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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훈 감독 “한국식 체력훈련, 중국에도 통했네요”

    정훈 감독 “한국식 체력훈련, 중국에도 통했네요”

    정훈(47) 중국 남자유도 대표팀 감독이 ‘중국 유도의 히딩크’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 때 한국 유도를 이끌었던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이다. 중국의 청쉰자오(세계 25위)는 10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2에서 열린 유도 남자 90㎏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몽골의 르크아그바수렌 오트곤바타르(8위)에게 유효승을 거두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의 동메달은 중국 남자유도가 올림픽에서 수확한 첫 메달이다. 중국 여자유도는 올림픽에서 금 8, 은 3, 동메달 9개를 딸 정도로 강하다. 하지만 남자는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얻지 못할 정도로 허약했다. 이 탓에 중국유도협회는 런던 대회 이후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정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새로운 도전으로 생각한 정 감독은 중국 남자 대표팀을 맡아 정신과 체력 강화에 나섰다. ‘한국식 스파르타’ 훈련에 도망가는 선수도 나왔지만 결국 감독의 진정성에 선수들이 마음을 열었다. 중국 남자는 강도 높은 훈련으로 약점이던 체력이 강화되면서 기량도 급성장했다. 리우올림픽에 3체급이나 자력 진출하는 성과를 얻었다. 66㎏급과 73㎏급 두 선수가 16강에서 탈락하기도 했지만 청쉰자오는 결국 중국 남자유도 1호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정 감독은 한국 취재진과 만나 “애초 목표를 1000% 달성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이번 대회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중국협회에서 잡을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그러면서도 ‘태극전사’의 부진을 아쉬워했다. 정 감독은 “이날 최상의 시나리오는 청쉰자오와 곽동한이 결승에서 만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충격패’당한 펜싱 남현희 “차라리 후련해요…이젠 딸에게 돌아갈래요”

    ‘충격패’당한 펜싱 남현희 “차라리 후련해요…이젠 딸에게 돌아갈래요”

    한국 펜싱 간판선수 남현희(35·성남시청)는 여자 개인 플뢰레 32강전에서의 충격적인 탈락에도 의연했다. 비록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남현희는 “후련하다”면서 “이제 딸 하이랑 놀러 가야죠”라고 말했다. 남현희는 지난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 3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 32강에서 일본의 니시오카 시호(27·일본)에게 12-14로 덜미를 잡혔다. 1라운드에서 안정적인 리드를 이어가던 남현희는 2라운드부터 움직임이 둔해지더니 6-6 동점에 이어 6-7로 역전을 허용했다. 3라운드에서는 점수 차가 더욱 벌어졌다. 남현희는 경기 종료 막판 사력을 다해 4연속 득점에 성공했으나 경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남현희는 코치에게 잠시 기댔다가 플로어에도 드러누워 잠시 천장을 바라봤다. 남현희는 마음을 정리하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섰다. 남현희는 “후련하다”는 말로 운을 뗐다. 그는 “출산한 나보다는 후배들에게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들어서려고 했으나 부담이 없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남현희는 2라운드부터 눈에 띄게 경기력이 저하된 것에 관해서도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온몸이 온통 테이핑으로 도배된 상태다. 한 운동만 20년 동안 했으니 반대쪽이 망가진 것”이라면서 “1세트 끝난 이후 갑자기 몸이 묵직하고 처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재미있게 주도적으로 하고 싶었는데 실제로는 안정적으로만 가려고 했던 것 같다. 많은 기술을 시도해보지 못했다”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 펜싱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4회 연속 출전한 남현희는 “올림픽에 온 것만으로도 기분 좋게 생각한다”고 후회를 빠르게 털어냈다. 이어 “나는 재미있게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던 반면 일본 선수는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라며 “일본 선수에게 져서 속상하긴 하지만 다시 열심히 해야죠”라고 했다. 남현희는 향후 계획에 대해 “2020년 도쿄올림픽은 어려울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그런데 나도 내 몸 상태를 완벽히 모르겠다”고 혼란스러운 심경을 드러냈다. 그보다는 속히 그리운 딸 하이(4)에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한국 가면 이제 하이랑 놀러 가야죠. 하이가 수영장, 놀이동산, 키즈카페 등 가고 싶은 곳을 5곳 꼽아놨는데 손잡고 가보려고요.”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불법전단지, 비켜!

    서울 강남구가 올해 성매매 등 불법 전단지 단속 특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한 결과 10만장이 넘는 퇴폐 전단지를 수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강남구에선 올 들어 7월까지 불법 성매매나 대부업 전단지를 뿌리다 형사처벌된 인원이 23명에 달했다. 지난해 21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구는 같은 기간 전단지에 사용된 전화번호 총 385건을 이용 중지시켰고 12만 2900여장의 불법 전단지도 수거했다. 강남구는 2012년 7월부터 불법·퇴폐행위 근절 특별전담 TF를 구성해 자치단체 최초로 불법 성매매 전단지를 포함한 퇴폐 행위 단속을 강력하게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사법경찰관 직무 관련 법률 개정에 따라 구 담당직원들이 불법 대부업 수사권한까지 부여받았다. 지난 5월 불법 전단지를 배포한 곽모씨는 적발 당시 특별사법경찰을 뿌리치고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가려는 등 거세게 저항했다. 이에 담당직원들은 민첩한 대응으로 곽씨를 임의동행해 형사처벌시켰다. 또 지난달 26일 적발된 학원강사 김모씨는 “다른 지역에 뿌려졌던 전단지를 주워서 단순히 적발된 장소에 버리고 있었을 뿐”이라고 거짓 항의했다. 그러나 근처 건물의 폐쇄회로(CC)TV를 통해 김씨가 전단지를 등 뒤로 한 장씩 슬쩍 뿌리면서 지나가는 장면을 확보해 증거를 잡았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서민경제를 교란시키는 불법 성매매·대부업 전단지를 철저히 단속해 주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깨끗한 주거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리우 유도] 세계1위 안창림 16강전 탈락, 세계2위 김잔디는 첫 판에 탈락

    [리우 유도] 세계1위 안창림 16강전 탈락, 세계2위 김잔디는 첫 판에 탈락

    세계랭킹 1위 안창림(수원시청)과 세계 2위 김잔디(양주시청)가 허망한 패배를 당했다. 안창림은 9일 새벽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2에서 끝난 리우올림픽 유도 남자부 73㎏급 16강전에서 디르크 판티첼트(벨기에)에 절반패를 당하며 생애 첫 올림픽을 둘째 판 만에 마무리했다. 앞서 32강전에서 모하마드 카셈(시리아)을 1분 36초 만에 시원한 한판승으로 돌려세운 뒤라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이로써 한국 유도는 사흘째에도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이날은 아무런 메달도 손에 쥐지 못했다. 판티첼트는 경기 시작 47초 만에 지도를 하나 받았다. 그러나 안창림이 1분27초 만에 지도를 받아 대등한 조건이 됐다. 안창림은 2분여를 남기고 절반을 빼앗겼다. 비디오판독 결과도 달라지지 않았다. 초조해진 안창림은 공격을 퍼부었으나 판티첼트는 요리조리 피하다 종료 1분24초를 남기고 지도를 받았다. 그러나 안창림 역시 51초를 남기고 지도를 받아 계속 불리한 상황이 됐다. 심판은 계속 도망가는 판티첼트에게 지도를 주지 않다가 1초를 남기고야 지도를 내렸다. 안창림의 라이벌 오노 쇼헤이(일본)는 미구엘 무리요(크로아티아)를 1분50초 만에 한판승으로 누르고 16강에 올라 빅토르 슈포르토프(아랍에미리트)와 8강 진출을 다툰다. 앞서 세계 2위 김잔디(양주시청)는 하파엘라 시우바(브라질, 세계 11위)와의 여자 57㎏급 16강전에서 절반패해 충격을 던졌다.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김잔디는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 지도 3개를 받고 상대는 2개만 받았는데 경기 종료 1분13초를 남기고 절반을 빼앗겨 패했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도 16강에서 탈락한 그는 두 대회 연속 16강전에서 물러났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걷기 힘들 만큼 숨차는 고통 아시나요

