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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쏭달쏭 건강보험 풀이] 진료비 경감 난치성질환 대상은

    Q:희귀 난치성 질환자에게는 진료비를 경감해 준다는데, 어떤 경우가 이에 해당되나요. A:일반적으로 환자가 외래진료를 받을 경우에는 병·의원, 약국의 종류에 따라 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 가운데 30∼50%를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그러나 암을 비롯한 희귀 난치성 질환자에 대해서는 본인 ‘일부부담산정특례제도’를 두어 요양기관에 관계 없이 입원 때와 마찬가지로 20%만 부담하면 된다. 올해 초부터 진료비 경감대상 질환을 기존 74개에서 정신분열병, 분열형 및 망상성장애 등 25개 질환을 추가로 확대, 지정했다.Q:가족 가운데 누군가 병이 나서 가까운 병·의원이 어디 있는지 급하게 알고 싶을 때, 어디를 통해야 쉽고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나.A:공단 홈페이지(www.nhic.or.kr)로 접속,‘건강마당 병원·약국 정보나 병원·약국 찾기’로 들어가면 된다. 지역별, 기관명칭별, 전문과목별로 조회하면 상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병·의원의 위치를 비롯해 교통정보, 휴진안내, 진료시간, 점심시간, 진료예약, 응급실, 주차장 등 8가지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다.이외에도 건강검진 실시기관, 응급의료기관, 요양기관 등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기본정보 외에 병원별 편익 정보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입력한 내용에 한해 제공된다.
  • 살인극으로 막내린 일확천금 망상

    일확천금을 꿈꾸며 머나먼 타국 땅으로 금을 캐러 떠났던 한국인 업자들이 한 명은 주검으로 나머지 3명은 살인자로 돌아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3일 사금을 캐러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으로 떠났다가 사업에 실패하자 이모(60)씨를 몽둥이로 때려 숨지게 한 윤모(62·경비원)씨와 김모(37·무직)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아직 시에라리온에 남아 있는 또 다른 김모(38·노동)씨에게도 같은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국제 공조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해 5월 우리나라에서 수억원의 투자금을 모은 뒤 자신들의 돈을 들이지 않고 사금 채취 기술만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믿고 현지로 떠났다. 사금채취를 시작했지만 5개월 동안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 투자금이 바닥나자 조급해진 김씨는 사업 실패 원인을 이씨에게 돌리기로 하고 한국인 직원 2명과 함께 지난해 10월 캠프 안에서 이씨의 양손을 묶고 몽둥이로 마구 때려 숨지게 했다. 돈을 벌어오겠다며 외국으로 떠났던 아버지가 사망한 소식을 듣고 이씨의 아들(35)은 현지로 달려가 기계에서 떨어졌다는 아버지의 갈비뼈가 여러 개 부러져 있는 등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또 나이지리아의 한국대사관을 몇 번이고 찾아가 진실을 밝혀내려고 동분서주했다. 이에 한국에 있던 부인과 딸도 경찰에 신고하고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타살 가능성을 열어두고 한국에 와 있던 김씨의 회사 종업원 2명을 불러 혐의를 추궁한 끝에 범행 사실을 자백받았다. 안동환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생각나눔] 동북아 균형자론 ‘뒷걸음’

    [생각나눔] 동북아 균형자론 ‘뒷걸음’

    정부가 ‘동북아 균형자론’에서 자꾸만 뒷걸음질치는 인상이다. 특히 이번 주 들어 후진(後進)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어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지난 3월8일 노무현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처음 동북아 균형자론을 꺼냈을 때 전적으로 군사력을 근간으로 한 세력균형자 역할로 해석됐다.“이제 우리 군은 동북아의 세력 균형자로서…”란 연설은 지금 봐도 호기가 느껴진다. 2주 뒤인 같은달 22일 노 대통령은 육군3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동북아의 세력판도는 달라질 것”이라고 강도를 높이면서 ‘한·미동맹’에 관해서는 한 글자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자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한·미 동맹을 뒤흔드는 위험한 망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등 정부측 인사들이 총출동,“힘(군사력)이 아니라, 경제력 등 연성국력으로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톤을 낮췄다. 그후 소강상태를 보이던 균형자론은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오는 10일로 잡힌 최근 들어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전과는 달리 정부쪽에서 얘기를 꺼내고 있는데, 균형자론 정의가 크게 달라졌다. 윤태영 대통령 제1부속실장은 지난달 31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균형자론은 일본에 대한 우려 때문에 나오게 된 것”이라고 느닷없이 일본쪽으로 화살을 돌렸다. 이는 균형자론 논란이 불거진 지난 3개월간 전혀 거론되지 않은 논리다. 노 대통령도 약속이나 한듯 이날 ‘일본 원인론’을 꺼냈다.1일에는 아예 균형자론을 스스로 철회한 수준의 언급이 천영우 외교통상부 외교정책홍보실장의 입을 통해 나왔다. 그는 언론에 “동북아에는 역내 균형자인 우리나라와 세계적 균형자인 미국이라는 두 겹의 균형자가 있는데, 우리의 균형자 역할이 성공하면 미국이 개입할 필요가 없고 우리가 개입하지 않고 미국이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동북아 역내의 ‘최후의 균형자’(ultimate balancer)는 미국”이라는 알쏭달쏭한 논리를 제시했다. 이는 우리의 균형자론 대상에서 미국을 완전히 뺀다는 것으로, 노 대통령이 처음 천명한 균형자론의 ‘유전자’ 자체가 바뀐 셈이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태도변화를 놓고, 외교가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균형자론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불편한 심기를 누그러뜨리려는 유화 제스처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720㎞ 달리며 두발로 외친 ‘독도는 한국땅’

    전 국가대표 마라톤 선수 김완기씨가 마라톤 마니아 10여명과 함께 국토를 종·횡단하는 ‘독도사랑 레이스’를 29일 마감했다. 그는 마라톤 마니아들의 모임인 전마협 대표 장영기씨와 함께 이날 오후 강원도 동해종합운동장에서 망상해수욕장까지 마지막 구간 13㎞를 달린 뒤 ‘독도는 우리땅’이란 힘찬 구호와 노래를 부르며 15일간의 레이스를 마감했다. 이날 마지막 레이스에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를 비롯, 탤런트 심양홍 등 마라톤 마니아와 동해시민 등 300여명이 동참, 독도사랑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장 회장은 “광복 60주년을 맞아 독도의 소중함을 말이 아닌 몸으로 실천하고 싶어 김 선수에게 레이스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고 결국 함께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동갑내기인 이들이 레이스에 나선 것은 지난 15일 전남 해남 땅끝마을을 출발하면서부터. 하루 50㎞이상 보름 동안 계속된 레이스로 부상을 겪는 등 어려움이 닥치기도 했지만 해남∼광주∼정읍∼전주∼논산∼공주∼천안∼충주∼제천∼영월∼태백을 거쳐 동해에 이르기까지 720㎞를 쉼없이 달렸다. 이들은 5·18기념묘지와 동학농민혁명기념관, 독립기념관에 들러 선열들에게 자신들의 레이스 의지를 알렸고 구간마다 지역의 마라톤 마니아 10여명이 동참, 힘을 실어줬다. 김씨는 “피로 누적과 부상으로 발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힘들 때 박수를 쳐 주고 음료수와 물을 건네 준 많은 사람들 때문에 무사히 레이스를 마무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레이스를 마친 이들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못했지만 울릉도 일주를 벌인 뒤 독도에도 들어갈 계획이다. 내년에는 태극기를 흔들며 ‘통일’을 주제로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내후년에는 해남에서 통일전망대까지 통일기원 레이스를 꿈꾸고 있다. 동해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정광태 ‘독도 노래비’ 세운다

