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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당뇨병과 신부전

    뜬금없이 신부전 얘기를 들춥니다. 그렇게 여기기 쉽지만, 만성 신부전증은 환자 2명 중 1명이 당뇨병이 원인입니다. 이 정도면 당뇨병이야말로 만성 신부전증의 ‘파이프 라인’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듯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당뇨병 환자가 혈당을 조절하지 못하면 가장 먼저 핏속의 고혈당이 서서히 혈관을 망가뜨리는 과정이 시작됩니다. 인체에서 미세 혈관이 가장 많은 콩팥이 이 때문에 손상을 입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지요. 콩팥은 일단 손상을 입으면 핏속의 알부민을 자꾸 흘려보내게 되고, 이 때문에 소변에 알부민이 섞여나오게 됩니다. 이걸 ‘미세알부민뇨’라고 합니다. 의사들은 바로 이 알부민뇨를 보고 신부전의 시작 여부를 알아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의사들이 허투루 말하는 것 같은 심혈관질환의 예측도 사실은 알부민뇨로 콩팥의 손상을 확인한 결과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가 자주 듣는 단백뇨는 알부민뇨의 다음 단계입니다. 알부민뇨가 심해지면 단백뇨로 발전하고, 이걸 방치하면 얼굴이 푸석거리고 손발이 붓는 부종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흔히 “저 이는 콩팥이 안 좋아 잘 붓는다.”고 말하곤 하는 부종 증상은 콩팥의 이상이 상당히 진행된 단계에 해당됩니다. 다음은 뻔합니다. 고혈압에 동맥경화가 생기고 결국 치명적인 신부전 말기의 수렁에 빠져들게 됩니다. 뜬금없는 결과가 아니라 정해진 수순입니다. 질환의 고통을 통증과 같은 말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통증은 질환이 주는 수많은 고통의 일부일 뿐입니다. 만성 신부전으로 신장 투석을 받거나 이식을 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 삶이 얼마나 팍팍하고 답답하겠습니까. 그래서 예방이 상책이라고들 하는데, 맞는 말입니다. jeshim@seoul.co.kr
  • 악덕 부모의 항변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

    1932년 영국 런던에서 한 여자아이가 태어난다. 훗날 ‘세기의 미녀’로 추앙받게 될 아이였지만, 당시 모습은 너무 끔찍했다. ‘다모증’ 때문에 갓 태어난 원숭이 새끼보다 털이 많았다. 엄마에게조차 “지금까지 본 아기들 중 가장 이상한 아기”였으니 말이다. 15개월째 겨우 일어서고, 두 돌이 지나서야 원숭이 같던 모습이 사라지기 시작한 아이는 그때부터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변하듯, 아름다운 소녀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빼어난 외모는 그녀에게서 유년기를 빼앗아 갔다. 이후의 삶 또한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얘기다. 열한 살이 된 ‘리즈’는 1943년 ‘녹원의 천사’라는 영화에서 말을 타고 장애물 경주에 참가하는 ‘벨벳’ 역할을 따낸다. 그러나 체구가 너무 작은 것이 문제였다. 영화사는 이듬해 1월까지 크랭크인을 미뤘는데, 이 사이 극성스러운 엄마 사라 테일러는 호르몬 약제 등을 동원해 불과 4개월 만에 딸의 키를 7㎝나 키워 놓는다. 외모 탓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배우 출신 엄마의 욕망 때문에 리즈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배우로 자라난다. 리즈는 삶과 허구를 혼동할 만큼 배역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면의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무려 여덟 번이나 결혼을 하고, 술과 약물에 의존하기도 했다. 훌륭한 위인 뒤에는 훌륭한 부모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자식들을 끔찍이 학대하거나 혹은 자식에게 광적으로 집착하거나, 반대로 철저히 방치한 부모 밑에서 특별한 재능을 꽃피운 자식들이 나오기도 한다. ‘18인의 천재와 끔찍한 부모들’(외르크 치틀라우 지음, 강희진 옮김, 미래의창 펴냄)은 괴물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천재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천재의 부모들을 폭군형과 교관형, 집작형, 이기적 부모 등 네 유형로 나눈다. 독일 성직자 마르틴 루터는 ‘폭군형 부모’를 뒀다. 어린 시절 호두 한 알 때문에 피가 나도록 맞기도 했는데, ‘자비로운 아버지’에 대한 루터의 이상이 종교개혁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의 배경이 되곤 한다. 모차르트와 마이클 잭슨 등은 교관형 부모 아래서 자랐다.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는 어린 아들의 몸이 다 망가질 정도로 혹독한 연주여행을 강요했고, 마이클 잭슨의 아버지는 일곱 살의 어린 마이클을 새벽 2시에 깨워 무대에 세우기도 했다. 독일어 원제를 번역하면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다. 부모들의 항변은 동서가 같고, 고금이라고 다르지 않은 게다. 1만 3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궁중무악 재현 현장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궁중무악 재현 현장

    145년 전 프랑스가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가 4차분까지 모두 돌아온 뒤 500년 조선왕조 역사와 예술의 중심축인 궁중문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는 7월 이들 도서의 일반 공개에 앞서 각종 공연과 기념행사가 진행 되고 있는 가운데 궁중문화의 핵심으로 기품이 넘치는 궁중무악(宮中舞樂)을 재현하고 있는 현장을 찾았다. 초여름의 성급한 무더위로 숨이 턱까지 차오르던 지난달 29일. 경복궁 근정전 앞마당에서는 ‘세종조 회례연’(世宗朝 會禮宴)을 재현하기 위한 국립국악원 단원들의 준비가 한창이었다. 전통 궁중의상을 차려 입은 연주단원과 무용단원들의 이마에는 비지땀이 흘렀다. ‘회례연’은 정월 초하루와 동짓날, 임금과 문무백관이 모여 화목을 도모하기 위해 벌이는 잔치를 일컫는다. ●경복궁 ‘세종조 회례연’… 뙤약볕 1시간 공연 관객 기립박수 휴일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들은 15세기의 품격 높은 궁중무악을 감상하기 위해 공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근정전 주변에 모여들었다. 뙤약볕 아래서 1시간 넘게 진행된 공연이었지만 도중에 자리를 뜨는 사람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관객들은 수준 높은 공연에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임금이 되는 상상을 하며 공연을 봤다.”는 김정길(53)씨는 “고궁에서 옛 왕조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는 공연을 자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례·연향·조회·군례악 등 다양한 궁중 행사에 사용되었던 궁중음악은 오늘날 정악(正樂)의 한 장르로 분류된다. 아정하고 고상하며 속되지 않고 바른 음악이란 뜻의 ‘정악’. 국립국악원 이숙희 학예연구관은 “예로부터 유교 문화권에서 악(樂)은 인간의 심성을 바르게 하고 사회를 교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낙이불류(而不流) 애이불비(哀而不悲)’라 했던가. 신라의 우륵이 제자들의 연주를 듣고 던졌다는 찬사다. ‘즐겁되 넘치지 않고, 슬프되 비통하지 않은 감정의 절제’가 정악의 특징이다. 정악의 연주에는 민속악에서 느끼는 희로애락과 같은 감정이입은 없지만 그 담담하고 유유한 장단의 흐름 속에서 선현들의 고고한 정신을 읽을 수 있다. “정재(呈才)로 불리는 궁중무용은 장엄하고 화려하면서도 모든 것이 절제된 가운데 우아함과 품위를 잃지 않은 정중동(靜中動)의 고혹적인 춤사위입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심숙경 안무자의 설명이다. 어우러진 아름다움의 극치다. 그녀의 표현처럼 무용단원의 춤가락은 마치 숨을 고르고 명상의 세계에 잦아드는 과정처럼 현실을 초월한 신비스러운 멋을 느끼게 했다. 실로 공연이 끝난 후 느끼는 상쾌함에 일상의 불필요한 잡념과 찌꺼기들이 씻겨 나간 기분이다. 선조들의 예술 수준이 이처럼 높았단 말인가. ●국내 유일 편종 장인 김현곤씨 “수백 년 전 소리 찾는 일 내 천직” 궁중무악에 사용되는 악기는 ‘악학궤범’(樂學軌範) ‘악기조성청의궤’(樂器造成廳儀軌) 등 고서에 전해지는 방식 그대로 제작된다. 충북 영동의 국립국악원 악기연구소는 과거로부터 전승되는 악기를 복원하고 오늘날의 무대 공연에 맞는 악기를 개발, 연구하는 곳이다. 김영희 학예연구관은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1587~1671) 선생이 직접 만들어 사용한 거문고 악기인 고산유금(孤山遺琴)과 세종조 편경(編磬)과 짝을 이루는 세종조 편종(編鐘)을 지난해 복원 제작했다.”며 성과를 설명했다. 김현곤(76)씨는 국내 유일의 편종 장인이다. 6·25 전쟁이 끝나고 고향인 전북에서 상경하여 서양 악기 만드는 일부터 시작한 김씨는 국립국악원에서 망가진 옛 악기를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수백 년 전의 정확한 소리를 찾는 일이 저의 천직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지난해 악기연구소에서 고증한 ‘악학궤범’에 따른 그림과 치수를 참고하여 세종조 편종을 제작했다. 주물 작업을 마친 종(鐘)의 조율을 하고 있는 그의 손놀림이 현란하다. 마치 옛 악기의 소리뿐 아니라 그 시대의 정신도 함께 되살리려는 듯했다. 진솔하고 고상한 궁중무악은 조선왕조가 성취한 최고급 문화의 결정체이다. 햇살이 풍요로운 6월, 싱그러운 자연과 더불어 선조들의 고고한 감성을 헤아리며 또 하나의 슬기를 배워보는 것도 좋겠다. 글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단독] 국회 들이받은 경찰버스

