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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소비절약으로 高油價 대비해야

    연초부터 우리 경제 여건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국제유가가 1년 전에 비해 3배로 오르면서 올해 물가와 국제수지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국제 원유가가 지난 91년 걸프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배럴당 29달러까지 폭등하기도 했다.더욱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시한이 연장됨에 따라 멀지않아 35달러까지 폭등,고유가시대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에네지 다소비 산업구조를 가진 세계 4위의 원유 수입국인 우리에게는 경제적으로큰 부담이 되고 있다.IMF체제를 어렵게 극복한 정부로서는 원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원유가가 배럴당 28달러 이상 오를 경우 올해 목표인 3% 이내의 물가안정과 120억달러의 국제수지 흑자는 어렵다는 측면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원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경우 국제수지 흑자가 10억달러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원유가의 상승에 따른 설 명절의 물가가 전반적으로 10% 가까이 인상되고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지난 79년 2차 오일쇼크의 악몽을 경험한우리 입장에서는 고유가시대를 대비한 철저한 대책이 요구된다.정부와 업계는 에너지 과소비 산업구조의 개편은 물론 대체에너지 개발 등 근본대책이 요구된다.또 에너지 절약형 설비와 제품의 보급을 확대하고 에너지 절약을권장하는 세제 혜택 등 제도적 뒷받침도 서둘러야 한다.석유 한 방울 나지않는 나라에서 1,200만대의 자동차가 운행돼 국민들의 일상생활에서 원유 소비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고유가시대를 극복하는 방법은 소비를 절약하는 것이 최선의 대비책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가 현재 1억3,000만배럴의 원유를 비축해놓고 3,500억원의 석유가격완충기금을 확보해놓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그러나 국제원유가가 계속 폭등할 경우에 대비한 근본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는 고유가시대를 대비한 범국민적 소비절약운동을 활성화하는 일이다.국민 모두가 전등 한 등 끄고,수돗물 한 방울이라도 아껴쓰는 소비절약운동이 정착돼야 한다. 소비 절약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함에 비추어볼 때 최근 일부의 과소비현상은 어렵게 회복한 우리의 경제질서를 파괴하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1억원이 넘는 장롱을 비롯해 500만원짜리 핸드백 등 기네스북에나 오를수 있는 세계적인 고가품들이 전국의 유명 백화점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없어서 못 판다고 한다.또 일부 백화점에서는 경품까지 내걸고 사치성 소비를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우리가 피와 땀을 흘려 이룩한 소중한 국가 발전이 한순간에 날아갈 뻔했던 IMF의 절박한 위기를 망각한 채 만연되고 있는 일부 계층의 사치성소비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몰지각한 졸부들의 무절제한 과시적 사치풍조는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을 심화시키는 반사회적병폐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절약과 내핍을 통해 고유가시대를 극복하고 나라 경제를살려야 한다.그런 의미에서 2000년은 역사가 우리에게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주었다는 면에서 위대한 각성과 국민의 저력을 결집하는 피눈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영경 재정경제부세제발전심의위원
  • [김삼웅 칼럼] 2·8독립선언과 노애국지사들

    “3·1운동은 우리 근대사의 서리고 서린 산맥 가운데 위연히 솟은 한 고봉(高峰),이 봉우리 위에 서서 보면,외세의 침노 속에 끈질기게 저항하면서 생성 발전해온 우리 민족의 발자취가 멀리 가까이 제자리를 드러내면서 부각된다.3·1운동은 우리 근대민족운동사의 큰 호수,이 이전의 모든 근대 민족운동의 물줄기가 이리로 흘러들고,이후의 모든 근대 민족운동이 여기서 흘러나가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천관우,‘3·1운동 50주년 기념논문집’ 편집후기) 3·1운동은 근대 민족운동사의 거대한 호수다.그렇다면 3·1운동의 발원지는 어디인가? 바로 1919년 2월 8일 일본 도쿄 조선기독교청년회관(YMCA)에서 일본에 유학중이던 학생들이 한국의 독립을 요구하는 선언서와 결의문을 선포한 것에서 비롯한다.재일 유학생들은 11명의 실행위원을 선출하여 조선청년독립단을 조직하고 2월 8일 오전 독립청원서와 독립선언서를 도쿄 주재 각국대사관,일본정부,중의원,조선총독부에 보내고 오후 2시 500여 회원의 환호속에서 2·8독립선언서를 발표했다. 유학생 거의 전원이 모인 이날 독립선언회의에서 학생들은 독립실행방법을토의하려다가 일경에 강제해산당하고 실행위원들은 체포되었다.이에 앞서 송계백과 최근우가 선언서 일부를 국내로 반입하여 현상윤·송진우·최남선 등에게 전달,3·1운동의 직접적인 계기를 만들었다.재일 한국 독립운동의 성지 YMCA 건물은 그동안 부채로 존폐의 위기에 있던 것을 지난 연말 정부가 21억6,000만원을 지원하여 은행빚과 건물지하공사비를 갚게 되었다. 스가모감옥터의 노애국지사들 2월 8일 도쿄 YMCA 회의실에서는 2·8독립선언 81주년 기념행사가 조촐하게 거행되었다.재일본 한국 YMCA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국내에서 윤경빈(尹慶彬) 광복회장과 이강훈(李康勳) 전 회장 등 생존 애국지사와 독립운동가후손 40여명이 참석하여 기념식의 의미를 새롭게 했다. 동경한국학교 초등부 어머니합창단이 ‘독도는 우리 땅’을 불러 참석자들을 숙연케 만들었다.행사후 가진 간담회에서 유학생 대표들은 활자로만 읽었던 노애국지사들과의 대면을 감격스러워하면서 새로운 한·일관계와 학생운동의 진로 등을 물었다. 다른 외국에 비해 ‘재일유학생’의 존재는 유별하다.그것은 한말 신사유람단의 일원으로 파견된 유학생중에 매국노로 변신하거나 2·8독립선언을 주도한 학생중에 악질 친일파가 된 경우, 일제시대 많은 유학생들이 총독부 관리나 법관이 되어 일제의 주구노릇을 하고 해방후에는 독재정권의 앞잡이로 전락한 때문이다.독립운동에 참가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일본유학생들은 이 부분에서 갈등을 느낀다고 했다.그래서 말했다.같은 물을 소가 먹으면 젖을 만들지만 뱀이 먹으면 독을 만든다,어찌 일본유학생들뿐이겠는가.국내외의 명문대학 출신들이 친일파가 되고 독재의 주구노릇을한 다른 쪽에서는 의로운 길을 선택한 사람도 적지 않다,역사가 어느 쪽을승자로 기록할지는 자명하지 않은가라고. 방일 첫날 노애국지사들은 일제식민지 시대 많은 한인애국자를 수감하고 처형한 스가모(巢鴨)형무소를 방문했다.지금은 공원으로 바뀐 이곳은 이봉창·김지섭 의사 등이 옥고를 치르다 사형이 집행된 곳이다.이강훈 옹도 13년 옥살이를 했다.노애국지사들은 만감이 서린 표정으로 구석구석을 살피고, 우리 애국선열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에는 생존 지사들의 흐느낌이 배어 2월의 차디찬 스가모 공원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이곳에서 숨진 선열들을 기리는돌비석 하나라도 세웠으면. 도쿄헌책방의 노애국지사들 유학생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한 학생이 물었다.생존애국지사들이 대부분7,80 고령인데 사후 광복회의 존립문제와,일제와 맞서 싸운 세대가 아직 생존해 있는데도 독립운동사가 먼 망각의 역사로 퇴락하고 있는 터에 이를 잇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것이 어찌 일본유학생들만의 의문일까만 나는 예상외의 장소에서 ‘해답’을 얻었다.행사를 마치고 도쿄 번화가에 즐비한 헌책방에서 삼삼오오로 만난 우리 노애국지사들의 형형한 눈빛에서 그리고 그들이 찾는 일제시대의 자료와 일본을 알아야 한다면서 푼푼이 모은 용돈으로 일본현대사의 신간을 사는 모습에서,“노병은 사라질지언정 죽지 않는다”는 것을.-일본 도쿄에서[김삼웅 주필]
  • [대한매일을 읽고] 경기풀리면 또 과소비 악순환 경계를

