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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봄의 전령’ 검은등뻐꾸기는 어떻게 우나?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봄의 전령’ 검은등뻐꾸기는 어떻게 우나?

    며칠 전부터 숲에서 검은등뻐꾸기가 아름답게 우짖는다.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으면, 어찌 저런 소리가 살과 피로 이루어진 성대에서 나올 수 있을까, 참으로 감탄을 금치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저 공룡의 후예인 새들은 종류도 다양하거니와 그 지저귀는 소리 또한 얼마나 다채로운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래서 어떤 작곡가는 "새들의 소리를 들어라. 그들은 거장이다" 하며 영감을 얻기 위해 평생 새소리 채집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새 종류​만큼이나 많은 새소리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이색적인 새소리의 하나가 검은등뻐꾸기 소리가 아닐까 싶다. 봄철 산에서 자주 듣게 되는 이 희한한 새소리는 언제나 변함없이 '오 호 호 호~' 네 음절이다. 앞의 세 음절은 음정이 같고, 마지막 음절은 뚝 떨어진다. 음계로 치면 미 미 미 도쯤 된다. ​이 새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얼마나 새이름이 알고 싶었는지, 나중엔 유명 조류학자에게 전화를 하기도 했지만, 새소리를 녹음해 오라는 말에 포기하고 말았다. ​ ​내게 이 새의 이름을 가르쳐준 이는 새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로, 묻자마자 대뜸 "검은등뻐꾸기죠. 뻐꾸기보다 등 빛깔이 어두워 그런 이름이 붙었죠. 새소리가 워낙 특이해서 흉내 소리만 들어도 금방 알 텐데 이상하군요" 하면서 새소리를 흡사하게 흉내내 보는 것이었다. "오 호 호 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새는 뻐꾸기의 한 종으로, 생김새도 뻐꾸기와 비슷하다. 다만, ​눈의 테두리가 다른 뻐꾸기류에 비해 뚜렷하지 않다. 날개의 길이는 21cm 정도이며, 배의 검은색 가로줄이 굵고, 머리와 가슴은 회색, 등과 꼬리는 어두운 회갈색을 띠고 있다. 꼬리 끝부분에 검은 띠가 있고 끝이 희다. ​​인도,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지에서 겨울을 난 후 봄이면 한국, 중국 등으로 북상하는 철새이다. 그래서 영어 이름이 인디언 쿠쿠라고 한다. 그 사람들은 이 새소리를 '보 코 타 코(bo-ko-ta-ko)'라고 듣는다. 중국에서는 이 새를 사성두견(四聲杜鵑)이라 한다. ​주로 큰 교목(喬木)으로 이루어진 높은 산의 숲에서 살며, 곤충과 유충을 잡아먹는 검은등뻐꾸기는 여느 뻐꾸기처럼 다른 새 둥지에 알을 낳아 위탁하여 부화시키는 탁란을 한다. ​ ​그런데 이 검은등뻐꾸기의 모습은 좀처럼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저 울음소리만 들려주며 존재를 확인시킬 뿐이다. 높은 산 높은 나뭇가지에만 앉는 이 새는 그만큼 수줍음이 많다는 뜻이다. 필자 역시 가지에 앉은 먼 모습과 나는 모습만 보았지, 제대로 관찰한 적은 없다. 만약 당신이 산을 오르다가 나뭇가지에 앉은 검은등뻐꾸기를 본다면 큰 횡재를 한 셈으로 쳐야 한다. ​흔히 소쩍새나 뻐꾸기처럼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고 하지만, 이 검은등뻐꾸기에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개 저 듣고 싶은 대로 듣는데, '첫차 타고 막차 타고' '혼자 살꼬 둘이 살꼬' '작작 먹어 그만 먹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또 스님의 귀엔 '머리 깎고 빡빡 깎고'로 들린다고도 하지만, 가장 유명한 '해석'은 '홀딱벗고 홀딱벗고'란다. 어쩌면 '야하게'도 들리는 이 해석에는 다음과 같은 '야한' 설화가 따라붙는다. 끈질긴 인간 애욕이 새소리에까지 투영되었다고나 할까. ​ 옛날 옛적 한 젊은 스님이 절에 기도하러 올라온 자태 고운 한 과부에게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스님은 번뇌를 벗어버리기 위해 주문을 외며 스스로를 다그쳤다. 사랑도 홀딱 벗고, 번뇌도 홀딱 벗고, 미련도 홀딱 벗고…. 하지만 한번 일어난 정념은 가라앉지 않았고, 스님은 끝내 마음의 병을 얻어 세상을 뜨고 말았다. 스님은 나중에 검은등뻐꾸기로 환생하여 후생들에게 나를 거울삼아 더욱 용맹정진하라고 목이 쉬도록 '홀딱 벗고' 하며 울어댄다는 설화이다. ​이 설화에 기대어 동자승 그림을 잘 그리는 원성 스님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기기도 했다. ​홀딱 벗고마음을 가다듬어라. 홀딱 벗고 아상도 던져 버리고. 홀딱 벗고 망상도 지워 버리고 홀딱 벗고 욕심도, 성냄도, 어리석음도...홀딱 벗고 정신차려라.(중략) 아득한 옛적부터 들려오는 소리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들려오는 소리 강당으로 향하는 길목에 어김없이 들리는 소리 온종일 가슴 한켠 메아리치는 홀딱벗고새 소리(후략) ​예로부터 이 검은등뻐꾸기 울면 보리가 여물어 거둘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고 한다. 늘 배가 고팠던 민초들에겐 지긋지긋한 보릿고개를 넘었음을 알리는 기쁜 소리이기도 했다. 그래서 검은등뻐꾸기는 보리새라고도 불렸다. ​오 호 호 호~ 오 호 호 호~ 비 오는 봄날, 뒷산 숲에서 검은등뻐꾸기가 진종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 개성미 넘치는 새 역시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어 오늘날에는 관심종에 오를 만큼 보기 힘든 새가 되었다. 이들이 제대로 살 수 있게끔 지구를 지키는 것이 인류의 의무이자 책임이 아닐까?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해를 처음 만나다, 동해 그곳에서

