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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서구 “역사를 망각한 민족에 미래는 없다”

    강서구 “역사를 망각한 민족에 미래는 없다”

    서울 강서구가 ‘역사를 망각하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신채호 선생의 말씀을 따라 독립운동에 헌신하신 분들을 기리는 행사를 잇따라 개최한다. 강서구 제105주년 3.1절을 맞아 독립을 위해 희생한 분들의 헌신과 애국정신을 기억하고 함께 기린다. 먼저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황금자 할머니의 추모 전시회를 이달 8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구청 1층 로비에서 개최한다. ‘기부로 세상을 밝히고 별이 된, 황금자 할머니’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에선 그의 유품과 일대기를 담은 사진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장학금과 함께 황금자 할머니가 수상한 ‘강서구민상 대상’, ‘국민훈장 동백장’,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 등 각종 상패도 함께 전시된다. 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8일에는 강서구 가양동 2·8 공원에서 만세삼창이 울려 퍼졌다. 강서구는 2.8 독립선언 105주년을 맞이해 염창동 출신 독립운동가 상산 김도연 선생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선생의 증손자인 김기용씨가 ‘2.8 독립선언가’를 독창해 의미를 더했다. 김도연 선생은 3.1운동의 도화선이 됐던 ‘2.8 독립선언’을 주도하고 광복 후에는 대한민국 초대 재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구는 지역 출신의 독립운동가이지만 그동안 큰 조명을 받지 못했던 인물을 새롭게 조명해 알림으로써 강서구민들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고취하겠다는 생각이다. 또 마곡 유수지에 강서평화의 소녀상, 열두 분의 위안부 피해자 희생 기리는 행사도 열렸다. 구는 지난 2019년 강서 유수지 공원에 ‘강서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했다. 진교훈 구청장은 “이번 전시회가 황금자 할머니가 우리에게 남긴 진정한 기부의 의미와 감동의 메시지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면서 “숭고한 뜻과 애국정신을 본받을 수 있는 강서구와 관련된 인물을 발굴하고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 이재명 “무도한 정권이 3·1운동 정신 망각하고 훼손”

    이재명 “무도한 정권이 3·1운동 정신 망각하고 훼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절을 맞아 “무도한 정권이 대한민국의 뿌리인 3·1운동 정신을 망각하고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1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정권의 ‘굴종외교’는 일본의 거듭된 과거사 부정과 영토 주권 위협으로 되돌아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3․1운동은 단지 역사 속에 박제된 과거가 아니다”라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도 모자라 선연들의 숭고한 독립운동에 색깔론을 덧입하려는 퇴행적 시도 또한 반복해서 벌어졌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언제나 답은 역사와 민심 속에 있다”며 “절망의 시대를 희망으로 이겨내고 총칼보다 강한 평화의 연대로 새로운 나라를 열어젖힌 3.1운동의 정신이 거대한 퇴행을 막아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할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3·1운동은 단지 역사 속에 박제된 과거가 아니다”며 “오만한 권력이 국민을 이기려 들 때마다, 국민들은 하나 되어 힘을 모았고 나라를 바로 세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독립선언서를 인쇄하다 체포됐던 독립운동가 인종익의 말 “당신들이 아무리 막으려 해도 한 번 터진 물길은 계속해서 흘러넘칠 것이다”를 인용해 “어떤 권력도 결코 국민을 이길 수 없고 역사의 도도한 물길을 거스를 수 없다”고 적었다. 끝으로 이 대표는 “105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다시 한번 1919년 기미년 봄날의 함성에 귀 기울이겠다”면서 “그것이 모진 고난 앞에서도 자주독립의 꿈, 자유롭고 평등한 나라에 대한 열망을 잃지 않았던 선열들의 헌신에 제대로 응답하는 길”이라고 글을 맺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리는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뒤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을 찾아 독립영웅 묘역을 참배한다.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수상…佛서 두번째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수상…佛서 두번째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프랑스어판 제목 Impossibles adieux)가 29일(현지시간) 제7회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소설 부문 최종 후보 세 작품 가운데 ‘작별하지 않는다’를 수상작으로 선정하고 이날 시상했다. 작가는 일정상 시상식에 참석하지는 못했다. 한국 문학 작품이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받은 것은 번역가 최미경, 장노엘 주떼가 함께 번역한 황석영 작가의 ‘해질 무렵’이 2018년 수상한 이후 두 번째이다. 한강 작가는 이 작품으로 지난해 11월 프랑스 4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메디치상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다시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작품에 대해 “우정에 대한 찬가이자 상상력에 대한 찬가이며, 무엇보다도 망각에 대한 강력한 고발”이라며 “이 아름다운 페이지는 소설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수십 년 동안 묻혀 있던 충격적인 기억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심사위원단은 한강 작가에 대해선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로 여겨진다”며 “작가의 책이 출판되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하나의 사건이 된다”고 상찬했다. 출판사를 통해 감사의 뜻을 전한 작가는 “이 소설은 작별 인사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그들은 깊은 밤, 바닷속에서 촛불을 켠다”며 “그들처럼 반짝이는 빛에 대한 믿음을 멈추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에 자리한 기메박물관(국립동양미술관)에서 수여하는 문학상인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은 2017년 프랑스 내 아시아 문학 활성화를 위해 제정됐다. 직전 1년간 프랑스어로 번역·출간된 현대 아시아 문학을 대상으로 한다.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사건을 세 여성의 관점으로 그려내며 폭력으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들의 흔적과 시간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최경란, 피에르 비지유 번역가의 공역으로 지난해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프랑스에서 출간됐다. 한국문학번역원 측은 “한강의 작품이 메디치상 수상 이후,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한 것에서 그의 작품세계가 현지에서 큰 공감을 얻으며 단단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은 “해당 상은 양심과 표현의 자유, 개개인의 정체성과 집단 역사에 대한 수용·거부 등 현대사회의 큰 문제를 반영한 작품에 수여하는 상으로, 이번 수상작은 우리 사회 이면을 잘 반영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곽 원장은 그러면서 “문학은 한 시대, 또는 한 집단이 어떠한 삶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가를 담고 있는 지형도이며, 한국 문학을 해외에 알리는 것은 한국의 정신, 시대, 세계관이 옮겨가는 것이기에 한국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짚었다.
  •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조희연 교육감, 의회 경시 금도 넘어 지방자치제 근간 흔들어”

