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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당신이 읽는 것이 곧 당신이다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당신이 읽는 것이 곧 당신이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 19세기 프랑스의 법학자이자 미식가, 음식 평론가인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이 남긴 것으로 알려진 이 말은 개인이 주목받는 시대에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다. 물건, 특히 명품을 판매하는 이들은 광고 속에 당신이 구매하는 것이 곧 당신이라는 메시지를 은연 중에 혹은 명시적으로 집어넣는다. 20세기 문화의 총아인 자동차를 파는 이들은 당신이 타는 차가 당신을 말해 준다고 말하기도 한다. 궁극의 소비라 할 수 있는 주거공간의 결정에서 우리는 종종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드러낸다는 문구를 보는 경우도 많다. 사실 브리야사바랭의 원래 표현은 조금 달랐다. 그가 한 말을 정확히 하자면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였다. 곧, 신분에 따라 먹는 음식의 종류가 달랐던 시대에 이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그러나 오늘날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라는 말은 위에서 본 여러 종류의 변주들이 보여 주는 것처럼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한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표현이 됐다. ‘당신의 선택이 곧 당신’이라는 것이다. 나의 선택이 나를 드러낸다는 말은 매우 그럴듯하게 들린다.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선택으로 이뤄져 있고, 대부분의 순간에 누구의 간섭이나 강제도 없이 오직 나만의 사고와 판단을 통해 결정을 내린다. 곧 내가 내리는 선택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나타낸다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더 깊은 질문이 숨어 있다. 바로 ‘나는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 하는 질문이다. 다시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라는 말로 돌아가보자. 이 말에는 인간이 가진 또 다른 자연에 대한 믿음이 포함돼 있다. 입력이 출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우리 속담 중에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인간이 가진 매우 강력한 믿음이자 거의 모든 영역에서 참인 사실이다. 예를 들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성분은 결국 우리가 먹은 것이 소화 과정을 통해 흡수된 것이다. 우리가 내리는 선택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오늘날, 나의 판단과 선택이 내 뇌에서 결정된다는 것은 매우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 결정들은 내 머릿속 뇌신경들의 연결 패턴에 의존한다. 주어진 패턴에 대해 선택을 내려야 하는 외부 상황이 입력으로 주어지면 선택의 결과가 출력으로 정해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라는 질문은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뇌 신경의 패턴을 내가 어떻게 가지게 됐는가라는 질문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은 명백하다. 이 패턴은 지금까지 내가 취한 입력, 곧 내가 보고 듣고 읽은 지식과 정보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이들에게 있어서 그가 보고 듣는 지식의 양에 비해 읽기에 의한 정보의 양은 압도적으로 많으며, 또한 보고 듣는 것 역시 사실상 읽어서 얻는 것과 비슷한 형태로 저장된다는 점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무엇을 읽느냐에 따라 당신의 생각과 판단, 뇌 신경의 연결 구조가 결정된다.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당신의 선택이 당신의 인생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당신이 읽는 것이 곧 당신이다.
  • [강남순의 낮꿈꾸기] ‘일기장’과 권력의 야만, 그 평범성과 폭력성

    [강남순의 낮꿈꾸기] ‘일기장’과 권력의 야만, 그 평범성과 폭력성

    “왜 일기장을 선생님께 검사받아야 해요?” 독일에서 유아원을, 미국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다가 한국에 와서 초등학교 5학년에 들어간 나의 아이가 묻던 질문이다.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일기 숙제를 할 때마다 아이는 이 질문을 했다. 한글보다는 영어로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그래서 아이가 영어로 먼저 일기를 쓰면 내가 한국어로 번역하고, 아이는 그것을 제출할 일기장에 옮겨 쓰곤 했다. 매일 저녁 해야 했던 이 숙제가 아이에게는 지독하게 ‘부당한 것’이었다. 일기란 다른 사람이 보면 안 되는 것이라고 알고 있던 아이에게, 일기가 선생님께 제출하고 도장받는 ‘숙제’라는 것이 납득되지 않았다. 나는 이런저런 설명을 억지로 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아이를 이해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두 살 때 떠나서 독일과 미국에서 ‘공교육’을 받고 한국에 돌아온 아이에게, ‘일기 제출 숙제’는 자신이 한국에서 경험하는 ‘부당한 것’들 중 하나였다.●나치 피해자 유대인, 팔레스타인엔 현재 가해자 아이가 왜 일기장을 내야 하는지 학교에서 질문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선생님도 ‘숙제’라고만 했고, 반 아이들도 ‘바보같이 그것도 몰라? 그게 숙제니까 내야지’ 하며 놀렸다고 한다. 도처에서 ‘왜’로 시작하는 무수한 질문을 해 오던 아이는, 점점 한국 학교는 질문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숙지한 듯하다. 항의성 질문은 집에서만 하기 시작했다. ‘왜’ 일기를 숙제로 내야 하는가, ‘왜’ 운동장에서 한 학년 높다고 학년이 낮은 아이의 공을 마구 빼앗는가, 다른 아이가 잘못했는데 ‘왜’ 반 전체가 모두 벌을 받아야 하는가 등 대부분의 아이에게는 당연하고 익숙해서 ‘아무것도 아닌 일’이, 그 아이에게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폭력적인 일’이었다. ‘여기는 나를 사람 취급 안 해’라는 말이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횟수가 점점 많아졌다. 학교는 ‘교육 권력’을 가지고, 운동장의 아이들은 ‘학년 권력’을 가지고, 도처의 어른들은 ‘나이 권력’으로 한 아이가 고유한 ‘인격적 존재’임을 부정한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는 스스로 표현은 못 했지만, ‘나는 개체성을 지닌 한 인간이다’라고 항의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나를 사람 취급 안 해’ 하던 한 아이의 경험 그리고 그 아이가 일기 숙제에 항의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2019년 8월 9일 이후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소위 ‘조국 사태’와 관련돼 무수하게 쏟아진 기사 중에서 유독 나의 눈길을 끄는 항목이 있었다. ‘일기장 압수’이다.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집을 11시간 동안 수색하면서 조 전 장관 딸의 일기장을 압수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쓰던 일기장까지 압수하려 했지만, 결국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기만을 압수해 갔다고 한다.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며 ‘법 집행 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지독한 야만의 모습을 느꼈다. ‘그까짓 일기장’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기장 압수’가 내게는 ‘사람 취급하지 않는’ 법 집행 권력의 야만성과 폭력성의 단면으로 보였다. 일기란 무엇인가. 동물과 달리 인간만이 일기를 쓴다. 한 인간이 스스로 ‘개체성을 지닌 존재’임을 드러내는 행위라는 것이다. 일기란 자신이 자신과 나누는 가장 사적인 대화이다. 일기의 유일한 독자는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 자신의 일상사를 기록하기도 하고, 복잡한 상념을 정리하기도 한다. 또한 새로운 각오를 하기도 하고, 자신만의 고민과 딜레마를 적기도 하는 공간이다. 일기에는 사실적 표현, 상징적 표현, 또는 특정한 정황을 알아야만 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표현도 있다. 객관적 정보만을 기록한 ‘일지’와는 근원적으로 다르다. 일기란 개별인으로서의 한 인간의 고유한 존재 방식인 것이다. 무슨 엄청난 국가적 반역죄라도 저지른 사람인가. 법 집행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지극히 사적인 일기까지 압수한 후, 그 일기를 어떻게 소비했을까. 일기장에 나오는 글귀에서 혹시나 자신들이 이미 구성한 틀에 들어맞는 단서라도 있을까 하여 여러 사람이 번갈아 돌려 보았을 것이다. 마치 조립된 장난감을 뜯어내듯, 한 사람의 내적 세계를 담은 글들을 조각내어 분해했을 것이다. 법 집행 권력의 야만성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법 집행 권력이 그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모든 사건들에 공평하게 행사돼야 한다. ‘선별적 법 집행’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법 집행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집행 과정에서, 사람을 사람으로 취급하는 인간 존중 정신을 그 기본적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조 전 장관 딸의 고등학생 시절 일기장까지 압수수색하는 그 법 집행 권력은, 공평하거나 또는 인간 존중의 정신은 부재한 폭력적 남용이다. 문제는 이렇게 인간 존중 정신이 부재한 폭력적 권력 남용의 문제가 우리의 일상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옷을 입고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 국가 인권위원회가 정부에 입법을 권고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지금까지 7차례나 추진됐지만 이제껏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커다란 걸림돌은 기독교 단체들이다. 지난 6월 29일 이 법이 다시 발의되자마자, 예상대로 수백 개의 기독교 단체들이 결사적인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옹호법’이라고 왜곡하고 있다. 기독교 주류 교단에 속한 교회들조차도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목회자들이나 신학대학생들을 ‘이단’ 또는 ‘범죄자’ 취급하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종교 권력’이 어떻게 야만성을 드러내면서 성소수자들은 물론 그들과 연대하는 사람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지 보여 준다. 1938년 나치 독일이 세운 첫 ‘죽음의 강제수용소’라고 알려진 오스트리아 린츠의 ‘마우트하우젠 강제수용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수용소 박물관에 전시된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관한 자료들을 살펴보다가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한 사진이 있었다. 수용소에서 해방된 유대인들이 독일군을 죽여 발가벗긴 주검 위에 나치 문양을 새기고, 온몸에 상처를 내어 수용소 철조망에 X자로 걸어 놓은 사진이었다. 철조망 위 독일군의 시체 사진은 그가 얼마나 끔찍한 죽임을 당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과거의 피해자’들이었던 유대인들이 연합군의 승리 후 수용소에서 해방을 맞이하면서 어떻게 ‘현재의 가해자’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사진이었다. 나치 시대의 피해자였던 유대인 집단이 ‘이스라엘’이라는 국가 권력을 가지게 되면서, 팔레스타인에 무자비한 공격을 가하는 것과 같다. ‘과거의 피해자’들이 권력 집단을 구성하게 될 때 ‘현재의 가해자 집단’으로 전락하곤 한다. ‘과거의 피해자성’을 현재 타자들에 대한 폭력과 야만성을 정당화하는 담보로 삼곤 하는 경우이다. 베르나르 앙리 레비는 그의 책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에서 인간이 추구하는 ‘권력의 야만성’에 대해 예리한 분석을 한다. 그의 분석은 권력을 가지게 된 이들이 권력의 유지와 확장 그리고 절대화를 위해 어떻게 폭력적 ‘야만성’을 드러내는가를 보여 준다. “권력 없는 사회는 없고, 남용 없는 권력은 없다”라는 레비의 말은 우리의 일상 속에 자리잡고 있는 다층적 권력 구조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하도록 촉구한다. ‘권력’ 자체는 좋거나 또는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그 권력을 어떻게, 무엇을 위해, 누구의 이득을 확장하는 데에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권력의 기능은 천차만별이다. ●개체성 무시하는 권력은 야만적 집단권력 전락 우리의 일상 세계에서 법 집행 권력, 교육 권력, 종교 권력, 과거 피해자 권력, 젠더 권력, 재벌 권력 또는 언론 권력 등 모두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양태의 권력은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그리고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권력의 야만성은 한 사람의 삶을, 가족들의 삶을 그리고 모두의 인간됨을 파괴하고 짓밟는다. 그렇다면 ‘인간의 얼굴을 한 권력의 야만성’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여타의 권력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이 있다. ‘추상적 인간 존중’이 아니라 ‘얼굴’을 가진 개별인으로서의 ‘인간 존중’이다. ‘얼굴이야말로 윤리가 시작되는 자리’라는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기장’이 상징하는 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개별인들의 ‘개체성’이며 고유한 ‘얼굴’이다. 그 개체성을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취급하는 권력은, 어떤 양태의 권력이라 해도 야만화된 집단 권력으로 전락한다. 모든 권력이 무엇보다도 한 개별인을 사람으로 취급하고 존중하는 권력이 돼야 하는 이유이다.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그들의 시선] “눈 잃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행복을 선물하는 의안사