    ‘독도는 우리땅’의 노래비가 세워졌다. 노래비 건립 추진위원회(위원장 길종성)와 가수 정광태씨는 광복 60주년을 기념, 국토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지난 24일 울릉도 도동항 해변공원에 ‘독도는‘ 노래비를 건립했다고 27일 밝혔다. 당초 독도에 세워질 예정이었으나 문화재청 허가 여부가 미지수로, 상당 기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돼 장소가 변경됐다. 높이 1.8m, 폭 1m, 무게 약 2.5t에 이르는 노래비는 정씨가 부른 ‘독도는‘의 가사를 서예가 박정숙씨가 글로 옮겼고, 이를 조각가 이용철씨가 돌에 새겨 제작했다. 길종성 위원장은 “노래비 건립으로 일본의 영유권 침탈 야욕의 망상이 사라지길 바란다.”면서 “문화재청과 협의해 노래비를 독도로 이전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토요영화]

    [토요영화]

    ●위대한 피츠카랄도(EBS 오후 11시45분) 광기와 집착에 사로잡힌 명배우 클라우스 킨스키와 ‘뉴 저먼 시네마’의 이단아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의 작품. 킨스키는 91년 숨질 때까지 132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헤어초크는 50편의 영화(미개봉작 제외)를 연출했다. 이들은 ‘아귀레, 신의 분노’(1972)를 시작으로,‘노스페라투’(1979) ‘보이첵’(1979) ‘위대한 피츠카랄도’(1982) ‘코브라 베르데’(1987)까지 다섯 작품을 함께하며, 세계 영화사에 걸작을 남겼다. 강박관념이나 과대망상에 빠진 비주류 인물을 즐겨 다뤘던 헤어초크의 페르소나는 킨스키가 제 격이었다. 그러나 둘이 영화를 찍을 때마다 서로를 증오하며 다퉜다. 비슷한 마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위대한‘을 찍을 때도 영화 속 배경인 오페라하우스를 강으로 옮기느냐, 산길을 통해 옮기느냐를 두고 각자 서로 죽일 음모를 꾸민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킨스키가 죽고 난 뒤 헤어초크는 자신들이 평생에 걸쳐 나눴던 우정과 증오를 담은 다큐멘터리 ‘나의 친애하는 적’(1999)을 만들기도 했다. ‘아귀레‘ 이후 아마존 정글을 다시 찾은 이 영화는 예술에 대한 무모한 열정을 추적하고 있다.20세기 초 카루소의 오페라에 감명을 받은 피츠카랄도(클라우스 킨스키)는 아마존 정글의 친구들에게 이를 들려주기로 마음 먹는다. 다른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으나, 악전고투 끝에 오페라 하우스를 정글 안에 짓고 만다.168분.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KBS2 오후 11시5분) CF와 영화 예고편을 연출해 온 젊은 감독 용이의 데뷔작. 요즘에는 자신이 스스로 CF와 영화에도 출연하는 모습이 눈에 띄고 있다. 원작은 프랑스 작가 카롤린 봉그랑의 소설 ‘밑줄 긋는 남자’다. ‘로맨틱 연애 추리담’을 내세운 이 영화는 디지털 색 보정을 거친 선명한 색감으로 화면이 예쁘고, 따스해 보인다. 도서관 사서 역으로 출연한 가수 윤종신의 영화음악도 좋다. 그러나 이야기 전개가 다소 뻔한 것이 흠. 할인점에서 일하는 현채(배두나). 털털한 성격과 눈치 없는 행동으로 ‘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남자에게 숱하게 차이는 등 연애 실패 선수다. 어릴 때부터 친했던 동하(김남진)가 있지만, 친구 이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현채는 어느날 도서관에서 빌린 화집 속에서 ‘당신은 겨울 잠에서 깨어난 귀여운 곰같이 사랑스럽답니다.’라는 사랑 고백 쪽지를 발견하게 된다. 현채는 쪽지를 따라 화집을 빌리며 그 남자를 찾아나선다.2003년작.96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공주 마곡사 캐나다 출신 ‘파란눈의 비구니’ 자은 스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공주 마곡사 캐나다 출신 ‘파란눈의 비구니’ 자은 스님

