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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속의 창] 고무신 환생기

    [민속의 창] 고무신 환생기

    글 김형국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집에서 고무신을 즐겨 신는다. 땅집 마당에 나설 때도 그렇지만, 집안 화장실에서도 슬리퍼 대신 고무신을 신는다. 그것도 검정 고무신. 값싼 데다 색깔이 무던해서다. 동네 목욕탕 나들이에도 맞춤한 편의품이다. 나로선 무심한 발길이지만 이웃 사람들의 눈길이 느껴질 때도 있다. 냉장고가 있는 데도 우물에 재웠다가 수박을 먹어야 제 맛이라 우기는 별종 복고풍이라 여겨서라기보다, 고무신을 신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과거가 생각나기 때문에 특히 노장층들이 눈여겨보지 싶은데, 그때마다 나는 딴청이다. 1960년대에 들어 운동화와 구두가 우리의 생활신발이 되기 이전만 해도 그 큰 자리는 고무신 차지였다.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 돌아오면 집안 어른은 명절빔으로 남녀노소 가족들의 고무신 장만을 빠뜨리는 법이 없었다. 고무신의 등장은 우리 전통 민생에 견준다면 일대 생활혁신이었다. 먼 길을 가자면 여러 켤레를 준비해야 했던 짚신과는 달리, 고무신은 훨씬 질겨 오래 신을 수 있는 실용성에다 비가 내려도 물이 새지 않는 기능성이 여간 신통하지 않았다. 재야 사학자 이이화(李離和)의 고증에 따르면 고무신은 처음 일본 고베의 신발업자가 조선의 갖신, 짚신의 모양을 본받아 고안한 것이라 한다. 구두와는 달리 윗부분은 드러내놓고 아랫부분은 감싸는 모양이 특이했다. 남성용은 짚신을 본떠 코를 펑퍼짐하게 만들고, 여성용은 마른신을 본떠 뾰족하고 좁게 만든 것이 아름다웠다. 이 땅에 고무신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22년 8월 5일이었다. 이날 대륙고무공업회사가 ‘대장군표’ 고무신을 생산·출시하자 당장 히트 상품으로 각광을 받는다. 출시와 동시에 순종에게 진상한 까닭에 임금이 고무신을 신은 최초의 한국인으로 기록된다. 이 인연으로 고무신 광고에 왕실까지 동원된다. 1922년 9월 21일자 제조업체의 판촉 신문광고는 “고무화를 출매(出賣)함에 있어 이왕(순종)께서 어용(御用)하심에 황감함을 비롯하여 여관(女官) 각 위의 애용을 수(受)하야…”라 적었다. 궁녀들의 주문도 답지했다는 말이다. 여기에 질세라 1932년에 창업한 경성고무공업회사의 ‘만월표’ 고무신도 비슷한 판촉을 편다. “이강 전하(순종 동생인 의친왕)께서 손수 고르시어 신고…”라는 문구의 광고인 것. 히트 상품답게 경쟁업체 간에 광고전이 치열했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때때로 고무신은 품귀현상을 빚었다. 고무신 색깔은 흰색, 검정색 두 종류였다. 남녀와 신분을 가리지 않고 신고 다녔다. 저급 고무로 만든 검정 고무신은 값이 싸서 도시 빈민이나 농민들도 애용하는데, 고무신을 신은 것만 보면 대감인지, 장사꾼인지, 아니면 백정인지를 구분할 수 없었다. 시쳇말로 양극화 해소의 극치라 할만했다. 일상화된 고무신은 우리의 복식에도 점잖게 한몫한다. 해방 전후로 백색 구두와 짝을 맞추던 극소수 멋쟁이들말고는 우리의 미감(美感)은 남녀 가리지 않고 한복에는 고무신이 제격이라 알았다. 제3공 시절의 유명 재야운동가 함석헌(咸錫憲, 1901~1989)옹의 복색이 항상 그랬다. 백발에 흰 수염을 휘날리며 흰 두루마기를 입고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라는 그의 책 제목처럼 흰 고무신을 신고 길을 나선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세상이 ‘4백(白)’을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여길 만도 했다. 고무신이 우리 생활에 파고든 것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놀이 감이 되기도 했고, 세상인심의 한 비유가 되기도 했다. 고무신이 놀이 감이 된 사연은 그 시절이 그만큼 궁핍했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마땅한 장난감이 없었던 아이들은 곧잘 고무신 한쪽을 접어 다른 쪽에 쑤셔 넣고 장난감 탱크 또는 장난감 기차를 만들어 모래밭, 흙밭에서 놀거나, 냇물에 신발을 배로 삼아 띄웠다. 성인들도 상황은 비슷했으니 우리 미술 현대사에서 기인으로 알려졌던 서양화가 장욱진(張旭鎭, 1917~1990)과 그를 따르던 후배들의 행각은 기상천외했다. 막걸리 말술을 앞에 놓고 장욱진은 신고 다니는 고무신을 벗어 거기에다 막걸리를 부어 벽촌(僻村) 화실로 찾아온 후배들과 함께 마신다. 그때마다 짓궂게도 고무신 바닥에 붙은 때를 손가락으로 밀었는데, 제자 가운데 아무도 그 짓이 비위를 상하게 한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런 술을 마셔야만 스승 같은 좋은 화가가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고무신이 널리 애용된 나머지 거기에 얽힌 민담(民譚)도 그 시절에 생겨난다. “고무신, 거꾸로 신다”는 속담이 그것. 언어가 될 정도로 우리 일상에 깊이 파고들었다는 증좌다. 부녀가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았거나, 사는 게 힘들어 도망가는 경우를 일컫는 비유였다. 다른 신발과는 달리 고무신은 신축성이 좋아서 거꾸로 신을 수도 있는데다, 신발자국이 밖으로 간 것이 아니라 집으로 들어온 것처럼 흙바닥에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좀더 멀리 도망갈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이것이 유래가 되어 사람의 변심 특히 여자의 변심을 일컬어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고 했다(”복식으로 통해 보는 여권 신장의 의미”, 《경향신문》, 2004년 9월 18일자). 고무신의 역사는 1922년 대륙고무의 ‘대장군표’ 고무신, 1932년 경성고무의 ‘만월표’ 고무신에 이어 1948년에 국제상사의 ‘왕자표’ 고무신으로 이어진다. 고무신에서 출발한 우리나라 신발산업은 국제상사를 선두로 1960년대에 운동화 생산에 뛰어들면서 당시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톡톡히 효자 노릇을 했다. 효자 수출상품에 그치지 않고 운동화는 단번에 우리 일상을 파고들었고, 구두도 그 대열에 합류하면서 고무신은 그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일제 때의 초우량 기업 경성고무도 하는 수없이 1976년에 스포츠화 전문메이커로 전환해서 시대의 흐름에 뒤지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1990년 9월 초에 문을 닫는다. 고무신의 시대가 혜성처럼 다가온 지 68년 만에 끝났음을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제 고무신은 어쩌다 시골 장날에나 만들 수 있는 추억의 물건이 되었다. 그나마 중국에서 수입한 것이다. 세상사, 영고성쇠가 숙명인 것. ‘하찮은’ 고무신도 생멸(生滅)이 이렇게 극명하니, ‘고무신 무상(無常)’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절명(絶命)했던 고무신이 돌연 환생했다는 소식에 나는 진작 헤어진 첫사랑의 편지를 받아든 기분이다. 10월 중순에 ‘2006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 마련한 기획전에 국내작가 16명과 독일 작가 13명이 고무신을 새롭게 디자인한 ‘고무신 구두’들을 선보인 것. 고무신이란 우리의 문화적 유전인자가 끈질김을 실감한다. 디자인은 고무신 ‘귀신’을 그 모양의 구두로 돌아오게 하려는 의도라 하지만, 내 보기엔 생활용품으로서 수명이 다한 고무신의 조형을, 영어 좋아하는 누구의 말처럼, ‘판타스틱한 작품’으로 환생시킬 수 있는 묘안 탐색으로 보인다. 서울올림픽 주경기장이 우리 도자기 선에서 모티프를 따왔던 것처럼, 이를테면 남자 고무신의 선을 따온 아름다운 건축 등이 생겨날 개연성도 기대해봄직하다. 꽤 오랫동안 우리의 발길을 편안하게 담아준 고무신의 미덕을, 그 무엇이 되었든, 현대적 용기(容器)로 되살린 좋은 본보기를 만날 날도 멀지 않았다.     월간 <삶과꿈> 2006.12 구독문의:02-319-3791
  • [이두한 원장의 건강이야기] 치질은 무서운 병?

    남에게 정말 감추고 싶은 병이 바로 치질이다. 명칭부터 좀 그렇다. 질환에 대한 의학지식이 부족한 옛날에 항문에 생기는 모든 질환을 통칭 ‘치질’이라 부르던 습관에서 유래된 것인데, 그 때 ‘치질’이라고 하던 질환이 바로 치핵이다. 치핵은 항문 입구와 그 안쪽의 혈관과 살이 필요 이상으로 늘어나서 생기는 질환이다. 배변을 수십년간 되풀이하다 보면 혈관이 팽창해 조금씩 혈관과 살이 늘어나는 것이다. 풍선을 여러 번 되풀이해 불다 보면 나중에는 아예 힘없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치핵은 나이가 들수록 많아지고 커져 결국은 항문이 빠지고, 피가 나며, 간혹 퉁퉁 붓는가 하면 몹시 아프기도 하다. 옛날 이집트 시대에는 달군 쇠로 삐져나온 살을 지지는 응고법이 시행되었다. 이런 치료법이 이 후 많은 사람들이 항문 질환을 치료하는데 겁을 먹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 후 지금까지 수많은 치료법이 개발되었으나 대부분 도태되고 이제는 작은 치핵의 경우 고무밴드로 묶거나 적외선으로 응고시키는 방법으로, 규모가 큰 치핵은 수술로 말끔히 제거한다. 이전에는 수술 후 몹시 아프고 치유 기간도 길었으나 요즘은 방법이 정교해 통증이 그리 심하지도 않다. 아직도 치핵 수술에 대한 공포 때문에 치료를 미루거나 엉뚱한 치료를 받다가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선배는 14년 전 수술없이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는 말에 넘어가 치핵에 살을 썩게 하는 독약 성분을 주사했다가 항문이 썩는 바람에 항문이 새끼손가락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좁아지고 말았다. 결국 항문을 넓히는 수술을 받고서야 겨우 변을 볼 수 있게 됐으나 그 때 괄약근이 망가져 아직도 변을 제대로 참지 못한다. 또 한 사람은 항문에서 피가 나는 것을 수년이나 방치하다가 직장에 암이 생겨 인생이 바뀌기도 했다. 치핵이 당장 목숨을 위협하지 않는다거나 부끄럽고, 겁이 난다고 방치하거나 엉뚱한 치료를 하면 큰 코를 다칠 수 있다.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항병원장
  • 판사(判事)님도 검사(檢事)님도 몽땅 가짜 였네

