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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서실장 비위 행위에 단체장들 속앓이

    단체장들의 핵심 측근인 비서실장들의 비위 행각이 잇따라 물의를 빚고 있다. 상당수 비서실장이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채 호가호위를 하면서 뇌물수수나 선거법 위반, 인사 개입, 음주 뺑소니 등 불·탈법 행위를 일삼고 있다. 경북 군위경찰서는 A군수 비서실장인 김모(47·별정직 6급)씨를 음주 뺑소니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7일 0시 40분쯤 군위군 군위읍 수서리 5번 국도상에서 자신의 코란도 승용차를 몰고 의성 방향으로 달리다 서 있는 쏘나타 승용차(운전자 박모·29)를 추돌한 혐의를 받고 있다. 로드킬로 쓰러진 고라니를 길에서 치우던 양모(36)씨 등 2명을 추가로 친 뒤 그대로 달아난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당시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혈중 알코올 농도 0.085%의 음주 상태였으며 자신의 집에서 뒤늦게 검거됐다. 이 사고로 운전자 박씨 등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김씨는 6·4 지방선거 때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고발되기도 했다. 전주지방검찰청은 지난 19일 군의 금고 협력사업비 수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전북 B군수 전 비서실장 김모(52)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2010년부터 4년간 군 금고인 농협에서 지원한 협력사업비 3억 870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충북 제천경찰서는 지난 14일 C시장의 비서실장인 김모(53·행정 6급)씨를 특가법상 도주차량 혐의로 조사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2시 45분쯤 제천시 영천동 역전교차로에서 택시 오른쪽 뒤편을 추돌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사고 뒤 명함을 건네고 서둘러 현장을 떠나 음주 운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8월 D시장 비서실장인 김모(56)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D시장이 참석한 지역 봉사단체의 송년회 식사비 360여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6·4 지방선거 때 유세 차량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허위로 서류를 꾸며 선관위에 제출, 2450여만원의 선거비용을 보전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의 비서실장이었던 김모(52)씨는 대우건설 임원으로부터 남동구 구월동 아시안게임선수촌 공사수주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 1월 징역 7년에 벌금 5억원, 추징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송 전 시장의 고교 동창이기도 한 김씨는 2011년 5월 건설업체로부터 5억원을 받았다. 전북 부안군수의 전 비서실장이었던 이모(58)씨는 승진 인사에 관여하려다 부군수가 제지하자 “밤에 건강 조심하쇼”라며 겁박하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 인사비리 의혹과 관련한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구속됐다. 사정이 이렇자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 임실군수 후보는 ‘비서실 청정부서화’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지자체 안팎에선 “일부 비서실장들이 단체장의 지시 또는 묵인 아래 무소불위의 권세를 이용해 인사와 사업 등을 떡 주무르듯 한다”면서 “비서실 기능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 강화와 함께 신상필벌 원칙이 다른 부서보다 철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인천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주금公 전세대출 사기로 혈세 150억 날렸다

    주금公 전세대출 사기로 혈세 150억 날렸다

    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지난 4년여간 전세자금 보증 사기 대출로 150억원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실이 22일 주택금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 7월까지 전세자금 보증에 대한 사기대출 혐의 건수는 237건으로, 피해액은 150억 1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또 대출자가 은행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주금공이 은행에 대신 갚은(대위변제) 돈만 3년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2011년 대위변제액은 572억원이었지만 지난해는 1628억원으로 늘었다. 김 의원은 “시중은행의 형식적인 서류 검사 때문이긴 하지만 주금공도 지난 4년간 사기 대출에 대한 사후 감지 노력과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세자금 보증 대상에 연소득 10억원 이상의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대거 포함된 것도 질타를 받았다.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전세자금 보증을 받은 대상자 가운데 연소득 10억원이 넘는 소득자는 4명이었고, 연소득 5억원 넘는 소득자도 20명이나 됐다.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은 “저소득계층은 전세 구하기도 어렵고 전셋값 폭등으로 전세에서 월세로 떠밀려가야 하는 실정”이라면서 “공사는 전세자금 보증제가 저소득 서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취지에 맞게 소득제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주금공은 2004년 설립 이후 초대 정홍식 사장(주택은행 출신)을 제외하고는 역대 공사 사장과 부사장 임명 9건 중 8건(88.9%)이 모피아와 한국은행 출신 낙하산 인사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공적자금이 들어간 서울보증보험의 방만 경영도 여전했다. 서울보증보험은 감사원의 수차례 지적에도 불구하고 경조금과 학자금, 의료비 등에 수백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보증보험의 공적자금 회수율은 24.1%에 그쳤다. 앞으로 갚아야 할 공적자금이 7조원 이상이라는 얘기다. 이운룡 의원은 “감사원이 동일한 내용으로 수차례 방만 경영을 지적했지만 서울보증보험은 이를 무시했다”면서 “감사원이 감축 또는 폐지하도록 요구한 복리후생비가 지난 5년간 252억원 추가 지급됐다”고 주장했다. 강기정 새정연 의원도 “공무원에게 금지된 경조사비뿐 아니라 해외 대학생 자녀에게 학자금 500만원과 직계비속·배우자의 의료비를 연 500만원 한도에서 지원한다”면서 “공무원 표준 가이드라인과 비교해 (복리후생비가)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묻지마 소송’ 남발도 지적됐다. 민 의원은 “캠코가 채권의 소멸시효 연장을 막기 위해 묻지마 소송을 제기한 건수가 6만 7000건”이라면서 “이 중 상환능력이 없는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 장기입원자, 장애인 부양자, 북한이탈주민 등을 포함해 사실상 약탈적 채권 추심”이라고 비판했다. 이학영 새정연 의원도 “캠코가 서민채권 6조 5000억원을 대부업체에 팔아넘긴 것은 캠코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라고 질타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서울광장] 세월호 사건과 기로에 선 한국 민주주의/박찬구 논설위원