    번뇌와 망상, 머리카락을 무명초(無明草)라 했다. 태자 시다르타(석가모니)는 마부에게 “지금 나는 사람들과 더불어 고(苦)에서 해탈할 것을 서원(誓願)하는 뜻으로 삭발을 하겠노라.”며 수행을 떠났다고 전해진다.‘무명(無明)’이란 세속의 번뇌로 진리에 어둡고, 불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의 상태. 그래서 ‘삭발’은 수행 출가자의 정신자세이자 청정수행 의지의 표현으로 여긴다. 훌륭한 교수가 되려고 생화학 박사학위까지 받은 한 캐나다 여인이 어느날 문득 사람들이 왜 평화롭지 못할까 하는 물음에 부딪혔다. 자신의 연구활동에 대한 회의도 생겨났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을 택했다. 발길을 돌려 머문 곳은 한국땅. 그렇게 이역만리에서 속세의 길다란 무명초를 잘라내고 고행의 길이 시작됐다. ●교도소 실상통해 인간에 환멸감 충남 공주시 산곡면 운암리 마곡사(麻谷寺). 절간 입구에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숲속 길따라 연등이 쭉 내걸려 있었다. 새들의 소리도 신이 난 듯 요란했다. 대웅전을 바라보며 산속으로 500m쯤 더 올라갔다. 적막 산속의 ‘은적암’이 눈에 들어왔다. 얼핏 평화로운 시골집처럼 느껴진다. 뒤로는 신록이 우거진 태화산 품에, 앞마당에는 철쭉 등 온갖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그래서 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라고 했을까. 잠시 후 자은(慈隱·비구니·40) 스님과 찻잔을 놓고 마주 앉았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인다고 하자 들은 척도 안한다. 그저 차 한잔을 권할 뿐이다. 서울에서 찾아온 속세의 불쌍한 중생이려니 생각했을까. 순간 모든 것이 궁금해진다. 캐나다에서 어떻게 오게 됐으며 삭발은 왜 했는지, 하필 또 한국일까 등등. “한국에는 왜 오셨나요?” “인연대로.”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면 뭐가 보이나요?” “어깨뿐입니다.” “꽃이 만발한 5월입니다.” “겨울에는 죽은 것 같지만 수행을 시작하면 새 잎이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삶이란 무엇인가요?” “바로 이 순간입니다. 과거도, 미래도 잡을 수가 없어요.” “화(禍)는 어디에 있나요?” “마음에 있습니다.” “그럼, 가르침은 뭔가요?” “안다는 것은 습관입니다. 많이 알면 배울 수가 없어요. 모르는 상태로 모든 것한테 배워야 합니다.” “스님의 집은 어딘가요?” “내 발밑에 있습니다.” 자은 스님은 아직 한국말조차 능숙하지 못한 데다 밀알처럼 ‘작은 스님’일 뿐임을 강조했다. 인터뷰를 해봤자 소용이 있겠느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작은 인연도 소중하지 않느냐고 했다. 얘기가 계속 이어졌다. “(자신의 수행을 일컬어)씨앗을 뿌리고 이제 막 새싹 하나가 돋아나고 있을 뿐입니다. 나중에 과일이 될지 뭐가 될지 모릅니다. 또한 신맛일지, 단맛일지 알 수가 없어요. 더 멀리 가야 합니다.” 그는 198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유명한 캐나다 캘거리에서 1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속가의 이름은 조안 메이슨. 아버지(82)는 선불교에 관심이 많았고, 어머니(77)는 기독교 성향을 가진 집안이었다. 부모는 현재 고향에서 함께 노년을 보내고 있다. 조안은 어릴 적부터 공부를 무척 좋아했다. 다섯살 때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오빠(리처드)를 보고 같이 학교에 보내달라며 한참동안 울었을 정도였다. 조안은 퀸 엘리자베스 고등학교에 진학후 1학년때 교회를 다녔으나 곧 그만뒀다. 학창시절에는 과학 수학 심리학 물리학 등에 푹 빠졌다. 지난 83년 앨버타대학에 진학해 생화학을 공부했다. 대학원에서도 역시 생화학 분야인 ‘바이러스학’을 전공했다. 대학원 재학때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의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이때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 사건 등을 접하면서 인간에 대한 환멸 같은 것을 처음 느꼈다. 또한 바이러스를 연구하면서도‘이 연구를 통해 인간의 모든 질병을 없어지게 할지라도 고통이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모든 고통은 몸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아울러 바이러스 자체가 질병의 예방과 치료목적도 있지만 결국 전쟁에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공주대 영어강사로 1998년 한국행 95년 앨버타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조안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로 건너가 연구과학자로서 ‘바이러스학’ 연구활동을 계속했다. 이때 불교에 점차 관심을 둔다. 틱낫한 스님의 저서 등 불교관련 책들도 많이 읽었다. 특히 캐나다 출신으로 1950년대에 미얀마에서 출가한 남쟐 린포체를 만나면서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불교공부와 수행의 방법을 배웠으며, 동방으로의 출가를 권유한 것도 린포체였다. 조안은 인터넷을 통해 동방으로 가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결국 공주대학에서 실시하는 영어강사 프로그램을 알게 되면서 98년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출가한 지 2년쯤 됐을 때 캐나다에 갈 일이 있었지요. 그때만 해도 저는 한국생활에 매우 힘들어했습니다. 마침 린포체께서 캐나다에 계시더군요. 찾아가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상의했지요. 린포체께서는 웃으시면서 ‘한국에 돌아가 있으라.’고만 하더군요.” 마곡사와 인연을 맺은 까닭은 공주대 강사시절 알게 된 지인들과 함께 마곡사를 찾으면서 시작됐다. 자연스럽게 은적암 암주인 성호 스님도 알게 됐다.99년 봄 성호 스님을 은사 스님으로 머리를 깎게 된 것도 이같은 인연 덕분이었다. “저는 출가하기 전 학교에서 공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아는 것이 아주 많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건 한낱 ‘지식’일 뿐이었어요. 저한테는 지혜가 별로 없었지요. 출가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남의 잘못을 보지 말고 자신의 잘못을 봐야 해요. 숭산 큰스님의 가르침도 그랬듯이 모든 것이 ‘only don’t know’입니다.” ●“씨하나 심어 물주고 풀뽑고 있을뿐” 자은 스님은 현재 청암사 승가대학 3학년에 재학중이다. 요즘에는 방학을 맞아 친정격인 마곡사에서 ‘금강경’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승가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몇년 동안 본격적인 참선 수행을 거친 뒤 포교활동을 하고 싶다고 귀띔했다. 선진국에는 부자나라들이 많지만 마약과 자살사건 등이 많아 결코 부자가 아니라는 것을 평소부터 잘 알고 있던 터였다. 또한 “마음이 부자여야 한다는 것을 불교를 통해서 새삼 깨닫고 있다.”면서 마음속의 평화가 없으면 밖에서도 평화를 찾을 수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신의 평화는 가족과 이웃, 조국과 세계를 평화롭게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리고 싶단다. “한국 스님들은 마음이 넓어요. 저는 이제 씨 하나 땅에 놓고 물주고 풀 뽑고 있을 뿐입니다. 돈오점수(頓悟漸修)라고 할까요.” 출가 전에는 영화관람을 즐겼다. 한국에서 감명깊게 본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집으로’‘공동경비구역 JSA’ 등이다. 아울러 한국의 역사와 문화도 점점 알게 됐다고 했다. 독도를 아느냐고 하자 “한국인은 일본사람보다 따뜻하다. 왜 (일본이)역사왜곡을 하는지 좀 바보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고향의 부모에게는 이메일로 안부를 전한다는 그는 “캐나다에 살고 있는 올케언니가 한국인”이라면서 “한국과 인연이 깊어졌다.”며 활짝 웃었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65년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 출생 ▲83년 퀸 엘리자베스 고교 졸업 ▲87년 앨버타대학 생화학과 졸업 ▲95년 동대학에서 생화학 박사학위 취득 ▲95∼97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 연구과학자 역임 ▲98년 공주대학 영어강사 ▲99년 마곡사 성호 스님 은사로 출가 ▲99년 5월∼2000년 3월 화계사 행자생활 ▲2000년 4월 사미니계(해인사) ▲2003년 청암사 승가대학 입학(현재 3학년 사교반)
  • [오늘의 눈] “국민의 이름으로…”/김효섭 사회부 기자

    요즘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자주 듣는 말이 ‘국민’과 ‘인권’ 그리고 ‘정의’이다.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뿐이 아니라 검찰에서도 이 단어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법무·검찰의 수뇌부도 유난히 인권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많았던 검찰의 과거가 떠올라서일까. 검찰이 국민의 편에서 인권보호에 앞장서겠다는 것이 당연한 말인데도 어쩐지 낯설게 들린다. 지난 2일 열린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회의의 성명서에도 ‘국민’이라는 말이 4차례나 나온다. 성명서의 제목은 ‘인권과 정의가 살아 숨쉬는‘이었다. 검찰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개혁의 목적은 ‘국민을 위해서’이다. 전혀 상반된 주장을 하는 검찰과 사개추위가 모두 국민 편이라고 외치고 있는데 국민은 과연 누구 편일까. 어느 한쪽은 망상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유감스럽게도 검찰과 사개추위가 다투는 공판중심주의에 대한 국민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여론을 모으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은 사개추위와 정부의 책임이다. 국민의 뜻은 분명 있다. 그렇지만 사개추위나 검찰이나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국민의 등에 업혀서 각자의 의지 실현에만 몰두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먼저 사개추위나 정부는 국민에게 이 중차대한 문제를 알리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밀어붙인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수사의 주체인 검찰의 의견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사개추위 대표와 검찰총수가 3일 밤 만나 극적으로 타결했지만 말이다. 국민들은 검사들이 스스로 개혁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고 여긴다. 그래서 ‘인권과 정의’를 내세운 평검사들의 주장에 크게 공감하는 것 같지는 않다. 검찰이 진정 국민의 편에 섰었는지, 서고 있는지 의심하는 탓이다. 김효섭 사회부 기자 newworld@seoul.co.kr
  • [부고]