    판사(判事)님도 검사(檢事)님도 몽땅 가짜 였네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동 37번지. 하루 평균 2만명의 사람들이 억울한 사연, 골치 아픈 사연을 갖고 찾아드는 곳이다. 대법(大法) 고법(高法) 지법(地法), 대검(大檢) 고검(高檢) 지검(地檢)이 자리잡고 있는 이 곳은 언제나 사람과 법(法)이 씨름하는 장소. 이 서소문동 37번지엔 법의 허점을 악용하는 야바위꾼들도 많다. 가짜판사, 가짜검사에서 가짜입회 서기, 심지어는 가짜 사동까지. 걱정하는 제소인(提訴人)을 만나자 “사촌은 검사, 매부는 판사” 5월 7일 서울지검 수사과는 검사를 사칭, 소송 중에 있는 사건을 잘 처리해 준다고 속여 14만원을 받아먹은 최경섭(崔庚燮·36)을 법률사무 취급 단속법 위반과 공무원자격 사칭 혐의로 구속했다. 그러나 최를 수사하던 수사관들은 최와 공모한 자 중에 가짜판사 박몽규(朴夢圭·43·도주) 가짜 입회서기 양(楊)모(44·도주) 심지어는 가짜 법원 사동 이(李)모양(19·D여고생)까지 있는 것을 알아내고 깜짝 놀랐다. 이들 가짜 4인조는 가짜 「이동법정」을 만들어 법을 잘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을 등쳐왔던 것. 이들의 끄나불로서 「건(件)」을 물어오는 「브로커」역에는 주범 최의 일가인 최원영(53)이 앞장섰다. 지난 2월부터 법원주변의 사건「브로커」 소탕작전을 벌여오던 수사관들도 이처럼 치밀, 완전 무결한 가짜 5인조를 잡아내기는 이번이 처음. 자기 할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땅 3천90평(싯가 6천만원 상당)을 사기 당한 장(長)모씨(48·서울영등포구 신림동 85)는 민사소송 3년에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그런 어느 날 명동 어귀에서 친구 L씨를 만났다. 장씨는 L씨에게 자기의 억울한 사연을 호소했다. 그러자 L씨와 동행중이던 최원영은 『그런 일이라면 우리 사촌이 검사고 매부가 판사니까 걱정말라』며 장씨앞으로 바싹 다가 앉았다. 최는 장씨에게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의 비용은 내가 댈 터이니 끝나거든 50만원만 내라』고 제의. 6천만원짜리 재산을 날리게 된 장씨는 구세주를 만난듯 최의 제의를 받아 들였다. 다음날 장씨는 최의 소개로 검사라고 사칭하는 최경섭을 법원주변 다방에서 만났다. 최경섭은 장씨의 하소연을 점잖게 다 듣고 나더니 『그런 일 같으면 걱정 마시오. 우리 매부가 박몽규판사니 이따 저녁때 술이나 한잔 사면 잘 해결될 거요』했다. 자기 이름 석자도 제대로 쓸줄 모르는 장씨는 이 가짜검사를 연방 『영감님, 영감님』하며 굳게 믿었다. 이 날 저녁 서울 청진동에 있는 「백양관」이란 술집엔 술상이 벌어졌다. 가짜검사 최경섭이 가짜판사 박몽규를 데리고 나타나 연방 『영감님』하고 받드는가 하면 가짜 입회서기 양은 최를 보고 『검사영감』이라고 불렀다. 최일당의 「쇼」는 어찌나 완벽했던지 장씨에게 『판사영감이 사건당사자와 함께 술마시는걸 좋아 안하니 옆방에 가 있으라』고 하며 「브로커」최와 함께 옆방에서 따로 술상을 받게 했다. 장씨가 가만히 들으니 가짜 최검사가 가짜 박판사에게 자기 소송사건을 얘기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 판사 역시 『좀 어렵겠지만 최검사 하고 같이 하면 안되겠소?』하며 너털웃음. 장씨는 술값이 몇10만원이 되어도 억울하지 않을 기분이었다. 최 일당은 한수 더떴다. 술좌석이 한창 무르익고 「호스테스」들의 웃음소리가 낭자할 무렵 여고학생복을 입은 이양이 장씨방에 나타났다. 도장찍은 백지 주었더니 상대방 돈받고 소송취하 『여기 저희 박판사님 계시지요?』 장씨가 웃방에 있다고 알려주니 이양은 그 방으로 건너가 지방법원장이 밤에 댁으로 전화해 달란다고 전했다. 장씨는 이말을 듣자 『행여… 』하던 의심까지 깨끗이 없어져 버렸다. 이들은 이 날밤 「백양관」을 나오며 『기분이 그렇지 않으니 2차 해야겠다』고 해서 장씨는 또 1만원을 주었다. 이래서 이 날 술값 지출은 4만원. 이런 술 좌석이 대여섯번 계속되었다. 그 때마다 『공탁금을 걸고 시작하자』느니, 『사기로 형사소송부터 걸자』느니 장씨로선 알아 듣지도 못할 소리를 지껄였다. 마침내 가짜 최검사는 박에게 주어야겠다며 14만원을 요구. 장씨는 돈을 얻어다 최에게 주었다. 그러자 최는 백지 두장을 내어 놓으며 『이제 다 되었으니 도장만 찍으라』고했다. 장씨는 그대로 도장을 눌렀다. 며칠뒤 법원에 간 장씨는 깜짝 놀랐다. 3년째 계류중이던 자기의 민사소송이 자기 이름으로 깨끗이 취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덜컥 의심이 난 장씨가 검사, 판사명단을 뒤져보았을때 이들 일당의 이름은 하나도 없었다. 가짜에 속아 돈뺏기고 소송까지 취하당했으니 꿩잃고 알 잃은 셈. 장씨에게서 백지도장을 받은 최일당은 장씨의 민사소송 상대방을 찾아가 소송취하를 조건으로 또 돈을 받아먹고 소송을 취하해 버렸던 것. 결국 장씨의 고발로 주범인 가짜검사 최는 쇠고랑을 차게 되었지만 공범인 박, 양등은 도망가고 말았다. 이들 가짜 5인조는 모두 사법서사 사무소의 사무원 출신들. 그래서 까다롭고 알기 어려운 법의 맹점을 이용, 선량하고 법을 잘 모르는 소송 당사자들을 등쳐온 것이다. 사법서사 사무소 출신 등 법률 좀 아는 것을 기화로 법원주변을 돌아다니는 이런 법원야바위꾼들중엔 전직 경찰관, 전직 변호사사무소, 사법서사사무소의 사무원, 전직 법원직원이 대부분이다. 5월 9일 구속된 김동주(金銅柱·58)는 현직 S변호사회 사무장으로서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구속된 박모씨를 석방시켜 준다는 조건으로 10만원을 받어먹고 덜컥. 그런가 하면 역시 구속된 허복만(許福滿·37·서울 성북구 중곡동 150)은 전국을 무대로 지난 4월에도 이모씨를 석방시켜 준다는 조건으로 45만원을 우려먹다가 구속. 5월 9일 구속된 윤석문(尹錫文·44·서울 용산구 보광동 산6) 역시 허와 같은 사법서사 사무원출신으로 사문서위조로 구속된 김모를 적부심에서 풀어 준다고 15만원을 받아 먹고 피해자의 고발로 잡혀 들었다. 이들은 모두 법원주변을 무대로 선량한 사람들을 등쳐 오던 법원기생충들. 결국은 법에 의해 교도소 신세를 지게 되었지만 이밖에도 억울하게 이들 기생충에게 피해를 입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법원주변에서 서성거리다가 가까이 다가와 친절을 보이며 사건내용을 묻는 사람은 1백명이면 1백명 모두 이런 유의 악덕 「브로커」란게 서울지검 수사관들의 얘기.
  • 유괴범과 父子같은 생활 4년간의 미스터리

    미국 미주리주에서 4년 6개월 전 실종된 소년이 유괴범의 집에서 무사히 발견됐다. 가족들은 ‘기적같은 일’이라며 기뻐했지만, 동시에 실종 소년이 중산층 주택가에서 유괴범과 함께 4년 동안 살아왔다는 점에서 충격과 함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2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소년은 2002년 미주리주 리치우즈의 집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다 실종된 숀 혼벡(15). 당시 11세였다. 어머니인 팸과 양아버지 크레이그 애커스는 하던일을 접고 숀을 찾는 일에 매달렸다. 범위를 넓혀 전국의 미아찾기 운동에도 헌신했다. 숀의 어머니 팸은 “4년의 악몽이 끝났다. 돌아온 숀은 모든 실종자 가족들에게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웠다.”고 말했다. 경찰이 숀을 발견한 것은 나흘 전인 지난 8일 유괴된 벤 오운비(13)덕분(?)이다. 벤은 하굣길 스쿨버스에서 내린 뒤 실종됐다. 다행히 흰색 트럭을 본 친구가 있어, 용의자 마이클 데블린(41)의 꼬리가 잡혔다. 마이클은 숀을 유괴, 감금해온 장본인. 경찰이 마이클의 아파트 문을 열었을때 소년 둘은 모두 건강한 모습이었다. ‘기적’이라며 관련 소식을 쏟아내던 미 언론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의혹들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마이클이 왜 소년들을 유괴했는지, 어떻게 대했는지, 소년의 집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의 중산층 주택가에서 왜 눈에 띄지 않았는지 등등이다. 마이클은 피자가게 매니저로 일하며 파트 타임제로 장의사 일을 봐왔다. 조용한 성격으로,2건의 교통법규 위반 말고는 전과도 없었다. 마이클의 아파트 집주인은 “하수관 수리를 하러 집에 갔다가 숀으로 보이는 아이가 잠들어 있는 것을 봤는데, 아들로 생각했다.”면서 “숀의 창문에는 커튼조차 없었다.”고 했다. 길 건너편의 릭 버틀러(43)도 “소년이 공포에 떨거나 도망가려 하는 기색을 전혀 느끼지 못해 친아버지와 아들 사이로 알았다.”고 전했다. 숀이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다른 소년과 함께 축구를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조사는 더 진행돼야 하겠지만,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공포의 제압’현상을 들고 있다. 범죄 심리학자 스티븐 골딩 박사는 “유괴범은 공포로 피해자의 마음을 제압한다.”면서 피해자는 달아나는 것이 자신이나 다른이들에게 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고 걱정하며, 탈출 시도를 선택 범위에서 지워버린다는 것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법따로 현실따로] (4) “학교폭력 추방 우리손으로”…제천 의림여중 사례

    [법따로 현실따로] (4) “학교폭력 추방 우리손으로”…제천 의림여중 사례

    ‘또래상담’이 있었다면 안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거예요.”13일 충북 제천시 의림여중에서 만난 강유진(16·3학년)양은 안산 여중생폭행 사건소식을 안타까워했다. 음식점에서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 학교폭력이 왜 일어나느냐고 묻자 여중생들은 “우리끼리는 사소한 일로 싸움이 시작돼요. 기자 아저씨는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라면서 자신들만의 얘기를 꺼냈다. ■ “또래끼리 고민 상담… 폭력 40% 줄었어요” 초등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이 하루종일 지켜보지만 중학교에서 선생님은 자신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자신들 끼리는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의림여중은 학생끼리 잘 통한다는 데 착안해 ‘또래상담’을 실시하는 학교. 학생들은 “지난해 9월 전국에서 최초로 자체개발한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인 또래상담을 실시한 이후 폭력이 40% 가량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또래상담은 30여명의 학급의 학생들을 10명씩 묶고,1명의 ‘또래 리더’를 뽑아 일주일에 한 차례씩 또래들과 학교폭력에 대한 고민을 상담하는 것이다. 이재희(가명·16·3학년)양은 또래상담으로 폭력을 모면한 케이스. 재희는 같은 반 친구 선영(가명)이 등 10여명과 함께 잘 어울려 다녔는데, 선영이는 장난으로 친구들 앞에서 재희를 무시했다. 재희와 선영이는 감정싸움을 벌이다 욕설과 신체적인 충돌까지 생겼다. 선영의 친구 장민경양은 “사소한 오해에서 불거진 재희와 선영이의 갈등이 자칫 폭력으로 확대될 지경에 이르자 우리는 두 친구를 각각 달래면서 서로의 입장을 대신 전달해줬어요. 이젠 재희와 선영이는 다시 친해졌답니다.”고 설명했다. 학생회장이자 또래리더인 이지영(16·중학교 3학년)양은 “상담을 원하는 친구와는 수시로 휴대전화 문자를 주고받아 약속을 잡는다.”고 말했다. 지영이는 “학교폭력뿐만 아니라 성적과 이성문제, 외모, 부모님과의 관계 등 소재도 다양하다.”면서 “대화를 해보면 폭력 사건의 원인이 친한 친구가 다른 친구와 더 친해지는 문제와 말투 같은 사소한 데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집단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는 김성희(16·중학교 3학년·가명)양은 “학교폭력이 예전보다 40%는 준 것 같다.”고 밝혔다. 또래리더 하호정(16·중학교 3학년)양은 “담임선생님은 학생들의 세세한 행동을 파악할 수 없지만 또래끼리는 친한 친구가 서로 갑자기 어울리지 않거나, 옆 친구가 책상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면 금방 눈치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사인 이용식(30)씨는 “또래상담 프로그램으로 교사는 하루 동안 반에서 이뤄진 일을 파악할 수 있고, 미리 학교폭력에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김석호 의림여중 연구부장은 “또래리더는 교우관계가 좋아서 친구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있고, 입이 무거워 민감한 사항을 함부로 말하지 않을 학생을 뽑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서 “또래들로부터 추천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가 가장 중요하고, 학업 성적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래리더는 상담 뒤 일지를 간단하게 정리해 담임교사에게 전달한다. 교사는 학생끼리 해결하도록 가능한 모른 체하다가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개입한다. 학생끼리 자율해결이 원칙이라는 얘기다. 학교폭력 예방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 “어른 중심의 문제해결 보단 또래 친구 활용이 더 효과적” “학생은 교사나 부모보다 함께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 주변 친구에게 고민을 잘 털어놓습니다.” 의림여중의 또래상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연구부장 김석호(45) 교사는 “학교폭력은 친구끼리는 다 아는 일”이라면서 “하지만 교사나 학부모와는 상대적으로 폭행당한 학생과 대화가 적어 눈치를 채지 못해 학교폭력이 은폐되기 쉽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른이 나서는 것보다 또래 친구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른이 아닌 학생이 중심이 돼 교내 폭력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중에 교육부의 학교폭력예방교육 영상물에서 또래 리더의 상담을 착안했다. 김 교사는 “어린 학생들이 속으로만 끙끙 앓지 않고 속시원히 밝히게 하는 게 사건을 미리 방지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또래상담이 시행 초기여서 여전히 미진한 점이 많다.”면서 “또래리더들이 전문 교육기관에서 1박2일간 상담기술을 배웠지만 어려서 아직은 상담에 서투르고, 학생들을 재교육시킬 만큼 전문성을 갖춘 교사도 적다.”고 말했다. ■ “진단서 등 증거 확보… 전문가와 상의를” 학교폭력 피해학생은 기 죽지 말고 가해자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것을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경기도 안산경찰서 강달원 여성청소년계장은 “학교폭력은 말다툼과 친구 사이 오해 등 작은 원인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결국 폭력 사태로 번져 피해자는 큰 상처를 받게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정희 상담사는 “피해자는 속으로만 앓지 말고 가해자에게 받은 고통과 부당함을 설명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을 적극적으로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기 힘든 경우도 생긴다. 이럴 때 주변 친구 혹은 어른과 상담하거나 청소년 상담실을 찾는 게 현명하다. 그래도 처리가 안 되거나 집단 폭행과 따돌림 등을 당하는 경우 부모님과 교사의 상담이 필요하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장맹배 사업국장은 “만일 학교폭력 피해를 다시 당할 위협을 느낀다면 부모님과 친구들과 반드시 동행하고 위협의 정도가 더 심해지면 전문경호업체의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은 심한 피해가 우려되는 학생에게는 무료 경호 서비스를 해준다. 학부모는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아이가 당황하지 않고 사실을 충분히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봉혜경 사무국장은 “창피해 말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최대한 먼저 안정시켜라.”면서 “나중엔 기억을 못 할 수 있어 처음 들을 때 녹음이나 기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국민대책협의회 조성희 간사는 “외상 등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진단서나 의사소견서 등도 증거 확보 차원에서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가족이 가해자 측과 만날 때 개인적으로 만나기보다는 ‘학교폭력 대책 자치위원회’등에서 공식적으로 만나라고 조언한다. 봉 국장은 “흥분된 상태에서 만나면 일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시행령이 법 못따라 첫 단추 잘못끼워져” 유명무실한 학교폭력예방법은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잉태됐다.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 등의 정부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이 심각해지자 2002년 국가청소년위원회와 시민단체가 법률 초안을 마련했고,2004년 의원 발의 형식으로 법률이 만들어졌다. 교육부가 시행령을 만들었다. 당시 법률 초안 작업을 주도한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 신순갑 정책위원장은 “교육부가 외부기관의 개입을 피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구체적으로 만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법에서는 외부기관 개입이 가능하게 했지만 시행령에 아무런 언급이 없다. 심리상담과 일시보호, 치료를 위한 요양, 학급 교체, 전학 권고 등의 법 규정이 있지만 시행령에는 시행방법이 정해지지 않아 교육현장에선 실천이 불가능했다는 게 신 위원장의 지적이다. 동국대 박병식 교수는 “2002년에 청소년위원회는 국회 정무위원회에, 청예단은 교육위원회에 각각 법률안을 제출했는데, 결국 교육위에서 일괄적으로 통합 처리키로 결정됐다.”면서 “교육부가 외부기관인 청보위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상임위 지정에 모종의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실효성을 잃은 이유에 대해 지금도 네탓 공방이 계속된다. 시민단체 등은 “학교 문제를 독점하려는 교육부의 폐쇄성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교육부는 “교육 현장과 법을 잘 모르는 시민단체가 어설프게 법을 만들었다.”고 떠넘긴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이 법을 적용한다’는 조항으로 학교폭력 사건이 경찰서로 넘어가면 법은 무의미해졌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연구관을 지낸 김학일 경기도 평촌고 교감은 “학생의 성폭력 사건을 자치위원회서 다루면 사건이 학교에 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성폭력이 제외된 배경을 설명했다. 시민단체는 현장에서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허술하게 이뤄지는 이유가 시행령에서 필수 교육시간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 “특별법 지위 부여해서 교내 모든폭력 대응을” 사문화되다시피한 학교폭력예방법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 폭력의 범위가 확대돼야 하고, 피해 학생에 대한 보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학교폭력이 형법·성폭력범죄처벌법 등 다른 법률과 중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학교폭력예방법 내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특별법의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교육 당국과 시민단체·정치권 등은 현행 법을 이처럼 손질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 들어가면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학교폭력예방법과 시행령에서는 A학생이 폭행과 협박, 집단 따돌림, 모욕 등으로 B학생에게 신체와 정신, 재산에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학생과 일반인 사이에 발생한 폭행은 포함되지 않고, 최근 급속하게 늘고 있는 성폭력·사이버폭력도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학생인 경우로 규정한 법 내용을 학생을 상대로 한 폭행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처리한 조치에 피해학생 측이 만족하지 않고 경찰에 고소하면 자치위 결정사항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정치권과 교육부, 시민단체 모두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특별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피해학생의 보호’ 규정 강화도 검토대상이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조정실 회장은 “가해학생 측에 치료비를 청구하지 못할 경우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치료비를 우선 부담하고, 나중에 가해학생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장이 자동으로 교내 자치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규정도 개정대상이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신순갑 위원장은 “학교의 관리가 소홀해 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과연 자치위원장(교장)이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겠냐.”면서 “위원들의 직선으로 위원장을 뽑는 게 옳다.”고 말했다. 교사들 사이에서 학교폭력 책임교사를 기피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평촌고 김학일 교감은 “교육부가 수당을 자체적으로 높일 수는 없기 때문에 승진 가산점을 주면 충분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박병식 교수는 “자치위원회가 내린 조치에 대해 가해 학생이 불응할 때에 대책이 없다.”면서 “이런 경우 자치위를 다시 열어 가중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하거나 정학이나 퇴학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근거를 폭력예방법에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폭력피해 체크리스트 1. 아프다거나 학교가기 싫어한다. 2.‘전학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3. 상처 혹은 멍자국이 생긴 이유를 물어보면 운동 등의 이유를 둘러대고 자세한 이야기는 피한다. 4. 소지품와 운동화, 옷 등이 자주 망가져 있거나, 잃어버렸다고 한다. 5. 노트 등에 욕설과 폭언, 협박,‘죽고 싶다.’는 낙서가 있다. 6. 용돈을 요구하는 횟수가 늘거나 몰래 돈을 가져간다. 7. 풀이 죽어 있거나, 자기 방에 틀어박혀 나오려 하지 않는다. 8. 친구나 선배한테 전화오면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9. 잘 때 식은 땀을 흘리거나 잠꼬대를 한다. 10. 갑자기 성적이 떨어진다. <출처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기획탐사부 이창구 강혜승 유지혜 박지윤기자 tamsa@seoul.co.kr ●5회에서는 범죄피해자구조법·금융기관직원 생활안정지원 법률과 자전거 이용 관련법, 임의동행의 문제점과 실태 등을 다룹니다. ●기획탐사에 대한 독자 여러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02)2000-9261∼9263 또는 tamsa@seoul.co.kr
  • [소니오픈] 미셸 위, 나무 맞히고… 물에 빠지고…