    해를 처음 만나다, 동해 그곳에서

    북방교역의 전진기지이자 환동해권의 중심 도시로 강원 동해시가 뜨고 있다. 인구 9만 5000여명, 면적 180.2㎢의 바닷가 작은 도시지만 이미 동해항에서 금강산 관광의 첫 뱃고동을 울렸다. 지금은 한·러·일을 오가는 크루즈 페리가 운항되고 있다. 동쪽으로는 푸른 동해를, 서쪽으로는 백두대간을 병풍처럼 둘러 바다·산·계곡 등 천혜의 자연자원을 갖춘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두타산과 청옥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무릉계곡 명승지와 동해안 최대 백사장을 자랑하는 명사십리 망상해수욕장, 국내 유일의 석회암 수평 동굴인 천곡천연동굴, 추암 촛대바위, 묵호등대마을 논골담길 등이 대표 관광지다. 묵호항에서 대진항까지 바닷가를 따라 늘어선 어항에서는 곰치국, 대게, 산오징회, 물회, 해물찜뿐 아니라 수많은 횟감과 러시아산 동해 대게가 관광객들의 입맛을 돋운다. 바닷가와 인접한 도로를 따라 줄곧 이어지는 명태·오징어 말리는 어촌 풍경 길도 드라이브하기에 제격이다. 전국 5대 전통시장으로 유명한 북평민속장에 들러 다양한 지역 특산품과 민속 음식도 즐길 수 있는 정감 어린 동해시로 여행을 떠나 보자. >>볼거리 ●사진작가 사로잡은 일출 명소 ‘촛대바위’ 애국가 첫 소절 배경 화면으로 유명세를 타는 곳이다. 주변의 각종 기암괴석과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 있는 촛대바위가 감탄을 자아낸다. 추암해변 북쪽 바다에는 촛대바위를 중심으로 형제바위·거북바위·코끼리바위 등 다양한 모양의 기암이 물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특히 촛대바위는 떠오른 태양이 바위 꼭대기에 걸리면 마치 양초에 불을 붙인 것처럼 보여 장관이다. 사진작가들이 단골로 찾는 최고의 출사 장소로 손꼽힌다. 촛대바위 덕분에 추암해변은 동해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해돋이 명소로 알려졌다. 해변 남쪽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하게 해를 맞으며 사색에 잠기기 좋은 곳이다. 조선 세조 때 한명회는 강원도 제찰사로 있으면서 추암해변의 아름다움에 반해 ‘미인의 걸음걸이’라는 뜻으로 능파대라 부르기도 했다. 인근에는 고려 공민왕 때 삼척 심씨 시조인 심동로가 관직에서 물러난 후 후학 양성을 위해 건립한 지방문화재 해암정이 있다. ●묵호항의 역사 오롯이 배어 있는 ‘논골담길’ 논골담길은 1941년 개항한 묵호항의 역사와 삶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감성스토리마을에 있다. 논골담길은 묵호항에서 묵호등대로 올라가는 골목길 이름이다. 담 사이로 이어진 길이 좁고 길어 미로와 같다. 최근에는 지역 작가들이 골목길 담에 근래의 역사·문화·생활상을 담은 벽화를 그려 넣어 주목받고 있다. 담에 그린 벽화는 묵호항 개항 이후 판잣집, 어부의 애환, 지천을 이루던 명태·오징어 등 논골담길의 옛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해문화원이 주관한 2010 어르신생활문화전승사업 묵호등대담화마을(논골담길)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지역 어르신들과 예술가들이 참여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제 잿빛 바다라 불리던 묵호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이곳의 사람들은 논골담길이란 이야기로 더 넓은 세상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논골담길을 따라 산비탈을 오르면 동해를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묵호등대에 다다른다. ●금강산 구룡폭포도 부럽지 않은 ‘용추폭포’ 떨어지는 폭포가 바위를 기기묘묘하게 깎아 놓은 곳이다. 용추는 동서 방향의 절리로 형성된 절벽에 따라 소가 형성돼 특이한 경관을 연출한다. 무릉계곡에 나타나는 단애와 폭포 등이 전형적인 화강암 계곡의 침식과 퇴적 지형을 나타내고 있어 학술적 가치도 높은 명승지다. 용이 승천하는 듯한 모양을 지닌 상탕, 옹기항아리 같은 형태의 중탕, 옥색의 큰 소를 이루는 하탕으로 구성돼 있다. 높이가 30m가 넘는 곧게 내리쏟는 폭포의 옆에 서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 금강산 구룡폭포에 비견된다. 어느 묵객이 새겨 놓은 별유천지(別有天地)라는 대형 석각이 이곳의 자연경관을 대변해 주고 있다. 부사 유한준이 용추(龍湫)라 이름 짓고 글을 썼다고 전해진다. ●수백명이 앉을 수 있는 규모 ‘무릉반석’ 무릉계곡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넓은 반석은 석장암동(石場岩洞)이라고도 불린다. 수백명이 함께 앉을 수 있을 만큼 넓은 안반석은 주변의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또 암석에 새겨진 갖가지 석각이 이채롭다. 무릉반석 암각서는 동양의 근본 사상인 유불선 사상을 잘 나타내고 있고 인간 만남의 조화, 통일, 일체 화합을 의미하는 글귀로 잘 알려졌다. 반석 위에 새긴 초서체 글자는 높이 3m, 길이 10m에 이르는 대작이다. 이 글씨는 봉래 양사언이 강릉부사로 있을 때 이곳을 찾았다가 썼다는 설과 삼척부사 정하언이 무릉계곡을 찾아 썼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동해시는 오랜 세파에 글자가 희미해지고 마모되는 것이 안타까워 1995년 물길이 닿지 않는 곳에 모형 석각을 제작해 놨다. ●4㎞ 넘는 긴 백사장 자랑하는 ‘망상해변’ 얕은 수심, 청정 바닷물, 넓은 백사장, 울창한 송림 등 동해안 제일의 해변을 자랑하는 망상해변은 해마다 600만~700만명의 피서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최근에는 1등급 관광호텔 등 숙박과 각종 편의시설 확충으로 사계절 관광지로 변모해 가고 있다. 4㎞가 넘는 넓은 백사장과 푸른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 떼가 함께하는 조용한 가족 동반 힐링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인근에는 국내 최초로 조성된 자동차 전용 오토캠프장이 있다. 울창한 송림과 깨끗한 백사장, 맑은 바다가 어우러진 자연 친화적 레저 공간으로 캐러밴, 프리텐트촌, 캐빈하우스, 아메리칸코테지 등 안락한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다. 상설캠프장은 자연경관 보존형 시설을 중심으로 조성됐다. 가족 단위 휴양 여건이 훌륭히 갖춰진 새로운 레저 문화를 창출하는 공간이다. ●국내 유일 도심 속 석회동굴 ‘천곡천연동굴’ 천곡천연동굴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도심에 위치한 석회동굴이다. 높이 10m, 연장 1.4㎞ 규모의 천연 석회암동굴로 생성 시기는 4억~5억년 전으로 추정된다. 동굴 내에는 국내에서도 으뜸인 석순과 석주 등이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다. 아직 종유석이나 석순 등 2차 생성물이 있는 동굴 내부는 환상적인 지하 궁전의 세계를 방불케 한다. 동굴은 학술적 가치는 물론 관광 개발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총연장 1.4㎞ 가운데 800m만 단계적으로 개발해 개방하고 나머지 600m는 보존지구로 지정해 관리되고 있다. ●조선시대 문인들 마음의 휴양처 ‘만경대’ 척주팔경의 하나였던 만경대는 광해군 때 김훈이 벼슬을 사임하고 고향에 돌아와 창건한 정자다. 정자 서쪽으로는 동해시의 어머니 산으로 불리는 두타산, 동쪽으로는 동해물류센터 거점 동해항, 정자 아래로는 동해시의 젖줄인 전천이 굽이쳐 흘러 삼척의 죽서루와 쌍벽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시인과 묵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삼척부사 허미수가 경관이 수려해 만경이라 불렀고, 이후에 만경대로 바뀌었다. 판서 이남식의 해상명구(海上名區) 현판이 있고 정면에는 향토명필 옥람 한일동 선생의 만경대 액판이 있다. ●전국 제일의 힐링시설 ‘동해무릉건강숲’ 동해무릉건강숲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성 질환을 예방하고 교육하는 시설인 강원권역 환경성 질환예방센터다. 하루 100여명이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힐링 숙박동과 테마체험실, 자연식 건강식당, 어린이 건강체험관 등을 갖추고 있다. 무릉계곡에 위치해 최상의 환경 여건을 갖춘 곳이다. 환경성 질환에 국한하지 않고 아토피, 천식 예방관리사업, 건강생활 실천사업 등 건강증진사업과도 접목해 운영된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뇌졸중, 스트레스 등을 유발하는 도심의 오염된 환경을 떠나 몸과 마음의 휴식을 통해 건강을 찾는 전국 제일의 힐링시설로도 운영되고 있다. >>먹거리 ●성인병에 좋은 산지 해산물의 유혹 ‘해물탕’ 동해 연안은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며 대구 등 한류성 어종과 오징어, 꽁치, 고등어 같은 난류성 어종이 풍부하고 어패류도 풍족해 해물을 이용한 탕과 찜 요리가 발달했다. 다양한 어류와 어패류에 갖은 양념과 채소를 곁들여 요리한다. 해산물에는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지방 함량은 적어 맛이 담백하고 소화도 잘된다. 또한 꽃게, 오징어, 조개류에는 타우린이 풍부해 고혈압, 심장병, 간장병 등 각종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게에는 핵산이 많이 들어 있어 노화를 방지해 주고, 조개류는 글리코겐과 글리신이 풍부해 특유의 감칠맛이 있어 시원한 국물을 내는 데 제격이다. ●갓 잡아 올린 신선함이 한가득 ‘활어회’ 활어회는 동해 청정 지역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함을 그대로 맛볼 수 있다. 동해시 재래시장인 중앙시장 주변은 물론 동해안을 따라 2㎞가량 형성된 묵호·어달회타운에서 즐길 수 있다. 대합은 동해에서 흔히 잡히는 조개로 주로 백합이라 불리며 요즘이 제철이다. 호박산이 풍부해 맛이 구수하다. 특히 요즘 같은 봄철에는 청정 동해에서 손낚시로 잡아 올린 가자미 등을 뼈째 썰어 먹는 ‘세꼬시’가 제격이다. 작은 생선을 뼈째 통으로 썰어 내면 까슬까슬한 식감과 뼈의 고소함을 함께 맛볼 수 있다. 칼슘까지 섭취할 수 있어 영양에도 좋다. ●한 그릇 후루룩 비우면 숙취 싹 ‘곰치국’ 심해 500m 청정 지역에만 산다는 곰치는 숙취 해소에 좋다. 곰치에 신김치를 같이 넣고 얼큰하게 끓여 내면 곰치국이 된다. 곰치는 워낙 살이 흐물흐물해서 씹기도 전에 후루룩 목으로 넘어가는데, 얼큰한 국물과 함께 전날 마신 술이 저절로 해장이 된다. 반찬으로 나오는 가자미회의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동해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사회신용 왜 기본소득이 필요한가(클리포드 더글러스 지음, 이승현 옮김, 역사비평사 펴냄) 192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사회신용론’의 창시자가 1924년 쓴 ‘사회신용’ 한국어판이다. 대학을 중퇴하고 엔지니어로서 여러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저자는 노동자들의 소득 총액으로는 상품의 총체를 매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문제를 깊이 탐구해 사회신용론을 탄생시켰다. 재산·노동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개별적으로 무조건 지급하는 소득인 ‘기본소득’의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특히 기본소득을 통한 분배 정의의 실현 등 사회신용론이 지향하는 핵심 주장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면서 불황과 공황의 시대에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를 조목조목 짚었다. 200쪽. 1만 2800원. 북한, 조선으로 다시 읽다(김병로 지음,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펴냄) ‘조선’으로 북한을 읽는다는 말은 북한을 과학적이고 내재적인 분석을 통해 평가해야 한다는 방법론을 가리킨다. 남한은 대한민국이라는 역사적 정체성이 있듯이 북한도 조선의 역사와 정체성이 있다. 조선 안으로 들어가 보면 나름대로 합리적 행동 원칙이 존재한다. 저자는 그 안에 깊은 좌절과 분노, 한국전쟁의 엄청난 피해와 충격으로 자폐적 특질이 형성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전쟁 이후 전시체제 형성(1950~60년대), ‘주체’ 사회주의 체제 구축(1970~80년대), 탈냉전 후 ‘조선’ 사회의 분화(1990~2000년대), 사회 체제의 미래전망(2010~2020년대) 등 4부로 구성된 책은 북한의 폐쇄적 사회체제의 진화 과정을 탐구했다. 532쪽. 3만 2000원. 과학의 망상(루퍼트 셸드레이크 지음, 하창수 옮김, 김영사 펴냄) 우리가 믿고 있는 현대 과학의 이론은 모두 진리일까? 영국 과학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현대 과학이 ‘착각’하는 믿음 10가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예컨대 ‘자연법칙은 영원불변한 것’이라는 현대 과학의 믿음에 저자는 ‘모든 것이 진화하는 거라면 왜 자연의 법칙만은 자연의 변화에 따라 진화하지 않는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품는다. 특히 세상 만물의 근본적인 이치는 이미 이론적으로 설명됐다고 여기는 현대 과학의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한다.과학적 사고를 지배하는 신념 체계는 사실 19세기에 구축된 이념에 근거한 신앙과도 같은 행위일 뿐이며 이런 믿음이 강력한 힘을 가지는 것은 대부분 과학자가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 주장이다. 524쪽. 2만 2000원. 태양 아래 모든 것(데이비드 스즈키·이언 해닝턴 지음, 우석영 옮김, 로도스 펴냄) 4월 22일은 전 세계적으로 기념하는 ‘지구의 날’이다. 이 책은 캐나다의 유전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저자들이 지구 환경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대처를 담아 자연과 인간이 함께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을 제시한다. 책은 오늘날 인류의 활동으로 어떤 규모로 생물종들이 멸종되고 있는지부터, 현대도시와 에너지 문제, 경제와 기후변화, 그리고 어류 남획의 현실과 바다를 둥둥 떠다니는 플라스틱 섬 이야기를 건넨다. 저자들은 개인이나 단체, 국가 단위가 아닌 지역·국제 단위의 조속한 협력이 필요하며 현 인류의 라이프 스타일로는 지구 문제에 대처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336쪽. 1만 6000원. 후쿠시마의 고양이(오오타 야스스케 지음, 하상련 옮김, 책공장더불어 펴냄) 2011년 3월 동일본 원전 폭발사고 이후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을 촬영해 사진집을 낸 일본 사진작가의 두 번째 책. 동물을 돌보는 마츠무라와 고양이 시로·사비의 모습을 통해 오늘의 후쿠시마 모습을 담았다. 마츠무라는 후쿠시마에 자발적으로 남아 동물을 돌보는 사람이다. 사진 속 자연은 마치 원전 폭발이 없었던 것처럼 아름답다. 또 천진난만하게 노는 시로와 사비의 모습도 평화롭다. 그러나 마츠무라와 시로·사비 외에는 어느 한 명 보이지 않는 배경이 후쿠시마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마츠무라는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을 돌보며 끝까지 지켜주며 살아가고 싶다. 버려진 동물들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기에…. 104쪽. 1만원.
  • “내 편 왜 안 들어줘”…30대女 경찰서 황산 테러