    [그들의 시선] “눈 잃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행복을 선물하는 의안사

    “눈을 잃고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물해 드려라.” 최윤신(41)씨가 의안 제작 기술을 배울 때 스승에게 들은 조언 중 가슴에 가장 깊이 새긴 말이다. 최씨의 스승은 50년 동안 의안을 만든 그의 아버지 최인평씨.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의안사 길을 걷는 최윤신씨를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의안소에서 만났다. 최씨는 2004년부터 의안사 길을 걸었다. 여기에는 의안사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는 “공안과 의안부 파트에서 근무하신 할아버지가 의안을 제작하셨고, 저희 아버지가 할아버지 밑에서 배우셨다. 그리고 아버지가 저에게 기술을 전수해 주시면서, 3대째 의안을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현재 아버지가 운영하던 의안소를 책임지고 있는 최씨에게 의안사로 일하면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는지 묻자, 그는 “착용자가 웃으며 돌아갈 때”라고 답했다. 이는 “눈을 잃고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물하라”라고 가르친 최씨 아버지의 가르침 때문이다. “아버지께서는 환자들에게 웃음을 드리라고 강조하셨습니다. 환자들은 장애를 가진 부분에 대해 우울함이 있을 수 있기에, 그 부분을 기술로 조금이나마 치유해 드리고 웃게 만들라고 하셨어요. 그런 아버지의 말씀을 늘 기억하면서 의안 제작에 임하고 있습니다.” ‘의안’은 병변이나 사고로 안구를 적출하거나, 선천적 또는 후천적 안구 발육 불량으로 인해 실명한 경우, 눈의 역할을 대신하는 인공 보형물을 말한다. 의안을 만드는 것은 의안사 몫이다. 최씨는 “의안 만드는 모든 과정이 중요하지만,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눈의 모양, 초점, 색상, 착용감”이라고 강조했다.이어 그는 “초점의 경우 조금의 오차라도 있으면 눈동자가 바깥으로 향하는 외사시나 안쪽으로 몰리는 내사시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착용감이 중요하다”며 “착용감이 떨어지면 이물감이나 통증까지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마무리 작업에서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안 제작은 의사의 보장구처방전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의안 제작 공정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한 개 제작에 6시간이 소요된다. 제작비용은 80만원에서 100만원이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장애인보장구 급여비’에 따르면, 의안은 5년 한 번씩, 의안 보장 상한액 62만원(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62만원 지원)의 90%인 55만8000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5년에 한 번 교체할 때 보조금을 지원받는 것에 대해 개선의 목소리도 있다. 최씨는 “의안 재료의 수명을 평균 3년으로 보기 때문에 저희가 추천하는 의안 사용기간은 3년 정도이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지원 기간이 조금이라도 단축되어 착용자들이 좀 더 나은 의안을 착용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최씨에게 의안사란 어떤 직업이냐고 묻자, 그는 “실명된 눈의 미용치료사”라고 정의하며, “실명이라는 아픈 단어에 제가 가진 기술로 콤플렉스나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 줄 수 있는 사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의안사로 살아가는 그의 직업적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답변이다. 아픈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행복을 딸에게도 전해주고 싶다는 최씨. 그는 “제가 아버지 대를 이은 것처럼 제 자녀가 저를 이어 의안사를 한다고 하면, 행복할 것 같다”며 “제가 일을 하면서 느끼는 자부심, 그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행복감을 제 자녀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영상 박홍규, 문성호, 김형우, 임승범 gophk@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심판에 항의하다 구속된 인천야구 대부 김진영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심판에 항의하다 구속된 인천야구 대부 김진영

    3일 미국 플로리다주 자택에서 숙환으로 향년 85세를 일기로 영면에 든 김진영 전 삼미 슈퍼스타즈 감독에게는 불행한 기억이 있었다. 요즈음 야구 팬들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로 구속 기소됐다. 부음이라면 당연히 긍정적인 면뿐만 아니라 억울한 일이나 흠결도 가감 없이 들여다봐야 한다고 믿는다. 1983년 6월 1일 MBC 청룡과의 잠실 원정 경기 도중 심판 판정에 항의하며 폭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퇴장 당하고 구속까지 됐다. 연맹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구속됐으면 문제가 다른데, 전두환 정권 차원에서 개입해 문제의 소지가 다분했다. 용장인데도 단 한 명의 선수에게 질질 끌려다녔다. 장명부로 한 시즌 427이닝 30승 16패 6세이브라는 말도 안 되는 괴력을 발휘한 그에게 의존해 돌풍을 일으켰다. 장명부를 앞세워 전기리그 1위를 달리며 “작년의 그 삼미 맞나?” 할 정도로 선풍을 일으키던 문제의 그날, 0-1로 뒤진 8회초 2사 만루 기회에서 최홍석이 좌전 적시타를 날리며 주자 둘을 홈으로 불러들였는데 정작 주심은 2루 주자 이선웅의 득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1루 주자인 김진우가 3루까지 뛰다 태그아웃된 것이 2루 주자의 득점보다 빨랐다고 판단했다. 김진영 감독이 주심에게 달려가 거칠게 항의했지만 소용 없었다. 머리로 주심의 배를 들이받고 유니폼 상의를 풀어헤친 채 폭언을 퍼붓다가 백스톱 그물 뒤에서 경기를 빨리 속개하라고 외치는 심판위원장의 넥타이를 잡아 끌다가 드롭킥을 선사하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결국 김 감독은 퇴장당했고 이종도에게 끝내기 안타를 얻어맞아 팀은 1-2로 졌다. 문제는 어느 높으신 분이 생중계로 보며 “저러면 안되는데 말이지…” 라고 혀를 끌끌 찼는데 아랫사람들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어린이에게 꿈을 주는 야구장에서 그런 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정의사회 구현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연맹에 뭔가를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김 감독은 다음날 롯데 자이언츠와의 구덕 원정경기가 끝난 뒤 쇠고랑을 차고 말았다. 그 전해에는 대통령배 전국농구대회 도중 상대 얼굴에 주먹질을 가한 선수도 구속 기소됐으니 그 시절은 그랬다. 김 감독은 결국 벌금 100만원에 약식 기소됐고, 삼미 구단은 1983년 6월 3일 그를 일시 퇴진시켰다. 1984년에 복귀했으나 장명부의 힘이 빠지며 팀은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고, 1985년에는 KBO 리그 최다인 18연패의 수모를 작성했다. 그나마 2020년 6월 12일 한화 이글스가 타이를 이뤄줬다. 김 감독이 장명부에 끌려다녀 투수 운용까지 맡긴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감독은 청보 핀토스 감독까지 맡았지만 결국 물러났고, 1990년 롯데 자이언츠 지휘봉을 잡았지만, 그해 8월 28일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그의 KBO리그 사령탑 성적은 121승 8무 186패다.1935년 인천 앞바다 승봉도에서 태어난 고인은 삼미의 초대 사령탑을 지낸 고(故) 박현식 전 감독과 함께 ‘인천 야구의 대부’로 통했다. 인천고를 세 차례나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어 ‘인천이 낳은 최고 야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실업 야구 시절에는 한국 국가대표 유격수로 뛰었다. 선수 생활을 마친 뒤에는 중앙대, 인하대 감독을 지냈다. 육군 경리단, 교통부. 철도청에서 뛰는 동안 국가대표 유격수로 활동해 유격수 계보의 시초로 여겨진다. 그 뒤 국가대표 유격수 계보는 박정일-하일-김재박-이종범-박진만-강정호로 이어진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고 이종남 대기자가 쓴 책 ‘인천야구 이야기’에는 실업야구 선수 시절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큰 부상을 입은 상황이었는데 중요한 경기에는 환자복을 입은 채 병원을 빠져나와 동대문야구장에서 유니폼을 갈아입고 대타로 나와 홈런을 친 뒤 다시 유유히 환자복 갈아 입고 병원으로 돌아왔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진다. 고인의 아들은 ‘미스터 인천’이란 애칭으로 아버지보다 유명해진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이고, 조카가 김풍기 심판이다. 인천 청기와장례식장 101호에 빈소가 마련됐다. 발인 5일 오전 6시.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전문] 추미애 “검사는 인권감독관…균형 잡힌 검찰권 행사해야”