    [서울광장] 세월호 사건과 기로에 선 한국 민주주의/박찬구 논설위원

    30년 전의 일이다. 대학 교정은 음습한 사복경찰과 최루탄의 강압에 짓눌렸다. 학생 시위대를 쫓는 사복경찰은 학과 건물과 강의실에까지 난입했다. 스크럼을 짜고 민주화를 외치다 붙잡히고 끌려가기 일쑤였다. 몇 달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친구는 어느 날 안기부(현 국정원)가 조작한 간첩사건의 배후 인물로 발표돼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 훈장으로 삼을 일은 아니지만 망각해서는 더더욱 안 될 민주주의의 암흑기였다. 1987년 시민 주체의 반독재 민주화 항쟁으로 우리 사회는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는 등 형식적 민주주의의 진전을 이뤘다. 고난과 희생, 굴곡의 민주화 운동이 이뤄낸 소중한 결실이었다. 강산이 세 번 바뀐 지금, 다시 1980년대 교정을 떠올려야 하는 현실이 생경하다 못해 참담하다. 지난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 사회와 권력의 행태를 반추하면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역정이 무색할 정도로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억압과 통제의 수단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진화하고 자의와 편의의 법치는 시민의 내면을 교묘하고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역사는 진보한다’는 명제를 당위로 여기던 믿음은 유효한지, 우리의 민주주의는 안녕하고 무탈한지 자문하게 된다. 한 사회의 민주주의 성숙도와 내면화 정도는 위기 상황에서 국가 권력의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면 가늠할 수 있다. 난세에 바닥을 드러내는 게 민주주의의 민낯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헌법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다.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과 통신의 비밀도 보장돼 있다. 세월호 사건 국면에서는 어떤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 기사와 관련한 산케이 신문 기자의 기소와 공권력의 온라인 관리감독 강화는 시민에게 검열과 사생활 노출의 공포를 자아내게 하고 급기야 사이버 망명 사태까지 불렀다. 우려와 경고는 외신에서 더 적나라하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한국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국가 지도자를 비판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던 과거 독재정권의 사례가 현 정부에서 재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국가 재난 시 대통령의 일정은 공공의 이익 문제’라고 비판했다. 외부의 재단과 평가가 ‘한국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탓이라고 반론을 제기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한국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유력 외신의 비판에는 달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게 세월호 사건에서 드러난 우리의 현실이다. 집회·시위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된 시민이 급증했다는 사실도 열악한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올 들어 세월호 관련 집회·시위가 잦았던 지난 7월까지 연행자 수가 508명으로, 2012년 한 해의 연행자 수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는 통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광화문 일대의 집회·시위를 불허한 비율도 지난해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공권력이 시민의 발언권을 차벽으로 원천 차단하고 양심과 집회의 자유에 족쇄를 채우는 것은 일상의 민주주의를 압박하고 시대정신을 역류시키는 상징적인 사례로 꼽을 만하다. 그뿐인가. 국가 권력에 의한 민주주의의 침식은 공동체 내부에 잠복한 파시즘적 광기와 야만을 거리로 불러냈다. 세월호 피해자 단식 농성장에서 폭식을 하는 젊은 무리에 이어 노란 리본을 강제 철거하려는 극우 단체까지 등장했다. 피해자의 영혼을 짓밟는 반인권적 작태나 다름없다. 한 인간으로서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자유, 사람답게 살아남을 권리는 국가의 무능함과 무대책 속에 세월호와 함께 수장됐다. 민주주의는 통치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과 가치가 핵심이다. 우리 사회처럼 정치·경제적 기반이 취약할수록 통치자의 확고한 신념과 철학이 있어야 민주주의를 올곧게 구현해 나갈 수 있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구가할 만한 의지와 진정성이 있는지를 냉철하게 묻고 있다. 엄혹한 시절이다. 다시 민주주의의 기로에 섰다. ckpark@seoul.co.kr
  • 女교사, 제자 3명에게 누드사진 보낸 후 교실에서…

    女교사, 제자 3명에게 누드사진 보낸 후 교실에서…

    미국의 한 여교사가 제자들에게 누드사진을 보낸 것도 모자라 그 중 한 명과 '몹쓸짓'을 벌인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최근 루이지애나주(州) 아카디아 패리시 카운티 경찰은 지역 내 한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트레이시 마리 바라스(34)를 미성년자와 외설적인 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밝힌 그녀의 행각은 엽기적이다. 6살의 아들을 둔 유부녀인 그녀는 16살 제자 3명에게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누드사진을 보냈다. 특히 그녀는 이중 한 명과 방과 후 교실에서 유사 성행위를 가진 혐의도 받고있다. 아카디아 패리시 경찰은 "관련된 증거를 모두 확보해 체포했으며 학교 측에도 이 사실을 통보한 상태" 라면서 "교사로서의 직분을 망각한 있을 수 없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사설] 해경 해체 재검토하라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드러난 해양경찰청의 무능과 무책임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는 수준이었다. 수백명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참사 현장에서 도무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기만 하는 해경의 모습은 국민을 허탈감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니 생때같은 자식들이 배 안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이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가족들의 마음은 오죽했겠는가. 이렇듯 없는 것보다 못한 조직을 이번 기회에 없애버리겠다는 정부의 당시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당연히 찾아보기 어려웠다. 해경 구성원도 스스로 ‘헤쳐 모여’ 수준의 대폭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었음에도 해경 해체 방침에는 일찍부터 걱정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해경의 구조·구난과 해양경비 기능은 국가안전처 해양안전본부가 맡되 수사와 정보 기능은 경찰청에 넘기도록 하고 있다. 해경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을 해양안전본부에 수사권이 없다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과 폭력 저항에 대한 대응력이 크게 약화될 것은 불을 보듯 훤한 노릇이다. 불법 어선을 적발해도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침범한 경위를 추궁하고 불법 획득한 수산 자원의 규모를 밝혀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불법행위를 저지른 배를 나포해도 선원의 신병을 경찰에 넘겨주면 참고인 조사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감수해야 한다. 이런 내용이 담겨 있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회의 장기 공전 속에 아직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입만 열면 세월호 대책을 이야기하면서도 재발 방지 입법에는 나 몰라라 하는 자세로 일관한 국회의원들의 무책임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해경 폐지 방침이 공표된 이후 단속이 소홀해진 서해바다를 마치 무주공산처럼 드나드는 중국 어선이 많이 늘어난 것은 심히 걱정스러운 일이다. 결국, 불법조업을 일삼던 중국 어선의 선장이 해경 단속에 무자비한 폭력으로 맞서다 권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일어났다. 해경에 준엄하게 책임을 묻는 것도 좋고, 해경의 기능을 분산시키는 것도 좋다. 하지만 해양 주권을 포기하는 모습으로 비쳐서는 안 될 일이다. 해경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세월호 구조에서부터 의무를 망각한 해경이 실종자 수습 과정에서까지 업자와 결탁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는 이 조직이 과연 존속할 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근본적 회의를 갖게 한다. 그러나 해양 주권이 다시금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해경만큼 효율적인 조직을 찾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해경 해체 방침을 재검토하기 바란다. 환골탈태 수준의 인적 쇄신은 당연한 전제다.
  • [오늘의 눈] 자유 없는 ‘창조 경제’ 누굴 탓하나/이두걸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자유 없는 ‘창조 경제’ 누굴 탓하나/이두걸 경제부 기자

    시간은 곧잘 기억의 상당 부분을 망각의 동굴에 가두곤 한다. 하지만 2년 전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가 야심 차게 내걸었던 구호가 경제민주화와 더불어 창조경제였다는 걸 기억하는 이들은 아직 상당하다. 경제민주화의 구호는 메아리조차 사라진 지 오래다. 창조경제는 정부 부처의 이름이나 각종 대책의 문건 구석에서나 명맥을 유지하는 형편이다. 창조는 ‘기존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드는 행위’를 뜻한다. 인류가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창조의 힘 덕분이었다. 인류가 창조를 통해 본격적으로 문명을 꽃피운 것은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을 거친 뒤로부터다. 산업혁명은 시민혁명과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시민혁명이 일어난 영국과 프랑스, 미국 등이 19세기 이후 자본주의의 발전을 이끈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시민혁명을 통해 자유가 보장된 뒤에야 누구나 신분이나 절대 왕권 등에 구애받지 않고 창조를 바탕으로 한 경제 활동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창조의 힘은 최근 들어 더욱 중시되고 있다. 통섭이나 융합, 선도형 등 우리 경제의 대안을 설명할 때 사용되는 단어들은 모두 자유에 빚지고 있다. 특히 경제뿐 아니라 전 사회적인 영역에서 일종의 ‘공기’ 역할을 하는 인터넷은 자유가 극대화된 영역이다. 다양성과 개방성, 그리고 접근성이라는 인터넷의 특징은 정보 생산자나 소비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아예 성립될 수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 역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인터넷에 기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 정부는 기실 창조경제에 대한 이해가 빈약하다. 창조경제의 핵심인 인터넷에서 발언의 자유를 끊임없이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사이버 명예훼손’ 수사를 강화하고 카카오톡 메신저의 압수 수색까지 벌였다. 다음카카오 측은 올 상반기까지 정부에 147건의 감청 요청을 집행했다. 구호만 앞서던 창조경제가 갈팡질팡하는 건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시장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개념이 부족한 한 사람에 의해 사회가 휘둘리는 것은 지금의 가장 큰 비극이다. 전근대적 ‘개인’과 근대적 사회의 충돌에 따른 피해는 우리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탓이다. 요즘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개헌론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다음카카오 측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뒤늦게 고객 정보 보호책을 내놨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정부를 겨냥해 소송을 걸거나 ‘정부가 계속 실수하고 있다’고 일갈하는 미국 기업들의 ‘상식’도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 얼마 전 텔레그램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았다. 요즘 카카오톡 대신 많은 이들이 ‘사이버 망명’의 대안으로 선택하는 외국 모바일 메신저다. 친구 목록에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기업인들은 물론 중앙부처 관료들도 눈에 띈다. ‘국산 카톡 대신 외국산 텔레그램을 쓰는 건 국익에 반하는 일’(새누리당 대변인)이라 한다. 그러면 텔레그램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이들은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 douzirl@seoul.co.kr
  • [박찬구의 시시콜콜] 세월호, 생명과 사람의 가치를 향한 여정

