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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영화] 15일 개봉 ‘미트 페어런츠2’

    문화와 가치관이 다른 배경에서 자란 두 남녀가 결혼하며 빚는 갈등을 소재로 많은 관객의 공감을 얻어낸 전편의 뒤를 잇는 ‘미트 페어런츠2’(Meet the Fockers·15일 개봉). 전편이 개봉한지 4년이 흘렀지만, 장인에게 어렵사리 승낙을 얻은 그렉은 여태 팸과 웨딩마치를 올리지 못한 채 또 한 번 난관에 부딪혔다. 이번엔 ‘가문의 전쟁’으로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남자 간호사 그렉(벤 스틸러)과 팸(테리 폴로)은 양가 부모의 상견례를 치르러 팸의 부모와 함께 그렉의 부모네로 간다.‘경쟁만이 살 길이다.’라는 정신으로 무장한 전직 CIA 요원인 팸의 아버지 잭(로버트 드니로)과, 승패보다는 열정과 즐거움이 중요하다고 믿는 그렉의 아버지 버니(더스틴 호프먼). 이 화해할 수 없는 두 가족의 가치관 차이가 속편의 주된 갈등요소다. 하지만 모던과 포스트모던의 마찰처럼 보이는 매력적인 밑그림은, 그 위에 그림이 하나둘 그려지면서 망쳐진다. 결코 섞일 수 없는 가치관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화해한다는 기본줄기를 설득력있게 끌어내기보다는, 가족간의 엉뚱한 소동에만 초점을 맞춰 부담스런 유머만 늘었다. 망가지는 캐릭터가 온갖 사고를 저지르는 에피소드의 나열은 극의 흐름을 끊고, 성적인 농담들도 도를 넘어 거슬린다. 숨겨놓은 아들과 전직 CIA의 실력을 발휘해 뒤를 캐는 모습은, 재미도 현실성도 없어 무리수를 뒀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가볍게 웃고 적당히 즐기는 오락영화로는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결혼의 갈등요소로는 오로지 경제·사회적 차이만이 존재하는 한국의 드라마와 비교해볼 때,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이 충돌하는 이들의 모습이 조금은 부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로버트 드니로와 더스틴 호프먼 등 왕년에 한가락했던 연기파 배우들이 투혼을 발휘하며 망가지는 모습도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도 그렉의 어머니로 새롭게 출연했다.‘오스틴 파워 제로’로 데뷔한 제이 로치가 전편에 이어 감독을 맡았다.15세 관람가.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마니아] 청국장 냄새가 싫다고요?

    [마니아] 청국장 냄새가 싫다고요?

    남성 가운데서도 봄을 탄다는 이들이 많아지는 요즈음이지만, 사람들 입맛도 봄바람을 탄다고 한다. 그래서 해마다 이 무렵이면 입맛을 되돌려놓을 먹거리가 없을까 하는 고민도 뒤따른다. 청국장, 그것도 생청국장이 우리 몸에 최고라고 외치는 별난 동아리가 있다. 회원이 3000명 가까이 된다. ●목숨을 건 ‘외도’ “혈액이 깨끗해야 건강합니다. 청국장은 혈액을 맑게 하지요.” 청국장 동호회 윤성호(46·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덕평리) 회장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동아리를 만든 데에는 가슴 아린 사연이 숨었다. 고교를 나와 1979년 국세청에 들어간 그는 잦은 술자리로 건강을 해쳐 2001년 일터를 떠나게 된다. 병원에 갔더니 간(肝)이 몹시 상했더라는 것이다. “하루 왼종일 피곤하니 내 일도 제대로 못하는 데다, 다른 직원들과의 업무 협조도 잘 안되더라고요!” 윤씨는 곧장 청계천 헌책방 골목으로 달려 갔다. 그만큼 절박했다. 건강 서적을 승용차 한대 분량인 60여권이나 사들였다.5개월여 지나 콩이 몸에 좋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그 중에서도 바로 청국장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요즘 청국장 하면 찌개로 만들어 먹는 음식으로 알고 있지만, 원래는 생청국장이라는 점도 알아낼 수 있었다. 다음에는 환경이 건강회복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사는 곳을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여주로 옮겼다.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비결을 들어보려 애썼지만 비밀(?)을 캐내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청국장 띄우는 비결을 터득하기 위해 인근 외룡리의 사찰로 들어가 1년이나 틀어박혀 지내기도 했다.2002년 1월 마침내 동호회 사이트(jk.interget.co.kr)를 만들었다. 조상들로부터 내려온 진짜 비결을 담은 고급 정보를 접하거나,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생한 이야기들을 나누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왜 생청국장이 짱? “다른 동호회와는 달리 회원들이 대부분 한가지씩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라 오프라인 모임이 쉽지 않아요.” “도대체 생청국장이 어디에 그렇게 좋으냐?”는 물음에 이런 말로 운을 뗐다. 그러다가 “회원 중에는 80대 등 연세 많은 분들에다 여성이 많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노인들이 걸리기 쉬운 호흡기 질환이나 여성뿐 아니라 요즈음 남성들에게도 많은 변비에 생청국장만한 게 없다는 얘기다. 회원 A(22·여)씨는 “처음엔 변비 때문에 생청국장을 먹기 시작했다.”면서 “고민이 사라지고도 왠지 마음이 놓이지 않아 계속했는데 몸매가 달라지지 뭐예요?”라고 활짝 웃었다. 군살이 없어지더라는 얘기였다. 윤씨는 “A회원의 경우 거의 밥 먹다시피 청국장을 즐긴다.”면서 “변비 환자가 생청국장을 먹으면 길어야 사흘 안에 환자의 90%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고 살짝 일러줬다. 변비에 뛰어난 효능을 발휘하는 것은 대장(大腸) 속에 있는 막대기 모양의 바실러스균을 집중 배양한 게 바로 청국장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같은 효능은 만성환자들 사이에 알려졌지만, 부작용이 심각해져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진 다이어트에 효과가 그만이라는 점도 일깨워줬다고 그는 덧붙였다. “생청국장에 살아 움직이는 유산균이 혈전(血栓·피가 몸 안에서 굳은 것)을 녹이는 데다, 몸속에서 해를 끼치는 다른 잡균을 잡아먹기도 하니 건강에 좋은 것이지요.” ●“청국장 전도 쭉” 윤씨는 보통 유산균 1g에 100만개의 균이 있지만, 청국장 1g엔 10억개나 되는 바실러스균이 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라고 뽐냈다. 또 조상들은 일찌감치 콩 가공식품이 뛰어나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외국에서 더 관심을 갖는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조선조 허준(許浚·1546∼1615년) 선생의 동의보감에도 관절질환을 치료하며, 약물 중독을 막아준다는 기록이 나와 있을 정도입니다.” 관절에 청국장이 좋은 이유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 불리는 이소플라본(Isoflavones)이 많이 함유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골다공증으로 마음고생이 심하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부족한 것이니 청국장에 기대를 걸어보라. 이는 최근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존 에드먼 박사가 “콩을 많이 섭취하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훨씬 튼튼한 뼈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한 점에서 증명됐다고 회원들은 주장한다. “청국장 덕분에 3년이 지난 이제는 건강을 거의 되찾은 것 같다.”는 윤씨는 “냄새가 고약해 흔히들 꺼리는데, 이는 환경변화의 탓으로 잡균이 들어갔기 때문이지만 냄새가 많이 난다고 해서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신 참기름을 바르고 야채에 싸서 먹거나, 분말을 커피에 타서 마시면 냄새가 사라진단다. 분말 생청국장에는 균들이 포자 상태로 있는데, 보통 커피 온도가 균들이 깨어나기에 알맞은 온도여서란다. “어쨌든 ‘하수도’인 혈관을 시냇물처럼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생청국장을 많이 드십시오. 술, 패스트푸드 등으로 망가진 건강을 되돌려주니까요.”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강동석 건교 사표수리] 이총리, 언론보도에 불편한 심기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의 사임과 관련, 이해찬 국무총리가 28일 언론보도에 강한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본인이 소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는 대로 파헤쳐 타격을 입힌다.”는 게 요점이다. 이 총리는 이날 총리실 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 공직자와 관련한 언론 보도가 본인이 소명도 하기 전에 터져 나와 (해당 공직자가)타격을 입는 경우가 많다.”면서 “해당 공직자는 진실하고 솔직하게 대응해 공직사회가 동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에 이어 강 전 장관마저 정도를 넘어서는 언론의 의혹 보도로 물러나게 됐다는 불만이 묻어나는 발언이다. 이 총리는 “언론 보도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경우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전제하고 “이런 행위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공기(公器)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런 행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잘 검토해 철저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일례로 최근 자신과 관련한 한 월간지 인터넷판의 보도를 꼽았다. 이 총리가 과거 주민등록증을 북한에 넘김으로써 간첩행위를 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으로, 이 총리는 “인터넷에 띄웠다가 문제될 듯 싶으니까 얼른 내리고 도망가는 수법을 쓰는 전형적인 사이버폭력”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측근은 “법적인 검토를 마쳤으며 조만간 이 월간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이 총리는 강 장관 퇴진과 관련,“어제(27일) 만났는데 본인이 고혈압 등 지병으로 입원해 있던 차에 이런 문제가 발생해서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하기 곤란하다는 얘기를 했다.”면서 “그래서 청와대에 그런 뜻을 전달하고 사표를 수리하는 방향으로 건의했다.”고 밝혔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조용섭의 산으路] 대구 팔공산

