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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당신의 의견은 당신이 아니다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당신의 의견은 당신이 아니다

    지난 칼럼에서는 당신의 선택이 곧 당신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와 반대되는 주장을 해 볼까 한다. 바로 당신의 의견은 당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의견과 사람을 구분하라는 말은 흔히 들을 수 있다. 이는 그만큼 우리가 의견과 그 의견을 낸 사람을 잘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최선의 결론을 원하는 회의에서 사람들이 상대에 대한 선호를 바탕으로 상대의 의견을 평가한다면 그 회의에서 제대로 된 결론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토론이 너무 과열되어 의견이 아닌 상대방을 공격하게 되는 순간에도 이 말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이렇게 의견과 거리를 두라는 뜻의 잘 알려진 명언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것으로 알려진 “어떤 생각에 동의하지 않고도 그 생각을 검토할 수 있는 것이 교육받은 사람의 특징이다”라는 말이다. 실제로 그가 이런 말을 남겼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기는 하다.그렇다면 오히려, 사람과 의견을 동일시하는 우리의 습성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전문가와 일반인의 의견에 신뢰성의 차이를 두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행동이다. 회의에서 평소 기발하면서도 효과적인 의견을 자주 내는 사람의 의견이 더 존중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즉 어떤 의견의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그 의견을 낸 사람에 대한 신뢰도를 참고하는 것과 그 의견의 가치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신뢰도를 조정하는 것은 합리적인 태도라 할 수 있다. 생각과 사람의 일치 또는 구분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가 어떤 생각을 이유로 목숨을 위협받게 될 때일 것이다. 인간의 역사에서 종교나 정치, 그리고 그 밖의 여러 가지 이유로 상대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목숨을 위협한 예는 무수히 많다. 이는 미술작품, 소설, 영화와 같은 예술의 형태로 우리에게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어쩌면 이 질문은 인간이 답해야 할 궁극의 질문 중 하나일지 모른다. 곧, 당신은 당신의 믿음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가?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꼽히는 영국 철학자이자 수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이 질문에 대해 흥미로운 답을 남겼다. “나는 결코 내 믿음을 위해 죽지 않겠다. 내가 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믿음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행위를 숭고함이라고 표현한다면, 러셀의 이 말은 자신에 대한 불신이라는 겸손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당신의 의견이 당신이 아니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이렇게 자신에 대한 불신, 곧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행위가 가진 가치를 강조한다는 점에 있다. 인간은 자신이 한 번 정한 의견을 잘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자신의 의견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취하는 오류인 확증 편향으로 나타난다. 쉽게 말해 인간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에 대한 불신은 이런 습성을 이기는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난 칼럼에서 주장한 것처럼 당신의 의견이 당신인 것일까? 아니면 이번 칼럼에서 말한 것처럼 당신의 의견은 당신이 아닌 것일까? 얼핏 모순처럼 보이는 이 두 주장을 공존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는 살아 있는, 변화하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지금 당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의견을 바꾸는 그 자신감이 바로 이 순간의 당신이다.
  • “주말 가족 드라마에 꽁냥꽁냥 ‘로코’ 선보였죠”

    “주말 가족 드라마에 꽁냥꽁냥 ‘로코’ 선보였죠”

    지난 13일 종영한 KBS 주말극 ‘한 번 다녀왔습니다’(한다다)에는 “가족 드라마 속 ‘로코’(로맨틱 코미디)”라는 반응을 얻는 커플이 있었다. ‘사돈 커플’, ‘다재 커플’로 큰 사랑을 받은 이초희(송다희 역)와 이상이(윤재석 역)다. 드라마 속 막내 커플의 활약은 30%대 높은 시청률에 큰 역할을 했다. ●연기 호흡은 10점 만점에 12만점 두 사람은 최근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호흡이 정말 최고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초희는 “연기 호흡에 점수를 준다면 10점 만점에 12만점”이라며 “같이 연기하는 선배들도 진짜 사귀냐는 질문을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상이도 “서로 장난을 받아 주며 ‘꽁냥꽁냥’하는 모습이 연애세포를 자극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좋은 분위기 덕에 공원에서 손을 잡는 장면 등 몇몇은 대본에 없이 현장에서 만들어지기도 했다. 자칫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겹사돈 관계도 두 사람은 발랄하게 표현했다. 첫째와 달리 집안의 걱정에 가까운 막내들이 서로를 보듬는 과정에서는 공감을 더했다. 이상이는 “재석은 엄마를 피해 터키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자유로운 영혼인데 다희를 만나면서 달라진다”며 “화려한 의상에서 단정한 외모로 변화를 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려 했다”고 전했다.●비현실적인 겹사돈 발랄하게 표현 약혼자의 외도로 파혼하고 퇴사 후 편입 시험을 준비하는 다희에게도 재석의 한마디가 큰 용기였다. 이초희는 “재석이 다희에게 해 준 ‘Just be myself’(그냥 나답게 살아요)라는 말이 성장의 작은 불씨, 용기를 준 것”이라면서 “낯선 사람의 한마디가 큰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줬다”며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커플 선물 받을 정도로 시청자들 응원 커플 선물을 처음 받을 정도로 시청자의 응원을 얻은 두 사람은 그 공을 상대에게 돌렸다. 이상이는 상대의 컨디션이 안 좋으면 텐션을 올려 주는 믿음직한 동생이었고, 로맨스 연기 경험이 없는 이상이의 중심을 잡아 준 건 든든한 선배 이초희였다는 게 두 사람의 설명이다. ●선배들이 진짜 사귀냐고 물었어요 주말드라마로 더 많은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은 둘은 “삶에서 중요한 필모그래피 중 하나”라는 말도 덧붙였다. “작년에 어머니 병간호를 하며 모든 병실과 대기실이 주말드라마로 대동단결하는 모습을 보고 주말극 출연을 기도했었어요. 그 덕분에 ‘한다다’도 하게 됐고요. 대선배님, 경력이 많은 언니·오빠, 파트너에게 많은 것을 배운, ‘배움을 과식한 시간’이었습니다.”(이초희) “상처받은 관계들이 회복되는 과정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분들께 마음의 반창고처럼 위로를 드린 작품 그리고 이초희라는 파트너를 참 잘 만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이상이)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위로 건네고 숨통 틔우는 그곳… ‘언택트 여행’ 충남으로 오세요