    [전문] 추미애 “검사는 인권감독관…균형 잡힌 검찰권 행사해야”

    추 장관, 신임 검사 임관식 참석“검사는 인권 옹호의 최고 보루절제되고 균형잡힌 권한 행사해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신임 검사 26명을 향해 “검찰은 국민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탄생한 기관이고, 검사는 인권 옹호의 최고 보루”라면서 “검사는 인권감독관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절제되고 균형 잡힌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외부로부터 견제와 통제를 받지 않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면 필연적으로 권한 남용과 인권 침해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최근 ‘n번방 사건’을 거론하며 “인간의 삶과 존엄성을 짓밟는 범죄가 드러나 크나큰 충격을 줬다. 여성, 아동, 청소년, 저소득계층 등 약자의 권익이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추 장관은 ‘지기추상 대인추풍’이라는 한자성어를 언급하며 “스스로에게는 엄격하되 상대방에게는 봄바람처럼 따스한 마음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권력기관 개혁은 국민의 열망을 담은 시대적 과제”라며 “검찰에 집중된 과도한 권한은 분산하고 검경이 상호 견제하고 균형을 이뤄 민주적인 형사사법 제도로 가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역할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여전히 부패·경제·선거 등 중요 범죄에 대해 수사를 하고 경찰의 수사를 통제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덧붙였다.당초 이날 추 장관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둘러싼 검찰 안팎의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있었지만, 검찰개혁과 신임 검사들에 대한 원론적인 당부 수준의 인사말만 하고 자리를 떴다. 추 장관은 임관식 직후 “검찰 인사가 늦어진 배경이 무엇인가”, “검찰총장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할 것인가”, “한동훈 검사장과 정진웅 수사팀장의 몸싸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 기자들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아래는 추 장관 발언 전문. 여러분 모두가 검사의 직을 잘 수행하겠지만 쉽지 않은 길입니다. 몇 가지 당부 말씀 드리겠습니다. 절대 명심하셔야 합니다. 검사는 인권감독관으로서 수사의 적법성을 통제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검찰은 국민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탄생한 기관이고 검사는 인권 옹호의 최후의 보루입니다. 경찰 수사를 통제하고 공소를 유지하는 법률가이자 기소관으로 기능을 할 것입니다. 외부로부터 견제와 통제를 받지 않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면 필연적으로 권한남용과 인권침해의 문제가 발생하겠죠.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인권을 최우선 고려하면서 절제되고 균형잡힌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범죄로부터 선량한 시민과 공동체를 보호하는 일에 정의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n번방 사건 등 잘 아시죠? 인간의 삶과 존엄성을 짓밟는 범죄가 드러나 우리 사회에 크나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검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소임을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았습니다. 특히 여성 아동 청소년 저소득 계층 등 우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이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주십시오. 우리 사회에 국민이 요구하는 정의가 살아 숨쉴 수 있게 하는 국민을 위한 검사로 성장해주실 것을 기대하겠습니다. 셋째, 지기추상 대인통풍이라는 그런 말이 있습니다. 검사는 스스로에게는 엄격하되 상대방에게는 봄바람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접하게 될 수많은 사건들은 누군가에겐 인생이 걸린 중요한 사건입니다. 원칙만을 앞세워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그런 검사가 아니라 소외된 약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아픔을 함께하며 우리 사회의 실질적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검사가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신임검사 여러분 권력기관의 개혁은 국민의 열망을 담은 시대적 과제입니다. 법무부는 형사사법의 주무부처로서 지난 1월부터 수사권 개혁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번 개혁으로 검찰에 집중된 과도한 권한을 분산하고 검찰 경찰이 상호견제하고 균형을 이루어 민주적인 형사사법 제도로 가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다고 검찰의 역할이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검찰은 여전히 부패 경제 선거 등 주요범죄에 대해 수사하고 경찰 수사를 통제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신임 검사 여러분들도 새로운 제도의 취지를 잘 이해해서 수사권 개혁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검사로서의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되는 여러분에게 주어진 책무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英 해변서 4.5m 괴생명체 사체 발견…“고래로 추정”

    英 해변서 4.5m 괴생명체 사체 발견…“고래로 추정”

    영국의 한 바닷가에서 몸길이 4.5m의 괴생명체 사체가 발견돼 그 정체를 두고 갖가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메트로 등 현지매체는 2일(이하 현지시간) 지난달 29일 잉글랜드 북서부 머지사이드주(州) 해안도시 사우스포트에 있는 에인스테일 해변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 사체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 소식은 발견 당일 에인스테일 커뮤니티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익명을 원한 한 남성 주민은 이날 해당 해변에서 이와 같은 동물 사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주민들에게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느냐고 질문하며 코끼리나 고래 또는 괴물인가라고 되물었다.아울러 그는 사진 속 괴생명체 사체의 몸길이는 약 4.5m이고 털이 많고 네 개의 지느러미발을 지닌 것으로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커뮤니티 회원들은 그의 제안에 동의하거나 바다코끼리나 소, 말 또는 당나귀 등 다른 의견들을 제시하며 동물 사체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히려고 했지만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또 같은 날 같은 해변에서 이 괴생명체의 사체를 영상으로 포착한 한 여성 주민은 이를 두고 “에인스데일 기형”이라고 부르며 “내 처음 추정은 어떤 고래라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32세라는 나이만 밝힌 이 여성은 또 “어떤 이들은 그것이 소나 말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난 전혀 모르겠다”면서 “그것이 털매머드이거나 불시착한 외계인이라는 주장이 내게는 가장 큰 흥미를 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은 또 거의 코끼리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여성에 따르면, 사진 속 사체에서는 악취가 풍겼다. 그녀는 “파리가 많고 악취가 나서 너무 가까이 접근하지는 않았다. 그 주위를 둘러보다가 실수로 바람이 불어오는 쪽에 갔다가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면서 “부패 수준이 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마치 세 개의 커다란 신체 부위가 합쳐져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모두 조금씩 달라서 내가 알아볼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내 눈에 여기저기 가죽이 약간 뒤틀린 것처럼 보였다”면서 “정체를 알아낼 수도 있는 머리가 안 보여 이상했는데 아마 아래쪽에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갈비뼈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위쪽으로 나와 있었다. 커다란 척추뼈가 피부를 투과해 비치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내츄럴 잉글랜드의 한 관계자가 사체를 조사하기 위해 현장에 왔었지만 그것을 혼자서 옮길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이에 대해 내츄럴 잉글랜드의 스테판 아일리프 수석고문은 “우리는 부패가 잘 되지 않은 상태의 동물이 에인스데일 해변으로 떠밀려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래 사체로 보이지만 정체를 확인할 계획”이라면서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이 해변에서 이 동물 사체를 제거하기 위해 처리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내츄럴 잉글랜드는 에인스데일 해변을 포함한 에인스데일 모래언덕 국립 자연보호구역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비정부 공공기관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에인스테일 커뮤니티 페이스북 페이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이해찬 “내일 부동산법 반드시 처리”…주호영 “월세가 주거 안정이냐”(종합)

    이해찬 “내일 부동산법 반드시 처리”…주호영 “월세가 주거 안정이냐”(종합)