    [단독] 국회 들이받은 경찰버스

    경찰이 차량운행의 높이제한을 스스로 어겼다가 국회내 도로에 버스가 끼이면서 시설과 버스가 크게 훼손되는 사고를 냈다. 2일 오후 1시 40분쯤 15인승 미니버스가 국회 본청 진입로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버스는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차량으로 이성규 서울경찰청장과 부장단이 하루 전 선출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인기 위원장에게 인사를 하러 가던 길이었다. 제한높이 2.4m라는 경고문이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진입한 경찰버스는 지붕과 진입로 천장이 맞닿으며 강한 마찰음을 내며 멈춰섰다. 버스는 몸체가 반 이상 들어간 채로 20분 남짓동안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지나는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됐다. 여러 차례 후진을 시도해 겨우 진입로를 빠져나왔지만 버스가 부딪힌 천장은 패널들이 깨져 너덜너덜해지는 등 크게 훼손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미니버스가 최근에 바뀐 뒤 처음으로 국회에 들어왔는데 이전까지 별 탈 없이 드나들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괜찮을 줄 알았던 게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국회 관리국에서는 훼손된 시설물의 피해액을 산정하고 있고 수리를 마친 뒤 서울경찰청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 건물과 버스를 경찰의 과실로 망가뜨렸기 때문에 이를 역시 국민 세금인 국가예산으로 배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앞으로 경찰이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쏠린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中 네이멍구 민족갈등 초비상

    中 네이멍구 민족갈등 초비상

    2년여 만에 재연된 민족갈등으로 중국이 또다시 긴장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에서 몽골족들의 시위가 확산되면서 중국 당국은 일부 지역을 봉쇄하고, 인터넷 등의 관련 단어 검색을 차단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섰다. 일부 지역에 무장 병력을 대거 배치하는 등 현지 상황은 사실상 계엄 상태를 방불케 하는 삼엄한 경계 태세가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기자들의 현지 취재도 당국에 의해 제지되고 있다. 30일 현재 중국 인터넷에서는 ‘네이멍구’ ‘집단시위’ 등의 검색이 철저하게 차단된 상태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중국판 트위터인 마이크로블로그에 네이멍구의 영어 발음인 ‘nmg’ 등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현지 소식 등을 외부로 전하는 등 몽골족 시위사태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남몽골 인권정보센터는 몽골족 유목민을 한족 트럭 운전사가 치어 숨지게 한 사건으로 촉발된 몽골족들의 항의시위가 이날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 사태는 지난 10일 네이멍구 북부 시린하오터(錫林浩特) 인근의 초원지대에서 발생한 몽골족 유목민과 한족 트럭 운전사의 충돌에서 비롯됐다. 석탄을 운송하는 대형 트럭들의 불법 운행으로 초원이 망가지자 유목민 30여명이 트럭 운행 저지에 나섰고, 트럭 운전사는 두 팔을 벌려 트럭의 주행을 막은 유목민 메르겐(34)을 그대로 치고 지나갔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메르겐은 트럭 앞바퀴에 끼인 채 150m를 끌려갔으며 현장에서 즉사했다. 사건 발생 5일 뒤에는 인근 석탄광산에서 항의시위에 나선 몽골족 근로자들이 한족이 대부분인 회사 측 직원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해 한 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하는 사건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 시린하오터 정부청사 앞에서 학생 등 2000여명이 모여 당국의 미온적인 사건 처리 등에 항의하면서 시위사태는 절정으로 치달았고, 이때 민족갈등을 부채질하는 구호와 반정부 구호까지 등장했다. 네이멍구 자치구 공안당국은 28일부터 이틀동안 시린하오터 지역 2개 농촌 마을에 봉쇄 조치를 취했고 무장경찰들이 30일까지 삼엄한 경계를 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1947년 네이멍구 자치구 설치 이후 가장 큰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티베트나 위구르족과는 달리 한족에 사실상 동화된 네이멍구에서 민족갈등이 불거지자 중국 당국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시위는 갈수록 늘어나는 한족 유입과 탄광 등을 통해 축적된 지역경제의 상당 부분이 한족들에만 돌아가고 있다는 몽골족들의 불만이 바닥에 깔려 있어 2년 전 신장(新疆) 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 유혈시위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혼란이 계속되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30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중국은 중대한 사회적 모순을 겪는 시기에 진입했다.”면서 “이 때문에 사회를 감독하는 작업은 매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위원회는 사회치안체계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요구해 시위에 대한 엄격한 진압을 예고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서울 유대근기자 stinger@seoul.co.kr
  • [현장 톡톡] SBS 아침드라마 ‘미쓰 아줌마’

    [현장 톡톡] SBS 아침드라마 ‘미쓰 아줌마’

    참 서럽다. 젊은 여자 후배와 바람난 남편 때문에 이혼했는데 ‘이혼녀’라는 딱지 때문에 취업 면접을 볼 때마다 번번이 고배를 마신다. 이혼녀, 변신하기로 했다. 광고업계의 다크호스가 되리라. 30일 첫선을 보이는 SBS 아침드라마 ‘미쓰 아줌마’의 주인공 금화의 이야기다. ‘미쓰 아줌마’는 남편의 외도로 싱글맘이 된 금화가 ‘이혼녀’라는 주홍글씨에서 벗어나고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변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과정을 그렸다. 뽀글뽀글한 파마머리, 펑퍼짐한 몸매의 아줌마에서 미혼 여성도 울고 갈 ‘미시’(아가씨 같은 아줌마)로 변해가는 주인공 강금화는 배우 오현경이 맡았다. 오현경은 ‘미쓰 아줌마’ 초반부에서 망가짐의 끝을 보여줄 예정이다. 오현경은 지난 26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희망을 주는 밝은 드라마여서 선택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싱글맘이 어떻게 세상의 편견에 맞서 잘 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라면서 “저도 싱글맘이라 (주인공의 심리를)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6년 이혼한 오현경은 “상대 배우(권오중)가 좋은데 금방 이혼한대요. 또 이혼하는구나 싶어 유쾌하지는 않아요.”라며 웃었다. 오현경은 2008년 방영된 SBS 주말극 ‘조강지처클럽’에서도 이혼녀를 연기했다. 금화의 전 남편 고경세 역을 맡은 권오중은 “작가분이 여성이라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고 있다. 항상 남자가 나쁘다.”면서 “처음엔 후회하지 않았는데 점점 갈수록 더 나쁜 남편이 되어 출연을 후회하고 있다(웃음). 어떻게 보면 제가 자극을 줌으로써 금화는 새 인생을 찾으니 좋을 수도 있다.”며 재치 있게 자신의 캐릭터를 소개했다. 경세의 대학 후배이자 금화-경세 부부의 이혼에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하는 광고기획자 왕새미 역에는 정시아가 캐스팅됐다. 정시아는 “저 역시 유부녀이다 보니 불륜녀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요. 그렇다 보니 새미 연기를 할 때 처음에는 힘들더라고요. 새미를 표현해야 하는데 자꾸 금화 역할에 몰입하는 거예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금화를 사랑하는 광고회사 대표 ‘차도남’(차가운 도시남자) 윤정우 역은 가수 겸 연기자인 김정민이 맡았다. 그는 “원래 제 이미지는 마음 넓고 따뜻하고 좋은 아빠였는데 이번 드라마에서 까칠하게 나와 걱정된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與野 정책위의장에게 듣는다] “난 진보적 중도…보·혁장점 ‘정책믹스’ 정치인 해야할 일”

