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맛집
    2026-07-03
    검색기록 지우기
  • 일운
    2026-07-03
    검색기록 지우기
  • 부모
    2026-07-03
    검색기록 지우기
  • 실천
    2026-07-03
    검색기록 지우기
  • 1조 달러
    2026-07-0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259
  • 여심 사로잡은 외식 창업, 양대창 전문점 양철북 눈길

    여심 사로잡은 외식 창업, 양대창 전문점 양철북 눈길

    웰빙 음식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2030여성들에게 양대창이 각광 받으면서 맛과 가격에 차별화를 둔 양대창 프랜차이즈 양철북을 찾는 젊은 여성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맛집 탐방을 하며 이를 자신의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에 업로딩 하는 인터넷과 소셜 콘텐츠 생성에 익숙한 2030대 여성들은 가장 적극이고 활발하게 홍보가 되는 소비자층이기도 하다. 때문에 많은 외식업계가 주요 타겟으로 삼고 있지만 까다로운 젊은 여성들의 입맛을 사로잡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양철북은 양대창이 예로부터 원기회복과 몸의 해독 효능이 높아 보양식으로 잘 알려졌으며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고단백 음식으로 피부미용에도 좋아 여성들에게도 적극 권장되는 음식이란 점을 어필했다. 자체 제조 공정을 통해 불필요한 중간 유통단계를 줄여 거품이 빠진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양대창의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과 본연의 맛을 보장하기에 젊은 여성들의 입맛과 여심을 사로잡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합리적인 가격과 만족스런 맛으로 외식업계의 주요 타겟층인 2030여성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양철북은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도 각광받고 있으며, 성별과 나이를 불문한 다양한 소비자층들이 찾고 있는 인기 외식 프랜차이즈로써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 외에도 양철북은 메뉴를 주문하면 기본으로 나오는 시원한 묵사발과 양대창을 다 먹은 후 볶아먹는 양밥까지 있어 평일 저녁 직장인들의 회식장소로 인기다. 또 다양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점심 메뉴까지 갖춰 점심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 고객뿐만 아니라 예비 창업주들 사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으며 창업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양철북과 관련된 자세한 창업문의는 해당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우리 동네 Secret 스토리] 용산구 용산동 2가 해방촌

    [우리 동네 Secret 스토리] 용산구 용산동 2가 해방촌

    “‘HBC’를 아시나요.” 단어만 들어도 어딘지 단박에 알아챘다면 당신은 트렌드 세터(trend-setter)다. 문학 마니아에겐 이범선의 소설 ‘오발탄’의 배경으로 익숙할 것이다. 젊은이들에겐 이태원에 이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놀이와 데이트의 명소이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겐 다양함과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바로 용산구 용산동 2가 ‘해방촌’(HBC)이다. 남산 서쪽에 있는 마을로, 시내 전경이 한눈에 보이며 빼어난 야경을 뽐낸다. 해방촌은 1945년 광복 뒤 월남한 사람들이 터를 잡고 6·25전쟁 피란민들이 가세한 비탈 마을이다. 한때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곳으로 손꼽히곤 했다. 그랬던 해방촌이 몇 년 전부터 달라졌다. 좁은 골목길의 낡은 담벼락엔 자원봉사자들의 정성이 담긴 벽화가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고, 이태원이나 한남동 등의 높은 임대료에 질린 외국인들이 하나둘 이곳으로 몰려들면서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낡고 쇠잔한 느낌은 어느새 해방촌만의 특별한 장점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됐고 입소문은 시간문제였다. 해방촌을 제대로 즐기려면 테마별 코스를 파악한 뒤 동선을 짜는 게 좋다. 나름대로 번화함을 자랑하는 해방촌 오거리에서 방사형으로 뻗은 다섯 갈래의 길은 저마다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길을 따라 구경하는 것도 해방촌을 잘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먼저 해방촌 마을을 알고 싶다면 108계단과 벽화 감상 코스가 제격이다. 후암동 버스 앞에서 올려다보면 단박에 눈에 들어오는 108계단은 종종 드라마의 배경이 될 만큼 유명세가 따르는 곳이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108개의 대리석 계단으로, 계단 중간에 예쁜 정원이 조성돼 있다. 108계단 맨 위에 올라서면 서울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108계단 양옆으로는 1960~70년대 해방촌 상권을 장악했던 일명 ‘요코’(스웨터 가내수공업)의 흔적이 담긴 미싱가게들이 줄지었다. 해방촌의 근대사를 묘하게 느낄 수 있어 사진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많다. 108계단을 따라 좁고 낡은 후미진 골목길을 누비다 보면 해방촌의 백미인 각종 벽화가 눈에 띈다. 야외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이다. 보성여고 재학생과 서울대 건축학과 학생, 외국인 등 해방촌 주민들이 손수 작업한 벽화지만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뽐낸다. 산책을 원한다면 남산 소월길을 거쳐 해방촌을 찾는 길이 좋다. 해방촌에선 해외여행을 가지 않아도 다양한 국적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경리단길과 연결된 해방촌 골목길엔 이국적인 레스토랑, 카페, 펍이 줄지어 있다. 어느 집을 가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대부분 이름난 맛집이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18일(水) 케이블 하이라이트]

    ■유령(캐치온 밤 11시) 세 명의 대학생 벤, 패트릭, 리디아는 1973년에 파라노말 심리학자들이 시도하였던 일명 ‘찰스 실험’을 최신 과학 기술 장비들을 이용해서 진행한다. 그들은 결국 미지의 존재 유령을 불러들이게 되고 리디아가 실험 도중 벽 속으로 사라지는 일을 당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벤과 그의 여자친구 켈리는 새집으로 이사하는데 그곳에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섬마을 쌤(tvN 밤 12시) 샘 해밍턴, 브래드, 아비가일, 샘 오취리 등 한국 거주 평균 7년의 외국인 연예인 4인방이 뭉쳤다. 이들은 섬마을 분교 초등학생들에게 방과 후 원어민 교사가 돼 영어를 가르친다. 4박 5일간 섬마을에서 홈스테이하며 주민들과 벌이는 유쾌한 에피소드 등 외국인 연예인 4인방의 섬마을 적응기를 엿본다. 첫 방송을 시작으로 4주간의 리얼버라이어티가 시작된다. ■2인 2색 레슨(J골프 밤 9시) 개성도 성격도 전혀 다른 동갑내기 골프 선수 김혜윤(24·KT)과 정하늘(24·KT)의 원포인트 레슨이 시청자를 찾아간다. 이들은 서로 다른 자신만의 실전 노하우를 공개할 예정이다. 시청자들은 단 하나의 레슨이 아니라 프로 2인의 실전 감각이 담긴 여러 가지 원포인트 레슨을 들여다보는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 ■신상해탄(중화TV 밤 8시) 1930년 상하이는 암흑가의 패권을 잡고자 목숨을 건 사나이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배신으로 가득하다. 상하이의 권력과 부를 쥔 풍경요의 예순 살 생일을 맞이하는 날, 그에게 상납금을 바치던 횡삼은 풍경요의 딸 풍정정을 납치하고 만다. 한편 상하이에 첫발을 들인 허문강이 우연히 풍정정을 구해주면서 운명의 소용돌이는 시작된다. ■월드스테이지, VMA 2013 emd(MTV 오전 11시) 최고의 아티스트가 펼치는 화려하고 열정적인 콘서트를 12시간 내내 연속으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마련된다. 원디렉션과 저스틴 비버의 단독 콘서트를 시작으로 해외에서 펼쳐진 록 페스티벌 공연과 최고의 음악 시상식인 MTV VMA 2013까지. 해외 뮤직 마니아를 위한 최고의 추석 선물을 준비했다. ■추석특집 테로베스트(올리브 오후 1시) 추석을 맞아 그동안 ‘테이스티로드’에서 소개된 맛집을 테마별로 순위를 매겨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만원 이하의 맛집’을 주제로 저렴하지만 만족스러운 한 끼 식사가 가능한 맛집을 소개하고 ‘불금 최고의 맛집’에선 추석 연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과 즐길 수 있는 불금 맛집도 소개한다.
  • [명인·명물을 찾아서] “의암호 중심으로 카누 대중화 실현… 지역과 상생하는 길도 꾸준히 모색”

    [명인·명물을 찾아서] “의암호 중심으로 카누 대중화 실현… 지역과 상생하는 길도 꾸준히 모색”

    “남녀노소 누구나 카누를 손쉽게 즐길 방법을 찾다 물레길을 만들었습니다.” 화성 탐사선 로봇팔을 연구하던 공학 박사가 강원 춘천 의암호를 중심으로 물레길을 만들어 카누 대중화에 나서고 있다. 사단법인 물레길 장목순(47) 이사장은 전기전자공학 박사로 지금도 강원대 교수직이 본업이지만 수업이 없는 날에는 물레길 카누사업에 열정을 쏟고 있다. 장 이사장이 카누를 접한 것은 2006년 공학 연구를 위해 캐나다에서 생활하면서부터다. 현지 지도교수 가족들과 섬이나 호수로 카누 캠핑을 많이 다녔다. 카누 캠핑에 흠뻑 빠졌던 그는 귀국 뒤 직접 카누를 만들기 시작했다. 카누 제작은 외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독학으로 배웠다. 캐나다산 적삼나무를 구입해 조각을 깎고 이어 붙인 뒤 방수를 위해 에폭시 처리를 하고 유리섬유를 입히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3년 만에 손수 만든 첫 카누를 춘천에서 열린 월드레저경기대회에 선보이면서 춘천시와 인연을 맺어 2011년 처음 물레길을 열게 됐다. 첫해에는 카누에 대한 인식과 홍보가 부족해 어려움이 많았다. 이후 입소문을 타고 지난해부터 아름다운 의암호 물레길을 찾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사업도 단순 카누 즐기기에서 캠핑과 카누 제작, 태양광 보트 제작으로까지 넓히고 있다. 카누 제작에는 재료비를 포함해 280만원이 들지만 2인승 수제 카누 1대가 500만~600만원에 이르고 수입 카누는 1000만원을 넘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활용해 최근에는 음악이 있는 ‘물레길 페스티벌’도 열었다. 물레길을 이용하면 춘천 지역 문화 시설, 맛집 등과 연계해 사용할 수 있는 5000원권 ‘행복문화권’도 나눠 주며 상생의 길을 찾고 있다. 장 이사장은 “의암호의 풍광은 세계 어느 곳보다 아름답다”면서 “호수를 끼고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카누 캠핑 등이 가능해 물레길을 많이 늘려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꽃할배’ 극찬 대만 망고빙수… “어떤 맛일까 궁금해”

    ‘꽃할배’ 극찬 대만 망고빙수… “어떤 맛일까 궁금해”

    ’꽃할배’들이 대만의 망고빙수를 극찬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6일 방송된 tvN ‘꽃보다 할배’에서는 대만에서 여행 중인 할배들(신구·박근형·백일섭)이 첫 저녁식사 후 디저트로 망고빙수를 먹는 모습이 나왔다. 사천요리 식당에서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나온 일행은 백일섭이 좋아하는 빙수를 맛보기 위해 직접 빙수 맛집을 찾아갔다. 소문난 맛집 답게 빙수 가게 앞에는 줄 서있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일행들은 빙수를 포장해 숙소로 돌아왔다. 대만 망고빙수는 망고와 팥 두가지 종류로 돼 있었고 먹음직스러운 망고의 과육이 그대로 빙수에 들어가 있었다. 일행들은 얼음과 과일을 잘 비벼가며 맛을 보았고 백일섭은 “진짜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맛이야. 나 빙수 좋아하는데 이렇게 맛있는 건 없다”고 극찬했다. 신구도 “일섭이 덕분에 처음 맛보는 맛”이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대만 망고빙수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대만 망고빙수 생 망고가 들어가 더욱 달콤하고 맛있을 것 같다”, “대만 망고빙수를 맛보는 할배들의 표정이 보기 좋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홀로 걷다 보니, 태곳적 신비가…