    새천년 첫 설 연휴기간 동안 해외여행지와 백화점에는 사람들이 넘쳐난 데비해 국내 관광지와 재래시장은 썰렁했다는 기사를 읽었다.이같은 보도는 제2의 외환위기를 다시 걱정하게 한다. 지난달 1일부터 24일까지 내국인 출국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나 늘어났다.또 IMF 체제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의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였다고 한다.해외여행은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까운 외화를 허비한다는 차원에서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 하나도 없다.경기가 조금 풀린다고 해서 또다시 수준을 뛰어넘는 과소비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정말 우리는 너무나 과거를 잘 잊는가 보다. 일부 졸부들의 무분별한 호화·사치 해외여행,그리고 분수를 망각한 씀씀이로 인해 아까운 외화가 턱없이 낭비되고 국가경제가 어려움에 처하는 일들이없어야 할 것이다. 정경내[부산시 동래구 낙민동]
  • ‘기억과 망각’ 獨·日 전후청산 차이점 비교

    2차대전후 독일과 일본은 여러가지로 유사한 길을 걸어왔다.패전과 전범처단을 위한 국제군사재판,황폐와 혼란속에서 이룬 경제부흥과 고도성장,그리고 경제대국에서 정치대국으로의 용틀임 등등.그러나 ‘과거사 극복’과 관련해서는 두 나라가 판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외신보도에 따르면 일본정부가 극우단체의 ‘난징대학살’ 부인 집회를 허가,중국과 외교분쟁이 우려된다는 것이다.같은 날짜 기사에서 독일정부는 나치 강제노역피해자 배상금으로 100억마르크(6조원) 규모의 기금마련을골자로 하는 법안을 승인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독일이 과거사를 ‘기억’하면서 반성해 왔다면,일본은 ‘망각’과 부인으로 전후 50년을 일관해 왔다. 이처럼 일본과 독일이 과거사 청산에서 양 극단의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최근 나온 ‘기억과 망각’(다나카 히로시 외 지음,이규수 옮김)은이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내놓고 있다.이 책은 지난 92년 일본 도지샤(同志社)대학 인문과학연구소가 개최한 공개심포지엄 ‘과거 극복과 두 개의 전후-일본과 독일’의 발제와 토론을 정리,단행본으로 묶은 것으로 필자는 일본내의 양심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인사들이다. 전후청산에 관한 일본과 독일의 극명한 차이점은 두 나라에서 행해진 전범재판에 뿌리를 두고 있다.나치전범을 재판한 뉴른베르크재판(1946.5∼48.11)은 전범 처단과정에서 ‘인도(人道)에 대한 죄’라는 새로운 국제법상의 개념을 도출,독일을 ‘반성의 길’로 유도했다.반면 도쿄재판(1946.5∼10)은최고 전쟁책임자인 일황을 면책하고 ‘생체실험’을 자행한 731부대를 면죄하면서도 군 위안부와 강제연행 등 비인도적 행위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하지않았다. 도쿄재판을 주도한 미국은 일본의 침략전쟁 책임을 일본 육군수뇌부에게 돌리고 아시아권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억압하였다.일본은 미국의 지원하에 일황을 위시해 천황제를 지탱해낸 궁중그룹과 해군·관료·재벌을 살리기 위해모든 전쟁책임은 육군에 있다는 왜곡된 ‘역사상’을 조작, 육군을 희생시키면서 ‘자기보존’의 길을 택하였다. 독일(구서독)은 뉴른베르크재판 뿐만 아니라 자국의재판소를 통해 현재까지 9만여명의 나치 관계자들을 재판에 회부,7,000건 정도의 유죄판결을 내렸다.반면 일본은 도쿄재판 등 타자에 의한 재판 이외에 스스로에 대해 판결을내린 적이 없다. 독일은 52년 유태인 피해자에게 34억여 마르크를 배상한 것을 시작으로 인종·신앙·세계관 등에 구애없이 90년까지 총 864억여 마르크를 지불했다.그러나 일본은 자국민 중심으로 배상원칙을 세워 외국 국적자는 배상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일본군의 잔학행위는 주로 해외에서 자행되었기 때문에 일본인들의 대부분은 그 실상을 거의 모르고 있다. 지난 87년 독일의 저널리스트 랄프 졸타노는 ‘제2의 죄-독일인 됨의 부담’이란 책에서 “히틀러시대 독일인이 범한 죄가 ‘제1의 죄’라면,‘제2의죄’는 1945년 이후 ‘제1의 죄’를 심리적으로 억압하고 부정한 것을 말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일본은 ‘제2의 죄’는 커녕 ‘제1의 죄’조차 부인하고 있는 셈이다.삼인 펴냄 값 8,500원. 정운현기자 jwh59@
  • [대한광장] 기억과 망각

    21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아주 짧지만 흥미있는 기사 하나를싣고 있다. “스웨덴이 전쟁 당시의 잘못을 인정하다”라는 제목의 이 기사가 전하는 바는 간단하다.스웨덴 총리인 고란 페르손이 지난 19일 스웨덴 거주 유대인연합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스웨덴의 잘못을인정했다는 것이다. 지난 60여년 동안 스웨덴 사회민주당의 공식입장은 2차대전 동안 스웨덴은중립적 입장을 취했을 뿐이라는 자기변호적인 것이었다.그러나 스웨덴은 전쟁기간 동안 중립을 지킴으로써 전화를 피해갔을 뿐 아니라 나치의 군수공장에 철광석을 팔아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사실 일부 현대사가들은 다른 나라에는 엄청난 비극이었던 2차 세계대전이 스웨덴에게는 부국으로 발돋움하는계기였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 기사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스웨덴 정부는 비단 이뿐만 아니라나치군대가 핀란드와 노르웨이를 침공하기 위해 스웨덴 영토를 가로지르는데 동의했다는 것이다.그러니까 스위스의 엄정중립과는 달리,자의든 타의든나치에호의적인 중립을 지켰다고 볼 수 있다.페르손 총리는 이번 주에 열릴홀로코스트에 대한 국제학술대회를 앞두고 고위정치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스웨덴의 이런 잘못을 시인한 것이다. 유럽의 많은 사회민주당들이 국제문제에서는 지극히 자국 중심적인 입장을취하는 데 반해,스웨덴의 사회민주당은 비교적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원칙을고수했다고 할 수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 당시의 잘못을 시인하는 데는 인색했던 모양이다.따라서 페르손 총리의 발언은 국제관계를 지배하는 현실정치에 대한 양심정치의 작은 승리라고도 하겠다.그것은 망각에 대한 기억의 승리이기도 하다. 이 작은 기사가 유독 내 눈길을 끈 것은 바로 그 직전의 일본 방문에서 받은 인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일본의 진보적 잡지 편집자들과 역사가들을 몇만났는데, 최근 일본의 우익단체에서 낸 ‘국민의 역사’라는 책이 자주 화제에 올랐다.지하철 전동차에 붙은 광고는 발매 한달 만에 벌써 62만부를 돌파했다고 자랑이다.일본 친구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아사히신문조차 호의적인 서평을 실었고 우익단체의 집회에 가면 무료로 나눠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스웨덴 정부가 쓰라린 기억들을 다시 끄집어 내 미래를 지향하는 반성의 기회로 삼는 것과는 대조적으로,‘국민의 역사’는 일본의 전쟁책임과 침략사실을 부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지난 23일 오사카에서는 극우단체의 지지자들과 역사가들이 ‘남경 학살’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부정하는집회를 열어 중국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기미가요와 히노마루를 부활시킨 지난해의 조치와 호흡을 같이 하는 움직임이다.아시아 민중들에게 그것이 주는 끔찍한 의미를 일본은 이미 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일본사회의 역사의식이 이렇게 기억보다는 망각을 택한 것처럼 보인다.개인이든 집단이든 기억보다는 망각이 편할 때가 많다.과거의 악몽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욕망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그러나 쓰라린 기억보다는 편한 망각을 택함으로써,일본사회는 스스로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차고있는 셈이다.용서는 망각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전제로 하기때문이다. 스웨덴과 일본의 이 차이는 유럽연합과 동아시아 민중연대 사이의 메울 수없는 간격을 드러내준다.지성사적 관점에서 볼 때 유럽연합이 가능했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민주독일이 나치즘과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억의 끈을놓지 않고 집요하게 과거와 미래의 대화를 시도했다는 데 있다.동방정책 당시 폴란드를 방문한 브란트 당시 총리가 바르샤바의 게토 봉기 기념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참회했을 때 독일과 폴란드 양국 간의 아픈 과거는 미래의연대를 단단하게 만드는 끈이 된 것이다. 한·중·일 3국의 양심적 지식인들이 주창하는 동아시아 민중연대 역시 망각이 아니라 기억을 딛고 설 때,어렵게 첫 걸음을 뗄 수 있을 것이다.실천적연대에 앞서 공동의 역사적 기억을 드잡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도여기에 있다. 임지현 한양대교수·사학
  • 낙선운동 성패 지역감정 극복에 달렸다