    김종인 “세입자·임대인 갈등 더 높여”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월 임시국회 마지막 회기일인 4일 본회의에서 “부동산거래신고법, 종부세법을 비롯해 부동산 관련 법안, 민생경제법안이 반드시 처리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은 “누구나 월세로 사는 세상이 민주당이 바라는 서민 주거 안정이냐”며 정부·여당의 부동산 법안 개정을 비판했다. 이해찬 “신속한 법 처리, 혼란 진정 위한 것” 이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에서 임대차보호법 시행과 관련해 “이례적일 정도로 신속하게 법안을 시행한 것은 시장 혼란을 조기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20대 국회 때 통과될 것이 늦어져서 21대로 넘어온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당정은 제도 취지와 내용을 최대한 홍보하고 정부는 사례별로 정리해서 배포해 달라”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 제도 오해에 의한 갈등이 예상되니 신속하게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2분기 경제성장률이 -3.3%를 기록했지만 미국, 독일 등에 비하면 선방했다”고 자평한 뒤 “7월 중 수출감소세 둔화 등 경기신호가 괜찮아 이르면 3분기에 반등할 가능성도 있을 듯하다”고 기대했다. 이어 “특별재난지원금이 거의 소진 단계에 와서 소비 진작이 3분기에 이어지기 어려운데 당정이 내수 소비 진작 정책을 개발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김태년 “이명박·박근혜 정부서 부동산 폭등” 김태년 원내대표는 “부동산 폭등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간 누적된 부동산 부양정책 때문”이라면서 “부동산 과열을 조기에 안정시키지 못한 민주당 책임이 있다. 그러나 통합당도 부동산 폭등의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고 맞받아쳤다. 김 원내대표는 통합당의 비판에 대해 “(지금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폐단을 극복하고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면서 “민주당과 정부는 투기 세력과 결탁한 정책 흔들기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통합당이 부동산 정책을 두고 사적 소유를 부정하는 ‘공산주의’라고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비판한 데 대해 “철 지난 이념 공세로 부동산 정책을 흔들려는 통합당의 행태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선진국은 투기 차단,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차 상한제, 보유세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통합당 주장대로라면 미국, 독일, 프랑스도 다 공산주의 국가”라고 반박했다. 주호영 “월세 사는 고통 알기나 하나” 통합당은 거대의석을 바탕으로 일사천리로 법안을 처리하는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을 맹비난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부동산 관련 법 개정에 대해 “세입자와 임대인간 갈등 구조를 더 높였다”면서 “과연 이게 세입자를 위한 것인지 이해하기 굉장히 힘들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정책을 관철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종국에 가서는 주택 공급에 차질이 발생한다는 것까지 생각해 달라”고 지적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더욱 날을 세웠다. 주 원내대표는 “서민 누구나 월세로밖에 살 수 없는 세상이 바로 민주당이 바라는 서민 주거 안정인가”라며 여권의 ‘임대차 3법’ 강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온다’는 민주당 윤준병 의원의 발언을 언급하며 “월세 사는 사람의 고통이나 어려움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로 국민이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데 여기에 세금을 올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민주당의 부동산 세금 정책으로는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전혀 잡을 수 없다. 시장을 교란하고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 원내대표는 윤희숙 의원의 본회의 발언을 놓고 민주당의 공격이 이어지는 데 대해서는 “반성하거나 향후에 제대로 하겠다는 다짐도 없이 개인을 공격하는 아주 치졸한 행태”라고 지적했다.통합 “민주, 반성 없이 윤희숙 공격 치졸”윤준병 “전세 소멸 아쉬워? 의식 수준이” 앞서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일 이른바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을 우려한 통합당 윤희숙 의원을 비판하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민주당이 속전속결로 단독 처리한 임대차 3법이 전세의 월세 전환을 앞당기는 등 세입자를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 윤 의원의 발언이 잇따라 반박에 나선 것이다. 박범계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의원은 자신이 임차인임을, 그 설움을 연설 처음에 강조했지만 (사실은) 임대인 보호를 외친 것”이라면서 “(윤 의원이) 하고 싶은 얘기는 결국 임대인 얘기”라고 말했다. 윤준병 의원도 임대차법으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란 윤희숙 의원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전세 소멸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전세제도 소멸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분의 의식 수준이 과거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3일에도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전세는 선이고 월세는 악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과정은 현재도 진행 중이며 지극히 자연적인 추세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남국 의원도 “임대차 3법으로 월세 전환이 가속한다는 주장의 논거를 찾기 어렵다. 추측에 불과하다”면서 “임차인을 걱정하는 척하면서 임대인 챙기자는 주장만 하지 말고, 진짜 어려운 임차인을 더 걱정해주면 좋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앞서 윤희숙 의원은 자신이 임차인이라며 소개한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자유발언을 통해 “전세제도가 너무 빠르게 소멸하는 길에 들어갔다”며 여권의 임대차법 속도전을 비판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여기는 남미] 모두 마스크 쓴 모범 시장과 시민들…알고보니 포토샵

    [여기는 남미] 모두 마스크 쓴 모범 시장과 시민들…알고보니 포토샵

    "돈을 주고 사지 않아도 되고 깜빡 잊었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재활용에도 문제가 없고 날씨가 더워도 숨을 쉬는 데 불편이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세계적으로 마스크 사용이 보편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마스크가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한번쯤 생각해본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기대 섞인 상상을 현실화(?)한 멕시코의 한 시장에게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주(州)의 지방도시 코몬두의 시장 왈테르 발렌수엘라 아코스타는 최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자신의 활동상을 기록한 복수의 사진을 올렸다. 발로 뛰어다니면서 시민들을 만나 위로하고, 경찰 등 공무원들을 격려하는 사진들이다. 아코스타 시장은 "이번 목요일(사진을 찍은 지난달 30일)은 매우 생산적인 하루였다"면서 "우리의 친구들(시민들을 지칭)을 찾아가 무엇이 필요한지 말을 들어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언제나 가까운 곳에서 모든 시민들과 함께한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고, 모든 방역수칙을 지킨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도시 곳곳을 돌며 시민들을 방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과 글을 보면 이런 모범적인 시장이 없다. 하지만 그에겐 칭찬 대신 조롱과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마스크였다. 아코스타 시장이 올린 사진을 보면 포즈를 취한 시장과 시민들은 하나같이 하늘색 마스크를 하고 있다. 답답하다고 코를 드러내거나 삐딱하게 마스크를 쓴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네티즌들은 사진을 살펴보다 곧 무릎을 쳤다. 사진 속 인물들이 모범적으로 착용하고 있는 마스크는 포토샵으로 엉성하게 덧붙인 가짜였기 때문. 아코스타 시장의 사진과 글엔 조롱 섞은 댓글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한 네티즌은 "멕시코 코문두가 세계 최초로 '디지털 마스크'를 만들어 보급했군요. 이제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가 되겠습니다"며 비꼬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조잡하게 조작한 사진이네요"라면서 "더 늦기 전에 마스크 착용하지 않고 돌아다녔다고 즉각 사과 하시죠?"라고 지적했다. 미래를 예상한 네티즌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시장이 발뺌을 하기 위해) 이제 곧 SNS 계정이 해킹을 당했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예언(?)을 했다.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아코스타 시장은 무슨 배짱인지 아직 사진에 대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버티기를 하고 있다. 공식 사과도 없었다. 한편 멕시코는 브라질, 콜롬비아와 함께 중남미에서 코로나19 인명피해가 가장 큰 국가다. 바하칼리포르니아에선 지금까지 확진자 4270명, 사망자 196명이 나왔다. 아코스타가 시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코문두에선 최소한 300명 이상의 확진자와 19~24명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세종로의 아침] 당구 프리미어리그/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당구 프리미어리그/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음습한 지하실. 흔들리는 오렌지색 백열등을 뒤로하고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그 아래 큐를 어깨에 걸친 채 녹색천이 깔린 당구대 한쪽에 걸터앉은 사내의 거친 한마디. 그러고는 잽싸게 품 안에서 꺼내 들어 득달같이 휘두른 주머니칼에 쓰러지는 또 한 사내의 단말마 같은 비명. 당구는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낯익은 듯한 폭력 영화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배경으로 등장했다. 규격화된 테이블 위에 놓인 여러 개의 공을 룰에 따라 긴 막대기인 큐 끝으로 쳐서 승부를 가리는 스포츠인 당구는 다른 종목에 견줘 그다지 몸을 많이 쓰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남녀를 가릴 것 없이 큐를 잡는 자세가 도발적으로 보이는 데다 흔히 ‘맛세이’(프랑스어 ‘마세’의 일본식 표기)라 부르는 찍어치기 등 마초적인 이미지가 상당히 강하다. 한국의 당구는 태생부터 우울하다. 첫선을 보인 건 대한제국 말년으로, 을사늑약을 도모하던 일본에서 전해졌다. 조선의 마지막 왕 순종은 나라가 망한 이후에도 당구를 즐긴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옥돌로 만든 당구대 2대를 일본에서 들여와 창덕궁에서 하루 2시간씩 포켓볼을 쳤다고 하니 국내 당구는 일제강점기와 함께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후 당구는 일본어를 그대로 차용한 경기 용어를 순화하지 않는 바람에 우리에겐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남아 있었다. 여기에 내기 요소가 보태지고, 1980년대 당구를 소재 또는 배경으로 한 폭력성 짙은 ‘홍콩 누아르’까지 뒤범벅되면서 우리에게는 부정적인 ‘갬블’의 한 종류로만 인식돼 왔다. 그러나 당구는 이제 엄연한 스포츠가 됐다. 일부 대학에서 예체능 특기생 선발에 당구를 포함시키고 체육과목에 세부 전공으로 택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당구는 2024년 파리올림픽 정식 종목에 노크하기도 했다. 고교 시절 당구장 출입 한 번에 혼쭐이 나고 심하면 정학까지 감당해야 했던 지금 50대들에겐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2019년 대한당구연맹 자료에 따르면 국내 당구장 수는 2만 4000여개로, 글로벌 커피기업인 스타벅스의 전 세계 매장을 합친 숫자 2만 3571개보다 많다. 당구 동호인도 120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지난해 국내 여섯 번째 프로 스포츠인 프로당구(PBA) 투어로 거듭났다는 사실이다. 지난 2월 최종전은 코로나19 탓에 치르지 못했지만 2019~20시즌 남녀 정규 14개 대회를 마쳐 첫 시즌 연착륙을 알렸다. 지난달 개막한 2020~21시즌 총상금은 정규 투어만 19억원으로 늘었다. 2부 투어를 활성화시키고 3부 투어까지 참여하는 승강제도 준비 중이다. PBA 투어는 국내의 한 스포츠마케팅사와 당구인들이 TF팀을 만들어 탄생시킨 옥동자나 다름없다. 이곳에는 두 CEO를 비롯한 미디어마케팅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는데 핵심 인물이 김영진 사무총장이다. 그의 손과 발을 빌려 이들은 ‘피겨여왕’ 김연아를 실력에다 마케팅 기획 등을 더해 스타 반열에 올렸다. 리듬체조 손연재도 발굴하고 이후 쇼트트랙 심석희, 체조 양학선, 골프 박인비· 유소연 등까지 스타들의 ‘화수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김 총장은 밴쿠버올림픽 당시 눈여겨본 ‘컬링’의 성장 가능성과 마케팅 가치에 주목하고 이를 상품으로 기획해 8년 뒤 평창올림픽에서 여자 컬링팀 ‘팀 킴’을 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2017년부터 2년 6개월 동안 ‘당구 마케팅’에 눈을 돌려 PBA 투어를 탄생시키고 첫돌을 넘긴 이들은 이제 PBA 투어 개인전에서 벗어나 단체전인 ‘팀리그’까지 출범시켰다. 팀리그는 프로당구의 새로운 장르다. 김 총장이 지난달 PBA 투어 개막전 직후 남긴 말이 유독 귀에 남는다. “우리 당구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처럼 가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그 종주국이 되는 거죠.” cbk91065@@seoul.co.kr
  • [이경우의 언파만파] 아라비아숫자의 영역 확대와 오해