    홀로 걷다 보니, 태곳적 신비가…

    ‘한국의 지붕’ 강원도 평창 인근엔 산이 많습니다. 산은 높고 골은 깊으니 당연히 빼어난 숲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 가운데 인상적인 숲 두 곳을 소개합니다. 한 곳은 낙엽송, 다른 한 곳은 잣나무가 우거진 숲입니다. 발단이야 전혀 달랐지만 두 숲 모두 사람이 조성했다는 점만은 같지요. 봉평읍 인근에 붓꽃섬이 있다. 예부터 붓꽃이 많이 자생했다는 섬이다. 한데 산골짜기 봉평에 웬 섬일까. 붓꽃섬 양옆으로는 무이천과 흥정천이 흐른다. ‘섬’은 두 개천을 경계로 뭍에서 ‘고립’돼 있다. 크기야 턱없이 작아도 하중도(河中島)인 것만은 분명하다. 여기에 캠핑장이 조성돼 있다. 붓꽃섬 캠핑장이다. 붓꽃의 영어 이름을 따 아이리스 캠핑장 혹은 아트인 아이리스 아일랜드라고 불린다. 캠핑장 대표는 이학박사 박정희(53)씨다. 한데 이곳 주인장, 참 독특하다. 보다 정확히는 스스로 ‘합리’와 ‘원칙’을 정확히 지키려 하는데 보편적인 잣대를 들이대니 다소 유별나 보이는 거다. 우선 여느 캠핑장보다 입장료가 비싸다. 계절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2인 기준으로 1박에 4만원쯤 된다. 게다가 1박 2일은 안 받는다. 최소 2박 이상이어야 한다. 납득이 잘 안 된다면 일반 회사의 ‘휴가 명령제’를 연상하면 알기 쉽다. 허겁지겁 와서는 텐트 펴고 접다 시간 보내지 말고 푹 쉬다 가라는 뜻이다. 아울러 철저하게 예약제로 운영된다. 캠핑 사이트가 남더라도 당일 내주는 법은 없다. 캠퍼의 신분 확인은 필수고 예약료도 받지 않는다. 캠핑장에선 커플보다 가족이 우선시된다. 아이들이나 부모와 함께 오면 알게 모르게 혜택을 준다. 하다못해 유기농 호박 하나라도 선물로 챙겨 준다. 캠핑장 안엔 식당과 매점이 없다. 캠핑장에서 편의시설까지 독식하면 인근 주민들에게 돌아갈 몫이 없기 때문이다. 화장실도 유아용만 있을 뿐 섬 밖으로 밀려나 있다. 캠핑장 청소 또한 인근 주민들에게 번갈아 맡긴다. 그래야 지역 공동체에 보탬이 된다. 까다롭긴 하지만 장점도 많다. 우선 캠핑 사이트가 넓다. 당연히 캠퍼들 간에 자리 두고 얼굴 붉힐 일 없다.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계절에 따라 고로쇠와 산나물, 표고버섯 등을 채취하거나 감자, 호박 따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전부 무농약으로 재배한 것들이다. 비료조차 치지 않는다. 요즘엔 잣 줍기 체험이 제격이다. 체험장은 캠핑장에서 2㎞쯤 떨어진 잣나무숲이다. 이동 수단은 사륜오토바이(ATV)다. 한데 주인장의 운전 테스트를 먼저 거쳐야 한다. 안전하게 산길 주행을 할 수 있겠다 싶을 때 오케이 사인이 난다. ‘면허시험’에 떨어지면 ATV는 포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모든 체험 프로그램이 무료라는 점이다. ATV 기름값만 캠퍼가 부담하면 된다. 여느 캠핑장에 견줘 입장료가 비싼 것도 이 때문이다. 잣나무숲은 넓다. 앞산 뒷산 ‘눈에 보이는’ 게 죄다 잣나무다. 숲은 1932년 박 대표의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조성됐다. 아들이 태어나면 대량으로 기념식수를 했고 그 아들이 아들을 낳으면 또 잣나무를 심었다. 체험장으로 쓰이는 숲은 그중 일부에 불과하다. 잣나무 아래에선 표고버섯이 자란다. 가을철 수확기에 들면서 크기가 호떡만큼 커졌다. 잣나무는 피톤치드를 많이 내뿜는다. 편백나무에 이어 두 번째다. 청량한 피톤치드 맡으며 잣, 표고버섯 등을 수확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캠핑장 이용자들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잣나무숲에서 흥정계곡을 끼고 돌면 곧 불발령길이다. 일부 산악자전거 동호인들이 알음알음으로 찾는 곳이다. 불발령(1052m)은 옛 진한(辰韓)의 마지막 임금인 태기왕의 고사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불발현 혹은 불바래기 등으로 불린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태기왕이 “불을 밝히라” 명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일종의 축약어인 셈인데 화공을 펴라는 뜻이었는지, 불을 밝혀 경계를 강화하라는 뜻이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산 중턱 마을의 지명이 ‘화명동’(火明洞)인 걸 보면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닌 듯하다. 이 일대엔 태기왕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평창과 횡성이 경계를 이루는 태기산은 태기왕이 산성을 쌓고 신라 박혁거세에게 대항하던 곳이다. 태기산에서 발원한 갑천은 태기왕이 더러워진 갑옷을 씻었다는 곳, 횡성 쪽 어답산은 ‘(태기)왕이 오른 산’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불발령길은 줄곧 흥정계곡을 따라간다. 길이는 약 16㎞. 계곡 초입에 들어선 펜션만 70개 정도다. 그만큼 놀기 좋고 볼 것 많다는 뜻이겠다. 마지막 펜션을 지나면 풍경은 확 바뀐다. 적막강산이다. 한 구비 돌고 나면 그간 사람의 발길이 얼마나 드물었는지 단박에 알 정도다. 과장 좀 보태 태곳적 풍경 속으로 드는 느낌마저 든다. 길은 계곡을 따라 이리저리 휘었다. 나라 안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길이다. 한데 풍경은 다소 이질적이다. 사방을 둘러친 낙엽송들이 미인의 다리처럼 늘씬하게 솟았다. 북미의 어느 숲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낙엽송들은 대개 수령이 비슷하다. 45년 전, 그러니까 이 일대에 화전민 소개령이 내려진 1968년 무렵 식재된 것들이다. 당시 불바래기에 살았던 이동옥(61)씨는 “낙엽송 군락이 곧 마을이 있던 자리”라고 했다. 정부에서 마을을 없앤 뒤 그 자리에 속성수인 낙엽송을 심었다는 것이다. 당시 흥정계곡엔 300여 가구가 여기저기 마을을 이뤄 살았다. 화전 등에서 나온 소출도 제법 많아 “흥정리 이장은 해도 봉평면장은 안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다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이 터졌고 주민 소개령이 내려지면서 현재 모습으로 남게 됐다. 계곡은 하류에 견줘 수량만 다소 줄었을 뿐 넉넉한 자태 그대로다. 가마 타고 불발령 넘던 새색시가 빠져 죽었다는 각시소, 이름조차 없는 3단 폭포 등 간간이 볼거리도 뛰쳐나온다. 불발령 정상에 서면 홍천 너머의 크고 작은 산들이 마루금을 좁힌 채 물결치는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박정렬씨의 모정을 기리는 추모비도 서 있다. 비문에 새겨진 사연이 애틋하다. 1978년 3월 12일, 박씨가 여섯 살짜리 딸과 함께 홍천군 내면의 친정으로 가기 위해 불발령을 넘을 때였다. 돌연 폭설이 쏟아졌다. 박씨는 길을 잃고 헤매다 쓰러졌고, 자신의 옷을 벗어 어린 딸에게 입힌 뒤 숨을 거뒀다. 엄마 품에 안겨 있던 딸은 다행히 목숨을 건져 외지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 사진 평창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 :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영동고속도로 장평나들목으로 나와 봉평면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봉평읍내에서 무이예술관 방향으로 2.5㎞ 가면 붓꽃섬 캠핑장이다. 캠핑 사이트는 40면, 펜션은 11개 객실이다. 캠핑과 달리 펜션은 1박이 가능하다. www.irispension.co.kr, 336-1771. 불발령은 아이리스 캠핑장에서 이효석 문학의 숲 방면으로 가다 흥정계곡을 끼고 곧장 가면 된다. →맛집 : 봉평읍내 미가연은 메밀요리 전문점이다. 이대팔메밀국수, 메밀싹육회비빔국수 등 별미를 맛볼 수 있다. 335-8805~6. 토담숯불구이는 주인이 직접 기른 한우를 잡아 파는 곳이다. 아침에 맛보는 백반도 정갈하다. 336-2227. →잘 곳 : 흥정계곡 주변에 펜션들이 늘어서 있다. 이 가운데 허브솔 펜션은 복층식 구조의 목조 가옥으로 가족들이 묵어 가기에 맞춤하다. 334-4445. →주변 볼거리 : 6~22일 효석문화제가 열린다. 시차를 두고 메밀밭을 조성한 만큼 언제 가도 메밀꽃 핀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335-2323.
  • 보소, 올 한가위 고향 내려오믄 추억 총총 썰어, 인심 푹푹 끓인 시장통 국시 한그릇 먹으러 오소