    [박찬구의 시시콜콜] 세월호, 생명과 사람의 가치를 향한 여정

    납덩이처럼, 세월호의 시간이 흐른다. 진실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신기루를 좇는 헛된 바람일 수도 있다. 일상과 거리에서 사람과 생명의 가치를 온전히 되살릴 수 있을까. 다시 계절이 바뀐다. 꽃가루 날리더니 광염의 열기를 거쳐 가을 바람이다. 스산한 바람은 마음에서 먼저 불어온다. 노란 리본이 국화 꽃잎처럼 바람 따라 휘청거린다. 무고한 죽음에 이입된 오감(五感)의 촉수는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과거의 대형 참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무감각과 부조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자책이다. 계절은 바뀌어도 각인된 비극과 원죄의 통증은 그대로다. 거리는 다시 일상이다. 연례행사인 가을축제를 맞아 골목길엔 만국기가 펄럭이고 대학가는 젊음의 해방구가 된다. 비극과 억눌림의 현실에서 일상과 시간의 반복은 비현실로 와 닿는다. 불의와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당위와 그래도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현실이 서로 맞물려 겉도는, 비정한 세월이다. 진실규명의 호소가 이념과 정략의 잣대로 역풍을 맞고 비극은 ‘사고’일 뿐 경제는 가라앉지 말아야 한다는 프레임 정치가 작동하면서 세월호의 교훈은 서서히 망각된다. 수백명이 숨진 세월호에는 역설적으로 ‘사람’이 없다. 무도한 권력과 삐뚤어진 아집, 몰상식과 비이성이 참사에서 사람의 가치를 지워버렸다. 사람의 가치는 단절되고 분리됐다. 남은 건, 우리 속에서 자생한 괴물 같은 광기와 폭력이다. 피해자를 위로하기는커녕 이중, 삼중으로 고통의 나락에 빠뜨리는 모순된 현실이다. 인문학을 얘기하던 권력도 사람의 가치를 외면한다. 허언이고 가식이다. 치유와 성찰이 없다면 생명의 상실과 공동체 함몰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세월호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10대 자살과 노인 빈곤, 복지사각의 위험수위는 도를 넘었다. 서울역 광장에는 노숙자의 절망과 회한이 깔려 있고 도심에는 고층 호텔 공사장의 소음과 자영업자의 한탄이 뒤섞여 있다. 상생과 공존은 권력과 자본의 겉치레 수사일 뿐이다. 바다는 생명의 시원(始原)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바다를 갈구한다. 바다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리는 꿈을 꾼다. 하지만, 바다가 죽음이 되고 진실이 가라앉은 지금, 우리는 어디에서 구원을 찾고 생명을 구가할 것인가. 희망은 스산하다. 그럴지라도 생명과 사람의 가치를 향한 여정을 멈추거나 포기할 순 없는 일이다. 다음 세대가 있고 그들이 이어갈 미래가 오늘을 뚜렷이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겨울을 대비할 때다. ckpark@seoul.co.kr
  • 안영미, 패러디 수위가? ‘깜짝’

    안영미, 패러디 수위가? ‘깜짝’

    개그우먼 안영미가 SNL에 출연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tvN ‘SNL 코리아’의 ‘아마게돈’ 코너에서는 안영미는 지구 멸망을 앞두고 기자로 분했따. 그러나 멸망을 앞두고 안영미는 기자의 본분을 망각, 선릉역을 나체로 활보했다. 특히 안영미의 몸은 모자이크로 가려져있어 보는 이들을 경악케 했다. 사진=방송캡쳐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안영미, 지구멸망 앞두고 기자 본분 망각 ‘폭소’

    안영미, 지구멸망 앞두고 기자 본분 망각 ‘폭소’

    개그우먼 안영미의 SNL출연이 화제다. 지난 27일 방송된 tvN ‘SNL 코리아’에서는 지구 멸망을 앞두고 뉴스 소식을 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뉴스 앵커를 맡은 신동엽은 시민들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안영미 기자에게 연결을 시도했다. 그러나 안영미 기자는 지구 멸망을 앞두고 기자 본분을 망각, 옷을 걸치지 않은 채 선릉역을 돌아다녀 웃음을 안겼다. 사진=방송캡쳐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금&여기] ‘그날’, 메멘토 모리/이두걸 경제부 기자