    [조용섭의 산으路] 대구 팔공산

    쥐똥나무, 그 작고 여린 연록색 이파리에 파릇파릇 생기가 도는 것을 보면 춘설과 꽃샘 추위를 비집고 봄은 벌써 우리 주위에 와 있었나 보다. 이제 곧 산자락을 뒤덮을 생강나무, 제비꽃, 양지꽃 등 노랑 꽃들의 재잘거림이 시작되는 이즈음,‘봄마중 산행’으로 대구의 진산 팔공산(1192m)을 찾았다. 산길은 대중교통 접근이 쉬운 동화사입구 야영장에서 시작, 스카이라인 능선(남릉)으로 동봉에 오른 뒤, 주능선 암릉길을 거쳐 조암능선으로 하산하는 원점회귀 코스로 잡았다. 야영장에서 스카이라인(케이블카)종점까지는 약 1시간 정도 걸리는데, 너른 산길은 아주 잘 나 있다. 케이블카 매점을 지나 전망바위에 서면 주능선 봉우리들과 산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팔공산은 수많은 상처를 입고 신음하는 산이다. 동남쪽(오른쪽) 주능선 바로 아래 들어선 골프장은 눈길두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산자락이 망가져 있는데, 이를 방치했다는 생각에 대구의 산악인들은 무척이나 부끄러워 한다. 주능선에서 뻗어 내린 이 능선 오름길은 바위와 마사토가 많고, 소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는 것이 특징. 그리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는 편안한 길이다. 다만 수태골·염불암 갈림길을 만난 후, 주능선쪽 깔딱고개를 오를 때는 제법 가쁜 숨을 쉬어야 한다. 갈림길을 지나 급경사 계단길을 두 차례 오르면 산자락이 넓어지며 주능선 길과 만난다. 왼쪽길은 오도재∼서봉∼파계재∼한티재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는 동봉으로 올라 관봉까지 길게 이어진다. 비로봉에는 통신시설이 들어서 있어 갈 수가 없다. 헬기장 끝의 마애불상을 지나며 동봉으로 오른다. 동봉으로 올라서는 길은 언제나 북새통을 이룬다. 계단길을 천천히 오르면 거대한 암괴로 이루어진 동봉에 닿는다. 동북쪽 보현산의 모습과 남쪽 멀리 영남알프스 산군도 아스라이 보인다. 팔공산의 산길은 주능선에서 뻗어내리는 지능선과 계곡으로 매우 잘 나 있어 시간계획을 잘 세우면 아주 다양하게 코스를 택할 수 있다. 관봉까지 능선산행 후 갓바위로 하산하는 코스도 권할 만하다.(전체 9시간 소요) 동봉에서 이어지는 능선은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고 북사면쪽으로 우회하며 등산로가 잘 나 있는데, 위험해 보이는 암릉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리 힘들지는 않으나 암릉산행을 할 경우 경험이 많은 사람과 동행하는 것이 좋겠다. 염불암으로 하산하는 안부를 지나 하산 시작점인 조암능선 초입까지는 약 1시간 소요된다. 조암은 2개의 바위가 마치 새 부리 모습과 흡사해 붙여진 이름이다. 조암 능선길은 다른 길에 비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편이지만 의외로 부드럽게 잘 열려 있고 능선 초입 바위지대에는 휴식하기 좋은 공간이 여러 곳 있다. 주능선 방향 왼쪽의 거대한 바위는 바로 대구·경북 산악인들의 요람인 병풍바위다. 능선을 내려서다보면 주능선쪽으로 조망이 트이는 공간이 나오는데, 특이한 조암의 모습은 이 곳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오른쪽(서쪽) 계곡 깊숙한 곳에 있는 암자는 양진암이다.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도량인 내원암으로 내려서서 도로를 따라 내려와 산행을 마친다. 매표소 입구까지 약 1시간30분 소요. 철도나 고속버스편으로 동대구로 이동.105번 버스로(파티마병원 정류소) 동화사로 가면 된다. 동대구역∼동화사의 택시요금 2만원이다. 동화사에 내리면 집단시설지구 내에 숙박시설 등 편의시설 잘 갖추어져 있다. ●해빙기 산행시 주의사항 해빙기의 산악기상은 예측할 수 없다. 겨울과 봄이 공존한다는 생각으로 반드시 겨울장비와 여벌의 옷 등을 챙겨야 한다(방수방풍의·보온복·여벌옷·보온장갑·여벌양말·아이젠·스패츠 등).
  • ‘굳세어라 금순아’ 한혜진

    ‘굳세어라 금순아’ 한혜진

    MBC 일일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오후 8시20분)의 가파른 상승세에는 주인공 한혜진의 호연이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줄줄 흘러내리는 촌티와 푼수끼로 한바탕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이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드는 리얼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 시청자들은 한결같이 “한혜진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삶을 헤쳐나가는 금순 캐릭터를 실감나게 표현해 내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또한 최근 그녀는 자신의 1주일치 출연료 약 500만원을 독도수비대에 기탁해 화제다. 지난 2002년 한·일합작 드라마 ‘프렌즈’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그녀는 지금까지 드라마 11편·영화 1편 등에 출연한 ‘신인답지 않은’신인. 하지만 전작인 ‘그대는 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조연이나 단역으로만 출연해 제대로 얼굴을 알릴 기회가 없었다. “당시에는 ‘연기자의 길이 내 길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많은 고민도 했죠. 하지만 작은 역할부터 차근차근 하다보니 큰 배역의 캐릭터를 소화하는데 오히려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데뷔후 한동안 큰 배역을 맡지 못해 조바심이 났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경험 하게 되면서 오히려 연기 공부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며 미소짓는다. ‘그대는 별’에서 지고지순한 이미지로 호감을 산 그녀는 ‘굳세어라 금순아’를 통해 정반대의 ‘망가지는’ 캐릭터 연기를 택했다. 부담이 되지 않았을까.“처음엔 많은 분들이 ‘어색하지 않을까.’하고 걱정하시는 눈치더라고요. 하지만 전 자신이 있었어요. 누구나 양면적인 성격을 갖고 있잖아요?제 내면속에도 금순 캐릭터에 가까운 내면이 분명히 있거든요.”오히려 전작과 완전히 다른 이미지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단다. 그녀는 집에서 별명이 ‘시어머니’일 정도로 꼼꼼한 성격을 갖고 있다.“장점이자 단점이에요. 표정·대사 하나에도 완벽을 기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원하는 대로 화면이 나오지 않으면 쉽게 잊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으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죠.(웃음)” 방송가에서 ‘효녀’로 알려진 그녀는 부모님 얘기가 나오자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부모님께서 인천의 한 건설현장 ‘가설 식당’에서 일을 하시는데, 어릴적 제 뒷바라지를 하시느라 고생을 무척 많이 하셨다.”고 진솔하게 털어놓으면서 “돈을 많이 벌어 부모님께 꼭 집을 사드리고 싶다.”며 울먹였다. 차기작에서는 지독한 ‘악역’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그녀는 연기를 통해 소외된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전해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지금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연기잖아요. 영화 ‘말아톤’의 조승우씨 처럼 장애우 연기를 훌륭히 소화해내 그분들이 겪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어요.”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오토바이 대물보험 ‘헛바퀴’

    오토바이 대물보험 ‘헛바퀴’