    보소, 올 한가위 고향 내려오믄 추억 총총 썰어, 인심 푹푹 끓인 시장통 국시 한그릇 먹으러 오소

    시장에 가면 뭐가 좋을까. 우선 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에 따르면 올 한가위 차례상 비용(4인 가족 기준)은 전통시장이 18만 5125원, 대형유통업체는 26만 2941원으로 예상됐다. 전통시장이 30% 가까이 저렴했다. 지역경기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고, 여기저기 기웃대다 군것질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인심은 한 되, 추억은 한 말쯤 챙겨올 수 있다. 이제는 명소가 된 각 지역의 전통시장을 정리했다. 한가위 귀성객들이 가볼 만한 곳들이다. ‘향수 어린 장터’ 장흥 토요시장 예부터 장흥시장은 나주 영산포의 홍어시장, 함평 학다리 우시장 등과 함께 전남 3대 시장으로 유명했다. 2005년엔 시설 보수작업을 거쳐 토요일에만 문을 여는 주말 관광형 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이게 주말시장의 효시가 됐다. 그렇다고 평일에 문을 닫는 건 아니다. 소고기집들이 늘어선 시장 뒤편으로 청과물과 해산물 등을 파는 전통시장이 형성돼 있다. 여기 정말 싸다. 그리고 싱싱하다. 올여름 장흥시장에서 3000원에 미나리 한 아름, 2000원에 시장바구니 한가득 콩나물을 샀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1만원의 가치’를 재확인해 보고 싶다면 꼭 장흥시장에 들러보시길. (061)864-7002, 860-0741. ‘콧등치기 국수’ 정선 아리랑시장 강원 정선 아리랑시장은 1966년 개설됐다. 지금은 ‘정선 5일장’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실제 5일장이 서는 날만 골라 정선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있을 정도다. 매월 2, 7, 12, 17, 22, 27일에 장이 선다. 강원도에서 나는 각종 산나물과 약초는 물론 곤드레나물밥, 콧등치기 국수 등 추억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특히 메밀전병, 메밀전 등 토속적인 먹거리는 반드시 맛보는 게 좋다. 시장 뒤 문화예술회관에선 장날마다 정선아리랑 창극 ‘신들의 소리’ 공연이 열린다. (033)563-6200. ‘아홉 번째 볼거리’ 단양 구경시장 충북 단양 구경시장은 상설시장과 전통 5일장이 공존하는 곳이다. 저 유명한 단양 8경에 더해 아홉 번째 자랑거리라는 상징적인 뜻을 담고 있다. 구경시장은 ‘동국문헌비고’에 1770년쯤 장이 개설됐다는 기록이 나올 만큼 연륜이 깊다.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자리를 옮겨 현재 단양군 도전리에서 운영되고 있다. 단양은 예부터 토양과 기후 여건이 마늘을 재배하는 데 맞춤하다고 알려졌던 곳이다. 단양육쪽마늘과 관련된 다양한 요리를 장터에서 맛볼 수 있다. 씹을수록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단양 마늘순대와 양념이 독특한 흑마늘 닭강정 등이 별미로 꼽힌다. (043)422-1706. ‘마약 김밥·육회’ 서울 광장시장 1905년 문을 연 뒤 100년이 넘도록 종로를 지켜온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특히 먹거리장터가 발달해 식객들의 발길로 하루 종일 분주하다. 꼬마김밥은 ‘마약김밥’, 돼지고추장구이는 ‘동그랑땡’으로 불리는 것도 재밌다. 서울 토박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빈대떡은 광장시장을 대표하는 먹거리. 신선해서 고소하기까지 한 육회와 큼지막해서 더 먹음직스러운 왕순대 등이 뒤를 잇는다. 여기에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을 곁들이면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간다. 혜화문에서 흥인지문에 이르는 서울성곽을 한 시간 정도 걷고 광장시장에 가 보자. 적당한 허기에 각종 먹거리가 입에 착착 붙는다. (02)2272-0967. ‘부산 별미 집합소’ 부산 국제시장 해방 후 ‘도떼기시장’으로 출발해 부산 최대의 만물 시장으로 성장한 시장이다. 올해 10월 10일까지 부산관광공사에서 벌이고 있는 ‘부산 그랜드 세일’ 이벤트에 전통시장이 참여하면서 한층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먹자골목이 특히 유명하다. 아리랑거리를 중심으로 비빔당면 골목(충무김밥을 함께 판다)과 팥빙수 골목, 떡볶이 골목이 밀집돼 있다. 밀면과 완당, 냉채족발, 유부전골 등 별미가 즐비하다. ‘1박2일’ 이승기 덕에 이름을 알린 BIFF 거리의 씨앗호떡도 늘 인기 상종가다. 이제는 쇠락한 광복동 고갈비 골목의 남마담집과 할매집에서는 여전히 옛날 추억의 맛을 팔고 있다. (051)600-4511. ‘200m골목 맛집들’ 수원 못골시장 경기 수원의 팔달문 인근에 있는 못골시장은 늘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새통이다. 채 200m도 안 되는 골목에 87개 점포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못골시장이 이름을 얻게 된 건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 프로젝트’ 덕분이다. 못골시장에선 반찬, 정육, 생선 등을 주로 판다. 먹거리도 다양하다. 냉면보다 칼국수와 녹두빈대떡이 유명한 ‘냉면’집, 밤과 단호박, 서리태 등이 가득 든 영양 백설기가 맛있는 떡집 등이다. 인근에 통닭 골목, 수원 화성 등 돌아볼 곳도 많다. (031)246-5638. ‘서해 싱싱함 가득’ 서천 특화시장 충남 서천 특화시장은 2004년 문을 열었다. 수산물동, 일반동, 농산물동, 노점동 등으로 구성됐다. 수산물만 파는 곳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는 않다. 입점한 상점 수로 따지면 청과류 매장이 수산물 매장보다 곱절 가까이 많다. 다만 지역 특성상 서천특화시장 하면 역시 수산물이 첫손 꼽힌다. 홍원항과 마량항, 장항항이 지척이니 늘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난다. 해산물을 맛보려는 이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다. 시장 2층에 20여곳의 식당이 있다. 1층 시장에서 횟감을 사서 올라가면 돈을 받고 회를 떠준다. (041)951-1445. ‘서민의 삶과 낭만’ 춘천 낭만시장 강원 춘천 낭만시장은 서민의 삶과 낭만이 깃든 곳이다. 중앙시장에서 이름이 바뀌며 새 단장했지만, 전해지는 사연과 소박한 풍취는 예전 그대로다. 낭만시장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과 인근 서민이 생필품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물건과 약사리고개를 넘어온 농산물이 모였던 곳이기도 하다. 50년을 넘어선 내장 골목, 닭집, 국숫집 등도 대를 이어 구수한 맛을 지켜간다. 최근엔 시장 구석구석에 벽화를 그리고, 콘서트를 여는 등 문화의 옷을 입기도 했다. 낭만시장에서 간식 골목을 거쳐 근대사와 예술가의 흔적이 서린 망대골목까지 산책에 나서는 것도 좋겠다. (033)250-3068.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새로 뜨는 명동맛집, 스시웨이 명동 직영점

    새로 뜨는 명동맛집, 스시웨이 명동 직영점

    기업체의 본사들이 대거 포진한 명동, 오늘은 어떤 메뉴로 한 끼 점심을 해결할까 고민하는 직장인들의 배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독 많은 이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업소가 눈길을 끈다. 지난달 27일 문을 연 초밥전문점 명동맛집 스시웨이 명동점이 바로 그곳이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명동을 찾는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 잡은 비결은 다름 아닌 ‘최상의 재료가 곧 최고의 음식’이라는 경영 철학에 있다. 명동스시웨이는 여느 초밥집과는 달리 냉동 생선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싱싱한 활어만이 초밥의 풍미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도미, 농어, 방어, 광어, 참다랑어, 오도로, 연어, 참소라, 육사시미 등 주요 식자재는 반드시 제철 재료, 당일 사용이라는 원칙을 엄수하고 있다. 마진을 낮춰 더 많은 고객을 불러 모으겠다는 정직한 셈에서 비롯된 매출전략이다. 스시웨이 명동직영점의 또 다른 특장점은 고객의 편익을 충족시킬 만한 넓은 주차 공간을 갖췄다는 데 있다. 스시웨이가 입점한 을지로 2가 아르누보센텀 빌딩은 오픈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은 신축 건물로, 지하 2층부터 지하 5층까지 대규모 주차장이 들어서 있다. 명동에 나갈 때면 마땅한 주차 공간이 없어 인근을 몇 바퀴씩 배회하고 나서야 겨우 적당한 곳에 주차할 수 있었던 경험에 비추면 거의 매머드급의 주차타워 시설이라 할 수 있다. 스시웨이 명동직영점 관계자는 “관광객이 많은 지역 특성상 외국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 초밥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일본 관광객이 ‘오이시’와 ‘베스토’를 연발하는 모습을 보면 자긍심이 넘친다”며 “명동스시웨이 초밥은 정통 초밥의 맛과 한국적 정서, 둘 다 놓치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과 신선한 식자재로 명동을 찾는 이면 누구나 꼭 한번쯤 들려야 할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동맛집으로 손꼽힐수 있을 정도로 벌써부터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초밥전문점 스시웨이 명동점의 문의나 예약은 전화(02-3789-3774)로 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리산 끝자락 기운 센 땅, 경남 산청을 가다

    지리산 끝자락 기운 센 땅, 경남 산청을 가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해졌습니다. 가을의 문턱에 접어든 거지요. 한데 여름 내내 지독한 폭염에 시달렸던 몸은 쉬 회복되지 않는 듯합니다. 거센 자연에 시달린 몸, 자연에서 좋은 기운 받아 치유하는 건 어떨까요. 경남 산청으로 갑니다. 지리산에 기댄 마을마다 1000여종의 약초가 자란다는 한방의 땅이지요. 생초, 차황 등 마을 이름에서조차 약초 향 물씬 풍기니 산청에서라면 몸과 마음이 절로 가붓해질 듯합니다. 산청은 ‘동의보감의 고향’쯤으로 여겨진다. 지은이 허준(1539~1615)이 산청을 다녀갔다는 기록 한 줄 없는데도 그렇다. 이는 미암일기 등 허준의 행적을 다룬 여러 문집이나 전설 등에 따른 추정일 뿐이다. 허준에 대한 기록은 그가 33세 되던 1571년에야 비로소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가 종 4품의 내의원 첨정에 중용된 때다. 서른셋 이전의 허준은 뭘 하며 지냈을까. 그의 일생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지는 것도 바로 이 기간이 베일에 쌓여 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박물관의 김요한 학예연구사는 “집안에 아들이 없어 실질적인 적자 노릇을 하던 허준은 아버지가 정실부인을 들여 아들을 낳는 바람에 또다시 서자의 지위로 떨어지는 등 이 기간 곡절 많은 삶을 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했다. 질풍노도의 젊은이가 이 같은 상황에서 집 밖의 세계를 동경하는 건 당연한 노릇일 터. 김 학예사는 허준이 이 기간 약재상으로 전국을 떠돌았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허준이 1000여종의 약초가 자란다는 지리산, 특히 산청 지역을 여러 차례 돌아봤을 거란 추정도 가능해진다. 요즘 말로 허준의 ‘전공’이 침이 아닌 약초학이었던 것도 이를 방증한다. 훗날 어의에까지 오른 허준은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의보감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게 꼬박 400년 전인 1613년의 일이었다.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이하 산청엑스포, www.tramedi-expo.or.kr)가 9월 6일~10월 20일 열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동의보감 초쇄 간행 400주년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동시에 기념하는 자리다. 행사장은 지리산 끝자락 산청군 금서면 동의보감촌·한방의료클러스터 일대다. 허준이 약초를 찾아 발품 팔고 그의 스승 유의태가 의술을 펼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산청 최대의 국제 행사를 앞두고 최구식 집행위원장이 최근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왔다. 요약하면 “산청엑스포 현장이 생애 통틀어 최고의 근무 환경”이란 거다. 공기 청량하고 물 맑은 곳이라면 산청 말고도 나라 안에 즐비하다. 한데 뭐가 그리 다른가. 이 대목에서 등장하는 게 ‘기’(氣)다. 이른바 ‘명당’의 자리가 선사하는 기운이 남다르다는 거다. 이영복 문화관광해설사는 산청엑스포장을 “기의 보고”라고 했다. 지리산 천왕봉과 왕등재를 지나 온 정기가 왕산(王山·923m)을 거쳐 엑스포장으로 모인다는 것이다. 왕산은 필봉산과 함께 엑스포장의 뒤편을 떠받치고 있는 산이다. 기가 센 곳엔 이를 수렴할 암자나 탑 등이 들어서게 마련이다. 산청엑스포장엔 건축물 대신 돌을 세웠다. 왕산 자락을 따라 위에서부터 석경(石鏡)과 귀감석(鑑石), 복석(福石)을 배치했다. 석경은 중심부에 봉황 형태의 무늬가 새겨진 돌 거울이다. 다리 굽혀 품에 안으면 맑은 기운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핵심 포인트는 석경의 윗부분이다. 기가 특히 센 곳이어서 반드시 이마를 대고 있어야 한단다. 귀감석은 동의전 뒤편에 있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이 ‘기 받는 바위’로 입소문을 내면서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원래는 차황면 신촌마을에 있던 신석(神石)이었다. 이 해설사는 주민들이 국가적인 행사의 성공을 위해 선뜻 산청엑스포 측에 제공했다고 귀띔했다. 거북이 등껍질 형태의 귀감석은 ‘기의 최강자’다. 특히 가운데 ‘황기’라고 쓰인 부분이 핵심이다. 장삼이사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기의 흐름이 없는 건 아닐 터. 사지 쭉 뻗어 물 샐 틈 없이 거석과 밀착하는 게 한껏 기를 받는 지름길이다. 복석은 엑스포장 끝자락에 있다. 전각 안에 있는 데다 형태도 밋밋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탑돌이 하듯 돌 주위를 돌면 복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산청엑스포 행사장은 주제관과 동의보감관, 약초생태관, 힐링타운, 기체험관, 세계관, 약선문화관, 산업관 등 8개 전시관으로 구성된다. 한의학 체험, 약초 구매 등 전통 의학과 관련된 모든 체험을 한곳에서 할 수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인도 등 5개 전통 의약 강국의 의료 체험 등 독특한 콘텐츠도 마련됐다. 왕산 자락에서 찾아야 할 곳이 또 있다. 구형왕릉이다. 신라에 패망한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仇衡王·521~532)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공식 기록이 없어 이름 앞에 전(傳) 자를 붙이기도 한다. 무덤 형태가 특이하다. 돌무더기를 7단으로 쌓아 올렸다. 왕릉 옆엔 증손자 김유신이 시묘살이 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구형왕릉 못 미처 ‘유의태 샘’도 찾을 만하다. 왕산의 정기가 서렸다는 샘물이다. 유의태가 환자를 치료할 때 이 약수를 사용했다고 한다. ‘풍경의 명당’ 하나 덧붙이자. 산청의 산하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곳, 정취암(淨趣庵)이다. 개창 시기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찰이다. 지리산과 황매산 등 산청의 명산에 오르려면 땀깨나 쏟아야 하는 것에 견줘 정취암까지는 차로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절집은 신등면 대성산 자락에 터를 잡았다. 절집까지 오르는 길이 빼어나다. 이리저리 휘휘 돌 때마다 산청의 산과 들녘이 번갈아 자태를 뽐낸다. 산 중턱에 걸터앉은 절집의 자태도 예사롭지 않다. 호사가들 입에 오르내렸던 ‘절벽 위에 핀 연꽃’ 그대로다. 절집 뜨락까지 왔다면 5분만 더 투자하시라. 응진전 뒤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더욱 빼어난 풍경과 마주한다. 비 갠 오후, 산자락을 딛고 오르려던 조각구름 하나가 힘에 부쳐 절집 위에 머문다. 아찔하게 선 너럭바위 위로는 돌탑 하나가 서 있고 그 너머로 지리산과 산청의 들녘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남사예담촌도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의 아이콘이다. 어깨 높이로 쌓인 흙담이 마을 전체를 둘러싼 곳이다. 한 민간단체에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지정하기도 했다. 마을에 들면 약 400년 된 이씨 고가 등 고색창연한 옛집들이 객을 반긴다. 이씨 고가는 남사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옛집 앞엔 X자 모양으로 굽은 회화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마을의 상징 같은 나무다. 수령은 300년을 헤아린다. 원래 화기(火氣)를 막으려 심었는데 미군 폭격으로 마을이 불바다가 됐을 때도 이씨 고가는 멀쩡하게 남아 ‘효험’을 입증했다고 한다. 담장길을 따라 마을 안쪽의 수백년 묵은 매화나무 등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글 사진 산청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55) →가는 길 대전통영고속도로에서 산청으로 내려서는 나들목은 모두 3개다. 국제조각공원 등을 둘러보려면 생초 나들목, 동의보감촌이나 구형왕릉, 정취암 등을 먼저 보려면 산청 나들목이 빠르다. 남사예담촌, 남명 조식 유적지 등은 단성 나들목에서 가깝다. →맛집 약초와 버섯골식당(973-4479)은 약초버섯전골로 이름났다. 흑돼지와 누렁이(973-8289), 민물고기찜을 내는 물레방아식당(972-8290)도 소문난 맛집. 읍내 바다양푼이동태탕(972-3030)은 오가는 길에 부담 없이 들를 만한 집이다. 시원한 동태탕과 찜이 별미다. →잘 곳 지리산힐링타운은 ‘기’가 모인다는 왕산 끝자락에 있다. 산청엑스포장 안에 있어 축제를 둘러보기도 수월하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남사예담촌의 고택 민박이 좋겠다. 경호강변의 산청한방리조트펜션(972-9989)도 깔끔하다.
  • 한류☆와 먹고 걷고… 강남에 ‘도심 올레길’ 만든다