    최근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낙천·낙선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이에대한 언론보도도 활기를 띄고 있다.이 가운데 언론개혁시민연대(언개연)와언론정보학회,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 18일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낙선운동과 표현의 자유’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낙선운동과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박형상 변호사는 “언론은 현재 공론화되고 있는 낙선운동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되 이같은 객관적 의제 자체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언론인 스스로가 이 운동의문제점 등을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박 변호사는 “이를 위해 언론인의자율적인 편집권과 언론기관의 내부적 자유가 중요하며,언론인들은 국민들의 언론의 자유인 ‘정보의 자유 및 알권리의 참정권적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언론이 낙선운동 취재·보도로 불이익을 받게 된 정치인들로부터 항의를 받는다면 ▲반론을 충분히 반영해 독자들에게 판단기회를 제공하고 ▲스스로 중립적 위치에서 문제되는 사실 여부를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제의했다.또 “낙선운동의 성패는 지역감정의 극복에 달려있으므로 이해관계를 초월한 가치중립적 보도가 이뤄져야 하며,익명 사설의 횡포에 대한 반론청구 및 공개토론 등도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신방과)는 ‘낙선운동과 언론보도’란 발제를 통해 “공천 부적격자의 명단 공개를 두고 명예훼손이니 인권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기본적 법리를 망각한 감정적 대응”이라면서 “공인이나 공직자는 국민과 시민단체,언론의 끊임없는 감시와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김 교수는 또 “경실련 명단의 일부 부정확한 내용은 악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이상 정정·반론기회를 보장해주는 선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이어 “일부 언론에서 경실련의 명단을 싣지 않은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외면한 처사”라면서 “몇몇 언론이 낙선운동을 왜곡·폄하하고 있는 것은언론자본이 구태 정치인들과 같은 기득권 세력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따라서 “정치개혁의 일대 전기를 맞고 있는 이 시점에서 언론이 국민의 판단과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나가는지 주의깊게 관찰해야 할 것”라고 말했다. 발제가 끝난뒤 열린 종합토론에는 장원 녹색연합 사무총장,이춘발 언개연언론피해법률지원본부장,손혁재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김형배 한겨레신문논설위원,김기중 변호사 등이 참석,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미경기자 ch
  • [쉽게 읽기] 신자유주의 시대의 한국정치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 “나는 무당파야” 우리 정치에 대한 불신과 환멸을 토로하는 목소리입니다.이에 정치인들은언론 등에 비칠 때마다 “국민을 편하게 해드리겠다”고 거듭 다짐하지만,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오죽하면 동창회 모임에서도 사회자가 “오늘은 좋은 날이니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맙시다”라고 당부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겠습니까. 이 책은 정치 이야기를 합니다.일반인이라면 스트레스만 가중시키는 정치판이라고 해서 나 몰라라 할 수 있지만 저자는 그럴 처지도 못됩니다.정치학자인 만큼 좋든 싫든 정치 현실에 주목할 수밖에 없지요.또 저자는 무당파가아닙니다.책 뒷면의 ‘실천적 지식인 손호철’이란 표현이 말해주고 있듯이저자는 진정한 참여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부단히 애쓰는 지식인이기도 합니다. “한국정치는 정당정치가 아니라 사당정치다,우리 민주주의는 민주화운동이후에도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현실정치가 시민사회의 대표성을 갖지 못한다.시민사회의 성장과 성숙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60년대 수준에 정체되어 있다,우리 정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지역주의 문제다,이를 극복하려면 정치판이 기존 보수 양당체제에서 근대적인 진보 대 보수의 구조로재편되어야 한다” 저자의 눈에 비친 우리 정치의 모습입니다.솔직히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까.매일 마주하는 신문기사와 칼럼에서 되풀이 지적되는 문제란 말이지요.물론 저자가 분석하는 내용 중에는 논쟁적인 대목도 있답니다.IMF 위기가 없었다면 수평적 정권 교체는 분명 실패했을 것이며,김대중 정부의 대외개방정책은 초국적 자본의 지배라는 ‘새로운 종속’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렇지요. 저자는 이제 21세기의 바람직한 정부 형태에 대한 본격 논쟁이 필요하다고말하죠.그러면서 중앙정부의 권력 집중을 전제하는 ‘내각제’가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실질적 권력 분점에 입각한 ‘연방제’를 제안합니다.향후 통일에 대비해서 새로운 국가형태의 모색은 중요한 시대적 과제이지만 실천적 정치학자에게도 우리 정치의 당면 과제를 해결할 뾰족한 수는없는모양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책에서 주목하는 건 ‘문제는 민주주의의 성숙이다’는메시지입니다.그간 우리는 ‘정치는 어쩔 수가 없어’라는 냉소와 무관심 속에서 민주주의의 근본마저 망각하곤 했습니다.정치 무관심은 민주주의의 적입니다.때마침 정치가 되살아나고 있네요. 시민단체의 ‘낙선 운동’이 잠자던 정치의식을 일깨우는 조짐입니다.이게일과성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도 이 책이 분석하는 우리 정치의 어제와 오늘,그 어두운 기억을 되새기는 일은 필수적이지 않을까요. (푸른숲 펴냄)[김성기 현대사상 주간]
  • [발언대] 사회-정치 쇄신위한 언론개혁에 시민 동참을