    오토바이의 대물(對物)보험 의무가입 제도가 시행 초부터 보험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과도한 보험료 인상과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생기면서 무거운 과태료 처분을 피하기 위해 책임보험마저 들지 않는 사례가 발생, 무보험이나 무적(無籍) 오토바이가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무보험, 무적 오토바이는 인명사고가 났을 때 뺑소니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번호판 반납이 속 편해 “오토바이가 사람을 치면 크게 다치게 해도 남의 물건을 망가뜨리면 얼마나 심하게 못쓰게 한다고 그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합니까.” 한 일간지 지국장 김기철(69)씨는 오토바이 보험이라는 말이 나오자 흥분했다. 김씨는 최근 신문배달용 오토바이 4대 가운데 2대의 번호판을 떼서 구청에 반납하고 폐차 신고를 했다. 보험료 부담이 커 2대만 대물보험에 추가로 가입하고 2대는 번호판없이 운영하기로 했다. 책임보험료 부과 대상이 아니어야 대물보험료나 과태료를 물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오토바이 1대당 연간 8만 480원의 책임보험료를 냈다. 지난달 22일부터 대물보험 의무가입 제도가 시행되면서 대당 5만 7310원씩 추가 부담이 생겼다. 연간 보험료 부담이 32만 1920원에서 55만 1160원으로 71.2%나 늘었다. 그러나 결국 김씨는 2대분 27만 5580원만 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김씨는 “40년 동안 지국을 운영했으나 오토바이가 남의 물건을 망가뜨려 돈을 물어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면서 “평생 교통법규를 어긴 적이 없는 사람을 범법자로 만들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보험을 줄이자는 취지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오토바이 사고는 2만 650건으로, 이 가운데 44.4%인 9166건에 대해 물적피해 보험금이 지급됐다. 나머지는 인적피해 사고다. 물적피해에 따른 보험금은 대부분 보험가입자의 오토바이가 사고로 부서져 지급된 자손(自損) 보험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오토바이가 자동차를 들이받아도 상대방의 피해가 경미해 현금 변상을 하는 예가 많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에 등록된 전국의 오토바이는 지난해말 현재 172만 3977대. 이 가운데 보험에 든 오토바이는 47만 1783대로 보험가입률이 27.1%에 불과하다. 정부는 보험가입률이 낮은 점을 감안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을 개정, 모든 자동차와 50㏄ 이상 오토바이는 책임보험과 별도로 물적 피해에 대해 보험 처리를 해 주는 대물보험에 의무가입하도록 했다. 대물보험에 들지 않으면 최고 1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하루 연체할 때마다 600원씩 늘어난다. 책임보험 과태료 20만원과 합하면 무보험 오토바이에 대한 과태료는 보험료의 3배에 가까운 30만원이다. 무보험 과태료는 지난 2002년 5만원에서 같은해 10만원, 지난해 20만원, 올 1월에 30만원으로 각각 올랐다. 이와는 별도로 보험에 들지 않고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추가 가입자 별로 없어 정부는 지난해 2월 대물보험 의무가입 제도를 고시하고 기존 책임보험 가입자 등을 대상으로 1년치 대물보험료를 미리 내도록 안내문을 보냈다.“자동차보험은 운영 적자가 심해 보험료 수입이 우선 확보돼야 1년후 법 시행 때부터 차질없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보험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조치였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대물보험 제도가 시행될 때 추가 보험료를 내도록 했다. 그러나 책임보험 가입자 중에는 “1년치 선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의무가입이 시행되면 그때 가서 추가로 대물보험료를 내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로 보험사들의 지난해 오토바이에 대한 보험료 수입은 504억 793만원으로 전년(440억 7320만원)보다 19.0% 증가하는데 그쳤다. 보험료가 71.2% 인상된 것과 비교하면 선납한 가입자가 많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지난달 22일부터 제도가 시행된 뒤에도 추가 보험료를 낸 가입자도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일하게 2월 보험료 정산을 마친 K보험사의 지난달 자동차보험 수입액은 229억원으로 1월 269억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정부가 보험사들의 논리에 말려들어 의무가입 보험료를 터무니없이 인상시켰다.”면서 “보험가입을 늘려 교통사고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제도가 오히려 책임보험마저 내지 않도록 만들어 뺑소니 범죄가 늘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급히 법을 재정비해 의무가입 보험료를 낮추고 퀵서비스 등 사고 빈도가 높은 차량에 대한 차별 적용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Anycall프로농구] 부상 서장훈 ‘펄펄’… 삼성, 연장끝 KTF 눌러

    “오늘 승부는 40분으로는 부족할 겁니다.” 경기 전 두 팀 감독은 약속이라도 한 듯 연장전 승부를 예상했다. 역전에 재역전이 거듭되던 경기는 4쿼터 막판까지 균형이 깨지지 않았다.4쿼터 남은 시간은 16.1초. 공격권을 가진 KTF가 현주엽의 아이솔레이션 플레이로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으나 슛이 아깝게 림을 외면해 결국 연장에 돌입하게 됐다. 체력이 바닥난 연장전의 관건은 역시 리바운드였다.‘골리앗’ 서장훈의 잇단 리바운드로 공격 기회를 가진 삼성은 알렉스 스케일이 연장 종료 2분여를 남기고 2점을 도망가는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또다시 자말 모슬리의 리바운드로 슛 찬스를 얻은 이규섭의 깨끗한 3점포로 84-79로 앞서며 승부의 추는 삼성으로 기울었다. 삼성이 18일 부산에서 열린 04∼05시즌 프로농구 6강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목에 붕대를 감고 뛴 서장훈(18점 17리바운드)의 골밑 장악으로 KTF를 88-82로 누르고 귀중한 첫 승을 먼저 올렸다. 3전2선승제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기선제압의 중요성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총 16번 치러진 6강전에서 첫 승을 올린 15팀이 4강에 진출했다. 확률로는 94%. 기선은 KTF가 잡았다.KTF는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크니엘 딕킨스(22점·3점슛 4개)의 정확한 3점포를 앞세워 1쿼터를 26-21로 앞섰다. 그러나 삼성은 철저한 협력수비로 상대 공격을 끊고 서장훈과 스케일(18점 11리바운드)의 골밑 공략에 힘입어 역전에 성공하더니 2쿼터 중반 33-28까지 앞섰다.KTF는 3쿼터에서 현주엽(24점 10리바운드)의 ‘원맨쇼’로 재역전에 성공하고,4쿼터에서도 위기를 잘 넘겼지만 끝내 연장전에서 골밑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날 승부는 ‘백보드를 장악하면 승리한다.’는 농구 공식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KTF는 3점슛을 무려 13개나 성공시키는 막강 화력을 뽐냈지만 ‘장신군단’ 삼성의 높이에 무릎을 꿇었다. 삼성은 플레이오프 사상 최다인 56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위력을 보였다. ‘제2의 단테 존스’로 알려져 궁금증을 자아냈던 딕킨스는 초반에 엄청난 탄력과 정확한 야투로 팀 공격을 주도했지만 후반 들어 슛 성공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리바운드 참여가 부진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부산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감독 한마디 ●안준호 삼성 감독 전반에 불안했던 서장훈이 후반부터 골밑을 장악하면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연장전까지 가면서도 강력한 수비로 KTF의 공격을 82점으로 묶은 게 주효했다. 게이브 미나케가 빠졌지만 현주엽을 주축으로 한 KTF의 ‘3각편대’는 여전히 위협적이다. 수비를 좀더 정교하게 가다듬어 2차전에서 끝내겠다. ●추일승 KTF 감독 슛은 좋았는데 제공권에서 밀렸다. 우리 선수들이 큰 경기 경험이 별로 없어 너무 서둘렀다.2차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리바운드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다.
  • ‘신입사원’의 에릭, 문정혁 입니다