    [이경우의 언파만파] 아라비아숫자의 영역 확대와 오해

    아라비아숫자는 만만하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전달되고 다가온다. 시각적 효과를 내며 의미의 선명성을 더한다. 읽는 게 아니라 보는 것 같게도 한다. ‘하나’보다 ‘1’은 때때로 단순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낳는다. 가수 헨리가 2014년 티브이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나도’ 대신 ‘1도’라는 표현을 썼다. ‘1도 모른다’ 식 표현의 시작이다. 퀴즈에 답하며 ‘모라고 했는지 1도 몰으갰습니다’라고 적었다. 의도적으로 ‘하나도’ 대신 ‘1도’라고 적은 것 같지는 않다. 캐나다 국적인 헨리는 한국어에 서툴렀고 맞춤법도 제멋대로였다. 많은 이들의 관심은 당연히 엉망인 맞춤법에 있지 않았다. ‘1도’라는 말에 그야말로 꽂혔다. ‘1도’는 ‘하나도’가 주는 평범함에서 벗어나 신선하기도 했지만 ‘신기’하기도 했다. 어쩌면 모두가 찾던 표현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나도 모른다’가 이미 ‘모른다’를 강조한 말이었지만, ‘1도 모른다’는 ‘더 남김없이 모른다’는 말로 들렸다. 여기에 언어유희적인 재미까지 선사했다. 이후 ‘1도’는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1도 없다’, ‘1도 안 챙긴다’, ‘1도 안 부럽다’, ‘1도 문제없다’는 말들이 흔하게 오간다. ‘1도 없어’란 노래도 나왔다. 기존 어법과 다르다는 이유에서 불편해하는 이들도 있지만, 일상의 대부분은 크게 마음에 두지 않는다. 이와 다르지만 비슷한 환경에 이미 오래 노출돼 있었던 것이다. 시간을 나타낼 때 ‘한 시’라고도 적지만 ‘1시’라고 적는 일이 더 흔하다. 이때는 읽는 것도 ‘한 시’라고 한다. ‘두 번째’도 ‘2번째’, ‘세 차례’도 ‘3차례’로 표현하는 때가 적지 않다. ‘삼일’ 동안을 나타낼 때는 ‘3일’을 더 선호한다. 쉽게 접하는 미디어들도 ‘3일’로 표현하는 예가 많다. ‘3일’을 가리키는 말 ‘사흘’도 있지만, 일부 세대에겐 상대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말은 아니었다. 시간이나 날짜를 가리킬 때 숫자가 더 익숙해진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한쪽에선 ‘하루이틀’을 장난스레 ‘1루2틀’이라고 적었다. 어쩌다 ‘사흘’이 ‘4일’을 뜻하는 말로 인식됐는지 ‘4흘’로 적는 일도 나타났다. 누군가 지나가는 투로 이러다 ‘사흘’을 ‘나흘’로 착각할까 우려했는데, 최근 이런 일이 실제 벌어졌다. ‘사흘’을 놓고 서로 뜨악해졌고, 온라인은 뜨겁게 달궈졌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는 ‘한 번’과 ‘1번’을 놓고 해프닝이 벌어졌다. 서울의 한 복지관에서 사전 투표 안내를 하며 ‘도장을 1번만 찍으세요’라고 적힌 유인물을 배포했다가 1번 후보를 찍으라는 것이냐는 항의를 받았다. 숫자가 항상 선명하진 않다. wlee@seoul.co.kr
  • 순수한 맹신, 칼을 든 아이

    순수한 맹신, 칼을 든 아이

    아메드(이디르 벤 아디 분)는 이네스(메리엄 아카디우 분)에게 인사하지 않는다. 진정한 이슬람교도는 여자와 악수하지 않는다는 종교적 믿음 때문이다. 이네스는 아메드가 어린 시절부터 그를 헌신적으로 가르친 교사다. 사제 간의 추억은 타협 없는 교리 앞에 무력하다. 참된 무슬림이 돼야 한다는 의식 아래 아메드는 이네스를 멀리한다. 이슬람 근본주의자 이맘(오스만 모먼 분)을 안 다음부터였다. 아메드는 딴사람이 됐다. 사촌이 무장 테러범, 이맘의 표현에 따르면 성전에 참전한 순교자가 됐다는 사실도 아메드의 변모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어디서 마주치든 알라의 이름으로 적을 죽여야 한다. 그것이 지금 아메드가 가진 신조다. 그래서 아메드는 이네스를 살해하려 한다. 그녀가 이슬람 율법을 어긴 배교자라는 이유에서다. 이네스는 돌봄 교실 아랍어 수업에서 노래를 활용할 생각이었다. 이게 문제인가? 이맘이 보기에는 심각한 문제다. “예언자의 신성한 언어를 노래로 배우는 건 신성 모독”이라는 그의 주장을 아메드는 순순히 받아들인다. 아메드는 이네스를 처단하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주저하지 않는다. 아메드는 칼을 들고 이네스의 집으로 간다. 이것이 ‘소년 아메드’의 초반 이야기다. 언제나 현재를 영화화하고, 현재에 맞서야 한다고 피력하는 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감독. 이 작품에서 이들은 광신주의의 폭력과 마주한 유럽의 현재를 초점화한다. 다르덴 형제는 도덕군자처럼 굴지 않는다. 도덕군자의 말씀을 그대로 옮긴다고 좋은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자칫하면 그런 가르침은 원리주의로 귀결된다.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을 단순하게 가른다는 뜻이다. 거기에는 일방적인 칭송과 비난밖에 없다. 좋은 영화는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의 모호한 경계를 탐색한다. 여기에는 섬세한 질문과 응답이 있다. ‘소년 아메드’에서 다르덴 형제는 끈질기게 현재를 묻고 현재에 답한다. 이 영화가 2019년 칸영화제 감독상을 허투루 받은 게 아니다. 그들은 아메드가 이네스를 찌르는 데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보다, 왜 아메드가 칼을 잡았는지, 어떻게 해야 아메드 스스로 칼을 내려놓게 할 수 있는지 심문한다.아메드에게 변화 가능성이 남아 있어서다. 그는 열세 살이다. 이 작품의 원제 ‘어린 아메드’(Young Ahmed)에서 다르덴 형제는 특히 ‘어린’에 방점을 찍었다. 전과 다르게 그가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그러는 데 필요한 여건을 제공할 책임이 어른에게 있다는 말이고. “신은 위대하시다”를 입에 달고 살던 아메드가 언제 신 대신 간절하게 “엄마”를 부르는지, “당신의 손을 잡지 않겠다”던 아메드가 어떤 순간과 맞닥뜨려 당신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지 관객은 유심히 봐야 한다. 이견이야 있겠지만 다르덴 형제는 본인들이 던진 질문에 분명하게 응답했다. 정말 신이 있다면, 신은 틀림없이 적대가 아닌 환대의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또 암초