    위로 건네고 숨통 틔우는 그곳… ‘언택트 여행’ 충남으로 오세요

    ‘바다를 내내 보고 걷는 해변길, 소나무 사이로 난 둘레길, 호젓한 사찰, 조용하고 외로운 섬….’ 코로나19로 오랜 ‘집콕’에 너무도 지친 심신을 달래는 데는 평소 찾았거나 머릿속에서 그리던 사진만 봐도 숨통이 트인다. 충남도가 반년이 넘는 코로나19 정국에 오랜 시간 거리두기가 이어지자 국민들이 ‘언택트’(비대면)로 즐길 수 있는 충남 관광지를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 충남도는 도 홈페이지 등 온라인으로 ‘언택트’·‘숨은’ 충남지역 관광지 65곳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창덕 관광진흥과장은 14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15개 시장·군수가 각각 추천한 관광지”라며 “주민들이 ‘코로나가 무서워 자식도 못 오게 하는 마당에 관광객이 몰려온다’고 걱정하는 관광지를 빼고 사람이 덜 찾고, 밀폐·밀접되지 않은 야외 관광지를 골랐다”고 말했다. 허 과장은 “관광은 사람이 모여 구경하고 물건도 사는 일이 반복돼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는데 난데없는 코로나19 발생에 처음으로 언택트 관광지 홍보를 하게 됐다”고 했다.사진만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거나 오랜 코로나19 규제를 견디지 못해 한강과 모텔 등 비좁은(?) 도시의 특정 장소에 무더기로 몰려 걱정을 만드는 것보다 비교적 한적한 이들 관광지로 잠시 탈출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김관동 국내관광팀장은 “덜 알려진 관광지가 많아 명절을 피해 한가로울 때 가족과 함께 코로나19 에티켓을 지키면서 직접 찾아가도 크게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남도는 당초 책자를 만들어 관광단체 등에 배포했지만 한계가 있어 인터넷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알리고 있다. 제목은 ‘슬기로운 충남 여행’이다. 김 팀장은 “거리두기를 하면서 관광지를 즐길 방법이어서 ‘슬기로운’이란 말을 붙였다”고 했다. 도는 이들 언택트 여행지를 ‘감동’, ‘충전’, ‘행복’ ‘히든 트래블’ 등 4개의 테마로 나눠 소개했다. ●열광했던 것의 흔적에서 느끼는 여행의 행복 지난해 여름 방영된 인기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는 나무가 자주 등장한다. 장만월(아이유 분)이 바라봤던 나무가 부여군 임천면 군사리에 있는 ‘성흥산 사랑나무’다. 수령 400년이 넘는 느티나무로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이 하트 모양을 닮아 ‘사랑나무’로 불린다. 노을이 대단히 아름다워 그때 찍으면 ‘인생사진’이 된다는 말이 나온다. 벌판에 홀로 서 있는 나무 모습이 인상적이라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등 촬영지로 각광을 받았다. 부여군 관광안내소 관계자는 “코로나에 지쳐서인지 요즘도 ‘어디로 가야 그 나무를 볼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적잖다”며 “승용차로 성흥산 중턱 대조사를 조금 더 지나 올라간 뒤 15~20분 계단을 오르면 산 정상의 평평한 벌판에 사랑나무가 나타난다. 강경 등 주변 경관이 다 보여 안구가 정화된다”고 전했다. 인접 자치단체 논산시 연무읍에는 2018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 세트장이 있다. ‘선샤인랜드’다. 입장료를 내면 밀리터리 체험과 서바이벌 게임을 즐기고 스튜디오를 볼 수 있지만 코로나19 2단계 해제 시까지 휴관한다. 근대 건축물과 한옥 등이 즐비하다. 사진만 봐도 유진 초이(이병헌)와 고애신(김태리)의 슬픈 러브스토리가 떠올라 애틋해진다. 가슴이 탁 트이는 드넓은 초원을 보려면 당진과 예산에 걸쳐 있는 ‘아그로랜드 태신목장’이 있다. 2004년 국내 처음 낙농체험 목장으로 인증받았다. 목가적인 풍경이 일품이다. 실제로 젖소, 말, 양 등이 방목되고 있다. 쉼터, 연못, 음식점이 있어 쉬어가기에 제격이다. 목장 관계자는 “실내 체험 프로그램은 코로나 때문에 안 하고 건초주기, 승마체험 등 야외에서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있지만 대부분 입장료를 내고 들어와 구경하고 걷다 간다. 목장을 보면서 걷는 데는 1시간 반쯤 걸린다”고 말했다. 예산군에는 황새공원도 있다. 황새 최적지로 선정돼 2010~2014년 13만 5669㎡ 부지에 황새 문화관, 오픈장, 생태습지, 사육장을 갖춘 황새공원이 전국 최초로 조성됐다. 2014년 황새 60마리가 둥지를 틀고 번식을 했고, 지금까지 50마리가 자연에 방사됐다. 귀한 황새를 직접 볼 수 있다. 논과 숲도 풍치 좋다. 황새는 천연기념물 199호로 전 세계 2500여 마리에 불과하다. ●덜 알려졌어도 실망하지 않을 ‘숨은(?) 여행지’ 부여군 외산면 무량사와 반교마을은 얘깃거리가 많다. 무량사는 최초 한문소설 ‘금오신화’를 쓴 생육신의 한 명 김시습(1435~1493)이 마지막 생을 보낸 천년고찰이다. 통일신라 문성왕 때 범일국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절에 김시습 초상화가 있고, 마을에 그의 부도도 있다. 호젓한 사찰 주변의 개울 물소리가 귀를 씻어준다. 반교마을에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거처 ‘휴휴당’이 있다. ‘풍운의 정치인’ 김종필(JP·1926~2018)이 태어났고 영면해 있다. 마을 돌담길이 정겹다. 서천군 판교마을은 과거로의 여행이다. 1970~80년대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거무튀튀한 색깔의 양조장, 정미소, 철공소, 판잣집과 일본식 가옥 등이 어릴 적 추억으로 이끈다. 1930년 장항선 개통 이후 번창해 우시장까지 생겼던 과거는 담벼락 벽화로 남았다. ‘시간이 멈춘 마을’이란 안내판처럼 남루한 옛 마을 풍경을 보며 지친 일상을 위로받는 여행 장소로 딱이다. ‘느림’을 통해 힐링을 하는 명소는 예산군 대흥면이다. 국내 여섯 번째로 지정된 ‘슬로시티’다. 솟대 등 옛것이 있고, 장터도 있다. 형제간에 어려운 살림을 걱정해 밤에 몰래 서로 집에 볏단을 옮겨줬다는 고려 초 이성만·이순 형제의 실화 탄생지여서 ‘의좋은 형제상’만 봐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마구 돌아다녀도 사람들과 만나지 않을 것 같은 드넓은 예당저수지가 가깝다. 반면 아산시 탕정면 둘레길은 최첨단 삼성디스플레이단지를 끼고 돈다. 탕정면사무소에서 출발해 돌아오는 18㎞ 산길은 평탄하다. 유럽풍 건물이 있는 인근 ‘지중해마을’에서는 코로나19로 쉽지 않은 해외여행의 기분을 좀 느낄 수 있을 듯도 하다. 섬 ‘웅도’는 서산에, ‘옹도’는 태안에 있다. 서산 웅도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언택트 관광지 100선’의 한 곳이다. 썰물·밀물에 따라 바닷물에 잠겼다가 드러나는 길이 있다. 하루 2번 섬을 걸어서 갈 수 있다. 섬에 산책로가 있고, 바지락도 캘 수 있다. 태안 옹도는 106년 만에 민간에 개방된 섬으로 아름다운 등대가 있다. 전망공원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장관이다. ●심신 달래는 아름다운 풍경과 자연 속으로 공주시 마곡사는 백범 김구 선생이 은거했던 절이다. 울창한 늙은 소나무 숲속 산책로 ‘솔바람길’은 명상과 산림욕을 하는 데 좋다.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8600종의 꽃과 나무가 흐드러진 청양군 고운식물원은 우울함을 떨쳐내는 데 제격이다. 크고 작은 공원이 33개나 되고, 광릉요강꽃 등 멸종위기 식물도 많아 흥미롭다. 입장료가 있지만 충분히 값을 한다. 허 과장은 “이들 여행지 주변에 유명 관광지와 맛집도 많아 시군별로 묶어서 알아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단독]뉴딜정책 비판해서? 갑자기 사라진 증권사 리포트

    [단독]뉴딜정책 비판해서? 갑자기 사라진 증권사 리포트

    ‘정부의 뉴딜금융 정책이 은행 주주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코멘트를 단 증권사 리포트가 갑자기 사라졌다.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는 ‘외압 탓에 해당 보고서를 쓴 애널리스트가 곤란을 겪었다’는 주장도 올라왔다. 반면 증권사 측은 “보고서가 원래 쓴 의도와 다르게 해석돼 애널리스트가 자진 회수한 것”이라고 밝혀 그 배경을 두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A증권사는 지난 4일 ‘뉴딜금융, 반복되는 정책 지원으로 주주 피로감은 확대 중’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냈다. B애널리스트는 전날 정부가 발표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과 뉴딜금융 지원 방안에 대해 언급하며 “위기 상황 때마다 각종 정책들에 대한 지원·참여는 금융회사로서 피하기 어려운 숙명이지만 증권,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중소기업·소상공인 유동성 지원 등에 이어 뉴딜펀드까지 매번 은행들이 활용되면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은행 주주들의 피로감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리포트는 “금융회사들의 70조원 뉴딜 투자는 예상해 왔던 수준보다 대출 규모가 더 커지고 투자·대출 부문이 디지털·그린·혁신성장 분야 등으로 더 가속화되는 영향은 있겠지만 기존의 은행 영업행태인 대출 비즈니스와 큰 차이가 없고, 기존 대출처럼 리스크 관리를 위한 심사 과정 또한 확실해 크게 걱정할 사안은 아닌 듯하다”고 적었다. 이어 “정책형 뉴딜펀드와 민간 뉴딜펀드는 참여 여부와 규모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다소 커질 수도 있을 전망”이라고 평가했다.증권사 리서치센터 웹페이지에 게재됐던 이 리포트는 최근 공식적으로 회수됐다. 다만 저자 이름 등으로 검색하면 해당 리포트를 여전히 찾아볼 수 있다. 또 직장인 익명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에는 지난 12일 이 증권사와 같은 그룹으로 소속이 표기된 네티즌이 ‘갑질을 신고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앱은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지만 회사 이메일 인증 등을 통해 소속이 확인돼야 글을 쓸 수 있다. 이 네티즌은 리포트 내용을 요약한 뒤 ‘조직 안팎의 압력 탓에 리서치센터와 애널리스트가 곤욕을 치렀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해당 증권사 측은 “외압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보고서는 작성한 연구원이 직접 내렸다”면서 “쓴 의도와 달리 기사가 나오고 이슈화되니까 부담스러워서 자진 회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공개된 리포트가 내려지는 건 흔한 일이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A증권사 측도 “올해 회수된 보고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만 게재된 리포트를 철회하는 게 전례 없는 일은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코로나 방역 호평받던 이스라엘, 세계 첫 재봉쇄

    이스라엘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3주간 봉쇄령을 내렸다. 상반기에 이어 또다시 전면적인 ‘봉쇄령 카드’를 꺼내 든 국가는 이스라엘이 처음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18일(현지시간)부터 다음달 9일까지 슈퍼마켓과 약국을 제외한 상점과 학교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유대인 새해 명절인 ‘로시 하샤나’가 시작하는 시점부터 전국적인 대규모 이동이나 집회 등을 막기 위한 조치로, 이 기간에 시민들은 집에서 500m 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없고 필수 영업장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근도 할 수 없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국영방송에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목표는 감염 증가를 멈추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얼마나 무거운 대가를 치르는 것인지 알고 있지만 올해 명절은 과거와 같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스라엘은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일 4429명, 12일에는 4158명을 기록하는 등 연일 수천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 봉쇄령을 실시한 뒤 5월 중순에는 신규 확진자가 10명 안팎으로 줄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성공적인 방역 사례라는 호평까지 받았던 것을 떠올리면 4개월여 만에 다시 봉쇄령을 내려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재확산 원인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스라엘 정부가 봉쇄령을 너무 섣불리 해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 제한 조치를 해제한 5월 중순 이후 몇 주가 지난 6월 초 이스라엘의 신규 확진자는 100명대로 진입했다. 또 이 기간은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와도 맞물린다. 정치적 혼돈이 방역을 느슨하게 만든 원인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율리 에델스테인 보건부 장관은 “3개월 동안 봉쇄 조처를 피하려고 시도했고 코로나19와 공존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4일 현재 이스라일의 전체 누적 확진자는 15만 6596명, 사망자는 1119명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현행법상 경범죄… ‘지속적 괴롭힘’으로 강력범죄 비극 되풀이