    서울시의회 김현기 의장은 29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앞서 22일 교육감 출석 여부를 둘러싼 사실관계를 시민들에게 밝혔다. 김 의장은 조희연 교육감에게 “의회 경시가 금도를 넘어섰다”라며 의회 출석 요구를 ‘서울교육행정의 발목을 잡는 폭거’라고 표현한 조 교육감을 향해 “의회에 대한 반민주적 행태이자 도전으로 지방자치제 근간을 뒤흔드는 몰상식의 극치”라고 일갈했다. 앞서 조 교육감은 지난 22일 입장문을 통해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 당일 의회 출석 요구는 ‘서울교육행정의 발목을 잡는 폭거’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김 의장은 29일 진행된 임시회 본회의에서 의원 자격으로 직접 5분 자유발언에 나서며 “지방자치에서 집행기관장의 의회 출석은 의무”라며 “출석은 시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에 대한 존중이자 단체장의 본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충분히 의회 출석 후 교육감회의 참석이 가능함에도 조 교육감은 불참을 요청해왔다”라며 “이에 불참을 불허하고 이석 요청을 해 줄 것을 제안했지만, 조 교육감은 폭거라는 이름의 입장문을 냈다”고 당시 상황을 공개했다. 지난 22일 교육감협의회는 12시 40분 세종시 모 갈비집 오찬, 14시 20분 바칼로레아 도입 협약식, 15시 총회 순으로 개최됐다. 협약식은 대구교육감이 주최한 행사로 5개 교육청만 직접 참석한 행사여서, 조 교육감 참석이 의무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따라서 조 교육감은 오후 3시까지 세종시만 가면 되는 상황으로, 당일 본회의가 12시 40분까지 예정되어 있어 의회 시정질문 후 교육감 회의 참석이 충분히 가능했다. 특히 당일엔 부교육감도 늘봄학교 도입 중앙정부 긴급회의가 있어 이석이 허가된 상태였다. 교육감, 부교육감이 동시에 본회의에 불참하기는 어려우니 이동시간을 고려해 11시 이후에 이석 할 것을 요구했다. 김 의장은 “그런데도 교육감회의가 의회 시정질문보다 먼저 잡혔으니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분 망각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라며 이 정도 인식수준의 교육감이 서울교육행정을 맡고 있다는데 참담하고 자괴스럽다”라며 “조 교육감이 출석해야 할 곳은 시정질문이 있는 의회 본회의장이지, 갈비집이 결코 아니다”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김 의장은 “이러한 불허 결정이 폭거라면 시민과 의회를 위해 천번 만번 계속 불허하겠다”고도 했다. 또한 김 의장은 “교육감이야말로 당적이 없는 정치적 중립이 더욱 요구되는 자리”라며 “그런데도 설문조사라는 명목으로 특정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설문내용을 여과 없이 수십만명의 학부모들에게 수십 차례 뿌려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중립에 소홀했던 교육감이 오히려 중립 운운하며 의장의 당적 여부를 거론하는 것은 견강부회의 극치”라며 자중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의장은 “‘적대적 진영논리가 계속 증폭되는 악순환에 서울시의회가 놓여 있다’며 의회를 향해 깊은 분노를 공개리에 표명하는 것이 과연 교육감이 지향하는 ‘공존의 세상’에 어울리는 행태인지 엄중히 묻는다”며 스스로 자문하고 시민들 앞에 견해를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 한의협 “의사들 처벌해야… 3만 한의사 투입해달라”

    한의협 “의사들 처벌해야… 3만 한의사 투입해달라”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가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이 이어지자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의사들을 투입해달라고 촉구했다. 한의협은 지난 27일 ‘국가 의료체계 붕괴 비상사태… 3만 한의사를 투입하라’는 성명을 내고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돌볼 수 있도록 한의사의 업무 범위 및 1차 의료(필수의료)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한의협은 “정부는 언제까지 국민의 소중한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진료 총파업을 운운하고 있는 양의계의 무책임한 행태를 지켜만 보고 있을 것인가?”라며 “의료인으로서 기본적인 소양마저 망각한 채 특권의식에 빠져 환자를 방치하고 있는 양의계가 다시는 이러한 경거망동을 하지 못하도록 보다 강력한 징계와 처벌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어 “의료공백으로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국민을 위해 응급의약품 종별 제한을 없애 의료인인 한의사가 이를 활용하도록 하고, 기본적인 예방접종을 한의원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의료인 직역 간 불필요한 장벽을 낮추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했다. 한의협은 “정부에서도 한의사와 약사의 직역 범위를 조정하여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 건강증진과 생명 보호를 위해 하루라도 빠른 결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3만 한의사들은 최상의 진료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돌볼 모든 준비가 되어있으니 정부는 한의사의 업무 범위를 과감히 늘리고 1차 의료 참여를 확대해 고질적인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병폐를 말끔히 치료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국민을 볼모로 집단행동에 나선 양의계를 일벌백계하라”고 했다. 한편 정부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29일까지 현장에 복귀할 것을 요청하면서 3월 이후에는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등 사법 절차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2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주요 99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지난 26일 오후 7시 기준 사직서 제출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80.6% 수준인 9909명이었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72.7%인 8939명으로 확인됐다.
  • “우리가 살리겠다”…전공의 집단사직에 군의관들이 나섰다