    [메디컬 인사이드] 걷기 힘들 만큼 숨차는 고통 아시나요

    심장질환의 종착역 ‘심부전’진단 후 60~70% 5년 내 사망소금 적게 먹는 ‘저염식’ 중요환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 필요 심장은 무게 250~350g의 작은 크기이지만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온몸으로 내뿜어 주는 매우 중요한 기관입니다. 자동차와 비교하면 연료를 공급하는 엔진의 기능을 합니다. 하루 10만회를 쉬지 않고 뛰는 심장이 기능을 다하면 사람도 더이상 생존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을 걱정하고, 예방하려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우리가 잘 모르는 심장질환이 하나 있습니다. 심장을 뛰게 하는 관상동맥이 막혀 생기는 허혈성 심장질환, 판막질환, 부정맥, 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의 총체적 결과로 나타나는 질환인 ‘심부전’입니다. 환자가 제대로 걷기도 힘들 정도의 큰 고통을 주는 고약한 질병이라고 합니다. 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 보니 치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7일 전문가들과 심부전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정욱진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부전은 간단하게 설명하면 심장이 더이상 펌프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심장질환의 종착역이라고 할 수 있다”며 “예후가 암처럼 나쁘고 치료비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심장의 암’ 정도로 중한 병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심부전은 1단계로 고혈압과 당뇨에서 시작됩니다. 2단계로 심장을 둘러싼 관상동맥이 막히고 심장근육이 커지는 심근비대증이 나타나는 증상으로 이어집니다. 3기로 넘어가 허혈성 심장질환과 협심증이 동반되고 결국 말기인 4기가 되면 심장의 기능을 되살리기 쉽지 않게 됩니다. 엔진을 오래 사용하니 기능이 떨어지고 연료관에 기름때가 가득 차 제대로 돌아가지 않다가 서서히 망가지는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환자 수는 1~2% 정도입니다. 대한심장학회 심부전 연구회 조사에서는 국내 환자가 52만명가량인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학계는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2040년 환자 수가 2배로 늘어나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60세의 4%, 80세의 9%가 이 병을 앓게 됩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병원을 실제로 찾은 환자는 12만명에 그쳤습니다. 증상은 비교적 뚜렷하기 때문에 주변에 노인이 있다면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우선 좌심실 기능이 떨어져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산소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처음에는 언덕을 올라갈 때 숨이 차다가 평지를 걸어도 숨이 가빠지고 밤에 자다가 숨이 차 깰 수도 있습니다. 만성적인 피로감과 다리나 관절이 붓는 부종, 복수(腹水)가 차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최진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누울 때 숨이 차서 앉아서 자야 할 정도로 심한 호흡곤란 증상을 경험한다”며 “가만히 있을 때는 좀 괜찮은데 빨리 걷거나 계단을 올라가면 숨이 차서 거동을 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치료 안 하면 신장 등 다른 장기도 손상 심부전은 암처럼 사망률과 재입원율이 높습니다. 퇴원 뒤 90일 이내에 재입원하는 비율이 18.8%, 1년 이내는 37.4%에 달합니다. 그러나 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심부전 진단 뒤 30~40%가 1년 이내에 사망하고 60~70%는 5년 이내에 사망합니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심장은 물론 신장 등의 다른 장기도 손상돼 기능을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합니다. 정 교수는 “100% 완치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암과 같다고 보면 된다”며 “하지만 암은 종류에 따라 진행을 막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이 병은 조기에 치료하면 위험을 크게 낮추고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소금(나트륨)을 적게 섭취하는 저염식이 가장 중요합니다. 약만 먹는다고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아닙니다. 금연과 절주, 소식(小食), 규칙적인 운동은 기본입니다. 이것은 평생의 생활수칙으로 여겨 꼭 지켜야 합니다. 병을 예방하려면 고혈압과 당뇨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치료와 예방은 사실상 같다고 보면 됩니다. 과로도 심장기능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최 교수는 “매일 체중을 측정해 체내에 수분량이 증가하면 음식을 싱겁게 먹어야 한다”며 “감기와 같은 감염성 질환도 심부전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고 독감 예방접종도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만성심부전이 되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기 때문에 우울증 관리도 필요합니다. 약물 치료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치료제처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혈압을 조절하는 이뇨제와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 ‘안지오텐신 II 차단제’ 등 효과 좋은 심부전 치료제로 증상을 상당 부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약 15년 만에 심장 보호 기능을 강화한 ‘엔트레스토’라는 약이 새로 개발돼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게 됐습니다. 정 교수는 “이 약은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돼 조만간 국내에서도 2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맞춤 치료 등 국가 차원의 심부전 센터 필요” 최 교수는 “20~30년 전 환자를 볼 때만 해도 많은 교수들이 좌심실에서 혈액을 보내는 기능이 25% 이하로 떨어지면 ‘이제 말기니까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10명을 치료하면 3, 4명은 45% 이상으로 기능을 회복하고, 나머지 3, 4명은 심장 기능이 더 좋아지지는 않지만 입원하지 않고 일상생활에 큰 지장 없이 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환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아쉬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최 교수는 “심부전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 중에서 인공심장이나 좌심실 보조장치는 기계값만 1억 50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이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우리 병원에서 지금까지 7건밖에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이 많다”며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수술법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면 더 많은 환자가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 교수는 “심부전은 예방이 최고이지만 조기진단과 재활도 중요하다”며 “심부전 맞춤형 치료와 재활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심부전센터 설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태국 개헌 국민투표 통과… 군부 집권 장기화되나

    태국 개헌 국민투표 통과… 군부 집권 장기화되나

    AP “정치적 안정 높이 평가” 태국 군부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헌법 개정안이 7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가결됐다. 이날 태국 유권자는 군부 주도로 만든 신헌법 초안을 수용할지와 함께 군부가 임명한 상원의원들이 총리 지명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할지에 대해 투표했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의 솜차이 스리수티야콘 위원은 이날 “태국 유권자가 개헌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고 AP가 전했다. 스리수티야콘 위원은 개표가 91% 진행된 가운데 투표에 참가한 유권자의 61.5%가 개헌에 찬성했으며 38.44%가 반대했다고 밝혔다. 전체 5005만명의 유권자 중 55%가 투표에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식 투표 결과는 사흘쯤 뒤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군부 쿠데타가 잦은 태국에서 2014년 당시 육군 사령관이던 프라윳 찬 오차는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 총리를 축출하고 개헌을 추진해왔다. 2000년대 이후 거의 모든 선거에서 승리한 친탁신 계열을 배제하고 국왕과 엘리트, 군부로 이어지는 기존 정치세력을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군부는 집권 이후 정권 반대파를 탄압해왔으며 국민투표에 앞서 개헌과 관련한 정치 집회, 선거 유세, 공개 토론 등을 금지했다. 하지만 군부가 치안 유지를 위한 여러 정책을 시행해 그동안 빈번했던 폭력과 정치적 분열을 종식시켰다는 평가도 받는다. AP는 “태국 유권자가 군사정권의 정치적 안정성을 더 높게 평가해 군부가 주도한 개헌에 찬성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헌법 개정안과 함께 부쳐진 상원의 총리 지명 참여안도 찬성 58%, 반대 42%로 통과됐다고 태국 현지 방송 타이 TBS, 보이스 TV 등이 보도했다. 이에 군부는 민정 이양을 위한 총선을 18개월 이내에 실시하게 된다. 총선 이후 5년간 진행될 민정 이양기에 최고 군정 기구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는 250명의 상원의원을 뽑고, 이들이 선출직 의원 500명으로 구성된 하원의 총리 선출 과정에 참여한다. 선출직 의원 중에서만 뽑던 총리도 비선출직 명망가 가운데 고를 수 있게 했다. 총선에서 승리한 다수당에서 총리를 배출하는 민주주의 원칙을 배제하고 사실상 군부가 총리를 임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파빈 차차발퐁푼 일본 교토대 교수는 AP에 “군부가 개헌 국민투표에서 승리하면서 정당성을 얻게 됐다”며 “앞으로 군부는 반대파 탄압을 비판하는 국제 사회에 ‘국민이 정당성을 부여했다’며 반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애니멀 사이언스] 혹등고래가 용감하게 바다표범을 구한 이유는?

    [애니멀 사이언스] 혹등고래가 용감하게 바다표범을 구한 이유는?