    한류☆와 먹고 걷고… 강남에 ‘도심 올레길’ 만든다

    강남에 한류 스타들의 추억이 있는 장소와 자주 가는 맛집 등을 중심으로 한 ‘도심판 올레길’이 들어선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 등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27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SM엔터테인먼트~큐브엔터테인먼트에 이르는 1.08km 구간을 한류스타 거리로 정하고 스토리가 있는 장소에 찾아가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도심판 올레길’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이 브랜딩·심벌·거리이정표(Signage) 등 디자인 기획 및 개발을, 제이콘텐트리 M&B가 스토리텔링을 재능기부 형태로 제공하는 등 민관 협력의 산물이라 의미를 더한다. 먼저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한류스타 거리에 새 모양의 ‘K ROAD’ 이정표를 설치해 한류스타 거리를 알리고, 이곳에서 꼭 방문해야 할 명소 50여개를 선정해 홍보한다. 또 외국인들을 위한 ‘한류스타 거리 스탬프 투어 여권’을 만들어 명소를 방문할 때마다 스탬프를 찍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소소한 재미도 곁들인다. SM엔터테인먼트와도 협력해 현재 리모델링 중인 SM 사옥을 일주일에 1회 관광객에 개방하고, 대형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한류 영상도 선보이기로 했다. 내년 2~12월에는 한류 콘텐츠 확대에 나선다. 연예기획사 등 명소로 선정된 곳에 핸드프린팅을 설치하고, 티셔츠·가방 등 한류거리 전용 기념품을 제작해 판매한다. 한류스타 거리에 관한 모든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도 출시한다. 강남구는 한류스타 거리를 홍보하기 위해 압구정동 ‘강남 관광정보센터’에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강남 시티투어 버스 정류장을 한류스타 거리에 설치하기로 했다. 일본 현지 대형 여행사와 손잡고 현대백화점 문화홀에서 K팝 아이돌과의 정례 팬 미팅도 개최한다. 또 이번 한류스타 거리를 시작으로 한류 음식거리, 한류 패션 로드 등 다양한 한류 거리를 개발해 서울 랜드마크로 키울 방침이다. 신연희 구청장은 “한류스타거리 조성 사업은 강남문화를 알리는 출발점이자 뉴욕과 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에도 수출할 수 있는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강남의 한류거리가 뉴욕의 ‘소호’, 파리의 ‘마레’지구처럼 도시 관광을 이끄는 중심축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책꽂이]

    정치와 비전 3(셸던 월린 지음, 강정인·김용찬·박동천·이지윤·장동진·홍태영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미국의 저명한 정치 철학자인 저자의 대표작. 1960년 첫 출간 뒤 760여쪽의 방대한 저술이 3권으로 나뉘어 ‘정치와 비전 1’(2007), ‘정치와 비전 2’(2009)가 먼저 출간됐다. 이번에 출간된 ‘정치와 비전 3’는 새롭게 추가된 7개의 장을 담았다. 480쪽. 2만 3000원. 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사건 추적(표창원 지음, 지식의숲 펴냄) ‘묻지마 살인’에 온 국민이 자주 경악하게 되는 현실에서 범죄 수법도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정교해진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범죄자, 혹은 피해자로 만든 것일까. 프로파일러 표창원 박사가 범죄자의 심리 구조와 방법을 세밀하게 분석해 사회적 대처 방안을 제시했다. 280쪽. 1만 3800원. 개마고원(고승철 지음, 나남 펴냄) 남북 문제를 다룬 정치 소설이다. 언론인 출신의 작가는 북한 지도자가 비핵화를 고민하고, 남북 정상이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을 극비리에 추진하는 세계를 상상했다. 6·25 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의 배경이 된 개마고원을 무대로 서적 외판원 출신의 주인공 장창덕과 재벌 기업인 윤경복, 한국 근현대사 학자 서연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장창덕과 윤경복이 북한의 반체제 세력에 자금 후원을 시도하던 중 이들을 돕던 서연희가 북한 군부에 납치된되면서 장창덕은 서연희를 구하기 위해 개마고원으로 향한다. 406쪽. 1만 2800원. 가보고 싶은 나라 알수록 재미있는 나라 폴란드(윤형중 지음, 역사공간 펴냄) 통일부 공무원이자 바르샤바대 유학생 출신인 저자가 3년간 폴란드에 머물며 보고 듣고 느낀 폴란드 이야기. 독일, 러시아, 오스트리아, 헝가리에 둘러싸여 부침을 겪던 단일민족 국가라는 점에서 동질감이 느껴진다. 폴란드의 역사와 문화를 두루 조명했다. 424쪽. 1만 7000원. 메갈로마니아(온다 리쿠 지음, 송수영 옮김, 문학동네 펴냄) ‘밤의 피크닉’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등으로 유명한 일본 추리 소설가가 쓴 중남미 여행기. 책 제목은 ‘과대망상’이라는 뜻이다. 여행지에서 떠오르는 생각이나 소설 소재가 될 망상을 현실 속 여정에 엮어 여행기로 꾸몄다. 술, 음식 이야기도 맛깔스럽게 녹였다. 280쪽. 1만 3800원. 대통령 의전의 세계(김효겸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역대 청와대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실 근무자 가운데 최장 근무 기록을 보유한 저자가 쓴 대통령 의전 이야기. 광복절 경축식 같은 연례행사, G20서울정상회의 등 국제행사, 대통령의 독도·연평도 방문 같은 특별행사 등 다양한 사례와 사진, 에피소드들을 소개했다. 360쪽. 2만 5000원. 화폐 이야기(송인창 등 지음, 부키 펴냄) 행정고시 41~46회 출신 기획재정부 공무원 7명이 화폐의 역사, 금융의 명암, 기축 통화 등 화폐 관련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저자들은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양적완화 정책은 불가피하지만 화폐 남발을 지속해 위기를 벗어나려는 시도는 더 큰 불행을 불러온다”고 지적한다. 416쪽. 1만 5800원. 자동차 주말여행 코스북(유연태 외 4인 지음, 길벗 펴냄) 대한민국의 빼어난 드라이브 코스를 모았다. 여행작가 유연태씨, 여행 관련 홍보대행사를 운영하는 전계욱·온석원씨 등 여행광 5명이 저자로 참여했다. 주말이면 ‘어떤 도로를 타고 어디로 갈까’ 하는 고민에 시달려 온 독자에게 그 해답을 속시원히 제시해 주는 책이다. 가족, 연인, 싱글족 등 누구에게나 맞춤한 정보들이 들어 있다. 놓치면 아쉬운 주변 볼거리와 지역의 대표 맛집, 그리고 숙박 정보까지 알차게 담겼다. 496쪽. 1만 7500원.
  • [씨줄날줄] SNS 입소문 조작/문소영 논설위원