    [與野 정책위의장에게 듣는다] “난 진보적 중도…보·혁장점 ‘정책믹스’ 정치인 해야할 일”

    여야의 정책 대결이 뜨거워지고 있다. 각 당에서 정책을 매개로 ‘노선 투쟁’이 빚어지고 있는 데 따른 영향도 크다. 마침 양당 지도부가 새로 출범하면서 ‘서민 정책’을 놓고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주영, 민주당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이 대결의 선봉에 서 있다. 앞으로 1년 동안 당의 정책은 차기 총선과 대선의 밑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한 자리다. 특히 이들이 잡는 방향타는 각각 진행 중인 당내 노선 투쟁의 향방을 가를 수도 있어 더욱 민감하다. 그 중요성을 반영하듯, 두 의장의 사무실은 ‘축하 난’으로 가득했다. 특히 야당의장의 방에 여야, 재계, 관계 가릴 것 없이 쏟아진 축하는 그 미묘한 위상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한나라 반값등록금 정책 환영 →반값 등록금 정책이 이슈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어떻게 다른가. -한나라당이 3년 반 동안 나 몰라라 하다가 이제라도 들고나온 것 자체는 환영한다. ‘반값 등록금 여야정협의체’를 빠른 시간 내에 만들 것을 제안한다. 우선 6월 임시국회 안에 등록금 재원 5000억원을 추가경정 예산으로 편성하고 등록금 관련 5대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5대 법안은 ‘등록금 상한제법’,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 개선법’, 장학금 확대법, ‘지방교육재정확대법’, ‘교육재정확대법’이다. 민주당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소득구간 10분위 중 가장 낮은 1분위(연소득 1238만원) 이하에게 등록금 전액인 700만원 지원 ▲정부에서 현재 지원하고 있지 않은 소득구간 2~4분위(3270만원) 학생에게 등록금 절반인 350만원 지원 ▲소득 5분위 이하에게 30%인 210만원 지원 등의 정책도 담고 있다. ●한·미 FTA 우격다짐으로 안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입장은. -한·미 FTA는 우격다짐으로 할 게 아니다. 6월 임시국회에 상정하지 말아야 한다. FTA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대안 마련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미국 국회에서도 한·미 FTA 체결로 실직하게 될 자국 노동자들의 생계 문제를 해결해 주는 무역조정지원(TAA) 연장 법안을 FTA와 연계해 처리하지 않으면 상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국민 공감대도 필요하다. →대안만 마련되면 한·미 FTA는 통과시키는 건가. -참여정부 시절 협상 선이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 FTA는 이익의 균형이 깨졌다. 경제성 효과 평가를 민주당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명의로 추진할 것이다. 상정 전에 부문별 경제성 평가를 한번 더 할 필요 있다. 특히 미국 의회의 움직임과 연계돼야 한다. 이익의 균형이 깨졌는데 미국이 여름 국회에서 조정할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 전략적 차원에서 재재협상이 필요하다. ●대북정책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 →한나라당 일각에서 대북정책 기조 수정 요구도 나온다. 민주당은 어떤가. -남북 대화를 해야 한다. 민주당이 추구하는 평화가 돈이고 경제다. 이명박 정부가 남북 대화를 안 한 결과는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나타났다. 금강산 사업이 없어지면서 강원 경제가 망가지는 것을 접경지역 국민들이 느낀 것이다. 선명성 경쟁이 아니라 대세다. 가야 할 방향과 대세에 누가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가느냐가 중요하다. →북한인권법 처리 방침은. -정부·여당이 먼저 입장을 정리한 통일안을 가져와야 한다. 북한인권법은 알려진 내용이 사실과 많이 다르다. 인권재단 설립이 주요 내용인데 통일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서로 재단을 가지려고 각을 세우고 있다. →소득세 및 법인세 추가 감세 문제에 대한 입장은. -부자 감세를 즉각 철회하고 법인세도 대기업 특혜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 →대여(對與) 정책협의 원칙은. -‘상선약수.’ 흐르는 물처럼 낮은 데로 임해 강을 만들고 바다를 만들 것이다. 원칙을 지키면서 ‘악센트’ 있는 정책을 펴고 싶다. 지켜야 할 원칙은 지키되 양보할 건 과감히 양보할 것이다. 그동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로서 한나라당 주성영 간사와 한번도 다툰 적이 없다. 정부는 야당과도 당정협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과의 소통을 원하면 먼저 야당과 소통해야 한다.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법안)은 어떤 건가. -우리 사회의 기회균등을 위한 부분이다. 재벌기업, 사법개혁 분야는 물러설 수 없다. 금산분리는 견제와 균형을 위한 필수 장치다. 지난 3년간 특혜를 받지 못한 중산층 서민들의 가슴에 너무 많은 멍이 들었다. 생활고와 연결되면 하나둘씩 밖으로 표출될 것이다. 이대로 가면 민심이 폭발할 것 같은 느낌도 있다. →중요한 시기이다. 어떤 부분에 주력할 건가. -거대 담론도 중요하지만 여성으로서의 섬세함과 포용력은 더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육아·보육·전세난·대학등록금·물가대란 등 민생고·생활고가 모두 여성의 문제와 직결된다. →민주당은 어떤 정책 노선을 지향해야 하나. -‘민생 진보’다. 보수, 진보의 축을 따지는 것은 의미 없다. MB노믹스로 혜택받지 못한 서민·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신뢰 있게 지속적으로 펴가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당이 추구하는 진보다. 정책에는 진보와 보수가 없다. 시대가 요구하고 국민이 바라는 정책이 무엇인지, 어느 정당이 진정성 있게 담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정책이 특정 대선 후보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2007년 대선에서 다음 대통령 선거는 복지가 화두일 거라고 예측했다. 복지 화두는 국민소득 2만~3만 달러로 넘어가는 모든 나라가 겪은 공통 어젠다다. 세금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바꿔 줄 시기가 왔다. ‘세금=미래=보험’이란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정책 노선은 어떻게 잡을 것인가. -내가 추구하는 건 진보적 중도다. 오바마 정부를 예로 들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당연히 진보적인 사람이지만 정책은 반드시 진보적이지 않다. ‘정책 믹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보와 보수의 장단점은 국민이 판단할 것이고 양쪽의 장점을 어떻게 배합하느냐가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김진표 원내대표와는 어떤 점이 통하나. -김 원내대표가 처음 전화를 걸어와 “박 의원은 내가 갖고 있지 못한 부분을 갖고 있기에 서로 보완이 되지 않겠냐.”고 하더라. 김 대표 하면 관료 출신의 중도적 성향이라고 하는데 대표가 된 이후 (진보 성향이) 강해진 것 같다. 상대적으로 내가 좀 더 부드러워져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첫 여성 당 정책위의장인데, 여성 정치인의 현 주소는. -우선 굉장히 부담스럽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여성 정치인의 상징적 인물이지만 박 대표와 정책은 연결고리가 쉽게 맺어지지 않는다. 국회를 정쟁이 아닌 정책의 대결 장소로 바꾸고 싶다. 정책 대결이 생활정치로 연결되고 이것이 정치의 본질이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2008년 통합민주당 시절 손학규 대표 체제에서 최고위원을 했다. 다시 지도부로 만나니 어떤가. -담금질을 통해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손 대표를 통해 느낀다. ‘우리 사람이다’란 단어를 쓰게 된 계기는 지난해 겨울 천막농성 때다. 천막 속에서 진정성 있게 생활하는 모습이 의원들에게 감동을 줬다. →손 대표가 지금 잘하고 있다고 보나. -손 대표가 신임 지도부들을 모아 놓고 “나는 독점할 생각이 없다. 많이 듣고 논의해 가는 구조로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좀 더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어떨까 싶다.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박영선 프로필 ▲1960년 경남 창녕 출생 ▲수도여고, 경희대 지리학과, 서강대 언론대학원 졸업 ▲MBC 보도국 기자, 앵커, 경제부장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열린우리당 대변인 ▲17, 18대 국회의원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 지원실장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민주당 FTA대책 특위 위원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국회 사법개혁특위 검찰소위 위원장 ▲민주당 정책위의장
  • ‘전설’로 25년 만에 막 내리는 ‘오프라 윈프리쇼’… 왜 그녀인가