    ‘신입사원’의 에릭, 문정혁 입니다

    ■ ‘신입사원’은 어떤 드라마 ‘신입사원’은 최근 드라마의 트렌드인 ‘유쾌·통쾌·상쾌’ 공식에 충실한 작품. 하지만 단순히 가볍기만한 코믹물이 아니라 ‘시대 풍자극’을 표방한다. 드라마 줄거리 전개의 중심축은 삼류대학 출신 백수 강호가 전산착오로 대기업에 수석입사한 뒤 벌어지는 해프닝. 그러나 코믹한 내용과 함께 우리사회의 청년실업문제, 학벌지상주의 등을 신랄한 풍자로 꼬집는 시도가 돋보인다. 또 최근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재벌2세’가 나오지 않는 것도 특징. 에릭, 한가인, 오지호 세 주인공이 모두 어려운 집 출신으로 사회적 성공을 위한 갈등과 대결 구도는 배제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신입사원’의 에릭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편하게 느껴져요.” 톱스타 에릭(26·본명 문정혁)이 명품 정장을 벗고 싸구려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는다. 여태껏 브라운관을 통해 보여줬던 ‘백마탄 왕자’와 정반대 이미지인 ‘백수’로 변신, 안방극장으로 복귀한다. 그는 23일 첫 전파를 타는 MBC 새 수목드라마 ‘신입사원’에서 공부 빼고는 뭐든 잘하는 주인공 강호역을 맡았다. 취업 실패 후 당구장과 만화방을 전전하며 ‘백수’로 살다가 황당하게도 전산착오로 인해 대기업에 수석 입사하지만, 특유의 넉살과 개성으로 어려움을 돌파해나간다. 가수 출신 연기자인 그는 이전 두 드라마 ‘나는 달린다’와 ‘불새’에서 부족한 연기력을 커버하기 위해 주로 ‘이미지’로 어필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이번 역할을 소화해내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연기력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작품 선택에 앞서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대본과 캐릭터가 맘에 들어 출연을 결심했지만,‘과연 변신하는게 가능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적잖이 부담이 됐어요. 하지만 열심히 해서 캐릭터를 만들면 드라마도 성공하고 제 스스로도 발전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죠.”이전까지는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됐지만, 이번엔 무게를 잡다가도 금방 망가지는 모습을 표현해야 해 쉽지만은 않다며 미소짓는다. 이번 드라마에 임하는 그의 자세는 사뭇 진지하다. 가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연기자로 활동할 때는 ‘문정혁’이라는 한국 이름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미국 영주권도 포기했는데 영어 이름을 고수할 필요는 없죠. 노래 부를 때는 그룹 ‘신화’의 ‘에릭’이지만, 연기에 임할 때는 팬들에게 연기자 ‘문정혁’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의 연기 열정 또한 예전과 달리 무척 뜨겁다. 캐스팅이 결정되자마자 연기 선생님을 모시고 줄곧 합숙을 해왔다.“부족한 연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연기선생님과 한방을 쓰고 있어요. 밥 먹거나, 잠자리에 누워서도 서로 대사를 주고 받으면서 연습하고 있죠.”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자신의 숨겨진 모습도 선보이겠단다. 허술하고 빈틈투성이에다 장난치고 놀기 좋아하는 극중 강호의 모습이 실제 자신의 성격과도 비슷하다는 것. 그는 “그룹 활동할 때 새 앨범을 낸 뒤 6개월 정도 집에서 트레이닝복만 입고 뒹굴거리던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따로 연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가수 ‘에릭’과 연기자 ‘문정혁’ 가운데 어떤 것이 더 편하게 와닿느냐고 묻자, 그가 잠시 숨을 고른다.“아직까지 무대에서 노래하는 게 더 편해요. 가수보다 연기자로서 더 잘해낼 거라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모자라는 부분을 연습을 통해 인정받으면 더 의미 있지 않겠어요?” 결혼 계획을 묻자 그의 커다란 눈이 더욱 커진다. 그는 “극중 상대인 한가인씨가 결혼을 앞두고 있고, 가수 조PD가 결혼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결혼하고 싶다.”고 속내를 내비치면서도 “아직 여자친구가 없어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군대에 갔다와서 서른한살쯤 되면 결혼을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연기에 도움이 될까 싶어 배우 주성치가 출연한 코미디 영화와 만화 ‘열혈남아’를 꼼꼼히 챙겨 보고 있다는 그는 ‘의미있는 웃음’을 전해주도록 노력하겠단다.“극중 강호의 모습을 보고 청년실업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이 희망과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공직이 변해야 나라도 변한다] (13)정해룡 법무부 소년1과장

    [공직이 변해야 나라도 변한다] (13)정해룡 법무부 소년1과장

    2004년 11월 광주의 어느 정보산업고등학교 강당에선 예수의 생애를 그린 록뮤지컬 ‘가스펠’이 공연되고 있었다. 배우는 얼마 전까지 ‘안산 소년원’으로 불렸던 안산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다. 무대에 오르자 자신을 에워쌌던 어두운 그림자를 씻어내기라도 하듯 혼신을 다해 극에 빠져들어갔다. 연기자와 관객이 함께된 공연은 그들에게 전문배우로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주는 단초가 되기에 충분했다. 무대 뒤편에서 공연 내내 손에 땀을 쥐고 있던 정해룡(55)법무부 보호국 소년 제1과장은 막이 내리자 그제서야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비행 청소년들의 ‘대부’ 정 과장은 1979년 7급 공채 소년보호직의 길에 들어섰다. 지난 25년간 안양소년원장, 법무부 보호국 소년제2과장과 기획서기관을 거치면서 교화제도 혁신의 기반을 닦았다. 반세기 이상 어른들의 감옥과 다름없던 소년원을 학교로 탈바꿈시킨 주역이다. 소년원생들은 1990년부터 학교 교육을 받기 시작했지만, 대부분 학업에 흥미를 갖지 못했다. 일방적인 교육이 문제라고 진단한 그는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높일 방안을 생각했다. 체육, 연예 등 특기교육을 강화한 것이다. 영어와 컴퓨터과목도 개설했다.3000여명의 교육 자원봉사원도 모집, 교육의 질을 높였다. 정 과장의 노력은 2004년 소년원을 맞춤식 특성화 학교로 바꾸는 소년원법 개정으로 결실을 맺는다. 현재 서울지역 5개교를 포함해 전국 16개 특성화 중·고등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그는 “소년원의 폐쇄적 체계와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교정과 재범방지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학교로 바뀌면서 이들도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바탕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문제아’에게 특혜를 베푸는 것 아니냐.”,“예산 낭비다.”라는 지적도 있었다. 야심찬 계획이 실패할 것이란 우려도 많았다. 운동과목을 개설하자 ‘문제아들에게 싸움질마저 가르치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럴수록 그는 보다 많은 아이들을 더 자주 사회로 내보냈다. 가족과 사회와 접촉하는 기회를 늘리는 것이 교정의 출발점이라 믿어서이다. 가족관계를 회복시키고자 가정관을 만들어 청소년들이 보호자들과 숙식을 함께하도록 했다. 덕분에 모든 학생들이 영어말하기 대회, 스키캠프, 문화 공연장 등 외부활동에 참여했다.2003년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집을 지어 무주택 서민에게 제공하는 해비탯 운동에는 용접 등 관련 자격을 취득한 청소년 45명이 나섰다.“아이들은 ‘밖으로 내돌려도’ 우려하는 것처럼 도망가지 않더군요.”정 과장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각종 기술 교육과 창업지원제도도 강화했다. 그가 특성화 교육혁신을 지휘하면서 2818명이 취업하고 7166명이 컴퓨터 관련 전문 자격증을 획득했다. 컴퓨터 전문가가 된 청소년들이 설립한 벤처기업도 4개나 된다. 정 과장이 키운 아이들은 자신감을 얻고 사회와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고 한다. 6개월 이내 다시 비행을 저지르는 비율은 18.5%에서 9.9%로 1년 이내 재비행률은 33.2%에서 19.5%로 낮아졌다. 일본 NHK, 영국 BBC, 독일 ZDF 등에서도 다도예절, 악대반 등 학생 특별활동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일들로 그는 2000년 공공기관 혁신대회 3위 입상,2001년 제1회 법조봉사대상 수상이라는 영예도 안았다. 정 과장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를 짊어지고 있다.“가장 큰 장벽은 ‘전과자’란 낙인과 선입견입니다. 우리 사회가 한 순간의 실수를 ‘내 자식’의 일처럼 너그럽게 이해할 때까지 할 일이 많습니다.”그의 노력은 지금도 멈추지 않는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13일 TV 하이라이트]

    ●실험쇼 진짜?진짜!(MBC 오전 9시55분) 남자들은 텔레비전을 볼 때 귀머거리가 된다. 비밀은 바로 뇌구조의 남녀차에 있다.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잘 발달되어 있어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여자와 달리 남자는 한 가지 일에 깊이 집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실험쇼가 전격 검증에 나섰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후 1시25분) 급속한 경제성장을 해온 중국은 세계 환경오염의 주범이자 피해자다. 중국 정부는 양쯔강 중류에 댐을 건설해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맞출 예정인데, 댐 건설지 주변 6억명이 넘는 주민들은 전기공급뿐 아니라 환경파괴라는 선물까지 받게 된다. 과연 해결책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청소년 원탁토론(EBS 오후 6시10분) 지난해 2월 교육인적자원부가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야간 자율학습 실시 방침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과 학부모의 의견을 무시한 야간 자율학습은 여전히 잔존해 있다. 야간 자율학습의 선택권, 학습 환경과 효과 등 청소년이 생각하는 문제점을 이야기해본다. ●일요일이 좋다(SBS 오후 6시) 박준규 전진 홍경민 정만호 신정환 타블로 온주완 재우 황보 이지현 윤은혜 유니 최여진 혜령 강호동 공형진 등 16명의 멤버들이 엑스맨 찾기에 나선다.MC유의 무반주 한 평 테크노, 효자보이·전진의 카사노바 사랑댄스, 막무가내 보이즈의 특별공연 등이 펼쳐진다. ●비타민(KBS2 오후 10시5분) 안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빠져드는 음주병 알코올 중독에 대해 알아본다. 잦은 술자리로 인해 피할 수 없는 음주. 잦은 음주로 알코올을 해독하는 간은 점점 더 망가져 가고 있다. 그래서 나타나는 병 알코올성 간염. 알코올성 간염을 예방하기 위한 오늘의 위대한 밥상은 무엇일까?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자그마한 크기에 태극기가 새겨져 있는 종. 완벽한 형태가 지금이라도 은은한 소리를 낼 듯 한데 과연 이 종은 언제, 어디에서 사용됐던 것일까? 조선시대 선비들의 곁에서 문방사우와 함께 사용된 연적. 사각형 연적부터 복숭아 모양의 연적까지. 이들 도자기 4점 중에서 진짜를 찾는다.
  • 한국코미디영화 웃기긴 웃기는데 왜 허전할까