    2009년, 남극해에서 범고래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있는 바다표범을 혹등고래가 구조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된 뒤 학계는 의문에 휩싸였다. 자신까지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유연한 몸짓으로 범고래로부터 바다표범을 구조하는 혹등고래의 모습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해양어업국 로버트 피트먼 박사 등 연구진은 당시 자신을 향해 바다표범이 다가오자, 거대한 가슴지느러미 사이로 바다표범이 올라오게 한 뒤, 범고래가 가까이 다가오자 바다표범이 이를 피해 물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혹등고래의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위험에 처해있던 바다표범은 혹등고래의 도움으로 무사히 안전한 유빙에 안착할 수 있었는데, 이 장면을 본 연구진은 이후 혹등고래와 범고래 간의 유사한 사례 112건을 추가로 분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애썼다. 연구진에 따르면 범고래는 혹등고래의 천적으로,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동안 두 종의 고래는 종종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범고래가 혹등고래를 공격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미국 국립해양어업국 연구진의 연구결과는 이와 반대였다. 혹등고래-범고래 간 전체 충돌의 57%는 혹등고래로 인해 발생한 것이었다. 혹등고래는 범고래가 내는 소리를 듣고 가까이 접근하며, 범고래 무리가 사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큰 소리를 내고 강한 물살을 만들거나 바다표범과 같은 범고래의 먹잇감을 보호해주면서까지 이들의 사냥을 방해한다는 것. 혹등고래가 ‘구조’하는 범고래의 먹잇감이 바다표범뿐만 아니라 물고기나 고래 등 다른 종의 해양생물이 상당수를 차지한 것 역시 연구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 혹등고래의 이러한 행동이 ‘포식자 괴롭히기’의 일종으로 해석했다. 즉 힘이 약한 동물이 도리어 힘이 강한 동물을 자극하고 괴롭히는 행동이라는 것. 연구진은 “피식자가 포식자를 괴롭히는 이러한 행동의 배경에는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동시에 자신처럼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다른 종들을 도울 수 있다는 효과 등을 노린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혹등고래의 이러한 행동은 일종의 ‘이타주의’라고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포식자로부터 도망가는 대신 맞서 싸우는 것을 선택함으로서 종족의 우월함을 과시하려는 성격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연구결과는 고래 연구 분야 권위지인 ‘해양포유류과학’(Marine Mammal Science) 7월 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혹등고래가 ‘용감하게’ 바다표범을 구한 이유는?

    혹등고래가 ‘용감하게’ 바다표범을 구한 이유는?

    2009년, 남극해에서 범고래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있는 바다표범을 혹등고래가 구조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된 뒤 학계는 의문에 휩싸였다. 자신까지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유연한 몸짓으로 범고래로부터 바다표범을 구조하는 혹등고래의 모습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해양어업국 로버트 피트먼 박사 등 연구진은 당시 자신을 향해 바다표범이 다가오자, 거대한 가슴지느러미 사이로 바다표범이 올라오게 한 뒤, 범고래가 가까이 다가오자 바다표범이 이를 피해 물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혹등고래의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위험에 처해있던 바다표범은 혹등고래의 도움으로 무사히 안전한 유빙에 안착할 수 있었는데, 이 장면을 본 연구진은 이후 혹등고래와 범고래 간의 유사한 사례 112건을 추가로 분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애썼다. 연구진에 따르면 범고래는 혹등고래의 천적으로,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동안 두 종의 고래는 종종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범고래가 혹등고래를 공격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미국 국립해양어업국 연구진의 연구결과는 이와 반대였다. 혹등고래-범고래 간 전체 충돌의 57%는 혹등고래로 인해 발생한 것이었다. 혹등고래는 범고래가 내는 소리를 듣고 가까이 접근하며, 범고래 무리가 사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큰 소리를 내고 강한 물살을 만들거나 바다표범과 같은 범고래의 먹잇감을 보호해주면서까지 이들의 사냥을 방해한다는 것. 혹등고래가 ‘구조’하는 범고래의 먹잇감이 바다표범뿐만 아니라 물고기나 고래 등 다른 종의 해양생물이 상당수를 차지한 것 역시 연구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 혹등고래의 이러한 행동이 ‘포식자 괴롭히기’의 일종으로 해석했다. 즉 힘이 약한 동물이 도리어 힘이 강한 동물을 자극하고 괴롭히는 행동이라는 것. 연구진은 “피식자가 포식자를 괴롭히는 이러한 행동의 배경에는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동시에 자신처럼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다른 종들을 도울 수 있다는 효과 등을 노린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혹등고래의 이러한 행동은 일종의 ‘이타주의’라고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포식자로부터 도망가는 대신 맞서 싸우는 것을 선택함으로서 종족의 우월함을 과시하려는 성격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연구결과는 고래 연구 분야 권위지인 ‘해양포유류과학’(Marine Mammal Science) 7월 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자본주의를 구하라(로버트 라이시 지음, 안기순 옮김, 김영사 펴냄) ‘부유한 노예’, ‘슈퍼자본주의’의 저자인 정치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의 신간. 올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며 샌더스 열풍을 주도한 저자는 ‘경제 내셔널리즘’의 근본 원인에는 불평등의 확대가 있으며, 그 중심에는 경제와 정부를 장악하는 비중을 더 확대하는 대기업, 거대 은행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책에서는 지난 80년 동안 중산층이 축소되고, 빈부 격차가 크게 벌어져 온 과정을 참신하고 설득력 있게 분석해 부와 소득을 독점한 상위 1%인 대기업, 거대은행, 부자들에 의한 정치·경제 체제의 부패와 정치권에 작동하는 회전문 현상을 밝혀낸다. 328쪽. 1만 4800원. 친일파의 한국 현대사(정운현 지음, 인문서원 펴냄) ‘가장 유명한 친일파’ 이완용에서 노덕술까지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44인의 친일 행적을 통해 읽는 우리 현대사다. 인물 중심으로 구성해 읽기가 쉽고 접근성이 높다.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의 아버지이자 명성황후 시해범인 친일파 우범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토 히로부미가 스파이로 교육시켜 조선 궁중의 기밀을 캐낸 ‘조선의 마타하리’ 배정자, 친일파 제1호인 조선의 선비 김인승, 일본신을 섬긴 조선인 이산연 등 정계, 재계, 문화계, 종교계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의 친일 행적을 낯 뜨거울 정도로 세밀하게 그려냈다. 저자는 역사와 개인의 상관관계에 대한 깊은 사유를 권한다. 380쪽. 1만 8000원.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이경혁 지음, 로고폴리스 펴냄) 한국 게임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9조 9706억원에 달한다. 전체 콘텐츠 산업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게임은 알코올, 약물, 도박과 함께 사회악에 포함된 유해 업종이다. 국내 첫 게임 비평서를 표방한 이 책에서 저자는 게임과 게임문화를 기술진화 시대의 정점에서 인간이 맞이한 문화와 여가의 새로운 기회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의 모바일 게임이 레벨업과 사냥 중심의 단조로운 구성으로 유료 아이템 구매를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는 것에 대해 게임의 발전 가능성을 게임업계 스스로 차단하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336쪽. 1만 5000원. 매력적인 심장 여행(요하네스 폰 보르스텔 지음, 배명자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독일의 의학도이자 심장 전도사인 저자는 우리의 행동, 사소한 생활습관들이 심장을 어떻게 망가지게 하는지를 소개한다. 우리는 과음이나 흡연을 하면 간이나 폐만 걱정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저자는 심장과 혈관에도 치명타를 준다고 설명한다. 그중에서도 흡연은 ‘심장과의 러시안룰렛’이라고 표현할 만큼 해롭다. 다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제된 밀가루는 섬유질이 거의 없고, 대부분 탄수화물인 당뿐이어서 당뇨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을 야기한다. 저자는 규칙적인 운동은 심혈관 질환에 매우 좋으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는 심장발작의 위험을 크게 낮춘다고 지적한다. 304쪽. 1만 4000원. 세상 모든 비밀을 푸는 수학(이창옥·한상근·엄상일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수리과학과 교수 3명의 강의를 책으로 엮었다. 오늘날 수학은 사칙연산과 각종 공식·수식의 틀을 벗어나 의학·유체공학·항공공학 등 인접 학문은 물론 정치·외교·엔터테인먼트 등 사회 각 분야와도 결합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최적 경로 분석부터 고등학교 학생 배정까지 우리 사회와 일상 곳곳에서 수학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고, 중요한 정보를 지키며, 힌정된 자원을 최적의 방식으로 배분하는 효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1.4킬로그램의 우주, 뇌’에 이은 KAIST 명강의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352쪽. 2만 2000원.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소설가 조정래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소설가 조정래