    경남북과 전북 지역에 분포된 가야고분군 7곳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2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세계유산분과 문화재위원회에서 가야고분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 대상으로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다음달로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문화재위가 지난해 7월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1년 보류하면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가야고분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근거 ▲가야사 서술 ▲타 유산과 비교연구 등에 대한 결과가 여전히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달 문화재위 심의에서도 부결될 경우 내년 1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하려던 계획 또한 불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신청서 제출은 내년 9월로 또다시 1년 연장할 수밖에 없게 된다.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전략을 잘못 수립할 경우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등재 불가’ 판정으로 본선 라운드에도 진출하지 못하게 된다. 2009년 ‘한국의 백악기 공룡해안’(해남 우항리, 화순 서유리, 보성 비봉리, 여수 낭도리, 고성 덕명리)과 서울 ‘한양도성’이 대표적인 예다. 경남북도와 전북도 등 3개 광역자치단체는 공동으로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추진단’을 만들어 2022년 등재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야고분군은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을 비롯해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사적 제341호), 함안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 합천 옥전 고분군(사적 제326호), 고성 송학동 고분군(사적 제119호),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사적 제514호),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사적 제542호) 등 7개 유산으로 구성된 연속유산이다. 노세균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추진단 사무국장은 “다음달 문화재위 심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2000자 인터뷰 42]정세현 “北의 월북자 공표, 南에 방역협력 메시지”

    [2000자 인터뷰 42]정세현 “北의 월북자 공표, 南에 방역협력 메시지”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은 재월북한 탈북자가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된다고 북한이 공표한 데 대해 “남한이 방역협력 의사를 보내면 받을 용의가 있다는 숨은 메시지가 있다”면서 “2기 외교안보팀이 구성된 만큼 조속히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대북 제안을 발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수석부의장은 지난달 29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2기팀의 임무는 2018년 초의 상황으로 남북관계를 복원해 차기 정권에 넘기는 것”이라면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학생운동한다는 기분으로 한미워킹그룹의 사실상 무력화 등을 관철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정 수석 부의장과의 일문일답.-북한이 지난달 26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열어 코로나19 감염과 개성 봉쇄를 공표했는데 의도는. “나쁜 쪽으로 생각하면 개성은 남북 접촉의 최남단이고 남북 연락사무소도 있었던 곳이다. 남북 접촉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 청정국이라 자랑했던 북한이 국제지원을 요청하려는 뜻도 있다고 본다. 또 하나, 남한이 적극적으로 방역협력 의사를 보내면 받을 용의가 있다는 숨은 메시지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경축사와 취임 3주년 연설을 통해 방역 협력을 얘기하면서 생명 공동체를 만들자고 했다. 남한이 어떻게 판독하느냐는 통일부 일이다. 인도적인 사업은 한미워킹그룹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 방역협력 등을 재차 제안하면 남북 관계를 다시 열어 나갈 수 있다.” -정부의 누가 할 일인가. “통일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이 새로 임명됐으니 NSC 상임회의를 열어서 대북 제안을 발표하는 절차를 밟으면 좋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2기 외교안보팀을 어떻게 보나. “2기팀 인적 구성의 특징은 지북파(知北派)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 재직과 퇴임 이후 대북 사업을 많이 했다. 북쪽 사람들 말귀를 알아듣고 코드를 읽을 수 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북쪽을 잘 아는 사람이다. 이인영 장관은 국회의원 출신이지만 남북관계를 치고 나갈 의지가 있다. 2기팀은 1년 8개월 남은 문 대통령 임기 안에 남북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복원이라 함은 4·27 판문점 선언을 만든 2018년 초 상태로 남북관계를 리셋(되돌림)하는 것이다. 복원된 남북관계를 차기 정권에 넘겨주는 역할이다.”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실행이 중요한데. “방역사업도 좋지만 이산가족 상봉도 명분이 좋다. 내 경험으로는 북한의 이득이 있어야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 과거엔 쌀과 비료였다. 2000년 6월 15일 이후 노무현 정부 말년까지 8년간 이산가족 상봉사업을 16번이나 했다. 비결은 쌀과 비료가 일정하게 간 것이다. 이산가족 사업을 한다면서 북한이 손해는 안 나게 해 줘야 한다. 왜 손해인가 하면 우리는 있는 옷 입고 상봉장에 나가면 되지만 저쪽은 옷을 다 해 입혀야 한다. 사람 찾는데도 우리는 행정 전산화로 수월한데 북쪽은 수작업으로 일일이 찾아야 한다. 행정력이 엄청 동원된다. 남한이 보낸 200명 명단 가운데 100명 확인하는 데도 힘이 든다. 실비는 보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 아울러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에 맞춰 준공하려는 평양종합병원 공사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건물만 지으면 뭐 하나, 기자재도 들어가야 한다. 그런 걸 인도적 사업으로 분류해 유엔 승인이 필요하다고 호소해야 한다. 식량 지원도 묶어서 대북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 국정원 대북 라인이 아직은 가동이 될 건데 북한에 미리 ‘이런 제안이 나가는데 깊은 뜻이 있는 거다. 이거 되면 줄줄이 여러 가지가 나오게 돼 있다’고 알려줘야 한다.” -특사 파견 말이 나온다. “못 할 건 없지만, 개성 남북연락소 폭파에 따른 국민 정서를 생각한다면 국민 절반 가까이를 대변하는 보수 언론으로부터 상당히 비판받을 것이다. 특사 파견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물밑 예고를 통해 끌어내는 게 낫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어느 쪽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에 이로울 것이라 보는가. “둘 다 비슷하다. 트럼프가 처음 북미정상회담에 나올 때는 그가 대통령인 게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얘기해서 비핵화에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그 얘기는 트럼프에서 끝났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부터는 없었던 일이 됐다. 국무부, 국방부, 백악관 모두 대통령을 왕따시키고 과거 선비핵화 논리로 북한을 압박했던 대북 정책 코드가 부활했다. 바이든이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박지원 원장은 11월 미국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얘기했다. “리선권 외무상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2년을 맞아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으면 대화에 나갈 생각이 없다고 했고, 7월에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새판을 짤 용의가 있다는 게 확인될 때까지 안 나가겠다고 했다. 트럼프가 대선 전에 새판을 짤 용의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스냅백(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 해제를 철회) 조항을 넣은 스몰딜의 가능성은. “빅딜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스몰딜로 시작해서 북한도 만족할 수 있는 스냅백을 전제로 한 제재완화라는 북한식 단계적 동시행동으로 가자는 합의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한미 협의가 이뤄지기는 힘들다고 본다.” -북한은 올해 1월 1일 ‘머지않아 세상은 새 전략무기를 보게 될 것’이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을 전했다. 북한이 미 대선 전까지 핵·미사일의 발사 중단(모라토리엄)을 지킬 것이라 보는가. “지난달 27일 노병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을 보면, 자위적 핵 억제력을 보유함으로써 나라의 안전과 미래를 담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미국이 건드리지만 않으면 핵 억제력을 과시하거나 쓸 필요가 없다고 난 해석했다. 새 전략 무기를 선보인다는 말을 뒤집거나 보류시킨 것이다.” -한국의 대선 국면에 접어드는 내년 하반기 이전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할까. “가능하다. 통일부 장관이 마중물을 잘 부어서 북한에 기대를 주고 인도적 사업이나 생명공동체 사업을 통해 물꼬를 트면 미 행정부가 출범하는 상황에 맞춰 다시 한번 북미의 다리를 놔주는 역할을 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 올해 안이라면 시간이 별로 없어 어려울 것이다.”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역학관계는 어떻게 봐야 하나. “굿캅, 배드캅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굿캅으로 남아 있는 걸 보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희미하게나마 열어 두고 있다고 본다. 김여정은 소관이 분명치 않은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이다. 그전에는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었는데 소관이 분명치 않은 사람이 대남 사업까지 총괄하는 걸 보면 조선노동당에서 제일 센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아닌가 추정한다. 조직지도부가 센 것은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김일성 주석 생전에 소관을 밝히지 않은 제1부부장이었다. 김정은과 김여정은 뗄려야 뗄 수 없는 정치적 이해공동체다.” -한미워킹그룹을 어떻게 해야 하나. “족쇄인 줄 모르고 우리가 뒤집어썼다. 순기능이 있다지만 역기능이 대부분이다. 2인 3각의 끈을 풀어야 한다. 하지만 완전히 없애는 것은 정권이 교체되기 전에는 어렵다. 통일부는 워킹그룹 밖에서 할 테니 외교부는 미국 가져가지 말라고 치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사실상의 무력화, 그 방법밖에 없다. 미국도 감내해야 한다.” -이인영 장관이 돌파할 수 있을까. “학생운동했던 기분으로 해 줬으면 좋겠다. 미국이 시비 걸지 않도록 이 장관이 치고 나가야 한다.” 황성기 평화연구소장 marry04@seoul.co.kr ■ 정세현은 누구 1945년 중국 헤이룽장성(북만주)에서 출생, 해방 후 귀국해 전북 임실에서 성장했다. 경기고,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 정치학 박사. 통일부 직원 출신의 첫 통일부 장관으로 김대중·노무현 두 정부에서 장관을 역임한 기록을 갖고 있다. 이화여대 북한학과 석좌교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원광대 총장을 거쳐 2019년 9월부터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저서로는 ‘모택동의 국제정치사상’, ‘담대한 여정’ 등이 있다.
  • 비올리스트 박경민 “안 되면 또 어때요.일단 도전해보세요”

    비올리스트 박경민 “안 되면 또 어때요.일단 도전해보세요”