    ‘탱크’ 최경주(37)가 2주 연속 ‘하와이찬가’를 불렀다. 미셸 위(18·이상 나이키골프)의 13번째 성대결은 사실상 또 실패로 끝났다. 최경주는 12일 하와이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골프장(파70·7060야드)에서 벌어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오픈(총상금 520만달러) 첫날 6언더파 64타를 때려냈다. 세계 10위인 선두 루크 도널드(잉글랜드)와는 1타차 단독 2위. 절정에 오른 고감도의 아이언샷이 일품이었다. 그린적중률은 83.8%로 전체 1위. 퍼트 수도 29개로 양호했다. 10번홀에서 출발한 최경주는 12번홀에서 첫 버디를 잡고 15,17번홀에서 타수를 줄여 10위권에 자리잡은 뒤,18번홀 그림같은 이글을 잡아내며 단숨에 단독 2위로 뛰어올랐다. 마지막홀에서도 버디 1개를 더 보태 깔끔한 ‘무보기 플레이’로 첫 라운드를 마쳤다. 반면 미셸 위의 시즌 첫 남자대회 1라운드는 잔인했다.4년 연속 이 대회에 출전한 미셸 위는 버디 2개를 건졌을 뿐, 보기 6개에 더블보기 2개를 쏟아내며 8오버파 78타를 쳐 144명의 출전선수 가운데 끝에서 두번째인 143위에 그쳤다. 컷통과 기준이 1언더파 안팎으로 전망되는 터라 2라운드에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탈락은 확실시되는 상황. 각각 두 차례씩 공이 물과 벙커에 빠지고 야자나무에 맞고 튀어 나오는 등 온갖 수난도 겪었지만 정작 원인은 사라진 ‘천재’의 기량이었다. ‘장타소녀’답지 않게 드라이브샷의 비거리는 겨우 206.5야드에 불과했고, 그마저 공은 15번홀에 가서야 처음으로 페어웨이를 굴렀다. 티샷이 무너지니 이후의 샷까지 망가지는 건 당연한 일. 그린적중률은 겨우 28%로 144위, 맨 꼴찌였다. 미셀 위는 “티샷이 페어웨이를 많이 놓치지 않았더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아이언샷이나 쇼트게임, 퍼트는 그런 대로 괜찮았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현지의 언론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AP통신은 “가장 많은 갤러리가 위 주변에 운집했으나 아무말도 없었다.(부상으로 붕대를 차고 나온) 오른 손목을 수차례 흔들었으나 동정심마저도 얻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홈페이지에 ‘미셸 위 라이브 스코어’란을 따로 만들 정도로 관심을 보인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미셸 위의 공은 바위를 쳤고 성적은 바닥을 쳤다.”며 비난에 동참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신나는 과학이야기] 우리도 ‘국립’ 자연사 박물관을 갖자

    [신나는 과학이야기] 우리도 ‘국립’ 자연사 박물관을 갖자

    영화 ‘박물관이 살아 있다’의 주인공 래리는 이혼남에다 하는 일마다 실패만 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들 앞에서는 멋진 아빠이고 싶어 박물관 야간경비로 어렵게 취직을 한다. 출근 첫날밤 선임자는 “아무 것도 내보내지 말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던지고 사라져버리고 래리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다. 박물관 중앙 홀에 전시돼 있던 티라노사우루스가 살아서 래리에게 돌격해오는 것이 아닌가. 공룡뿐이 아니다. 박물관 안의 모든 전시물이 밤이 되면서 살아나 래리를 위협한다. 사자가 못나오게 자물쇠로 잠가야 하고 사나운 훈족도 피해 도망가야 하고…. 이 난국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는 그에게 선임자는 역사를 공부하면 도움이 될 거라고 충고한다. 래리는 도서관에서 인류와 지구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그들을 이해하게 되고 마법의 비밀에 접근하게 된다. 시공간을 넘어 공룡과 사자와 훈족을 한 곳에 모아 놓은 이 박물관의 정체는 무엇일까. ●자연사박물관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 그것은 바로 자연사박물관이다. 자연사박물관은 말 그대로 자연의 역사를 기록한 곳이다. 지구가 생긴 이후 지층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여러 동식물은 어떻게 진화돼 왔는지, 인류는 어떻게 문명을 이뤘는지에 이르기까지 지구를 이루는 모든 것의 진화과정을 생생하게 재현해 놓은 곳이다. 자연사박물관을 가면 대부분 영화에서처럼 거대한 공룡이 중앙 홀에서 손님을 맞는다. 중생대에 지구를 호령했다 사라진 공룡은 늘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존재이기에 자연사박물관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수백만년 전 그 공룡을 과학자들은 뼈와 화석만으로 복원해 살려낸다. 공룡뿐 아니라 화석과 지층, 암석을 토대로 과거에 살았던 생물들과 지구환경을 복원해내 전시한다. 자연사박물관에는 고생물뿐 아니라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종이 전시돼 있다. 우리 땅에 사는 생물에서부터 아프리카에 사는 생물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생물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실물과 모형을 보면서 체험할 수 있다. 자연사박물관에서 우리 조상의 진화 과정과 문명의 발전사를 살핌으로써 인류의 진화와 여러 문화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다.“우리가 미래를 볼 수 없다면 인생에서 가장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바로 과거를 살펴보는 것이다.”라고 한 자연과학자 고드리의 말처럼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봄으로써 인류가 나아갈 미래의 모습을 모색할 수 있는 곳도 바로 자연사박물관이다. ●살아있는 박물관을 꿈꾸며 현재 우리나라는 OECD 29개 회원국 중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는 유일한 국가이다. 런던에도, 파리에도, 워싱턴에도 멋지고 특색 있는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있다. 그곳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기업과 개인의 기부, 박물관 직원들의 연구와 교육활동 등 많은 이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사명감이 합쳐져 운영되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교육의 장을 넘어 그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공간이자 시민들의 휴식처, 관광자원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영화에서 밤새 벌어진 사고의 책임을 물어 래리를 해고하려던 박물관장은 박물관에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 결심을 바꾼다. 사람들이 넘치는 박물관이 진정 살아있는 박물관이 아니겠는가. 우리나라에도 어서 빨리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생겨 생생한 자연의 역사를 느끼려는 아이들로 넘쳐날 날을 꿈꿔본다. 한 문 정 숙명여고 교사
  • 새해 첫달 지상파 3사 드라마 봇물

