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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취업자 증가 폭 ‘계엄 이후’ 최악

    1월 취업자 증가 폭 ‘계엄 이후’ 최악

    취업 시장을 떠받쳤던 노인 일자리가 한파에 주춤하면서 지난달 취업자 수가 크게 둔화했다. 수시 경력직 채용 확대와 건설·제조업 부진이 이어지며 청년층 고용률은 21개월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는 11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서 지난달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보다 10만 8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취업자가 5만 2000명 감소했던 2024년 12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구직 활동을 하지만 당장 일자리가 없는 사람의 비율인 실업률은 4.1%로 전년 동월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에는 고령층 고용이 특히 부진했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14만 1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1년 전 증가 폭(34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2021년 1월 1만 5000명 감소한 이후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김태웅 재정경제부 인력정책과장은 “1월 한파로 노인 일자리 사업이 일부 연기되면서 취업 대기자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층 고용은 고령층보다 더 악화했다.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3.6%로 전년 동월 대비 1.2% 포인트 하락했다. 2024년 5월 이후 21개월 연속 내림세다. 청년층 실업률은 6.8%로 전년 동월 대비 0.8% 포인트 상승했다.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278만 4000명으로 1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20~30대 쉬었음 인구는 76만명으로 역시 역대 최대치였다. 산업별로는 농림어업에서 10만 7000명(8.9%),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에서 9만 8000명(6.6%) 각각 감소했다. 빈현준 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취업자 수 감소와 관련해 “그간 증가세에 따른 기술적 조정이 있었고,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신입 직원 채용이 둔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I를 통해 전문 지식을 얻는 게 수월해지면서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의 신규 채용이 줄고 있다는 의미다.
  • 홍범식 LG유플러스 CEO, 새달 ‘MWC26’ 기조연설

    홍범식 LG유플러스 CEO, 새달 ‘MWC26’ 기조연설

    홍범식 LG유플러스 최고경영자(CEO)가 다음 달 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26’의 개막식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LG그룹 경영자가 MWC 공식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것은 홍 CEO가 처음이다. LG유플러스는 이번 MWC26에서 홍 CEO와 함께 존 스탠키 AT&T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저스틴 호타드 노키아 CEO 등이 기조연설자로 나선다고 11일 밝혔다. 홍 CEO는 기조연설에서 ‘사람 중심 AI(Humanizing Every Connection)’를 주제로 본격적인 AI 콜 에이전트(Call Agent) 시대의 개막을 알릴 예정이다. LG유플러스의 ‘사람 중심 AI’ 철학을 전 세계에 공유하겠다는 취지다. 또 자체 개발한 AI 콜 에이전트 ‘익시오(ixi-O)’가 음성 통화 영역에서 새로운 고객 경험을 만들고,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 기조연설 중에는 음성 통화를 매개로 서로의 가치를 느끼게 되는 한 가족의 스토리를 담은 영상을 선보인다. 홍 CEO는 MWC26 개막 전에 열리는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만찬에도 참석해 통신 및 정보기술(IT) 업계 주요 관계자들과 AI 기반 기술 등을 논의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익시오를 앞세워 글로벌 AI 시장 개척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2024년 말 국내 최초의 온디바이스 기반 AI 콜 에이전트 ‘익시오’를 출시했다.
  • K조선 LNG선 극한기술, 中 저가공세 파고 넘는다

    K조선 LNG선 극한기술, 中 저가공세 파고 넘는다

    중국 조선업계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역대급 수주 실적을 올리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게 대중 기술 우위에 있다고 평가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에서도 올해 들어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말레이시아 등의 중국계 업체로부터 수주에 성공하면서다. 반면 유럽의 러시아산 가스 대체제로 미국이 부상하면서 우리나라는 미국 수주량을 늘리며 대응하고 있다. 조선 업계는 결국 대량 수주가 나오는 카타르 시장에서 한중 간 LNG선 수주 전쟁의 결판이 날 것으로 관측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와 업계는 지난달에 글로벌 시장에서 발주된 LNG선 22척 가운데 중국이 13척(59.1뉴)을 수주했고 한국이 나머지 9척을 수주했다고 11일 집계했다.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LNG선 시장을 주도해온 흐름과 다른 양상이다. 사실상 LNG선은 우리나라가 중국에 우위를 지켜온 거의 유일한 품목이다. 국내 조선 3사(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는 지난해 세계 LNG선 발주량의 약 80%인 34척을 수주했다. 올해 초 중국 조선업의 LNG선 수주가 급증한 것은 중국계나 중국과 협력 관계가 있는 선주들의 발주가 집중돼서다. 중국 최대 LNG 조선소인 후동중화는 말레이시아 국영 해운사 MISC로부터 6척의 LNG선을 수주했고, 장난조선소 역시 LNG선 4척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조선소들의 무기는 저가 계약이다. 중국 조선업체들은 LNG선 건조 가격으로 1척 당 약 2억 3000만 달러를 제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국내 조선업계의 계약 금액(약 2억 5000만달러)보다 약 2000만 달러나 싸다. 중국이 건조 경험을 키우면서 올해 LNG선 발주 경쟁은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최근 카타르가 LNG 증산에 맞춰 LNG선 발주 확대를 밝히면서 한중 간 승부처로 부상했다. 앞서 카타르의 1·2차 발주에서는 전체 128척 중 한국이 98척, 중국이 30척을 각각 확보했지만, 향후 카타르가 초대형 큐맥스(Q-Max)급 선박을 발주하면 큐맥스급 LNG 운반선을 수주한 경험이 있는 중국 조선사가 유리할 수 있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큐맥스급은 한 도크에 2척씩 건조할 수가 없어 한국에선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카타르에서 발주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국내 조선 업계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LNG선은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 초저온 액체 상태로 운송하는 초정밀 선박으로, 극저온 화물창과 증발가스 처리 능력 등을 갖춰야 한다. 이장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중국의 기술력이 많이 올라온 건 사실이지만 추진 시스템 등에서 뒤쳐져있다”며 “LNG 가스가 새어나갈 경우 도시 하나가 날아갈 폭발력이기 때문에 기술력과 안정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발 LNG선 발주 늘어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IM증권은 “미국의 LNG수출 프로젝트가 속속 승인되면서 LNG선 발주가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발주 물량을 지난해의 2배가 넘는 84척으로 예상했다. 국내 조선 업체들은 올해 LNG선 등 고부가 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를 이어가면서, 장기적으로 친환경 연료 선박 등 차세대 선박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메탄올 추진선과 암모니아 추진선, 수소 연료전지 선박, 소형 모듈 원전(SMR) 선박 등 탈탄소 선박과 스마트 자율운항 선박 개발이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과 인공지능(AI) 도입을 통한 공정 자동화와 효율화로 단순 작업은 기계가, 고부가 기술에는 인력을 더 투입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씨줄날줄] 부침개 없는 설 차례상