    현행법상 경범죄… ‘지속적 괴롭힘’으로 강력범죄 비극 되풀이

    현행법상 스토킹 행위는 ‘경범죄’에 불과하다. ‘지속적 괴롭힘’으로 분류돼 ‘음주소란’이나 ‘무임승차 및 무전취식’ 등과 같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 과료에 처해지도록 규정되면서 시행령에 따라 주로 8만원의 벌금을 내게 된다. 스토킹 과정에서 협박, 주거침입, 폭행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면 해당 죄명으로 처벌을 받을 수는 있지만 스토킹 자체를 엄벌할 수 있는 별도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스토커들의 ‘지속적 괴롭힘’은 말 그대로 지속적이었다. 14일 지난 3년 3개월간 법원에서 확정된 스토킹 관련 사건을 분석한 결과 총 56건의 가해자 중 23명이 이전에도 스토킹 행위로 처벌이나 제재를 받았던 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같은 피해자에 대해서 수년간 스토킹을 했고, 피해자가 다른 경우에는 수법이 비슷했다. 당장은 직접적인 위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스토킹 행위가 상대를 향한 왜곡된 집착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범 위험성이 높고 언제든 더 심각한 강력범죄로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옷을 사러 갔다가 주인이 마음에 든다며 1년 가까이 수시로 찾아가 기웃거리고 음식을 사가는 등 스토킹한 강준석(가명)씨는 2018년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통고 처분을 세 차례나 받고도 또 다시 피해자의 가게를 찾아가 소란을 피워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헤어지자는 여자친구를 협박하며 스토킹한 이철호(가명)씨는 2017년 1월 내려진 법원의 접근금지명령을 1년간 32차례나 무시했다. 피해자는 집과 직장을 모두 옮기고 자살충동에 시달릴 만큼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스토커들은 피해자들이 거절하고 도망칠수록 더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갈수록 폭력적으로 변했다. 2016년 가락동 스토킹 살인사건이나 지난해 안인득 사건 등과 같이 피해자가 스토커의 손에 목숨을 잃는 사건들은 반복되던 ‘지속적 괴롭힘’을 끊어내지 못한 잔혹한 결말이었다. 주거침입강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김철수(가명)씨는 처음에는 전 여자친구였던 피해자의 집에 몰래 들어가는 걸 반복했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는 각서도 썼지만, 김씨는 또 몰래 들어가 자고 있던 피해자를 성폭행했다. 과거 다른 여성들을 스토킹했다가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벌금을 냈던 장호민(가명)씨는 2018년 5월 스토킹하던 필라테스 강사에게 만남을 거절당하자 학원에 염산 3통을 들고 찾아가 회원들에게 “다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PC방은 ‘고위험 시설’ 해제됐는데 노래방은 왜 안 되나

    PC방은 ‘고위험 시설’ 해제됐는데 노래방은 왜 안 되나

    방역당국이 14일부터 PC방을 고위험시설에서 해제하면서 ‘왜 PC방은 되고 노래방은 안 되느냐’는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2단계로 조정하며 방역수칙을 지키는 조건으로 PC방 영업을 허용했다. 반면 노래연습장은 여전히 고위험시설로 남아 영업을 재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PC방만 영업을 허용한 데 대해 “PC방은 애초 중위험시설이었다가 지난달 학생들의 집단감염이 발생해 고위험시설로 일시 지정했던 것”이라며 “상당수 학교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고, 확진자도 전반적으로 감소해 일시 지정에서 풀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방역당국은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 출입과 PC방 내 음식물 섭취를 금지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좌석도 띄어 앉게 했다. 비말을 많이 튀기지 않고 조용히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PC방의 특성상 이 정도 방역수칙으로도 감염 확산을 어느 정도는 통제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노래연습장 업주들은 칸막이도 없는 음식점, 술집, 카페 등에서 확진자가 더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한다.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린 한 청원인은 “지난 3월 코인노래방발 첫 확진자 발생 이후 현재까지 코인노래방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불과 10여명”이라며 “언제 해제명령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노래연습장 업주들은 밀려 가는 월세와 관리 유지비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시각은 다르다. 지난 5월 서울 도봉구의 한 코인노래연습장에서는 확진자와 같은 시간 다른 방에서 노래를 부른 사람들이 감염된 사례가 나왔고, 관악구 코인노래연습장에서는 확진자가 이용하고 나간 지 3분 뒤 같은 방에서 노래한 사람이 전염됐다. 당시 방역당국은 환기시켰을 때 좁은 방에 가득 찬 비말이 공용 공간인 복도로 퍼져 주변을 감염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방역수칙을 지키더라도 야외로 환기하는 게 어렵고 밀폐·밀접한 노래방의 공간적 특성상 감염 위험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윤 반장은 “PC방 이외 전통적인 (11개) 고위험시설은 계속 (지정을) 유지할 것”이라며 당분간 재평가 계획은 없음을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단독]사라진 증권사의 ‘뉴딜금융 비판’ 리포트…왜?

    [단독]사라진 증권사의 ‘뉴딜금융 비판’ 리포트…왜?

    지난 4일 낸 보고서 공식 회수뉴딜펀드 부정적 코멘트 담겨회사 측 “저자가 자진 회수”일각에선 “조직 안팎 압력 탓”정부가 추진하는 ‘뉴딜펀드’ 정책이 은행 주주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부정적 코멘트를 단 증권사 리포트가 갑자기 사라졌다.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는 ‘외압 탓에 해당 보고서를 쓴 애널리스트가 곤란을 겪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올라왔다. 반면 증권사 측은 “보고서가 원래 쓴 의도와 다르게 해석돼 애널리스트 본인이 자진 회수한 것”이라고 밝혀 그 배경을 두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A증권사는 지난 4일 ‘뉴딜금융, 반복되는 정책 지원으로 주주 피로감은 확대 중’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냈다. 이 회사 소속 B 애널리스트는 전날 정부가 발표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과 뉴딜금융 지원 방안에 대해 언급하며 글을 시작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20조원 규모(민간자금 13조원)의 정책형 뉴딜펀드를 조성하고, 민간금융회사가 약 70조원의 뉴딜 투자를 하도록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내용 등을 발표했다. 리포트는 “위기 상황 때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종 정책들에 대한 지원 및 참여는 금융회사로서 피하기 어려운 숙명이지만 증권,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중소기업·소상공인 유동성 지원(원금만기연장, 이자상환유예 및 6개월 추가 연장) 등에 이어 뉴딜펀드까지 그동안 매번 각종 정책들에 은행들이 활용되면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은행 주주들의 피로감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리포트는 “금융회사들의 70조원 뉴딜투자는 매년 사업계획을 통해 예상해 왔던 수준보다 대출 규모가 더 커지고 투자·대출 부문이 디지털·그린·혁신성장 분야 등으로 더욱 가속화되는 영향은 있겠지만 기존의 은행 영업행태인 대출 비즈니스와 큰 차이가 없고, 기존 대출처럼 리스크 관리를 위한 심사 과정 또한 확실해 크게 걱정할 사안은 아닌 듯하다”고 적었다. 이어 “정책형 뉴딜펀드와 민간 뉴딜펀드는 참여 여부와 규모 등에 따라 불확식성이 다소 커질 수도 있을 전망”이라면서 “아직 구체적 수치가 확인되지는 않고 있지만 금융사들에게 참여를 독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리포트는 “특히 민간 뉴딜펀드는 금융위원회에서 고수익성을 언급하며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마무리됐다. 이 증권사 리서치센터 웹페이지에 게재됐던 리포트는 최근 공식적으로 회수됐다. 다만 저자 이름 등으로 검색하면 해당 리포트를 여전히 찾아볼 수는 있다. 또 직장인 익명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에는 지난 12일 A증권사와 같은 그룹으로 소속이 표기된 네티즌이 ‘갑질을 신고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앱은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지만 회사 이메일 인증 등을 통해 소속이 확인돼야 글을 쓸 수 있다. 이 네티즌은 리포트 내용을 요약한 뒤 조직 안팎의 압력 탓에 리서치센터와 리포트를 쓴 애널리스트가 곤란을 겪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 측은 “외압 주장은 전혀 사실이 이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보고서는 해당 연구원이 직접 내렸다. 제목만 (부정적으로 보여) 그렇지 내용은 뉴딜정책을 긍정하는 내용”이라면서 “쓴 의도와 달리 기사가 나오고 이슈화되니까 부담스러워서 자진 회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공개된 리포트가 내려지는 건 흔한 일이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A 증권사 측도 “올해 보고서가 회수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투업계 관계자는 “오류가 있을 때 리포트를 수정하는 일은 있지만 리포트 자체를 내리는 일은 드문 일”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예전처럼 정부가 리포트 내용을 두고 금융사에 압력을 넣는 일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의견도 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현행법상 경범죄…‘지속적 괴롭힘’으로 강력범죄 비극 되풀이

    현행법상 경범죄…‘지속적 괴롭힘’으로 강력범죄 비극 되풀이

    현행법상 스토킹 행위는 ‘경범죄’에 불과하다. ‘지속적 괴롭힘’으로 분류돼 ‘음주소란’이나 ‘무임승차 및 무전취식’ 등과 같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 과료에 처해지도록 규정되면서 시행령에 따라 주로 8만원의 벌금을 내게 된다. 스토킹 과정에서 협박, 주거침입, 폭행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면 해당 죄명으로 처벌을 받을 수는 있지만 스토킹 자체를 엄벌할 수 있는 별도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스토커들의 ‘지속적 괴롭힘’은 말 그대로 지속적이었다. 14일 서울신문이 지난 3년 3개월간 법원에서 확정된 스토킹 관련 사건을 분석한 결과 총 56건의 가해자 중 23명이 이전에도 스토킹 행위로 처벌이나 제재를 받았던 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같은 피해자에 대해서 수년간 스토킹을 했고, 피해자가 다른 경우에는 수법이 비슷했다. 당장은 직접적인 위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스토킹 행위가 상대를 향한 왜곡된 집착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범 위험성이 높고 언제든 더 심각한 강력범죄로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옷을 사러 갔다가 주인이 마음에 든다며 1년 가까이 수시로 찾아가 기웃거리고 음식을 사가는 등 스토킹한 강준석(가명)씨는 2018년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통고 처분을 세 차례나 받고도 또 다시 피해자의 가게를 찾아가 소란을 피워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헤어지자는 여자친구를 협박하며 스토킹한 이철호(가명)씨는 2017년 1월 내려진 법원의 접근금지명령을 1년간 32차례나 무시했다. 피해자는 집과 직장을 모두 옮기고 자살충동에 시달릴 만큼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우연히 피해자의 현관 비밀번호를 알아내 들어가 명품가방을 들고 나와 절도와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영진(가명)씨는 이전에도 피해자 주변 인물들에 대해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벌금형을 받았거나 상담을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스토커들은 피해자들이 거절하고 도망칠수록 더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갈수록 폭력적으로 변했다. 2016년 가락동 스토킹 살인사건이나 지난해 안인득 사건 등과 같이 피해자가 스토커의 손에 목숨을 잃는 사건들은 반복되던 ‘지속적 괴롭힘’을 끊어내지 못한 잔혹한 결말이었다. 주거침입강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김철수(가명)씨는 처음에는 전 여자친구였던 피해자의 집에 몰래 들어가는 걸 반복했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는 각서도 썼지만, 김씨는 또 몰래 들어가 자고 있던 피해자를 성폭행했다. 과거 다른 여성들을 스토킹했다가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벌금을 냈던 장호민(가명)씨는 2018년 5월 스토킹하던 필라테스 강사에게 만남을 거절당하자 학원에 염산 3통을 들고 찾아가 회원들에게 “다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사돈커플’ 이초희·이상이 “호흡 최고…주변서 진짜 사귀냐 물어”