    새해 첫 달, 공중파 3사가 드라마 전쟁 준비를 끝내고 치열한 싸움에 들어갔다. 이달 시작하는 드라마가 무려 10편,2월 초 선보이는 1편까지 더하면 모두 11편의 새로운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점령한다. 방송 3사가 저녁 시간대에 편성해 놓은 드라마는 모두 15편. 이 가운데 4편을 제외한 11편의 드라마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드라마 춘추전국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독특한 소재와 간판급 스타란 무기를 앞세워 벌이는 기선잡기 싸움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마냥 즐거울 수밖에 없다. 가수 세븐, 마약 파문의 황수정, 영화배우 이범수, 이혼의 아픔을 이겨낸 채림,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모습을 나타내는 김석훈 등 쟁쟁한 스타들이 저마다 개성 있는 연기를 펼친다. # 하얀 전쟁이 시작되었다 2006년은 갑옷의 사극 열풍이 안방을 점령했다면, 2007년은 ‘하얀’ 가운의 의사 전쟁이 휘몰아치고 있다. 지난해 이미 ‘ER’를 비롯해 ‘그레이 아나토미’‘스크럽스’ 등 해외 메디컬 드라마가 케이블 채널에서 인기를 모으면서 2007년의 ‘하얀’ 전쟁은 예견됐다. 지난 6일 제일 먼저 포문을 연 MBC ‘하얀 거탑’은 13%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산뜻하게 출발했다. 일본 원작 소설의 탄탄한 구성을 그대로 브라운관에 옮겼다. 첫 회부터 숨 막히는 머리싸움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명민과 이선균의 대비되는 이미지와 이웃집 아저씨 김창완의 악역 연기 등이 극을 떠받치고 있다. 다음 주부터는 차인표까지 가세해 이야기의 궁금증을 더한다. SBS의 ‘외과의사 봉달희’도 17일부터 하얀 전쟁에 뛰어든다. 처음으로 TV드라마에 출연하는 영화배우 이범수와 1년6개월 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이요원이 주연을 맡아 관심을 모으는 메디컬 드라마다. 실수투성이인 봉달희(이요원분)가 진정한 의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휴머니즘이 가미된 이야기다. # 주몽의 저격수는 지난해 5월부터 줄곧 40%가 넘는 시청률로 정상을 지켜온 주몽의 아성에 훈훈한 ‘가족애’를 무기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저격수는 오는 15일 방송되는 KBS ‘꽃피는 봄이 오면’과 SBS ‘사랑하는 사람아’. KBS ‘꽃피는 봄이 오면’은 박건형, 이하나, 이순재, 강부자 등 연기력을 갖춘 중견 배우와 참신한 신인들의 적절한 조화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인생역정을 감칠맛 나게 그린 명랑 가족극이다. SBS ‘사랑하는 사람아’는 조동혁, 한은정, 박은혜 등이 출연하는 작품으로 ‘청춘의 덫’의 정세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부모는 같지만 자란 환경이 달라 가치관, 사고방식도 각각 다른 다섯 남매가 모여 살면서 겪는 갈등과 사랑을 그린 가족 드라마다. 과연 두 작품이 재미와 감동으로 ‘주몽’을 1위에서 끌어내릴지 궁금하다. # 화제의 드라마는 MBC ‘궁S’는 단연 1월의 화제작이다. 저작권 시비로 한때 시끄러웠던 궁S가 10일 시청자를 찾아간다. 가수 세븐이 처음 연기자로 데뷔한다. 지난해 궁에서 윤은혜가 망가지는 연기로 사랑을 받았다면 속편인 ‘궁S’에선 귀여운 세븐이 망가지며 황제의 꿈을 키운다. 또 12일 방송되는 SBS의 ‘소금인형’은 황수정의 복귀작이다. 한때 마약과 불륜으로 브라운관을 떠났던 황수정이 6년 만에 모습을 나타내며 한층 성숙한 외모, 농익은 연기를 선보인다. 생사의 기로에 선 남편의 수술비를 위해 옛 애인과 잠을 자는 파격적인 이야기로 벌써부터 세인들의 입방아를 낳고 있다. 또 GOD의 윤계상과 이미연이 연인으로 나오는 ‘사랑에 미치다’도 다음달 3일 전파를 탄다. 지난 3일부터 방송 중인 KBS의 ‘달자의 봄’은 채림, 이혜영 등 이혼의 아픔을 겪은 배우들이 출연해 눈길을 잡는다. 매회 영화 ‘킬빌’‘화양연화’‘친절한 금자씨’ 등을 패러디한 장면들로 재미를 더한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시민들 맨손으로 ‘흉기강도’ 잡고 지하철선 소매치기 검거 도와

    시민들의 용기로 흉기를 휘두르는 강도와 소매치기단이 잇따라 붙잡혔다. 지난 8일 오후 7시30분쯤 서울 노원구 월계동 한 휴대전화 대리점에 오모(32)씨가 손님으로 가장하고 들어가 주인 왕모(28)씨의 손발을 끈으로 묶고 현금 76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때 길 건너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양모(46)씨와 길을 지나던 권모(48)씨가 200m가량 뒤쫓았고 골목길에 들어선 오씨가 갑자기 돌아서 흉기를 휘두르자 격투가 벌어졌다. 양씨와 권씨는 상처를 입었지만 흉기를 빼앗고 오씨를 제압했다. 오씨는 특수강도죄로 복역한 뒤 작년 8월 말 출소했다. 양씨는 “‘강도야’라는 소리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범인을 쫓아갔다.”면서 “흉기를 휘둘러 겁도 났지만 다른 시민이 함께 강도에 대항하고 있다는 생각이 힘이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10일 서울경찰청에서 포상식을 열고 양씨와 권씨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시상하고, 각각 100만원씩의 신고보상금을 줄 예정이다. 지하철에서도 시민들이 경찰을 도와 3인조 소매치기단을 검거하는 데 일조했다. 서울지하철 경찰대에 따르면 9일 오전 10시5분쯤 서울지하철 1호선 인천방면 전동차를 탄 배모(32)씨는 노약자석에 앉은 김모(45)씨 등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 세며 “돈이 얼마 없네.”라고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배씨는 김씨 등이 꺼낸 지갑이 여성용 손지갑이며 이들이 신문지를 펴 앞을 가린 채 돈을 세는 점을 수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 등이 갖고 있던 지갑은 이들이 지하철에 타기 전 시내버스 안에서 정모(46·여)씨의 가방에서 ‘슬쩍’한 손지갑이었으며, 지갑 안에는 약속어음 180만원과 수표 100만원 등이 들어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김씨 등을 검문하려 하자 이들은 격렬히 저항하며 도망가려 했고, 경찰과 배씨는 주위에 있던 승객 5∼6명의 도움으로 이들과 약 10분간 몸싸움을 벌인 끝에 검거에 성공했다. 경찰은 김씨 등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中 주장 삼각주 한국기업 르포(上)] 가혹해진 中 규제·인건비 폭등… ‘쫓겨나는 기업들’

    [中 주장 삼각주 한국기업 르포(上)] 가혹해진 中 규제·인건비 폭등… ‘쫓겨나는 기업들’

    |주장 삼각주 이지운특파원|중국의 국부(國父) 쑨원(孫文) 선생의 고향인 광둥(廣東)성 중산(中山)은 한국의 ‘밤’을 밝히는 곳이다. 한국에서 쓰이는 각종 조명기구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서 나온다.“각종 조립 부품까지 포함하면 70%를 훌쩍 넘을 것”이라고 현지에서 만난 한국의 한 유력 조명회사 관계자는 귀띔했다. 특히 중산시의 구전(古鎭)은 ‘세계 조명박람회’로 이름을 날리며 지역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해질 무렵 화려하게 등을 밝힌 구전의 조명거리는 최근 고급 휴양·전원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산의 값어치를 높이고 있다. 정원호 사장은 2년여의 준비끝에 4년 전 이곳에 ‘진즈냐오(金之鳥) 조명전기주식회사’라는 공장을 차렸다. 한국의 생산업체로는 규모와 매출면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현지 관계자들과의 좋은 ‘관시(關係)’는 안정적인 생산을 뒷받침해 왔고, 한국에 안정적인 판로는 경영상태를 좋게 해줬다. 그런 정 사장도 요즘 고민이 부쩍 늘었다. 지난해 벌써 직공별로 임금을 25% 정도 올려줬다. 여기에 몇몇에게는 임금의 절반을 웃도는 특별보너스를 지급했다. 물론 숙소와 식사는 기본 제공사항이다.“높아지는 기대 수준에 맞춰 이직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조명산업은 대표적인 환경유해산업. 이제 한국에는 공장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을 정도다. 이 곳에서도 환경 관리를 부쩍 강화하고 있는 것도 내심 부담이다. 홍콩계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주장 삼각주에서 홍콩계 투자공장 가운데 2000여개가 환경오염 문제로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 연말 중국 국가환경보호총국이 토양실태조사 결과 주장 삼각주 농작지 가운데 40%가 중금속에 오염됐다고 밝혀 이 일대 공장들을 더욱 긴장시켰다. 현지 언론은 “중산시 시민들은 광저우시나 마카오 등 다른 지역에서 야채를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동시에 노무·세무 업무를 강화하는 등의 규제도 조여오고 있다. 주변에서는 내륙으로 공장을 옮기거나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정 사장은 “불과 1년 남짓한 사이에 주변상황이 크게 나빠졌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직접 인터뷰를 허락했다. 그나마 형편이 낫다는 걸 방증한다. 많은 이들은 구체적인 상황을 알리길 꺼렸다. 일련의 한국 기업인에 대한 구속은, 범법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주장 삼각주에서의 경영상황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K씨는 자신의 공장에서 생산 부진으로 놀고 있는 기계를 내다팔았다. 미수금이 늘어가고 체불 임금과 체납 세금에 대한 압박이 점점 강해지면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해당 기계는 면세로 들여온 것이어서 팔아서는 안되는 품목이었다. 결국 관세법을 위반하고 세금을 포탈하게 된 것이다.“웬만하면 5년형이고,3년 이상은 살아야 밖으로 나올 수 있다.”고 주변 사람들은 안타까워했다. K씨의 사례는 경영위기에 빠진 주변 한국 기업인들에게 적지 않은 심리적 부담을 던져줬다고 한다.‘야반 도주’는 이것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현상이다. 이에 관한 몇몇 사례를 잘 알고 있다는 한 인사는 “야반 도주가 생겨나 현지 분위기가 나빠지고 있다.”고 걱정했다.“사실 뭘 챙겨나갈 수 있는 형편도 못되고, 그야말로 중국 형법이 무서워 도망가는 사람들인데 중국 노동자 등은 ‘돈을 챙겨 도망갔다.’며 한국인 기업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고 있다.”고 했다. 임금상승과 인력난은 이 곳이 보유하고 있던 가장 큰 장점을 상쇄한다.10여년 현지에서 일한 한 기업인의 얘기다.“예전에는 채용 공고를 내면 이튿날 회사 앞에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곤 했다. 쓰촨(四川)성, 푸젠(福建)성, 광시(廣西)성 등 외지인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외지에서 일하는 것 치고는 수입이 너무 적다고 느끼고 있다. 고향에서 일해도 그만큼은 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전 등 주장 삼각주의 최저 임금이 중국에서 가장 높은 데도 말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현지 기업인들의 공통된 관측이다.“지난해는 방향을 설정하고, 정책을 바꾼 것이었고, 본격적인 실행과 그에 따른 여파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게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이미 칭다오(靑島)를 중심으로 산둥(山東)성과 동북지역 일대에서 철수를 강요당하고 있는 한국의 한계기업들이 또 하나의 주요한 ‘공장터’를 잃어가고 있다는 경고음이다. 주장 삼각주마저 한국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jj@seoul.co.kr
  • [환경·생명] 정선 ‘자연생태 우수마을’ 르포