    “아유, 덥지? 자자, 이리 와. 빨리 웃옷 벗고 여그 에어컨 바람 좀 쒸여. 어서 어서.” 지난달 20일 오후 경기도 분당 집에서 만난 조정래(73)는 편안해 보였다. 신작 장편 ‘풀꽃도 꽃이다’ 집필 때문에 9개월 동안 이어졌던 ‘글감옥’에서 출소한 지 얼마 안 돼서였을까. “그란디, 뭐 인터뷰허고 자시고 헐 거시 뭐 있겄어? 태백산맥도 글코, 아리랑도 글코, 내 얘기야 많이들 알려진 것인디. 커피 한 잔씩 허면서 그냥 편하게 놀다들 가면 되제.” 서재에서 이어진 대화는 유쾌했다. 그리고 그의 이번 휴식이 길지는 않을 것임을 알게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래야, 이제 그만 부처님 앞으로 가야겠다.” 고3 때인 1961년 9월 어느 날, 아버지는 나를 앉혀놓고 절에 들어가 승려가 되라고 하셨다. 아버지 손에는 ‘조계사 승적 168호’라고 일련번호가 매겨진 승적(僧籍)이 들려 있었다. 속명 ‘조정래’, 법명 ‘인천’(?天)이 눈에 확 들어왔다. 나는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우리 가족이 전쟁의 난리 속에서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무사했던 것은 다 부처님의 가호 덕분이다. 형은 장남이어서 좀 그렇고, 차남인 네가 부처님 앞에 일생을 바치는 게 좋겠다.” 배신감이란 이런 것일까. 며칠 전 “남자가 장성하면 무릇 호(號)를 가져야 하는 법”이라며 갑자기 ‘하늘을 벗한다’는 뜻의 ‘인천’이란 이름을 주신 게 결국 아들을 중으로 만들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던 건가. “아, 아버지. 저, 저는 문학을 할 겁니다.” 하지만 그 정도 응수쯤은 이미 아버지의 계산 속에 들어 있던 듯했다. “그건 출가해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 아니냐. 만해(한용운) 선생을 봐라. 종교도 문학도 다 이루시지 않았느냐.” 아아, 나는 과연 아버지를 설득할 수 있을까. “아유, 만해 선생은 100년에 한번 날까 말까 하는 엄청난 분이시잖아요. 어떻게 제가 감히….” 그 말에 아버지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어나셨다. 이렇게 해서 나는 남자로 태어나 연애 한번 못해 보고 중이 되는 위기를 간신히 모면할 수 있었다. -아버지 조종현(1906~1989)은 시조시인이자 승려였다. 예전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의상대 해돋이’가 아버지의 작품이다. 열여섯에 전남 순천 선암사에서 출가한 아버지는 불법 공부의 높은 경지에 다다라 스물넷에 그 어렵다는 법사 시험을 통과했다. 설법을 전문으로 하는 일종의 교수가 됐는데, 승려들의 비밀결사 ‘만당’(卍黨)에 참여해 만해 스님과 항일운동도 함께 했다. 아버지는 선암사에서 결혼을 한 최초의 승려가 됐다. 당시 일제 총독부가 불교를 장악하기 위해 젊은 승려들을 결혼시켜 일본식 대처승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1943년 선암사에서 4남 4녀의 네째이자 둘째 아들로 태어난 것은 일제 황국화 정책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해방 후 좌익, 우익 투쟁의 소용돌이에서 빨갱이로 몰려 절을 떠나야 했는데, 이후 갖은 세파에 시달리면서도 부처님을 등지고 사는 것을 늘 안타까워하셨다. 나를 승려로 만들려고 하셨던 것도 그런 죄의식의 소산이었던 것 같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0월 아버지가 벌교상고 교사로 가면서 나는 벌교 북국민학교 3학년으로 전학을 했는데, 그때부터 최고의 낙은 형이 부잣집 친구에게서 빌려다 주던 학생잡지 ‘학원’을 받아보는 일이었다. 내 관심은 잡지 속의 중고생 문예투고였다. 그걸 보면서 동시를 짓고 동요를 지었다. ‘내가 중학생이 되면 이 잡지에 실린 나의 글을 볼 수 있겠지.’ -“이게 다 네가 지은 것들이냐?” 국민학교 4학년 어느 날,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아버지가 내가 쓴 작문을 들고 계셨다. 밥 먹을 때 쩝쩝 소리도 못 내게 했던, 늘 엄했던 아버지. 도둑질이라도 하다 들킨 양 어쩔 줄 몰라 하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낱장에 쓰면 되겠느냐”며 학교에서 버려진 시험 답안지를 수십장 묶어 이면지 공책을 만들어 주셨다. “여기에 적어야 글들이 안 없어지지.” 아버지는 잘 썼다, 못 썼다 단 한마디도 안 했지만, 조용히 공책을 만들어주는 모습을 보며 ‘칭찬을 저렇게 표현하나 보다’ 하고 나는 생각했다. 당시는 종이가 거칠고 잘 찢어져 사람들이 그걸 ‘똥지’라고 불렀는데, 나는 그 종이 묶음을 ‘똥지 문집’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 즈음부터 학교에서 글짓기를 했다 하면 나는 수필이건 동요건 동시건 전교 1등을 했다. -1959년 서울 보성고에 입학하면서 방대한 양의 책읽기가 시작됐다. 학교 도서관에서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같은 명작들을 타는 목에 냉수를 들이켜듯이 독파했다. 하지만 남들이 느끼는 만큼의 감동은 내게 오지 않았다. ‘좋은 작품이긴 하지만 가슴이 떨리지가 않아.’ 그럴수록 마음 한편에서는 ‘나도 좀더 나이 먹으면 이 정도는 쓸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차올랐다. 고1 나이에 꽤나 기가 승하고 방자했던 셈인데, 그런 내가 은근히 좋기도 했다. -미치도록 글을 쓰고 싶었지만 학교 문예반에는 갈 수가 없었다. 당시 우리 보성고 문예반은 보성중 문예반과 통합으로 운영됐는데, 지도교사가 하필 보성중에 교편을 잡고 있던 아버지였다. 한 교실에 앉아 아버지 지도를 받는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민망했다. 그래서 운동을 했다. 태권도부, 역도부, 등산반을 두루 섭렵했는데 그 덕에 요즘 말로 ‘몸짱’이 됐다. 가슴둘레가 1m가 넘고 턱걸이는 60개를 넘게 했다. -“너도 아버지처럼 굶어가며 살려고 그러니. 제발 상과대학을 가라.” 내가 국문과에 가겠다고 하자 어머니는 기함을 하셨다. 당시는 국문과가 ‘굶을과’로 통하던 때였다. 그러나 나는 “굶지 않고 작가의 길을 걷겠다”고 몇 번을 어머니에게 다짐을 한 끝에 1962년 결국 동국대 ‘굶을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정말로 결심했다. 아버지처럼 처자식 배를 곯리지 않을 것이다, 교사라는 직업을 가질 것이다, 아이를 여덟이나 낳은 부모님과 달리 하나만 낳을 것이다(아들이 태어나고 15년 후에 태백산맥이 그렇게도 잘 팔릴 줄 알았더라면 셋쯤은 낳았어도 됐는데, 내 인생에 가장 실패한 계획이 가족계획이다). -대학에 들어갈 때 내 꿈은 다른 대부분 동기들과 마찬가지로 소설가도 아니고 수필가도 아닌 시인이었다. 정말 열심히 시를 썼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고민이 깊어 갔다. 남들은 일주일에 한 편 쓰기도 벅차다는데 나는 서너 편이 그냥 써졌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가 자꾸 길어지고 늘어지는 데 있었다. 내 시의 함축과 절제는 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인가. 교내 ‘문학의 밤’ 행사에서 1학년 동기 중 유일하게 시 낭독자로 뽑히기도 했지만, 뜻대로 시가 안 되는 데서 오는 우울감은 도통 가시지 않았다. “나는 시는 안 된다. 소설로 바꾸자.” 답답한 마음에 떠난 겨울방학 무전여행.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사흘간 어지러이 내리는 눈발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나는 나의 시에 사형선고를 내렸다. -소설로의 전향은 꽤 괜찮은 성취로 이어졌다. 2학년 때 교내 문학상에서 단편 ‘비탈진 음지’로 장원을 했다. 그때 상금 탄 걸로 같은 과 친구들한테 술 한번 사고, 당시 뭇 남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입학 동기 김초혜(시인)에게 손지갑을 사줬다. 그녀와는 군 복무 중이던 1967년 평생의 언약을 맺었고 1970년 동구여상에 함께 교사로 들어갔다. 학생들은 우리를 ‘잉꼬부부’라고 불렀다. -문단 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안 돼 나는 금세 공처가로 소문이 났다. 사람들에게 나는 한술 더 떠 “조정래는 공처가가 아니라 놀랄 경(驚)자를 쓰는 경처가다. 마누라만 보면 무서워서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하곤 했다. 나는 문학을 시작하기 이전부터 작가입네 예술가입네 하면서 방탕하게 살고 바람 피우는 것 같은 이상한 짓들을 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문학은 형식적인 몸짓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충실한 내용으로 해야 한다고 스스로 경고했고, 주색잡기 같은 걸로 아내의 속을 썩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내가 눈부시지 않고 미우면 하루인들 어찌 살겠는가. 사람들에게 말한다. 내 왼팔은 50년 동안 아내가 잡고 다녀 망가졌고, 오른팔은 글을 쓰느라 망가졌다고. -1972년 동구여상을 떠나 중경고로 옮기고 얼마 안 돼 10월 유신이 선포됐다. 예비역 장성 출신인 교장은 “역사적 영단을 적극 지지해야 한다”며 흥분을 했는데, 나에게는 참기 힘든 압박의 시작이기도 했다. 당시 나는 미국을 비판한 ‘누명’, 연좌제를 비판한 ‘어떤 전설’, 월남전을 비판한 ‘청산댁’ 같은 작품으로 교장에게 미운털이 박혀 있던 터였다. 시시콜콜 트집을 잡는 바람에 위경련이 생겼고, 결국 죽지 않으려고 사표를 던졌다. 이후에는 출판사를 경영하기도 하고 차리기도 하며 경제적 여력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였는데, 어느 정도 굶지는 않겠다는 믿음이 선 뒤 나는 글쓰기로 다시 돌아와 방대한 양의 소설을 써내기 시작했다. -1983년 9월부터 1989년 10월까지 6년여에 걸쳐 월간 ‘현대문학’에 ‘태백산맥’을 연재했다. 위로 쌓아 내 키만큼 되는 200자 원고지 1만 6500매 분량이 쓰였다. 한국의 작가들, 특히 전쟁을 겪은 우리 세대에 있어 분단은 문학의 원류 내지 본류라고 할 수 있다. 분단이야말로 우리 삶을 옥죄는 고통의 핵심이다. 소년 시절에 겪은 상처와 고통, 같은 민족끼리 싸운 아픔, 여전히 분단돼 있는 상황은 내가 소설을 쓸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제공한다. 태백산맥 이전에도 내 작품의 70%가 분단을 소재로 했던 이유다. 단편이 호미로 골짜기 하나를 파는 정도라면 중편은 골짜기 2개, 장편은 골짜기 3개를 파는 데 비유할 수 있다. 하지만 단편이나 중편, 장편으로는 태백산맥에 있던 그들이 왜 짐승이 아닌 사람인지, 왜 그들이 그래야만 했는지를 도무지 담아낼 수가 없었다. 1986년에 ‘태백산맥’이 단행본으로 발간되고 나서 한 달 정도가 지나자 미처 인지를 찍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책이 팔려나갔다. 태백산맥을 쓰면서, 또 영화화되면서 겪은 우익단체 등의 협박과 훼방 같은 것들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1994년 4월 우익단체에서 고발당한 사건의 경우, 2005년 5월에 무혐의 처분을 받기까지 무려 11년 동안이나 나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했다. -후배들이 나에게 왜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지 않느냐고 말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난 “나는 소설로 참여한다”고 말해 주었다. “나는 가투(가두투쟁)를 안 했으니 가투를 해 본 너희들이 그 소재로 소설을 써보라”고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체험은 있지만 치열성이 없었고, 그래서 고민과 사명감과 역사의식을 작품에 담아내질 못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사람들을 감동시키려면 하루 8시간 노동하는 보통 사람들의 두 배, 하루 16시간의 노동을 바쳐야 한다”고 늘 생각해 왔다. 그래서 수십년 동안 글감옥에 갇혀 먹고 자고 쓰는 것이 연속되는 생활에서 16시간 노동을 다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켜 나 자신을 이기고 싶었다. 그것은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김태균 경제정책부장 windsea@seoul.co.kr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소설가 조정래 치열한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시대와 사회의 아픔을 문학에 녹여낸 우리 시대의 대표 작가다. 탄탄한 구성과 깊은 통찰력, 실증적인 취재에 기반한 왕성한 활동은 작품의 수에서도 유례가 없다는 평을 받는다. 20세기 한국사 3부작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은 1500만부 돌파라는 출판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1943년 전남 승주군(현 순천시) 출생 ▲순천 남국민학교, 벌교 북국민학교, 광주서중, 서울 보성고, 동국대 국문학과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단편집 ‘어떤 전설’,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 ‘황토’, ‘한(恨), 그 그늘의 자리’ ▲중편집 ‘유형의 땅’ ▲장편소설 ‘대장경’, ‘불놀이’, ‘비탈진 음지’, ‘황토’, ‘인간연습’, ‘사람의 탈’, ‘허수아비춤’, ‘정글만리’, ‘풀꽃도 꽃이다’ ▲산문집 ‘누구나 홀로 선 나무’, ‘황홀한 글감옥’, ‘조정래의 시선’, ‘조정래 사진여행: 길’(사진앨범) ▲청소년을 위한 위인전 ‘신채호’, ‘안중근’, ‘한용운’, ‘김구’, ‘박태준’, ‘세종대왕’, ‘이순신’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단재문학상, 노신문학상, 광주문화예술상, 만해대상, 현대불교문학상 등 수상
  • 또 “한·미FTA 재앙 일자리 죽이는 킬러”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유세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일자리를 죽이는 재앙”이라고 비난하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주도한 무역협정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강력 추진하겠다며 맞섰다.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FTA 등 ‘잘못된’ 협정 때문에 지역 경제가 망가지고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클린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역사상 최악의 무역협정인 NAFTA에 서명한 이후 버지니아는 지역 내 제조업 일자리 3개 중 1개를 잃었다”며 “힐러리는 (국무장관 시절인) 2011년 우리의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강행 처리했다. 우리한테 그 협정은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한·미 FTA 검토 발언을 한 데 이어 아예 ‘재앙’(disaster)으로까지 규정한 것이다. 트럼프는 전날 ‘러스트벨트’(쇠락한 제조업 지대)인 오하이오주 유세에서도 “힐러리는 우리의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처리했는데 한마디로 ‘일자리 킬러’였다”고 한·미 FTA를 규정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주장에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미·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TPP는 미국과 미국인을 위한 것”이라며 “지금은 내가 대통령이고 나는 TPP를 지지한다”면서 임기 내에 의회 비준을 마칠 수 있도록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한국선수 적수는 한국인 감독?