    “우리가 살리겠다”…전공의 집단사직에 군의관들이 나섰다

    전공의 병원 근무 중단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사상 처음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하고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필수의료가 지연되는 대형병원에는 군의관과 공보의를 투입하고, 군 병원 12곳 응급실을 민간인에게 개방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까지 전체 전공의의 69.4%인 7863명이 사직서 제출 후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은 수술을 30∼50%까지 줄이고 암 환자 수술마저 연기하는 등 ‘의료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방부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 등 의사들의 집단 움직임에 대응해 지난 20일부터 12개 군 병원 응급실을 민간에 개방했다. 24일 정오까지 국군 병원에서 진료받은 민간인은 총 32명이다. 응급실 개방 군 병원은 국군의무사령부 산하 국군강릉병원, 국군춘천병원, 국군홍천병원, 국군고양병원, 국군양주병원, 국군포천병원, 국군서울지구병원, 국군수도병원, 국군대전병원과 해군 산하인 경남 창원시 해군해양의료원·해군포항병원, 공군 산하인 충북 청주시 공군항공우주의료원 등이다. 군의관들은 밀려드는 환자에 사실상 ‘전시 상황’에 준하는 비상근무 태세를 유지하며 “군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우리가 살리겠다”며 각오를 다졌다.지난 20일에는 후두암과 뇌경색 등 여러 지병을 앓는 데다 고관절 골절상까지 당한 환자 임청재(84)씨가 응급 수술을 위해 대학병원, 2차 병원 ‘전화 뺑뺑이’ 끝에 군병원을 찾았다. 임씨의 1차 진료를 맡은 의사는 문기호 중령과 이호준 중령으로 확인됐다. 문기호 중령은 지뢰 부상으로 발목 절단 위기에 놓인 병사의 발뒤꿈치 이식 수술을 집도한 사연으로 tvN ‘유퀴즈 온 더블럭’에 출연했다. 이호준 중령은 이국종 교수의 제자로 알려져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해치는 집단행동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집단행동은 의료인으로서의 숭고한 사명을 망각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공의들을 향해 “불법 집단행동은 젊은 의사들의 꿈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방법”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경찰은 ‘사직 전 처방 등을 삭제하라’는 글이 올라온 인터넷 의사 커뮤니티를 압수수색하며 전공의 사직 관련 첫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또 시민단체가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고발한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모든 의료기관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진료 서비스 업체인 닥터나우, 나만의닥터 등은 이날 오후부터 초진 환자도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앱)을 개편하고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등의 공지를 내걸었다.
  • 영웅 되고픈 푸틴, 전쟁 폐허 도시에 동상부터 세웠다 [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영웅 되고픈 푸틴, 전쟁 폐허 도시에 동상부터 세웠다 [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푸틴, 우크라 침공 대국민 담화 나치 독일 침공 사례 등 언급하며서방 위협·자위권 행사 등 강조러 언론은 ‘중세 영웅’ 넵스키 소환‘푸틴 영웅화’ 역사 만들기 열 올려최대 격전지 마리우폴 빼앗자마자넵스키 동상 건립 침략 정당화 나서크렘린 인근에 블라디미르 동상푸틴 집무실엔 표트르 대제 초상곳곳에 이데올로기 전쟁 자리잡아 2022년 2월 24일 새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침공 당일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선전포고와도 같은 이 연설에서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이 서방의 위협으로부터 러시아의 주권을 보호하려는 자위권 행사임을 역설했다. 30여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그가 말하고자 한 핵심 내용은 서방의 지속적 ‘위협’과 그에 따른 자국의 ‘희생과 손실’이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러시아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필두로 한 서방의 세력 확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당해만 왔다는 피해의식이 짙게 깔린 듯했다. 그는 1941년 소련이 나치 독일의 침공을 당한 사례를 들면서 다시는 외세의 러시아 영토 침입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무방비로 침공당해 수천만명이 희생된 역사적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방어 차원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고 강조한 것이다.푸틴의 이러한 전쟁 옹호론 이면에는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이데올로기 전쟁이 자리잡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략을 앞둔 2021년 9월 러시아 프스코프에서 중세 러시아의 구국 영웅인 알렉산드르 넵스키(1220?~1263)의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했다. 넵스키는 프스코프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스웨덴과 독일 기사단의 침략을 막아 낸 지도자다. 오랜 기간 역사적 기억에서 사라졌던 인물인데, 푸틴이 ‘조국의 위대한 아들’로 칭송하면서 그에 대한 기억이 소환된 것이다. 이날 기념 연설에서 푸틴은 넵스키를 외세의 침략에 대항해 조국을 지킨 사령관이자 통치자라고 여러 차례 찬양했다. 기념비 건립 구상이 2021년 5월 공론화되고 같은 해 9월 기념비가 세워졌으니 한마디로 모든 절차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 정부와 친정부 성향의 언론은 이미 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푸틴을 넵스키의 화신으로 여기게 하려는 역사 만들기 작업에 돌입했다. 2023년 9월에는 우크라이나에서 빼앗은 마리우폴에 넵스키 동상을 건립했다. 격렬한 전투로 폐허가 된 이 도시에 전후 복구 사업보다 그의 동상을 서둘러 세운 이유는 간단하다. 특수군사작전을 수행 중인 푸틴도 넵스키가 그랬듯이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러시아를 수호하고자 했음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 푸틴은 스스로 넵스키와 더불어 적의 침공으로부터 조국을 지킨 구국 영웅의 반열에 올랐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서구 공포증’(Zapadophobia)이라는 역사적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큰 강이나 산과 같은 자연 방벽이 없어 서유럽과 평원지대로 연결된 러시아는 19세기와 20세기에 각각 프랑스와 독일의 침략을 받아 ‘지리적 저주’를 경험했다. 그래서 취약한 지정학적 위치가 안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안보 강박증’에 시달리고, 결국 국가와 안보 이익을 위해 ‘공격이 최선의 방어’인 정책을 택하게 된다. 푸틴은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서구의 팽창에 무력으로 대항한 넵스키에게서 역사적 교훈을 얻고자 했다. 이러한 푸틴식 역사 만들기와 기념비 제작 프로젝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한 이후 모스크바의 크렘린 바로 옆 광장에서 또 다른 동상의 제막식이 거행됐다. 높이가 17.5m나 되는 동상의 주인공은 키예프 공국의 통치자였던 블라디미르 대공인데, 현재의 우크라이나가 바로 키예프 공국이었다. 그는 988년 그리스정교를 국교로 선포해 오늘날 그리스정교가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의 핵심 종교이자 문화적 기반이 되도록 이끈 지도자다.푸틴은 동상 제막식 축하 연설에서 블라디미르가 강력한 통일국가를 건설하고 그 위에 동슬라브 민족의 공통된 정신적 토대를 구축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키예프 공국을 러시아 역사로 끌어들임으로써 새로 병합한 크림반도에 대한 영유권을 정당화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021년 7월 크렘린 홈페이지에 자신이 직접 쓴 우크라이나 역사 관련 글을 올리면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키예프 루스에서 기원했으며 역사적 뿌리가 같은 하나의 민족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식의 논리 뒤에는 우크라이나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부인하려는 은밀한 속셈이 숨어 있다. 이렇듯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역사적 일체성을 강조하면서 분단된 역사를 통일하려는 것이라는 선전 작업이 선행됐다. 푸틴은 역사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되는 중에도 푸틴이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장면들은 그가 이 전쟁을 이데올로기 전쟁으로 몰고 가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 러시아는 현재의 우크라이나 정권을 네오나치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를 지원하는 서구 세력과 ‘충돌’하는 것을 불가피한 일로 생각한다. 오늘날 러시아가 마주한 상황은 1941년 나치군이 소련의 국경과 안보를 위협했던 때와 다를 바 없다는 논리다. 푸틴의 ‘역사 바로 세우기’는 군사작전처럼 정교하게 기획됐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이후인 2016년 러시아에서 이반 4세(1530~1584)의 동상 제막식이 있었다. 그의 조각상은 이때 처음으로 세워졌다고 한다. 이후 모스크바를 비롯해 여러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반의 동상이 세워졌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제정러시아의 첫 공식 차르인 이반 4세를 공포정치의 극단을 보여 준 폭군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푸틴은 이반에 대해 다른 역사적 평가를 한다. 이반을 일련의 개혁 정책과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주변 국가와 전쟁을 벌여 영토를 넓히고 근대 러시아의 기초를 다진 강력한 지도자로 재평가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반의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분열되고 나약했던 러시아를 유럽의 강국으로 만들었다고 본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이반의 권력 지향적 정책에서 ‘러시아에는 강한 국가권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정적과 배신자를 제거한 푸틴이 연상된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언론과 학계도 이반 4세와 관련된 영화 제작과 학술회의 개최로 이반을 영웅화하는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푸틴은 이반 4세 이후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 제국 건설 역사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표트르 대제(1672~1725)는 푸틴의 또 다른 롤모델로 그의 집무실에는 표트르 대제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고 한다. 그는 발트해의 제해권을 놓고 스웨덴과 벌인 대북방전쟁(1700~1721)에서 승리하고, 부국강병은 물론 영토 팽창으로 낙후돼 있던 러시아의 부흥을 이끈 인물로 평가된다. 푸틴 자신도 2022년 열린 표트르 대제 탄생 350주년 기념행사에서 표트르 대제에 대해 “21년 동안 스웨덴과 전쟁을 벌였다. 러시아의 영토를 되찾겠다는 역사적 가치야말로 우리 러시아인의 존재 이유”라고 밝혔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도 이곳이 러시아 영토였기에 그는 자신에게 부여된 자국 영토 회복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충실히 이행했을 뿐이라고 인식한다.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잃어버린 옛 영토를 되찾는 것과 다름없다. ●망각의 정치 푸틴의 역사 인식의 문제점은 기억과 망각을 선택적으로 한다는 사실이다. 2017년 러시아혁명 100주년을 맞이한 푸틴 정부는 공식 기념행사 없이 혁명을 완전히 무시하듯 지나쳤다. 이른바 ‘망각 정치’다. 혁명 논의가 권력자 타도 시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푸틴 정부는 러시아혁명에 대해 일관되게 부정적 평가를 해 왔다. 제1차 세계대전 기간에 러시아 전선에서 전투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생활고에 시달린 민중이 벌인 시위와 파업으로 혁명이 발생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혁명으로 러시아 제국은 약화했고 그로써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됐다고 본다. 지난해 푸틴은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반란을 겨냥해 ‘1917년에도 등에 칼을 꽂는 반역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1917년 혁명에 대한 기억은 삭제됐고, 이와 대조적으로 조국을 위한 ‘전쟁의 기억’은 적극 소환됐다. 푸틴은 정부 기념행사를 할 때나 중대한 고비 때마다 러시아 역사를 끄집어내 자신을 러시아 제국의 차르와 동일시했다. 제국에 대한 향수에 젖어 ‘강력한 대통령, 강력한 러시아’를 기치로 내걸고 현대판 차르가 되려는 모양새다. 그만큼 그는 과거 러시아 제국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강대국 콤플렉스’를 지닌 듯하다. 물론 통치자가 나름의 역사 인식을 갖추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역사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교묘한 논리는 궤변으로만 들린다. 강대국으로서 위용을 복원하려는 통치자의 역사관이 ‘전쟁의 기억’을 소환할 때 더욱 그렇다.
  • 독일 패망 후 10년… ‘진짜 반성’은 없었다, 생존의 시간만 있었다