    새해를 맞는 사람들은 저마다 희망찬 계획을 세운다.자신과의 약속 한두 가지를 다짐하고,우리 사회가 과거보다 나아졌으면 하는 기대를 갖는다.올해우리 사회에 거는 기대 하나는 ‘언론개혁의 진전으로 민주사회의 희망을 가져보는 것’이다. 4월에는 총선이 있다.올바른 정치문화의 정착을 위해 언론의 역할은 막중하다.선거시기의 언론은 유권자인 시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를제공하고,불법·탈법선거를 감시하며,다양한 민주적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 우리언론의 행태는 어땠는가.언론본연의 역할을 방기하고 지역감정 등 잘못된 정치문화를 부추기거나,특정정파 또는 후보편들기,비방 등을 통해 여론을 호도하는 등 불공정보도를 해왔다.그 결과 낡은 정치의 악순환과 사회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을 무참히 꺾어버렸다. 따라서 언론개혁은 사회 전분야의 개혁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언론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개혁과 민주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언론이 개혁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의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지난해 불거진 언론인들의 부정비리의혹,언론사 사장의 탈세,언론문건 사건등을 지켜본 시민들은 ‘언론개혁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시민들의 이같은 열망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언론개혁을 위한 가시적인 진전이 없다.시민사회단체와 언론단체들이 관련 법과 제도의 개혁을 주창해왔으나,작년말 5년간을 끌어오던 통합방송법이 겨우 제정됐을 뿐,신문개혁의 핵심인 정기간행물법 개정은 흐지부지돼버렸다.정치권이나 정부는 ‘자율개혁’ 운운하며 뒷짐만 지고 있고,언론사의 자정선언도 구두선에 머물렀다. 결국 언론개혁을 위해서는 언론수용자인 시민대중이 나설 수밖에 없다.시민이 언론을 감시,정치권과 언론사가 언론개혁에 나서도록 시민의 힘을 행사해야 한다.그러나 올해도 그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바로 선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터지는 사건사고와 급변하는 사회환경속에 우리는 과거를 쉽게 잊는다.그리고 그 망각의 늪은 우리 역사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소망하건대 올해에 많은 사람들이 언론개혁에 대한 열망을 뜨겁게 품고 있길 바란다.그리고 그 열망을 현실화하기 위해 언론개혁을 위한 시민운동에 참여하기를 또 간절히 원한다.언론개혁을 미루어놓고는 민주사회의 희망도,우리사회의 개혁도 얘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권영준[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차장]
  • “대한항공 연이은 사고 건교부에도 책임있다”

    “연이어 터지는 대한항공 항공기 사고에 감독기관인 건설교통부의 책임은없는가.” 지난 23일 영국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화물기 추락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그러나 민간항공사 감독기관인 건교부의 안전사고예방대책 부실,대부분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항공국 직원들,사고가 나면 ‘제재조치나 취하면 된다’는 식의 안일한 대처가 원인(遠因)으로 작용했다는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세계 10대 항공국으로 성장했지만 항공산업의 규모에 걸맞는 독립적인 사고조사기구 하나도 제대로 갖지 못했다는 것도 사고 다발국가가 된이유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현재 건교부의 항공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는 본부에 항공국과 국제항공협력관이 있으며 서울 및 부산지방항공청,대구의항공교통관제소 등이 있다. 이 부서들중 대부분은 민간항공사의 노선배분,항공정책 수립,공항시설 건설 등의 업무에 편중돼 있으며 항공안전 등과 관련한 업무는 항공국 산하에 항공안전과(7명)·관제통신과(9명)·운항기술과(11명)만이 담당하고 있다. 나름대로는 정예조직이라고 하지만 사고가 터질 때마다 ‘땜질처방’식으로 임시 사고대책반을 만들어 호들갑을 떨다가 세월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망각하기 일쑤였다. 더욱이 옛 건설부와 교통부가 통합하면서 ‘화학적 융합’이라는 명분 아래 건설부에서만 공직생활을 해오던 국장을 항공국장으로 임명해 전문성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우(愚)를 범하기도 했다. 한 항공관계 전문가는 “연간 100건에 달하는 항공기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활동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항공기 사고조사 경험이 있는 전문가도 거의 없어 효과적인 사고예방 활동이 이루어질 수 없다”며 “미국의 교통안전위원회(NTSB) 같은 강력한 사고조사 기구가 설립돼 전문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태기자 sungt@
  • 변질 · 왜곡된 쟁점 법안

    15대 국회가 막바지 법안심의 과정에서 일부 개혁·민생법안을 왜곡·변질시켜 여론의 질책을 받고 있다.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이익집단의 압력과로비에 떠밀리거나 내년 총선을 겨냥한 표계산을 앞세웠다는 지적이다. [변호사법] 개악(改惡) 시비를 부른 대표적 법안이다.소관 법사위 심의과정에서 정부 개정안과 시민단체 청원에 담긴 법조비리 근절의 핵심 방안들이누락됐다.검사출신 변호사에게 최종 임지(任地)에서 2년간 사건 수임을 제한토록 하는 전관예우 방지 조항과 법조비리 내부고발자 보호문제,복수 변호사단체 규정 조항 등이다. 개정안이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나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할 우려가있으며,변호사와 직원간 신뢰를 훼손하거나 변호사단체가 무력화할 우려가있다는 이유에서다. 98년 의정부,99년 대전지역 법조비리 사건을 거치면서 법조비리 근절을 바란 국민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심의과정에서 법사위 소속 비(非)율사 출신 의원 7명이 정부 원안을 유지토록 하는 수정안을 제출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법사위 소속 위원 대다수가 법조인 출신으로 구성돼 있어 온전한 개정을 우려했는데,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며 “국민 일반의 이익과 국회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법조이익과 직업이기주의에 매달린 다수 법사위원의 행태에 안타까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방송법] 방송위원회 구성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우여곡절 끝에 문광위와법사위를 통과,본회의 상정을 앞둔 방송법개정안이 이번에는 독소조항 시비를 낳고 있다.한국방송공사 임직원의 직무상 비밀누설·도용과 방송위원회제재조치 명령불응에 따른 징역형 명문화 및 벌금강화 규정이 문제가 됐다. 개정안은 위반자에게 1년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개정안의 법사위 통과 직후 한국방송협회와 각종 시민단체는 일제히 성명을 통해 “통합방송법안이 반민주적인 규제 등 독소조항을담고 있다”고 발끈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여야는 20일 본회의에 수정안을 제출키로 하는 등 뒤늦게사태 진화에 나섰다.국민회의는 처벌조항 완화를 위해 야당과 절충키로 했고,한나라당은 자체 수정안을 국회에 내놓았다.그동안 법안심의 과정에서 방송위원 구성 문제 등 자리싸움에 연연해 하면서도 정작 독소조항에는 눈길 한번 돌리지 않은 꼴이다. [민법] 현행 동성동본 금혼(禁婚)제도를 개정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정부는 당초 여성·법조계에서 요구한 동성동본 금혼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정부 개정안은 ‘동성동본인 혈족은 혼인하지 못한다’는 민법 809조를 삭제하는 대신 8촌 이내의 부계 혈족 또는 모계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는 등 근친혼 제한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금혼제도가 헌법에 보장된 남녀평등과 혼인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있고 사실혼 관계에 있는 5만∼6만쌍의 처지를 감안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법사위는 지난 17일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위원회 수정안을 의결했다.“혈통을 중시하는 국민정서상 현행 제도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정치권 주변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림을 비롯한 보수층의 표밭을염두에 둔 결정으로 받아들인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동성동본 금혼조항은 지난 97년 7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이미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동성동본간혼인은 가능하다”며 이례적으로 국회 상임위 의결사항을 정면으로 반박했다.국회가 법안심의 과정에서 여론과 법리보다 정치논리를 앞세운 사례로 꼽힌다. 박찬구기자 ckpark@
  • [사설] 임시국회에 바란다