    김재범 키웠던 정훈 감독 中 유도팀 이끌어 사격 진종오 스승 김선일 감독 대만팀 조련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한국에서 갈고닦은 실력으로 외국 선수단을 이끌고 출전한 한국인 지도자들이 메달을 향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들은 각 종목에서 한국의 경쟁자로서 저마다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김재범과 송대남을 남자 유도 챔피언으로 조련했던 정훈(47) 감독은 중국에 역대 첫 유도 종목 메달을 안기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는 선수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감독으로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일궜다. 2014년 중국 남자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으며 이번 올림픽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정 감독은 2년 6개월 만에 중국 남자 유도 선수들이 자력으로 첫 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수 있도록 조련했고 올림픽에 나선 남자 선수 4명 모두 체급별 세계랭킹을 130위권 밖에서 20위권 안으로 올려놨다. 정 감독은 “며칠 훈련을 했더니 선수들이 짐을 싸서 집으로 도망가 버리는 바람에 집까지 찾아가 설득해서 데려오는 과정을 반복했다”고 돌아봤다.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37·KT)의 스승인 김선일(59) 감독은 이번에는 대만 감독으로 출전한다. 2004년부터 사격 국가대표 남자권총 코치를 10년간 지낸 뒤 대만 대표팀을 맡은 그는 기량보다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하며 훈련한 덕에 단기간에 성적이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대만 사격 선수는 4명이다. 김 감독은 “결선에만 오르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니냐”고 은근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올림픽 사상 첫 양궁 본선행 꿈을 이룬 말라위 대표팀에는 박영숙(56) 감독이 있다. 2013년부터 말라위 선수들을 지도하는 박 감독은 달걀판과 폐지로 만든 과녁으로 연습하는 악조건을 이겨 내고 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을 이뤘다. 1989년 독일 도르트문트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필리핀 탁구 권미숙(46) 감독은 필리핀 탁구 사상 첫 올림픽 진출을 일궈 냈다. 필리핀은 이번 올림픽에서 얀얀이 여자개인 단식에 진출했다. 캄보디아에서 20년째 태권도를 전파 중인 최용석(49) 감독은 캄보디아 태권도 대표팀과 메달 획득에 나선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우리동네 예체능 조타 VS 윤형빈, 레슬링 대결에 “그러다 죽어”