    베를린 필 유일한 한국 종신 정단원… 일곱 살에 바이올린 시작비올라로 바꿔 열네 살에 홀로 유학… “베를린 필과 내한하고파”“아무리 근사한 와인병에 예쁜 라벨, 잘 만든 코르크 마개가 있다고 해도 와인이 없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앙상블에서 비올라는 그런 악기예요.” 모든 연주자들에게 자신의 악기가 와인이겠지만 “바이올린부터 첼로까지 모든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라는 비올리스트 박경민의 말을 보면 가히 첫맛과 끝맛을 다양하게 선사하는 와인과 비올라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유일한 한국인 종신 정단원이 된 뒤 베를린 필의 현악사중주로도 활동하는 그도 비올라 같은 존재감을 만들고 있다. 1년여 만에 귀국한 박경민은 지난달 26일 통영국제음악당과 28일 서울 여의도 신영체임버홀에서 피아니스트 손정범과 듀오 리사이틀을 가졌다. 3일 주한 독일문화원 연주를 앞두고 지난달 31일 종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이번 연주는 브람스와 베토벤, 코다이, 브루흐의 곡을 선정했는데 그 중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소나타 2번’은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한다. 훌륭한 곡을 쓰고도 악보를 찢어버릴 만큼 스스로가 얼마나 대단한지 몰랐던 브람스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데, 음악과 악기를 대하는 박경민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베를린 필의 정단원이 된 비결을 묻자 쑥스러운 듯한 웃음만 지었다. “열심히는 했어요”라면서 말이다. “인복도 많았다”며 자꾸 주변의 덕으로 돌렸지만 모든 기회는 그에게서 비롯됐다. 일곱 살 때 TV에서 우연히 사라 장의 바이올린 연주를 보자마자 무작정 “하고 싶다”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바이올린 특유의 높은 음색이 싫었다고 한다. 귀가 아플 만큼 거슬리니 하기 싫다는 투정이 늘었다. 그때 선생님(비올리스트 조성구)이 바이올린에 비올라 현을 끼워주었고, 한결 편해진 귀에 비올라 소리가 퍽 마음에 들어 악기를 놓지 않았다.그렇게 비올라를 쥔 지 3년이 지나 열네 살에 오스트리아 빈으로 홀로 유학을 떠났다. 부모님 없이 어린 나이에 연습에만 몰두하던 학창시절이 얼마나 고됐는지 자주 인상을 찌푸렸다. “사춘기와 슬럼프가 같이 와서 너무 힘들고 그만둘 생각도 많이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다 또 웃으며 “그 덕분에 일찍 어려움을 겪고 단단해진 상태로 베를린으로 가 본격적으로 연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의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 입학하며 비올리스트로서의 꿈과 목표가 굳어졌다는 것이다. 그 많은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고도 유독 오래 기억되는 베를린 필은 “감히 들어가고 싶단 생각도 못했고 동경만 했을 뿐”이었단다. 그러다 베를린 필 단원인 발터 퀴스너를 사사하며 2008년 열여덟 살에 최연소 객원연주자가 되기도 했다. 함께 무대를 서보니 욕심이 생겼고, 꼭 10년 만에 꿈을 이뤘다. 2018년 베를린 필의 수습단원이 됐고 입단한 지 1년 8개월 만에 단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받아 종신 정단원으로 승격했다. “‘안 될 것 같아’ 고민만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도전했어요. 어차피 잃을 것도 없고 또 안 되면 어때요?” 10일 베를린으로 출국하는 박경민은 다시 진심을 다해 달릴 계획이다. “베테랑 단원들 사이에서 초년병이니 열심히 잘 배우고 싶다”면서 “베를린 필과 국내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도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민주당 ‘막말프레임’ 갇힐 수 있어” 최고위원 후보 이원욱의 걱정

    “민주당 ‘막말프레임’ 갇힐 수 있어” 최고위원 후보 이원욱의 걱정

    법무부장관 말의 품격 통해 사안 본질 살려야 막말 내부 향한 칼날 될 수 있어더불어민주당의 ‘치고 나가는 말’에 대한 우려가 당내에서 제기됐다. 8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자칫 반복되다가 민주당이 <막말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말은 쉽게 칼이 될 수 있다. 민주는 자유로운 표현이 존중되는 사회이지만, 그러기에 더욱 말이 칼이 되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며 “그 말이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품격을 갖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집권여당으로서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로서 말에 품격을 높여야 한다”며 “자칫 반복되다가 민주당이 <막말프레임>에 갇힐 수 있으며, 그건 외부로 향하는 칼날이 아니라 내부로 향하는 칼날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의 이런 반응은 최근 당 내부에서 거친 언사들이 반복됐기에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세종시청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서울 한강을 배 타고 지나가면 ‘무슨 아파트 한 평에 얼마’ 그걸 쭉 설명해야 한다”며 “이런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고 발언해 구설에 올랐다. 추 장관이 지난 27일 국회 법사법위원회에서 윤한홍 통합당 의원에게 “소설 쓰시네”라고 발언해 통합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소병훈 의원이 지난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장 질의 과정에서 “법인이 갖고 있거나 1가구 2주택을 가진 사람들의 소유분으로 신도시 5개를 만들 수 있다. 저는 이 집을 사고팔면서 차익을 남기려는 사람들은 범죄자로 다스려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소 의원은 지난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토부장관을 상대로 현안질의를 하면서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투기꾼들을 형사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 내용이 잘못됐느냐”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 의원은 미래통합당의 과거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 해 미통당의 전신인 자한당 의원들이 곤혹스러워 한 것 중 한 가지가 있었다면 ‘막말 논란’이었다”며 “김순례, 이종명 의원의 5.18 망언으로 시작된 막말은 <프레임>이 되어 한국당을 괴롭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기심에 n번방 들어온 사람에겐 판단이 다를 수 있다“ 등 시대착오적인 황교안 대표의 막말은 ‘황교안, 잇단 막말..”라는 제목으로 연일 언론을 장식했고, 총선에서 야당 심판론이 힘을 얻는데 크게 명분으로 작용했음도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마지막으로 “검찰개혁위원회가 낸 수사지휘권의 분산이라는 좋은 내용이 말의 성찬으로 본질은 사라지고, 또 다른 논란으로 휘말릴까도 걱정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법무부장관을 비롯한 검찰개혁을 둘러싼 주체 모두가 말의 품격을 통해, 사안의 본질을 살려야 한다”며 “국민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검찰개혁 과정이 민주의 가치를 높일 뿐 아니라 우리 정치의 품격 역시 높이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직접 부실 검열한 부대에 지휘관으로?… ‘헤엄 월북’ 후속 인사도 뒷말

    직접 부실 검열한 부대에 지휘관으로?… ‘헤엄 월북’ 후속 인사도 뒷말

    ‘헤엄 월북’ 사건으로 해병 2사단장이 보직 해임된 가운데, 후임으로 조강래(56)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소장)이 대리 근무한다. 31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군 당국은 조 소장을 해병 2사단장 대리로 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안팎에서는 이례적인 인사라는 평가다. 해사 41기 출신인 조 소장은 이번 헤엄 월북 사건에서 직접 해병 2사단의 경계근무 체계의 검열을 지휘했다. 군 소식통은 “최근 조 소장이 여러 군데에서 발생한 경계실패 사례를 직접 점검하고 봐 왔기 때문에 보완 대책을 세우고자 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인물이 부족한 해병의 현실에 따라 ‘회전문 인사’의 한계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병 소장은 1·2사단장을 포함해 총 4명이지만, 2사단장이 보직해임 되며 총 3명이다. 준장 승진 인사가 별도로 없는 한 후속 인사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조 소장은 지난 2017년 해병 1사단장에 취임해 지난해 이미 사단장 보직을 마쳤다. 같은 보직을 한 번 더 한다는 것 자체도 흔치 않은 사례다. 이밖에 경계 실패 문책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합참은 이날 지휘 책임이 있는 해병대사령관(중장)과 수도군단장(중장)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 월북 사건이 일어난 인천 강화도 월곳리 일대 지역의 작전통제 및 지휘 계선은 해병 2사단장, 수도군단장, 지상작전사령관으로 올라간다. 지휘 계선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며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악마의 편집”→“어쨌든 죄송”…황운하, 뒤늦은 사과(종합)

    “악마의 편집”→“어쨌든 죄송”…황운하, 뒤늦은 사과(종합)