    [씨줄날줄] 부침개 없는 설 차례상

    다음주로 다가온 설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차례상에 산더미처럼 올라갈 전 부치기다. 드라마에는 가족이 화목하게 모여 전을 부쳐 나눠 먹는 모습이 등장하지만 실상은 딴판이다. 그런 풍성한 장면을 엮어 내려면 누군가의 고단한 노동이 전제돼야 한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사람 누구라도 다 아는 ‘불편하고 오래된 진실’이다. 명절 차례상은 그동안 상당한 변천사를 겪었다. 조선시대에는 ‘홍동백서’(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다 수십 가지 음식 배열로 상다리가 휘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면서 음식 가짓수가 좀 줄어들다가 1980~2000년대 경제성장기에 다시 늘어났다. 여권 신장에 따른 가사 부담 논란과 마트·백화점의 ‘풍성한 제수용품 세트’도 이때 등장했다. 2010년대부터는 격식에 얽매이기보다 실용적이며 간소화한 상차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핵가족에 ‘일하는 엄마’들이 크게 늘어난 데다 명절 해외여행 붐 등이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큰 변곡점은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2022년 처음 발표한 ‘차례상 표준안’이었다. 성균관이 제시한 간소화 핵심은 전을 부치느라 더는 고생하지 말라는 것과 음식 가짓수는 떡 등 최대 9개면 족하다는 내용이 핵심.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다는 사회적 선언이었다. 홍동백서 예법은 옛 문헌에 없으니 격식 없이 상을 차리면 된다는 제언은 신선한 충격이기도 했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산하 한국예학센터도 어제 ‘현대 맞춤형 설 차례 예법’을 제안했다. 차례상 준비 노동을 줄이고 명절 본연의 의미인 가족 간 화합과 행복을 되새기자는 취지다. 기름진 부침개는 빼고 떡국을 중심으로 나물, 과일 등 4~6가지 음식이면 충분하다는 것. 차례상이 부담스러운 짐이 아니어야 설이 우리 곁에서 반가운 명절로 오래 남아 있을 수 있다. 차례상 간소화를 권유하는 예학센터의 메시지가 선명하게 울린다. “가족이 화목해야 조상도 즐겁다.”
  • [데스크 시각] 지금의 1년과 5년 전 1년은 다르다

    [데스크 시각] 지금의 1년과 5년 전 1년은 다르다

    지난달 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반도체특별법은 1년 전 통과됐어야 했다. 그런데 연구개발(R&D) 직군의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넣을지 말지에 발목 잡혀 1년을 허비했다. 지난 1년은 5년 전, 10년 전 1년과는 차원이 다르다. ‘삐끗’하면 1년 뒤처지는 게 아니라 세대를 통째로 놓칠 수 있는데도 국회에서는 그런 위기감을 느낄 수 없었다. 그 1년은 막대한 자금과 정책적 지원을 무기로 무섭게 따라붙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조금이라도 벌릴 마지막 기회였을 수 있다. 그럼에도 입법 지연과 관련해 책임지는 이가 없다. 업계라도 이 기막힌 현실에 쓴소리를 해야 했다. 그러나 경제단체와 반도체 산업계는 기다렸다는 듯 환영 입장을 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측은 지난해 2월 국회 토론회에서 “시간을 기준으로 R&D를 하면 성과가 나기 쉽지 않다”고 주장했는데, 이번 입장문에서는 주 52시간 예외 조항이 빠진 데 대한 아쉬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반도체 산업의 혁신 성장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보내 준 국회와 정부에 감사드린다”는 입장문은 국회가 반성할 기회조차 차단해 버렸다. 세계는 기술 전쟁에 한창인데 ‘당내 싸움’에 매몰된 국회는 법안 처리가 뒷전이다 보니 참다못한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 지연을 몇 차례나 문제 삼았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바로 뒤처지는 엄중한 현실”이라는 대통령의 지난 10일 국무회의 발언은 그간의 입법 관행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경고에 가까웠다. 기술이 외교·안보와 산업의 중심이 되는 기정학적 시대에 걸맞게 입법 우선순위도 재정렬이 필요하지만 여당은 검찰개혁, 사법개혁의 굴레에 갇혀 미래를 대비하는 입법에는 손도 못 대는 형국이다. AI의 일자리 침공으로 선망의 직업이었던 변호사·의사·회계사 등 전문직도 위협받고 있다. 신입 변호사·회계사 여러 명이 하던 일을 생성형 AI가 대체하면서 변호사·회계사 채용 수요가 줄고 있는 현상은 시작일 뿐이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리걸테크 정책 토론회’에서 최이선 한국인공지능진흥협회 변호사는 “잃어버린 시간은 자본으로도 살 수 없다”고 했다. 또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은 이미 거대한 ‘시간의 복리’ 게임에 돌입했다고 했다. AI 성능이 더 좋아질수록 AI의 발전 속도가 가팔라져 한번 격차가 벌어지면 그걸 만회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당장 필요한 건 완벽한 법을 만들기 위한 공방이 아니라 혁신 기업들이 법적 불확실성 없이 달릴 수 있는 최소한의 트랙을 깔아 주는 ‘입법적 결단’이라는 게 최 변호사의 주장이다. 기업용 AI 서비스 ‘클로드 코워크’로 소프트웨어(SW) 기반 빅테크 기업들을 초긴장시킨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지난달 “AI가 가져올 노동시장 변화가 과거 기술에 비해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2만 자 분량의 에세이를 블로그에 올린 아모데이는 “지난 2년 동안 AI 모델은 단 한 줄의 코드조차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거의 모든 코드를 작성하는 수준으로 발전했고, 머지않아 SW 엔지니어의 모든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어 전설적인 프로그래머들도 점점 더 자신을 ‘뒤처졌다’(behind)고 표현한다”는 게 아모데이의 전언이다. 이 엄청난 AI 발전 속도에 발맞추려면 국회에도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여당이 ‘압도적 입법 속도전’으로 화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시장 전반에 대한 개편부터 재교육, 사회안전망 구축에 이르기까지 선제적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보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속도가 더 빠를 수 있게 입법적 뒷받침을 하는 것도 국회 몫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그냥 늦은 게 아니고 이미 끝난 거다. 김헌주 정치부 차장
  • [사설] 민생물가 특별관리, 서민 체감할 성과 보여 줘야

    [사설] 민생물가 특별관리, 서민 체감할 성과 보여 줘야

    정부는 어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특정 기간 물가 문제를 집중 관리하는 TF를 검토해 달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구 부총리가 의장을,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부의장을 맡았다. 상반기에 집중 가동하고, 필요하면 운영을 연장한다. 구 부총리는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물가 안정 목표 수준인 2.0%를 기록했지만, 지난 수년간 누적된 가격 상승 여파로 인해 국민들께서 느끼는 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정확한 진단이다. 통계상 물가 상승률이 다소 진정됐다고 해도 서민의 장바구니 부담이 실질적으로 줄지 않으면 물가 안정이라는 말은 공허할 뿐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 인근 전통시장을 찾아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다면 아직 경제가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공정 거래, 정책 지원의 부정 수급, 비효율적 유통구조 등 그간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부분을 이번 기회에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품목별 가격 인상률과 생활 밀접도를 기준으로 담합이나 가격 남용 여부를 상시 모니터링해 사전에 차단해야 할 것이다. 검찰이 설탕·밀가루업체들의 담합을 적발해 기소한 뒤에야 업체들이 뒤늦게 가격을 인하하는 행태가 재발되지 않아야 한다. 할당관세·할인 지원·정부 비축 등 물가 안정 정책이 악용되는 사례에도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유통 단계별 실태를 조사하고 정보 공개를 확대하는 등 구조 개선이 시급한 일이다. 물가 안정은 역대 정부가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워 온 사안이다. 2024년에도 민생물가 TF가 가동됐다. 중요한 것은 일회성 보여 주기에만 그치지 않고 시장을 바꾸는 실효적 정책으로 이어지느냐다. 물가 상승의 구조적 원인을 짚어 서민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 주는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 [홍기빈의 미래완료] ‘뒤돌아보며’

    [홍기빈의 미래완료] ‘뒤돌아보며’