    [환경·생명] 정선 ‘자연생태 우수마을’ 르포

    “천혜의 자연 환경이야말로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입니다.”강원도 정선, 뱀이 기어가듯 꼬불꼬불 흐르는 사행천(蛇行川) 동강 100리 길을 따라 천혜의 자연환경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이곳저곳 시멘트 길이 뚫리고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긴 했지만 그래도 하늘이 내려준 자연환경을 고이 간직한 지역이다. 지난 4일 주민 모두가 ‘환경 파수꾼’임을 자처하는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용탄2리와 신동읍 운치3리 ‘자연생태우수마을’ 주민들을 만나봤다. 가리왕산 휴양림 아래 마을인 용탄2리 달뜨락 마을을 찾았을 때 주민 40여명은 빈병·폐자재 등을 마을 창고로 옮기느라 바삐 움직였다. 마을회관에서는 부녀회원들이 수다를 떨면서 청정재배한 콩으로 웰빙 메주를 쑤느라 시끌벅적했다. 달뜨락은 명산으로 알려진 가리왕산(1561m) 아래 동네로 해발 300∼500m의 고원청정 마을.123가구 339명 주민은 회동계곡과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의 쾌적한 환경에서 숨쉬고 있다. 그러나 훌륭한 자연환경을 지킬 수 있기까지는 주민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뒷받침됐다. ●어름치와 노닐고 청정 나물밥에 별 세고 주민들은 회동계곡이 동강 지류라는 점을 한시도 잊지 않는다고 한다. 이곳에는 천연 기념물인 어름치, 멸종 위기에 있는 수달, 비오리, 사향노루 등이 서식하고 있다. 고철호 이장은 “휴양림과 동강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면서 자연환경이 훼손될 위기에 처하자 주민들이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어 팔을 걷어붙였다.”면서 “환경감시대를 구성, 회동계곡과 가리왕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에는 해마다 야생조수에게 먹이 500㎏을 뿌려주고 있으며, 불법수렵 감시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동시에 주민들은 농토를 황폐하게 만드는 주범인 폐비닐을 회수하는 데 나섰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1만 6130㎏을 걷어냈다. 마을에 재활용품 분리수거함 5개, 영농폐기물 분리수거함 2개를 설치하고 농약 등 빈병은 따로 모으고 있다. 집집마다 모은 재활용품은 마을 창고에 모아 한꺼번에 팔아 마을 발전기금으로 사용한다. 마을 오수는 모두 처리시설을 거치고 축산 농가는 별도의 폐수처리시설을 갖췄다. 고 이장은 “개발을 억제하고 보존을 강조하다 보니 처음에는 주민 반발도 많았지만 소득사업을 시작하면서 한마음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콩·옥수수·감자 등 청정재배한 농산물을 마을 공동으로 가공판매해 연간 1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정부로부터 5억원의 자금도 지원받았다.”고 자랑했다. 전형희 부녀회장은 “살기 좋은 생태우수마을은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데도 한몫 했다.”고 한다. 다른 농촌과 달리 이 마을 주민은 19세 미만이 15%나 된다. 마을 초등학교에는 병설유치원까지 설치됐다. 관 주도형의 개발억제·보존에서 벗어나 주민 스스로 자연환경을 지키고 가꾸는 동시에 소득도 올리는 바람직한 친환경 마을을 가꾸고 있다. ●동강 할미꽃 지키며 소득도 올리는 마을 고성산성에서 내려다본 운치리 풍경은 그림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절경 그대로다. 백운산 아래로 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1급 청정수 동강과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절벽을 따라 자연적으로 형성된 강마을 산마을이다. 공해 오염물질을 내는 시설이 없어 주변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면서 숨쉬는 곳이다. 그러나 운치리 사람들이 없었다면 동강 비경 등 천혜의 자연환경은 벌써 뽑히고 파헤쳐져 만신창이가 됐을 것이다. 주민들은 마을 앞으로 흐르는 동강을 지키는 데 목숨 걸었다. 동강 주변의 야생 동식물을 보존하고 널리 보급하는 데도 열정적이다. 주민들은 동강 감시단을 운영하고 있다. 돌아가면서 동강 환경을 자율 감시하고 관광객들에게 환경보호계도 활동을 펼치는 것이 주된 업무다. 동강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마을 주민이 모두 참여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집중호우 피해를 입어 할 일이 무척이나 많았다. 마을 청년 4명은 이날도 강 건너 모래밭에 묻힌 쓰레기를 캐내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동강은 이 지역에만 서식하는 동강 할미꽃과 연잎 꿩의 다리, 충층 둥글레 등 희귀 식물 군락지다. 자생 식물을 보존·보급하기까지는 안재현 마을 환경보전 위원장의 노력이 컸다. 안씨는 “대학과 직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러 왔던 마을을 잊지 못해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내려와 야생화 키우는 데 푹 빠져 살고 있다.”고 자랑했다. 멸종 위기에 있는 동강 자생 식물을 보전하고 증식하기 위해 3000평짜리 야생화 농장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동강 할미꽃 등 100종을 길러 야생화 축제를 벌이는 동시에 전국으로 보급하고 있다. 지난해는 동강할미꽃 1만본을 증식해 훼손지역에 심고, 남은 것은 팔아 마을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마을에는 산딸나무·모감주 등 자생 수목 2만여 그루, 대추·사과·감 등 유실수, 복분자 등을 키우는 농장도 각각 2000평이나 된다. 농약을 치지 않고 황귀, 장뇌, 산머루, 뽕나무를 가꾸는 친환경 농업도 이 마을의 자랑이다. 집집마다 오폐수 정화조가 묻혀 있는 것은 기본이다. 마을에서는 야생화·유실수 농장, 가공식품 공장 등을 묶어 법인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유병용 정선군 환경관리담당은 “겨울 농한기 주민들이 동강 할미꽃 등을 키우고 친환경 가공식품을 공동 판매해 소득도 짭짤하다.”고 전했다. 정선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자연생태복원 우수마을 성내천 악취만 나던 서울 강동구 성내천이 주민 휴식공간으로 살아났다. 성내천은 30여년 동안 콘크리트로 덮여 있고 물이 말라 하천 곳곳에 고인 물이 썩으면서 모기떼가 들끓고 악취가 풍기던 죽어 있던 하천이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2002년 5.6㎎/ℓ였던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 지금은 3.5 이하로 내려갔다. 수량도 하루 2만t이 흐르고 각종 수중 생물과 식물이 살고 있는 자연학습장으로 변했다. 환경부는 최근 성내천을 생태복원 우수마을로 지정됐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송파구는 먼저 성내천을 살리기 위해 연중 물을 흘려보내는 시설을 갖췄다. 지하철 용출수를 활용해 벽천을 만들고, 올림픽공원 호수 공급용 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만든 풍납동 취수구에서 마천동 복개도로 끝까지 한강물을 끌어와 하류로 흘려보내기 시작했다.4계절 물이 흐른지 5년 만에 자연생태하천으로 돌아온 것이다. 하천이 살아나고 주민들이 모여들자 자전거 도로, 음악 분수, 조깅로 등의 시설도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종합 레저공간으로 바뀌었다. 현재 성내천에는 쇠뜨기·환삼덩굴·갈대·부들 등 식물 189종이 서식하고 있다. 할미새·왜가리·청둥오리·꿩 등 8종의 조류와 붕어·미꾸라지 등 물고기도 살 정도로 생기가 넘친다. 평소 하루 자전거 도로 및 조깅로를 이용하는 주민이 5000여명에 이르고, 여름철에는 물놀이장에 2만여명이 모일 정도다. 성내천을 살리기까지는 예산 뒷받침도 중요했지만 뭐니뭐니해도 환경운동연합 송파생활실천단 등 9개 환경단체와 지속적인 자연정화 활동을 편 주민 1200명의 공이 컸다. 송파구와 주민·환경단체는 책임구역을 정해 관리하고 각종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살아 있는 하천으로 복원된 성공적인 사례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자연생태·생태복원 우수마을은 ‘자연생태우수마을’ 지정제도는 우수한 자연생태가 잘 보전되고 주민들의 노력으로 자연친화적 생활양식을 이끌어가는 마을을 찾아 지원하는 사업이다.‘자연생태복원우수마을’은 이미 망가진 생태계를 친환경 공법을 통해 성공적으로 되살린 곳을 말한다. 환경 전문가들로 심사위원단을 만들어 엄격한 현장 심사를 거쳐 지정된다. 환경부는 올해 강원도 정선 달뜨락마을 등 19곳을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서울 송파구 성내천을 생태복원우수마을로 각각 지정했다.2001년 제도를 도입 이후 생태우수마을 60곳, 복원우수마을 18곳이 지정됐다. 환경부는 이들 마을에 지정서를 주고 사례집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으며, 지자체는 마을 공동사업을 지원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우수마을로 지정되면 관광객이 몰리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에 자체 브랜드를 붙여 팔 수 있어 주민 소득 증가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자연환경보전·이용시설, 환경기초시설 설치 사업 등을 지원받는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대구를 더욱 푸르게

    대구를 더욱 푸르게

    대구시가 ‘푸른 숲의 도시’로 태어난다.5일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1년까지 모두 3982억원을 들여 400여만 그루의 나무를 시내 곳곳에 심는 ‘푸른 대구 가꾸기’ 2차 사업을 추진한다. 이 경우 행정구역(884.46㎢) 대비 녹지율이 현재(15.7%)보다 0.2% 높아진다. ●건물 옥상 200여곳에 녹지공간 이를 위해 내년부터 5년간 ▲담장 허물기(203곳,84억 9000만원)▲푸른 옥상 만들기(201곳,95억 5000만원)▲자투리땅을 이용한 마을쉼터 조성(20곳,11억 9000만원) 사업 등을 벌이기로 했다. 특히 푸른 옥상 만들기는 토지보상비없이 녹지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대기오염물질 흡수로 인한 대기질 개선, 건물의 에너지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선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분위기를 조성한 뒤 민간 대형건물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또 민간주택의 경우 희망가구를 선정 시행한 후 확대 여부를 결정짓기로 했다. 올해 첫 사업은 1억원을 들여 차량등록사업소 옥상 300㎡에 배롱나무 등 20여 그루를 심는 것으로 정했다. 앞으로 옥상조경 민간지원 근거를 마련키 위해 조례를 보완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하기로 했다. ●삼림욕장·녹색 보도도 조성 이와 함께 가로수 특성화(103곳,1만 7200여 그루), 녹색보도 조성(5곳 12㎞,15억 4000만원), 도시공원 조성 및 정비 (127곳,2418억 6000만원), 음악분수 설치(23곳,103억 4000만원), 삼림욕장 건설(6곳,24억원) 사업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구의 관문인 나들목에 꽃과 나무를 심어 ‘숲의 도시’ 대구에 대한 인상을 심고 등산로도 대폭 확충키로 했다. 이밖에 녹화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하는 토요자연체험교실 ▲여름자연학교 ▲조경수 관리요령 등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시는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푸른 대구 가꾸기 1차 사업을 벌여 1000여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경상감영공원 등 도심공원을 신설하거나 재정비했으며 전국 처음으로 시작된 담장허물기 사업, 교통섬 녹음수 심기 등의 각종 사업을 벌였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대선주자 베이스캠프 대해부] (1) 이명박 前서울시장

    [대선주자 베이스캠프 대해부] (1) 이명박 前서울시장

    ‘인사는 만사다.’ 역대 정부의 국정운영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명제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서울신문은 올 대선 이후 내년에 출범할 새 정부의 인재풀이 될 대선주자들의 베이스캠프를 시리즈로 집중 해부한다. 현재 주요 언론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군 중 서울신문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 신년 국민여론조사에서 0.6% 이상의 지지도를 기록한 주자들의 캠프가 대상이다. 즉,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고건 전 국무총리,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등 8명 가운데 실제로 사무실과 조직을 가동 중인 선거캠프부터 차례로 연재한다. 이명박(MB) 전 서울시장의 선거캠프는 원내·외에 걸쳐 방대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그동안 중립지대에 있던 의원들의 상당수가 굴비 엮이듯 무더기로 ‘MB 캠프’로 가세하고 있는 인상이다. 원내에서는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이재오 최고위원이 지휘부 역할을 맡고 있다. 정두언 의원이 기획·정무·언론 등을 아우르는 ‘리베로’ 역할을 한다. 또 이윤성 의원을 중심으로 진수희 의원과 ‘손학규 맨’으로 알려졌던 차명진 의원 등이 언론·홍보 라인을 맡고, 안경률·이병석·이군현·정종복·권경석 의원 등이 조직라인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절대 중립’을 표방했던 소장파 의원의 상당수도 기수를 돌려 이명박 캠프에 속속 합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무캠프는 ‘안국포럼’이 앞에서 끌고, 국제정책연구원(GSI)과 바른정책연구원, 서울시장 시절 정책자문위원단 등이 뒤에서 밀고 있다. 안국팀은 정무·기획·일정·조직·언론·홍보 등을 총괄하며,GSI와 바른정책연구원, 정책자문위원단 등은 정책·공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안국팀의 조직라인은 이춘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좌장격으로 총괄하고, 박영준 전 서울시 정무보좌역과 당 사무처 출신인 윤상진씨 등이 돕고 있다. 이 전 부시장의 명함에는 불과 얼마 전까지 ‘AF002’라는 일련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사실상 ‘넘버2’라는 얘기다. 서울시장 시절부터 최측근에서 이 전 시장을 보좌해왔다. 안국팀에서도 마찬가지다. 안국팀 보좌진의 명함 뒤편에 새겨졌던 일련번호는 정치적 서열로 인식될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명함에서 사라졌다. 외교 실무를 총괄하는 인물은 현직 외교부 1급인 박대원(59) 서울시 국제관계자문대사다. 주 알제리 대사를 지낸 뒤 2005년 서울시 자문대사로 옮기면서 MB와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11월 아베 총리와의 회동을 주선하는 등 외교통으로 뛰고 있다. 정무·기획라인의 핵심은 16대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모임이었던 미래연대 사무국장을 지낸 권택기 정무팀장이다.MB가 삼고초려 끝에 불러들인 그는 박근혜 전 대표 캠프로부터도 지속적인 러브콜을 받았을 만큼 ‘전략 브레인’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언론·홍보라인은 한국일보 정치부장을 거쳐 조선일보 출판국 부국장을 지낸 신재민 특보와 경향신문 기자 출신으로 서울시 공보관을 역임한 강승규 특보가 홍보 기획과 정책을 담당하고, 당 부대변인을 거쳐 전 서울시 정무보좌관을 지낸 조해진 특보와 국회 국방위 전문위원 출신인 송태영 특보가 일선에서 뛰고 있다. 인터넷과 팬클럽을 총괄하는 핵심인사는 정태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다. 연세대 총학생회장(82학번)을 지낸 운동권 출신으로 40대 초반에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발탁될 만큼 이 전 시장에게는 강한 신뢰를 얻고 있다. ‘안국팀’과는 별도로 이 전 시장 호인 ‘일송’에서 ‘송’자를 따서 이름 지은 ‘송법회’와 법률자문단도 법률과 관련 자문역할을 하고 있다. 송법회는 변호사 조직으로 선거법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자문을 맡고 있으며, 법률자문단은 각종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정책라인의 특징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정치’보다는 ‘정책’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를 누누이 천명해왔다.‘MB 캠프’에서 정책라인의 영향력이 큰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정책라인의 특징은 서울시장 시절 인연을 맺었던 각계 전문가그룹이 중심이라는 점이다. 정책라인의 핵심은 국제정책연구원(GSI)과 바른정책연구원, 정책자문위원단 등이다.GSI는 류우익 서울대 교수, 바른정책연구원은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가 각각 원장을 맡아 정책·공약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정책자문위원단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이 전 시장과 호흡을 맞췄던 강만수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이 이끌고 있다. 재경부 차관 출신인 강 원장은 이 전 시장의 경제정책 전반을 구체적으로 다듬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GSI는 이 전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자문역할을 했던 동아시아연구원이 확대된 정책참모그룹이다. 이곳에는 원장인 류 교수를 포함해 정책실장격인 곽승준 고려대 교수와 조원철(연세대 토목환경공학부)·이왕재(서울대 의과대)·남성욱(고려대 북한학과)·김휴종(추계예술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장)·임채성(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등 6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리학 전공인 류 원장은 이 전 시장의 대선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구상을 구체화한 주인공으로 “물길이 통하면 인심이 통한다.”는 메시지를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책연구원 역시 방대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책참모그룹이다. 원장인 백 교수는 2001년 이 전 시장이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의 미래경쟁력분과위원장을 맡았을 때부터 위원으로 함께 일했다. 친 이명박 성향의 교수단을 이끌며 정책개발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 단국대 경상대학장인 강명헌 교수 등을 포함한 각 분야 전문가 20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나는 이래서 이명박을 민다 우리나라는 지금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는 누가 뭐래도 경제다. 둘째는 엉터리 개혁과정에서 나타난 국정운영 미숙이다. 셋째는 친북·반미성향 10여년이 빚은 사회의 지나친 좌편향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경제를 다시 살려야 하고, 무능한 아마추어 정권을 유능한 프로페셔널 정권으로 바꾸어야 하고, 사회의 지나친 좌편향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대권주자 중에서 이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 바로 이명박이다. 세번째의 경우에 다소 보완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많은 여론조사를 보면 지금 유력한 대권주자 중에 이념적으로 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가장 중도에 위치해 있는 사람이 이명박이다. 이 말은 한편 한나라당에서 집토끼뿐 아니라 산토끼까지 잡을 수 있는 사람이 곧 이명박이라는 말도 된다. 물론 이런 이명박에게 순탄한 길만이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갖은 음해와 중상모략이 제일 문제다. 그러나 군대문제, 재산문제, 종교문제, 숨겨 놓은 자식문제 등은 모두가 허무맹랑한 유언비어일 뿐이다. 지금 이명박은 다 망가져버린 우리 경제를 다시 살려낼 희망과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다. 그러니 시중에 횡횡하는 별의별 흑색선전에도 끄떡없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생각해라.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끝내고 3만달러 시대를 열 사람이 누구인가만 생각하자.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 [서울신문 신춘문예-동화 당선작] 책을 돌려주세요/조영희