    지역구 물난리 와중에 ‘파안대소’ 논란황 “어찌 됐든 사려 깊지 못해” 사과글‘악의적 보도’ 비판했다가 삭제하기도 ‘지역구 물난리 와중에 파안대소’ 논란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뒤늦게 사과했다. 황 의원은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후 사정이 어찌 됐든 오해를 불러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사려 깊지 못했다. 먼저 수해 피해자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몹시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논란에 마음 아파하는 지지자분들에게도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더 진중해지고 더 겸손해지겠다.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앞서 황 의원은 언론이 악의적으로 보도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지우기도 했다. 그는 “사진 찍는 분의 요청에 따라 웃는 모습을 연출했고, 공교롭게도 TV 속에서 물난리 뉴스가 보도됐나 보다. 이 사진으로 ‘물난리 특보 나오는데 파안대소 구설수’라는 기사가 가능한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웃어야 할 순간이 있고, 심각해야 할 시간이 있고, 팔 걷어붙이고 일해야 할 때가 있겠죠. 웃는 모습이 필요한 순간에 침통해야 할 장면을 악의적으로 편집하면 전후 사정을 모르는 독자들은 속을 수밖에 없다. 악마의 편집”이라고 했다. 전날 황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대전의 수해 소식이 보도되는 가운데 웃고 있는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사진을 보면 황 의원은 민주당 박주민, 이재정, 김남국, 김승원, 김용민 의원과 모인 자리에서 크게 웃고 있다. 사진 배경의 TV에서는 대전의 물난리 소식이 보도되고 있었다. 미래통합당은 이 사진을 두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황규환 부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대전에서 물난리가 났다는 뉴스특보가 버젓이 방송되는데도 황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파안대소하고 있다. 민주당에는 자신들의 안위와 목적 달성에 대한 자축만이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전날 논란이 된 직후 황 의원이 “팩트를 교묘하게 억지로 짜 맞춰서 논란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관련 내용을 보도한 기사의 수준이 낮아 별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온라인상에서 비난이 쏟아졌다.“세월호 컵라면 장관 비난은 어떻게 생각하냐” 한 네티즌은 황 의원의 페이스북 댓글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이 체육관에서 컵라면을 먹었다고 비난받았던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본인이 미흡했고 부족한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진을 찍었다. 죄송하다’ 이 말이 그리 어렵나”라며 비판했다. 이 사진은 언론사가 촬영한 것이 아니라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것이므로 ‘악마의 편집’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함께 사진을 찍은 김남국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사진 찍는 보좌진이 ‘싸우러 온 사람처럼 왜 웃지도 않고 있느냐’라고 해서 우리 이제 친하다는 모습으로 웃는 장면이 나갔는데 악의적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사진들을 페이스북에 올렸던 최 의원은 논란이 일자 ‘사망자 발생 소식’ 자막이 포함된 사진 1장만 삭제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여기는 남미] 베네수엘라 국민, 코로나 감염 숨기는 이유… “무서운 정권”

    [여기는 남미] 베네수엘라 국민, 코로나 감염 숨기는 이유… “무서운 정권”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발현해도 이를 애써 숨기고 있다. 코로나보다 무서운 정권 때문이다. 현지 언론은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면 무조건 잡아가 격리시설에 가두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한다는 말이 주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며 "발열 등의 증상이 발현해도 숨기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포털 파남포스트에는 최근 코로나19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격리시설에 강제 수용됐던 한 남자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간이검사에서 엉터리 양성 판정이 나오는 바람에 격리시설에 수용됐다가 풀려났다는 남자는 "간이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무조건 잡아가 격리시설에 가두고 여기에서 다시 검사를 받게 한다"며 검사결과 나오기까지 사실상의 교도소 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자가 격리됐던 곳은 카라카스의 한 호텔이었다. 그는 "격리시설로 전환된 한 호텔에 들어가니 방마다 3명이 갇혀 있더라"며 "밖에서 문을 잠가 나오지 못하는 방에서 낯선 사람들과 한 침대를 사용하며 지내야 했다"고 했다. 그는 정식 코로나19 검사결과에서 음성판정이 나오면서 7일 만에 풀려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는 경찰과 군을 동원, 길에서 행인들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코로나19 간이검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즉각 결과를 알 수 있다는 간이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오면 바로 버스에 실려 격리시설로 이동된다. 격리시설에 들어가기 전 집에 들려 옷을 챙기거나 가족에게 연락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격리시설에서 다시 정시 검사를 받는데 결과가 나오기까진 7일이 걸린다. 일단 격리시설에 들어가면 최소한 7일은 붙잡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현지 언론은 언제부턴가 "열이 난다" "코로나19에 걸렸다"는 말을 하는 게 두려운 나라로 변해버렸다며 마두로 정부가 팬데믹에도 비밀경찰과 특별행동대를 앞세워 폭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베네수엘라 의료시스템은 사실상 붕괴 상태라는 고발도 잇따르고 있다. 의사 출신 상원의원인 윌리암 바리엔토스는 "수돗물과 전기 공급이 끊긴 병원이 수두룩하고, 1급 병원이라는 곳엔 엑스레이 장비조차 없는 경우가 확인됐다"며 "열악한 환경에 코로나19 확진자까지 늘어나자 의료시스템이 감당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술리아주에서만 의사 18명이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했다"며 "베네수엘라 의료시스템이 코로나19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마두로 정부 보건부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까지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7158명, 사망자는 156명이다. 하지만 현지 의학계에선 통계가 축소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여기는 베트남] 43년 만에 다시 만난 쌍둥이 형제 사연

    [여기는 베트남] 43년 만에 다시 만난 쌍둥이 형제 사연

    43년 만에 가족을 찾은 베트남 남성의 사연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외로움과 슬픔 속에 성장했던 깐의 사연은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살 무렵 어려운 가정 형편에 병든 아빠의 치료를 위해 엄마는 쌍둥이 아들 둘을 다른 집안에 입양보내기로 했다. 남편의 치료를 위해 집을 팔고, 홀로 이리저리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돈을 벌었지만, 도저히 5명의 자녀와 병든 남편을 돌보기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주변의 권유로 쌍둥이 아들 탄과 깐을 각각 박장(Bac Giang)성과 박닌(Bac Ninh)성의 가정에 입양을 보냈다. 깐은 입양되던 날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 잠에서 깨었을 때 낯선 집에는 부모님과 형제, 자매를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엄마,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울었던 기억이었다. 다행히 입양 가정은 형편이 넉넉해서 깐은 깔끔한 옷을 입고 학교도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11학년이 되던 해에 갑자기 어떤 사람이 찾아와 깐이 자신의 친아들이라면서 그를 데리고 갔다. 깐은 드디어 생부, 생모와 형제자매들을 만났다고 여겼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새로 온 집에서 그는 노예처럼 일만 했고, 혈육의 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26살이 되던 해, 그 집에서는 “사실 너는 우리의 친자식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털어놨다. 결국 그는 쫓겨나다시피 집을 나섰다. 수중에 얼마 남지 않은 돈을 들고 정처 없이 남쪽으로 향했다. 깊은 밤이 오면 ‘나에게도 엄마와 아빠가 있었더라면 이토록 비참하지는 않을 텐데…’ 라는 생각에 외로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목공과 페인트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홀로 외로운 나날을 보내던 그에게도 인생의 동반자가 나타났다. 그의 나이 37살, 사랑하는 여인을 아내로 맞아들였다. 그의 아내는 “그의 얼굴에는 가족의 부재에서 오는 슬픔이 묻어났고, 가끔은 넋이 빠진 듯 보였다”고 전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가족을 반드시 찾아주겠다”고 결심하고 실종 가족을 찾아주는 공공기관에 깐의 정보를 제공했다. 한편 깐의 부모는 쌍둥이 아들 중 탄을 20년이 지난 뒤 찾았지만, 깐의 소식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온 가족이 깐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그러던 중 실종 가족을 찾아주는 공공기관에서 드디어 깐의 정보를 가족에게 알려왔다. 드디어 지난 6월 온 가족이 드디어 깐을 만났다. 43년의 세월이 흘러서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날 밤을 꼬박 새우며 할 말을 생각했던 깐, 하지만 가족들을 만나는 순간에는 아무 말이 필요 없었다.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다. 또 한 가지, 자신이 쌍둥이였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왔던 깐은 본인과 똑같이 생긴 형제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쌍둥이 형제 탄을 보는 순간, 깐은 “놀라움에 말문이 막혔고, 기쁨에 가슴이 마구 뛰었다”고 말했다. 현재 깐은 부모님 집에 머물면서 형제들을 방문하고 있다. 특히 쌍둥이 형제와는 동일한 취미를 즐기며 일상을 나눈다. 아내는 “48년 만에 가장 완벽한 미소가 그의 얼굴에서 피어났다”고 전했다. 가족들은 조만간 그의 결혼식을 다시 열어줄 계획이다. 부모와 형제, 자매가 참여한 풍성한 결혼식이 될 것이다.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litta74.lee@gmail.com
  • 오바마, ‘대선 연기’ 트럼프 정면비판 “투표 좌절에 안간힘”

    오바마, ‘대선 연기’ 트럼프 정면비판 “투표 좌절에 안간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연기까지 언급하며 우편투표를 반대하고 나서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우편 투표를 훼손함으로써 국민의 (대선) 투표를 좌절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권력자들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존 루이스 하원의원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고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우편투표 확대에 따른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11월 대선 연기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후 백악관에서 개최한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연기를 원치 않는다”면서도 우편투표에 대해서는 재차 반대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심지어 우리가 여기 장례식에 앉아 있는 순간에도 (권력자들은) 투표소를 폐쇄하고, 소수인종과 학생들에게 제한적 신분법을 적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권력자들이 “외과수술식 정밀함으로 우리의 투표권을 공격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고, 장례식장에 참석한 추모객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그는 “우편 투표로 인해 사람들은 아프지 않게 된다”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우편투표 확대의 정당성도 거듭 강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울러 “우리는 (미국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모든 미국인이 자동으로 투표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계속 행진해야 한다”며 투표권법 개정을 촉구했다. 그는 투표권법 전면 개정에 반대하는 공화당을 향해선 “‘짐 크로’법의 유물”이라고 지적했다. ‘짐 크로’법은 미국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1965년까지도 남아 있던 인종차별 정당화 법률을 모두 일컫는 말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벌어진 주요 도시에 시위 진압을 위한 연방정부 요원을 투입한 것도 비판했다. 그는 “평화로운 시위대에 최루탄과 곤봉을 사용하기 위해 연방정부가 (시위 진압) 요원을 파견한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며 “이 나라 역사에서 어두운 흐름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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