    영어의 완료 시제는 영어 문법에서 어려운 부분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인들이 애먹는 시제가 미래완료다. ‘두 개의 시점을 함께 품고 있는 시제’라는 완료 시제의 정의도 아리송한 판에 또 그 기준의 시점이 미래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 영어 교사는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말 예문부터 들어 주는 것이 보통이다. “맥주 사러 거기까지 갔다 오면 치킨 다 먹고 끝났겠다.” 대충 이런 식으로. 지금 진행 중인 혹은 조만간 시작될 변화는 어떤 결과를 낳게 될 것이며,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보면 그 결과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상이 되어 있을 것이다. 집 전화에 붙들려 있었던 사람들이 1990년대에 들어서자 이동통신 출현이라는 변화를 겪게 되었다. 그 변화는 여러 희한한 형태의 기기들을 줄줄이 낳았고 2000년대 말 정도에 일단락되었다. 그 옛날 삐삐를 처음 쓰기 시작했던 사람들은 그로부터 20년도 안 되어 스마트폰이라는 경천동지의 물건이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겠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나 요람에서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자라난 이들은 삐삐 진동만 오면 급하게 공중전화로 달려가던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뒤돌아보면’ 엄청난 변화가 이미 벌어진 것이다. 미래완료라는 시제는 이렇게 진행 중인 혹은 진행이 시작될 변화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를 미래의 시점에서 돌이켜 보는 관점이다. 하나의 시간이 아니라, 먼 미래와 현재라는 (혹은 근미래) 두 개의 시점을 안에 품고서 이를 대조시킨다. 지금 보면 작은 흐름이지만 미래에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일, 지금은 잘 감지하지도 못하는 사건이지만 미래에는 결정적 전환점으로 인식될 거대한 변화의 씨앗, 그럼에도 이러한 변화들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인식 지연 등이 모두 이러한 시제 표현으로 담겨지게 된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나 의지 및 소망을 막연한 미래로 투사하는 미래 시제와 달리, 이는 변화의 흐름과 방향과 결과에 초점을 두는 표현이 된다. 이러한 미래완료 시제를 그대로 문학적 장치로 활용한 유명한 작품이 1888년에 미국에서 나온, 공상과학 미래 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드워드 벨러미의 ‘뒤돌아보며’(Looking Backward)이다. 2020년대를 시작으로 목이 부러질 정도의 속도로 진행되는 지금의 변화는 이런 미래완료의 시제로도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엔비디아에 이어 자본시장의 총아로 사랑받고 있는 팔란티어라는 기업은 그 놀라운 기업 성장의 내러티브와 잠재적 미래가치라는 측면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이 기업이 발명해 낸 새로운 시스템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래서 미래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한마디로 30년 후에 ‘뒤돌아볼 때’ 어떤 사건으로 보일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494년 루카 파치올리가 복식부기의 원리를 집대성한 저서를 출간했을 때 그것이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문명의 태동을 알리는 대사건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동시대인은 없었을 것이며, 이는 20세기 초가 되어서야 좀바르트나 베버 등의 경제사가들에 의해서 밝혀진 바이다. 팔란티어 시스템은 업무·인력·자산을 분리된 항목이 아니라 상호연결된 존재로 재구성하는 ‘온톨로지’의 혁신을 통해 20세기를 풍미했던 테일러주의적 관료제에 근거한 현재의 기업 조직 체계를 통째로 날려버릴 가능성을 품고 있다. 100년 후의 사람들은 어쩌면 이를 ‘기업과 경영의 소멸’이 시작된 사건이라고 기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는 이렇게 ‘뒤돌아보면’ 역사의 이정표가 될 대사건들이 정신없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선 어떤 현미경 혹은 망원경을 동원해야 할까. 우리는 변화를 현재진행형의 시제로 파악하는 데 익숙해 있다. 이미 시작되어 미래의 어느 시점에 끝날 변화의 한가운데서 그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관점이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태풍의 눈 한가운데로 들어간다고 해서 태풍의 진면목이 포착되는 것도 아니며 그 진행 경로와 피해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래완료의 시점은 꼭 필요하다. 목적어가 아닌 주어가 되기 위해서라도.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 [박성원의 직설대담] “껍데기만 민주주의, 언제든 거꾸로 돌아갈 위험 있다”

    [박성원의 직설대담] “껍데기만 민주주의, 언제든 거꾸로 돌아갈 위험 있다”