    우리동네 예체능 조타 VS 윤형빈, 레슬링 대결에 “그러다 죽어”

    개그맨 윤형빈이 ‘우리동네 예체능’ 조타의 힘을 인정했다. 2일 방송된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은 2016 리우 올림픽 선전기원 제3탄으로 레슬링에 도전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조타와 윤형빈은 레슬링 대결을 펼치게 됐고 윤형빈이 체력이 떨어지면서 주저 앉자 조타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윤형빈의 두 어깨가 매트에 닿도록 눌렀다. 이를 지켜보던 멤버들은 윤형빈에게 “버티지마. 그러다 죽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결국 승부는 조타의 승리로 마무리 됐다. 경기 후 윤형빈은 “왜 다들 조타, 조타 하는지 알 것 같다”고 조타의 실력을 인정했고 강호동이 “만약 시비가 붙었는데 상대가 조타였다면 시비거는 사람들에게 해줄 말은?”이라고 묻자 “살아오면서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도망가세요”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사진=KBS ‘우리동네 예체능’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오늘의 눈] 추경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김진아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추경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김진아 정치부 기자

    경기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시장에 대한 정부 역할을 둘러싸고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1899~1992)의 생각은 엇갈렸다. 케인스는 경기 불황일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재정과 금융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이에크는 시장의 자생력에 주목했다. 정부가 개입할수록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가 늘어나 오히려 시장이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경쟁이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세계 각국은 하이에크의 논리보다는 케인스의 논리에 공감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경기 부양을 위해 엔화를 풀어 버리는 ‘아베노믹스’로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했다면 우리 정부는 툭하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운용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6~2015년) 추경 편성은 모두 다섯 차례 이뤄졌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조선·해운 등 우리 경제의 뼈대 산업이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하반기 대량 실업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11조원 규모의 추경을 계획했다. 올 추경은 ‘구조조정·일자리’라는 큰 틀에서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금융 확충 목적으로 1조 4000억원을, 일자리 창출과 민생안정 등을 위해 1조 9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하지만 추경을 경기회복의 ‘만병통치약’으로 맹신해서는 곤란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15 회계연도 결산 자료를 보면 지난해 6조 762억원의 추경액이 편성됐지만 5997억원은 쓰지 못하고 남았다. 취업성공 패키지 지원,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고용보험기금 구직 급여, 세대 간 상생고용 지원 등 정부가 강조한 일자리 부문에 대한 사업 등이 사업 대상자 신청과 수요 부족 등으로 집행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자세히 검토해 추경안을 따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결과물을 보면 급조된 추경의 문제점이 낱낱이 숫자로 드러난다. 케인스 논리대로 정부의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면 부실한 추경이라도 일단 시행하고 봐야 할까. 기획재정부는 추경을 하루라도 빨리 집행해야 하반기 경기 부양 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해 추경에서 엿볼 수 있듯 ‘빠른 추경 집행=좋은 효과’가 항상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추경에서 628억원이 편성된 ‘취업성공 패키지 지원 사업’은 결국 263억원이 쓰이지 못하고 남았다. 이처럼 정부 예산의 부실을 따져 보는 것은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일이다. 이번 주 개막하는 브라질 하계올림픽에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리고 차기 당대표가 뽑히는 전당대회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민생과 연결되는 추경을 의례적으로 검토하고 시간 맞춰 넘겨 버릴 일이 아니다. 몸이 아플 땐 빨리 약을 먹고 낫고 싶다. 하지만 먹기 전에 그 약이 아픈 곳에 잘 드는 약인지 혹은 부작용을 일으킬 약이 아닌지 살펴보는 게 우선이다. 추경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jin@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낮의 목욕탕과 술(구스미 마사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지식여행 펴냄)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가 풀어놓은 ‘목욕탕’과 ‘술’에 관한 에세이. 대낮에 마시는 술의 여유와 한낮의 목욕탕에 빠진 목욕탕 순례기다. 216쪽. 1만 3000원. 마음의 탄생(레이 커즈와일 지음, 윤영삼 옮김, 크레센도 펴냄) 미국의 유명한 미래학자 겸 컴퓨터과학자인 저자는 컴퓨터가 고도화 과정에서 인간과 같은 ‘마음’을 갖게 될 것이라는 예견을 던진다. 452쪽. 1만 9800원. 판도라 사진 프로젝트(막달레나공동체·용감한여성연구소 지음, 사진 판도라사진모임, 봄날의박씨 펴냄) 폐쇄된 서울 용산역 앞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을 엮은 사진집이다. 288쪽. 2만 8000원. 지도를 따라가는 반 고흐의 삶과 여행(닌커 데너캄프 외 지음, 유동익 옮김, 이론과실천 펴냄) 네덜란드 준데르트에서 프랑스 오베르쉬르우아즈까지 수천㎞를 여행한 반 고흐의 유럽 여행기를 담고 있다. 184쪽. 2만원. 치망설존(김승동 지음, 글마당 펴냄) ‘치아는 망가져도 혀는 남는다’는 치망설존은 능력이 없고 똑똑하지 못해도 부드러운 사람이 오래 살아남는다는 말로, 난세를 살아가는 직장인의 처세술을 담았다. 280쪽 1만 3000원. 동물원이 된 궁궐(김명희 글·백대승 그림, 상수리 펴냄) ‘우리 궁궐 이야기’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로 창경궁에 대한 시대적 배경과 이야기를 1970년대의 그림을 담아 설명한다. 56쪽. 1만 2000원.
  • [오늘의 눈] 오류 축적의 시간/홍희경 산업부 기자

