 소방관을 포함 2,000명의 구조대들이밤낮을 잊고 붕괴 잔해와 씨름하고 있다.110층이 단 5층으로 압축된 잔해 더미는 바위보다도 무겁고 두껍게 앞을 가로막고 있다. 구조대들은 인근 빌딩 현관바닥에서 한두시간 토막잠으로버티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자원 나온 착암기 전문기사,외과의사도 있다.뉴욕시 인근의 200여 병원은 잔해 더미에서 구조돼 앰뷸런스에 실려올 부상자들을 맞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헌혈요청 방송에 1만명이 넘는 시민들이나와 8시간이나 줄을 서 헌혈하기도 했다. 적십자 요원들은 많은 시민들을 다음에 오도록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다.오직 부족한 것은 붕괴 잔해에서 구조돼 치료받고 일어설시민인 것이다. 뉴욕시민들은 동료 시민들의 구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기도와 함께. 11일 사건 당일 110층 철골빌딩을 무 자르듯한 자살 테러범의 악마적인 의지 앞에 700만 보통사람들인 뉴욕시민들은 영영 기가 꺾이고 오금을 못펴는 듯 했다.그러나 이는테러범의 오산이고 텔레비전 화면으로 목격한 전세계 외지인들의 단견일 뿐이다.뉴욕은 이미 일어서 있다. 김재영기자 kjykjy@
  • 美테러 대참사/ 충격에 휩싸인 초강대국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혼란’ 그 자체였고 ‘충격’의연속이었다. 미국이 공격받는다는 사실에 모두가 망연자실했고 영화속 장면이 현실로 나타난데 대해 믿을 수 없다는표정이었다.공화당의 척 하겔 상원의원은 “제 2의 진주만기습”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상공에는 F 16기가 초계비행을 하고 거리는 M 16자동소총으로 무장한 병력이 관광객을 대신했다.마치 계엄령이 내려진 미국의 수도를 보는 듯했다.연방청사와 의회에소개령이 내려지자 워싱턴은 ‘엑소더스’를 연출했다. 백악관으로 향하는 모든 도로가 폐쇄된 가운데 25만명에 달하는 연방기관 근로자는 외곽으로만 치달았다. 일시에 몰린 차량으로 대부분의 도로는 동맥경화 현상을빚었고 빨간 신호등에도 차량들은 멈추지 않았다.비상차량들은 사이렌을 울리며 질주했고 보행자들은 도로를 마구 건넜다.전투기와 군헬기의 소음이 들릴 때마다 이들은 ‘하느님’을 연발하며 치를 떨었다. 긴급대피령이 내려진 국방부 건물은 11일 오후가 되도록시꺼먼 화염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비행기 공격을 받은서쪽 건물은 불길에 그을려 흉칙한 몰골을 그대로 드러냈다. 더이상 ‘오각형(펜타곤)’의 형상이 아니었다.주변상가는완전히 철시했고 관광객으로 들끓던 의회 주변도 곧 한산해졌다. 백악관에서 두 블록 떨어진 14번가 국립공원 앞 ‘자유광장’에는 성조기가 반만 게양돼 이날 참사를 대변했다.워싱턴 시민들은 “미국의 수도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수 있느냐”고 반문했다.1814년 영국군에 의해 백악관이 불탄 이후 워싱턴에 불길이 치솟은 것은 처음이다. 민간 항공기가 자살무기로 돌변해 세계 금융의 중심지 뉴욕 맨해튼의 무역센터를 강타하자 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출근길로 붐빌 무렵,1동 건물에서 ‘꽝’하는 소리가 울리며 땅이 일시 흔들렸다.비행기와 건물 파편,서류뭉치가 비오듯 쏟아지고 건물 상부에서는 연기가 치솟았다.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연기를 피해 건물 창문에 매달렸던사람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수십m 아래로 뛰어내렸다.거리에서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울부짖었고 구조대도 속수무책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1동 건물이 거대한 연기와 먼지를내뿜으며 무너졌다. 건물로 진입했던 구조대원들을 돌볼 틈도 없이 경찰과 소방대원,시민들은 먼지들 뒤집어쓴 채 정신없이 뛰었다.영화에서나 가능한 장면 그대로다.도로 곳곳에서는 파편에 맞은부상자와 연기에 질식해 속을 게우는 사람들이 즐비했다. 구조대원을 부축해 나오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공포는 부분적인 ‘적개심’으로 변하기도 했다.메릴랜드주 록빌에 사는 줄리아 애덤스는 “정부가 테러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연방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뉴욕의 한 시민은 “계획적인 테러가 진행되는 동안 연방정부는 무엇을 했느냐”고 분노를 표시했다. mip@
  • 바버라 여사 “내가 탄 비행기 납치됐어요”