    중동의 민주화 바람인 ‘아랍의 봄’은 스마트폰과 페이스북·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부터 시작됐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나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과일 노점상으로 일하던 26살의 ‘모하메드 부아지지’는 2010년 12월 17일 튀니지 경찰의 노점상 탄압에 항의해 분신자살했다. 그 소식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 29일간 전국적 시위가 벌어졌다. 결국 튀니지의 인구 4만 소도시에서 자살한 한 청년의 좌절은 튀니지의 독재자를 23년 만에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재스민 혁명’으로 보상받았다. 자유·평등·박애 등 프랑스 혁명 정신이 19세기 초 나폴레옹의 정복전쟁을 통해 전 유럽에 퍼졌다면, 21세기에 시민 민주주의의 확산은 스마트폰과 SNS가 그 역할을 평화적으로 떠맡은 것 같다. 신문과 방송 등 전통미디어가 사회 안정의 도구로 기능하며 기득권에 안주할 때, SNS는 잠재된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1인 미디어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정책을 홍보하고 안정적으로 권력을 유지해야 할 정부나 상품을 팔아야 하는 기업들은 SNS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여론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SNS의 현장성 강한 게시물과 실시간 댓글은 빠르게 공감을 일으키고 행동을 광범위하게 조직화했다. 일대일 대인 커뮤니케이션의 기능이 겹쳐져 정보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 입소문은 빠르게 전파됐다. 즉, 맛집을 소개하거나 좋은 영화나 책, 특정 상품을 추천하면 네트워크를 타고 가면서 대박 맛집으로 부상시키거나 소비를 촉진했다. 지난해부터 SNS에서 ‘좋아요’를 눌러 주거나, 리트위트를 활성화해 ‘띄워주겠다’는 사람들의 제안이 시작됐다. 그 대상은 명성이 필요한 개인도 있지만, 음식점이나 의원 등 자영업자나 쇼핑몰, 유튜브의 게시물 등 다양했다. 클릭 수로 성패가 결정나는 세상인 만큼 이를 조작해 주는 ‘클릭 농장’이 등장한 것이다. 이것은 십시일반식 홍보와는 차원이 다르다. 클릭 농장을 활용하는 정도의 일탈이야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덤벼든다면, 이것은 SNS를 통한 여론의 조작에 뛰어드는 것이다. 올 초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대형출판사의 책 사재기를 통한 베스트셀러 조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부도덕한 행위다. 지난해에는 파워블로거들이 기업으로부터 광고협찬이나 금품을 받고 제품 후기를 올려준 일이 발각돼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기도 했다. SNS는 도구이고, 도구는 쓰기 나름이다. SNS가 가진 혁신성과 개방성, 신뢰성 등이 훼손되지 않도록 도구의 사용자가 노력해야 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신안 민어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신안 민어

    “민어회 뭉텅뭉텅 썰어 즐기고, 땀 삘삘 흘리면서 기름 동동 뜬 탕을 마시면 이상하게 기운이 돌아. 여름에는 민어가 최고여라. 배진대기를 기름장에 찍어 먹어 봐. 입안에서 살살 녹아드는데 어떤 생선도 못 따라와. 민어는 버릴 게 하나도 없제” 회 한 접시 뜨며 부위별로 이렇게 말 많은 생선도 드물지 싶다. 전남 신안군 지도읍 송도위판장 옆 ‘회 떠주는 곳’ 1호 남자는 날렵하게 살을 도려내면서 민어 예찬에 들어갔다. 내장이 적고 살이 두꺼워 금세 한 접시가 차고, 껍질이며 부레까지 식감과 맛이 여느 생선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맛있다는 부위가 다르제라. 하지만 난 운동량이 많은 꼬리가 쫄깃하고 식감이 좋데요. 살에 묻혀 들어가기 쉬운 지느러미는 숨어서 먹는 부위랑께. 꼬들꼬들 고소한 맛이 일품이제” 민어(民魚)는 예로부터 기운 없고 식욕 떨어지는 복달임 때 찜이나 탕으로 몸을 다스리던 선조들의 보양식이었다. 귀하기도 하거니와 맛이 좋아 ‘민어찜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개장국은 삼품’이라는 찬사가 밥상 인문학처럼 흘러나왔다. 민어를 제사상에 올리지 못하면 불효처럼 죄송해지고, 회가 닿지 못하는 육지에서는 찜과 젓갈만으로도 여름 호사로 여겼다. 게다가 임자산 염장민어를 방망이로 두들겨 굴비처럼 안주 삼으면 애주가들은 술잔 비우기 바빴다. 그 민어가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통통하게 찌고 기름기가 올라 가장 맛있을 때가 지금이다. 덩달아 임자도를 중심으로 신안과 목포 일대는 극성 미식가들이 ‘민어앓이’를 한다. 자고로 음식은 불편하더라도 현지에서 그곳 바람을 쏘이며 잘 만지는 주인이 재빠르게 조리한 제철 재료를 동네 막걸리 곁들여 느리게 즐겨야 하는 법이다. 그러니 민어를 잘 먹는 방법은 경매장 옆 회 뜨는 집에서 손질해 바닷가 파라솔 아래에서 바로 먹거나 근동 횟집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산지의 즉석이용 ‘허점’은 있다. 여름 민어는 잡자마자 상하기 시작해 상인들은 팔기 전에 아가미 밑을 눌러 피부터 뺀다. 그리고 소위 잘한다는 식당들은 내장 등 부속물을 빼내고 냉장고에서 사나흘 숙성시킨다. 사후 경직이 풀려 이노신산이 생겼을 때 살이 탄력 있고 감칠맛이 생기기 때문이다. 민어를 싱싱하다고 즉석에서 활어로 먹는 것은 맛으로 치면 한 수 아래라는 얘기다. 위판장을 둘러보고 바로 옆 증도에서 짱뚱어탕 한 그릇 먹고는 목포로 들어왔다. 매년 한 번은 들르는 단골 민어집이 유달산 아래 있기 때문이다. 여느 날처럼 알전구가 매달린 구석 골방으로 들어가 민어로 할 수 있는 요리를 모조리 시키고, 목포 막걸리 한 병을 들이도록 주문한다. 두 명이 먹기 딱 좋은 민어회 한 접시와 무침, 전, 탕까지 차례로 나오고 신이 난 젓가락은 망둥이처럼 덤벙댄다. 바닷가 아니랄까봐 회 접시는 무디다. 민어살을 쑴벙쑴벙 투박하게 썰어 양배추 위에 산처럼 쌓았다. 올해는 민어가 안 잡혀 비싸다더니 값을 못 올리는 대신 양이 줄었다. 먹기 바빠 투정이 쑥 들어간다. 그대와 막걸리 잔을 부딪치고, 복숭아 꽃잎처럼 분홍색이 도는 살점을 이 집만의 비결인 막걸리 초장에 푹 담가 입안에 넣는다. 막걸리 식초가 주는 감미롭고 풍부한 맛이 민어의 부드러운 살집과 어우러져 농밀하게 번진다. 어쩌면 이 초장이 30년간 이 집에 사람들의 발길을 묶어 놓은 비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어는 살을 손대기 전에 탐내야 할 부위들이 있다.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궈 탱탱하게 내놓은 껍데기는 그 첫맛이다. 참기름과 깨를 섞은 소금에 찍어 먹는다. 꼬들꼬들 낯설고도 ‘고숩다’. 오죽하면 ‘민어 껍질로 밥 싸 먹다 논밭 다 팔아 먹는다’는 속담이 생겼을까. 또 하나는 부레다. 유일하게 부레를 회로 먹는 생선이 민어다. 고래 심줄처럼 질겨서 질겅질겅 씹다 보면 담백하고 고소한 야크치즈가 떠오른다. 하지만 진짜로 먹을 줄 아는 어부들은 쫄깃하고 기름진 배진대기와 꼬리살, 지느러미를 먼저 집어 먹는다. 이 집은 지느러미를 다져서 고추와 파를 넣고 무쳐 내놓는다. 막 기름에 부쳐낸 전은 묵은지와 싸 먹으면 별미다. 마지막으로 머리와 뼈를 넣고 끓인 싱건탕이나 매운탕을 먹는다. 살진 기름이 동동 뜬 진국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끝까지 종횡무진 신나는 생선이 민어다. 민어는 커야 맛있다. 그래서 클수록 ㎏당 값이 올라간다. 10㎏짜리는 떠야 민어 먹었다는 소리가 나오는데, 그 정도면 2~3가족 옴팡지게 먹는다. 아무래도 알을 품고 있는 암치는 살이 무르다. 해서 여름 회는 수치를 더 쳐 준다. 덧붙이자면 지도읍까지 갔으면 증도를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다. 2010년 3월 사옥도와 증도를 잇는 연륙교가 개통됐다. 전국 최대 소금밭 ‘태평염전’이 있고, 너른 갯벌에서는 짱뚱어가 펄떡거린다. 짱뚱어를 갈아 시래기에 된장 풀어 들깨를 넣고 걸쭉하게 끓인 짱뚱어탕은 증도의 여름 별미다. 구수하고 소화가 잘 돼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다. 핑계는 민어지만 낭만과 추억을 먹어야 하는 것이 음식기행의 본질이고 보면 어슬렁거리며 주변을 해찰하는 것은 식탐에 앞서야 할 ‘정갈한 재료 둘러보기’다. 글 사진 목포 음식평론가 손현주 marrian@naver.com 여행수첩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는 국토의 발목 목포를 점심 소풍 장소로 끌어당겨 놓았다. 무안 쪽으로 빠져 지도읍 송도위판장을 들러보자. 새벽 4시쯤이면 배가 들어와 민어 경매가 시작된다. 아침 무렵이면 모두 철수하니 적어도 오전 8시 이전에는 가야 어시장의 활기찬 풍경을 볼 수 있다. 인근 경매인들이 운영하는 수산에서 민어를 구입, 바로 옆 ‘회 떠주는 곳’에서 회를 떠 즉석에서 먹을 수 있다. 포장도 가능하다. 식당 민어는 한 접시에 4만 5000원이다. 제철 맛집(061) 목포 영란횟집(243-7311, 민어·농어 등 제철 생선), 증도 고향식당(271-7533, 민어회·짱뚱어탕), 증도 갯풍참민어장어횟집(271-0248, 민어회·갯벌장어구이·짱뚱어탕)
  • 케이블 하이라이트

    ■666 파크 애비뉴(AXN 밤 8시) 제인은 계속 불안해하며 뉴욕을 떠나고 싶어 하지만 헨리는 제인에게 청혼을 하고 함께 있으려 한다. 노나는 제인에게 처음으로 할머니를 소개해 준다. 한편 노나의 할머니 로티 역시 제인처럼 드레이크의 비밀을 밝히려고 오랫동안 많은 자료를 수집해 왔다. 그런데 로티의 자료 중 제인의 어릴 적 사진이 발견되는데…. ■계절의 식탁(올리브 밤 9시) 아홉 번째 식재료는 채식 열풍 속에서도 육류의 자존심을 지킨 오리고기다. 친환경 농법으로 건강하게 자라는 오리를 살펴본다. 또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점찍은 광주 오리탕 골목 맛집과 중국인 셰프가 선보이는 정통 베이징 덕, 오리 기름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오리꽁피와 오리 가슴살 구이까지. 오리 고기의 모든 것이 공개된다. ■도전슈퍼모델 코리아 4(온스타일 밤 11시) 까다로운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도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한다. 도전자들은 제작진의 호출에 영문도 모른 채 서울 광화문광장에 집합해 공개 런웨이 미션을 맞닥뜨리게 된다. 서울대 ‘엄친딸’ 황현주, 막강 비주얼 정하은 등 완벽한 신체 조건과 끼, 그리고 열정 등을 갖춘 도전자들의 모습을 공개한다. ■크리미널 마인드 2: 분노의 폭탄 살인(FOX 밤 12시) 미 연방수사국(FBI) 범죄행동분석반이 시애틀을 공포에 빠뜨린 연쇄 폭파범을 찾아 나선다. 조사를 거듭하던 행동분석반은 범인이 기계 문명을 비판한 소설책 ‘텅 빈 행성’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기디언과 리드는 ‘텅 빈 행성’의 작가인 우슬라 켄트 교수를 만나려 한다. ■케이팝 히어로2(MTV 오후 5시) 한국을 넘어 세계를 유혹하는 K팝 히어로의 기대주를 만나 본다. 꿈나무 남자 그룹 3탄으로, 이번 회의 주인공은 보이프렌드, 엑소, 빅스, 에이젝스로 K팝 히어로 기대주들의 특별한 무대를 선사한다. 또한 네 그룹의 든든한 응원군과 각 팀의 숨은 노래 찾기까지, 히어로 꿈나무들의 다양한 무대와 이야기가 펼쳐진다. ■벼락맞은 문방구(투니버스 밤 8시) 번개탐정단이 의뢰받은 사건은 바로 짝사랑 문제다. 31세의 모태 솔로 휘순은 빨간 구두의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하고 싶어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테리우스라 불리는 장발의 남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가엾은 의뢰인을 돕고자 번개탐정단은 연애조작단으로 변신한다. 과연 이들의 프러포즈 대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 단종의 恨과 눈물을 목격하다