    ●주성민(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헌민(세민통상 대표)정민(우신인터누사 〃)씨 부친상 박원석(베스터지앤지 대표)정진화(티엠인터내셔날 〃)씨 빙부상 2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7일 오전 9시 (02)3410-6916 ●윤정(전 덕수상고 교감)씨 별세 석준(SK 커뮤니케이션 과장)씨 부친상 이은평(magnachip 팀장)임병훈(온세통신 과장)홍정택(신촌성결교회 교육목사)씨 빙부상 25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27일 오전 5시50분 (02)921-4499 ●김은호(서울오륜교회 담임목사)씨 부친상 2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7일 오전 5시30분 (02)3010-2373 ●김진우(미국 거주)진석(Group & Falck 실장)진용(서울 금옥초등학교 교사)씨 모친상 박성민(S.E.S Korea 대표)씨 빙모상 2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7일 오전 6시 (02)3010-2265 ●이종규(미국 거주)상규(필리핀 〃)봉규(금광중 교사)씨 모친상 최낙훈(전 하이트맥주 상무)이순영(청운실업 대표)조돈엽(삼성테크윈 상무)씨 빙모상 2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7일 오전 7시 (02)3010-2266 ●정순주(전남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씨 별세 24일 광주 첨단병원, 발인 27일 오전 8시 (062)973-4961 ●이한광(드림파마 대표)씨 별세 24일 경희의료원, 발인 27일 오전 6시30분 (02)958-9545 ●김병석(을지병원 정형외과 교수)병훈·병강·병무(사업)씨 모친상 김영구(사업)씨 빙모상 25일 을지병원, 발인 27일 오전 8시 (02)970-8745 ●김미임(고 안상영 부산시장 모친)씨 별세 2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7일 오전 8시30분 (02)3410-6902 ●김실(서울시 산림조합장)씨 상배 성준(서울랜드 기획팀 과장)의정(이화여대 전임강사)씨 모친상 김현용(자영업)심주현(우리꽃 기획팀장)씨 빙모상 2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6일 오후 2시 (02)3010-2253 ●황준환(강서구의회 행정재무위원장)주성(동작구 상도2동사무소)준철(송파구청)준식(광운대 우체국장)준용(홍성읍사무소)씨 부친상 25일 충남 홍성의료원, 발인 27일 오전 8시 (041)630-6246 ●한상룡(HAN SINDO RAYA IN DAH 대표)씨 모친상 진희(서울아산병원 분만장 간호사)씨 조모상 김이남(성지화장 대표)정창록(미라콤아이엔씨 대리)씨 빙모상 2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7일 오전 11시 (02)3010-2254 ●채태석(풍전철망상사 대표)씨 별세 수한(고대안암병원 재활의학과 의사)수범(풍전철망상사 과장)윤지(KBS컨소바토리 겸임교수)씨 부친상 25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27일 오전 9시 (02)929-0699
  • [발언대] 초동수사 때부터 범죄피해자 보호해야/지영환 국립경찰대학 교육담당·서울신문 자문위원

    범죄 피해자가 범죄사실을 신고하거나 증언을 하게 되면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범죄자에 의한 생명·신체·자유의 침해 위험으로 두려움을 느낀다. 그런데 기존의 수사관행은 피해자 보호보다는 범인 검거를 위한 노력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범인 검거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피해회복과 보호라는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수사기관은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에게 2,3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범죄 피해의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강도강간이나 성폭행 피해자 등은 육체적인 피해 못지않게 심리적인 쇼크나 피해망상증과 같은 충격에 시달린다. 수사 과정에서 수사기관에 의해 시간적 소모와 경제적 지출은 물론, 명예훼손이나 인격적 상처와 같은 피해를 받거나, 피해 경험을 재차 회고하게 됨으로써 또 다른 정신적 피해를 당한다. 경찰은 피해를 당한 시민이 겪어야 하는 육체적, 정신적 충격에서 어떻게 하면 빨리 벗어날 수 있겠는가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하여야 한다. 따라서 범죄신고 접수 과정에서부터 피해자를 염두에 두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피해자가 적절하게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첫째, 수사기관이 피해자에게 피해자의 권리를 고지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 둘째, 범죄 피해자 구조는 수사기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민간인도 참여하는 범죄피해자기구를 지역마다 설치해야 한다. 의료인, 사회복지사, 시민단체 등도 피해자를 원조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셋째, 수사교육 과정에서 피해자학이나 수사심리학 등의 과목을 개설하여 피해자 측면에 대한 연구가 보강되어야 한다. 넷째, 피해자가 언론 등에 노출되어 제3의 피해를 입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올해 60년을 맞이하는 경찰은 이제 ‘감성경찰’로 자신의 가슴을 스스로 데워야 한다. 그 따뜻한 가슴으로 밤새 골목길을 순찰해야 한다. 지영환 국립경찰대학 교육담당·서울신문 자문위원
  • [시론] 동아시아에서 균형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삼성 한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 동아시아에서 균형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삼성 한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의 균형자 역할론은 한국이 미국과 헤어져 중국을 짝사랑하는 얘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곡이다. 균형자를 하겠다는 것은 특정한 한 외세와의 짝사랑에 우리 미래를 걸지 않겠다는 것이다. 어떤 세력을 버리고 다른 세력을 일방적으로 사랑하는 논리를 떠나 모두와의 공존을 위해 필요한 자율적 비전을 갖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힘이 없어 균형자 역할은 턱도 없다는 냉소도 근거없다. 국제정치학이론에 비추어볼 때, 우리는 한가지가 아닌 적어도 세가지 종류의 균형역할 개념을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강대국들이 서로간의 견제와 균형을 이룩하는 것으로서, 둘 이상의 강대국 관계 자체에 내재하는 생리를 가리킨다. 두번째는 한 나라에 의한 일방적 지배를 견제하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들이 연합을 통해 최강국을 견제하는 경우다. 세번째의 균형개념은 두 강대국이나 진영이 각축하고 있을 때, 제3의 국가가 지정학적 중간자로서 상대적 약자에게 힘을 보탬으로써 두 진영간의 힘의 배분에 의미있는 영향을 끼치는 경우다.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환경에서 우리에게 적실한 개념은 세번째 경우다. 우리가 한반도 주변 4강에 준하는 역할을 하기는 물론 어렵다. 그러나 중국대륙의 동해안선을 사이에 두고 형성되어 있는 동아시아 대 분단체제의 지정학적 중간에 위치한 존재로서 한반도는 어느 한편의 노예가 되지 않으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더 위협적인 세력이나 그 정책을 견제하기 위해 우리에게 덜 위협적인 상대적 약자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은 갖고 있다. 이마저도 부정하는 것은 자기비하를 넘어 자학적인 논리다. 모겐소와 왈츠 같은 이들의 권력균형론에 의하더라도, 강대국 관계가 내포한 균형의 논리는 안정이 아닌 불안정으로 통할 수 있다. 패권자는 권력남용과 예방적 군사주의를 통해서, 그리고 도전국가는 기존질서에 도전하는 행태로 인하여 안정자가 아니라 불안정자로 기능하게 된다. 강대국의 균형이란 말하자면 권력투쟁이며, 심오한 불안정화의 속성을 갖는다. 이와 달리 권력투쟁의 논리에서 자유로운 지정학적 중간자로서 그들의 권력투쟁을 완충시키려고 노력하겠다는 한국의 균형자론은 분명 유의미하다. 그것은 결코 과대망상이 아니다. 한국의 균형자 개념이 한·미동맹과 모순된다는 주장도 잘못이다. 한반도 안보에는 불변하는 실존적 명제가 있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의 갈등심화는 우리에게 치명적이며, 이를 완충시키면서 그 두 세력과 다같이 평화적 공존을 모색하는 지혜가 우리의 생존번영 전략의 중심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이 중간자로서 처해있는 지정학적 취약성을 보완하기보다는 그것을 심화시킬 때, 한·미동맹의 존재론적 근거는 희석된다. 한국이 충실한 하위파트너로 행동하는 것이 미국이 바라는 최대치이겠지만, 그것을 충족시킬 수 없다고 해서 미국이 한·미동맹을 파기하지는 않는다. 한반도가 중국에 대한 일방적 동맹으로 기울지 않게 예방하는 효과만으로도 한·미동맹은 미국에 의미있다. 장차 군사대국화를 실현한 일본이 미·일동맹체제에서 자율성을 높여갈 때, 미국의 일본관은 착잡해질 것이다. 그 역시 미국에 한반도가 갖는 의미를 더할 수 있다. 부단히 변모하는 동아시아 역학관계 속에서 수십년 후의 미래에까지도 어느 한나라가 한국안보를 책임질 수 있다는 기대에 기초한 안보전략이야말로 무책임하고 위험하다. 단기적으로도 우리가 균형 자세를 갖지 않고는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유리한 주변정세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균형외교를 통한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은 한국의 균형자적 역할의 더 발전된 토대가 되어줄 것이다. 이삼성 한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동북아 균형자론 그 이상과 현실은