    [오늘의 눈] 오류 축적의 시간/홍희경 산업부 기자

    1990년대 중반 이후 향기 산업은 국내 유망 산업으로 각광받았다. 경제발전 경로상 당연한 수순이다. ‘먹는 산업’에 이어 ‘바르는 산업’이 고도화된 뒤 사람들의 다음 허기는 ‘들이마시는 산업’에 미쳤다. 모두 좋은 향기, 유쾌한 공기, 폐 끼치지 않을 체취를 찾았다. 향기 시장 규모는 1990년대 초반 140억원대에서 2014년 2조 5000억원대로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다. 같은 기간 우리가 흡입하는 물질 역시 다양해졌다. 이 중 가습기 살균제의 몇 종류 성분은 참사를 일으켰다. 비슷한 화학구조의 물질이 공기청정기 필터에 포함됐다는 뉴스에 지금 우리는 불안하다. 문제의 물질들은 바르는 산업이 번성하던 시절 세척제로 쓰였다. 기준 용량만 지키면 문제 없던 성분들이다. 들이마시는 산업이 도래할 때 흡입 독성 검증의 중요성이 간과된 이유다. 그보다 앞선 전환기엔 먹는 산업에서 안전했던 물질은 바르는 산업에서도 안전한 물질로 통했던 터다. 바르는 물질은 피부에, 들이마시는 물질은 폐와 만난다. 피부와 폐의 차이를 간과한 게 치명상을 입혔다. 예컨대 바르는 물질의 부작용은 물이나 알코올로 비교적 수월하게 씻어 낼 수 있다. 폐에서의 부작용엔 쓸 수 없는 방법이다. 또 유독물질을 접한 피부는 인체 저항 반응인 섬유화를 통해 스스로를 방어해 낸다. 피부에서의 섬유화를 흔히 흉터라고 부른다. 반면 폐가 방어기제를 작용해 섬유화를 일으키면 폐의 기능은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진다. 시대적 전환기에 전환의 정도와 방향을 오독하는 일은 치명적이다. 마치 피부에 적합한 안전 기준을 폐에 대입한 일처럼 말이다. 혁신, 진보, 성장.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전환기 흐름에 올라탔다면 과거 기준에 대한 의심이 필수적이다. 특히 과거 성공을 거뒀다면 그 방식의 시대 정신이 다하지 않았는지 세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욕망에 기술이 어우러져 4차 산업혁명이 만개 직전인 지금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토양이다. 글로벌 교역은 최근 급격하게 줄었다. 세계 경제가 1% 성장한다 쳤을 때 글로벌 교역량은 1990년대 2.2%씩, 2001~2007년 1.5%씩 증가했다.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이 비율은 0.9%로 위축됐다. ‘평평한 세계’의 이상 징후다. 또 저출산·고령화 대표국이 한국임은 분명하지만, 이 문제는 점점 더 지구 보편적 고민이 되고 있다. 200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중국뿐 아니라 인도마저 저출산 해결 전략을 탐색 중이다. 폭발적인 인구 성장·교역량 확대가 맞물렸던 1·2·3차 산업혁명 당시와 다른 토양에서 4차 산업혁명이 시도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기술과 속도에서 경쟁우위를 지녀 왔다. 여기에 ‘축적의 시간’이란 미덕을 거쳐 설계 역량을 확보하면 미래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전망은 달콤하다. 절반이 결여된 달콤함이다. 기술과 속도에 치중하느라 축적된 구조적 모순과 몰인간성의 자화상을 뺀 채 마치 백지 상태인 것처럼 우리를 분식하는 오류다. 기득권, 후진성, 적폐. 무엇이라 부르든 축적된 오류의 제거 없이 4차 산업혁명의 토양을 보듬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류가 축적된 자리에 설계 역량이 비집고 들어올 틈은 없다. saloo@seoul.co.kr
  • 질투의 화신 공효진, 기상캐스터 일상 보니 잔소리 폭격에 “공무룩”

    질투의 화신 공효진, 기상캐스터 일상 보니 잔소리 폭격에 “공무룩”

    ‘질투의 화신’ 공효진의 스틸이 공개돼 눈길을 끈다. SBS 새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극본 서숙향, 연출 박신우, 제작 SM C&C)에서 순탄치 않은 공효진의 방송국 생활 제 2탄을 공개했다. 오는 8월 방송 예정인 ‘질투의 화신’에서 공효진은 언감생심 아나운서를 꿈꾸는 생계형 기상캐스터 표나리로 분한다. 앞서 그녀는 짐꾼이 되어 짐을 나르고 입으로 카드를 받는 등 기상캐스터의 하루 일과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그러나 표나리(공효진 분)의 수난은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동고동락해야 할 기상캐스터 동료들과 뉴스룸 임원들의 폭풍 잔소리 옵션은 그녀를 더욱 시무룩하게 만들고 있는 것. 표나리는 뉴스룸의 한 일원답게 봄처럼 화사한 의상과 단정한 용모로 시선을 사로잡지만 정반대로 잔뜩 근심이 드리워진 표정이 심상찮은 분위기를 짐작케 하고 있다. 때문에 씩씩함으로는 으뜸인 표나리가 시무룩해질 만큼 그녀를 수세에 몰리게 만든 사건이 궁금증을 자극한다. 특히 이 장면은 많은 인물들이 대사를 주고받아야 하는 상황인 만큼 공효진(표나리 역)과 배우들은 리허설에 꼼꼼하게 임했다. 더욱이 공효진은 특유의 차진 대사톤과 연기로 늦은 시간에도 현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촬영을 마무리해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극 중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공효진도 정글 같은 뉴스룸에서 많은 이들의 공세에 밀리기도 하지만 백조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명랑함과 당돌함이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희열을 선사할 예정이다. 한편 SBS 새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은 질투라곤 몰랐던 마초기자와 재벌남이 생계형 기상캐스터를 만나 질투로 스타일 망가져가며 애정을 구걸하는 유쾌한 양다리 로맨스로 오는 8월 중 첫 방송된다. 사진=SM C&C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갑작스러운 당뇨병에 소화불량…혹시 나도 췌장암?

    [메디컬 인사이드] 갑작스러운 당뇨병에 소화불량…혹시 나도 췌장암?

    5년 생존율 20년째 9.4%사실상 조기진단 방법 없어흡연, 췌장암 발병률 2~5배 높여 전문가, 적극적 치료의지 강조 인류는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특히 스스로 무한 증식해 인간의 몸을 망가뜨리는 암(癌)을 정복하려는 노력은 필사적이었습니다. 위암 등 일부 암은 조기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의료인의 이런 노력으로 ‘암 정복은 8부 능선을 넘었다’는 기대에 찬 평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골칫덩이가 하나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유일하게 환자 5년 생존율이 그대로 입니다. 가장 양호한 예후를 보이는 갑상선암조차 그동안 5년 생존율이 6% 상승했는데 이 암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췌장암입니다. 우상명 국립암센터 췌장암클리닉 전문의는 24일 인터뷰에서 “췌장암의 생존율을 이야기할 때마다 담당 의사로서 마음이 매우 무겁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암정보센터 조사 결과 1993년 췌장암 환자 5년 생존율은 9.4%였는데, 20년 뒤인 2013년에도 제자리였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전립선암 환자 5년 생존율은 36.6%, 위암은 30.3% 상승했습니다. 우 전문의는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대부분 환자의 경우 이미 병세가 많이 진행된 뒤에 발견되고 수술적 절제가 가능한 비율은 20% 이내에 머문다”며 “완전히 병변을 절제해도 암세포 미세 전이로 생존율 향상 기간이 4~6개월에 불과하고, 병세가 많이 악화된 환자에 대해서는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 반응이 극히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방승민 연세암병원 췌장담도암센터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방 교수는 “조기에 진단한다고 해도 수술 후 재발률이 40~60%이고, 전체 환자 중 75%를 넘는 대다수 환자는 진단 당시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췌장암 치료를 포기해야 할까요. 췌장암 환자 A(56)씨는 8년 동안 췌장암으로 투병해 왔습니다. 그동안 폐에서 종양이 발견돼 폐수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전이암인 3기나 4기에 종양을 발견하면 대부분 1년 이내에 사망한다는 점에서 그의 사례는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됐습니다. 4년 전부터는 항암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너무 힘들어 항암 치료를 잠시 중단하기도 했지만, 치료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우 전문의는 “현재까지 열심히 치료를 받고 있고 암이 더 진행되지 않은 상태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힘든 암이지만 수술로 완치된 장기 생존자가 분명히 존재하고,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로 진행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초기 췌장암은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주요 증상인 황달과 등 부위 통증, 체중 감소는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뒤에 생기는 사례가 많습니다. 종양 발생부터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시기를 1년 이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6~7년의 긴 기간이 소요됩니다. 이후 말기암까지 가는 데 2.7년이 걸립니다. 우리가 병 진행 속도가 빠르다고 느끼는 것은 7~8년을 증상도 없이 지내다 갑자기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가족 중 환자 있다면 위험률 더 높아져 췌장암의 가장 중요한 징후는 당뇨병입니다. 췌장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방 교수는 “당뇨병으로 치료받는 사람이 평소 잘 조절되던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췌장암을 의심해야 한다”며 “또 40대 이후에 갑자기 당뇨병이 발병하면 췌장암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췌장암 환자는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위염 치료를 받고도 증상이 계속되면 췌장암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내 췌장암 환자의 당뇨병 유병률은 28~30%로 일반인(7~9%)의 3배 이상이라고 합니다. 췌장암 위험 요인은 일부 밝혀져 있습니다. 그래서 췌장암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주의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대책입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흡연과 음주, 만성췌장염을 꼽았습니다. 우 전문의는 “특히 흡연은 췌장암 위험을 2~5배까지 높이는 최대 위험 요소”라고 했습니다. 가족 중에 췌장암 환자가 있다면 위험은 더 높아집니다. 방 교수는 “우리 연구팀 분석에서 가족력 영향은 6% 정도로 조사됐다”고 했습니다. 당뇨병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방 교수는 “당뇨병은 다소 논란이 있지만 3년 이내에 갑자기 발생한 당뇨병이나 15년 이상 당뇨병을 앓은 환자에서 췌장암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혈액을 이용한 종양표지자검사(CA19-9)를 맹신하는 분들이 많은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습니다. 만성췌장염이나 담관염에서도 수치가 증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반 건강검진으로 췌장암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표준검사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내시경 끝에 초음파기기를 장착한 내시경 초음파와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고위험군 위주의 선별 검사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전체 환자의 20%만 수술 가능 췌장암에 대한 항암 요법은 여전히 환자나 의료진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인 것이 사실입니다. 전이암을 완치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환자에게는 생존 기간 연장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신약이 잇따라 개발돼 전이성 췌장암 치료제 병용 요법으로 중앙생존기간(100명의 환자가 있을 경우 생존 순위 50번째 환자 생존 기간)을 11개월 늘리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방사선 치료는 암세포가 다른 장기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췌장 주변 혈관을 침범해 수술이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췌장암’에서 추가 전이를 억제하고 생존 기간을 늘리는 데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암은 췌장암 3기로, 전체 췌장암 환자의 35%가 해당됩니다.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암세포가 췌장에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전체 환자의 20%만 해당됩니다. 상황에 따라 췌장 전체를 제거할 수도 있습니다. 또 항암 치료를 먼저 시행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수술 전 건강 상태와 체력이 매우 중요하고, 무분별한 채식이나 민간요법에 휘둘리지 말아야 합니다. 방 교수는 “섣부르게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또 포기하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며 “정석의 치료법이 어떤 측면에서는 한계를 갖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분명히 생존 기간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이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우 전문의는 “환자와 치료를 하는 의료진 모두에게 힘든 암이지만 치료 성적을 높이는 노력으로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며 “의료진과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응원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아이가 다섯 신혜선♥성훈, 결혼 서두른다 ‘박해미 눈도장’