    민간 항공기가 자살 테러기로 돌변, 미 워싱턴의 국방부건물을 들이받은 11일 오전,문제의 항공기에 탑승중이던바버라 올슨 여사가 마지막 순간까지 남편인 테드 올슨 미법무차관에게 급박한 사태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이자 CNN 방송의 보수논평가로도 잘 알려진 바버라여사는 항공기 충돌 직전, 기내에서 휴대폰으로 남편에게두차례 전화를 걸어 “우리 비행기가 납치돼 납치범들이모든 승객과 승무원을 기내 뒤쪽으로 몰아넣었다.납치범들은 칼과 상자 자르는 커터를 소지하고 있다”고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전했던 것. 바버라의 전화에 따르면 납치범들은 칼로 승무원들을 위협하고 찔러서 승무원들을 제압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내의 마지막 전화’를 받은 올슨 차관은 즉각 법무부에 전화를 걸었으나 법무부가 납치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어 망연자실했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가 2일 전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상원의원의 전기를 쓴 바 있는 바버라여사의 원래 항공편 예약일은 10일.그러나 11일 61회 생일을 맞은 남편과아침식사를 같이 하기 위해 예약을 연기,이날 오전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L.A행 아메리칸 에어라인 비행기를 탔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한 남자 승객도 비행기가 무역센터 건물에 충돌하기 직전자기 아버지에게 두번 전화를 걸어 납치 사실을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자는 전화에서 스튜어디스가 납치범의칼에 찔렸다고 말했다. 이동미기자 eyes@
  • 수마 휩쓸고간 新신림시장

    폭우에 휩쓸려온 80여대의 차량들이 상가와 주택를 덮치면서 거대한 폐차장을 방불케 했던 서울 관악구 신림6·10동신신림시장은 16일 아침이 되면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2∼3시간의 폭우로 모두 9명이 숨졌고, 500여채의 가옥이침수되거나 무너지면서 이재민만 2,000여명이나 발생했다. 망연자실한 채 낙담에 빠졌던 주민들은 아침 9시쯤 먹구름사이로 햇살이 비치자 물에 젖은 가재도구와 전자제품,이불,옷가지,가게 상품 등을 거리에 내놓고 말렸다.거친 물살에휩쓸려 떠내오면서 1km에 이르는 시장 상가와 주택 등을 무너뜨렸던 차량들도 전날부터 동원된 수십대의 견인차량에의해 말끔히 치워졌다. 삽과 곡괭이 등을 나눠 쥔 주민들과 군인들의 얼굴에는 금방 구슬땀이 쏟아졌다.시장 곳곳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를 치우느라 불도저와 굴착기도 굉음을 내며 바삐 움직였다.주민들의 빨래를 돕던 육군 53사단 김일 일병(21)은 “처음 현장을 왔을 땐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만했다”면서 “그러나 하나씩 옛모습을 되찾으면서 복구지원에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관악보건소와 육군 수방사 의무대,인근 강남고려병원 등에서 지원나온 의사와 간호사,위생병들은 장터를 헤집고 다니며 장티푸스 예방접종을 하는 등 방역작업을 펼쳤다. 주민들은 오후 들어 복구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삼삼오오 모여 전날 새벽의 악몽과도 같았던 기억을 떠올리며다시 한번 몸서리쳤다. 주민들은 이번 수해로 곳곳에 금이 간 상가건물들이 조금만 비가 더 와도 무너질 수 있다는 진단에 따라 낮게 드리운 먹구름을 보며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떠내려온차량에 집이 반파된 전상복씨(58)는 “신림시장에 지어진대부분의 건물들은 35년 전에 들어선 무허가 건물”이라면서 “건물도 낡았는데다 침수로 지반이 약해져 걱정”이라고 한숨지었다.신림10동 주민 강귀복씨(69·여)는 “이곳에서 33년 동안 살았지만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라면서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동네 주민들이 온통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복구작업이 진행되는 한편에서는 주민자치위원회의 대책회의가 계속됐다.구청측도 “이번 수해는 복개된 신림천 상류의 배수구가 막혀 일어난 것”이라는 주민들의 주장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그러나 구청측은 자연재해쪽에 보다 비중을둔 반면, 주민들은 배수구가 막히지 않도록 사전조치를 하지 않은 행정기관에 책임이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하이닉스 살리기 ‘물거품’되나