    동북아 균형자론 그 이상과 현실은

    지난달 22일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자임한 이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동북아 균형자론은 한 마디로 ‘강대국들끼리의 힘 겨루기를 수수방관하다가는 옛날처럼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우리가 능동적으로 평화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정의해도 무리가 없다. 이를 놓고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는 “항구적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옹호에서부터 “국가안보를 담보로 한 과대망상적 모험”이라는 비판까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한 듯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이 14일 열린우리당의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당정간 조율에 나서기도 했다. 동북아 균형자론을 둘러싼 양측 주장의 허실을 비교·분석해 본다. ■ 해법과 반론 동북아 균형자론을 취재하면서 기자는 얼마간 약소국의 비애를 체감해야 했다. 균형자론을 둘러싼 격렬한 찬반 논쟁은,‘세계 초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하면 절멸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고 하는 명제가 여전히 미완의 과제임을 웅변한다. 무섭게 국력을 키워가는 중국,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 세계 초강국 미국, 여기에 핵 보유를 선언한 북한까지, 지금 동북아의 긴장지수는 상승 일로에 있다. 동북아 균형자론은 이처럼 위태로운 지정학적 현황에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지론이 화학결합을 하면서 돌출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동북아 균형자론은 99% 노 대통령의 구상으로서 대통령후보 시절부터의 지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발상과 현실성은 별개 문제다. 낙관과 우려를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평화애호도 국력… 힘이 전부 아니다” 비판이 제일 먼저 쏠리는 부분은 과연 한국이 세력 균형자 역할을 할 힘이 있느냐는 것이다. 예컨대 미·일 군사축이 중·러 축과 갈등을 빚을 때 가운데서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과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비롯한 정부측 인사들은 ‘세력 균형자’가 아니라 ‘인식과 가치의 균형자’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한다.19세기의 영국처럼 국방력에 의존한 균형자가 아니라, 경제력과 문화수준, 그리고 역사상 주변국을 침략하지 않은 평화 애호국이라는 명분 등 신개념의 연성국력(soft power)으로 균형자 역을 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비판자들은 다시 “가치와 인식의 균형자라는 말은 비현실적인 허언”이라고 공박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럼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 등의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는 현실에서 기존 구도에만 안주하자는 것이냐. 대안이 무엇이냐.”는 반론에는 딱히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한미일 협력 훼손땐 국제적 고립 우려” 논쟁은 균형자론이 한·미 동맹을 훼손할 것인지 여부로 이어진다. 비판자들은 “균형자론은 결국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계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의미하며, 결정적인 안보 위기상황에서 자칫 어느 쪽으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이에 정부측은 “균형자론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CSCE(유럽안보협력회의)와 같은 다자간 안보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다자간 안보체계를 지향한다면서 한·미 동맹의 강도는 불변할 것이란 주장은 궤변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균형자론의 측면에서는, 한·미 동맹이 전보다 느슨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인정했다. 논쟁은 균형자론이 결국 국익에 해가 될 것인지 여부로 귀착된다. 정부측은 “국가간 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현실에서 이런 문제로 미국이 한국에 불이익을 줄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과민반응”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미군이 절대 안떠날 것”이라는 냉전시대식 낙관은 국가적 재난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북핵 교착땐 장기표류 가능성 균형자론은 궁극적으로 유럽연합(EU)과 같은 지역연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동북아 각국 정상이 직접 만나 회담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단기적 상황은 열악하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가 1년 가까이 교착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핵 문제 때문에 균형자론이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다.”며 “북한이 안 나오니 중국도 머뭇거리고, 러시아도 소극적”이라고 했다. 게다가 최근엔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까지 겹쳐 상황이 악화일로다. 때문에 균형자론이 결국 노 대통령 임기 중에 별다른 실효를 내지 못하고 장기 표류하는 최악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문정인 동북아위원장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은 14일 열린우리당 정책간담회에서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 “동북아 지역의 협력과 통합을 위한 촉진자”라고 규정했다. 궁극적 목표는 주변국과의 신뢰를 통해 동북아지역의 ‘다자간 안보체제 구축’을 모색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문 위원장은 “한국의 균형자 역할이란 19세기 세력균형을 통해 유럽의 패권을 추구했던 전통적 의미의 균형자론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오히려 ‘평화를 위한’ 균형자론을 강조했다. 여기에는 한국이 당시 영국과 같이 동북아 세력균형을 위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국력도 없고 세력균형을 주도하거나 우위를 점하려는 목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힘의 균형’이 아니라 정책의 목표를 ‘평화’에 둔 외교”라는 것이 문 위원장의 부연설명이다. 문 위원장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동북아 균형자론’이 진화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즉 ▲한·미동맹과 안보협력 강화를 통한 ‘동북아 세력 균형자’에서,▲동북아의 갈등이 재현되지 않도록 ‘협력과 평화를 만드는 균형자’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선도적’인 역할이 강조되는 한편 동북아 국가들과의 ‘사전 협력관계’가 중요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구상의 배경에는 ‘중국 부상론’을 중심으로 대립과 반목이 강해지는 동북아 질서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는 것이 문 위원장의 판단이다. 문 위원장은 “현재 중국의 팽창을 세력전의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제,“패권국가의 신장속도가 원만해지고 도전국가가 패권국가의 꼬리를 밟는 접점에서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동북아 지역의 전략적 불안정 구조를 우려했다. 다음은 일본과 중국의 불안한 관계를 지목했다.“일본이 미국의 힘에 편승하면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미국도 전향적으로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을 지원하는 등 구조적인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다.”고 걱정했다. 때문에 동북아 지역의 불안정 구조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 이익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동북아 균형자론’은 불가피하다고 거듭 역설했다. 구혜영 김준석기자 koohy@seoul.co.kr ■ 한·미군사동맹 이상기류 없나 한·미 군사동맹의 ‘이상 기류’로 비춰칠 만한 민감한 문제들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주한미군의 한국인 군무원 감축, 한·중 군사외교 강화, 전시예비물자(WR SA) 프로그램 폐지, 자이툰 부대원 감축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정부는 한·미동맹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펄쩍 뛴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제2차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국방부 안광찬 정책실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의 한·미간 군사현안들은 각각의 문제일 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이툰부대원 270명 감축 문제의 경우 우리가 이라크주둔 미군측에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한반도 배치 WRSA 프로그램 폐지도 2000년부터 논의돼 온 사안이다. 국방부가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 협상력 제고 때문이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 안에는 일부 언론이 한·미 관계를 의도적으로 왜곡시키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국방부 신현돈 공보관은 최근 WRSA 관련 내용을 정부가 은폐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이례적으로 ‘안보 상업주의’라는 다소 자극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사안들이 양국간 알력의 산물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실제 정부 안에도 균형자론을 다소 불안하게 보는 이들도 없지 않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최근 군 수뇌부 이·취임식 연설에서 “한국이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수행하는 데 군이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지만, 이번에 군문을 떠난 한 수뇌부는 “글쎄, 큰 실수는 없어야 할텐데…걱정이 된다.”며 균형자론에 대해 우려를 보였다.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의 경우 아직도 균형자론에 대해 믿음을 갖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셈이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송두율칼럼] 유럽과 동북아 그리고 한반도