    “내 편 왜 안 들어줘”…30대女 경찰서 황산 테러

    온라인서 구입…위험물 유통 허점 30대 여성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자기 편을 들어 주지 않는다며 경찰서에서 황산을 뿌려 경찰관 1명이 화상을 입었다. 이를 말리던 경찰관 3명도 부상을 당했다. 이 여성은 인터넷을 통해 황산을 구입했다고 밝혀 위험물질 유통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허점이 드러났다. 4일 오전 8시 45분쯤 서울 관악경찰서 3층 사이버수사팀 사무실 앞 복도에서 전모(38·여)씨가 보온병에 담아 온 황산 250㎖를 박모(44) 경사 등 경찰관 4명에게 뿌렸다. 이로 인해 박 경사는 얼굴과 목, 가슴 부위에 2도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전씨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정모(41) 경위 등 3명도 손등 등에 황산이 튀어 부상을 당했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쯤 사이버수사팀을 찾아와 “왜 전화를 안 받느냐”며 난동을 부렸다. 박 경사는 전씨의 난동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전씨가 흉기를 소지한 것을 발견하고 이를 빼앗은 뒤 진정시키기 위해 복도로 데리고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전씨는 2013년 9월 전 남자 친구가 다시 만나자며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이를 처벌해 달라고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박 경사를 알게 됐다. 고소는 각하됐지만 이후 전씨는 박 경사를 ‘담당 경찰관’이라고 생각하고 수시로 전화와 문자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의 전화는 올해 2월 자신이 사는 건물의 유리창을 깨뜨린 혐의로 수사를 받자 더욱 잦아졌다.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서도 박 경사에게는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에서 전씨는 “과거 친절했던 박 경사가 이번에는 내 편을 들어 주지 않아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프로파일러 조사 결과 전씨가 피해망상 증상을 보였고 2012년 불안감과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며 한의원을 방문한 기록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5일 전씨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은 전씨가 인터넷 오픈마켓을 통해 지난해 11월 황산 500㎖를 구입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정확한 구입 경로를 확인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황산과 염산 등 유해 화학물질의 온라인 유통을 막겠다며 지난해 11월 대형 오픈마켓 3사와 협약을 맺어 감시를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박성수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염산, 황산 등을 도매 시장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범죄에 언제든지 악용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클래식 팬과 함께한 ‘아르스 노바’ 10주년

    클래식 팬과 함께한 ‘아르스 노바’ 10주년

    진은숙 감독 곡 선별 기획공연… 아시아·국내 초연곡 잇따라 연주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 동시대 음악의 흐름을 짚어 주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이 프로그램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곡만 170여곡에 이른다. 여기에는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의 공이 컸다. 2006년부터 아르스 노바 예술감독을 맡은 그는 매년 세계에서 발표되는 곡을 일일이 듣고 선별해 기획공연으로 꾸려 왔다. 최근 기자간담회를 연 진은숙 작곡가는 “아르스 노바는 이제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음악 시리즈가 됐다”며 “처음에는 단원들도 고생이 많았지만 현대음악을 연주하면서 자신감도 붙고 연주 수준도 높아져 해외 투어 때도 인정받게 됐다”고 자평했다. 올봄 열리는 두 차례의 아르스 노바 시리즈에서도 아시아 혹은 국내 초연곡이 잇따라 연주된다.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리는 체임버 콘서트에선 리게티의 첼로 소나타, 힌데미트의 실내악 1번을 들려준다. 최지연의 ‘망상’은 세계 초연, 횔러의 ‘다섯 연주자들을 위한 소실점’은 아시아 초연곡이다. 다음달 5일 LG아트센터에서의 관현악 콘서트에선 페벨레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사전 Ⅱ’가 아시아에서 처음 소개된다.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은 국내 초연곡이다. 공연 40분 전 진은숙 작곡가가 진행하는 ‘프리 콘서트 렉처’에 참가하면 곡을 알고 감상할 수 있다. 두 공연 모두 차세대 지휘자로 주목받는 크와메 라이언이 이끌고 한국계 독일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가 협연한다. 1만~5만원. 1588-1210.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우울한 엄마, 그대로 두면 아기도 불행해요