    18일 끝난 정기국회에 이어 20일부터 임시국회가 열리게 됐다.곧바로 임시국회를 여는것은 정기국회에서 필히 처리됐어야 할 각종 법안들이 정쟁(政爭)에 휘말려 처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임시국회도 불과 11일간의 짧은 미니국회인 데다 여야간 시각차가 큰 법안들이 많고 언론문건 국정조사문제,정기국회 말미에 불거진 과거정치자금문제와 국가정보원의 야당의원 미행문제 등이 임시국회마저도 여야간 정치싸움으로 지새다 말게 할 여지를 얼마든지 안고 있다. 총선을 앞에 두고 있고 정쟁에 이골이 난 국회에 정쟁은 말고 법안심의를충실히 해달라는 주문이 쇠귀에 경읽기식이 될지도 모르겠으나 임시국회가다루어야 할 법안의 중대성이 워낙 커 다시 한번 강조해 두지 않을 수 없다. 인권법 통신비밀보호법 부패방지법 국가보안법 개정안 등은 새천년을 맞는이 나라 국가운영의 기본틀이 될 주요법안들이다.이런 법안들이 정쟁으로 처리되지 못하게 되거나 졸속 처리되는 사태는 15대 국회가 시대의 흐름을 망각하고 국가발전을 후퇴시켰다는 비난을 자초하게 될것이다. 이번 임시국회를 여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 선거법만 해도 선거구제,의원수조정 등 새세기를 여는 정치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될 중대 사안이다.그동안 국회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소선거구제+권역별 정당명부제로 가닥이 잡힌듯하나 도·농 복합선거구제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선거구 조정도 이해가 엇갈려 어떻게 귀결될지 궁금한 일이 아닐수 없다. 지금 논쟁거리가 돼있는 선거공영제 확대실시,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 환원 문제도 관심거리다.이제 총선을 불과 4개월여 남겨놓은 시점에서도 이런현안에 대한 해결의 가닥이 잡혀있지 않으니 총선에 쫓기는 국회가 막판에가서 허둥지둥 졸속 처리하고 말 개연성(蓋然性)이 크다. 민생·개혁법안의 경우 정기국회에서 상당부분 처리됐으나 통합방송법 부패방지법 인권법등이 그대로 남아있다.법사위를 거친 통합방송법은 그런대로정리가 됐다는 평가는 받고 있으나 지나치게 비대해진 방송위의 위상,방송정책권의 조정문제라든지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점등 손질이 가능한것은 차제에 손질해 통과시키면 더욱 좋을 것이다. 20세기의 낡은 유산들은 이제 훌훌 털어버리고 가야 한다.말로만 ‘21세기’‘새천년’을 들먹일 게 아니다.시대가 바뀌면 그에 상응하는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이번 209회 임시 국회의 마지막 분발(奮發)을기대한다.
  • [대한광장] 천년기 전환의 의미

    올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연말이 되면 언제나 그러했듯이 이번 세밑에도 마음이 부산하긴 마찬가지지만,올해를 보내는 심정은 더욱 착잡하다.1999라는 수가 주는 묘한 긴박감과 ‘밀레니엄’의 특수를 보려는 장삿속의 들뜬 분위기를 넘어서 2000년으로의 전환이 갖는 의미를 새겨보는 것도 세모를보내는 하나의 방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999년에는 십진법의 세 차원이 중첩되어 있다.그것은 1990년대 10년의 마지막 해이며,20세기의 끝이자 아울러 2천년기의 1,000년을 마감한다.바꿔 말하면,2000년은 새로운 천년기와 21세기의 시작이자 2000년대 10년의 첫 출발점이다.1,000년은 고사하고 100년이란 시간단위도 한 개인의 차원을 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 세 가지 시간지속은 역사에 깊숙이 작용하여 우리의 삶을규정하고 우리의 선택을 제약한다.세 시간대의 교착이 마치 구조처럼 우리를압박하는 것이다. 지난 천년 동안에 일어나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은 무엇일까?사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이미 그 안에 들어있다.왜냐하면‘세기’나 ‘천년기’ 운운하는 것이 이미 유럽의 시간관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말하며,이는 유럽이 세계적인 차원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한 결과이기 때문이다.15세기 이전에만 해도 지중해 세계의 한 변방에 불과하던 유럽이 놀랍게도 3세기에 불과한 짧은 기간에 여러 문명을 능가하고 끝내 19세기에 들어서는 그것들을 복속시키는,역사상 최초로 진정한 의미의 세계사를 구축한 것이야말로 최대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과정이 유럽의 열강에 의해 주도되었던 까닭에 19세기 후반 이후의 우리의 역사는 고난과 모색의 역사일 수밖에 없었다.중국과 같이 고도의 문명과엄청난 생산력을 지녔던 거대 제국도 국민국가를 기본단위로 하는 유럽적 세계질서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유럽의,그것도 ‘아류’의 손아귀에 떨어진 우리의 운명이야 오죽했으랴.분단의 현실 밑바닥에는 역사의 주체가 되지 못했던 우리의 어두운 과거가 놓여있는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회복한 것이 20세기 중엽의 일이었으니,우리는 ‘세계’의 20세기를 압축적이고 훨씬 가혹하게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혁명,전쟁,민족해방,공산주의,냉전,파시즘,군사독재,미국의 패권,신좌파,산업화,도시화,문맹의 퇴치,농민의 소멸,계급형성,민주화,시민운동,노동운동,우주시대,대중소비사회,여성해방,정보통신혁명과 가상공간,자연파괴,유전자복제,전위예술의 소멸과 포스트모더니즘 등 20세기의 모든 것을 두 세대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견뎌내야 했다. 전근대,근대,탈근대가 한반도라는 좁은 공간에서 한꺼번에 몸부림을 치고비동시적인 것들이 동시에 아우성을 질러대는 질주의 시대였다.과거를 청산하기도 전에 미래가 현재가 되고 전통과 화해를 이룩하기도 전에 현재는 과거가 되었다.이 엄청난 역사의 중량을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망각한 채 빨아들였던 우리는 분명 평범한 존재들은 아니었다.‘빨리빨리’라는‘조국건설의 국시’ 이면에는 한문과 일어와 영어에 적응하느라 간과 쓸개를 버려야 했던 무수한 ‘꺼삐딴 리’가 존재했던 것이다. 지난 10년은 여러 가지 점에서 21세기의 서막을 이룬다.역사가들은 흔히 ‘동구혁명’과 소련의 해체로 ‘짧은 20세기’를 끝났다고 본다.이 10년은 ‘세기말’에 걸맞은 징후를 드러냈다.많은 이들이 ‘역사의 종말’ ‘자연의종말’ ‘과학의 종말’ ‘이데올로기의 종언’ ‘국민국가의 소멸’ ‘노동의 종말’ ‘자본의 한계’ 등을 선언했지만,누구도 다가올 시대가 무엇이될는지 선뜻 제시하지 못한다.미래가 예측 불가능하기보다는 전망이 부재한데서 빚어진 결과다. 진보의 허구,혁명의 신화,거대담론의 해체,‘제3의 길’의 부재 속에서 자본주의는 이제 최후의 승자가 된 듯하다.그것은 이제 소비에트 공산주의,사회민주주의,민족해방운동의 견제가 사라지면서 ‘원초적 본능’을 유감없이발휘하고 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입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전락한 우리는 그것으로부터의 탈출을 외치지만 그 끝이 무엇인지 알지못한다.뜨겁게 달아오른 주식시장의 뒤에는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돈 이외에는 아무런 확실성을 느끼지 못하는 세기말의 군상이 몰려있다. 이렇듯 밀레니엄이 바뀌고 21세기가 다가오건만,서양의 2천년기,미국의 20세기,방향상실의 세기말이 우리의 1999년에 드리운 그림자는 길고 짙기만 하다.다가올 새 시대가 설마 우리의 20세기만큼이나 모질고 험악할까마는,우리는 세기의 교차로에서 기약없는 ‘새 밀레니엄’의 환상에 빠지지 않도록 역사의식을 곧추세워야 할 것이다. 崔甲壽 서울대교수 서양사
  • [기고] 지식기반경제와 생산적 복지