    단종의 恨과 눈물을 목격하다

    지금부터 꼬박 556년 전입니다. 만 열여섯 살 단종은 한양을 떠나야 했습니다. 숙부 수양대군은 조카의 왕위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 아무 연고도 없는 강원도 영월로 유배를 보냅니다. 딱 이맘때, 그러니까 가마솥 같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날 어린 임금은 길을 떠납니다. 유배지까지는 700리. 얼추 하루 100리 씩 강행군했다지요. 6일째 저녁 다다른 영월 초입에서 청령포까지는 또 100리. 칼 같은 산들이 얽히고 설킨 영월땅을 하루 만에 지난 단종은 7일째 되던 날 마침내 청령포에 닿습니다. 이처럼 지난했던 단종의 영월 여정을 모티브로 조성된 길이 ‘단종유배길’입니다. 길 곳곳에 스민 단종 애사가 가슴을 적시는 데다 영월의 관광지들 또한 굴비처럼 엮여 있어 한번쯤 돌아볼 만합니다. 먼저 단종(端宗·1441∼1457)에 대해 개략적이나마 알고 가자. 그래야 영월 풍경이 좀 더 잘 보인다. 조선 6대 임금이었던 단종은 애초부터 불행했다.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어머니 현덕왕후 권씨를 잃고(1441년 7월 24일, 조선왕조실록, 이하 음력) 12세 되던 1452년엔 아버지 문종마저 승하했다. 창졸간에 왕위에 올랐으나, 3년 뒤 작은아버지 수양대군(세조)에게 권좌를 빼앗기고 상왕으로 물러난다. 1457년엔 사육신의 단종 복위 운동에 연루돼 신분이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등된 채 6월 22일 영월 청령포로 유배된다. 여기서부터의 기록이 문제다. 정사와 야사가 마구 뒤섞였다. 조선왕조실록(이하 실록)은 “첨지중추원사 어득해에게 명하여 군사 50명을 거느리고 호송하게 하였다”고 적고 있다. 일각에서 회자되듯, 왕방연이 단종 호송을 담당했다는 대목은 없다. 단종의 죽음을 다루는 부분에선 확연히 사실관계가 엇갈린다. 실록은 1457년 10월 21일 “노산군이 자결했고, 예로써 장사지냈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믿는 백성은 없었다. 되레 세조 타살설이 훨씬 설득력을 얻었다. 장릉지(莊陵誌)의 경우 “세조 3년 10월 24일 유시(酉時, 오후 5~7시)에 공생(貢生)이 활끈으로 노산군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노산군의 옥체는 청령포의 강물에 던져 버린 것을 영월호장 엄흥도(嚴興道)가 몰래 거두어 영월군 북쪽 5리쯤의 동을지에 매장했다”고 적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장례를 치렀고 어떤 곳에 묘를 정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없는 실록에 견줘 훨씬 정교하다. 예나 지금이나 ‘사초’가 문제였던 모양이다. 여기에 숙종이 ‘결정타’를 날린다. 실록에 따르면 재임 25년째인 1699년 1월 2일, 숙종은 하직 인사 온 수령을 만난 자리에서 “단종대왕이 영월에 피하여 계실 적에 금부도사 왕방연이 고을에 도착하여 머뭇거리면서 감히 들어가지 못하였고/중략/단종대왕께서 관복을 갖추고 마루로 나아오시어 온 이유를 하문하셨으나, 왕방연이 대답하지 못하였었다/중략/그때 앞에서 늘 모시던 공생(貢生) 하나가 차마하지 못할 일을 스스로 하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라며 단종이 교살(絞殺·목을 졸라 죽임)됐다고 보던 자신의 견해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야사에서 전하는 역사를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이를 지켜보던 좌의정 최석정이 “덮어두자”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숙종이 발설한 내용은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았다. 단종유배길은 6월 22일 한양을 출발한 단종이 영월 관내에 들어온 26일 이후의 행적을 따라간다. 전체 길이는 43㎞. 통곡의 길(솔치고개~주천 10.5㎞)과 충절의 길(주천~배일치 마을 17㎞), 인륜의 길(배일치 마을~청령포 15.5㎞)등 3개 코스다. 김원식 문화관광해설사는 “저물녘 영월땅에 들어선 단종은 솔치고개에서 7.5㎞ 떨어진 역골(공순원)에서 묵은 뒤 이튿날 길을 재촉해 청령포에 이르렀다”고 했다. 100리 가까운 35.5㎞를 하루에 걸은 셈이다. 이팔의 나이긴 하나 가마솥 같은 무더위에 험한 영월의 산길, 강길을 하루 만에 걷는 건 무리였을 터다. 그러니 그 길 곳곳에 얼마나 많은 단종의 땀과 눈물, 그리고 한숨이 배어있을지는 누구라도 쉬 짐작할 수 있다. 차로 단종유배길을 돌아볼 수도 있다. 대부분의 명소들이 88번 지방도에 인접해 있어 승용차로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들머리인 솔치고개는 원주시와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예서 단종이 목을 축인 샘물터 어음정(御飮亭)과 다리쉼을 했다는 주천쉼터 등을 지나면 군등치(君登峙)에 닿는다. 단종이 오르다 하도 힘이 들어 이름을 물으니 호송하던 관리가 “임금이 오르는 고개니 군등치”라 했다는 유래를 가진 고개다. 고갯마루에 서면 단종이 걸어왔던 길과 걸어가야 할 길이 한눈에 보인다. 한반도 지형으로 유명한 선암마을 인근엔 방울재가 있다. 단종이 타고 가던 말에서 방울이 떨어졌다는 전설이 담긴 고개다. 한반도 지형 전망대는 반드시 들르시라. 단종유배길과 거리는 있지만 영월의 아이콘일 정도로 절경인 데다, 군등치 등 영월의 산자락들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배일치(拜日峙)는 단종이 서산에 지는 해를 보고 절을 했다는 고개다. 88번 지방도 배일치터널 못 미쳐 왼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가야 한다. 이정표는 없다. 외지인이 찾기가 쉽지 않다. 걷는 길 못지않게 차도에도 이정표를 세웠으면 좋으련만 후세의 인심이 야박하기 짝이 없다. 사실 단종유배길에 대한 정보도 박약하기 그지 없다. 영월군청 홈페이지나 관광지도 등 어디에도 전체 코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정보는 없다. 단종이 어떤 경로로 험한 영월땅을 지나왔는지 볼 수 있다면 어린 임금이 겪었던 고통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고갯마루에 세워둔 단종 조각상도 아쉽기는 마찬가지. 엎드려 절하는 형태의 조각상을 가까이서 보면 기골이 장대한 무장(武將)을 보는 듯하다. 단종의 당시 나이에 적합한 체구의 조각상을 세웠더라면 좀더 사실적이고 처연한 느낌이 더했지 싶다. 단종이 아내 정순왕후를 그리며 이름 지었다는 옥녀봉과 선돌 등을 지나면 마침내 청령포(명승 제50호)다. 휘휘 돌아가던 서강이 동강과 몸을 섞기 직전 만들어둔 몰돌이동이다. 청령포는 삼면이 강이다. 나머지 한쪽은 험준한 육육봉으로 막혔다. 유배지로 제격인 셈이다. 단종어소 입구의 소나무가 특이하다. 담을 넘어 마당 한가운데까지 가지를 뻗었다. 어린 임금 앞에 부복하는 듯한 모습이다. 솔숲엔 국내 소나무 중 가장 키가 크다는 관음송(30m)이 서있다. 단종의 유배 생활을 지켜보고(觀) 단종의 절규를 들었다(音)는 수령 600여년의 노송이다. 솔숲 뒤편은 단종이 아내를 그리며 쌓았다는 망향탑과 한양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다는 노산대다. 돌아 나오는 길에 왕방연 시비도 잊지 말고 찾아야 한다. 청령포 맞은편 강변 언덕에 있다. 금부도사 왕방연이 단종에게 사약을 진어하고 한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통한 심정으로 읊었다는 시구가 새겨져 있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저 물도 내 안 같아서 울어 발길 예놋다’ 단종유배길은 여기서 끝이다. 하지만 여정은 이제부터 절정이다. 청령포에 머물던 단종은 두 달 만에 영월 동헌의 객사인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긴다. 홍수로 청령포가 물에 잠길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이어 작은아버지 금성대군의 단종 복위 시도가 발각되고, 단종에게 사약이 내려진다. 물론 실록엔 신하들이 줄기차게 사사를 외쳤지만 세조가 윤허하지 않았다고 기록돼 있다. 이때 관풍헌으로 사약을 가져온 이가 왕방연이다. 그가 사약을 내밀지 못하고 머뭇대자, 공명심에 눈 먼 공생이 활줄로 단종의 목을 졸라 숨을 끊는다. 단종의 주검은 청령포 앞 강물에 버려진다. 후환이 두려운 탓에 장례를 치르겠다며 선뜻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이때 “옳은 일을 하다 화를 당한다 하더라도 나는 달게 받겠다”며 시신을 수습한 이가 영월 호장(지금의 읍장) 엄흥도다. 그는 아들 광순과 함께 영월 인근 산기슭에 단종을 묻는다. 노루가 앉아 있다 인기척에 놀라 뛰쳐나갔다는 자리다. 초겨울 날씨지만 산을 오르는 그의 등줄기는 땀으로 흠뻑 젖었을 터다. 늘어진 소년의 무게가 어깨를 누르고, 세조의 서슬 퍼런 눈초리가 시종 뒷덜미에 꽂히는 듯했을 테니 말이다. 그날 밤 엄흥도는 가족을 이끌고 남쪽으로 떠난다. 단종의 무덤은 중종 36년(1541) 영월군수 박충원이 찾아냈고, 숙종 24년(1698)에 장릉(莊陵)으로 명명된다. ■가는 길:중앙고속도로 신림나들목을 나와 88번 지방도를 타고 주천을 지나 영월 방면으로 내처 가면 된다. 영월 읍내로 곧장 가려면 제천나들목에서 38번 국도를 타는 게 낫다. ■맛집:주천면 다하누(1577-5330)에선 한우를 싸게 맛볼 수 있다. 영월읍내에선 상동식당(033-374-4059) 막국수, 청산회관(033-374-3030) 곤드레밥, 장릉에서 1㎞쯤 떨어진 장릉보리밥집(033-374-3986) 등이 이름났다. 글 사진 영월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무더위 깜짝!