    후드득 후드득. 아침부터 오던 비는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아. 한낮인데도 온 세상이 캄캄해. 진서의 노란 비옷이 캄캄한 세상에 점처럼 박혀 있어. 할머니는 꼭 도깨비가 나올 것 같은 날씨라고 하셨지. 하지만 진서는 겁나지 않아. 옷자락을 꼭꼭 여미고 찢어진 깜장 우산을 받쳐 들었지. 진서는 도서관을 좋아해. 작은 언덕배기에 있는 도서관은 넓고 깨끗해. 그곳에 있으면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져. 진서는 도서관 입구에서 우산을 접어 흔들었어. 비를 피해 들어온 떠돌이 개도 몸을 흔들었어. “안녕.” 어린이 자료실의 마음 좋게 생긴 선생님이 진서를 반갑게 맞아주었어. “그 책 들어 왔어요?” 도서관에서의 첫 말이 몇 달째 똑같아. “아니, 아직.” 선생님은 웃는 얼굴이었지만, 진서는 조금도 재미있지 않았어. “누가 빌려 갔어요? 왜 안 돌려준대요?” 또로롱 또로롱. 선생님이 자료실에 걸려온 전화를 받았어. 진서는 선생님의 책상에 매달려서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렸어. 보고 싶었던 책이 몇 달째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오늘은 꼭 듣고 싶었어. 하지만 통화는 생각보다 길어졌어. 진서는 슬슬 지겨워졌고 화장실도 가고 싶어졌어. 아침 똥을 거른 게 문제였나 봐. 화장실은 넓고 깨끗한 도서관에 어울리지 않게 좁고 어두웠어. 오늘은 비가 와서 더 칙칙해 보였지. 진서는 가운데 칸에 들어갔어. 그리고 힘을 끙! 주고 보니 화장지함에 화장지가 없는 거야. 주머니를 뒤져도 나오는 건 먼지뿐이었어. 휴지통도 살짝 봤지만 손이 가진 않았어. 얼굴이 빨개지고 손바닥엔 땀이 뱄어. 바스락 바스락. 그때, 바로 옆 칸에서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렸어. 사람이 있었나봐. 다행이지 뭐야. “휴지 있어요?” 진서가 칸막이벽을 두드렸어. 비닐봉지가 부스럭하는 소리가 들렸고 곧 칸막이 밑으로 화장지 한 뭉치가 쑥 들어왔지. “고맙습니다.” 진서는 마음이 탁 놓였어. 진서는 볼 일을 마치고, 손도 깨끗이 씻었어. 그리고 화장실을 나가려는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든 거야. 진서가 앉아 있던 칸의 옆 칸, 그러니까 가장 안쪽의 칸은 평소에 청소 도구들을 놓는 곳으로 쓰고 있었어. 이제 청소 도구들을 치우고 원래 목적으로 쓰고 있는 걸까? 진서는 그 칸의 문 앞으로 가보았지. 문이 살짝 열려 있었어. 진서가 모르는 사이에 나가 버린 걸까? 확인하기 위해서 진서는 문을 살짝 밀었어. 문은 스르르 열리다가 어느 순간에 딱 멈췄어. 안에 있던 사람이 열지 말라고 문을 밀었다면 다시 닫혔을 텐데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딱 멈췄어. 무언가 꽉 찬 느낌이었지. 진서는 문을 힘껏 밀어 보았어. 끄으윽. 냄비 바닥을 긁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어. 청소 도구가 끌리는 소리인가? 확실히 사람이 내는 소리는 아닌 것 같았어. 진서는 다시 한 번 힘을 주었어. 그러자 ‘퐁당’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활짝 열렸어. 그곳엔 빗자루와 대걸레, 쓰레받기가 잔뜩 쌓여 있었어. 두루마리 화장지도 한 봉지 있고 말이야. 역시 청소 도구를 놓는 곳이었던 거야. 진서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변기 속을 들여다봤어.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변기 속에는 진서가 애타게 찾던 바로 그 책이 떨어져 있었어. 진서는 책을 건져야겠단 생각에 변기 옆에 세워져 있던 싸리 빗자루를 집어 들었어. 흠뻑 젖었지만 잘 말리면 그럭저럭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지. 푸르풍풍. “앗! 차가워!” 변기 속에 빗자루를 넣는 순간, 빗자루는 사라지고 커다란 갈색 도깨비가 나타났어. 도깨비는 화장실 한 칸을 꽉 채울 정도로 컸어. 머리는 천장에 닿았고, 구부정한 자세로 팔을 앞으로 쭈욱 빼고 있었어. 유난히 빨간 얼굴, 덥수룩한 머리카락과 부리부리한 눈은 진서의 짝꿍을 쏙 빼닮았어. 진서는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었지. “감히 날 변기 속에 넣다니.” 도깨비가 눈알을 뒤룩뒤룩 굴렸어. 아하! 조금 전의 싸리 빗자루는 이 갈색 도깨비였던 모양이야. “이래 봬도 깔끔한 몸이시라고.” 도깨비는 몸을 부르르 떨었어. 그러는 사이, 진서도 정신을 차렸지. 몇 달 동안 돌아오지 않았던 책이 변기 속에 있어. 그것도 커다란 갈색 도깨비와 함께 말이야. “이 책을 돌려주지 않은 게 너야?” 진서가 도깨비를 쏘아봤어. 도깨비는 흠칫했지. 자기를 보고 도망가지 않은 것만 해도 놀라운데 오히려 겁을 주고 있으니 말이야. “응? 네가 그런 거냐고.” 진서가 한 발 앞으로 왔어. 도깨비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지. 하지만 그 좁은 화장실 안에 갈 데가 어디 있겠어. 도깨비는 몸을 뒤로 빼다가 물 내리는 손잡이를 눌러 버렸어. 콰르르르르. 변기 속의 물이 소용돌이를 쳤지. 진서는 깜짝 놀라 도깨비를 화장실 밖으로 끌어냈어. 겨우 찾아낸 책이 군데군데 찢겨 변기 속을 떠다녔어. 이제는 건져서 말린다 해도 절대 절대 읽을 수 없을 거야. 진서의 눈에 불이 일었어. 도깨비의 눈보다 부리부리해졌지. “이제 어쩔 거야?” “미안.” “미안하다면 다야? 저 책을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진서의 얼굴은 퉁퉁 붓고, 도깨비는 점점 더 오그라들었어. “어쩔 거냐고!” 점점 더 오그라들던 도깨비가 진서의 손을 잡아끌었어. 도깨비가 진서를 데리고 간 곳은 어린이 자료실이야. “책이 이렇게 많은데, 아무 거나 읽으면 안 돼?” “안 돼!” 진서는 도깨비의 손을 뿌리쳤어. “골라줄까?” 도깨비가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진서는 대답하지 않았어. “이거 어때? 한 번 읽어봐.” 도깨비는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진서의 눈앞에 대령했지. 진서는 웃음이 나는 걸 꾹 참았어. 이렇게 쉽게 용서해 주면 안 될 것 같았지. 그보다 사서 선생님한테 도깨비가 한 짓을 모두 일러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선생님의 책상이 비어 있었어. 그리고 다른 친구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어. 도깨비를 혼내는 건 진서의 몫이 된 거야. “너 말이야.” 진서가 도깨비를 은근히 바라봤어. “그 책 말고도 돌려주지 않은 책 있지?” 도깨비는 화들짝 놀라 몸을 돌렸어. 달아나려고 했던 거야. 하지만 진서가 재빠르게 붙잡는 바람에 둘 다 넘어졌어. 포쇼쇼. 도깨비는 어느새 싸리 빗자루가 되어 있었어. 진서는 빗자루를 들고 바닥에 마구 내쳤지. “돌아와, 돌아오란 말이야.” 몇 번을 내쳐도 싸리 빗자루는 여전히 싸리 빗자루였지. 진서는 싸리 빗자루를 들고 화장실로 달려갔어. “변기에 넣어버릴 거야!” 푸르풍풍. “안 돼! 하지 마!” 변기에는 빠지고 싶지 않은가봐. “돌려주지 않은 책 있지?” 도깨비는 빨간 얼굴을 더욱 붉히며 고개를 끄덕했어. “어디야? 앞장서.” 진서는 도깨비의 누더기 옷자락을 꼭 붙잡았어. 도깨비는 말없이 화장실을 나갔어. 그리고 넓은 홀을 지나 도서관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 밖에는 아직도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어. 진서는 가방에 꽂아 두었던 찢어진 깜장 우산을 활짝 펼치고 도깨비를 보았어. “같이 쓸래?” 하지만 진서의 우산은 도깨비한테는 얼굴 가리개 정도밖에 안 되는 크기였어. 진서하고 도깨비는 키도 맞지 않았지. 우산을 얼굴에 대보는 도깨비를 보다가 진서는 웃음을 터뜨렸어.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지. 진서의 몸이 하늘로 들렸어. 그제야 진서는 깜짝 놀라 웃음을 멈췄어. 도깨비가 진서를 번쩍 들어 어깨에 올린 거였어. 그렇게 하고 우산을 쓰니 진서의 몸도 가려지고 도깨비의 얼굴도 가려졌어. 도깨비는 도서관 아래의 체육관을 지나고, 과수원도 지났어. 그리고 그 아래의 좁은 산책길로 올라갔지. 도깨비의 어깨에 올라가 있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면 안 돼. 비에 젖은 갈참나무 잎사귀들이 진서의 눈앞에 나타나면 진서는 팔을 휘저어 갈참나무 가지들을 밀어줘야 했고, 우산도 놓치면 안 되는 거였어. 도깨비는 작은 산을 넘어 진서가 처음 보는 동네로 내려갔지. 그러고도 도깨비는 한참을 굽이굽이 골목을 돌아갔어. “이상한 데로 데려가면 혼난다.” 진서의 말에 도깨비가 씩 하고 웃었어. 도깨비가 멈춘 곳은 허름한 책방 앞이었어. 유리창엔 ‘헌 책 사고 팝니다’라고 적은 종이가 붙어 있었지. 붓글씨 같았어. 도깨비가 책방의 나무문을 열자 꿉꿉한 책 냄새가 훅 풍겨 나왔어. 진서는 우산을 접고 도깨비를 따라 들어갔어. 오래된 책들이 천장까지 쌓여 있었어.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모두 쓰러져 버릴 것 같았지. 그래서 진서는 조심조심 걸었어. 도깨비가 천장에 매달린 전구를 켰지만 그것만으론 책방 안을 환히 밝힐 수 없었어.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과 전구의 빛은 책방 구석까지 가지 못했어. 그 구석에서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진서는 겁나지 않았어. “우와! 이게 모두 도서관에서 가져온 책이야?” 진서는 도서관에 있는 책보다 여기에 있는 책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 “아니야!” 도깨비가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어. “사람들이 이사 가면서 내버린 책들이 훨씬 많아. 그런데 사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책이 이렇게 많이 쌓인 것에 대한 그럴듯한 까닭이었어. 도깨비가 도서관에서 가져온 책을 고르는 동안, 진서는 발아래 있던 책을 한 권 집어 들었어. 첫 장을 펼치니 누군가 써놓은 굵은 글씨가 보였어. 진서가 태어나기도 전의 날짜와 함께 책을 산 사람의 이름이었지. 진서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 “난 낡은 책이 좋아. 도깨비는 원래 오래된 물건을 좋아해.” 도깨비가 슬며시 와서 말했어. “이거 읽어도 돼?” 도깨비는 선뜻 대답하지 않았어. “여기서 읽을게. 읽어도 되지?” 진서가 책을 꼭 끌어안고 말했어. 그제야 도깨비는 진서와 함께 책 더미 옆에 나란히 앉았어. 진서가 펼친 책에는 도깨비 이야기도 있었지. 도깨비 그림이 나올 때마다 책방의 도깨비가 얼굴을 붉혔어. 도깨비가 처음 출연했던 책이라나 봐. 무척 부끄러워하더라고. 그러고 보니 이곳에 있는 책의 표지에는 도깨비 그림이 유난히 많았어. “네가 변기에 빠뜨린 책에도 도깨비가 나와?” “응, 우리나라 도깨비는 아니지만 조금.” 도깨비의 대답에 진서가 고개를 끄덕끄덕했어. “정말 읽고 싶었는데.” 그리고 가만히 중얼거렸지. “그 마음 알 것 같아. 몇 번을 읽어봐도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였어.” 도깨비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했어. “몇 번을 읽어봐도?” 진서가 도깨비에게 바짝 다가왔어. “몇 번을 읽었으면 혹시 나한테 이야기해 줄 수 있어?” 진서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어. 도깨비는 그 눈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지.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을 거야. 작은 책방에 이야기 나라가 펼쳐졌어. “기관사 루카스 아저씨는 기쁨의 나라에 살고 있었단다. 그 나라는 아주 작은 나라였어.” 이야기 나라는 저녁이 되면 문을 닫아. 하지만 내일 아침에 다시 열리지. 진서는 이 작고도 넓은 나라의 첫 번째 손님이 되었어.
  • [민속학으로 본 돼지 해] 민속학서 돼지의 의미