    독일 패망 후 10년… ‘진짜 반성’은 없었다, 생존의 시간만 있었다

    1945~1955년 패망 후 獨 해부과거사 반성했다는 것은 착각굶주림·죽음의 공포 속 도둑질1963년 이후에 과거 청산 시작 ‘밴드 오브 브러더스’, ‘에너미 앳 더 게이트’, ‘퓨리’, ‘라이언 일병 구하기’, ‘콜 오브 듀티: WWⅡ’.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 게임들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밀덕’(밀리터리 덕후)들은 물론 역사학자나 철학자들도 주목하는 시기이자 이야기 소재다. 연합국과 독일 간 벌어진 전투들에 비해 패망 후 독일인들의 삶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거대한 폐허에서 어떻게 유럽 최고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서게 됐는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많은 독일인이 패망 직후 곧바로 과거에 대해 반성했는지 궁금증은 넘쳐난다.‘늑대의 시간’은 1945년 5월 7일 독일이 항복문서에 서명한 직후부터 재건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1955년까지 10년 동안 독일과 독일인의 마음속을 해부했다. 저자는 1945 ~1955년 생산된 공식 문서는 물론 토마스 만이나 한나 아렌트 같은 유명인의 기록과 신문, 잡지, 영상자료, 일반인들의 일기, 심지어 유행가 가사까지 방대한 자료를 샅샅이 훑어보고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우리 앞으로 옮겨왔다.‘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10년, 망각의 독일인과 부도덕의 나날들’이라는 책의 부제처럼 저자는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상식들을 하나하나 깨뜨린다. 전후 독일의 재건은 과거사 청산이라는 철저한 자기반성과 근면성 덕분이라는 것이 가장 큰 착각이다. 패망 직후 독일인들 앞에 놓인 것은 5억㎥에 달하는 폐허 더미와 6000만명에 이르는 사망자, 소련의 붉은 군대 진입과 함께 시작된 조직적 성폭행, 1946~1947년 ‘기아의 겨울’이었다. 이런 지옥 같은 세상을 지나면서 과거를 깊이 반성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러지 않았다고 저자는 말한다.당시 독일인들은 스스로를 사람을 마비시키는 독과 같은 국가사회주의, 사람을 순종적인 도구로 길들이는 마약과 같은 나치즘 그리고 히틀러라는 절대 악에 희생된 ‘희생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쟁이 끝난 때부터 수십년간 수백만명의 학살에 대한 사회적 논쟁은 존재하지 않았다. 과거 청산은 1963년부터 1968년까지 프랑크푸르트 아우슈비츠 재판이 진행되면서 비로소 시작됐다. 전쟁 기간에 똘똘 뭉쳐 있던 독일인들은 전쟁이 끝나면서 완전히 분열됐다. 옛 질서는 사라졌지만 새로운 질서는 아직 확립되지 않아 ‘모두가 모두에게 늑대’였던 시기, 바로 ‘늑대의 시간’이다. 모든 것이 철저하게 파괴되면서 독일인들은 굶주림과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다. 그런 늑대의 시간에 생존을 위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약탈, 암거래, 좀도둑질이었다. 요즘 독일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답답할 정도의 고지식함과 정직성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들을 비난할 수 없었다. 저자 역시 “기아의 겨울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도둑질했다. 모두가 도둑이라면 과연 서로를 도둑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황야의 늑대’ 같은 시기를 거친 독일인들이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저자는 현실 자각, 경청, 솔직함이라고 말한다. 잘못하고도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인 양 굴며 옆에서는 ‘맞아, 맞아’라면서 부추기는 것이나 경청 대신 앞뒤가 다른 장광설만 늘어놓는 사람이 넘쳐나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 봐야 할 것이다.
  • [최광숙의 Inside] “지킬 수 없는 중처법, 안전 도움 안 돼… 2년 유예안 통과시켜야”/대기자