    [지금&여기] ‘그날’, 메멘토 모리/이두걸 경제부 기자

    운 좋게도 지난해 여름부터 1년간 언론재단의 후원을 받고 미국의 한 대학에서 방문 연구원 생활을 했다. 사실상 난생처음 맞는 ‘휴가’는 달콤하고 안락했다. ‘느리게 살 수도 있구나’라는 깨달음도 얻었다. 하지만 4월의 ‘그날’ 이후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드러나지 않는 우울이 집 안을 뒤덮었다. 의아해하는 9살 아이에게는 아무 설명도 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꽃보다 아름다운 청춘들이 허망하게 스러졌다는 슬픔이 가장 컸다. 그러나 이윽고 부끄러움이 더 큰 파도로 밀려왔다. 그런 참사가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레기’로서 일조했던 탓이다. 경제부 기자랍시고 ‘팩트’를 동원해 효율과 경쟁을 떠들었을 뿐 정작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라는, 기사가 추구해야 할 ‘진실’은 외면했다. 시간은 흘러갔다. 정부세종청사 부처들을 다시 취재한 지도 벌써 3개월째다. 새 경제부총리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내놓는 경제살리기 대책을 좇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세월호를 떠올리는 방식은, 가끔 서울에 올라가 광화문 천막농성장을 지나치며 성금을 내는 게 고작이다. 우리가 그런 참사가 벌어지는 ‘지옥’에 살고 있다는 건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정작 경이로운 것은 ‘그날’ 이후 누구나 느꼈을 고통을 너무도 쉽게 지워버렸다는 점이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 세월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건전한 국민 경제는 일시적인 심리 개선이 아닌 튼튼한 구조에 기반한다는 점은 애써 호도한다. 조만간 비정규직 대책이 나올 테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대신 처우 개선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라는 공약은 온데간데없다.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들이 비정규직이 아니었다면, 직업 윤리를 쉽사리 버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이젠 자취를 감췄다.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대응 등에 대한 비판을 ‘모독’이라는 단어로 원천봉쇄한다. 대한민국은 왕정이 아닌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에서 내건 가치를 정작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 대통령이 무시한다. 그러니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벌레’로 칭하는 ‘벌레’들이 들끓 수밖에. 망각은 죽음과 더불어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숙명이다. 때문에 박약한 의지에 기대 망각에 저항할 수밖에 없다. ‘그날’을 떠올리며 나지막이 되뇌인다.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douzirl@seoul.co.kr
  • [열린세상] 세월호 개혁마저 침몰하는가/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세월호 개혁마저 침몰하는가/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통한의 4·16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다섯 달을 훌쩍 넘기고 있다. 돌이켜 보면 우발적인 재난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온갖 고질적인 병폐들과 물적 욕망에 가득 찬 부끄러운 가치관의 혼란상이 이런 끔찍한 참사에 이르게 했다는 모처럼의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던 참사 초기가 차라리 좋았다. 죄 없는 어린 목숨들의 희생을 딛고 우리 사회가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과 가치관 혁명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희망대로라면 지금쯤 대통령과 정치권, 시민사회가 뭉쳐서 희생자의 영혼과 가족들의 상처를 위로하고 참사 진상 규명은 물론, 안전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총체적 개혁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되고 있어야 한다. 현실은 세월호 만큼이나 참담하게 세월호 개혁도 침몰 위기에 빠져 있다. 개혁은커녕 정파적 갈등과 분열, 증오와 분노로 얼룩진 우리들의 일그러진 몰골은 참으로 희생자들의 영혼을 대할 면목이 없다. 우리 사회의 정치적 수준, 정신적 성숙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사실 무고한 생명들과 함께 세월호가 침몰하는 순간 우리는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일정 부분 가해자이자 피해자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많은 사람의 희생자 조문 행렬 속에서, 그리고 대통령이 행한 눈물의 대국민담화 속에서 우리는 세월호 개혁 실천을 약속했다. 물론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온갖 분열상에서 보듯이 세월호 개혁의 핵심이랄 수 있는 진상 규명과 국가혁신 과제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과정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그만큼 대통령을 중심으로 여야 정당, 시민사회가 갈등조정과 합의를 넘어 통합과 단합의 에너지를 축적하고 발휘해야 한다.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자꾸 세월호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세월호 때문에 되는 일이 없으며 다른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식의 ‘세월호 피로 괴담’을 퍼뜨린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야당과 진보적 시민세력 또한 가해자로서 일말의 책임의식이 자기반성과 내부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집권세력 비난으로 일관하면서 신뢰할 수 없는 무책임한 집단으로 동반 전락했다. 우리 모두 같은 세월호 피해자라는 인식의 망각은 더 큰 치명적인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쯤 우리는 각자 세월호 피해자로서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단합을 통해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힘을 결집해야 한다. 지금 세월호 개혁 침몰 위기는 저마다 처한 상황에서 피해자 의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가장 큰 피해자인 세월호 희생자 가족은 쉽게 위로받지 못하는 상실의 아픔을 수사권과 조사권 부여라는 완고한 외곬 주장으로 표출함으로써 상당수 사람들을 당황케 했다. 헌법체계 논란이 아니더라도 특검 대신 수사권을 가진 조사위가 파헤칠 수 있는 진실이 여전히 한계가 있음은 익히 지적됐고, 다른 현실적인 대안이 모색되고 있는 현실이다. 세월호의 최대 피해자는 또한 국민의 대표인 박근혜 대통령이다. 국민이 받은 충격과 상처, 분노, 이후 진상 규명과 사회개혁 책임을 느닷없이 모두 품으로 안아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이럴 때 ‘국민 엄마’를 자임하며 희생자 가족과 국민의 상처를 가슴으로 안고 진심으로 위로하고 더불어 개혁실천에 나섰더라면 위대한 여성 지도자로 거듭났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개인적인 피해의식에 사로잡혔는지 대통령은 ‘완고한 공주’, ‘절반의 대통령’으로 전락한 듯한 언행을 연발하면서 여전히 세월호 피해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야당 또한 지나친 대통령 공격과 내부 분열 행위를 통해 세월호 피해자 신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일부 야당세력의 세월호 침몰 당시 ‘대통령의 부재 7시간’ 의혹 부풀리기는 더 큰 피해자인 대통령을 위로하고 협조하는 대신 공격하는, 저질적인 정파적 분열행위에 해당한다. 마치 중세의 마녀사냥과 같은 대통령 공격 심사는 최근 야당 내부 분열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대통령의 통합 리더십이 없이 어찌 세월호 개혁이 가능하겠는가. 지금 실종된 세월호 개혁을 구해낼 희망은 대통령, 여야, 시민 모두가 순수한 가해자이자 피해자라는 초심으로 돌아가 단합을 이뤄낼 때만 가능할 것이다.
  • [생명의 窓] 그리운 본연의 모습/김진 가톨릭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생명의 窓] 그리운 본연의 모습/김진 가톨릭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우리 몸에는 약 100조개의 세포가 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인구의 1만배가 넘는 이러한 천문학적인 숫자의 세포들은 심장, 폐, 눈, 간 등 인체를 구성하는 78개의 장기에 분포돼 있다. 자동차가 주행하기 위해서 타이어, 핸들, 엔진 등이 필요하듯, 우리 몸에 있는 장기들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형성된 이후 사람이 죽을 때까지 각 장기에 부여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한다. 인간의 수명이 점차 늘어감에 따라 우리의 장기들도 고장 나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관절염으로 관절이 아프면 걷지를 못하고, 눈에 백내장이 심하면 앞을 보지 못하며, 뇌에 치매가 오면 사람으로서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는 것처럼 각 장기가 꼭 해야 할 역할을 하지 못하면 사람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신문 기사를, 특히 답답한 정치면을 읽다 보면 ‘본디 그대로’ 정도의 의미를 갖는 ‘본연’(本然) 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대통령은 국회에게, 국민은 정치권을 향해, 경찰은 검찰에게 “본연의 임무”를 다하라고 요구한다. 어디 그뿐이랴. 뉴스에 토픽이 되는 일이 터지기만 하면 상대방을 향해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했다며 비난을 쏟아낸다. 마치 “너나 잘하세요” 하는 식이다. 국가가 잘 유지되도록 역할을 부여한 정치, 외교, 언론, 교육, 종교, 국방, 경제 등을 이끄는 사람들이 스스로가 해야 할 임무를 망각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장기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 병이 생기듯, 우리나라는 후손을 위해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며, 급변하는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 왔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교적 편향성을 떠나 우리에게 많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우리나라에도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성직자들이 있는데, 교황 한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이 그토록 관심과 주목의 대상이 되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바티칸에서 한국으로 오는 긴 시간 동안 항공기의 일반석을 이용했고, 방문 중에도 방탄유리가 없는 소형차를 이용하는 등 교황으로서의 권위와 관례를 잇달아 깨던 청빈의 실천도 있었겠지만, 방문 후의 행보 하나하나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매스컴이나 신도들을 의식한 일시적인 퍼포먼스가 아니라 평생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바쳐왔던 그분 삶의 연속된 표현이었다는 본연의 진실함이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자동차가 고장 나면 부속을 새것으로 교체하듯, 기능을 잃어가는 장기의 죽은 세포들을 정상적인 세포로 대체하여 질병을 치료하려는 새로운 방법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며, 전문가들은 그 시장 규모가 2016년에 6조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야흐로 세포 본연의 역할을 인위적으로 대체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본연의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망각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불감증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돼 있는 낡고 부패한 사고를 근본적으로 대체해 그들에게 주어진 업무를 정직하게 그리고 책임감 있게 이루어 낼 수 있게 해주는 그런 기적 같은 치료제는 없을까. 교황의 집무실에는 “당신 본연의 모습을 찾으십시오. 가식적인 모습이 되지 마십시오” 라는 글귀가 걸려 있다고 한다. 스치듯 지나간 짧은 시간 동안 교황이 우리에게 보여준 성직자로서의 참된 본연의 행동들을 거울 삼아, 우리도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각자 본연의 자리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공부도 독서도 열심히 해봐야 상상력 없으면 아… 의미없다…