    [메디컬 인사이드] 우울한 엄마, 그대로 두면 아기도 불행해요

    에스트로겐 수치 떨어져 발병 심하면 아기에게 극단적 행동 지난달 3일 대구에 사는 A(26·여)씨가 생후 5개월 된 아들을 3층 높이의 집에서 던져 숨지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아기가 울고 있다는 주민 신고로 119 구급대가 급히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갓난아기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B(27·여)씨는 한 살배기 아이를 학대하는 자신의 모습을 참다못해 최근 집 인근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는 의사에게 “잠자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지다가도 어느 순간 돌변해 그 조그만 아이에게 손찌검을 하고 있는 모습이 소름끼쳐 병원을 찾았다”고 말하곤 눈물을 쏟았습니다. 아이를 때리고 학대하는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꼈지만 어느새 행동은 습관처럼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랑스러운 아기에게 극단적인 행동을 한 두 사람에게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중증의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행동을 제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참혹한 사건을 접한 이들은 하나같이 비난을 퍼붓습니다. 엄마가 어떻게 갓난아기를 학대할 수 있을까. “기본적인 인성이 잘못됐다”고 돌팔매를 던집니다. 한편으로는 다른 일부 여성도 “나쁜 마음을 먹었던 경험이 있다”고 토로합니다. 왜 그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멈추지 못했을까요. 27일 여성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산후우울증에 대해 전문가 조언을 구했습니다. ●年 4만~8만명 산모 산후우울증 경험 서호석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거의 모든 산모가 산후우울감을 호소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한의학회 자료에 따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산모의 85%가 산후우울감(베이비 블루)을 느낀다고 합니다. 우울감, 불안, 피로감, 식욕저하, 짜증·죄책감·무가치함 등 심리적 변화,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이 출산 후 대략 4주 전후로 나타납니다. 산후우울감은 질병이 아닙니다. 산후우울증과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여기서 기간이 중요합니다. 산후우울감은 3~5일째 증상이 가장 심해지지만 2주 정도면 저절로 사라집니다. ●출산 후 1년까지 이어지면 질병 의심 하지만 이 기간을 넘어 길게는 1년까지 이어지면 질병을 의심해야 합니다. 서 교수는 “산후우울감과 산후우울증의 차이는 감기와 폐렴으로 대비해 보면 딱 맞아떨어진다”며 “감기는 저절로 낫지만 폐렴은 방치하면 사망할 수 있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전체 산모의 10~20%는 산후우울증의 단계로 간다고 합니다. 지난해 출생아 수가 43만 87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 해 약 4만~8만명의 산모가 산후우울증으로 고통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우울감이나 우울증은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이 첫 번째 원인입니다. 여성 누구나 겪을 수 있고, 누가 경험할지 알 수 없습니다. 산모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신체의 변화 때문이지 결코 엄마의 잘못이 아닙니다. 서 교수는 “난소에서 정상적으로 생성되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임신 후에는 태반에서도 생성되면서 수치가 몇백 배로 상승한다”며 “하지만 출산 직후 태반을 떼어내면서 호르몬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이것은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감소로 연결돼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선미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에스트로겐은 세로토닌 시스템을 활성화해 항우울 작용을 하는데 출산 후 여성호르몬 변화가 우울증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습니다. ●남편, 산모와 대화하고 공감해 줘야 결혼, 임신, 출산은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여성에게는 큰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출산 전후로 콩팥 부신피질에서 나오는 스트레스 대응 호르몬 ‘코티졸’의 분비량이 늘었다 줄어드는 급격한 변화도 경험합니다. 여기에 남편이나 시댁·친정과의 불화, 경제적 어려움, 생활환경의 변화 등이 겹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집니다. 그래서 남편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김 교수는 “산후우울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족, 그중에서도 남편이기 때문에 산모가 대화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공감하고 격려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서 교수는 “직장 여성이 많이 늘었고 훌륭한 엄마, 훌륭한 아내만 꿈꾸는 그런 세상은 이제 아니지 않으냐”며 “그런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엄마가 되면 압박감이 클 것이기 때문에 남편이 먼저 나서서 육아에 도움을 주고 부인에게 애정을 쏟는 환경적 변화를 이끌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성은 생리와 임신, 출산 등을 통해 끊임없이 호르몬 변화를 겪습니다. 스트레스에도 취약하기 때문에 우울증에 쉽게 노출됩니다. 60만명이 넘는 한 해 우울증 진료환자 가운데 70%가 여성입니다. 그렇지만 산후우울증으로 진료받는 환자는 많지 않습니다. 대략 실제 환자의 1% 정도만 치료를 받는다고 합니다. 산후우울증이 심해지면 피로감을 호소하며 아이를 방치하게 됩니다. 증세가 심해지면 아이를 ‘인생의 짐’이라고 여겨 나쁜 상상을 하는 상황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정신병 단계 이르면 아기 해치기도 더 위험한 상황은 ‘산후정신병’ 단계입니다. 전체 산모의 0.1~0.2%는 아기를 해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을 위험이 높은 단계로 갑니다. 아기를 해치지 않을까 하는 강박적 사고와 심하면 아기가 죽었거나 불구가 아닐까 하는 망상, 출산 자체를 부인하는 행동, 환각, 성도착 행동을 보입니다. 서 교수는 “무엇보다 스스로 모든 것을 감내하려는 행동이 문제”라며 “중압감에서 벗어나 주변에 ‘헬프미’를 외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산후우울증은 치료하지 않으면 30~50%의 환자에서 재발이 반복되는데 심한 경우에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며 “상당수 여성 우울증 환자가 출산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돼 만성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선진국들은 이런 점을 감안해 이미 오래전부터 대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일부 주는 출산 시 산후우울증 검사를 의무화했고, 영국에서는 출산 후 1년간 우울증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뒤늦게 지난달 산부인과와 소아과에서도 산후우울증 검사를 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적절한 영양 섭취·햇볕 쬐기로 예방 치료에 대한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방치해 산후정신병이 되면 오히려 입원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초기에 치료하면 비교적 완치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유 기간만 피하면 됩니다. 김 교수는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3주 정도 지나면 눈에 띄게 증세가 호전돼 이르면 3개월 정도면 치료가 끝난다”며 “산후우울증은 비교적 치료가 잘 되는 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치료 과정에는 가족도 함께 참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남편 등 가족의 지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면담에 동참하고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어린 아기를 돌보다 보면 한동안 집 밖을 나서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영양 섭취와 휴식만큼 햇볕을 쬐는 행동이 우울증 발병을 억제하는 효과적인 예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서 교수는 “특히 오전에 햇볕을 쬐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산모 또한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임을 기억하고 간단한 취미 생활과 시간을 갖는 것이 출산 후 급격한 변화에 대처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심각성을 고려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해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사진=pixabay
  • 의처증·의부증 질투 아닌 질병

    의처증·의부증 질투 아닌 질병

    지난 5일 경기 남양주의 60대 남성이 자신의 부인과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한 이웃 50대 남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 남성은 1년 전에도 부인의 불륜을 의심해 다른 남성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심각한 의처증이 있는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과연 의처증과 의부증은 질병일까. 27일 원은수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Q. 의처증과 의부증이 병입니까. A. 의처증, 의부증은 망상장애의 한 종류로 ‘질투형 망상장애’라고 부릅니다. 단순한 질투와 달리 아무런 증거가 없어도 배우자의 외도에 매우 공고한 확신을 갖는 것이 일반적인 증상입니다. 의처증, 의부증은 이전에 다른 정신과적 문제가 없었던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발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배우자의 외도에 대한 망상만 존재하고 그 외 다른 증상들은 없다는 게 특징입니다. Q. 원인이 있나요. A. 질투형 망상장애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환경 요인이 모두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뇌 질환 때문에 생길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특징으로는 주로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이나 낮은 성취감을 경험한 사람들, 대인 관계에서 비정상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에게 더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더 많이 발생합니다. 배우자 외도에 대한 망상을 제외하고는 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태로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병 평균 연령은 40세이지만 18세부터 90대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납니다. Q. 치료 경과는 어떤가요. A. 망상이 매우 확고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망상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면 치료에 어려움이 생깁니다. 그래서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배우자와 분리되기 전에는 호전되기 쉽지 않고 분리돼도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로 의사와 환자가 깊은 신뢰 관계를 쌓으며 정신 치료를 진행합니다. 약물 치료 효과는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朴대통령 “北 무모한 도발은 정권 자멸의 길”

    朴대통령 “北 무모한 도발은 정권 자멸의 길”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1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지금 북한은 국제사회의 전례 없는 제재 조치로 사실상 고립무원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로 인해 무모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면서 “북한의 어떤 위협에도 대한민국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무모한 도발은 북한 정권 자멸의 길이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다음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 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해 세계의 주요 정상들과 핵 테러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을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개발과 도발을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를 결집하고 있는 지금이 북한 정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여기서 우리가 또다시 물러선다면,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로 한반도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닥치고 경제는 마비될 것”이라며 “정부는 북한이 핵무장의 망상에서 벗어나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닫고 변화할 때까지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비롯한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는 우리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시작일 뿐”이라며 “국제사회도 역대 가장 강력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이어 많은 나라들이 독자적인 대북 제재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이날 행사에 참석했지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공천파동 수습으로 인해 불참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4세 딸이 계부 유혹?… “청주 학대 엄마는 망상장애자”

    남편과 불화 딸 때문이라 여겨 암매장 시신수색 야산서 재개 대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친모에게 욕실에서 학대를 당해 숨지고서 암매장된 안모(당시 4세)양 사건에는 자살한 친모 한모(36)씨의 편집증(망상장애)이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충북 청주청원경찰서 곽재표 수사과장은 24일 “아이를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씨가 남긴 메모를 살펴본 결과 편집증 증상이 보인다”며 “보육원에서 데리고 온 딸 때문에 남편과 불화가 생겼다고 생각해 밥을 굶기거나 베란다에 벌을 세우는 등 수차례 학대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씨는 자신에게 가혹행위를 당한 딸이 계부인 남편에게 의지하자 ‘딸이 남편을 유혹하려는 것 아니냐’는 망상까지 한 것 같다”며 “딸이 숨지고서는 딸을 증오하는 내용이 메모장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곽 과장은 “한씨의 메모 중 안양이 숨지기 전후로 추정되는 시기의 내용이 일부 뜯겨 나갔는데, 실종아동 전수조사에 심리적 압박을 받은 한씨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안양 시신 수색작업을 25일 재개한 뒤 오는 28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구속된 계부 안모(38)씨에게는 시체 유기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만 적용할 계획이다. 안씨가 딸이 숨지는 과정에 관여한 증거나 정황은 찾지 못해서다. 안씨는 “2011년 12월 24일 퇴근해 보니 대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아내가 딸을 학대해 숨져 있었고, 시신을 베란다에 2~3일 방치했다가 암매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차례 딸을 폭행한 사실도 자백했다. 시신 수색은 안씨가 줄곧 암매장 장소로 지목하고 있는 충북 진천군 백곡면 갈월리 인근 야산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암매장과 관련한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안씨는 ‘거짓반응’이 나왔지만 자신도 시신을 찾고 싶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경찰은 안양이 2011년 5월과 12월 두 차례 병원에서 타박상 치료를 받은 진료기록을 확인하고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새 영화] ‘아노말리사’

    [새 영화] ‘아노말리사’