    경찰 권한집중, 벌써 우려 목소리권력시녀화 땐 개혁 요구 나올 것 12·3 계엄, 민주주의 심각한 훼손내란죄 여부, 법원 판단 존중해야張·韓 반민주적 행태, 국힘을 망쳐국민이 후보 선출하는 공천혁명을대통령, 與 잘못도 과감하게 지적힘있는 여권의 성찰과 절제 필요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과 정권교체를 거치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회복탄력성을 보여 줬다. 그러나 한 꺼풀 들어가 보면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권력기관 개편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논란이 적지 않다.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지난 40년간 제도적 민주주의는 이뤄졌지만, 정치권에서는 민주주의가 내면 깊숙이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민주주의가 형식화되거나 껍데기만 권력욕에 이용될 경우 민주주의는 언제든 깨지고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서 2년 반 동안 했던 일 중 가장 보람 있는 걸 꼽는다면. “지난해 6월 10일 이곳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자리에 민주화운동기념관을 개관한 일이다.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정리하고 일상의 민주주의를 기념사업회의 나아갈 방향으로 정착시킨 것에도 보람을 느낀다.” -1987년 민주항쟁과 직선제 개헌 이후 40년간 우리 민주화의 성취에 대한 평가와 아쉬운 점은. “치열했던 민주화 역사를 통해 제도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 하지만 정치하는 사람들, 입법부·행정부·사법부 이런 곳에는 아직 민주주의 가치가 깊이 자리잡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10월부터 검찰청이 폐지되고 수사권이 경찰에 집중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보완수사권도 없앤다는데. “경찰에만 권한이 집중되는 건 위험하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경찰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압살하는 제1선에 있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제도적 민주화로 고문은 없어졌지만, 수사권이 모두 경찰의 손에 들어간다면 염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명심해야 한다.” -이달부터 전국 198개 경찰서에 정보과가 부활하고 1400여명의 정보경찰이 부활한다. 반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없어졌다. “국정원이 과거엔 대공조작도 했지만 간첩 잡는 데는 노하우가 있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더니 요즘은 간첩 잡는 게 없다. 수사를 안 해서 그런 건지, 전문적으로 특화된 대공수사가 잘 안 이뤄져서 그런 건지, 아무튼 그것도 걱정이다.” -검찰수사권이 박탈된 데는 자업자득도 있는 것 아닌가. “검찰의 흑역사도 경찰 못지않다.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특히 독재권력하에서 검찰은 없는 죄도 만들고 무소불위였지 않나. 그렇다고 검찰의 기능 자체를 없앤다는 건 신중히 해야 한다. 지금 벌써 경찰들이 권력수사는 깔아뭉갠다는 염려가 나오지 않나. 수사권 행사에 대한 감시·통제 기능이 없어지고 경찰이 이를 독점하게 되면 다시 경찰민주화 요구가 나올 수 있다. 경찰이 권력의 시녀가 되거나, 일반 형사사건도 수사 기간이 길어지고, 국민이 범죄 피해로부터 제대로 구제받지 못할 수 있다.” -1987년 이후 수평적 정권교체도 몇 차례 있었는데, 우리 정치는 여전히 욕을 먹고 있다. “제도적 민주화는 훌륭해졌다. 계엄도 2시간 만에 해제해 버렸다. 그런데 정치인들 자신의 체질적 민주주의는 성숙되지 못한 것 같다. 최근 공천헌금 사건에서 보듯 공천이 돈에, 힘에 의해 좌우되는 일도 남아 있다. 껍데기만 민주주의일 뿐 뼛속 깊이 민주주의 가치를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제도만이 아니라 내용을 민주주의로 채워야 한다. 일상의 민주주의가, 민주주의 가치의 일상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도만 민주주의고 지도자들의, 공직자들의 내면에 민주적 가치가 자리잡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언제든 거꾸로 돌아갈 위험성이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 법원이 19일 1심 선고를 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행위 등이 내란이라고 보는가. “내란죄냐 아니냐는 법원의 판단에 맡기고 그 판단을 존중해 줄 일이다. 그것은 법원의 몫이다. 그걸 존중하고 따르는 게 민주주의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도 12·3 계엄은 정당화될 수 없다. 우리가 2차 대전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에 동시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다. 무슨 난리가 일어난 것도 아닌데 권력 유지를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민주주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왜 그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보나. “마음속에 민주주의 가치가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뜻대로 안 돌아가니까 계엄을 해서 권력으로 뭘 해보겠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에 저해되는 발상이다. 야당이 말을 안 들어서? 그렇다면 만나서 대화하고 타협하고,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그렇게 해야지. 대통령이 그런 솔선수범을 했어야지.”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가 당원 게시판 논란 끝에 제명 처분된 이후 당의 내홍이 이어지고 있는데. “장동혁식 정치도, 한동훈식 정치도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본다. 각각 판사와 검사 출신이지만, 민주주의를 겉으로만 배운 사람들 같다.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자기 필요한 것만 민주주의라고 하고, 가슴속에는 반민주적이고 권력지향적인 의식이 자리잡고 있는 게 국민의힘을 망치는 것이다. 당헌당규에 제명 조항이 있다 해서 제명을 시키는 것도, ‘내가 내 주장 하는데 뭐 어쩌라고’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도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민주주의를 자기 편리할 때만 찾고 힘을 쓰려 할 때는 반민주적으로 한다.” -국민의힘이 ‘내란 정당’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 제1야당으로서 역할을 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규정하는 건 옳지 않다. 국민의힘에도 계엄을 반대한 사람이 있다. 어찌 됐건 국민의힘이 여당의 ‘내란 정당’ 공격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당내 민주주의를 여당보다 한발 앞서서 하는 것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천심사위를 없애고 지역 유권자들이, 지역 당원들이 예비선거를 해서 후보를 뽑는 식으로 국민들께 후보 선출을 맡겨야 한다. 당의 공천권을 없애는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 민주적인 공천혁명 없이는 여당의 그런 공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지금 국회나 여야 관계는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고 정치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많다. 이재명 대통령도 “국회가 너무 느려서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태”라고 하던데. “범여권이 180석인데, 자기들 필요할 때는 다수결로 강행 처리하면서 자기들이 필요치 않을 때는 통과를 안 시키는 것도 문제다. 대통령도 여야를 통합하고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여당이 잘못하는 것도 과감히 지적해야 한다. 내가 대통령을 해 보니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해야지, 민주주의를 권력에 이용하려고만 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내란 종식을 목표로 내건 2차 종합특검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리하면 뭐가 더 나올런가? 정부도, 여권도 국민들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정부에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 건지 살피고 해야지, 말로는 국민주권정부다,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권력이 자기들 필요한 일만 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끊임없는 성찰과 절제가 필요한 것이다. 그게 더 필요한 게 힘있는 여권이다. 물론 야당도 덮어놓고 여당 하는 일에 반대만 해서는 민주주의가 안 된다.”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제, 법왜곡죄 등 이른바 ‘3대 사법개혁안’도 밀어붙이고 있는데. “국민 여론도 충분히 듣고 해야 할 일이다. 제도란 건 한번 바꿔 놓으면 오래가기 때문에 여야 입장이 아니라 나라 전체 발전 방향 속에서 공청회도 해 봐야 한다. 독재정권하에서 사법부가 해 온 일에 원죄도 있지만, 개혁이란 건 잘못을 고치는 것이어야지 뿌리를 뽑는 게 돼서는 안 된다.” ● 이재오 이사장은 1945년 경북 영양에서 태어났다. 중앙대 재학 시절 한일회담 반대 투쟁을 주도해 제적된 적이 있고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을 거치면서 다섯 번 투옥돼 10년 6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 민주수호국민협의회 결성 등 재야운동에 뛰어들어 국제사면위원회 한국위원회 사무국장, 전민련 조국통일위원장을 거쳐 1990년 민중당 창당에 참여, 사무총장을 맡았다.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의 개혁정책에 동참해 신한국당에 입당, 15대 총선에서 당선됐고 5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한나라당 사무총장·원내대표·최고위원과 이명박 정부 국민권익위원장·특임장관 등을 역임했다.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7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에 임명됐다. 박성원 논설위원
  • HD현대중공업 노사 공동협의체 출범

    HD현대중공업 노사 공동협의체 출범

    HD현대중공업 노사가 자동화·인공지능(AI)·로봇 도입 등 제조 환경 변화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고 11일 밝혔다. 노사 공동협의체는 지난해 단체교섭 과정에서 노사 간 합의를 통해 마련된 협의 기구다. 앞으로 매주 정례 회의를 통해 기술 발전에 따른 조선산업 환경 변화와 산업 전환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실질적인 상생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로봇과 AI 도입 등 스마트 조선소로 빠르게 전환되는 상황에서 고용·임금·제도 안정을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댄다는 취지다. HD현대중공업은 논의 과정 전반에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협의체의 전문성과 객관성도 확보한다. 금석호 HD현대중공업 사장은 “노사 공동협의체는 회사의 지속 가능성과 구성원의 고용안정에 대해 밀도 있는 소통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며 “미래 세대가 일하고 싶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책임 있는 파트너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은 “산업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비롯한 다양한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이번 노사 공동협의체 출범을 기점으로 노사가 미래 방향성을 함께 제시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단독] “은행 금리 2배 주는 ‘기본예금’ 필요… 저신용자 다시 설 수 있게 도와야죠”

    [단독] “은행 금리 2배 주는 ‘기본예금’ 필요… 저신용자 다시 설 수 있게 도와야죠”

    신용 하위 20~30% 약자 대상청년미래적금은 15.8% 효과서금원 역할 은행까지로 확대 “신용평점 하위 20~30%를 대상으로 시중은행 금리의 2배를 주는 ‘기본예금’ 도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중저신용자에게 대출해주고 돈만 갚으라 할 게 아니라 다시 일어서게 도와주자는 취지에서요.” 김은경(61)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은 11일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현재 1년 만기 은행 예금 금리가 연 2% 중후반대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5%대 이상의 금리를 주는 상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1970~80년대 서민층에 두 자릿수 이율로 인기를 끌었던 재형저축(근로자 재산형성저축) 같은 상품이다. 소득, 자산,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이 적정한 금융 서비스를 받는 ‘금융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게 평소 김 원장의 지론이다. 그는 기본예금 아이디어를 쪽방촌 주민들과 대화하다 얻었다고 한다. 김 원장은 “이달 생계비계좌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쪽방촌 주민들은 수중에 돈이 얼마간 생겨도 압류될까 우려해 통장에 넣지 못하고 장판 밑에 넣어뒀다 도둑맞기 일쑤”라며 “이런 사람들에게 돈만 갚으라 할 게 아니라 어떻게든 돈을 모으고 일어설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취지에서 현재의 정책대출과 정책보증 표현 역시 ‘기본대출’, ‘기본보증’ 등으로 수정하자고 그는 제안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부터 주창해온 기본소득·기본사회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김 원장은 “서민들을 위한 은행 역할까지 서금원이 나서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서금원은 서민들을 위한 햇살론, 미소금융 등 대출지원과 보증을 주력으로 하는 기관이다. 서금원은 오는 6월 청년 자산형성 상품인 청년미래적금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청년미래적금은 은행 금리 연 5%를 가정했을 때 정부 기여금까지 고려하면 최대 15.8%의 적금에 가입하는 효과를 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청년미래적금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관련 김 원장은 “자산 관리는 특정 종목에 꽂혀서 파고 들어가기보다는 분산이 중요하다. 이때문에 청년에게 ‘비빌 언덕’이 될 예·적금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금원을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1금융권 상품 이용이 어려운 이들이다. 김 원장은 “은행의 대출 총량은 커졌지만 저신용자에게 문턱은 여전히 높다”고 했다. 대부업조차 이용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서금원이 취급하는 불법사금융 예방대출 한도도 현재 1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김 원장은 봤다. 이를 위해 서금원은 재원 확보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달 2일 취임한 김 원장은 한국외대 법학과 출신으로 20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2020년~2023년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을 지냈다. 이번 정부 출범 당시 정책 밑그림을 그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활동했다.
  • “광주·전남 통합 맞춰 학생들 더 큰 꿈 키울 교육 환경 만들 것”