    공부도 독서도 열심히 해봐야 상상력 없으면 아… 의미없다…

    노력중독/에른스트 푀펠·베아트리체 바그너 지음/이덕임 옮김/율리시즈/404쪽/1만 6000원 #1. 세계 인구의 3분의2는 지능지수(아이큐)가 85~115 선으로 추정된다. 지능 테스트 결과만 놓고 보면 사람들의 지적 능력은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상승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플린 효과’라 부른다. 1953년 측정한 아이큐와 2013년 측정한 아이큐를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런데 천재의 대명사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은 살아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아이큐 테스트를 받은 적이 없다. 1912년 이후 아이큐 테스트가 곳곳에서 활용됐으나 정작 그의 지적 능력은 사후 나온 추정치일 따름이다. 게다가 아인슈타인은 스스로 인정할 만큼 수학에 약했다. 첫 번째 부인인 밀레바 마리치 등 동료 연구자들이 수학 계산을 도와줘야 할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아인슈타인의 위대함은 기존 지식의 강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준 데 있다. 아이큐가 나타내는 기술적 사고력은 오히려 장애가 된다”고 말한다. #2. ‘엘리자’는 1960년대 중반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개발된 최초의 사회적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정보과학자인 요제프 바이첸바움은 이를 정신병 환자의 치료에 활용했다. 일반적인 질문을 되도록 많이 만들어 논리구조에 따라 순서대로 배열했는데 “안녕” “잘 지내니” 등으로 시작해 “시험에 떨어질까 봐 고민돼” 등의 문장으로 이어졌다. 적어도 바이첸바움의 제자들은 엘리자와 대화하고 싶어 안달했다. 50년이 지난 요즘 이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관찰되는 일반적인 대화들과 놀랍도록 닮았다. 우리는 지식과 성취 지상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지식은 나날이 증가하고 인류는 과거보다 월등히 진화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독일 최고의 뇌과학자, 상담 치료 전문가인 저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열심히’를 강요받으면서 일분일초를 다퉈 가며 살아왔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더 똑똑해지지도, 행복해지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질문. ‘성공은 그만큼 노력한 사람만 이룰 수 있다’는 노력 지상주의는 여전히 유효할까. 저자들은 당장 그런 강박에서 벗어나기를 권유한다. 어리석음의 유형과 사례를 제시하며 구체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넘쳐나는 지식이 우리를 멍청하게 만들며(‘지식 중독’), 빠른 속도가 우리를 어리석게 만든다(‘속도 중독’)고 지적한다. 세계적으로 공인된 아이큐 테스트, 국제학업성취도평가, 입학시험 등은 백과사전처럼 수많은 지식을 꿰차게 만들지만 지식의 연결고리를 파악하는 데는 더 이상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대다수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매진하는 권력, 특권, 돈 등은 어느 순간 삶의 즐거움과 흥미, 가치를 상실하게 만든다. 공저자인 에른스트 푀펠은 스승인 러시아의 저명한 신경심리학자 알렉산드르 루리야의 ‘S’라는 환자를 떠올린다. 그는 어떤 면에선 천재였지만 일상의 삶을 살기에는 부적합했다. 모든 것을 기억할 순 있었으나 망각하는 능력이 없었던 탓이다. 독일 뮌헨으로 유학 온 한국인 제자 ‘김군’도 실제로 바보와 다름없었다고 한다. 신경 작동 방식을 세세하게 기억할 만큼 뛰어났지만 상상력이 형편없었던 탓이다. 푀펠은 이를 “반쪽짜리 재능”이라 불렀다. 저자들은 500명 넘는 페이스북 친구들을 거느린 현대인들을 가리켜 “‘페북질’은 자발적 매춘과도 같다”고 비판한다. 페북질이 여러 댓글을 유도하며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해 도파민 분비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의 이 같은 거대 네트워크는 단편적인 피드백에 의존해 정작 정체성 구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일침을 날린다. 이는 ‘친구 중독’으로 규정된다. 가장 충격적인 진단은 ‘독서 중독’이다. 독서가 인간에게 내재된 능력이 아닌 인공적인 능력이므로 읽기 능력을 단련하기 위해서는 두뇌의 특정 부위가 원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후두엽의 시각 피질, 측두엽 등이 혹사당하고 두뇌 기능이 퇴화한다는 이야기다. 읽지 못하는 사람이 독서에 능한 사람보다 훨씬 강렬하게 세상을 느끼는 이유다. 저자들은 우리가 단순한 지식의 습득이나 축적을 통해 기능적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진정한 주체적 지성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남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고려하고 성찰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지금부터 우리 자신의 머리와 경험과 직관을 사용해 찾아나설 것을 조언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사설] 정치권 불신 자초하는 정쟁성 막말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12일 소집한 국회 상임위원장 회의는 막말이 한국정치의 고질임을 일깨운 현장이었다. 공회전하는 국회를 정상화하려고 소집했건만, 설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의 작심한 듯한 ‘대통령 연애’ 발언으로 끝내 파투나고 말았다. 여야가 이후 설 의원을 징계해야 하느니 마느니 설전을 주고받으며 세월호법으로 인해 꼬인 정국은 더욱 뒤엉켰다. 막말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상대에 대한 비방과 저주다. 하지만 기껏 열혈 지지층으로부터 잠시 환호를 얻을지 모르나 궁극적으로 공멸을 부르는 언술이다. 그런 맥락에선 “(세월호 사고 당일)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연애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문제는 그게 아니라면 더 심각한 게 있다”고 말해 근거 없는 항간의 뜬소문을 교묘히 부추긴 설 의원의 말도 마찬가지다. 상임위원장 회의가 난장판이 된 그날 씨름 관련 세미나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의원들 입씨름 대신 씨름대회를 열어 보라”는 조롱까지 들었다지 않는가. 정치권이 국민적 희화화의 대상으로 전락했음을 뜻하는 사례다. 이에 김 대표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지만, 어찌 보면 정치권의 자업자득일 게다. 의원들이 대통령을 상대로 “당신은 국가의 원수(怨讐)”라고 말장난하고,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을 ‘노숙자’로 비하하는 판이니 말이다. 국회가 저잣거리의 술안주인 양 조롱당하는 것은 정치인의 위신을 떠나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서 불행한 일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견의 차이는 늘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막말과 허위 사실에 기반을 둔 인신공격으로 인해 의견의 평행선이 감정의 평행선으로 치달아선 안 될 말이다. 그래서는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며 이견을 좁혀가는 차원 높은 숙의민주주의는 언감생심이다. 문제는 진영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막말 정치’의 뿌리가 너무 깊다는 점이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야당 시절 의원들이 환생 경제라는 연극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육시럴 X’등 막말을 쏟아냈지 않는가. 사이버 공간에선 전·현직 대통령을 겨냥, ‘노구리’, ‘쥐박이’, ‘닭X’ 등 욕설이 일상화됐다. 이 같은 ‘막말 공화국’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정치권의 대오각성이 절실하다. 여든 야든 막말은 상대를 향해 내뱉지만, 결국 자신을 해치는 부메랑임을 깨닫기 바란다. 이런 우리 정치사의 엄연한 교훈조차 망각하는 의원들을 유권자가 기억했다가 표로 응징해야 한다.
  • [사설] 송전탑 반대 주민에 돈봉투 돌린 경찰