    애니메이션이다. 그것도 동심을 자극하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다. 그런데 청소년관람불가다. 상당히 수위가 높은 베드신이 나온다. 이야기가 발랄하거나 따뜻하지도 않다. 보고 나면 상당히 머리가 무거워질 정도로 철학적인 화두를 던진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아노말리사’가 그렇다. ‘존 말코비치 되기’, ‘이터널 선샤인’의 각본가로 유명한 찰리 카우프만의 첫 번째 애니메이션 도전이다.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그러나 공허함에 빠진 중년 남성이 1박 2일 출장길에 겪는 하룻밤을 그리고 있다. 마이클(데이빗 듈리스)은 ‘고객을 어떻게 대할까’라는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작가다. 강연차 신시내티에 오게 된다. 그에게 삶은 지루함, 고독함의 연속이다. 공항에서부터 택시, 그리고 호텔에 이르기까지 마주치는 사람들이 옷과 머리 스타일, 성별만 바뀔 뿐 같은 얼굴에 같은 목소리다. 오랜만에 재회한 첫사랑도 다르지 않다. 마이클은 호텔 복도에서 우연히 리사(제니퍼 제이슨 리)의 ‘다른 목소리’를 듣고는 가슴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마이클은 얼굴에 난 상처 탓에 외모 콤플렉스를 느끼며 매사에 자신 없어 하는 리사에게 점점 빠져든다. 잘하면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로 풀어갈 수 있는 중년의 일탈 이야기다. 그런데 카우프만은 인간이란 무엇인지, 산다는 게, 행복이란 무엇인지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철학적으로 변주한다. 그것도 인형을 앞세워서. 빅브라더 사회를 그린 디스토피아의 느낌도 섞어 놓으며 쉽지 않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을 은근히 드러내기도 한다.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목소리 연기는 딱 세 사람이 했다. 주인공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캐릭터의 목소리는 톰 누난이 맡았다. 제작 기간이 3년이나 걸렸다는 이 작품에서 인형들은 표정 연기까지 섬세하다. 때문에 진짜 사람이 연기하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카우프만이 프란시스 프레골리라는 필명으로 작업했던 연극이 원작이다. 200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무대에 올려졌는데 라디오 플레이라는 설정에 배우 목소리만으로 극을 진행시킨 독특한 방식의 연극이었다. 코엔 형제가 연출하고 애니메이션에 나온 배우들이 그대로 목소리 연기를 했다. 당시 예산 문제로 한 배우가 여러 목소리를 연기했는 데 세상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두 같게 들린다는 설정을 낳게 됐다. 카우프만은 ‘프레골리 딜루전(망상)’에서 필명을 따왔다. 자신이 만나는 여러 사람들이 사실은 변장을 한 동일인이며 자신만은 다른 존재라고 여기는 정신 질환을 말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호텔 이름도 프레골리다. 90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조희팔한테 뇌물 9억 받은 경찰의 죗값은

    4조 8000억원대 투자금을 가로챈 희대의 사기꾼인 조희팔한테 거액의 뇌물을 받아 챙긴 권모(51) 전 총경에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김기현 부장판사)는 25일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 전 총경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1500만원, 추징금 9억원을 선고했다. 권 전 총경은 대구지방경찰청 강력계장으로 근무하던 2008년 10월 30일 대구 수성구 한 호텔 커피숍에서 조희팔과 만나 자기앞수표로 9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돈을 받은 시점은 조씨가 중국으로 도주하기 한 달여 전으로 경찰이 조희팔 사기 조직을 본격 수사하던 때다. 권씨는 2008년 7∼8월 주변 사람들에게 비상장 회사 주식을 사면 곧 상장돼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며 투자를 유도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권씨는 재판에서 “조희팔이 모 플라스틱 회사에 투자한 돈을 대신 전달한 것일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관련 주식을 대여하는 등 자신의 재산으로 인식하고 행동한 정황이 많고 조희팔 입장에서도 굳이 경찰관의 이름을 빌려 투자를 할 이유가 없는 점 등으로 볼 때 뇌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또 “조희팔이 경찰의 수사를 피해 도주 중일 때도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수사 정보를 알려줘 은신을 쉽게 하고 수사를 어렵게 했다”며 “고위 경찰 간부로서 공무원의 청렴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핫뉴스]4세 딸이 계부 유혹?… “청주 학대 엄마는 망상장애자” ▶[핫뉴스]보호기관서 돌아왔다… 또 매질이 시작됐다
  • [사설] 5차 핵실험 지시한 김정은의 막가파식 위협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5차 핵실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장거리 로켓 발사 준비를 지시하는 등 핵 위협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 보유 의지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으로 읽힌다. 강공책을 선택함으로써 제재에 따른 내부 동요를 막고 체제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어제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탄두로켓 전투부(미사일 탄두 부분) 첨두의 대기권 재진입 모의실험을 현지 지도하는 자리에서 “빠른 시일 안에 핵탄두 폭발 실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 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몇몇 군사 대국들만이 보유한 대기권 재돌입 기술을 자력자강의 힘으로 당당히 확보했다”며 장거리 탄도 미사일 기술이 완성 단계에 있음을 강조했다. 따라서 대북 제재가 지속될 경우 실제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는 5월 제7차 당대회 전 성능이 개선된 증폭핵분열탄으로 제5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에도 신형 방사포 시험 사격을 지도하면서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쏠 수 있게 항시 준비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11일에는 “새로 제작한 핵탄두의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 이행된 이후 핵 위협 수위를 점점 높여 가고 있는 셈이다. 즉 제재에 굴복해 핵을 포기하는 대신 핵 군사력을 국제사회에 과시함으로써 향후 핵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1월 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의 상황을 되짚어 보면 북한의 이런 막가파식 위협과 도발이 먹힐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가 제재 움직임을 보이자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로 응수했다. 그러나 이는 국제사회의 제재 수위만 높였다. 추가 도발은 오히려 북한 스스로 극한상황으로 몰아 자멸의 시기만 앞당길 뿐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제재를 풀어 줄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엄청난 착각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어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이 무리한 도발을 계속하면서 변화의 길로 나서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멸의 길을 걷는 길이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하지 않았는가. 북한이 제재에서 벗어나려면 핵 보유 망상을 버리는 길밖에 없다. 그게 북한 지도부는 물론 고통을 겪는 주민들이 사는 길이다.
  • 독 안에 든 金의 전쟁… 이번엔 “핵 발사” 위협

    독 안에 든 金의 전쟁… 이번엔 “핵 발사” 위협

    “핵탄두 임의의 순간 쏠 수 있게…” 대통령 실명 6차례 거론하며 비난 북한이 4일 ‘핵탄두’까지 들먹이며 대남 위협의 강도를 높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에 대해선 ‘특대형 국제범죄’라며 첫 반응을 내놨다.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이 커진 데다 군사적 압박까지 더해지게 되자 위기감을 격한 분노로 표출하는 모양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3일 신형 대구경 방사포 시험사격을 지도하며 “실전 배비한(배치한)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쏴버릴 수 있게 항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4일 보도했다. 김 제1위원장은 “이제는 적들에 대한 우리의 군사적 대응 방식을 선제공격적인 방식으로 모두 전환시킬 것”이라고도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제1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직함 없이 6차례 거론하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또 정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안보리의 대조선(대북) 제재 결의에 단호한 대응 조치로 맞서겠다”며 이번 결의를 “안보리가 저지른 특대형 국제범죄”라고 매도했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군 최고사령부 중대성명에서 ‘선제 타격’을 언급하며 청와대 등이 ‘1차 타격 대상’이라고 위협했다. 이번엔 ‘핵’까지 언급하며 위협 수준을 높인 것이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핵에 대한 제재가 나왔으니 만드는 걸 넘어서 쏠 수도 있다는 식의 경고”라며 “실제 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2016년 장교 합동임관식 축사에서 “북한 정권은 핵무기가 체제를 보장한다는 그릇된 망상을 버리고 하루속히 진정한 변화의 길로 나오도록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또 “제재가 시행되면서 북한의 반발과 도발도 더욱 거세질 수 있다”며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듯이 한반도가 평화와 통일로 가는 데 지금이 가장 어려운 마지막 고비”라고 말했다. 4차 핵실험 이후 중국마저 제재의 ‘전면 이행’ 원칙을 밝히는 등 북한의 고립은 심화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한 방송에서 “가까운 시일 내 독자 대북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며 “해운 제재도 포함해 몇 가지가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7일부터는 한·미 합동 키리졸브 연습·독수리 훈련이 예정돼 있어 북한은 제재 중에 맞대응 훈련까지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한·미 군 당국은 이날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논의할 공동실무단 약정을 체결하고 첫 공식 회의를 열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사설] 北 핵포기 않고는 대화 없다고 밝힌 박 대통령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목전에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정권에 생존 차원의 핵 개발 포기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어제 97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핵 개발에만 집중하는 것이 북한 정권을 유지시킬 수 없고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와 압박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오늘 채택될 예정인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해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메시지를 아울러 전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로 압박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변화가 있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제 공조를 강조하면서 주변국의 적극적인 동참을 언급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에 우회적으로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원칙적 수준이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처음으로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선택을 강조하면서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경우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는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지만, 북한이 선(先) 비핵화 의지를 밝힐 경우 6자회담 재개 등의 다양한 대화 채널을 가동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존 켈리 미국 국무부 장관도 밝혔듯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목적에는 북한을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이끄는 것도 포함돼 있다. 국제사회의 북핵 개발을 저지하려는 의지를 희석시키는 모호한 평화협정 논의를 차단하고 북한의 확실한 태도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한 것이다. 위안부 문제도 중요한 화두였다. 지난해 말 전격적으로 타결된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이행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성실한 합의 이행을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인식이 담겨 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온전히 실천으로 옮겨서 미래 세대에 대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은 이른바 ‘불가역적’ 합의의 성립은 일본의 향후 실천에 좌우된다는 점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아베 정권이 위안부 합의 이후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해 우리 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는 작금의 사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녹아 있다. 유례없이 강력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오늘 채택될 예정이다. 북한의 주요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해 육상과 해상은 물론 하늘까지 봉쇄하는 수준이다. 안보리 제재와 별도로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의 자체 제재도 조만간 발효된다. 북한의 후원국 격인 중국마저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한다는 의미를 북한 김정은 정권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경제 병진이란 망상에 집착하는 한 한반도 평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핵을 껴안고 패망의 길로 갈 것인가, 핵을 포기하고 공존공영의 길로 갈 것인가 선택은 북한에 달렸다.
  • [메디컬 인사이드] 술독에 빠진 당신, 성격이 변했네요