    캄캄했던 IMF 터널의 끝이 보이면서 내년도 한국경제에 밝은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3·4분기 성장률이 12.3%로 1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금년도 성장률은 9%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무엇보다도 긍정적인 것은 이러한 성장세의 회복이 수출과 설비투자에 크게 기인한다는 사실이다.올해 돈을 벌지 못한 기업가는 기업가 자질이 없다는 평마저 나오고 있다.신용평가기관인 S&P와 Moody’s 등도 한국경제의 신용 등급을 속속 상향조정하고 있다.세계은행과 IMF가 다시 한번 한국경제를 자랑할만 하게 되었다. 중장기 경제전망도 가히 ‘장밋빛’이다.이런 전망을 발표한 KDI도 구조조정의 완결과 기술혁신의 실현이란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내년부터 2010년까지 잠재 성장률 수준인 5%의 성장이 지속되어 내년이면 1인당 GNP가 다시 1만달러를 회복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내년도 물가가 불안하고 경기과열을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IMF는 저금리 기조의 유지에 동의했다.이와 같은 낙관적인 전망은 내년에 세계경제가 총생산기준으로 3.5% 성장하고 교역액은 8∼9%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에 의해 더욱 뒷받침된다.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에 실업과 빈곤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한 구석에 드리워지고 있다.갈수록 성장에 기여하는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혁신이 과도적으로 구조적 실업을 야기할 것이라는 전망은 선진국의 경험에도부합되는 내용이다.우리가 미국처럼 고성장과 저물가를 동시에 달성하는 지식기반경제에 진입할수록 산업노동과 단순 사무직노동에 대한 수요는 줄고지식노동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실직한 노동자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실업률이 4% 대에서 유지될 것이라는 KDI의 전망은 일단 수긍할 수 있겠다.그렇다고 해서 이를 새로운 완전고용 수준으로 간주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생각이 아닐까? 이들이 직업능력 부족으로 비자발적 실업상태에 있다면, 정부는 그에 대한체계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 마땅하다.실업의 감소에도 불구하고빈곤층이 1,000만명을 넘고 15만명의 어린이가 굶주리고 있으며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었다는 발표에 놀랄 것만이 아니라 이들에게 생계비 보조와아울러 교육과 훈련을 통해 직업능력을 갖추어주고 재기할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정부가 지향하는 생산적 복지의 요체일 것이다. 미국에서는 4년 전부터,영국에서는 2년 전부터 생산적 복지정책의 시행으로 빈곤문제가 완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더욱이 직업능력부족에 따른 비자발적 실업이 단순히 과도적 현상이 아니라 지식기반경제에서 일반적 현상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식기반경제를 지향하면서 교육과 직업훈련을 소홀히 하는 것은 연목구어 격이다.지식기반경제와 생산적 복지는 한 묶음이다.정부의 경제정책이 이 점을 충분히 감안하지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김대통령이 교육세 유지와 세계잉여금 배정으로 내년도 교육예산을 GNP의 4.7%까지 증액하기로 약속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변화이다. 최근의 경제동향을 보고 있노라면 한 야당정치가의 얼굴이 떠오른다.98년말 정부가 99년도 2% 경제성장 전망을 제시했을 때 ‘2% 성장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장외집회에서 호언하던 그 정치가.또 미국에 가서 ‘제2의환란 가능성’을 주장하던 야당총재.이처럼 정파적 이익에 사로잡혀 국민 모두의 이익을 망각하는 자세는 이제 불식되어야 한다.또한 자신의 체면과 야심을 위해 우리사회의 ‘신뢰자본’을 무너뜨리는 일부 여당 정치인과 관료도 이제 지식기반경제의 구축을 위해서 대오각성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한때 경쟁국으로 생각했던 싱가포르와 대만은 지식기반경제의 길로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우리는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이제 정치도 생산적 정치로 탈바꿈할 때다. [김호균 명지대교수·지식정보학]
  • [오늘의 눈] 의원들 마음은 콩밭에

    정치권이 연일 비난의 도마에 오르자 한 국회의원은 이렇게 한탄했다.“일부 잘못하는 일도 있지만 너무 정치인만 몹쓸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과도한 정치불신은 국가발전에도 도움이 안된다는 논리였다.일견수긍이 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일 열린 국회 본회의를 지켜보노라니 다시 한숨이 나왔다.이날 본회의에서는 33개 법안을 포함,49건의 안건이 처리될 예정이었다.그러나의결정족수(재적의원 299명의 과반수)에 미달돼 안건 처리가 다음날로 미뤄졌다.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가 정치개혁특위 재구성을 둘러싼 여야간 대립으로 2시간여 늦게 시작된 것도 의원 불참이 많았던 이유가 될 수 있었다.하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의식,의원들의 마음은 벌써 지역구라는 ‘콩밭’에 가 있는 것 같다. 이날 본회의는 갑자기 소집된 것이 아니다. 지난달 여야가 합의한 의사일정에 포함되어 있었다.따라서 2시간여 회의 지연이 불참의 사유가 되지는 못한다.이날 의결정족수 미달사태는 회기중 원내활동을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는 기본의무를 망각한 선량이 많아 벌어진일이다. 박준규(朴浚圭)의장 등 국회의장단은 이번 정기국회가 시작되기 전 ‘정시개회’등 법대로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결의한 적이 있다.지난달 열린 본회의에서 사회를 맡았던 신상우(辛相佑)국회부의장은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최소인원인 의사정족수(재적의원의 5분의 1)가 되지 않자 회의를 중단하는 등의원들의 회의불참에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전달한 적도 있다. 이런 노력들도 이미 ‘콩밭’으로 떠난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의원들의 불출석으로 인해 빚어진 파행은 상임위에서도 종종 나타난다.산업자원위는 지난달 26일 기업활동규제완화특별법 개정안 등을 다룰 예정이었으나 정족수 미달로 처리하지 못했다.이에 앞서 23일 국회 경제구조개혁특위도같은 상황으로 파행됐다. 의원들은 걸핏하면 국회를 “민의를 대변하는 기구”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자신들이 그토록 강조한 ‘민의의 장’인 국회를 외면한 의원들.이들의행동을 이해할 국민들이 과연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박준석 정치팀기자 pjs@]
  • 공장부지 용도변경 수뢰, 김인규마산시장 10년 구형