    하이닉스반도체(구 현대전자)에 대한 자금 지원이 정부의잇단 외면과 투신권의 소극적 태도에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안 잇단 시련/ 하이닉스와 재무주간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는 지난달말 1조8,000억원의 외자를 유치하겠다며 회생 의지를 다졌다. 이를 위해 각각 올해말과 내년에 집중된 1조9,000억원과 2조9,00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1년에서 1년6개월로 연장해줄것을 채권단에 요청했다.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차환발행하는 회사채의 만기를 연장하려면 정부의 도움이 필요했다.그러나 정부는 통상마찰을 이유로 뜻밖에 거절을 통보했다. 채권단은 그 대안으로 당초 자신들이 반대했던 하이닉스의전환사채(CB) 1조원을 인수해주기로 했다. 단 은행권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신보)의 보증을 정부측에부탁했다.2일 오후 외환·산업·한빛·조흥 등 은행장들이모여 CB인수를 결정하기로 했으나 정부가 또다시 틀고 나와이마저 무산됐다. ■“정부 도움 없이 혼자 살아야”/ 정부 관계자는 2일 보증거절과 관련, “1개 기업에 (신보의)기본예산의 30%가 넘는 7,000억원을 보증하는 것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정부기관으로서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채권단이 외환은행을 중심으로 신보의 보증 없이도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채권단에 부담을 떠넘겼다. ■망연자실한 하이닉스/ 하이닉스측은 “정부가 지원을 계속거부해 망연자실한 상태”라면서 “공이 채권단쪽으로 넘어간 만큼 지켜볼 뿐”이라며 더이상의 언급을 회피했다. ■마지막 카드인 투신권마저 냉담/ 채권단과 SSB는 이날 투신업계 임원과 사장을 만나 투신권 보유 하이닉스 회사채중올해말 돌아오는 7,500억원어치를 투신권이 다시 떠앉거나은행권의 전환사채(CB)1조원 인수에 부분 참여하는 안을 제시했다.투신권이 참여하면 은행권의 CB발행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측이 “투신권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바람을 잡고 다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투신권의 한 참석자는 “SSB의 요청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이다”고 전했다.전환사채를 인수하거나 회사채를떠앉았다간 수익률 저하와 고객 소송의 우려가 크다며 난색을 짓고 있다. 하이닉스의 외자유치를 위해 다음주로 예정된 SSB의 해외로드쇼가 임박해오고 있다.채권단의 해법에 하이닉스는 목을 걸고 있다. 주현진기자 jhj@
  • ‘北측 고려사항’ 파악에 분주

    13일 오전 북측이 남북 장관급 회담 연기를 통보해온 사실이 전해지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과 통일부,회담이 열릴예정이었던 신라호텔 등에서는 ‘진의’를 파악하느라 바삐움직였다. ■청와대 김대중 대통령은 오전 10시 국무회의 시작 전 김하중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경위를 보고받고 회의를 주재했다. 김 대통령이 이날 “국제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우리의 (대북)정책을 차분히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도 최근 일련의 안팎 움직임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이와 관련,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하루 이틀 지나면 알겠지만 심각하게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회담 연기가 부시 미 행정부에 대한 북한의 첫 반응으로 볼 수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볼 수 없다.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라면,예컨대 ‘작금의 상황 등에서…’라는식의 표현을 쓴다. 그러나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서…’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북한에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하루 이틀 기다려보자”고 답변했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늦어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남북 장관급 회담에선 우리가 할 얘기도 많고,북한이 필요로 하는 사안들이 많다”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 관계자는 또 북측의 사정에 대해서는 “공식적 이유가있다면 우리가 알아차릴 수 있는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라며 “불가피한 상황이 있는 것으로 보며,전금진 북한측 단장의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이날 오전 관계부처간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북측의진의파악에 나섰다. 