    ‘사돈커플’ 이초희·이상이 “호흡 최고…주변서 진짜 사귀냐 물어”

    KBS 주말극 ‘한 번 다녀왔습니다’ 막내 커플 찰떡 ‘로코’ 호흡에 팬들이 커플 선물도 보내“인물 성장 과정, 큰 사랑 받아…많이 배운 시간”지난 13일 종영한 KBS 주말극 ‘한 번 다녀왔습니다’(한다다)에는 “가족 드라마 속 ‘로코’(로맨틱 코미디)”라는 반응을 얻는 커플이 있었다. ‘사돈커플’, ‘다재커플’로 큰 사랑을 받은 이초희(송다희 역)와 이상이(윤재석 역)다. 인생 캐릭터를 만난 막내 커플의 활약은 30%대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은 최근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호흡이 정말 최고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초희는 “연기 호흡에 점수를 준다면 10점 만점에 12만점”이라며 “같이 연기하는 선배들도 진짜 사귀냐는 질문을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상이도 “서로 장난을 받아 주며 ‘꽁냥꽁냥’하는 모습이 연애세포를 자극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좋은 분위기 덕에 공원에서 손을 잡는 장면 등 몇몇은 대본에 없이 현장에서 만들어지기도 했다. 자칫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겹사돈 관계도 두 사람은 발랄하게 표현했다. 첫째와 달리 집안의 걱정에 가까운 막내들이 서로를 보듬는 과정에서는 공감을 더했다. 이상이는 “재석은 엄마를 피해 터키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자유로운 영혼인데 다희를 만나면서 달라진다”며 “화려한 의상에서 단정한 외모로 변화를 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려 했다”고 말했다. 약혼자의 외도로 파혼하고 퇴사 후 편입 시험을 준비하는 다희에게도 재석의 한마디가 큰 용기였다. 이초희는 “재석이 다희에게 해 준 ‘Just be myself’(그냥 나답게 살아요)라는 말이 성장의 작은 불씨, 용기를 준 것”이라면서 “낯선 사람의 한마디가 큰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줬다”며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커플 선물을 처음 받을 정도로 시청자의 응원을 얻은 두 사람은 그 공을 상대에게 돌렸다. 이상이는 상대의 컨디션이 안 좋으면 텐션을 올려 주는 믿음직한 동생이었고, 로맨스 연기 경험이 없는 이상이의 중심을 잡아 준 건 든든한 선배 이초희였다는 게 두 사람의 설명이다. 주말드라마로 폭넓은 연령대의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은 둘은 “삶에서 중요한 필모그래피 중 하나”라는 말도 덧붙였다. “작년에 어머니 병간호를 하며 모든 병실과 대기실이 주말드라마로 대동단결하는 모습을 보고 주말극 출연을 기도했었어요. 그 덕분에 ‘한다다’도 하게 됐고요. 대선배님, 경력이 많은 언니·오빠, 파트너에게 많은 것을 배운, ‘배움을 과식한 시간’이었습니다.” 2017년 드라마 ‘사랑의 온도’ 이후 3년 만에 복귀한 이초희에게 이번 작품이 남달랐던 이유다. 이상이 역시 연극, 뮤지컬을 거쳐 배우로 더 많은 시청자에게 각인된 점이 기분 좋다며 작품의 의미를 전했다. “상처받은 관계들이 회복되는 과정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분들께 마음의 반창고처럼 위로를 드린 작품, 그리고 이초희라는 파트너를 참 잘 만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반려독 반려캣] 하늘로 간 반려묘에게 편지 쓴 英 소녀…천국서 답장이 왔다

    [반려독 반려캣] 하늘로 간 반려묘에게 편지 쓴 英 소녀…천국서 답장이 왔다

    하늘로 간 반려묘에게서 답장이 왔다. 7일(현지시간) 영국 대중지 ‘미러’는 잉글랜드 서리주의 한 소녀가 천국에서 온 편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서리주 월턴온템스에 사는 네바에 로우(5)는 올해 초 아끼던 반려묘 ‘틴틴’을 떠나보냈다. 로우의 어머니는 “기르던 고양이가 올해 초 심장마비로 갑자기 죽었다. 딸의 상실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매일같이 하늘로 간 반려묘를 보고 싶어 하던 소녀는 천국에서 홀로 외로워할 고양이를 생각하며 펜을 들었다. “틴틴아 나는 네가 너무 그리워. 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고양이야.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우리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을 너에게도 보내줄게”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에는 고양이를 향한 소녀의 그리움이 뚝뚝 묻어났다. 주소는 ‘천국’으로 적었다. 천국은 너무 멀어서 편지를 보낼 수 없다는 어머니 만류를 꺾고 소녀는 기어코 편지를 우체통에 집어넣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편지 한 통이 날라왔다. 놀랍게도 천국에 있는 반려묘에게서 온 답장이었다.반려묘는 편지에서 “나는 여기 천국에서 아주 잘 지낸단다. 천사들의 보살핌 덕에 먹이도 잘 먹고 있어. 좋은 친구도 많이 사귀었어. 한 친구는 낮잠을 잘 때마다 코를 시끄럽게 골아”라며 소녀를 안심시켰다. “나에게 하고픈 말이 있을 땐 눈을 들어 하늘을 봐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바로 나야. 거기서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게”라고 다독였다. 서명은 발자국으로 대신했다. 천국에서 온 답장을 받아든 소녀는 어쩔 줄을 몰랐다. 소녀의 어머니는 “편지 덕에 딸이 반려묘를 떠나보낸 아픔을 많이 회복했다. 틴틴이 천국에서 잘 지낸다는 것을 알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럼 반려묘인 척 소녀의 편지에 답장을 보내 그 마음을 어루만진 이는 누굴까. 고양이 대신 편지를 쓴 이는 다름 아닌 집배원이었다. 소녀의 어머니는 “직접 만날 수는 없었지만 집배원과 통화할 기회가 생겼다. 집배원의 답장이 딸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 전했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작별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반려묘와 갑작스러운 이별을 한 소녀는 이제 매일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인사를 건넨다. 소녀의 어머니는 “딸이 밤마다 하늘의 별을 보며 잘 자라고 말한 뒤 잠을 청한다”며 깊은 감동을 표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평생 봉사만 해 오신 아빠... 하루빨리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세요“