    한국 상업영화가 가뭄기에 들어선 이때, 두 편의 영화가 단비를 뿌릴 채비를 갖췄다.160억원에 당첨된 복권을 찾기 위한 모험을 다룬 ‘마파도’(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11일 개봉·추창민 감독)와 조직폭력배 부두목의 딸을 감시하려고 학생으로 위장잠입한 여형사를 그린 ‘잠복근무’(제작 마인엔터테인먼트·17일 개봉·박광춘 감독). 둘 모두 독특한 컨셉트와 캐릭터로 그럭저럭 관객을 웃게 만들지만, 매끄럽지 못한 이음새와 어설픈 코미디로 쓴 웃음을 짓게 하는 대목도 많다. 두 영화를 통해 많은 한국 코미디영화가 품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해본다. 두 영화 모두 캐릭터는 재미있고 풍성하다. 실수 연발인 비리 경찰 충수(이문식), 걸쭉한 욕설의 진안댁(김수미), 총각들 앞에서 한껏 멋을 내는 마산댁(김형자)등 ‘마파도’의 캐릭터들은 연기파 배우들의 힘을 빌려 생기발랄하게 관객들을 흡입한다.‘잠복근무’ 역시 김선아표 코믹 연기로 여형사의 캐릭터를 잘 살려냈고, 공유도 비밀을 간직한 멋쟁이 청년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맛을 선사한다. 하지만 근사한 캐릭터와 달리 내러티브에는 구멍이 송송 뚫렸다.‘마파도’의 큰 줄기는 복권을 찾는 것이지만, 다양한 캐릭터들이 부딪히는 좌충우돌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복권 찾기’는 뒤로 한참 밀렸다. 도대체 이들이 왜 마파도에서 그렇게 고생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 없이 캐릭터로만 밀어붙인 느낌이다.‘잠복근무’ 역시 조폭 부두목을 찾아서 지켜야 하는 본연의 내러티브는 부실하다.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의 치밀함보다는 김선아의 코믹연기에 비중을 두다보니, 코미디와 액션이 서로 겉돈다. 큰 줄기의 내러티브 속에서 다양한 코믹상황들을 가지치기하면서 웃음을 만들어내기보다, 배우들의 개인기를 살리는 캐릭터에만 주력하는 것이 한국 코미디영화의 가장 큰 문제. 여기에 덧붙여지는 것이 에피소드 위주의 코미디다. 부실한 내러티브 위에 그려진 캐릭터로 어떻게든 웃겨보려고 에피소드들을 끼워넣기 때문이다. ‘마파도’는 특히 온갖 에피소드들이 넘쳐난다. 쓸데없이 벌통을 건드려 도망가고, 실수로 화장실을 폭파시키고, 일하기 싫어 얼굴에 상처를 내는 등 짧은 만화적 설정을 짜깁기한 듯 에피소드들의 판을 벌였다.‘잠복근무’는 덜한 편이지만 화장실 문을 열려다가 쓰러져서 얼결에 키스를 하는 장면 등 웃음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끼워넣은 듯한 몇몇 장면들이 거슬린다. ‘웃음 뒤에 찡한 감동’은 한국 코미디물의 잘못된 공식 가운데 하나. 감동이라는 요소로 영화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올리려는 작가의식의 발로인지,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관객을 흡입하려는 상업적인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심각한 판단 착오다. 지난해부터 ‘가족’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서인지 두 영화는 모두 가족 관계에서 감동을 이끌어내려고 한다.‘마파도’는 복권을 갖고 튄 끝순이와 귀가 어두운 어머니의 사랑을 영화의 끝자락에 끼워넣었다.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갈 것 같았던 건달들이 이 생뚱맞은 감정코드에 갑자기 동조하는 모습은 설득력도 없을 뿐더러 영화의 일관된 톤도 무너뜨린다. ‘잠복근무’는 형사반장인 삼촌과 조카인 여형사, 조폭 아버지와 모범생 딸과의 사랑에 많은 비중을 뒀다. 가족때문에 슬퍼하는 이들의 모습이 ‘감동스러운’ 음악 위에 꽤 긴 시간 포커스가 맞춰지는데, 상투적인 감동을 강요받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 두 영화 모두 15세 관람가.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신용불량 굴레벗고 부르는 ‘희망가’

    신용불량 굴레벗고 부르는 ‘희망가’

    지난 8일 늦은 오후 서울 송파구 오금동 성내천 옆 경로당. 좁은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자 콘크리트의 싸늘한 한기가 두 볼에 닿는다. 4평 남짓한 작업실에서는 정찬명(40·송파구 마천동·장애 2급)씨가 하얀 입김을 뿜어내며 비누를 만들기 위해 발효액과 정제유를 뒤섞는 데 한창이다. “조금만 더 하자고. 납품은 맞추고 퇴근해야 되지 않겠어?” 창고에서 비누의 건조 상태를 조심스레 살피던 박창호(52·마천동)씨가 거들고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씨와 박씨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러나 신용불량자에서 오는 5월 어엿한 말띠 띠동갑 ‘사장님’으로 거듭 태어나는 이들의 손놀림은 한껏 가볍게만 보였다. ●10대때 상경, 공장서 일하다 병 얻어 카드빚 ‘잔뜩’ 박씨의 삶은 70∼80년대 소설의 도시노동자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19살 때 고향인 전남 진도에서 상경한 그는 벨트 공장에서 첫 일터를 잡았다. 이후 대형 슈퍼마켓에서도 일했지만 별다른 기술도 학력도 없던 터라, 본드 냄새가 진동하는 벨트 공장을 떠날 수가 없었다. 변변찮은 수입도 술값으로 날려버리기 일쑤였다.90년대 들어서는 가족들과 떨어져 별거에 들어갔다. 더욱이 박씨가 수렁에 빠진 것은 지난 2001년.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그는 카드로 생활비와 병원비를 충당했다. 어느덧 ‘신용 불량’이라는 딱지를 얻게 됐다. 박씨는 “카드 연체비를 사채를 끌어다 막다 보니 1000여만원의 빚은 어느새 6000만원까지 불어나 있었다.”고 씁쓸해했다. 정씨의 인생도 곡절이 많기는 박씨 못지않다. 선천성 심장병을 안고 태어난 정씨는 14살 때 왼쪽 신체마비마저 겪었다.18살 때 심장수술을 받았지만 왼쪽 팔·다리의 마비 증세를 떨쳐내지는 못했다. 20살이 돼 ‘밥벌이라도 하자.’는 심정에서 상경해 자개공장에서 10년 넘게 일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환란이 정씨의 발목을 잡았다.‘적금을 해서 그나마 사정이 낫다.’라는 구실로 공장에서 해고됐다. 성치 않은 몸으로는 재취업이 쉽지 않았다. 결국 “먹고살기 위해” 2000만원의 카드빚을 지게 됐고, 곧 신불자라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자활후견기관 도움 받아 보란 듯이 재기 이들이 ‘희망의 근거’를 발견한 것은 지난 2002년. 기초생활보상대상자인 이들은 동사무소로부터 송파자활후견기관을 소개받았다. 자활후견기관은 저소득계층에 적당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경제적 자활을 도와주는 곳이다. 박씨와 정씨는 오금동 송파자활후견기관에서 ‘EM비누’를 만들기 시작했다. 효모·유산균 등 80여종의 유용 미생물을 조합해 만든 복합체인 EM(Effective Microoganism)과 폐식용유를 섞어 만든다. 미생물이 주원료라 쉽게 자연분해가 되면서 무좀 치료와 모발 성장 효과도 있는 친환경 상품이다.20개들이 한 박스에 1만원으로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주문 방식으로 판매되는 EM비누는 2003년 말부터 효과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어요. 지난해에는 한달에 100박스 가까이나 팔렸죠. 일을 하면서도 사람과 자연을 살릴 수 있다는 자부심도 큽니다. 결국 3500여만원의 자활 기금을 마련할 수 있었죠.” 이들이 독자적인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5월. 당분간 장소나 원재료 등은 자활후견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엄연히 ‘기업’을 운영하는 셈이다. 박씨의 희망은 사업이 제자리를 잡은 뒤 가족들을 만나는 것이다. 정씨 역시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게 목표다. 이들은 “현실은 소박한 꿈을 이루기에도 각박하지만 ‘아파 본 사람이 아픔을 안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면서 “여유가 생기는 대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나누는 등 받은 것의 곱절 넘게 베풀며 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3월폭설 대란] 눈무게 얼마나 나가나