    [송두율칼럼] 유럽과 동북아 그리고 한반도

    ‘동북공정’이나 독도 분규와 같은 문제들이 제기되면 우리는 역사가 담고 있는 시간의 내용과 영토가 지니는 공간의 의미에 대하여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시간과 공간을 응축(凝縮)시키고 있는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에도 역사나 영토라는 개념이 아직도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역사의 종말’이나 ‘지리의 종말’이라는 화두가 나돈 지도 제법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동서 냉전의 갈등을 뒤로한 유럽의 경제·정치·사회·문화의 통합수준은 현재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국경의 의미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과거와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일상생활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탈(脫)민족’(postnational)이라는 개념은 이제 자연스럽게 유럽인의 뇌리에 자리잡게 되었다. 이러한 유럽의 일반적 분위기와 비교해볼 때 동북아의 현재 상태는 아직 ‘탈민족’이 이야기될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이 지역에서 계속 일어나는 역사기술(記述)과 영토문제를 둘러싼 분쟁들이 그러한 사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통합과정 중에 있는 동유럽 내부의 복잡성, 그리고 북부아일랜드·바스크나 코르시카와 같은 서유럽지역에서도 분쟁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분쟁의 모습은 동북아에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지역패권을 둘러싼 갈등 양상과는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도 동북아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한반도가 여전히 분단돼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유럽 중심에 있는 통일독일이 유럽통합을 촉진시키고 있는 현실과 비교해볼 때 이 두 지역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민족주의는 반역이다.’라는 구호 밑에서 ‘국사(國史)해체’까지 주장하고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배타적 국수주의(國粹主義)로써 동북아의 갈등구조에 대처하려고 한다. 전자는 유럽적 현실을 동북아의 미래 속에 무리하게 투영(投影)시키고 있고, 후자는 과거의 유럽에 동북아의 미래를 과도하게 얽어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화주의’와 ‘일본주의’가 충돌하는 길목에 있는 한반도는 항상 괴로운 공간이었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 ‘중심의 괴로움’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다.‘중심의 괴로움’을 ‘희망의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민족주의’를 그저 절대악, 아니면 절대선으로 갈라볼 것이 아니라, 민족이 지니고 있는 체험공간과 기대지평을 오늘날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 속에서 어떻게 총체적으로 파악하느냐 하는 문제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느껴진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지역’과 ‘세계화’의 관계를 상호배타적인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우리 귀에도 이미 익숙해졌다. 그러나 ‘지역’은 대체로 공간적인 의미로, 이와 달리 ‘세계화’는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되기 때문에 ‘지역’과 ‘세계화’의 관계를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이 문제와 관련, 버클리 대학의 마뉴엘 카스텔스는 ‘장소로서의 공간’과 ‘흐름의 공간’을 우선 구별하고 있다. 자본·정보·기술, 심지어는 문화적 상징까지도 모두 연결돼 흐르는 ‘그물망 사회’(network society) 안에서도 우리의 삶은 여전히 구체적 ‘장소로서의 공간’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또 두 공간이 각각 의거하고 있는 시간 개념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 둘 사이를 연결하는 ‘교량’(橋梁)이 꼭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남북간에 서로 다른 시간 개념이 존재하고 있는 특이한 ‘장소로서의 공간’, 한반도가 이러한 ‘흐름의 공간’ 속에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때 이는 곧 그와 같은 ‘교량’ 구축에서 하나의 훌륭한 모범적 사례를 보여 줄 수 있다. 많은 갈등 요소를 안고 있는 동북아의 균형을 한반도가 바로잡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한갓 과대망상으로만 여길 수는 결코 없다.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 선고 매년감소… 집행 7년간 ‘0’

    선고 매년감소… 집행 7년간 ‘0’

    국가인권위원회가 6일 폐지를 권고할 사형은 어떻게 선고되고 있을까. 누가, 어떤 범죄로 사형을 받을까. 서울신문이 2002∼2004년 사형 사건을 분석한 결과, 대법원은 피해자 2명 이상을 계획적으로 살해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시체를 훼손하며 범행을 뉘우치지 않는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파기 사례 많아 흉악 범죄는 늘고 있지만, 사형 선고는 거꾸로 줄고 있다.1심이나 항소심에서 사형을 선고받더라도 대법원이 파기하는 사례가 많다.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2000년 20명에 이르렀지만,2004년 8명으로 감소했다. 대법원도 2000년에는 13명에게 사형을 선고했지만,2004년 2명으로 줄였다. 하지만 살인죄로 기소된 피고인은 2000년 736명에서 2003년 823명으로 증가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윤병철 부장판사는 ‘생명 침해범에 대한 양형’이란 논문에서 2002년 육군 장교인 손모(29)씨 사건을 기준점으로 사형선고가 엄격해졌다고 진단했다. 손씨는 한 여성(18)을 살해하고 9명을 강간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1심,2심은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2년 2월 원심을 파기했다. 인터넷 교관으로 활동하던 손씨가 무분별하게 음란물에 접촉하며 성적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질렀다고 분석했다. 이에 정신치료를 통해 손씨를 교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형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마지막 형벌이기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씨는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범행은 치밀하게, 피해자는 2명 이상 사형 확정선고를 받은 피고인들의 주요한 범행 동기는 성욕·재산탐욕이었다.2003년 사형이 확정된 도모(34)씨는 현금 3억원을 가로채기 위해 70대 노인 3명을 둔기로 때려 죽였다. 지난해 사형을 선고받은 김모(24)씨도 신용카드 빚 7000만원을 갚아주지 않는다며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하고 할머니도 같은 방법으로 죽였다. 사형사건의 또 다른 특징은 범행이 계획적이고 피해자가 2명 이상이란 점이다. 지난해 사형이 확정된 유영철(35)은 노인과 여성 20명을 연쇄적으로 살해했다. 식당종업원 허모(27)씨도 열흘 동안 6명을 강도살인했다. 영생교 신자 나모(63)씨도 교단을 이탈했다는 이유로 6명을 죽였다. 한 사람을 죽였다고 사형이 선고된 사례는 없었다. 일가족을 한꺼번에 살해, 사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김모(47)씨는 10년 동안 의붓딸(20)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집행유예형으로 풀려난 그는 아내 집을 찾아가 잠자던 일가족 4명을 둔기로 내리쳐 살해했다. 김씨의 친아들과 친딸도 함께였다. 사형수들은 대부분 시체를 훼손, 범행을 숨기고 반성하지 않았다. 자수했는데도 사형이 선고된 경우는 없었다. 가족을 죽인 대학생 김모씨도 범행 후 여자친구에게 “오늘 식구들 작업했다가 실패했어.”라고 태연히 이메일을 보냈다. 유영철도 법정에서 “너무 일찍 붙잡혔다.”고 말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피해자와 화해하거나 피고인 가족이 전폭적으로 교화를 지원하면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다. 범행 당시 피고인의 건강상태도 상세히 점검한다. ●범행후 반성하지 않는다 절도죄로 복역한 최모(28)씨가 출소 후 7개월 만에 강도강간·살인 등 13건의 범죄를 저지르자 1심,2심에서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이 교통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직후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교통사고 후유증인지 알아봐야 한다.”고 원심을 파기했다. 최씨는 결국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았다. 교제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여자친구의 가족 3명을 살해한 문모(28)씨도 사형을 면했다. 대법원은 “피고인 아버지와 누나들이 교화에 정성을 다하겠다고 호소해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우리 법원은 사형을 선고할 때 잔인하게 다른 사람을 살해했다는 객관적 측면과 더불어 피고인의 연령, 성장환경, 뉘우침 등 주관적 사정을 깊이 고려한다.”면서 “이것이 사형수가 감소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재 법원에서 사형을 확정받고 수감 중인 기결수는 유영철을 포함해 60명이며, 집행은 1997년 12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23명이 마지막이었다. 정은주 김효섭기자 ejung@seoul.co.kr
  • [日 영화 2편]69식스티나인