우선 북측에 유감을 표명하고 조속한 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전화통지문을 보낸 만큼 북측의 입장을보아가면서 추후 회담 일정을 잡는다는 방침이다.곧바로 연락관 접촉을 통해 북측의 ‘여러가지 고려사항’에 대한 파악에 나섰고 유관부처와 토의·검토를 통해 추후 일정에 대해서도 논의할 방침이다. ■신라호텔 회담 대표들이 묵을 숙소였던 신라호텔 관계자들은 회담이 취소됐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한 모습들이었다.영빈관에 설치된 프레스센터에서 취재 준비를 하던 내·외신 기자들도 북측이 갑자기 회담 취소를 통보했다는 소식에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오후 들어 호텔 종업원들은 프레스센터와 본회의장 등에 설치했던 컴퓨터,전화선,인터넷선,책상 등을 서둘러 철거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남북의 회담 대표들이 묵을 객실만 110개를 비워놓았었다”면서 “남북회담은 국가적 행사라 본회의장과 프레스센터가 설치된 루비홀,다이너스티홀 등은 이미예약된 행사를 취소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오풍연 전경하 전영우기자 poongynn@
  • 홍제동 화재참사 문제점과 대책

    4일 화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 9명을 사상케 한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주택 붕괴사고는 소형 건축물에 대한 관리가얼마나 허술한지를 그대로 드러낸 ‘대형 인재(人災)’였다. 붕괴 건물은 71년 지어진 뒤 수차례 시멘트 땜질 보수공사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불에 견딜 수 있는 내화(耐火)철골물로 지은 것이 아니라 단순히 벽돌을 쌓아올린 탓에조그마한 충격에도 쉽게 내려앉을 위험이 상존했던 것으로주위 사람들은 전했다. 이웃 김모씨(51)는 “잦은 보수공사와 증축공사로 누더기같은 집이었다”면서 “철근과 벽돌로 지은 것이 아니라 시멘트를 덧발라 보기에도 위태위태했다”고 전했다. 건축 전문가들도 2층에 건평 80평의 건물이 불이 난 지 불과 24분 만에 무너져 내린 점에 비춰 이같은 문제가 있었던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건축법 제40조 및 시행령 58조에 따르면 단독주택 중다중주택·다가구주택 등 2층 이상 400㎡ 이상의 건축물에대해서는 내화시설을 갖출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서울 M건축 대표 김모씨(42)는 “최근 주택공급을 늘리기위한 고육책으로 건축허가 절차가 간소화된 다가구주택 등공동주택에 대한 안전점검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장 접근을 못해 초기진화가 어려웠던 점도 소방관들의 희생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큰 길에서 화재 현장까지 150m에 이르는 폭 6m의 도로는 승용차 두대가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데다 특히 현장 부근에는 양쪽에 주민들이 세워둔 차량들로 꽉 차 진입이 불가능했다.화재 현장은 골목의 막다른 집이었다. 이 때문에 소방관들은 이면도로 벽면에 설치돼 있던 소화전에 소방호스를 연결해 진화에 나섰고,호스를 들고 뛰어 현장으로 뛰어 들어간 9명이 때마침 무너져 내린 건물 더미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숨지거나 다쳤다. 송한수기자 onekor@. * 세곡동 화재 현장. ◆화재 발생=세곡동 율암마을 화훼단지에 불길이 치솟은 시각은 4일 새벽 4시30분쯤.비닐하우스 안에는 이일행(李一行·58)씨 일가족 11명이 곤히 자고 있었지만 막내딸 기훤(錤煊·20·여)씨만 구조됐고 10명은 숨졌다.큰아들 준석(俊析·31)씨와 셋째아들 창현(昌鉉·25)씨는 집에서 잠을 자지않아 화를 면했다. 이웃 이성갑씨(46)는 “잠자리에 들려는데 ‘펑펑’하는 소리와 함께 이일행씨의 비닐하우스에서 연기와 화염이 치솟고 있었다”면서 “불길이 너무 거세 구조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희생자 주변=숨진 이씨 가족 13명은 슈퍼마켓 운영에 실패한 뒤 이곳으로 와 비닐하우스 내부를 칸막이로 막아 6칸으로 나눠 방을 꾸며 살아 왔다. 율암마을은 10여년 전부터 조성된 꽃동네다.생활이 어려운30가구 120여명이 비닐하우스를 개조해 살고 있다. 전영우기자 onekor@. * 박준우소방사 약혼녀 넋잃은 통곡. “이번주에 함께 혼인신고를 하러 가기로 했는데….” 