    ‘적설량은 헤비급, 피해는 경량급’ 강원도 영동지역에 최대 1m를 넘는 폭설이 내렸지만 피해는 그다지 크지 않아 이 지역 주민들이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다. 봄눈은 십중팔구 동해상에서 공기를 유입해 보통 습하지만 이번 눈은 건조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기상전문가들은 북쪽에서 진출한 고기압이 워낙 춥고 강하다 보니 공기중에서 물방울들이 꽁꽁언 채 그대로 내려 무게가 그다지 실리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워낙 많은 눈이 내리다 보니 무게를 이기지 못해 비록 주문진에서 5척의 배가 가라 앉고 20여동의 비닐하우스가 망가졌지만 적설량에 비하면 가벼운 피해라는 것이다. 동해안 명물인 소나무도 이번 폭설에는 그다지 피해를 입지 않은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1㎡에 1㎝의 눈만 쌓여도 그 무게는 3㎏이나 된다. 길이 20m인 비닐하우스에 50㎝의 눈이 쌓이면 그 무게가 10t 덤프트럭 3대가 올라간 것과 같은 30t이나 돼 금방 무너지게 된다. 주문진 어촌계장 김부영씨는 “1980년대초 2월 봄눈으로 주문진항에서만 50여척의 배가 가라앉거나 부서지고 설해목들이 산마다 허옇게 속살을 드러냈을 때와 비교하면 이번 피해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밥상용 배우’ 아닌 당당한 주연급 브라운관 ‘중견의 힘’

    요즘 안방극장의 지형도를 ‘중견의 반란’쯤으로 표현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한동안 10∼20대 중심의 트렌디 드라마가 범람하면서,‘얼짱’‘몸짱’을 내세운 신세대 스타들에 치어 브라운관 뒤편으로 밀려났던 중견 연기자들. 그들이 세월의 농익음에서 뿜어나오는 원숙미를 뽐내며 안방극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하고 있다. 희화화되거나 망가지는 등 단순 감초 역할이 아닌, 작품 전체를 이끄는 당당한 주인공으로 맹활약하는 등 브라운관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멜로드라마에서 오락프로까지 ‘점령’ 6일 오후 10시5분 방영되는 KBS 창사 78주년 특집드라마 ‘유행가가 되리’(극본 노희경, 연출 김철규)는 최근 브라운관을 관통하고 있는 ‘중견 코드’가 그대로 녹아 있는 작품. 청춘을 소진하고 어느새 세상의 뒤안길로 쓸쓸히 밀려난 우리네 ‘어른’들에게 훈훈한 위로의 시간을 마련한다는 게 기획의도다. 김철규 프로듀서는 “뛰어난 연기력과 풍부한 경험, 삶에 대한 철학과 연륜까지 갖췄지만, 나이가 들면서 ‘누구누구의 엄마·아버지’로 밀려나 젊은 스타의 배경이 돼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중견 연기자들을 위한 작품”이라고 강조한다. 늦바람이 든 중년의 부부가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는 모습을 진솔하게 그려낸 ‘유행가가 되리’는 박근형·윤여정 두 주인공을 필두로 연규진, 박원숙 등 연기파 중견 연기자들이 드라마를 견인한다. 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는 SBS 금요드라마 ‘사랑공감’‘(극본 전영실, 연출 정세호)은 중견 연기자의 매력을 톡톡히 실감할 수 있는 작품. 시청자들은 극중 주인공인 이미숙, 전광렬, 견미리, 황인성 등 중견 연기자들이 탄탄한 내공을 바탕으로 쏟아내는 ‘아우라’에 압도돼 감탄사만 연발하고 있다.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인기 시트콤 MBC ‘안녕 프란체스카’의 주인공으로 열연중인 심혜진이나, 안방극장의 ‘지존’인 KBS2TV 대하드라마 ‘해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수종과 채시라, 김갑수도 중견 연기자의 힘을 보란 듯이 과시하고 있다. 주말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KBS2TV ‘부모님전상서’,MBC ‘한강수 타령’의 인기도 고두심, 송재호, 김해숙, 김희애, 허준호 등 중견연기자들이 이끌고 있다. 그동안 젊은 연예인들의 전유물이 되다시피 했던 오락프로그램에서도 중견 연기자들의 힘은 빛을 발하고 있다. 출연 빈도가 늘어난 것도 그러하지만, 활약 또한 젊은 연기자 못지않다.KBS2TV ‘해피투게더’와 ‘비타민’,MBC ‘브레인 서바이버’와 ‘전파 견문록’,SBS의 ‘야심만만’과 ‘솔로몬의 선택’ 등 간판 오락프로그램에서 강부자, 임현식, 노주현, 조형기, 김을동 등 중장년 연기자들이 특유의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젊은 연예인 못지않게 내실 있는 웃음을 선보이고 있다. ●“신세대 위주 제작흐름에 시청자 염증” 이렇듯 중견 연기자들이 당당하게 제몫을 담당하는 작품들이 속속 선보이는 것은 “시청자들이 신세대 스타 위주의 획일적인 제작 흐름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방송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 특히 신세대 연기자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안정감과 원숙함 등 또 다른 매력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오기’에 가깝게 느껴지는 중년 연기자들의 당찬 각오들은 이런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게 한다.SBS 주간시트콤 ‘귀엽거나 미치거나’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의 농익은 연기력으로 찬사를 받고 있는 김수미는 “중견 연기자가 더이상 ‘밥상용 배우’(극중 가족들이 식사하는 장면에만 등장할 정도로 극 비중이 미미하다는 것을 비꼬아 부르는 표현)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 보이겠다.”고 밝힌다. ‘사랑 공감’의 이미숙도 “주인공이 나이로 결정되는 것은 정말 웃긴 일”이라면서 “중견 연기자들도 얼마든지 멜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나이를 거꾸로만 먹어 온 안방극장에 요즘 중견 연기자들이 보여주는 ‘세월의 힘’이 언제, 어느 정도까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왈패 여고생역… 확 망가집니다