    “평생 봉사만 해 오신 아빠... 하루빨리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세요“

    “평생 남을 위해 봉사만 해 오신 아빠... 추석이 가까와 오는데 하루빨리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세요” 의암댐 사고로 실종된 권모(57·춘천시 기간제 근로자)씨의 딸 미진(가명·25)씨는 아빠의 생환소식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내고 있다. 함께 사고를 당한 실종자들은 모두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15일로 실종 40일째를 맞는 아빠만 여전히 실종된채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 가슴이 미어진다. 평소 가족들에게는 사랑을 아낌 없이 주던 아빠였고, 이웃을 위해 수십년 동안 봉사활동을 해 오신 정이 많은 아빠였기에 실종됐다는 사실이 더욱 믿기지 않는다. 미진씨는 “저녁 시간만되면 ‘아빠 왔다’며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현관문으로 금방 들어오실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아빠는 20년이 넘도록 이웃들을 위해 자율방범대 봉사활동을 해 왔다. 크고 작은 재난사고가 발생하면 남들보다 먼저 앞장섰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방역 활동에도 동참할 만큼 봉사정신이 남달랐다. 수십년 동안 일하면서 퇴근 이후 새벽시간까지 이웃의 안전을 위해 꼬박꼬박 봉사활동만은 챙겼다. 교통사고를 당해 허리와 무릎이 좋지 않았음에도 봉사활동 만큼은 빠지지 않았다. 이런 사회공헌 활동을 인정 받아 그동안 지자체 등으로부터 감사패와 상도 많이 받았다. 미진씨는 “남을 위해 평생 봉사에 열심이었던 아빠가 남들의 수색 봉사 대상자가 됐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기만 하고 믿기지 않는다”면서 “그렇게 근면하고 성실하고 봉사에 열심이던 아빠가 너무도 보고 싶고, 존경스럽다”고 울먹었다. 사고를 당하던 날은 아빠가 춘천시에 근무하기 시작한지 꼭 한달 6일째 되던 날이다. 첫 봉급을 받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평소 수영도 잘 못하고 물을 싫어했지만, 시민들의 안전과 환경감시를 위해 행정선(환경감시선)을 탄다는데 대해 자부심이 컸다. 사고 순간에도 아빠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했다. 앞서가던 경찰정이 전복 되어 의암댐 수문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보고 이를 구조하기 위해 나섰다가 행정선도 전복되며 실종됐다. 당시 구조된 아빠 동료들은 ‘행정선에 탔던 근로자들이 뜻을 같이해 물길에 휩쓸려 가는 경찰과 공무원을 살리자며 전복된 경찰정에 접근했다가 같이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 먼저 전복된 경찰정을 내몰라라하고 급물살을 헤치고 뱃머리를 돌려 살아 나올 수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사고로 경찰정과 행정선, 보트 등 3척의 배가 전복돼 8명이 급류에 휩쓸렸다. 이들 가운데 기간제 근로자 1명은 스스로 헤엄쳐 살아났고, 또다른 근로자 1명은 댐 하류에서 구조됐지만 나머지 6명을 실종됐었다. 이후 실종자 5명은 숨진채 발견됐고, 권씨만 지금까지 실종 상태다. 미진씨는 “남들을 위해 평생 봉사 했고, 끝까지 타인을 구하기 위해 애쓰시다 실종된 아빠의 뜻이 헛되지 않았다고 세상이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중에 ‘의인’으로 기록되어 명예라도 찾았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이웃 주민들도 늘 살갑게 대해주던 아빠가 실종됐다는 소식에 가족일처럼 망연자실하며 안타까와하고 있다. 아빠는 가족들에게도 살갑고 사랑을 많이 주던 ‘사랑꾼 아빠’로 남아있다. 미진씨는 “아빠는 이웃도 챙겼지만 엄마와 3남매 등 가족들을 참 많이 아꼈다”며 “웃음을 잃지 않았고 사랑으로 보듬어 주던 따뜻한 아빠였다”고 회상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으로 가족들은 해외 여행 한번 가지 못했지만 주말이면 아빠 차를 타고 음악을 들으며 춘천주변을 드라이브하며 여행을 대신했다. 아빠는 자식들이 어렸을 때부터 등하교를 꼬박 챙겨주며 눈높이에 맞춰 어려움을 들어주며 조언해 주던 해결사였다. 또 평소에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해 왔지만, 자식들이 장성한 지금까지도 하루에 몇번씩 휴대폰이나 카톡으로 ‘딸 사랑해~’ ‘우리딸 예쁘다’며 사랑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허리가 아픈 엄마를 위해 수시로 아이스크림을 사 주고 애정표현을 하며 지내 이웃에서도 금슬좋은 부부로 정평이났다. 가까이 큰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85세 할머니에게도 늘 찾아 살피는 자상한 자식이었다. 미진씨는 “얼마전에는 친구와 오랜만에 여행을 떠나는데 아빠가 아꼈던 용돈 7만원을 주었다”며 “‘많이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아빠의 말이 지금도 귓가에 쟁쟁한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아빠가 실종된 뒤 미진씨는 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실종자 수색에 동참했다.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마련해준 임시숙소 펜션에 머물러 있기에는 너무도 애가 탔기에 고모(48)와 같이 실종자 수색에 나서 3주일 동안 고무장화를 신고 북한강 상류 주변을 오르내리며 아빠를 찾아 다녔다. 실종된 아빠를 찾기 위해 애써준 분들에게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미진씨는 “새벽부터 해질때까지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수색에 나서준 춘천시, 소방, 경찰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자율방범대원, 민간봉사대분들의 은혜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고 감사했다. 미진씨는 아빠 실종 이후 가족들 앞에서는 슬픔을 참는다. 아빠를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으로 대학에 진학해 무용수가 되려던 꿈을 접고 지역에서 디자인 관련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미진씨는 “추석이 가까와지고 날씨가 추워지는데... 사랑하는 아빠 소식은 여전히 없다”며 “꿈속에서라도 살아 돌아오신다는 소식을 간절히 빌고 또 빈다”고 눈물을 흘렸다. 글·사진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특파원 칼럼] 사회를 분열시킨 아베의 언어들/김태균 도쿄특파원

    [특파원 칼럼] 사회를 분열시킨 아베의 언어들/김태균 도쿄특파원

    “지나간 과거를 되돌아본다고 해서 혹은 이전 정권을 비판한다고 해서 현재 우리가 직면해 있는 위기와 과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2012년 12월 26일 제2차 집권을 시작하면서 가진 기자회견 서두에서 아베 신조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거대한 자연재해와 리더십 부재 등으로 일본 사회가 크게 혼란스럽던 시기에 지도자로서 자신의 역량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한 말이겠지만, ‘이전 정권을 비판한다고 해서’라는 부분은 ‘네편 내편’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사회통합에 매진하겠다는 뜻으로 비쳐졌다. 그러나 이후 8년간 그가 보여 온 말과 행동을 보면 당시의 이 발언이 정권 탈환의 기쁨에서 나온, 그저 형식적인 위선의 언어가 아니었나 하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아베 총리야말로 과거 일본의 어떤 지도자보다 세상을 ‘아군’과 ‘적군’으로 가르는 분열의 리더십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는 곱하고 더하기보다는 나누고 빼는 ‘분단’과 ‘배제’의 정치에 지도자로서 에너지를 허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니는 분열의 상징어는 아무래도 2017년 7월 1일 도쿄 도의원 선거 당시 유세 때의 ‘이런 사람’ 발언이다. 당시 아키하바라에서 가두연설을 하던 도중 야당 지지자들로부터 “그만둬”, “돌아가” 등 연호가 나오자 아베 총리는 그들을 가리키며 “이런 사람들에게 져서는 안 된다”고 분노를 발산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 주기는커녕 ‘이런 사람’이라는 말로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을 국민의 범주에서 잘라내 분단의 저편으로 보내버린 것이다. ‘악몽 같았던 민주당 정권’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지지층 결집을 위해 즐겨 활용하는 것도 여와 야를 동행이 아닌 투쟁과 제압의 대상으로만 보는 인식 구조를 잘 드러낸다. 대법원 징용배상 판결을 빌미로 한국에 전에 없는 경제보복을 가한 것은 그의 분열 지향성이 내치를 넘어 외교로 확대된 단면이다. 지난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나왔을 때 일본의 지식인들이 발표했던 성명의 제목 ‘한국은 적(敵)인가’는 그의 피아 구분에 대한 더할 나위 없이 적확한 표현이었다. 오는 16일 총리 취임이 확실시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분열의 리더십 측면에서는 아베 총리와 비슷한 면이 많았다. 자신에게 순응하는 인사와 그렇지 않은 인사를 명확히 구분하며 사람들을 대했다.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로 인식하는 사람도 많은 반면 냉혹한 인물로 기억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이유다. 정부 관료 인사에 절대적인 권한을 휘둘렀던 그는 말 잘 듣는 관료는 승진과 보직에서 최대한 우대하고,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관료는 지방이나 한직으로 날려 버리기로 유명했다. 관료사회는 자연스럽게 분열될 수밖에 없었다. 언론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2월 아베 총리 개인비리 의혹과 관련한 물음에 답변을 피하는 그에게 기자가 문제를 제기하자 “당신에 답할 필요가 없다”고 신경질적으로 말한 뒤 회견장을 나갔다. 진지한 논의와 설명보다는 기득권을 가진 ‘나’와 ‘내 편’의 위세에 기대 일을 만들어 가는 편가르기는 아베에서 스가로의 정권 승계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자민당 내 7개 파벌 중 5개 파벌이 일찌감치 스가 장관 쪽에 줄을 선 것은 아베·스가 특유의 ‘네편 내편’ 논리가 가져올 불이익의 무서움을 다들 잘 알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크게 논란이 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휴가 문제를 둘러싼 의혹에서 나타난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아베 정권의 분열의 리더십을 지적하고 있자니 ‘너희나 잘하세요’라는 일본 언론의 반박이 나올까 불안해진다. windsea@seoul.co.kr
  • [이경우의 언파만파] 보는 사전이 아니라 읽는 사전

    [이경우의 언파만파] 보는 사전이 아니라 읽는 사전

    국어사전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 첫 번째는 단어의 뜻을 아는 데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맞춤법을 비롯한 어문 규범에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올 수 있다. 상황에 따라 표준 발음을 찾기도 한다. 그리고 띄어쓰기가 궁금해서 사전을 찾는 이들도 의외로 많다. 특정한 단어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궁금해졌을 때도 사전을 찾게 된다. 사전의 내용들은 다른 책들에 있는 것보다 더 굳은 신뢰를 받을 때가 많다. 이런 태도가 반영된 듯 사전의 ‘전’은 ‘법’을 뜻하는 ‘전’(典) 자다. ‘고전’(古典)이나 ‘법전’(法典), ‘경전’(經典)처럼 중요성과 권위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한데 사전은 고전과 법전은 물론 다른 책들과 다른 언어적 대접을 받는다. ‘고전’이나 ‘법전’은 ‘보다’, ‘읽다’와 모두 어울려 쓰이는데, ‘사전’은 그렇지 않다. ‘사전을 본다’라고는 해도 ‘사전을 읽는다’라고는 하지 않는다. 신문이나 잡지류도 ‘보다’, ‘읽다’와 어울리는데, 사전은 ‘보다’만 된다. 사전은 ‘읽는’ 게 아니라 ‘보는’ 책이라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사전을 읽지 않고 보는 데 더 집중했는지도 모른다. ‘읽다’는 “문장이나 글의 뜻을 헤아려 알다”라는 말이다. 읽는 과정에서는 내용을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의견도 끊임없이 개입시킨다. 자신이 가진 기준과 상식에 따른 비판 행위가 지속된다. 그렇지만 사전을 볼 때는 이런 과정이 생략될 때가 많은 것이다. 사전의 독자들은 사전을 비판적이거나 주관적으로 보려는 의도가 별로 없다. 의미와 맞춤법, 어원 등을 ‘확인’해 보고 만족하는 데 머무르려는 경향이 강하다. “모르면 사전 찾아봐”라고 하고, 사전을 의심 없이 본다. 최근 ‘사전 보는 법’이란 책을 낸 정철씨는 사전의 미래는 ‘읽는 사전’에 있다고 말한다. 기계적인 뜻풀이를 보려고 사전을 찾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읽으면서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뜻풀이가 필요하다고 사전들에 주문한다. 색다른 시도를 한 일본의 국어사전(신메이카이 국어사전)을 소개하면서. 많은 비판도, 호응도 받은 이 사전은 ‘동물원´을 이렇게 풀이했다. “생태를 대중에게 보여 주는 한편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잡아 온 조수나 어충 등에게 좁은 곳에서 생활할 것을 강요하며 죽을 때까지 기르는 인간 중심의 시설.” 독자들에게는 포털의 사전고객센터에 ‘20세기에 출간된 사전 내용을 아직도 보여 주는 건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는 의견을 내라고도 한다. 사전은 읽어야 하고, 읽히는 사전을 만들자는 얘기다. wlee@seoul.co.kr
  • 소년 ‘장총찬’ 뛰놀던 곳… 문장에 목마른 이들의 쉼터 되다