4일 서울 홍제동 화재 현장에서 숨진 서울 서부소방서 박준우(31)소방사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영안실에서는 박씨의 약혼녀 장미정씨(31)의 통곡이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10일 함께 살 집에 이사하기로 했다”며 말을 한동안 잇지 못한 장씨는 “그이가 지금 당장이라도 눈 앞에 손을 흔들며 나타날 것같다”며 갑작스러운 비보에 망연자실했다. 보험설계사인 장씨가 박씨를 만난 것은 지난해 10월.서부소방서를 찾았다가 박씨의 성실함에 반해 결혼을 결심했다.장씨는 “어제 몸이 아파 전화 통화로 안부를 대신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면서 “위험한 직업이라고 친정에서 반대하자 ‘꼭 당신을 지켜주겠다’며 안심시키던 듬직한 사람이었다”며 울먹였다. 99년 10월 서부소방서 구조대에 임용된 박씨는 중·고교때유도를 하고 특전사를 제대한 만능 스포츠맨으로 사고 현장에서 몸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1년6개월 된 ‘신참’이지만 지금까지 1,300여회나 구조 출동을 해왔다. “걱정 같은 거 하지 말고 잘자.준우가 꿈에서 함께 지켜줄께….” 지난 3일 밤 11시41분 박씨가 장씨의 이동전화에 마지막으로 남긴 문자 메시지를 바라보던 장씨는 계속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대구에서 상경하느라 뒤늦게 영안실에 도착한 아버지 박신길씨(61)와 어머니 김원숙씨(63)도 아들의 시신을 확인하고비통해하다 실신했다. 동기생 오세종씨(31)는 “박씨는 평소 ‘다시 태어나도 소방관으로 일하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며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강직한 소방관이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안동환기자. * 소방공무원 근무실태. 행정자치부는 4일 서울 홍제동 화재참사와 관련,소방관들의열악한 근무조건 개선방안 마련에 나섰다. 현재 소방관들의 주당 근무시간은 평균 84시간.비번일 순찰까지 포함하면 100시간에 이른다.24시간 근무하는 재난상황실은 3교대로 운영중이다.위험수당은 월 2만원.특전사 장기복무자 3만8,000원,경찰특공대 4만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군·경의 경우 현장 순직은 물론 일반 순직자까지 국립묘지에 안장되지만 소방공무원은 화재 현장에서 사망할 경우에 한해 개별심의를 거쳐 국립묘지 안장 자격이 주어진다. 과다 출동도 문제다.서울의 경우 75개 구급대가 하루 평균 10∼19건 출동하고 있으나 2교대 근무에 만족해야 한다. 한편 이날 사고로 순직한 소방관들에게는 유족보상금과 사망조의금 등 1인당 평균 5,600만원 안팎의 보상금이 지급된다.국가유공자로 지정될 경우 유족들은 월 50만원씩의 보훈연금을 받는다. 오일만기자 oilman@
  • 대우車 사태 해고통지서 발송 안팎

    18일 오전 노조원들과 경찰이 두차례 충돌을 빚은 이후 경찰이 부평공장으로 통하는 4개 출입구를 완전히 봉쇄한 가운데 노조원들은 공장내 ‘조립4거리’에 대형텐트 14개를 쳐놓고 장기 농성에 대비. 이들 가운데는 해임통보를 받은 사원의 부인 30여명도 아이와 함께 참가해 긴장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노조원들은 회사 구내식당에서 자체적으로 식사를 해결하고있으나 경찰의 봉쇄로 침구류, 난로 등 부대시설물을 충분히들여오지 못해 장기농성에는 한계가 있으리라는 지적도 일고있다. 이에 앞서 17일 대우차 생산직 직원들이 모여 사는 인천시서구 가정동 대우차 직원임대아파트는 정리해고 통지서가 집배원을 통해 한장씩 날아들면서 온통 눈물바다가 돼버렸다. 이곳에 사는 320가구 중 모두 108가구가 이날 통지서를 받았다. 전날 통지서 발송소식을 듣고 초조히 기다리던 직원들도 막상 통지서가 집으로 배달되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김모씨(33·조립1부)는 “회사의 취업대책이 배운 사람들한테나 해당되지 인터넷,컴퓨터도 모르는 우리들한테 무슨 도움이 되느냐”며 “이제 조합밖에 매달릴 데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통지서를 배달한 서인천우체국 집배원 하영기씨(35)는 “집배원 생활 10년 만에 이렇게 안좋은 우편물을 무더기로 배달해 보기는 처음”이라며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
  • 대우건설 장영수사장 구속 파장