    ‘전설’로 25년 만에 막 내리는 ‘오프라 윈프리쇼’… 왜 그녀인가

    ‘당신과 나는 똑같은 약자라는 자세로 격려하며 상대방의 얘기를 듣는다. 상대방과 공감하고 함께 호흡하는 감정이입 능력이 뛰어나다. 에둘러 가지 않고 직구를 던진다. 그러고는 고해성사를 이끌어 낸다.’ 오프라 윈프리, 그녀가 사람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녀 앞에만 앉으면 전 세계 유명인사들은 무장해제됐다.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를 공개 지지, 흑인 미국 대통령을 탄생시킨 ‘킹메이커’이기도 했다. 1993년 팝의 전설 마이클 잭슨은 14년 만에 처음 출연하는 프로그램으로 오프라 윈프리쇼를 선택했다. 그는 그녀 앞에서 자신을 학대한 아버지에 대한 증오, 백반증으로 무너지는 피부의 고통, 뼈저린 외로움을 호소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코미디언 엘런 드제너러스는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그녀에게 처음 고백했다. 세계인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은 자신을 망가뜨렸던 마약·섹스 중독과 지옥 같은 결혼생활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열등감에 시달리던 동네 아줌마에서 ‘브리튼스 갓 탤런트’를 통해 일약 스타가 된 수전 보일이 영국 방송의 러브콜을 무시하고 가장 먼저 선택한 프로그램도 그녀의 쇼였다. ●불행 나누며 고해성사 이끌어 윈프리는 방송 데뷔 초기부터 ‘나와 당신은 똑같은 약자’라는 동질감을 안기며 시청자들을 위로했다. 오프라 윈프리쇼를 시작한 첫해인 1986년, 그녀는 자신이 9살에 강간당해 14살에 임신, 가출한 뒤 아이를 잃은 가난한 흑인 여자였음을 고백했다.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자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된 그녀의 삶도 고통의 연속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청자와 인터뷰이들은 그녀 앞에서 마음놓고 고해성사를 하게 된다. 서울대 ‘말하기’ 강사인 유정아 전 아나운서는 “오프라의 인생 자체가 고통이었기 때문에 인터뷰이는 이 사람한테라면 어떤 아픈 얘기도 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면서 “도덕적인 충고로 비판하거나 정보를 얻으려고도 하지 않고 문제를 풀어주려는 격려적 듣기로 인터뷰에 임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큰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의 힘은 세다 여성들에게는 ‘옆집 아줌마’처럼 사생활에 대한 수다를 가감없이 늘어놓았다. 1988년 고깃덩어리 30.4㎏을 들고 나와 “‘10’ 사이즈짜리 청바지를 입으려고 이만큼의 살을 뺐다.”고 말해 돈과 명예 모두 거머쥔 그녀 역시 다이어트와 사투를 벌이고 있음을 알렸다. 아이를 갖지 않는 이유에 대해 ‘좋은 엄마가 될 수 없을 것 같아서예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아 슈퍼맘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현대 여성들의 지지를 받았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전미옥 CMI연구소 대표는 “윈프리의 가장 큰 능력은 공감할 줄 안다는 것”이라면서 “그는 인터뷰 중 주의 깊게 들어주고 계속 추임새를 넣으며 스스럼 없이 상대를 포옹하는데 이는 그의 뛰어난 공감력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직구로 승부한다 편안한 분위기에서도 어려운 질문, 민감한 주제도 비켜가지 않고 ‘직구’를 던지는 그녀의 화법은 세상의 편견을 바꾸는 동력이 됐다. 에이즈에 대한 반감과 공포가 여전히 극심했던 1987년 윈프리는 처음으로 ‘에이즈’에 대해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윈프리는 이 방송을 통해 에이즈에 대한 세인들의 오해를 걷어냈다. 1991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때는 직접 LA로 날아가 미국인들에게 미국 내 인종차별을 직시하게 했다. 1996년 광우병 문제를 다룬 에피소드에서는 “무서워서 더 이상 햄버거를 못 먹겠네요.”라고 말했다가 텍사스주 목장 주인들로부터 11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며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결국 윈프리의 말이 사실에 근거했다며 그녀의 손을 들어줬다. ●“절친들에겐 꼼짝 못해” 비판도 윈프리의 솔직한 심성은 덫이 되기도 했다. 자신과 친한 유명인사나 정치인이 나오면 강하게 맞서는 질문을 던지지 못한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자신의 쇼에 두번이나 출연시킨 그녀는 2008년 오바마에 대한 과도한 충성과 친분 때문에 그의 정적인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의 출연을 거부했다는 구설수에 올랐다. 2009년에는 여배우 수전 소머스가 쇼에 출연, 의학계에서 승인받지 않은 호르몬 요법을 설명하는데도 이를 방치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저널리스트의 냉철함은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서린·유대근기자 rin@seoul.co.kr
  • [문화마당] 부모 버린 자식들의 사회/공선옥 소설가

    [문화마당] 부모 버린 자식들의 사회/공선옥 소설가

    텔레비전에서 농촌이 사라졌다. 농촌을 그린 드라마가 사라졌다. 고작 ‘6시 내고향’ 정도다. 그것도 대부분 ‘소득’과 ‘미담’과 ‘맛’에 관해서다. 누가 무슨 작물을 심어서 얼마나 돈을 벌고 있는가, 그 동네의 누가 이렇게 살고 있는데 얼마나 보기 좋은가, 어디에 가니 이렇게 맛있는 것이 있더라. 대부분이 도시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설정들이다. 작금의 대한민국 국민 80%가 도시민이라니, 이제 우리나라 농촌은 오직 도시만을 바라보고 도시사람들에게 잘보이기 위한 곳이 되어 있고 또 안돼 있다면 생존을 위해서라도 되어야만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농촌사람들을 잔뜩 세워놓고 외치게 하는 것이 ‘우리 마을로 놀러 오세요.’라니, 그걸 보는 심정이 오글오글해진다. 지금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 지금 그곳의 진짜 속사정을 ‘진지하게’ 전하거나, 지금 우리나라 농촌의 현실을 ‘피 터지게’ 토론하는 프로는 없다. 어디 텔레비전뿐인가. 한국 언론 전체에서 농촌이 사라진 지는 오래되었다. 정치에서도 농촌은 사라졌다. 농촌이 지역구인 국회의원들에게조차도 농촌은 표 얻는 곳으로서만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정말로 농촌에 관심이 있을까? 아니, 정말로 농촌을 사랑하고 있을까? 정말로, 가슴 절절하게, 진심으로, 그들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그들의 고향을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사랑해서, 혼자서, 구석구석 다녀본 적이 있는가? ‘고향인 농촌을 사랑해서’ 절절히 울어본 적이 있는가? 너무나 사랑해서, 중앙정부로부터 돈 따내는 일을 하면서도 또 그 돈 때문에 삶의 조건들이 망가질 수도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뇌해 본 적이 있는가? 진정으로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는 자식이 사탕을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사탕을 주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결국 중요한 것은 다시 ‘사랑’이다. 사랑은 관심에서 시작되고 관심은 또 자주 접촉해야만 생기는 것인데, 언론뿐 아니라, 요즘은 내가 몸 담고 있는 한국 문학판에서도 농촌이 사라졌다. 딱히 ‘농촌문학’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고 문학 속에 농촌을 묘사하는 장면 자체가 사라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에 몰려 살다보니 농촌 출신 작가 자체가 귀해졌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신문기자도 농촌 출신이 드물어지니, 한국 언론에서 농촌 문제를 제대로 짚어주는 기사를 보기가 어려워졌듯이, 이제 한국의 예술가 또한 대부분이 도회지 출신이다 보니, 농촌 정서를 혹은 자연의 정서를 알고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할 줄 아는 예술가를 만나는 일도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 언론이, 한국 예술이 농촌을 있어도 ‘없는 장소’로 치부하고 있을 때, 텔레비전은 소외감에 지친 농촌을 도시 사람을 호객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모습으로 만들고 있고, 또 그곳 출신 정치인들은 의붓자식에게 그러는 것처럼 중앙정부로부터 돈 따내서 안기는 것으로 사랑하지 않는 속내를 감추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도시 사람을 호객하는 농촌이 아니고, ‘돈이나’ 바라는 농촌이 아닌, 자기 존엄성이 훼손되지 않는 농촌, 문화가 있는 농촌을 진정으로 고민하는 사람 어디 없을까? 그런 언론인, 그런 정치인, 그런 예술인은 이 나라에서 진정 씨가 말라버린 것일까. 농촌을 잃어 버린다는 것은 부모를 잃어 버린 것과 같다는 말은 너무 진부한가? 그러나 도회지 사람치고 아름다운 농촌, 편안한 농촌, 자연이 주는 기쁨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도회지 사람들이 막상 가지는 못해도 마음속으로 늘 꿈꾸는 것은 자연이지 않은가. 막연히라도 언젠가는 ‘돌아가서’ 쉬고 싶고 안식과 위로를 얻고 싶은 곳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가 아니라 자연이지 않은가. 자식들이 부모 품을 그리 생각하듯이. 그러니, 도시는 자식이고 농촌은 부모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않은가. 부모 버린 자식들을 올바른 자식이라고 할수 없듯이, 그런 자식들이 만든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 “걸음아 나 살려라”…‘겁나게’ 빠른 거북 포착