    소년 ‘장총찬’ 뛰놀던 곳… 문장에 목마른 이들의 쉼터 되다

    모루 김홍신은 여덟 개의 팔을 가졌다는 어느 신화의 신처럼 팔, 아니 호칭이 많다. 요즘 말로 ‘부캐릭터’(부캐)가 여럿인 셈인데 이른바 원조랄까. 대한민국 최초의 밀리언셀러 작가이자 국문학 박사이면서 교수, 전 국회의원과 시민운동가 그리고 재단의 이사장, 여성 신인 문학의 등용문인 동서문학상의 운영위원장까지. 그를 일컫는 칭호는 다양하다. 찾아보면 더 있겠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소개할 그의 본모습은 ‘소설가’다.최근 어느 자리에서 그는 자신을 “소설가 김홍신”으로 소개했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사람들, 그것을 인터넷 생중계로 지켜보던 사람들 모두 그의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대발해 초원 한복판에 돌풍을 일으키며 찾아온 말굽 소리 강직한 장수의 모습이랄까. 작가의 작품들을 읽지 않으면 결단코 그를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소설가이자 재담꾼인 김홍신의 작품이라면야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를 ‘읽었다’고 여기는 순간 그는 또 순식간에 바람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이 사회의 저변에는 아직도 마음을 앓고, 누군가의 따뜻한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선생이 바쁘다는 뜻이다. 1947년 충남 공주에서 출생해 논산에서 자란 김홍신 선생이 지난해 다시 논산으로 돌아가 문장들의 자리를 마련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장장 136권에 이르는 자신의 저서들과 함께 ‘김홍신문학관’을 세운 것이다. 인간시장으로 전국을 평정하고 나아가 대발해 초원까지 휘돌아 온 선생의 발걸음이 다다른 곳 논산. 그래서 소설가 김홍신의 고향이자 어린 장총찬이 자라 청년이 되기까지 활동하던 주 무대인 논산을 찾아갔다.●‘글쟁이’인 그가 세상을 만나는 방법은 멀리서 온 후배 작가를 반갑게 맞이한 선생은 근황을 묻자 “올해 들어 강연이나 행사 모임, 의료봉사와 민주시민 교육 문제 등 그간 하던 모든 것이 중단됐다”고 했다. 코로나19 탓에 문학관 역시 문을 닫았다. “요즘은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게 돼 버렸다”는 선생은 “전에는 쫓기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생활이었는데 세상이 이렇게 닫혀 버리고 나니 글도 잘 안 써지고, 책을 읽어도 머릿속으로 잘 안 들어온다”며 세상 풍파에 맞부딪친 듯 말했다. “많은 걱정이 앞서고 있는 상태라 그런가 봅니다. 마음과 생각을 가라앉히기 위해 책을 줄 치면서 읽는 새로운 습관을 들였습니다.” 73년 인생 처음 맞는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젊은 시절부터 매일 방송을 하며 한 달에 원고를 1000장 가까이 써야 했고, 대학원 공부와 함께 강의를 하고 강연 또한 일 년에 100회 정도를 소화해 내는 일을 계속해 왔다. 그게 모두 멈춘 상태라고 했다. “이 생활이 처음에는 내게 집필 시간을 마련해 주는 선물 같았지만 지금은 내 존재 가치가 흐려지고 사라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니겠지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글쟁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상태마저도 나는 글로 치환해 세상과 만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팬데믹 세상에서 보다 의미 있고 알차게 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좀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자 선생은 “아무리 말로 그럴듯하게 해도 위로가 안 된다”고 다소 단호하게 말했다. 당연히 여기가 끝이 아니다. 그는 “말이 아닌 마음과 몸으로 해야 한다”고 더 강한 어조로 말을 이어 가며 얼마 전 수해를 크게 입은 전남 구례에 가서 구호품과 위문품을 전달하고 온 이야기를 해 줬다. “피해가 없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참했습니다. 누군가 아픈 현장에 바로 달려갈 수 있는 힘이야말로 글 외에 몸과 마음으로 위로를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도 함께 하는 거죠. 내가 누군가에게 소중한 쓰임을 받을 수만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을 매번 하곤 합니다.”●교수·국회의원… ‘부캐’들이 발화한 곳 이곳에 김홍신문학관을 개관한 지 1년이 지났다. 몇 곳 안 되는 생존 작가 문학관이다. 작가가 글을 쓴다고 해서 모두 고향에 이런 의미 있는 자리를 세울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장소가 독자와 논산 시민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원할까. 그는 이곳을 두고 “후배가 순수한 마음으로 헌사해 준 덕분에 세웠으니 인연 공덕으로 쌓은 ‘무주상보시’의 문학관”이라고 소개했다. 불가에서 말하는 나눔의 덕으로 얻은 곳에서 여러 가지 일을 추진하고 있다. “이 물질의 시대에 정신의 향기, 문장으로 마음과 몸을 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모든 이에게 쉼터 같은 장소를 내어 주자는 뜻”이라고 했다. 선생은 1953년 논산에서 유치원을 다녔고 프랑스 신부가 번역해 준 만화를 보며 자랐다. 학교에 다닐 시절부터 문학소년이었던 거다. 어머님이 의대에 가기를 원했던 터라 진로를 바꿀 뻔했다가 국문과에 입학했다. 꾸지람을 많이 들었지만 그 자신은 행복했다. 어릴 적의 추억, 재수할 때, 이런 이야기가 다 담겨 있는 곳이 논산이다. 그러니 소설에 논산 이야기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인간시장’의 시작 무대도 선생이 살던 동네 옆 학교와 철길이고, ‘장총찬’이 꼬마 시절에 살던 장소도 당연히 논산이다. 논산을 뿌리에 두고 발화한 그의 여러 ‘부캐’ 가운데 여성 신인 문학상인 동서문학상의 ‘멘토’도 있다. 오랜 기간 이 역할을 해 온 선생에게 이 순간에도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여성을 위한 얘기가 문득 궁금해졌다. “여성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따뜻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어머니’의 자리지요. 요즘은 세계사, 인류사가 남성 중심의 서사에서 여성 중심으로 바뀌어 가는 추세예요. 여성이 동등한 인간으로서 매우 존엄하다는 가치를 깨닫기 시작하고 매우 많은 것이 바뀌어 가는 과도기입니다.” 기업이 후원하고 여성만 응모하는 동서문학상을 두고 “기업이 무주상보시를 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많이 없는 일”이라면서 추켜세웠다. “예술은 인류사회에서 정신 회복 탄력성을 제고하는 명약과도 같습니다. 행복, 자유, 평화 이것이 물질보다 훨씬 더 풍부한 정신사를 바꿔 나가는 것. 이것이 예술이고 글쓰기의 정신입니다. 우리 여성 문학도들은 이 사회에 위로가 되고 지적인 가치를 품어 주는 모습으로 가고 있고 또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앞으로 우리 여성들의 활약을 기대할 수밖에 없잖습니까.”●‘머릿돌’처럼… 든든한 멘토이자 소설가 선생은 이어 현대사를 관통하는 화두가 ‘기적을 일궜는데 기쁨을 잃어버렸고 배고픔은 해결했는데 배아픔은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안에서 글쓰기의 가치를 찾았다. “나 아닌 남을 돌아보고, 함께 나아가는 기쁨이 바로 우리의 정신적 가치인 예술 즉 글쓰기가 행할 수 있는 시원적인 의미”라는 것이다. 세상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때 단 한 번만 자신을 돌아보며 가치를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사람의 존엄한 가치는 누군가가 매겨 주는 것이 아닌 나 자신 스스로가 발견하고 부여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곳 논산에서, 여러분은 각자 있는 자리에서 힘든 상황을 잘 이겨 내고 언젠가 우리가 만나게 된다면 함께 손 한번 굳게 잡고 이 시기를 잘 이겨 냈다고 서로를 보듬고 위할 수 있는 시간이 분명히 오리라 확신합니다. 그것만으로도 나와 당신의 가치가 충분하지 않습니까.” 이 힘든 시기를 견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바람으로 그린 그림’, ‘김홍신의 대발해’, ‘인생사용설명서’, ‘하루사용설명서’까지 술술 꼽았다. 그의 소설과 수필들이라면서 “어느 순간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대장간에서 사용하는 도구인 모루는 불에 달궈진 금속을 그 위에 올려놓고 망치로 두드릴 때 쓰는 받침쇠다. 이 문학관과 그의 문장들은 모루를 호로 지닌 선생이 고향에서 보내는 전언이자 위로인 셈이다. 논산은 누군가에겐 쓰라리고 아픈 이별의 장소인 군대 훈련소가 있는 곳, 또 다른 이에게는 딸기의 고장으로 기억되는 곳이지만 이제 이곳의 가장 큰 페이지는 소설가 김홍신이 쓰고 있다. 논산에서는 모루를 ‘머릿독’이라 부르는데, 여기서 ‘독’은 ‘돌’의 논산 방언으로 모루는 ‘머릿돌’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선생은 논산의 머릿돌이자 이를 가뿐히 뛰어넘어 그의 발길이 닿는 어느 곳에서든 ‘머릿돌’의 자리를 지키는 멘토이며 소설가다. 그리고 언제든 찾아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품을 가진 사람, 바로 김홍신이다. 소설가 이은선
  • “책임진다던 택시기사, 어머니 죽음에 무엇을 책임졌나”

    “책임진다던 택시기사, 어머니 죽음에 무엇을 책임졌나”