    아이가 다섯 신혜선♥성훈, 결혼 서두른다 ‘박해미 눈도장’

    ‘아이가 다섯’ 성훈과 신혜선이 결혼을 서두른다. 24일 시철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3일 방송된 KBS ‘아이가 다섯’ 시청률이 27.8%(전국기준)을 기록해 토요일 전체 프로그램 시청률 1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어제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아이가 다섯’45회 방송에서는 안우연(김태민 역)을 찾아 학교에 온 박해미(상민모 역)가 신혜선(이연태 역)이 성훈(김상민 역)의 여자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신혜선이 마음에 쏙 든 박해미가 성훈과 신혜선의 결혼을 서두르고자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학교로 안우연을 찾아온 박해미는 교실 앞에서 우연히 신혜선을 만났다. 마침 안우연이 교실을 비운 상황에서 신혜선은 박해미를 안우연 반 학부모라 착각했고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로 생각할 만큼 자신을 젊게 본 신혜선의 기분 좋은 착각에 박해미는 웃으며 자신이 안우연의 어머니임을 밝혔다. 박해미가 성훈의 어머니임을 깨달은 신혜선은 당황했지만 친절하게 교실로 안내해 차를 대접했다. 기분 좋은 첫만남으로 신혜선에게 호감을 느낀 박해미는 남자친구가 있냐고 물었고 신혜선은 자신이 성훈의 여자친구임을 밝히며 지난 번 약속장소에 나가지 못했던 일을 정중히 사과했다. 박해미는 참하고 순하고 똑똑해 보이는 신혜선이 성훈의 여자친구라는 사실에 기뻐했고 까칠하고 이기적인 성격이었던 성훈이 집안일도 열심히 하고 신혜선에게 자신을 맞추려고 하는 등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하고 있음을 알게 된 후 성훈과 신혜선의 결혼을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성훈은 결혼은 나중으로 미루기로 약속한 상황에서 결혼을 서두르려는 박해미로 인해 신혜선이 또 도망가지는 않을까 하는 것과 안우연과의 겹사돈 문제로 고민이 깊어졌다. 이에 성훈과 안우연은 신혜선과 임수향(장진주 역)을 박해미와 정이 들게 해 겹사돈 문제로 결혼 반대를 못하도록 하는 작전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성훈은 안우연에게 원활한 작전수행을 위해서는 당사자 네 명의 유기적인 협조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하며 임수향에게도 자신과 신혜선의 관계를 알리라고 했다. 성훈의 맞선녀가 임수향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안우연, 성훈이 안우연의 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임수향이 조만간 이 사실들을 알게 될 것으로 보여 세 사람의 만남이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이가 다섯’ 46회는 오늘(24일) 저녁 7시 55분에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그래 그런거야’ 김해숙, 윤소이 사고 소식에 망연자실 “시청자 울린 열연”

    ‘그래 그런거야’ 김해숙, 윤소이 사고 소식에 망연자실 “시청자 울린 열연”

    ‘그래 그런거야’ 김해숙이 시청자를 울렸다. 지난 23일 2회 연속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 48회 방송분은 전국 12.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와 수도권 14.2%(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의 시청률로 모두 자체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이날 ‘그래 그런거야’에서는 김해숙(혜경 역)이 교통사고로 생사를 오가는 딸 윤소이(세희 역)의 곁을 지키면서 애타는 심정을 눈물로 드러내는 모습이 담겼다. 무엇보다 2회 연속 방송 된 47회, 48회에서는 김해숙의 묵직한 열연이 극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특히 ‘엄마’ 김해숙이 무려 2회에 걸쳐 선보인 절절한 ‘모성애 눈물 연기’를 선보인 것. 먼저 ‘그래 그런거야’ 47회에서 김해숙은 윤소이의 사고소식에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갔고, 떨리는 마음을 애써 부여잡듯 입을 꼭 다문 채 수술실 앞을 지켰던 상황. 하지만 김해숙은 사위 김영훈(현우 역)이 도착해 무릎 꿇고 죄송하다고 빌자 “이게 누구 때문이야. 니가 뭔데 내 새끼를 이렇게 망가뜨려놔”라며 “고집 피우면 같이 올라왔으면 될 거 아냐. 왜 혼자 보내”라고 꾹꾹 눌러 담고 있던 원망과 함께 울음을 터트려 짠하게 했다. 또한 김해숙은 집도의로부터 윤소이가 수술 중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는 말에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망연자실해하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 마저 가슴 아프게 하기도. 이어 수술을 마친 윤소이가 베드에 실려 나오자 김해숙은 눈시울을 붉히며 “걱정 마. 아가, 괜찮아. 괜찮아”라고 되풀이했던 터. 그리고는 중환자실로 옮겨진 윤소이를 기다리던 김해숙은 윤소이가 사랑한다고 말했던 사고 직전 전화 통화 당시를 회상하며, 눈을 질끈 감은 채 울음을 삼켰다. 또한 홀로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면서 소리 내 우는 등 딸이 무사히 깨어나길 바라는, 억장이 무너지는 엄마의 마음을 실감나게 전해 시청자들의 코끝을 시큰거리게 했다. 뿐만 아니라 김해숙은 48회에서 한층 절정에 이른, 심금을 울리는 연기로 깊은 여운을 자아냈다. 김해숙이 드디어 의식을 차린 윤소이의 손을 잡아주면서 “이제 괜찮아. 수술 잘됐어”라고 안도의 눈빛을 건넸던 것. 이어 김해숙은 미안하다는 윤소이에게 “니가 미안할 게 뭐있어”라며 벅차오르는 눈물을 삼켰다. 더욱이 김해숙은 시어머니 강부자(숙자 역)의 따뜻한 위로에 울컥하는 모습으로 안방극장을 또 한 번 눈물로 물들이기도. 윤소이의 소식을 뒤늦게 들은 강부자가 집으로 달려와 김해숙의 손을 쓰다듬으면서 “죽다 살았지?”라며 “딱한 거... 놓치는 줄 알고 죽다 살았구나... 얼굴 보고 싶어서”라고 그간 마음 고생했을 김해숙을 어루만졌던 것. 이에 김해숙은 입을 막으며 새어나오는 눈물을 참으려다 결국 오열을 쏟아내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이처럼 김해숙은 딸 윤소이가 죽다 깨어나기까지 그저 기다리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엄마’의 고역 같은 감정들을 안방극장에 고스란히 전했다. ‘눈물’이라는 한정된 감정 매개체를 극중 상황과 감정을 그대로 표현해낼 줄 아는 김해숙의 디테일한 내면 연기가 시청자들을 더욱 몰입케 했다는 반응이다. ‘그래 그런거야’는 매주 토, 일요일 오후 8시45분에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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