    고교 3년생 켄(쓰마부키 사토시)은 ‘인생은 즐거워야 한다.’는 신념 아래 온갖 망상을 즐기는 문제아. 동급생 아마다(안도 마사노부)는 잘생긴 외모에 사색적이지만 사투리를 쓰는 괴짜다. 어느날 청소를 빼먹고 옥상으로 도망친 두 사람은 매스게임을 연습하는 여학생들을 바라보다 의기투합한다.‘뭔가를 강요당하는 집단은 역겨워.’(아마다)‘좋아, 그녀들을 해방시키자.’(켄). 켄은 영화와 연극, 로큰롤이 어우러진 페스티벌을 해방구로 제안하지만 사실 속셈은 딴 데 있다. 짝사랑하는 여학생의 관심을 끌려는 것.‘데모하는 사람들 멋지다.’는 한마디에 친구들과 야밤에 학교에 잠입해 바리케이드를 치는 켄의 모습은 미숙하지만 풋풋한 청춘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무라카미 류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69식스티나인’(25일 개봉, 감독 이상일)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거침없이 분출되는 청춘의 혈기를 스크린 가득 뿜어내는 영화다. 파리의 ‘68혁명’이 전세계 자유주의자들을 도발한 이듬해인 1969년, 일본 또한 정치적 불안정과 고도성장의 그늘, 그리고 해일처럼 몰아닥친 서구문명의 영향으로 불온한 시대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었다. 영화는 작은 도시 사세보를 배경으로 복잡한 현실에 짓눌리기는커녕 보란 듯이 젊음의 특권을 누리는 고교생들의 유쾌한 한때를 재기발랄하게 포착해냈다.15세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피해망상’ 동생 의대생 형 살해

    서울 용산경찰서는 20일 피해 망상증에 시달린 끝에 형을 살해한 정모(21)씨를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씨는 지난 9일 새벽 2시30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R오피스텔의 친형 집에 모자와 목도리로 얼굴을 가리고 찾아가 의대생인 형(23)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동생이 평소 ‘형을 죽이겠다.’고 말해왔으며, 사건 당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PC방 업주로부터 ‘그만두라.’는 말을 듣자 이를 형의 탓으로 돌리고 범행을 저질렀다.” 전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부자뱅이 가난뱅이/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부자와 가난뱅이, 그리고 가난뱅이에서 부자로 신분상승한 졸부. 자칭 가난뱅이 출신의 프랑스 저술가 장 루이 푸르니에의 ‘부자뱅이 가난뱅이’(최내경 옮김, 휘슬러 펴냄)는 이 세가지 유형의 삶에 대한 단상을 프랑스식 간결한 위트로 풀어낸 책이다. 부자와 가난뱅이는 태어날 때부터 극명하게 대비된다. 부자네 아기는 엄마에게서 ‘귀여운 리샤르, 잘 잤니’라는 상냥한 인사를 듣지만 가난뱅이네 아기는 기껏해야 ‘입 닥쳐, 케빈’같은 신경질적인 반응에 만족해야 한다. 부자는 이따금 장난 삼아 자기가 가난뱅이라는 ‘상상’를 하며 즐거워하지만 가난뱅이가 이따금 부자의 삶을 꿈꾸는 일은 헛된 ‘망상’에 불과할 뿐이다. 저자는 예리한 통찰력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사례들에서 촌철살인의 유머를 포착해 유쾌하면서도 씁쓸한 현대인들의 초상을 설득력있게 그려내고 있다.1만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부자되기 비법 전수하는 2권의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류의 부자 관련서가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면서 ‘착한 부자’의 개념이 확산됐지만 여전히 부자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각은 이중적이다. 누구나 부자가 되기를 희망하면서도 내놓고 부자를 존경한다는 이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는 한국 사회에서 부의 축적은, 정직하고 성실한 방법보다는 각종 편법과 비리에 의해 가능하다는 뿌리깊은 편견이 자리하고 있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부도덕하고 몰지각한 부자들의 추악한 면모도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시키는 요인이다. 하지만 “큰 부자는 하늘이 내고, 작은 부자는 사람이 낸다”는 말이 있다. 서울여대 한동철 교수의 ‘부자도 모르는 부자학 개론’(씨앗을 뿌리는 사람 펴냄)과 미국 재테크 전문가 데이브 램지의 ‘부자가 되는 비결’(서원희 옮김, 비전과 리더십 펴냄)은 평범한 사람들도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책이다.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부자학 강의를 개설해 화제가 된 한 교수의 ‘…부자학개론’은 객관적이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대한민국 부자들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부자가 되기 위한 전제 조건과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가 만난 부자들은 모두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운 뒤 그것을 이루기 위해 엄청난 인내심과 용기, 절제력을 발휘한 사람들이다. 또 모든 사고의 중심을 늘 돈에 둔다. 부자들은 현재에 돈이 되거나 장래에 돈이 될 만한 것을 위해 행동하지만 일반인들은 돈 이외의 것에 쓸데없는 행동을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한 교수는 그러나 진정한 부자란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겸비한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정직과 공동체에 대한 애정, 도덕성 등의 정신적 덕목이 밑받침되지 않으면 어렵게 쌓은 부는 하루 아침에 덧없이 허물어지는 신기루 같은 존재임을 일러준다.9800원. ‘부자가 되는 비결’의 저자 데이브 램지는 15년 전 파산 직전에 몰렸던 악몽 같은 경험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은 케이스. 무일푼으로 시작해 부동산 투자로 서른이 되기 전에 백만장자가 됐던 그는 한번의 부도로 전재산을 날렸다.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은 그는 돈이 대체 어떻게 굴러가고,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지에 모든 관심을 쏟았고, 부자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저자는 부자가 되려면 돈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 돈의 주인이 돼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큰 장애물인 자신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돈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과감히 버리고, 과소비와 가계 부채를 부추기는 헛된 망상과 자본주의 상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자칫 물질만능주의와 배금주의에 빠져들 위험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돈이 모든 인생 문제의 해결책이 아님을 직시할 때만이 진정한 부자의 반열에 들 수 있음을 강조한다.1만 2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지식인의 두 얼굴/폴 존슨 지음