    [민속학으로 본 돼지 해] 민속학서 돼지의 의미

    돼지(亥)는 12지의 열두번째 동물이다. 해방(亥方)은 북서북에 해당하는 시간과 방향을 지키는 시간신(神)이자 방위신에 해당한다. 돼지는 한국 신화에서 신통력을 지닌 동물, 제의의 희생, 길상으로 재산이나 복의 근원, 집안의 재신(財神)을 상징한다. 반면 속담에서는 대부분 탐욕스럽고 더럽고 게으르며 우둔한 동물로 묘사된다. 돼지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한반도에 살았다. 경남 김해·양산, 황해도 몽금포 등지의 조개무지에서 멧돼지 이빨이나 뼈가 출토되고 있다. 울주 대곡리 암각화에도 멧돼지가 새겨져 있다. 멧돼지 모양의 토우는 이미 부산 지방의 동삼동 조개무지에서 보이고 있다. 신라 토우에서도 멧돼지 모양이 다른 동물보다 훨씬 많다. 이처럼 돼지의 조상격인 멧돼지가 출토되고 표현되는 것으로 보아, 야생 멧돼지가 한반도 전역에 자생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멧돼지는 뭉툭한 몸뚱이, 거친 털, 길다란 주둥이, 조그만 눈, 빈약한 꼬리 등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저돌(猪突)이란 말처럼 성이 나서 날뛰면 그 날랜 동작이란 노한 호랑이와 진배없을 정도이다. 우리의 고대 문헌이나 문학에서의 돼지는 상서로운 징조로 많이 나타난다. 신라 태종무열왕의 즉위 원년에 돼지를 바치는 자가 있었다. 그런데 머리 하나에, 몸뚱이는 둘, 발이 여덟개였다. 해석하는 자가 이는 천하를 통일할 징조라 했는데 과연 그렇게 되었다. ‘돼지 같은 녀석’이라고 욕을 하면서도 한국인은 꿈에 본 돼지는 대단한 귀물(貴物)로 친다. 만일 돼지에 개마저 덧붙이면 그 욕은 사뭇 상소리가 되는데도 돼지꿈은 용꿈과 같은 항렬이다. 한국인이 갖는 동물꿈 가운데 돼지는 용과 더불어 최상의 길조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돼지꿈과 용꿈은 최고의 꿈이지만 속신에 돼지띠와 용띠는 서로 맞지 않는다고 한다. 용은 12지 짐승의 형태를 골고루 다 갖추고 있으나, 용의 코는 시커먼 돼지코이고 용의 발굽이 돼지의 발굽으로 제일 못생긴 것만 닮았기 때문에 용은 돼지를 싫어한다. 그래서 돼지띠 여자가 태몽으로 용꿈을 꾸고서 아들을 낳았다고 해도 아들이 커서 귀하게 되기는커녕 말썽만 일으키게 된다고 믿는다. 돼지꿈은 부의 상징이다. 집안에 모시고 믿음을 바치던 ‘업신’이 현실의 재물신이라면, 돼지는 꿈속의 재물이다. 어쩌면 돼지꿈은 용꿈보다 한 수 위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돼지꿈은 단적으로 길조와 행운의 상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돼지는 다산(多産)까지 겸하고 있다. 돼지우리의 주변은 항상 습기가 차고 더러운데, 돼지의 땀샘이 발달하지 못해 체내의 모든 수분을 소변으로 배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설장소를 따로 만들어 주면 냄새를 맡고 그 장소에서만 배설하며, 누울 곳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한다. 보통 돼지우리는 지저분한 것의 대명사로 여기지만 실은 소나 닭보다 깨끗한 동물이다. 가축으로서 돼지는 고기와 지방을 얻기 위한 것이었지만, 하늘에 제사 지내기 위한 신성한 제물(祭物)이었다. 돼지는 일찍부터 제전(祭典)의 희생으로 쓰여진 동물이다. 제전에서 돼지를 쓰는 풍속은 멀리 고구려시대부터 오늘날까지도 전승되는 역사 깊은 민속이다. 고구려 때는 하늘에 제물로 바치는 돼지를 교시(郊豕)라고 해서 특별히 관리를 두어 길렀고, 고려 때는 왕건의 조부 작제건이 서해 용왕에게서 돼지를 선물받았다. 조선시대에 와서도 멧돼지를 납향(臘享)의 제물로 썼다. 오늘날 무당의 큰 굿이나 집안의 고사, 마을 공동체 신앙에서도 돼지를 희생으로 쓰고 있다. 돼지는 이처럼 제전에서 신성한 제물이었기 때문에 돼지 자체가 신통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고구려 유리왕은 도망가는 돼지를 뒤쫓다가 국내위나암(國內尉那巖)에 이르러 산수가 깊고 험한 것을 보고 나라의 도읍을 옮겼다. 고구려 산상왕은 아들이 없었는데, 달아나는 교시를 쫓아 가다가 한 처녀의 도움으로 돼지를 붙잡고, 그 처녀와 관계하여 아들을 낳았다. 부여에서도 돼지가 벼슬이름으로 있다. 이러한 관념은 다시 돼지를 상서로운 길상의 동물로 표출하는 것이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
  • [뷰티 Up 스타일 Up] ‘비만의 계절’ 겨울 탈출구를 찾아라

    날씨가 춥고 하루 해가 짧은 겨울철엔 아침 운동조차 나가기 꺼려지고 몸은 더욱 움츠러들게 마련. 때문에 에너지 활동량이 크지 않아 먹는 족족 살로 갈 가능성이 크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나 명절까지 끼어 있다 보니 과음, 과식하는 기회도 늘어난다. 게다가 두꺼운 상의가 몸매를 가려 줘 마음도 해이해질 수 있다. 그래서 겨울철엔 비만환자가 다른 계절보다 급증할 수 있다. 일단 살이 찌면 가장 눈에 띄는 곳이 복부다. 관리도 어렵고 조금만 소홀히 하면 지방이 쉽게 축적되는 부위기 때문이다. 음식 조절은 물론 적당한 운동은 필수. 하지만 원하는 체형을 만드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좀더 빠른 감량 효과를 보려면 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행히 요즘은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내가 원하는 부위의 비만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 중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최첨단의 고주파를 이용한 ‘테너 쉐이프’이다.‘테너 쉐이프’는 마취와 수술 없이 진행되는 간단한 시술로써 시술의 비밀은 ‘문지르기’다. 심부 깊숙이 열을 발생시키기 위해 원하는 부위에 문질러주기만 하면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지방세포만이 선택적으로 파괴되어 피하지방이 제거되고 일부 내장지방도 제거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지방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는 것이 늘어진 피부인데 ‘테너’는 고주파를 이용해 피부 깊숙이 에너지를 전달함으로써 피부 내 콜라겐 합성을 자극하기 때문에 피부 리프팅 효과의 장점까지 가지고 있다. 지방축적의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HPL지방 용해술’과 병합시술을 하기도 한다. 2∼3주 간격으로 3∼5회 정도 시술받는 것이 권장되고 시술시간은 30∼40분 정도로 짧아 일상생활에 지장 없이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이다. 복부 비만으로 인해 망가진 체형과 건강 모두 고민이라면 한번 고려해 볼 만하다.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 자신있는 몸매를 되찾고 나면 앞으로 자기 관리를 더욱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임문정 원장(아이미미용성형그룹 분당점 www.imi.co.kr)
  • [전문가에 듣는 내년 경제(4)]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전문가에 듣는 내년 경제(4)]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25일 “참여정부가 사회개혁 등 다른 것은 잘했는지 몰라도 경제는 많이 망가뜨렸다.”면서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만 해내면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들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원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를 잘만 하면 우리나라가 도망가는 일본과 쫓아오는 중국 사이에 낀 넛크래커 신세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고 잘라 말했다. 김 원장은 “부동산 가격 거품이 꺼질 가능성은 있지만 금융 위기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구현 소장(서울신문 12월20일자 3면 참조)과는 상당히 다른 진단이다. 김 원장은 또 ‘투자’를 내년 정부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았다. 삼성은 소비를 놓았었다. 국제유가 추이,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 감세 정책 효과 등에 대해서도 정 소장과 엇갈린 진단을 내놓았다. ▶내년 경제 성장률을 4.2%로 봤는데. 삼성(4.3%)보다는 낮지만 한국경제연구원(3.8%)보다는 높다. -성장률 0.1∼0.2%포인트가 중요한 게 아니다. 경제가 2004년부터 잠재성장률 밑에서 헤매고 있다는 게 문제다. 내년까지 더해지면 4년째 이러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런다고 보는가. -참여정부 들어 경제가 우선순위에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미 FTA를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것만 해내면 그간의 잘못은 다 덮어질 수 있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경제학자들도 많지 않은가. -전체의 손익계산서를 잘못 뽑아서 그렇다. 국가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큰 틀에서 봐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가 백색 가전을 개방할 때도 우리 제품이 다 죽는 줄 알지 않았는가. 칠레와의 FTA도 마찬가지다. 나라가 결딴날 것처럼 떠들지 않았었나. ▶내년에 대선이 있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걱정이다. 누가 집권하든 경제에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집권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올해의) 4%대 성장률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통령에)되면 심각하다. 최소한 5%대 성장은 해야 한다. 성장을 우선순위에 둔 사람이 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가격의 거품 붕괴를 우려한다. -전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다소 잡히면서 버블이 붕괴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일본식은 아니라고 본다. 금융위기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더라도 주택 가격 하락으로 가계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경제에 미칠 충격은 조심해야 한다.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주택정책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 양도소득세율을 낮춰 지금보다 거래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종합부동산세는 세부적용 방안에서 일부 보완할 대목이 있지만 방향 자체는 괜찮다고 본다. 부동산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은 반대다. ▶한국은행은 내년 상반기에 경기가 바닥을 찍을 것으로 보는데. -우리 견해는 다르다. 하반기나 돼야 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본다. 그래도 한은이 부동산이라는 국지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콜)금리를 놔두고 지불준비율을 손댄 것은 잘한 일이다. ▶그렇다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답은 투자에 있다. 소비는 가계빚 부담 때문에 내년에도 살아나기 어렵다. 건설 투자도 내년에 올해 대비 1.5% 증가하는 정도에 그쳐 매우 저조할 것이다. 따라서 탈출구는 설비투자밖에 없다. 설비투자를 살려 고용을 늘리고 이것이 다시 소득을 늘려 소비를 하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로 유도해야 한다. ▶기업들이 돈이 없어 투자를 안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게 문제다. 지금 공장 가동률이 80%를 넘는다. 초호황때나 볼 수 있는 수치다. 이는 기업들이 공장을 한계점까지 돌리면서 투자를 유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뒤집으면 물꼬만 터주면 봇물이 터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2∼3년전에 비해 기업의 투자여건이 좋아졌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노조, 규제, 땅값 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는 판국에 한국내 비교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인천특구조차 땅값이 평당 40만원이다. 미국이나 중국으로 가면 공장부지가 공짜다. ▶세금을 깎아 소비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론상으로는 감세가 소비 여력을 키워주지만 실제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는 실증적 근거가 없다. 때문에 효과가 불확실한 감세보다는 일자리를 늘려 소득을 직접 늘려주는 대책이 더 필요하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는 방법도 가능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기업투자 유도가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 ▶미국 경기의 경착륙 가능성은. -주택 경기가 매우 부진하지만 올 3분기 들어 투자와 정보기술(IT) 산업 하락세가 멈추는 양상이다. 연착륙의 징후다. 내년에 미국은 올해보다 0.5%포인트 떨어진 3%대 초반 내지 2% 후반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로 들린다. -미국은 금리를 꾸준히 올려 경기 과열을 진정시키는 조치를 써왔다. 아직까지는 경기가 침체국면이 아니기 때문에 (올리던) 방향을 바로 틀기는 어려울 것이다. ▶환율 얘기를 안할 수가 없다. -달러화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 다소 조정을 받으면서 내년에는 달러당 평균 925원쯤 갈 것으로 본다. 엔화는 일본 정부가 내년에는 금리를 소폭 인상할 것으로 보여 조정을 받을 것이다. ▶유가는. -최소한 올해보다(배럴당 64∼65달러) 더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선진국 경기는 정점을 지났지만 개도국 전체는 계속 급성장 추세여서 전체 평균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자동차업계 ‘하이 브리드카’

    자동차업계 ‘하이 브리드카’

    내년에 하이브리드차(휘발유와 전기를 함께 쓰는 차)에 대한 자동차 시장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은 판매량이 미미해 ‘돈 되는 영역’은 아니다. 그러나 미래의 돈밭이 될 가능성이 커 업체들간의 시장 선점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내년부터 하이브리드카 소량 생산에 들어간다. 수입차 업체들은 해외시장에서 잘 팔리는 모델을 앞다퉈 들여올 계획이다. ●국산차, 소량 생산 개시로 일본차 추격 발판 마련 2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공공기관에 하이브리드차를 시범 공급해 왔다. 승용차 모델은 각각 베르나와 프라이드. 아직은 선진업체에 비해 기술력이 떨어지는 데다 시험 생산용 모델이라 대당 가격이 높은(각각 3670만원,3740만원) 것이 흠이다. 현대·기아차측은 “내년 생산 모델의 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생산대수가 늘어 규모의 경제가 어느 정도 가능하고 기술도 축적돼 상당폭 낮아질 것”이라고 전했다.2500만원 수준으로 점쳐진다. 정부(지방자치단체 포함)는 내년부터 2년간 현대·기아차가 생산한 하이브리드차 3390대를 의무적으로 구입해준다. 대신 정부 보조금을 대당 2800만원에서 1400만원(총 389억원)으로 절반 줄인다. 이 기간동안 현대·기아차는 자사의 하이브리드차를 최대한 ‘홍보해’ 2009년부터는 본격 양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세계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일본차 업체와 비교하면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최소한 추격의 발판은 마련했다고 자부한다. ●도망가는 수입차 업체, 양산모델 잇따라 수입 수입차업체가 내년에 들여오는 신차는 총 60여종. 수입차협회 윤대성 전무는 “신차 가운데 디젤과 하이브리드차가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당장 내년 2월 일본차인 혼다가 시빅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한다. 배기량 1339㏄에 연비가 ℓ당 23.2㎞나 된다. 시판가격은 3390만원. 혼다코리아 정우영 사장은 “아직은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식과 관심이 낮아 시장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혼다의 앞선 기술력을 보여주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하이브리드차 출시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국내 하이브리차 시장에 처음 뛰어든 곳은 같은 일본차인 도요타다. 지난해 9월 렉서스 브랜드인 RX 400h를 들여왔다. 지금까지도 국산·수입차 통틀어 시판되고 있는 유일한 하이브리드차다. 도요타측은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LS600h와 GS450h를 추가로 출시해 ‘선두’ 자리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산동네 ‘40년 연탄배달’ 김성수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산동네 ‘40년 연탄배달’ 김성수씨