    [메디컬 인사이드] 술독에 빠진 당신, 성격이 변했네요

    여러분은 평소 술을 얼마나 드시나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20세 이상 한국인은 한 해 평균 맥주 148.7병, 소주 62.5병을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른 술을 제외하더라도 한 사람이 1년에 211병을 마신다는 의미입니다. 주말을 포함한 휴일 수가 116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일엔 거의 매일 소주와 맥주를 마신 겁니다. 1인당 알코올 소비량 세계 1위라는 사실은 더이상 놀랄 만한 일도 아닙니다. 술을 많이 마시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잘 아실 겁니다. “3일에 한 번씩 마시면 간은 살릴 수 있다”며 자기 합리화를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럼 우리 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거의 매일 술을 마시지만 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는 분들 많을 겁니다. 2011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서는 외래진료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수는 전국적으로 155만명,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3조 4000억원으로 추산됐습니다. 지난해 전체 암 진료비(4조 4000억원)의 5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치료를 받거나 술을 끊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 그래서 28일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들에게 물었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설명에 해당된다고 놀라지 말고, 차분하게 스스로의 상황을 판단해 보길 바랍니다. ●의존증 환자 155만명… 사회적 비용만 23조 알코올전문병원협의회 회장인 이무형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늘 과음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뇌의 가장 넓은 부위인 전두엽에 광범위한 손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인지기능이 저하되는데, 주로 자기중심적이 되고 판단력이 흑백논리에 매몰되며 매사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집중력이 떨어져 산만해지기도 합니다. 이해력이 ‘터널’처럼 좁아지면서 의견 차이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무조건 자신의 방식이 맞다고 우기는 경향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피해의식에 빠져 주변에 공격성을 드러냅니다. 가족과 동료의 고통이 크겠죠. 또 기억력이 감퇴돼 과거 시점의 이야기를 반복합니다. 감정 기복이 심해져 웃어야 할 때와 울어야 할 때를 판단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에 취하게 되는데 이런 증상들이 심해지면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져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당연히 본인 스스로도 힘들겠죠. 여기서 가장 쉬운 해결 방안을 찾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술입니다. 폭음이나 과음을 ‘문제적 음주’라고 하는데, 멈추지 못하면 질병의 범주인 ‘알코올 의존증’으로 넘어갑니다. 모든 사람이 위험한 건 아닙니다. 다사랑중앙병원 입원 환자 200명을 조사했더니 100명이 ‘부모도 알코올 의존증이었다’고 밝혔습니다. 61명은 특히 아버지가 지독한 ‘술고래’였다고 증언했습니다. 유전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의미입니다. 경제적 어려움, 가정 불화, 스트레스, 주변에서 술을 권하는 분위기, 수줍음이 많거나 양심적인 성격이 유전적 요인과 결합하면 위험이 더 커집니다. 한번 술을 마시면 멈추지 못한다거나 금단증상이 생기고, 취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양을 마셔야 하는 내성이 생기면 의존증으로 진단받게 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학계가 정한 안전한 음주 기준은 하루 4잔(여성 3잔), 일주일 13잔(여성 6잔)입니다. 일주일에 소주 두 병을 넘게 마시면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기준에 코웃음 치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정영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끔씩 술을 마시는 사람은 숙취에서 깬 다음 문제가 없지만, 습관적으로 과음해 알코올 의존증에 가까워지면 가족·직장 문제 같은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게 되고 자기 합리화 경향이 세지기 때문에 부모·자녀와도 대화가 되질 않는다”고 했습니다. 경찰을 만난 음주운전자들이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취한 상태에서는 자기 합리화가 심해지기 때문에 50%의 거짓과 50%의 진실을 섞어 ‘모두 진실’이라고 믿어버립니다. 알코올의 포로가 된 뇌가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다면 의존증으로 갑니다. ●의존증 자가진단법 없어… 검사·상담받아야 인터넷을 뒤지면 ‘알코올 의존증 자가진단법’이 많이 있습니다. 그럼 간이 테스트로 스스로 알코올 의존증을 진단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런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알코올 의존증에 대해 공인된 자가 테스트는 없다”며 “신체에 대한 의학적 검사와 상담을 통한 평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영철 교수는 “흥미롭게도 알코올 의존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테스트가 잘 들어맞고, 심해지면 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며 “인지기능이 떨어져 본인의 상황을 인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알코올 의존증은 다른 정신질환과도 관계가 깊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우울증입니다. 알코올이 뇌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억제해 증상이 악화됩니다. 우울증이 심해져 술을 찾고, 음주로 우울증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이 원장은 “우울증 때문에 의존증이 생긴 건지, 의존증 때문에 우울증이 생긴 건지 판단이 쉽지 않을 정도”라고 표현했습니다. 2014년 사망한 할리우드 배우 로빈 윌리엄스는 심각한 우울증과 알코올 의존증으로 치료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불안장애, 공황장애가 심해지고 전두엽이 심하게 망가지면 망상과 섬망(발작하거나 환각을 보는 증상) 단계로 갑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알코올이 숙면을 방해해 오히려 불면증이 심해집니다. 이것이 또 술을 부릅니다. ●회복하려면 스스로 치료할 수 없다는 인정부터 알코올 의존증에서 회복으로 가는 과정의 중대 고비는 ‘인정’입니다. 스스로 치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정석훈 교수는 “뇌 손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환자가 의지나 정신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의존증 환자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무기력증에 빠지고 우울감이 심해집니다. 술이 좋아서 마시는 게 아닙니다. 마약처럼 ‘하이’(high·극치감)가 없어서 손떨림, 근육통, 경련, 불안 등의 금단증상을 없애려고 마신다고 합니다. 손떨림 같은 가벼운 금단증상은 짧으면 6~8시간에 나타나고 2~3일 뒤 최고조에 달합니다. 숙취로 인한 두통이 사라지면 다시 술 생각이 납니다. 첫 잔에 손대면 막을 수가 없습니다. 이 원장은 최소 14일, 정영철 교수는 3주간 금주해야 금단증상과 음주 충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가족의 지지와 보살핌이 중요합니다. 전문의료기관의 치료는 상담과 교육, 신경전달물질 회복제 투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단순히 술을 끊게 하려고 격리하는 것이 아닙니다. 질병이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치료받으러 병원에 자의로 오는 사람은 10%도 되지 않습니다. 정신질환 진료를 받으면 보험 가입 등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정부는 앞으로 관련 법을 개정해 일반인과의 차별을 없앨 계획입니다. 정영철 교수는 “강제로 치료받은 사람이 다시 외래진료를 받으러 오는 사례는 10%도 안 되지만, 스스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다시 병원을 오는 비율은 50% 정도 된다”며 “뇌기능이 조금이라도 살아 있을 때 빨리 오면 그만큼 치료 효과가 크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직장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불안”…책 ‘일이 나를 아프게 할 때’

    “직장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불안”…책 ‘일이 나를 아프게 할 때’

    직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살릴 자리를 얻지 못하고, 우울하게 지내는 사람이 많다. 합당한 보상도 없는 일만 하다 지쳐 쓰러져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직장은 재미있는 곳이 아닌 도망치고 싶은 공간이다. 직장인들의 수난시대다. 일본 정신의학계와 심리학계의 권위자 오카다 다카시가 책 ‘일이 나를 아프게 할 때(김혜영 옮김, 에스파스)’를 통해 내놓은 진단한 내용이다. 그러면서 과감하고 노골적으로 직장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불안, 스트레스 등의 속내를 들쳐냈다. 그리고 치료, 대처, 극복 방법을 제시했다. 또 끝없는 성공에도 숱하게 자살을 꿈꿨던 ‘쥬라기 공원’의 원작자 마이클 크라이튼, 평생 세균 공포증에 시달렸던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워드 휴즈, 평생 열등감과 싸워야 했던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 등의 에피소드와 사례를 통해 정신질환을 설명했다. 프롤로그처럼 ‘불안과 우울의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을 위한 책이다. 직장인의 발달장애, 인격장애, 스트레스, 우울증과 기분장애, 강박성장애, 의존증과 기별, 환각과 망상, 불면증 등 구체적인 증상 속에 자신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 따져보는 것도 나름의 치유법 같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헛된 감정에 휘둘려 당신의 인생을 낭비하지 마세요”

    “헛된 감정에 휘둘려 당신의 인생을 낭비하지 마세요”