    장 자크 루소의 명성은 그의 저서인 ‘에밀’‘사회계약론’‘학문과 예술론’의 기저에 깔려 있는 교육론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그가 글로 쓴 것과는 반대로 실생활에선 아이들에게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고, 심지어 자신의 아이를 5명이나 고아원에 내다버렸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카를 마르크스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 연구에 천착했지만 정작 그의 집에서 수십년간이나 일했던 하녀에겐 동전 한닢 지불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는 사창가를 드나들면서도 여성과의 교제가 사회악이라고 여길 만큼 비정상적인 인물이었고, 논쟁을 즐기기로 유명한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저주를 퍼붓던 망상증 환자였다. 이렇듯 사회적 명성 뒤에 숨은 지식인들의 또 다른 모습은 두 가지 면에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개인적·인간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발명이나 사상이 인류 발전에 이바지했다면 그것만으로 칭송받아 마땅하다는 견해, 또 하나는 그 지식인들이 창조한 것은 하나의 관념, 이데올로기, 또는 인간에 관한 특정 유형일 뿐이지, 과학적이거나 인간에 대한 철저한 이해에 바탕을 둔 이론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영국 언론인 출신의 저술가 폴 존슨이 지은 ‘지식인의 두 얼굴’(윤철희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은 후자적 관점에서 근대 이후 사회정신과 이데올로기를 이끌어온 지식인들의 업적과 생애에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고 명성 뒤에 가려진 추악한 이면을 낱낱이 파헤친 책이다. ●위인의 명성 이면의 도덕적·윤리적 판단은 필수 지은이가 말하는 지식인은 우리가 흔히 아는 ‘지식을 많이 가진 자’가 아니라 거대한 관념체계를 형성하고 교조와 명령, 권유를 통해 일반인들을 한쪽으로 몰아가며 세상을 움직이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이 당대나 후세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지대하며, 지식인들에 대한 윤리적·도덕적 판단은 필수불가결하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저자는 근대적 개념의 최초의 지식인으로 꼽히는 계몽주의 철학자 루소부터 시작해 300여년에 걸친 위인적 지식인들의 철학과 기념비적인 성과를 소개하면서 몇 가지 비판적 질문을 던진다. 지식인들은 어떻게 자신의 철학을 성립시키고, 얼마나 세심하게 그 증거를 검토했는가?그들은 얼마나 진리를 존중했으며 개인생활에도 똑같이 적용했는가?물질적 이익 앞에 그들의 철학은 어떻게 왜곡됐는가?그들은 배우자와 가족들을 어떻게 대우했으며, 지인들과 얼마나 깊은 우정을 나눴는가? 등등. ●습관적 거짓말쟁이 헤밍웨이 저자에 따르면 앞서 언급했듯이 근대 교육철학에 한 획을 그은 루소는 자식들을 다섯이나 고아원에 내다버렸다. 후일 이 사실이 알려지자 루소는 “그녀(아이 엄마)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란 해괴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루소는 세탁부 출신인 아이들 엄마를 23살 때부터 애인으로 곁에 두고 살면서 ‘천하고 무식한 계집종’이라고 멸시했으며, 그의 ‘고백록’ 중 상당 부분은 거짓말과 각종 변명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헤밍웨이는 습관적인 거짓말쟁이였음을 지적한다. 그는 “최상급의 작가들이 거짓말쟁이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이 직업의 중요한 부분은 거짓말이나 날조다.”고 스스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전문작가가 되기 훨씬 전부터 그는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했는데,5살때 길길이 날뛰며 달아나던 말을 혼자힘으로 막아냈다든가, 그의 부모에게 영화배우와 약혼하게 됐다는 등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것들이었다. 그의 저서전 ‘이동축제일’은 루소의 ‘고백록’만큼이나 미덥지 못하다고 지은이는 평가한다. 이밖에도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전형적인 남성 우월주의자로서 여성을 인간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했으며,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릭 입센은 평생에 걸쳐 분노와 공포감에 휩싸여 기행을 일삼았다. 베르톨드 브레히트, 조지 오웰, 노엄 촘스키 등 또한 ‘이성의 몰락’이란 비판 속에 지은이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최악의 폭정은 사상이 지배하는 전제정치 책을 읽다 보면 사실 지은이는 자본주의 체제의 신봉자이자 보수적 성향의 저널리스트로서 지나치게 인간의 어두운 면만을 부각시켰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보편적인 인류가 아닌 특정한 개인에 대한 지식인들의 반응, 특히 그들이 친구, 동료, 하인, 가족들에 대한 방식을 주로 검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반문한다. 학자와 작가, 철학자가 아무리 저명하다고 할지라도, 대중을 향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를 말해줄 권리가 있는가?하고. 대중을 그들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몰고가려는, 온갖 지식인들의 위원회, 연맹, 그리고 그들의 이름이 빽빽이 박힌 성명서에 그는 강한 의구심을 나타낸다. 결론적으로 지은이가 던지는 메시지는 이렇다. “그 무엇보다 우리는 지식인들이 습관적으로 망각하는 것, 즉 인간이 관념보다 중요하고, 인간이 관념의 앞자리에 놓여야만 한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하고 있어야만 한다. 모든 폭정 중에서 최악의 폭정은 사상이 지배하는 무정한 전제정치다.”2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송두율칼럼] 정보사회의 윤리

    [송두율칼럼] 정보사회의 윤리

    ‘초고속정보망’ ‘사이버공간’ ‘지구촌’ ‘가상공동체’등의 은유(隱喩)적 단어로 표현되고 있는 오늘의 정보사회는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고 있는 산업사회와 여러가지로 다르다. 경제·정치·문화적 구조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의식에 있어서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어떤 특정지역에서는 다른 지역에서보다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데 한국사회가 그의 대표적 예라고 볼 수 있다. 작년 말에 한국의 인터넷의 이용률이 국민의 70%를 넘어섰고 총인구 대비 세계최고의 ‘인터넷강국’이라는 보도를 읽은 적이 있다. 독일의 그것은 같은 시기 61%에 그쳤다. 인터넷매체는 정보의 생산과 소비가 우리의 일상생활의 구석구석을 어떻게 지배하는가를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신속성을 본질로 한 이러한 매체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친구들의 가정’과 같은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시켜주는 측면도 있지만 음란과 폭력적 내용으로 인한 정보오염의 심각성, 개인정보의 불법유출, 새로운 유형의 ‘사이버 범죄’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부정적 현상도 동반하고 있다. 이에 대비한 법률의 제정과 함께 새로운 정보문화 창출을 위한 시민운동, 나아가 정보사회의 윤리적 규범에 관한 철학적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기존의 인쇄매체와는 달리 인터넷매체에는 여러 사람이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일 수 있고 생산적인 논쟁도 전개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매체가 저질의 인신공격 속에 묻히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얼굴을 직접 마주하지 않고 익명(匿名)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이러한 매체 속에서 우리는 연령, 성, 직업, 출신지와 같은 요소들이 그 동안 제약해왔던 사회관계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방감은 종종 자기정체성에 혼란을 주고, 심지어는 감정이입이 전혀 통제되지 않는 망상과 정신분열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얼 굴과 얼굴을 마주보는’(face to face) 세계의 윤리적 조건과 사용자인 인간과 컴퓨터를 연결시켜주는 장치인 ‘인터페이스’(interface)의 세계의 그것 사이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프랑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E Levinas)는 먼저 지적된 세계의 윤리적 매체는 바로 인간의 ‘얼굴’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에는 시간과 공간을 떠난 ‘육체 없는 두뇌’가 새로운 윤리적 매체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대비가 오늘날 극명하게 하나의 논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곧 ‘전자(電子) 민주주의’다. 앞의 견해는 민주주의는 우리들의 몸에 깃든 자기정체성,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사회적 연대성을 떠나서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후자의 견해는 새로운 매체를 통한 다양하고 평등한 여론형성이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를 가능케 한다고 피력한다. 두 견해가 모두 정보사회의 명암, 그리고 이에 근거한 비관과 낙관을 나름대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든지 정보사회의 미래는 새로운 정보통신의 기술적 특성에만 의해서가 아니라 사회적인 담론(談論)체계, 즉 사회성원의 힘의 관계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사이버공간’(Cyberspace)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사용한 공상과학소설가 윌리엄 깁슨(W Gibson)도 사이버공간은 결국 우리 사회의 재미있는 하나의 거울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의 가치, 그리고 우리의 잘못을 때로는 과장하는 그러한 거울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따라서 우리가 바라는 정보사회의 윤리적 내용도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오늘 한국사회에서 절박하게 요구되고 있는 상대방의 인격존중, 자율성, 책임감 그리고 연대성과 같은 덕목들이 바로 정보사회의 윤리적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하이테크 동굴’ 속에 갇혀 있는 익명의 공동체가 아니라 서로가 얼굴과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러한 따뜻한 공동체의 정신을 잊지 않을 때 ‘인터넷강국’도 그 이름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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