    [최광숙의 Inside] “지킬 수 없는 중처법, 안전 도움 안 돼… 2년 유예안 통과시켜야”/대기자

    동네 빵집, 카페 등 소규모 사업장에 비상이 걸렸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이다. 앞서 2022년 1월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됐고, 27일부터 유예 기간이 끝나면서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됐다.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주장하는 민주당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경우 다음달 1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산업안전 전문가인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에게 중처법의 문제점과 산업계 혼란 및 해결 방안을 물었다.-먼저 개정안 처리 조건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은 민주당이 이미 3년 전 주장한 사안이다. 그동안 손 놓고 있다가 여당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닌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1월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당론으로 정하고 2023년 1월 설립하겠다고 구체적인 일정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설립을 약속했고 집권당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반성과 사과도 없이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진정성이 의심되고 무책임하다.” -그럼 왜 국민의힘은 바로 이런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나. “산업안전보건청 등에 대해 기본적 지식도 없고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서류작업 매몰 ‘보여주기식 행정’ 우려 -당장 영세상인들이 이 법 적용으로 힘들게 됐다고 아우성이다. “중소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장이 수사를 받는 것만으로 많은 시간을 빼앗기게 되고 나중에 실형이라도 받게 되면 기업이 문 닫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렇게 큰 부담을 지우면서도 재해 예방 효과는 의문시된다는 점이다. 나아가 중처법이 요구하는 것이 소기업에 맞지 않아 정작 해야 할 안전 활동을 못 하게 하고 실효성 없는 서류 작업에 매몰될 우려도 크다.” -서류 작업을 많이 요구하는가. “법의 의무 규정을 보면 업무절차서와 평가기준, 긴급대응절차서 작성 등 복잡하다. 중소기업의 여건에 맞지 않는 서류 작성에 치중하면 실질적인 안전 활동을 할 시간적 여유를 빼앗기게 된다. 돈과 시간을 엉뚱한 데 쓰게 되고 결국 산재 예방에도 도움이 안 된다.” -서류 작업이 많다는 것은 보여주기식 행정 아닌가. “법 시행으로 조직의 안전 관리 역량이 높아져야 하는데 기업은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서류 작성 위주의 보여주기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안전 관련 조직과 인원을 늘리는 데 급급하고 현장 역량을 강화하는 데는 소홀하다.”●현장 적용하기엔 법이 맹점투성이 -영세 기업은 대기업보다 중처법 대응이 어려운 것 아닌가. “대기업들은 로펌 등을 통해 대응하지만 소기업들은 대응이 어렵다. 중처법 시행 후 중소기업에 기소가 집중되고 있는 이유이다. 지금까지 13개 업체에 유죄 판결이 나왔는데 모두가 중소기업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안전관리 인력 구하기도 어렵다는데. “중처법 시행 후 안전 관리 인력이 대기업 등으로 다 빠져나가 중소기업에선 사람 구하기도 힘들다. 사실 자격증이 있어도 안전관리 역량이 안 되는 이들이 많다. 정부부터 안전관리자만 안전을 챙겨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 중처법이 생산과 안전의 분절화를 조장하고 있다.” -2년 전 중처법 시행 후에도 산업재해가 감소하지 않고 있는데 법의 맹점 탓인가. “법의 생명은 예측가능성과 이행가능성에 있는데 이 법은 이 점이 많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 재해예방 조치로 이어지지 못했다. 법 자체가 애매모호하고 뭘 해야 할지 알기 어려우니 형식적인 안전 관리에 매몰될 가능성이 크다. 지키려야 지킬 수가 없는 법이라는 냉소와 자포자기가 만연할 수도 있다. 공포 분위기는 조성할 수 있겠지만 산재 예방에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정부 내 안전관리 조직이 늘었는데 사고가 줄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고용부 산업안전 감독관 수는 중처법 시행 전인 문재인 정부 5년간 약 350명에서 810명으로 늘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직원도 700명이나 늘었다. 공단 직원을 제외하더라도 노동자 수 대비 산업안전 감독관 수를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약 3배, 일본보다 약 2.4배 더 많다. 산재 예방 예산도 5년간 8000억원이나 증가했다. 그런데도 산재 사고는 늘었다. 산재 예방 행정 시스템이 고장 난 것이다. 고비용·저효과 행정 시스템이 고착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하지만 노조 측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노동자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데. “중처법 시행 2년 동안 엄벌 정책이 산재 예방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노동단체는 산재 예방에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는 게 아니라 임금 등 다른 문제를 기업에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안전 문제를 많이 활용한다. 지켜질 수 없고 불명확한 법 규정이 많이 만들어질수록 노조 입장에서는 협상력을 키우는 데 아주 좋은 수단이 된다.” -당초 2년 전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될 것이 예고됐는데 소기업들은 왜 준비를 못 했는가. “정부가 지난해 중처법 개선 TF를 구성하고도 초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지원한다고 했지만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 소기업은 중처법을 예측하기 어렵고 이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보니 이를 준비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 같다.”●법 재정비하고 예방 시스템 개선해야 -중처법으로 고용부 위상만 높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고용부에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를 소환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생겼다. 법에 의무 주체와 내용이 모호한 부분이 많아 자의적 법 집행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퇴직 후 로펌, 대기업 등 높은 몸값으로 많이 채용된 것도 큰 변화다.” -중처법은 혼란만 주고 별 효과도 없는데 왜 만들었나. “정치권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엄벌을 외치고 할 일을 다 했다는 식으로 나온다. 엄벌을 그간 했어야 할 시스템 개선을 태만히 한 것을 숨기는 알리바이로 삼는다. 중처법은 경영책임자를 엄벌하면 안전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이라는 순진한 발상에서 제정됐다. ‘벌=정의’라는 잘못된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업주만이 아니라 근로자도 안전에 책임이 있지 않나. “이 법은 경영책임자에게만 안전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근로자는 보호 대상이지만 의무 주체이기도 하다는 점을 망각하고 있다.” -정치권에 할 말은. “고금리, 고물가에 허덕이는 영세상인들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1일 본회의에서 유예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처벌은 예방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앞으로 법을 정교하고 실효성 있게 정비하고 재해예방 행정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 ■ 정진우 교수는 서울대 치대 본과 3학년 때 자퇴하고 행정고시(39회) 합격 후 고용노동부에서 20년간 본부 산재예방정책과장, 성남고용노동지청장 등을 역임했다. 고려대에서 사회법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서울과기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법과 안전 문제에 대해 실무 경험과 이론이 탄탄한 안전 분야 최고 전문가다. 안전이론이 척박한 우리나라에서 안전이론을 개척하고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산부인과 가봐”…제자 여중생 성폭행 교사, ‘학생은 끝내 중퇴’

    “산부인과 가봐”…제자 여중생 성폭행 교사, ‘학생은 끝내 중퇴’

    첫 부임 중학교에서 제자 여학생을 성폭행한 30대 교사가 항소심에서 2년 더 늘어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병식)는 30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31)씨에게 “공교육 보호를 받지 못한 피해 여중생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A씨는 아동학대 등 보호시설 종사자로 신고 의무가 있는데도 오히려 이를 어겨 가중 처벌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선고하고 아동·청소년 등 관련 기관에 취업제한 10년과 신상 정보 공개를 명령했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22년 처음 임용을 받아 근무하던 중학교에서 3개월 동안 자신이 담임을 맡은 반 여학생을 수차례 추행하고 15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여중생과 성관계한 뒤 임신을 우려해 “산부인과에서 사후 피임약을 처방받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피해자를 위해 2000만원을 형사 공탁했으나 중학교 담임 교사로서 학생을 올바르게 지도해야 할 위치에 있는데도 본분을 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학생은 공교육 현장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신체적, 정신적 손상을 입어 학교를 그만둘 만큼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피해회복에 힘쓰는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해도 여중생과 가족 모두가 엄벌을 원하고, 대법원 양형기준을 참작해도 1심 형이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며 형량을 높인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이 청구한 보호관찰과 관련해 “형 집행 종료 후 보호관찰을 명해야 할 정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했다.
  • 헤즈볼라가 사용한 이란판 스파이크 미사일 ‘알마스’ [최현호의 무기인사이드]

    헤즈볼라가 사용한 이란판 스파이크 미사일 ‘알마스’ [최현호의 무기인사이드]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있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최근 이스라엘군 정찰기지를 재차 공격하면서 이란이 공급한 알마스(Almas) 대전차미사일을 사용했다. 알마스는 페르시아어로 다이아몬드를 뜻하는데, 헤즈볼라가 이 미사일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알마스 미사일의 외형은 이스라엘 라파엘이 개발한 스파이크 대전차미사일과 매우 흡사한데, 실제로 이 미사일을 입수해 역설계·개발했기 때문이다. 이란은 2006년 전쟁에서 헤즈볼라가 노획한 스파이크-MR을 넘겨받아 역공학을 통해 분석·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미사일은 2021년 7월 7일 이란혁명수비대가 인수하면서 존재가 알려졌다. 이란의 주장에 의하면, 스파이크 미사일처럼 알마스도 튜브 발사식이며, 유선 및 적외선 유도, 발사 후 망각 방식으로 운용된다. 구성은 미사일이 탑재된 발사관, 지휘발사유닛(CLU), 그리고 삼각대로 구성된다. 하지만, 첨단 기술이 필요한 적외선 유도부를 이란이 어떻게 해결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알마스는 스파이크처럼 미사일을 발사한 후 빈 발사관을 버리고 새 발사관을 장착할 수 있으며, 미사일 없이 CLU를 관측이나 정찰 장비로 사용할 수도 있다.알마스는 스파이크 미사일의 휴대용 버전으로 사거리 2500m인 스파이크-MR을 기반으로 하지만, 사거리는 4000m로 훨씬 길다. 공격 모드는 직선 공격과 전차 상부를 노리는 탑어택 모두 가능하다. 이란은 알마스 미사일을 보병 휴대용으로도 사용하지만, 공대지 미사일 버전도 만들어 코브라 헬리콥터, 아바빌-III 드론, 모하저-6 드론에도 장착했다.2023년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이란은 알마스 1과 그 정보를 전시했는데, 이란은 계속해서 알마스 2 등 개량형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이란은 이전부터 다양한 무기들을 역공학으로 분석하고 복제해서 사용했다. 외국제를 복제한 대전차 미사일로는 미국제 토우 미사일을 복제한 투판(Toophan), 러시아제 코넷을 복제한 델라위야 등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동안 미국 등이 지원한 재블린 등 다양한 무기들이 러시아군에 의해 노획됐는데, 이 무기들도 이란에 제공돼 복제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오랫동안 북한과 군사 기술을 교류해 왔기 때문에 이란이 복제한 기술이 북한에 흘러 들어가 신형 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어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필요하다. 최현호 군사 칼럼니스트 as3030@daum.net
  • 민주 “이태원법 즉각 공포하라”…국민의힘 ‘거부권 건의’에 대통령실 앞 집결