    어릴 적, 철부지 꼬마는 차갑게 내리는 눈발에도 아랑곳없이 동네 아이들과 연탄재를 발로 차며 놀았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어둠이 몰려와 등을 떠밀었을 때야 귀가했으므로 몸은 꽁꽁 얼어버렸다. 기다리던 어머니는 야단 대신 얼음장처럼 찬 손을 어루만지며 “얘야, 연탄불에 고구마 올려놨다.”고 하셨다. 이뿐이랴. 겨울은 시계바늘을 과거로 돌려 추억의 창고문을 자주 열게 한다. 문득, 창밖에 내리는 하얀 눈을 보면서 ‘도라지 위스키의 낭만’처럼 지금쯤 어디에서 ‘나만큼 늙어가고 있을’ 아련한 첫사랑도 떠오른다. 동지섣달 기나긴 밤, 북풍한설이 몰아쳐도 ‘찹쌀떡∼, 메밀묵∼’ 소리에 화들짝 일어나 침을 삼키며 달려나갔던 정겨운 광경이 새삼 그려진다. 또 있다. 요즘 같은 날씨에 가장 생각난다. 힌트, 두 단어로 표현된다. 하숙집 아랫목을 따뜻하게 덥혀주고 애인처럼 정성으로 돌봐주면 활활 불꽃을 피운다. 다 타고 재가 되면 동네 언덕길에 산산이 으깨어져 등꼬부라진 할머니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안전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시 한편이 있다.‘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이 연탄재를 통해 타성에 젖어 살아가는 속물성과 허위를 준열하게 질타하고 있음이다. 아울러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장 되는 것’이며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이면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는 것’이라고 했다. 맞다.‘연탄’이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온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연탄 한 장은 어떤 보석보다 값진 것이다. 없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추위란 뼛속까지 에이기에 연탄 한장에 삶과 죽음을 갈라놓을 수도 있음이다. ‘연탄배달의 기수’ 김성수(65)씨.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에서 40년째 연탄배달로 생활하고 있다. 열아홉 구멍 숭숭 뚫린 시커먼 연탄 수십장씩 지게에 올려놓고 달동네 언덕을 숨이 차도록 오르락 내리락 해왔다. 독거 노인 등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결코 지게를 내려놓지 못한 세월이지만, 겨울의 강을 건너야 할 사람에게 스스로 얼음판이 되어준 그 누구보다도 따뜻한 ‘산타’의 길을 걸어왔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주, 때마침 영하 6도의 추운 날씨였다. 서울 이대 앞 전철역에서 옛날 대흥극장 쪽으로 향했다. 신협건물을 끼고 우측으로 돌아서자 가파른 언덕길이 나온다. 휴대전화로 김씨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조금만 더 올라오란다. 좁은 언덕길 양쪽에는 구멍가게,00양장점,00상회,00쌀집 등의 간판이 즐비해 1960년대의 흑백필름을 연상케 했다. 언덕 아랫길만 하더라도 외래어간판들로 북적대는 거리가 아닌가.10분여를 더 걸었더니 언덕 꼭대기 한편에 ‘三표연탄’이라는 글자가 전봇대에 메달려 있고 그 옆에 시커먼 판자로 가려진 연탄창고가 눈에 들어왔다. 이때였다. 골목길에서 잠바차림에 모자쓴 아저씨가 걸어나왔다. 직감으로 “김 선생님이시죠?”라고 했더니 씩 웃는다.“배달은 언제 나가세요.”라고 물었다. “오후에 할머니 혼자 사는 집에 열댓장만 갖다 주면 된다.”고 했다. 만난 시간이 오전 10시여서 혹 아침 식사를 했느냐고 하자 고개를 가로젓는다.“선생님, 시장하신 것 같은데 순대집 가서 막걸리나 한잔 하시죠.”라는 말에 비로소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인터뷰 장소를 인근 순대집으로 옮겼다. 막걸리 한잔을 쭉 들이켠 김씨는 “이 동네 누구 집에 숟가락 젓가락 몇개 있는 거 다 알아유.”라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입을 열었다.1980년대까지만 해도 초겨울이면 월동준비 1순위로 집집마다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연탄을 들여놨으니 ‘누구집 강아지 이름’까지 손바닥 보듯 했을 터. 올 겨울 연탄 배달량이 얼마나 됐는지 궁금했다.“신수동, 창천동, 염리동 일대에 할머니들만 사는 곳에 2200장을 보냈시유.” 대한적십자사의 주문으로 200장씩 모두 열한 집에 보냈단다. 연탄 한 장당 가격이 370원. 또 장당 이문(利文), 즉 배달료가 70원이라고 하니 올 겨울 14만여원이 주머니에 들어온 셈이다. 작년 이맘때 7000장을 배달한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하루 200장은 배달혀야 먹고 살아유.”라며 또 한잔의 막걸리를 벌컥벌컥 들이켠다. 점점 시름이 깊어진다. “이 동네에는 연탄 쓰는 집이 30가구 정도 돼유. 그런데 구의원이나 정치인, 여러 단체 등에서 공장에서 연탄을 다량으로 싸게 구입해 없는 집, 있는 집 할 것 없이 다 돌립니다. 어떤 집에는 부모 자식 돈버는 부잣집인데도 쌀이며 연탄까지 갖다 줘유. 진짜 없는 집은 배가 고픈디 말이여유. 정부에서 하는 일이 왜 그런디유?” 김씨는 안양에 있는 연탄공장에서 타이탄트럭 한 대분(1200장)을 받으면 창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노고산동과 인근 독거노인들이 사는 집 위주로 배달해오며 생계를 꾸려오고 있다. 연탄배달 외에는 주로 라면박스 같은 것을 주워다가 고물상에 내다 판다. 박스 1㎏에 40원을 받으니 리어카 하나 가득해 봐야 겨우 4000원을 받는 셈. 리어카를 채우려면 일주일은 돌아다녀야 한다.“우리 집 말여유? 혼자 세들어 살지유. 외풍도 세고 비도 줄줄 새는 그런 집이여유.” 결혼 얘기가 나오자 잠시 창밖을 응시한다. 빈 속에 막걸리 몇잔 들이켜서인지 어느새 눈이 젖어 있었다.“고생 고생 해서 번 돈, 아이들 엄마가 어느날 훌쩍 다 갖고 도망가 버렸어유. 그때 아내를 찾으려고 1년 동안 실성하다시피 지낸 것 외에는 연탄배달만 줄곧 해왔시유.” 김씨는 충남 천안시 성환읍에서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많은 식구들이 논농사 12마지기에 의지하기엔 벅찼다. 그래서 대홍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아버지가 서울에서 일자리를 구하자 함께 상경했다. 그는 스무살 무렵 곧바로 5사단 현역으로 자원입대했다.3년 동안 군복무를 마친 후에는 서울 신촌 인근의 건재상에서 장당 30원을 받는 벽돌배달 일을 했다. 당시 라면 한 봉지에 16원, 막걸리 한 주전자에 30원 하던 시절이었다. 스물다섯 살 되던 1966년에 지금의 노고산동으로 옮겨 한 기와집 추녀 끝에 조그마한 연탄가게를 마련했다. 이어 리어카를 장만하고 지게를 만들어 본격적인 ‘시커먼(?) 인생길’로 뛰어들었다. 당시에는 동네에서 한달 3만장씩 팔았다. 특히 연대와 이대, 이대부고 등 주변 학교에 배달을 맡아 그럭저럭 돈벌이도 괜찮았다. 박정희 정권 때 정부시책으로 가구당 연탄 50장씩 할당하는 카드제가 실시되던 시기였다. 결혼도 이 무렵에 했다. 하지만 막내딸이 초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인 1978년 어느날 아내가 집을 나가버렸던 것.“지나가는 버스만 쳐다봐도 아내가 탄 줄 알고 막 쫓아가고 했시유.” 시련을 딛고 다시 연탄배달에 전념했다. 결국 한때 삼표, 삼천리, 대성, 한일연탄 등 여러 연탄집들이 경쟁적으로 있었지만 기름보일러, 가스보일러들이 대대적으로 보급되면서 다들 사라지고 삼표연탄만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해오게 됐다. “얼마 전 구청에서 오라고 해서 갔더니 자동차가 몇대냐 직원은 몇명이냐고 합디다. 그래서 ‘리어카 한대와 지게 하나.’라구 했지유. 저는 살아오면서 쓸데없는(나쁜) 일은 한번도 안했는데 자꾸 이상한 쪽으로 물어봐유.” 주위에서 속이거나 힘들게 해도 싫증 한번 내보지 않았다는 김씨. 또 매서운 산동네의 겨울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40년 동안 한결같이 새벽 4시에 일어나 고단한 하루를 시작했다. 딸 둘을 키워 시집보내고 지금은 무자식처럼 외롭게 산다. 워낙 가난해서 누가 버린 옷과 양말을 주워다 입고 신어도,‘연탄 한장 갖다 주세요.’라는 말에 항상 위안을 삼으며 살아왔다. “배고픈 거 하늘이 알겠어유, 땅이 알겠어유.” 침묵이 흘렀다. 잔주름 가득한 이마가 할말 많다는 듯 위아래로 미동한다. 그것도 잠시, 김씨는 또한번 씩 하고 웃더니 손을 툭툭 털며 일어선다. km@seoul.co.kr
  • [열린세상] 중3 학생들의 선행학습 유감/강영혜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

    최근 몇주간 서울 대치동 주변에서 중3학생들과 학부모, 학원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사교육 실태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교육 문제를 연구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해결책도 없는 문제에 왜 시간을 낭비하느냐고 되물었다. 고교 구성원들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학교 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완화는 별개’라는 인식이 강하게 드러났다. 그런 점에서 “좋은 대학을 나와야 잘 살 수 있는데 어떻게 과외를 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대학 나오지 않아도 웬만큼 살 수 있다면 모두가 ‘공부 공부’하지는 않겠지요.”라는 어느 중학생의 대답은 사교육 시장이 날로 번창하는 배경을 보여준다. 필자의 기억에 고교 입학전 두달간은 참으로 여유로운 시간이었는데 요즘 중3학생들에게 이 시기는 선행학습으로 쉴 틈 없는 불안의 나날이었다. 비범한 능력을 지닌 어느 과학계열 특목고 합격생은, 다른 학생들이 고2 수준의 선행학습을 다 마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서 합격자 발표 직후부터 선행학습에 눈코 뜰 새가 없었다. 남들은 다 아는 내용을 혼자만 몰라서 수업에 방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그 학생을 절박하게 몰고 있었다. 외국어고에 합격한 한 학생은 중3 가을에 고1수준의 수학을 마쳤는데, 입학 후를 대비하여 고1 수학을 다시 배운다고 하였다. 이미 배웠던 걸 또 반복하니 좀 재미가 없겠다고 했더니 학생은 의외로,‘볼 때마다 새롭고 모르는 것 투성이’라고 하였다. 선행학습으로 바쁜 아이들을 만나면서 오래전 발달심리학 시간에 들은 내용이 떠올랐다. 걸음마를 막 익힌 유아들을 상대로 한 그룹은 사다리 오르는 훈련을 열심히 시키고 다른 아이들에게는 시키지 않았는데,6개월쯤 지나 아이들의 다리가 좀더 자라고 나니 두 집단 모두 쉽게 사다리를 오르더라는 것이다. 인간 발달이 학습과 자연적 성숙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는 상식은 인지적 측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때를 기다려 발달 수준에 맞는 내용을 가르치고, 배운 내용을 스스로 소화시킬 시간이 허락되어야 제대로 학습된다는 것은 교육학의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중3학생들이 매달려 있는 선행학습의 실효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선행학습을 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혹자는 다른 학생들의 선행학습을 의식하여 불안한 마음에서 동참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남보다 앞서 배우면 경쟁에 유리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 때문에 할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영재가 아니라면 선행학습은 득보다 실이 큰데, 특히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과 교과 흥미도 측면에서 기초 역량을 넘는 선행학습은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수업관찰을 해 보면 선행학습자가 많은 교실에서 수업 집중도가 낮고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사교육이 학교 교육을 무력화하는 실례를 서울의 중상층 거주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자신의 수준을 착각하는 학생들과,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미 웬만한 내용을 알고 있다고 여기는 교사들 사이에서 새롭고 진지한 학습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럴 경우 학교교육만 믿고 선행학습을 받지 않거나 받을 수 없는 학생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그런 점에서 무분별한 선행학습은 학교와 학생 모두를 망가뜨리게 된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에게 필요한 공부는 고교 과정이 아니라, 중학교 과정 중에서 약한 부분의 복습이다. 이미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도 않고 어려운 내용 앞에서 느끼는 불안감도 덜하다. 그런 점에서 중3 겨울에는 차라리 기초가 약한 과목을 복습하면서 3년 후 진로를 위한 정보도 찾고 체험하는, 자유와 휴식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강영혜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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