    “걸음아 나 살려라”…‘겁나게’ 빠른 거북 포착

    거북이가 엉금엉금 기어간다고 느릴 거라는 편견은 이제부터 버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리는 거북이가 소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 25일(현지시간) 미국 인기 인터넷매체 허핑턴 포스트는 최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게재된 ‘세상에서 가장 빠른 거북’(World‘s Fastest Turtle)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소개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길가를 유유히 기어가던 거북이는 영상을 촬영하며 한 남성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몸을 조금씩 호숫가로 돌리더니 이내 엄청난 속도로 도망가 강물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 거북이 달리기 시작해 물에 들어가기까지 불과 5초밖에 걸리지 않았으며 당시 촬영하며 지켜보던 남성도 무척 놀란 듯 “오 이거 엄청 빨라!”라는 감탄사를 내뱄고 있어 영상에 실제 상황의 느낌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상이 교묘하게 조작된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사실, 영상에 나온 거북이는 거북목에 속하는 민물 거북(Soft shell turtle)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자라로 잘 알려졌다. 한편 자라는 한국 토종 동물로, 조선시대 고대 소설 ‘별주부전’에서도 등장하는 등 우리에게 비교적 친숙한 동물이다. 하지만 자라가 공개된 영상 속의 ‘별난’ 동물만큼 발이 빠르다는 말은 전해진 바 없다. 사진=유튜브 캡처(http://youtu.be/q_xp5Bq_i7U)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5월의 언터처블… 윤·석·민

    5월의 언터처블… 윤·석·민

    지난 시즌 프로야구의 대세는 왼손 투수였다. 다승 부문 상위 10명 안에 왼손 투수가 6명이 포함됐다. 리그 역사상 최다였다. 지난 2009시즌에도 6명의 왼손 투수가 포함됐지만 당시엔 공동 9위가 3명이었다. 11명 가운데 6명이었다는 얘기다. 한화 류현진-SK 김광현-KIA 양현종 등 왼손 트로이카가 다승-방어율-탈삼진 1, 2, 3위를 엇갈려 휩쓸었다. LG 봉중근과 롯데 장원준도 가세했다. 야구는 근본적으로 왼손잡이가 유리하게 마련이고 그런 경향은 지난 시즌 절정에 이르렀다. 올 시즌엔 다르다. KIA 윤석민과 LG 박현준이 있다. 윤석민은 4월에 1승 1패에 그쳤다. 그러나 5월 들어 부활했다. 이달에만 4연승. 한달 방어율은 0.00이다. 어느새 다승 2위다. 말 그대로 언터처블. 누가 뭐래도 국내 최고 우완 정통파 투수는 윤석민이다. ●150㎞ 직구… 리그 최고의 무기 시즌 초반엔 투구 패턴에 문제가 있었다. 4월 6경기에 등판해 방어율 5.64였다. 1승 건지는 데 그쳤다. 시즌 개막 전 준비를 많이 했었다. 그러잖아도 다양한 변화구 레퍼토리에 변형 포크볼까지 더했다. “김광현·류현진을 넘어서겠다.”는 의지가 단단했다. 그게 오히려 독이 됐다. 변화구 구사율이 지나치게 높아졌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몸에 힘도 많이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제구력은 떨어졌고 투구 밸런스도 망가졌다. 5월 들어서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단순한 패턴으로 전환했다. 윤석민은 “이것저것 생각이 많다 보니 경기가 더 안 풀렸다. 생각을 줄였다.”고 했다. 150㎞를 넘나드는 윤석민의 직구는 이미 리그 최고의 무기다. 특유의 고속 슬라이더는 143㎞까지 찍는다. 횡보다 종으로 움직이는 특이한 궤적을 그린다. 직구와 구별이 쉽지 않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타자들이 상대하기 곤란하다. 그런데 지난 22일 군산 한화전에선 다시 변화구 구사율을 살짝 높였다. 투구 밸런스를 찾은 뒤 완급조절을 섞었다. 6개 삼진을 잡아냈다. 점점 언터처블이 돼 간다. ●루킹 삼진의 달인·득점 지원도 OK 윤석민 투구엔 특징이 있다. 루킹(선 채로) 삼진이 많다. 현재 윤석민은 삼진 부문 2위다. 삼진 60개를 잡았다. 1위 류현진보다 4개 뒤진다. 그러나 이 가운데 루킹 삼진이 18개다. 리그 최고 수치다. 류현진은 16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윤석민을 만나는 타자들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경우의 수가 많다. 특정 구종을 노리고 들어가도 미처 대응하지 못할 공이 올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초반엔 타자들이 윤석민의 느린 변화구를 기다리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엔 이걸 역이용한다. 느린 공 뒤에 더 느린 공. 그리고 빠른 직구를 꽂는다. 직구를 기다리다 변화구가 오면 대응이 가능해도 반대 경우는 방망이를 내기가 힘들다. 윤석민 정도의 직구라면 더욱 그렇다. 올 시즌엔 타선의 득점지원도 좋다. 데뷔 뒤 내내 윤석민은 득점 지원과 거리가 먼 투수였다. 2007시즌엔 3.78 방어율을 기록하고도 18패를 당했다. 지난 시즌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런데 올 시즌엔 경기당 평균 7.13점의 지원을 받고 있다. 리그 선발 투수 가운데 1위다. 달고 다니던 잔부상도 올 시즌엔 없다. 조짐이 좋다. 이대로 가면 한국 최고 에이스도 꿈이 아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사설] 부품업체 알박기식 파업엔 단호 대처 하라