    왈패 여고생역… 확 망가집니다

    탤런트 박선영(28)이 색다른 도전에 나섰다. ‘장희빈’,‘왕의 여자’,‘오!필승 봉순영’ 등을 통해 그동안 보여줬던 진지하고 무거운 캐릭터에서 탈피, 경쾌하고 발랄한 이미지로 연기 변신을 꾀하는 것. 그녀는 7일 첫 전파를 타는 KBS 2TV 월화 미니시리즈 ‘열여덟 스물아홉’(극본 고봉황·김경희, 연출 김원용·함영훈)에서 바람기있는 남편(류수영)과의 이혼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기억력이 퇴행, 몸은 스물 아홉이지만 정신은 열 여덟살에서 멈춘 천방지축 왈가닥 여고생 혜찬 역을 연기한다. “처음엔 이전에 했던 캐릭터와 너무 달라 걱정이 많이 됐어요. 하지만 제 나이 또래의 여성이 제 연기를 통해 한번쯤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출연을 결심했죠.” 지난달 28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박선영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잃어버린 청춘 시절을 회상시키며 삶에 잔잔한 여운을 전해주는 ‘성장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고 출연 각오를 다졌다. ‘열여덟 스물아홉’은 ‘쾌걸 춘향’의 바통을 이어받아 최근 안방극장의 유행 코드인 ‘청춘·명랑·로맨스’에 충실한 드라마. 그녀의 망가지는(?) 연기가 스토리 전개의 중심축을 이룬다. 하지만 그녀는 그같은 주위의 시선이 영 마뜩찮은 눈치다.“제작진은 ‘정통성에서 벗어난’ 연기를 하라고 주문하지만, 너무 가볍지 않은 드라마가 됐으면 해요. 그래서 겉으로 웃기면서도 속으로는 진지함을 잃지 않으려고 하죠.” 실제보다 9살이나 어린 고등학생역을 연기해야 하는 부담감은 없을까. 그녀는 “누구나 고등학교 때는 그런것 아니냐.”고 미소를 지으면서 “자율학습때 수업을 빼먹고 달아난 적도 있으며, 시험 보기가 싫어 핑계 대고 도망갔다가 나중에 선생님께 ‘자수’했는데, 되레 선생님이 눈물을 보이셔서 너무나 미안한 감정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며 자신의 학창시절을 소개했다. 그녀는 브라운관을 통해서는 스타 배우로의 입지를 확고히 했지만, 아직 스크린에서는 친숙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아직 못봤지만 영화 ‘말아톤’처럼 신체적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휴머니티 영화를 통해 인사 드릴거에요.”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초음파도 들을수 있다면 “잠도 못잔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범위가 좁다는 사실에 아쉬워할지 모르지만,‘천만의 말씀’이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는 소음, 나아가 공해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중 20㎐ 이하의 저주파를 들을 수 있다면 미세한 바람소리와 공기 입자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 등이 우리의 귀를 자극할 수 있다. 게다가 소리는 주파수가 낮을수록 더 멀리 전파된다. 때문에 8㎐의 낮은 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코끼리들은 몇 ㎞ 떨어진 상대와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따라서 서울에 사는 사람이 인천 앞바다에서 부는 밤바람 때문에 잠을 설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호랑이와 마주친 사람이 도망가지 못하고 떨고만 있었다는 옛날 이야기도 이같은 저주파와 관련이 있다. 단순히 무서워서 그랬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지만, 호랑이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는 18㎐ 이하의 저주파는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근육을 마비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람이 2만㎐ 이상의 초음파를 듣는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깜깜한 밤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기 위한 박쥐의 초음파(2만∼13만㎐), 바다에서 헤엄치는 돌고래의 초음파(15만㎐) 등이 고스란히 들리게 된다. 이와 함께 사람이 초음파를 들을 수 없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진 각종 초음파 제품들도 애물단지가 된다. 우선 쥐와 모기 등을 쫓는 초음파 퇴치기의 원리는 ‘시끄러워 못살게’ 만드는 것. 모기 퇴치기의 경우 피를 빠는 암컷 모기는 여름철 산란시기가 되면 수컷 모기를 피한다는 점에 착안, 수컷이 내는 소리와 가까운 3만∼5만㎐의 초음파를 발생시킨다. 초음파를 들을 수 있는 쥐 역시도 이같은 원리로 쫓아낼 수 있다. 초당 수만번 이상 진동을 반복하는 초음파는 물 분자의 응집력을 약화시켜 물 속에 들어 있는 물체의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 이같은 특성은 세탁기는 물론, 안경 세척, 과일·야채에 묻은 농약 제거, 치아의 치석 제거, 피부 미용 등에 두루 활용되고 있다. 또 수심을 측정하는 장비나 물고기의 위치를 찾는 어군탐지기 등은 파장이 짧은 초음파가 꺾이지 않고 직진 또는 반사만 한다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물질의 밀도 등에 따라 반사·흡수·투과율이 달라지는 특성은 초음파 진단기, 초음파 현미경, 비파괴검사기 등에 적용되고 있다. 즉 사람이 초음파를 듣는다면 이 제품들은 공사장 소음에 버금가는 소리를 낼 수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임플란트 치아도 리콜시대

    임플란트 치아도 리콜시대

    잃은 치아를 대신해 주는 임플란트 시술이 국내에 도입된 지 15년 만에 틀니를 대체해 대표적인 치과 진료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아직도 관리를 소홀히 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치과에서 상세한 안내를 외면하기도 하거니와 환자들도 일단 시술이 끝나면 사후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치조골이나 잇몸이 심하게 망가져 임플란트 사용 기간이 줄거나 심각한 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임플란트 치아의 수명 15년이상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사람은 해당 치과병원의 리콜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관리에 도움이 된다. 통상 성공한 임플란트 치아의 수명은 15년 이상이다. 치조골과 임플란트간의 접촉 면적이 늘어 견고하게 자리를 잡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도한 흡연이나 비정상적인 교합이 생긴 경우에는 부작용으로 임플란트 치아를 잃기도 한다. 이런 부작용이 두려운 사람은 임플란트 리콜프로그램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임플란트 관리는 물론 교합 상태 점검과 금연교육 등이 포함돼 있다. 리콜프로그램에 따른 정기검진은 첫 시술 1개월 후에 한번, 그 후에는 6개월마다 받는 게 좋다. 통상 임플란트는 5년간 치료보증제를 실시하는데,5년 동안 별 문제가 없고 관리가 잘 된다면 30년 이상도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관리 소홀 치아관리는 습관이어서 관리 소홀로 임플란트 시술을 한 사람은 이후에도 관리에 문제가 많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치아 대신 인공치아를 치조골에 이식해 고정하는 임플란트는 정상적으로 자리잡으면 자연치아와 유사한 저작력을 갖지만 잘 관리하지 않으면 임플란트 주위에 세균막인 ‘플라크’가 생성되며 이 상태에서 방치하면 임플란트 주위염으로 진행, 치주염처럼 치조골을 파괴하기도 한다. 초기 임플란트 주위염은 약물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나 신경이 없는 임플란트의 특성상 통증을 못 느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증세가 심각하게 발전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경우에는 염증과 함께 광범위한 골파괴가 진행돼 수술을 하거나 보철물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임플란트에서 생기는 문제 자칫 임플란트의 나사가 풀려 상부 보철이 흔들리면 임플란트 시술이 통째로 실패할 수 있으며, 임플란트 주위염으로 치조골이 파괴되기도 한다. 또 이갈이가 심한 경우에도 임플란트가 실패할 가능성이 커 별도의 보호장치를 이용해야 한다. 임플란트 시술 환자는 금연도 필수. 흡연자는 금연자보다 임플란트 실패율이 10배나 높다. ■ 도움말 명우천 지오치과 원장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비운의 ‘팔팔이’ 드라마같은 60일의 기록