    현직 경찰서장이 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돈 봉투를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민중의 지팡이로서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켜야 할 경찰의 본분을 망각한 어이없는 행태다. 한술 더 떠 서장 본인이 한국전력에 먼저 돈 봉투를 돌리자고 제안했다니 할 말을 잃게 한다. 명백한 범죄행위이자 주민의 인권과 양심을 유린한 작태라 할 수 있다. 파문이 거세지자 경찰청은 당사자를 직위해제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직위해제에 그칠 게 아니라 자초지종을 밝혀내 엄히 처벌해야 할 일이다. 경찰과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경북 청도경찰서 정보보안과 직원이 지난 9일 ‘이현희 청도경찰서장’이라는 글씨가 찍힌 돈 봉투를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각북면 삼평 1리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돈 봉투 8개에는 100만~500만원씩 모두 1600만원이 들어 있었다. 일부 주민은 이를 거절하거나 돌려줬다. 자녀가 대신 받거나 경찰서 직원이 집에 놓고 가기도 했다. 사실이 알려지자 이 서장은 송전탑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한전 대구·경북 건설지사 쪽에 먼저 위로금을 주자고 제안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주민들을 회유하려고 자청해서 한전의 돈 심부름을 한 꼴이다. 청도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돈이나 선물을 주고받을 만큼 서장과 주민의 사이가 좋지도 않다’면서 ‘한전의 앞잡이 노릇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본적 인권과 행복 추구권을 호소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돈 봉투를 돌리겠다는 생각을 한 것 자체가 인격을 모독하고 무시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안은 우리 사회의 갈등관리 능력이 얼마나 후진적이고 주먹구구식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경찰은 경남 밀양에서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면서 과도한 공권력을 행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삼평 1리는 한전이 주민 반발로 송전탑 공사를 2년쯤 중단했다가 지난 7월 주민들이 설치한 망루를 철거하고 공사를 재개한 곳이다. 다수의 주민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연행되는 등 진통도 겪었다. 거듭되는 송전탑 갈등에도 한전과 경찰은 제대로 된 갈등 해소 노력을 보이기는커녕 힘과 꼼수, 변칙으로 일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문제 해결의 절차를 밟아나가는 게 갈등 관리의 합당한 절차 아닌가. 돈 봉투가 오고 간 정확한 경위는 경찰 수사에서 드러나리라 본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이 서장뿐 아니라 한전 쪽의 연루 인사들에게도 합당한 책임을 묻고 돈의 출처와 성격도 철저히 규명해야 마땅하다. 일벌백계로 교훈을 남겨야 한다.
  •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 ‘가만히 있으라’ 할까요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 ‘가만히 있으라’ 할까요

    “세월호 이슈는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큰 질문을 던졌죠. 세월호를 기점으로 다들 다른 패러다임을 만들려고 하지만 그게 정확히 뭔지 모르겠습니다.” 계간 ‘창작과 비평’(창비)이 주관한 좌담회에서 30대 사회운동가 김성환씨는 넋두리를 늘어놨다. “삶 속에서 구체적인 변화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선행돼야 하고 그것이 메시지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좌담에는 김씨 외에도 창비 편집자인 박주용, 청년 논객 박가분, 다큐멘터리 감독 조세영 등 20~30대 젊은이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그간 겪어 온 한국 사회의 적폐와 유산을 공유하며 동시에 스펙과 방황, ‘덕질’(무엇에 심취해 반복하는 활동)에 물든 젊은 날을 고백한다. 이런 고백은 세월호 선내에서 들려온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의 허망함에 대한 반발로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 세월호를 넘어서는 청년들’이라는 제목의 ‘대화’로 ‘창비’ 가을호에 실렸다. 비단 ‘창비’만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넉달이 넘어 다양한 학술·문학 계간지들이 가을호에서 특집과 좌담 형식을 빌려 세월호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단면을 집중 조명하며 동시에 ‘망각’과 ‘회피’라는 정치 논리와 유가족들에 대한 ‘혐오’가 판치는 한국 사회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우선 ‘창비’. ‘세월호 이후 한국 사회 무엇을 바꿀까’라는 주제로 포스트 세월호 논의로 범주를 넓혔다. 김종엽 한신대 교수는 기고문 ‘사회를 말하는 사회와 분단체제론’에서 ‘과로사회’ ‘잉여사회’ 등 흔히 ‘○○사회’로 표현되는 최근 유행 담론의 한계를 되짚는다. 김 교수는 “그런 사회론에 빠져든 이유는 우리가 함께 살고 싶은 사회는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혁신 동력 간 역동적 관계를 파악해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분단체제를 시야에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창비’는 이 밖에 ‘논단과 현장’에선 이동걸 동국대 초빙교수가 책임공무원제 도입 등 관료제 대수술을 제안하고,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드러난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계간 ‘문학동네’도 ‘4·16 세월호를 생각하다’라는 특집을 통해 작가와 연구자 7명이 세월호 이후 문학의 구실과 나아갈 바에 대해 털어놓은 뼈아픈 반성을 보여준다. 시인 진은영은 “감성정치들이 정당한 싸움을 마비시키지 못하도록, 고통받는 이들의 표상을 여러 방식으로 균열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썼다. 소설가 박민규, 정치학자 홍철기는 이 참사를 단순히 관피아, 해피아라는 프레임으로 축소하지 말고 그들이 아닌 우리에게 초점을 맞출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계간 ‘진보평론’은 오창룡 고려대 연구교수 등이 쓴 6편의 글로 세월호 특집을 묶어 내놨다. 지난 7·30 재·보궐선거가 세월호 국면을 경제 위기와 경제 활성화라는 프레임으로 바꿨다며 근본적으로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분석과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다. 계간 ‘시대정신’도 ‘세월호 사태로 읽는 한국 사회’ 특집을 마련해 한국 사회의 취약점을 직업윤리, 공직윤리, 종교 자유, 언론 자유의 4개 주제로 짚어봤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이슈&논쟁] 수능 영어 절대평가