    정부가 일주일째 불법 점거 파업을 벌이고 있던 부품업체 유성기업에 대해 공권력을 전격 투입했다. 불법 파업에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처한 것은 항간에서 우려하는 ‘알박기식 파업’ 을 용인하지 않고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일각에서는 민노총이 기업 한 곳을 파업하게 해 전체 산업을 망가뜨리는 알박기식 파업을 조장할 것이란 얘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유성기업처럼 부품 공급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부품업체들이 10곳가량 된다고 한다. 사태가 일단락된 만큼 업계는 생산 차질에 따른 피해를 추스르는 데 힘을 모아야 하고 정부는 앞으로도 알박기식 파업에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이번 파업은 연간 매출액이 2000억원가량인 유성기업의 파업으로 외형이 81조원대에 이르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송두리째 엉망진창이 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수만개의 자동차 부품 가운데 몇개를 생산하는 협력업체가 자동차 산업 전체를 볼모로 삼아 무리한 요구를 관철시키려 했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부품 국산화율이 97%에 달하고, 일본으로부터 조달하는 핵심 부품이 거의 없어 일본 대지진의 충격에서도 피해 나갈 수 있었던 게 우리 자동차업계였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발목이 잡혀 곤욕을 치르고 있지 않은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부품산업의 구조적인 취약점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경쟁체제를 유도하는 등 부품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물론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려면 국내 완성차에 맞는 부품을 주문해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생산량에 대한 약속 없이 무작정 주간 2교대와 월급제만 요구하는 유성기업 노조와 같은 억지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부품업체의 일탈로 국내 완성차 업계 전체의 생산과 수출뿐 아니라 3000여곳의 협력업체가 또다시 공포에 떠는 일은 없어야 겠다. 부품 단가만 후려치는 대기업의 횡포도 이번 기회에 정리해야 한다.
  • 100억원 걸린 성형수술 부작용 손배訴, 승자는…

    100억원 걸린 성형수술 부작용 손배訴, 승자는…

    영국의 한 여성이 성형수술 부작용을 이유로 병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결과 60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100억원이 넘는 피해보상금을 지급받게 됐다고 AP통신 등 해외언론이 2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페니 존슨이라는 29세 여성은 2003년 간단한 다크서클제거 수술을 받으려 수술대에 올랐지만, 당시 의사가 환자와 상의하지 않은 채 이마와 눈가 주름, 얼굴 전체 탄력수술 등 각종 시술을 시행했다며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이후 그녀는 얼굴 근육 마비와 피부 통증, 우울증 등 다양한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IT금융 관련 컨설턴트로 일하던 존슨은 당시 수술 부작용으로 일자리를 잃었으며, 이로 인해 수천만 파운드의 빚을 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23일, 이 사건을 검토한 고등법원은 존슨이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인한 입은 경제적 피해를 인정한다며, 해당 의사에게 600만 파운드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존슨은 “얼굴의 통증이 끊이지 않았다. 잠을 잘 수도 없었고 특히 눈 주위의 피부가 완전히 망가졌다.”면서 “사회활동이 어려워 회사도 그만뒀고, 빚은 점차 늘어갔다. 정신적, 육체적 피해보상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사진=페니 존슨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北 연평도 포격’ 6개월… 상처 속에서 꽃피우는 희망가

    ‘北 연평도 포격’ 6개월… 상처 속에서 꽃피우는 희망가

    지난 21일 오후 2시, 연평도의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가득했다. 간간이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도 했다. 상추와 배추를 심은 비닐하우스 안에 앉아 있던 최모(72) 할머니는 아직도 6개월 전 북한으로부터 날아온 포격 소리를 잊지 못했다. 최 할머니는 “포격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여기가 얼마나 행복한 곳이었는지 몰라. 먹을 반찬이 없으면 바다에 나가 굴을 따다가 밥 해 먹으면서 살았어. 하지만 그때 이후부터는… 포 소리가 크게 나면 일단 창문부터 열고 어디 불이 나지는 않았나 확인해.”라고 말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기침·두통·불면증 호소하는 어르신들 23일은 연평도 포격사건이 일어난 지 6개월이 되는 날이다. 포격 이후 외지로 떠났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연평도로 돌아와 무너진 집을 수리하고 닫았던 학교는 문을 열었다. 겉으로는 평온한 일상을 찾았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 마음속엔 포격 트라우마가 남아 있었다. 새마을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이장 장인석(58)씨는 어젯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고백했다. 장 이장은 “갑자기 밤에 쿵쿵 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 냅다 창문을 열었다. 아닌 걸 알고 안심했다.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소를 찾는 사람이 하루 40~50명 정도 되는데 그중 포격 이후로 기침과 두통, 불면증, 소화불량에 시달린다고 호소하는 어르신들이 상당수 있다.”면서 “하지만 원래 이런 증상을 갖고 계신 것인지, 포격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불명확하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마을이 정상화되고 있고 주민들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평도 주민들은 포격의 상처를 딛고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연평도를 찾은 봉사단원들이 곰팡이 핀 집 벽을 깨끗하게 도배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김현선(78) 할아버지는 “자녀들은 다 인천에 있지만 난 여기에 있을 거야.”라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북한이 설마 여기에 또다시 불장난을 하겠느냐고 주민들끼리 이야기해. 여기서 40년 넘게 살았어. 누가 뭐래도 고향이 제일 편하지.”라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연평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만난 이강훈(12) 어린이는 “이제는 하나도 안 무서워요. 포 쏜 것은 북한이 잘못한 거잖아요.”라고 말한 뒤 친구들과 웃으며 뛰어다녔다. ●10월 말쯤 전파된 건물 복구 완료 더디지만 무너진 집도 다시 세워지고 있었다. 마을 곳곳에서는 포클레인이 철거된 집터 위에서 정지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파손된 건물 49동 중에서 4동은 보존되고, 나머지 건물들에 대한 철거작업은 4월 말 시작됐다. 연평면사무소 관계자는 “19일까지 집계한 결과 전파된 건물 30동에 대한 철거작업이 완료됐다. 10월 말쯤에는 주택 복구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후 4시 연평초등학교 안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모여 오는 6월 5일 연평도 내 축구장에서 열릴 ‘연평 아리랑제’를 위한 합창을 연습하고 있었다. 연평도 학생들이 김포의 임시거주지에 머물 때 함께 숙식을 하며 공부방 자원봉사를 했던 한국대학생자원봉사원정대인 ‘V원정대’가 기획한 행사다. 임나연(26·여) V원정대 프로듀서는 “연평도를 포격 맞은 땅이 아닌 평화의 땅으로 알리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동요 ‘도레미송’,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그리고 ‘아리랑’을 부를 예정이다. 박모(15)양은 “하나도 긴장되지 않아요. 오히려 기대되는걸요.”라고 말했다. ●‘연평 아리랑제’ 준비에 들뜬 아이들 연평도에 있는 교사들은 연평도를 성숙한 안보교육의 장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연평 초·중·고 교사들이 구상하고 있는 ‘연평 통일 올레길’이 그것이다. 연평초·중·고등학교가 통일안보교육연구 시범학교로 지정되면서, 교사들은 연평도의 포격 피해 현장과 안보관광지 등을 체험학습의 장으로 조성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3~4시간이면 걸어서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섬인 연평도를 망향전망대로 가는 길 등 3가지 코스로 둘러볼 수 있게 구상하고 있다. 김광석(45) 교사는 “연평도의 아이들이 향토의식을 갖게 하고, 나아가 연평도를 찾는 외지의 아이들이 통일·안보의식을 고취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올레길 조성 취지를 설명했다. 글 사진 연평도 김소라·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오리입술에 고름찬 볼살까지…‘스스로’ 주사 성형女 충격

    해외 일부 지역에서 스스로 보톡스나 필러 시술을 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한 호주 여성이 심각한 부작용으로 망가진 얼굴 일부를 공개해 충격을 주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호주 매체 퍼스나우에 따르면 30대 초반으로만 알려진 익명의 여성은 인터넷으로 구매한 불법 필러를 친구의 도움으로 주사한 뒤 심각한 부작용으로 고생하고 있다. 공개된 사진에서 이 여성은 원래 입술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어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또 왼쪽 볼에는 고름이 찼는지 울퉁불퉁했으며 피부색도 시커멓게 변색돼 있었다. 이 여성은 2주 만에 입술이 퉁퉁 부었으며 6주 만에 볼살이 흉측하게 변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호주 등 일부 지역의 여성 가운데 상당수는 인터넷 검색사이트를 통해 보톡스나 필러 등을 구매해 스스로 주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성형 용품은 가짜가 많을 뿐 아니라 일부는 식용유나 심지어 자동차 디젤 오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지 성형의사 협회는 “인터넷을 통해 불법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보톡스나 필러 같은 주사 성형 시술 용품 중 가짜가 많아 환자의 얼굴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히거나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얼굴의 일부를 공개한 여성은 현재 병원에서 전문의의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얼마나 회복했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짝퉁’ 대공포