    “광주·전남 통합 맞춰 학생들 더 큰 꿈 키울 교육 환경 만들 것”

    광주·전남 교육 통합되면두 교육청 재원 年 1조 추가 확보학습권 보장·균형 교육 기획 필요‘감사권 독립’ 의견 수렴 선행돼야‘다양한 실력’ 키운 정책일반고 10년 만에 수능 만점 배출특성화고서 최연소 기술명장 탄생2년 연속 최우수 교육청 선정 성과새해 광주 교육계의 공기가 달라졌다. 광주·전남 행정 통합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전환 앞에 ‘교육 통합’이라는 과제가 본격적으로 테이블 위에 올랐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어떤 파고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본 교육’의 토대 위에 인공지능(AI)과 실력을 얹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1일 서울신문은 대전환의 길목에 선 이 교육감을 만나 교육 통합의 복안과 광주·전남 교육의 중장기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새해 벽두부터 광주·전남 행정 통합 논의가 뜨겁다. 교육 수장으로서 소회는. “행정 통합은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해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피할 수 없는 과업이다. 이에 발맞춰 교육 통합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자칫 방향을 잃지 않도록 깊은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을 최우선에 두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당당히 대응하겠다. 2026년은 광주·전남 교육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전국 1호 ‘AI 교육원’ 연간 3만명 이용 -행정 통합에 따른 교육 통합을 두고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어떤 입장인가. “교육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담보하는 일이다. 따라서 현재 행정 통합 논의 과정에서 교육이 소외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기조 속에서 전남도교육청과 긴밀히 협력해 학생들이 더 큰 꿈을 키울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겠다.” -통합이 이뤄질 경우 기대되는 구체적인 실익은 무엇인가.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재정 인센티브다. 통합특별시에 연 5조원씩, 4년간 총 2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정부 구상이 현실화한다면 광주·전남교육청은 연간 1조원의 추가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교육은 행정과 결이 다른 영역이다. 통합 과정에서 헌법이 보장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자치권 보장 방안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감사권 독립 문제에 대한 의견 수렴과 소통도 선행되어야 한다. 인사권의 안정성 역시 중요하다. 기존 공무원들이 근무지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확보되는 재정 인센티브를 교육에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투입할지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도 필요하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군 문제나 지역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클 수 있다. 지역 간 학습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학생들의 학습권을 어떻게 보장하고 균형 있는 교육을 실현할지 세심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그동안 재정적 한계로 보편화하지 못했던 ‘꿈드리미’, ‘학생 글로벌 리더 세계 한 바퀴’와 같은 우수 정책을 사각지대 없이 모든 학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교직원 복지와 마음 건강 지원 프로그램도 대폭 강화할 수 있다.” -연착륙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전제 조건은 무엇인가.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감사권 독립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인사권 안정성 확보가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학군 문제와 지역 간 학습 편차로 인한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정교한 대책을 마련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철저히 보호하겠다.” -취임 이후 강조해 온 ‘다양한 실력’ 정책이 구체적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지난해는 말 그대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해였다. 일반계 고교 출신 수능 만점자가 10년 만에 배출됐고 특성화고에서는 최연소 기술 명장이 탄생했다. 상급 학교 진학률은 개선됐고 기초학력 미달률은 1%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외부 평가도 고무적이다. 2년 연속 최우수 교육청 선정, 민원 서비스 평가 전국 1위, 국가 공모 사업을 통한 1000억원 규모 인센티브 확보 등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광주 교육의 새로운 청사진은 무엇인가. “정부의 ‘기본 사회’ 가치와 궤를 같이하는 ‘기본 교육’의 실현이다. 학습뿐 아니라 생활·안전·복지·돌봄까지 학생들의 전반적인 요구를 공교육 체제 안에서 충족시키겠다. 이를 4대 영역 16대 중점 사업에 반영해 모든 학생과 시민이 체감하는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겠다.” -전국 최초로 문을 연 인공지능(AI) 전담 교육기관 ‘AI 교육원’이 주목받고 있다. 역할과 비전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아이들의 미래 생존권은 디지털 역량에 달려 있다. AI 교육원은 광주형 AI 교육의 컨트롤 타워다. 로봇·드론·자율주행 체험부터 영재 교육까지 한 공간에서 이뤄진다. 연간 3만명의 학생과 시민이 이용하며 배우고 체감하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스마트 기기 보급과 ‘광주아이온(AI-ON)’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초·중학교 AI 교육과정 도입, AI 중점 학교 25곳 운영을 통해 디지털 역량을 키우겠다.” ●고교 무상교육은 내년에도 재정 지원 -고교 무상교육 예산 삭감으로 인한 재정난 우려가 크다. 대응 방안은. “고교 무상교육은 2024년 12월 31일로 종료될 예정이었다. 다행히 지난해 8월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국가 분담 규정이 2027년 말까지 3년 연장됐다. 국가는 무상교육 경비의 47.5% 이내를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광주 지역의 고교 무상교육 총 소요액은 약 730억원이다. 529억원은 자체 부담이다. 2024학년도까지만 해도 매년 약 350억~380억원을 지원받았지만 올해는 201억원으로 전년 대비 150억 원가량 줄었다. 교육의 환경개선이나 안전 예산 축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정적인 재정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 -시도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곧 설 연휴가 다가온다. 가족과 함께 복을 나누는 따뜻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란다. 2026년은 역동의 기운을 상징하는 ‘붉은 말’의 해다. 교육은 학생·교사·시민 모두가 함께할 때 완성된다. 광주와 전남의 아이들이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큰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변함없는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 대구 수성 알파시티에 ‘산업 AX 혁신허브’ 조성

    대구 수성 알파시티에 ‘산업 AX 혁신허브’ 조성

    대구시가 지역 산업의 인공지능(AI) 전환을 이끌 ‘산업 AX 혁신허브’를 수성알파시티에 조성한다.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집적된 이곳은 지역 기업의 AI 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맡는다. 11일 대구시에 따르면 혁신허브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함께 국·시비 477억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인 ‘지역거점 AX 혁신 기술개발 사업’과 연계한다. 이를 통해 수성알파시티를 비수도권 최대 디지털 혁신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게 정부와 대구시의 구상이다. 시는 혁신허브를 지역 대학과 연구소, 기업 등 20여개 기관이 참여하는 AX 연구 네트워크의 중심축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대구 지역 기업의 90% 이상은 AI 도입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시는 혁신허브에 로봇·모빌리티, 뇌 질환 헬스케어, 지능형 반도체 등 3대 미래 산업에 대한 분야별 센터를 설립하고 기술 개발부터 실증까지 전 주기 지원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정의관 시 미래혁신성장실장은 “지역 기업의 AI 전환 의지와 수요는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혁신허브를 통해 전통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315억 투입해 2만 4000여 소상공인 지원