    [이슈&논쟁] 수능 영어 절대평가

    교육부가 2018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영어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절대적인 점수로 일정 수준 이상 받으면 등급을 주겠다는 것이 취지다. 현재 상대평가인 수능에서 좀 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가 영어 사교육에 과도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교육계와 학교 현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절대평가가 사교육 감소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온다. 반면 수학·국어 등 다른 과목으로 사교육이 쏠리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영어의 변별력이 약화되면서 대학들이 본고사 형태의 선발권을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측 전문가의 주장을 들어봤다. [贊]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 부모 경제력이 곧 학생 영어실력… 슬픈현실 딛고 사교육 경감 기대 지난 10여년은 영어의 시대였다. 세계화라는 명분은 대한민국을 영어의 세계로 몰아갔고, 젊은이들은 태어나서 사회에 진출하는 순간까지 자신을 촘촘하게 에워싸고 있는 영어 울타리를 통과해야 했다. 영어를 강조할수록 사교육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학교 영어교육을 대체하는 수많은 사교육이 우후죽순처럼 출몰했다. 학생들의 영어 양극화는 심화됐고 영어 능력은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자본이라는 교육외적 요인에 의해 결정됐다. 이런 현상이 제대로 된 모습인지 반성하는 목소리는 작은 울림으로 흩어졌고 광적으로 영어에 올인했던 시절이었다. 이런 현실에 대한 반성과 학교 영어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려는 노력으로 수능 영어 절대평가가 논의되고 있다.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다. 현재의 영어 상대평가는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상대평가는 학생들 사이에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고 중·고등학교 단계에서 과도하게 영어에 대한 부담을 지운다. 등급을 구분하기 위해서 타당성 있는 문항을 출제하기 어렵고 학교나 학생은 필요한 등급을 얻기 위해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경주하게 된다. 그렇게 얻어진 평가 결과의 타당성도 신뢰하기 어렵다. 절대평가는 교육적으로 몇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학생들 사이의 과도한 경쟁보다 학교 교육을 통해 교육적 가치를 구현하는 데 충실한 평가 방법이다. 영어 교육과정을 통해 학교는 학생들의 영어 능력을 일정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그런 절대 기준에 의해서 학생들의 영어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옳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20’정도임에도, 평가하는 수준이 ‘100’이라면 모자라는 ‘80’을 누가,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그동안 대학들이 제시했던 다양한 영어 특기자 전형이나 수능 영어영역의 상대평가는 그런 경향이 강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의 하나는 영어만 강조할 뿐 단계별 교육기관이 뭘 해주고 있고 얼마나 해줄 수 있는지 모르는 데 있다. 영어만 잘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모든 책임을 중·고등학교 단계의 영어교육이나 학생 개인에게 묻는다. 결과적으로 학교 영어교육으로 가능하지 않은 수준을 가능한 것처럼 요구한다. 영어는 학교 교육만으로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와 같은 영어환경에서는 어쩌면 평생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단계별로 교육기관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단계별 교육기관이 뭘 얼마나 할 수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학교는 그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그런 책임에서 대학도 예외일 수 없다. 기업이나 다른 사회의 조직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영어교육은 부분별로 특화된 교육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중·고등학교까지의 영어는 일반 영어의 성격이 강하며 영어의 토대를 마련하는 과정이다. 대학에서 필요한 영어는 학문적 성격이 강하다. 그것도 학부보다는 대학원에서 더 필요하다. 그런 기반을 대학에서 마련해 줘야 한다. 기업에서 필요한 영어는 어떤 면에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며 소통을 위한 말하기나 쓰기의 필요성이 높아진다. 그것도 필요하면 일정 부분 기업이 담당해야 한다. 이렇게 생애 단계마다 필요한 영어를 중등교육 단계에서 모두 끝내야 한다면, 학생은 자신의 능력보다는 학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고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또 무엇이 얼마나 언제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면서 과도하게 영어교육에 투자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정상화하는 첫 단계로 영향력이 큰 수능 영어영역의 절대평가를 고려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궁극적으로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 한국인의 영어 능력을 체계화해서 단계별로 절대적 기준을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어가 학력이나 지적 경쟁이 아니라 현대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운전면허증과 같은 것이라면, 단계별 절대평가 방식으로 가는 것이 옳다. 이를 위해서 학교와 더불어 대학과 기업이 영어교육의 책임을 나누고 함께해야 한다. [反] 고진호 동국대 입학처장 사교육 수요 국·수로 쏠림 심화… 대입 선발때 객관성 결여 우려 수능 영어 영역 절대평가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학업 성취를 보인 학생의 경우 인원, 비율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학업 수준을 인정해 평가하는 제도다. 교육정책 당국의 효과적인 사교육 경감 관련 정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수능 영어 과목의 상대 평가방식을 절대평가로 변경함으로써 일정 부분 그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필자는 절대평가 도입으로 인한 영어 사교육 부담 경감의 문제에 대해서 상당 부분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먼저 우리 국민에게 각인된 영어의 의미를 한번 살펴보자. 우리나라 국민에게 영어는 단순히 대학입시의 주요 과목이라는 차원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생존 도구이자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표식이기도 하다. 대다수의 국민은 초등학교부터 퇴직 이후까지 평생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영어의 성취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하에서 영어 절대평가제가 일시적인 영어 사교육 감소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전체 영어 사교육을 근본적으로 줄어들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영어 교과목에서 줄어든 사교육 시장의 수요가 국어, 수학과 같은 교과로 이동하는 결과가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이는 소위 사교육 풍선효과를 말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부분적으로 영어 사교육 시장의 위축은 있을지언정 전체 사교육 규모는 거의 그대로일 것이고,국민의 사교육 부담도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우려되는 일은 일선 고등학교에서 파행적 교육과정 운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입시현실을 감안할 때 대학입시에서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적은 영어 교과목을 국어나 수학과 같은 여타의 과목과 굳이 동등하게 교수·학습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특히 수능영어 절대평가제 도입의 가장 큰 문제는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수능을 중심으로 치러지는 대입 정시의 경우 백분율이나 표준점수에서와같이 상대 점수에 의해서 대학 지원자의 위치가 결정되는 평가방식을 채택해 왔다. 이러한 상대 평가는 점수화된 방식을 통해서 지원자에 대한 평가결과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선발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 선발의 객관성이 문제가 되고 공정성이 결여된 선발이 대학 입시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이 우려된다. 이러한 가능성 때문에 벌써부터 일부 대학은 영어교과목에 한해서 면접이나 에세이로 평가하는 대체 평가제를 실시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만일 우려대로 이렇게 된다면, 영어 교과목 절대평가제 도입의 원래 취지가 사라져 버리고 원래의 취지와는 반대로 사교육 시장의 열기를 고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현재 영어 절대평가제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 시험방식의 채택, 평가 내용이나 수준, 준거설정 등이 다양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과정 평가원 등 전문기관에서 향후 기술적인 문제들이 보완될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수능에서 영어 절대평가제의 시행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영어 절대평가제를 시행하는 이유나 관련 조건들을 제도시행과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논의되는 영어 절대평가제의 실시 기반은 대학수능 검사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된다. 만일 수능 검사에서 평가방식의 전환이 요구된다면 대입체제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필요한 경우 대입수능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수학능력고사를 절대평가체제로 치르고 수능고사 자체를 자격고사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되면 영어 이외에 국어, 수학과 같은 과목도 절대평가제로의 전환을 검토할 수도 있다. 제일 중요한 점은 평가방식이 어떠한 것이든 일관된 평가방식의 채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일관된 평가방식이 교육당국이나 일반 국민이 바라는 사교육 부담 경감, 고교 교육과정 편중화 방지와 운영 내실화, 대입선발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적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술취한 여제자 성추행 의혹 교수…법원 “품위 유지 위반… 파면 정당”

    술에 취한 제자를 성추행한 뒤 피해자에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감기 걸린 셈 치라”고 말하며 사건을 무마하려 한 대학교수를 파면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차행전)는 수도권의 한 사립대 교수 A씨가 “파면 처분을 취소하라”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1일 밝혔다. A 교수는 2012년 3월 만취한 여대생 B씨를 모텔로 데려가 3시간에 걸쳐 추행했다. 며칠 뒤 B씨가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했느냐”며 항의하자 A 교수는 “그날은 서로 좀 실수한 것 같다. 감기 걸린 셈 쳐라”고 변명했다. 이에 격분한 B씨는 A 교수를 고소했고,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자 학교 측은 같은 해 4월 A 교수를 파면했다. A 교수는 “강제추행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았으나 1심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파면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 교수는 배우자가 있을 뿐 아니라 학문 연구와 학생 교육에 전심전력해야 할 대학교수 신분”이라면서 “이를 망각하고 자신보다 서른 살 이상 어린 제자와 부적절한 목적을 위해 모텔에 투숙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품위 유지 의무 위반 행위가 실제로 있었다면 비록 형사상 책임이 없더라도 징계 사유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배우 이산 공식입장 또 논란…사과글 아닌 사과글 “박근혜 대통령에 사과하면 나도 사과”

    배우 이산 공식입장 또 논란…사과글 아닌 사과글 “박근혜 대통령에 사과하면 나도 사과”