    청와대를 비롯한 수도권 상공 방어를 위해 배치된 ‘오리콘’ 대공포의 절반 이상이 국방부의 허술한 입찰 과정을 뚫고 납품된 ‘짝퉁 포’로 밝혀졌다. 엉터리 부품을 써 포신이 훈련 때 두 동강 나는 등 심각한 결함을 갖고도 6년여간 실전에서 운용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9일 군납업체 N사 대표 안모(52)씨를 사기 등 혐의로 검거했다. 안씨는 오리콘 대공포 제작회사인 스위스 콘트라베스사 규격 제품을 수입·납품하기로 한 계약을 어기고, 국내에서 제작한 엉터리 포신을 국방부에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리콘 대공포는 스위스제 35㎜ 쌍열포로, 1975년부터 ‘GDF001’모델 36문이 직도입돼 1990년 말 성능 개량사업을 거친 뒤 지금까지 청와대와 수도권 영공 방어에 투입돼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안씨는 국방부 조달본부(현 방위사업청)의 경쟁입찰을 통해 미국의 무기중개업체 T사 명의로 오리콘 대공포 포신 79개를 낙찰받았다. 이후 1998~2004년에 6차례에 걸쳐 부산 금정구의 Y기계제작업체에 10억 2700만원을 지불하고 불량 포신 79개를 주문했다. Y사는 무기 제작 경험이 없고, 열처리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곳이었지만, 안씨로부터 설계도 등을 건네받아 불량품을 제작, 전달했다. 이후 안씨는 이렇게 제작된 ‘짝퉁 포신’을 일반물자로 위장해 홍콩 및 미국으로 보냈다가 역수입하는 수법으로 국방부에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짝퉁 포신은 사격 훈련에서 잇따라 망가졌다. 지난 3월 18일 충남 모 사격장에서 실시된 훈련에서 포신이 두 동강 나는 등 납품된 79개 중 6개가 균열·파손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문제는 국방부의 입찰 및 조달품목 관리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을 만큼 허술했다는 데 있다. 현재 국방부의 무기 거래는 2006년 국방부 조달본부에서 독립한 방위사업청이 맡고 있으며, 무기 부품의 경우 성능이 같다는 것을 전제로 최저가 낙찰 방식을 적용한다. 그러나 주요 부품을 서류상으로만 확인하는 등 입찰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으며, 이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묵인이나 비호가 있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경찰의 시각이어서 향후 수사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배우 안내상 “망가져도 인정받는 시트콤에서 놀고 싶다”

    배우 안내상 “망가져도 인정받는 시트콤에서 놀고 싶다”

    까까머리 중학생 때부터 신부(神父)를 꿈꿨다. 하지만 시대의 공기는 신학도(연세대 신학과 84학번)를 놓아두지 않았다. “신앙의 또 다른 표현방식”이란 생각으로 운동권에 투신했다. 졸업 뒤 부산의 한 철강공장에 위장취업했다. 그런데 막상 겪게 된 노동 현장은 머릿속의 그림과는 달랐다. 위장취업은 3개월로 끝났다. 술에 절어 방황하는 날이 길어졌다. 어느 순간 웃으면서 살고 싶었다. 선배가 연극을 권했다. 그러다 ‘공연예술아카데미’(문예진흥원이 운영했던 공연·예술 인력 양성과정)를 찾았다. 난생 처음 독백이란 걸 했다. “가슴속 응어리를 내뱉는 쾌감”을 느꼈다. 뒤늦게 인생의 돌파구를 찾았다. ●설렘과 실망이 교차한 첫 주연 영화 거의 20년이 흘렀다. 지난 1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안내상(47)을 만났다. 1997년 장선우 감독의 ‘나쁜영화’에 행려 역할로 장편영화에 데뷔한 뒤 14년 만에 첫 주연작 ‘회초리’(19일 개봉)의 개봉을 앞둔 그는 “연기 외적으로 (인터뷰 등으로) 바빠 본 건 처음이라 어색하고 쑥스럽다.”며 멋쩍게 웃었다. 영화 ‘회초리’는 사고뭉치들을 재교육하는 예절학당의 꼬마 훈장 송이(진지희)가 친아버지 두열(안내상)을 교육생으로 만나면서 시작된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서 막장 인생을 살아온 두열이 뒤늦게 딸의 존재를 알고 개과천선한다는 이야기다. 뻔하지만 감동을 줄 수도 있는 소재다. 그런데 영화는 관객의 눈물샘이 촉촉해질 틈을 주지 않는다. 빨리 울라고 보챈다. 완성된 영화에 만족하는지 물었다. 잠시 말을 삼켰다. 안내상은 “솔직히 조금 실망했다.”면서 “송이와 내가 친해지는 과정이 편집에서 사라지니까 관객 입장에선 ‘웬 급침해짐?’이란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싶다.”고 털어놓았다. “영화란 게 철저한 계산이 없으면 상처받을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면서 “편집이란 게 참…”이라며 아쉬워했다. ●연기파 배우의 산실, 한양레퍼토리로 서른을 코앞에 두고 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 연기를 시작한 늦깎이는 한번 맛본 연기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무작정 공연예술아카데미 은사인 최형인(62) 한양대 교수를 찾아갔다. 최 교수가 1992년 만든 한양레퍼토리는 권해효(46), 유오성(45), 이문식(44) 등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이 주축이었다. 한양대 출신이 아니면 발붙이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최 교수는 그를 선뜻 받아들였다. 안내상은 “연기란 끊임없이 ‘이 뭐꼬’란 화두를 찾아가는 과정이란 걸 이때 알게 됐다.”면서 “내 속의 부질없는 것들을 하나씩 벗어던지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틈틈이 영화도 찍었다. 연세대 출신 영화 지망생이 모여 만든 ‘노란문 연구소’에서 곧잘 어울렸던 대학 후배 봉준호 감독의 단편 데뷔작 ‘백색인’(1994)에도 출연했다. 안내상은 “모 검색 사이트에 ‘백색인’이 내 데뷔작으로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손가락 잘린 범인으로 몇 초 나온 게 전부”라면서 웃었다. 봉 감독과는 특별한 인연인데 장편 영화에서 작업할 기회는 없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보고는 싶은데 너무 잘돼서 감히 연락을 못 하는 엄청난 후배가 됐다.”면서 “배우로 인정받는 상황에서 작업하는 건 몰라도 인맥이나 학연으로 엮이는 건 싫다.”고 말했다. 10여년 동안 연극판(‘춘풍의처’ ‘지하철 1호선’ ‘라이어’)과 영화현장(‘말아톤’ ‘음란서생’)에서 연기력은 인정받았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와는 무관했다. 그가 처음 존재감을 드러낸 건 40대 중반에 찍은 KBS 8부작 사극 ‘한성별곡’(2007)에서 다층적인 정조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면서다. 그때 처음 팬이 생겼단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건 SBS ‘조강지처클럽’(2007)이다. 철없고, 무능력한 데다 때로는 ‘진상’에 가까운 오버 연기로 시청자의 뇌리에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다. 안내상은 “족보에 없는 연기를 한다고 방송국 윗선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배역 안에서 노는 게 가장 편하고 재밌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에 이어 영화 ‘회초리’까지, 비슷한 이미지가 복제되는 부담은 없을까. “‘조강지처클럽’ 이후 찌질이 역할이 엄청나게 들어왔는데 다양한 이미지의 배우가 되기 위해 거절했다.”면서 “하지만 요즘은 아예 더 놀아 보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왕 망가져서가 아니라 망가질 때 편하고 즐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돼서다. 시트콤처럼 망가짐이 공인된 장르에서 나를 쏟아붓고 싶다.” ●“언젠간 대학로 연극판으로 돌아간다” TV와 영화, 연극을 부지런히 오간 그에게 가장 편한 무대는 어떤 곳일까. 그는 “리허설의 살아 있는 냄새 때문에 연기가 좋지만, 빨리 찍기에 급급한 TV는 인간적인 기쁨을 느끼기 어려워 추구하고 싶은 공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 배우, 스태프와 현장에서 뒹굴면서 깨달음(혹은 좌절)을 맛보는 게 살아가는 이유란 점에서 영화를 가장 사랑한다.”면서 “연극도 좋은데 극단 소속으로 할 때와 기획작품(안내상은 2009년 ‘민들레 바람 되어’로 8년 만에 무대에 섰다)에 참여하는 건 좀 달랐다.”고 말했다. 늦깎이 배우의 꿈은 뭘까. 그는 “궁극적으로는 대학로에 소극장을 하나 짓고 좋아하는 선후배와 신나게 공연을 올리며 살고 싶다.”면서 “필요한 경비만 마련되면 빨리 탈출하고 싶다.”며 웃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수몰 앞둔 美 남부 ‘케이 준 컨트리’의 비극