    서울시는 ‘2026년 소상공인 종합지원’을 시작한다고 11일 밝혔다. 소상공인·골목상권·소비자·취약계층 노동자를 돕는 ‘민생경제 활력 더보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올해 총 315억원을 투입해 2만 4000여명의 소상공인을 지원한다. 사업은 창업·성장·위기 극복·재도전 등 전 단계를 아우르는 4개 분야 8개 사업으로 구성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모든 지원사업을 상시 신청하고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 25개 종합지원센터와 온라인을 통해 연중 신청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 지원은 기존 250명에서 1000명으로 대폭 확대해 온라인 판로 개척과 매출 개선을 돕는다. 또 자영업 클리닉을 통해 분야별 전문가가 1대1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위기 소상공인 3000명을 조기 발굴해 희망 동행 자금 등 특별 정책자금을 연계 지원한다. 폐업 소상공인에게는 최대 9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재창업 희망자 600명에게는 교육과 씨앗자금을 제공해 재기 기반을 마련한다. 김경미 서울시 소상공인정책과장은 “발 빠른 선제 지원으로 소상공인의 회복을 돕고, 불가피한 폐업 이후에도 재기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단독] 잦은 기상 오보·묻지마 영상회의… 행정력 줄줄 새는 지자체

    [단독] 잦은 기상 오보·묻지마 영상회의… 행정력 줄줄 새는 지자체

    기상 오보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광역자치단체 단위 영상회의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력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자연 재난부서는 기상청 일기예보를 기준으로 비상근무 여부를 결정한다. 집중호우와 폭설, 태풍 발생이 우려되면 예비특보 단계부터 광역·기초단체 자연 재난부서가 비상근무에 돌입한다. 각종 장비·구조 인력도 출동 준비 태세를 갖춘다. 그러나 슈퍼컴퓨터까지 동원한 기상청의 예보가 틀리는 경우가 적지 않아 잦은 비상근무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의 불만이 높은 실정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안전주의 문자가 발송돼도 예보가 틀려 흐지부지 지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기상청이 잘못 예보를 하면 지자체 공무원들도 덩달아 헛수고를 하는 경우가 잦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지난 7~8일 전북 서해안 일대에 내려진 대설특보에 따라 전북도와 6개 시군은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그러나 김제시는 1읍 14면 4동 가운데 대설특보에 해당하는 눈이 내린 지역이 광활면 한 곳뿐이었고 시내 중심부는 눈발조차 없었다는 게 전북도의 설명이다. 또 중대본은 기상재해 발생 시 인접 지역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광역지자체 내 모든 기초지자체를 영상회의에 참석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이 역시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다. 전북도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은 “서해안에 집중호우나 폭설, 강한 바람으로 기상특보가 내려질 경우 100㎞ 이상 떨어진 동부 산악지역 지자체까지 영상회의에 참석해야 하는데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재난부서 간부 공무원에 대한 초과근무수당 미지급도 해묵은 문제이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광역지자체 4급 이상, 기초지자체 5급 이상 재난부서 공무원은 기상특보 기간에 비상근무를 해도 시간외수당은 물론 대체 휴일도 받지 못한다. 한 지자체의 과장은 “재난 발생 시 과할 정도로 대응해야 하는 것은 공무원의 당연한 책무지만 힘이 빠질 때가 적지 않다”며 “합리적인 수준에서 해결책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 숨어있던 최대 수소 탱크는 ‘지구 핵’ [유용하 과학전문기자의 사이언스 톡]

    숨어있던 최대 수소 탱크는 ‘지구 핵’ [유용하 과학전문기자의 사이언스 톡]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 지구는 지각-맨틀-외핵-내핵의 구조로 이뤄졌다고 배웠습니다. 지구 중심에 있는 철 덩어리인 ‘내핵’은 지구 자기장을 유지하는 동력입니다. 지구 핵은 약 46억년 전 지구 형성 초기에 태양계를 떠돌던 작은 천체인 미행성체들과 충돌하면서 발생한 열과 중력으로 밀도가 높은 철과 니켈 성분이 중심부로 가라앉으면서 형성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구의 핵은 철과 니켈이 95%, 나머지 5%에는 다양한 성분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중에는 수소도 있는데 수소의 정확한 양과 기원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중국 베이징대 지구·우주과학부,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ETH 취리히) 지구화학 및 암석학 연구소, 광학·전자현미경 과학연구센터 공동 연구팀은 지구 핵에 포함된 수소의 대부분은 미행성체 충돌이 아닌 지구 형성 과정에서 포함됐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월 11일 자에 실렸습니다. 지구의 금속 핵에 다량의 수소가 포함돼 있을 것이라는 연구들이 많지만, 그 양을 추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간접 측정에 기반했기 때문에 추정치들의 편차가 컸습니다. 이에 연구팀은 지구 핵이 형성된 압력과 온도를 실험실에서 재현함으로써 비교적 정확하게 추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핵을 형성하는 철 합금 내 규소와 산소가 풍부한 나노구조 안에서 수소를 원자 수준에서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철 합금 속에서 규소와 수소가 1:1 비율로 결합한다는 규칙성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전체 수소량을 역산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수치와 지구 핵의 실리콘 함량에 관한 기존 연구 결과를 활용해 지구의 핵에는 무게 기준으로 0.07~ 0.36%의 수소를 포함하고 있을 것이라 추정했습니다. 이는 현재 바다에 존재하는 수소의 최대 45배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이 정도 양의 수소는 미행성체 충돌과 같은 외부 공급이 아닌 지구의 행성 형성 단계에 얻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황둥양 베이징대 교수(지구 진화학)는 “이번 연구는 핵이 지구 최대 수소 저장고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지구 핵에 수소가 많다는 것은 핵의 밀도가 생각보다 낮은 이유를 설명해 주고, 지구 자기장 형성이나 내부 열 순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싹수가 노란 인간에게서 배려심을 끌어낼 수 있나