    창원지검 제1형사부 윤희식(尹喜植)검사는 22일 마산시 한일합섬 공장부지용도변경과 관련,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마산시장 김인규(金麟圭)피고인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뇌물수수죄를 적용,징역 10년에 추징금 5,000만원을 구형했다. 윤검사는 이날 창원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 시장이 단체장의 본분을 망각하고 지역업체로부터 돈을 받아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아 죄질이 극히 나쁘다”며 “그러나 오랜 기간 공직생활과 남은 시장 임기를 감안,법정 최저형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마산시 양덕동 한일합섬 공장부지의 용도를 상업지역으로 바꿔주는 대가로 한일합섬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98년 10월 기소됐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
  • 한밤의 TV연예 ‘시청자 우롱 정도 넘었다’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참을 수 없는 경망스러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SBS만의 문제도 아니지만 지난 11일 밤 방영된 ‘한밤의 TV연예’는 시청자를우롱하는 정도가 도를 넘어섰다. 이 프로의 최대 장점은 생방송으로 진행돼 속보성에서 앞설 수 있다는 것이다.하지만 이런 장점을 취한 결과 갖가지 실수로 시청자를 괴롭히는 결과를초래하고 있다.더구나 비슷한 실수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제작진의 방송에 임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이날 한 MC는 개그맨 신모씨가 영화촬영하는 화면을 보면서 “웃기는 연기아니예요”라고 비아냥대고 상대MC는“정말 웃기네요”라고 화답했다. 신씨를 인터뷰한 리포터는 시청자의 귀를 자꾸 거스르게 하는 하이톤 발성을 계속해 심야방송임을 망각한 것은 아닌가 의심됐다.방송가 말로 ‘오디오가 안되는 수준’이었다.암기한 리포트 내용을 잊은 채 한순간 카메라를 멍하니 쳐다보는 아찔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신씨를 소개하며 MC와의 개인적 관계를 부각시키려는 듯 MC에게 은근한눈길을 보내기도 했는데 방송이 연예인들의 장난거리로 전락한 느낌을지울 수 없었다. 스튜디오에 나온 영화배우 한모씨는“밤 늦은 시간에 나와서인지”(한씨 자신의 말)도무지 정신이 없어보였다.제작진이 그를 황급히 ‘모셨다는’것이확연할 정도로 방송준비가 안돼 있었다.시청자는 안중에도 없었고 계속 껄껄거리며 심지어는 박장대소를 하기도 했다. 창사특집이란 꼬리표를 무색하게 한‘뮤직비디오 특집’또한 준비부족을 드러냈다.한 신인가수의 뮤직비디오 촬영현장에서 홍콩 여배우 오천련을 쫓아다니며 역겨운 찬사를 늘어놓았다. 또 종합유선방송위원회에서 방영불가 판정을 받은 뮤직비디오의 선정적이고폭력적인 장면들을 안방에 중계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폭주족들이 가수의 등을 쇠막대로 내려치고 여가수가 욕조 안에서 선정적인 포즈를 취하는장면 등이 여과없이 전달됐다. 앞에서 지적한 잘못들은 단순히 ‘시간에 쫓긴다’는 변명으로 피해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더욱 충실한 사전제작과 검토가 필요하다. 임병선기자 bsnim@
  • “외국인 골탕먹이기 해도 너무한다”

    TV의 외국인 출연이 갈수록 증가추세인 가운데 이들 오락 프로그램에서의 외국인 골탕먹이기나 무례함이 정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방송진흥원은 10일 KBS 2TV의 ‘한국이 보인다’와 SBS ‘좋은세상만들기’ 등 지난 6∼9월 방송된 공중파 3사 외국인 출연프로 문제점을 분석한‘국제화시대의 방송 품위와 글로벌 에티켓’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국제화를 지향한다는 최근의 외국인 출연 프로들이 시청자 웃음을 유발시키기 위한 억지설정,언어희롱,신체적 조롱,타문화에 대한 몰이해와 몰상식 등으로 순식간에 외국인 출연자를 ‘바보’로 만들며 글로벌 에티켓을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언론개혁 정부·국회가 뒷받침해야/ 정간법개정 입법청원 몇년째

    ‘언론개혁,이대로 둘 것인가’ 중앙일보사태를 계기로 언론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절정에 달해 있다. 학계는 학계대로,시민단체는 시민단체대로 언론개혁의 목소리를 한껏 높이고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성과는 아직 찾아볼수 없고 이들의 주장은‘메아리없는 외침’에 그치고 있다. 이유는 정부와 국회가 언론계의‘자율개혁’을 내세우며 이같은 ‘외침’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시민단체의 정간법 개정 입법청원 두 건이 문화관광위 소위에 계류중이나 정부도 국회도 내몰라라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학계·시민단체들은 “우리는 그동안 할만큼 했다. 수차례 세미나를 통해 의견수렴도 했고,정부와 국회에 언론개혁 관련법 제·개정도 몇년째 건의해 왔다”면서 “이젠 정부와 국회가 나서 법제정이나 제도개혁 등으로 ‘공’을 받아줘야 할때”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국회가 내세우는 언론의 자율개혁과 관련해 전북대 김승수(신방과)교수는 “자율개혁이라는 용어 자체가 말도 안된다”며 “원래 ‘개혁’은 타율적인 것으로 자기혁신과는 다르다.개혁이란 국가가 나서 조직·시스템을바꾸는 것으로 그 방법은 법과 제도를 고치는 것이다.국민들이 할 수 있는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일이다”라고 반박했다. 현재 한국언론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 가운데 관련법·규정의 적용을 통해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들이 상당수 있다.우선 사주 1인이 인사·편집권에서 전횡을 휘두르는 족벌언론 문제는 정간법 개정으로 대부분 해소가 가능하다.이밖에 언론사나 사주의 불공정거래,탈세 등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이 법집행을 엄격히 할 경우 역시 발본색원이 가능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언론위원장 전해철 변호사는 “특별법을만들라는 것이 아니다.기존 관련법을 손질해 개혁하자는 것인데 당국이 자율개혁 운운하며 팔짱만 끼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인 동시에 손도 안대고 코 풀려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정부당국이 손에 쥔 ‘칼’을 묵히고있는 것이나 관련 법의 손질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성균관대 이효성(신방과)교수는 “정치권력은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한편으론 언론권력을 두려워한다”면서 “언론과 전면전을 펼 경우 권력차원에서도 출혈을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언론과 권력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공존공영해왔다.권력층에서 간헐적으로 언급하는 언론개혁은 사주에게 보내는 ‘정치적 협박장’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격으로 방치되어온 언론개혁. 권력의 감시와 비판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채 ‘대통령만들기’를 자처해온언론은 오히려 청산해야할 또다른 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 김승수 교수는 “유럽·일본의 경우 2차대전후 언론 대정화를 통해 사회기강을 바로잡는 동시에 언론 관련법에 공정보도와 언론자유·기자윤리 문제를명시,자유언론의 기틀을 다졌다”면서 “현정부는 기형적으로 과대성장한 언론권력의 해체를 통해 건전언론 육성에 나서야 하며 이는 시대적, 국민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정운현기자 jwh59@
  • ‘언론문건 국정조사’ 여야의 입장