    1750년대 영국군이 캐나다의 아카디아(지금의 노바스코샤주)를 점령하면서 그곳에 살던 프랑스 사람들이 당시 프랑스 땅이었던 미국 루이지애나로 쫓겨 온다. 함께 죽을 고비를 겪은 이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프랑스어 방언을 쓸 만큼 유대감이 강했다. 아카디아라는 말이 미국 인디언들에 의해 케이준(Cajun)으로 잘못 전해지면서 이들이 사는 수천 제곱마일의 지역이 케이준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마치 나라 이름처럼 ‘케이준 컨트리’로 불린다. 연방정부는 1980년 케이준을 하나의 민족 공동체로 공식 인정했다. 케이준들은 자신들만의 ‘국기’(상징적 의미)도 갖고 있고, ‘케이준 치킨 샐러드’와 같은 독특한 음식 문화로 이름을 떨쳐 왔다. ●260년 민족공동체 최대 위기에 이 케이준 지역이 지금 일시 수몰 직전의 위기에 있다. 미 정부가 뉴올리언스 등 인구 밀집 지역을 구하기 위해 홍수로 불어난 미시시피강의 물줄기를 케이준 쪽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호마, 모건시티 등의 도시가 바로 케이준 안에 있다. 미 공병대는 15일(현지시간) 저녁까지 케이준 주민들에게 대피를 완료하라고 했지만 주민들은 끝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케이준 사람들은 “수몰되더라도 집이 크게 망가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미 공병대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버트라로즈 마을에 사는 랜디 몬그리프는 이날 오후 물이 무릎까지 차오르는데도 집 앞에서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는 “이 집을 리모델링하느라 너무나 공을 많이 들여 떠나고 싶지 않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여차하면 타고 갈 작은 보트를 손으로 잡고 있었다. 주민 피에르 워터마이어는 자신의 집 외벽을 비닐로 두른 뒤 모래주머니를 덧대고 있었다. 그는 “이것들이 집을 보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크로츠 스프링 마을에 사는 제이크 놀런은 지난 며칠간 살림살이와 가구를 안전 지역으로 옮겼다. 그리고 이날 마지막으로 가게에 가서 케이크를 사왔다. 딸 마야의 네 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놀런은 “마야한테 이 사태를 설명하기 힘들어 그저 강물이 불어나 뱀과 악어가 많아졌기 때문에 떠나야 하는 것이라고 말해 줬다.”고 했다. 그는 물이 빠질 때까지 누이의 집에서 신세를 지기로 했다. 공병대가 이날 예고했던 대로 수문 4개를 모두 열자 1초당 7만 5000갤런의 물이 쏟아졌다. 9초마다 올림픽 수영경기장 한 개를 채울 만큼의 물이 케이준 쪽으로 퍼부어진 셈이다. 공병대는 수문 개방으로 4000여 명의 주민이 직접적 피해 영향권에 들게 된다고 밝혔다. 미시시피 제방위원회 수석 엔지니어인 피터 님로드는 “수압이 높아지면 제방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면서 “모두가 잠 못 이루는 밤이 며칠은 갈 것”이라고 했다. ●4000여 주민 직접 피해 영향권에 크로츠 스프링 주민 브레트 앤슬리(24)는 “증조할머니는 1927년에 246명의 사망자와 60만 명의 이재민을 낸 대홍수를 겪었고 할머니는 1937년 대홍수를 겪었지만, 나로서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며 “정말 이건 미친 짓이다. 현실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쓰나미처럼 어떻게 해 볼 틈도 없이 당하는 재난도 비극적이지만, 보금자리의 수몰을 그대로 지켜봐야 하는 것도 고문에 가깝다. 260여 년 전 시작된 케이준의 고난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흔들리는 김석동’ 금융신뢰 추락속 론스타 해법도 꼬여

    ‘흔들리는 김석동’ 금융신뢰 추락속 론스타 해법도 꼬여

    ‘영원한 대책반장’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오는 18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여부에 대한 결론을 짓고,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 12일 적격성 문제와 관련된 법원 확정 판결 뒤로 결정을 미룬 것이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불투명해졌다. 당장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할 금융당국이 외려 불확실성을 늘렸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사실 금융위는 고민일 수밖에 없었다. 법원 확정 판결 전에 대주주 적격성을 인정하면 론스타의 ‘먹튀’를 도와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부적격하다고 판정을 내리면 론스타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부담이라 ‘리걸(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불가피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말 바꾸기’ 또는 ‘몸 사리기’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김 위원장이 론스타 문제와 관련해 해 왔던 발언 때문이다. 올해 초 취임 직후 기자들에게 론스타 문제와 관련, “도망가면서 처리하진 않겠다. 납득할 만한 방향으로 처리하겠다.”고 했다.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김 위원장은 론스타 자격 심사를 맡았던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이었기 때문에 이 같은 발언은 ‘결자해지’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우리 사회가 느끼고 있는 ‘론스타 피로’를 적극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적격성 심사가 한 차례 보류된 뒤에도 김 위원장은 “이른 시일 내에 처리하겠다.”는 발언을 반복했다. 그러나 결국 적격성 심사는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무기한 연기됐다. 그래서 김 위원장이 평소 보여주던 소신과 추진력이 ‘변양호 신드롬’에 무너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금융신뢰 추락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또 다른 비판이 쏟아지는 것을 피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위는 심사 유보 자체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신제윤 부위원장은 13일 “이미 김 위원장이 빨리 결론을 내리겠다고 발언한 바 있고, (어제) 심사를 미룬 것도 하나의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금융산업노조 산하 우리은행·산업은행 지부는 이날 “발등의 불부터 끄세요.”라는 내용의 지면 광고를 게재했다. 노조는 광고에서 “정부가 민영화를 앞둔 우리금융을 산은금융과 합병시켜 메가뱅크를 만들려고 한다.”면서 “관치금융과 메가뱅크 강박증에 사로잡힌 정부 관료들의 오기가 금융산업을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지민·홍희경기자 icarus@seoul.co.kr
  • [사설] 정권 후반기 ‘변양호 신드롬’ 재연 걱정된다

    금융위원회가 그제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결론을 또 한 차례 연기했다. 신제윤 금융위 부위원장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법리 검토에서 의견이 엇갈렸고, 사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현시점에서 최종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고등법원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론스타의 대주주 ‘수시 적격성’에 대한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최종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얘기다. 이런 판단은 김석동 위원장의 기존 입장과는 배치된다. 김 위원장은 “도망가면서 처리하진 않겠다.”며 해묵은 숙제를 풀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 왔다. 금융위의 이번 판단은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2003년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을 주도했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헐값 매각’ 시비에 휘말려 구속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이후 공무원 사회에 ‘논란 있는 사안은 손대지 않는다.’는 보신주의가 팽배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금융위가 판단 유보로 돌아선 것도 이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 책임과 관련해 당시 강경식 재경원 장관 겸 경제부총리와 김인호 경제수석이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것도 비슷한 사례다. 결국 무죄를 받음으로써 환란책임 공방은 끝났지만 공무원들은 그때의 후유증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 정책적 판단에 대한 책임이 두려워 민감한 현안마다 뒤로 물러선다면 공무원의 바른 자세는 아닐 터다.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을 미룬다면 정책의 신뢰성은 물론 대외 신인도도 영향을 미친다. 최선책이 없다면 차선책이라도 찾아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와 하나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은 법적인 측면에서 보면 서로 무관하다. 따라서 대주주의 적격성을 이유로 금융위가 사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당당하지 못하다. 론스타 문제를 정면돌파하겠다고 한 김 위원장의 공언(公言)이 지켜져 ‘변양호 신드롬’의 덫에서 벗어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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