    민주 “이태원법 즉각 공포하라”…국민의힘 ‘거부권 건의’에 대통령실 앞 집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날 정부에 이송되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즉각 공포하라고 촉구했다. 전날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에게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것 역시 비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결자해지하는 자세로 특별법을 즉각 공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의힘의 거부권 건의에 대해 “집권 여당의 책무를 망각한 어처구니없는 결정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민생과 경제가 위기인 상황에서 (국민의힘) 100명이 넘는 국회의원이 결정한 것이 참사의 진상규명을 막기 위한 거부권 건의라니 참 비정하고 모진 분들”이라며 “독재자의 국회 돌격대였던 유정회(우신정우회)를 보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처음으로 의원들과 함께 의원총회를 열어 결정한 것이 대통령의 하명을 받아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진실을 은폐해 앞잡이 노릇이냐”며 “비정하고 비굴하다”고 했다. 민주당 이태원 참사 특별위원장인 남인순 의원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상처를 어루만지기는커녕 또다시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히는 나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10·29 이태원 참사의 재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통과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반영한 수정안이지만, 국민의힘은 특조위 구성이 공정하기 않다고 비판한다. 국민의힘은 전날 거부권을 건의하면서 민주당에 특별법 재협상을 요구했으나, 민주당은 이에 응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유가족은 특별법 원안 통과를 원했으나 김진표 의장이 수정안을 냈기에 (유족을) 설득했다”며 “그랬는데 지금 와서 무슨 재협상을 하나”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도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관련해) 거부권 행사할 것 같다. 거부가 아니라 무엇을 할지를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유가족의 절박한 요구를 ‘총선용 악법’이라고 매도하고 있다”며 “자식과 가족의 죽음에 대해 진실을 밝혀내고 책임을 묻고자 하는 유가족의 요구가 정쟁이라는 말인가”라고 했다.
  • [포토] LAH 양산 1호기, 연내 전력화 예정

    [포토] LAH 양산 1호기, 연내 전력화 예정

    LAH(Light Armed Helicopter)는 국산 소형무장헬기다. 공대지 미사일 ‘천검’과 20mm 기관포, 70mm 로켓까지 장착해 막강한 공격력을 갖췄다. 우수한 항공전자장비와 시스템을 갖춰 육군 항공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다. AH에 최대 4발 탑재가 가능한 최대 사거리 8km의 공대지 미사일 천검은 앞부분에 있는 탐색기 영상이 헬리콥터로 전송돼 정밀한 유선 원격조종 방식의 목표물 타격과 동시에 발사 후 망각 방식으로 주야간 탐색기가 포착 타격하는 듀얼 모드 운영이 가능하다. 방위사업청은 현재 육군에서 운용 중인 공격헬기 500MD와 AH-1S를 대체하기 위해 2022년 개발을 완료한 소형무장헬기(LAH) 양산 1호기를 연내 전력화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LAH 급강하 사격비행 모습이다.
  • 치매 환자의 머릿속 이토록 찬란한 생의 기억

    치매 환자의 머릿속 이토록 찬란한 생의 기억

    사람은 살면서 무엇을 남길까. ‘무엇’이라는 게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나 한 가지 공통되는 정답이 있다. 바로 추억이다. 순간과 순간을 겹겹이 모아 생을 완성하는 추억들을 잃어버리고 지워버렸을 때를 이별이라고 한다. 물리적으로 떨어져야 하는 거리감이 아니라 함께했던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때 진짜 이별은 찾아온다. 치매를 앓는 부모에게서 추억이 빠져나갔을 때 찾아오는 상실감에 마음이 무너지는 이유다. ‘네이처 오브 포겟팅’는 기억하는 능력을 상실해가는 한 사람의 추억을 가슴 먹먹하게 더듬는 작품이다. 영국 극단 ‘시어터 리’가 2017년 런던에서 초연해 호평받은 작품으로 2019년 내한 공연, 2022년 한국 라이선스 초연 모두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쉰다섯번째 생일을 맞은 톰에게 딸이 다가와 주머니 속에 빨간색 넥타이가 꽂혀 있는 남색 재킷을 입으라고 말한다. 그러나 조기 치매를 앓는 톰은 이내 딸의 당부를 잊어버리고 옷장을 뒤지기 시작한다. 한참을 찾아 옷장 속에서 무심코 교복 재킷을 꺼내입은 톰에게 생을 강렬하게 관통했던 기억들이 하나둘 스쳐 지나기 시작한다.배우들의 몸짓으로 이야기를 표현하는 피지컬시어터(신체극)인 ‘네이처 오브 포겟팅’은 톰의 여러 추억들을 관객들 앞에 펼쳐 보인다. 무대 위 작은 정사각형의 공간은 톰의 기억을 표상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물이 닿은 글씨처럼 번져 또렷하지 않은 톰의 기억들이 뒤엉켜 전개된다. 배우들의 대사는 중간중간 끊기지만 극대화된 몸짓 덕분에 어떤 이야기를 전하려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뒤죽박죽 엉킨 추억 속에서 톰은 엄마가 등교 전 머리를 빗겨주던 어린 시절,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내달리던 등굣길, 친구들과 함께했던 교실, 결혼식 피로연장 등을 오간다. 완전체가 순차적으로 떠오르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다발적으로 뭉뚱그려 떠오르고, 나의 말보다는 상대의 말을 더 선명하게 인식하게 되는 기억의 감각을 구체적이고 탁월하게 묘사했다. ‘네이처 오브 포겟팅’은 원작 연출인 기욤 피지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신경과학자팀과 협업해 과학과 예술을 접목한 작품이다. 알츠하이머 환자들과 가족을 인터뷰하며 기억에 대한 면밀한 과학적 분석과 관찰을 통해 얻은 결과물을 몸이라는 강렬한 언어로 무대 위에 펼쳐냈다. 배우들의 역동적이고 섬세한 움직임에 더해 피아노와 바이올린, 퍼커션, 루프스테이션을 연주하는 2인조 라이브 밴드의 음악은 70분간 펼쳐지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삶을 빛내는 순간들을 무대라는 입체 위에서 빛나게 표현한 작품이다. 살아가는 동안 형태를 잡고 단단해지는 기억들이 언젠가는 힘을 잃고 흩어지겠지만 마지막까지 인간의 삶을 경이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들을 뭉클하고 벅찬 감동으로 담아냈다. 작품으로서는 짧은 70분이지만 잔상은 그 이상으로 오래 남는다. 단순하게 보자면 치매를 앓는 이의 추억을 표현한 극이지만 더 이상 남지 않으려는 기억을 붙잡기 위한 절박함이 말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짙은 여운을 남긴다. 치매를 소재로 했지만 망각이라는 인간의 숙명, 흔적을 남기고 유지하고 버리다 사라지는 생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어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마주할 일이라는 점에서도. 피지 역시 “궁극적으로 우리 작품은 치매에 대한 게 아니라 깨지기 쉬운 삶의 취약성, 또한 기억이 사라져도 남을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영원한 무언가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오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아트원씨어터에서.
  • [세종로의 아침] 미술관의 주인은 ‘정치’가 아니다/정서린 문화체육부 차장