    “요즘 사색보다 컴퓨터로 문제 해결…감정·언행 생기는 마음자리 살펴야 궁극적인 내면의 답 얻을 수 있어…더러운 세상 탓하기 전 나부터 수행” 오는 22일은 겨울철 집중 수행인 동안거(冬安居) 해제일. 해제를 앞두고 전국 선방에선 2200명의 수좌들이 화두를 든 채 마지막 정진에 매진하고 있다. 18일 충주 석종사를 찾아 지난 석 달 동안 안거를 지도해 온 금봉선원장 혜국 스님(석종사 회주)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동안거에 몇 명의 대중이 참여했나. -전국 사찰, 선방에서 스님 30명이 방부를 들였고 신도 100명도 석 달 동안 정진을 함께했다. →지금 시대에 동안거는 어떤 의미를 갖나. -날이 몹시 추울 때 중생을 구제하러 다니는 대신 스님들이 자기관리를 잘해 중생의 아픔을 잘 알 수 있도록 번뇌망상을 다스리는 것이다. 각자 근성 본질과 뿌리를 찾아가는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안거에 참여한 스님, 일반 신도들에게 어떤 점을 특히 강조하나. -익은 것을 설게 하고 설은 것을 익게 하는 마음자리를 찾도록 독려한다. 화를 내면 슬픈 감정 때문에 인생을 낭비하기 십상이다. 못된 성질머리가 어디서 나오는가 먼저 생각하도록 이끈다. 욕망을 아예 없앨 수는 없다. 그래서 재가불자들에겐 감정을 다스리는 마음 주인이 될 것을 강조한다. →요즘 젊은 스님들의 수행 모습을 어떻게 보나. -요즘 가정에 한 자녀가 흔하다. 귀하게 자란 때문인지 스님들이 수행을 잘하려 애쓰지만 뜻대로 잘 안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다. 옛날 절집에선 모두 스스로 체험을 통해 답을 찾았으나 요즘은 컴퓨터로 해결하는 경향이 짙다. 사색과 명상을 통해 얻은 내면의 답은 영원하지만 컴퓨터로 구한 해결책은 임시방편일 뿐 궁극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번 안거에선 대중들이 수행 중 어떤 말들을 주고받았나. -재가자들은 ‘몸이 붕 떴다’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전했다. 그때마다 깨달음의 체험을 한 게 아니라 생각에 속은 것이라고 일러준다. 남에게 속는 것보다 자신에게 속는 걸 더 경계해야 한다. 헛되고 슬픈 감정에 휘둘려 인생의 많은 부분을 낭비하고 살지 않는가. →요즘 불교계에 깨달음 논쟁이 한창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들어서 잘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해할 게 남아 있는 한 깨달았다고 할 수 없다. 평생 노력해야 한다. 나 자신부터 중생의 아픔에 얼마나 더 다가가려 애썼는지 늘상 자문한다. 선방에서 정진하는 수좌들은 중생의 아픔을 더 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뿐이다. →화두를 들고 참구해 깨달음을 얻는 간화선 수행이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많은데. -사람들의 문제이지 간화선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허공이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간화선의 도 자체는 부처님 이전이나 말년이나 변함없이 존재한다. 간화선에는 스승에 대한 철저한 믿음이 전제돼야 하는데 요즘 믿음이 약해진 것 같다. 초기불교세가 확산되는 걸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 나는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지를 알게 하는 부처님 교훈 방식의 차이로 이해하면 될 뿐이다. →간화선은 어렵다고들 한다. 대중이 어떻게 쉽게 간화선에 다가갈 수 있나. -화두 참구에 익숙하지 않을 뿐, 간화선 수행은 어려운 게 아니다. 감정과 말투, 행동에 휘둘리지 말고 그런 감정과 언행이 생성하는 자리를 꾸준히 깊게 바라보고 따라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남북 관계 경색, 총선 정국 등 나라가 어수선하다. 지도자들과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더러워진 내 마음을 바꿀 생각은 않고 더럽혀진 세상만 바꾸려 든다. 내가 살아야 할 세상이라면 어려움도 내가 이겨내야 한다. 우리 민족은 결국 통일해야 한다. 조금 희생을 치르더라도 나 먼저 마음의 문을 여는 수행이 필요하다. 허공에 똥물을 뿌려도 허공은 더러워지지 않는 것처럼 생명과 인생도 마찬가지다. 마음의 본질부터 잘 찾아 노력한다면 지금 나라가 처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사진 충주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화려한 거짓말 위험한 과대포장

    화려한 거짓말 위험한 과대포장

    상습적 거짓말을 사실로 믿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2년새 두배 타인평가 집착 2030 늘어나 유명인 사칭·대출·사기 등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기도 온라인선 다중 상대해 피해 커 ●“내 의사 남친” “노벨수학상 수상” “어떤 여자가 자기 의사 남자 친구라고 소개하며 페이스북에 제 사진을 올린 거예요. 소름이 돋았죠.” 대기업에 다니는 임모(28)씨는 16일 “사진이 도용됐다는 내용의 쪽지가 익명으로 와서 해당 페이스북을 찾아보니 내 사진 옆에 ‘내 남자 친구, 직업은 의사’라는 설명이 있었다”며 “이 여성이 원래 과시용 글을 많이 올려 주변 사람들에게 유명했는데, 가상의 남자 친구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허구의 세계를 진실로 포장해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허언증’이 늘고 있다.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심하면 범죄로 이어지는 허언증이 확산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남의 시선’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패러디 사이트서 놀이문화 돼 허언증이 확산되면서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이를 패러디해 조롱하는 게시판도 생겼다. ‘이번에 노벨수학상 수상했는데 9급 공무원시험 가산점 있나요?’ 등의 게시물이 매일 500건 이상 올라온다. 원빈, 장동건 등 유명인의 사진을 게재하며 ‘본인 인증’을 하고 ‘자산이 2000억원’이라는 글도 게시한다. 초라한 현실보다 화려한 거짓을 추구하는 허언증이 역설적으로 하나의 놀이문화가 된 셈이다. 현실에서 허언증은 범죄가 되기도 한다. 김모(32·여)씨는 우연히 주운 음대생 이모(26·여)씨의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여권을 발급받고 금융권에서 600만원을 대출받은 혐의(사기·사문서 위조·주민등록법 위반 등)로 지난해 1월 구속됐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에서 청와대 직속으로 국가비밀자금을 관리한다며 37억원을 가로챈 안모(44·여)씨도 자기를 비밀조직원으로 믿는 허언증으로 조사됐다. 그는 모델, 일본 연예인 등의 사진을 프로필로 내걸고 금괴를 싸게 사 주겠다는 수법을 썼다. 지난해 말에는 방송인 유재석을 사칭한 페이스북을 만들어 가짜 유재석으로 활동한 경우도 있었다. 박신혜, 강호동, 아이유 등 유명 연예인을 사칭하는 사례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의 경우 다중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허위자격증 만들고 사실로 믿어 허언증은 정신질환이다. 거짓말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공상허언증’(리플리 증후군), 관심을 끌기 위해 꾀병 등으로 동정을 이끌어 내는 ‘뮌하우젠 증후군’,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메우기 위해 허구를 만드는 ‘작화증’ 등을 통칭한다. 많은 전문가는 최근의 허언증 확산 현상을 사회적인 현상의 차원에서 설명한다. 최고야심리상담소 최고야 소장은 “허언증 관련 상담이 2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 중에 만난 허언증 환자들은 남의 평가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고 가족의 과도한 기대에 시달리는 20~30대가 대부분”이라며 “허위 자격증 작성, 재직증명서 조작 등을 통해 거짓말을 사실처럼 믿으려는 경향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자각 못하는 경우 많아… 관심 필요 홍나래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허언증은 자기애적 인격장애, 망상장애(과대망상)를 앓는 환자들이 보이는 증상 가운데 하나”라며 “최근 외모, 직장, 학력 등 외적인 면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허언증으로 인한 단순 사칭도 개인정보 보호, 변호사법 위반, 공무원 사칭 등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며 “허언증 환자는 자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몽환적 드로잉 회색 톤 풍경화…한국 예술의 미래 한자리서 본다

    몽환적 드로잉 회색 톤 풍경화…한국 예술의 미래 한자리서 본다

    젊은 작가들의 신선한 감각을 접할 수 있는 ‘2016 금호영아티스트’전이 열리고 있다. 2004년 시작된 금호영아티스트 프로그램은 공모를 통해 잠재력이 돋보이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현재까지 총 61명이 선정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 진행된 제14회 공모에서 선정된 박광수, 장재민, 조재영, 최수인 4명이 각각의 개인전 형식으로 신작을 발표한다. 드로잉을 근간으로 평면작업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영상, 입체작업에 이르기까지 드로잉을 다양한 범주로 확장시키는 작업을 하는 박광수(32)는 ‘좀 더 어두운 숲’이라는 제목으로 평면작업을 선보였다.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꿈에서 비롯된 기존의 작업들이 좀 더 발전된 형태로 잉크, 아크릴 등의 재료를 활용해 일상과 무의식의 교차를 독특한 흑백 드로잉 작업으로 펼쳐낸다. 컬러를 철저하게 배제한 먹색의 굵고 얇은 선들을 반복적으로 긋는 행위의 결과물로 작가는 다양한 인물과 동식물의 이미지를 구현하고 그들이 존재하는 공간, 특히 숲의 긴장감을 담아낸다. 작가가 직접 나무젓가락에 스펀지를 끼워 만든 펜을 이용해 그린 검정 드로잉이 인상적이다. 캔버스에 유화작업으로 고립된 공간을 표현해 온 장재민(32)은 이번 전시에선 ‘비린 곳’이라는 제목으로 인적이 드문 낚시터를 그렸다. 회색 톤의 제한된 색채와 스틸 사진 같은 독특한 구도를 사용한 회화작업으로 평범한 풍경을 낯설게 제시한다. 20호부터 100호까지의 작품 7점을 통해 작가가 느낀 비릿하고도 축축한 감각, 작가의 시선이 머무른 지점들을 파노라마처럼 보여 준다. 최수인(29)은 ‘그것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제목으로 심리적 흐름을 추상적 풍경으로 끌어낸 회화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는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망상과 방어기제로 나타난 무의식의 감정을 시각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불의 이미지가 드러나는 연소와 폭발, 우주선 형상을 통해 상징되는 탈출과 회피, 방어기제를 동원하는 대상들의 몸짓이 엉킨 추상적 풍경들이 중간 색채로 어우러진 화면은 의외의 느낌으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낸다. 3명의 작가가 회화를 보여 준 반면 조재영(37)은 유일하게 설치작품으로 관람객을 만난다. 입체, 설치작업을 통해 일상의 인식체계의 구조, 원리, 사회구조와의 관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그는 ‘돈 노’(Don’t Know)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에서 목재, 경첩, 접착지 등을 활용해 만든 설치작업 6점을 소개한다. 안다는 것, 혹은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들에서 발견되는 불명확하고 애매모호한 지점들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대형 공간 설치작업 ‘시간변조’, 세포분열처럼 증식하는 형상의 입면체 ‘몬스터’ 등 네덜란드 유학 이후 몰입해 온 인식 구조에 대한 의문을 심화시킨 작품들이다. 전시는 오는 2월 14일까지. (02)720-5114.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김남경의 예술마을 기행] (1) 강원 동해 묵호등대마을·논골담길