    비운의 ‘팔팔이’ 드라마같은 60일의 기록

    한 마리 야생 삵의 드라마틱한, 비극적 삶이 심금을 울린다. 어쩌면 운명이 이리도 기구할까 싶다. 차량에 치여 뇌를 다쳐 야성(野性)을 잃은 뒤 치료와 재활훈련 끝에 어렵사리 야생(野生)으로 돌아갔지만 애초 사고장소에서 로드킬(road-kill)로 숨졌다는, 소설 같은 ‘실화’다. 마력 같은 귀소본능(歸巢本能)에 이끌려 산 넘고 물 건너 수십㎞를 달린 ‘고향길 행로’도 생생하게 밝혀져 애절함을 더했다. 전북 남원시 운봉읍 지리산국립공원 북쪽에 가로놓인 88고속도로. 차량 바퀴에 짓눌려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든 삵(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의 사체가 지난 14일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로드킬(서울신문 1월31일자 1면 참조) 실태조사팀의 눈에 들어왔다. 하루에도 몇번씩 야생동물의 사체를 봐왔지만 현장을 둘러보곤 깜짝 놀랐다. 위치탐지용으로 사용하는 ‘전파발신기’ 목걸이가 부서진 채 발견됐던 것. 숨진 녀석은 두달 전, 바로 같은 장소에서 만났던 ‘팔팔이’였다. ●88고속도서 교통사고… 치료후 방사 팔팔이는 지난해 12월16일 같은 장소에서 소형 트럭에 정면으로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를 목격한 한국도로공사 순찰팀이 로드킬 조사팀에 연락해 팔팔이와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 최태영 선임연구원은 “혼절한 상태여서 살아날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았지만 혹시나 싶어 순천에 있는 야생동물구조센터로 데려갔다.”고 한다. 엑스레이 촬영을 해보니 두개골을 비롯한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뇌에 심각한 기능장애가 생겼다. 눈동자가 완전히 풀린 데다, 몸을 제대로 가누질 못했다. 야생동물구조센터 조광일 원장은 “비틀대며 간신히 일어서도 한 쪽으로만 몸이 돌아가는 이른바 ‘서클링(circling) 현상’ 등 전형적인 뇌진탕 증상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엑스레이 사진에 나타난 뼈의 성장판 흔적과 성기 관찰 결과 생후 8∼10개월된 암컷으로 판명됐다. 야생상태에서 삵의 수명은 통상 10∼15년. 아직은 한참 어린 녀석이다.“88고속도로에서 만났고, 앞으로 팔팔하게 살아가라.”는 의미에서 ‘팔팔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처음엔 “회복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다.”(조 원장)고 한다. 하지만 영양제 주사를 맞으며 보름여 치료를 받자 차츰 기력이 살아났다. 그러나 성격은 양순하기만 했다. 먹잇감으로 살아있는 쥐를 던져줘도, 사람이 다가가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무릎에 올려놓고 쓰다듬으면 스르르 잠들 정도로 온순했다.“뇌진탕 충격으로 야성을 잃어버린 것”(조 원장)이다. 퇴원 후 전남 구례의 야생적응장으로 옮긴 뒤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살아있는 쥐를 잡거나 공중으로 치솟아 메추리를 낚아채는 등 행동도 점차 기민해져 갔다. 최 선임연구원은 “행동이 다소 부자연스러웠지만 먹이를 물고 도망가거나 사람을 피하는 경우도 잦아져 야생으로 돌아갈 때가 됐다고 판단해 전파발신기를 채운 뒤 풀어주었다.”고 말했다. ●지리산 자락에서 야성 회복 팔팔이는 지난달 10일 지리산국립공원 남서쪽 자락에 방사됐다. 교통사고를 당한 88고속도로 인근에 위치한 고향집과는 직선거리로만 30㎞나 떨어져 있다. 팔팔이는 한동안 방사된 장소에서 반경 5㎞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채 정처없이 돌아다녔다. 눌러앉아 살 만한 서식처를 고르는 것인지, 먹이를 구하러 다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조사팀은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팔팔이의 행로를 전파발신기 장치와 위성 위치감지시스템을 통해 구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조사팀이 설치해 둔 무인 카메라에는 숲 속에 홀로 앉아 숨진 고라니의 몸통을 뜯어먹거나, 인근 민가에서 훔쳤음 직한 생선을 먹는 장면도 포착됐다. 간혹 조사팀이 먼 곳에 서 있어도 금세 인기척을 느끼고 도망가곤 했다. 야성이 거의 회복되었다는 증거다. 그러나 낯선 장소에서의 야생생활은 고달팠을 것이란 추정이다. 국립환경연구원 유병호 동물생태과장은 “삵은 분비물이나 냄새 등을 이용해 반경 0.5∼1.5㎞ 정도로 자기 세력권을 형성하는데 외부 침입자가 들어올 경우 싸움이 나 약한 쪽이 쫓겨난다.(팔팔이가)나이가 어려 자체 세력권을 형성하지 못하고 싸움에서 밀려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귀소본능 그리고 비극적 최후 이 때문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귀향을 염두에 두었던 것인지, 방사된 후 20여일 동안 원을 그리듯 빙빙 돌던 팔팔이의 행로가 지난 2일 돌연 직선으로 바뀌기 시작했다.“이때부터 한쪽으로 방향을 잡더니 무서운 속도로 북상하기 시작했다.”(최 선임연구원)고 한다. 원래 서식지이던 남원시 운봉읍 근처 88고속도로가 가까워지면서 더욱 속도를 냈다. 지난 7일엔 지리산에서 뻗어나와 남원과 구례를 가르는 해발 700m 밤재 자락에 도착해 서둘러 능선을 넘은 뒤 10일엔 교통사고가 났던 지점에서 불과 100m 떨어진 들판에 도착한 사실이 확인됐다. 설 연휴 뒤인 지난 11일엔 원기왕성하게 들판과 산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조사팀의 망원렌즈에 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팔팔이를 마력처럼 끌어당겼음 직한 귀소본능은 끝내 비극으로 끝났다. 팔팔이가 보내오는 전파발신기의 신호음이 지난 14일 갑자기 끊겨 버린 것. 조사팀은 두달 전 사고를 당했던 88고속도로의 같은 지점에 팔팔이가 도로 바닥에 거의 달라붙다시피 한 채 숨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팔팔이는 어떻게 고향을 찾아갈 수 있었을까. 수백㎞를 항해해 제자리를 찾아가는 철새 등의 신비로운 이동능력은 오래 전부터 연구대상이었다. 국립환경연구원 김진한 박사는 “동물의 귀소본능과 이로 인한 이동능력은 다양한 메커니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귀소본능이 강하기로 유명한 비둘기의 경우 “인간이 만든 도로를 기억해 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발표도 있다. 서울대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김영준 박사는 “(팔팔이의 귀향은)귀소본능에 따른 의도적 행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어떤 감각을 이용해 고향을 찾아갔든 야생동물의 존재적 본질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與 당의장 선거 벌써 ‘거품’

    與 당의장 선거 벌써 ‘거품’

    ‘이긴 사람 우리편.’ 열린우리당 당의장 출마후보군의 윤곽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의원별 후보 지지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의원 한 사람이 여러 후보의 출마선언 때마다 ‘겹치기 출연’하는 경우도 많아 눈길을 끌었다. 강기정 의원은 염동연 의원의 출마선언 때 사회를 봤고, 장영달 의원과 송영길 의원의 출마선언 때도 자리를 함께 했다. 선병렬 의원은 장영달 의원과 유시민 의원, 한명숙 의원 모두를 지지한다. 이밖에 이종걸·박영선·유필우 의원 등 10여명의 의원들이 여러 후보들에게 지지를 보내는 ‘후덕함’을 과시했다. 후보간 차별성이 두드러지지 않는데다 후보들의 간곡한 지지 요청을 떨치기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복 지지 자체가 ‘계보 선거’가 아님을 방증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개혁파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개혁을 기치로 내세운 후보는 물론, 가치관이 다른 ‘실용’을 외치는 후보들조차 지지를 부탁할 때는 몹시 곤혹스럽다.”면서 “마지못해 ‘도와드리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고 후보별 중복 지지에 거품이 있음을 인정했다. 당내에서는 이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비판의 화살은 지난 20일 맨처음으로 출마 의사를 공식화한 문희상 의원이 의원들 15명을 세워놓고 진행했던 기자회견으로 겨눠진다.‘병풍 정치’,‘낡은 계보정치의 답습’이라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대해 신기남 의원은 27일 “후보별 선대위는 ‘조직 중심의 세몰이’와 ‘세력간 합종연횡’ 등 낡은 계보정치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의원중심, 당내 명망가 중심의 선대위를 해체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의원들 중에는 여러 후보자 측으로부터의 중복 요청으로 인한 고충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원웅 의원 역시 “아직도 낡은 동원정치 방식으로 선대위를 조직해 여러 명의 본부장, 대변인, 비서실장까지 두고 세몰이를 한다.”며 선대위 해체 주장에 힘을 보탰다. 박록삼 김준석기자 youngtan@seoul.co.kr
  • [재계 인사이드] 애경 장영신 회장 ‘성공 스토리’

    [재계 인사이드] 애경 장영신 회장 ‘성공 스토리’

    “나는 어려운 위기에 처했을 때 운이라든가 여자임을 내세워 도망가지 않고 운명을 거슬러 올라가려고 애를 썼다.”한국 기업 최초의 여성 대기업 총수인 애경그룹의 장영신(69)회장이 늘 하는 말이다. 경영학자들로 구성된 한국경영사학회가 최근 장 회장에 대한 연구 단행본을 발간,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단행본에는 장 회장 생애·경영이념, 경영혁신활동과 경영전략, 사회적 책임 등 논문 6개가 수록돼 장 회장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엄격히 말하면 애경의 창업주는 장 회장의 남편 고 채몽인씨다. 하지만 경영학자들은 남편 뒤를 이어 CEO가 된 장 회장이 어떻게 ‘경영의 천애고아’에서 ‘경영의 어머니’가 됐는지를 이 단행본을 통해 설명하며 그를 실질적인 애경의 창업주로 규정하고 있다. 1970년 남편이 갑자기 타계했을 때 그의 나이 35세. 네 아이의 어머니로 평범한 주부에 머물던 그는 경영에 관여하던 친오빠와 경영층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접 경영에 나섰다. 오로지 그의 친정 어머니만이 “너의 결심이 그렇다면 해봐라. 내가 도와주마.”라며 살림을 맡고 아이들을 키워 줬다. 경리학원에서 복식 부기를 수강하며 경영을 배워 나갔던 그는 당시를 “이대로 잠자리에 들어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회고할 정도로 힘든 고난의 시기를 보내야만 했다. 그가 애경 사장 취임 당시인 72년 매출총액이 23억원에 불과하던 것이 2003년 1조 6000억원으로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비누 제조 기업에서 생활용품, 화학사업, 유통부문을 3대 축으로 하는 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굴지의 기업이 된 것이다. 그런 애경의 성장 이면에는 장 회장의 기업가적 도전 정신에서 비롯된다고 이 논문은 지적하고 있다. 그의 이런 도전정신은 경기여고 시절 친구들중 가장 먼저 유학시험에 합격하고 풀 스콜러십으로 미국 체스넛 힐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장학금을 계속 받기 위해 한동안 누워서 잠을 잔 적이 없을 정도로 피나는 노력을 했었다. 대학 3학년때는 합창단에 들어가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프리마돈나 역을 맡아 필라델피아 오페라하우스와 협연하는 예술적 재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경영자가 되려는 여성들에게 ▲건강 ▲근면 ▲일에 몰두할 수 있는 가정환경 조성 ▲인내와 도전 ▲전문적인 지식 ▲자금조달능력 ▲담력 ▲조화를 이루려는 미덕 ▲사업보국하려는 가치관 등 9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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