    [세종로의 아침] 미술관의 주인은 ‘정치’가 아니다/정서린 문화체육부 차장

    최근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드물게도 미술에 관한 에세이가 등장했다. 제목은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돈독했던 형의 죽음을 겪고 스스로를 유폐시키듯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그저 ‘고요히 서 있기’를 택한 남자의 이야기다. ‘뉴요커’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며 고속 질주하리라 생각했던 그는 상실의 고통에 팽팽히 당기던 끈을 놓는다. 남들처럼 내달리는 대신, 300만점의 작품을 품은 거대한 미술관에서 하루 여덟 시간 넘게 서서 찬찬히 응시한다.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사람이 창조해 낸 예술에서 떠오르는 인간사의 비의(秘義)와 경이로움을. 그렇게 10년이 흐르고 그의 안에는 서서히 생의 의지가 차오른다. “삶은 군말 없이 살아가면서 고군분투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것”이라는 깨달음과 함께. 그는 ‘세상의 축소판’인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이런 조언을 건넨다. “그 광대함 속에서 길을 잃어 보십시오. 인색하고 못난 생각은 문밖에 두고 아름다움을 모아 둔 저장고 속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작고 하찮은 먼지 조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즐기십시오.” 그러면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연료가 될 작품 등이 뭔지 살피고 무언갈 품고 바깥 세상으로 나아갈 것을 주문한다. 그렇게 품고 나간 것은 살아가는 동안 계속 마음에 남아 우리를 변화시킬 것이라면서. 유명인의 추천도 더해졌지만 책이 독자를 의미 있게 늘려 간 데는 미술관을 거닐며 나를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을 만난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삶과 사람, 예술 간의 필연적인 농밀한 교감을 짚어 줬기 때문일 것이다. 미술관에서 다시 세상에 나아갈 힘을 얻은 한 사람의 이야기는 최근 만난 두 미술관 관장들과의 대화와 맞물리며 예술과 이를 품은 공간이 지닌 역할의 긴요함을 더 새겨 보게 했다. 지난해 6월 한국인 큐레이터로는 처음으로 유럽 미술관 관장을 맡은 이숙경 영국 휘트워스미술관장은 미술의 감상, 향유에 그치지 않고 사는 방식에 대해 배우고 치유할 수 있는 곳, 예술을 매개로 관람객들의 삶과 긴밀히 맞닿는 공간으로서의 미술관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개관 50주년을 맞는 아르코미술관의 임근혜 관장은 예산의 한계 등으로 대중을 끄는 블록버스터 전시는 어렵지만 팬데믹 이후 첨예하게 떠오른 돌봄, 공동체, 이동권 등 당대의 화두를 치밀하게 탐구하는 노력, 지속가능한 운영으로 예술계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는 방안에 대해 골몰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듯 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사유와 고민이 치열한 가운데 최근 한편에서는 그 바깥의 것들로 소란한 미술관이 있다. 관장 선임 논란이 한창인 대구미술관이다. 현 시장과 고교 동기동창이자 시장에게 초상화를 그려 선물한 작가가 관장으로 선임되자 지역 미술인들은 특혜 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지자체장이 친분을 내세워 저지른 예술계에 대한 만행”, “예술계가 정치권 놀이터냐”는 항의성명을 내고 심사 과정 공개, 유착 관계 검증·감사, 관장 선임 취소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회복을 북돋우는 공간, 사람과 삶, 예술을 잇기 위한 노력이 점차 강화되는 공간으로서 미술관의 정체성과 역할 정립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불거진 이 논란은 미술관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근본적으로 망각한 사태로 읽힌다. 미술관이 ‘정치’와 ‘권력’, ‘사적 이익’을 주인으로 섬긴다면, 스스로 존립 이유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게 뭔가.
  • [길섶에서] 방화벽/황성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방화벽/황성기 논설위원

    세밑 참변을 부른 서울 아파트의 화재 사고 직후 내가 사는 아파트가 달라졌다. 저층에 사는 터라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통해 1층에 내려가는 일이 많은데 층마다 방화 철문이 굳게 잘 닫혀 있는 모습이 신기하다. 관리사무소는 방화 철문을 잘 닫도록 안내 방송을 하곤 했다. 하지만 닥치지 않으면 쉽게 잊는 것일까. 직원들이 철문을 닫아도 주민들이 볕이 안 들어오고 불편해서 그런지 이내 열려 있기 십상이었다. 습관이나 기억의 유효기간은 얼마일까. 기억이나 문화가 하나의 현상으로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려면 끊임없이 망각이 작동해야 한다는 프리히드리 니체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기억의 동물이자 망각의 동물이다. 방화 철문은 언제까지 잘 닫혀 있을까. 한 달? 반 년? 아파트도 진화 중이다. 방화 철문을 무심코 열어 두지 않도록 자동으로 만들거나 열려 있으면 경계등이 들어오는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생각을 부른다.
  • 광복회 “‘독도 논란’은 국방부 장관의 편향된 역사 인식 때문”

    광복회 “‘독도 논란’은 국방부 장관의 편향된 역사 인식 때문”

    광복회는 1일 국방부가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데 대해 “국방부 장관의 가장 큰 임무는 국토 수호인데 기본적인 자세조차 망각했다”며 비판했다. 광복회는 이날 언론에 보낸 새해 첫 성명에서 이같이 밝히며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이며, 앞으로도 대일 자세는 한 치도 밀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광복회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겨냥해 “언론에서 잘못된 점을 지적하자 정당한 것처럼 변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잘못을 질책하자 그제야 서둘러 교재를 전량 회수하는 소동을 벌였다”며 “지금도 장관은 독도가 분쟁지역이라 믿는데 대통령의 질책으로 겉치레로 수정할 뿐이라고 우리는 인식한다”고 했다. 단체는 신 장관이 ‘편향된 대일관’을 가졌다며 이번 일이 예견된 참사였다고 주장했다. 광복회는 “홍범도 등 독립운동가들의 흉상과 전시실을 치우며 애국 저항정신을 외면해왔는데, 그런 장관이 어떻게 우리 군의 정신전력을 강화할 수 있겠느냐”라고 했다. 광복회는 “국방부가 편찬한 ‘정신 나간’ 정신전력교재가 그동안 신원식 장관의 일탈적 언행과 역사의식, 대한민국과 군 정체성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의 반영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며 “교재를 다시 만들기 전에 올바른 군의 정체성에 대한 장관의 입장을 밝히라”고 했다. 광복회는 군이 “국군의 뿌리를 해방 후 일제 잔재들이 몰려들어 조직된 국방경비대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광복회는 “국군의 정체성은 1907년 일제에 의하여 강제 해산된 대한제국군 성원들이 일제히 봉기하여 일으킨 의병, 그분들이 만주로 이동하여 안중근 의사처럼 ‘위국헌신 군인본분’이라고 외치며 조직했던 독립군, 그 후 항일 투쟁 대열에서 임시정부 이름으로 대일 선전포고를 한 광복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장관은 이번 일을 반성하고 지금이라도 친일 매국적 역사 인식에서 벗어나겠다는 결의를 국민에게 먼저 보여주고 장관직을 수행하라”고 요구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말 전군에 배포할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쿠릴열도, 독도 문제 등 영토분쟁도 진행 중에 있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구를 기재했다가 논란이 일자 전량 회수키로 했다. 신 장관도 해당 논란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했다.
  • [사설] 다양성과 전문성 韓비대위, 22대 국회 모습 되길