    싹수가 노란 인간에게서 배려심을 끌어낼 수 있나

    부모는 아이들에게 친절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나누며, 다른 사람과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방법,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법을 가르친다. 부모뿐만 아니라 유치원, 학교에서도 타인과 함께 사는 방법을 배우며 성장하지만, 그럼에도 어떤 이들은 이기적인 인간으로 자란다. 인간의 이타적 행위는 다른 종(種)과 달리 유전적 관련이 없는 낯선 이들에게까지 확장되며, 대규모 협력 사회를 유지하는 기초이자 갈등 비용을 줄이는 사회적 접착제 역할을 한다는 과학적 연구들이 많다. 가벼운 전기 자극으로 인간의 이기심을 줄이고 이타심을 높일 수 있다는 재미있는 연구가 나와 눈길을 끈다. 중국 상하이 화둥사범대 심리학·인지과학부·스위스 취리히대 신경경제학 연구센터·취리히대 의대 신경학과 공동 연구팀은 전두엽과 두정엽에 가벼운 전기 자극을 주면 개인의 이타적 행동을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 2월 11일 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타심의 개인차를 결정짓는 뇌 영역과 연결성을 확인하기 위해 성인 남녀 44명을 대상으로 ‘독재자 게임’을 실시했다. 독재자 게임은 경제학이나 심리학 분야에서 ‘인간이 조건 없이 얼마나 이타적일 수 있는가’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실험이다. 보통 최후통첩 게임 같은 협상 게임에서는 상대방의 제안이 마음에 안 들면 거절할 수 있고, 거절당하면 둘 다 돈을 못 받게 된다. 그러나 독재자 게임은 상대방 의사와 상관없이 독재자가 주는 대로 받아야 하고, 독재자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 실험 참가자들은 총 540번의 의사결정을 통해 다양하게 제시된 금액을 상대방과 나눌 비율을 정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한쪽 집단에는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경두개 교류 전기자극’(tACS) 기술로 감마(γ)파와 알파(α)파로 전두엽과 두정엽을 자극했다. tACS는 머리에 전극을 붙여 해당 부위의 뇌세포들을 반복적으로 자극해 활성화하는 기술이다. 그 결과, 게임을 할 때 전기자극을 받은 참가자들이 이타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자신이 상대보다 적은 돈을 가져가게 되는 상황에서도 그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상대에게 더 많은 금액을 제안할 확률이 늘어나는 등 이타적 행위를 하는 것도 관찰할 수 있었다. 의사결정 모델 분석에서도 뇌 자극이 참가자들의 비이기적 선호도를 자극해 금전적 제안을 검토할 때 상대방의 입장을 더 고려했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티안 러프 취리히대 교수(의사결정 신경과학)는 “이번 연구는 비침습적 방식으로 특정 뇌 네트워크의 소통 상태를 변경하면 자기 이익과 타인 이익의 균형을 맞추는 의사 결정 방식이 바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많은 분야에서 협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이번 연구를 응용하면 협력을 촉진하는 새로운 기법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두 예술가 근원적 고독과 단절… 우주에 닿았다

    두 예술가 근원적 고독과 단절… 우주에 닿았다

    이성자·아드난 예술적 여정 담아고향 등진 채 예술혼 불태우고정규 미술 교육 과정도 안 거쳐이성자, 여성·대지 관계 추상화아드난은 변하지 않는 산 표현지구·행성 기하학적 형상 등장 “내가 붓질을 한 번 더 하는 것이 아이들 옷을 한 벌 더 입혀 학교에 보내는 것이고, 선을 하나 더 긋는 것이 아이들에게 밥 한술 더 먹이는 것으로 생각했다.”(이성자) “타말파이스산은 내 집이 됐다. 나에게 그 산은 회화 그 자체였다.”(에텔 아드난)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이혼 후 세 아들과 생이별한 뒤 프랑스로 간 이성자(1918~2009) 화백이 캔버스 앞에서 스스로에게 걸었던 최면과 같은 말은 작품 속 무수한 점과 선으로 남았다. 레바논에서 태어나 프랑스, 미국 등을 오가며 살았던 에텔 아드난(1925~2021) 작가의 단절된 삶은 변하지 않는 존재인 산에 대한 열망을 낳았다. 고독과 단절은 예술의 고약한 원천이다. 서울 강남구 화이트 큐브에서 열리고 있는 ‘태양을 만나다: 에텔 아드난과 이성자’는 고향을 등진 채 살며 예술혼을 불태웠던 두 작가가 공명하는 자리다. 두 사람의 예술적 여정은 이주와 망명 외에도 여러 면에서 궤를 같이한다. 두 작가 모두 30대 이후 작업을 시작했으며 정규 미술 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전시장에는 이 화백의 1960년대 작품과 아드난의 2010년 이후 말기 작품이 함께 걸렸다. 이 화백은 1950년대 후반 작업부터 고향에 대한 기억과 모성의 속성을 기하학적 형태로 구성했다. 1961~1968년에 선보인 ‘여성과 대지 시리즈’는 작가가 여성과 대지의 관계를 추상화하는 데 몰두했던 시기다. 그는 1960년 프랑스 한 화랑에서 개인전을 열며 “나는 여성인 내 자신 이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흙으로 고온의 불덩어리를 덮고 폭풍과 노도를 고요히 받아들이면서 만물에 생을 주는 여성과 같은 땅만을 알 뿐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물들인 왕골을 손으로 겹쳐가며 엮는 화문석처럼 그의 작품은 세밀한 붓으로 그어낸 선과 기하학적 형상이 캔버스를 빼곡히 채웠다. 작품에는 ‘5월 단오 No.1’, ‘달콤한 나의 도시’와 같은 시적인 제목이 붙었다. 아드난에게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타말파이스산은 안식처와 같은 존재였다. 레바논 내전 등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지만, 미 서부의 따뜻한 기후와 산은 우주의 질서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준 대상이었다. 그는 이젤을 세워 그림을 그리지 않고 산에게 편지를 쓰듯 캔버스를 수평으로 펼친 후 안료를 섞지 않고 그대로 얹었다. 절제된 형태들과 안온한 색감의 작품은 가로, 세로 모두 50㎝를 넘기지 않는 작은 캔버스에 담겼다. 전시 제목 ‘태양을 만나다’는 아드난이 1968년 발표한 시에서 차용한 것으로, 인류 최초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죽음을 기리는 애가(哀歌)다. 태양과 달, 산의 실루엣을 끊임없이 그렸던 아드난과 지구와 행성계의 구조를 환기하는 기하학적 형상을 등장시키는 데까지 나아간 이 화백의 근원적 고독은 그렇게 우주에 닿는다. 전시는 다음 달 7일까지.
  • 발레리나 김지영 “어릴 적 꿈 떠올려 보세요”

    발레리나 김지영 “어릴 적 꿈 떠올려 보세요”

    교수 부임 6년 만에 학생들과 공연“무용수 삶이 스쳐 가는 경험 담아” “작은 별이 큰 빛이 되는, 꿈을 향해 가는 무용수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공연을 보는 관객들도 ‘나도 이런 꿈을 꾸었지’ 하고 한 번쯤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지영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는 국립발레단을 퇴단하고 교수로 부임한 지 6년 만에 학생들과 공연을 하기로 한 이유를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했다. 실력은 이미 검증된 학생들에게서 춤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눈빛을 읽었다는 것이다. “이런 열정을 보여주면, 비록 아마추어이지만 그 진심은 객석에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오는 3월 18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 올리는 ‘원 데이(ONE DAY) 2’에서 그는 발레리나로서 걸어온 세월이자 학생들이 쌓은 시간을 풀어낸다. 그동안 ‘해설이 있는 발레’ 형식으로 학생들과 공연한 적은 있지만 창작으로 올리는 건 처음이다. 김 교수는 10일 서울신문과 전화 인터뷰에서 “굉장히 쉬운 곡에서 시작해 점차 어려운 기교로 나아가는 ‘작은별 변주곡’을 들으면서 무용수로서의 삶이 스쳐 가는 경험을 했다”고 떠올렸다. ‘반짝 반짝 작은별’로 알려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작은별 변주곡’은 재미있고 단순한 멜로디로 시작해 점점 빠른 속도, 불협화음, 차분한 단조 등 변화하면서 최고조를 향해 간다. “처음 학생들을 가르칠 때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표현을 알아듣게 됐습니다. 저나 학생들은 계속 성장하는 과정을 지나고 있었던 거죠.” 김 교수는 예술감독·안무·출연 등 전 과정을 총괄한다. 김 교수와 함께 올해 2~4학년이 되는 제자 17명, 발레 무용수 이승현, 초등학교 2학년 무용수가 무대에 오른다. 유회웅 안무가가 연출로 함께하면서 움직임과 장면 구성에 밀도를 더했다. 학생들에게 ‘표를 사서 오는 관객들이 보는 공연이다. 프로라는 생각으로 하자’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면서도 그는 “프로 무대로 나갈 친구들이니 더 큰 무대 경험과 마음가짐을 심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 말… 전쟁판 바꾼 전략자산, 조선 선비들의 ‘슈퍼카’