    패션과 쇼핑 1번지로 떠오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특별한 축제가 열린다. 강남구는 8~18일 가로수길에서 ‘2013 트렌드 페스타’를 개최한다. 140여곳 상인들이 다양한 이벤트와 공연, 할인행사를 마련한다. 가로수길만의 색깔을 담아 상인들이 직접 기념메뉴를 개발하는 한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등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명성을 이어간다는 의미를 띤다. 가로수길 업체 40여개가 참여하는 벼룩시장에서는 의류, 액세서리 등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톡톡 튀는 아이템을 선보인다. 또 맛집 100여곳에선 특별 메뉴를 출시하고 할인까지 하는 ‘딜리셔스 100’ 행사와 갤러리나 패션, 벤처 등 경영자 5인의 참여형 강의인 ‘트렌드 클래스 5’와 같은 색다른 이벤트도 제공된다. 10일 오후 5시엔 색소폰 연주와 비보이 공연, 맥주 빨리 먹기 대회, 연예인 소장품 자선 경매가 열린다. 2부에서는 거미 이예린 등 인기가수가 출연하는 콘서트로 분위기를 한층 달군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고종황제도 야참으로 후루룩~ 시원·쫄깃한 냉면의 모든것

    고종황제도 야참으로 후루룩~ 시원·쫄깃한 냉면의 모든것

    ‘차게 식힌 국물에 만 국수’. 고유의 음식인 냉면은 이렇게 간략하게 정의되곤 한다. 하지만 쉬이 볼 음식은 아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진찬의궤(進饌儀軌), 부인필지(夫人必知) 등의 기록에 세세하게 냉면에 관한 기록이 남아있다. 학자들은 이를 통해 냉면은 조선시대부터 즐겨 먹던 음식이라 설명한다. 메밀가루에 녹말을 약간 섞어 반죽해 국수를 만든 뒤 큰 대접에 담고, 편육·소고기볶음·오이채·배채·삶은 달걀 등의 고명을 얹어 먹는다. 고기 육수나 동치미국물을 미리 차게 식혀 두었다가 가만히 부은 후, 식초와 겨자를 곁들여 먹기도 한다. 이를 전통적인 ‘평양냉면’이라 부른다. 쌍벽을 이루는 ‘함흥냉면’도 있다. 면이 질기고 오들오들해 싱싱한 가자미나 홍어 같은 생선으로 회를 쳐 고추장으로 양념해 비벼 먹는다. 그런데 정작 함흥에는 함흥냉면이 없다고 한다. 한 새터민은 함흥냉면이란 말은 남한에 와서 처음 들었다고 할 정도다. 함흥냉면이라는 말은 6·25전쟁 이후 남한에서 인기를 끌던 평양냉면에 대응해 만든 남한식 냉면의 이름이라는 것이다. MBC ‘다큐스페셜’은 5일 밤 11시 20분 냉면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냉면’을 방송한다. 유난히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한국인 덕분에 냉면은 특별한 미식가가 아니라도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리는 음식 중 하나가 됐다. 역사 속 숨겨진 재미있는 냉면 이야기와 냉면에 관한 오해와 진실, 숨겨진 맛집까지 두루 살펴본다. 유난히 냉면에 관한 기록이 많은 지도자는 대한제국의 고종 황제이다. 매일 밤 야참으로 냉면을 즐겼는데, 냉면만큼은 ‘후루룩~’ 빨리 먹었다. 황제는 ‘배동치미’로 불면증을 달랬다. 배동치미는 담글 때부터 배를 넣어 달고 시원한 육수에 고명으로 배를 듬뿍 올려 만들었다. 1930년대에는 ‘냉면 배달부’가 있었다. 배달부들은 나무 목판 위에 냉면 열 그릇을 층층히 쌓아 들고 다른 한손엔 육수 주전자를 들고 묘기를 부리듯이 자전거를 타고 배달했다. 모던 보이와 기생들, 밖에서 음식을 사먹는 것을 꺼려했던 양반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야참이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20개국 330여 디자이너 참가… 즐기는 ‘대박 비엔날레’로

    20개국 330여 디자이너 참가… 즐기는 ‘대박 비엔날레’로

    “이 땅에서 디자이너로 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힘을 북돋워 주세요.” 이영혜(60) ‘2013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은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거시기, 머시기’(anything, something)를 주제로 다음 달 6일부터 11월 3일까지 59일간 광주 일원을 수놓을 디자인비엔날레를 앞두고 그간의 어려움부터 털어놨다. “예술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답은 디자인”이라면서도 “이렇게 어려운 작업인 줄 알았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20개국 330여명의 디자이너와 19개 기업이 참가하는 이번 행사는 이 시대의 디자인 거장과 신진들을 망라했다. 일본 출신의 세계적 건축 거장 구마 겐코, 데얀 수딕 런던디자인미술관장, 브랜든 기언 호주 국제디자인어워드 대표, 폴 스미스, 비비언 웨스트우드 등 해외 유명 디자이너는 물론 은병수 2009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김백선 백선디자인스튜디오 대표, 장광효 패션디자이너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행사는 주제전을 비롯해 디자인의 정체성을 다룬 본전시, 디자인 산업화를 담은 특별전1, 지역서비스 디자인을 선보이는 특별전2, 워크숍 등 5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이 총감독은 “디자인이란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시장을 전제로 부가가치를 보태 창의적인 콘텐츠를 쏟아내는 행위”라며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디자이너가 되는 전시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로 5회째인 디자인비엔날레는 이번에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예고한다. 광주시내 맛집의 ‘테이블 세팅’과 택시기사 유니폼, 쓰레기봉투에까지 디자인의 영역을 확장하는 등 ‘광주적’이면서도 실험적인 길을 모색한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세계 80여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하는 국기 디자인.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남북한 동시 입장을 기원하며 이전 한반도기를 대체할 새로운 통일기를 만드는 작업이다. 이 밖에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한 디자인 제품, 장인과 디자이너가 협업한 공예품, 가구 컬렉션 등이 전시된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술잔을 비롯해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에서 내놓은 가죽 소재의 해먹과 전등갓 등 10여점도 눈길을 끈다. 이 총감독은 “백미 포장상품 등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농사도 결국 디자인의 무대”라며 “이제 디자인도 ‘슬로 프로덕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1976년부터 ‘디자인’ ‘행복이 가득한 집’ ‘럭셔리’ ‘멘즈 헬스’ 등을 잇따라 발간한 잡지계의 거물이자 ‘디자인 통’이다. 1995년 개막한 광주비엔날레의 동생 격인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앞으로의 과제도 만만찮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정부 위탁으로 2005년부터 2년 주기로 열고 있지만 흥행몰이는 부담이다. 올해 예산은 50억원. 산업통상자원부와 광주시가 20억원씩 내놓고 관람객 수입으로 나머지 10억원을 메운다. 올해 예상 관람객은 35만명 수준. 지난해 광주비엔날레(45만명)보다 10만명가량 적다. 광주비엔날레재단 관계자는 “비엔날레의 통상 손익분기점은 관람객 70만명 수준”이라며 “국내 간판인 광주비엔날레가 1회 행사 때 관람객 163만명과 77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뒤 4회 행사 이후 적자로 돌아서는 등 대부분의 국내외 비엔날레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흥행과 예술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바람이 떠나라 시켰다… 물 만나 여름을 식혔다

    바람이 떠나라 시켰다… 물 만나 여름을 식혔다

    같은 지역이라도 무엇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사뭇 달라 보이게 마련입니다. 강원도 평창 하면 겨울철 눈이 먼저 떠오를 겁니다. 사방을 둘러친 장쾌한 백두대간의 준령들도 엇비슷한 무게로 뒤를 잇겠지요. 여름이니 ‘물 맑은 곳’에 초점을 맞춰 봅니다. 놀랍게도 듣도 보도 못한 풍경들이 여기저기서 뛰쳐나옵니다. 주민들만 알음알음 찾았거나 자연휴식년제 등에 묶여 있던 곳들이니 깨끗한 건 말할 나위 없습니다. 숨겨진 명소들로 함께 가 보시지요. 더위 사냥에 제격입니다. 평창군 대화면 대화7리에선 ‘땀띠물’이 솟는다. 안내판에 따르면 오래전부터 몸에 땀띠가 난 사람이 이 물에 몸을 씻으면 그야말로 ‘씻은 듯’ 땀띠가 사라져 이 같은 독특한 이름을 얻게 됐다고 한다. 설마 땀띠물로 목욕한다고 땀띠가 사라질까만, 땀띠가 생기지 않을 만큼 물이 시원하다는 걸 해학적으로 표현했다고 보는 게 옳지 싶다. 주민들은 땀띠물을 ‘굴물’이라고도 부른다. 마을을 둘러친 청룡산 자락의 크고 작은 샘통에서 흘러나온 물이라는 뜻이다. 아무리 가뭄이 심해도 땀띠물이 마르는 법은 없다. 매일 일정량의 물이 연못 여기저기서 솟아오른다. 온도 변화도 거의 없다. 연중 11~13도 사이를 유지한다. 땀띠물은 차다. 족욕장에 앉아 발을 담그면 10초를 버티기 쉽지 않다. 땀띠는 쏙 들어가고 대신 소름이 오드득 돋는다. 주변과의 온도 차도 확연하다. 이는 바로 옆을 흐르는 대화천의 수온이 여름철 18~20도인 것과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이쯤 되면 여름엔 에어컨, 겨울엔 노천온천과 다름없었을 터. 현지 주민들은 “땀띠물이 여름엔 등목터, 겨울엔 빨래터”였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이 올해 처음 여는 ‘평창 더위사냥 축제’도 땀띠물 공원이 주무대다. 2~11일 열린다. 은어와 송어 맨손 잡기 등 천렵 프로그램도 재밌지만, 무엇보다 삼굿체험이 관심을 끈다. 감자 등을 바닥에 묻고 흙과 자갈, 나뭇가지 등으로 덮은 뒤 불을 때 익혀 먹는 프로그램이다. 원래 삼굿은 길쌈의 원료가 되는 삼(대마)의 껍질을 쉽게 벗기기 위해 삼을 찌는 구덩이나 솥, 혹은 그 과정 등을 일컫는다. 이걸 감자 등을 쪄 먹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응용한 게 삼굿체험이다. 강변을 따라 걷는 둘레길도 좋다. ‘남산둘레길’과 ‘매화마을 녹색길’이다. 남산둘레길은 솔숲 안쪽으로 난 길이다. 오가며 맡는 진한 솔향이 인상적이다. 평창읍내에서 종부교를 건너면 바로 남산산림욕장이다. ‘솔향기 고운 숲길’ 간판 아래 목재 데크가 들머리다. 길 아래로는 평창강이 시원스레 흐르고, 양옆으로는 붉은 수피의 소나무들이 울울창창하게 하늘을 가리고 있다. 걸어서 접근하기 어려운 강변 산자락에 굵은 소나무들이 매달려 있고, 그 사이로 목재 데크가 놓여져 있다고 보면 알기 쉽다. 이런 길이 7㎞쯤 이어진다. 매화 마을 녹색길은 평창강을 따라 이어진 기암절벽과 동행하는 길이다. 마을의 옛 이름은 절개 마을이다. 마을 앞에 곧추선 절개산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이름에서 퍼뜩 느껴진다. 산세가 얼마나 가파를지 말이다. 칼로 싹둑 베어낸 듯 절리를 이룬 자태가 멋들어지다. 그 절벽 위로 아양정이란 정자도 세워 뒀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전혀 볼 수 없는 풍경이니 부러 찾아야 한다. 평창에서 영월 가는 국도변에 있다. 전체 길이는 4.1㎞다. 핵심 구간은 승용차로도 접근할 수 있다. 사람 손 덜 탄 곳을 찾는다면 원당계곡이 제격이다. 백덕산(1350m)에서 발원해 평창강으로 흘러가는 물줄기다. 전체 길이는 6㎞ 남짓. 그 가운데 덕말~용소골 사이 약 2㎞ 구간은 7년여 동안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되다 최근 해제됐다. 계곡물은 차고 맑다. 수량도 풍성한 편. 연한 연둣빛 감도는 계곡물이 쉼 없이 흘러간다. 발만 살짝 담근 채 탁족을 즐겨도 좋겠다.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피서는 냅다 뛰어들어 계곡과 하나가 되는 것. 원당계곡에선 훌훌 벗어던지고 물에 뛰어드는 게 ‘가능’하다. 대한민국의 빼어난 계곡 가운데 온몸 던져 놀 수 있는 곳이 어디 흔한가. 이런저런 제약 탓에 발끝 하나 담그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니 이만하면 대단한 호사다. 영동고속도로 장평 나들목에서 31번 국도를 타고 평창읍에 이른 뒤 뇌운계곡 방향으로 가면 닿는다. 물과는 관련이 없지만, 물가 못지않게 시원한 명소 한 곳 덧붙이자. 육백마지기다. 미탄면 청옥산 정상 아래 있는 고랭지 채소밭이다. 지난달 25일 오후 평창읍 기온이 영상 27도 쯤이었던 것에 견줘 육백마지기는 22도에 머물렀다. 여기에다 바람까지 세차게 부니 반소매 옷차림으로는 한기를 느낄 정도로 서늘했다. 천혜의 ‘풍욕장’(風浴場)인 셈이다. 글 사진 평창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맛집 평창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평창올림픽시장에서 5일까지 ‘평창메밀부치기축제’가 열린다. ‘부치기’는 부침개를 뜻하는 사투리. 메밀로 만드는 다양한 요리를 체험할 수 있는 축제다. 지난해 처음 열린 뒤 관광객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까지 이어졌다. 평창시장 안엔 모두 11개의 부침개집이 있다. 저마다 ‘수십년 내공’을 자랑하는 집들이다. 어느 집을 들어가도 메밀전병, 김치전 등 담백한 토속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축제 기간에 한해 음식값을 내린다. 김치전 한 장에 500원 정도 받는다. 대신 음식의 양은 줄인다. 적은 예산으로 다양한 음식을 맛보라는 배려다. 평창송어(332-0505·이하 지역번호 033)는 각종 송어 요리로 이름났다. 콩가루에 비벼 먹는 송어회가 특히 맛있다. →잘 곳 가족 단위라면 휘닉스파크(www.phoenixpark.co.kr)를 추천할 만하다. 평창군 홈페이지(www.yes-pc.net)에 다양한 펜션들이 올라 있다. 캠핑장은 솔섬오토캠핑장(333-1001), 물굽이오토캠핑장(010-2127-9737), 계방산오토캠핑장(070-7789-8892) 등이 대표적이다.
  • [커버스토리-팝업스토어 전성시대] “기회는 지금뿐”… 서울고객 줄세운 지방빵집·일본손님 애태운 공주객실