    3년 전 구급차 사고로 보상금 타내려던 기사 택시가 10분 막아서 응급실 2시간 늦게 들어가‘죽으면 책임진다’는 말 평생 안고 살게 돼 73만명 청원 동의하자 미온적 경찰 태도 바뀌어돌아가시고도 ‘피해자’ 되지 못한 어머니 재판서 혐의 대부분 인정했지만 반성 없는 기사 “어머니가 쇠약해지긴 했어도 분명히 그날은 돌아가실 날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쭉 지켜봤거든요.” 지난 7월 초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기사를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 글을 올렸던 김민호(46)씨는 “경찰이 엄정하게 수사를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수사가 길어지는 데에 대해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같은 달 말 “어머니의 사망 원인인 위장관 출혈이 고의적인 이송 방해로 인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택시기사 A씨를 살인, 살인미수, 과실치사·치상, 특수폭행치사·치상, 일반교통방해치사·치상 등 9개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에서 결론을 못 내리는 사이, A씨의 재판은 시작됐다. 현재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수폭행, 업무방해,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이다. A씨는 “(환자가) 죽으면 책임질게”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고인은 ‘피해자’가 아니라고 한다. 한순간에 어머니를 떠나 보낸 김씨가 억울해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씨는 13일 “그렇게 험한 꼴을 보시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면서 “(경찰이) 과실치사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따져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암 투병 중인 어머니 편히 모시려고 부른 사설 응급차 지난 6월 8일 그 사건은 아직도 김씨에게 “도대체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암 투병 중인 어머니가 병원에 가시는 날은 항상 차로 모셔다 드렸던 김씨는 그날 처음으로 사설 구급차를 불렀다. 기력이 약해져 식사도 못 하시는 걸 보고 병원 가는 길이라도 편히 누워 가실 수 있게 구급차를 부른 것이다. 구급차에 아버지와 아내를 먼저 태워 보내고 김씨도 입원 준비 물품을 챙겨 막 출발하려고 할 즈음, 아내한테 전화가 걸려 왔다. ‘택시와 사고가 났는데 구급차를 보내 주질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사람이 다쳤어? 구급차를 안 보내 주는 사람이 어딨어?” 김씨가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날이 더워 아스팔트 도로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올라왔다. 구급차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차들은 엉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막 도착한 119구급차에 어머니를 태워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그때만 해도 5시간 뒤 어머니가 돌아가실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김씨는 지금도 “(택시가) 막아서는 일만 없었더라면 순조롭게 됐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떨쳐내지 못한다. 그날 김씨 어머니가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40분쯤. 간호사는 “방금 전 음압병상이 다 찼다”면서 대기해야 한다고 했다. 구급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기다려야 했던 어머니는 오후 5시 30분쯤에야 응급실에 들어갔다. 얼마 후 아내가 “어머니가 하혈을 한다”며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의사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겠다고 했다. 김씨는 그 상황에서도 “어머니가 고통스러우실 텐데 수면 내시경을 하면 안 될까요”라고 물었으나 “수면으로 하면 의식이 안 돌아올 수 있어 위험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게 검사가 진행됐지만 어머니는 과다출혈로 그날을 넘기지 못했다.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순식간에 벌어진 거죠.” ●사고 조사 더뎌 묻힐지 모른다는 생각에 청와대 청원 올려 사고 현장 블랙박스 영상을 본 건 장례를 치르고 한참 뒤였다. 그때부터 김씨의 머릿속에서는 “죽으면 책임진다”는 택시기사의 말이 떠나질 않았다. 술을 마시며 억울하고 분통한 마음을 달래 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김씨는 “평생 ‘그 말’(죽으면 책임진다)을 안고 살게 됐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 함께 있었던 아내와 함께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A4 용지 4쪽 분량의 진정서도 제출했다. 괴로운 마음을 꾹꾹 눌러 가며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엄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6월 말쯤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조사를 하셨나요.”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김씨의 기대에 못 미쳤다. A씨에 대한 1차 조사만 진행된 상태였다. 사 건이 묻힐 것 같다고 생각한 그는 진정서 내용을 축약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기로 했다.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옆에서 도왔다. ●누구나 당할 수 있다는 공감에 언론에서 다루자 수사 급속도 청원 효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인 한문철 변호사가 청원 글이 올라온 지난 7월 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이 사건을 소개하면서 청원 글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 달 뒤 73만명 넘는 인원이 청원에 동의했다. 김씨는 “부모가 아프면 사설 구급차나 119를 불러 병원에 갈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누구나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국민들이 분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청원 글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경찰도 바빠졌다. 강력팀이 추가로 투입됐다. 이용표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청원 후 사흘 만에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는 (택시기사가)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이 돼 있지만 추가적인 형사법 위반 여부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라고 했다. 지난 7월 24일 A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가 열렸다. 김씨는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진 만큼 A씨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일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A씨가 법정에 들어가면서 취재진 질문에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밀치는 듯한 모습을 보고 김씨는 다시 한번 실망했다. 그는 “(A씨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정말 큰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면 그래도 ‘반성하고 있구나’란 생각에 화도 덜 냈을 텐데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A씨를 재판에 넘기면서 3년 전에도 구급차와 사고를 낸 뒤 돈을 타내려 했고, 가벼운 접촉사고를 빌미로 합의금과 치료비 등을 챙긴 혐의도 공소장에 포함시켰다. 김씨는 공소장 내용을 접한 뒤 “기가 막힌다”면서 “보험금을 탈 생각이었으면 구급차를 보내 주고 처리해도 다 받을 텐데 왜 10분 넘게 붙잡아 놓고 어머니 사진을 찍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창룡 경찰청장 취임 1호 답변… “긴급차, 고의 운전방해 범칙금 상향” 김씨 측은 A씨를 상대로 5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소장에는 “고의적인 환자 이송방해 행위로 응급실 이송이 지연되면서 환자는 치료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A씨가 환자와 가족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A씨의 인적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동부구치소에 사실조회 신청을 하고 회신을 기다리는 상태다. A씨에 대한 형사 재판은 지난 4일 시작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이유영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A씨 측은 “일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를 제외하고는 공소 사실을 인정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재판을 참관하진 않았다. 김씨는 “굳이 (A씨를) 보려면 보겠지만 사과 전화도 안 왔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김창룡 경찰청장이 김씨가 올린 청원 글에 직접 답변했다. 김 청장 취임 후 ‘1호 답변’이다. 김 청장은 갑작스럽게 어머니를 떠나 보낸 김씨와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했다. 이어 “(구급차, 소방차 등) 긴급 자동차의 운행을 고의로 방해하면 형법 등 관련 법령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철저히 수사해 사법처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운전자 경각심 제고와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긴급자동차 진로 양보를 불이행하면 범칙금 수준을 크게 상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양보 안 한 운전자에게 범칙금 수준을 높이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구급차나 소방차가 지나갈 수 있게 차들이 일제히 좌우로 길을 비켜 주는 ‘모세의 기적’을 보면 누구나 감동을 받고, 반대로 길을 가로막고 있으면 화가 난다”면서 “이 사건을 계기로 모세의 기적이 상식이 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병무청 “秋아들 질병 면제 사례 한 명도 없어”

    병무청 “秋아들 질병 면제 사례 한 명도 없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씨의 ‘휴가 미복귀’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서씨가 입대 전 질병으로 면제가 가능했느냐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추 장관 측은 서씨가 병역을 이행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으나 군에 입대했다고 강조해 왔지만, 병무청 기록으로는 관련 질병으로 군 면제를 받은 사례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추 장관은 13일 입장문에서 “제 아들은 입대 전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며 “그런데도 엄마가 정치적 구설에 오를까 걱정해 기피하지 않고 입대했다”고 설명했다. 서씨는 입대 1년 7개월 전 ‘슬개골 연골연화증’과 ‘추벽증후군’ 진단으로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추 장관은 지난해 12월 인사청문회 당시 “신체검사를 다시 받았더라면 군 면제될 상황이었지만 아들은 군에 갔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이 공개한 병무청 답변서에 따르면 서씨와 같은 진단으로 군 면제를 받은 사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규정상 해당 질환으로는 면제에 해당하는 5, 6급을 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이날 군 당국에 따르면 서씨가 2017년 6월 24~27일 사용한 개인 휴가에는 승인 기록에 해당하는 행정명령서가 휴가 시작 다음날인 25일에야 발부됐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휴가 명령서는 병사들이 휴가를 나가기 전에 이뤄진다. 인사 실무자가 공문을 작성하면 대대장급 지휘관(중령)이 이를 결재한다. 하지만 서씨의 휴가 명령서는 서씨가 3차 휴가를 시작한 다음날 결재가 이뤄졌다. 부대 무단이탈을 덮기 위한 뒤늦은 조치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방부가 지난 10일 공개한 ‘육군규정 병영생활규정 제111조 휴가절차’에 따르면 ‘허가권자는 휴가 연장 신청을 접수하였을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허가가 되었을 시는 즉시 휴가명령을 정정하여 발령한다’고 돼 있다. 육군의 한 인사 실무자는 “가족이 사망해 급하게 나가야 하는 등의 경우 먼저 휴가를 보내고 나중에 명령서를 발부하기도 한다”며 “주말이 있다면 하루이틀 명령 처리가 늦어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진중권 “추미애 아들, 산소호흡기 끼고 누워 있었던 것도 아닌데···”