    ‘이산 공식입장’ 이산 공식입장이 또 논란이 되고 있다. ‘유민아빠’ 김영오씨에게 “그냥 단식하다 죽어라”라는 글로 비판을 받자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욕한 것을 사과하면 나도 사과하겠다”며 조건을 앞세운 사과 아닌 사과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배우 이산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를 향한 막말에 대한 해명글을 남겼다. 이산은 김영오 씨에게 “한민족 역사상 최초로 최고통수권자 앞에서 욕한 당신이 대통령께 먼저 사과하면 (나도)당신께 사과하겠다”며 “김재규도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하면서 당신처럼 육두문자는 쓰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어 “내가 투표한 정치적 신념의 지도자가 전 국민이 보는 TV로 능욕되는 장면을 본 투표권자로서의 모멸감에 대해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배우 문성근을 향한 막말에 대해 “최고의 배우인 문성근 선배를 한 때 가장 존경했다. 선배에게 육두문자를 쓴 건 정치적 수사였다”며 “배우는 세상의 객관자요, 심판자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배우로서 사사로운 정치적 신념을 드러낸 저의 무례함의 대가를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산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본인의 상황을 전했다. 이산은 “5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8개월 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보름 전에는 친형을 잃었다”는 이산은 “두분이 모두 불행하게 돌아가셔서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았다. 형의 죽음으로 공황장애를 앓게 됐다”며 “이같은 것들이 쌓여 배우의 본분을 망각하고 극단적 폭언을 한 점은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주기 바란다”고 사과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은 배우이기 전에 대한민국이 하나가 되길 바라는 국민이라고 주장하며 “세월호의 진실은 당연히 밝혀져야 하지만 방법에 대한 국민들의 견해가 너무 다르다”며 “부디 세월호 정국이 돌파구를 찾아 국민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 되길 빌어본다”고 전했다. 앞서 이산은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를 향해 막말을 퍼부어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민이 아빠라는 자’야 그냥 단식하다 죽어라. 그게 니가 딸을 진정 사랑하는 것이고 전혀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유일한 길’이다. 죽어라”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불러왔다. 이 외에도 “(세월호 유가족들이) 교황에게는 ‘이제야 사람 대접 받는 것 같다’면서도 대통령의 위로에는 ‘너 같으면 잠이 오겠느냐’고 대꾸한다. 유가족들 사람대접 않기로 결론내렸다”, “연극인으로 한 마디 하고 싶다. 문성근 XXX 넌 내 눈에 띄면 죽여버린다 XXX야” 등의 글을 남겨 논란이 일었다. 다음은 이산이 페이스북에 올린 공식 입장 전문. 대통령께 “너같으면 잠이와”?라고 한 유가족분 대통령께 먼저 사과하십시요! 그럼 저도 당신께 사과 하겠습니다. 김영오씨! 역사상 “한민족 최초로 최고통수권자 앞에서 쌍욕한 당신” 대통령께 먼저 사과하면, 당신께 사과 하겠습니다. 김재규도 박정희대통령을 시해하면서 당신처럼 육두문자는 쓰지 않았습니다. 제가 투표한 정치적 신념의 지도자가 전 국민이 보는 TV로 능욕되는 장면을 본, 투표권자로써(로서)의 모멸감에 대해 사과 하십시오. 문성근 선배님! 한때 가장 존경했었습니다. 최고의 배우이시니까요. 선배님께 육두문자를 쓴건 정치적 수사였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정치적 욕망이 뭔지. 선배님과 저를 반대방향에서 보도록 만들었네요... 안타깝습니다... 배우는 세상의 객관자요, 심판자여한다는게(심판자여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선배님도 “셰익스피어의 광대들”을 기억하시겠죠? 그런점에서 배우로써 사사로운 정치적 신념을 드러낸 저의 무례함의 댓가, 달게 받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도 내 친형을 불과 보름전, 49재 치르며 세상 떠나 보냈습니다. 형은 죽은지 열흘여만에 발견되었습니다. 비명횡사지요 형의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되어 있었습니다. 전 국가에 책임지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부모의 죽음, 자식의 죽음, 형제의 죽음, 모두 가족인데 아픔의 크기가 다릅니까? 5년전, 제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8개월후 아버지가 돌아 가셨습니다. 아버지는 지방공연 끝나고 서울에 도착한 그날 돌아가셨습니다. 마음이 더욱 아팠습니다. 공연중 돌아가신게 아니라는것이 다행이라는 배우로써의 비애와 더불어 말이죠 두분 모두 불행하게 돌아가셔서 오랬동안 우울증을 앓았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부모님이 않계신 세상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리고 형의 죽음은 저로하여금 공황장애까지 앓게하고 있습니다. 전 뇌경색 진단을 받았고 저혈당 증상이 있어, 죽음은 늘 저에게도 실체적 공포입니다. 싸이고 싸여서(쌓이고 쌓여서) 배우로서의 본문을 망각하고 극단적 폭언을 한점은... 저도 인간인지라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배우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이 하나가 되길 늘 간절히 바라는 국민입니다. 세월호의 진실, 당연히 밝혀져야 합니다. 그러나 방법에 대한 국민들의 견해가 너무 다릅니다. 부디 세월호 정국이 돌파구를 찾아 합의되어 국민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되길 빌어봅니다. 전 페북글 하나도 지우지 않았습니다. 낙인직혔는데(낙인 찍혔는데) 지운들 뭐하겠습니까.. 들어 오셔서 저의 추한모습 맘 것(맘껏) 욕하시고, 맘것 비웃어 주십시요 배우 이산 올림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늘의 눈] 강요된 망각과 용감한 기억/장형우 체육부 기자

    [오늘의 눈] 강요된 망각과 용감한 기억/장형우 체육부 기자

    1989년 4월 15일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버풀과 노팅엄의 축구협회(FA)컵 4강전이 열린 셰필드의 힐스버러 스타디움. 1만명 정원의 원정팬 구역에 무려 2만 5000명이 몰려 96명이 깔려 죽고 700여명이 다쳤다. ‘힐스버러의 참극’이 벌어진 시간은 킥오프 뒤 딱 6분. 그러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는 무려 23년이 걸렸다. 참사 직후 영국 정부와 언론은 참사의 원인을 난폭한 훌리건들의 저급한 축구 관전 문화로 돌렸다. 하지만 당시 경기장 치안을 책임진 남부 요크셔 경찰은 수용 정원을 제한하지 않았고, 입장 시간이 길어지자 출구로 사용되던 좁은 길을 터 줬다. 이쪽으로 수천 명의 팬이 갑자기 몰리면서 사람들이 밀리고 깔리기 시작했다. 경찰은 관중석 펜스 앞에 필수 경비 인원을 배치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41명은 응급조치를 받지도 못한 채 싸늘한 주검이 되고 말았다. 참사 직후 진상조사에서 경찰은 200개가 넘는 증언을 조작하거나 누락했고, 그 결과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모두 2012년 희생자 가족과 힐스버러 인디펜던스 패널이 함께 조사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세월호 참사와 너무 닮았다. 정부는 돈 많이 벌라고 선박 사용 연한을 늘려 주고는 안전 점검에 소홀했다. 그 틈에 배는 불법적으로 개조됐고, 평형수를 뺐고, 짐을 더 실었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출동한 해경은 구호 조치도 제대로 못했다. 국민들은 두 눈 뻔히 뜨고 가라앉는 배 속에서 생때같은 아이들과 승객 300여명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수사당국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보다 ‘유병언’이라는 ‘원흉’을 쫓았다. 그리고 그가 시신으로 발견되기를 기다렸다는 듯 “이제 세월호 이야기는 그만 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월호에 파묻힌 경기가 살아나기 어렵기 때문이란다. 과연 그럴까. 숙박업 생산지수는 참사 직전이던 지난 3월 100.1에서 5월과 6월에 107.2, 108.7로, 음식·주점 생산지수도 106.1에서 110.1, 108.6으로 높아졌다. 116.0이던 서비스 생산 지수도 122.5, 121.8로 크게 증가했다. 골프장엔 평일에도 4명씩 탄 카트가 줄을 잇는다. 연휴만 되면 고속도로는 자동차로, 인천공항은 해외여행객으로 바글거린다. 힐스버러 참사의 진실은 결국 이를 잊지 않았던 희생자 가족과 양심적 시민들이 밝혀냈다. 잊지 말자. 진실을 밝힐 원동력은 강요된 망각에 굴하지 않는 ‘용감하고 끈질긴 기억’이다. zangza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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