    [커버스토리-팝업스토어 전성시대] “기회는 지금뿐”… 서울고객 줄세운 지방빵집·일본손님 애태운 공주객실

    단기간 ‘구름 떼 고객’을 모아 인지도 상승에 효과적인 팝업스토어가 길거리를 벗어나 백화점과 호텔 안으로 파고듦에 따라 매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차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업계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특산물 담당 전호영 CMD(선임상품기획자)는 4년 전부터 대전에 갈 때마다 지역 명물 빵집 ‘성심당’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그 유명한 ‘튀김 소보루’의 맛을 잊지 못해서만은 아니었다. 늘 문전성시를 이루는 성심당을 언젠가 꼭 한번 백화점에 입점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으로 시작한 성심당은 57년간 한결같은 맛으로 전국 각지의 맛집 순례자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꼭 들러야 하는 명소로 통한다. 성심당은 2년 전 세계 최고 권위의 여행 정보지 ‘미슐랭 가이드’에도 등재돼 국제적인 명성까지 획득했다. 한국도 모자라 외국서 밀려드는 손님을 다 소화하기가 힘들어 한명당 6개 이상 빵을 팔지 않는 다소 ‘야속한’ 원칙까지 세워 놓았다. 전 CMD는 이 대단한 빵집을 입점시키기 위해 문턱이 닳도록 성심당을 드나들었고 올 1월 그 소원을 이뤘다. 지난 1월 14~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식품관에 차려진 ‘성심당 팝업스토어’는 소위 대박을 쳤다. 7일간 찾은 방문객이 1만 7000명에 달했고 1500~5000원짜리 빵으로 1억 5000만원어치의 매출을 올렸다. 관계자들이 흐뭇해한 건 짭짤한 수입 때문만은 아니다. 지역의 소박한 맛집이 화려한 도심의 백화점에 잠시나마 둥지를 틀었다는 사실은 고객들에겐 색다른 추억거리다. 다수의 언론 매체엔 재미난 뉴스거리로 두고두고 화제를 낳았다. 롯데백화점은 성심당의 성공을 발판으로 4월엔 ‘대한민국 1호 빵집’으로 단팥빵과 야채빵이 유명한 전북 군산의 ‘이성당’을 불러올렸고, 두 달 뒤인 6월에는 강원도 속초의 ‘만석닭강정’도 불러와 연이어 홈런을 쳤다. 지역 명물의 서울 상경은 입소문이 퍼져 이성당과 만석닭강정의 경우 각각 1주일·9일 동안 3만명, 2만 2000명의 고객 유치와 2억 4000만원, 3억 7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다. 주로 멋지고 화려한 의류나 화장품을 홍보하기 위해 활용되던 팝업스토어가 백화점에서는 지역 명물 및 특산품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그 밥에 그 나물’ 같은 브랜드와 상품으로 고루해진 백화점업계에 전국 팔도의 유명 맛집과 특산품은 요즘 구세주가 되고 있다. 고가의 외국 수입 브랜드를 들여오기 위해 글로벌을 부르짖던 백화점들은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불황기 소비심리를 조금이나마 자극하기 위한 방편으로 새삼 ‘로컬’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가 지방 맛집을 유치하는 데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 향수와 추억을 제공해 꽁꽁 언 소비심리를 그마나 풀 수 있다. 여기에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눈총을 받고 있는 요즘 지역과 상생한다는 이미지도 줄 수 있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 전국 팔도의 유명 맛집과 특산품을 발굴하는 것은 ‘특명’이 됐다. 업계의 맏형답게 롯데백화점은 일찌감치 지난해 12월 상품본부에 ‘특산물 담당’이란 조직을 만들어 새로운 흐름의 물꼬를 텄다. 성심당, 이성당 등이 롯데백화점과 손잡고 거둔 성공 사례가 퍼지면서 전국 각지의 맛집 앞에 백화점 바이어들이 줄을 선다는 과장된 얘기도 떠돌 정도다. 전통을 이어 가는 지역 강자들 앞에서 백화점들은 ‘슈퍼 갑’의 체면도 던졌다. 롯데백화점의 전 CMD는 “성심당 사장님을 설득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대형 오븐 등의 설비를 백화점 식품 매장에 들여오는 일도 쉽지 않았다”며 “성심당에서 사용하는 오븐의 전기 용량을 맞추기 위해 전기 설비 공사까지 했다. 내가 알기로는 창사 이래 처음”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유명 향토 맛집을 발굴하기 위한 ‘제왕의 귀환’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 중이다. 상품본부 생활사업부 내 바이어 20명으로 꾸려졌는데 팀 이름처럼 왕년에 날렸거나 아직 유명해지지 않은 지방의 숨은 고수들을 찾아내는 게 이들의 임무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우연히 접한 맛집이나 먹거리를 속속 보고하는 한편 지인들이나 인터넷 블로거들의 추천을 토대로 맛집 목록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다. 이들의 첫 결실은 지난 4월 15~18일 서울 양천구 목동점에 차린 ‘전주 PNB 풍년 제과’ 팝업스토어다. 대표 상품은 1600원짜리 수제 초코파이. 전주에 있는 본점에서만 연평균 180만개가 팔리는 히트 상품이다. 소식을 듣고 고객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고 하루 평균 2000여개 이상 팔렸다. 물건이 없는데도 계산을 먼저 하고 간 고객도 상당수였다. 지난 15~18일에는 롯데백화점에서 이미 ‘파워’가 검증된 만석닭강전 초대전을 열어 하루 준비 물량(1500마리) 완판 기록도 세웠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불경기라 그런지 소박하지만 전통 있는 맛집처럼 추억과 향수를 주는 먹거리 아이템이 고객을 유도하는 효과가 높다”며 “백화점을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닌 체험하고 즐기는 문화 공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시장 먹거리에 문턱을 과감히 낮춘다. 다음 달 9일부터 서울 중구 충무로 본점 식품 매장에서 일주일 동안 광장시장, 남대문시장, 신포시장 등의 소문난 맛집으로 구성된 임시 저잣거리를 운영한다. 광장시장 순희네 빈대떡, 남대문시장 가메골 만두, 부산 승기 호떡, 대구 납작만두, 신포시장 어묵 등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호텔방을 팝업스토어 개념으로 활용하는 업체도 있다. 수동적으로 고객을 기다리는 대신 직접 찾아가는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볼 수 있다. 롯데호텔 제주는 노르웨이 고급 유모차 브랜드인 ‘스토케’와 손잡고 9월 15일까지 ‘스토케 VIB(Very Important Baby) 패키지’를 판매한다. 디럭스룸을 ‘유모차계의 벤츠’로 불리는 스토케 익스플로리 유모차를 비롯해 침대, 의자, 기저귀 탁자 등 스토케의 유아용 가구들로 꾸몄다. 어린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고객들에게 직접 제품을 체험하게 해 호감을 주고 인지도를 높이려는 목적이다. 아직 국내 출시 전인 침구, 목욕용품, 모자 달린 목욕가운 등 고급 섬유로 만든 ‘스토케 텍스타일’ 제품도 함께 비치해 고객 반응을 살핀다. 롯데호텔의 스토케 패키지는 지난해 9월부터 석달간 처음으로 선보였다. 하룻밤에 42만원 이상으로 비쌌지만 한번 이용해 본 고객들이 인터넷 블로그, 페이스북 등에 후기를 올리면서 입소문이 났다. 수차례 행사 재개 요청을 받은 롯데호텔과 스토케는 올여름 휴가철을 맞아 다시 제휴 패키지를 내놨다. 호텔 입장에서도 가족 고객을 불러모으는 효과가 큰 ‘팝업방’을 반기는 눈치다.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의 필수 코스인 서울 중구 명동에도 팝업스토어 형식의 호텔방이 생겨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인 더페이스샵과 에뛰드하우스는 명동 한복판에 있는 스카이파크호텔 센트럴점의 9층과 10층을 각각 ‘전세’냈다. 한 층에 있는 24개 객실과 복도 등을 모두 브랜드 이미지에 맞게 꾸민 것이다. 일명 레이디스 플로어(여성 전용층)다. 욕실에는 해당 브랜드의 화장품과 샴푸, 샤워용품 등을 비치해 써 볼 수 있게 했다. 마스크팩이나 색조 화장품 등 잘 팔리는 상품을 선물로 준다. 복도에는 여러 색의 매니큐어를 재미 삼아 발라 볼 수 있는 화장대를 뒀다. 특2급의 스카이파크호텔은 하루 평균 1000여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이용하는데 이 중 80%가 일본인이다. 호텔 관계자는 “객실의 90% 이상이 항상 차 있는데 여성 전용층은 1순위로 예약이 끝난다”면서 “일반 객실보다 비싼 10만~30만원대인데도 찾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