    [사설] 다양성과 전문성 韓비대위, 22대 국회 모습 되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공개한 지명직 비대위원 8명의 면면에선 우리 정치가 이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으려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정치의 존재 이유는 오래전에 망각한 채 개인의 이익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 우리 정당이고 국회다. 한 위원장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여당의 선거 전략을 넘어 정치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상징할 수 있도록 인선한 것은 다행스럽다. 민경우 대안연대 상임대표와 김경률 공인회계사가 눈길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친북 단체 출신으로 운동권 세력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거나 야권 성향 시민단체 출신이지만 전문성을 바탕으로 그들의 이율배반적 행태에 문제를 제기한 닮은꼴이다. 이른바 ‘586’이라도 건전한 사고를 가졌다면 누구나 개혁에 동참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 수 없다. 정치적 의미보다 부각돼야 마땅한 것은 그동안 드러내지 않고 인간애를 실천한 인물들이다. 보육원 출신의 21세 윤도현 SOL 대표는 자신과 같은 자립 준비 청년을 지원한다. 장서정 ‘자란다’ 대표는 여성이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둬야 하는 현실을 바꾸는 데 몰두한다. 한지아 을지대 재활의학부 교수는 노령화 시대 ‘사람 중심의 통합적 돌봄 기반’을 연구한다.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은 장애인이 바라는 장애인 제도 개선에 진력하고 있다. 40대가 주축인 한동훈 비대위는 다양성과 전문성을 갖춘 구성으로 특정된다. 시대 흐름에 부합한다고 하겠다. 내년 4월 총선까지의 여정에서 이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에 새 정치의 성패가 달렸다. 증오와 대립의 언어가 아니라 미래지향의 건설적 목소리를 낸다면 그것이 곧 4월 총선의 선택 기준이 된다. 새로운 국회도 그래야 가능하다.
  • [마감 후] 관심주권/신진호 뉴스24 부장

    [마감 후] 관심주권/신진호 뉴스24 부장

    “예전엔 큰 사건이 터지면 며칠 동안 그 여운이 갔는데 요즘은 금세 잊히는 것 같아.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걸까.” 최근 한 친구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럴 법도 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외부 자극에 무뎌지는 것도 사실이니까. 그러나 그보다는 처리해야 할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신문의 경쟁 매체가 방송, 책, 잡지, 영화, 음반 정도였다. 즐길 거리로 확장해도 공연, 스포츠, 여행 정도였으리라. 지금은 어떠한가. 유튜브, OTT, 소셜미디어(SNS) 등 볼거리가 넘쳐난다. 과거엔 하루치 방송 편성표를 싣는 데 신문 한 면이면 충분하고도 남았다. 반면 채널이 사실상 무한히 생성되는 유튜브에선 편성표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올해 초 스스로 독서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루에 읽는 텍스트의 양이 부족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업무 내내 기사를 읽었고, 출퇴근 시간엔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었다. 종이책 대신 전자책을 읽으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 중 상당 부분이 독서로 채워졌다. 동시에 SNS 활동은 급감했다. SNS 친구들은 내가 소위 ‘잠수를 탔다’고 여겼다. 그러다 다시 ‘SNS 도파민’에 이끌릴 때면 독서량이 줄곤 했다. 이렇듯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엔 한계가 있다. 종종 연예인 관련 이슈가 터지면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불리한 이슈를 덮으려고 터뜨렸다’는 음모론을 제기한다. 매사를 음모론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태도에 거리를 두지만, 이슈를 이슈로 덮는 방식의 효과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빅브러더가 정보를 통제하는 ‘1984’보다 쾌락과 정보의 홍수로 대중의 생각을 묶어 놓는 ‘멋진 신세계’가 요즘 시대를 더 정확하게 예측했다고 볼 수 있다. 쏟아지는 정보에 우리의 감각은 마비되고 자극에 길든다. 너무 많은 정보에 지친 나머지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면서도 하나라도 놓치면 뒤처질 것만 같은 불안함이 이어진다. 그러기에 앞선 정보를 망각 속으로 던져 버리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바쁘다. 책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의 저자 제니 오델은 SNS 등으로 대표되는 ‘관심경제’를 비판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자원 삼아 광고 등 이윤 창출에 활용하는 경제를 뜻한다.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이용자가 자사 플랫폼에 더 몰입하도록 분열과 불안을 유발하는 콘텐츠를 더 자주, 더 상위에 노출하는 알고리즘 전략을 택하고 있다. 오델은 우리의 ‘관심주권’을 되찾아 다른 곳에 옮겨 심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곁에 있는 사람들, 일상의 장소, 내가 살아가는 지역 등에 눈을 돌리라는 것이다. SNS를 탈퇴하고 앱을 지우라는 식이 아니다. ‘추천 음악 목록’처럼 알고리즘에 맡기지 말고 우리 스스로 관심사를 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명의 독자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실시간으로 기사를 생산하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으면서 이율배반적인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마침 연말이다. 저마다 지난해를 정리하고 새해는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한다. 쥐고 있던 무언가를 내려놓기 좋은 때다. 며칠만이라도 스크린에서 빠져나와 보는 건 어떨까.
  • [정은귀의 詩와 視線]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정은귀의 詩와 視線]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주십시오 (중략)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 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이해인 ‘12월의 엽서’ 중올해 가기 전에는 만나야지. 그동안 바쁘다며 만남을 미루고 미루었던 친구들을 만난 날 하늘에선 눈발이 살짝 날렸다. 일을 앞세워 살다 보면 자주 미루어지는 게 친구와의 만남이다. 말하지 않아도 진심을 알아주고 어려움을 늘 헤아려 이해해 주는 친구야말로 가장 고마운 인연인데, 생각해 보면 늘 뒤로 밀린다. 늘 바쁘게 사는 내가 그 주범인지라 친구들 만나면 늘 미안하고 고맙다. 한 친구는 아이 대학 입시 뒷바라지하랴, 일하랴 살얼음 딛듯 살았다. 한 친구는 갑작스런 사고로 재활에 힘쓴 한 해였다. 입시를 앞두고 삶의 의미가 없다고 고민하던 친구의 아이는 다행히 원하는 학과에 합격했고, 사고로 잘 걷지 못했던 친구는 이제 어지간한 산책은 소화하며 빠르게 걸을 수 있다. 바쁘다더니 얼굴 좋아 보여 다행이야. 늘 뛰어다니는 내게 친구가 말한다. 서로 고맙다고, 힘겨운 나날 잘 지나 왔다며 마주하고 웃는 시간. 잘 살아 주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큰 기쁨이구나 싶다. 생각해 보니 너무 넘쳐서 힘들었던 날들이다. 보고 듣고 말할 것이 너무 많았다. 놀라운 사건은 금방 더 놀라운 사건으로 묻혔고, 혼돈 속에서 번잡한 마음 가누기 힘들어 허덕였던 날들이다. 세상은 더 평화로워지기는커녕 더 난폭하고 어려워졌다. 끊이지 않는 폭력과 전쟁 속에서 어제도 오늘도 사람들이 죽어 간다.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치는 것이 맞는지 즐거움도 행복도 없이 어리둥절하고 피로하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건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하는 일상의 기도와 염원이다. 시인은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다는 걸 잘 안다. 그래도 “눈은 순결하게 /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달라는 간청을 잊지 않는다. 그 잊지 않음이 우리의 어지러운 오늘 하루를 말짱하게 지탱하게 한다. 올해 가기 전에 만나요. 남은 한 주, 또 약속들이 빼곡하다. 하루나 이틀쯤 모든 일정을 비우고 오롯이 홀로 스스로를 마주해도 좋으리. 한 해 끝자락에 느껴지는 마음결을 찬찬히 헤아리면서 한탄과 우울, 자괴감, 후회 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망각의 틈새로 버려진 감사와 기쁨, 행복을 찾아보아도 좋으리. 그러면 조금은 가뿐히 “가라, 옛날이여 / 오라, 새날이여”를 외칠 수 있을 것이니, 나를 키우는 데는 행운과 불운, 웃음과 울음, 행복과 고통이 모두 다 필요하다고, 그 낮고 너른 시선이 나를 또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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