    진중권 “추미애 아들, 산소호흡기 끼고 누워 있었던 것도 아닌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아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과 관련해 내놓은 사과문을 두고 “사과문이 아니라 자서전을 썼다. 해야 할 얘기는 모조리 빼놓고 엉뚱한 얘기만 한다”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를 하긴 했는데 도대체 왜 사과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얘기는 뭐하러 하고, 이 맥락에 검찰개혁 하겠다는 얘기가 왜 필요하냐. 도대체 그게 사안과 무슨 관계가 있냐”고 반문했다. 또 진 전 교수는 “(추 장관이) 자신은 원칙을 지켰다고 한다. 원칙을 지켰는데 왜 사과를 하냐”며 “말이 사과지, 불필요한 얘기만 줄줄이 늘어놓고 정작 해명이 필요한 부분들은 다 건너뛰어 버렸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장관님께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해명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짚어드리겠다”면서 “의원실 보좌관이 왜 아들 부대로 전화를 하냐. 보좌관은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봉급도 국민의 세금에서 나간다. 그런 보좌관에게 아들의 뒤치다꺼리를 시킨 건 공적 자원의 사적 유용에 해당한다”고 했다. 또 “국방부 민원실엔 왜 전화를 하셨는지도 말씀하셨어야 한다. 아드님은 성인이다. 산소호흡기를 끼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던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역관 선발을 둘러싼 청탁에 관해서는 증인이 최소한 세 명이 존재한다. 그들이 일관되게 청탁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아드님이 통역관 선발을 원한다는 사실을 대체 어떻게 알았겠냐”고 물었다. 그는 “사과문을 보면 잘못하신 게 하나도 없다. 국민 입장에서는 사과를 받더라도 그게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정도는 알고 받아야 하지 않겠냐”며 “점입가경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더니, 이젠 포크레인을 부른다”고 했다.추미애 “아들 군 복무 문제…국민께 송구” 사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앞서 “아들의 군 복무 시절 문제로 걱정을 끼쳐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며 아들 서 모씨의 특혜 휴가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 입장을 밝혔다. 추 장관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줘서는 안된다는 우려 때문에 그동안 인내하며 말을 아꼈다”며 “아들은 검찰 수사에 최선을 다해 응하고 있다. 검찰은 누구도 의식하지 말고 오로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의 명령에만 복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아들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 추 장관은 사과 입장을 밝히면서도 아들의 특혜 휴가 의혹에 대해 “입대 전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았고, 군 생활 중 오른쪽 무릎도 또 한 번 수술을 받아야 했다. 왼쪽 무릎을 수술했던 병원에서 오른쪽 무릎을 수술받기 위해 병가를 냈고, 병원에서 수술 후 3개월 이상 안정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아들은 한 달을 못 채우고 부대로 들어갔고 남은 군 복무를 마쳤다. 딱히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추 장관은 해당 글에서 “제 남편은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다. 그런 남편을 평생 반려자로 선택하며, 제가 불편한 남편의 다리를 대신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들마저 두 다리를 수술 받았다. 완치가 안된 상태에서 부대로 복귀했다”며 “어미로서 아들이 평생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지는 않을까 왜 걱정이 들지 않겠나. 그러나 대한민국 군을 믿고, 군에 모든 것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아들은 대한민국의 다른 아들들처럼 치료 잘 받고, 부대 생활에 정상 복귀하여 건강하고 성실하게 군 복무를 잘 마쳤습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추 장관은 “그 어떤 역경 앞에서도 원칙을 지켜왔고 지금도, 앞으로도 목숨처럼 지켜갈 것”이라며 “검찰개혁 과제에 흔들림 없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고 제 운명적인 책무라 생각한다. 기필코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고 포부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추미애 해명에 與 말이 없고…배현진 “신파소설 웃프기 그지 없네”(종합)

    추미애 해명에 與 말이 없고…배현진 “신파소설 웃프기 그지 없네”(종합)

    秋 사과서 남편 다리 장애인 언급하자 배현진 “가련한 시늉, 본질 흐리지 마라”14일 대정부질문 秋아들 의혹 쟁점될 듯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아들 서모(27)씨의 군 복무 특혜 의혹에 대해 사과와 해명을 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침묵을 지켰고 국민의힘은 “본질을 흐리는 신파소설이 ‘웃프기’(웃기면서 슬프다) 그지 없다”고 혹평했다. 여야는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추 장관의 아들 의혹과 추 장관의 해명 등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제 아들만 귀히 여기다 들통나 동정 구걸”“황제 복무 본질 두고 남편 장애 소환 신파” “과거 삼보일배로 하이힐 못 탄다니지나가는 소도 웃을 구차한 궤변”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추 장관이 입장문이라는 신파 소설을 내놓았는데 요즘 말로 웃프기 그지 없다”고 비난했다. 배 대변인은 “법무 장관은 대한민국 법 정의를 앞세우는 ‘정의의 장관’인데 그런 막중한 책무를 진 자가 제 아들만 귀히 여겨 저지른 일이 죄다 들통나니 이제 와 바짝 엎드리며 ‘불쌍하니 봐주십쇼’식의 동정을 구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일(14일) 대정부질문만 순탄히 넘겨보자며 대통령과 짜고 치는 ‘가증의 눈물 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쏘아붙였다. 배 대변인은 “아들 서씨의 ‘황제 군 복무’ 논란의 본질은 어디 두고 난데없이 교통사고로 장애를 가진 남편을 소환해 가족 신파를 쓰나”라면서 “과거 삼보일배로 하이힐에 올라탈 수 없게 됐다는 자기 처지 비관은 지나가던 소도 웃을 구차한 궤변”이라고 조소했다. 그러면서 “엄마가 추미애가 아닌 일반 국민은 추미애의 아들에게만 주어진 특혜와 불공정에 분노한다”며 “해명을 요청한 기자에게 ‘제가 누군지 아나’라며 자신의 특권의식을 서슴없이 발휘한 추 장관 아들의 덜 떨어진 자신감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배 대변인은 “이 땅, 대한민국 엄마들 중 추 장관보다 아들을 덜 사랑한다는 엄마가 어디 있겠나”라면서 “귀한 아들들을 애를 끓이면서 나라에 맡겨야 하는 엄마들에게 오늘 추 장관의 입장문이 얼마나 가소롭겠나. 가련한 시늉하며 본질을 흐리지 말라”고 지적했다.추미애 “송구하나 절차 위반할 이유 없다”“남편도 다리 불편 장애인, 아들도 수술” 페북서 아들 군복무 특혜 의혹 첫 사과“기필코 검찰개혁 완성하겠다” 추 장관은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추 장관은 아들이 휴가 절차를 위반할 이유가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추 장관은 “아들 문제로 걱정을 끼쳐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면서도 “저는 검은 것을 희다고 말해본 적이 없다. 딱히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특혜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남편의 다리 장애를 언급하며 아들의 군 입대날 가지 못한 일 등등을 언급하며 아들에 대한 미안함을 언급했다. 추 장관은 “남편은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인데 아들마저 두 다리를 수술받았다”면서 “완치가 안 된 상태에서 부대로 복귀했고 대한민국 군을 믿고 모든 것을 맡겼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아들이 군에 입대하던 날이나 전역하던 날 모두 저는 아들 곁에 있어 주지 못했다”면서 “아들에게 혼자 헤쳐나가도록 키워왔지만 늘 이해만 바라는 미안한 어미”라고 말했다. 추 장관은 “저는 상황 판단에 잘못이 있었으면 사죄의 삼보일배를 했다”고 과거를 회상한 뒤 “그 일로 인해 제 다리도 높은 구두를 신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와 남편, 아들의 아픈 다리가 국민 여러분께 감추고 싶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오히려 당당히 고난을 이겨낸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더 성찰하고 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아울러 “검찰개혁 과제에 흔들림 없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고 제 운명적인 책무”라며 “기필코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고 거취에 대한 야당의 압박을 일축했다.“법 앞의 평등 무너뜨린 추미애,감히 검찰개혁 논할 자격 없다” 배 대변인은 추 장관이 입장 표명 말미에 검찰개혁 의지를 피력하자 “법 앞의 평등의 본을 무너뜨리며 감히 법무, 검찰 개혁을 논할 자격이 없다”면서 “추 장관이 지금 나서서 해야 할 일은 아들의 군 특혜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 스스로 계급장 떼고 수사받으며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준영 당 대변인도 앞서 구두논평을 통해 “각종 의혹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며 “또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모든 것은 법의 판단을 받아야 할 사안임에도 국민 감정선을 건드려서 모면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추 장관은 의도치 않은 개입이 부당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여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대표로서 본인의 발언과 행동이 어떤 위력으로 다가설지에 대해 숙고하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닌지 실망스럽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조 대변인은 “문제가 되고 있는 사항에 대해 제대로 입장을 밝히지 않기에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라면서 “추 장관의 공적 권력에 대한 안일한 인식에 아쉬움을 표한다”고 말했다.민주 “秋 입장 있는 그대로 봐달라”국회 14일 대정부 질문 秋로 격돌 민주당 측은 언론에 “추 장관의 입장 표명을 있는 그대로 봐달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줄곧 추 장관의 의혹에 대해 “가짜의혹”, “정치공세”라며 추 장관을 엄호해왔다. 국회는 14일부터 나흘간 21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 돌입한다. 여야는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에 대해 당장 14일 열리는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 재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 재개

    영국의 다국적 제약업체 아스트라제네카가 옥스퍼드대와 손을 잡고 코로나19 백신 후보에 대한 임상시험이 영국에서 재개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는 12일(현지시간)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승인을 받아 임상시험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다만 임상시험은 일단 영국에서만 재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 개발 백신은 영국과 인도에서 2상 임상시험을,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60개 이상 도시에서는 3상 임상시험을 각각 진행 중이었다. 지금까지 임상시험에 참가한 사람은 1만 8000명이며 3만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마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 개발 백신은 전 세계에서 추진 중인 코로나19 백신 중 가장 앞서 있던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참가자 중 한 명에게서 부작용으로 의심될 수 있는 질환이 나타나면서 이를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전염병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산하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은 11일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백신이 나올 것으로 조심스럽게 낙관한다”면서도 “정상적 생활 수준으로의 복귀는 2021년 말이야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런 전망의 이유로 미국에서 여전히 일일 평균 4만명의 신규 확진자, 1000여명의 사망자가 보고된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약효 70~75%의 백신을 올해 말부터 접종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내년부터 전염병을 훨씬 더 잘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전염병 종식은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과 달리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정상성의 외관을 갖추려면 감염자 수를 훨씬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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