    말… 전쟁판 바꾼 전략자산, 조선 선비들의 ‘슈퍼카’

    말은 약 4500년 전 가축화된 이후 증기기관이 등장할 때까지 육상에서 인류의 교통과 수송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동물이다. 자동차나 기차 등 운송수단의 힘을 표시할 때 ‘마력(HP)’을 단위로 쓰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말은 수천년에 걸쳐 농업과 교역,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등 인류 역사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쳤다. ●한국국학진흥원 웹진 ‘담談’서 다뤄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발행한 웹진 ‘담談’ 144호는 올해를 상징하는 동물 ‘말’을 주제로 다뤘다. 정동훈 서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동아시아의 외교를 뒤흔든 말’이라는 글에서 말이 고려 말, 조선 초에 외교와 전쟁의 판도를 바꾼 전략 자산이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고려는 전국에 22개의 역도(驛道)를 설정하고 525개의 역을 설치해 전국에 걸친 광역 교통·통신망을 구축했다. 교통과 운송, 의례, 군사 등 다방면에 쓰였던 말은 고려가 주변국들과 교역했던 가장 중요한 물품이었다. 몽골이 세운 원나라는 ‘삼별초의 난’을 진압한 뒤 제주도에 수산평과 차귀평, 목마장 2곳을 설치했다. 이때부터 말은 제주도를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원나라를 북쪽으로 밀아내고 중원을 차지한 명나라는 제주 목마장과 말에 대한 소유권을 요구하며 고려에서 총 2만 5000여필의 말을 조공 명목으로 가져갔다. 이렇게 가져간 말은 명나라가 원나라와 싸우는 데 투입됐다. ●수천년 인류 역사에 끼친 영향 조명 정 교수는 “몽골인들이 풀어서 키운 말,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이 요구한 수천 필의 말, 제주 목장에서 끊임없이 실려 나간 말은 말이 단순한 가축이나 군사 자원이 아니라 동아시아 국제 관계를 움직이는 핵심 교역품이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밝혔다. 정도희 한국국학진흥원 전임연구원은 ‘조선 선비들의 드라이빙에서 인생을 배우다’라는 글에서 말이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슈퍼카’이자 성공의 아이콘이었다고 설명했다. 과거급제자는 백패(합격증)를 받은 뒤 동기들과 함께 말을 타고 서울 시내를 누비는 ‘유가’ 행진을 하는 게 관례였다. 장거리 출장을 하는 관리에게 지급한 마패는 국가가 보증하는 하이패스이자 역마를 징발할 수 있는 ‘관용차 이용권’이었다. 그렇지만 모든 말이 명마일 수는 없었다. 조선 중기 유학자 김광계의 ‘매원일기’에는 늙은 말을 타고 과거를 보러 가다가 수시로 길바닥에 드러눕는 바람에 거금을 들여 새 말을 사는 낭패를 겪었다는 기록이 있다. 잦은 고장으로 속을 썩이는 중고차 때문에 애를 먹는 현대인의 모습과 판박이라고 정 연구원은 설명했다.
  • 4㎏ 조끼 입고 72㎏ 인형 끌어… 경찰 체력 지옥 코스에 땀 뻘뻘

    4㎏ 조끼 입고 72㎏ 인형 끌어… 경찰 체력 지옥 코스에 땀 뻘뻘

    올해 남녀 구분 없이 6608명 채용순환식 5개 종목, 합격선 4분 40초허들 발 걸리고 다리·팔에 힘 풀려근력 요구… 18명 중 男 2명만 통과 “성별보다 직무 적합성 초점 맞춰야” “4.2㎏ 조끼를 입고 세 바퀴째 도는데 숨이 턱하고 막히더라고요. 꾸준히 연습하지 않으면 시간 내 통과하기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난 9일 서울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순경 공채 ‘순환식 체력검사’ 체험장에서 만난 홍모(29)씨가 거친 숨을 고르며 말했다. 이날 체험장에는 60여명의 경찰 준비생들이 참가해 올해 새롭게 도입되는 체력검사에 통과하기 위해 기를 쓰고 진땀을 흘렸다. 올해부터 순경 공채가 남녀 구분 없는 통합 선발로 바뀐다. 채용 인원은 6608명으로 지난해보다 990명 늘면서 취업 준비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남녀 동일한 조건의 체력시험 통과가 최대 관심사다. 경찰은 올해부터 윗몸일으키기·팔굽혀펴기 등 기존의 종목형 체력시험이 아닌, 실제 현장 상황을 반영한 코스형 ‘순환식 체력시험’을 도입했다. ▲장애물 달리기 ▲장대 허들 넘기 ▲밀기·당기기 ▲구조하기 ▲방아쇠 당기기 등 5개 종목을 남녀 모두 4분 40초 안에 통과해야 한다.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가늠하기 위해 본지 20대 남녀 수습기자도 직접 뛰었다. 4.2㎏ 조끼를 입는 순간 무게에 짓눌려 어깨가 처졌다. 조끼는 권총 등 장비 무게를 반영한 것이다. 첫 종목은 6바퀴를 도는 장애물 달리기. 초반 두 바퀴는 버틸 만했지만 네 바퀴째부터 남자 기자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0.6m 높이 허들에 발이 걸려 넘어졌고, 다시 일어나 뛰었다. 장대 허들을 넘고 엎드렸다 일어나는 동작을 반복하자 곧 다리에 힘이 풀렸다. 32㎏ 기구를 밀고 당기는 구간에선 팔이 말을 듣지 않았다. 파울이 계속되자 시험관은 “다음 코스”를 외쳤다. 해당 구간은 사실상 떨어졌다는 뜻이었다. 참가생들 사이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는 ‘구조하기’로 꼽혔다. 72㎏ 모형 인형을 10.7m 끌어야 한다. 기자는 팔에 힘이 빠져 몇 초간 멈춰서길 반복했다. 방아쇠를 당길 땐 손 끝에 힘이 남지 않았다. 기록은 6분 10초. 제한 시간을 1분 30초 넘긴 탈락이었다. 여자 수험생들에겐 첫 코스인 1.5m 장벽부터 난관으로 꼽혔다. 주말마다 꾸준히 러닝을 하는 여자 기자도 1.5m 장벽에서 여러 차례 막혔다. 72㎏ 인형을 5m 가량 움직이는 데도 숨이 가빴다. 방아쇠는 끝내 당기지 못했다. 통과는 언감생심이었다. 이날 3개 조 중 기자가 속한 2조(18명)에서 합격자는 남성 2명뿐이었다. 3년차 준비생 김모(27)씨는 “유산소와 전신 근력을 동시에 써야 해 예전의 종목식보다 훨씬 어려웠다”고 말했다. 순환식 체력검사는 이미 일부 경력채용에서 시범 운영됐다. 지난해 경위 공채 통과율은 남성 98.4%, 여성 67.8%였다. 남녀 통합 선발이 본격화되면 여성 합격자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날 체험 현장에선 “기초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통과하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현직 경찰들 사이에서도 시각은 엇갈린다. 서울 한 지구대 팀장은 “현장은 팀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성별보다 역할 분담과 협업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경찰관은 “긴박한 상황에선 여전히 체력과 힘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논쟁의 초점을 ‘성별’이 아닌 ‘직무 적합성’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재훈 강원도립대 경찰경호과 교수는 “범죄 상황은 상대의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다”며 “누가 유리한지를 따지기보다 직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을 어떻게 공정하게 평가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중앙경찰학교는 3월까지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 순환식 체력검사 상설센터에서 체험부스를 운영한다.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루 60명 선착순 신청을 받아 실제 장비와 동일한 환경에서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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