    [김남경의 예술마을 기행] (1) 강원 동해 묵호등대마을·논골담길

    걷기에 이은 먹기 열풍, 그다음은 뭘까. 몸 튼튼해지고 배와 입이 채워지니 정신적인 무언가를 자극하고 채우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찾아 나선 것이 예술마을로 떠나는 여행이다. 예술마을이라고 거창한 것은 아니다. 재능 있는 이들이 소외된 지역에 자리잡고 뭔가를 하자 동네가 달라졌고 주민들이 행복해졌다. 덩달아 여행자들도 즐겁다. 예술마을로의 여행은 물질이 가져다주는 외향적인 포만감 너머 ‘사람답고 싶은’, ‘아름답고 싶은’ 본능을 일깨운다. 예술마을기행은 더불어 살고 싶은 세계에서 보내는 또 다른 초청장이다. 강원 동해 묵호등대마을은 묵호 바다를 비추는 하얀 등대 아래 올망졸망한 집들이 모여 있는 언덕 마을이다. 골목은 사람 한두 명이 겨우 지나칠 만큼 좁다. 언덕에 깃든 집들 또한 방 두어 개를 둔 작은 규모다. 차가 다닐 수 없으니 주민들은 아직도 짐을 직접 들고 골목을 오르내린다. 그나마 숨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끝날 만큼 골목이 길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나 할까. 묵호는 작은 어촌 마을이었다가 삼척과 양양 등에서 나오던 무연탄을 실어 나르는 항구가 되면서 크게 발전했다. 명태와 오징어 잡이가 호황을 누리던 시절에는 개들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할 만큼 부자 어촌으로 이름이 났다. 전국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희망의 불씨를 피우기 위해 정착하던 곳이어서 ‘삶의 마지막 기항지’라 불리기도 했다. 한때 반짝 호황을 누리던 도시는 그러나 석탄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오징어, 명태 잡이도 예전만 못해지면서 급속도로 쇠락했다. 빈집이 생기고 어르신들만 남아 삶을 꾸리는 마을도 늘어났다. 작은 묵호항을 중심으로 6만~7만명이 살던 도시는 이제 동해시 전체를 합쳐도 10만명이 안 된다. 묵호등대마을은 이러한 묵호의 흥망성쇠를 모두 안고 있는 동네다. 그러던 마을이 ‘예술’을 매개로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4~5년 전부터 머물기 시작한 젊은 예술가들이 골목 사이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하기 시작하면서다. 전국의 흔한 벽화마을 중에서도 묵호등대마을의 벽화는 진정성과 참신성, 지속성으로 주목받는다. 지역의 삶과 이야기를 진지하면서도 위트 있게 담았고 무엇보다도 꾸준히 관리해 온 것이다. 그 진정성을 알아본 여행자들이 열렬히 화답했다. 이 때문에 차이를 둬 이곳의 벽화를 ‘담화’, 이 길을 ‘논골담길’이라고 부른다. 논골담길은 크게 네 갈래로 나뉜다. 등대오름길과 논골1~3길이다. 묵호항 부근에서 각각 시작된 길은 등대에서 모두 만난다. 보따리를 이고 골목 언덕길을 오르내리던 할머니는 원더우먼이 됐고, 만원짜리 물고 다니던 강아지 만복이와 지게를 지고 골목을 오르내리던 할아버지도 담화의 주인공이 됐다. 또 다른 집 담벼락엔 물고기만큼 많은 별이 담긴 묵호의 밤하늘과 밤바다를 비추는 등대가 담겨 있다. 어느 귀퉁이엔 과거 묵호의 번화가가 그려져 있기도 하다. 이 그림들은 눈부신 바다 풍경과도 어우러져 또 다른 그림을 그려 낸다. 이 담화를 5년 전부터 진행하고 관리해 온 프로젝트미터의 유현우 작가는 “그림에 앞서 동네 주민들과의 소통에 더욱 힘썼다”고 했다. 동해문화원의 공모사업에 의해 시작된 작업이었지만 작가들은 그리기에 앞서 무작정 동네 주민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그림 소재를 찾았고 주민들과 친해지면서 동네를 진정 사랑하게 됐다. 젊은 작가들의 정성이 통했는지 벽화에 다소 부정적이던 일부 주민들의 마음을 돌려놓기도 했다. 이렇게 탄생한 논골담길 담화들이 좋은 반응을 얻자 작가들은 아예 거주지를 동해로 옮겼다. 지난해 하반기 담화를 새로 단장하면서는 지역 토박이 작가들도 새롭게 참여해 새 볼거리를 입혔다. 사실 논골담길을 첫 기행지로 꼽은 이유는 어떤 볼거리에 있지 않다. 논골담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낯선 이방인들을 경계하지 않고 웃으며 인사 나눠 준 동네 주민들이었다. 쇠락한 동네에 생기가 돌면서 주민들은 활력을 얻었다. 젊은 예술가들은 예술이 동네를 바꿀 수 있다는 자부심에 희망을 가졌다. 희망이 실종된 시대에 조심스럽게 ‘희망’을 떠올리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마을은 충분히 가치가 있어 보였다. 지난 12월 중순 마을의 청년 작가들은 동해예술문화회관에서 작은 전시회를 열었다. 작가들의 전시를 담당해 온 곳은 원래 논골담길 입구의 갤러리 ‘묵호짬뽕’이었다. 하지만 논골담길의 상징과도 같았던 ‘묵호짬뽕’은 3년여의 짧은 실험을 마치고 최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동해시에서 건물을 사들인 뒤 이를 헐고 주차장으로 만든 것이다. 작가들은 또 다른 전시공간을 찾고 있지만, 예년에 비해 5~6배나 뛰어 버린 부동산 가격은 가난한 청년 작가들에게 큰 부담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그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지역 주민들과 살갑게 아침 인사를 나눈다. 오고 가는 미소에 흐믓한 기분이다. 묵호등대마을에 해가 뜬다. 이때가 논골담길을 돌아 보기 가장 아름다운 때다. 2016년을 시작하기 딱 좋다. 글 사진 여행작가 enkaykim@naver.com ■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승용차로는 묵호항수변공원 주차장 또는 묵호등대 주차장(동해시 해맞이길 289 묵호항로표지관리소)을 찾아간다. ‘뚜벅이’라면 묵호역에서 등대 방면 또는 묵호항수변공원 방면으로 걸어 등대오름길(일출로 97)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함께 가볼 곳:묵호역에서 동해를 보며 달리는 바다열차(정동진역~삼척역)가 하루 2회(주말 3회) 왕복 운행한다. 묵호등대도 관람할 수 있다. 등대에 오르면 동해바다와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등대 주변의 삼본 아파트는 영화 ‘봄날은 간다’(2001)에서 명대사 “라면, 먹고 갈래요?”가 탄생한 주요 배경이 된 곳이다. 등대 넘어 출렁다리를 지나 20여분 걸으면 어달해변이 나온다. 짧은 길이지만 겨울 바다를 만끽하며 걷기 좋다. 등대마을 아래 묵호역 방면에 동해중앙시장이 있다. 강원도 토속 먹거리를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이 시장에서도 벽화 작업이 한창이다. 아울러 추암해변, 무릉계곡, 천곡동굴, 망상해변 등도 함께 돌아볼 수 있다. →맛집:묵호항 수산물유통센터에서는 활어회를 직접 골라 이층에서 먹을 수 있다. 살아 있는 곰치를 넣고 시원하게 끓인 곰치국도 유명하다. 아침이나 점심 식사로 그만이다. 묵호항 쪽 식당도 좋지만 어달항 주변에 곰치국 유명한 식당이 많다. 서울신문은 새해를 맞아 ‘김남경의 예술마을기행’을 새로 연재합니다. 여행작가이자 여행 콘텐츠 제작사 ‘스토리발전소’ 대표인 필자가 발로 뛰어 취재한 전국의 예술마을을 격주로 전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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