    ◆국민회의 박상천총무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총무는 5일 한나라당이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국가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대승적 자세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박총무는 “만일 야당이 국회의 정상가동 요구에 계속 불응하면 여당으로서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나라당의 조속한 국회 복귀를 요구했다. “야당이 시대적 사명을 망각하고 있다고 해서 정부·여당까지 이를 소홀히해 역사적 범죄의 공범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박총무는 특히 “지금은새로운 정보지식사회의 국가적,시대적,민족적 목표를 강구해야 할 상황인데,야당은 이러한 시대적 인식이 없다”면서 한나라당 지도부의 시대상황 인식을 문제삼았다.박총무는 “모든 분야의 개혁을 진행시켜야 하며,특히 정치권의 개혁이 시급한 시점에서 야당이 개혁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빨리 국회가 열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총무는 또 “한나라당이 이번 언론 문건 관련 국정조사에서 실익이 없을것으로 판단,장외집회를 위한 명분축적을 위해 처음의 요구를 변질시켜 우리당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새롭게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은 이번 국정조사의 명칭을 ‘언론관계 문건 관련 국정조사’로 하고,구성도 의석비율로 하며,기간은 10∼15일,대상은 문건파동 관련자면 누구든지 조사하자는 방침”이라며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 한나라당이 즉각 응할 것을 주문했다.그는 “여당이 국정조사를 수용하기로 한마당에 한나라당의 장외집회도 명분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찬구기자 ckpark@ ◆한나라 이부영총무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의 ‘언론문건’ 국정조사에 대한 입장은 단호하다.“사건의 본질인 언론탄압 여부를 광범위하게 조사해야 국정조사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총무는 “현정권의 언론통제와 간섭 및 장악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하며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정조사의목적”이라고 못박았다. 이 점에서 국정조사 협상에 임하는 이총무의 자세는 어느때보다 완강하다. 국회를 외면한다는 비난여론을 무릅쓰면서까지 야당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장외투쟁이라는 극한 대응을 택한 것도 이때문이다.야당주장을 받아들이지않을 경우 장외투쟁과 함께 특검제 요구도 밀어붙이겠다는 자세다. 이총무는 이번 사건을 대하는 여당 태도에 불만을 표시했다.“문건 작성자와 제보자만을 조사하자는 여권 주장은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이총무는 문건내용을 볼때 언론탄압이 이뤄진 만큼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중앙일보 및 세계일보 사장,국세청장도 증인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또 “중앙일보 사태와 관련,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도증인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정권핵심의 결단없이 이같은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박준영(朴晙瑩)청와대 공보수석도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태세다. 지금까지 총무협상에서 합의된 사항은 없지만 이총무는 “국정조사를 무산시키는 것은 국민적 열망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계속적인 협상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박준석기자 pjs@
  • ‘권언유착과 언론윤리’토론회 주제발표 요지

    언론개혁시민연대(상임대표 김중배)와 한국기자협회(회장 조성부)는 3일 오후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권언유착과 언론윤리’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토론회에서는 인제대 김창룡(신문방송학)교수와 성공회대 김서중(신문방송학)교수가 각각 ‘권력과 언론의 유착에 관한 소고’와 ‘언론윤리의 실종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두 교수의 발제문을 발췌,요약한다. ■권력과 언론의 유착에 관한 소고 국정조사로까지 비화된 ‘언론대책 보고서’의 작성자와 그것을 권력층에 몰래 전달한 장본인 모두 기자들로 밝혀진이번 사건은 현 시점에서 한국언론의 권력과의 관계를 상징하고 있다. 알려진 내용만으로도 한국언론은 윤리적으로 만신창이가 됐지만 언론은 이 사건도 기자 개인의 일로 치부시키거나 정치권의 장난정도로 의미를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언론이 권력과 유착함으로써 자기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 시작한 계기는 61년 5·16 군사쿠데타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한국 정치사에서 특정 시기에 언론인들이 권력층으로 직업을 이동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나타났기 때문이다. 60,70년대의 권언유착은 국가권력이 언론을 선전정책의 일환으로 포섭해서통치도구로 활용하는 형태로 나타났다.언론사나 경영주들은 자신들의 이해를위해, 기자들은 입신양명을 위해 정치권력에 협조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언론자본의 성장과 기자집단의 권력으로의 대거 진출 현상은 언론의 권력기구화로 전환하는 과정이 된다.90년대초 김영삼 정권의 등장과 함께 언론사주요간부들의 정계진출 역시 전통처럼 이어졌다. 권언유착이 발전해 언론은 스스로 권력기구가 된 형세다.한국언론은 곧 ‘선출되지 않은 장기집권의 간부’로 행세하고 있다.언론이 오늘날 이렇게 권력기구화 된 이유는 언론사 내부적 감시·견제환경의 피폐화,언론에 대한 외부환경의 통제 불가능,언론에 대한 법적인 견제와 감시 부재,권언유착에 따른 국민의 요구 외면과 정당한 ‘알권리’ 묵살 등에 대한 청산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언유착 결과는 그 대상에 따라 극과 극을 달릴 만큼 대조적으로 나타났다.권·언유착에 성공한 언론사는 세제나 행정상 특혜로 경제적 이익이 주어졌고,언론인에게는 권력에로의 길이 보장됐다.이는 지난 80년 ‘전두환장군’우상화,‘평화의 댐’ 왜곡·과장보도,‘삼청교육대 사건’미화 등 권언유착이 남긴 역사적 오보를 통해서도 극명하게 알 수 있다. 한국의 권언유착적 언론풍토에서 윤리성을 회복하라는 요구는 공허하다.이제는 언론사,학계,시민단체·기자협회 등이 머리를 맞대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첫번째 장치로 ‘현직 언론인의 정치권진입 일정기간 유예제’를들수 있다.또 언론사 조직의 기강을 확립해 부패한 언론인이나 권력결탁형언론인에 대해 엄중한 징계가 있어야 한다.덧붙여 언론인들이 권언유착으로몰리지 않도록 기자의 미래에 대한 신분보장책도 있어야 할 것이다. [김창룡 인제대교수·신문방송학]■언론윤리의 실종과 개선 방안 언론은 보도와 해설,논평을 통해 사회현상의 전달과 지도 기능을 맡고 있으며,정치권력을 비롯해 사회 제 세력을 비판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는 특수성때문에 언론인은 더욱 강고한 직업윤리를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우리언론도 ‘한국신문윤리강령’과 ‘신문윤리실천요강’ 등 윤리요강들을 정해서 언론인의 직업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그러나 ‘언론대책 문건’ 파동에서 보았듯이 언론인들이 스스로 만든 윤리강령을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다.이번 사태에서 보인 현직기자들의 행위는 정치권과 밀착한 언론인의 파행적인 행태라는 점에서 권언유착의 한 형태로 볼수가 있다. 하지만 더 명백한 것은 이들의 행위가 언론인으로서 직업윤리에어긋나는 비윤리적 행위였다는 점이다. 문일현기자는 아직도 평소 친분이 있던 이종찬 부총재(국민회의)에게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의 행위는 언론인으로서 언론개혁에 관해 비공식적 활동을 해왔고 문건이 언론개혁에 관한 문건이기보다는다른 목적(총선대비)을 위해 언론을 어떻게 통제하는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는 점,특정신문사에 대한 비공식적 압박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윤리적이다.이도준기자는 사건 발생 이후 자신의 행동을 밝히는 발언이 계속 바뀌고 있는 점도 떳떳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물건의 취득과정이 절도의 방식이며 이를 언론보도에 활용하기보다는 개인적인 치부에 사용했다는 점에서비윤리적이다. 1957년 한국신문편집인협회가 ‘한국신문윤리강령’을 제정한 것을 시작으로 우리언론도 각종 언론윤리강령을 제정·공포해왔지만 언론인의 비윤리적행위는 그치지 않았다.이번 사건의 경우도 개인적 선택을 넘어 언론계의 잘못된 관행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윤리강령의 문제도 다시 고찰해야할 것이다. 그동안 언론계 활동을 근거로 자신의 영달을 취하거나 정치적으로,경제적 이득을 취한 것에 대한 금지조항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언론인이 전문직 종사자로 윤리를 만들어내고 준수하려면 전문직으로서 자신들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을 때 가능하다.따라서 언론인으로독립적이고 공정하게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대주주의 소유지분 한계를 20%로 제한하는 등 사실상 개인의 소유물로 전락한 신문사를 정상화(공공화)해야 한다.또한 편집권을 법적으로 보장해 편집위원회 구성과 편집규약의 제정을 의무화하는 법적정비가 필요하다. 이로써 언론인들이 진정한 언론인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김서중 성공회대교수·신문방송학]정리 김미경기자 chaplin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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