    건설업계는 장영수(張永壽) 대우건설 대표이사 겸 대한건설협회 회장의 구속으로 사정한파가 부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일부에서는 소문으로만 나돌던 건설업체 경영자들의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가 사실로 판명된 것 아니냐며 당혹해 하기도 했다. ■대우건설 영향없나 27일 ㈜대우로 부터 분리된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새출발하는 첫날 이런 일이 터졌다며 망연자실해 했다. 그러나 장 회장이 대우건설의 경영에는 일체 간여하지 않아 경영공백 등의 사태는 없을 전망이다.건협회장은 현직 경영인이어야 한다는규정 때문에 장 회장은 대우에 이름만 걸쳐 놓았을 뿐 급여조차 없는명목상의 공동 대표이사였기 때문이다. ■향후 파장은 장 회장이 건협 회장을 그만두면 새 회장을 선출하겠지만 사퇴를 하지 않는다면 당분간 7명의 부회장 가운데 한명이 대행할 가능성이 크다.그러나 그동안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의 대표이사가 건협회장을 맡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던점을 감안하면 내년 초 정기총회에서는 장 회장의 퇴진문제가 불거질전망이다. 한편 건설업계 주변에서는 장 회장이 배임이라는 개인비리로 구속됐지만 본격적 사정의 신호탄이 쏘아진 것이 아니냐며 긴장하고 있다. ■장영수는 누구 지난 59년 서울대 공대 건축과를 졸업한 뒤 산업은행 등을 거쳐 84년 ㈜대우 상무이사로 입사,23년 남짓 대우건설과 계열기업인 경남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건설통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張來燦씨 자살 이모저모

    장래찬 전 금융감독원 국장이 31일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검찰은 말할 것도 없고 금감원 직원들도 망연자실하는 모습이었다.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 수사팀인 서울지검 특수2부의 검사들과 수사관들은 삼삼오오 모여 귓속말을 주고받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이날 낮까지만 해도 ‘장 전 국장 신병확보 방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다각도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던 이기배(李棋培) 3차장검사는 “황망하다.검사들과 향후 대책과 수사방향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한 뒤 입을 다물었다. ◆금융감독원 직원들도 장 전 국장의 자살소식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장 전 국장의 성격이 의외로 소심해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따른 중압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금감원의 한 고위간부는 “금감원을 둘러싼 의혹을 규명해야 하는데…”라며 “이러다 금감원 임·직원을 상대로 한 로비설의 진위여부등 진실규명 작업이 미궁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W아파트 10동 1401호 장씨의 자택은 지난 23일장씨 부부가 집을 나선 뒤 계속 굳게 문이 잠긴 채 인적이 끊겼고 현관 앞에는 신문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박현갑 이송하 윤창수기자 eagleduo@
  • [현장] “한푼이라도” 애타는 피해사연

    “남편이 평생을 고생해 번 퇴직금인데….무슨 낯으로 집에 들어가요.내 돈 좀 찾게 해 주세요” 27일 정현준씨를 사기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소액주주 대표 김모씨가 근무하는 서울 대치동 A증권 지점 객장에는 피해자들의 하소연이끊이지 않았다. 김씨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러 온 투자자들은 ‘몇 푼이라도 건질 수 없겠느냐’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숨을 쏟아냈다. 사연들은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서울 신림동에 사는 조모씨(60·여)는 남편 퇴직금과 친척들에게 빌려 투자했던 1억3,500여만원을 모두날리게 됐다. 주식에 어두웠던 조씨는 지난 1월 초 동네 H증권 영업직원의 권유로평창정보통신 주식 3,300주를 4만2,000원에 장외 매수했다.‘대박 종목’이라는 말에 욕심이 생겨 주변의 돈을 끌어모았다.하지만 이후주가는 끝없이 추락,1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빚쟁이’들은 돈을 갚으라고 독촉을 해댔다.그러다 평창정보통신에서 1만5,000원에 주식을 공매하겠다는 소식을 들었다.남편 퇴직금은 못건지더라도 친척들의 돈은 갚아야 겠다는 생각에 큰 손실을 감수하고 공매를 신청했다.하지만 결과는 정씨의 ‘사기’로 있던 주식마저 몽땅 날리고 말았다. 50대 주부 박모씨는 정씨가 추진했던 지주회사인 ‘홀딩컴퍼니’에지난달 6일 1,300만원을 투자했다가 떼일 처지에 놓였다.정씨의 번지르르한 선전에 속아 투자했다는 박씨는 ‘실직한 남편 몰래 돈을 넣었다가 한달 만에 모두 날렸다’며 땅을 치고 있었다. 이날도 주가 하락으로 시퍼렇게 변한 시세판 뒤에선 “주식이 사람다잡았어…”라는 투자자들의 푸념이 들려왔다. 조현석 경제과학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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